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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에 침투한 미국문화의 실체 조명/더글라스 켈너의‘미디어문화’

    ◎미 대중문화에 중독된 무분별한 소비 꼬집어/추상적 문화담론 아닌 구체적 이론방향 제시 엄청난 전파력을 지닌 할리우드 영화,마돈나 같은 팝스타의 뮤직비디오와 랩음악,컴퓨터시대의 사이버 펑크,MTV….우리는 온통 미국문화가 우리의 여가와 일상의 담론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우리에게 가장 ‘세계화’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미국의 대중문화를 가장 높은 가격에,가장 신속하게 수입해,가장 무의식적으로 소비해버리는 대중문화 소비의 장인지도 모른다.이 시점에서 움베르토 에코가 ‘철학의 미국화’를 우려하고,대중의식의 할리우드화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 문화가 전지구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주변의 문화,특히 미국문화를 좀더 ‘알고 즐길수’있게 해주는 인문교양서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도서출판 새물결에서 펴낸 ‘미디어 문화’(더글라스 켈너 지음,김수정·정종희 옮김).1980∼9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현상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미국적인 것’의 정치적·사회적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클린턴 정부는 스스로 보수주의적 구상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왔다.‘레이거니즘’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도 정치적 공감대이자 이 시대의 지배담론으로서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게다가 줄곧 우파적 입장을 고수해온 싱크 탱크들과 출판물들은 미국의 현실을 권위적으로 진단한다.할리우드의 영화들은 지적으로 여성과 페미니즘을 공격하면서 무제한의 남성권력과 과장된 남성성(machismo)의 괴기스러운 형식들을 찬양하고 있다.또 ‘백인 남성 편집증’은 재담 코미디에서부터 라디오 토크쇼에 이르는 모든 문화환경 속에 명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보수주의자들의 문화적 도발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 책은 ‘람보’‘탑건’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들의 독해를 통해 미국의 보수주의 담론이 어떻게 재생산되는가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영화의 이데올로기는 이미지·시각형상·장면·장르적 코드·그리고 전체의 서사를 통해 전달된다.영화 ‘람보’에서 카메라의위치선택과 조명은 실베스터 스탤론을 신화적인 영웅으로 틀지운다.그의 빛나는 이두박근과 깎아놓은 듯한 육체,강인한 신체구조에 맞춰진 카메라의 초점은 그를 남성의 전형적인 도상으로 만든다.반면 여성 캐릭터는 창녀이거나 베트남 반군 여성의 경우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람보의 조수에 불과하며 주로 유혹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나타난다.할리우드의 정형화된 시나리오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미국의 혁명적 보수주의는 국가에 반대하고 보수적 가치들을 신봉하는 개인주의적 영웅이 등장하는 ‘스타워즈’‘인디아나존스’‘슈퍼맨’‘코난’ 등과 같은 영화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이데올로기다.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은이는 스필버그의 일부 영화에는 아도르노가 ‘바보들의 형이상학’이라고 불렀던 ‘멍청한 신비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주장도 펴 눈길을 끈다.스필버그는 너무 자주 관객들로 하여금 도피주의적 환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며 중간계급의 가치체계와 전통적인 신화적 영웅들을 보수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디어 해독능력(media literacy)을 키워 진보와 민주주의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실천적인 태도를 보여준다.그런 점에서 추상적 문화담론이 넘쳐 흐르는 오늘날,우리에게 사회이론과 결합된 구체적 문화분석의 전범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 책은 ▲미디어 문화가 과연 우리시대의 지배적인 문화형태라고 단정지을수 있는가 ▲랩음악에서 사이버 펑크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를 미디어 문화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는 것이 가능한가 ▲현대의 하이테크 미디어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세계의 수많은 지역에서 미디어 문화는 과연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 단국대 박인기 교수 ‘작가란 무엇인가’ 펴내

    ◎문학의 생산자 작가 그들은 누구인가/미셸푸코 등 11명의 작가관 수록/시대별 의미변화 양상 비교 고찰 작가라는 뜻의 영어 ‘오서(author)’는 ‘작품을 구상하고 실현시키는 자’라는 의미의 라틴어 ‘아욱토르(auctor)’에서 유래했다.오서는 중세를 거치며 권위(authority)라는 말과 지속적인 연상관계에 놓이게 됐다.세계를 신이 저술한 텍스트로 보고 그 의미를 해석해내는 권위있는 자가 저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그러나 점차 텍스트의 배후에 놓여 있는 작가,곧 개개의 창조물 배후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작가의 개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작가의 천재성이나 천분,개성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적 작가관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란 무엇인가.우리는 흔히 문학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생산자인 작가의 개념에 대해서는 무신경증상을 보여왔다.그러나 20세기 들어 낭만주의적 작가관에 대한 반론이 고개를 들고,심지어 문학이 과연 존재해왔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시점에서 작가의 개념을 살피는 일은 더없이 중요한 문학의 과제다.최근 단국대 국문과 박인기 교수가 엮어낸 ‘작가란 무엇인가’(지식산업사)는 이러한 지적 요구에 답하는 의미있는 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문학텍스트가 갖는 상품적 가치의 문제는 전면에 부상했다.이에 따라 작가라는 말에 언어수공업자·생산자·기록자·구성자라는 중립적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 또한 두드러졌다.이 책에서는 미하일 바흐친·발터 벤야민·얀 무카르조프스키·모리스 블랑쇼·레나토 포졸리·롤랑 바르트·미셸 푸코·레이먼드 윌리엄스·재니트 월프·알렉산더 네하마스·콜린 맥케이브 등 금세기 최고의 문학연구자 11명의 글을 통해 작가와 텍스트의 의미변화 양상을 고찰한다. 롤랑 바르트는 1968년에 발표한 글 ‘저자의 죽음’에서,미셸 푸코는 담론의 차원에서 저자의 기능을 살핀 글 ‘저자란 무엇인가?’에서 각각 ‘저자의 죽음’을 이야기했다.그들의 관점에 의하면 현대의 작가들은 무의식적인 충동에 따라 좌우되는 분열된 자아,혹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은근히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사람이다.그 이후 자기일관적이고 목적적이며 자기결정적인 인간주체로서의 작가의 기능을 탈중심화하려는,심한 경우에는 제거해 버리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게 됐다.이제는 고전이 된 발터 벤야민의 ‘생산자 차원의 작가’나 모리스 블랑쇼의 ‘권력과 영광’ 등의 글이 현대적인 사회구조와 출판시장에서 작가가 갖는 의미와 위치를 점검한 글이라면 레나토 포졸리의 ‘예술가와 현대세계’는 현대사회에서의 전위예술 내지 모더니즘과 작가의 관계를 논한 선구적인 글이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시각을 일관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의 ‘저자’로 일컬어진다.이것이 바로 1950년대 프랑스의 ‘영화수첩(Cahiers du Cinema)’파에 의해 발전된 ‘저자의 정치학’의 핵심이다.이 책에는 콜린 맥케이브가 이런 입장에서 문학에서의 저자 문제를 다룬 글 ‘저자의 보복’이 실렸다.이 글에서 맥케이브는 벤야민의 변증법적 비평론을 토대로 다른 예술,특히 영화와 관련지어 저자의 문제를 다룬다.철자나 문자중심의 저자 논의에서 벗어나 있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 서점엔 지금 ‘이집트 바람’/역사소설 람세스 돌풍에 자극

    ◎‘나일강의 예언’ 등 출간 잇따라/현대인들 내면의 고대향수 반영 국내 독서계에 이집트바람이 거세다.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대하 역사소설 ‘람세스’가 50만부 이상 팔리는가 하면 새로운 ‘이집트소설’들이 잇따라 출간되거나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현재 나와 있는 책은 ‘람세스’의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가 쓴 ‘나일강의 예언’(예문)과 스페인의 시인 발렌티 고메스 이 올리베르 등이 지은 ‘마지막 파라오’(창작시대사).이어 크리스티앙 자크의 ‘태양의 여왕’과 ‘투탕카멘 사건’이 문학동네에서 9월까지 나올 예정이며,역시 크리스티앙 자크의 작품인 ‘이집트인 샹폴리옹’과 ‘이집트의 판관’을 한길사와 열린책들에서 각각 선보인다. ‘나일강의 예언’은 미국인 이집트학자인 주인공 마크 워커가 아스완 나이 댐과 이슬람교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을 사건전개의 축으로 삼는다.작가는 파라오의 나라를 위협하는 아스완 댐과 광신적 이슬람교를 “회색의 차가운 두 괴물”로 생생하게 형상화한다.고대 이집트의 사건과 인물에 천착해온 자크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현대의 이집트를 배경으로 해 눈길을 끈다.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미덕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입체적 리얼리티를 갖고 있다는 점.자크는 현대의 이집트를 고대 이집트와의 끝없는 연장선상에 놓고 그린다.따라서 이 소설에는 고대 이집트가 현대의 이집트에 미치는 카리스마적 영향력과 신비의식,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고대에의 향수,민족 혹은 원형추구와 회귀본능,집단무의식 등의 요소가 다른 어떤 이집트소설 보다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나는 정신적으로 고대 이집트인이다”라는 자크 자신의 고백을 가장 정직하게 구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파라오’는 고왕국 시절의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대하 역사소설.이집트 고왕국 제6왕조의 마지막 황제 페피 2세는 위대한 제국 이집트의 파라오로 정의롭게 살기 위해 애쓴다.그러나 그는 결국 민중봉기로 몰락해가는 왕국을 두고 눈을 감는다.이 작품은 페피 2세의 일대기를 추적해 나가는 형식을 빌어 기원전 2200년경 이집트의 사회·정치상을 그린다.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이 작품에서 묘사된 민중봉기를 “인류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작가는 이같은 ‘민중혁명’의 불길이 타오를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다양한 요소들을 밝혀 고대 이집트와 ‘민중의 시대’에 살고있는 현대 독자들 사이에 정신적 다리를 놓는다.이 소설은 이집트 고왕국 말기와 페피 2세 사후 200년 동안 지속된 혼란기의 역사가 기록된 낡은 파피루스를 토대로 쓰여졌다.역사학자들은 이 파피루스를 ‘혁명의 파피루스’라고 부른다.작가가 이 작품을 “5%의 픽션이 가미된 고고학적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역사의 먼지가 두텁게 쌓인 채 아득하게만 느껴져 오던 고대 이집트.그것은 이제 더이상 빛바랜 신화속에 머물러 있지 않다.최근 ‘이집토매니아’란 말을 낳을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는 ‘이집트소설’들은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한 역사적 실재감을 안겨 준다.
  • 사이비 작가/장윤우 성신여대 교수·공예가(굄돌)

    생활속에서 우리가 두뇌를 통해 의식하는 부분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예술가는 의식 밑에 있는 것,잠재의식과 무의식까지도 끌어올려 형태를 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영국학자 허버트 리이드는 말했다.능력의 뒤에는 피나는 노력과 고뇌가 수반되기에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게 되며 작품은 존중된다.각종 미술행사와 공모전시가 성행하면서 좁은 관문을 통과하여 작가로 데뷔하거나 수상작가로서 뽑내고 싶어한다.이른바 관전으로서의 국전,시도미술대전,공예대전 등의 비좁은 문과 독주에 낙망하거나 반발하여 생겨난 민전이 갈수록 늘어간다.문제는 유명무실한 민전과 출신작가들에게 있다.서울·중앙·동아·한국등 큰 언론기관 주최의 공모전은 확실한 기준과 연륜으로 역량있는 작가배출에 기여하기에 큰 평가를 받지만 기반이 취약한 군소단체에서 마구잡이로 남발하는 양산 작가들의 행태는 옥석을 가려내지 못하는 대중에게 보이잖는 피해를 끼친다. 서글픈 현실은 돈으로 상을 주고 받거나,작품이 대가로 오간다고도 한다.능력도 없으면서 그렇게나 예술가로 자처하고 싶은가.각종 국내외 전시에 초대되었거나 입상했다는 약력을 즐비하게 달고서 작품전인지 상품전인지 모를 수준미달의 판매전과 자기PR에만 열을 올린다. 빈독이 더 요란하다.두뇌속이 비어있을수록 허장성세가 심하다.표절작으로 입상취소되거나 심사의 불공정도 심심찮게 오르내린다.어느 서예공모전에서는,문예작품도 같은 방법으로 후보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백일장 형식으로 옥석을 가려낸다는 말도 들린다.사이비작가는 얼굴을 붉혀야 하고 난립한 유명무실의 공모전은 지양되어야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겸손함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가의 고독.유일무이한 걸작 한점을 위해서 필생을 거는 작가정신이 그립다.
  • 에이즈 복수극(외언내언)

    젊은 에이즈 환자가 여러차례 수혈을 하고 마음대로 접촉도 하며 돌아다닌 것이 알려져 이른바 「에이즈 복수극」의 충격을 재현하고 있다. 관리당국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다.그러나 에이즈 환자라 할지라도 본격 발병전에는 멀쩡한 육신으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므로 그들의 행동을 당국이 관리한다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일정기간마다 스스로 진료신고를 하게 하고 점검하는 것이 고작이니 올때 오지않으면 독촉하고 안되면 찾아보는 정도일 것이다.형사범을 쫓는 경찰처럼 관리할 기능도 없고 그런 일은 또다른 인권문제에 저촉될 수도 있을 것이다.신고와 점검이 제대로 이뤄진다해도 환자가 은밀하게 하는 행동까지는 「관리」되기 어렵다.더구나 머리속에 있는 「복수극」까지를 투시해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래도 인력을 많이 투입해서 환자의 동태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연구도 활발히 하여 치료에 대한 희망을 줄수 있으면 「신고」의 의무를 준수하게 하는 요인도 될수있다.그렇게되면 극단적인 행동을 예방하는 효과도 클수 있다.그러나 우리현실은 아직 거기 많이 못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그렇다 보니까 거듭되는 「복수극」의 위협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가까운 장래에 장담할 수 있는 해결책도 없어보여 더욱 암담하다.그런 가운데서나마 몇가지 생각해볼 일은 있다.우선 이른바 「복수극」이라는 시각이다.이말에는 에이즈환자를 적으로 보는 무의식이 깔려있다.더불어 사는 이웃으로는 용인하지 못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당하는 측에게는 매우 가혹하게 들리는 용어다.그러므로 그 용어가 비슷한 행동을 충동일수도 있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수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그들과 함께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긴요하다고 생각된다.에이즈환자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 병에 대해 성한 사람이 조심해야 할 점도 있지만 환자를 위해 성한 사람이 배려해야 할 일도 많다.그런 노력이 사회가 기울일수 있는 노력이다.사회가 투병을 함께하는 노력을 보이면 자신이 당한 불행을 「앙심」으로 바꾸는 노여움같은 것을 줄일수도 있을 것이다.
  • 희곡작가 이현화(이세기의 인물탐구:129)

    ◎조직속에 마멸되는 소시민 아픔 고발/냉소적인 풍자로 날카로운 현실비판/겸손한 신사지만 할일과 할말은 다해 이현화는 조용한 사람이다. 모션이 크지 않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방의 심층에 스미듯 접근하여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친밀한 존재로 끝까지 남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괴팍스러움을 과시하지 않지만 범상한 인물 또한 아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시시한 것을 용납하지 않고 책임지고 자신의 세계를 펼친다고 믿는다.그래서 그의 작품을 선택하려는 연출가들은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이현화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만 그는 연출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협의 과정에서도 연출가의 의도를 이해하여 작품을 왜곡시키거나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영합하지 않는다. 그와 많은 작품을 해온 연출가 채윤일은 『일류교육을 받은 정상적인 직업인에다 손색없는 연극인,훌륭한 가장이지만 그에게는 원만한 구석이 없어보이고 자신의 작품을 보호하는데 편집광적」이라고 했다.그러나 일단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면 배우와 연출가의 몫으로 모든 것을 돌린다. ○연극반 후배와 화촉 그는 언제봐도 겸손하고 예의바른 신사다. 어떤 일에서는 한 템포 뜸을 들이고 어눌한 편이지만 할말은 다하고 할일은 다하고야 만다.그의 작품만 봐도 알수 있다.작품속에 담긴 작의에는 임의성과 작의성이 도사리지만 그 모든 진행에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른바 무대위에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형식을 떠나 생생하고 직접적인 실체험과 생체험으로 관객에게 접근하여 감정에 충격을 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두 쌍의 기이한 남녀가 벌이는 「쉬­쉬­쉬­잇」이나 「누구세요?」는 언뜻 보면 일상적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사랑의 부재를 그리고 있는것 같지만 실은 거대한 조직사회에서 마멸되어가는 소시민의 아픔을 파헤치고 있다.문제작 「0.917」역시 성인들의 일상적 삶의 무의미함에 의표를 찌르고 있지만 인간의 무의식속에 잠재된 원천적 리비도를 표출하여 그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억압을 그리고있다.이른바 수면에 떠오른 민초의 존재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속에 잠재된 무진장의 힘이 수면에 떠오를 때의 예측할수 없는 위기감과 돌발사태에 대한 경고다.0.917이란 빙산이 잠수되어있는 부분과 수면위에 나타나있는 부분의 비율이다. 「불가불가」나 「카덴짜」같은 역사극도 논리적 전개와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 이전에 「훼절을 요구하는 왕」과 「절개를 굽히지 않는 신하」의 고문을 반복적으로 감행하여 작품전체에 「가학성」을 부각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그리고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서 역사의 흐름이 잘못되게한 책임은 「그것을 저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있으며 그것은 수백년이 지난 오늘,「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자신」임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이현화는 날카롭다.「연극은 더이상 거짓되고 피상적 현실의 사실묘사일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평론가 심정순은 「그 기법과 개념이 프랑스의 앙토낭 아르토의 잔혹극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연극평론가 김방옥도 지난 75년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어온 그의 「누구세요?」를 보고 「아직도 이만한 작품이 다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현화에게는 다행인지 모르나 우리 연극계로서는 불행한 일」이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그의 희곡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의 성장과정이 기묘하게 맞물려 있음을 짐작할수 있다. 그는 먼저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해방과 함께 월남한 실향민이다.한글교육 1세대에다 초등학교 3학년때 6·25를 만났으며 중학교입시로 상급학교에 진학했고 고교 3학년때 4·19,대학 1학년때 5·16,군입대무렵에 6·3사태 등 시대의 고비고비를 가장 섬세한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맞고 있다.그래서 초기에는 냉혹한 사회구조속에서 소멸되어사는 현대인의 자아상실문제와 정체성의 불확실성에 주력하고 80년대에 접어들자 부도덕한 조직에 짓밟히는 민초의 삶,짓밟혀도 짓밟혀도 일어서는 끈질긴 생명력에 조명하고 있다. 서울 효자동에서 운수업을 하던 이문호씨의 3남2녀중 넷째.서울중학시절 누님이 권해준 「한국문학전집」속에 실린 유치진의 희곡을 읽고 「소설이나 시보다 더 재미있는 문학장르」에 반해서희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 「1970년」이란 어느때보다 행운의 해였다고 기억한다.그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당선했고 한국방송공사(KBS)에 입사했으며 군제대후 연세대에 복학해서 연희연극회에 영어연극반을 신설,스트린드 베리히의 「이스터(부활제)」를 연출하다가 여주인공 엘리노어역을 맡았던 후배 이영자씨를 만나 결혼했다. 작품의 숫자는 많지않지만 그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질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수많은 상을 휩쓸게 된 것은 다양한 주제와 창작적 흥미에도 불구하고 사회성이나 역사성보다 개인적 삶의 의미를 심층있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언어사용은 간결하고 함축적이면서 약간의 냉소적 풍자와 함께 운문적이고 명료한 산문적 대사를 구사하고 있다.그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차원에서 이성적 논리에 호소하기 보다는 감각적·심리적 충격에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마다 숱한 화제 독창성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전통연극에서 얻어낸 영감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해내는 능력도 그만의 가공할 극작술과 무대의 실제를 잘 터득하고 있는 노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50대중반인 지금도 서정성과 낭만을 잃지않고 만년 소년같은 심성과 취미를 지키는 그는 새 작품을 쓸 때마다 반드시 새 만년필을 사고 그린색 잉크를 고집하여 컴퓨터나 노트북이 아닌 육필로 작품을 탄생시킨다.언젠가부터 수면속에서도 자신의 창작생활을 연장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여전히 조용하다.그러나 그의 사고는 앙칼지고 그의 실천성은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짚고 넘어갈 것은 반드시 짚어내면서 상대방의 가슴에 스미듯 접근하여 가장 진실한 정과 진리의 빛을 남겨준다.연극계의 비범한 존재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한 그는 눈부신 계절에 또 하나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위한 그 시작을 서두르고 있다. □연보 ▲1943년 황해도 재령 출신 ▲61년 서울고 졸업 ▲67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 ▲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요한을 찾습니다」 당선, 극단 광장공연(이진순 연출),KBS(한국방송공사) 입사,드라마PD ▲75∼80년 희곡 「누구세요?」 극단민중극장공연(정진수 연출) ▲1976년 중앙일보 창간10주년기념 문예작품모집에서 희곡 「쉬­쉬­쉬­잇」 입상,극단 자유극장공연(김정옥 연출),KBS 쇼PD ▲78년 희곡 「카덴짜」 극단 민중극장공연(정진수 연출) ▲78∼84년 희곡 「0.917」 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 ▲79년 희곡 「우리들끼리만의 한번」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 ▲81년 희곡 「산씻김」동랑레파토리극 극단 공연(유덕형 연출) ▲82년 KBS 교양PD,교양다큐멘터리 및 「문화가산책」 창설 ▲87년 희곡 「불가불가」 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대학극 「오스트라키스모스­도편추방」(서강대 연대 등 전국대학연극부에서 공연) ▲90년 희곡 「넋시」 국립극단공연(강영걸 연출),「산씻김」(이윤택 연출) 일본공연,KBS교양국제부장 ▲91년 「카덴짜」(정진수 연출) 일본공연 ▲96년 희곡 「키리에­위대한 위증」 극단 여인극장공연(강유정 연출),KBS위성방송부장 ▲97년 「키리에」 미주지역 순회공연,현재 한국방송공사 심의위원 〈수상〉 문학사상신인작품상(77년) 영화연극상·한국연극영화예술상·서울평론가그룹상(78년) 현대문학상(79년) 대한민국문학상(84년) 대한민국연극제및 서울극평가그룹 희곡상(87년) 동아연극상작품상·백상예술대상(88년) 〈저서〉 희곡집 「누구세요?」(예문관 79년) 「0.917」(청하출판사 85년) 불어판 「Unpossible,impossible(불가불가)」(프랑스 르밀러드줄 출판사) 등
  • 방송개발원 토론회… 김우룡 교수 주제발표문

    ◎방송의 선정·폭력성 규제장치 마련을/시간·프로그램 등급제 등 도입 바람직 방송의 문제를 방송인의 손에만 맡겨둘 수 없으며,방송사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이 나서 좋은 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이는 한국방송개발원(원장 엄효현)이 「우리 방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8일 하오2시부터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는 방송 대토론회의 주제발표에 나설 김우용 외국어대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우리 방송의 윤리적 과제­선정성과 폭력화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김교수 발표문을 요약한다. TV의 한 장르를 일컫는 「타블로이드TV」란 표현이 있다.90년대초 미국 폭스네트워크의 가십성 토크쇼 「A Current Affair」가 성공하면서 선정적 스토리,끔직한 범죄,섹스와 흥미위주의 가십성 프로가 범람하기 시작했다.바로 이런 타블로이드 현상이 우리 방송에도 크게 번지고 있다.뉴스의 연성화,다큐멘터리의 선정성,드라마의 비윤리적 묘사,토크쇼의 저질성 등이 이를 대변한다. 「트래시TV」란 말도 있다.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좀먹고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전도시키면서 말초신경적 흥미에만 초점을 두는 방송은 쓰레기와 조금도 다를바 없다.상업주의적 저널리즘 혹은 시장지향적 미디어는 수용자들의 정치적 무지를 촉구하고 정치적 정보나 상품광고에 대해 집단적인 동의를 조작해냄으로써 미디어 소비자를 수동화·습관화시킨다.의식보다는 쾌락을 추구하게 하고,역사의식 보다는 역사적 무의식을 지향하게 함으로써 가치관의 혼미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이 두가지 문제는 「TV망국론」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요즘 우리 TV프로는 통제불능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특히 드라마는 불륜·폭력·선정·사치가 난무하는 퇴폐경연장이 되고 있다.TV드라마의 불륜행각은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해 왔다.「아름다운 불륜」 시비를 낳았던 MBC 미니시리즈 「애인」의 힛트이후 각 방송사들은 앞다퉈 「기형적 사랑」을 다룬 멜로물을 선보이고 있다.TV의 성표현도 절제와 생략을 잊은지 오래다.성표현의 일상화 외에도 잔혹한 폭력장면 묘사가 빈번하다든가,조직폭력배나 범죄집단이 멋진 의리의 사나이로 잘못 투영되는 예가 많아 청소년들의 가치를 전도시키고 있다. 드라마뿐 아니다.라디오·TV 토크쇼들은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저속한 대화를 함부로 내보내고 있어 「미디어 포르노」현상을 부추기고 있다.이 프로들은 밤무대 쇼를 연상시키는 성적 농담,연예가십과 신변잡담에 침실·사우나·술집 등을 배경으로 삼아 방송의 품격을 해치고 있다. 매체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불과 10년 사이에 새 매체가 많이 등장했고,경쟁매체는 날로 늘어나는 데다 미디어의 새로운 부가서비스들이 생겨났으며,외국의 TV전파가 무방비상태로 우리 안방이 쏟아지고 있다.따라서 앞으로는 라디오·TV프로뿐 아니라 광고에서도 윤리문제가 많이 제기될 것이다. 방송은 영화·연극·소설·PC통신 등 다른 매체와는 달리 공공성 및 공익성을 앞세워야 할 당위성을 갖고 있다.때문에 좋은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PD나 기자의 윤리의식 제고에 기여할 세미나·워크숍·매뉴얼 발간 ▲미디어 소비자에 대한 교육 ▲방송사의 경영리더십확립 ▲저질방송 추방을 위한 적극적인 국민운동의 활성화 ▲방송위원회 심의제도 개혁 ▲매스컴 관련학과에 미디어윤리 교과 개설 ▲방송의 선정성·폭력성·저질성에 대한 정치권 차원의 관심 제고 ▲시간등급제 또는 프로그램 등급제 도입 ▲정부의 확고한 방송정책 입안 ▲비평의 활성화 등이 요구된다.〈정리=김재순 기자〉
  • 파리 패션쇼/올 가을 「갈색의 계절」 예고

    □「97 멋쟁이」 이렇게 입어라 ­장미·보라·부드러운 녹색 등 파스텔기법의 변화 가미 ­체크무늬·바지도 강세 ­고급직물 소재 유행 파리의 패션가가 부산하게 움직인다.지난 18일 고급의상 전시회인 오트 쿠튀르가 춘하복을 겨냥해 열린 데 이어 2월초에는 기성복인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가 이어진다. 이런 공개전시회에 앞서 지난 연말에는 인터셀렉션이 파리에서 열렸다.의상 하청업체들이 유통 및 판매상들을 대상으로 97∼98년 추동복 추세등을 설명하는 전시회다. 1년후의 패션 경향을 미리 정하는 자리이다.오트 쿠튀르와 프레타 포르테전시회의 경향을 점칠 수도 있다.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도미니크 페클레르씨는 인터컬렉션을 지켜보고 난뒤 올 연말이 갈색의 계절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색상이 급격히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다.갈색과 이어 베이지색이 주목받고 있다. 물론 검은 색은 디자이너들이 가장 즐기는 부동의 색깔이다.변화라면 장미빛,엷은 보라색,부드러운 녹색등으로 파스텔 기법을 가해 밝은 느낌을 주는 정도이다.여기에다 레이스나 얇은 명주망사,세로 줄무늬가 더해질 것이다. 전반적인 추세는 체크무늬가 많고 호화로운 직물을 많이 사용할 것으로 여겨진다.스커트보다는 실용적인 바지를 즐기면서 코트로 변화를 주는 현대적인 감각이 유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급 의상복은 예술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도시인의 기호에 맞춰 점점 변화하고 있으며 변화할 것이라고 페클레르씨는 설명한다.저녁의 파티에 입고갈 복장을 사무실까지 입고 가는 「금요일 파티복」같은 실용성을 가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유행할 기성복의 경향은 대략 5가지.우선 영국풍이 유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무릎까지 오는 스커트에다 스코틀랜드풍의 스웨터,허리를 졸라매는 벨트,V자를 거꾸로한 문양의 코트등이다.색상은 엷은 보라색이나 베이지색이 잘 어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다음이 현대적인 감각.60,70년대 유행했던 저지 스웨터와 지퍼달린 상의,늘어뜨린 점퍼등이 체크와 스트레치무늬를 혼합하면서 현대적이고젊은 감각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이다.갈색 바탕에 검은색 물방울 무늬가 있거나 코냑 빛이 감도는 색상도 추천되고 있다. 레미니슨스(무의식적인 과거의 재현)의 등장은 최대의 하이라이트가 될것으로 꼽히고 있다.웃옷이 길면 스커트를 짧게 하고 웃옷을 짧게 하면서 통이 크고 긴 나팔바지를 입는,옷의 장단이 주는 조화가 눈여겨볼만 하다는 것이다. 비틀스와 비바시대의 런던같은 느낌을 주면서 히피족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남녀가 함께 입을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철사같이 가느다란 곡선에 중점이 주어진다. 보르도산 포도주가 주는 자주색,보라색,갈색 등의 다양한 색이 사용된다.옷감은 벨벳이나 트위드,모피 등의 화려한 재질이 사용될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다움을 강조한 디자인과 첨단의 테크노 컬러의 이용도 빼놓을수 없다.단순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여성들의 유연함과 우아함을 줄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검정색과 흰색은 물론 푸른색,붉은색,오렌지색등의 원색을 이용한 테크노 컬러는 운동복의 상징이 되리라는 전망들이다. 이밖에 여성복 제조업체인 스트리트 레트로는 70년대의 레미니슨스와 미래풍의 조화를 올해의 패션경향으로 꼽았다.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로리타는 검은색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수 있는 보라색,청록색,진한 녹색등을 올해의 색깔로 정했다.그리고 아일랜드 풍의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모직 벨벳 등의 소재가 많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컬러가 다양하고 합성섬유와 첨단기술을 사용한 스키용품은 연령을 가리지않고 애용된다는 것이다.
  • 현대무용가 김복희(이세기의 인물탐구:118)

    ◎부딪치는 모든 인연을 안무주제로/한지·상여·전통악기 등 우리것 춤속 용해/동서의 모든것 혼합·파격… 「한국적 춤」 고수 「변치않는 경상도 사투리」 「70년대의 몸매와 90년대의 몸매」 「풍경을 만들줄 아는 멋쟁이」 「우정」 「시시한 평문은 무시하기」 「뛰어난 음악 감식안」 「생선요리와 채소선호」 「연습때는 호랑이」 「작품에 임할때는 독」 이는 무용평론가 김영태가 김복희와의 20년 교류를 정리한 「김복희의 열가지 특징」이다. 김복희는 자신의 예술을 성취하기 위해 절대로 소극적이지 않다.어느 부분에서도 「호랑이」와 「독」의 요소를 속속들이 지니고 있다.정열적으로 자신을 설명할줄 알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승부근성이 대단하다.그의 춤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고 부딪치는 모든 인연」을 안무의 주제로 삼으면서 어떤 무대에서나 「정서적으로 안정된 한국적 춤」을 고집한다.그의 춤은 이른바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자료들, 이른바 백의와 한지와 탈 상여 부채를 끌어내고 대금 징 목탁과 구음을 춤에 인용하고 있다.또 자료와 자료들을 서로 접목시키거나 동서의 모든 것을 뒤섞어 보기도 한다.그리고 이 모든 것을 파격하고 다시 용해시켜 춤의 탄성을 확고하게 확대해 나간다. 이광수소설을 원작으로한 「꿈,탐욕이 그리는 그림」에서의 대금과 첼로의 대비가 그랬고 서서히 역사의 뒤로 사라져가는 고려의 이미지를 윤이상의 「이미지」에 접목한 「반혼」이 그 한예이다.그중에서도 대작 「꿈,…」은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의 조각」들이 현실의 가상공간으로 유도되는 과정을 오버랩과 자막으로 처리하면서 불균형과 비대칭으로 해탈과 초월에 이르는 경지를 경건하게 그리고 있다.이 춤은 지난 95년,푸미폰 아둔야뎃태국국왕 즉위50주년을 맞아 태국정부가 마련한 기념공연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그의 극미한 거동조차도 춤의 흐름이며 춤의 다이내믹스와 짜임새가 놀라울만치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저돌적이면서도 앞장서는 행동은 71년 이화여대를 졸업하던 해부터 시작된다.그가 현대무용을 본격적으로 접하던 60년대 말의 우리의 현대무용은 육완순이 미국에서 배워온 마사 그레이엄과 호세리몬의 테크닉이 전부였다.그 시절에 스승을 떠나 독립한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그는 『예술의 세계와 사제지간은 별개』라고 선언하고 동기생인 김화숙과 스승의 문하를 떠났다. ○대학졸업때 독립선언 「우리만의 한국적 현대무용」을 만든다는 각오로 전통악기나 살풀이가락을 춤에 맞추거나 한국적인 정중동과 서구적인 역동성을 도입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를 이룩하기 위해 긴 세월을 모색으로 보냈다. 그때의 첫무대가 불교적 색채가 짙은 「법열의 시」다.공연이 끝나자 『현대무용의 새로운 시각이다』 『아니다.저것이 무슨 현대무용이냐?』는 호평과 비난이 엇갈렸고 결국 「구성상의 재치가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계속 선보여 「자신들의 세계를 투철하게 성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예술은 체험의 산물」이라는 말에서 출발된 그들의 협력작업은 「예술가는 항상 자신에게 귀기울이면서 자신이 들은 것을 스스로 기록해야 한다」는 에머슨의말에 공감하여 지난 92년부터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그때부터 김복희는 그동안 축적된 자신의 세계를 솟구칠듯 분출시키면서 「오리지널 김복희춤」을 연속적으로 발표해 나갔다. 「십우도」를 바탕으로하여 「인간본성의 상실과 억제,정열과 정열의 파멸」을 심층있게 파헤친 「아홉개의 의문,그리고」를 비롯,그리움이 하나가 되어 한송이 꽃에 이르는 「국화옆에서」와 인체를 산이나 강에 비유한 「진달래꽃」,역시 종교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장승과 그림자」는 인간의 현란한 삶이 「장승」이라는 목신의 유구함에 비해 아무것도 아닐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으로 무용계의 호평받았다.평론가 김경애의 「평소 불교적인 소재의 작품을 많이해온 김복희의 일련의 작품에서 또다른 탁월한 능력을 인정하게 된다」는 평이 이를 뒷받침한다. ○「법열의 시」가 첫무대 그가 불교적 의식과 분위기를 좋아하게 된것은 대학 4학년때 우리의 전통악기를 사용한 작품 「탑」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부터다.절에서 울리는 북이나 종소리를 녹음해 오기도 하고 석가탑다보탑 등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실감하기 위해 그는 요즘도 자주 지방여행에 나선다. 그는 대구중심가인 상서동에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다.과수원을 하던 아버지는 완고한 편이었으나 어머니가 무용을 좋아해서 두딸중 장녀인 그에게 무용을 가르쳤다.6살때부터 함귀봉무용연구소에 다녔고 정소산 최희선을 거쳐 수도여사대 김남주 교수에게 발레를 배우기도 했다.자신의 무용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지 배운다는 욕심에서 그는 대학에 와서도 현대무용외에 김진걸의 「산조」,육태환의 「탈춤」을 사사했고 「반드시 춤은 몸으로만 춘다」는 타성에서 벗어나 「몸으로 내는 모든 소리와 움직임은 춤」이라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불교적 소재 즐겨 사용 사업을 하는 김규현씨와의 사이엔 딸만 둘,74년부터 살고있는 연남동자택에서 가야금과 관음보살상이 걸린 서가에 앉아 그는 강의와 공연이 없는 날은 하루종일 탈춤을 연구하고 무당춤의 동작에 파고들어 새로운 동작을 창조하는데 천착한다.그의 저서에서 「춤은 끊이지 않고 의미를 바꾸면서 암시적이면서도 포괄하기 어려운 고리를 형성시킨다」고 한것처럼 그는 강렬한 창작력이 샘솟는 가운데 「가장 감정적이고 지적인 경험」을 그의 새로운 작품에 살려내려는 것이다. 「몸을 움직일수 있고 춤을 출수 있을때까지 무대에 서겠다」는 그의 의지는 「춤을 춤으로도 보고 춤을 소리로도 듣고 춤을 그림으로도 생각하면서」 언제나 「열려진 감각으로 사물과 자연과 풍속과 세태를 감지」하는 자세를 지킨다.그리고 김영태의 지적대로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은 변치않지만 그의 춤만은 끊임없이 변하고 흐르고 움직이면서 긴 인고와 고뇌끝에 마침내 「춤은 아름답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이제 한국현대무용언어를 정립한 시점에서 「그만의 의식을 위해」「인생의 자유를 표현하기 위해」 밤새 천둥소리를 이긴 또다른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그는 현란한 창조의 빛을 무대에 흩뿌리고 있다. □연보 ▲1948년 대구출생 ▲71년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제1회 현대무용발표회 「법열의 시」외 ▲74년 이대 대학원 졸업,이대 강사 ▲75년한양대 전임강사,제2회 현대무용발표회 「춘향이 이야기」외 ▲79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남불) 개인공연 ▲80년 브뤼셀 암스테르담 개인공연 ▲80∼85년 서울대 연세대 강사 ▲81년 대한민국무용제 참가 ▲82년 미국 LA개인공연 ▲83년 일본 ’83무용작가협회 특별공연(도쿄 도라노몬홀) ▲84∼85년 소극장운동 전개 ▲85년 파리 국제무용제 참가 ▲86년 현대춤협회 회장 ▲87년 파리 피에르카르댕극장 개인공연 ▲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 「혼돈」안무,서울국제무용제 참가 ▲89년 대한무용학회 부회장 ▲90년 멕시코 세르반티노시티 축제참가 및 5개 도시순회 공연 ▲91년 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서울예술단 「영혼의 노래」 안무 ▲92년 원광대 대학원(철학) 졸업 ▲93년 예술의 전당 개관기념공연 ▲94년 경기대 대학원서 박사학위,스페인 마드리드 라빌라문화센터 초청공연 ▲95년 태국국왕제위 50주년기념 페스티벌초청공연,광주비엔날레 축하공연 ▲96년 멕시코문화원초청공연,김복희무용단 창단25주년기념공연 〈저서〉「현대무용 테크닉」(80년) 「무용창작」(83년) 「무용론」(86년) 〈수상〉대한민국무용제우수상(79년) ’87최우수예술가선정 대한민국무용제 안무상(90년)
  • 「페미니즘 소설」 활짝 피다/올 문단의 「보이지않는」 큰 수확

    ◎복잡 다면성의 삶속 여성의 문제 접근 활발/「염소를 모는…」·「블루 버터플라이」 등 주목받아 96년 문단의 보이지않는 수확의 하나로 뭐니뭐니해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페미니즘 소설의 약진이다.90년대 들어 하나둘 나타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여성주의 문학이 올들어 폭죽터지듯 만개했다. 여성의 시각으로 억압의 체험을 들춰내는 이같은 소설이 새삼 주목받는 것은 여성문제에 한층 다채롭게 접근,심화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예전의 작품들이 변두리로 밀린 여성문제를 끌어내기 위해 자의식 강한 여성의 극단적 얘기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삶의 복잡한 다면성을 인정하고 여성문제도 그 속에서 풀어내려는 현실적 접근이 부쩍 늘었다. 올 하반기엔 전경린씨의 주목받은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차현숙씨의 첫 장편 「블루 버터플라이」와 소설은 아니지만 공지영씨의 산문집 「상처없는 영혼」 등이 여성주의적 시각을 강하게 드러내며 주목받았다.최근 1∼2주동안만도 이청해씨의 신작소설집 「숭어」,김민숙씨의 장편 「시간이 마술을 걸어온다면」,이경자씨의 「황홀한 반란」 등이 페미니즘 성황을 이뤘다.얼마전엔 남성작가 김원우씨도 가부장제하에서 일부일처제의 허위의식을 벗긴 「모노가미의 새얼굴」이라는 장편을 내놓아 여성억압이 더이상 여성소설가들만의 고유소재가 아님을 보여줬다. 이처럼 양이 축적되면서 페미니즘 소설들도 개성의 편차를 다양하게 드러내고 있다.무엇보다 날선 공격성과 턱없는 피해의식이 수그러들고 여성문제를 삶의 무한히 복잡한 갈등의 하나로 접근하려는 다원주의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블루 버터플라이」는 부부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은 남녀 두쌍을 정신분석 상담실로 끌어들여 남성위주의 왜곡된 성통념에 다치는 것은 여성과 남성 모두라는 사실을 무의식 층위에서 파헤친 점이 독특했다.「염소를 모는 여자」의 경우 까만 우산을 받치고 염소를 몰며 아파트를 뛰쳐나오는 기혼녀라는 한국문학사상 드물게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낳았다.이청해의 신작 작품집 「숭어」에 실린 단편들은 배운 여자들의 예각적 자의식이기일쑤였던 여성문제가 소시민의 삶으로까지 내려와 부대끼는 모습을 푼푼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페미니즘 소설의 「공세」수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자 역으로 경계어린 반작용도 커지고 있다.작가 이문열씨는 「세계의 문학」 가을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신작장편 「선택」에서 조선후기 한 양반집 아낙을 내세워 「여성해방론자」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고 작가 유순하씨도 산문집 「참된 페미니즘을 위한 성장」을 펴내 페미니즘에 대한 훈계를 보탰다.성격은 좀 다르지만 아버지가 가정에서 죽은 이름이 돼버렸다며 아버지의 권위를 되찾자는 소설들이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한 것에도 이같은 경계심리는 깔려있을 법하다. 아무튼 안팎에서의 이러저런 도전앞에서 페미니즘 소설은 더 깊은 문학성과 정치한 방법론으로 인간보편의 문제를 끌어안는 주류문학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전환기에 놓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화니와 알렉산더·페드라/저무는 이 가을… 불멸의 명화와 함께

    ◎페트라­67년 「죽어도 좋아」로 국내 개봉 큰 인기/하니와 알렉산더­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대역작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영화팬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던 명화 두편을 만나는 행운을 맞는다.오는 16일 나란히 극장가에 오를 작품은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한 「페드라」와 잉그마르 베르히만감독의 대작 「화니와 알렉산더」.이 가운데 「페드라」는 지난 67년 「죽어도 좋아」란 제목으로 국내에 개봉돼 큰 인기를 얻은 영화로 한 세대를 건너 새로운 팬들을 다시 찾아왔다. ▷페드라◁ 금기인 사랑,그러나 운명적으로 타올라 끝내 파멸로 마감하는 사랑을 그린 그리스영화.그리스신화의 비극을 현대에 재구성한 이 작품은 스스로 전설적인 고전이 되었다. 그리스 해운왕의 딸 페드라(멜리나 메르쿠리 분)는 해운업계 실력자 타노스(라프 발로네)와 재혼한다.타노스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 알렉시스(앤터니 퍼킨스)가 있다.『알렉시스를 그리스로 데려오라』는 남편의 말에 따라 페드라는 런던으로 가 그를 만난다.스물넷의 청년 알렉시스와 그의「새 어머니」인 서른네살의 페드라.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관계를 잊은채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둘은 일단 헤어지지만 곧 그리스에서 재회한다.더 이상의 사랑을 거부하는 알렉시스,게다가 그를 자신의 조카딸과 결혼시키려는 남편의 계획은 페드라를 질투에 눈멀게 한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와 알렉시스의 대사,자동차 질주의 소음들이 뒤섞인 영화음악 「굿바이 요한 세바스찬」은 지금껏 팬들에게 사랑받는 곡.이 음악이 깔린 장면,해변도로를 질주하다 바다로 뛰어드는 신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일듯.멜리나 메르쿠리와,히치콕작 「사이코」로 유명한 앤터니 퍼킨스의 연기는 마력을 뿜어낸다.1962년작 흑백필름이지만 지금 보아도 감각이 떨어지지 않는다. ▷화니와 알렉산더◁ 위대한 영화예술가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자신의 40년 영화인생을 정리해 만들었다고 공언한 작품.탄생과 죽음,사랑과 증오 등 삶의 갖가지 모습을 3시간이 넘는 화면 속에 펼쳐냈다. 그의 작품이 대부분 인간의 내면심리,신과 인간의 관계,꿈·무의식등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난해한 기법에 담아 표현한데 비해 이 영화는 인물과 스토리 중심으로 엮어 「비교적 쉽다」는 평을 듣는다. 3대가 모여사는 엑달일가는 대대로 극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이다.첫째 아들 오스카의 자녀인 알렉산더,화니 남매는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그러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진 뒤 어머니는 자신을 위로해 준 목사와 재혼한다.어머니를 따라 목사 집으로 들어간 알렉산더남매에게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차갑고 어두운 세계가 기다린다. 영화에서는 상반되는 두 세계,곧 따스하고 인간적인 엑달가정과 냉혹하고 위선적인 목사집안이 극명히 대비된다.그럼으로써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라는 주제가 더욱 또렷이 드러난다.1984년작.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이 개관 1주년 기념으로 마련했다.
  • 학점 온정주의(외언내언)

    한총련 사태가 심각했던 무렵 일단의 학생들과 토론을 벌여본 일이 있다.비록 운동권에 들지는 않았지만 「운동권 학우」들에 대한 정신적 부담 때문에 심정적 동조를 하는 듯한 학생이 의외로 많아 보였다. 이를 테면 무의식중에 운동권 학우편을 드는 것으로 일종의 부재증명을 마련하려는 학생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았다.그런 학생들은,학생들의 「폭력운동」과 당국의 「과잉진압」을 닭과 달걀로 비유하는 식이었다.그것은 닭과 달걀의 논리가 아니고 법질서를 어긴 것에 대한 법질서 회복의 논리라는 점을 그들은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몇몇 대학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된 학생중 시험을 볼 수 없었거나 출석일수가 모자라는 학생들에게도 학점이 주어진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교수들에게도 학생들에게서 발견되는 어떤 종류의 「면죄부」용 관대함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학점관대하기는 매우 위험한 「온정주의」다.얼핏 미덕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책임 일 뿐이다.타협주의로 현상을 모면하는 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학사를 엄격하게 관리하자면 학생들에게 미움도 사고 때로는 시련과 박해까지도 각오해야 한다.특히 운동권에서 주동역을 하는 학생들은 이미 정치활동에 들어선 사람들이다.그런 학생들에게 학사를 타협하는 것은 정치에 「굽힌 것」과 같다. 교수들의 이런 「굽힘」은 바로 학생 자신을 망치거나 해롭게 하는 일이다.배우지않고 학점을 받는 일 자체의 부실성과 부도덕성을 해당 학생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이런 일은 검찰이 나서거나 사법적 개입을 하기보다는 학교의 교육적 기능이 다스려야 할 일이다.공부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고 출석하지 않고도 학업이 이수되는 대학은 좋은 대학일 수 없으므로 선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어른들은 이런 현실에도 깊은 사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임기우씨 평론집 「그늘에 대하여」

    ◎문학작품속의 「그늘」과 「주름」은 삶의 고통을 생명력으로 바꿀 힘/미당의 시는 불교정신과 거리 먼 「무갈등」/“거친육성이지만 박력 갖춘 비평세계”평 평론가 임우기씨가 「그늘」과 「주름」이라는 중심개념을 도입,지난 몇년간 꾸준히 써온 문학평론들을 단행본으로 묶어낸다.강출판사가 11월초 발간을 계획하고 있는 「그늘에 대하여」가 그것. 한데 묶인 7편은 지난 93년부터 문학지 등의 지면에 발표된 것으로 몇몇 글들은 상당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다.「그늘」이라는 비평잣대를 내놓는데서 그치지 않고 4·19이후 우리 문단이 서구이론에 기댄 자유주의적 이성중심주의 세력에 의해 지배돼왔다는 점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95년 발표된 「예술에 있어서 그늘」이라는 글에 따르면 「그늘」이란 세속의 신산고초를 통과한 끝에 다다른 「가슴속의 한,무의식의 바닥을 어른거리는 상처」같은 것으로 문학작품에서 삶의 고통을 생명력으로 변형시키는 동력이다.이같은 그늘의 틈마다 「심리적 상처가 덧난 섬세한 자리」인 「주름」이 생겨 주름의변화가 무쌍할수록 그늘이 무성해진다는 것. 한의 정서를 독일 심리학자 융의 무의식 개념과 결합한듯한 「그늘」을 주창한 이 글은 한국현대문단에 큰 영향을 끼쳐온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관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이에 앞서 나온 「〈매개〉의 문법에서 〈교감〉의 문법으로」(93년) 역시 4·19세대 세계관을 대표하는 작가 김승옥의 소설문체비판을 통해 로고스 중심주의 문학의 해체를 시도한 글. 또 「미당시에 대하여」(94년)는 미당시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에 진보진영조차 가세하던 차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는 점때문에 눈길을 끌었다.임씨는 미당의 시가 윤회,삼세인연 등 불교의 영향을 드러낸다지만 속세 중생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불교정신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은 무갈등성의 세계라고 맹공했다. 이밖에 작가 박완서·오정희·이문구씨,시인 김지하·기형도·박용래·백무산씨 등의 작품세계도 임씨는 자신의 「그늘론」을 잣대로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임씨가 한결같은 입장으로 최근 수년동안 써내려온 평론들을 모은 「그늘에…」는 거친 육성이지만 박력을 갖춘 비평세계를 보여준다.평론을 삶과 밀착된 자리에 놓으려는 임씨의 시도는 문학비평이 이론의 정교한 그물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는 신선한 해독제로도 읽힌다.하지만 비평의 방법들은 무수한 실제문학작품 분석을 통과하며 다듬어져야 설득력이 검증된다는 점에서 임씨의 평론작업이 보다 활기를 띠어야 한다는 것이 문단의 바람이다.〈손정숙 기자〉
  • 수면장애/신희영 서울대병원 교수·소아과(전문가 건강칼럼)

    ◎몽유증·악몽 등은 일시적… 치료 필요없어/간질경련과 구별이 힘들면 뇌파검사 해야 아이가 자다가 갑자기 울거나 소리를 지르며 이상한 행동을 하면 당황하게 된다.아이에게 일어나는 수면장애로는 잘 알려진 몽유병이라 하는 몽유증과 야경증·악몽을 들 수 있다. 악몽을 꾸는 아이 대부분은 그 꿈의 내용을 기억하기 때문에 달래서 다시 재우기가 보통 쉽지 않다.책상위에 귀신이 없는지 확인하라든가 무서우니 방에 불을 켠 채 있으라든가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다.악몽은 대체로 일시적으로 지나가며 따로 치료가 필요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질경련과 구별이 힘들면 뇌파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야경증은 대개 4∼12살에 나타나며 잠들고 30분이나 한두시간 지난 뒤 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계속 지르거나 울기 시작한다.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고 공포에 질려 호흡까지 빨라지며 땀도 흘리고 동공도 커진다.이런 상태가 3∼15분정도 계속되는데 그동안 눈을 뜨고 있지만 주위에 대한 인식이 없다.대개는 다시 잠이 들지만 깨더라도 기억하지 못한다.악몽은 대개 수면 후반부나 새벽에 보이지만 야경증은 수면 초반에 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야경증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 없어지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주일에도 몇번씩 나타나기도 한다.뇌파검사를 해보지만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자다가 일어나서 무의식적으로 걸어다니는 몽유증도 어린이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면장애현상이다.초등학교 학생의 15%가 한번씩은 몽유증을 겪고 1∼6%는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통계도 있다. 자다가 일어나서 걷는 동안 눈을 뜨고 있으나 동작이 느리고 말을 하더라도 분명하지 않다.때로는 옷을 입거나 문을 열거나 하는 등의 행동도 하지만 다시 쉽게 잠이 든다.몽유증도 특별한 치료는 필요없다.
  • 현대정신분석 비평/박찬부 지음(화제의 책)

    ◎독서통해 드러나는 무의식 탐구 문학과 정신분석학의 관계를 프로이트에서 라캉으로 이어지는 정통 정신분석 이론체계에 입각해 고찰한 책.지은이는 인간의 무의식과 그것의 언어적·이미지적 표상을 중심주제로 삼아 정신분석비평의 주요쟁점을 폭넓게 살핀다. 무의식의 문제를 다루는 정신분석비평의 방식에는 두갈래의 흐름이 있다.하나는 작가의 무의식을 밝혀 텍스트를 해명하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독자에 의한 텍스트의 의미창조를 강조하는 것이다.그러나 이 책은 이 두 입장을 모두 거절한다.대신 독서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텍스트의 무의식을 탐구하는,이른바 형식주의적 정신분석비평 모델을 제시한다.이 책은 또 고전주의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심리적 리얼리즘에서 자기반영적 리얼리즘까지 정신분석 문학비평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논제들을 다룬다.이를 통해 지은이는 문학이 정신분석학속에 있고 정신분석학이 문학속에 있는,두 학문이 서로 겹치고 맞물리는 상호포함관계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민음사 1만3천원.
  • 도서출판 열린책들 「프로이트전집」 내

    ◎‘작가’로서의 프로이트는 누군가/죽음에 대한 충동·여성동성애·문학비평/“그는 딱딱·고집” 편견과 오해 바로잡아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가 「정신분석」이란 용어를 처음 쓴 것은 1896년.그로부터 꼭 100년이 흐른 지금,그가 창안한 정신분석학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자 현상이라고 할 정도로 현대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하지만 프로이트의 이론은 인간의 심리를 연구대상으로 하고있는 만큼 접근하기 어렵고,여러 형태로 왜곡되기 쉬운 속성을 지닌다.때문에 프로이트는 『에로스의 해방을 주장한 학자』라든가 『이성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에만 몰두한 반이성주의자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적 대부』라는 식으로 종종 각색되기도 한다. 최근 「새로운 정신분석강의」「늑대인간」「창조적인 작가와 몽상」 등 1차분 3권이 나온 「프로이트전집」(도서출판 열린책들)은 프로이트에 대한 이같은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아 줄 의미있는 기획이다.특히 이 책들은 딱딱하고 고집스런 관념론자로서의프로이트가 아니라 문학적 역량을 지닌 작가로서의 프로이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주목된다. 1932년에 나온 「새로운 정신분석강의」(임홍빈·홍혜경 옮김)는 프로이트의 후기사상을 집약한 강의록.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특히 인격성의 구조나 불안,죽음에 관한 충동 등의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소개하는데 힘을 쏟는다.프로이트의 사상은 그의 저서 「쾌락의 원칙을 넘어서」(1920)를 기점으로 전기와 후기로 구분된다.인간의 마음을 의식과 무의식의 두 개념으로 설명하려 했던 것이 전기의 입장이라면 후기사상은 자아와 초자아,그리고 발생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이드(Id)의 삼각관계속에서 인간정신을 파악하려 했던 점이 두드러진다.또 후기에 들어서는 초기의 일원적인 에로스 충동론에서 벗어나 죽음에 대한 충동을 「반복강박」과 관련지어 해석한다.『억압이 불안을 낳는다』는 주장을 거둬들이고 『불안이 억압을 낳는다』는 새로운 명제로 나아간 것도 그의 후기사상의 한 특징.이 책에는 「꿈이론의 수정」「꿈과 심령학」「심리적 인격의 해부」「불안과 본능적 삶」등 7편의 글이 실렸다. 「늑대인간」(김명희 옮김)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방법을 통해 치료한 환자들의 증상을 예로 들어 여자 동성애,강박증,유아기 노이로제,편집증 등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밝힌 책.여기서 「늑대인간」이란 유아기 노이로제에 걸린 늑대 공포증 환자를 일컫는 별명이다.여성의 병에 대해서는 히스테리 문제에만 관심을 쏟던 프로이트가 양성간의 해부학적 차이에 따른 문제나 여성 동성애에 관심을 보인 것은 드문 일.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여성동성애가 되는 심리를 『누군가를 위해 세상의 모든 이성을 양보하고 돌아서 버리는 것』으로 설명한다. 「창조적인 작가와 몽상」(정장진 옮김)은 문학가로서 프로이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종의 문학비평서로 「세 상자의 모티프」 「두려운 낯설음」 「빌헬름 옌젠의 『그라디바』에 나타난 망상과 꿈」 등 9편의 논문이 실려있다.「세 상자…」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구혼자들이 세 개의 작은 상자를 앞에 놓고 선택을 하는 장면,「리어왕」에서 세 딸 가운데 선택되었어야할 마지막 딸의 문제,그림형제의 동화 「여섯 마리의 백조」나 「열두 형제」에 막내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죽음의 사신 등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인 해석을 시도한다.또 「두려운 낯설음」은 문학작품속에 드러난 이상하고 두려운 감정들을 미학적으로 탐구한 논문으로,「빌헬름…」은 프로이트가 처음으로 문학작품을 분석한 글로 관심을 끈다.「프로이트전집」은 내년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2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김종면 기자〉
  • 차현숙씨 첫 장편 「블루 버터플라이」 내

    ◎왜곡된 「성」/그 폐해는 ‘모두의 것’/어린시절 「상처」… 혼외열애의 피·가해자/그들이 벌이는 「구차한 사연」들과의 싸움 댁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급속한 성개방 바람,개인의 감정을 무엇보다 앞세우는 가치관의 변화를 타고 기혼자들의 혼외연애를 다룬 드라마가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는게 요즘의 실정.하지만 왜 이같은 현상이 생겨나고 그 구조가 사람살이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은 정작 드물다. 다음주 고려원에서 나올 젊은 여성작가 차현숙씨의 첫 장편소설 「블루 버터플라이」는 파괴된 결혼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면서 그 상처의 뿌리까지 손을 넣어 이를 어루만지고 넘어서려는 시도다. 소설에서 신경정신과 의사인 수익의 상담실을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무의식속에 불에 덴 흔적을 안고 있다.남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인물들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다.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뒤 무수한 유부남과의 성관계로 도피하는 채희는 열살때 친오빠에게 당한 성폭행을 온가족에게 숨겨야했다.자신의 연애를 묵과해달라며 아내 지원에게 잔인한 민우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유능한 CF감독이지만 잘난 형들틈에서 항상 찬밥신세였던 성장과정의 소외감을 극복치 못한다.한편 누구보다 모범적인 가정을 꿈꿨다가 망가진 지원의 속에는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복수심이 깔려있었다.이들의 치료자로 나선 수익은 옛날 애인을 잊지 못해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집착으로 정작 자신이 정신병원 신세를 진 경험이 있다.모두 수익의 꿈속에 나타난 푸른 나비처럼 날고 싶으면서도 사회라는 투망의 그 많은 제약에 날개가 찢겨 주저앉은 이들의 사연이다. 94년 데뷔한 작가 차씨는 피폐한 의식의 30대 여성을 내세워 여성에게만 굴레를 씌우는 부당한 사회를 투영한 단편들을 써왔다.이같은 여성의 자의식은 이번 작품에도 여전하다.하지만 멍든 의식의 단면을 치열하게 포착해내던 단편에 비해 긴 이야기에 살을 붙여 끌고가는 호흡은 아직 투박한 것 같다.많은 이들의 개인적 상처를 구구절절이 늘어놓을뿐 이를 관통하는 모순된 통념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집어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채희도,지원도,수익도 불투명하면 그런대로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결혼과 불륜에 얽힌 그 많은 구차한 사연들과 애써 싸움을 벌이고 있다.차씨는 이들을 통해 억압적인 결혼제도와 공정하지 못한 성관념이 여성 한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깊은 칼자국을 낼 수 있는지를 아프게 들려주고 있다.
  • 무한경쟁·무한책임/김승경 기업은행장(굄돌)

    어떤 부모든 자기 자식에 대하여는 무한한 애정과 책임감을 갖는다.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보니 인간은 태어날 2세에게 주고 싶은 훌륭한 인자를 가진 이성에게서 미를 느낀다고 한다.아마 이러한 무의식적 욕망이 인류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한국 사람의 자식에 대한 애착은 남다른 데가 있다.우리 경제가 경이로운 초고속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우골탑」이라는 말이 보여주는 부모의 헌신적인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그런데 최근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일부 계층이기는 하지만 자기 자식이 남에게 조금이라도 뒤처질까봐 가정을 이룬 자식에게까지 과잉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가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이는 생존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식의 장래를 생각할 때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같다. 그런데 이러한 자식에게 갖는 무한책임감은 방향만 조금 바꾼다면 우리 경제가 또다시 고속성장 궤도에 들어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기업가와 근로자가 자기가 만드는 제품에 대하여 무한책임감을 갖기만 한다면 무한경쟁시대에 확실한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훌륭한 2세를 얻기 위하여 배우자 선택에서부터 신경을 쓰듯 제품의 설계에서 생산,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식을 낳아 기르는 심정으로 하면 될 것이다.사실 자식이야 어느 정도 장성할 때가지만 돌봐주면 되지만,무생물인 제품은 완전 폐기처분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경제 국제화에 따라 외국 제품과 무한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모 가전업체가 자사제품에 일부 결함이 발견되자 대상 제품 모두를 「리콜」하겠다고 나선 것은 자기 제품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느끼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 기업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는 제품에 대하여 무한에 가까운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 같다.자식에게 쏟던 정성과 애정을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에도 쏟아야 할 때이다.
  • “혼수환자와 컴퓨터 대화”/영 런던왕립공대 교수

    ◎전극 「헤어네트」 머리에 장치/무의식 읽어내 치료에 큰도움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와 컴퓨터를 통해 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런던왕립공과대학의 스티브 로버츠 박사는 10일 버밍엄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과학진흥협회 연례학술회의에서 연구발표를 통해 전극으로 구성된 「헤어네트」를 혼수에 빠진 환자의 머리에 장치하고 이를 컴퓨터와 연결시키면 환자가 무의식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읽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로버츠 박사는 실제로 의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장치를 실험한 결과 이들이 머리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히고 예를 들어 이들이 손가락을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면 80%까지 정확하게 이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소설가 김채원(인물탐구:101)

    ◎틀·관념 거부… 투명·영롱한 문학세계 지향/산수화 같은 셈세한 묘사… 문단에 신선한 충격/새로운 언어·글쓰기 형식 찾아 고집스런 노력/파인 김동환·여류뮨인 최정희사이 출생… 언니도 소설가 김채원의 단편 「가득찬 조용함」은 4개의 파트로 나눠진 소넷 같은 소설이다.첫 패러그래프는 이렇게 시작된다. 「조그만 아이가 커다란 목욕탕에 들어앉아 오색공을 가지고 놀고 있다.아이의 머리통보다 조금더 큰 공이다.빨강·파랑·노랑·주황·초록으로 칠해진 공의 색채가 이 한낮을 바로 그런 색채의 무수한 조각으로 갈라놓고 있다」.「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과 가끔씩 불어오는 미풍이 그런 색채속에 휘말려 소용돌이」치듯 작가는 눈에 보이지않는 비실제의 색채를 만져지는 실제로 실천시키고 있다. 83년 김채원이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문학평론가 원형갑은 「이와 같은 섬세한 묘사의 세계는 산수화에서 느낄수 있는 녹차의 맛과도 같은 맛」「귀떨기를 스치고 지나는 가을 바람과도 같은 인간의 진지함을 돌이키게 된다」고 호평한바 있다.그리고 「그의 소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이미 겪었던 삶을 다시 살아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미지의 삶으로 우리를 유도하기때문」이라고 했다.「그의 예사롭지 않은 작가적 감수성」은 내적독백 무의식 잠재의식 패러디의 방법으로 「스토리라는 이데올로기에 매어있지않고」 「그의 주인공들은 스토리를 전제하는 가운데 살고있지도 않으며 다만 일상이 그려놓은 단조로운 기억과 환상위에 어렴풋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 형상위에 일상의 발자욱을 겹치면서 본래의 자취에다 진실의 밝은빛을 뿌려나간다」는 것이 평론의 요지다. ○스토리 전제않고 작업 김채원은 소설 「초록빛 모자」「겨울의 환」이 널리 알려져있으나 그의 소설을 대중적인 인기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일단의 평자들은 「그것에 남성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넓은 범주의 페미니즘 문학」으로 구분짓기도 한다.그러나 그는 「작가로서의 세계감각」과 「즉물적이고 즉사 즉시적인 생활문장」으로 그 어느것도 충실하게 현실에 대응하고 소설진행상에서도 장면과 장면의 연결보다는 「장면과 장면의 겹침으로 얻어지는 상황성의 포착에 성공」하고 있다.그리고 이 상황성을 강조하기 위해 문체의 다양한 변화가 유도되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88년에 발표되어 지금까지도 독자의 관심을 끌고있는 중편 「겨울의 환」은 나이 들어가는 한 여성의 갖가지 떨림을 음악에서의 안단테 칸타빌레와도 같은 우아한 필치로 받아낸 것이 특징이다. 한 여성의 떨림을 「시간과 삶」의 출렁거림에 실어서 흔들림과 설렘,두려움으로 함축시키고 그안에 센티멘토(정감)와 스케르초(해학)를 담아 운명에 대한 외경심과 운명지향성의 무게로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현실·초현실 넘나들어 최초의 장편소설인 「형자와 그 옆사람」에 대해 시인 김화영도 비슷한 의견을 개진한바 있다.「다른 대다수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중년에 접어드는 한 여자의 일상에 관한 이 소설은 목마르게 삶의 중심을 찾는 몸짓과 느닷없는 환상의 떨림이 미묘하게 교차되면서 박명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반추상의 우울한 그림을 이루고 있다」고 「해설」에 쓰고있다. 이어서 평론가 권영민의 「김채원의 소설속에는 작가자신의 의식의 그림자가 환상처럼 드리워져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가장 특이한 감성을 지닌채 일상의 테두리에서 언제나 머뭇거리고 있는 한 인간」이 작가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실려 현실과 초현실과 피안과 차안의 언덕을 자재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는 복합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형자와 그 옆사람」을 출간했을 당시 『현실적으로는 책이 많이 팔렸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그러나 『그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한사람도 만나지 말았으면』했고 때때로 『아주 다른류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두가지 마음에서 모순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는 찬물처럼 차갑고 풀잎처럼 연약해보이지만 고집이 센편이고 급진적이며 엉뚱한 면이 많아서 자신의 상상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의 상상은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고지식하게 밀어붙인다.이점은 일찍이 그의 소설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원로 황순원씨가 「어떤 틀이나 관념에 매이지않고 독자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호감이 간다」고 예고한 것을 뒷받침해준다. 김채원은 「국경의 밤」의 시인 파인 김동환과 「흉가」「탄금」등의 주옥같은 단편으로 1940년대 문단을 풍미한 여류 최정희사이의 딸로 언니인 김지원도 소설가다.본명은 「달속의 선녀」인 「항아」에서 딴 항란,문단에서는 드물게 미모의 자매로도 유명하다. ○한때 일서 교편잡아 그가 유년에 살던 집은 꽃과 나무가 많고 아침이면 꿩이 마당에 내려오던 「동숭동 낙산 바로밑의 외딴집」으로 전란에 시달린후 「왠지 지붕은 진흙같은 것을 이고 점점 무거워지고 기둥은 점점 가늘어져서 바람부는 밤이면 집은 밤새워 사력을 다해 바람과 싸워야했고」 「어머니는 매일밤 좀도둑때문에 아귀가 맞지않는 마루문에 커다란 못을 박고는 아침이면 장도리로 다시 못을 빼곤 했다」고 돌아본다.6·25가 나던해 그집에서 『아버지 파인은 인민군에게 잡혀갔고 어머니는 새벽이면 머리맡에 불을 켜놓고 글을 썼으며 그런 집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필연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그집이 우리를 품어 언니도 나도 글쓰는 사람으로 분만해 주었다』고 말한다. 한때는 절방에 누워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읽었고 이대 미대졸업후 일본에 건너가 도쿄에 있는 한국학교 미술교사,언니 김지원이 있는 뉴욕에 머물다가 다시 파리로 건너가 이응로 김창열씨등 파리화단의 화가들과 교분을 갖기도 했다.문단교류는 활발치 않으나 어머니 최정희여사가 살아계실때 그를 따르던 후배들의 모임인 정릉구락부의 이제하 김문수 서영은 김청조 김경옥 이재연 조문진 등과 친분이 있고 가족은 79년 시인 김영태의 중매로 만나 결혼한 백동규교수(아주공대 교수)와 그의 동화집 「장이와 가위손」의 「장이」인 아들 수장(고1)이 있다. 파인과 최정희의 후예답게 그는 「설익은 감을 씹듯 함부로 덤벼드는 혈기」나 「홍수와도 같은 구태의연한 이야기의 여울속에 허우적거리는 석연찮은」 여느 소설들과는 달리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처럼 투명하고 영롱한 문학세계」를 지향하여 소설을 발표할 때마다 의식있는 평자들의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한순간의 신선한 풍경 하나에도 소설을 찾아내어 「내면에 잠자고 있던 삶의 격정」을 일깨우고 「그만의 얘기,그만의 언어,그만의 접근방법으로 창의의 욕구」를 되살리는 작가다.「언제나 언어의 새로움과 소설형식면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그가 펼쳐낼 또다른 미지의 문학세계」는 시인 장석주에 의하면 「김채원이라는 작가를 가진 한국문학이 우리에게 베푸는 행복의 하나」가 아닐수 없다. 어떤 의견분분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의 소설에서 보이는 「이상스러운 차가움」,「비애에 가까운 차가움이 소설 도처에서 발견되는 때문」이며 들릴듯말듯 나지막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목소리속에 담긴 편광과도 같은 번뜩임,비실제조차 실제로 실현시키고야마는 진실을 향한 열정때문일 것이다. □연보 ▲1946년 경기도 덕소출생 ▲64년 이대부속고 졸업 ▲68년 이대 미대 회화과 졸업 ▲1972년 일본 도쿄 한국학교미술교사,도쿄(동경)대 외국인을 위한 클라스수업 ▲74∼75년 단편 「먼바다」「밤인사」로 현대문학소설 추천,도미,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 수업,단편 「얼음집」「자전거를 타고」「달의 손」발표 ▲76년 도불,김지원과의 자매창작집 「먼집 먼바다」(지식산업사)출간 ▲78년 귀국,단편 「밀월」「봄의 끝」발표 ▲79년 단편 「초록빛 모자」 「안개」 「나이애가라」발표 ▲1980년 단편 「가을 햇빛」 「산중기」 「묘약」발표 ▲81년 「오월의 숨결」 「물위에 어린 그림자」 「아이네 크라이네」 「오솔길로 가는 사람들」발표 ▲83년 단편 「공중에는 또하나의 다른 방이」 「가득찬 조용함」발표 ▲84년 작품집 「초록빛 모자」(나남)출간,단편 「애천」발표 ▲89년 중편 「겨울의 환」 「오후의 세계」발표,이상문학상 수상 ▲1990년 작품집 「봄의 환」(미학사)출간 ▲91년 중국여행,중편 「미친 사랑의 노래」발표 ▲92년 러시아여행,콩트집 「장미빛 인생」(작가정신)출간 ▲93년 수필집 「꿈꿀 시간 있으세요」(도서출판 전원),장편 「형자와 그 옆사람」(도서출판 창)출간 ▲94년 이라크와 지중해연안도시 여행,4인 에세이집 「사막,그리고 지중해에 바친다」(문학동네)출간 ▲95년 일본여행,작품집 「달의 몰락」(청아출판사)출간 ▲96년 장편창작동화집 「장이와 가위손」(한양출판)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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