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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컬 인사이드] 저염·저열량 ‘대시 다이어트’ 아시나요

    [메디컬 인사이드] 저염·저열량 ‘대시 다이어트’ 아시나요

    ‘생선·잡곡·채소·견과류 등 식단 추천소금 섭취 줄여 심장·혈관 기능 보전하루 1만보 이상 걷는 등 운동 필요금연·절주하고 식사 거르지 말아야 저(低)탄수화물·고(高)지방식’ 열풍이 불면서 건강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은 단기간에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유지하기 쉽지 않고,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낮출 때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시도하다 두통과 피로, 심한 피부발진, 요요현상을 호소하는 분도 있습니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등 전문가 단체가 한목소리로 이 다이어트법을 반대한 이유는 건강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은 ‘황제다이어트’ 창시자 엣킨스 박사도 2003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전례가 있습니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72세로, 몸무게가 116㎏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건강도 지키고 요요현상 부담 없이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식이요법은 없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대시(DASH) 다이어트’에 주목합니다. 건국대병원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대시 다이어트에 맞는 저열량 도시락을 일부 직원에게 점심으로 제공하고 효과를 측정했다고 합니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23 이상인 직원 40명을 프로그램에 참여시켰습니다. 일반적인 비만 기준은 BMI 25 이상입니다. A군 20명은 저열량식만 제공하고 B군 20명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칭찬과 함께 의견을 나누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집에서도 비슷한 식단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식사일기’를 쓰도록 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열량식 실천방안을 교육했습니다. ●요요현상 없이 전원 체중감량 3개월 뒤 A군은 평균 2.2㎏, B군은 4.4㎏을 감량했습니다. 가장 많은 체중을 감량한 직원은 12㎏을 줄였습니다.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감량하는 데 목적을 두는 분들이 보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40명 중에서 요요현상이 생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유정아 건국대병원 영양팀장은 4일 “한 달에 2㎏을 감량하면 보통 건강한 다이어트로 보는데, 다소 지치는 과정이긴 했지만 끝까지 한 명도 요요현상을 겪지 않은 점에서 다이어트 유지율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커뮤니티를 구성해 칭찬을 하고 서로의 의지를 북돋는 방법이 좀더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무엇을 먹었을까. 대시 다이어트는 사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발한 식이요법이 아닙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영양학자들과 만든 대시(DASH)라는 단어에는 ‘고혈압을 막는 식이요법’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식이섬유와 과일, 저지방 유제품, 단백질이 많고 지방질이 적은 생선과 닭을 많이 섭취하는 대신 소금과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당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골자입니다. 체중감량 효과가 많이 알려져 최근에는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보면 곡류는 잡곡밥으로 매끼 3분의2 또는 1공기 정도 먹고 포만감을 높이기 위해 나물이나 생채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건국대병원은 강황가루를 첨가한 현미밥, 잡곡밥 등을 제공했습니다. 국이나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유제품은 저지방이거나 무지방이면서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우유와 요구르트, 치즈 섭취를 권장합니다. 우유와 요구르트는 1컵 정도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살코기 식품과 햄 등 고지방 육류는 가급적 줄이는 대신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와 생선류를 적당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소금이 첨가되지 않은 땅콩, 호두, 잣, 해바라기씨도 제공합니다. 반대로 마요네즈나 버터, 설탕, 단 음료수, 사탕, 젤리 등은 가급적 적게 먹어야 합니다. 건국대병원은 대시 다이어트에 기초해 2000㎉를 하루 제공 열량 최대치로 보고 키와 몸무게, 성별에 따라 조절했습니다. 평균 제공 열량은 1600~1800㎉였습니다. 일반적인 한국인 권장 열량인 남성 2500㎉, 여성 2000㎉보다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소금을 줄여야 하는 까닭은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나트륨으로 이뤄진 ‘소금’입니다. 대시 다이어트 기준에 따르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3g 이하로 줄여야 하고 고혈압 환자는 1.5g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4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절반 정도로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김성권(서울K내과 원장) 서울대 명예교수는 “짜게 먹으면 나트륨 농도를 맞추기 위해 물을 많이 들이켜게 되는데, 요즘에는 물을 먹지 않고 당류가 많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비만이 생길 위험이 높은 데다 혈압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피자나 닭 튀김에는 많은 나트륨이 들어가는데 기름진 음식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짠 맛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무의식적으로 탄산음료에 손을 대는데 이것은 다시 비만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높아진 혈압은 심장의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관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을 상상해 보면 됩니다. 힘차게 혈액을 뿜어야 하는데 혈압이 높으니 심장근육이 강하게 움직여야 하고 더 빨리 지치게 됩니다. 신장도 혈압이 높아지면 서서히 망가집니다. 김 교수는 “고혈압이 있으면 20년 뒤 심장을 못 쓰게 되고 30년 뒤에는 신장을 못 쓰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혈압이 높지 않은 환자도 소금을 섭취하면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의 한 연구에서 뇌졸중 환자를 10년 관찰해 보니 혈압이 높지 않아도 소금을 많이 먹으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소금이 혈관세포를 위축시키기 때문인데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과도한 소금 섭취가 면역체계에 문제를 일으켜 아토피 피부염 같은 면역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시 다이어트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금연과 절주도 필수입니다. 유 팀장은 “사실 운동과 병행하지 않고 먹는 것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가급적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하루 1만보 이상을 걷도록 권했다”고 했습니다. 특정 음식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가만히 앉아서 체중이 줄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예 먹지 않고 굶는 것도 요요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왕좌의 게임’ 패러디한 광고 영상 ‘화제’

    ‘왕좌의 게임’ 패러디한 광고 영상 ‘화제’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광고 캠페인 영상이 화제다. 탄산수 제조기 브랜드 ‘소다스트림’은 최근 자사가 선보인 ‘수치 혹은 영광(Shame or Glory)’ 왕좌의 게임 패러디 영상이 공개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소비자에게 환경 보호 메시지를 쉽게 알리고자 기획한 이번 광고 영상은 공개 후 큰 주목을 받으며 29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1250여 건을 기록했다. 또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 채널의 ‘공유’ 횟수 및 ‘좋아요’ 수가 꾸준히 늘어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왕좌의 게임’의 ‘수치의 행진(walk of shame)’ 장면을 패러디한 이 영상에는 한 남성이 물이 담긴 플라스틱병을 사는 순간부터 수녀(셉타)에게 ‘셰임(shame/수치심)’이라는 외침을 들으며 사람들에게 조롱당하고 오물을 맞는 모습이 담겨있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전하는 것이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힘센 남자’인 토르 빈요른손을 비롯해 ‘왕좌의 게임’ 출연진과 소다스트림 CEO, 임직원 등이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소다스트림 관계자는 “환경 보호에 대해 함께 즐겁게 인식하고자 이번 광고를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플라스틱병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을 다양한 환경 캠페인 활동을 통해 알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영상=소다스트림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자본주의의 무기가 된 TV·광고·스포츠

    자본주의의 무기가 된 TV·광고·스포츠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오팡시브 지음/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360쪽/1만 8000원 현대인의 일상 패턴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루 종일 주어진 일을 하고 저녁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 앞에 앉아 리모컨을 누른다.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스포츠 중계를 보고 뉴스를 시청한다. 프로그램들 사이의 광고나 쇼핑채널을 보고 소비를 하고 휴가 때면 여행사의 상품을 구입해 관광을 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향유하는 대중문화가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기획된 메커니즘이라면 쉽게 동의할 수 있을까?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는 우리 시대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광고와 텔레비전, 스포츠, 관광이 어떻게 자본주의 지배논리를 대중에 주입하는지, 공동체의 일원인 대중이 어떻게 점차 무분별한 소비자로 파편화되는지를 파헤친다. 프랑스의 좌파단체 오팡시브 리베르테 소시알(OLS)이 펴내는 문화비평 계간지 ‘오팡시브’에 실린 평론과 대담을 묶은 건조한 문화비평서다. 책은 ‘텔레비전을 깨부수자’는 선동적인 구호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이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교육적인 역할도 한다고 생각하지만 텔레비전은 우리의 정신에 세뇌와 비슷한 효과를 미친다. 이처럼 텔레비전은 불과 몇십년 사이 의미와 사회적 규범, 집단 상상력 등을 생산해 내는 활동을 독점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광고는 보다 더 집요하게 우리의 신경정신망을 파고든다고 책은 지적한다. 사람들은 필요해서 어떤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기 위해 필요 없는 필요를 만들어낸다. 광고는 선택의 자유를 들먹이며 소비를 부추기고 개성을 찾고 싶으면 새로운 제품을 사라고 유혹한다. 광고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심리학, 인문과학, 뇌과학이 광고제작자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책은 강조한다. 텔레비전과 광고가 자본주의를 유지한다면 스포츠는 자본주의적 질서를 체화시키는 수단이다. 사람들은 스포츠를 통해 경쟁, 승자독식, 서열, 복종,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적 질서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규격화된 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한 관광여행 역시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의 확산이 낳은 대중문화의 발전은 기존 사회적 관계망을 해체하며 개인은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고립되고 파편화된 ‘소비 기계’로 전락한다고 책은 비판한다. 책은 ‘대중의 이익에 역행하는 대중문화’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의식을 되살릴 것을 제안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비정상회담’ 남궁인, 잘못된 의료상식 바로잡았다...내용 보니?

    ‘비정상회담’ 남궁인, 잘못된 의료상식 바로잡았다...내용 보니?

    ‘비정상회담’ 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가 잘못된 의료상식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가 잘못된 의료 상식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캐나다 대표 기욤 패트리는 “한국에서는 밤에 사과를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며 질문을 던졌다. 남궁인 의사는 “사과에 당분이 많아서 밤에 먹으면 소화가 덜 되기는 한다. 하지만 성분 자체가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인도 대표 럭키는 “여름에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말이 사실인지 궁금하다. 인도에서는 천장에 다 선풍기가 있다”고 말했고, 이에 남궁인 의사는 “절대 안 죽는다”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1920년대 우리나라에 선풍기가 맨 처음 들어왔을 때 전기를 아끼려고 어르신들이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멕시코 대표 크리스티안은 “건강검진할 때 수면내시경과 비수면내시경 중 어떤 것이 나은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남궁인 의사는 “수면내시경을 할 때 맞는 수면제가 건강에 나쁜 건 아니다. 그런데 수면제를 맞는 경우,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비수면내시경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무서워서 시도해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비수면내시경 경험자인 MC 전현무가 “위 내시경은 참을 만 하다. 그런데 대장 내시경은 너무 아프다”며 경험담을 털어 놓으며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JTBC ‘비정상회담’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강력 범죄 예측 빅데이터 ‘살인예비죄’ 낙인 딜레마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강력 범죄 예측 빅데이터 ‘살인예비죄’ 낙인 딜레마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말한다는 의미의 ‘예언’은 예로부터 과학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었다. 16세기에 살았던 노스트라다무스를 과학과 연관 짓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과학과 예언이 만나는 지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놓는 수많은 예측 즉 ‘과학적 예언’ 속에 살고 있다. 정보기술(IT) 및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데이터를 재분석하고 이를 통해 앞날을 예언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과학은 인류의 삶과 생활을 어디까지 예측하고 예언할 수 있을까. ●마트 진열대 올릴 물건부터 지진 예측까지 곳곳에 활용 과학이 예측하는 자연정보 중 가장 각광받는 것은 역시 지진 예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력 IT기업까지 나서 더욱 정밀하고 정확한 ‘예언’을 내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십 년간 쌓은 지진 데이터 및 이와 관련한 사건·사고 데이터 등을 3D그래픽으로 구현해 시대별, 계절별, 지역별 지진 특성을 파악한다. 또 이를 이용해 미래에 어떤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기도 한다. 과학적 예언이 미치는 영향은 날씨와 지진 등 자연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컨대 세계적인 유통기업인 테스코는 날씨가 좋은 날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샐러드나 빵의 재고를 늘린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를 많이 해 신선식품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본이 움직이는 산업 전반에도 과학적 예언은 필수가 된 것이다. 과학이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예언할 수 있는 바탕에는 다름 아닌 빅데이터가 있다. 빅데이터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분류된다. 4차 산업혁명이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며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산업혁명을 일컫는다. 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빅데이터이며 이 빅데이터가 우리 생활 전반을 예측하고 예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국 우범자 예측 프로그램 개발… 한국도 ‘프리크라임’ 준비 시장조사업체 IDC는 빅데이터 시장 규모가 2019년까지 연평균 23.1%씩 성장해 486억 달러(약 53조 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할 만큼 빅데이터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과학적 예언의 기초를 제공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빅데이터가 자살과 살인 등 강력범죄를 예측하고 막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영국 런던 경찰청은 2014년, 런던 전역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조직범죄 데이터를 기반으로 SNS 동향을 분석하고 우범자를 사전에 가려내는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했다. 이스라엘 역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15가지 구별요소로 얼굴 특징을 분석해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시험 운영 중이다. 독일에서는 한 IT 회사가 과거 범죄가 발생한 시간과 장소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가 발생할 장소를 사전에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실제로 독일 남부 바바리아주 경찰은 이 프로그램을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최첨단 치안 시스템인 ‘프리크라임’을 개발하고 2018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생체정보를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된 전자발찌를 통해 중앙관제센터가 맥박과 체온, 움직임 및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받고 과거의 범죄수법이나 이동패턴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재범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빅데이터, 더 나아가 각종 과학 기술이 예측하는 ‘예언’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이다. 미국 리처드 버크 펜실베이니아대 통계학 교수는 현재 인간이 출생하는 순간부터 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있다. 이 알고리즘은 단순히 범죄자의 재범을 억제하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판사가 보호관찰이나 가석방 대상자를 심사할 때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개인적인 감정의 기복 등으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버크 박사는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알고리즘에 포함되는 자료를 넣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이다. 알고리즘에 흑인이나 여성, 특정 지역에 대한 선입견을 미리 녹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특정인이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 자신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데, 이러한 마음이 ‘데이터화(化)’ 되지 않는 이상 그를 ‘미래의 범죄자’로 낙인찍은 예언을 취소할 방법이 없다. ●빅데이터, 특정 계층·인종에 범죄자 낙인 찍을 우려도 형법 255조에는 살인예비죄라는 것이 있다. 범죄의 실행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범죄준비행위 중, 특히 형법상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범죄와 연관됐다고 판단됐을 때 살인예비죄를 적용한다. 예컨대 칼을 소지하고만 있어도 특정 경우에는 살인예비죄에 해당될 수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 살인예비로 기소된 사람은 2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이들이 체포되지 않았다면,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신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똑똑한 알파고라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이 내놓는 예측이 강력범죄를 막는 데도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빅데이터에 활용될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도, 이를 분석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의 몫이다. 빅데이터나 AI가 인간의 판단력과 자제력까지 알아채고 분석하는 단계에 이르진 않았다는 뜻이다. 탄탄한 논리와 데이터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예언을 조금 더 냉정하게 보고 다뤄야 하는 이유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빅데이터 통한 ‘과학적 예언’, 어디까지 믿을 수 있니

    [송혜민의 월드why] 빅데이터 통한 ‘과학적 예언’, 어디까지 믿을 수 있니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말한다는 의미의 ‘예언’은 예로부터 과학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었다. 16세기에 살았던 노스트라다무스를 과학과 연관짓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과학과 예언이 만나는 지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놓는 수많은 예측 즉 ‘과학적 예언’ 속에 살고 있다. IT 및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데이터를 재분석하고 이를 통해 앞날을 예언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과학은 인류의 삶과 생활을 어디까지 예측하고 예언할 수 있을까. ▲지진부터 산업까지…과학적 예언과 생활, 그리고 빅데이터 과학이 예측하는 자연정보 중 가장 각광받는 것은 역시 지진예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력 IT기업까지 나서 더욱 정밀하고 정확한 ‘예언’을 내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십년 간 쌓은 지진 데이터 및 이와 관련한 사건·사고 데이터 등을 3D그래픽으로 구현해, 시대별, 계절별, 지역별 지진 특성을 파악한다. 또 이를 이용해 미래에 어떤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기도 한다. 과학적 예언이 미치는 영향은 날씨와 지진 등 자연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컨대 세계적인 유통기업인 테스코는 날씨가 좋은 날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샐러드나 빵의 재고를 늘린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신선식품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본이 움직이는 산업 전반에도 과학적 예언은 필수가 된 것이다. 과학이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예언할 수 있는 바탕에는 다름 아닌 빅데이터가 있다. 빅데이터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분류된다. 4차 산업혁명이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며,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산업혁명을 일컫는데, 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빅데이터이며, 이 빅데이터가 우리 생활 전반을 예측하고 예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데이터의 빛과 그림자 시장조사업체 IDC는 빅데이터 시장 규모가 2019년까지 연평균 23.1%씩 성장해 486억 달러(약 53조 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할 만큼 빅데이터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과학적 예언의 기초를 제공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빅데이터가 자살과 살인 등 강력범죄를 예측하고 막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영국 런던 경찰청은 2014년, 런던 전역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조직범죄 데이터를 기반으로 SNS 동향을 분석하고 우범자를 사전에 가려내는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했다. 이스라엘 역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15가지 구별요소로 얼굴 특징을 분석해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시험 운영 중이다. 독일에서는 한 IT 회사가 과거 범죄가 발생한 시간과 장소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가 발생할 장소를 사전에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실제로 독일 남부 바바리아주 경찰은 이 프로그램을 테스트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최첨단 치안 시스템인 ‘프리크라임’(Pre-Crime)‘을 개발하고 2018년 도입을 계획 중이다. 이 시스템은 생체정보를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된 전자발찌를 통해 중앙 관제센터가 맥박과 체온, 움직임 및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 받고, 과거의 범죄수법이나 이동패턴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재범 위험성을 실시간으로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빅데이터, 더 나아가 각종 과학 기술이 예측하는 ‘예언’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에 있다. 미국 리처드 버크 펜실베이니아대 통계학 교수는 현재 인간이 출생하는 순간부터 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있다. 이 알고리즘은 단순히 범죄자의 재범을 억제하는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판사가 보호관찰이나 가석방 대상자를 심사할 때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개인적인 감정의 기복 등으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버크 박사는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알고리즘에 포함되는 자료를 넣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이다. 알고리즘에 흑인이나 여성, 특정 지역에 대한 선입견을 미리 녹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특정인이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 자신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데, 이러한 마음이 ‘데이터 화’(化) 되지 않는 이상 그를 ‘미래의 범죄자’로 낙인찍은 예언을 취소할 방법이 없다. 형법 255조에는 살인예비죄라는 것이 있다. 범죄의 실행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범죄준비행위 중, 특히 형법상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범죄와 연관됐다고 판단됐을 때 살인예비죄를 적용한다. 예컨대 칼을 소지하고만 있어도 특정 경우에는 살인예비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뜻인데,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 살인예비로 기소된 사람은 2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이들이 체포되지 않았다면,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을 사람은 기소된 23명 중 몇이나 될까. 신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똑똑한 알파고라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이 내놓는 예측이 날씨를 예측하고 재고수량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강력범죄를 막는데도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빅데이터에 활용될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도, 이를 분석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의 몫이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이 인간의 판단력과 자제력까지 알아채고 분석하는 단계, 인간과 차별성이 전혀 없는 단계에 이르진 않았다는 뜻이다. 탄탄한 논리와 데이터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예언을 조금 더 냉정하게 보고 다뤄야 하는 이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의식과 무의식 경계에 있는 ‘그런 그림’

    의식과 무의식 경계에 있는 ‘그런 그림’

    붉은 하늘에는 돌처럼 생긴 것이 마치 구름인 양 떠다니고 군데군데 초신성의 폭발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별들이 생겨난다. 누런 땅 위에는 붉은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그 사이로 난 물길은 폭포로 달려간다. 거대한 운석이 막강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독특하고 낯선 풍경들은 얼핏 보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낸 것 같지만 붓으로 그린 유화 작품이다. 독특한 화면 이미지를 구현하며 작가적 인지도를 쌓고 있는 안두진(41)이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150호 이상의 대형 회화 3점을 포함해 신작 20여점을 소개하는 전시회의 제목은 ‘그런 그림’이다. 강렬한 색감과 입체적인 공간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그는 이미지와 쿼크를 결합한 ‘이마쿼크’라는 개념을 만들어 회화 작업에 적용해 왔다. “이미지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이미지가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에 있는 쿼크와 비슷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온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소와 같은 최소 단위의 복잡한 배열을 통해 만들어지듯이 미술이라는 장르도 최소 단위인 이마쿼크의 조합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발하고 독특한 생각은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캔버스 위에 그가 창조해 낸 풍경 속의 산과 들, 물과 바위, 구름과 무지개 등은 시각적으로는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와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고정적이고 세속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시각 정보는 실제가 아니라 훈련받은 결과일 수 있다. 그가 이번에 발표한 ‘닮은 것과 닮은꼴’은 풍경화 같지만 실제로는 기하학적 형태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산이라고 보는 것은 녹색 삼각형이다. 평평한 대지에 주홍색 바위가 줄지어 이동하는데 그 그림자도 삼각형이다.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반원의 색띠가 있고 하늘에는 자줏빛이 카오스처럼 전개돼 있다. 그는 “단순히 재현을 위해 무언가를 보여 주려고 그린 것이 아니고 이미지의 최소의 단위를 붓질로 나열해 쌓아 놓았더니 마치 풍경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최소의 단위에 충실하기 위해 붓은 가장 가는 1호만을 사용하고, 물감도 대부분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최소한 적게 섞어서 그림을 그렸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11월 8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화장실 집착하는 나…강박장애도 알고보면 ‘중독’

    [메디컬 인사이드] 화장실 집착하는 나…강박장애도 알고보면 ‘중독’

    국민 2~3% 앓는데 병원 방문 4~5%뿐병적 집착·특정 행동 반복·불안장애까지만성화 땐 치료 힘들어…가족 지지 중요 28세 남성 A씨는 좀처럼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합니다. 굳게 마음먹고 밖에 나갔다가도 이내 집으로 돌아오고 맙니다. 취직도 언감생심입니다. 그는 의료진에게 “화장실에서 변을 보면 몸에 묻을까 신경이 쓰여 밖에 나서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진료를 받으면서도 안절부절못합니다. 당장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했습니다. 그는 화장지로 뒤처리를 하고 난 뒤에도 몸에 변이 묻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변을 보고 난 뒤에는 샤워를 합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번화가로 나서야 한다면 공중화장실 위치부터 파악합니다. ‘씻지 못하면 속옷이라도 갈아입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변과 세균이 달라붙어 얼굴까지 올라올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부모는 “결벽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닦달했습니다. 아들의 병적 집착을 사실상 방치했고, 뒤늦게 병원을 찾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강박장애 환자를 방치하면 영원히 치료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사실 강박장애는 비교적 흔한 질환입니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2~3%가 강박장애를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대 환자가 가장 많고, 다음이 30대와 10대입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는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박장애 환자는 ‘병적 의심’이 더해집니다. 문을 열 때 장갑을 끼거나 문고리에 손을 얹지 못하고 심지어 문이 열릴 때 재빨리 빠져나가려다 몸이 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난 뒤 닫지 않아 주변의 질책을 받을 때도 많은데, 이미 손을 씻었기 때문에 다시 만지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외출하고 난 뒤 집에 돌아오면 문 입구에서 옷을 모두 벗고 들어가는 환자도 있습니다. 가스 밸브를 반복적으로 점검하거나 금을 밟지 않는 행위, 숫자에 집착하는 행위도 많습니다. 특정 물건을 일렬로 배열하거나 특정 순서대로 만지기도 합니다. 반복적인 성적 상상이나 행동도 큰 범주에서 강박장애에 해당될 때가 있습니다. 김찬형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인터뷰에서 “성적인 충동을 참지 못해 행동에 옮기는 경우도 있는데, 형사처벌이 진행되면서 강박장애 증상을 규명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종교에 심취한 독실한 신자가 갑자기 교회만 가면 욕을 하고 싶다는 신성모독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족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 강박적 행동은 강박적 사고를 지우기 위한 ‘방어기제’에 따른 것입니다.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나 행동을 일컫는 정신건강의학 용어입니다. 환자는 수시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특정 행동을 반복합니다. 행동을 한 뒤에는 잠시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질 않습니다. 일부 환자는 증상을 못 견뎌 약물과 알코올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가족에게도 강박적 행동을 강요하는 증상이 많아 가족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그러나 가족이 되레 환자를 압박하는 사례가 많아 가족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박장애 환자가 모든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완벽주의자’이며 깔끔한 일 처리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눠 보면 종종 융통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병을 단순히 성격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뇌’에 있기 때문에 환자를 강압해 성격을 개조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조철현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모든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학계는 생물학적 원인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라는 항우울제를 고용량으로 투여하고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주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자들에게 중요한 4가지 요소는 병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치료 의지, 가족의 지지, 조기 치료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미 자신의 강박적 행동이 비이성적이고 치료해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견뎌 내겠다”고 버티다 병이 만성화되면 치료 효과가 낮아집니다. 실제로 환자의 10~20%는 치료해도 거의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병원에 오는 환자는 4~5%에 그칩니다. 조 교수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종이 울리면 침이 나오는 것처럼 증상이 고착화되면 손을 쓰지 못한다”며 “강박적 행동과 사고가 기계 부품과 같이 마치 두 개의 짝처럼 맞아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도 “심지어 5~6년 동안 장기적으로 치료해도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환자의 절반에서는 우울증이 동반됩니다. 불안장애도 종종 함께 나타납니다. 가족이 증상을 이해하지 않고 압박하거나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을 할 때도 있습니다. ●장기 치료 필요… 조급증 가져선 안 돼 대부분 1년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한 병이지만 30% 정도인 경증 환자는 4~6주의 약물치료로도 서서히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조 교수는 “일부 환자는 증상이 금방 나아져 약물 투여량을 유지하다 점점 줄여 끊기도 한다”며 “그렇지만 꾸준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조급증부터 가져선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처럼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인지행동치료에서는 특히 환자의 치료 의지가 중요합니다. 손 씻기에 강박장애가 있다면 상담을 통해 서서히 손을 씻는 횟수를 줄이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기피하는 상황이나 물질에 노출시킨 뒤 반응을 자제하도록 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홍수요법’을 활용했지만 치료 효과가 높지 않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고 합니다. 홍수요법은 손 씻기 강박장애가 있는 환자를 극단적으로 많은 양이나 오랜 시간 오염물질에 노출되도록 하는 치료법입니다. 최근에는 문제가 있는 뇌 부위에 초음파를 쏘는 치료법도 개발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도움은 필수입니다. 환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병원을 방문해 병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에서 치료가 시작됩니다. 김 교수는 “강박장애도 사실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처럼 행동에 대한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른 중독 치료와 마찬가지로 병을 이해하려는 주변인의 노력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한선교, 유은혜 의원에 “내가 그렇게 좋아?”…더민주 女의원들 “당장 사죄하라”

    한선교, 유은혜 의원에 “내가 그렇게 좋아?”…더민주 女의원들 “당장 사죄하라”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진행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내가 그렇게 좋아?”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더민주 여성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선교 의원에 대해 “당장 사죄하라”며 “한선교 의원을 제소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더민주 여성의원들은 “한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차은택, 최순실이 뭔데 3주간 국감을 전부 그것을 도배하려 하냐’ 등의 지적을 하는 도중, 더민주 유은혜 의원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는 성희롱을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유은혜 의원과 야당의원들에 대해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고 오히려 훈계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의원의 이와 같은 행태는 여성에 대한 모욕이자 국회의원에 대한 능멸이며, 국정감사장의 국회의 권능을 모독한 것”이라면서 “불과 며칠전만 해도 국회 경위를 폭행해 수사를 받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였던 한선교 의원이다. 그 사과의 진정성이 거듭 의심되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여성의원들은 “우리 더민주 여성의원 일동 아직도 국회에 남아있는 일부 남성 국회의원의 몰지각한 여성비하적 발언과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성희롱 발언을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울러 국회의 권위를 저급한 수준으로 무시한, 무자격 의원에 대해 철저히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선교 ‘내가 그렇게 좋아?’는 학교후배라서?…유은혜 “성희롱 발언 대단히 불쾌”

    한선교 ‘내가 그렇게 좋아?’는 학교후배라서?…유은혜 “성희롱 발언 대단히 불쾌”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국감 중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성희롱으로 규정하며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의원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다. 한선교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대학 선배라서 긴장감을 놓친 것 같다”면서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고개를 돌리면서 푸념스럽게 했던 말이다. 유 의원께서 받아들이시기에 불쾌하시다면 정중하게 사과 드리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나는 재선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아직도 국회에 남아있는 일부 남성 국회의원의 몰지각한 여성비하적 발언,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성희롱 발언을 묵과할 수 없으며 이에 한선교 의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 의원은 ‘차은택, 최순실이 뭔데 3주간 국감을 전부 그것을 도배하려 하냐’ 등의 지적을 하는 도중 본 의원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반말로 발언했다”며 “이는 명백한 성희롱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본 의원이 바로 사과를 요구하니, 한 의원은 ‘선배로서 좋아햐냐는 얘기를 물어본 것’, ‘진지하게 들으세요’ 등의 자기변명적 발언과 오히려 이의제기를 하는 본 의원과 야당 의원들에게 훈계를 하는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의원은 유감의사를 표현했다고 하지만 이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발언에 불과하다”며 “대단히 불쾌하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 의원에 대해 반말로, 성희롱적 발언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한 의원의 행동을 질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6. 그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6. 그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대학 다닐 때 종이 냄새(약간의 곰팡내)가 나는 학교 도서관 서가를 걸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문학 서가를 지날 때였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책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꾸준히 집까지 바래다 주는 ‘호구’ 여성이 나오는 소설이었다. 누가 봐도 호구인데, 여자는 그 행위에 혼신의 힘을 다 했고 스스로 너무 즐거워했다. 되레 결혼할 여자와 이 바보같은 여자 사이에서 일말의 죄책감 정도는 느꼈을 남자보다 ‘호구녀’가 훨씬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내며 작가는 ‘일시적 루저(Loser)’들로 가득 찬 세계를 그렸다고 했지만, 이 경우 누가 루저이며 누가 위너(Winner)인가. 가늠하기 어려워 뵌다.   ◆ “요즘 남자들은 여자한테 돈 쓰기 보다 시간 쓰기를 아까워하더라” “정말?” 최근 일주일에 한 번은 보는 ‘여사친’ 합정스테파니(30·여)는 말했다. “요즘 남자들은 여자한테 돈 보다 시간 쓰기를 더 아까워하더라. 더치(페이)가 문제가 아냐.” “그래?” “그래.” 그런가 싶게 일련 솔깃해졌다. 그러면서 스테파니는 “나한테 돈을 잘 쓰는 남자보다는 집에 바래다 주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나랑 더 같이 있고 싶어하는 남자가 좋더라” 라는 말을 남겼다. 그 한 마디에 기대 ‘바래다 준다’는 행위를 반추해 보았다. 나의 전 남친들은 다들 데려다 주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고루한(?) 이들이었다. 여자친구는 꼭 데려다줘야 한다는 무지막지한 컴플렉스에 시달린 이들일 수도 있고(내가 강제한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겠다는 마음씀씀이었을 수도 있다. 또 하필 그때는 시간이 공기처럼 남아 돌던 학생 때이기도 했고, 그래서 뚜벅뚜벅 우리집까지 잘도 같이 갔다. 가끔 막차 끊길 시간이 임박해 데려다주지 못할 때는 얼굴 가득 난감한 기색을 띠며 황망해하는 그들(?)이었다. 많은 남성들이 연인을 집에 바래다 주는 행위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게 현실이지만 나의 지인들은 의외의 ‘순애보’를 발휘했다. 아는 이들 사이에서 가장 지고지순한 연애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지좌파(30·남) 또한 힘들어도 바래다 주는 게 좋단다. “혼자 돌아가면서 잔잔하게 그 사람 생각하는 것도 좋고. 뭐 상대가 자취생이면 찬스(?)도 생길 수 있고.” 방점은 후자에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단다. 김뷰티(33·남)는 ‘바래다 주는 일’의 ‘효용론’을 펼쳤다. 노력은 한 20 정도 드는데 반해 효과가 100에 가까운, 투자 대비 효용이 좋은 일이라는 것. 꽤나 귀여운 지인들이다. 그러나 ‘친구같은 연애’를 지향하는 김복실(28·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복실에게 “남자친구가 너 데려다 주니?” 라고 묻자“중간지점에서 만나서 밥먹고 데이트하고 중간 지점 승강장에서 빠이~ 하고 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복실은 남자친구가 바래다 주고, 데리러 오는 등의 행위가 ‘남자친구=보호자’로 보는 것 같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물론 복실에게도 한때 바래다 주는 남친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하고 데이트할 땐 무의식적으로 ‘여자다워야 하는데’ 라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아. 난 운동화 신고 평상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상태가 좋은데 그런 데이트 방식에선 풀 메이크업에 구두 신고 ‘차려 입은’ 느낌을 줘야 할 것 같은 그런거?.” 이 외 ‘바래다 주다’ 라는 행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자가용의 유무라고 다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보통은 차를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데려다주는 식이다. 가령 운전 경력 3년차 베스트 드라이버인 O양(29·여)은 무면허 남친의 O기사다. 일상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할 때면 자연스럽게 O양이 남친을 데려다주는 일이 계속 됐는데, O양도 사람인지라 하루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O양이 남자 친구와 강릉으로 새해 맞이 일출 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매번 데려다주는 데다 이번에도 운전 독박을 쓰는게 억울했던 O양은 경기 분당 언저리에 사는 남친에게 “우리 집(서울 강남의 모처)에 데려다 줄테니 거기서 지하철 타고 가” 했단다. “근데 하필 고속도로로 돌아오는 길에 오빠네 집이 보이더라구. 그냥 지나치기도 뭣해서 넌지시 ‘여기서 내려줄까?’ 했더니 ‘정말?’ 이라는 거야. 거절도 안하더라.” O양은 ‘쩝쩝’ 입맛을 다셨다. ◆ 나를 얼마나 자주 바래다 주는가 = 애정의 척도? 나를 얼마나 자주 바래다 주는가 = 애정의 척도나에게 돈을 얼마나 쓰는가 = 애정의 척도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순 척도는 위와 같다. 그렇다면 과연 남자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대답은 한결 같다. 물론 저 공식을 아예 부정할 순 없지만 감정이 불 뿜는 연애 초기와 그 이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 등락이 있는 연애의 바이오리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하긴 연인 사이에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은 연애 초기에야 그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무엇인들 못할까. 그래서 남자들 사이에서 금과옥조처럼 “처음에 너무 잘 해주면 안돼~ 나중에 실망해”라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근 단식하다 쓰러진 모 정치인의 말이 이럴 때는 맞다 싶다. ‘당청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울로 달아봤나, 삼각자로 재봤나” 좀 더 응용하면 “애정의 척도? 저울로 달아봤나, 삼각자로 재봤나” 수시로 저울에 달고, 삼각자로 재는 연애는 피차 피로를 부른다. 이미 각자가 가진 피로만으로도 충분한 데 말이다. 그 피로에 지쳐 여자나, 남자나 연애에서 또 한 뼘 멀어져 간다. (그러나 당청 관계는 수시로 저울이나 삼각자로 재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공적인 관계니까!)   ◆ “오늘은 내가 바래다 줄게” “정말?”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에 고무된 나는 남자친구에게 꼭 그걸 실천해 봐야지, 했었다. 소설 속 호구 여성이 느낀 그 설렘, 그 감촉, 그 느낌을 꼭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촌에서 잘 놀았던 날, 영등포 어드메에 사는 남자친구에게 “바래다 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살던 곳은 고려대 앞이었다.) 남자친구는 의아해 했지만, 내 고집이 완강해 꺾지 못했다. 남자친구네 집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그 길을 보통 걸어간다는 남자친구를 따라 손잡고 걸었다. 매연이 차오르는 대로변을 지나 아파트 단지 안으로 진입했다. 여기가 아침잠이 많은 남친이 매번 헐레벌떡 뛰어가는 그 길이구나, 저 편의점에서 매번 소화가 안 될 때마다 들이켜는 사이다를 사겠구나, 등등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집 앞에 이르러, 굿나잇 뽀뽀를 할 때는 혹시 남친의 가족들이 보지나 않을까 마음 졸이기도 했다. 바래다 주는 일은 정말이지 뷰티의 말처럼 들인 노력 대비 효용이 높아서 남자친구는 그 일을 두고두고 얘기하며 고마워했다. 상대가 먼저 ‘바래다 주겠다’고 하면 고마워할 일이다. 아니면 말고.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故 백남기 병사 맞다”… “외인사로 기재했어야”

    “故 백남기 병사 맞다”… “외인사로 기재했어야”

    “사망진단서 일반 지침과 다르지만 의사의 선택… 부적절한 건 아냐” 주치의 백 교수 “가족이 동의해 적극 치료했다면 외인사로 했을 것” 유족 “소생 가능성 없다더니” 격앙 서울대병원의 고(故)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특별위원회가 담당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의 사망진단서가 일반적인 작성 지침과 ‘다르다’고 3일 밝혔다. 위원장인 이윤성 교수는 “사망진단서는 의료기관이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 의사 개인이 작성하는 것으로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백씨의 사인이) ‘외인사’로 기재됐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백 교수도 지침을 지키지 않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1년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 지난달 25일 숨졌다. 당시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백씨의 사망진단서에는 ‘병사’가 사망 종류로, ‘심폐 정지’가 사망 원인으로 표시돼 있다. 백씨의 유가족과 투쟁본부가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대병원 측은 특위를 꾸리고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 교수가 진정성을 갖고 진단서를 작성했음이 확인됐으며,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최선의 진료를 하고 싶었는데 가족들이 일부 치료를 제한했던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도 자리에 참석해 당시 백씨의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2015년 11월 14일 당시 촬영한 뇌 CT 소견에서 뇌기저부의 광범위한 골절 소견이 관찰됐다”면서 “외상으로 인한 급성 경막하 출혈에서 흔히 보이는 뇌좌상 자체는 심하지 않을 것으로 봤고, 급성 경막하 혈종에 의해 우측뇌가 좌측으로 2㎝ 이상 옮겨가 뇌를 심하게 압박해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수술 중 뇌박동은 좋았으나 수술 후 줄곧 무의식 상태를 유지했다고도 했다.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상의 심폐 정지는 특정 병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급성신부전에는 백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고칼륨증 합병증이 동반되는데 약물치료가 안 들으면 체외투석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이 경우 환자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적극 치료를 원하지 않아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 치료 후 사망했다면 그때는 병의 원인을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라며 “사망진단서 작성에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의사협회 진단서 작성 지침을 집필한 저로서는 의견이 다르다”며 “어떤 경우라도 선행 원사인이 급성 경막하 출혈이면 ‘외인사’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지침에 나온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머리 손상이 어떤 과정으로 일어났든 그게 질병에 의한 것인가 외상에 의한 것인가에 따라 사망 종류를 판단하는 게 지침에 나오는 원칙”이라면서 “백씨의 머리 손상과 사망 사이에 300일이 넘는 기간이 있었지만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면 머리 손상이 원 사망 원인”이라고 부연했다. 투쟁본부는 이날 특위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어긴 것이 확인됐는데도 병사가 맞다는 발표는 전문가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씨의 큰딸 도라지씨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병원에 이송됐을 당시 이미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들었다”며 ‘유가족이 적극 치료를 거부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병사’라는 언급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응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생들과 동문회도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잇달아 성명을 내고 “외상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사망했을 때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씨줄날줄] 지진 트라우마/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진 트라우마/임창용 논설위원

    수년 전 가수 2ne1이 한 방송프로에서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한 적이 있다. 일본서 활동할 때 호텔 34층에서 강진을 겪은 뒤 한국에 와서도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다치지도 않았는데 뭘 그렇게…’라며 ‘방송용 호들갑’쯤으로 치부했었다. 중국 탕산 대지진을 소재로 한 영화 ‘대지진’을 보면서도 가공할 지진의 위력에 숨죽였지만, 극장을 나오는 순간부턴 ‘우리와는 상관없는’ 영화 얘기였다. 지진 공포가 우리에게도 실제상황이 됐다. 경주 일원에서 지진이 연거푸 일어나면서 주민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 부산, 울산 등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 같다든가, 주변 공사장의 쿵쾅대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소리만 들어도 몸이 움츠러든다는 것이다. 경주시내 약국에선 청심환을 사가는 사람들이 4~5배 늘었다고 한다.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단다. 트라우마는 심리학적으로 정신적 외상(外傷)을 뜻한다. 안전을 위협받거나 무기력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느낀 극한 공포가 무의식 속에 자리잡았다가 유사한 상황에서 불거지는 현상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지고, 식은땀을 흘리거나 몸이 떨리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전쟁이나 대형 화재 등 참사를 겪거나 본 뒤 찾아오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도 트라우마로 인한 것이다. ‘지옥의 묵시록’ 등 수많은 영화가 참혹한 전쟁이나 자연재해 뒤에 겪는 트라우마 증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나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고통받는 것도 트라우마 때문이다. 트라우마가 단순히 고통으로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심각한 트라우마나 PTSD는 알코올이나 니코틴 의존증, 조현증 등 정신병적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문가들은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일본에선 1995년 고베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트라우마 예방과 치료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했다. 지자체별로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트라우마 전문팀이 참사 현장에 들어가 활동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사실상 지진다운 지진을 처음 겪은 우리 국민의 공포감이 상당한 것 같다. 문자 하나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정부의 한심스러운 대처는 불신에 따른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 발생 때 구호나 복구 못지않게 피해자들이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증상이 가벼우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지만, 심하면 평생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과 공포에 잠 못 이루는 경주에 ‘트라우마 극복팀’이라도 구성해 보내면 어떨까.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교통안전 행복운전] 음복운전은 조상님 뵙는 하이패스… 안전 1계명은 ‘에코 드라이브’

    [교통안전 행복운전] 음복운전은 조상님 뵙는 하이패스… 안전 1계명은 ‘에코 드라이브’

    추석 연휴를 맞아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가족의 정을 나누는 행복한 추석은 교통안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동 차량이 많은 연휴에는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13일 저녁부터 주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지체와 정체가 예상된다. 통계를 보면 추석 연휴 시작 전날 오후부터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차량이 늘어 가뜩이나 밀리는 길, 교통사고까지 겹치면 지옥이 따로 없게 된다. 졸리면 쉬어 가고, 밀리면 천천히 간다는 마음가짐이 추석 연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다. 추석 고향 가는 길, 돌아오는 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에코 드라이브’다. 과속,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을 자제하는 ‘착한 운전’만이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졸음운전과 음주운전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과속운전은 절대 삼가야 한다. 잠시 길이 트였을 때 무턱대고 밟아대는 가속페달이 사고를 불러온다. 추석 연휴에는 이동 차량이 많아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고속도로나 국도 가리지 않고 가다 서다가 반복된다. 정상적인 흐름이나 아예 지정체가 이어질 때보다 가다 서다가 반복될 때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잠시 길이 뚫릴 때 과속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휴 도로는 갑자기 길이 밀리면서 급정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이때 추돌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잠시 교통 사정이 나아졌을 때 심리적으로 방심하고 과속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앞이 확 트인 것 같더라도 속도는 서서히 올리고 돌발 상황을 예상해 규정 속도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출발이나 급가속 역시 사고를 부른다. 여기에 동반되는 것이 급제동이다. 급제동은 사고를 유발할 뿐만 아니나 전체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 에코 드라이브 운전은 연비도 절감한다. 교통안전공단 실험 결과 운전자의 조급한 운전으로 목적지 도착시간은 고작 4분 빨라진 데 비해 연비는 40%나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바심을 버리고 다른 때보다 더 여유 있는 운전이 요구된다. 시간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연휴 내내 길이 밀린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시간을 넉넉히 갖고 출발해야 마음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지정체가 이어질 때는 어쩔 수 없이 앞차 꼬리를 물고 따라가겠지만 잠시 길이 뚫린다고 해도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게 안전하다. 졸음운전은 최악이다. 음주운전보다 더 무섭다. 장거리 운전에다 지정체가 이어지면 졸음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졸음운전은 무의식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밀리는 시간을 피해 밤늦게 출발하거나 새벽에 출발할 때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신체 리듬이 깨지기 쉬운 상태라서 졸음을 참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원활한 도로에서는 한두 시간 운전해도 피로하지 않지만 밀리는 도로에서는 신경이 집중돼 30분만 운전해도 피로가 쌓인다. 이때는 무조건 쉬면서 잠깐 눈을 붙이는 방법밖에 없다. 쉴 때에는 갓길이나 비상주차대에 차를 세우지 말고 휴게소나 졸음쉼터를 이용해야 안전하다. 갓길에 정차하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동승자와 교대로 운전하면 피로를 덜 수 있어 졸음운전을 예방할 수 있다. 동승자가 운전을 할 수 없다면 옆자리에 앉아 잠들지 말고 이야기를 이어 가는 것이 졸음을 막을 수 있다. 졸음운전은 깜빡하는 사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간 추석 연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73%가 피로운전에 따른 졸음·주시태만으로 발생했다. 음주운전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추석 연휴에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과 술자리가 이어지기 마련. 음주운전은 판단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졸음운전을 불러온다. 밀리는 길은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음주운전 상태에서는 반응이 느려 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추석 당일 귀경길에 음주운전과 졸음운전이 많다. 안전띠는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전 좌석 안전띠를 매야 한다. 교통안전공단 김종현 도로교통안전처장은 “국도도 차로가 확장돼 대부분 시속 80㎞로 달릴 수 있다”며 “고속도로나 국도 가리지 말고 탑승자 모두 안전띠를 매고 지정체가 이어져도 안전띠를 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속 80㎞에서 충돌했을 경우 안전띠를 매면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충격을 16배 줄일 수 있다. 최근 5년간 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맸을 때에 비해 사망률이 3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승객이 차 밖으로 튕겨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사망 확률은 튕겨나가지 않은 경우보다 18배가 높다. 차로도 가급적 바꾸지 않는 게 좋다. 진행 차로에 사고가 발생했거나 낙하물이 있는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추월하지 않고 지정차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급한 마음에 차로를 변경, 운전해 보지만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차로를 변경해야 한다면 다른 차들이 방어운전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방향지시등을 켜고 여유 있게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에 해야 한다. 급격한 차로 변경으로 뒤에서 오는 차나 옆 차로의 차량과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야간에는 차로 변경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난폭운전은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은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지만 죄의식은 낮다. 난폭운전은 마구잡이 차선 곡예주행 등 진로 변경 방법 위반,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난폭운전은 평소 운전습관이지만 연휴에 길이 밀릴 때 바쁘다는 핑계로 발생하기도 한다. 운전 중 동승자 간 말다툼을 하거나 업무상 전화 통화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난폭운전 가능성이 커진다. 난폭운전자의 특징은 충동적 공격 행동이 잦고 가족 간에 갈등이 높다. 운전자 스스로 분노를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승자들의 배려도 중요하다. 가급적 운전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은 삼가야 한다. 출발 전에 꼼꼼하게 안전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전 교통정보를 확인하고 여유롭게 출발해야 과속이나 조바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고 라이트가 모두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한 뒤 출발해야 한다. 워셔액을 보충하고 화물 적재 상태 등도 미리 확인해야 운전 중 불필요한 행동을 막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평범한 표정 뒤 감춰진 광기…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인가 타인 고통 즐기는 범죄자인가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평범한 표정 뒤 감춰진 광기…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인가 타인 고통 즐기는 범죄자인가

    인간의 1~3%가 앓고 있으며 국적과 시기를 막론하고 ‘당신’ 곁에 있어 온 사이코패스. 세계는 그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주는 피해가 막대하고 끔찍하다는 사실을 익히 그리고 숱하게 경험해 왔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이코패스의 ‘비밀’도 하나씩 벗겨지고 있지만 그들의 존재는 여전히 희뿌연 안개처럼 가려져 있다. 치명적인 위험을 철저하게 위장한 사이코패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뇌 전두엽 기능 일반인의 15% 불과 이제는 너무 흔하게 쓰는 용어가 되어버린 사이코패스는 1801년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필립 파넬(1745~1826)이 처음 사용했다. 무려 200여 년 전 이 용어를 처음 제기했다는 것은 이미 그 이전에도 현재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파넬 박사는 정신이 혼미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광기를 보이며, 정신분열증과 같은 질환이 없고 이해력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라 지칭했다. 감정을 지배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밖에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이코패스 중 한 명은 미국의 테드 번디(1946~1989)다. 그는 1974년부터 4년여에 걸쳐 미국 전역에서 수십 명의 여성을 살인했는데, 자백한 피해자의 수만 30명이 훌쩍 넘는다. 독특한 것은 그가 그 어떤 사람보다 훤칠하고 매력적인 외모와 상냥한 말투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평범하면서도 선량하고 따뜻한 태도와 이미지 때문에, 사형선고를 받은 후에도 미국 전역에서 그의 결백을 믿고 흠모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쇄도했고 옥중에서 결혼을 하기도 했다. ●하품, 사이코패스에겐 전염 안된다? 테드 번디 혹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쪽같이 테러를 준비한 테러범처럼, 사이코패스는 매우 평범한 몸짓과 표정으로 정체를 감추는 능력을 가졌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데, 그 수단 중 하나는 바로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품이다. 미국 베일러대학교 연구진은 13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사화관습 무시, 극단적인 자기 중시, 무정함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큰 사람일수록 하품을 따라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공감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자폐증 환자에게는 하품이 잘 전염되지 않는다는 특징과 맥락이 유사하다. 이 밖에도 커피나 토닉워터처럼 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셀피(셀프 카메라 사진) 사진을 인터넷에 많이 올리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고통을 통해 기쁨을 느끼기 쉬우며, 반사화적 성격의 특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물론 하품의 전염 여부나 쓴맛, 셀카를 좋아하는 성향 등을 사이코패스를 단정 짓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업에 많아 영국의 유명 심리학자 케빈 더턴은 정상인과 사이코패스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나지 않아도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더턴 박사는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타인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코패스는 상대방의 얼굴에서 매우 미세하게, 짧은 순간 드러난 표정 즉 매우 무의식적이고 미세한 얼굴 근육의 변화만으로도 타인의 ‘진짜 감정’을 읽을 수 있으며 이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용할 줄 아는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 가운데 사이코패스 성향의 인구는 1~3% 남짓인데, 기업 대표나 임원 등 경영자로 범위를 좁히면 사이코패스 비율이 3.5%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직업에 사이코패스가 많은 이유로 객관적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감정을 배제하는 실행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행력이 강하고 집중력이 높은 기업인도 어떤 의미에서는 사이코패스라 부를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대면해야 할까.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누구보다도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이 우연히 뇌 검사를 받았다가 전두엽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됐다면, ‘아직은’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미래 범죄의 씨앗으로 여겨 미리 가두거나 처벌하는 것이 옳을까. 반면 인간은 본디 약자와 병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후천적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만큼.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 역시 정상인들이 ‘긍휼히’ 여겨 보듬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 경영전문대학원의 켈리 빈센트 박사는 사이코패스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 안에서 누구보다도 평범한 얼굴로 살아가는 그들을 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경우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사이코패스가 장애를 가진 ‘환자’라는 인식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은커녕 즐거움을 느끼는 ‘정신병 범죄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상충하는 가운데, 세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공간에 있을 사이코패스의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huimin0217@seoul.co.kr
  • 연세대 ‘단톡방 성희롱’ 제보한 남학생 학교에 붙힌 대자보 (전문)

    연세대 ‘단톡방 성희롱’ 제보한 남학생 학교에 붙힌 대자보 (전문)

    최근 연세대에서 일어난 단톡방 성희롱 사건. 이를 제보한 남학생이 단톡방을 폭로하게 된 이유와 바라는 것에 대해 장문의 글을 쓴 뒤,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이 남학생은 “우리과 남자 단톡방이 만들어진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진지하게 문제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반성했다. 이어 “단톡방 문제가 공론화 됐을 때 동기 남학생들의 반응은 ‘단톡방이 불편해서 큰일이네‘라는 반응이었다”면서 “단톡방에서 드러난 여성혐오와 삶 속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우리가) 예민해지고 불편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누군가 단톡방의 문제에 대해서, 주변의 여형 혐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익명이든 실명이든 많은 목소리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단톡방을 제보한 남학생의 대자보 전문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우리 과 ‘남자 단톡방’은 만들어진 지 1년이 넘었다. 15학번 신입생으로 입학하면서 생긴 톡방이다. 처음엔 단톡방을 보면서 단톡방에서 말할 만한 수위를 넘을 때가 있다고만 여겼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시 톡방을 돌이켜보면서 왜 그때는 진지하게 문제로 인지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본다. 기숙사 여학생 층에 가서 단체로 “자위하고 사정하자고” 이야기하고, 여자가 옆에 있으면 “꼬추도 넣어”와 같은 말을 단톡방에서 하며 웃을 수 있고 ‘ㅋㅋㅋㅋ’로 화답하며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나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을까. 나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간다. 어릴 때는 ‘남자가 여자를 지키고 배려해야 된다’가 매너라는 말을 어른들에게 듣고, 남자가 여자를 괴롭히면 ‘너를 좋아해서 그래’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수많은 리벤지 포르노를 접하게 되고, “남자는 짐승 그리고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고등학교 때도 남톡방에 야한 사진을 올리고, 여성에 대한 외모품평을 하고, 주변 여자들을 시선강간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하던 환경. 대학에 와서는 과행사에서 선배들이 예쁜 후배를 옆에 앉혀 달라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후배들은 그에 태클을 걸지 않거나 못하는 분위기. 어떤 사람, 어떤 분위기인지에 따라 정도는 달랐으나 결국엔 ‘그래도 되니까’. 그 당연시 되는 분위기는 이런 언어 성폭력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인식하더라도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당연하게 여겨지니까. 신입생 초기까지 나는 일베와 소라넷에서 벌어지는 범죄나 행동들에 대해 ‘쓰레기’라 이름 붙였으며,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졌고, 사회비판 좀 한다고 스스로를 진보적인 사람이라 믿었고 성평등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오히려 나와 주변에 대해 성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의 삶과 내 주변에서 여성혐오로 둘러싸인 언행 그리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행동들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친구들의 이야기로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고, 평소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과 글로 접할 수 있었다. 그런 후에야 범죄를 쓰레기라고 이름 붙이는 것을 넘어 이 사회에서 문제시하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었다. 예민해질 수 있었다. 사람이 사회에서 집단에서 개인과의 관계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여성혐오 그리고 그로 인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예민해질 수 있었다. 불편해질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으로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로 평가되고 ‘김치녀’라는 낙인이 찍힌 채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성적대상화되는 현상에 대해 불편해질 수 있었다. 여러 곳에서 남톡방들이 공론화 될 때 과남학생 동기들이 톡방에서 보여준 반응은 “단톡방을 불편해하는데 불편해서 큰일이네”와 같은 반응들이었다. 그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기 위해 필요한 건 불편함과 예민함이라고. 사람을 함부로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대상화하는 언행들과 그런 언행들을 당연시 해오던 관계에 불편해야만 한다고. 그리고 단톡방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기에 갈등이 생기지만 불편해하는 사람이 없다면 더 문제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라는 사람이기에 불편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불편해야만 하는 문제이니까. 단톡방 사람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여성혐오 그리고 삶 속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예민해지고 불편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온전히 사람으로 존중받고, 서로 존중하기 위해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부터 성찰하고자 이 글을 쓴다. 나 또한 당연시 해온 문제들 중에 아직까지 예민하게 살피지 못한 것들도 많을 것이고 인지하지 못한 것도 많을 것이다. 이런 성찰 하나하나로 좀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누군가 단톡방의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주변의 여성혐오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익명이든 실명이든 많은 목소리가 나오길 바란다. 비겁하게 꼰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사람을 아끼는 당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이 톡방의 내용을 보고 분노하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단톡방의 일부가 폭로되고도 자보를 보며 지나가면서 ‘남녀갈등 조장마라’ 혹은 ‘우리 톡방은 잘 숨기자’고 말하거나 댓글로 작성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실 수 있는 수많은 학우들 덕분에 남톡방의 구성원들 또한 자신이 해왔던 발언들이 얼마나 심각한지 자각하기 시작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남톡방을 폭로하며 원하는 것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단톡방의 구성원들이 자기가 한 말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둘째. 이러한 언어들이 저희 과뿐만 아니라 모든 단톡방에서 사라지고 온라인을 넘어서 실제 삶 속에서도 이런 언행들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톡방 구성원들이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추가적인 폭로와 공론화에 있어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답하지 않는 이상 가해자들의 신상을 밝히지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단톡방들이 폭로되고 공론화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 카톡방이 어느 학과의 것이며,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에 몰두하고 그 사람들에게 직접 ‘인간쓰레기’라 낙인찍고 있습니다. 더불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의 신상이 파헤쳐지기도 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단죄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과정으로 인해 관련 없는 사람들이 오해를 받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매몰될수록 ‘그런 언행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묻히고 맙니다. 그러한 언행들은 몇몇 ‘인간쓰레기’로 인해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크게는 사회구조적으로 구체적으로는 삶에서, 미디어에서, 집단에서 우리가 불편하다고 받아들이고 예민하게 인지해야했던 말과 행동들을 ‘남자는 원래 그래’ ‘웃자고 한 얘기인데 뭐가 문제야’라는 말로 넘겨 왔기 때문에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가해자의 죄를 따져 묻더라도 ‘수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수많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언어들이 우리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분노하신 많은 사람들 그리고 특히 남성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언행들에 대한 경각심을 삶 속에서 놓지 마시고 주변을 계속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남성만으로 구성된 톡방, 남성들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이런 공간에서 내가 했던 문제적 발언, 내가 아니더라도 옆 사람이 행하는 문제적 발언과 행동을 한 순간이라도 쉽게 넘어가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시 과에서 남톡방문제에 대해 폭로하는 것을 넘어서 그런 문화를 없애기 위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특정 학과라고 소문이 나거나 추측을 할 수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가해자를 찾고 그들을 응징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아주세요. 범죄행위에 돌을 던지는 행위를 넘어 차별과 폭력의 언어에 자신과 주변 사람이 더 이상 동조하지 않기 위해 성찰하고 경각심을 놓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사이코패스, 그 치명적인 위험

    [송혜민의 월드why] 사이코패스, 그 치명적인 위험

    인간의 1~3%가 앓고 있으며 국적과 시기를 막론하고 ‘당신’ 곁에 있어 온 사이코패스. 세계는 그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주는 피해가 막대하고 끔찍하다는 사실을 익히 그리고 숱하게 경험해 왔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이코패스의 ‘비밀’도 하나씩 벗겨지고 있지만 그들의 존재는 여전히 희뿌연 안개처럼 가려져 있다. 치명적인 위험을 철저하게 위장한 사이코패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이코패스란 이제는 너무 흔하게 쓰는 용어가 되어버린 사이코패스는 1801년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필립 파넬(1745~1826)이 처음 사용했다. 무려 200여 년 전 이 용어를 처음 제기했다는 것은 이미 그 이전에도 현재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파넬 박사는 정신이 혼미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광기를 보이며, 정신분열증과 같은 질환이 없고 이해력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라 지칭했다. 감정을 지배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밖에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이코패스 중 한명은 미국의 테드 번디(1946~1989)다. 그는 1974년부터 4년여에 걸쳐 미국 전역에서 수십 명의 여성을 살인했는데, 자백한 피해자의 수만 30명이 훌쩍 넘는다. 독특한 것은 그가 그 어떤 사람보다 훤칠하고 매력적인 외모와 상냥한 말투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평범하면서도 선량하고 따뜻한 태도와 이미지 때문에, 사형선고를 받은 후에도 미국 전역에서 그의 결백을 믿고 흠모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쇄도했고 옥중에서 결혼을 하기도 했다. #사이코패스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테드 번디 혹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쪽같이 테러를 준비한 테러범처럼, 사이코패스는 매우 평범한 몸짓과 표정으로 정체를 감추는 능력을 가졌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데, 그 수단 중 하나는 바로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품이다. 미국 베일러대학교 연구진은 13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사회관습 무시, 극단적인 자기 중시, 무정함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큰 사람일수록 하품을 따라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공감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자폐증 환자에게는 하품이 잘 전염되지 않는다는 특징과 맥락이 유사하다. 이밖에도 커피나 토닉워터처럼 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셀피(셀프 카메라 사진) 사진을 인터넷에 많이 올리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고통을 통해 기쁨을 느끼기 쉬우며, 반사회적 성격의 특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물론 하품의 전염 여부나 쓴맛, 셀카를 좋아하는 성향 등을 사이코패스를 단정 짓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사이코패스는 잠재적 범죄자인가, 환자인가 영국의 유명 심리학자 케빈 더턴은 정상인과 사이코패스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나지 않아도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더턴 박사는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타인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코패스는 상대방의 얼굴에서 매우 미세하게, 짧은 순간 드러난 표정 즉 매우 무의식적이고 미세한 얼굴 근육의 변화만으로도 타인의 ‘진짜 감정’을 읽을 수 있으며 이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용할 줄 아는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 가운데 사이코패스 성향의 인구는 1~3% 남짓인데, 기업 대표나 임원 등 경영자로 범위를 좁히면 사이코패스 비율이 3.5%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직업에 사이코패스가 많은 이유로 객관적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감정을 배제하는 실행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행력이 강하고 집중력이 높은 기업인도 어떤 의미에서는 사이코패스라 부를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대면해야 할까.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누구보다도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이 우연히 뇌 검사를 받았다가 전두엽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면, ‘아직은’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미래 범죄의 씨앗으로 여겨 미리 가두거나 처벌하는 것이 옳을까. 반면 인간은 본디 약자와 병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후천적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만큼. 정상인들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 역시 ‘긍휼히’ 여겨 보듬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 경영전문대학원의 켈리 빈센트 박사는 사이코패스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 안에서 누구보다도 평범한 얼굴로 살아가는 그들을 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경우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사이코패스가 장애를 가진 ‘환자’라는 인식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은 커녕 즐거움을 느끼는 ‘정신병 범죄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상충하는 가운데, 세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공간에 있을 사이코패스의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 돼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밥 먹듯 그렸다, 숨 쉬듯 그렸다… 근원 찾아서

    밥 먹듯 그렸다, 숨 쉬듯 그렸다… 근원 찾아서

    도시·역사·자화상·풍경 등 주제 망라 삶과 존재 대한 인문학적 탐구한 작가 서용선(61)은 도시, 역사, 자화상, 풍경 등 다양한 주제에 천착해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를 지속하고 있는 작가다. 그의 작품세계의 바탕이자 사유의 근원을 보여 주는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전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업세계를 조망하고자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2016 대표작가전’의 일환으로 마련된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구축해 온 드로잉 작업을 작품 주제에 따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작품 구상을 위해서 여행 중이거나 일상의 조각난 시간 속에서도 스케치북과 펜, 연필, 붓으로 드로잉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까닭에 그동안 쌓인 드로잉 아카이브는 1만여점이 넘는다. 그 가운데 ‘자화상’, ‘역사와 신화’, ‘도시와 군상’ 등 그가 평생에 걸쳐 파고든 주제가 어떻게 포착돼 캔버스 위에 형상화됐는지를 700여점의 드로잉을 통해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드로잉이란 건 일상 속에서 생활화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게 ‘그리기’란 하나의 행위이자 태도입니다. 이것은 작가의 정신과 연결되는 가장 긴밀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드로잉은 일반적으로 미술 작가가 작품 구상 단계에서 습작용 또는 자신의 사고나 논리를 구체화하기 위한 기초 과정에서 그리는 그림이다. 따라서 드로잉은 완성작을 위한 근간이 되는 작업이자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내놓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여 주는 매개가 된다. 그는 자신의 드로잉에 대해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나 그 생각의 방향과 잠재적으로 진행 중인 내용의 해석만으로도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의 의미가 깃든 미완성이 본래 성격인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의 첫 섹션으로 펼쳐지는 ‘자화상 드로잉’은 삶의 반영으로서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들이다. 스스로에 대한 탐구 행위로 젊은 시절부터 유독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그는 2007년 여름 약 한 달 반가량 매일 아침 일어나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지점에서 거울을 보면서 종이에 검은색 아크릴로 자화상을 그렸다. 100여장 중에서 선별된 39점이 전시장의 한 벽을 채우고 있다. 그 옆 공간에서는 작가에게 또 다른 상상력을 확장시켜 준 주제인 ‘역사와 신화’에 관한 드로잉도 볼 수 있다. 한국 역사화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는 그가 어떻게 역사적 사건을 파헤치고 사료에 없는 부분을 메워 나갔는지를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특히 중국 태초의 거인 반고, 인류의 시조인 복희와 여와, 죽음과 생명의 여신 서왕모 등을 표현한 신화 드로잉에선 시공간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한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2층은 그의 대표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는 ‘도시와 군상’에 관한 드로잉이 모여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탐구 주제로 삼았다. 그는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간간이 외국의 도시들을 여행하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현대 인간의 실존적 모습을 캔버스에 담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서울을 포함해 뉴욕의 거리와 지하철, 베이징의 혼잡한 버스 안, 베를린의 광장에서 순간적으로 포착해 담은 드로잉에는 작가가 발견한 도시의 고유한 특징들이 담겼다. 그의 드로잉은 특정 매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케치북뿐 아니라 제품 사진이 빽빽하게 채워진 일본의 광고 전단, 라면 봉지, 과자 봉지, 위스키 박스, 길에서 주운 포스터 등에도 드로잉을 한다. 나무의 느낌이 좋아 소나무 판자 위에 아크릴로 그리기도 한다. ‘집단의식-도시의 사람들’은 작가가 1989년 아르코의 옛 이름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전시할 때에 발표했던 작품으로 캔버스에 비닐기법으로 작업했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하품을 하는 이유, 단지 지루해서만은 아니다

    하품을 하는 이유, 단지 지루해서만은 아니다

    흔히 지루할 때 하품을 한다고 생각들을 한다. 물론 지루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곤 한다. 하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과학적 이론은 당신이 하품을 하는 몇 가지 다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영국 매체 더선은 최근 '하품을 하는 재미난 과학적 이유'를 소개했다. 첫째, 생리학적 이유다. 우리 몸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몰아내고 좀더 많은 산소를 마시려 할 때 하품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우리가 많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을 때 하품이 더 잘 나오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프로빈 매릴랜드대 교수는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산소를 더 공급하기도 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여보기도 했지만 모두 하품을 막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둘째, 진화론적 이유다. 하품은 인류의 조상 때부터 지속되어온 것이며, 당시 그들은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치아를 보여주는 행동의 일환이었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들 역시 하품은 초기 인류가 쓴 미묘한 신호체계의 하나였다고 말한다. 셋째, 그냥 지루하기 때문이다. 가장 상식적으로 널리 알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예컨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왜 시합 직전 하품을 하거나 개들이 공격적 의사를 내비치기 전에 왜 하품하는지 설명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 두 경우 모두 지루한 탓은 아닐텐데 말이다. 넷째, 뇌를 차갑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가장 최신 이론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최근 '하품은 뇌가 좀 차가워져야할 상황. 즉 뇌가 지나치게 활발하게 움직여서 뜨거워진 상황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참가자들의 이마에 차가운 수건 혹은 뜨거운 수건을 올려놓은 뒤 그 각각 상황에 대한 뇌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차가운 수건을 올렸을 때 뇌가 차분해지면서 초롱초롱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사람들은 뇌가 뜨거워졌을 때 뇌를 좀더 차갑고, 기민하게 만들기 위해 무의식적로 하품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제 회의석상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힘껏 하품을 해서 뇌를 각성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팀장의 따가운 눈치를 조금 살피기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모든 욕망의 출발은 장난감이었다

    모든 욕망의 출발은 장난감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감을 놓지 못하는 무의식적 이유/박규상 지음/팜파스/280쪽/1만 4000원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어린이를 위한 세트를 판매한다. 판촉을 위해 그때그때 유행하는 장난감을 끼워 판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난리다. 햄버거가 맛나서가 아니다. 그리 고급스럽지도 않은 장난감 때문이다. 당장 “애들이냐~!”하는 핀잔이 나올 수도 있겠다. 어려서 아카데미 과학사에서 나온 프라모델 로봇이나 군함, 탱크 등 밀리터리 시리즈를 조립하고 옥도정기(요오드팅크) 용기에 꽂힌 붓을 들고 도색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 듯. 요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에 빠져 속초로, 울산으로 쏘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피카츄를 좋아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그간 공부에, 취업에, 직장 생활에 치여 멀어졌던 장난감에 대한 욕구가 뒤늦게 꿈틀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인이 되어서야 덕후의 세계를 접한 인문학자인 저자는 술로, 커피로, 노래로, 운동으로, 춤으로, 대화로, 여행으로, 맛난 음식으로 얼굴을 바꿨던 욕망의 출발점은 사실 장난감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장난감과 고대 신화를 엮어서 현상을 풀이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테디베어, 베어브릭,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의 곰 캐릭터는 왜 언제나 인기를 끄는 것일까. 저자는 단군신화처럼 우리가 어려서부터 접해온 수많은 신화 중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어머니와 맞닿아 있는 동물 캐릭터가 곰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어머니를 늘 가까이 있고 싶어 하는 잠재의식이 곰을 변주한 장난감들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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