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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젊은이들 모으고 가족관객 찾아서…공연장 뛰쳐나간 클래식

    2030 젊은이들 모으고 가족관객 찾아서…공연장 뛰쳐나간 클래식

    3일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옥타곤에 ‘뜻밖의 손님’들이 떴다.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들이 결성한 앙상블 더 필하모닉스였다. 클럽을 찾은 20~30대 관객들은 디제잉이 흘러나오면 춤을 추다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주역들이 빚어내는 클래식 선율에 빠져드는 ‘이중적인’ 음악 체험을 했다. 프로그램은 지난해 ‘옐로 라운지 서울’이란 제목으로 시작된 클럽 클래식 파티. 지난해 첫 무대에는 1200여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 무대는 앞으로도 일정이 이어진다. 오는 31일에는 아코디언 연주자 마티나스가 국내 가요를 아코디언으로 들려준다. 11월 12일에는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자머가 클럽을 찾는다. 이처럼 전형적인 공연장을 뛰쳐나가 클럽, 쇼핑몰, 영화관, 공원 등에서 열리는 클래식 무대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3~4일 서울 월드컵공원에서는 가족 관객을 겨냥한 다채로운 클래식 체험의 장이 열렸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 첼리스트 양성원 등의 공연뿐 아니라 안동림 전 청주대 교수, 피아니스트 김주영 등 명사들의 클래식 강연, 악기 체험 등이 마련된 ‘피크닉 클래식’이다. 지난달 14~15일 서울 올림픽공원. 공원을 찾은 관객들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잔디밭 위로 흐르는 조수미의 유려한 음색을 배경 음악으로 즐겼다. 하루 평균 8000여명씩, 이틀간 1만 6000여명이 다녀간 조수미의 파크콘서트다. 지난달 10일 젊은 성악가들로 이뤄진 보컬 앙상블 로티니는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처럼 쇼케이스를 가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을 찾은 고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전적이 있다. 멤버들이 판매원, 요리사, 고객 등으로 분장해 있다가 ‘플래시몹’으로 오페라 공연을 펼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는 클래식계에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는 앙상블 디토의 게릴라 콘서트가 펼쳐졌다. 리처드 용재 오닐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무용가 김보라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은 쇼핑몰과 영화관을 찾은 젊은 층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클래식의 ‘공연장 탈출’ 트렌드는 무엇보다 새로운 관객 발굴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2030으로 대표되는 청년층과 가족 단위의 관객을 흡수해 클래식 시장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 전략과 맞물려 있다. ‘옐로 라운지 서울’과 ‘피크닉 클래식’을 주최한 유니버설뮤직의 홍보담당 양미정 대리는 “클래식은 격식 있는 무대에서 즐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감상의 환경을 바꿔줌으로써 음악 장르 간 벽 허물기를 시도한 것”이라면서 “특히 요즘 K팝이 나라 안팎으로 워낙 강세라 클래식을 굳이 찾아 듣지 않는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의 관객을 잡기 위한 기획”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장일범 음악 평론가는 “최근 이뤄지고 있는 클래식 공연의 장소 파괴 현상은 다양한 클래식 무대를 실험하고 관객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 금연을”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 금연을”

    PC방을 흡연실 설치가 가능한 금연구역에 포함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지난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당구장과 실내 골프장 등 실내 소규모 체육시설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이 보건복지부에 전달됐다. 2일 권익위가 최근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체육시설에 대한 금연구역 확대 방안’에 따르면 2010년 이후로 올해 5월까지 국민신문고와 국민제안 등을 통해 당구장, 실내 골프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의견이 약 140건 접수됐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은 체육시설 중 야구장, 종합체육관 등 관객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규모의 체육시설만을 금연구역으로 명시하고 있다. 당구장과 실내 스크린 골프장은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금연구역 적용 대상인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 및 복합용 건축물 안에 있는 당구장이나 스크린 골프장에서 흡연이 이뤄져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 또 PC방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이에 권익위는 “법 개정 등을 통해 1000명 이상의 관객 수용이 가능한 실외 체육시설과 더불어 실내에 설치되는 체육시설이 금연구역에 포함되도록 할 것”을 복지부에 권고했다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권고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사실 금연구역 지정 권고와 관련해 영세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에서 당구장을 하고 있는 한모(31)씨는 “하루에 오는 손님들 중 약 90%가 흡연자”라면서 “흡연실을 설치한다 해도 흡연자들이 당구를 치면서 담배를 피려고 하기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서울 종로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나라에서 하라면 하겠지만 대신 갑작스럽게 법을 적용하지 말고 계도기간을 충분히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두달 동안의 짧은 만남… 조선왕실의 기품에 빠지다

    두달 동안의 짧은 만남… 조선왕실의 기품에 빠지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원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전통 무용복 차림의 여성 무용수가 전통악기의 정갈한 음률을 타고 고아한 ‘춘앵전’의 춤사위를 펼쳐 보였다. 무용수의 얼굴에는 120년만에 돌아온 귀한 손님을 맞는 반가움이 서렸다. 이날 행사는 이튿날 개막하는 ‘미국으로 간 조선 악기-120년 만의 귀환’전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춘앵전이 무엇인가. 정조의 손자이자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가 어머니인 순원왕후의 40세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춤으로, 최초의 향악정재(鄕樂呈才·궁중행사에 쓰이는 전통 음악과 무용) 독무로 꼽힌다. 이른 봄날 아침에 나뭇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무용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춘앵전은 조선 최초의 해외공연으로, 1893년 미국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선보였던 것으로 기록된다. 이를 지켜본 당시의 클리블랜드 미 대통령은 “신비롭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대조선’이란 국호와 태극기를 앞세우고 참가한 10명의 조선 악공들이 품은 긍지도 대단했다. 그해 3월 고종황제의 명을 받아 정경원 출품사무대원의 인솔로 제물포에서 출항한 사절단은 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한 달여 만인 4월 말 시카고에 도착했다. 유럽 열강에 자극받은 미국은 철학·경제·과학은 물론 음악·연극 등 예술 공연을 더해 성대한 박람회를 열었다. 매뉴팩처스 빌딩 구석에 전시관을 차린 조선은 여덟 칸의 기와집을 짓고 대포 등 무기류와 복식류, 가구, 방석 등을 전시했다. 조선 악공들은 전시관 내에서 전통음악을 연주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들이 갖고 간 악기 10점은 돌아오지 못했다. 조선의 문물을 널리 알리려던 고종의 뜻에 따라 악기들은 보스턴 인근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기증됐다. 주재근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은 “청나라의 내정간섭이 심한 상황에서 고종은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길 원했고 이를 위해 기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악기들은 국립국악원이 수년에 걸쳐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대여를 요청해 지난 1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두 달간 전시일정으로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를 찾았다. 국립국악원은 해외 국악 유물을 소개하는 행사를 이어왔고, 지난해에는 파리만국박람회에 출품된 국악기 11점을 프랑스음악박물관으로부터 가져와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는 본래 미국으로 건너갔던 10점 가운데 해금·용고 등 상태가 좋지 않은 2점을 제외하고 장구·당비파·양금·거문고·생황·대금·피리(2점) 등 8점이 돌아와 공개됐다. 파손 방지를 위해 특별 포장된 악기들은 애초 화물기편으로 운송될 예정이었지만 중앙박물관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여객기편으로 들어왔다. 지난달 24일 뉴욕 외곽의 케네디국제공항에선 철저한 보안 속에 악기들이 실렸고, 피바디에섹스박물관 관계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밤을 꼬박 새우며 악기를 지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악기들은 줄 이음새 하나까지도 왕실의 기품을 내뿜는다. 장구의 가죽과 울림통을 고정시키는 가막쇠에는 왕실 상징인 용 문양이 새겨졌다. 가죽으로 만든 장구의 줄조이개에는 섬세한 수가 놓였고, 당비파 뒤쪽에 달린 줄은 군주를 뜻하는 화려한 붉은색으로 치장됐다. 보존상태도 양호하다. 4줄씩 총 56개의 철사 줄로 이뤄진 양금은 120년 전에 만든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멀쩡하다. 모두 3부로 꾸민 이번 전시는 ‘시카고 만국박람회와 조선 전시실’(1부), ‘시카고 만국박람회와 조선 음악’(2부), ‘국악 유물’(3부)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에선 120년 전 문화를 통해 자주국가를 염원했던 고종의 노력과 함께 조선시대 기록으로 남은 다른 국악 관련 중요 유물들도 만날 수 있다. 관람은 무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프로야구] 우승 원동력은 토종 투수 4인방

    삼성이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것은 ‘토종 선발’의 힘이 가장 컸다. 삼성은 시즌 초반 믿었던 외국인 ‘원투펀치’의 부상과 부진으로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 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아네우리 로드리게스(3승)도, 카리대(1패)도 성적은 초라했다. 밴덴헐크(7승)만이 선발로서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였다. 용병의 부진 속에 토종 선발이 힘을 냈다. 무려 4명이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투수 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다승 선두를 달리는 배영수가 14승(4패)을 챙긴 것을 비롯해 윤성환이 13승(8패), 지난해 다승왕(17승) 장원삼이 13승(10패), 차우찬이 10승(7패)을 각각 수확했다. 이들이 쌓은 승수는 모두 50승. 삼성이 수확한 전체 75승의 66.7%에 이른다. 이 탓에 외국인 투수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시즌 막판까지 부상 없이 활약한 토종 선발진이 결국 삼성의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이 됐다. 토종 선발 4명이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것은 1999년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노장진(15승), 임창용(13승), 김상진(12승), 김진웅(11승)이 합작해 냈다. 신생 NC 3명 등 9개 구단 전부가 투수들로 오로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올 시즌, 삼성의 투수 4인방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특히 지난해 12승으로 재기에 성공한 배영수는 시즌 초반 삼성이 투타 불균형으로 고전할 때 4월 3승, 5월 4승으로 버팀목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9승에 그쳤던 윤성환은 올 시즌 다승 공동 2위를 달리며 에이스 몫을 하고 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서울 택시요금은 ‘새것’ 승차거부 대책은 ‘헌것’

    서울 택시요금은 ‘새것’ 승차거부 대책은 ‘헌것’

    서울 택시요금이 인상되지만 승차 거부 등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란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가 2일 시청 기자실에서 발표한 택시 서비스 개선대책이 재탕, 삼탕이기 때문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 ‘서울 택시역사를 새로 쓴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요금 인상만 체감할 뿐 만연된 승차 거부 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오는 12일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종전보다 600원 오른 3000원으로 인상하고 시에서 타 시·도로 넘어갈 때 20% 할증하는 ‘시계외 요금’을 4년 만에 부활시키는 등 택시요금인상안을 발표했다. 또 승차 거부 신고 단순화 등을 골자로 하는 ‘서울 택시 서비스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택시 요금 인상은 4년 4개월 만이다. 중형택시 거리 요금은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조정된다. 시 인근 11개 도시로 이동 시엔 시외 할증 요금이 부활한다. 콜택시의 콜 이용료(1000원)는 심야(밤 12시~오전 4시) 시간에 2000원으로 인상된다. 이런 요금 인상에 맞춰 시는 서비스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대부분이 이전에 내놨던 대책들도 채워졌다. 서울 강남과 종로 등 승차 거부 단속 강화, 주차단속 폐쇄회로(CC)TV 이용 단속 등 이미 나왔던 대책이라 실효성에도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 승차 거부 등을 근절할 핵심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강남과 종로, 무교동을 중심으로 오후 11시~오전 1시 승차 거부가 심각한 상태라 시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 해 동안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1만 5000여건의 택시 승차 거부 신고가 접수됐지만 과태료나 자격 정지를 받은 건수는 10%인 1500여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승차 거부가 사라지지 않고 신고 대비 제재 건수가 적은 것은 승차 거부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속 직원이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찍어서 승차 거부를 입증한다고 나섰지만 야간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성능이 아주 뛰어난 카메라나 적외선 장치가 달린 카메라가 아니면 번호판 등이 뚜렷하게 찍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속 직원들의 장비를 첨단화하거나 미스터리 쇼퍼와 같이 방송용 몰카를 이용해 승차 거부를 녹화하는 등 단속 기법이 첨단화되지 않는 이상 승차 거부 근절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운(45·강서구 화곡동)씨는 “서울시가 항상 택시요금을 올리면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양치기 소년과 같다”면서 “서울시가 요금 인상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승차 거부 등을 단속하는 데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아트’가 없다, 한국 미디어 아트엔

    ‘아트’가 없다, 한국 미디어 아트엔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도 거리마다 다양한 축제가 넘쳐난다. 가을이면 골목 상가에 특설무대가 꾸려지고 분위기가 들썩인다. 그러나 ‘문화축제’ 혹은 ‘예술축제’라 이름붙인 행사들은 거의가 한우 등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거나 동네 상권을 살리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유명 가수를 불러 노래 몇 곡 듣고, 비보이들의 춤사위를 감상하는 이런 축제에서 예술성이나 역사를 찾기란 애당초 어려운 일이다. 지난 8월 초부터 한 달여간 영국 스코틀랜드에 머물며 ‘2013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EIF)에 참여하고 돌아온 김형수(54)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미디어아트학)를 만났다. 김 교수는 축제 기간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작품 ‘미디어 스킨스’를 선보여 더 타임스 등 영국 현지언론들의 호평을 받았다. 1947년 시작된 에든버러 축제는 미술과 연극, 무용, 오페라, 뮤지컬 등 예술 전반의 최신 경향을 소개하는 최고의 문화행사. 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시작됐다. 67회를 맞은 올해에는 40개국에서 3000여명의 예술가들이 모였다. 그곳에서 김 교수는 많은 것을 고민했고 느꼈다. 그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강국이지만 아날로그 측면에선 여전히 문화 강국들과 격차가 크다”면서 “공연 감상을 위해 허리 굽은 노인들까지 설레는 표정으로 매표소 앞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예술에 대한 열정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척박한 국내 예술 환경과의 비교도 궁금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1년 넘게 EIF 사무국 직원들과 일하면서 왜 이들이 70년 가까이 세계적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면서 “300쪽에 가까운 영문 매뉴얼을 놓고 토론해야 하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하청업체 직원이 아닌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풍토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축제의 중심지인 3000여석 규모의 어셔홀에선 밤마다 관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반면 국내 미디어 아트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디어 파사드’. 미디어 파사드란 건물 외벽 등에 빔으로 영상을 투영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다양한 문화축제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특정 대행사나 하청업체가 이를 독식하면서 기획단계부터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끼어들 틈이 없어졌다고 한다. 상업성에 지배받는 미디어 파사드가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전락하면서 관객도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척박한 국내 미디어 아트의 또 다른 사례는 구색 맞추기로 전락한 대규모 체육대회의 조명 연출이다. 수백억원의 대회 예산에도 불구하고 개·폐막식 등의 조명 연출은 홀대받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는 “에든버러 축제에 참여한 중국 공연단은 국가적 지원 아래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극찬받았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주변을 서성일 때가 아니라 핵심을 관통하는 문화적 관점을 공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광장] 무사안일 금융당국이 방조한 동양사태/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무사안일 금융당국이 방조한 동양사태/박현갑 논설위원

    동양그룹이 와해지경이다. 개인투자자 4만여명이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 경영진의 무리한 경영과 무사안일한 금융당국이 주범이다. 금융감독원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하고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 감독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제2의 동양사태는 다시 터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경영진의 방만경영을 경계해야 했다.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은 경영에서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레미콘 공장을 인수해 경영에 잠재적 부담을 안기고, 계열사의 인테리어 설치나 사무용 기기 구입을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회사를 통해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하는 등 방만경영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0년 자본잠식으로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을 맺고 연봉을 대폭 삭감했다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통한 돌려막기로 그 다음 해에 개선약정을 졸업하자마자 등기임원의 연봉만 인상한 행위도 마찬가지다. 오너 2세가 판매하는 의류를 사원증을 제시하면 20% 할인해 준다는 공지에 2만~3만원짜리 의류를 7만~8만원에 사면서도 “옷 디자인이 멋지다”며 지갑을 흔쾌히 열어야 했던 사원들로서는 기업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감시기능을 상실한 사외이사제도 개선해야 한다. 5명인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은 2009년부터 지난 6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절반에 그쳤고 참석한 이사회에서는 찬성표만 던졌다. 그 사이 동양은 각종 무보증 사채 발행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결국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 개인투자자의 원금 손실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 기간 사외이사 한 명당 평균연봉은 2009년 900만원, 2010년 2250만원, 2011년에는 4000만원, 지난해에는 4800만원까지 올랐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려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금감원의 안이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시장에서는 동양위기설이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었다. 2011년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임시방편으로 이행하고 구조조정 실적이 없다면 ‘동양대책반’을 가동했어야 했다. LIG,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사태를 거치면서 CP 발행 위험성도 이미 학습한 상황 아닌가. LIG건설은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부도 직전임에도 태연하게 2000억원대 CP를 발행한 사기혐의로 1심 재판에서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엔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한 달 전 개인투자자에게 CP를 판매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동양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3개 계열사의 회사채나 기업어음 1조 2294억원을 동양증권을 통해 4만여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다. 그룹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이라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강매 지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동양증권에 예치된 고객들의 자산은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법정관리 신청 6일 전,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거나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법정관리 신청 당일, 최수현 금감원장)”는 등 금융당국의 ‘동양 조력자’ 같은 자세로는 금융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반 금융회사는 금융사고가 터지면 유사한 금융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서를 금감원에 낸다. 금감원이야말로 이런 각서를 써도 여러 장 써야 했다. 금감원은 4만여 고객들에 대한 상품판매 녹취록을 동양증권으로부터 당장 제출받아 불완전판매 여부를 일일이 따져야 한다. 발행기업은 돌려막기에 정신없고, 증권사는 자산관리인으로서의 의무를 내팽개치고, 감독당국마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투자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고 과연 주장할 수 있나. 금감원은 금융투자검사국과 감독국을 왜 분리하고 있는지를 되돌아 보는 등 다시 한번 금융의 공공성에 대해 생각하기 바란다. eagleduo@seoul.co.kr
  • 퇴근 후에도 효율적인 ‘열쇠’냐 퇴근 후까지 구속하는 ‘족쇄’냐

    정보기술(IT)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모(30)씨는 요즘 ‘야근 아닌 야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원인은 회사에서 도입한 ‘재택근무 시스템’ 때문이다. 유연한 출퇴근 관리와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며 개인 컴퓨터로 회사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 때문에 집에서 업무를 보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었다. 김씨는 “30분쯤 짧게 업무를 볼 때는 야근 수당을 신청하기도 애매하다”며 “괜한 야근은 물론 개인 공간까지 회사에 흡수돼 버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른바 BYOD(Bring Your Own Device)가 기업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집과 회사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회사 시스템과 연계에 업무에 사용하는 BYOD를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기기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노동계 등에서는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는 부당한 시스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일 BYOD를 위한 보안 솔루션인 ‘T페르소나’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T페르소나는 개인 기기로 업무를 수행할 때 생기는 보안 위협을 막고 반대로 사원들의 사생활 침해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하나의 기기로 기업 모드와 개인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업무를 볼 때는 와이파이 차단 등 보안을 강화하고, 개인적으로 쓸 때는 이를 해제하는 것이다. SKT는 이를 우선 자사에 도입했고 현대중공업에도 시범 제공하고 있다. T페르소나 이전에도 이미 대기업과 IT 업체 등은 자체 보안 시스템을 바탕으로 BYOD를 구현했다. 인텔은 2009년 이를 도입했고, 국내에서도 KT가 자가 컴퓨터로 사내 전산망에 접속해 일할 수 있는 ‘스마트 워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BYOD 활용을 위해 최신 스마트폰에 아예 기업용 보안 솔루션을 탑재했다. 솔루션 업체 VM웨어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93%는 개인 모바일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과거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지하철공사 등에서 개인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며 사생활 침해 등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 시스템은 실제 일을 시키지 않더라도 자유로운 휴식권이 보장되지 않는, 24시간 회사에 속박되게 만드는 부당한 제도”라고 말했다. 반면 한 통신회사 직원은 “집에서도 회사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피곤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지만 BYOD가 없던 과거에도 퇴근 후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퇴근 후 택시 타고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도 급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 오히려 유용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SKT 관계자는 “BYOD는 T페르소나와 상관없이 이미 기업 트렌드가 됐다”며 “T페르소나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LH행복카’ 서비스 입주민 이동 편의 지원…50개 단지 시범 운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이동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30일부터 ‘LH행복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LH행복카는 LH 임대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임대 차량을 주차해두고 이용자가 짧은 시간 동안 가사 및 업무용으로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카셰어링 서비스다. 수도권 38개 임대아파트 단지와 지방 12개 단지 등 50개 단지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앞으로 2년 안에 전국 700여개 단지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요금은 시간당 기본요금 2900원(주말 4300원), 유류비(거리요금) 1㎞당 170원만 내면 된다.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의 50% 수준으로 주부들이 장 보러 갈 때,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최소 1시간에서 최장 3일간 이용이 가능하다. 요금은 신용카드와 선불카드로 낼 수 있고, 이용시간 및 이용거리를 자동 계산해 청구한다. 연료가 부족하면 차량 내 비치된 주유카드를 활용하면 된다. 만 26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일로부터 1년 경과된 입주민이면 누구나 빌릴 수 있다. LH행복카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콜센터(1566-6560)로 예약할 수 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세계 춤꾼들 천안에 多 모인다

    세계 춤꾼들 천안에 多 모인다

    ‘터키, 러시아, 이스라엘, 멕시코, 싱가포르 등 각 대륙의 민속춤에서 웃기는 막춤까지.’ 보기만 해도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충남 천안 흥타령춤축제가 1일 천안삼거리에서 막을 올려 6일까지 열린다. 30일 충남 천안시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춤 축제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온 이 축제가 올해 10회째를 맞아 더 다양해지고 위상이 높아졌다. 캐치프레이즈는 ‘다 함께 흥겨운 춤을’. 1일 전야제와 2일 개막식에 이어 3일부터 열띤 춤 경연이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춤 경연’이다. 학생부, 일반부, 흥타령부, 실버부, 창작 분야로 나눠 모두 223개 팀이 참가한다. 흥타령부는 35세 이상이고, 창작 분야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학생이나 졸업생을 위한 경선이다. 순수 무용의 대중화와 발전을 위해 마련됐다. 부문별 우승팀 등에는 해외 축제 견학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축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거리 퍼레이드가 그런 것으로 관람객과 춤꾼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춤꾼 3000여명과 시민들이 천안제일고~신세계백화점 간 2.2㎞ 도로를 걸으면서 춤을 추는 이 행사는 4, 5일 밤 두 차례 있다. ‘국제민속춤대회’에 나섰던 해외 17개국 20개팀도 참가한다. 그 나라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악기의 흥겨운 연주 속에 민속춤을 춰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막춤대첩’도 기대가 크다. 코믹하고 재미있게 막춤을 추는 모습이 배꼽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막춤대첩 홈페이지 뻔뻔댄스에 8초짜리 막춤 영상을 올린 사람 중 네티즌들이 100명을 선발하는 예선전까지 치렀다. ‘대학가요제’도 있다. 역시 올해 처음 열린다. 단국대, 백석대, 호서대 등 천안·아산 지역과 전국의 7개 대학 12개 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문화관광 축제로 선정된 축제”라며 “보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거리고 신명 나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

    [명인·명물을 찾아서]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

    지난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화성행궁 앞 광장. 반세기를 이어온 제50회 수원화성문화제가 광장을 중심으로 화성 일원에서 그 화려한 막이 올랐다. 이날 개막연에서는 시민 50명이 참여하는 색소폰 연주, 최소리의 물·불 퍼포먼스, 뮤지컬 갈라 콘서트, 가수 강산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조선 제22대 정조대왕의 을묘년 화성원행에 근거한 정조대왕 능행차, 무예종합예술공연, 혜경궁 홍씨 진찬연, 정조대왕 친림과거시험 등 다양한 행사도 선보인다. 행궁광장 한쪽에서는 오전부터 음식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의 음식코너가 마련돼 한식, 일식, 중식을 맛볼 수 있고 수원양념갈비를 요리하고 시식하는 체험행사도 준비됐다. 또 이날 행궁 신풍루 앞에서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록된 활쏘기, 권법, 마상기창, 마상월도 등 24가지 무예와 전통무용공연이 열렸다. 화성행궁 앞 광장이 수원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치단체 및 산하단체의 공식행사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의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화성 국제 연극제, 어린이 문화축제. 각종 전시회, 무예 및 전통공연 등 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씻어줄 만한 행사도 마련된다. 주말과 휴일에는 산책 나온 시민과 행궁을 찾는 관광객들로 광장은 온종일 활기가 넘쳐난다. 그런데 화성행궁 앞에 소중한 광장이 만들어진 사연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조선시대 왕궁 중 광장이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한데 수원시는 658억 9000여만원을 들여 2008년 10월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 광장(2만 2331㎡)을 조성했다. 광장에는 길이 130m, 폭 15m 내외의 어도(御道)가 마련됐으며 봉수당진찬도(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모습), 낙성연도(낙성연을 베푼 모습), 신풍루사미도(백성에게 쌀을 나눠주던 모습) 등도 바닥에 새겼다. 화성행궁 광장이 조성된 것은 수원시가 급증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광장 조성 특별 허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과 행궁 등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 데 반해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해 전통공연이나 각종 문화 예술 행사를 개최할 광장을 요구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국내 왕궁, 행궁에 광장 문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광장 조성에 반대했으나 지속적인 수원시의 요청을 수용해 광장 조성을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사업소 당준상 문화유산관리과장은 “조선시대 왕궁, 행궁을 통틀어 광장이 조성된 곳은 수원 화성 행궁이 유일하다. 화성을 축성한 정조가 만든 것이 아니라 200여년이 지난 후세에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행궁 소개도 빼놓을 수 없다. 화성행궁을 모태로 광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융릉을 참배할 때 머물던 임시 처소로, 모친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기도 했다. 우리나라 행궁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아름다워 행궁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것을 수원시가 주요 건물 482칸을 복원해 2003년 일반에 공개했다. 화성을 축성할 당시 행궁을 비롯한 건축물 모습과 특징까지 모두 기록해 놓은 화성성역의궤를 토대로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TV 드라마 ‘대장금’, ‘이산’과 영화 ‘왕의 남자’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는 등 영화 촬영 장소로도 인기다. 지난 한해 동안 화성행궁을 포함해 화성을 찾은 관광객은 외국인을 포함해 모두 144만 6000여명이다. 올 들어서 지난달 현재 98만 7000여명이 찾았다. 행궁앞 길 건너편에 6·25전쟁 때 사라진 종각도 만들었다. 정조가 화성을 축성할 당시 만든 것이다. 화성행궁 앞에 조성된 화성박물관은 화성의 우수성과 정조의 개혁정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부지 2만 3173㎡, 연면적 5635㎡의 규모로 화성축성실과 화성문화실, 기획전시실 등 3개의 전시실에 야외전시장을 갖췄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화성행궁을 포함한 수원 화성은 과학적이고 실용성과 아름다움에서 뛰어난 점을 인정받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며 ”특히 화성행궁은 여러 행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커다란 광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자랑”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공연단신]

    늘휘무용단 ‘미궁’ 김명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가 이끄는 늘휘무용단이 새달 2~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가을 신작을 발표한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대표작인 ‘미궁’을 생의 순환에 관한 춤으로 풀어낸 창작 무용으로, 기하학적인 구도와 색채의 향연이 돋보인다. 3만~5만원. (02)3277-2590. 노름마치 창단 20주년 콘서트 전 세계 36개국 135개 도시를 돌며 국악 한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노름마치(예술감독 김주홍)가 20주년 기념 콘서트 ‘노름마치 류’를 연다. 새달 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듣는 이의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노름마치 판굿, 빗소리를 닮은 장구의 합주곡 소낙비, 신명을 깨우는 시나위 등을 펼친다. 1만~5만원. (02)323-2257. ‘아리랑’으로 만난 한민족 재외동포재단 주최 ‘코리안페스티벌’이 올해 150년 이주 역사와 함께 전 세계로 퍼져 이국의 정서를 담은 ‘재외동포 아리랑’을 소개한다. 재외동포 공연팀은 일본에서 음반대상을 받은 박영일(일본명 아라이 에이치), 조선족 가수 김은희, 고려인 성악가 고 류드밀라 남의 제자인 이연성 등 8개국 7개팀으로 새달 5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 오른다. festival.korean.net에서 신청.
  • 30만원의 기적

    용산구가 단돈 30만원을 들여 24개 사회복지기관이 참여하는 사회복지 박람회를 개최한다. 비결은 바로 ‘자체 제작’과 ‘재능 기부’를 통한 예산절감으로 두 개의 플래카드 제작 비용만 들인다. 첫 사회복지박람회는 27일 오전 10시 용산아트홀 소극장, 지하 1층 전시실 등에서 열린다. 구는 “화려한 외형 대신 재능 기부와 내실화를 꾀한 검소한 예산 절감형 행사를 목표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용산구는 먼저 관련 기관에 배포할 포스터를 자체 제작했다. 업무용 컬러프린터 등을 이용해 포스터를 출력했고, 박람회 기념식 초청장은 공문서로 만들어 직접 전달하는 방법으로 예산을 아꼈다. 박람회 사회도 재능기부를 약속한 김현영 아나운서와 성우 문정호씨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적은 돈을 들이지만 박람회 내용은 알차다. 기존 사회복지박람회의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 무료 나눔 행사를 대폭 강화한 것. 박람회에 참여하는 사회복지기관의 재능기부 덕분에 모든 게 가능해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초·중·고교 재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성격유형검사와 대중지능검사, 진로지도를 실시한다. 대사증후군, 혈압, 당뇨 무료 검사도 진행된다. 대표적인 체험 행사로는 효창종합사회복지관의 가베블록 및 푸드아트, 갈월종합사회복지관의 우쿨렐레, 아모레퍼시픽 복지재단의 네일아트, 서울시 농아노인지원센터의 포토존 사진촬영 및 종이공예, 용산재가노인지원센터의 압봉체험, 전문재능자원봉사단의 풍선아트 등이 있다. 모두 사회단체의 재능 기부와 무료 나눔 행사로 이루어진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메가박스, 새달 16일까지 세계 유명 고전 발레 실황 상영

    세계의 유명 고전 발레 실황을 국내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메가박스는 영국로열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고집쟁이 딸’의 공연실황을 국내 최초로 개봉한다고 26일 밝혔다. 로열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힌다. 이날부터 10월 16일까지 상영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케네스 맥밀란의 안무를 바탕으로 로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로런 커스버슨이 줄리엣을, 페데리코 보넬리가 로미오를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원작 삼은 고전 발레다. 10월 17일 개봉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와 함께 3대 고전 발레로 불리는 작품으로 러시아 고전 발레의 교과서로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연출한 안무를 토대로 했다. 11월 7일에는 ‘고집쟁이 딸’이 개봉한다. 부잣집 아들과 억지 결혼을 해야 하는 리즈와 그의 연인 콜라스의 사랑을 희극적으로 담은 코믹 발레 장르다. 공연 실황은 메가박스 코엑스를 비롯해 전국 13개 지점에서 상영되며 티켓 가격은 2만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메가박스 홈페이지(www.megabox.c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호수를 배경 삼아 즐기는 거리축제

    탁 트인 호수와 시원한 분수를 배경으로 거리극, 인형극, 무용 등 다양한 거리 예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제5회 고양호수예술축제가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경기 고양시 고양호수공원과 일산문화공원, 화정 문화의 거리 등 고양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고양 600년, 미래를 찾다!’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외 거리 예술 공연, 신진 예술가와 아마추어들의 공연이 총 180여회 열린다. 이번 축제의 공식 참가작은 해외 초청 4개, 국내 초청 13개 등 총 17개 단체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대표작으로는 스페인 거리극단 작사의 ‘선원과 바다’가 꼽힌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 출신으로 중세 유럽 최고의 시인 중 한명으로 꼽히는 아우시아스 마르크의 시 ‘선원과 바다’에서 모티프를 따와 삶의 근원이자 문화의 연결고리이면서 환경오염으로 위기에 처한 바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극단은 자애의 상징에서 핵폐기물의 묘지로, 오일 탱크와 같은 재앙으로 변모하는 바다의 여러 가지 모습을 화려한 색채와 불꽃 효과로 표현한다. 국내 초청작인 노리단의 ‘공룡기사단의 부활’은 3억년 전 멸종된 공룡들을 고양호수공원에 부활시켜 인간들과 한바탕 기쁨의 축제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사실감 넘치는 붉은 익룡 오브제와 역동적인 타악 공연이 결합되며 시민 200여명이 참여해 자연과 인간, 판타지와 현실이 공존하는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젊은 예술가들이 특유의 신선함과 자유분방함을 발산하는 행사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28~29일 화정 문화의 거리 문화광장에서 열리는 ‘고양 아마추어 스트리트 페스티벌’에는 라이브밴드, 퍼포먼스, 댄스 등 아마추어 예술인 18개 단체가 참여한다. (031)960-005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디지털 지도 3.0시대] 마트서 구입할 품목 누르면 자동 길 안내… 세일 행사까지 ‘척척’

    [디지털 지도 3.0시대] 마트서 구입할 품목 누르면 자동 길 안내… 세일 행사까지 ‘척척’

    스마트폰과 위치정보를 활용한 지도 서비스가 만났다. 단순 내비게이션이 아닌 일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캔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지도로 전환된 다양한 정보가 전용프로그램(앱)으로 개발돼 교육·오락·상거래·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생활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지도 3.0’시대를 맞아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업체나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도 디지털 지도 서비스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이나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본 운전자라면 한두 번쯤은 약속 장소를 찾아가거나 일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자동차를 찾느라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길찾기 서비스는 길가 큰 건물을 찾는 데는 유용하지만 복잡한 건물 안의 특정 장소를 찾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항이나 대형 쇼핑몰 등 복잡한 실내공간에서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 휴대전화로 코엑스몰이나 인천공항, 강남역 지하상가 등의 앱을 내려받아 구동하면 원하는 지점까지 정확히 찾아갈 수 있는 3차원(3D) 내비게이션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입점 브랜드, 또는 사고자 하는 품목을 누르면 자동으로 길을 안내해 주고 사진으로 상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마트에서 진행 중인 세일 행사까지 알려준다. 인천공항에서 탑승편이나 지하철역, 주차구역만 누르면 최단 거리로 안내해 주는 서비스다. 정부도 2017년까지 주요 철도역·전철역, 공항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디지털 지도를 만들어 위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좌표 중심의 위치정보에 실내 건축도면, 입점 도면 등을 얹어 길눈이 어두운 사람도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게 만든 지도다. 뿐만 아니라 비상사태 시 긴급 대피 경로를 찾거나 시각을 다투는 인명구조 등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디지털 지도 3.0이 생활 혁명을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지도 3.0은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간정보와 각종 데이터가 융합돼 새로운 서비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지도를 말한다. 단순한 길 안내가 아닌 게임·광고·문화·스포츠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지도다. 디지털 3.0 시대에는 각각의 정보 디지털 지도만 만들면 무궁무진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빈터에 집을 한 채 짓는다고 하자. 그동안은 소유권 확인, 지적 측량, 용도지역 확인, 지하 매설물 확인 등을 위해 각각의 증명서를 떼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18종의 부동산정보를 담은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을 이용하면 이런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건물 시뮬레이션으로 어떤 모양으로 지어야 채광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 주변 건물과 마찰은 없는지 등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행정 편익도 증진된다. 주민등록 전입신고 시 임야·나대지 등 거주할 수 없는 곳에 전입신고를 하는 위장전입신고도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과 주민등록정보시스템을 연계하면 즉시 가려낼 수 있다. 부동산 공간정보와 과세정보를 연계해 탈루 세금을 막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이 밖에 다양한 디지털 지도 생산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지도를 바탕으로 기업이나 개인의 맞춤형 디지털 지도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국순당은 국토교통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3D 디지털 지리정보를 바탕으로 회사가 보유한 공장·지사·지점에 대한 위치정보와 시설물 정보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앱을 만들었다. 오픈메이트는 브이월드 정보를 입지·상권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한남건축은 건축물 기본 정보 및 상세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3D 시뮬레이션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서해도시가스는 해당 관리구역의 도시가스 배관망, 검지기, 계량기를 지도에 표시해 관리하고 있다. 유비텍은 브이월드와 연계해 관광 명소와 정보를 키오스크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조원영 삼성경제연구소(SERI) 수석연구원은 SERI 경영노트에서 “디지털 지도가 실내에서 실외로, 길찾기 기능에서 SNS·상거래 등이 결합된 융복합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며 “지도 정보 수집에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문화마당] 난파음악상 파문을 보며/임형주 팝페라 테너

    [문화마당] 난파음악상 파문을 보며/임형주 팝페라 테너

    최근 문화계에서 큰 이슈를 몰고 온 사건이 벌어졌다. ‘난파음악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한 작곡가가 홍난파의 친일 행적, 역대 수상자들의 공정성 시비 등을 이유로 사상 처음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난파음악상’은 지난 1968년 작곡가 홍난파(1898~1941)를 기리기 위해 제정돼 국내 음악계에서 그 권위와 전통을 인정받는 상이기에 이 사건의 여파는 컸다. 더욱이 ‘난파음악상’의 주관사는 부랴부랴 수상자를 변경했는데, 그 소프라노 또한 상을 거부하는 바람에 언론매체의 문화면과 사회면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설왕설래 속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이 사건을 보며 음악가인 필자에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이 사건 발단의 진정한 ‘주인공’인 작곡가 홍난파 선생이었다. ‘봉선화’, ‘고향의 봄’, ‘옛 동산에 올라’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작곡가인 홍난파 선생은 2000년대 들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 그리하여 근래 들어 졸지에 ‘국민 작곡가’에서 ‘친일 작곡가’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친일 행적’이 확인되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까지 ‘친일의 잔재’라 울부짖으며 ‘청산’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우리와 비슷한 다른 국가를 예로 들어보자. 나치에 가담했다고 판명난 불멸의 독일의 국보급 작곡가 ‘바그너’나 오스트리아의 전설적 지휘자 ‘카라얀’, 현재 이 두 음악가의 음악작품 또는 음반이 금지곡으로 지정되거나 판매금지 되고 있나? 아니다. 오히려 독일의 바이로이트에서는 해마다 여름 시즌이면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까지 열며 오래전부터 그를 기리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홍난파 선생처럼 ‘친일’로 낙인 찍힌 한국의 ‘이사도라 던컨’ 무용가 최승희(1911~1967) 선생에 대해 말해보자면, 그녀는 일제강점기에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갖은 고생을 하며 무용을 익혔다. 그 후 일본에서 조선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어디 그뿐인가. 일반인들은 해외로 나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그 시절 전 세계 각지를 돌며 성공리에 순회공연을 하기까지 했다. 일제강점기, 언제 어떻게 그 ‘전통’과 ‘맥’이 끊길지 모르는 ‘한국무용’ 기법을 작품에 녹여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북한 김일성의 ‘러브콜’을 받아 월북하였고 북한 정부의 엄청난 지원 속에 활발한 예술활동을 펼치다, 결국 남한과 북한 모두에 버림받은 비운의 무용가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시선을 ‘예술’이란 틀 안에 맞춰 보았을 때 피와 땀, 혼이 서린 그들의 ‘예술작품’까지도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모조리 청산해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필자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제강점기에 이 땅에 태어나 지금처럼 음악가로 살아간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고문을 받으며 죽어가는 가족들을 내팽개치고서 이 한 몸 바쳐 무조건적인 희생정신으로 ‘민족 음악가’ 혹은 ‘애국지사’, ‘독립운동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무척 어렵고 힘든 질문일 것이다. 아울러 ‘친일’, ‘종북’으로 낙인찍힌 그들의 ‘예술세계’, ‘예술작품’만큼은 좀 더 넓은 시야와 색다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진화 실패한 공룡, 매각

    진화 실패한 공룡, 매각

    경영난에 시달려 온 캐나다 스마트폰 업체 블랙베리가 47억 달러(약 5조 원)에 매각된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이날 이 회사의 최대 주주(9.9% 지분 보유)인 페어팩스 파이낸셜 홀딩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주당 9달러의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페어팩스가 사들이기로 한 주당 가격은 지난주 블랙베리의 종가보다 3.1% 높은 것이다. 인수 컨소시엄 측은 앞으로 6주간 블랙베리의 장부를 들여다보며 본격적인 실사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 컨소시엄은 파트너들에게 돈을 빌려 회사를 인수한 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3자에 매각하거나 재상장하는 ‘바이아웃’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한다. 따라서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블랙베리는 곧바로 상장 폐지될 전망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워털루에 본사를 둔 블랙베리는 한때 업무용 스마트폰 분야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용해 ‘오바마폰’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애플 아이폰 발매 이후 경쟁이 심해지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주에는 전체 인원의 40%에 해당하는 4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DC의 추계에 따르면 블랙베리의 시장점유율은 3% 미만으로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아이폰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에도 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내놓았던 야심작 ‘Z10’이 버그 등 문제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더욱 떨어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권력과 예술 사이 외줄 탄 한국미술단체 100년史

    권력과 예술 사이 외줄 탄 한국미술단체 100년史

    “‘서울비엔날레’가 지속되지 못한 건 (미술계 내부의) 권력 다툼 탓이었죠. 이로 인해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도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제4집단’ 역시 굉장히 과격하게 활동하고 전국 읍·면 단위에서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하니 정부에서 눈여겨보고 경찰이 따라붙었습니다.”(추상미술가 김구림) 1970년 태동해 우리나라 실험미술의 선구적 단체로 주목받던 AG. 서양화가, 조각가, 미술평론가들로 구성돼 1975년 해체될 때까지 전위를 표방하며 활동했다. 이 단체를 이끌던 김구림은 “어느 날 다방에서 김차섭, 곽훈, 최붕현과 넷이 만났는데 단체를 만들어 보자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면서 “다른 그룹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가, 지방에서 활동하는 작가, 평론가까지 모두 끌어들였다”고 회상했다. AG는 이후 경복궁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미술 잡지를 펴낼 만큼 세를 불렸다. 이곳에서 미술 외에 음악, 무용, 연극, 영화를 아우르는 진취적 단체인 제4집단도 파생된다. 제4집단은 “인간을 본연으로 해방한다”는 강령을 내세우고, 회장을 ‘통령’이라 부를 만큼 진보적이었다. 또 1960년대부터 미술계를 양분해 온 서울대와 홍익대 미대의 파벌을 타파하려 했다. 하지만 미술계의 진보적인 움직임은 분파가 생기면서 와해됐다. 단체를 지속하자는 파와 다른 단체를 만들자는 파로 나뉘면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AG가 이끌던 서울비엔날레도 결국 박서보의 서울현대미술제에 통폐합됐다. 1900~1999년 100년을 관통한 한국미술사의 흐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열 평론가는 “김환기나 이중섭같이 뛰어난 개인조차 미술 단체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과정을 밟으면서 성장했다”고 긍정한 반면, 고충환 평론가는 “(미술 단체는) 결과적으로 문화 권력의 형태를 띠고, 학연과 인맥 중심으로 미술판을 구조화하는 폐해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분명한 것은 이들 단체가 근현대사의 혼탁한 시기에도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고 작가정신과 시대적 화두를 미술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1910년까지 조선의 관립 미술기관이던 ‘도화서’ 이후 ‘서화협회’(1918), ‘신사실파’(1947), ‘현대미술가협회’(1957), ‘목우회’(1958), ‘AG’(1970), ‘현실과 발언’(1979) 등 수많은 단체가 부침을 거듭했다. 이 중 서화협회는 전국의 서화가를 포괄하는 최초의 종합미술단체였다. 국권을 침탈당한 뒤 근대 화가들이 주축이 돼 미술 활동을 펼쳤다. 이어 김창열·박서보 등이 참여한 현대미술가협회가 전후의 암담한 시대상을 스스로의 실존적 가치로 풀어냈다. 이 단체는 기성의 가치와 제도를 극복하려 했다.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 운동이 주목받았다. 윤범모·최민 등이 참여한 ‘현실과 발언’이 대표 단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최근 이 같은 흐름을 집대성해 ‘한국미술단체 100년’을 책으로 펴냈다. 전문가들의 평가와 주요 단체에서 활동한 작가 5명의 구술 채록 등이 실렸다.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단체들에 대한 평론가 및 미술사가 16명의 평가에선 AG가 12표(중복투표 허용)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에 꼽혔다. 윤진섭 호남대 교수는 “전후 한국의 현대미술사에서 본격적인 전위운동을 펼친 단체”라고 표현했다. 이어 민중미술 기반인 ‘현실과 발언’(11표), ‘서화협회’(10표), ‘신사실파’(5표), ‘현대미술가협회’(이상 4표) 등의 순이었다. 김달진 관장은 “최근 미술은 거대 담론이나 시대적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개인과 일상에 주목하는 추세지만, 미술 단체의 활동이 시대와 문화의 중요한 단면을 형성했던 우리 미술의 역사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채동욱, 출근 않고 칩거 장기화…변호사와 정정보도 소송전 준비

    채동욱, 출근 않고 칩거 장기화…변호사와 정정보도 소송전 준비

    채동욱(54) 검찰총장이 추석 연휴가 끝난 23일에도 연가를 낸 채 출근하지 않고 칩거를 이어 가고 있다. 채 총장이 사의 표명과 법무부 감찰에 불응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무부와의 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채 총장이 오늘도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면서 “연가 기간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길태기 대검 차장이 오전 회의를 주재하는 등 채 총장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가 보도한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내려지자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를 수리하지 않자 지난 16일부터 연가를 낸 상태다. 추석 연휴가 끝난 이날 채 총장의 출근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채 총장은 연가를 신청했다. 채 총장은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경우 연가를 계속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가는 20여일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은 취임 이후 연가를 거의 쓰지 않아 최대 2주 정도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을 수 있다. 채 총장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자택에 들어가지 않고 모처에서 변호사들과 정정 보도 청구소송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시절 함께 근무했던 고검장 출신 변호사 등 2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서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채 총장 측이 재판에서 제시할 증거와 유전자 검사 실시 여부, 정정 보도 소송 외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지 등이 주목된다. 한편 추석 연휴 기간에도 채 총장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섰던 법무부 감찰관실은 조만간 감찰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인 감찰에 착수할 전망이다. 감찰관실은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을 낳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임모(54)씨 등 주변 조사는 일단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관실은 임씨의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조사와 함께 채 총장이 임씨의 전세금과 아들 유학 비용을 부담했는지 등 각종 의혹들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 감찰에 대해 감찰 무용론(無用論)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 감찰이 진실 규명의 핵심 관건인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수 없는 데다 혼외 아들 의혹은 징계 시효도 끝난 상황이라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법무부가 임씨의 금전 관계를 파헤치는 것을 두고도 채 총장의 스폰서 의혹 등 먼지떨이식 별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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