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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종 창작발레 수출하는 게 다음 목표”

    “토종 창작발레 수출하는 게 다음 목표”

    “해외에 나가면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에 대한 관객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뜨거워요. 오페라 ‘나비부인’이 일본, 발레 ‘라바야데르’가 인도를 배경으로 하듯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수출 못 할 이유가 없죠. 우리 창작 발레를 해외에서 탐내도록 만들어 수출하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51) 단장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설렘이 함께 배어 있었다. 발레단이 첫발을 내디딘 1984년. 변변한 남자 무용수가 없던 시절, 다리가 길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인쇄소 직원에 연극배우들까지 끌어와 공연을 올렸다. 그 열악한 시간을 딛고 한국 발레가 세계 무대에서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킨 건 국내 최대 민간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이 컸다. 그 중심에 문 단장이 있다. 특히 창단 멤버인 그가 바라보는 발레단의 서른살 생일은 감회가 남다르다. 문 단장은 “30주년을 맞아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행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사람이 바뀌어도 발레단이 더 오랜 세월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탄탄하게 다질 계획”이라며 “단원 및 공연 평가 체계화, 단원·직원 처우 개선, 공연 제작 과정의 효율화 등 내부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단장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관객과 발레를 잇는 연결고리가 됐다. 2008년부터 공연 전 그가 직접 발레 동작을 보여주며 작품 감상법을 일러주는 해설과 실시간 자막 도입 등은 발레 대중화를 견인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평균 객석 점유율이 82%(유료 객석 점유율 75%)로 안정적인 운영을 이뤄냈다. ‘발레 한류’의 첨병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1985년부터 국내 발레단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공연을 시작한 유니버설발레단이 지금까지 무대에 오른 곳만 21개국 115개 도시에 이른다. 레퍼토리 구성도 1992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과 협업한 뒤 다채로워졌다. 문 단장은 “앞으로도 단원 전체가 고른 기량을 갖춘 유니버설발레단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고전의 전통성과 현대작의 세련미를 효과적으로 섞은 레퍼토리를 꾸며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의 머릿속에는 내후년 선보일 창작 발레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차 있다. 그는 “한국적 요소를 담은 현대판 명작이니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오는 2월 30주년 기념 특별 갈라 공연을 연 뒤에 4월에는 스페인 천재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멀티 플리시티’ 전막을 초연한다. “두아토에게 지난해 ‘멀티 플리시티’ 전막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했더니 한국에 와서 단원들의 기량을 평가한 다음에 답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10월 찾은 그가 우리 단원들의 움직임을 보더니 단번에 ‘노 프라블럼’이라고 외치더라고요.” 자신도 두아토의 팬이라는 문 단장은 만족감과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미래를 품은 문 단장의 눈길은 발레단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무용계가 발전하려면 창의적인 안무가를 길러 내는 게 급선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요즘은 국내에서 교육받은 무용수가 해외 발레단에서 주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 무용수, 교육 수준이 모두 올라갔어요. 마지막 과제는 탁월한 안무가를 발굴해 내는 거죠. 영국 로열발레단의 케네스 맥밀런, 미국 뉴욕시티발레단의 게오르게 발란친 등 세계 무용계를 봐도 발레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는 천재 안무가가 내부에서 탄생했을 때예요. 우리도 토양이 갖춰졌으니 우리만의 지문이 묻어 있는 발레를 만들고 수출하는 일만 남았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휘재 첫사랑 임상아…두 사람의 풋풋했던 첫 만남은?

    이휘재 첫사랑 임상아…두 사람의 풋풋했던 첫 만남은?

    이휘재 첫사랑 임상아 개그맨 겸 MC 이휘재가 패션 디자이너 임상아를 첫사랑이라고 밝혀 네티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휘재는 “고2 때 강남역에 있는 일일찻집에 갔다가 예고 무용과 친구들을 만났다. 퀸카 중의 퀸카였다. 어떤 소녀가 지나갔는데 영화 같았다. 저도 모르게 대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휘재는 이어 “그 친구가 집에 갈 때 따라서 좌석 버스를 탔다. 그 때까지 여자친구를 사귄 경험이 없었다. 만나고 싶다고 고백했는데 ‘친구로 지내자’며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이휘재는 “그 친구가 임상아다. 그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났고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지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친구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출연진과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임상아는 1995년 SBS 탤런트로 데뷔했으며 ‘뮤지컬’ 등 인기곡으로 가수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1998년 3집 활동을 마무리한 임상아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파슨즈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한 뒤 2006년 ‘SANG A(상아)’라는 가방 브랜드를 론칭했다. 현재 임상아는 할리우드 스타 사이에서 사랑받는 가방 디자이너 겸 CEO로 활약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임상아 이휘재 첫사랑이라니 놀랍다”, “이휘재 임상아 첫 만남 순간이 재밌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휘재, 첫사랑은 임상아 “무도회장에서 임상아 보고..” 충격

    이휘재, 첫사랑은 임상아 “무도회장에서 임상아 보고..” 충격

    ‘첫사랑은 임상아’ 방송인 이휘재가 자신의 첫사랑이 임상아라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6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이휘재가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휘재는 “고등학교 시절 첫눈에 반한 여자가 있었다”며 “바로 임상아”라고 말했다. 이휘재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 외모였다”며 “버스에서 고백을 했지만 그녀는 대학에 갈 때 까지 공부를 해야한다며 거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휘재는 “이후에 나는 서울예대로 갔고 그 친구는 무용과를 갔다고 들었다”며 “내가 인생극장으로 스타가 된 뒤 무도회장에서 임상아를 보게 됐고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휘재, 첫사랑은 임상아 소식에 네티즌들은 “이휘재 첫사랑은 임상아, 풋풋하네” “이휘재 첫사랑은 임상아, 이휘재 아내가 서운해 할 듯” “첫사랑은 임상아, 임상아 뮤지컬 노래 너무 좋아했어”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사진 = SBS (이휘재, 첫사랑은 임상아)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박대통령 신년회견] “北지도자 만날 용의… 회담 위한 회담 안 돼”

    [박대통령 신년회견] “北지도자 만날 용의… 회담 위한 회담 안 돼”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남북관계의 핵심 화두는 ‘북한의 핵 포기’였다. 박 대통령이 통일 시대의 핵심 장벽을 북핵으로 꼽은 건 이를 남북협력과 포괄적으로 연계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북한이 핵능력의 고도화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남북 간 교류·협력은 ‘불가’하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남북 경협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만큼 조기에 5·24 대북제재 조치가 해제되거나 유연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이 지난해 무산됐던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에 다시 제안한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풀 물꼬로 삼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오는 10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자고 공식 제의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로 첫걸음을 잘 떼어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 ‘통일 무용론’이나 ‘통일 회의론’에 대해서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한마디로 반박했다. 2015년 한반도 분단 70년을 앞두고 국정운영 핵심 과제로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위협, 핵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 가야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비전이나 적극적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북핵 문제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로 요구한 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구상대로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 대응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남북 간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이 되면 ‘대박’이지만 남북 대결 속에 북한의 붕괴로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통일은 ‘쪽박’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를 언제든 만날 수 있지만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를 회담 성과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남북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악화 이유로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역사 도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는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를 기초로 쭉 이어져 온 것”이라면서 “최근 들어 한국은 그렇게 가려고 하는데 (일본 측에서) 그것을 부정하는 언행이 나오니까 양국 협력 환경이 자꾸 깨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국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특정 시기를 못 박기보다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대해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진입했다고 자평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사설] 이산가족 상봉 고리로 남북 물꼬 터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위한 조치로 설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에 제안했다. 분단 60년을 한 해 앞두고 남북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과다한 통일비용 등을 이유로 우리 사회 일각에서 통일 회의론과 무용론이 제기되는 시점에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며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은 주목받을 일이다. 박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데 따른 응수로 볼 수 있다. 남북 당국이 현재의 고착상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이산가족 상봉 논의에서부터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당국도 박 대통령의 이산가족 제안에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길 바란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남북 간의 실질적인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변화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시킨 5·24 조치 완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5·24 조치 완화를 포함한 전향적 정책변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을 남북 교류협력의 장으로 견인하기 위한 구체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일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5·24 대북 제재조치의 완화와 2008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한 대화 무드 조성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제언한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강화와 민간교류 확대 기조를 밝힌 만큼 신년 회견의 후속조치로 더욱 유연한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걸음을 내디딘다면”이라고 언급해 비핵화의 진전을 선제적 해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비핵화의 진전된 논의를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의 신뢰회복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일각의 시각과는 엇갈린다.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지난 대선 공약인 ‘호혜적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에 따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원론적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어떻게 연계하고 분리해 나갈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다국적 제작진 ‘로스트 가든’ 뮤지컬 한류 꿈꾼다

    다국적 제작진 ‘로스트 가든’ 뮤지컬 한류 꿈꾼다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는 3일 동안 한국의 창작 뮤지컬 ‘로스트 가든’이 첫선을 보였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욕심쟁이 거인’을 원작으로 삼아 미국·이탈리아·일본 등 다국적 제작진이 뭉쳐 만들었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영어를 쓰고 초연을 중국 상하이에서 올렸다. 이런 배경에서 엿볼 수 있듯 ‘로스트 가든’은 한국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의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는 뮤지컬로 기획됐다. 상하이 공연에서 관객 2만명을 끌어모으면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K뮤지컬’의 대표 사례로 회자한 ‘로스트 가든’이 오는 17일 국내 관객들 앞에서 베일을 벗는다. ‘로스트 가든’을 진두지휘하는 소준영 총감독은 지난 2007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라이선스 초연의 연출을 맡아 선풍적인 인기를 견인한 바 있다. 그가 다국적 제작진을 이끌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뮤지컬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경험이 밑바탕 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세트만 컨테이너 박스 5개에 달했어요. 제작비용과 물류 비용이 상당했죠. 이 정도 규모의 뮤지컬은 내수 시장만 노려서는 어렵겠다는 걸 느꼈습니다.” 소 감독은 함께 일하는 제작진들과 함께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에서 올릴 수 있는 글로벌 뮤지컬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세계지도 위에 컴퍼스를 올려 놓고 서울을 축으로 원을 그렸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2시간 안에 닿는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 상하이, 톈진이 원 안에 들어왔다. “세계 여러 지역을 돌아봐도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도시가 5개씩이나 한데 모여 있는 곳이 드물어요. 물류 비용을 절감하면서 수지도 맞출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공연을 향유하는 인구가 많은 상하이를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판단했다. 첫 공연을 한국이 아닌 상하이에 올린 이유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만큼 세계 각국의 콘텐츠를 한 작품 안에 눌러 담았다. 괴팍한 거인이 자신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내쫓자 정원이 눈보라가 덮여 황폐해지고, 마음을 연 거인이 담장을 허물어 다시 아이들을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원작 ‘욕심쟁이 거인’은 영미권에서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작품이다. 여기에 뉴욕에서 30년간 활동한 재즈 뮤지션 잭 리, 브로드웨이 무대연출가 톰 리, ‘노트르담 드 파리’와 ‘캣츠’ 등의 안무를 만든 이탈리아 출신 안무가 엘리사 페트롤로, 일본 아카데미상 음악상을 두 차례 수상한 노리히토 스미토모가 참여했다. 주연배우로 가수 김태우·전보람(티아라)과 함께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공연에서 콰지모도와 프롤로 역을 맡았던 제롬 콜렛이 무대에 오른다. 또 영상과 안무, 음악을 십분 활용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한다. 가로 20m, 높이 10m의 스크린에는 눈이 내리는 풍경과 고목, 꽃이 화사하게 핀 정원 등을 수묵화와 서양 수채화의 기법을 혼합해 표현한다. 거인의 정원을 뛰어노는 아이들은 노래와 현대무용 외에 비보잉 댄스와 기타, 드럼 연주로 형상화된다. 무대 세트만 컨테이너 박스 2개, 지난 중국 초연 당시 30억원을 쏟아부은 규모다. ‘로스트 가든’은 이번 한국 공연 후 본격적으로 세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우선 도쿄와 베이징, 방콕에서 공연하는 것이 목표다. “아일랜드의 원작에 가담한 제작진의 국적이 5개국이 넘습니다. 한 나라 한 문화만의 색깔이 나올 수 없으니 어느 나라에 가든 통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오는 17일~2월 16일 용인 포은아트홀. 5만~12만원. (031)260-335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제주 모든 읍·면·동에 전기車 무료 충전기 설치

    제주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모든 읍·면·동사무소에 공무용 전기자동차와 충전기(완속)를 배치해 무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주도는 올해 상반기에 전기차와 충전기 각각 18대를 구입해 건입·노형·이도1동 등 제주시 18개 동사무소에 1대씩 배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이들 동사무소에 전기차와 충전기가 배치되면 제주시 19개 동, 7개 읍·면, 서귀포시 5개 읍·면, 12개 동사무소 등 도 내 43개 읍·면·동사무소 모두 전기차와 충전기를 운영하게 된다. 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해 전기차 160대를 민간에 보급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중 500대를 추가 보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차종에 관계없이 대당 2300만원(국비 1500만원, 도비 800만원)의 보조금과 완속충전기 구입비 800만원을 지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화보] 영화 ‘소녀’ 김윤혜, 관능미 넘치는 도발적 춤사위 ‘눈길’

    [화보] 영화 ‘소녀’ 김윤혜, 관능미 넘치는 도발적 춤사위 ‘눈길’

    영화 ‘소녀’에서 성숙한 눈빛 연기와 섬세한 내면 연기로 찬사를 받은 배우 김윤혜의 남성패션매거진 아레나 옴므 플러스 화보가 공개돼 새해 벽두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아레나 화보 촬영의 컨셉은 ‘쉘 위 댄스’로 진행되었으며, 2014년 새해 유망한 신인 여배우 김윤혜에게 자신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를 몸짓으로 표현하게 하자는 컨셉으로 시작되었다. 소녀티가 채 가시지 않은 앳되고 수줍은 외모의 김윤혜는 막상 카메라 앞에서 남자 무용수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자 섹시한 각선미를 드러내며 도발적인 춤을 선보여 촬영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사진 속 김윤혜는 망사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를 남자 무용수의 어깨에 올리며 도발적인 포즈로 관능미를 발산하고 있다. 김윤혜는 촬영 후 인터뷰에서 촬영에서 보여준 섹시하고 도발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스스로를 ‘집순이’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일이 없으면 밖을 잘 나가지 않고 틈틈이 영화나 에세이도 즐겨 읽는다고 했다. 김윤혜의 관능미 넘치는 화보와 인터뷰는 아레나 옴므 플러스 1월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한편, 김윤혜는 최근 개봉한 영화 ‘소녀’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섬세한 내면 연기로 여주인공 ‘해원’역을 완벽히 소화, 충무로에서 차세대 연기파 여배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영화 관련 인터뷰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 동안 밀린 광고 촬영 및 차기 출연작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새로운 한반도’ 준비할 국가적 역량 갖출 때다

    올해 한반도를 관통할 키워드는 단연 북한, 그중에서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라고 할 것이다. 지난해 말 자신의 고모부이자 실질적인 권력서열 2인자인 장성택을 처형한 김정은과 그의 북한 체제는 2014년의 한반도를 불가측(不可測)의 지대로 몰아가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의 유동성을 크게 증폭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훗날 사가들이 평할 일이겠으나 광복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우리의 분단사는 2013년 이전과 2014년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게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지난해까지가 남북 분단체제의 고착화 시기였다면 올해는 통일 한반도를 향한 실질적 첫 걸음을 떼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모두가 목도하는 바와 같이 지금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그 어떤 시나리오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장성택 숙청이 내부 권력 간 이권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든, 집권 3년차를 맞는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새롭게 다지려 벌인 일이든 간에 북한은 이제 상당기간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오랜 외교적, 경제적 고립 속에서 벌어지는 북한 내부의 동요는 언제든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당장 북의 무모한 무력도발이 김씨 세습정권의 몰락을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독일이 그러했듯, 부지불식간에 밀어닥칠 한반도 통일의 날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분단 체제의 안정적 관리’라는 대북정책의 기조 또한 ‘북한 체제의 급변과 이에 따른 통일을 대비’ 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철저한 대비태세가 요구된다. 밖으로는 한반도의 급변사태에 외세가 끼어들어 한반도의 완전한 통일에 장애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외교적 방비를 서둘러야 한다. 안으로는 북의 무력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북한 급변사태에 대응할 ‘개념계획 5029’ 등을 정밀하게 다듬어 어떤 상황도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김정은이 어제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고 하나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북한이고 보면 그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국민적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몇몇 신년 여론조사에서 보듯 통일에 대한 국민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염려된다. 통일을 새로운 기회로 보기보다는 지금의 안정을 해치는 걸림돌로 보는 인식이 젊은 세대일수록 강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통일시대의 주역일 젊은 세대의 이 같은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일 과정에서의 혼란을 담대하게 이겨낼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비극의 분단사를 매듭지어야 할 기성세대의 역사적 책무다.
  • [신년 여론조사-광역단체장(2) 대전·충남] 안희정 31.3% 홍문표 13.2%

    [신년 여론조사-광역단체장(2) 대전·충남] 안희정 31.3% 홍문표 13.2%

    충남지사 선거는 잠재적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민주당 소속 현 충남지사와 중원 탈환을 노리는 새누리당 후보군의 한판 승부가 될 전망이다. 안 지사가 도지사 재선을 2017년 대선의 교두보로 삼느냐에 따라 선거 구도가 돌변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민주당 입장에선 안 지사의 선전 여부에 따라 대전·충북 지역의 판세까지 집어삼킬 수 있는 곳이다. 반면 새누리당으로선 새로운 지지기반으로 떠오른 충청권 민심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보수성향이 짙은 충남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으로 인한 표심 변동 역시 관전 포인트다. 안 지사에 대한 도정수행 지지도는 긍정 평가(67.1%)가 부정 평가(22.3%)보다 44.8% 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업무수행 평가는 여성(71.8%)과 40대(79.0%), 학생(83.7%)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친노무현 직계인 안 지사가 상대적으로 개혁 성향의 유권자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재신임을 묻는 질문에는 지지하지 않겠다(43.5%)는 답변이 지지하겠다(36.8%)는 답변보다 6.7% 포인트 높게 나타나 교체 의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긍정평가층 중에서도 재신임을 거부한 비율은 60.7%나 됐다. 무응답층도 19.7%나 돼서 부동층의 향배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적합도 조사에선 안 지사가 현직 프리미엄으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군이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31.3%로 1위인 안 지사 다음으로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13.2%),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10.8%),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8.9%)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연임 제한으로 시장 출마를 할 수 없는 성무용 천안시장(5.5%)과 한국조폐공사 사장 출신인 전용학 전 의원(5.9%)도 소수 후보군을 형성했다. 특히 부동층이 24.3%로 다른 지역보다 높아 충청권 특유의 ‘드러내지 않는 표심’을 반영했다. 현직 프리미엄이 높긴 하지만 부동층의 향배와 더불어 지역 이슈, 안철수 신당·야권 연대의 폭발력에 따라 얼마든지 선거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안 지사는 여성(32.7%)과 40대(48.0%)·20대(36.5%), 학생(62.8%)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반면 농어촌공사 사장 출신인 홍문표 의원은 남성(18.1%)과 30대(25.1%), 농·임·축산·어업(25.9%)층에서 호응을 얻어 지지기반이 대조를 이뤘다.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정진석 사무총장은 남성(14.7%)과 30대(13.3%), 학생(32.4%)층에서 주로 호응이 높아 안 지사와 홍 의원 중간지대에서 표심을 얻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안 지사는 42.3%를 득표해 17·18대 국회의원인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40.0%)를 불과 2.3% 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 속에 젊은 차세대 리더의 이미지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해춘 후보는 17.8%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구 자유선진당) 합당 효과로 보수 표심이 뭉칠 것으로 관측돼 안 지사가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법인카드 유용 김재철 前MBC 사장 약식기소

    서울 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황현덕)는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김재철(60) 전 MBC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약식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3월부터 2년간 법인카드를 사용하면서 1100만원 상당의 금액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은 감사원이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관리·감독 실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요구한 자료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하지 않은 혐의(감사원법 위반)도 받고 있다. 앞서 MBC노조는 김 전 사장이 사적으로 2억 2000만원 상당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특정 무용가에게 MBC가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공연을 몰아준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이와 함께 당시 MBC 노조위원장 정모씨 등 노조간부 5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로 부위원장급 노조간부 4명을 약식기소하고, 직책이나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노조간부 7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사측이 정씨 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하거나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선데이서울] 22세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의 핑크빛 소문

    [선데이서울] 22세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의 핑크빛 소문

    이 시대 ‘국민배우’ 중 한 명이었던 김자옥이 폐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16일 오전 7시 40분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 김자옥은 시인이자 무용 평론가였던 고(故) 김상화의 딸로, CBS기독교방송의 어린이 성우로 활동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1970년 MBC 공채 탤런트로 뽑혔으나 학업(한양대 연극영화과)을 위해 그만뒀다가 이듬해 KBS를 통해 다시 데뷔하면서 평생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국내 연예 주간지의 대명사였던 ‘선데이서울’(서울신문사 발간)도 1970~80년대 김자옥의 다양한 활동과 모습을 기사화해 독자들에게 전했다. 아래는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3년, 데뷔 초기 22세 당시의 김자옥을 다뤘던 기사 전문이다. 기사의 제목은 ‘귀염동이 金慈玉(김자옥)의 핑크빛 소문’이다. 당시 세간에 퍼졌던 염문에 대한 김자옥의 직접적인 해명을 전하면서 그의 연애관, 결혼관, 직업관 등을 소개했다. =================================================== 「데뷔」1년만에 일약「KBS의 얼굴」로 자란 인기「탤런트」김자옥(金慈玉·22)이 연애를 한다는「핑크」빛 소문이 방송가에 나돌고 있다. 앳되고 청순한「마스크」의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도 이제 한 여성으로서 성장해 가는 것일까? 인기가 오르면서 자연히 소문도 늘어가는 것이 연예가의 통례다. 김자옥(金慈玉)도 예외가 아닌듯. 71년 11월 매일극『심청전』의「히로인」으로 발탁되어 좋은 연기로 기반을 잡자 방송가에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김자옥(金慈玉)이 가수 이상렬(李相烈)과 뜨거운 사이라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다음『한중록』에서 혜경궁 홍(洪)씨 역을 맡아 폭 넓은 연기로「팬」을 확보해 가자 이번엔 같은 방송국의「탤런트」이(李)모군과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났다. 그리고 그후『신부들』의 주역을 맡은 다음에는 또 그녀가 30대의 남자와 (서울 중구) 소공동 밤거리를 거닐더라는 소문이 번졌다. 결국 김자옥(金慈玉)이 일일극의 주연을 맡을 때마다 연문(戀聞)이 하나씩 늘어간 셈일까? 동료「탤런트」들은 이러한 소문을 두고 김자옥(金慈玉)이 예상보다 감쪽같이「데이트」를 잘하는 모양이라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 큰 계집애가 연애하는 것은 하나도 어색할 게 없잖아요? 그렇지만 하나 같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화가 날뿐이죠』 소문의 진원을 묻는 기자에게 김자옥(金慈玉)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렇잖아도 아빠가「탤런트」생활 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시지 않는데 이런 소문이라도 아신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하실 거예요』 「아빠」의 얘기를 할 만큼 김자옥(金慈玉)은 아직도 어리고 순진한 편이긴 한데···. 『말이 많은 곳엔 그런 것이 다 화제가 되겠지만 너무 심해요.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밖엔···.』 억울해 죽겠다는 듯 예쁜 두눈에 눈물이 글썽해진다. 『해명을 하면 변명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또 있겠지만 저로서야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어요』 믿지 않아도 할 수 없다면서 김자옥(金慈玉)이 밝힌 해명은 다음과 같다. 『이상렬(李相烈)씨는 제 친한 친구 이상숙의 오빠예요. 상숙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주 가까운 친구였고. 그러니까 가끔 만났죠.「탤런트」가 되기 전부터「오빠」라고 따르던 사인데 무슨 연예예요. 그런 감정은 추호도 느껴본 적이 없고 그분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집에서는 다 알아요』 요즈음은 서로 바빠서 얼굴을 본 지도 아주 까마득하다고 말한다. 다음 동료「탤런트」이(李)모군은 언니의 서라벌예대(지금의 중앙대) 동창생이란다. 김자옥(金慈玉)이「탤런트」가 되기 전부터 가끔 집에 놀러 왔기 때문에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되었고 방송국에 들어오자 아는 사람이 없어 자연히 이(李)군과 방송국 근처의 다방에서「코피」를 들고 얘기를 나눈 정도로 만났을 뿐이라는 것. 이에 대해서는 이(李)군도 같은 얘기다. 『방송국에서 선배로 또 오빠로서 대했을 뿐인데 연애라니 어림도 없는 얘기지요』 결국 두 사람은 다 남매처럼 대했다는 것으로 해명이 끝난 셈.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데이트」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만하다. 다음 소공동을 같이 거닐던 사람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김자옥(金慈玉)은 형부의 친구라고 말한다. 『재일교포인데 형부와 아주 절친한 친구예요. 형부를 통해 알게 되어 같이「볼링」을 하러 가 본 적이 있지만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김자옥(金慈玉)의 말을 빌면 그건「데이트」가 아니고 그저 한번 만난 것뿐 그 사람이 일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 뒤에는 다시 못만났다고. 혹시 맞선을 본 것이 아니냐고 묻자 자신이나 집에서나 아직 시집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림도 없는 얘기라고 펄쩍 뛴다. 『25살 넘어서 결혼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지금은「데이트」는 해도 결혼 상대를 찾고 있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야 연기가 무언인지 알아가는 햇병아리예요. 도와 주지는 못할 망정 헛소문을 진실처럼 험구하진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이러다간 아빠와 외출을 해도「핸섬」한 중년 신사와「데이트」하더라고 소문이 나겠다며 웃는다. 연예계 신입생인 그녀가 뒷공론 때문에 신경을 쓰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의 인기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 눈치. 『「탤런트」생활을 생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도 여자니까 때가 되면 시집을 가서 가정을 꾸미는 것이 자연스런 일 아니겠어요. 꼭 맘에 드는 작품 하나만 흡족하게 하고 미련없이 떠날 생각이에요』 꼭 맘에 든 작품의 배역이 언제 주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주어지면 심혈을 기울여 조용히 연기자 생활을 마무리 짓겠단다. 『연기자는 건강해아 하는데 전 몸이 좀 약해요.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어요』 지난 여름『한중록』을 마치고 집에서 빈혈로 쓰러진 것을 봐도 연기자로서 치러야 할 중노동을 이겨내기에는 몸이 약한 것 같단다. 단시간내에 인기의 정상에 오른 김자옥(金慈玉)은 시인이자 무용 평론가인 김상화(金相華)씨의 2남5녀 중 세째 딸.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아동극을 시작했으니 연기 경험은 퍽 많은 셈이다. 배화여중 1년 때부터 배화여고 2년 때까지 TBC-TV에 아역 배우로 출연,『우리집 5남매』등 많은「프로」에 나갔다. 성인으로「탤런트」가 된 것은 여고 졸업 후, 70년 2월 MBC-TV 「탤런트」2기생으로 들어가면서···. 그러나 MBC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다가 그만두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브라운」관을 떠났었다. 그러다가 1년 뒤인 71년 11월 KBS-TV의『심청전』에「스카우트」되면서 본격적인「탤런트」로「데뷔」, 1년만에 정상급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붙임성이 있고 상냥해서 동료「탤런트」들간에 귀염둥이로 통하고 있는 김자옥(金慈玉). 이제 그녀도 사랑할 나이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오(五)> [선데이서울 73년 2월11일 제6권 5호 통권 제226호]
  • [2014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전당포/김아로미

    [2014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전당포/김아로미

    때 현대 곳 한적한 거리/ 전당포 안 등장인물 남자 40대 여자 30대 후반, 남자의 아내 노인 전당포 주인 손님 1 손님 2 제1장 배경은 한적한 거리이다. 무대에는 사막(絲幕)이 내려와 있고 사막(絲幕) 뒤로 상점의 흐릿한 불빛이 한번 반짝이다가 꺼진다. 남자와 여자가 무대 오른쪽 끝에서 등장한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걷는다. 여자의 시선은 앞을 보고 있으나 초점이 흐릿하다. 남자 길을 잃은 것 같지? 여자 무엇이 보이는지 자세히 말해 봐요. 내가 당신보다 훨씬 길눈이 밝잖아요. 남자 방금 들어선 골목 입구에는 작은 어린이집이 하나 있었지. 아까도 그랬던가? 여자 노란색 미끄럼틀이 있던가요? 남자 글쎄 노란색이었던가. 우리가 이미 지나온 길이지? 여자 아뇨. 이제야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요. 그곳은 아주 오래된 곳이에요. 어렸을 때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가선 친구들과 원형 그네를 타고 놀았죠. 남자 원형 그네? 여자 동그란 새장같이 생긴 그네 말이에요. 네 명이 들어가서 두 명씩 마주보고 앉으면 그 안이 꽉 차곤 했죠.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열에 여덟 번은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그네를 밀어야 했어요. 남자 그 어린이집은 이제 막 지어진 새 건물이던데. 물론 어두워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말야. 여자 그네를 밀다가 심술이 나면 정글짐에 달려가 거꾸로 매달렸어요. 모든 게 거꾸로 보이곤 했죠. (사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해본 적 있어요? (남자, 고개를 젓는다) 한참을 매달려 있으면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왔어요. 지나가는 발만 봐도 그게 아버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죠. 왜냐하면 아버지의 구두는 아주 특별했거든요. (걸음을 멈춘다. 남자 또한 여자가 멈추자 함께 멈추어 선다) 목구멍이 간질거려요. 남자 감기에 걸리면 고생이야.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여자에게 둘러준다.) 여자 아뇨.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단 말이에요. 그게 갈색이었던가, 검은색이었던가. 남자 남성용 구두는 다 비슷하게 생겼지. 여자 아녜요. 그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구두였어요. 남자 그나저나 여기는 우리가 찾던 길이 아닌 것 같아. 점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여자 좀 더 밝은 곳으로 나를 인도해 줘요. 그러면 뭔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두리번거리다가 왼쪽으로 퇴장.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린다. 사막(絲幕) 뒤에서 갑자기 조명이 밝아지더니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몇몇 사람들의 실루엣도 보이지만 그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어 마치 물건처럼 보인다.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사막(絲幕) 뒤의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진다. 두 사람, 다시 오른쪽으로 처음처럼 입장한다. 남자 다시 그곳이야. 여자 정말요? 남자 응.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그 흔한 택시 한 대 지나다니지 않는군. 여자 원래부터 이 동네는 차가 잘 다니지 않아요.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꽤 오래 걸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사이) 역시 여전하군요.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에요. 남자 당신 말이 맞다면 그 분식집은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여자 분식집이 아니라 문방구. 남자 그러니까 떡볶이를 파는 그 문방구 말야. 여자 무엇이 보이는지 내게 자세히 말해 봐요. 남자 우리가 들어온 골목 입구에는 어린이집이 하나 있었고. 여자 노란색 미끄럼틀이었나요? 남자 어두워서 보지 못했어. 여자 당신은 너무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중요한 문제예요. 남자 (여자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 날씨가 몹시 쌀쌀해. 여자 목도리를 다시 가져가도록 해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더듬거린다. 여자 캄캄해서 그런지 이 정도도 잘 보이지가 않네요. 남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커튼 뒤의 불빛 하나가 유난히 반짝 들어온다. 사막(絲幕) 뒤에 있던 남자의 그림자는 사라진 뒤다. 남자 (사이) 요즘엔 깔끔한 게 제일이지. 떡볶이도 마찬가지야. 당신이 그렇게 말하던 그 떡볶이, 지금 먹어보면 오히려 실망만 클걸. 나도 어렸을 적 먹던 삼양라면 맛을 잊지를 못하지. 하지만 정작 슈퍼에 가서 사오는 건 나가사끼 짬뽕이라고. 여자 사실 그건 딱히 맛있지는 않아요. 남자 당신은 나가사끼 짬뽕이 아니라 너구리를 더 좋아하지. 여자 떡볶이 말예요. 남자 그래.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어. 여기는 (둘러본다) 아무것도 없어. 여자 떡볶이는 상관없어요. 그저 당신과 함께 와 보고 싶었어요.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바로 이곳을 말예요. (사이) 좀 더 밝을 때 왔더라면 흐릿하게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 남자 추억이 특별해지는 건 마음에서 잊고 났을 때뿐이지. 여자 그래요. 하지만 나처럼 잊어버릴 일만 남은 사람에게 무엇을 추억한다는 건 말예요.(남자, 말을 자른다) 남자 지금 당신 입장에선 이게 꽤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 내가 그걸 이해하려 무척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줬으면 해. 그치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당신이 찾고 있는 거라곤 없어. 이미 우린 같은 자리를 네 번이나 뱅뱅 돌고 있다고. (여자의 손을 잡는다) 꽁꽁 얼었군. 여자 우린 같은 자리를 헤매고 있는 게 아녜요. 당신이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리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라고요. 예를 들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남자 또한 여자의 시선을 따라 둘러본다.) 여자는 남자보다 먼저 그 불빛 가까이로 다가간다. 사막(絲幕)을 손으로 건드린다. 여자 들어가서 물어봐요. 남자 뭘 말이야? 여자 이런저런 것들을요. 남자 그러니까 이런저런 것들이라면? 여자 여기가 입구네요. 제2장 여자가 불빛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손짓한다. 남자는 하는 수 없이 여자를 따른다. 무대 전체에 내려와 있던 사막(絲幕)이 서서히 올라간다. 사막(絲幕)이 올라가고 하나의 막이 더 설치된 무대의 바닥에는 중앙이 동그랗게 뚫린 철문의 그림자가 있다. 그곳에 노인의 머리통이 어른거린다. 여자 낯설지가 않아요. 뭔가 기억이 날 듯도 한데. 남자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인걸. 아주 단단히 닫힌 것 말이야. 여자 (중얼거리며)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인걸. 남자 아무도 없어. 여자가 막에 손을 뻗으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막 사이로 한 노인의 손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도리어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노인 (손을 흔들며) 내 놔! 물건부터 내놓고 시작하지. 남자 뭘요? 여자, 노인의 얼굴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 빤히 본다. 노인 곧 문을 닫을 시간이야. 딱 1분 주지. 1분 안에 물건을 팔아봐. 남자 저희는 단지 길을 잃었기 때문에. 노인 다들 그렇게 핑계를 대곤 하지. 처음부터 여길 찾아올 생각은 아녔어요. 어르고 달래야 그제야 슬쩍. 그런 거 다 생략하자고. 혹시 휴지가 필요한가? 그렇다고 고해성사를 하라는 건 아니야. (여자를 슬쩍 보더니) 기다려. 영 귀찮지만 말이야. 여자 어디로 갔죠? 남자 웬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그냥 돌아가자고. 여자 역시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이 아니었어요. 남자 여전히 철문뿐이야. 그리고 이 철문 뒤에는 이상한 노인이 하나 있어. 여자 무슨 물건을 내놓으라는 거죠? 남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우리는 길을 물으러 온 것뿐이니까. 여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어요.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해 봐요. 남자 당신이 그까짓 떡볶이를 꼭 먹고 싶다고 해서 온 거지. 여자 정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당신 먼저 돌아가요. 노인의 그림자가 다시 어슬렁거린다. 노인 (여자에게 휴지를 건넨다) 아직 필요 없나? 남자 여기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지나다니는 택시도 없고, 전화로 부르려고 해도 이곳이 어딘지 설명할 수가 없군요. 노인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외면한다) 여기는 보성당 골목이죠. 남자 보성당이 어디죠? 노인 이미 예전에 없어졌지. 그렇지만 보성당을 기억하는 택시 기사 한 명쯤은 있을 거야. 여자 생각났다. 보성당! 노인 (반가워하며) 내가 말했지. 보성당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 비록 택시 기사는 아니지만 말야. 여자 아버지가 졸업선물로 손목시계를 사주셨죠. 노인 좋은 아버지를 뒀군요. 여자 벽엔 커다란 괘종시계가 빼곡히 걸려 있고 유리장 속에는 딱딱하고 달콤해 보이는 보석들이 잔뜩 진열이 되어 있었죠. 그 보성당 이름을 어떻게 잊었지? 남자 모든 걸 기억하며 살 순 없는 거니까. 여자 좋겠군요. 당신은 아직 보고 기억할 것들이 많아서. 노인 잠깐 들어오시는 건 어떨까요? (남자에게) 필요하신 건 주소란 말이죠? 남자 보성당 골목이 이곳 주소 아닌가요? 노인 보잘것없이 보여도 저도 명함이란 게 있습니다. 쓸 일이 없어 그렇지. 서랍 어딘가에 있겠죠. 난 무엇이든 버리는 법이 없거든요. (손짓하며) 이쪽입니다. 철문이 열리는 육중한 소리가 들리고 남겨졌던 하나의 막이 천천히 올라가자 물건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는 전당포 내부가 드러난다. 정면을 제외한 삼면이 모두 물건의 크기에 알맞게 제작된 조립식 진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열장은 각각 유리로 된 문이 달려 있어 그 내부를 볼 수 있다. 무대 중앙에는 작은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무대의 오른쪽에는 스탠드가 놓인 노인의 사무용 책상과 의자가 하나 덩그러니 있다. 노인, 그들을 테이블 앞 소파로 안내하고는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서랍을 빼내어 뒤집어서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몽땅 바닥으로 탈탈 턴다. 바닥에는 구겨진 영수증과 편지봉투, 정리되지 않은 크고 작은 메모지와 아이스크림껍질, 비닐봉지 따위가 쏟아진다. 여자 (유리장을 더듬거리며) 여기 안에 이 작고 반짝이는 건 뭐죠? 남자 커다란 유리구슬이네. 여자 스노우볼. 뒤집어서 마구 흔들어 제자리에 놓으면 천천히 눈이 내려오는 것. 남자 참 난잡하게 물건들을 진열해 뒀네. 아무런 체계도 없이 말이야. 여긴 웬 머리고무줄 하나가 덩그러니 있군. 여자 기분이 이상해요. 남자 맞아. 하는 것 없이 지치는 날이군. (노인을 흘끗 본다) 아무래도 저 노인, 몹시 오래 걸리거나 아예 쓸모가 없을지도 몰라. 그저 잠깐 쉬었다가 나가도록 하자구. 여자 (말없이 남자를 이끌고 걸음을 옮긴다) 여기엔요? 남자 구두 한 짝이 들어있군. 여자 (들여다보며) 희미하게 볼 수 있어요. 남자 흔해빠진 남성용 구두. 여자 아버지의 것과 비슷한 것 같아. 남자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 남자 구두는 다 비슷비슷하니까. 여자 아버지의 구두는 단 하나밖에 없는…. 맞아! (말을 멈춘다) 남자 무슨 일이야? 여자 아버지와 함께 여기에 온 적이 있어요. 노인, 그 말을 듣고 물건을 뒤지던 것을 멈추고 천천히 일어나 여자 쪽으로 다가온다. 갑자기 모든 조명이 꺼진다. 여자의 목소리만 들린다. 동시에 1장에서 들렸던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들려온다. 여자 여기는. 노인 전당포지요. 유리장 속에서 작은 조명이 반짝 켜진다. 오뚝이 모양을 하고 있는 알람시계이다. 무대 가운데에 핀 조명이 떨어지고 무대 끝에서 손님1이 걸어 들어온다. 손에는 진열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과 똑같은 알람시계가 들려져 있다. 손님1 이런 것도 받아 주시나요? 어디가 고장 난 모양인지 약을 갈아도 작동되지 않아요. 하긴 요새 누가 알람시계를 쓰나요. (머리를 긁적인다) 그렇지만 담보가 될 만한 것이 물건에 대한 값진 기억이라고 하셔서 고민 끝에 가지고 왔습니다. 제게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손을 내저으며) 아뇨. 휴지는 필요 없어요. 이 시계는 제겐 정말 의미가 컸어요. 이 시계만 있으면 다른 장난감은 필요 없었어요. 노인이 무대 위로 등장해 손님1 옆에 나란히 선다. 그러고는 손님1을 조금씩 조명 밖으로 밀어낸다. 노인 나는 다른 장난감은 필요가 없었어. 이 녀석만 있으면 충분했거든. 손님1 (사이) 이 녀석의 몸뚱이가 볼록하고 통통한 것이 이걸 이불 속에서 끌어안고 있으면 외롭지 않게 잠들 수 있었어요. 어머니는 (노인이 말을 자른다) 노인 나의 어머니는 귀가가 매일 늦었지. 그래서 (손님1에게 어서 이야기하라고 재촉한다.) 손님1 이 녀석의 배에다가 (노인이 동시에 말하기 시작한다.) 노인 귀를 대고 있으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지. 손님1 (노인에게) 제가 말하고 있잖아요. 노인 (손님1이 들고 있는 알람시계를 빼앗는다) 여기서 똑딱, 하면 나도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손님1 저기요. 이건 제거예요. 노인 (정색하며) 이게 네 거라고? 확실해? (알람시계의 버튼을 누르자 까르르 웃는 소리가 난다) 손님1 약도 들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된 일이죠? 노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버튼을 누른다. 까르르 까르르. 그것을 들으면서 따라 웃는다. 손님1 그래서 값은 얼마를 쳐주신다는 거죠? 조명이 꺼졌다 다시 유리장 속의 조명 몇 개가 차례대로 빛난다. 손님1 퇴장. 남자 요즘에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군요. 쓰던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곳 말이에요. 여자 쓰던 물건을 맡기고 돈을 얻는다니 쓸쓸해지네요. 남자 그 돈을 다시 새로운 물건을 사는 데 쓰고. (사이) 별 다를 것 있나? 노인 아무 물건이나 받지는 않지요. 그 안에 기억할 만한 것이 담겨 있어야 해요. 여자 모든 물건에는 기억할 만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노인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지. 그런 것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건을 다시 찾으러 오겠군요. 노인 이곳을 둘러봐요. 이 수많은 물건들을. 지금까지 물건을 되찾으러 온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지요. 여자 어째서요? 노인 요즘 사람들은 제 자신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니까요. 자신이 이곳에 들렀었다는 것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걸요. (남자를 본다) 여자 물건을 되찾으러 왔다는 사람이 맡긴 물건은 뭐였나요? 노인 사실 되찾아갔다고 볼 수는 없지요. 용케도 자신이 무엇을 맡겼는지는 기억해냈지만 그 사람이 찾아간 건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의 물건이었거든.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의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집어 들기에 그냥 보고만 있었지. 여자 얼마 전에도 남편과 함께 식당에 갔다가 다른 사람이 제 신발을 신고 돌아가 버려서 남의 신발을 신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남자 똑같은 브랜드, 똑같은 사이즈의 신발이었으니까. 여자 그래도 그건 내 신발이 아니죠. 남자 식당 주인이 결국 신발값을 물어주었으니 손해 본 것은 아니지. 그나저나 제 기억에 전당포라고 하면 아주 캄캄한 내부에 차갑고 단단해 보이는 철창뿐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군요. 노인 이전에 전당포에 와 본 적이 있소? 남자 아뇨. 그저 전당포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노인 그렇지만 기억 속 전당포라는 말을 했지요. 남자 영화나 티브이 혹은 소설 속에도 전당포는 종종 등장하곤 하니까요. 말꼬리를 잡으시는 군요. 여자 그렇지만 여보. 여기에도 아주 튼튼한 철창이 곳곳에 있어요. 남자 아니, 철창이라곤 없어. 아, 그렇지. 당신은 여기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당신이 철창이라고 본 것은 아주 얇은 유리문이야. 여자 제대로 봐요. 당신은 너무 쉽게 지나치고 단정하려고 들잖아요. 남자 내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야? 노인 아주 영리한 아가씨군. 남자 (비아냥거리며) 아가씨라고하기엔 조금 많이 늙었지요. 여자 제가 이곳에 왔던 때에는 아주 어린 꼬마였을 거예요. 아버지가 무언가를 두런두런 이야기하시고 저는 이곳을 둘러보는데 정신이 빠져 있었어요. 노인 아, 기억이 나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왔던 꼬마 숙녀. 여자 저를 기억하세요? 저희 아버지도요? 노인 난 뭐든 잊어버리는 법이 없지. 무대 전체, 조명이 꺼진다. 유리장의 불빛이 하나씩 차례대로 들어온다. 천천히 깜빡깜빡거리는 조명. 그러다 다시 무대 전체가 밝아진다. 여자 저희 아버지가 무엇을 파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노인 물론이지. 그렇지만 그것을 돌려줄 수는 없어. 본인이 아니면. 여자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노인 안타깝군. 인상이 아주 좋은 양반이었는데. 남자 우리는 택시를 부르러 여기에 온 거야 여보. 노인 택시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데에도 그렇게 시간이 걸리다니. 여자 요새 자꾸 깜빡하곤 하더라고요. 노인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거지. 남자 내가 잊어버린 말은 택시가 아니야. 그렇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해. 내가 제대로 말 한마디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에 오고부터 당신이 아주 수다스럽게 내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자 모든 게 내 탓이군요. 차라리 혼자 오는 것이 더 좋을 뻔했어요. 당신은 내가 이 동네를 찾아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요. 남자 당신이 꼭 이 동네에 있는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했으니까. 내가 비싸고 좋은 선물을 사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지. 노인 오늘이 어떤 특별한 날인가? 생일? 결혼기념일? 프러포즈를 한 날? 여자 제 생일은 오늘이 아니라 이 달의 마지막 날이에요. 남편이 바빠 오늘밖에는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요. 남자 그 귀한 시간을 이곳에서 낭비하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그 떡볶이 집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소원이라고 했잖아. 여자 내게 중요한 건 떡볶이가 아니라 아버지와의 추억을 다시 새기는 일이에요. 제가 누누이 말했잖아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고 말예요. 사진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눈앞이 흐릿하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다고요. 노인 눈은 언제부터 말썽이었지? 여자 몇 년 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제 선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건 절 불안하게 만들어요. 예를 들면, 초록색이란 것을 떠올리려고 해도 쉽지 않아요. 이제 제 눈으로 볼 수 있는 초록이란 아저씨가 입고 있는 짙은 쑥색의 것밖에 없지요. 그럴 때는 기억 속의 초록을 떠올리는 데 열중해요. 신호등의 눈이 부신 녹색, 이제 막 뜨거운 물에 데친 시금치의 색깔 같은 것. 남자 여보, 이 분이 입고 있는 건 쑥색이 아니라 네이비색이야. 아주 짙고 검은 파랑. 노인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네. 하지만 이건 쑥색이 맞아. 내가 쑥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쑥색인지 아닌지는 내가 제일 잘 알 수 있어. 남자 어르신, 전 색맹이 아닙니다. 노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남자 그건 분명한 파랑색이니까요. 노인 당신의 기억 속에서 파랑색과 녹색의 체계가 멋대로 흔들리고 섞여버린 거라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내게 설명할 수 있지? 남자 그렇담 어르신 말이 옳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노인 말했듯이 난 뭐든 잊는 법이 없어. 이 옷을 산 지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분명히 나는 쑥색의 옷을 골랐고 종업원은 내게 쑥색의 옷이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하고 말했지. 그리고 당신의 부인이 다시 한 번 말해 주지 않나. 남자 말해 봐야 내 입만 아프지. 그나저나 혹시 잊으신 건 아니겠죠. 제가 사장님께 원하는 건 이곳의 주소가 적힌 종이 쪼가리인 것을요. 여자 여보, 제발 그 퉁명스런 태도 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계속 이럴 거면 혼자 돌아가도록 해요. 나는 이곳에서 꼭 찾고 싶은 것이 있어요. 그건 내게 무척 의미 있는 일이지만 당신에게는 시간낭비일 뿐이라면 말예요. 남자 그저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 주소를 묻기 위해서였다는 걸 당신이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야. 노인 잊어버린 게 아니라 잠시 손님 대접을 했을 뿐이야. 남자 저희는 무엇을 팔러 온 게 아닙니다. 노인 확실해? 그 말을 꼭 기억해 두도록 하지. 노인은 다시 책상으로 가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때 누군가 문을 급하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노인은 그것을 무시한다.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손님2 사장님! 사장님 안 계세요? 안에 계시는 거 다 알아요. 이번에는 진짜예요. 이번에는 정말 굉장한 것을 가지고 왔어요. 들어보세요. 듣고 계세요? 제3장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가운데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온 손님2가 등장한다. 그는 가방을 옆에 내려다 놓고 물건 하나를 꺼낸다. 노인은 무대 왼쪽의 책상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소파에 앉아서 그를 쳐다보고 있다. 손님2 이 물건으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우선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는 것부터 알아 두셔야 합니다.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죠. 여기 정중앙에 있는 이 마크가 보이시죠? 이건 88올림픽을 기념하여 캐논사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 내 놓은 겁니다. 1988년 그때를 기억하시죠? 굉장했죠. 어마어마하게 넓은 잔디밭에서 굴렁쇠를 굴리던 그 소년 말이에요. 노인 그 소년이 자넨가? 손님2 아뇨. 그건 아니에요. 노인 자네는 또 내 시간을 뺏고 있어. 손님2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이 카메라는 제가 어렸을 때에 할머니께서 주신 물건이지요. 할머니는 일수쟁이셨는데 돈을 제때에 갚지 못하면 대신 값나가는 물건을 받아오시곤 했어요. 노인 (하품을 한다) 손님2 이 물건의 진짜 가치에 대해 아직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 카메라는 한 여인에게 정말 귀중한 물건입니다. 이 카메라의 주인은 미군부대 앞에서 몸을 팔던 아주 어린 여자였지요.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순수한 소녀 말이에요. 상상해 보세요. (노인의 눈치를 슬쩍 본다) 그 소녀에겐 정인이 있었죠. 그 사람이 소녀에게 선물한 카메라예요. 노인, 기지개를 켠다. 그러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장부를 뒤적이는 등 딴짓을 한다. 손님2 자신의 정인이라고 생각한 남자가 주고 간 카메라를 일수쟁이에게 빼앗기게 된 거죠. 어쩌면 돈 대신 이 카메라를 내어준 것은 이미 그 소녀는 이곳에 사랑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정말 슬픈 이야기 아닌가요? 제 애인은 이 이야기를 듣고 울던걸요. 노인 그 일수쟁이는 정말 비정하군. 그런데 말이야. 자네 애인이 이야기를 듣고 울었단 말이지. 손님2 여자들이란 눈물이 많죠. 노인 그것은 이미 그 여자에게 팔렸군. 손님2 지금 제 손에 들려 있는데요? 노인 이 봐, 그 카메라가 자네의 기억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손님2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물건이잖아요. 노인 전해 오는 이야기일 뿐이지. 차라리 그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나 가져오면 몰라. 손님2 요즘에 누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요. 저는 그렇게 사진을 잘 찍는 편도 아니고요. 노인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나는 드라마틱한 사연을 원하는 게 아니야. 그런 사연이라면 차라리 방송국에 제보하라고. 자네의 것을 가져오란 말이야. 자네의 기억, 추억거리가 담긴 물건들 말이야. 손님2 그치만 저는 그렇게 물건을 오래 쓰는 성격도 아니고 평소 건망증도 심하기 때문에 그럴 만한 것이 없어요. 노인 그런데도 자꾸 이곳에 찾아오는 이유가 뭐야. 돈이 급하면 나가서 은행을 찾아봐. 사채를 쓰든지 장기라도 팔든지. 손님2 할아버지가 자꾸 이렇게 퇴짜를 놓으시니까 제 삶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종일 멍하고 우울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어요. 노인 할아버지? 이 봐. 고해성사는 이곳에서 하는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는지. 이제 돌아가게. 내 인내심은 바닥이 났어. 손님2 아직 물건이 많이 남았어요. 제가 모조리 긁어 온걸요. 노인 영업은 끝났어. 이 손님들이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지. 노인은 손님2를 데리고 무대를 퇴장하고 남자는 여자의 손을 끌고 소파에서 일어서려고 하지만 여자는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여자 여보, 저 남자는 담보할 만한 기억이 하나도 없대요. 남자 그럴 수도 있지 뭐. 여자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요. 우리에게도 담보할 만한 기억쯤은 있는 거겠죠? 남자 오늘따라 무척 감상적이군.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노인은 수상해. 당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게 말이 돼? 여자 저는 분명히 기억이 나요. 남자 난 저 노인을 말하고 있는 거야. 우린 저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어. 노인, 다시 무대에 등장한다. 진열장에서 머플러 하나를 꺼내어 목에 두른다. 남자는 그것이 신경 쓰인다는 듯 쳐다본다. 남자 자, 알아들었지?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여자 이제 막 아버지의 물건을 찾아보려고 하는 중이란 말예요. 남자 어차피 당신이 되찾을 수 없는 물건이야. 여자 찾을 수도 있어요. 남자 여기선 아무 물건이나 당신 아버지 것이 될 수도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자, 저기 있는 저 구두 한 짝이 당신 아버지의 구두라고 하자고. 당신은 그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겠지. 맞아요, 아버지의 것이 확실해요 라고 말할 거야. 아니면 저기 저 덩그러니 진열된 만년필이 당신 아버지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야. 여자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아요. 노인,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가 흘러내려 바닥에 질질 끌린다. 남자가 움찔한다. 남자 (사이) 여보. 지나간 건 지나간 거야. 중요한 건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야. 여자 그래요 오늘. 내게 오늘은 제대로 볼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해요. 노인은 머플러를 다시 진열대에 곱게 접어 둔다. 그러고는 서랍을 뒤져 장부 하나를 가지고 온다. 노인, 두 사람 가운데에 선다. 노인 (장부를 여자에게 건네며) 이 전당포를 개업하고부터 지금까지 써 왔던 것이니 아버지의 이름이 분명 여기에 적혀 있을 거야. 한번 찾아보시게. 남자 아뇨. 저희는 이제 가 보겠습니다. 잊으신 게 아니라고 하신 그 주소는 이제 필요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또 잊으신 게 아니라면 제 아내는 앞이 잘 보이지 않죠. 여자, 소파에 앉아서 장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 듯 눈 바로 앞에다 가져다 대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것에 열중한다. 노인 굳이 주소가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기다리고 있던 거였지. 자네는 이미 이곳에 온 적이 있지 않나? 남자 저는 이곳에 처음 왔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노인 길을 잃었다는 건 확실한가? 자네가 이곳을 찾아낸 건 아닌가? 남자 이곳을 발견하고 저를 이끈 것은 제 부인이었죠. 노인 그렇지만 자네 부인의 눈은 영 말썽이지. 남자 말장난은 이제 그만 하세요. 노인 여기에 맡긴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나? 남자 네. 물론입니다. 노인 잊어버린 것은 아니고? 남자 잊어버린 것이라면 다시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 노인 그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그렇지. 돈을 받고 기억을 버리는 것. 여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장부를 들고 뒤의 유리장을 기웃거린다. 남자의 시선이 여자를 살핀다. 여자, 결국 유리장 사이로 들어간다. 남자가 그것을 쫓아가려고 하는데 노인이 남자의 팔목을 잡는다. 남자 (노인에게) 왜 이러는 겁니까. 여보, 어디로 가는 거야. 이리 나와. 여자 (목소리) 걱정 말아요. 혼자 찾을 수 있어요. 남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 여자 장부에서 분명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본 것 같아요. 적혀진 번호에 따르면 이쯤에. 여보, 여긴 아주 많은 물건이 있어요. 남자 따라서 들어가 봐야겠으니 이것 좀 놓으시죠. 노인 저 안은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비좁아서 둘은 들어갈 수 없어. 한 명이 들어가려면 한 명이 나와야 하고. 한 명이 나오기 위해선 다른 한 명이 들어가서는 안 되지. 두 명이 한꺼번에 들어간다면 둘 다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고. 저 안에선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니 안심해. 남자 그 안은 캄캄하지 않아? 여자 캄캄해요. 그래도 보일 건 다 보이는걸요. 노인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지. 연도별로 작은 구멍도 없이 완벽하게. 남자는 노인의 손을 뿌리치고는 소파에 가서 앉는다. 남자 대체 이 따위 것들을 사들이는 이유가 뭡니까? 노인 그야 가치가 있으니까. 남자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죠. 물건에 담긴 고유한 기억요? 노인 그렇지. 남자 그렇다면 아까 그 남자의 물건은 왜 값어치가 없다고 돌려보내신 거죠? 노인 불순물이 없는, 아무와도 공유되지 않았던 기억만이 내게 가치가 있지. 남자 이를테면 최초의 고백. 노인 그렇지. 남자 그런 것들을 돈을 주고 사신다고요. 그러니까 대체 왜요. 노인 원하는 것들만을 기억할 수 있는 거야. 프레임 안에 새로운 필름을 끼워대는 것처럼 나는 다채로운 기억 속에서 숨 쉰다고. 매일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말이야. 남자 남의 것들이잖아요.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타인들의 것들. 노인 깊숙이 숨겨져 있던 기억들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제 자신이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것들. 남자 순진하시군요. 노인 무슨 뜻이지? 남자 가장 순수한 형태로 내재되어 있던 기억을 샀다. 당신이 사 모은 것들은 모두 거짓말이에요. 당신은 사람들에게 속은 거라고요. 여자 (목소리) 당신 거기 괜찮아요? 남자 괜찮아. 노인 난 여태껏 한 번도 속아본 적이 없어. 남자 자신이 기억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기억이라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게 거짓된 말들을 지어낼 수도 있죠. 노인 나는 항상 앞뒤 정황과 맥락을 기억하고 있지. 아까 그 남자도 내게 거짓말을 하려던 걸 귀신같이 잡아낸 걸 보지 못했나? 남자 당신이 사들인 완성된 기억이라는 것. 그건 원래 없었던 것일 수도,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어요. 당신이 끼어들어서 만들어 낸 거겠죠. 노인,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손바닥 위에 올린다. 노인 한 남자가 가져온 머플러지. 냄새를 맡아 보겠나? 아직도 그 여자의 화장품 냄새가 나. (남자는 거부한다) 이게 내 손에 쥐어져 있으면 내 눈 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장면이 있지. 첫사랑과 동정을 떼어버린 날.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던 이 부드러운 머플러를 천천히 풀어내는 장면. 그 여자의 머리칼보다 더 부드러운 머플러. 이제 그녀는 없고 그날의 기억들은 이 머플러의 부드러운 결 틈틈이 저장되어 있지. 하나도 막히지 않고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어. 남자, 노인에게 다가가서 머플러를 만져 보려다가 주저한다. 무대의 조명이 한순간에 꺼진다. 진열장에서 차례로 조명이 깜빡거린다. 손님 1, 2가 무대 위로 천천히 등장한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여자 (목소리) 여보! 내가 찾은 것 같아요. 진열장의 깜빡이는 조명의 속도가 느려지더니 꺼진다. 무대 뒤로 사라졌던 여자가 진열장 사이로 걸어 나온다. 여자,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린다. 네 사람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찾는 듯 더듬으며 서성거린다. 노인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다. 진열장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이제 네 사람은 빛 사이를 헤매 다닌다. 노인 번호 7218. 남성용 정장구두. 남자 머리카락의 엉킴. 여자 딱 맞으면 안 돼. 노인 4684 다시 1번. 한 칸씩 밀려났군. 여자 오른발이 더 커야 해. 남자 축축한 곰팡이 냄새. 여자 왼쪽 구두의 앞코는. 노인 여기도 구멍. 남자 캄캄한 방. 여자 좀 더 밝은 빛이 필요해요. 남자가 서성거리다가 손님1과 부딪혀 넘어진다. 알람시계의 까르륵 소리가 들린다. 손님 1과 2가 동시에 말한다. 손님1 한 번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일분이라도 늦게 왔으면. 손님2 그 소녀. 아, 내가 전에도 말한 적 있나요? 손님1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면서, 오락실에서 서둘러 뛰어 오면서, 골목 어귀에서 떨어진 꽁초나 주워 모으면서. 손님2 떠난 정인을 기다리는데 카메라라니요. 이건 처음 말하는 거죠? 손님1 그랬나. 손님2 그랬었지. 손님1 그랬었지. 손님2 그랬나. 말들이 어지럽게 뒤섞인다. 등장인물들 때로는 동시에 말하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는 어둠 속을 더듬으며 서성거린다. 노인은 여자가 떨어뜨린 장부를 주워 자세히 들여다본다. 진열장이 제멋대로 천천히 깜빡인다. 노인 여기가 뻥 뚫렸잖아. 여자 뽕따. 꼭다리만 드시고는 했는데. 남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골목에서 노인 만년필 뚜껑. 여자 어금니로 살살. 남자 몇 번이나 머플러는 노인 시집. 여자 잔뜩 찌푸려지면 남자 질척한 바닥에 손님1 (남자에게) 혹시 저 모르세요? 여자 깊게 파인 주름 때문에 남자 미끄러지는데. 손님2 악! 노인 티켓. 여자 너무 진해서 손님1 (여자에게) 내가 어디까지 말하고 있었죠? 남자 쓸모없는 잔상들. 여자 눈썹이 말이야. 노인 목캔디. 남자 분명히 내가 다 버렸었는데. 손님2 (말없이 긴 한숨을 쉰다.) 여자 두 눈 같았던. 노인 카세트 테이프. 남자 뚫려 있는 구멍에. 여자 간신히 기억난 거야. 손님1 내가 말하고 있는 중이잖아! 남자 그랬지. 여자 미안해. 남자 그렇지만. 여자 이제야. 노인 연두색. 뭐라고 써진 거야. 남자 내 것이 아닌. 손님2 (긴 한숨을 쉰다.) 여자 기억. 남자 악몽의 조각조각. 노인 립스틱. 여자 조각난 것들이. 노인 하이힐. 여자 꿰맞춰지고. 노인 새빨간 색이라는 설명이 빠졌군. 남자 반복되는. 손님1 (더듬더듬 말하려다가 실패한다.) 여자 유영하는. 남자 당신? 여자 잘 보이지가 않아요. 노인 어두우니까. 남자 뭐라고? 노인 무슨 껍질? 여자 당신 거기에 있어요? 남자 당신? 여자 분명히 들었어요. 남자 움직이지 마. 내가 갈 거야. 남자와 여자. 어둠 속을 더듬다가 결국 만난다. 여자 당신이지요. 남자 여기 있었군. 점점 어두워지며 무대 전체에 사막(絲幕)이 천천히 내려온다. 진열장의 불이 차례로 꺼지고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 제4장 사막(絲幕)의 앞쪽이 밝아진다. 남자와 여자가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한다. 여자 여기는 어디죠? 남자 처음 들어선 곳인 것 같아. 여자 여전히 아무 간판도 보이질 않죠? 남자 날이 몹시 어두워졌어. 여자 찬찬히 봐요. 스쳐 지나지 말고. 남자 저기에 있는 가게는 내부를 다 뜯어냈군. 여자 매일같이 지나던 거리에 있던 가게 하나가 뻥 뚫리고 없어지면 그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남자 요새는 상점들이 참 빨리도 들어섰다가 없어지곤 하지. 여자 안타까운 일이네요. 남자 저쪽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 같은데. 남자와 여자, 무대를 가로질러 퇴장. 암전.
  • [2014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타자를 소유하는 두 가지 방식/고광식

    1 ‘소유’라는 욕구 모든 주체들, 즉 소유욕에서 자신의 삶을 출발시켰던 세상의 ‘나’는 본질적으로 ‘타자’를 찾아 방랑하는 보헤미안(bohemian)이다. 소유의 주체는 타자를 만나면서 비로소 기쁨과 쾌락의 감정을 깊이 내면화한다. 그러므로 타자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나’가 세상에 드러나며, 타자에 대한 주체의 접촉은 자연스럽게 목적 자체가 된다. 소유욕에 있어서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2007)’의 시는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루덴스(homo ludens)의 몸짓으로 타자를 포착하기도 하고, 대상과의 합일하는 행위로 타자와 하나 되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시적 주체는 “달과 지구의/포개진 다리 아래 // 그대의 다음 세상 첫 울음 놓일 자리까지 / 이미 보아버린 자여”(‘월식 파티-처용, Shall we love?’)처럼 달과 지구가 포개진 파티를 보게 된다. 대상과 합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서로 하나가 되어버린 달과 지구를 보며 ‘나’는 춤을 춘다. 달빛 아래 춤을 추고, 다리 아래 춤을 춘다. 춤은 소유욕에 대한 이해이며 환상이다. 때로 소유욕은 “이글거리는 불덩이, 굶주린 호랑이의 둥그렇게 벌린 입속으로 무릎걸음으로 기어들면서야 알았네”(‘여러 겹의 허기 속에 죽은 달이 나를 깨워’)와 같이 두려움의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현시한다. 이때 시적 주체는 “살거나 죽었거나 내 몸속으로 들어와 나를 살린 것들 다 이렇게 두려웠겠구나”라고 타자에게 심리적 상태를 투사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나’는 “자옥이 피어오르는 화염을 내려다보며 연꽃을 먹는 사람들이 산다는 어느 평화로운 부족의 마을을 떠올린 적이 있다”(‘주홍 글씨’)고 메타인지(metacognition)적 연민에 빠진다. 자아가 타자를 소유했는지, 타자가 자아를 소유했는지의 불가해성 상태는 “수통 속의 물 부어진/내 몸이 수통인지/수통인 내 몸이/내가 들고 마신 수통인지”(‘水桶’)에 이르러 서로 교차하며 접합되는 휴지 상태가 된다. 반면에 강정(‘키스(2008)’)의 시는 소유하는 과정을 섹슈얼리티하게 그려내어, 대상과의 합일로 소유하기보다는 파토스(pathos)적인 행위로 체현하려 든다.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시적 주체는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인 입을 최대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입술이 닿는 곳, 타자의 내재성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소유욕은 말라붙은 창공 속에서도, 불탄 돌들이 四海의 포말로 부서져 날릴 때에도 타자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때로는 허공 한가운데 거대한 물고기의 아가미로 고정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소유로 가고자 하는 욕구는 섹슈얼리티한 감응의 상태에서 “태양이 죽은 자리에서/통째로 바스러진/하얀 밤을 들이마시고”(‘죽은 몸에 白夜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발현된다. 시적 주체는 소유욕에 대한 세상의 순례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하혈하는 어머니, 젖은 땅 위에서 “시인이 울 때, 여자는 시인의 눈물을 받아 마신다”(‘영화’)고 감정의 감염을 토로한다. 보드리야르에 의해 그 자체로 현실을 대체한다고 지적된 원본 없는 이미지가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입은 끊임없이 시뮬라크르를 생성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육감적이다. 입은 이처럼 타자를 소유하기 위한 도구이며 통로이다. 여자의 총총걸음을 따라 시적 주체는 “꽃들이 오랫동안 빨판 같은 주둥이를 벌려/내 몸을 나눠 받았다”(‘나비 떼가 떠 있는 방’)고 타자인 꽃들의 소유욕을 적시한다. 자신의 존재 안에 타자를 가두려 하는 욕구는 꽃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꽃내음에 취하고 꽃의 모습에 현혹되는 순간 꽃은 언제든지 주둥이를 들이댈 준비를 하고 있다. 강정의 시적 주체는 “이 오래된 바람의 내력엔 서로 피를 나눠 먹던 종족의 역사가 흐른다”(‘死後의 바람’)고 구명하여 그의 시가 소유욕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선우의 시는 호모루덴스의 몸짓으로 춤을 추며 타자와 하나 되기를 시도하고, 강정의 시는 섹슈얼리티한 감응의 상태에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대상과의 합일을 시도하는 방식이나, 현란한 시뮬라크르로 타자를 소유하는 방식 모두 타자와 하나 되기를 꿈꾼다는 점에서 동일한 의의를 지닌다. 2 타자와 하나 되기-김선우의 시 존 로크는 오크나무 아래에서 주운 도토리와 숲속의 나무에서 따 온 사과를 먹고사는 사람은 확실히 그런 것들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소유라는 것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즉 도토리를 줍는 노동과 사과를 따는 노동에서 당위성이 부여된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타자인 도토리와 사과는 인간에게 희생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 이것은 도토리, 사과가 타자와 하나 되기를 원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식물은 동물과 하나가 되었을 때 자기 자손을 널리 퍼트리고, 동물은 그 식물과 하나 돼야 생존할 수 있다. 알수록 무서운 소유욕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밥이어야 한다. 식물은 동물의 밥이 되고, 동물은 결국 식물의 밥이 된다. 이왕 밥이 돼야 한다면, 멜랑콜리(melancholy)한 감정이나 연민을 벗어버리고 따뜻한 밥이 돼야 할 것이다. 때로는 환각제를 복용했을 때처럼 그대와 나 동시에 입을 벌릴 수 있지만, 타자라는 밥상 앞에서 나는 내 몸속의 부드러움이나 딱딱함을 점검해야 한다. 내 몸속에서 그대가 아주 편안히 누워 있을 것에 대한 걱정이다. 내 몸속은 아주 아늑하고 부드럽다. 타자와 하나 되기 위해 준비된 몸이다. 그래서인가 내 몸속에 받아야 할 타자가 이 별에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나는 그들이 소름 끼치게 그립다. ‘나’는 아, 대상과의 합일을 위해 입을 벌리고 사뭇 괴로운 시늉만 한다. 그러므로 김선우에게 있어서 소유 행위는 타자와 하나 되는 호모루덴스적인 동일시의 몸짓이다. 내 몸속 어디에서 내가 나를 향해 아, 입 벌리네 자기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면서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 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네 공기 속에 살내음 가득해 아아, 입 벌리고 폭풍 속에서 비리디 비린 바람의 울혈을 받아먹네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네 -‘그 많은 밥의 비유’ 부분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는 것인데, 일테면 만년 전의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고(시장에도 없고)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상품과 화폐만 있고) 사뭇 괴로운 포즈만 남았다는 것. -‘깨끗한 식사’ 부분 시적 주체인 ‘나’는 나를 향해 내 몸속 어디에서 아, 입 벌려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고 있다. 미칠 것 같은 영속성으로 드러나는 대상과의 합일을 위한 소유라는 욕구는 불쌍하고 가련하다. 해골을 갈아서 만든, 피리를 부는 전경화로 ‘나’를 투사하는 모습이 연민을 부른다. 말하자면 유전자 속에 배어 있는 소유욕이 주체의 참된 실체다. ‘자기 해골’이라는 피리는 ‘나’도 한때는 타자의 소유였다는 감각적 지각인 아이스테시스(aisthesis)이다. 이러한 전체성을 바탕으로 주체인 ‘나’는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는”다고 진술한다. 입을 벌려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를 자궁처럼 활짝 열고 간절히 드러내는 주체의 욕구는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는” 환각적인 상태가 된다. 이것은 타자와 하나가 되기 위한 눈물겨운 호모루덴스적인 소유의 방식이다. 타자와 하나가 되는 방식은 그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자아 성찰의 모습으로 지평을 확장한다. ‘깨끗한 식사’의 시적 주체는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고 ‘나’의 퍼스낼리티를 규명한 후, 어떤 대상에 대한 의식 작용인 노에시스(noesis) 속으로 잠입한다. 따라서 시적 주체는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음”을 골똘히 생각한다. 그것은 무조건적인 하나 되기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한 조각이 되는 역동성이다. 그 두렵고도 미안한 감정은 타자의 죽음이 상품으로 쌓여 있는 시장에도 없음을 확인하고 시적 주체는 빤히 ‘나’를 쳐다보기 일쑤이다. 천 년 전이나 만 년 전이나 한결같았던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나’에게 없어 괴롭다. 즉 시장은 타자와 내가 마주 쳐다보며 꿈틀거리던 욕망이, 고마움이, 두려움이 ‘상품과 화폐’로 거래되는 공간이다. 이런 성찰로 인해 주체는 타자를 현재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을 경계한다. 이렇게 정신적 유전자 속에 잠재된 의식을 정치하게 드러내는 것은, 타자와 하나 되기의 당위성에 방점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타자에 대한 메타인지적 연민 때문이다. 또한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나와 타자가 즉자와 대자의 모습으로 고정되게 놓아두지 않는다. 이것은 누가 먼저 소유를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유동적인 관계이다. 내 밥상 위 “육중한 접시가 언제쯤 깨끗하게 비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나도 타자(식물)의 밥상 위에 언젠가는 얹힐 것이다. 시인은 양가적 고민에 빠져 소리친다. “이 무거운, 토막 난 몸을 끌고 어디까지!”라고. 잊고 지난 세월 동안 홀로 된 종이 쓸쓸해서 나무가 쇠종을 품어준 것인지 철사 줄 묶여 어금니 깨물며 오래 아팠던 나무가 팔짱 끼듯 자기의 겨드랑 살 같은 곳을 잠가버린 것인지 겨드랑에 종을 품고 나무가 종 대신 몸을 울어준 것인지 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 나무가 삼킨 종 이야기’ 부분 어린 새끼를 입에 물고 옮기는 호랑이를 보았다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잡은 호랑이 입속의 호랑이를 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놓치고 말았다 먹잇감을 물었을 때나 새끼를 물었을 때나 이빨! 잡아먹거나 사랑하거나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그곳에 이빨! 입에 물고 옮기는 호랑이나 입속의 호랑이나 어떤 서늘한 갈등이 등골을 버티고 있으리라는 예감이 지나갔다 -‘카르마, 동물의 왕국’ 전문 입이 없는 식물들은 어떻게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까. 입이 있는 동물들이야 타자를 입에 넣고 강한 이빨로 저작한 다음 위장에 넣고 소화하면 타자와 ‘나’는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 입이 없는 나무가 타자를 소유하려는 방법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적 주체를 아프게 한다. 주체는 입이 없는 나무와 종이 하나가 된 기사를 아침에 본 후, 보름이 지나도록 자신의 몸속이 아픈 것을 자각하느라 괴롭다. 입이 없는 것들은 둘이 하나 되는 관계 속에서,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를 꿈꾸는 데 열중이다. 자신의 몸에 철사줄로 매단 종을 잊었다는 듯 “나무가 쇠종을 품어준 것인지”, 아니면 “겨드랑에 종을 품고 나무가 종 대신 몸을 울어준 것인지” 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둘은 하나가 돼 있다. 이렇게 둘은 나에게 네가 없으면 내가 없다는 관계를 형성해서 한 천 년을 견디려는 모습을 취한다. 둘의 존재가 하나로 보완 관계가 돼 특별해졌기 때문이다. 입이 존재하는 동물들은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밀착과 얼룩이라는 데칼코마니(decalcomanie)적 행위를 사용한다. 나의 입을 타자에 밀착시킴으로써 소유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현실 속에서 때때로 부자연스럽고 흉측한 의미체가 되어 시적 주체는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잡은 호랑이 입속의 호랑이를/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놓치고”마는 상태에 빠진다. 이처럼 타자와의 관계에서 입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의 입이 밥이라는 타자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통로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호랑이’의 입은 어린 새끼를 입에 물어 자신과 하나라는 것을 체현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내’가 ‘너’에게로 다가가든지, ‘네’가 ‘나’에게로 다가오든지간에 ‘입’이 차지하는 위치는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나와 타자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먹잇감을 물었을 때나 새끼를 물었을 때나” 입은 중요한 상징체이며 동시에 실제적 기능을 하는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고 있는 시적 주체는 하얗게 드러나는 입속의 ‘이빨!’을 보며 “잡아먹거나 사랑하거나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하는 입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사유한다. 이때 주체에게 다가오는 서늘한 갈등은 나와 타자의 관계성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관계에서 올 수 있다는 대등적 관계의 깨달음이다. 그러므로 “등골을 버티고 있으리라는 예감”을 할 수 있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전문 꽃이 핀다. 봄에도 꽃이 피고, 여름에도 꽃이 피고, 가을에도 꽃이 핀다. 이처럼 꽃들은 시기를 달리하여 경쟁하지 않고 차례대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다. 시적 주체는 꽃이 피는 것을 보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그대가 피는 것인데/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라고 의아해한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너’의 행위가 나를 떨게 하는 이유가 못내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꽃으로 꽃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는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꽃이 나이고, 내가 꽃 같은 상태에서 나는 아득하다. 부버가 ‘너’ 혹은 ‘그것’이 없이는 ‘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나’는 ‘너’라는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함으로써 충만한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김선우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 대한 물음의 끝에는 타자인 ‘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있는 것들의 진정한 삶은 대상과의 합일인 소유이고, 소유는 나와 타자의 관계에서만 온전하게 성취될 수 있다. 대상과의 합일을 시도할 때의 ‘나’는 자연의 한 조각으로 모자이크돼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렇게 타자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진정한 ‘나’를 드러내는 본능적 행위이다. 나와 너의 관계는 언제나 주체와 객체가 바뀔 수 있는 관계이다. ‘너’를 소유할 때의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나’지만 그것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된 전혀 다른 내적으로 충만한 ‘나’이다. 타자를 소유한 나는 존재 속에 존재자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꽃 피는 것이 내 일임을 이제 알겠다. 3 ‘시뮬라시옹’(simulation)하는 느낌-강정의 시 맥루언에 따르면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가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의 ‘감각비’(sense ratio)가 달라지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예로 들면, 각종 노마딕(nomadic) 기기들로 인해 인간의 감각비는 시각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정의 시적 주체가 ‘입’을 섹슈얼리티하게 사용하여 ‘시뮬라크르 하기’인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타자를 소유하는 것도, 인간은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보드리야르가 맥루언의 영향을 받아 시뮬라시옹이라는 이론을 만들었듯이, 강정은 시적 주체들로 하여금 이전과 달라진 감각비를 사용하여 지금-이곳의 타자를 시뮬라시옹하고 있다. 너는 문을 닫고 키스한다/ 문은 작지만 문 안의 세상은 넓다/ 너의 문으로 들어간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들을 낳는다/ 내가 인류의 다음 체형에 대해 숙고하는 동안 비는 점점 푸른빛과 노란빛을 섞는다/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미래는 시간의 이동에 의한 게 아니라 시간의 소멸에 의한 잠정적 결론, 나의 문 안에서 나는 모든 사랑이 체험하는 종말의 예언을 저작한다/ 너는 내 혀에서 음악과 시의 법칙을 섭취하려 든다/ 나는 네게서 아름다운 유방의 원형과 심리적 근친상간의 전형성을 확인하려 든다/ 그러니까 이 키스는 약물중독과 무관한 고도의 유희와 엄밀성의 접촉이다 -‘키스(1)’ 부분 나는 문을 닫고 너의 몸을 받는다/ 내 안으로 들어온 너는 사뭇 여장부스러운 근골과 큰 키를 과시한다/ 뒷굽이 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하이힐을 또박또박 디디며 혓바늘 사이를 배회한다/ 몸 밖으로 빠져나온 네 혀가 나라는 한 세상을 뒤집어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길몽과 흉몽 사이의 아득한 절대치의 추상화를 구상화한다/ 너는 무용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그러나 나는 건축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그리하여 너는 내 몸이라는 凶家에서 춤추는 무희가 된다/ 내 혀는 너의 동선을 따라하며 네 가족들의 불편한 심기를 박물화한다/ 이 키스는 한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초현실적 리포트다 -‘키스(2)’ 부분 입은 너를 받아들이는 유일한 통로이다. 단단한 이를 사용하여 타자를 힘으로 소유할 수도, 부드럽고 달콤한 혀를 사용하여 타자를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소유할 수도 있다. ‘너’는 주체가 되어 타자인 ‘나’를 소유하기 위한 의식인 ‘키스’를 실행한다. 외부의 문은 이 의식을 치르기 위해 닫혀 있지만, 너로 가는 내부의 문은 아주 넓게 열려 있다. 네 안의 세상에서 나와 너는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분간할 수 없는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들”인 카오스의 세계를 경험한다. 우리는 모두 주체가 되어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인 것처럼 너를 지각하고 소유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를 보고 있는 순간 너도 나를 보고 있으며 우리 과거의 시간은 소멸해 간다. 이렇듯 달콤한 키스는 뼛속을 파고드는 이빨에 의한 강제적 소유의 확인이 아닌 스스로 충만해 오는 파토스로 서로에게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실감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키스는 타자를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이미지인 허상을 소유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그것(‘키스(1)’)은 입을 접촉하므로 생성되는 생존의 뜨거운 법칙이다. ‘너’에게만 뜨거운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세상의 주체인 대자 존재가 되어 세상의 “문을 닫고 너의 몸을” 받을 수 있다. 대상을 깊게 바라보며 몸과 정신을 하나로 통일하여 “하이힐을 또박또박 디디며 혓바늘 사이를 배회”하는 너를 내가 이룩해낸 견고한 프레임 안에 가두는 행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하나였던 아주 오래전의 공간으로 돌아가 “길몽과 흉몽 사이의 아득한 절대치의 추상화”를 구상화한다. 나와 너의 경계는 무너지고 무화되어 얽힌 혀로 세상의 맛을 음미하는 존재로 우리 둘은 거듭난다. 이를 통해 세상의 존재자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튼튼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경계를 허문 자리에서 너는 “내 몸이라는 凶家에서 춤추는 무희가” 되고, 나는 “너의 동선을 따라 하며 네 가족의 불편한 심기를 박물화”하는 존재가 된다. 키스는 폭력으로 타자를 굴복시켜 만들어내는 일체가 아니라, 그것(‘키스(2)’)은 “한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초현실적 리포트”인 느낌의 시뮬라시옹인 것이다. 실제로 타자에 대한 소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부드럽게 열려 있는 교감 속에서 정신적인 소유가 일어났음을 느낀다. 보드리야르식으로 말한다면 현실은 키스라는 이미지에 의해서 지배받게 된다. 나와 너는 이미지를 통해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탕진”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것이므로. 하늘에서 번쩍 갈라진 번개의 크기는 원근법과 아무 상관없다 내가 본 그대로의 모습과 크기로 지구의 틈이 벌어진다 또 이가 가렵다 최초거나 최후거나 나는 분명 처음과 끝을 한 번의 포효로 발설하는 인류의 조상을 임신한 것이다 번개가 빠져나간 항문, 내 턱이 지구의 문지방에서 깊게, 출혈 중이다 -‘번개를 깨물고’ 부분 시적 주체는 하늘에서 번쩍 갈라지는 번개가 너무 크고 강렬해 원근법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자신이 본 그대로의 모습과 크기로 지구의 틈이 벌어지는 놀라운 자연현상을 보게 된다. 이는 주체가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이때 시적 주체의 이가 가렵다. ‘나’는 번쩍 갈라진 번개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또 이가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적 유전자 속에 잠재된 소유욕이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의 근육을 움직이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도끼날처럼 강인한 ‘이’로 번개를 깨물고 저작하고자 하는 불가해성의 소유욕이 ‘나’를 흥분하게 한다. 시적 주체가 번개를 자기 몸속으로 받아들이며 “나는 분명 처음과 끝을 한 번의 포효로 발설하는 인류의 조상을 임신한 것이다”라고 한 진술은 한순간 우리를 지배한 시뮬라크르다. ‘나’는 그렇게 이미지에 지배당하여 “번개가 빠져나간 항문”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번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상처입은 “내 턱”을 보고 있다.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녀의 일부를 내 안에 결박해야 한다 만 명의 남자가 입을 댔던 그녀 유방 앞에서 만 명 중의 하나가 되는 일은 만 명의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그녀라는 허구의 몸통 안에서 온몸을 친친 감고 나는 그녀의 바깥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녀라는 커다란 숨구멍, 혹은 시선의 감옥’ 부분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흘렀다 여자는 일그러진 내 얼굴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시간이라는 평상에 톡톡 금이 가고 있었다 발라낸 고등어 뼈를 냄새 맡던 고양이와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자의 밥이 되었다 -‘고등어 연인’ 부분 첫 번째 시에서는 그녀를 사랑하기 위한 ‘나’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소중한 것은 ‘내’가 그녀를 소유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선 다른 무수한 타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그녀’는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닌 상태에 있다. 그녀는 내 앞에 있는 즉자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자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녀를 ‘내’가 소유하기 위해선 무수한 경쟁자를 물리친 뒤에,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모호성에서 벗어나 열정적으로 나를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선 “만 명의 남자가 입을 댔던 그녀 유방 앞에서/만 명 중의 하나가 되는 일”에 두려움을 가져선 안 된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만 명 중의 한 명일 뿐이고,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태어나는 만 명의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숙명적인 존재다. 그녀의 커다란 숨구멍 안에서 내 혀가 가장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것을 입증시키는 데 실패한다면, 온몸을 친친 감고 있던 내 혀는 그녀에 의해 몸 밖으로 던져지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의 혀에 남아 있던 약간의 침방울을 그리워하며 되새김질하다가 아포리아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열중할지 모른다. 그녀라는 허구의 몸통 안을 그리워하며. 그녀가 ‘나’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반응은 두 번째로 인용한 시에 나타난다. 서로에게 영원한 미지의 소유물로 남을 것 같은 순간,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는 것으로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너와 내가 껴안은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햇빛이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 흐르는 순간을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이때 시각적으로 잡히는 지구 밖의 모든 미장센은 심장박동 소리로 대체되었다. 이제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자의 밥”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결과적으로 ‘여자’의 웃는 모습은 소유로써 완벽해지는 인간의 진정한 삶이다. 이는 타자를 소유하는 데 있어서 ‘힘’에 의한 폭력이 아닌 ‘혀’의 달콤함으로도 얼마든지 상대 속에 잠입하여 소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힘을 사용한다면 한순간에 끝낼 수 있지만, 입속의 ‘이’가 아닌 ‘혀’를 사용한다면 서로가 마주한 밥상처럼 행복해질 수 있다. 이처럼 강정의 ‘키스’는 소유하고자 하는 대상을 달콤한 욕구로 이미지화한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가 바뀌어 전개될 수 있는 역동적인 의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세상의 존재자는 유전자 속에 잠재되어 꿈틀대는 자기 안의 소유욕에 대한 내밀한 외침을 들을 것이며, 소유의 과정은 키스로 시작되어 시뮬라크르인 키스로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4 소유 이후, 주(객)체들 세상의 주체인 ‘나’는 오랫동안 격정적인 파토스로 활동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세상에 널려 있는 객체인 ‘너’와 하나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밀착의 행위를 통해 ‘너’를 ‘나’로 동일시하고 죄를 짓고, 몸을 탐하고, 참회하고, 때로는 마음의 평화를 약속하는 동의를 얻어낸다. ‘나’는 밀착 행위가 미치는 객체인 ‘너’를 찾아 세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너’를 소유하고, 그때마다 나와 너는 암수 구별이 없는 생물처럼 접합되는 바람에 애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김선우의 경우, 소유가 중요한 것은 소유하는 방식 또는 행위라는 결과가 진정한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다. 나와 너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 ‘나’는 입을 벌려 살 내음 가득한 너를 내 몸속으로 받아들여 하나가 되는 행위를 한다. 그때, 강력한 흡입력을 갖고 있는 입은 너를 온전한 나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게 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김선우 시의 주체는 객체인 ‘너’ 앞에서 촉각적 감각에 의지해 피리와 노래를 부른다. 식사하는 순간은 아이온의 공간과 시간이 ‘나’에게 열려 있었으므로, 타자의 괴로운 표정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한 주체는 내 행위의 대상인 객체에게 입을 드러내는 것으로 소유의 과정을 정당화한다. 그러므로 김선우 시의 주체에게 소유 행위는 대상과의 합일을 위한 호모루덴스적인 놀이다. 하지만 강정의 경우는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로 객체인 ‘너’를 ‘나’로 동일시하는 호모루덴스적인 놀이를 포기하고, 객체를 시뮬라시옹하는 정신적 소유를 지향한다. 이런 소유의 행위도 ‘소유’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이미지 생산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소유의 방식이 된다. 직접적인 소유로 인한 포만감보다는 새로운 감각비로 대상을 달콤하게 시뮬라시옹함으로써 객체인 ‘너’를 ‘나’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현실 속에 드러난다.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객체를 낱낱이 분해하고 동일시하는 것보다는 문을 닫고 키스하는 섹슈얼리티한 행위로 소유를 실재화한 것이므로 강정이 소유하는 방식은 쾌락적이다. 이렇게 탄생한 주체는 타자를 소유하는 각기 다른 방식대로 접합된 상태에서 소멸의 법칙을 견딘다. 바라보는 대상인 객체를 대상과의 합일로 소유했거나, 아니면 쾌락적으로 소유했거나 모두 동일하게 주체와 객체는 존재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을 밟는다. 존재자의 위치에 따라 빠르고, 느리고, 돌발적이고, 순간적으로 다양한 몸짓을 하며 소멸한다. 마음을 찌르는 푼크툼(punctum)을 통해서 아주 완벽하게.
  • ‘저승차사’들의 코믹 스토리 ‘디스라이프:주그리우스리’ 개막

    ‘저승차사’들의 코믹 스토리 ‘디스라이프:주그리우스리’ 개막

    뮤지컬 ‘디스 라이프 : 주그리우스리’(제작 뮤지컬컴퍼니 두왑, 예그린씨어터)가 오는 1월 3일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프리뷰 공연을 개막하고, 1월 7일부터 정식 공연을 시작한다. 누구나 겪는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저승차사’들의 코믹한 소동극과 시골마을의 휴먼드라마를 결합시킨 뮤지컬 ‘디스 라이프 : 주그리우스리’는 2012년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돼 쇼케이스 공연을 시작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이후 2013년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우수작으로 당당히 선정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번 작품의 프로듀싱을 맡은 최도원 프로듀서는 “2011년부터 지금껏 지속적인 창작의 개발과정과 인고를 겪어왔다. 오랜 기간 수많은 스텝 분들의 도움과 노력 끝에, 기존의 좌충우돌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각색하고 현대적인 음악을 더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오가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성장했다” 고 소개했다. 더불어 이번 작품의 협력프로듀서를 맡은 조용신 프로듀서는 “뮤지컬 ‘디스 라이프 : 주그리우스리’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품이지만, 실력파 배우들이 절묘하게 빚어내는 앙상블과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음악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면서 “또한 저승차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리네 인생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해주는 따뜻한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디스 라이프 : 주그리우스리’는 탄탄한 스토리 뿐 아니라 현대무용가로 실력을 인정받은 최진한 안무가가 재즈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코믹한 안무를 더해 작품에 색다른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50년 전 잘못된 혼령을 데려오는 바람에 저승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한 천년 차사 ‘태을’ 역에는 뮤지컬 ‘모비딕’, ‘데모크라시’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황건과 뮤지컬 ‘그날들’ ‘스페셜레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 고상호가 더블캐스팅 돼 무대에 오른다. 저승차사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자 골칫덩어리 애송이 차사 ‘호경’ 역에는 현재 뮤직드라마 ‘당신만이’에서 맹활약 중인 김시권과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아리랑 경성 26년’ 등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준 고훈정이 맡았다. 한편 2013 예그린 앙코르 우수작이자 2014년을 여는 뮤지컬 ‘디스 라이프 : 주그리우스리’는 1월 7일부터 2월 26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1월 3~5일 까지의 프리뷰 공연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시, 2년간 채무 2조 5000억원 감축…연이자 비용도 1000억원 감소

    서울시, 2년간 채무 2조 5000억원 감축…연이자 비용도 1000억원 감소

    서울시가 지난 2년간(이달 20일 기준) 채무를 2조 5764억원 감축했다고 30일 밝혔다. SH공사의 택지 매각 수입, 주택 분양 중도금 등이 순조롭게 연말 정산되면 이달 말 기준으로 시 채무감축액이 3조 49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때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과 더불어 채무 7조원 감축을 양대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2011년 10월 박원순 시장 취임 당시 서울시 채무는 19조 9873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조 2661억원을 줄인 데 이어 올해 1조 3103억원을 더 감축함으로써 17조 4109억원이 됐다. 이달 31일까지 계산하면 16조 9383억원까지 줄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채무 감축에 따라 시가 지출하는 이자비용도 줄었다. 시는 채무가 20조원일 당시 하루 약 20억원, 1년에 약 8000억원의 이자를 부담했다. 그러나 채무가 3조원 가까이 줄면 연이자비용도 1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서울시 채무 중 70%는 SH공사의 채무로, 시는 SH공사의 채무를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 SH공사의 채무는 2011년 10월 13조 5789억원에서 이달 20일 현재 11조 5021억원으로 2조 768억원 줄었다. 김갑수 서울시 재정담당관은 “올해 지출은 끝난 반면 택지 매각 수입, 주택분양 중도금 등은 대부분 연말에 정산돼 이달 말일 SH공사의 채무는 10조 8460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마곡지구 계약금(482억원), 업무용지 중도금(891억원), 위례지구 수입(474억원) 등이 연말에 처리될 예정이다. 서울시 본청은 무상보육 사업을 위한 지방채 발행, 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을 위한 지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공채 발행으로 채무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늘었다. 시는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까지 모두 3조 8000억원의 채무를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약속한 7조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공약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시의회 등에서는 채무 감축의 상당 부분이 SH공사의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과 사업시기 연기로 인한 것이며 결국 자산을 줄여 빚을 갚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매년 채무가 늘다가 감소 추세로 전환한 건 의미 있는 성과”라며 “자산유동화는 민간기업에서도 널리 쓰는 경영기법이며 택지매각 수입이 늘면서 성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한나 화보, 앞트임 드레스 입고 파격 포즈 ‘아찔 관능미‘

    강한나 화보, 앞트임 드레스 입고 파격 포즈 ‘아찔 관능미‘

    배우 강한나의 첫 패션 화보가 공개됐다.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로 브라운관 데뷔를 마친 신예 강한나의 아찔한 화보가 공개됐다. 남성패션매거진 ‘아레나 옴므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이번 화보에서 강한나는 ‘쉘 위 댄스’라는 콘셉트에 맞게 5살 때부터 배워 온 무용 솜씨를 맘껏 뽐냈다. 발레부터 한국 무용, 현대 무용에 이르기까지 약 15년여 동안 여러 장르의 무용을 두루 섭렵한 강한나의 실력이 이번 화보 촬영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진 속 강한나는 레드 드레스를 입고 공중으로 뛰어 오르는 고난도의 포즈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온 몸으로 자신의 강렬한 매력을 표현했다. 여기에 남자무용수와 함께한 파격적인 모습과 군더더기 없이 드러난 S라인 몸매로 아찔한 관능미까지 발산하며 시선을 끌고 있다. 강한나는 화보 촬영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제 다섯 살 때부터 무용을 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생 때 어머니께서 배우를 해보지 않겠냐고 먼저 권유를 해주셔서 배우에 길에 들어서게 됐다”라며 배우가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드라마 ‘미스코리아’에 출연하게 됐다. 작은 역이지만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으니 꼭 방송을 통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현재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소감도 잊지 않았다. 강한나는 ’미스코리아‘에서 ‘귀여운 악녀’ 임선주 역으로 출연 중이다. 강한나의 매혹적인 모습이 담긴 이번 화보는 ‘아레나 옴므 플러스’ 1월 호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사진 = 아레나 옴므 플러스 연예팀 boh2@seoul.co.kr
  • [커버스토리] 새해 아침, 전통의 해맞이 명소 동해·남해에선

    [커버스토리] 새해 아침, 전통의 해맞이 명소 동해·남해에선

    갑오년(甲午年) 새해 첫날, 동해바다를 뚫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동해안과 남해안은 ‘해맞이객’만 족히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 속초해변에서는 새해 첫날 ‘2014 속초 해맞이’가 준비돼 있다.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행사에서는 신년 메시지 발표와 불꽃놀이, 무용단 공연에 이어 1000여개의 등에 소원을 담아 하늘에 날리는 ‘풍등 띄우기’가 진행된다. 속초 앞바다에서는 집어등을 밝힌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의 해상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용왕님께 안녕 빌고 - 양양 동해신묘 양양 낙산사에서는 1월 1일 0시 새해 시작을 알리는 범종 타종식이 열린다. 이어 불꽃놀이 행사가 낙산항에서 펼쳐지고 오전 6시 50분 양양 조산리 동해신묘(용왕신을 모신 곳)에서 새해 국태민안과 풍농, 풍어를 비는 제례가 올려진다. 일출 직전 낙산해변에서는 해맞이를 위해 바닷가를 찾는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소망 기원용 양초 6000여개를 나눠 준다. 낙산사에서는 추위에 꽁꽁 언 해맞이 인파를 위한 사랑의 떡국 나누기 행사도 준비됐다. 강릉 경포해변에서는 해변 말 달리기 퍼포먼스와 진또배기 소원 빌기가 펼쳐진다. 국내 대표 해맞이 장소인 정동진에서는 텐트와 난로 설치, 커피와 녹차 제공 등의 무료 봉사와 행정봉사실 운영 등 해맞이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춰 불편함이 없게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답고 해돋이로 유명한 정동진, 추암, 양양 낙산사 의상대와 하조대 등은 시끄러운 행사를 하기보다는 조용하게 일출을 맞이하도록 배려한 모습이 눈에 띈다. ●팡팡 축포 배경 삼아 - 사천 삼천포대교 한려수도의 중심이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상’에 선정된 경남 사천에서는 ‘2014 삼천포대교 해맞이 축제’를 연다.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사물놀이가 펼쳐지고 대방굴항 앞 신방파제에서는 신년 축포를 쏘아 올려 해 뜨기 전 시민과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모둠북 공연, 다리밟기 등의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관광객에게 보온 장갑을 제공하고 소망 떡국 나눠 먹기 행사도 마련된다. 천혜의 아름다운 남해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통영 욕지도 새천년기념공원에서 열리는 해맞이 행사에서는 주민과 관광객 등 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신음악회를 시작으로 기원제, 축하 노래 제창, 새해 메시지 전달, 소망 풍선 날리기 등이 진행된다. 식혜, 막걸리, 두부, 다과류도 제공된다. 남해군 상주은모래비치와 망산 일출전망대에서는 물메기 축제가 열린다.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는 오는 31일부터 새해 오전까지 ‘제16회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열린다. 행사에서는 육당 최남선의 ‘조선십경가’에 나오는 ‘나날이 새롭힐사 호미일출’이란 구절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새천년기념관 원형 벽면에 레이저 빛으로 만든 영상 ‘천마의 비상’이 화려하게 연출되고 뮤직 불꽃쇼, 대박 터트리기 이벤트도 마련됐다. 새해 아침에는 지난해 타임캡슐을 개봉하고 지구촌 돕기 나눔 행사, 민속놀이, 소원 단지 만들기, 1만명 떡국 나누기 등으로 해맞이객을 반긴다. 영덕 강구 삼사해상공원에서는 ‘경북의 빛, 영덕의 울림’이란 주제로 ‘2014 영덕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8회째다. 전야제로 영해 별신굿, 무형문화재 민속놀이인 월월이 청청 공연, 송년음악회, 멀티미디어쇼 등이 마련돼 관광객을 유혹한다. 본 행사로는 제야의 경북대종 타종과 한 해의 액을 떨치고 소망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불꽃놀이가 열린다. 새해 아침에는 새해 여명을 깨우는 대북 공연, 2014개의 희망 소원 풍선 날리기도 진행된다. ●가장 먼저 뜬 해 보니 - 울주군 간절곶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울산 간절곶에서도 다양한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울산시는 새해 첫날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일대에서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를 주제로 ‘2014년 간절곶 해맞이 행사’를 연다. 간절곶의 새해 첫날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31분 23초로 부산 해운대, 포항 호미곶, 강릉 정동진보다 빠르다. 신년 행사는 소망 풍선 날리기, 일출 카운트다운, 떡국 나눠 먹기, 전국에서 가장 큰 소망우체통에 편지 쓰기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된다. 전야제에서는 인기 가수가 참가하는 송년 콘서트가 마련되고 울산시 홍보관, 신년 휘호관, 신년 운세관 등이 운영되며 농특산물 나누기, 떡국 나누기, 행운 추첨 한마당 등의 행사가 벌어진다. 갑오년 말띠 해를 기념해 간절곶에는 말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설치된다. 관광객 수송 편의를 위해 31일 오후 3시부터 새해 첫날 오전 10시까지 울산대공원 동문, 울산온천, 한전연수원 주차장 등 3개 지역에서 간절곶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일출 전 행사로 미술마당, 모둠북 타악 공연, 창작연 날리기(민속연 제작 및 연날리기 시연), 말 체험전(경마공원 말 전시 말먹이 주기 등) 등이 열리고 일출과 동시에 부산경찰청의 모둠북 공연, 밴드 공연, 새해 인사, 헬기의 축하 비행, 해맞이 바다 수영 행사가 진행된다.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1일 오전 6시부터 소망의 차 나눔, 희망 풍선 날리기를 비롯해 소원을 적은 쪽지를 새끼줄에 엮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서구 송도해수욕장에서는 대북 퓨전 공연과 민요 한마당, 난타공연 등이 펼쳐진다. 서구청은 이날 참여 시민에게 떡국 등을 제공한다. 금정산 북문광장에서는 오전 6시 30분부터 기원제에 참석한 주민들이 만세 삼창을 한 뒤 다과를 먹으며 소원을 빈다. ●말의 해 소원도 껑충껑충 - 여수 향일암 전남에서는 ‘제18회 여수 향일암 일출제’ 행사가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열린다. 행사 첫날인 31일 오후 5시 ‘향일암 금빛 노을과 함께’를 주제로 금오산 정상에서 해넘이를 감상하는 탐방객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각설이 공연과 지역민 가수왕 선발대회 등의 축제 한마당이 펼쳐지고 향일암 스님, 탐방객, 여수 우도풍물굿보존회 등이 나서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소원 성취 기원 행진도 이어진다. 우주선 발사 기지로 유명한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소망 풍등 날리기’ ‘2014 행운을 잡아라 댄스 페스티벌’ ‘전통예술 공연’ ‘성악가와 인기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 등이 펼쳐진다. 관광객에게는 굴떡국과 유자차를 무료로 제공하며 캠프파이어, 불꽃놀이, 연날리기 등도 즐길 수 있다. 수려한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남열해맞이 행사장 주변에는 고흥 10경에 속하는 ‘용바위’와 ‘미르마루 둘레길’ 그리고 기(氣)가 넘치는 ‘기바위골’이 위치해 해마다 해맞이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해남 땅끝마을에서는 31일 오후 땅끝 어울림 품바 한마당 공연을 시작으로 관광객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인정 나누기, 소망과 염원을 담은 촛불의식, 잡귀와 액을 쫓는 의식인 달집태우기, 땅끝마을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불꽃놀이 등의 해넘이 행사와 1월 1일 아침 통기타와 색소폰이 함께하는 신년 음악회로 진행되는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떡국 나눔과 해남 명품 특산물 황토고구마, 돼지고기, 막걸리 등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돼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의 흥을 돋운다. ●따끈한 떡국에 몸은 녹네 - 순천만 화포해변 순천만 인근인 별량면 학산리 화포해변에서도 장엄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ㄷ’ 자로 생긴 순천만의 아랫부분이라 광활한 갯벌과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화포해변 해맞이 행사는 1일 오전 5시부터 시작된다. 따뜻한 떡국을 맛볼 수 있으며 새해 소망 풍선 날리기와 소망 기원문 낭독, 풍물패 공연, 달집 점화, 소망 기원제 등이 열린다. 종합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253대당 관제인력 1명뿐 전주 CCTV ‘있으나 마나’

    253대당 관제인력 1명뿐 전주 CCTV ‘있으나 마나’

    전북 전주시의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 인력이 크게 부족해 신속 정확한 실시간 관제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역의 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 공원, 골목길 등에는 모두 758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를 관제하는 인력은 겨우 9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9명을 3개조로 나눠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인당 관제하는 CCTV가 무려 253대에 이른다. 이는 안전행정부가 권고하는 관제인력 1인당 CCTV 48대보다 5배 이상 많다. 전국 관제센터의 1인당 평균 CCTV 100여대보다 2.5배나 많은 것이다. 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 관제요원을 6명 충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CCTV도 126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어서 1인당 관제 대수는 177대로 여전히 기준치를 크게 웃돈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수백대의 CCTV를 확충할 계획이어서 1인당 관제 대수는 다시 200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관제요원들에게도 2시간의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1인당 관제 대수는 사실상 늘어나게 된다. 관제요원의 근무시간도 12시간에 달해 피로도가 높은 실정이다. 이같이 적은 인원이 많은 CCTV를 화면 전환해 가며 모니터링하다 보면 신속한 사건발생 확인과 대처, 긴급 상황 접수, 각종 범죄 예방과 대응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인당 2개의 모니터로 24개의 분할화면을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감시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전주시는 이보다 훨씬 많은 CCTV를 관제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사고를 놓치기 쉬운 취약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전주시는 관제요원 1인당 24인치 모니터 5대를 배치해 모니터 1개당 30~62개의 화면을 띄워 관제하고 있다. 화면도 작고 1개 모니터당 관제시간은 15초 정도만 할애된다. 특히 관제해야 할 CCTV가 많아 한 바퀴를 도는 데 3분 정도가 소요된다. 관제요원이 한번 본 장소를 다시 보려면 3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안에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놓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시 관제센터 직원은 “관제해야 할 CCTV는 많은데 비해 관제요원은 적어 피로가 누적된 실정”이라면서 “인력을 보강한다 해도 보강 인력보다 훨씬 많은 CCTV가 확충돼 관제능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CCTV를 아무리 많이 확충해도 이를 관제하는 인력이 부족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며 인력 충원을 호소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금천구에서 즐겨봐요, 세종문화회관 공연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재정이 부족함에도 주민들이 수준 높은 문화 공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금천구도 마찬가지다. 금천구는 세종문화회관과 문화공간 네트워크를 위한 문예회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문화(공연) 자원 교류를 통해 문예회관을 활성화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구는 청사 내 금나래아트홀이 세종문화회관의 기획 공연과 산하 예술단에서 제작한 공연을 무대에 올려 구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생활밀착형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구 관계자는 “올해 오페라 ‘마술피리’, ‘우리동네 클래식콘서트’, 무용극 ‘춤추는 허수아비’와 ‘태권, 춤을 품다’를 개최했는데 이번 협약을 통해 내년엔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연계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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