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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탈출 이렇게 해보세요

    ◎1.되도록 천천히 먹는다/2.매일 20분씩 빨리 걷는다/3.스트레칭뒤 꾸준히 운동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단지 실천하기 힘들 뿐. 넘쳐나는 식욕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운동부족으로 체중이 계속 불고 있어 고민하는 사람,이미 비만판정을 받아 살을 빼야 하는 사람이 꼭 지켜야할 식사습관,생활습관,운동방법을 알아본다. ▷식사◁ 되도록 천천히 먹는다.밥을 먹다가 조금만 쉬었다 먹어도 식사량은준다.처음 30초부터 시작,1∼2분씩 늘려 나가 3분까지 쉬면서 먹으면 배가 부를 때까지 먹어도 섭취한 총열량은 감소한다. 또 TV나 신문을 보거나 전화를 받으면서 밥을 먹지 않는다.무의식중에 많이 먹기 때문. 식사하기에 가장 적당한 곳을 골라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그 장소에서만 먹는 것도 현명한 식사법.저녁식사는 늦어도 8시까지는 끝내고,식사를 몰아서 하지 않는 것 등은 기본이다. ▷생활◁ 항상 걷는 습관을 갖는다.출퇴근때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가는 식으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20분 이상 빠른 걸음으로 걷는게 좋다. 건물을 이용할 때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계단을 올라갈 때 소비하는 열량은 달리기나 자전거타기와 맞먹는다.사무실이 5층에 있다면 처음에는 4층에서 내려 한 층만 걸어올라가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올라가는 층수를 늘린다. ▷운동◁ 권장할 만한 운동은 걷기,달리기,자전거타기,줄넘기,수영,에어로빅,맨손체조 등.그러나 나이에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이 다르다.나이든 사람이라면 퇴행성관절염 등이 일찍 올 수 있으므로 뛰는 운동 등은 좋지 않다. 수영이나 실내자전거타기,걷기 등이 좋다.다만 달리기를 1시간 한다면,달리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은 걷기를 2시간 하는 식으로 운동량을 맞춰나간다. 운동은 일주일에 3∼5일이 적당하다.매일 하면 다칠 위험이 많고,일주일에 1∼2일 이하면 효과가 없다.젊은 사람이라면 땀을 많이 흘리고 숨차는 운동,에어로빅이나 농구 등 구기운동도 바람직하다.특히 뚱뚱한 사람은 운동전에는 미리 스트레칭(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서 부상을 막아야 한다. 운동하다 다치면 식이요법만 해야하는데 이 방법만으로는 비만치료가 잘되지 않는다.
  • ‘아빠’라는 말/김희진 국립국어연 학예연구원(굄돌)

    자기 남편을 가리켜 ‘아빠’라 불러도 되는가.이 문제를 놓고 표준 화법을 다루는 학자들이 많은 이야기를 했다.결론은 ‘곤란하다’로 나왔다. 다만,어린 자식에게 남편을 지칭할 때에 한하여 ‘아빠’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전통 예의 연구가는 자기를 낳아 준 ‘아버지(아빠)’란 말을 남편에게 쓴다는 것은 예의 문제를 넘어 존속 모독이며 인륜을 문란케 하는 일이라 하였다.국어학자들 역시 ‘아빠’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한 원로학자는,부녀지간으로 보이고 뭔가 음성적인 듯한 부부 사이에서 여자가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기도 했던 일본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도 이렇게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아빠’를 즐겨 쓰는 사람들은 아이 이름 뒤에 ‘아빠’란 말이 붙었던 것이 아이 이름을 빼고 간단하게 ‘아빠’만 남은 말이니 상관없다고 할지 모른다.그러나 아이를 기대어 부르는 일이 온당한 방법은 아니다.‘아가씨’,‘도련님’이라고 해야 할 자리에 아이를 기대어 ‘고모’,‘삼촌’으로 부르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뜻 있는 분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남편을 ‘아빠’로 부르지 않도록 계도해 왔다.방송국에서도 여성 출연자에게 친정 아버지는 ‘친정아버지’로,남편은 ‘제 남편’으로 구분해서 사용해 달라고 당부하는데 출연자는 그러마고 하고서 마이크를 잡기만 하면 남편에 대해‘아빠’를 무의식적으로 연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방송 도중에라도 말을 고쳐 줄까 하여“ ‘아빠’라고요? 친정 아버님 말씀이세요?”하고 눈치를 줘도 끝내 ‘아빠’소리를 못 고칠 때에는 방송을 중단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토로한다.말이 아무리 시절 따라 변한다 하더라도 남편을 남에게 ‘아빠’로 부르는 일은 삼가자.아버지와 남편을 ‘아빠’로 함께 부를 수는 없잖은가.
  • 인간의 무의식 해부/‘프로이트전집’ 완간

    칼 마르크스와 더불어 20세기 사상사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19세기 말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심리치료방법인 정신분석을 처음 도입,20세기 현대사상계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온 그의 사상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프로이트 전집’(전20권)이 완간됐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이 지난 96년 정신분석학 정립 100주년을 기념해 펴내기 시작한 프로이트 전집이 최근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을 끝으로 2년만에 마무리 된 것. 독일 피셔 출판사의 프로이트 전집과 지금까지 나온 프로이트 전집 가운데 가장 권위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 스트라치편집의 ‘표준판 프로이트 전집’을 저본으로 했다. 이성을 강조한 서구의 합리주의 정신은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꿈의 영역혹은 무의식의 영역을 오랫동안 무시해 왔다. 특히 지적 쇼비니즘이 강한 프랑스의 경우,정신분석 이론의 도입과정은 ‘100년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데올로기의 퇴조현상과 맞물려 사회적 환경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개인의 심리나 그 무의식의 영역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번에 완간된 프로이트 전집은 정신분석에 관한현대의 이론보다는 그 근원적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프로이트의 원텍스트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주목된다. 이번 ‘프로이트 전집’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꿈의 해석’‘정신분석강의’‘히스테리 연구’ 등의 논문과 ‘늑대인간’이나 ‘꼬마 한스와 도라’같은 증례모음집,당대의 세계정세에 관한 견해를 밝힌 에세이 등이 실렸다. 한편 이 전집을 통해 독자들은 탁월한 산문가로서의 프로이트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사실 그의 저서 하나하나는 곧바로 훌륭한 문학작품이다. 한 예로 ‘창조적인 작가와 몽상’은 일종의 문학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문학비평가 해롤드 블룸은 그의 저서 ‘서구의 정전’에서 “프로이트는 작가이고 정신분석은 문학이다”라고 했다. 나아가 블룸은 프로이트를 괴테,셰익스피어,호머,단테,조이스 등과 함께 후세에 길이 남을 28명의 문학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미 스티븐 핑커 저/행동 지배하는 ‘마음의 정체’ 조명/뇌의 기능·능력 진화론적 틀에 바탕두고 접근/고도의 인식능력 자각 세밀한 증거·논리 제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왜 마음이 가라앉을까.또 초겨울의 햇살이 가득한 지난 주말 수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가는데 나는 왜 영화 한편보기를 원했을까.길을 가다 느닷없이 치솟는 분노의 감정은 또 뭔가…. 우리는 개인마다 다르고 상황상황마다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는 ‘마음’의 정체를 알고 싶어한다.또 행동으로 이끄는 이 ‘마음’을 아무런 자각없이 당연한 그 무엇으로 여기다가도,마음이 자신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갈 때면 곤혹스러워하기도 한다. 이 ‘마음’의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책이 나왔다.미국 MIT공대 인지신경 과학센터의 리더이자 이 분야의 천재로 불리는 스티븐 핑커박사가쓴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마음의 정체와 관련,이제까지 주로 인정받아온 학설은 마음은 일종의 ‘블랙박스’라는 가설.행동심리학이 번성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나온 이론이다.원리는 외부환경의자극을 받아들인 블랙박스가 행동을 명령하고 또이 행동은 또다른 자극을 초래하는 연결고리를 갖는다는 것이다.이 모델의 대안 가설도 있다.즉 ‘직감’또는 ‘본능’으로 꽉 채워진 ‘뇌’가 마음으로 하여금 다양한 행동을 하게하고,이 행동은 기계적이고 무의식적인 메카니즘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두 분석틀은 모두 신경계의 작동을 설명해내지는 못했다.심지어 마음이라는 ‘블랙박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따지는 자체도 비과학적인 시간 낭비로 간주됐다. 최근 20년 사이에 ‘마음’의 정체에 대한 흥미진진한 추측이 등장했는데 바로 마음의 작용을 진화론적 틀에서 설명한 이론이다.스티븐 핑커 박사의 책도 여기에 기반을 둔다. 이 분야의 개척자로 불리는 심리학자 도널드 켐벨박사는 이러한 접근법을 ‘진화론적 인식론’으로 불렀다.‘자연선택’또는 ‘자연도태’론 에 바탕을 둔 이론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 또는 생물의 구성요소는 살아남아 발전을 거듭하고 적응에 실패한 것은 도태된다는 자연선택론의 이론을 그줄기로 삼는다.자연선택은 인류조상들로 하여금 세계를 인지하고,인지한 인상과 감각등을 저장,사고의 줄기로 연결하는 방법을 형성케 했다는 것이다.이 가정아래 이상하고 신기한 경험들은 결국 우리 마음안에서 의미있는 패턴으로 자리잡게 된다. 사실 ‘사고’나 ‘마음’을 자연선택론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직접적인 증거로 입증하기는 무척 어렵다.핑커는 ‘역설계’란 방법론을 쓰고 있다.그는뇌의 현 기능및 능력을 출발점으로 삼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뇌의 기능들이 왜,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살피고 있다.다소 취약해 보이는 이 방법을 통해 핑커는 하나 하나 세밀한 증거들과 논리로 접근,피부층으로 좀처럼 빛을 지각하지 못하는 하찮은 원형질 하나가 어떻게 컴퓨터를 조작하고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는 뇌의 복잡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를 설명해낸다. ‘진화하는 자아’의 저자이자 평론가인 미하일 치젠미하일은 스티븐 핑커 박사만큼 이 이론에 권위를 부여해 당당하게 설명해내는 사람이 없다며 이책을 높게 평가한다. 특히 저자 핑커는학술 저서에서 흔히 발견되는 육중하고 지루한 필체를 탈피해 독자들에게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마음의 정체에 다가갈 기회를 준다.또 유머러스러하고 경쾌한 표현력은 다소 위헙적이기까지한 그의 박학다식함을 너그럽게 보이게도 한다. 그는 책의 첫 부분에서 ‘자연선택’론이 어떻게 다양한 고도의 인식능력에 대한 설명을 가능케하는가를 ‘보기’능력의 예를 통해 보여준다.또 반사작용과 기억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논리적 추론까지를 가능하게 하는지,나아가 개인의 종교에 대한 인식 및 가치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짚어낸다. 물론 이 속단적이고 원인론적인 논리와 관련,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인식’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그의 이론에 따르면 ‘스스로 힘에 의한반사 능력’ 등이 아주 하찮게 다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하지만 치첸미하일은 이에 대해 비록 그가 육체적이고 생물학적인 접근으로 인류의 능력을 설명해낼수 있다고 하지만 그가 생명현상을 물리학적·화학적으로 다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 환원주의 입장에 서있는 것은 아니라고 옹호한다.핑커는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자기 스스로의 힘에 의한조직’이론에 대해 당연히 귀를 귀울이고 있으며 ‘선택적인 압력’에 의해 그렇게 하도록 강제된 고차원적인 취득원이라고 설명하는 나름의 이론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러가지 이론에도 불구하고 핑커의 이 책은 그동안 어둠에 쌓여있던 마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번개불과도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치첸미하일은 평한다. 원제 How The Mind Works.노턴 출판사.660쪽.30달러.
  • 누드페인팅(외언내언)

    우리나라에 보디페인팅이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69년 화가 김비함이 당시 모델로 활동하던 정강자의 전신에 보디페인팅을 시도하면서부터다.여체의 아름다움을 기하학적인 색채와 문양으로 살린 이 작품은 한 잡지에 컬러화보로 게재되어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화가자신의 기발한 착상이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첨단 퍼포먼스를 심어준 것이다.이후 패션쇼에서 얼굴이나 다리에 부분 페인팅을 시도하고 있으나 모든 것은 이미 신선할수 없었다. 미술에서의 누드는 서양에서는 가장 오래된 소재로서 케네드 클라크에 의하면 ‘나체표현은 의식,무의식으로 추구되고 다루어져온 사유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우리나라에서 누드를 처음 그린 화가는 고희동이지만 1916년 일본 문전에서 특선한 김관호의 ‘해질녘’을 빼놓을수 없다.해질녘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난후의 두 여체가 보여주는 휴식과 일,거기서 생겨나는 이완과 긴장이 대비적인 효과를 빚어내어 호평을 받았다.이와 반대로 지난 49년 국전이 창설됐을때 김흥수의 입선작 ‘나체군상’은 ‘미술적 가치는 있지만 미성년자에게 재미없는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일반공개에서는 철거한 예가 있다.누드는 이후 ‘신체성으로서의 정물’로 정착된지 오래다.아무도 누드화를 보고 놀라거나 새롭다고 감탄하지 않는다.그러나 무대에서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여전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지난 91년 ‘욕탕의 여인들’을 필두로 ‘불좀 꺼주세요’‘불의 가면’등에서 나체연극을 경험했으면서도 ’97 세계연극제에 초청된 프랑스 마기마랭무용단 공연에서 남자무용수가 전라로 춤추었을때 관객들은 하나같이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무용수 미셸 르콕이 윗도리와 바지에 이어 속옷을 벗어던지자 객석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했으나 자연스럽게 모든 진행을 받아들였다. 엊그제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영화홍보를 위한 누드페인팅쇼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모양이다.이제 예술의 방법에서 필요불가결하다면 옷을 입든말든 가장 적절한 방법을 회피한다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관객이 인식하게된 수준이다.
  • 북한 ‘민족정통성 선점’ 전략에 대비를/홍승길(전문가 기고)

    민족성은 한 민족이 지닌 정체성의 근원으로 대내적으로는 단합과 결속을 다지게 하고 대외적으로는 긍지와 자부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이에 민족성을 지키는 일은 국민 모두의 몫인바 특히 남북한의 경우엔 통일의 주도권문제와 맞물려 있어 상호 경쟁적인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다.즉 우리 민족의 우수한 특성을 남북 어느 쪽이 더 많이 살려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더 잘 구현해 내느냐의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민족성과 관련한 우리 한국사회의 현 실상은 어떠한가. 언어생활분야에서 나타난 한 예를 볼 때,우리 식품위생업종의 명칭의 경우 대부분 한글에서 영문으로 바뀌어진 상태이다.다방이 커피 하우스로 변하고 생맥주집과 통닭집은 호프와 치킨센터로,그리고 대중목욕탕이 대중 사우나로 영문화되더니 결혼예식장까지 웨딩 프라자로 변했다.앞으로 이발소마저 바버 숍으로 바뀌지 않을가 걱정이다. 어쨋든 우리는 민족성을 생활속에 살리는 일에 너무 소홀한 것 같다.설사 세계화·국제화 추세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게다가 세계화·국제화가 자기 정체성,자기 민족성을 지니고 자존과 자애가 선행될 때 비로서 건전하게 이뤄지는 것인 바에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남한 외래화·북한 폐쇄화 그러면 민족성과 관련한 북한사회의 실상은 어떠한가. 북한은 모든 업종은 물론 대부분의 상품명도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외통옷(원피스) 등 한글 일색이다.심지어 축구경기의 셰계적 공통어인 코너 킥도 모서리차기식으로 한글화하여 사용하는가 하면,의생활에 있어서도 “옷차림에는 민족성이 잘 나타난다”면서 여성들에게 흰저고리와 검정치마를 강요하는 등 우리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그러면서 우리 한국의 민족성이 “국제화·세계화 소동으로 여지없이 유린말살되고 있다”고 비난,우리에 대한 비교경쟁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이상의 단편적인 실상을 통해 민족성에 대한 남북한의 태도가 일부나마 드러났는바 우리의 무의식,무관심이 문제가 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북한이 민족성을 국가전략차원의 문제로까지 발전시키고 있어 경각심을 요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김정일은 올해 발표한 두차례의 ‘노작’을 통해 ‘민족성의 고수여부는 민족의 흥망을 결정하는 사할적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민족성을 ‘혁명과 건설의 근본원칙이자 확고부동한 노선’으로 제시했다. ○민족성을 전략차원 악용 여기서 우리가 더 경계해야할 것은 북한이 현재 사활을 걸고 있는 전민족통일전선전략을 펴면서 민족성을 ‘중요한 기치’로 내걸고 대남 민족주의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다. 김일성은 생존시 단군릉 재건과 함께 민족주의자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90·8)이후 북한은 민족주의에 대한 관점을 종래의 ‘적대적 반동적 사상’으로부터 ‘애국적 진보사상’으로 재정립하고 민족주의자들과의 ‘단결과 합작’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우리와의 역량대결에서 패한 북한이 민족적 정통성을 선점하려는 새로운 대남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이는 남북한간의 대결양상이 체제와 역량차원의 경쟁에서 정통성 차원의 경쟁으로 바뀌어 전개되고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통일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면 물리적 역량 못지않게 민족사와 전통의 진정한 계승자라는 대의명분을 선점하는 일이 중요하다.따라서 북한이 전개하고 있는 새로운 차원의 도전에 대한 우리의 응전에 결코 소홀함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 노스 캐롤라이나대 아자미 교수 미지 기고 요지(해외논단)

    ◎미의 대외 경제제제는 ‘시대 착오’/EU 등과 불화·국내사 타격 등 역효과 불러 최근 프랑스 토탈사의 이란 투자를 놓고 미국과 프랑스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스 캐롤라이나대의 리아드 아자미 교수는 본래 목적인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들이 더이상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미 통상전문지인 ‘저널 오브 코머스’ 기고문에서 주장했다.‘미국의 제재들을 허용치 말라’는 제목의 아자미 교수의 글을 요약·소개한다. 세계화는 많은 국가들이 과거의 정치적 적대국들과 무의식중에 경제적 유대관계를 급속히 강화시키게 했다.이같은 현상은 한 국가가 전략적 무역파트너에게 불리한 결정을 따르는 것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오늘날 경제적 현실주의와 정치적 실용주의 속에서 그들 자체의 이상론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정치적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그들은 적절한 비용을 치러야하는 것이 틀림없다.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경제제재 조치를 댓가없이 취할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다. ○2가지 제재법의 오류이같은 사실은 제재 관련 두가지 중요한 법인 알폰소 다마토 상원의원(공화.뉴욕)의 이란­리비아 제재법과 헬름스­버튼법의 오류를 설명해준다.이들 두 법의 영향은 미국회사들의 지구경쟁력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미국의 EU와의 무역및 경제관계에도 해를 끼치고 있다. 다마토 의원의 입법은 이란과 리비아의 석유산업에의 투자를 금지하도록 의도된 것으로 12개월내 4천만달러(최근 2천만달러로 낮춤) 이상의 기업 혹은 개인투자의 제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이란과 리비아의 국가차원에서의 테러리즘 지원과 핵및 화학무기 개발 등을 이유로 경제적 타격을 가하자는 이 법은 미국인 투자가들뿐 아니라 EU,한국,호주,이스라엘,일본의 투자가들에게도 적용토록 돼있다. 한편 미국회사들의 투자 제재는 말레이시아의 내셔널 오일이나 프랑스의 토탈사 등과 같은 비미국 다국적기업들의 이 지역 시장에의 접근을 가능케 하고 있다.미국의 해외석유 의존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미국 석유회사들의 국제적인 투자 참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도 잘못된것임에 틀림없다. 또 이란과 이라크의 석유개발 투자에 있어 비미국시민들까지 제한하는 것은 확실히 미국과 EU간의 관계를 긴장시키게 될 것이다.최근 토탈사의 20억달러에 달하는 이란 개스및 석유산업 투자 제안에 대한 다마토법에 의한 제재 움직임은 그 예가 되고 있다. 한편 헬름스­버튼법은 쿠바정부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고 쿠바에 의해 수용된 미국 소유재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이 법 역시 비미국회사의 쿠바에의 투자와 교역도 금지하는 것으로 돼 있어 미국과 유럽의 불화를 낳고 있다.또한 미국과 나프타 국가들간,일본·호주·카리브­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맹비난하며 위험한 선례로 간주하고 있다. 석유는 세계무역의 전략상품이고 EU와의 건강한 무역관계는 중요하다.경제제재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치 못하면서 무역관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민주화 유도목적 실패 쿠바에 대한 35년간의 경제제재는 쿠바의 정치구조에 있어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피델 카스트로는 여전히 권력을쥐고 있다.이란이나 후세인의 이라크나 카다피의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도 이들 국가에서 정치변화나 또한 괄목할 만한 정치적 경제적 자유화에 기여하지도 못했다.그들은 우리가 돕고자 하는 국가들을 희생자로 만들었으며 미국의 회사들을 응징,그들의 교역과 투자의 기회를 외국의 경쟁자들에게 돌려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인디애나주 리차드 루거(공화) 상원의원과 리 해밀튼(민주) 하원의원에 의해 제안된 의회가 제재의 고려단계에서 성공 가능성과 경제에의 영향력 등을 평가토록 하자는 ‘실행강화법안’이 제출됐다.이 법안은 시의적절하며 신중히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지구촌 사회들은 정치적 민주화 달성에 집중되고 있다.그같은 세계에서 이라크,이란,리비아,쿠바 등을 포함한 군주적이고 독재적인 부랑아국가들이 기동할 공간은 거의 없다.지구경제에의 접근이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또한 이들 국가들의 시민을 위해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게 하고,모두를 위한 덜 위험한 세상을 만들게 할 것이다.〈정리=나윤도 워싱턴 특파원〉
  • 중국반환 3개월/홍콩이 달라지고 있다:상

    ◎대륙의 ‘보이지않는 손’/경제자유 서서히 압박/금융기관 감독 강화·물가관리 착수/3∼5년뒤 중국형 시장체제 갖출듯 홍콩이 지난 7월 1일 중국에 반환됐다.100년이 넘도록 ‘영국식 자본주의’에 젖었던 홍콩이 공산주 체제에 제대로 융합될 수 있을까.분명한 것은 홍콩 특유의 자유방임체제와 달러화에 연동된 홍콩달러의 가치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반환 3개월이 지난 홍콩의 현주소를 조망해본다. 중국 반환 이후 홍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중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홍콩의 현 체제를 인정해주고 있다.홍콩을 번영케 한 자유방임주의 기조도 그대로다.그러나 알게 모르게 통제와 자유가 혼합된 중국의 통치방식이 홍콩에 스며들고 있다.가시적이기 보다 상징성을 띤 채 홍콩의 자유방임체제를 한쪽 귀퉁이에서 무너뜨리고 있다. ○통제·자유 혼합통치 홍콩에서는 중국의 국화인 취란(바우히니아)과 국기인 오성기를 북경에서보다 더 쉽게 볼 수 있다.나뭇잎이 5개인 취란은 호텔의 광고 전광판에서 번쩍이고 있으며 공원 담장에도빠짐없이 새겨져 있다.호텔 현관에는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을 대신해 오성기와 취란을 그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홍콩시민들은 무심히 지나치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중국 시민임을 강요당하고 있다. 한때 홍콩에서는 중국 해방군이 주요 관공서나 공공건물에서 배치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그러나 막상 반환된 이후 홍콩에서 중국 해방군은 단 한명도 볼 수 없다.중국반환의 상징으로 홍콩에 주둔하고 있을 뿐 홍콩으로의 출입이나 외박은 일체 허용되지 않고 있다.1국 2체제의 유지를 전세계,특히 대만에 알리기 위한 의도적인 제스처이자 해방군에 만연된 부패를 홍콩에 ‘전염’시키지 않겠다는 조치로 보인다.그렇지만 이는 중국이 홍콩을 활용하고 있으며 홍콩을 통제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콩은 물가를 관리하지 않는다.음식비나 주택값 등을 시장에 맡긴다.독과점 업체가 발생해도 관여치 않는다.때문에 외부요인에 의한 물가 급등이 빈번하다.9월 23일부터 25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가 열렸을 때 주변 식당의 음식비는 무려 30%나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홍콩의 자유방임체제도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체계는 이미 강화되기 시작했고 공공요금의 경우 과거 일정기간 공시를 통해 인상하던 것을 지금은 토요일에 기습 발표,월요일부터 시행하는 경우가 잦아졌다.서비스 부문 등에서 독과점 업체의 가격횡포를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특히 25평형 아파트의 월세가 3백만∼4백만원에 이르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홍콩당국의 노력은 이례적이다.홍콩의 주택업체들이 이에 맞서 주택공급을 늦추려하지만 중국반환 이후 큰 흐름은 시장실패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조정 움직임 미국 증권사인 J·P모건사의 홍콩지점은 자유방임주의가 홍콩으로 하여금 급변하는 시장 및 생산 조건에 적절히 적응토록 했으나 산업 전반에서 독과점을 유발,시장의 실패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특히 부동산,항만 하역료,통신·전기·가스,유통,TV방송,은행 등에서는 더욱 심해 은행의 경우 2개 은행이 전체 예금과대출의 53%,수퍼마켓의 경우 2개 업체가 70%,주택공급은 3개업체가 50%,항만 하역은 1개 업체가 4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사는 그러나 중국반환 이후 홍콩의 독·과점 상태는 중국을 포함한 주변 지역에서의 경쟁 강화로 점차 엷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예컨대 중국이 홍콩을 거치지 않고 외국과 교역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외국업체들도 홍콩과 인접한 심천 등에서 중국과 직교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일부 다국적 기업은 본사를 홍콩에서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정부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뤄지기 보다 기업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기업의 이윤추구적 행동에 따른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홍콩이 중국체제에 편입될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결국 중국 관료주의의 침투와 부패의 만연,‘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식 관행에 따른 상거래의 불투명성 등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홍콩의 자유방임체제와 국제 금융센터로서의 지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중국반환을 계기로 독과점 등 시장실패를 해소하려는 홍콩당국과 중국정부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경쟁체제를 우선으로 삼는 시장체제로 개편될 전망이다.기업은행 김영진 홍콩지점장은 “현재로선 중국 내에 홍콩을 대신할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3∼5년간은 현재의 지위를 누릴 것”이라며 “그렇지만 지금같은 독점적 지위가 아닌 싱가포르나 상하이 심천 등 중국의 남부지역과 경쟁하는 중국형 시장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신재 교수 ‘원본 김유정 전집’ 보정판 발간

    ◎60주기에 되돌아보는 유정의 문학/영서민요·설화 등 바탕/구비문학적 성격 조명/순박한 인물묘사 특징 “삶의 현장을 그대로 포착해 재현하는 유정 소설의 언어는 유정의 언어라기 보다는 민족심성의 언어다.신들린 무당이 무아의 경지에서 쏟아내는 공수가 무당의 언어가 아니라 신의 언어이듯 신명이 올라 무아의 경지에서 써내려간 유정의 소설은 유정의 언어가 아니라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의 언어이다” 한림대 국문과 전신재 교수(58)가 29살의 나이에 요절한 천재작가 김유정의 60주기를 맞아 ‘원본 김유정 전집’(강)을 펴냈다.10년전 한림대출판부에서 낸 같은 이름의 책의 보정판이다.원전 출판의 전범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김유정 문학의 구비문학적 성격과 구연체에 가까운 소설언어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유정 소설의 목소리는 그것이 푸짐한 욕설이건 발랄한 우스갯소리이건간에 생생하게 우리 귀에 와 닿는다.그 한 예로 유정의 소설을 보면 ‘홍천인가 어디 즈 성님안터로’(‘만무방’)라는 대목이 나온다.국어문법대로 라면 ‘형님한테로’가맞는 말이지만 강원도 지방의 노인들은 지금도 ‘성님안터로’라고 말한다.강원도 춘성에서 태어난 유정은 이처럼 발화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소설속에 재현한다.유정은 말을 살리고,사전은 말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영서지방의 설화와 민요 등을 낱낱이 살펴 김유정 소설언어의 진실성을 규명한다.‘동백꽃’에 나오는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움새’가 바로 생강냄새임을 아는 독자는 얼마나 될까.동백꽃이 생강나무의 사투리라는 것을 알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한편 ‘동백꽃’의 점순이나 ‘산골’의 이뿐이가 아끼던 동백꽃은 ‘라 트라비아타’의 마르그리트가 사랑하던 빨간 동백꽃이 아니다.김유정의 동백꽃은 늦봄에 피는 붉은 꽃이 아니라 초봄에 잎이 돋기 전에 먼저 피는 노란 색의 생강나무 꽃이다.〈거지반 집께 다 나려와서 나는 호들기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산기슭에 늘려있는 굵은 바윗돌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허니 깔리었다〉(‘동백꽃’중에서) 노란 동백꽃은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를 마라 산골의 큰애기 몸골 난다’의 경우처럼 우리나라의 민요,특히 강원도 지방의 아라리에 자주 등장한다는게 전교수의 설명이다. 김유정 소설에 일관되게 드러나는 특징으로 전교수는 뿌리뽑힌 인간들의 빈궁한 생활상,무기력한 남성과 생활력이 강한 여성,살기 위한 매춘,순박한 인간성,원점회귀의 구성 등을 꼽는다.절박한 한계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매춘할 수 밖에 없는 모티프는 ‘산ㅅ골나그네’ ‘솟’ ‘만무방’ ‘가을’ ‘정조’ 등 많은 작품에서 나타난다. 유정의 소설은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심상의 원형이 그대로 살아있다.일제 강점기를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는 ‘동백꽃’이나 ‘봄 봄’ 등의 작품은 그 현저한 예이다.궁핍한 농촌을 무대로 삼고 있지만 어리석을 정도로 순박한 인물묘사는 한국적 해학의 정신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전교수는 “유정의 소설은 폐허위의 꽃처럼 수풀속에 나뒹군 동안의 돌부처의 표정처럼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 무라카미 하루키작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85년 다니자키 문학상 수상/동과 정의 세계다룬 이색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촌상춘수·48).그는 이제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가 되었다.일본의 경우 새로운 문학성을 갈구한 1970년대 그의 출현은 신선한 충격과 찬반양론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우리나라에서도 그와 똑같은 양상이 되풀이됐다.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이 젠쿄토(전공투) 또는 운동권이라는 ‘관념의 왕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긍정하려는 의욕에 차있으면서도 허무와 고독의 영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이런 맥락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줄만한 작가는 바로 하루키라고 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네번째 장편소설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김수희 옮김)가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나왔다.1985년도 다니자키(곡기)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전혀 다른 두개의 이야기가 맞물려 동시에 진행되는 이색적인 형식의 작품이다.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호응하면서 펼쳐지는 대비되는 세계,곧 ‘패러렐 월드(parallel world)의 형태를 띠고 있다.두개의 이야기는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이다.‘하드보일드…’의 주인공인 ‘나’는 계산사다.주인공은 자신의 무의식의 핵을 이용해 정보를 암호화하거나 암호화된 정보를 다시 알기 쉬운 수치로 나타내는 ‘샤프링’이라는 일에 종사한다.그러던 어느날 주인공 ‘나’의 의식의 핵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별개의 의식핵이 주입되면서 이야기는 반전된다.‘하드보일드…’에는 이 의식의 이행이 초저녁의 땅거미처럼 소리없이 다가올 때까지의 시간이 속도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한편 ‘세계의 끝’은 ‘하드보일드…’와는 대조적으로 폐쇄적인 구조를 지닌다.주인공인 ‘나’는 주위가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이상한 도시에 산다.난공불락의 이 도시를 드나들수 있는 것은 오직 일각수와 새들뿐이다.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상실한 채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나’ 역시 일각수들의 두개골 앞에서 오래된 꿈을 읽으며 조용히 지낸다는 어찌보면 ‘요령부득’의 이야기다. 하루키는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소설적 기법을 선보인다.‘하드보일드…’가 약동감 넘치는 문체로 ‘동’의 세계를 그린다면 ‘세계의 끝’은 억제된 문체로 ‘정’의 세계를 다룬다.‘안에 머무를 것인가,밖으로 나갈 것인가’하는 문제는 하루키뿐만 아니라 대부분 현대작가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유력한 문학화두 가운데 하나다.이 작품은 그 난제에 정면으로 맞서 만들어낸 하루키 최고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민회의에 공개사과 요구/안기부,정 대변인 기획입북설 조사 안팎

    ◎제보 서성철 목사도 명확한 근거 제시못해/“사과·해명 안하면 법적 처리절차 밟겠다” ‘오익제씨 기획입북’가능성을 제기했던 국민회의측이 어려운 입장에 몰렸다.안기부는 11일 ‘기획입북’을 공개거론한 정동영 국민회의 대변인과 그를 제보한 서성철목사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회의측의 사과·해명을 요구했다.국민회의가 불응하면 정대변인에 대한 법적 처리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그러나 정대변인은 공개사과 의사가 없다는 자세여서 안기부와 국민회의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안기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목사와 정대변인에 대해 지난 2일과 8일 각각 조사를 벌였다고 소개했다.정대변인 직접조사를 반대하던 국민회의가 조사에 응한 것 자체가 국민회의측이 밀리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안기부 발표에 의하면 ‘기획입북’을 제보한 서목사나 정대변인 모두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못했다.서목사는 오익제씨가 북경에서 딸을 몇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에서 기획입북 가능성을 막연히 추측한것으로 되어 있다.정대변인의 ‘과장된’발표에 항의까지 했다는 것이다. 정대변인도 조사과정에서 ‘색깔논쟁 맞불’‘언론의 제목감’ 등을 고려,‘무의식적으로 잘못 말했다’고 밝힌 것으로 안기부는 발표했다.안기부직원의 명예를 훼손한데 ‘유감’‘미안’ 등의 감정을 표시했다고 되어 있다. 안기부측은 ‘기획입북’이라는 용어 자체는 서목사도,정대변인도 아닌 국민회의의 제3의 인사가 만들어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안기부측은 국민회의측의 ‘잘못’이 명백한 만큼 이번 기회에 국가 공안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다는 방침이다. ◎정동영 대변인/“안기부서 제보자 신문내용 확인요청해 당사 부근서 공보관실 관계자 만났을뿐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11일 오익제씨 입북과 관련한 안기부의 조사 발표에 대해 “안기부 발표는 진실이 아니다”라면서 “정치인으로서 안기부 사람을 만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반발했다. 정대변인은 “안기부 관계자를 당사 근처에서 만난 것은 제보자를 직접 신문한 결과와 다른 점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서 “안기부 공보관실이 (나를)‘조사’했다고 이야기 한 것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변인은 “나는 기획입북을 주장한 것이 아니고 기획입북의 혐의를 주장했던 것으로 야당 대변인으로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기획입북설은 정부가 오익제씨의 입북을 방치한데 따른 조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일상에 침투한 미국문화의 실체 조명/더글라스 켈너의‘미디어문화’

    ◎미 대중문화에 중독된 무분별한 소비 꼬집어/추상적 문화담론 아닌 구체적 이론방향 제시 엄청난 전파력을 지닌 할리우드 영화,마돈나 같은 팝스타의 뮤직비디오와 랩음악,컴퓨터시대의 사이버 펑크,MTV….우리는 온통 미국문화가 우리의 여가와 일상의 담론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우리에게 가장 ‘세계화’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미국의 대중문화를 가장 높은 가격에,가장 신속하게 수입해,가장 무의식적으로 소비해버리는 대중문화 소비의 장인지도 모른다.이 시점에서 움베르토 에코가 ‘철학의 미국화’를 우려하고,대중의식의 할리우드화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 문화가 전지구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주변의 문화,특히 미국문화를 좀더 ‘알고 즐길수’있게 해주는 인문교양서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도서출판 새물결에서 펴낸 ‘미디어 문화’(더글라스 켈너 지음,김수정·정종희 옮김).1980∼9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현상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미국적인 것’의 정치적·사회적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클린턴 정부는 스스로 보수주의적 구상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왔다.‘레이거니즘’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도 정치적 공감대이자 이 시대의 지배담론으로서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게다가 줄곧 우파적 입장을 고수해온 싱크 탱크들과 출판물들은 미국의 현실을 권위적으로 진단한다.할리우드의 영화들은 지적으로 여성과 페미니즘을 공격하면서 무제한의 남성권력과 과장된 남성성(machismo)의 괴기스러운 형식들을 찬양하고 있다.또 ‘백인 남성 편집증’은 재담 코미디에서부터 라디오 토크쇼에 이르는 모든 문화환경 속에 명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보수주의자들의 문화적 도발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 책은 ‘람보’‘탑건’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들의 독해를 통해 미국의 보수주의 담론이 어떻게 재생산되는가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영화의 이데올로기는 이미지·시각형상·장면·장르적 코드·그리고 전체의 서사를 통해 전달된다.영화 ‘람보’에서 카메라의위치선택과 조명은 실베스터 스탤론을 신화적인 영웅으로 틀지운다.그의 빛나는 이두박근과 깎아놓은 듯한 육체,강인한 신체구조에 맞춰진 카메라의 초점은 그를 남성의 전형적인 도상으로 만든다.반면 여성 캐릭터는 창녀이거나 베트남 반군 여성의 경우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람보의 조수에 불과하며 주로 유혹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나타난다.할리우드의 정형화된 시나리오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미국의 혁명적 보수주의는 국가에 반대하고 보수적 가치들을 신봉하는 개인주의적 영웅이 등장하는 ‘스타워즈’‘인디아나존스’‘슈퍼맨’‘코난’ 등과 같은 영화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이데올로기다.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은이는 스필버그의 일부 영화에는 아도르노가 ‘바보들의 형이상학’이라고 불렀던 ‘멍청한 신비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주장도 펴 눈길을 끈다.스필버그는 너무 자주 관객들로 하여금 도피주의적 환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며 중간계급의 가치체계와 전통적인 신화적 영웅들을 보수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디어 해독능력(media literacy)을 키워 진보와 민주주의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실천적인 태도를 보여준다.그런 점에서 추상적 문화담론이 넘쳐 흐르는 오늘날,우리에게 사회이론과 결합된 구체적 문화분석의 전범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 책은 ▲미디어 문화가 과연 우리시대의 지배적인 문화형태라고 단정지을수 있는가 ▲랩음악에서 사이버 펑크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를 미디어 문화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는 것이 가능한가 ▲현대의 하이테크 미디어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세계의 수많은 지역에서 미디어 문화는 과연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 단국대 박인기 교수 ‘작가란 무엇인가’ 펴내

    ◎문학의 생산자 작가 그들은 누구인가/미셸푸코 등 11명의 작가관 수록/시대별 의미변화 양상 비교 고찰 작가라는 뜻의 영어 ‘오서(author)’는 ‘작품을 구상하고 실현시키는 자’라는 의미의 라틴어 ‘아욱토르(auctor)’에서 유래했다.오서는 중세를 거치며 권위(authority)라는 말과 지속적인 연상관계에 놓이게 됐다.세계를 신이 저술한 텍스트로 보고 그 의미를 해석해내는 권위있는 자가 저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그러나 점차 텍스트의 배후에 놓여 있는 작가,곧 개개의 창조물 배후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작가의 개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작가의 천재성이나 천분,개성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적 작가관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란 무엇인가.우리는 흔히 문학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생산자인 작가의 개념에 대해서는 무신경증상을 보여왔다.그러나 20세기 들어 낭만주의적 작가관에 대한 반론이 고개를 들고,심지어 문학이 과연 존재해왔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시점에서 작가의 개념을 살피는 일은 더없이 중요한 문학의 과제다.최근 단국대 국문과 박인기 교수가 엮어낸 ‘작가란 무엇인가’(지식산업사)는 이러한 지적 요구에 답하는 의미있는 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문학텍스트가 갖는 상품적 가치의 문제는 전면에 부상했다.이에 따라 작가라는 말에 언어수공업자·생산자·기록자·구성자라는 중립적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 또한 두드러졌다.이 책에서는 미하일 바흐친·발터 벤야민·얀 무카르조프스키·모리스 블랑쇼·레나토 포졸리·롤랑 바르트·미셸 푸코·레이먼드 윌리엄스·재니트 월프·알렉산더 네하마스·콜린 맥케이브 등 금세기 최고의 문학연구자 11명의 글을 통해 작가와 텍스트의 의미변화 양상을 고찰한다. 롤랑 바르트는 1968년에 발표한 글 ‘저자의 죽음’에서,미셸 푸코는 담론의 차원에서 저자의 기능을 살핀 글 ‘저자란 무엇인가?’에서 각각 ‘저자의 죽음’을 이야기했다.그들의 관점에 의하면 현대의 작가들은 무의식적인 충동에 따라 좌우되는 분열된 자아,혹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은근히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사람이다.그 이후 자기일관적이고 목적적이며 자기결정적인 인간주체로서의 작가의 기능을 탈중심화하려는,심한 경우에는 제거해 버리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게 됐다.이제는 고전이 된 발터 벤야민의 ‘생산자 차원의 작가’나 모리스 블랑쇼의 ‘권력과 영광’ 등의 글이 현대적인 사회구조와 출판시장에서 작가가 갖는 의미와 위치를 점검한 글이라면 레나토 포졸리의 ‘예술가와 현대세계’는 현대사회에서의 전위예술 내지 모더니즘과 작가의 관계를 논한 선구적인 글이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시각을 일관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의 ‘저자’로 일컬어진다.이것이 바로 1950년대 프랑스의 ‘영화수첩(Cahiers du Cinema)’파에 의해 발전된 ‘저자의 정치학’의 핵심이다.이 책에는 콜린 맥케이브가 이런 입장에서 문학에서의 저자 문제를 다룬 글 ‘저자의 보복’이 실렸다.이 글에서 맥케이브는 벤야민의 변증법적 비평론을 토대로 다른 예술,특히 영화와 관련지어 저자의 문제를 다룬다.철자나 문자중심의 저자 논의에서 벗어나 있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 서점엔 지금 ‘이집트 바람’/역사소설 람세스 돌풍에 자극

    ◎‘나일강의 예언’ 등 출간 잇따라/현대인들 내면의 고대향수 반영 국내 독서계에 이집트바람이 거세다.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대하 역사소설 ‘람세스’가 50만부 이상 팔리는가 하면 새로운 ‘이집트소설’들이 잇따라 출간되거나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현재 나와 있는 책은 ‘람세스’의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가 쓴 ‘나일강의 예언’(예문)과 스페인의 시인 발렌티 고메스 이 올리베르 등이 지은 ‘마지막 파라오’(창작시대사).이어 크리스티앙 자크의 ‘태양의 여왕’과 ‘투탕카멘 사건’이 문학동네에서 9월까지 나올 예정이며,역시 크리스티앙 자크의 작품인 ‘이집트인 샹폴리옹’과 ‘이집트의 판관’을 한길사와 열린책들에서 각각 선보인다. ‘나일강의 예언’은 미국인 이집트학자인 주인공 마크 워커가 아스완 나이 댐과 이슬람교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을 사건전개의 축으로 삼는다.작가는 파라오의 나라를 위협하는 아스완 댐과 광신적 이슬람교를 “회색의 차가운 두 괴물”로 생생하게 형상화한다.고대 이집트의 사건과 인물에 천착해온 자크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현대의 이집트를 배경으로 해 눈길을 끈다.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미덕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입체적 리얼리티를 갖고 있다는 점.자크는 현대의 이집트를 고대 이집트와의 끝없는 연장선상에 놓고 그린다.따라서 이 소설에는 고대 이집트가 현대의 이집트에 미치는 카리스마적 영향력과 신비의식,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고대에의 향수,민족 혹은 원형추구와 회귀본능,집단무의식 등의 요소가 다른 어떤 이집트소설 보다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나는 정신적으로 고대 이집트인이다”라는 자크 자신의 고백을 가장 정직하게 구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파라오’는 고왕국 시절의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대하 역사소설.이집트 고왕국 제6왕조의 마지막 황제 페피 2세는 위대한 제국 이집트의 파라오로 정의롭게 살기 위해 애쓴다.그러나 그는 결국 민중봉기로 몰락해가는 왕국을 두고 눈을 감는다.이 작품은 페피 2세의 일대기를 추적해 나가는 형식을 빌어 기원전 2200년경 이집트의 사회·정치상을 그린다.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이 작품에서 묘사된 민중봉기를 “인류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작가는 이같은 ‘민중혁명’의 불길이 타오를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다양한 요소들을 밝혀 고대 이집트와 ‘민중의 시대’에 살고있는 현대 독자들 사이에 정신적 다리를 놓는다.이 소설은 이집트 고왕국 말기와 페피 2세 사후 200년 동안 지속된 혼란기의 역사가 기록된 낡은 파피루스를 토대로 쓰여졌다.역사학자들은 이 파피루스를 ‘혁명의 파피루스’라고 부른다.작가가 이 작품을 “5%의 픽션이 가미된 고고학적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역사의 먼지가 두텁게 쌓인 채 아득하게만 느껴져 오던 고대 이집트.그것은 이제 더이상 빛바랜 신화속에 머물러 있지 않다.최근 ‘이집토매니아’란 말을 낳을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는 ‘이집트소설’들은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한 역사적 실재감을 안겨 준다.
  • 사이비 작가/장윤우 성신여대 교수·공예가(굄돌)

    생활속에서 우리가 두뇌를 통해 의식하는 부분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예술가는 의식 밑에 있는 것,잠재의식과 무의식까지도 끌어올려 형태를 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영국학자 허버트 리이드는 말했다.능력의 뒤에는 피나는 노력과 고뇌가 수반되기에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게 되며 작품은 존중된다.각종 미술행사와 공모전시가 성행하면서 좁은 관문을 통과하여 작가로 데뷔하거나 수상작가로서 뽑내고 싶어한다.이른바 관전으로서의 국전,시도미술대전,공예대전 등의 비좁은 문과 독주에 낙망하거나 반발하여 생겨난 민전이 갈수록 늘어간다.문제는 유명무실한 민전과 출신작가들에게 있다.서울·중앙·동아·한국등 큰 언론기관 주최의 공모전은 확실한 기준과 연륜으로 역량있는 작가배출에 기여하기에 큰 평가를 받지만 기반이 취약한 군소단체에서 마구잡이로 남발하는 양산 작가들의 행태는 옥석을 가려내지 못하는 대중에게 보이잖는 피해를 끼친다. 서글픈 현실은 돈으로 상을 주고 받거나,작품이 대가로 오간다고도 한다.능력도 없으면서 그렇게나 예술가로 자처하고 싶은가.각종 국내외 전시에 초대되었거나 입상했다는 약력을 즐비하게 달고서 작품전인지 상품전인지 모를 수준미달의 판매전과 자기PR에만 열을 올린다. 빈독이 더 요란하다.두뇌속이 비어있을수록 허장성세가 심하다.표절작으로 입상취소되거나 심사의 불공정도 심심찮게 오르내린다.어느 서예공모전에서는,문예작품도 같은 방법으로 후보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백일장 형식으로 옥석을 가려낸다는 말도 들린다.사이비작가는 얼굴을 붉혀야 하고 난립한 유명무실의 공모전은 지양되어야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겸손함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가의 고독.유일무이한 걸작 한점을 위해서 필생을 거는 작가정신이 그립다.
  • 에이즈 복수극(외언내언)

    젊은 에이즈 환자가 여러차례 수혈을 하고 마음대로 접촉도 하며 돌아다닌 것이 알려져 이른바 「에이즈 복수극」의 충격을 재현하고 있다. 관리당국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다.그러나 에이즈 환자라 할지라도 본격 발병전에는 멀쩡한 육신으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므로 그들의 행동을 당국이 관리한다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일정기간마다 스스로 진료신고를 하게 하고 점검하는 것이 고작이니 올때 오지않으면 독촉하고 안되면 찾아보는 정도일 것이다.형사범을 쫓는 경찰처럼 관리할 기능도 없고 그런 일은 또다른 인권문제에 저촉될 수도 있을 것이다.신고와 점검이 제대로 이뤄진다해도 환자가 은밀하게 하는 행동까지는 「관리」되기 어렵다.더구나 머리속에 있는 「복수극」까지를 투시해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래도 인력을 많이 투입해서 환자의 동태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연구도 활발히 하여 치료에 대한 희망을 줄수 있으면 「신고」의 의무를 준수하게 하는 요인도 될수있다.그렇게되면 극단적인 행동을 예방하는 효과도 클수 있다.그러나 우리현실은 아직 거기 많이 못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그렇다 보니까 거듭되는 「복수극」의 위협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가까운 장래에 장담할 수 있는 해결책도 없어보여 더욱 암담하다.그런 가운데서나마 몇가지 생각해볼 일은 있다.우선 이른바 「복수극」이라는 시각이다.이말에는 에이즈환자를 적으로 보는 무의식이 깔려있다.더불어 사는 이웃으로는 용인하지 못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당하는 측에게는 매우 가혹하게 들리는 용어다.그러므로 그 용어가 비슷한 행동을 충동일수도 있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수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그들과 함께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긴요하다고 생각된다.에이즈환자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 병에 대해 성한 사람이 조심해야 할 점도 있지만 환자를 위해 성한 사람이 배려해야 할 일도 많다.그런 노력이 사회가 기울일수 있는 노력이다.사회가 투병을 함께하는 노력을 보이면 자신이 당한 불행을 「앙심」으로 바꾸는 노여움같은 것을 줄일수도 있을 것이다.
  • 희곡작가 이현화(이세기의 인물탐구:129)

    ◎조직속에 마멸되는 소시민 아픔 고발/냉소적인 풍자로 날카로운 현실비판/겸손한 신사지만 할일과 할말은 다해 이현화는 조용한 사람이다. 모션이 크지 않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방의 심층에 스미듯 접근하여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친밀한 존재로 끝까지 남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괴팍스러움을 과시하지 않지만 범상한 인물 또한 아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시시한 것을 용납하지 않고 책임지고 자신의 세계를 펼친다고 믿는다.그래서 그의 작품을 선택하려는 연출가들은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이현화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만 그는 연출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협의 과정에서도 연출가의 의도를 이해하여 작품을 왜곡시키거나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영합하지 않는다. 그와 많은 작품을 해온 연출가 채윤일은 『일류교육을 받은 정상적인 직업인에다 손색없는 연극인,훌륭한 가장이지만 그에게는 원만한 구석이 없어보이고 자신의 작품을 보호하는데 편집광적」이라고 했다.그러나 일단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면 배우와 연출가의 몫으로 모든 것을 돌린다. ○연극반 후배와 화촉 그는 언제봐도 겸손하고 예의바른 신사다. 어떤 일에서는 한 템포 뜸을 들이고 어눌한 편이지만 할말은 다하고 할일은 다하고야 만다.그의 작품만 봐도 알수 있다.작품속에 담긴 작의에는 임의성과 작의성이 도사리지만 그 모든 진행에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른바 무대위에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형식을 떠나 생생하고 직접적인 실체험과 생체험으로 관객에게 접근하여 감정에 충격을 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두 쌍의 기이한 남녀가 벌이는 「쉬­쉬­쉬­잇」이나 「누구세요?」는 언뜻 보면 일상적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사랑의 부재를 그리고 있는것 같지만 실은 거대한 조직사회에서 마멸되어가는 소시민의 아픔을 파헤치고 있다.문제작 「0.917」역시 성인들의 일상적 삶의 무의미함에 의표를 찌르고 있지만 인간의 무의식속에 잠재된 원천적 리비도를 표출하여 그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억압을 그리고있다.이른바 수면에 떠오른 민초의 존재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속에 잠재된 무진장의 힘이 수면에 떠오를 때의 예측할수 없는 위기감과 돌발사태에 대한 경고다.0.917이란 빙산이 잠수되어있는 부분과 수면위에 나타나있는 부분의 비율이다. 「불가불가」나 「카덴짜」같은 역사극도 논리적 전개와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 이전에 「훼절을 요구하는 왕」과 「절개를 굽히지 않는 신하」의 고문을 반복적으로 감행하여 작품전체에 「가학성」을 부각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그리고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서 역사의 흐름이 잘못되게한 책임은 「그것을 저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있으며 그것은 수백년이 지난 오늘,「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자신」임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이현화는 날카롭다.「연극은 더이상 거짓되고 피상적 현실의 사실묘사일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평론가 심정순은 「그 기법과 개념이 프랑스의 앙토낭 아르토의 잔혹극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연극평론가 김방옥도 지난 75년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어온 그의 「누구세요?」를 보고 「아직도 이만한 작품이 다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현화에게는 다행인지 모르나 우리 연극계로서는 불행한 일」이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그의 희곡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의 성장과정이 기묘하게 맞물려 있음을 짐작할수 있다. 그는 먼저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해방과 함께 월남한 실향민이다.한글교육 1세대에다 초등학교 3학년때 6·25를 만났으며 중학교입시로 상급학교에 진학했고 고교 3학년때 4·19,대학 1학년때 5·16,군입대무렵에 6·3사태 등 시대의 고비고비를 가장 섬세한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맞고 있다.그래서 초기에는 냉혹한 사회구조속에서 소멸되어사는 현대인의 자아상실문제와 정체성의 불확실성에 주력하고 80년대에 접어들자 부도덕한 조직에 짓밟히는 민초의 삶,짓밟혀도 짓밟혀도 일어서는 끈질긴 생명력에 조명하고 있다. 서울 효자동에서 운수업을 하던 이문호씨의 3남2녀중 넷째.서울중학시절 누님이 권해준 「한국문학전집」속에 실린 유치진의 희곡을 읽고 「소설이나 시보다 더 재미있는 문학장르」에 반해서희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 「1970년」이란 어느때보다 행운의 해였다고 기억한다.그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당선했고 한국방송공사(KBS)에 입사했으며 군제대후 연세대에 복학해서 연희연극회에 영어연극반을 신설,스트린드 베리히의 「이스터(부활제)」를 연출하다가 여주인공 엘리노어역을 맡았던 후배 이영자씨를 만나 결혼했다. 작품의 숫자는 많지않지만 그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질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수많은 상을 휩쓸게 된 것은 다양한 주제와 창작적 흥미에도 불구하고 사회성이나 역사성보다 개인적 삶의 의미를 심층있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언어사용은 간결하고 함축적이면서 약간의 냉소적 풍자와 함께 운문적이고 명료한 산문적 대사를 구사하고 있다.그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차원에서 이성적 논리에 호소하기 보다는 감각적·심리적 충격에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마다 숱한 화제 독창성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전통연극에서 얻어낸 영감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해내는 능력도 그만의 가공할 극작술과 무대의 실제를 잘 터득하고 있는 노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50대중반인 지금도 서정성과 낭만을 잃지않고 만년 소년같은 심성과 취미를 지키는 그는 새 작품을 쓸 때마다 반드시 새 만년필을 사고 그린색 잉크를 고집하여 컴퓨터나 노트북이 아닌 육필로 작품을 탄생시킨다.언젠가부터 수면속에서도 자신의 창작생활을 연장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여전히 조용하다.그러나 그의 사고는 앙칼지고 그의 실천성은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짚고 넘어갈 것은 반드시 짚어내면서 상대방의 가슴에 스미듯 접근하여 가장 진실한 정과 진리의 빛을 남겨준다.연극계의 비범한 존재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한 그는 눈부신 계절에 또 하나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위한 그 시작을 서두르고 있다. □연보 ▲1943년 황해도 재령 출신 ▲61년 서울고 졸업 ▲67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 ▲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요한을 찾습니다」 당선, 극단 광장공연(이진순 연출),KBS(한국방송공사) 입사,드라마PD ▲75∼80년 희곡 「누구세요?」 극단민중극장공연(정진수 연출) ▲1976년 중앙일보 창간10주년기념 문예작품모집에서 희곡 「쉬­쉬­쉬­잇」 입상,극단 자유극장공연(김정옥 연출),KBS 쇼PD ▲78년 희곡 「카덴짜」 극단 민중극장공연(정진수 연출) ▲78∼84년 희곡 「0.917」 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 ▲79년 희곡 「우리들끼리만의 한번」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 ▲81년 희곡 「산씻김」동랑레파토리극 극단 공연(유덕형 연출) ▲82년 KBS 교양PD,교양다큐멘터리 및 「문화가산책」 창설 ▲87년 희곡 「불가불가」 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대학극 「오스트라키스모스­도편추방」(서강대 연대 등 전국대학연극부에서 공연) ▲90년 희곡 「넋시」 국립극단공연(강영걸 연출),「산씻김」(이윤택 연출) 일본공연,KBS교양국제부장 ▲91년 「카덴짜」(정진수 연출) 일본공연 ▲96년 희곡 「키리에­위대한 위증」 극단 여인극장공연(강유정 연출),KBS위성방송부장 ▲97년 「키리에」 미주지역 순회공연,현재 한국방송공사 심의위원 〈수상〉 문학사상신인작품상(77년) 영화연극상·한국연극영화예술상·서울평론가그룹상(78년) 현대문학상(79년) 대한민국문학상(84년) 대한민국연극제및 서울극평가그룹 희곡상(87년) 동아연극상작품상·백상예술대상(88년) 〈저서〉 희곡집 「누구세요?」(예문관 79년) 「0.917」(청하출판사 85년) 불어판 「Unpossible,impossible(불가불가)」(프랑스 르밀러드줄 출판사) 등
  • 방송개발원 토론회… 김우룡 교수 주제발표문

    ◎방송의 선정·폭력성 규제장치 마련을/시간·프로그램 등급제 등 도입 바람직 방송의 문제를 방송인의 손에만 맡겨둘 수 없으며,방송사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이 나서 좋은 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이는 한국방송개발원(원장 엄효현)이 「우리 방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8일 하오2시부터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는 방송 대토론회의 주제발표에 나설 김우용 외국어대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우리 방송의 윤리적 과제­선정성과 폭력화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김교수 발표문을 요약한다. TV의 한 장르를 일컫는 「타블로이드TV」란 표현이 있다.90년대초 미국 폭스네트워크의 가십성 토크쇼 「A Current Affair」가 성공하면서 선정적 스토리,끔직한 범죄,섹스와 흥미위주의 가십성 프로가 범람하기 시작했다.바로 이런 타블로이드 현상이 우리 방송에도 크게 번지고 있다.뉴스의 연성화,다큐멘터리의 선정성,드라마의 비윤리적 묘사,토크쇼의 저질성 등이 이를 대변한다. 「트래시TV」란 말도 있다.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좀먹고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전도시키면서 말초신경적 흥미에만 초점을 두는 방송은 쓰레기와 조금도 다를바 없다.상업주의적 저널리즘 혹은 시장지향적 미디어는 수용자들의 정치적 무지를 촉구하고 정치적 정보나 상품광고에 대해 집단적인 동의를 조작해냄으로써 미디어 소비자를 수동화·습관화시킨다.의식보다는 쾌락을 추구하게 하고,역사의식 보다는 역사적 무의식을 지향하게 함으로써 가치관의 혼미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이 두가지 문제는 「TV망국론」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요즘 우리 TV프로는 통제불능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특히 드라마는 불륜·폭력·선정·사치가 난무하는 퇴폐경연장이 되고 있다.TV드라마의 불륜행각은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해 왔다.「아름다운 불륜」 시비를 낳았던 MBC 미니시리즈 「애인」의 힛트이후 각 방송사들은 앞다퉈 「기형적 사랑」을 다룬 멜로물을 선보이고 있다.TV의 성표현도 절제와 생략을 잊은지 오래다.성표현의 일상화 외에도 잔혹한 폭력장면 묘사가 빈번하다든가,조직폭력배나 범죄집단이 멋진 의리의 사나이로 잘못 투영되는 예가 많아 청소년들의 가치를 전도시키고 있다. 드라마뿐 아니다.라디오·TV 토크쇼들은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저속한 대화를 함부로 내보내고 있어 「미디어 포르노」현상을 부추기고 있다.이 프로들은 밤무대 쇼를 연상시키는 성적 농담,연예가십과 신변잡담에 침실·사우나·술집 등을 배경으로 삼아 방송의 품격을 해치고 있다. 매체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불과 10년 사이에 새 매체가 많이 등장했고,경쟁매체는 날로 늘어나는 데다 미디어의 새로운 부가서비스들이 생겨났으며,외국의 TV전파가 무방비상태로 우리 안방이 쏟아지고 있다.따라서 앞으로는 라디오·TV프로뿐 아니라 광고에서도 윤리문제가 많이 제기될 것이다. 방송은 영화·연극·소설·PC통신 등 다른 매체와는 달리 공공성 및 공익성을 앞세워야 할 당위성을 갖고 있다.때문에 좋은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PD나 기자의 윤리의식 제고에 기여할 세미나·워크숍·매뉴얼 발간 ▲미디어 소비자에 대한 교육 ▲방송사의 경영리더십확립 ▲저질방송 추방을 위한 적극적인 국민운동의 활성화 ▲방송위원회 심의제도 개혁 ▲매스컴 관련학과에 미디어윤리 교과 개설 ▲방송의 선정성·폭력성·저질성에 대한 정치권 차원의 관심 제고 ▲시간등급제 또는 프로그램 등급제 도입 ▲정부의 확고한 방송정책 입안 ▲비평의 활성화 등이 요구된다.〈정리=김재순 기자〉
  • 파리 패션쇼/올 가을 「갈색의 계절」 예고

    □「97 멋쟁이」 이렇게 입어라 ­장미·보라·부드러운 녹색 등 파스텔기법의 변화 가미 ­체크무늬·바지도 강세 ­고급직물 소재 유행 파리의 패션가가 부산하게 움직인다.지난 18일 고급의상 전시회인 오트 쿠튀르가 춘하복을 겨냥해 열린 데 이어 2월초에는 기성복인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가 이어진다. 이런 공개전시회에 앞서 지난 연말에는 인터셀렉션이 파리에서 열렸다.의상 하청업체들이 유통 및 판매상들을 대상으로 97∼98년 추동복 추세등을 설명하는 전시회다. 1년후의 패션 경향을 미리 정하는 자리이다.오트 쿠튀르와 프레타 포르테전시회의 경향을 점칠 수도 있다.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도미니크 페클레르씨는 인터컬렉션을 지켜보고 난뒤 올 연말이 갈색의 계절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색상이 급격히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다.갈색과 이어 베이지색이 주목받고 있다. 물론 검은 색은 디자이너들이 가장 즐기는 부동의 색깔이다.변화라면 장미빛,엷은 보라색,부드러운 녹색등으로 파스텔 기법을 가해 밝은 느낌을 주는 정도이다.여기에다 레이스나 얇은 명주망사,세로 줄무늬가 더해질 것이다. 전반적인 추세는 체크무늬가 많고 호화로운 직물을 많이 사용할 것으로 여겨진다.스커트보다는 실용적인 바지를 즐기면서 코트로 변화를 주는 현대적인 감각이 유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급 의상복은 예술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도시인의 기호에 맞춰 점점 변화하고 있으며 변화할 것이라고 페클레르씨는 설명한다.저녁의 파티에 입고갈 복장을 사무실까지 입고 가는 「금요일 파티복」같은 실용성을 가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유행할 기성복의 경향은 대략 5가지.우선 영국풍이 유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무릎까지 오는 스커트에다 스코틀랜드풍의 스웨터,허리를 졸라매는 벨트,V자를 거꾸로한 문양의 코트등이다.색상은 엷은 보라색이나 베이지색이 잘 어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다음이 현대적인 감각.60,70년대 유행했던 저지 스웨터와 지퍼달린 상의,늘어뜨린 점퍼등이 체크와 스트레치무늬를 혼합하면서 현대적이고젊은 감각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이다.갈색 바탕에 검은색 물방울 무늬가 있거나 코냑 빛이 감도는 색상도 추천되고 있다. 레미니슨스(무의식적인 과거의 재현)의 등장은 최대의 하이라이트가 될것으로 꼽히고 있다.웃옷이 길면 스커트를 짧게 하고 웃옷을 짧게 하면서 통이 크고 긴 나팔바지를 입는,옷의 장단이 주는 조화가 눈여겨볼만 하다는 것이다. 비틀스와 비바시대의 런던같은 느낌을 주면서 히피족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남녀가 함께 입을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철사같이 가느다란 곡선에 중점이 주어진다. 보르도산 포도주가 주는 자주색,보라색,갈색 등의 다양한 색이 사용된다.옷감은 벨벳이나 트위드,모피 등의 화려한 재질이 사용될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다움을 강조한 디자인과 첨단의 테크노 컬러의 이용도 빼놓을수 없다.단순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여성들의 유연함과 우아함을 줄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검정색과 흰색은 물론 푸른색,붉은색,오렌지색등의 원색을 이용한 테크노 컬러는 운동복의 상징이 되리라는 전망들이다. 이밖에 여성복 제조업체인 스트리트 레트로는 70년대의 레미니슨스와 미래풍의 조화를 올해의 패션경향으로 꼽았다.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로리타는 검은색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수 있는 보라색,청록색,진한 녹색등을 올해의 색깔로 정했다.그리고 아일랜드 풍의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모직 벨벳 등의 소재가 많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컬러가 다양하고 합성섬유와 첨단기술을 사용한 스키용품은 연령을 가리지않고 애용된다는 것이다.
  • 현대무용가 김복희(이세기의 인물탐구:118)

    ◎부딪치는 모든 인연을 안무주제로/한지·상여·전통악기 등 우리것 춤속 용해/동서의 모든것 혼합·파격… 「한국적 춤」 고수 「변치않는 경상도 사투리」 「70년대의 몸매와 90년대의 몸매」 「풍경을 만들줄 아는 멋쟁이」 「우정」 「시시한 평문은 무시하기」 「뛰어난 음악 감식안」 「생선요리와 채소선호」 「연습때는 호랑이」 「작품에 임할때는 독」 이는 무용평론가 김영태가 김복희와의 20년 교류를 정리한 「김복희의 열가지 특징」이다. 김복희는 자신의 예술을 성취하기 위해 절대로 소극적이지 않다.어느 부분에서도 「호랑이」와 「독」의 요소를 속속들이 지니고 있다.정열적으로 자신을 설명할줄 알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승부근성이 대단하다.그의 춤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고 부딪치는 모든 인연」을 안무의 주제로 삼으면서 어떤 무대에서나 「정서적으로 안정된 한국적 춤」을 고집한다.그의 춤은 이른바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자료들, 이른바 백의와 한지와 탈 상여 부채를 끌어내고 대금 징 목탁과 구음을 춤에 인용하고 있다.또 자료와 자료들을 서로 접목시키거나 동서의 모든 것을 뒤섞어 보기도 한다.그리고 이 모든 것을 파격하고 다시 용해시켜 춤의 탄성을 확고하게 확대해 나간다. 이광수소설을 원작으로한 「꿈,탐욕이 그리는 그림」에서의 대금과 첼로의 대비가 그랬고 서서히 역사의 뒤로 사라져가는 고려의 이미지를 윤이상의 「이미지」에 접목한 「반혼」이 그 한예이다.그중에서도 대작 「꿈,…」은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의 조각」들이 현실의 가상공간으로 유도되는 과정을 오버랩과 자막으로 처리하면서 불균형과 비대칭으로 해탈과 초월에 이르는 경지를 경건하게 그리고 있다.이 춤은 지난 95년,푸미폰 아둔야뎃태국국왕 즉위50주년을 맞아 태국정부가 마련한 기념공연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그의 극미한 거동조차도 춤의 흐름이며 춤의 다이내믹스와 짜임새가 놀라울만치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저돌적이면서도 앞장서는 행동은 71년 이화여대를 졸업하던 해부터 시작된다.그가 현대무용을 본격적으로 접하던 60년대 말의 우리의 현대무용은 육완순이 미국에서 배워온 마사 그레이엄과 호세리몬의 테크닉이 전부였다.그 시절에 스승을 떠나 독립한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그는 『예술의 세계와 사제지간은 별개』라고 선언하고 동기생인 김화숙과 스승의 문하를 떠났다. ○대학졸업때 독립선언 「우리만의 한국적 현대무용」을 만든다는 각오로 전통악기나 살풀이가락을 춤에 맞추거나 한국적인 정중동과 서구적인 역동성을 도입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를 이룩하기 위해 긴 세월을 모색으로 보냈다. 그때의 첫무대가 불교적 색채가 짙은 「법열의 시」다.공연이 끝나자 『현대무용의 새로운 시각이다』 『아니다.저것이 무슨 현대무용이냐?』는 호평과 비난이 엇갈렸고 결국 「구성상의 재치가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계속 선보여 「자신들의 세계를 투철하게 성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예술은 체험의 산물」이라는 말에서 출발된 그들의 협력작업은 「예술가는 항상 자신에게 귀기울이면서 자신이 들은 것을 스스로 기록해야 한다」는 에머슨의말에 공감하여 지난 92년부터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그때부터 김복희는 그동안 축적된 자신의 세계를 솟구칠듯 분출시키면서 「오리지널 김복희춤」을 연속적으로 발표해 나갔다. 「십우도」를 바탕으로하여 「인간본성의 상실과 억제,정열과 정열의 파멸」을 심층있게 파헤친 「아홉개의 의문,그리고」를 비롯,그리움이 하나가 되어 한송이 꽃에 이르는 「국화옆에서」와 인체를 산이나 강에 비유한 「진달래꽃」,역시 종교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장승과 그림자」는 인간의 현란한 삶이 「장승」이라는 목신의 유구함에 비해 아무것도 아닐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으로 무용계의 호평받았다.평론가 김경애의 「평소 불교적인 소재의 작품을 많이해온 김복희의 일련의 작품에서 또다른 탁월한 능력을 인정하게 된다」는 평이 이를 뒷받침한다. ○「법열의 시」가 첫무대 그가 불교적 의식과 분위기를 좋아하게 된것은 대학 4학년때 우리의 전통악기를 사용한 작품 「탑」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부터다.절에서 울리는 북이나 종소리를 녹음해 오기도 하고 석가탑다보탑 등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실감하기 위해 그는 요즘도 자주 지방여행에 나선다. 그는 대구중심가인 상서동에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다.과수원을 하던 아버지는 완고한 편이었으나 어머니가 무용을 좋아해서 두딸중 장녀인 그에게 무용을 가르쳤다.6살때부터 함귀봉무용연구소에 다녔고 정소산 최희선을 거쳐 수도여사대 김남주 교수에게 발레를 배우기도 했다.자신의 무용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지 배운다는 욕심에서 그는 대학에 와서도 현대무용외에 김진걸의 「산조」,육태환의 「탈춤」을 사사했고 「반드시 춤은 몸으로만 춘다」는 타성에서 벗어나 「몸으로 내는 모든 소리와 움직임은 춤」이라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불교적 소재 즐겨 사용 사업을 하는 김규현씨와의 사이엔 딸만 둘,74년부터 살고있는 연남동자택에서 가야금과 관음보살상이 걸린 서가에 앉아 그는 강의와 공연이 없는 날은 하루종일 탈춤을 연구하고 무당춤의 동작에 파고들어 새로운 동작을 창조하는데 천착한다.그의 저서에서 「춤은 끊이지 않고 의미를 바꾸면서 암시적이면서도 포괄하기 어려운 고리를 형성시킨다」고 한것처럼 그는 강렬한 창작력이 샘솟는 가운데 「가장 감정적이고 지적인 경험」을 그의 새로운 작품에 살려내려는 것이다. 「몸을 움직일수 있고 춤을 출수 있을때까지 무대에 서겠다」는 그의 의지는 「춤을 춤으로도 보고 춤을 소리로도 듣고 춤을 그림으로도 생각하면서」 언제나 「열려진 감각으로 사물과 자연과 풍속과 세태를 감지」하는 자세를 지킨다.그리고 김영태의 지적대로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은 변치않지만 그의 춤만은 끊임없이 변하고 흐르고 움직이면서 긴 인고와 고뇌끝에 마침내 「춤은 아름답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이제 한국현대무용언어를 정립한 시점에서 「그만의 의식을 위해」「인생의 자유를 표현하기 위해」 밤새 천둥소리를 이긴 또다른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그는 현란한 창조의 빛을 무대에 흩뿌리고 있다. □연보 ▲1948년 대구출생 ▲71년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제1회 현대무용발표회 「법열의 시」외 ▲74년 이대 대학원 졸업,이대 강사 ▲75년한양대 전임강사,제2회 현대무용발표회 「춘향이 이야기」외 ▲79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남불) 개인공연 ▲80년 브뤼셀 암스테르담 개인공연 ▲80∼85년 서울대 연세대 강사 ▲81년 대한민국무용제 참가 ▲82년 미국 LA개인공연 ▲83년 일본 ’83무용작가협회 특별공연(도쿄 도라노몬홀) ▲84∼85년 소극장운동 전개 ▲85년 파리 국제무용제 참가 ▲86년 현대춤협회 회장 ▲87년 파리 피에르카르댕극장 개인공연 ▲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 「혼돈」안무,서울국제무용제 참가 ▲89년 대한무용학회 부회장 ▲90년 멕시코 세르반티노시티 축제참가 및 5개 도시순회 공연 ▲91년 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서울예술단 「영혼의 노래」 안무 ▲92년 원광대 대학원(철학) 졸업 ▲93년 예술의 전당 개관기념공연 ▲94년 경기대 대학원서 박사학위,스페인 마드리드 라빌라문화센터 초청공연 ▲95년 태국국왕제위 50주년기념 페스티벌초청공연,광주비엔날레 축하공연 ▲96년 멕시코문화원초청공연,김복희무용단 창단25주년기념공연 〈저서〉「현대무용 테크닉」(80년) 「무용창작」(83년) 「무용론」(86년) 〈수상〉대한민국무용제우수상(79년) ’87최우수예술가선정 대한민국무용제 안무상(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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