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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뮤지컬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12월 2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춘향과 심청이 한 인물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눈먼 아비를 봉양하는 효녀 춘향, 철부지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몽룡, 쓸쓸한 중년 변학도, 감초 역할의 방자와 뺑덕네 등을 동원해 인생의 가치를 찾는다. 동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풍성한 음악, 다양한 전통 공예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3만 5000~5만원. (02)766-2937. ●연극 ‘채권자’ 12월 2일까지 서울 혜화동 게릴라극장. 구스타프는 전 부인 태클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태클라의 현 남편 아돌프를 찾아가 아내를 의심하게 한다. 아내를 향한 의구심을 키운 아돌프는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스웨덴 극작가 스트린드베리는 부부의 갈등이 얼마나 잔인하고 위험한 전쟁이 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연희단거리패 오동식이 연출했다. 1만 5000~3만원. (02)763-1268. 국악·무용 ●정가극 ‘영원한 사랑, 이생규장전’ 14~18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조선시대 최초 한문소설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이생규장전’에 담긴 죽음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정가극으로 만들었다.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디지털 영상기법으로 환상적인 극으로 연출했다. 안현정 이화여대 교수가 작곡, 황의종 부산대 교수가 음악지도와 편곡, 이희준 서강대 교수가 극본을 맡았다. 1만~3만원. (02)580-3300. ●창작무용 ‘그대, 논개여!’ 16~18일 서울 장충동 해오름극장. 의기(義妓) 논개와 그녀가 죽인 왜장이 인간적으로는 서로 끌렸을지 모른다는 허구적 상상에서 출발했다.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2001년 선보인 ‘논개의 애인이 되어 그의 묘에’를 토대로 장편무용극으로 확장했다. 힘찬 군무가 특징. 2만~7만원. (02)2280-4115. 클래식 ●라 트라비아타 14·1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솔오페라단이 이탈리아 포기아시(市)의 움베르토 지오다노극장과 합작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올린다. 19세기 파리 사교계를 무대로 코르티잔(상류사회 남성이 사교계에 동반하는 공인된 정부) 비올레타와 귀족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3만~20만원. 1544-9373. ●서울시향 비르투오소 시리즈Ⅵ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미국의 차세대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이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2004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개피건은 스위스 최고(最古) 교향악단 루체른심포니의 수석지휘자와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수석 객원지휘를 맡고 있다. 인상주의 성향이 짙은 관현악 레퍼토리,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등을 들려준다.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1번은 중국 첼리스트 왕젠이 함께한다. 1만~6만원. 1588-1210 미술·전시 ●강강훈 개인전 22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주변 인물들을 아주 거대한 화면 크기로, 땀구멍과 솜털까지 세세하게 그려내는 극사실화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들이다. 인물화뿐 아니라 이를 반전으로 뒤집어 놓은 작품들까지 함께 선보인다. (02)549-7575. ●김동유 개인전 30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강남. 메릴린 먼로의 얼굴을 모아 박정희의 얼굴을 만드는 등 독특한 이중 얼굴 작업으로 명성을 누려 왔던 작가가 새로운 시리즈 크랙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서양 명화를 자글자글한 주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성과 속을 뒤집는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다. (02)519-0800.
  • 깊어가는 가을, 3色 ‘백조의 호수’에 빠져볼까

    깊어가는 가을, 3色 ‘백조의 호수’에 빠져볼까

    ‘발레음악’을 독자적인 지위에 올려놓은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음악과 다양한 버전의 뛰어난 발레 기술이 만나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받는 작품, 바로 ‘백조의 호수’다. 올가을에는 특히 ‘백조의 호수’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원조와 재해석 버전을 비교하거나, 한국무용으로 태어날 가능성을 발견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백조의 호수’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877년이다. 1875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의 블라디미르 베기체프가 차이콥스키에게 신작 발레 작곡을 의뢰했다. 이미 4년 전부터 차이콥스키에게는 구상이 있었다. ‘백조성’이라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성에 살다가 호수에 투신한 독일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 2세의 비극과 독일의 동화다. 두 이야기를 접목해 전곡을 만들고, 줄리우스 라이징어가 안무를 더해 발레 ‘백조의 호수’가 탄생했다. 공연은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왕립발레단이 선보였다. 음악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안무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수정을 거듭해도 관객 반응이 여전하자 작품은 극장 레퍼토리에서 사라졌다. 원조의 위용…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프티파 버전 생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마리우스 프티파 예술감독이 작품을 부활시켰다. 프티파는 볼쇼이극장에서 총 악보를 발견한 뒤 조감독 레프 이바노프와 안무해 1895년 마린스키극장에서 차이콥스키 추도공연 프로그램으로 올렸다. 달빛이 비치는 호숫가에서 추는 백조들의 처연한 군무, 백조와 흑조로 분한 여성 무용수의 1인 2역, 흑조의 32회전 푸에테 등 많은 면에서 관객을 홀렸다. 이로써 ‘잠자는 숲 속의 미녀’(1890), ‘호두까기인형’(1892)과 함께 고전발레의 3대 걸작이 완성됐다. ‘백조의 호수’의 초연과 부활의 중심에 있던 그 발레단이 내한해 원조의 위용을 자랑한다. 러시아 왕립발레단의 후신인 마린스키발레단이 11월 12~1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감독 유리 파테예프 아래 무용수가 무려 200여 명에 이르는 ‘발레 명가’가 프티파 버전 그대로 선보인다. 여기에 마린스키극장 소속 오케스트라가 협연해 몸짓과 선율이 완벽한 조합을 이루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공연에는 지난해 11월 동양인 최초로 이 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과 다닐 코르순체프와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지그프리트를 연기하고, ‘백조의 대명사’ 울라아나 로파트키나와 올레샤 노비코바, 옥사나 시코릭이 백조를 열연한다. 5만~27만원. 1577-5266. 철학적 해석… 국립발레단의 그리가로비치 버전 앞서 19~20일 국립발레단이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85)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올린다.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는 그리가로비치는 1963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차이콥스키 발레를 다듬었다. 프티파의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궁정 축배의 춤(1막)이나 각국 민속무용(2막)에서 군무의 짜임새와 기교에 변화를 주며 안무력을 과시한다. 도드라지는 차이는 악마 로트발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 속의 악(惡)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1막에서 지그프리트가 로트발트의 꼭두각시인 양 움직이다가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장면은 그래서 독특하다. 왕자와 백조로 드러나는 선(善)과 악마·흑조의 악은 결국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있는 양면성이라고 봤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 철학을 곁들인 것이다. 그리가로비치의 독창성, 기술과 감정을 조화한 무용수들의 연기와 기량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김지영-이동훈, 이은원-김기완이 백조·흑조와 지그프리트로 무대에 선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2월에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이 공연을 올린다. 3만~10만원. 1544-8117. 한국식 창작… 서울시무용단의 한국무용 접목 버전 창작무용극도 눈에 띈다. 서울시무용단은 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임이조 전 단장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발레로 잘 알려진 작품을 한국무용으로 과감히 도전한 2010년 초연에는 호불호가 엇갈렸다. 새로운 창작 모티브를 발견하고 영역 확장이라는 가능성을 보인 반면, 강력한 발레 이미지에 한국무용을 접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기술적으로 다듬어 한국무용과 발레의 접점을 찾았다. 이야기의 한국식 해석이 재미있다. 배경은 고대 한반도 북부 만주지역, 지그프리트는 강대국 부연국의 지규 왕자, 백조는 비륭국 공주 설고니로 만들었다. 공주를 백조로 만든 로트발트는 만강족 족장 노두발수라고 지었다. 서울시무용단의 작품에서는 백조와 흑조가 1인 2역이 아니라 여성 무용수 두 명으로 분리했다. 새로 태어난 흑조 거문조가 특히 매력적이다. 부연국의 친위대가 충성을 맹세하는 검무에서는 남성 군무의 강렬한 힘이 충만하고, 꽃을 들고 추는 꽃춤을 비롯해 한삼무, 부채춤, 향발무 등 여성 군무는 선이 곱고 아름답다. 무용수들의 손짓과 발디딤 하나하나가 차이콥스키 음악과 절묘하게 조화돼 있다. 2만~7만원. (02)399-1114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 가을, 농익은 현대무용 즐겨볼까

    이 가을, 농익은 현대무용 즐겨볼까

    공간을 둘러싼 나무판자 위를 한 남자가 아슬아슬하게 서성인다. 발 아래 무대에는 무용수들이 비장한 음악에 맞춰 9인무에서 독무로, 4인무로 변화하며 야성미와 경쾌를 넘나드는 춤을 이어간다. 무용수들이 흰색 분말로 그린 그림, 움직임에 따라 펄럭이는 의상 매듭끈, 깔깔대는듯한 웃음소리 등이 무엇인가를 연상시킨다. 말(馬)이다. 17세 소년이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피터 세프의 희곡 ‘에쿠우스’를 무용극으로 만든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언뜻 기묘해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꽤 친절한 작품이다. 연극배우 서상원이 원작을 소개하면서 공연을 열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문을 닫는다. 중간중간 무용수들이 연극 대사를 치면서 관객의 이해도를 높인다.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1999년에 초연한 이 작품은 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작은 공간이라 무용수들의 땀과 호흡, 섬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눈앞에서 느낄 수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을 시작으로 이달에 현대무용 작품이 줄줄이 오른다. 다들 개성 넘치는 작품이라 무용 애호가들의 고민이 깊어질 만하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말들의 눈’에 이어 8~9일 ‘ 국내안무가초청공연’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올린다. 중견안무가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와 정의숙 성균관대 무용과 교수가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 전 교수는 20세기 천재무용가 니진스키가 스트라빈스키 음악에 맞춰 만든 ‘결혼’(1923)을 재해석한 ‘토크 투 이고르-결혼, 그에게 말하다’를 준비했다. 정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으로 인간관계를 풀어낸 동명 작품을 선보인다. (02)3472-1420. ‘무용 문법을 탈피한 파격’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안무가 피에르 리갈과 젊은 한국 무용수 9명이 호흡을 맞춘 ‘작전구역’ 은 14~1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전투 현장을 의미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리갈은 대립, 파괴라는 극단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전쟁을 모티브로 삼았다. “폭력과 조화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리갈과 무용수들은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움직임과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한 이미지로 작품을 흥미롭게 꾸몄다. 리갈이 창단한 데흐니에르 미뉘트 컴퍼니, 스위스 시어터 비디 로잔, LG아트센터가 공동제작한 이 프로젝트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프랑스와 스위스의 10개 도시에서 28회 공연을 펼친다. ‘영국 무용의 역사’라도 해도 좋을 램버트 댄스 컴퍼니는 20~21일에 같은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1926년 고전 발레단으로 창단해 1966년 현대무용단으로 전향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사도라 던컨, 디아길레프, 미하일 포킨 등을 함께 작업하거나 배출한 무용수만 봐도 20세기 무용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1998년 이후 14년 만에 갖는 내한공연에서는 가정사를 경쾌하게 표현한 ‘허쉬’를 포함해 니진스키의 ‘목신의 오후’, ‘모놀리스’, ‘광란의 엑스터시’ 등을 만난다. (02)2005-0114. 램버트 댄스 컴퍼니가 영국 무용의 역사를 쓴다면 한국 무용 역사의 한 축은 국립발레단이다. 창단 50주년을 맞아 지난 6월에 올린 신작 ‘포이즈’에 이어 두번째 작품 ‘ 아름다운 조우’를 준비했다. ‘포이즈’에서 서양음악과 현대무용 안무가가 만났다면, ‘아름다운 조우’는 우리 음악과 춤, 발레의 만남이다. 참여하는 안무가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동하면서 2001년부터 안무에 두각을 나타낸 니콜라 폴, 국립발레단의 발레마스터로 안무 실력을 인정받은 박일, 중요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이수자인 서울예술단의 정혜진 예술감독이다. 다른 나라, 다른 무용영역에서 활약한 안무가들은 황병기 가야금 명인이 연주하는 선율 위에 다양하게 호흡을 맞춘다. 황 명인이 해설을 덧붙이는 이 공연은 27~28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02)587-618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8월, 뜨거운 축제·시원한 웃음

    8월, 뜨거운 축제·시원한 웃음

    축제의 계절이다. 공연예술의 본거지, 서울 대학로도 8월 한 달 동안 축제 현장으로 변신한다. ‘대학로, 당신의 여름휴가’를 내세운 마로니에 여름축제에 이어 잘 만든 희극을 만나는 코미디 축제가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 활성화를 위해 준비한 ‘2012 마로니에 여름축제’는 8월 3일부터 9일 동안 열린다. 첫회부터 축제를 진두지휘해온 배우이자 극단 배우세상 대표인 김갑수 총감독은 “대학로를 다시 공연예술문화의 중심지로 살려보자는 취지”라면서 “실험적이고 논리적인 형태의 공연으로 즐길 만한 대학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포부는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연극·무용 외에 국악, 월드뮤직,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기획물을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과 1층 씨어터카페를 중심으로 펼쳐놓는다. ‘대학로, 당신의 여름휴가’라는 콘셉트에 맞춰 캠핑장도 만들었다. ●3일 축제개막… 카페가 연극 무대로 3일 대학로예술극장 야외무대에서 김 총감독과 다이나믹 듀오, 브로큰발렌타인, 마임배우 이태건·강정균·김찬수가 참여하는 개막식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4일에는 대학로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블록파티가 열린다. 블록파티는 지역 주민들이 만드는 파티라는 뜻으로, 이날은 극장 앞 도로와 주차장이 파티장이다. 18년째 대학로 거리공연을 해온 통기타가수 윤효상·김철민을 비롯해 정원영밴드, 김바다밴드, 가자미소년단이 무대에 오른다. 씨어터카페도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먼저 극단 창작토마토가 선보이는 ‘커피플레이’가 눈에 띈다. ‘커피값을 누가 낼 것인가’를 주제로 설전을 벌이는 상황극으로, 편하게 커피를 마시던 곳이 무대가 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밴드 밀크티가 어쿠스틱 음악을 선사하는 ‘쌉.달.콘’, 판소리와 창작음악으로 꾸민 ‘놀애 박인혜의 청춘을 노래하다’, 피리연주자 안은경의 ‘미로’, 소설가 문순태의 ‘대바람 소리’를 음악과 함께 읽는 시간 등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감독들과 대담을 나누고,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청춘밴드’의 일부도 맛볼 수 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퓨전국악콘서트 바이날로그의 ‘셋 유어 솔 프리’, 1990년대 춤꾼들의 성지를 재현한 ‘문나이트 클럽 향수를 찾아서’,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판소리, 레인부츠를 신다’, 창작집단 툭의 무용극 ‘귀신의 집’, 재즈와 라틴댄스를 만나는 ‘쉘 위 댄스 위드 새바’, 음악가 하림과 친구들이 집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집시 테이블’, 그라운드잼의 탭공연 ‘사운드 오브 탭 라이브’가 열린다.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벼룩시장, 시민형 독립극장 ‘낙산씨네마’에서 영화상영도 마련했다. ●엄선된 정통희극 5편, 15일부터 정통희극을 만나고 싶다면 8월 15일부터 9월 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제2회 코미디 페스티벌’을 눈여겨보자. 한국공연예술센터가 공모를 통해 접수된 70여 편 중 5개 작품을 엄선했다. 오랜 기간 공연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은 인기작부터 초연작, 해외 고전희곡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창작극 ‘에어로빅 보이즈’(15~19일)가 먼저 문을 연다. 20대에 헤비메탈의 일종인 데스메탈에 열광한 주인공들이 중년으로 접어들며 현실과 타협하고 피트니스클럽을 홍보하기 위해 에어로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코믹한 상황 속에 청장년층의 고민을 녹였다. ‘위선자 따르뛰프’(극단 수레무대·17~23일)와 ‘시라노’(창작집단 혼·27일~9월 2일)는 프랑스 작가들의 정통희극이다. 몰리에르(1622~1673)가 성직자로 가장한 사기꾼 따르뛰프를 통해 사회의 위선과 속물근성을 드러낸다면, 에드몽 로스탕(1868~1918)은 못생겼지만, 마음이 따뜻한 인물 시라노의 삶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맨씨어터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22~26일)는 작가 천명관이 자신의 동명소설을 직접 각색했다. 소설은 남편 토마스의 외도로 괴로워하던 요한나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마리사의 실수로 토마스가 죽어버렸다는, 독특한 복수극. 연극은 그 뒷이야기이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빠른 속도감을 두루 갖추었다는 설명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이번 페스티벌에 ‘휴먼코메디’ 10주년 기념공연(29일~9월 2일)을 올린다. 백원길·권재원 등 초연 멤버들이 나와 손발이 착착 맞는 6인 14역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로니에 여름축제와 코미디 페스티벌 일정은 한팩 홈페이지(www.hanp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노래·춤·연기로 하나되어 ‘다문화 편견’을 뛰어넘다

    노래·춤·연기로 하나되어 ‘다문화 편견’을 뛰어넘다

    “유치원 다닐 때랑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 제 피부가 검고, 엄마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놀리곤 했어요. 많은 친구들이 ‘레인보우 드림즈’ 공연을 보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우리를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필리핀 어머니 자이다 세라핀씨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황관룡(12·은평초) 어린이가 똘망똘망한 큰 눈으로 기자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관룡이는 지난 6월부터 국립극장에서 15명의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과 15명의 ‘PG153’ 주니어 단원들과 함께 노래, 발성, 발레, 연기 등을 배우고 있다. 27일부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 하늘극장 무대에 오르는 극무용극 ‘레인보우 드림즈’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어머니 세라핀씨는 “관룡이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늘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아이돌 가수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집에서 몰래몰래 공연 안무 등을 연습하며 즐긴다.”면서 “가장 기쁜 건 관룡이가 많이 밝아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관룡이가 밝아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주일에 3번, 지난 16일부터는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 2~3시간 국립극장에서 공연 연습에 한창인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지만, 한여름 더위도 이 아이들을 이길 수 없었다. 서로 부딪히면 ‘미안’이라는 말보다 ‘아임 소리’(I’m sorry)라는 말이 더 익숙하게 나오는 아이들부터, 외모는 다소 이국적이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부모 모두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나고 자라 영어가 더 익숙한 아이들까지…. 그야말로 다문화의 현장에서 아이들은 땀을 흘리며 춤과 연기, 노래에 빠져 있었다. 호주 국적의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로빈(8·덜위치칼리지)과 미국계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장브리애나(8·용산국제학교)는 동갑내기로 레인보우 드림즈 팀의 분위기 메이커 그 자체였다. 일명 ‘까불이’라고도 불리는 이 소녀들은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아이들이다. 이국적인 외모를 지녀 아동복 모델로도 활동 중인 로빈은 한국어도 곧잘 했다. 한국어에 서툰 브리애나를 위해 통역사를 자처할 정도다. 로빈은 “학교보다 여기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서 손잡고 노래 부르고 너무 좋아요.”라며 연신 까르르 웃었다. 옆에 있던 브리애나는 “솔직히 춤이 어려워요. 하지만, 다양한 문화의 친구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게 기뻐요. 팀워크도 배웠어요.”라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2시간 넘게 연습이 진행됐지만 아이들은 지칠 줄 몰랐다. 청소년들이 출연하는 장면에선 초등학생들은 잠시 빠져 있지만, 형들이 하는 것 그대로 따라하고 싶다며 한 무리의 아이들이 연습실 외곽에서 연신 춤을 췄다. 스페인계 우루과이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마르티네스 율리시스(8·복정초)는 “춤을 출 때마다 짜릿해요.”라며 1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도 눈에 띈다. 배우 박신양의 딸 승채(9·YISS)도 레인보우 드림즈 무대에 오른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승채는 “힘들지만 재밌어요. 아빠가 연기지도를 직접 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특히 친구들과 동생을 배려하며 연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소통을 통해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극무용극 ‘레인보우 드림즈’는 29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전석 2만원. 36개월 이상 관람가. (02)2280-4114.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섹시한 한국춤 보신 적 있나요

    섹시한 한국춤 보신 적 있나요

    일상에서는 감정에 솔직한 귀여운 여인이다. 무대에서는 신기 어린 모습에 소름 끼치는 무녀가 된다. ‘솔(Soul) 해바라기’에서, ‘코리아 환타지’ 속 ‘기도’에서 그랬다. 때로는 위엄 넘치는 왕비로(‘명성황후’), 외롭고 한 많은 후궁으로(‘코리아 환타지’), 순수하면서도 애절한 규수로(‘춤, 춘향’) 거듭 변신한다. 16년간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천의 얼굴을 보여 준 장현수(39)가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낸다. 오는 27~29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팜므파탈’에서다. 국립극장이 전속단체 예술인을 소개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국립극장 기획공연 시리즈로, 그가 6월의 주인공이다. 안무뿐 아니라 세트, 조명 등 무대 전반을, 그것도 대극장 공연으로 준비해야 하는 그에게 상황을 묻자 “구상대로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밝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는 이미 ‘검은 꽃’, ‘사막의 붉은 달’, ‘춤놀이’ 등에서 안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제 오랫동안 품었던, 대극장에서 내 작품을 올리고 싶다는 바람을 현실화하면 될 터. 물론 그게 가장 높은 관문이지만. “한 여인의 시간 여행이라는 흐름이 전체를 관통한다.”는 그는 “사랑스러운 소녀가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팜므파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면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왜 ‘팜므파탈’일까. “무용극을 만들고 싶었고, 지금껏 드러내지 않았던 모습을 담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전과도 같은 무용극’이라는 접점에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있었다. 공연은 총 3막으로, 그 안에 다양한 춤을 녹여냈다. 1막에서 신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다채로운 춤을 보여 준다. 살풀이와 물동이 춤, 탈춤의 일부분인 취바리 춤, 남녀의 솔로 춤, 여성의 관능미가 돋보이는 군무, 천도무 등이 녹아 있다. 3막은 무용극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기초로 했다. 세례자 요한에게 사랑을 거절당하자 헤로데 왕을 부추겨 그를 죽이도록 한 내용이다. “타락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야기는 알기 쉽게 풀어가면서 한국적인 춤을 관능적이고 강렬한 안무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대가 독특하다. 요한을 감옥이 아니라 계단 위 수조에 가두고, 요한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계단에서 물이 흐르도록 했다. 계단에 앉은 살로메가 그 물을 맞으며 요한의 죽음을 깨닫고 광란의 춤을 춘다. 장현수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1막)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3막)를 음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막과 3막을 이어주는 완충 역할로서 2막은 댄스컴퍼니 무이의 안무가 김성용이 준비한 현대무용이 들어간다. 장현수는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어쩌면 평론가들이나 무용계 어르신들이 ‘저게 무슨 한국춤이냐’고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과감하게 그동안의 한국춤과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는 의지가 단단하다. “이번 공연은 일종의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제가 구상한 대로 나오면 희열을 느끼겠죠. 무엇보다도 그 희열이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뮤지컬 리뷰] 서편제

    [뮤지컬 리뷰] 서편제

    ‘살다 보면, 살아진다.’ 뮤지컬 서편제에 나오는 노랫말 중 일부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세상살이의 고단함, 한(恨), 인생 등이 고스란히 농축돼 다 담겨 있는 느낌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그렇게 소리하는 사람들의 한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서편제’,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소설을 임권택 감독이 1993년 영화로 만들어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 특히 ‘판소리’라는 한국의 전통 음악을 소재로 한국인의 한을 훌륭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 감정, 뮤지컬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의 격을 높인다. 트리플 캐스팅(이자람, 차지연, 이영미)된 ‘송화’ 역의 배우들 가운데 국악인 이자람은 마치 날 때부터 송화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대 연기를 펼친다. 아버지 ‘유봉’(서범석, 양준모 분)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득음의 길을 걷게 하고자 송화의 눈을 멀게 하고, 아끼던 동생 ‘동호’(임병근, 한지상, 김다현 분)가 유봉과의 갈등으로 자신의 소리를 찾아 록밴드로 떠나는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그녀는 무대 위의 연기가 아닌 진짜 눈물을 쏟아낸다. 저러다 쓰러지겠다 싶을 정도로 펑펑 울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을 쌓고 때론 그 한을 씻어낸다. ‘국민 누나’라 불러도 될 만큼, 시쳇말로 ‘누나 포스’를 풍기는 점도 관객으로 하여금 더 쉽게 송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국악인 이자람은 서편제 안에서 배우로서 그 자질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이자람은 ‘심청가’ 등을 부르는 대목에선, 전문 소리꾼답게 한 서린 판소리를 멋들어지게 뽑아낸다. 극 막바지에 동호와 만나 심청가를 5분가량 홀로 부르는데, 이는 서편제의 백미다. 관객은 마치 뮤지컬이 아닌, 국악 무대를 찾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자람의 한 서린 판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차지연의 경우 국악인 출신 집안에서 나고 자라 국악의 기본기가 탄탄한 것은 물론, 공연 내내 송화의 한과 감정을 폭발적으로 모두 쏟아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영미도 서편제 공연을 앞두고 1년여간 판소리를 따로 배웠을 만큼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송화뿐만 아니라 유봉 역의 서범석도 베테랑다운 고수의 연기를 선보인다. 뮤지컬 서편제의 무대는 화려함 대신 한국인 특유의 정갈함과 멋스러움을 담았다. 무대 배경은 조각조각 붙인 한지로 뒤덮여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펄렁거리는 한지는 마치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서편제 무대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여백의 미(美)가 살아있는 순간이다. 흰 한지를 배경으로 북을 치는 동호 또는 유봉, 송화 이렇게 단 두 명의 인물과 북이라는 타악기 하나만 놓여 있는 그 무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꽉 찬 느낌을 준다. 2막의 몇 장면에선, 앙상블의 군무가 이어진다.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지만 무용극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앙상블의 군무는 작품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2011년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창작뮤지컬상을 비롯해 5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서편제는 4월 22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3만~9만원. 1666-8662.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문학소재 공연 톡톡 튀네

    문학소재 공연 톡톡 튀네

    한 남자가 읊조린다. “다시 길을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갈 곳은 없지만 정신은 명료하다.” 다른 남자가 걸어나온다. “…내 발에 박힌 수천만 가지 가시조각을 나도 떼어내고 싶다. 내 조카 노산군이라는 가시조각을.” “삼촌, 제가 그렇게 미우세요. 이제 저를 그만 놓아 주세요.” 절규하는 배우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한 움큼 잘라버린다. 공연 전반에 아쟁과 장구, 가야금 소리가 잔잔하게, 또는 휘몰아치듯 치열하게 어우러진다. 지난 11~12일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전통에서 말을 하다’는 독특했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대표와 창작국악그룹 시나위가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을 국악과 연극으로 표현한 공연이다. 무대는 단출하다. 김시습, 세조와 단종은 한복이 아닌, 길게 늘어진 스웨터와 폭 넓은 바지 차림이다. 큰 움직임도 없다. 자칫 지루할 법한 모양새지만, 서사시 같은 대사 하나하나가 가락 마디마디와 조화를 이루면서 문학 작품을 보여 주듯 몰입시킨다. 문학을 소재 삼은 공연은 많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독특하게’ 또는 ‘얼마나 전달력 있게’가 아닐까. 정비석의 소설로 잘 알려진 ‘자유부인’이 무용극으로 변신해 새달 15~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소설 ‘자유부인’은 1954년 21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된 소설로, 당시에는 파격적인 여성의 일탈을 그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네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고, 김지미·윤정희 등 당대 최고의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안무를 한 정의숙 아지드현대무용단 대표이자 성균관대 무용과 교수는 “세월이 흐르고, 사회 인식이 변했지만 무수히 많은 여성들은 아직도 자아 실현과 자기계발이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여성들이 일을 통해 꿈꾸는 자유는 무엇이고, 진정 그것을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를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야기상에서 원조 자유부인과 달라진 것은 주인공이 패션잡지 에디터라는 점. 예고 무용과에 다니던 딸은 발레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됐다. 그래서 화려한 패션쇼와 발레 클래스를 더했다. 무대에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12개 상자를 설치했다. 상자는 옛 영화 ‘자유부인’을 투사하는 스크린이자 무용수들이 춤추는 공간이다. 영상 속에서 일상을 보내던 무용수들이 상자 밖으로 튀어나와 무대를 휘저으며 역동적이거나 애절한 춤사위를 펼친다. 연출을 맡은 변혁 성균관대 영상학과 교수는 “마치 옛 영화를 보듯 무용을 즐기는 ‘시네마틱 퍼포먼스’를 표방한다.”면서 “공연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연극배우 박정자와 패션모델 한혜진이 특별출연해 색다른 모습을 선사할 예정이다. 4만~15만원. (02)2000-9752. 앞서 21일 서울 왕십리 소월아트홀에서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이 시인 김소월과 만난다. 김소월 탄생 110주년을 맞아 준비한 공연 ‘산유화’는 한국 근대문학 최초로 문화재로 지정된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된 작품에 접근한다.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문숙희 박사가 고증한 고려가요를 국악 작곡가 박경훈이 편곡하고, 그 위에 소월의 시를 덧댔다. 고려가요 ‘대악집녕’에는 ‘엄마야 누나야’를, ‘청산별곡’에는 ‘못 잊어’를, ‘가시리’에는 ‘진달래꽃’을 입혔다. 전석 2만원. (02)710-9889.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공연 5일장’ 놓치지 마세요

    ‘공연 5일장’ 놓치지 마세요

    공연 5일장이 열리고 있다. 지난 10일 시작해 오는 14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등에서 열리는 ‘공연예술 장터’, 2011 서울아트마켓(PAMS,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이 그것이다. 올해 7회째인 이 장(場)이 서는 5일 동안 해외 공연예술전문가들이 대거 이 시장에 모였다. 폴란드 말타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미하우 메르친스키, 이탈리아 나폴리 페스티벌 아시아 프로그래머인 마시아 파봉, 이란 국제연극제의 모하메드 헤이다리 등 해외 유명인 150여명이 주요 초청인사 명단에 올랐다. 국내 공연 전문가 1300여명도 이들과 함께한다. 국내 창작물의 경우 ‘팸스 초이스’(PAMS Choice)라는 주제 아래 해외 수출 기회를 얻는다. 이자람의 ‘사천가’가 서울아트마켓을 발판으로 해외로 뻗어간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첫 공식 초청작으로 올여름 화제를 모았던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나 안은미 무용단의 작품을 에든버러에 주선한 곳도 서울아트마켓이다. 올해는 무용극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 음악극 ‘정가악회 세계 문학과 만나다’ 등 사전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13개 작품이 30분씩 하이라이트 공연을 펼친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http://www.pams.or.kr)를 참고하면 된다. ‘포커스 세션-아시아, 창조적인 협업의 파트너’ 학술행사와 국내외 공연예술 단체의 홍보 공연도 펼쳐진다. 서울아트마켓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참관을 원하면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해야 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 전통공연의 변화와 확장/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전통공연의 변화와 확장/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최근 들어 전통 공연이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전통 판소리가 외국인에 의해 연출돼 ‘오페라 혹은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되는가 하면 화려한 무용극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조선시대 외국 사신 접대와 연회를 베풀었던 경복궁 경회루에서는 누각뿐 아니라 서쪽의 인왕과 북쪽의 북악 등 주변 산봉과 근정전 등 전각 지붕선의 자연미까지 그대로 ‘무대’로 살려내 빼어난 누각 건축미와 함께 최고의 전통 공연 향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전후해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가 독일 오페라 연출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이며,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을 통해 무대에 올려져 공연계의 이목을 끌었다. 오직 창자와 고수의 단출한 ‘독립 공간’이었던 전통 판소리 공연의 무대가 이 공연에서는 ‘설치미술’의 전시관이었다. 무대는 흰 바탕(1막, 2막은 검은 바탕)에 굵은 붓질이 지나가며 큰 선(線)을 이뤄 산과 물, 별과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한국적 정서를 빚어낸 한 폭의 수묵화였다. 여기에 바다를 파란색으로, 육지를 노란색으로 원색의 조명을 비춰 무대를 물들였다. 높이 5m에 달하는 사다리형 설치대를 같은 높이의 한복 치마로 두른, 그 위에서 이끈 도창(導唱)의 의상은 이날 무대장치의 하이라이트였다. 젊은이들에게 고루하게 여겨진 판소리 무대, 창극의 무대가 서양 오페라 연출가의 손을 통해 현대적 이미지의 깔끔하고 세련된 무대로 태어나면서 흥미와 감동이 더해져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정(靜)과 동(動)이 절묘하게 결합된 시각적인 무대 미학이 판소리의 ‘청각적인 소리’에 더해져 빛을 발했다. 판소리는 단출하고 지루한, 오직 소리로만 관객의 청각을 집중시켜 몰입으로 소통했던 ‘우리 전통 예술’이다. 이런 소리에 다양한 연출 기법을 시도하면서 화려한 무대예술로, 현대적 내용의 익살과 풍자로 내용을 재해석하고, 다양한 연기를 얹으면서 관객과의 소통 통로를 청각과 시각으로 다양화해 전통 예술의 인식을 확장한 변화의 시도였다. 시각적으로 소박했던 우리 판소리가 화려한 볼거리와 방대한 출연진, 극적인 요소로 가득한 ‘오페라’ 혹은 ‘무용극’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전통적 관객인 노인층과 장년층 외에 젊은 층의 발길이 공연장으로 향했다. 연령대별 관객뿐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에 몰렸던 다른 장르 관객들도 공연장을 찾았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지난 17일 오후 8시 서울 경복궁 경회루(국보 224호)에서 마련한 ‘경회루 연향’ 역시 경회루와 주변 자연경관을 무대화한 새로운 연출의 전통 공연이었다. 어둠의 정적을 깨고 경회루 서편 만세산에서 들려오는 이생강 명인의 대금산조, 궁중정재 가인전목단과 오고무, 선유락은 조선시대 외국 사신이 왕실을 찾았던 당시처럼 경회루 누각에서 펼쳐져 그 아름다운 한국의 춤사위를 경복궁 전각의 곡선미와 함께 야경에 실어 연못 주변 객석으로 내려 보내며 환호를 이끌어 냈다. 공연이 무르익어 갈 무렵 연못에 미끌어지듯 들어오는 나룻배 한 척이 관객의 시선을 모았고, ‘국창’ 안숙선 명창이 나룻배 위에서 판소리 ‘심청가’ 중 뱃노래를 구성지게 부르자 700여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500년 조선왕조 정궁인 경복궁의 야경과 경회루 누각의 건축미를 무대화하고, 한국 최고의 가(歌) 무(舞) 악(樂)을 결합해 새로운 형식의 전통 공연을 연출한 초가을 밤의 감동이었다. 비록 판소리뿐 아니라 이날 ‘경회루 연향’처럼 우리 전통 무용과 전통 국악기 연주, 연희 등 전통 공연들이 갖는 ‘민족 미학’이란 본질을 유지하면서 연출의 기법, 연주의 변주(變奏)를 통해 흥미와 감동을 유발하고, 관객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해 나간다면 고답적이라고만 여겨진 우리 전통문화가 ‘어제의 문화’가 아닌 ‘내일의 문화’로 재발견되고, 새롭게 탄생하지 않을까. 우리 전통의 원형은 유지하되 이를 새롭게 창조하여 소통과 향유의 폭을 넓혀 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의미의 실천으로 현대문화에 도취된 관객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새롭게 이해시키고, 전통문화의 전승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내 손길서 아름다움 살아나 매력적”

    “내 손길서 아름다움 살아나 매력적”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도 트렌디하고 높은 수준의 한국 메이크업 디자인의 장점을 배워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고 싶어요.” 베트남 출신 남자 유학생 응우옌 반 응이아(26)는 성신여대 2010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융합문화예술대학원 메이크업 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소감을 28일 이렇게 대신했다. 그가 메이크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베트남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2007년 장학생으로 부산 동명대 경영정보학과에 입학한 응우옌.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으로 한국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어 가던 차에 듣게 된 교양수업이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같은 대학 뷰티디자인학과에서 개설한 수업을 선택하면서 메이크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내 손길을 따라 사람의 숨겨진 아름다움이 나타나는 과정이 마법 같았지요.” 졸업이 다가오자 뷰티디자인학과 교수가 대학원 진학을 권유했고, 성신여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2009년 서울로 오게 됐다. 대학원 생활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베트남 친구는 물론 남학생이 거의 없는 여대에 다니는 일이 낯설었다. 뒤늦게 메이크업 디자인을 시작했기 때문에 실습과 현장경험이 풍부했던 동기들과 함께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응우옌은 메이크업 학원을 다니면서 틈틈이 무용극단 등에서 현장경험을 익혀갔다. 졸업논문은 ‘베트남 여성의 메이크업 역사’를 주제로 삼았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메이크업이 부각되기 시작한 1990년대와 2000년대 베트남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스타일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다음 달 말에 베트남에 돌아가 호찌민 등 대도시에서 프리랜서로 메이크업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헤어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학원에서 관련 수업도 듣고 있다. 20년 후에 자신만의 메이크업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한국에 오기로 했을 때 메이크업 디자이너가 되어 돌아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고민도 많고 외로움에 울기도 했지만 새로운 꿈을 가지고 돌아가게 돼 기쁘기만 합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정악대금으로 원형 대금산조 처음 풀어낸 이생강 명인

    [김문이 만난사람] 정악대금으로 원형 대금산조 처음 풀어낸 이생강 명인

    조용히 눈을 감는다. 춤의 소리가 들려온다. 잔잔하던 가슴을 후벼 판다. 전신을 휘감아 돈다. 귀신을 일으키고 거친 바다를 잠재운다. 하여 신적(神笛)이다. 신라시대 설화 한 토막이 생각난다. 한 대나무가 있었다.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하나가 됐다. 이때 용이 나타났다. ‘성음(聲音)의 이치로 천하의 보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신기한 대나무는 곧 피리로 만들어졌다. 소리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흩어졌던 민심은 이 소리를 듣고 하나가 되고, 다들 안정이 됐다. 피리는 국보가 됐고 이름을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고 했다. ‘삼국사기’ 악지에 ‘악기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바람과 파도가 잔다.’는 기록이 남게 된 배경이다. 이후 대금(大笒), 중금(中笒), 소금(小笒), 단소, 퉁소 등의 악기로 무궁하게 이어졌다. 세월을 뛰어넘는다. 조선 후기 진도의 세습무 출신 박종기(1879~1939) 명인이 대금산조를 창시했다. 이때부터 무속음악으로 발전했고 오늘날 우리의 전통춤 무대에서 90% 이상 배경음악으로 삼을 만큼 중요하게 자리잡았다. 원래 대금의 종류에는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이 있다. 정악대금은 주로 궁중음악이나 양반들의 풍류음악을 연주하려고 만든 악기로 다른 악기와 합주할 때 적합하다. 관이 길게 돼 있는 것도 다른 악기와의 음정을 고려한 이유이다. 그런데 정악대금은 취구(吹口)가 작고, 손가락을 짚는 지공이 넓어서 다루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호흡 또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산조대금과 같은 꺾기나 깊은 농음(音), 다루치기(순간적인 지공의 개방을 통해 경쾌한 소리가 나도록 하는 기술)가 어렵다. 반면 산조대금은 대금산조 독주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이다. 다양하고, 화려한 가락이 많아 손동작을 원활하게 하려고 정악대금보다 짧게 만들어져 손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정악대금으로 산조를 연주할 수 있을까? 박종기 명인은 당시 산조를 연주할 때 대금의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악대금으로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대금산조 이생강(75·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명인은 박종기 이후 최초로 정악대금으로 산조 한바탕을 최근에 풀어내고 ‘이생강 원형 대금산조’라는 제목으로 음반을 냈다. 나이도 나이지만 대금인생 70년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살아 있을 때, 내가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을 던지며 만들어냈다고 했다. 우리 국악사에 큰 획을 긋는 일임이 분명하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이 명인을 만났다.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 온 고등학생들에게 한수 가르쳐 주고 있어 잠시 기다렸다. “너무 (대금을) 흔들면 안 돼.” “네.” “호흡을 길게” “…” 제주도에서 온 학생도 있었다. 연습이 끝나자 이 명인은 괄괄한 목소리에다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가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간다. “강원 신철원에서 제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일까. 다시 물었다. “우리 아들(이광훈)이 제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초·중·고 학생들이지요.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신철원에 있는 초등학생 700여명에게 단소를 가르쳐 주고 있지요. 학교에서 우리 국악을 하면 아름다운 교육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을까. 이 명인은 지난해 강원 정동진에서 열린 전국 초등학교 교장모임에서 강연을 했다. 대나무의 소리 하나로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더니 감동을 받은 일부 교장 선생의 뜻에 따라 시골 학교에서 조금씩 국악 붐이 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소로 했지요. 원하는 학교에는 제가 단소를 보내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대금으로 교체해 줄 때가 됐지요. 자금조달은 어떻게 하냐고요. 제가 공연을 하잖아요. 그걸로 담양에서 대나무를 사고 아는 사람한테 찾아가 수공비만 받고 싸게 대금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용으로 만든 180여 가지 CD와 DVD 등도 보내주고 있지요. 아들은 제주에서 가르치고 저는 틈이 나는 대로 강원 지역에 가서 지도를 해줍니다. 요즘에는 유아용 ‘병아리 단소’도 만들어 어릴 적부터 국악과 친해지도록 권장하고 있지요. 어린애들이 단소를 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 명인은 신철원과 제주에서 시작된 단소 불기 운동이 중간 지점인 대전에서 만날 때 멋진 공연을 할 것이라며 웃는다. 잠시 얘기를 멈추는 사이 질문을 던졌다. “이번 음반을 낸 원형(原形) 대금산조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우리 국악에서 원형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살아 있을 때 원형 대금산조를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1937년생입니다. 일흔이 넘었고 대나무 소리를 낸 지도 70년이 됐습니다. 살아 있을 때 남겨둬야 합니다. 원형 대금산조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제 스승(한주환)의 스승(박종기)이 했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그걸 음반으로 제작했지요. 그래야 후배들이나 국악사를 공부하는 학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나무 소리인생 70년을 맞아 정악대금으로 풀어낸 ‘원형 대금산조’ 음반에는 전체 63분 23초 길이에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시나위’ ‘자진모리’를 순서대로 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정악(正樂)은 ‘인쇄체’요, 산조(散調)는 ‘필기체’라는 것. 손가락을 잘 떼서 매끄럽게만 불면 되는 정악대금에 비해 산조대금은 개성 있는 꼴바꿈이 가능하며 선율이 다채롭고 인간 세계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고 덧붙인다. 국악계의 한 평론가는 이번 음반을 낸 것과 관련해 “박종기의 탁월한 예술성을 한주환이 극복하며 대금산조의 중시조로 등극했듯이 한주환의 천재성을 극복한 유일한 재비가 이생강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라고 평했다. 이 명인은 반주악기로만 사용돼 온 대금으로 첫 독주를 시도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1960년 4·19 직후 에어프랑스 비행기가 서울에 왔습니다. 거기에 한국민속예술단 소속 무용수와 악사 등 33명이 타고 프랑스 파리에 갔지요. 춘향전을 무용극한 내용으로 공연을 하는데 주인공 안나영씨가 급히 맹장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대타로 제가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대금을 들고 무대에 섰지요. 아이러니하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민속악기 독주회를 처음 갖게 됐습니다. 우리 민속악기는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후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참가공연을 계기로 여기저기에서 초청을 받아 50여개국 순회공연을 갖게 된다. 그의 대금에 대한 사랑과 의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가 낸 음반의 종류만 해도 500여 가지. ‘동백아가씨’ ‘목포의 눈물’ 등은 물론이고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웬만한 노래는 죄다 대금으로 풀어냈다. 얼마 전에는 한국 전통무용음악을 집대성한 ‘춤의 소리’ 전집음반 50장을 한꺼번에 내놔 국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산조춤, 화관무, 부채춤, 살풀이, 승무, 농악 등이 총망라된 우리 전통 무용음악의 100년사를 담은 ‘백과사전’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단지 대나무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일진대 청아하고 신기에 가까운 뻐꾸기 소리 등을 마구 뱉어내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눈을 감게 만든다. ‘이생강이 아니면 과연 누가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는 앞으로 태교, 명상, 추억, 회상 음악 쪽에 방향을 맞춰 꾸준히 일상으로 파고드는 작업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리랑’을 현대감각에 맞게 작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악의 원형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이 명인은 다섯 살 때부터 소금을 배웠다. 이후 11세 되던 1947년, 스승 한주환을 만나면서 대금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6·25전쟁으로 인해 부산으로 피란 온 당대 국악의 대가들과 자주 접한 것도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욕심이 커서 어떤 때는 하루 동안 열심히 뛰어 대가들에게 찾아가 ‘한수, 한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일취월장, 자신감을 얻은 그는 서양의 7음계를 우리 5음계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했다. ‘대니 보이’(Danny Boy),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 등의 팝송과 재즈를 넘나들며 대금의 음역을 계속 넓혀 나갔다. 그랬더니 얼마 후에는 악보도 없이 ‘눈물젖은 두만강’ ‘목포의 눈물’ 등 우리의 전통가요까지 자유자재로 불 수 있게 됐다. 아버지에게 단소와 피리를 배우는 것을 시작해 대금의 한주환, 퉁소의 전추산, 피리의 오진석·임동석, 태평소시나위의 김문일 등 여러 스승에게 배우면서 스스로 ‘이생강류’라는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전통과 현대를 크로스오버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온 명인의 열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이생강 명인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45년 광복 후 부산에 정착해 살았다. 다섯 살때 아버지에게 단소를 배웠고 이후 이덕희, 지영희, 전추산, 오진석, 방태진, 한주환 등을 스승으로 모시고 피리, 단소, 퉁소, 소금, 태평소, 대금 등을 익혔다. 1959년 임춘앵 여성국극단에서 대금반주을 했으며 196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세계민속예술제 참가공연 때 처음으로 대금독주를 했다. 1977년 국내에서 첫 대금산조 개인 발표회를 가졌으며 이때 원형 대금산조를 처음 연주했다. 이후 세종문화회관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20여 차례 개인발표회를 가지며 독특한 ‘이생강류’의 대금음악을 만들어오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폐회식 때 대금독주로 주목을 받았고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2007년 6월 ‘춤의 소리’ 전집음반 50장을 제작한 데 이어 지난달 최초로 정악대금으로 ‘원형 대금산조’를 풀어낸 음반을 냈다. 현재 죽향대금산조원형보존회를 운영하면서 한국국악협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전주 대사습대회 장원(1978), 신라문화재 대통령상(1984년), KBS국악대상(1984년), 서울시 자랑스러운 시민상(1994), 대한민국 국민상(1997), 한국국악대상(2002년) 등이다.
  • 스위스 무용수 폭발적 몸동작 시선 확~

    스위스 무용수 폭발적 몸동작 시선 확~

    제30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가 오는 18~ 29일 서울 대학로 한국공연예술센터, 노을소극장,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1982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열고 있는 모다페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국제무용제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7개국 26개 작품이 선보인다. 무용제 프로그래머이자 안무가인 최상철 중앙대 무용과 교수로부터 놓치면 아까운 작품 5개를 추천받았다. # 커넥티드(Connected) 1995년 창단된 호주의 ‘청키 무브’(Chunky Move)는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를 무용에 접목시켰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호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헬프만상 공연 부문을 휩쓸다시피 했다. 초기작 ‘글로’(Glow)는 세계 순회공연 내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 팀이 지난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초연한 신작을 한국에 가져왔다. 19일 아르코예술극장. # 오브젝트(Object) 네덜란드 무용팀 ‘아이브기 & 그레벤’(Ivgi&Greben)이 지난해 8분 길이로 초연한 작품. 별다른 장치 없이 몸과 움직임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작품인데 워낙 반응이 좋아 20분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현대무용제에서 최고안무가상을 받았다. 유럽에서 차세대 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팀이라 더 눈여겨볼 만하다. 21·23일 아르코예술극장. # 사이드웨이즈 레인(Sideways Rain) 스위스 ‘알리아스’(Alias) 무용단은 남미 출신 안무가 길리엄 보텔로의 영향으로 즉흥적인 움직임, 폭발적인 에너지를 중시한다. 이 작품에서도 14명의 무용수들은 공연 내내 힘찬 동작을 선보인다. 지난해 스위스 초연 때의 호평을 바탕으로 유럽 순회 공연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22일 대학로예술극장. # 루스터(Rooster) 이스라엘 산델라센터 무용극장과 오페라단이 공동 제작하고 버락 마셜이 안무한 작품. 출품작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쉬운 대중적 작품이기도 하다. ‘황금알을 낳는 닭’처럼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을 토대로 삼은 데다 몸동작뿐 아니라 스토리 전달력도 강조한다. 25일 아르코예술극장. # 퍼레이드, 체인지, 리플레이 인 익스팬션(Parades & Changes, replay in expansion) 1940년대 안무가 안나 할프린의 작품을 재해석했다. 급진적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던 할프린은 이 작품에서 누드를 연출해 공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재해석에서는 원작을 되살리는 한편, 할프린의 작품들이 오늘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역사성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9일 아르코예술극장.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2009년 피나 바우쉬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79년에 첫 내한 공연했다는 그녀의 무용단은 2000년대 들어 여러 번 한국 관객과 만났다. 바우쉬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린 데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2002년 작품 ‘그녀에게’의 공이 컸다. 영화의 앞뒤를 장식한 ‘카페 뮐러’와 ‘마주르카 포고’의 인상적인 무대가 바우쉬와 ‘부퍼탈 탄츠테아터’(무용에 연기를 접목시킨 무용단)를 널리 알린 덕분이다. 공연에 가고 싶었으나, 매번 이런저런 사정들이 발걸음을 막았다. 바우쉬가 떠나고 없는 지금, 나는 현대무용의 혁명가와 만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굳이 개인 이야기를 덧붙인 이유는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를 보다 깨달음을 얻어서다. 사람의 관계는 마음과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것이 독일에서 도착한 신선한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메시지다. 기실 마음이 가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에 나는 바우쉬와 만나지 못한 것이다. 바우쉬는 1978년에 초연했던 ‘콘탁트호프’를 다시 무대에 올리려 한다. ‘사람들이 접촉하기 위해 만나는 공간’을 의미하는 콘탁트호프는 남녀가 만나 서로의 몸을 알아가는 동시에 감정을 주고받는 과정을 담은 무용극이다. 2000년에 노인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댄서들로 콘탁트호프를 선보인 바 있는 그녀가 이번에 선택한 대상은 10대 아이들이다. 현대무용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낯설고 신기하기에 재미있어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몸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마냥 어렵고 두렵다. 어느 날 바우쉬가 현장을 방문해 연습과정을 거친 아이들 가운데 첫 무대를 장식할 멤버를 선발한다. 아이들은 연습과 리허설을 통해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드디어 무대에 오를 순간이 다가온다. 혹시 바우쉬의 춤과 삶을 알고 싶어 댄싱 드림즈를 골랐다면, 빔 벤더스가 현재 제작 중인 영화 ‘피나’를 기다렸다 보기를 권한다.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거니와, 아이들을 지도하는 인물은 무용단의 수석 무용수이다. 댄싱 드림즈의 진짜 주인공도 아이들이다. 그들은 몸으로 표현 가능하도록 기능을 익히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육체의 언어를 빌려 소통과 접촉에 대해 터득하는 것이니, 표현은 그 다음 문제다. 기성세대는 10대와 자신들 사이에 벽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해결 방안을 찾진 않는다. 콘탁트호프는 인간 사이의 벽이 타인과 접촉하는 게 서툰 데서 기인한다고 생각하고 그 답을 찾는다. 몸과 몸을 맞대기를 부담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과감한 몸짓을 시도하고, 옷 벗기를 쑥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서슴없이 옷을 내던지게 된다. 서로의 관계를 몸과 마음으로 느낀 결과다. 감독 안네 린젤은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다큐멘터리에 접근한다. 시간 순으로 영상을 편집하거나 인물 간의 속사정에 집착하는 대신, 전체 영상을 거칠게 이어 붙여놓았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누구인지 설명하려 들지 않는 영화는, 역으로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기를 시도한다. 스크린 위를 더듬는 정도로만 접촉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거다. 댄싱 드림즈는 상처를 지닌 아이들의 마음을 느끼도록 하고 그들이 몸으로 표현하려 애쓸 때 옆에서 손을 거들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종래엔 같이 무대에 서서 뛰어다니기를 열망하게 만든다. 영화평론가
  • [부고] 뉴욕 ‘실험예술 대모’ 스튜어트

    미국 뉴욕 실험예술의 ‘대모’로 알려진 앨런 스튜어트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13일 별세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이 14일 보도 했다. 91세. 고인은 시카고 출신으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61년 맨해튼에 라마마 극장을 세운 것을 계기로 연극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49년 동안 이 극장을 운영했다. 금세기 최고 연출가로 꼽히는 영국 피터 브룩, 뮤지컬 ‘라이언 킹’을 연출한 줄리 테이머 등이 모두 라마마 극장을 거쳐 갔다. 고인은 제작자 겸 연출가로서 전 세계 70개국에서 예술가를 초청해 공연했으며. 2006년에는 토니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젊은 예술가를 발굴,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한국에도 두 차례 찾아와 특강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맺어 왔다. 서구에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예술작품을 1960년부터 라마마 극장을 통해 세계 무대에 소개했다. 1962년 강월도의 ‘머리사냥’을 시작으로 유덕형의 ‘질서’, 안민수의 ‘하멸태자’를 비롯해 홍신자의 무용극, 오태석·김의경·조규현·장두이의 연극 등 40여편이 라마마 극장에 올랐다. 장례식은 오는 17일 뉴욕 성패트릭 성당에서 열린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3인 3색 여성 안무가의 춤사위

    3인 3색 여성 안무가의 춤사위

    서울시무용단이 9일부터 이틀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중견작가전 나우, 무브먼트(NOW, MOVEMENT)’ 공연을 선보인다. 3인의 여성 안무가가 펼치는, 격렬하면서도 열정적인 무대다. 서울시무용단은 올해 한국의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무용극 ‘백조의 호수’와 송강 정철의 생애를 그린 ‘이화에 월백하고-사미인곡’으로 무용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중견 안무가 윤미라의 ‘화첩-공무도화(花)’, 남수정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남수정의 ‘서울 마치(March)’, 서울시무용단 지도단원인 최효선의 ‘아랑’ 세 작품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3인 3색 여성 안무가의 무게감을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다. 서울시무용단 측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어 참신하면서도 실험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한국 무용계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 안무가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봄으로써 한국 창작 무용의 최근 경향과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만~3만원. (02)399-1766.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부고] 김수조 北 피바다가극단 총장

    [부고] 김수조 北 피바다가극단 총장

    북한 집단체조 ‘아리랑’을 연출한 김수조 피바다가극단 총장이 사망했다. 79세.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수조의 사망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고인 영전에 화환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그러나 사망 일시와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수조는 세계 최대 집단체조로 지난 2007년 8월 기네스북에 오른 ‘아리랑’ 외에 노동당 창당 55주년기념 집단체조인 ‘백전백승 조선로동당‘(2000년 10월), 고(故) 김일성 주석 70회 생일 경축야회(1982년 4월), 제6차 노동당대회 경축야회(1980년 10월) 등의 총연출자였다. 또 북한의 ‘5대 혁명가극’에 속하는 ‘밀림아 이야기하라’와 ‘금강산의 노래’를 비롯, 음악무용극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무용극 ‘봉선화’ 등을 연출해 ‘인민예술가’(1989년 10월), ‘공화국 영웅’(2000년 11월), ‘김일성상 계관인’(2002년 8월) 칭호를 받았다. 서울 출신으로 6·25전쟁 중 월북한 그는 지난 2001년 2월 제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북측 방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와 조카를 만나기도 했다. 지난 1995년부터 피바다가극단 총장을 맡아 온 그는 2003년과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11~12기 대의원으로 잇따라 선출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라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라

    날것 그대로의 ‘생’(生) 몸짓이 온다. 극단 서울공장과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극장이 함께하는 ‘66日, 소리와 몸·짓·展’이 추석연휴 직후인 24일부터 시작된다. 프로젝트에는 ‘공연 난장 4.0’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1.0 버전이 웹 세상, 2.0 버전이 커뮤니티, 3.0 버전이 트위터를 뜻한다면, 4.0 버전은 이제 인간의 원형 복원이 놓여 있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독일의 대표적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무용극 ‘소시민의 칠거지악’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생음악극 ‘도시녀의 칠거지악’(24일~10월24일)은 뚱보 백안나, 낙태한 이안나, 사랑을 믿지 않는 조안나 등 33살을 맞은 3명의 안나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여성을 조명한다. 18세기 프랑스 대표작가 피에르 드 마리보의 원작을 다시 변용한 생사랑짓 ‘논쟁 BC’(10월7일~11월7일)도 관심 작품이다. 갓 태어난 아기들을 20년 동안 격리수용한 다음 다시 만나게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들이 전라(全裸)로 만나는 장면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작품성을 강화해 누드 화제를 누르겠다는 각오다. 제목에 ‘BC’(기원전)가 추가된 것도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만난 아담과 이브의 태초와도 같은 상황을 찾아내 보겠다는 의지가 들어간 것이다. 생낭독극 ‘왕모래’(10월27일~11월7일)는 어미에 대한 사랑을 어미 살해로 완성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 존재와 운명을 묻는 작품으로 ‘소나기’를 쓴 황순원의 숨겨진 수작으로 꼽히는 소설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젊은 국악실내악단 정가악회까지 등장해 음악, 영상, 낭독, 연기가 어우러진 복합 무대를 선보인다. 생바보전 ‘백치와 백지’(11월11~28일)는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를 처음 국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한 켠에는 소설의 주인공 미슈킨을, 다른 한 켠에는 동네마다 한 명씩은 있는 바보형을 등장시킨다. 러시아 연출가 안드레이 셀리바노프와 공동연출을 통해 두 나라의 바보 문화를 대비시켜 보겠다는 의도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10월7일 ‘논쟁 BC’ 공연 전에는 의수 화가 석창우씨가 배우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크로키 시연회를 연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싱어송라이터 박정아의 ‘도시녀 콘서트’가 열리고, 젊은 작가들의 사진전 및 미디어 아트 전시도 열린다. 공연과 전시는 원더스페이스 안의 동그라미·네모 극장 등에서 나눠 펼쳐진다. 2만 5000~3만 5000원. (02)745-033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밀양서 보내온 열번째 초대장

    밀양서 보내온 열번째 초대장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010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경남 밀양시 부북면 밀양연극촌에서 개막된다. 출범 10주년을 맞았지만 ‘21세기에도 연극은 연극이다’를 모토로 내걸었다. 연극을 중심으로 연출가의 힘에 주목했던 축제다운 모토다. 가장 눈길을 끄는 볼거리는 아직 공사 중인 ‘성벽극장’이다. 밀양축제는 출발점이 연출가 이윤택의 결단이었던 만큼 중소규모 실내극장 위주의 연극 작품을 많이 올렸다. 성벽극장은 새로 지어지는 밀양연극촌 본관의 정면을 옛 성처럼 꾸미고 그 앞에 원형무대를 설치한 뒤 운동장을 객석으로 쓰는 방식의 거대 야외극장이다. 밀양연극촌 자체가 폐교에 들어섰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다. 이 극장에 ‘한 여름밤의 꿈’, ‘태양의 제국’, ‘오구’, ‘이순신’ 등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올린다. 새로운 무대가 어떤 감흥을 줄지 관심이다. ‘젊은 연출가’전에서는 ‘세 동무’(아츠플레이 본. 정가람 작·박지연 연출), ‘가족오락관’(창작집단 토마토, 이정현작·김태형 연출)을 비롯해 문학작품을 변용한 ‘관촌수필-옹점이를 찾습니다’(이문구 원작, 김원석 연출), ‘B사감은 러브레터를 읽지 않는다’(극단 미인, 김수희 연출), 연극의 고전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코믹하게 재구성한 ‘달려라 그루쉐’(극단 봉, 류태호 연출) 등 10여편을 선보인다. 대상 수상작에는 서울 대학로 게릴라 극장을 한 달간 무료로 대관해 준다. 대학극 경연대회인 ‘대학극전’ 코너도 마련해 서울예대, 영산대, 계명대 등 학생들의 생생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해외초청작은 비언어극 위주로 구성됐다. 연희단거리패의 ‘햄릿’에서 안무를 지도했던 영국의 케이트 플랫이 만든 무용극 ‘소울 플레이’, 2002년 독일 비평가협회 선정 ‘올해의 배우’로 뽑힌 안네 티스머가 쓰고 출연한 ‘히틀러리네’ 등이 눈에 띈다. 지난해 신종플루 때문에 공연이 취소됐던 ‘로빈손과 크루소’도 주목된다. 일본군 병사와 한국인 포로 사이의 인간애를 다룬 작품이다. 일본 시즈오카 무대예술센터가 한·일 합동으로 제작했다. 젊은 연극인 육성방안을 놓고 영국, 독일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는 토론회도 있다. 무대 위 동작에 대한 연구를 배우들에게 전해주는 스테이징 워크숍도 준비됐다. 자세한 공연일정과 숙박 등 편의시설 이용은 전화(055-355-2308)로 문의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www.stt1986.com)를 참조하면 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異色 ‘백조의 호수’에 빠져보세요

    異色 ‘백조의 호수’에 빠져보세요

    ‘백조의 호수’ 두 편이 5월 무용계를 뜨겁게 달군다.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음악으로 알려진 백조의 호수는 1877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뒤 약 13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발레의 고전. 하지만 이번 백조의 호수는 고전 발레의 옷을 집어던진 이색 모습으로 진화했다. 하나는 댄스 뮤지컬로, 다른 하나는 한국 무용극으로. 우선 한국 무용으로 변신한 백조의 호수를 만나보자. 서울시무용단은 토슈즈를 벗고 한국 춤사위로 재해석한 창작 무용극 ‘백조의 호수’를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4장을 뼈대로 한 원작 발레가 지그프리드 왕자와 오데트 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다면 이 작품은 한국인의 정서를 가미해 부연국 지규 왕자와 비륭국 설고니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5장으로 끌어간다. 전통춤의 대가로 불리는 임이조 단장이 안무를 맡았다. 서울시무용단이 올해 처음 펼치는 정기공연이다. 발레와 한국무용은 점프의 높이와 발디딤, 손동작부터 다르다. 쓰는 근육도 다르기 때문에 접합점이 그리 많지 않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현대무용가 김남식, 발레시어터 얀의 김경영, 뮤지컬 연출가 유희성 등이 힘을 보탰다는 후문. 백조의 호수의 빠른 음악과 화려한 안무를 정적인 한국 무용이 어떻게 소화해 내는가가 관건이다. 임 단장은 “한국 무용의 느낌을 강조하며 안무 동작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고 말했다. 직선보다 곡선의 모습으로, 서양 무용에는 없는 절제미를 살려 냈다는 설명이다. 한국적 미학을 살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율동의 변신에 관심이 모아진다. 2만∼7만원. (02)399-1114∼6. 벌써부터 여성팬들의 기대가 대단하다.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때문이다. 영국의 유명 안무가 매튜 본이 안무한 작품으로 2003년 한국서 첫 공연된 뒤 2005년과 2007년에 이어 네번째다. 남성 무용수들은 깃털 바지에 근육질 상체를 드러내며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군무를 보여준다. 가녀린 여성 무용수가 백조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는 기존 작품과 대비된다. 이런 ‘발상의 전환’ 덕분에 그간 발레 공연으로는 드물게 전석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혈기 왕성한 무용수들의 넘치는 힘과 보기 좋은 잔근육 덕분(?)에 관객의 상당수는 여성이다. 배경은 현대 영국 왕실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유약한 왕자에 대한 얘기로 원작과는 차이가 있다. 강인한 힘과 아름다움, 자유의 존재인 백조들과 이를 갖지 못해 힘겨워하는 왕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가슴 저린 ‘심리 드라마’로 탈바꿈됐다. 영국 노던 발레단 주역 출신의 발레리노 조너선 올리비에가 백조로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2006년 공연됐던 매튜 본의 ‘가위손’에서 주인공 에드워드 역을 맡았던 샘 아처가 왕자 역으로 나선다. 축제는 이미 12일 시작됐다. 3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6만∼12만원. (02)2005-0114.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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