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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해함 벗은 도발적 신체극

    난해함 벗은 도발적 신체극

    도발적인 상상력과 대담한 표현, 현실에 밀착한 메시지. 현대무용의 혁신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그룹으로 손꼽히는 영국 신체극단 ‘DV8’을 특징짓는 요소들이다. 무엇보다 ‘춤은 일상의 움직임을 담아야 하고,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기본 철학에서 드러나듯 이들의 춤은 골치아프거나 따분하지 않다.‘현대무용=난해함’으로 여겨 지레 겁부터 먹는 무용 초심자들에겐 귀가 솔깃할 만한 반가운 얘기다. 피나 바우슈가 이끄는 ‘탄츠테아터’처럼 연극과 무용의 벽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온 신체극단 ‘DV8’(예술감독 로이드 뉴슨)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오는 31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작품은 ‘저스트 포 쇼(Just for show)’. 안무가 로이드 뉴슨이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이번 서울 공연이 세계 초연 무대다. ‘일탈하다(Deviate)와 ‘춤과 영상(Dance&Video)’의 두가지 의미를 지닌 ‘DV8’은 1986년 창단됐다. 호주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로이드 뉴슨은 무용수를 뽑는 오디션에 선발된 것을 계기로 영국에서 무용 공부를 시작했고, 수년간의 무용수 생활 끝에 뜻맞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추상성을 배제하고, 일상적인 동작과 연극적 제스처를 과감히 끌어들인 그의 안무는 기존 무용 관습에서 신선한 파격이었다. 늙고, 뚱뚱하고, 신체적 장애를 지닌 무용수들도 거리낌없이 무대에 세웠다.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발언은 현실과 유리될 수 없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환기시켰다.1988년작 ‘데드 드림스 오브 모노크롬 멘’은 동성애를 다뤄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고,1995년작 ‘엔터 아킬레스’에서는 중산층 사회의 허위의식을 꼬집었다. 신작 ‘저스트 포 쇼’도 허위와 가식으로 포장된 현대 사회를 향한 신랄한 조롱을 담고 있다.“우리는 ‘좋은 사람’보다는 ‘잘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거짓말도 하고 허풍도 떤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는 게 안무가의 설명. 허상과 실재의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기존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영상과 정교한 무대연출로 시각적 자극을 더할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무용영화 ‘삶의 대가(The cost of living)’무료상영회가 21∼25일,28∼30일 오전11시 영국문화원에서 마련된다. 공연은 31·4월1일 오후 8시,4월2일 오후 6시.3만∼7만원.(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리뷰] 佛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원작의 맛은 확실히 깊고 그윽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뮤지컬에서 상업적으로 윤색돼 ‘노틀담의 꼽추’로 격하됐던 원작은 그 후손들에 의해서 품격을 되찾았다. 지난 25일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첫 막을 올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15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벌어진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속으로 완벽히 빠져드는 데 단 1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음유시인 그랭그와르가 부르는 서곡 ‘대성당의 시대’는 강한 마력으로 관객의 호흡까지 붙들었다. 대사 없이 54곡의 노래만으로 이루어지는 독특한 형식. 혹시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집시 여인의 삶을 노래한 에스메랄다의 ‘보헤미안’, 그녀에 대한 애끓는 욕망을 표현한 콰지모도, 페뷔스, 프롤로 세 남자가 부르는 ‘아름다워’, 에스메랄다의 연적 플뢰르드리스의 ‘말 탄 기사’에서부터 죽은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절규를 담은 ‘춤을 추오, 나의 에스메랄다’까지.1시간40분 동안 쉴새 없이 쏟아지는 노래들은 폐부까지 자극하고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짙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음악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에 눈 먼 인간들이 벌이는 욕망, 질투, 음모, 희생을 제대로 그리고 있기에 두고두고 곱씹게 한다. 특히 그간 많은 작품에서 전형적이고 단선적인 악인으로만 그려졌던 신부 프롤로는 끓어오르는 욕정을 주체 못해 번민하고 스스로 파멸해 가는 복잡한 인물로 살아났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우들은 열창과 열연으로 무대에 빛을 더했다. 첫 공연이라 사소한 실수와 고음에서 약간 불안한 대목이 있기는 해도 크게 흠잡을 것은 못됐다. 단순하고 현대적인 세트와 의상은 고전적인 이야기를 담기에 손색없이 잘 어울린다. 무대 전면에 설치된 노트르담 성벽을 상징하는 조형물은 장면에 따라 성당, 집시들의 아지트, 파리 뒷골목 등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첨단 조명 기술은 무대를 더욱 풍성하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연기를 하는 배우와 무용수가 따로 분리돼 있는 것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 헤드 스핀까지 구사하는 16명의 무용수는 발레, 애크러배틱, 브레이크댄스, 현대 무용이 혼합된 역동적이고 육감적인 춤사위로 시종일관 시선을 자극했다.3월20일까지.(02)501-1377.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공연포커스]윤회하는 인간 삶의 3색 몸짓

    안무가 손관중(한양대 교수)이 이끄는 가림다댄스컴퍼니가 25일 오후7시30분,26일 오후 5시 서강대 메리홀에서 창작 현대무용 ‘검은 소나타-불타는 칼’을 공연한다. 칠레의 저항시인이자 노벨상 수상작가인 파블로 네루다의 ‘불타는 칼’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파괴와 생성이라는 윤회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생명의 불’‘춤추는 용암’‘고독한 검은 세상’ 등 3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바닥에 덧마루를 댄 무대에서 남자 무용수 5명과 여자 무용수 5명이 펼치는 격렬한 몸짓으로 채워진다. 한국무용과 발레를 거쳐 현대무용에 뿌리를 내린 전천후 안무가 손관중은 이미지 춤의 전령사라는 별칭답게 이번 공연에서도 고난도의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몸짓과 파격적인 영상 이미지의 조화를 선보일 예정이다.(02)705-874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로잔 발레콩쿠르 ‘한국 돌풍’

    전세계 발레 꿈나무들의 경연장인 로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한국의 예비 발레리나들이 7개의 상 가운데 4개를 차지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콩쿠르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0일 폐막된 제33회 대회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비학교에 재학 중인 김유진(17)·한서혜(17)양이 각각 1등과 3등을, 선화예고 2학년생인 원진영(18)양이 5등과 현대무용상을 수상했다. 이 가운데 김 양은 ‘레이몬다’ 솔로와 현대무용 ‘Like Leaves’ ‘The Day’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양은 부산 브니엘 예술중학교, 한 양은 예원학교를 졸업했으며 두 사람 모두 영재 조기입학제도에 따라 올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이 예정돼 있다. 대회 참관차 현지에 체류 중인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한국 무용 관계자들은 “각국 발레 지도자와 발레단 관계자들이 한국 발레교육의 실태, 한국 무용수들의 국제진출 현황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입상자들은 규정에 따라 로잔콩쿠르와 제휴한 세계 유수의 빌레학교 가운데 한 곳에서 1년간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게 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동극장서 4·5일 첫 ‘발레 이야기’

    최태지(사진왼쪽)와 문훈숙. 지난 20여년간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그리고 발레단을 지휘하는 사령탑으로 활약하며 발레계의 ‘아름다운 맞수’로 불렸던 이들이 처음으로 한무대에 선다.4·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문훈숙의 발레이야기’에서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최태지 극장장이 개관 10주년으로 마련한 ‘최태지의 정동 데이트’ 첫 손님으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을 초청한 것.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타이틀처럼 두 사람이 편안한 마음으로 발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문 단장은 무대에서의 감격의 순간과 실수담은 물론 현역에서 물러나 발레단을 이끄는 CEO로서 겪는 고민과 보람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예정이다. 또 ‘지젤’과 ‘백조의 호수’‘라 바야데르’‘심청’등 문 단장이 직접 고른 대표작의 명장면들을 황재원, 강예나, 엄재용 등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들이 선보이는 자리도 마련했다. 공연때마다 관객중 두 명을 추첨해 최 극장장과 문 단장이 사인한 토슈즈를 선물하는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4만원.(02)751-15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포커스]‘움직임과‘ 4번째 작품

    최데레사무용단이 10개년 기획으로 마련중인 ‘움직임과 테크놀로지’연작시리즈의 4번째 작품 ‘움직임과 접촉’이 29·30일 오후 4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움직임과 접촉’은 2001년 ‘움직임과 신호’,2002년 ‘움직임과 기호’,2003년 ‘움직임과 인터액팅-원더랜드’에 이어 지난해 초연됐던 작품. 이번에 새롭게 구성한 공연은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처럼 아찔함을 느끼도록 연출된 무대와 서커스 곡예를 연상시키는 무용수들의 고난도 테크닉 등 신개념의 멀티 댄스 쇼를 지향하고 있다. 1부 ‘움직임과 유희’,2부 ‘움직임과 게임’을 통해 인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움직임이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빚어내는 색다른 예술적 감흥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2만∼5만원.(02)521-460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창작무대로 한국발레 알릴 것” 박인자 국립발레단 신임단장

    “창작무대로 한국발레 알릴 것” 박인자 국립발레단 신임단장

    “국립발레단이 한국 대표 발레단으로 거듭나도록 내실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7일 국립발레단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박인자(51) 예술감독은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지난 5년간 발레단 운영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밖에서 조언만 하다가 막상 안에 들어와 조직을 이끄는 위치가 되니 책임감이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국립발레단은 최근 몇년간 앞으로 나가기보다는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다할 창작 레퍼토리 하나 내놓지 못했고, 해외로 빠져 나간 스타 무용수들의 빈자리를 메울 만한 인재 양성에도 소홀했다. 단원들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는 일도 시급하다. 그는 먼저 단원들의 질적 수준 향상과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철저한 오디션을 통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국내외에서 유능한 트레이너를 적극 영입할 계획. 새로운 레퍼토리 개발과 완성도 높은 작품 제작을 위해 국제 교류도 활발히 추진할 방침이다. 또 고전발레와 함께 한국적 소재의 창작발레, 소품 위주의 현대발레를 고루 레퍼토리로 확보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현재 준비중인 창작발레 ‘춘향’도 시간에 쫓겨 서둘러 내놓기보다는 철저한 제작과정을 거쳐 내년이나 후년쯤 완성도높은 무대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무용계에서 보기 드물게 예술적 안목과 행정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로 꼽힌다. 그런 만큼 향후 발레단 운영에 있어서도 예술감독으로서의 역할 못지않게 행정가로서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재단법인 체제로 운영되는 국립발레단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회원제 운영을 통한 고정관객 확보와 그동안 미약했던 후원회를 강화하는 등 폭넓은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양한 기획공연을 통해 발레 공연 감상의 기회를 확대하고,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등 국민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발레단이 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몸으로 빚은 ‘동양과 서양’

    국내 창작발레 활성화에 힘써온 두 중견 여성 안무가의 작품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세종대 장선희 교수는 21∼2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수묵’을, 충남대 조윤라 교수는 27∼28일 호암아트홀에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공연한다. 각각 조선시대 수묵화와 드뷔시의 동명 오페라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야심작이다. ●장선희발레단 ‘수묵’ 잘 마른 한지 위를 거침없이 누비는 붓의 움직임처럼 텅 빈 무대를 자유자재로 수놓는 무용수들의 몸짓.‘수묵’은 동양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서양의 역동적인 발레로 치환해서 보여준다. 2막10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조선시대 예술가의 불꽃 같은 삶과 예술혼을 때로는 물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폭풍우처럼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펼쳐놓는다. 붓, 먹, 종이가 물을 만나면서 천변만화하는 과정과 신명, 천지인, 정중동, 태극, 여백 등 동양정신의 핵심 요소들이 어떻게 무대 위에 형상화될 것인지가 관심거리. 공연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화려한 면면도 눈길을 끈다. 소설가 이문열(황진이), 이인화(신시) 등 평소 문인들과의 작업을 즐겨온 안무가는 이번에도 시인 이문재에게 대본을 맡겼다. 여기에 창작국악과 영화음악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곡가 원일과 일본의 조명디자이너 요시코 기타타니가 가세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이영철·임혜경(유니버설발레단), 하준용(국립발레단), 김경신·이영찬·최문석(툇마루무용단), 허인정(장선희발레단) 등 국내 유명 발레단의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해 한층 기대를 높이고 있다.1만∼5만원.(02)3408-3280. ●조윤라발레단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벨기에 출신 작가 모리스 메테르 랭크가 쓴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유럽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교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 하지만 국내에서는 95년 소극장 오페라로 한차례 공연된 이후 거의 무대화되지 않아 일반인들에겐 생소하다. 형수와 시동생으로 잘못된 사랑에 빠지는 멜리장드와 펠레아스, 그리고 질투 끝에 배다른 동생이자 연적인 펠레아스를 죽이는 골로 등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질투, 죽음이 작품의 기둥줄거리. 안무가는 이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현대발레로 재구성해 지난 99년 국립극장에서 초연했고, 당시 호평에 힘입어 올해 우수 레퍼토리의 하나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무용평론가 문애령이 대본을 집필했고, 연극과 무용음악 양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태근이 음악을 맡았다.1만 2000∼3만원.(02)2263-468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서 보는 ‘백조의 호수’

    서울서 보는 ‘백조의 호수’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키예프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4·5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1924년 설립된 키예프발레단은,50년 전설적인 발레감독이자 구소련의 인민예술가인 발레리 코브턴을 예술감독으로 맞아들이면서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발돋움했다.‘호두까기 인형’‘잠자는 숲속의 미녀’등 30여편의 다양한 발레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80여명의 무용수 대부분이 국제 발레콩쿠르에서 수상한 실력자들. 명지휘자 알렉세이 바크란이 지휘하는 키예프 오케스트라를 상주 오케스트라로 두고 있다. 정통 발레의 기반위에 우크라이나인들의 민속정서를 가미한 키예프발레단의 독창적인 공연은,1970년대 이후 세계 각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볼쇼이발레단 출신의 인나 도로피예바와 나탈리아 마차크(오데트·오딜), 예브겐 라그노프와 제나디 잘로(지그프리드 왕자)를 비롯해 50명의 무용수와 46명의 오케스트라가 출연한다.1만∼12만원.(02)2273-44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어린이대공원서 코끼리쇼 보세요”

    새해에는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국내 최대의 ‘코끼리 쇼’를 늘 볼 수 있게 된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30일 인천 송도유원지에서 펼쳐지는 상설 코끼리 공연장을 어린이대공원으로 유치하기로 업자와 논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공연장은 공원 정문쪽 제2수영장이다. 공단은 그동안 1000여평이나 되는 공연장 후보지 5곳을 놓고 타당성 조사를 벌여왔다. 제2수영장을 낙점한 것은 수영장이 길어야 연간 2개월 정도 이용되는 등 사용 빈도가 낮은 데다, 다른 곳에 수영장 시설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1수영장과는 달리 최근에는 민간사업자 선정도 어려워 용도변경의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시설이 낡아 보수공사에 5000여만원, 관리 비용만 5800만원이 든다는 점도 고려됐다. 공연장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분뇨처리 문제도 가닥을 잡았다. 따라서 내년 초 서울시에 용도변경을 신청,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단 공원관리처 관계자는 “활용도를 높이고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공연장으로의 용도변경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오스에서 직수입한 거대한 몸집의 코끼리들이 쇼를 펼치는 공연장에는 라오스 전통 무용수인 여성 7명과 조련사 15명, 코끼리 10마리가 등장한다. 코끼리 묘기는 볼링, 축구, 그림 그리기, 댄스, 악기 연주, 물구나무 서기 등이다. 관람객들은 코끼리와 사진촬영, 코끼리가 끄는 수레 타보기 등 이벤트에 참가할 기회도 갖는다. 관람료를 송도유원지에 비해 1000원씩 싸게 어른 6000원, 어린이 5000원. 이 가운데 1000원은 공단 수익금으로 들어온다. 성수기에는 하루 5회까지 공연이 가능하다. 공단은 현재 어린이대공원 입장객 숫자로 보아 코끼리 공연장 유치로 적어도 연간 4억 1500여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입장객 580여만명 가운데 최소한 5%를 고객으로 잡은 것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코끼리 한 마리당 하루에 25㎏이나 쏟아내는 분뇨 처리가 골칫거리였으나 정화시설 설치로 불쾌감을 없앨 수 있다.”면서 “자연친화적인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공연장 외관도 자연목재로 시공하는 등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송일곤감독의 신작 ‘깃’

    ‘꽃섬’‘거미숲’의 송일곤(34)감독이 내놓은 신작 ‘깃’은 맑은 수채화같은 멜로영화다. 슬픔을 겹겹이 껴안은 세 여인의 여정을 따라가는 로드무비(꽃섬), 독특한 질감의 심리 미스터리극(거미숲)등 이전 작품들에서 드러난 감독의 성향에 비춰보면 다소 뜻밖의 선택이다. 스스로 ‘느닷없는 멜로영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송감독 자신에게도 낯선 장르다. ‘깃’은 지난 10월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인 옴니버스영화 ‘1,3,6’에서 먼저 선보였던 작품. 헤어진 첫사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년 만에 우도를 찾은 한 남자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마침내 마음속에서 옛사랑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랑을 예감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2년반 매달린 ‘거미숲’촬영을 끝내고 지친 심신을 추스릴 요량으로 떠난 우도 여행에서 건져올린 작품”이라는 감독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들에게 편안한 휴식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옛사랑을 잊지 못하면서도 그녀가 오지않는 것에 오히려 안도하는 현성(장현성)의 미묘한 감정과 탱고 무용수가 되고 싶어하는 소연(이소연)의 순수한 열정은 변덕스러운 자연에 온몸을 내맡긴 외딴 섬의 풍광과 어울려 애틋한 여운을 전한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탱고다. 소연이 붉은 색 스커트를 입고, 머리에 깃을 꽂은 채 멋지게 탱고를 추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은 한낮의 혼곤한 꿈처럼 현실과 팬터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화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반면 해변에서 소연과 현성이 손을 맞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툴게 추는 탱고는, 두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묘한 감정의 변화를 리듬감있게 보여준다.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 제작비 7000만원의 디지털영화가 안고 있는 한계는 있지만 사랑과 기다림, 꿈, 열정 등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영화로는 손색이 없다.1월14일 개봉.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발레리노 이원국/이용원 논설위원

    국내에서 발레가 처음 무대에 등장한 것이 1925년의 일이라지만 발레가 대중에게 환호를 받으면서 전성기를 누린 시점은 1990년대 후반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발레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기둥이 지탱해 오는데 당시 ‘발레 대중화’의 깃발을 들고 앞장선 단체는 국립발레단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태지 당시 단장과 이원국·김용걸·김지영·김주원 같은 탁월한 발레 스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장점은 명확하게 구분됐다. 유니버설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고른 수준의 무용수들을 확보해 군무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이루었고 화려한 무대배경 역시 세계무대에서 뒤질 게 없을 정도였다. 반면 국립의 자랑은 최고의 개인기를 갖춘 스타를 확보한 데 있었다. 이는 연예계의 스타 시스템을 발레에 적극 도입한 최태지 단장의 ‘전략적 선택’이 성공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뒤 사인을 받으려고 로비에 줄을 선 발레 팬들의 행렬은 항상 국립 쪽이 길고도 길었다. 국립발레단의 스타 4인방 가운데 이원국은 독특한 존재였다. 나머지 3명에 비해 큰형, 큰오빠 뻘로 나이가 많았다. 또 다른 이들이 어려서부터 재능을 인정 받아 오래 단련의 세월을 보낸 반면 이원국은 고교 시절 늦깎이로 발레를 시작했다. 그전에는 상당히 거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게 본인의 고백이다. 그러나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재성은 곧바로 꽃 피었고 그가 무대에서 발산하는 카리스마는 팬들을 휘어잡았다. 국내에서 발레리나보다 발레리노(남자 발레 무용수)가 공연의 중심에 선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원국이 지난 26일 ‘호두까기 인형’을 끝으로 국립발레단에서 은퇴했다.37세라는 나이가 발레리노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은퇴 소식을 들으니 김지영·김주원과 함께한 공연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김지영의 발랄한 ‘끼’와 더할 나위 없는 테크닉도, 발레리나로서 가장 아름다운 상체 선을 가졌다는 김지원의 풋풋함과 우아함도 이원국의 카리스마와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발레 인생에서 새 길을 걷게 된 그를 무대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열정과 탄식, 관능과 순수의 몸짓이 공존하는 스페인 플라멩코가 새해 첫 춤 무대를 장식한다. 1월4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플라멩코 공연단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Fuego)’. 지난 6월 내한한 남성 무용수 호아킨 코르테스가 퓨전 플라멩코의 진수를 선보였다면,‘푸에고’는 라스베이거스 쇼를 연상케 하는 현대화된 플라멩코와 스페인 선술집에서 이어져온 전통의 플라멩코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페인의 국보급 안무가로 꼽히는 카르멘 모타는 세계적인 플라멩코 단체인 ‘카르멘 마야’의 수석 무용수 출신으로,2년 전 은퇴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푸에고’는 그녀가 플라멩코의 세계화를 목표로 청각장애인 안무가 호아킨 마르셀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예술감독인 웨인 폭스 등과 함께 만든 야심작.18명의 댄서와 5명의 음악가들이 출연한다. 공연 전반부는 브로드웨이식의 자유로운 무대연출과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쇼를 결합한 현대적인 플라멩코를 선보인다. 프로그레시브록 그룹인 ‘다이어스트레이츠’의 낯익은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다. 후반부에는 우리의 판소리창법과 유사한 노래인 ‘플라멩코 칸테’와 영혼을 울리는 플라멩코 춤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플라멩코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집시들이 슬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매일밤 열었던 축제에서 태동됐다. 흔히 화려한 의상의 춤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플라멩코는 춤과 노래, 기타 반주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제맛을 내는 종합예술이다.3만∼10만원.(02)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生生 인터뷰]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커플 장운규·강화혜 씨

    [生生 인터뷰]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커플 장운규·강화혜 씨

    동갑내기여서일까. 만난 지 며칠 안됐는데도 두사람은 ‘아주 편한 파트너’라고 입을 모았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장운규(27)와 일본 K-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화혜(27).21∼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의 주역 네 커플 가운데 한쌍인 이들은 요즘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실에 남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재일교포 3세 발레리나인 강화혜가 지난 5일 입국, 뒤늦게 연습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발목 부상 장운규 ‘1년만의 재기무대’ 두 사람에게 이번 공연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장운규는 지난해 이맘때 ‘호두까기인형’을 연습하다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1년간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국립발레단 갈라공연 ‘파키타’에서 이원국의 파트너로 객원 출연했던 강화혜에겐 이번 공연이 한국 관객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하는 첫 무대다. “공연을 사흘 앞두고 다쳤어요.2001년에 국립발레단에 들어왔는데, 입단 3년차쯤에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으로 무리를 했지요.(웃음)”(장)지난 4월 힘든 결정끝에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를 받으며 무대에 설 날을 손꼽아왔다. ‘호두까기인형’은 그가 발레단에 정식 입단하기 전인 2000년 겨울,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은 경험이 있어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재일교포3세 강화혜 국내 첫 정식인사 강화혜와 국립발레단의 인연도 재밌다. 러시아 볼쇼이발레학교에서 공부하고,95년 로잔콩쿠르에서 입상한 강화혜는 독일 드레스덴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할 당시 엄청난 홍수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한국 발레단 몇곳에 자신을 알리는 비디오 자료와 편지를 보냈다. 그때 김긍수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눈에 띄어 갈라쇼에 초청되는 행운을 안았다. 더욱이 발레단의 스타인 김주원과는 볼쇼이발레학교 동창사이.“룸메이트로 친하게 지냈지만 이렇게 같은 무대에 서게 될 줄은 몰랐어요. 주원씨는 대스타니까 절대 비교하지 말아주세요.(웃음)”(강) ●“좋은 공연으로 관객에 감동 선사” 장운규는 남성 무용수로는 드물게 일찍 발레를 시작했다. 한국무용에 조예가 깊은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발레를 배웠다. 선화예중 재학 중 장학생으로 영국 유학을 떠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졸업과 동시에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국립발레단을 떠나는 이원국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한국 발레리노의 역사를 쓴 대선배의 은퇴를 바라보는 감회도 남다를 터.“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훌륭한 선배를 떠나보내게 돼 무척 아쉬워요. 부담감이요? 그런 건 없어요. 스타로 부각되기 보다는 좋은 공연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강화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답한다.“한국말도 서툴고,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지켜봐주세요.” 글 사진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지금 공연계는 장르파괴중

    지금 공연계는 장르파괴중

    겨울을 알리는 무대의 전령,‘호두까기인형’이 찾아왔다.‘호두까기인형’하면 누구나 발레를 떠올리기 마련. 올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 발레시어터 등 3개 발레단이 앞다투어 작품을 내놓는다. 발레리나들의 행진이 펼쳐지는 한켠에서 국산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이 첫발을 내딛는다.E T A 호프만의 원작 동화 ‘호두까기인형’은 지난 5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이 댄스 뮤지컬로 만든 것까지 합하면 올 한해 가장 많이 변주된 단골 소재가 아닌가 싶다. 이렇듯 한 작품이 여러 장르에서 ‘재활용’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로 유명한 ‘아이다’도 작곡가 팀 라이스와 가수 엘튼 존에 의해 디즈니식 가족 뮤지컬로 탈바꿈중이다. 내년 한국 상연을 앞두고 있다. 영화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뮤지컬 황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이 새달 스크린에서 부활하고, 스웨덴 출신의 걸출한 뮤지션 아바의 명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로,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맘마미아’도 곧 영화로 만날 수 있다. 물론 아무 작품이나 재활용되는 건 아니다. 탄탄한 작품성으로 경기 불황 등 외적 조건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먹히는 고전 또는 히트작들만이 그 영예를 얻을 수 있다. 웬만큼 해서는 원작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창작의 위험성을 손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칠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한 뮤지컬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수입해서 팔아먹을 브로드웨이산 뮤지컬이 바닥난 상황에서 익숙한 재료들을 갖다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흥행작들의 유명세에 기대는 이런 현상은 창작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전의 또 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즐거운 기회를 선사하기도 한다. ■ 우유부단한 왕자… ‘호두까기인형’ 살짝 비틀어졌네 새달 11일부터 26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려질 가족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과 감각으로 다가간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고전으로 유명한 이 작품의 변주를 위해 국내 3대 공연기획사인 악어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PMC프로덕션이 의기투합했다. 원작과 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에선 생쥐대왕을 물리친 주인공 소녀 마리와 호두까기인형이 소매 속으로 들어가 신비한 나라를 여행하다가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났다. 뮤지컬은 소매 속 여행 부분에 ‘확대경’을 들이댔다. 즉 호두까기왕자가 왕위를 수여받기 위해 왕국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내용이 뮤지컬 2막을 채우고 있는 것.‘말탄기사’와 같이 원작에 없는 인물이 여럿 등장하고, 호두까기인형, 마리, 드로셀마이어 등 주인공들의 캐릭터나 관계도 원작과 다르게 비틀었다. 원작에서 용맹스러운 왕자였던 호두까기인형은 뮤지컬에서는 겁 많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나온다. 마리는 이런 호두까기인형을 이끌어 진정한 남자로 만드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통해 동화적 상상력을 한껏 과시했던 박승걸씨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박씨는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은 여행과 모험을 통해 성숙하고 사랑을 깨닫는 한 편의 성장 러브스토리로 그려질 것”이라면서 “꿈과 환상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현실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가족뮤지컬이지만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춰 성인 관객들까지 겨냥했다. 현대무용, 발레, 재즈가 녹아든 자유롭고 기발한 춤사위가 무대 위에서 펼쳐지며 이에 맞춰 26곡의 노래도 새롭게 창작됐다. 발레에 밀리지 않는 볼거리와 이야기를 듣는 재미까지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작곡 이경재, 공동극작·안무 조성주. 서영주, 김선동, 오진영, 김태한, 최인경 등 출연.5만원∼3만원.(02)764-876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서울발레시어터 3色 ‘호두까기…‘ 12월21∼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볼쇼이발레단 버전. 러시아에서 직접 제작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와, 전막에 걸쳐 역동적이고 짜임새있게 배치된 안무가 특징이다. 인형 대신 어린이 무용수가 호두까기인형으로 출연해 깜찍한 춤을 선사한다.(02)587-6181. 유니버설발레단은 12월21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키로프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섬세한 여성미와 아기자기한 작품구성이 매력. 오디션으로 선발한 어린이 50여명이 펼치는 앙증맞은 춤솜씨도 볼거리다. 러시아, 스페인, 중국 등 세계 각국의 화려한 민속춤과 아름다운 눈송이 요정들의 군무는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제격이다.1588-7890.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인형’은 발레단 상임 안무가인 제임스 전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만 그대로 두고 장소와 배경, 줄거리를 모두 바꿔 한국적으로 재창조한 작품. 고아원에 사는 남매가 꿈속에서 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의 모던발레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무대에 등장시키고, 안무에도 변화를 주는 등 지난해에 비해 볼거리를 보강했다.12월23∼25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02)3442-263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영화로 만나봐 최근 영화계에서도 인기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영화로 제작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시카고’가 캐서린 제타 존스·르네 젤위거 주연, 롭 마셜 감독의 뮤지컬 영화로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아카데미상을 휩쓰는 등 흥행과 비평 모두를 만족시키며 뮤지컬 영화의 붐을 예고했다. 지난 추석 연휴 때는 비제의 오페라로 유명한 ‘카르멘’을 스페인의 비센테 아란다 감독이 영화로 선보여 국내에 개봉했다. 원작의 비극적인 드라마를 살리되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으로 승부하는 작품이었다. 새달에는 뮤지컬의 황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초호화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탄생시킨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흥행 영화 감독인 조엘 슈마허가 메가폰을 잡아 19세기 오페라 하우스의 웅장하고도 화려한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영화화된 적은 여러번 있지만 1986년에 초연된 뮤지컬의 인기에 힘을 입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그룹 아바의 노랫말을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도 곧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해 초 국내에서 공연돼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던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러브 액츄얼리’의 키이라 나이틀리와 니콜 키드먼,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이 출연진 물망에 올라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변영주 감독 ‘발레교습소’

    제목만 보고 한국판 ‘빌리 엘리어트’ 같은 발레 영화로 오해하는 관객들을 위해 한 말씀. 발레가 나오긴 나온다. 하지만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백조로 분한 성인 빌리역의 아담 쿠퍼가 보여준 환상적인 도약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밀애’의 변영주 감독이 내놓은 두번째 상업 장편영화 ‘발레교습소’(제작 좋은영화·12월3일 개봉)는 발레가 아니라 발레교습소라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전문 무용수를 길러내는 발레아카데미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취미 생활을 위해 구민회관에서 운영하는 발레교습소이니 수강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이 갈 법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은 열아홉과 스무살의 경계에 있는 민재(윤계상)와 수진(김민정). 비행기 기장인 아버지 몰래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에 얽혀 발레강사(도지원)에게 약점을 잡힌 민재는 울며겨자먹기로 발레교습소에 등록한다. 수진은 중성적인 이미지를 바꿔보라는 어머니의 강권에 못이겨 발레를 배우기로 한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먼 발치에서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던 두사람은 이렇듯 발레교습소라는 생뚱맞은 공간에서 풋풋한 사랑을 시작한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뭘 해야 좋을지도 모르는 민재. 남들앞에선 자신만만하지만 속으론 세상이 두려운 수진. 그리고 백댄서를 꿈꾸는 창섭(온주완)과 만사태평한 동완(이준기)까지 영화는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고통스러운 성장기에 방점을 찍는다. 복수 주인공 영화의 특성상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별 연관성없이 얽히는 대목이 많아 지루한 감이 드는 것은 단점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은 어른의 시선이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감독의 진정성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밋밋해 보였던 윤계상의 연기가 스크린에선 오히려 자연스러움이라는 미덕으로 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영화 후반부, 발레 수강생들이 구민 문화제에서 펼치는 공연 장면은 ‘빌리 엘리어트’만큼 멋지지는 않아도 감동적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토슈즈 신은 ‘심청’ 3년만에 무대에

    토슈즈 신은 ‘심청’ 3년만에 무대에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이 대표 레퍼토리인 창작발레 ‘심청’을 공연한다. 고전 ‘심청전’을 원작으로 한 발레 ‘심청’은, 원로 무용평론가 박용구의 대본에 케빈 바버 피카드의 음악, 에드리언 델라스의 안무로 86년 초연된 작품. 초연 이후 현재 공연되는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버전에 이르기까지 매번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발레단을 상징하는 창작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한국 고전 무용의 정통미와 서양 발레의 조형미를 결합시킨 안무와 무대세트, 의상 등으로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문훈숙 단장 이후 새로운 심청이 탄생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올초까지만 해도 문 단장이 직접 출연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아 발레 팬들을 설레게 했으나 끝내 고사했다는 후문. 문 단장은 2001년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났다. 심청역을 맡은 무용수는 황혜민, 강예나, 유난희, 안지은 등 4명. 발레리나로 관객 앞에 서는 대신 무대 뒤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을 일일이 연습시킨 문 단장은 “내가 춤추는 것 이상의 보람을 느낀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15년전 아역 ‘심청’을 연기했던 강예나는 “UBC를 떠나 아메리칸발레시어터로 갈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이 ‘심청’을 못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출연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발레단은 공연에 맞춰 2001년 문 단장이 출연했던 ‘심청’의 DVD를 출시할 예정이다.29일 오후 7시30분(유난희),30일 오후 4시(황혜민)·7시30분(강예나),31일 오후 4시(안지은),11월2일 오후 7시30분(유난희),3일 오후 7시30분(강예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1만∼10만원.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년만에 ‘오네긴’으로 고국찾은 발레리나 강수진

    2년만에 ‘오네긴’으로 고국찾은 발레리나 강수진

    “고국 무대는 언제나 설레요. 다른 어느 나라에서 할 때보다 더 좋은 공연을 보여 드리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도 하고요. 이번엔 가장 사랑하는 작품 ‘오네긴’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더 기쁩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발레리나 강수진(37)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오네긴’의 주역 타티아나로 고국 팬들을 만난다. 빠듯한 일정 탓에 공연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에서야 기자들을 만난 그는 “순진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타티아나는 내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네긴’은 안무가 존 크랑코가 푸슈킨의 동명 시극을 바탕으로 1965년 초연한 작품. 강수진은 95년 발레단 시즌 개막작으로 타티아나를 처음 연기한 이래 지난 10년간 타티아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무용가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카멜리아의 여인’ 등 비극성이 강한 드라마틱 발레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그지만 의외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코믹한 역할에도 매력을 느낀단다. 그는 “97년 레이드 앤더슨 예술감독이 주인공 ‘카탈리나’를 맡겼을 때 못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나도 몰랐던 코믹한 모습들이 나오더라.”면서 “다음 한국 공연 때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나이에서 오는 부담은 없을까. 그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무용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아직도 무대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닌다.”는 그는 “발레리나로서 이해력이나 유연성은 오히려 좋아졌다. 육체적으로 한계가 오는 시기가 되면 후회없이 은퇴하고 싶다.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수진’하면 일그러진 발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는 “남편이 장난삼아 찍은 사진인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못생겨졌다. 갈수록 기형이 돼간다.”며 활짝 웃었다.2년 전 동료 무용수이자 매니저인 툰치 쇼크만과 결혼한 그는 집안 일 잘 도와주고, 요리 잘하는 남편 덕에 아주 행복하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발레리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테크닉보다는 인내심과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은퇴 이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완벽한 악인’ 무대위서 부활

    ‘완벽한 악인’ 무대위서 부활

    등에 달린 혹과 뒤틀린 팔다리의 흉측한 외모, 그리고 그보다 더 잔혹한 악마성으로 끊임없이 세상을 피로 물들인 인물 ‘리처드3세’. 셰익스피어가 창조해낸 ‘완벽한 악인’으로 일컬어지는 그가 이 가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되살아난다. 중세 영국 역사속 비극적 악인을 생생한 현실의 무대로 불러내는 주술사는 여성 연출가 한태숙(52)과 배우 안석환(45). 새달 5일 막올리는 연극 ‘꼽추, 리처드3세’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들, 두 연극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해체·재구성한 ‘레이디 맥베스’로 호평받았던 한태숙 연출가는 이번 연극에서 어떤 파격을 준비하고 있을까.“‘리처드3세’는 워낙 극적인 요소가 많아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레이디 맥베스’처럼 스토리를 뒤집지 않고 비교적 원작을 충실히 따랐지요.” 그의 표현을 빌면 리처드3세는 ‘순도높은 악의 결정체’이다. 기형으로 태어난 리처드3세는 신체의 열등감을 권력욕과 복수심으로 표출한다. 아무런 즐거움도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며,‘내가 즐길 수 있는 나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그는 친형인 왕과 조카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현란한 화술로 왕가의 여성들을 농락한 뒤 거침없이 버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머니에게조차 버림받은 한 인간의 원초적인 슬픔이 숨어있다. 한씨는 “관객들이 리처드3세와 결탁하는 심리를 느끼도록 극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3세의 악행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일면을 느끼고, 그로부터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것. 리처드3세가 수시로 관객을 향해 던지는 방백은 이런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연출자의 의도가 얼마나 설득력있게 관객에게 다가갈지는 결국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안석환의 몫이다. 공연내내 꼽추 분장에 팔다리를 비틀고 있어야하는 그는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이지만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최고의 악역”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작품에 쏟는 열의도 대단하다. 연습이 시작된 지난 9월초부터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추석 연휴때도 혼자 연습실에 나와 대사를 외웠다. 그는 “지금까지 한 작품중에 ‘고도를 기다리며’와 ‘남자충동’이 가장 힘들었는데 둘을 합한 것보다 이 작품이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그가 해석하는 리처드3세는 어떤 인물일까.“악마라기보다는 악동에 가까운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손가락을 빠는 행위나 앤 공주에게 매달리는 장면은 모성결핍증에 시달리는 리처드3세의 내면을 보여주는 대목들이지요.” 예상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무대와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청각적인 효과 등 한태숙 연출가의 특징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객석앞까지 활용해 30m깊이의 경사 무대를 만들고, 왼쪽에 성벽을 세워 관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세트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보이체크’에 참여했던 러시아 무대미술가 알렉산드르 쉬시킨의 작품. ‘인간 독거미’로 묘사된 리처드3세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요소로 무용수 2명을 거미처럼 활용하는 연출 기법도 눈길을 끈다. 청아하면서도 묘한 울림을 주는 스틸 드럼의 신선한 음악은 극을 한층 풍부하게 한다.“리처드3세가 전장에서 죽음을 맞는 장면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예요.‘영업비밀’이니까 극장에 와서 보셔야 돼요.”.2만∼4만원.11월28일까지.(02)588-1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에 한국의 10월 비취빛 하늘이 내려앉았다면? 더구나 이같은 환상적 풍광이 해발 3000m가 넘는 첩첩산중에 펼쳐져 있다면 과연 믿는 이들이 있을까.중국 쓰촨(四川)성 북단 아바 창(藏)족·창(羌)족 자치주에 자리잡은 주자이거우(九寨溝)와 황룽(黃龍).두 곳을 둘러보고나서 기자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약간은 황당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한국인들에겐 낯설지만 두 풍경구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생물보호구’,‘21세기 녹색환경구’ 등 굵직한 타이틀을 3개나 보유한,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비경지역이다.중국인들에게 흔히 ‘신비의 동화세계’로 불리는 주자이거우와 황룽으로 안내한다.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국제공항을 출발한지 30분 남짓 흘렀을까.도착지인 주자이황룽 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오고,승객들이 앞다퉈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바다를 이룬 구름을 비집고 우뚝 솟은 설산(雪山)이 마치 남극바다에 떠 있는 빙산 같다.해발 2000∼5000m의 험산과 고원지대로 이루어진 주자이거우는 미처 발을 딛기도 전 이렇게 방문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주자이황룽 공항.비행기를 빠져나와 바쁘게 100여m쯤 걸었을까.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면서 숨이 차다.“천천이 걸으세요.공항의 해발고도가 3500m예요.” 일행중 고도계와 기압계를 겸한 시계를 차고 있는 이가 뒤에서 소매를 잡으며 말한다.평지에서 1을 가리키던 기압이 0.63을 가리키고 있다.어쩐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더라니. 공항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거리.최근 포장된 듯한 아스팔트길이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진다.고산 반응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마치 꽈배기를 꼬아놓은 듯한 도로를 가다보니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버스 창 밖으로 막 가을색이 들기 시작한 고원의 풍광이 펼쳐진다.노랑과 연주홍,연초록이 띠를 두른 듯한 고원지대.사람들은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연신 ‘곱다.’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주자이거우(九寨溝)를 한자로 풀어보면 아홉개의 성채가 있는 해자다.과거 이 협곡을 중심으로 9개의 티베트족(창족)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지금도 창족들이 주류를 이루어 산다. 주자이거우는 해발 4528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Y자형의 협곡을 이루고 있다.신생대 4기 빙하기가 지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협곡을 만들었고,그 과정에서 수많은 폭포와 호수를 형성했다고 한다.계곡 주변의 원시림은 중국이 자랑하는 판다의 고향이다. 관람은 3개 코스로 나누어 할 수 있다.첫번째 코스는 계곡 입구부터 Y자형 계곡의 삼거리격인 낙일랑폭포까지,두번째는 폭포부터 왼쪽 계곡 끝의 장해(長海)까지,세번째는 폭포부터 오른쪽계곡 끝의 원시림 입구까지다. 코스를 따라 100여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폭포들이 펼쳐지며 탄성을 자아낸다.하나하나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이름을 지어놓았다.워낙 과장이 심한 게 중국 풍경과 요리 이름이라고 하지만,주자이거우에선 이같은 과장이 결코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특히 5㎞에 걸쳐 갖가지 모양의 호와 소가 이어지는 수정군해(樹正群海),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양이 작은 불꽃이 꽃을 이루고 있는 듯한 화화해(火花海),한 마리의 용이 물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와룡해(臥龍海),해발 3100m에 마치 남태평양의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장해(長海)는 주자이거우 관람의 핵심 포인트다. 폭이 325m,높이 35m에 달하는 낙일랑폭포와,벼랑에 오색 비단을 걸어놓은 듯한 진주탄(珍珠灘)폭포에 이르면 거대한 물줄기가 토해내는 굉음과 아름다움에 취해 모두들 할말을 잃는다. 주자이거우의 비경은 국내에 개봉됐던 중국영화 ‘영웅’에서 일부 소개됐다.비록 잠깐 스치듯 지나갔지만 주인공 이연걸이 수면을 차고 솟구치며 기상천외한 무공을 펼치던 오묘한 빛깔의 호수가 바로 주자이거우의 전죽해(箭竹海)다. 주자이거우 풍광의 핵심은 물색이다.온세상의 옥을 모두 거두어다가 이곳에 녹여놓았는지,호수들은 한결같이 투명한 연둣빛을 띠고 있다.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신비스러운 물빛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탄산칼슘이다.석회암 지역에서 빠져나온 탄산칼슘 성분이 물에 녹아 이같은 빛깔을 낸다고 했다. 주자이거우 투어는 계곡내에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야만 한다.오염을 막기 위해 다른 차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다만 시간이 넉넉할 경우 버스를 타지 말고,나무를 깔아 만든 등산로를 이용해 트레킹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총 80㎞가 넘는 3개의 코스를 트레킹으로 둘러보려면 사흘은 잡아야 한다.입장료는 3∼10월 145위안,11∼2월 100위안. ■오색호수 영롱 天土 정원 황룽 주자이거우 숙박촌에서 동쪽을 향해 버스로 2시간쯤 가면 황룽(黃龍)이 나온다.황룽은 창족어로 ‘써얼취’라고 불리는데,‘오색영롱한 호수’란 뜻이다. 마치 한국의 산간 오지의 다랑논에 비취빛 물을 담아놓은 듯하다.크고작은 수백개의 연못이 계단을 이루듯 계곡을 메우고 있고,그안엔 한결같이 연녹색 또는 황금색 물이 가득 들어있다.이곳은 주자이거우와 달리 걸어서만 계곡을 오를 수 있다.해발 3000m부터 시작되는 계곡을 따라 3600m 높이까지 왕복 8.2㎞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길 바닥은 약간의 쿠션감이 느껴지는 황토를 깔았다. 길 양편으로 계속 이어지는 연못들은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있다.각 군락마다 분경지(盆景池),영월채지(映月彩池) 등 저마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린다.황룽의 수십개 연못군락중 백미는 가장 꼭대기(해발 3600m)에 자리잡은 오채지(五彩池)다. 고색창연한 사찰 황룽사 위쪽에 연못이 타원형 군락을 이루고 있는 오채지.‘천상(天上)의 정원’이 있다면 아마 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연못에 담긴 물들은 바닥의 티끌까지 보일 정도로 맑다.10월 중순에 이르면 연못 주위의 숲이 빨갛게 물들면서 아름다움이 절정이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다운 연못이 어떻게 다랑논처럼 계단을 이루고 있을까.비밀의 열쇠는 놀랍게도 나뭇잎과 석회가루다.나뭇잎이 물에 떠밀려 내려오다가 얕은 곳에서 정지하면 물에 용해된 석회성분이 달라붙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둑이 형성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오채지를 한바퀴 돌아 하산길로 접어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황룽사에 들르게 된다.고대부터 신성한 터로 여겨진 곳으로 현재 사찰의 면모는 명대에 완성됐다고 안내판에 씌어 있다.규모는 작지만 불교신자들에겐 상당히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내려갈 때는 속도를 빨리해 주차장에 닿았다.인근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데,일행들의 얼굴이 백지장 같다.고산반응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듯했다.일부는 올라갈 때 휴대용 산소까지 사서 마셨는데도 마찬가지다. ●주자이거우의 사람들,창(藏)족 주자이황룽 공항에 도착하면 이색적인 풍광 하나가 궁금증을 자아낸다.마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때 운동장을 가득 덮은 만국기처럼 오색띠가 여객청사를 장식하고 있다.빨강,황금,청,초록,하양.이 다섯가지 색깔은 바로 주자이거우의 자연,그리고 이곳 주인공인 창족의 생활을 내포하고 있다. 빨강은 권위,황금은 수확,청은 하늘과 바다,초록은 초원,흰색은 청결함과 순수함을 뜻한다.주자이거우에선 가정집,호텔,시장 등 어디를 가든 이 오색깃발이 펄럭인다. 예로부터 유목과 농경에 종사해온 창족은 독특한 관습을 가진 독실한 불교도들이다.그래서 둘째아들은 무조건 승려로 출가시킨다.창족은 놀랍게도 일처다부제 전통을 갖고 있다.남자는 유일하게 장남만 정식 결혼을 할 수 있다.두 사람은 나머지 남동생들을 데리고 살아야하며,형수는 시동생과도 잠자리를 같이한다.결혼하지 못한 여자와 남자가 많다 보니 강간이 많이 일어나는데,관습상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지금은 중국의 법률에 따라 불법에 해당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이같은 관습을 따른다고 한다. 매장 방식도 독특하다.매가 시체를 먹게 하는 조장(鳥葬·천장으로도 불림),물에 띄워보내는 수장,높은 탑에 놓아두는 탑장,불태우는 화장,땅속에 묻는 토장 등 다섯가지.죽은 자의 지위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는데,가장 지체가 높은 사람은 조장,가장 낮은 이들은 토장으로 묻힌다. 창족의 집은 화려하다.그들의 상징인 오색을 적절히 섞어서 장식하기 때문이다.집은 지금도 현대적 측량기구 없이 짓는다.고산에서 흘러내린 타원형 돌(‘어란석’이라고 불림)로 집의 기초를 세우고,2층은 목재를 이용해 짓는다.보통 1층은 창고와 동물 우리로 쓰고,사람은 2층에 거주한다. 주자이거우 숙박촌에 가면 창족의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19곳에서 매일 열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데,상당히 박진감 있으면서 재미 있다.공연장에 입장할 때 얇은 흰색 머플러를 하나씩 준다.관객들은 공연중 마음에 드는 창족 가수나 무용수의 목에 이 머플러를 걸어준다.공연 관람료는 20달러 정도. ●청두도 둘러 보세요 주자이거우에 가려면 청두(成都)에 하루쯤 묵게 마련이다.청두는 2∼3세기 삼국시대 촉한의 수도였던 쓰촨성의 성도(省都).쓰촨성은 기름진 분지지형에 자리잡고 있으며,사시사철 온화한 기후로 혹한과 혹서가 없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다.사방이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주자이거우도 여기에 해당한다.그중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했던 고촉도(古蜀道·촉한의 청두와 위나라 시안을 잇던 산악길)가 바로 여기다. 청두 시내엔 제갈량의 위패와 유비의 묘가 있는 무후사(武侯祠)가 있다.또 당나라 때 시성으로 불리는 두보가 안사의난을 피해 피란을 와서 기거하던 두보초당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몰린다.청두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두시간쯤 가면 러산(樂山)시다. 작은 산이 하나의 불상을 이룬 러산타포(낙산대불)가 있다.벼랑을 깎아 만든 이 불상은 높이가 71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석각불상.당나라 시기(712년) 만들기 시작해 90년이 지나 완성됐다고 한다. ■ 꼭 챙기세요 ●항공편 및 환전,기후,시차 주자이거우로 들어가는 중국 국내선 항공편중 90% 이상이 청두에서 출발한다.청두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주 3편(화·목·일 오전 9시45분) 비행기를 띄운다.3시간30분 소요.청두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하루 수차례 국내선이 뜬다.50분 소요.주자이거우와 황룽은 위도상 아열대지역임에도 해발 2000∼4000m의 고지대라 기온이 10∼15도 정도로 낮다.긴팔 옷과 두꺼운 자켓이 꼭 필요하다.한국 원화는 쓰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로 바꿔가야 한다.1위안은 150원.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여행상품 모두투어(www.modetour.co.kr)에서 주자이거우와 황룽,러산을 묶은 4박5일 상품은 109만 9000원,주자이거우와 황룽,두보초당을 묶은 3박4일 상품은 89만 9000원에 각각 판매중.(02)7288-376. ■ 양고기바비큐도 맛보세요 유명한 쓰촨요리는 청두에서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마파두부 등 다채로운 쓰촨요리를 내는데,값도 저렴한 편이다.주자이거우에는 각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고려해 덜 매운 퓨전형 쓰촨요리가 많다.주자이거우 숙박촌엔 양고기집이 많다.특히 양을 통째로 굽는 양고기바비큐가 먹을 만하다.미리 주문하면 숯불에 5∼10시간 서서히 구워 부위별로 잘라서 내준다. 고산지역에서 자라 양 특유의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다.특히 갈비 구이가 맛있다.1마리 요리해주는데 1000위안(15만원) 정도.20여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주자이거우(중국 쓰촨성) 글 · 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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