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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회 서울신문 국제포럼/제1주제­북한의 국가역량

    ◎북한,언제까지 버틸수 있나 지난 95년 창간 50돌 기념행사로 ‘서울신문국제포럼’을 시작한 서울신문은 26일 서울신문프레스센터 20층 컨벤션센터에서 제3회 국제포럼을 개최한다.‘북한,언제까지 버틸수 있나’를 주제로 한 이번 국제포럼에는 한·미·일·러시아의 저명한 학자와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현재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북한의 국가역량과 내구력을 진단하고 점검한다.발표 논문 6편의 내용을 간추린다. ◎김정일 지도체제 현황과 장래­김학준 인천대 총장/북 현황·미래 냉정한 진단 시급한때/예측가능한 모든 상황 대비한 정책 수립 긴요 김정일정권의 장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예측과 시각이 있다. 첫째,국방부를 포함한 미국 군부는 김정일정권이 이미 붕괴의 과정에 들어섰으며,아무리 길게 잡는다해도 2002년께에는 군부 쿠데타에 의해 퇴진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아무리 길게 잡아도 3∼4년안에 무너지게 되며 결국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가 해체된다는 결론이다. 둘째,반면에 미국의 국무부를 포함한 외교분야의 기관들은 앞으로 5년안에 김정일정권을 존속시키면서 북한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그러나 북한이 일단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밑바탕부터 흔들려 5년안에 김정일정권의 퇴진과 북한이라는 국가의 와해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셋째,중국은 표면적으로는 김정일정권이나 북한이라는 국가가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내심으로는 북한의 상황 전반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일본 역시 내부적으로는 북한에서 몇해안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면 급격한 변화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꼭 이것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대체로 행정력의 전반적 마비와 군사력의 결집성 약화가 겹쳐진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물론 그 개연성은 약하지만 민중반란의 개시와 확대같은 것도 포함된다. 넷째,북한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내전이 전개될 수 있으며 북한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약 2백50만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다.그들은 1차적으로 중국의 동북 3성과 러시아의 연해주로 탈출하려고 할 것이고 2차적으로 한국과 일본으로 탈출하려고 할 것이다.중국이 북한에 식량과 원유를 공급해주는 1차적인 원인이 거기에 있다.일본은 약 30만명 정도의 난민이 일본으로 유입되리라고 예상한다. 다섯째,북한이 국가의 수준에서 붕괴하는 경우 한국에 의한 북한의 즉각적 접수나 흡수통일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미국은 북한을 일정기간 국제관리 아래 두려고 할 것이며 중국은 북한에 ‘친중 괴뢰정권’을 세우는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미국과 중국은 경우에 따라서는 한반도와 중국 사이에 일정한 범위의 완충지대를 두자고 제의할 지 모른다. 여섯째,한국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이 닥쳐왔을때 북한의 접수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관철해야할 것이다.만일 그 목표가 실현된다면 북한을 ‘특수관리지역’ 또는 ‘특별행정구’로 설정해야 할 것인지,또는 한국의 행정지역으로 곧바로 통합시켜야할 것인지 결정해야할 것이다. 일곱째,김정일정권은 자신이 존망의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는 경우,대남 무력도발을 시도할 개연성이 있다.이렇게 볼때 앞으로 몇해가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여덟째,주변 열강을 상대로 한국에 의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한반도에,주변열강에,동북아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꾸준히 이해시켜야 한다.특히 중국을 이해시키고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지원토록 움직이게 만드는 외교가 필요하다.이집트주재 북한대사 일가의 미국 망명으로 북한 ‘붕괴론’이 다시 거론되는 시점이다.우리로서는 냉정히 북한의 현황과 미래를 진단하는 가운데 민족적으로 가장 슬기로운 정책을 세워야 하겠다. ◎북한의 외교·국방정책­다케사다 히데시 일 방위청 방위연구소 교수/강력한 군사력 무기 협상주도 모색/주한미군 철수는 평양정권의 일관된 정책목표 북한은 대외정책면에서 모순투성이 처럼 보일 정도로 강온 양면정책을 써왔다.현재의 북한체제를 보면 김정일비서 1인에 의해 정책이 운영된다고 보아야 한다.즉 외교와 군사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가는 모든 정책이김정일비서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매파적 정책과 비둘기파적 정책이 혼재하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에 달려있다.북한에는 국제적 협조를 통해 김정일비서의 정책을 담당하는 인물과 군사력 강화를 통해 김정일체제를 지탱하는 인물이 존재하고 있어 파벌이나 권력투쟁,정책대립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김정일비서가 독점적으로 정책을 입안,결정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수 없다. 김정일비서의 최종 정책목표는 북한체제에 의한 한반도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즉 주체사상에 의한 한반도통일을 최종목표로 삼고 있으며 그 목표는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이러한 최종목표 달성을 위한 중간목표와 최종목표 사이엔 모순되는 내용도 있는데 중간목표는 주한미군의 감축과 철수,북한 자신의 군사력 강화,중국­러시아와의 군사협력관계의 유지등을 포함하고 있다.그러한 중간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당면정책은 도중의 경과적인 정책이긴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개선,외국의 경제지원 수용,일본으로부터의 식량지원 집착,4자회담의 추진,주한미군문제 논의시작 등이 포함돼 있다. 북한은 미국과 협의,일본과의 국교정상화 교섭,남한과의 대화 등에 개별적으로 응해왔다.그 결과 북한은 각국의 미묘한 정책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다.상대방과 교섭을 시작한 후 타결을 결코 서두르지 않는 가운데 교섭의 재료를 양보용으로 조금씩 푸는 교섭의 테크닉도 갖추고 있다.이같이 북한은 외교와 군사가 결합된 정책을 취해왔다. 북한의 군사력은 한국을 단시간에 공격하기에 충분하다.북한은 체제붕괴 직전의 자살행위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으나 군사력이 열세로 바뀌고 있어 통일을 위한 전쟁은 불가능할 것이다.다만 핵무기와 생화학무기에 의한 새로운 시나리오는 있을수 있다.즉 서울을 인질로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미국의 개입을 저지한다는 전략이다.북한의 대량파괴무기 보유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북한은 사용이 가능한 모든 무기를 갖추고 있다.또 외국에서 북한무기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부 무기는 수출시장의 요청에 부합할 수 있는 품질과 기술을 갖추었다고 생각해도 좋을것이다.북한의 군사력은 그 자체가 ‘언젠가 사용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적어도 ‘언젠가는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인 것이다. 북한의 군사력은 외교상 교섭의 무대에서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난 94년 미­북한 합의이후 급속히 높아졌다.북한이 외교 중시의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일북 국교정상화 교섭이 재개되고 4자회담 예비회담이 진전돼 미북교섭이 진행될 때 그러한 시각은 한층 더 일반화되겠지만 북한정책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외교면의 자세변화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군사력 실태및 외교와 군사의 관계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북한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외교와 군사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은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정책을 세우고 있다’는 견해는 시기상조일 것이다. ◎북한의 경제력 실상과 전망­전홍택 KDI 연구조정실장/식량·에너지 부족… 구조적 어려움 심화/수년안에 어떤정책 펴느냐 따라 경제회생 판가름 80년대 후반부터 침체를겪고 있던 북한 경제는 옛 소련과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한 대외경제관계의 급속한 붕괴로 90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후 96년까지 7년연속 실질 GNP가 감소하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남한을 비교기준으로 하여 북한 생산물에 남한가격을 적용한 구매력 평가 GNP는 96년 2백14억달러,1인당 GNP는 9백1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북한의 군사비 지출은 GNP의 4분의1 수준이므로 일반주민의 1인당 GNP는 통상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북한은 97년중 약 2백만t의 곡물이 부족하며 가뭄피해로 98년이후에는 곡물부족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식량난이 북한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면 에너지난은 북한 산업의 커다란 장애요인이다.1차 에너지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석탄의 생산량은 96년엔 89년의 절반이하로 떨어졌으며 원유도입량은 89년의 36%,전력생산은 89년의 73%에 불과하다.북한이 부족한 연간 2백만t의 곡물을 추가 수입하기 위해 필요한 외화는 5억달러,연간 1백50만t의 원유를 수입하는데 소요되는 외화는 2억달러수준으로 모두 7억달러 정도의 외화만 있으면 식량난및 에너지난은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그러나 북한의 수출액은 7억3천만달러(남한으로의 수출을 포함하면 9억1천만달러)에 그치고 있어 구조적인 경제난을 타개하려면 중국수준의 개혁·개방과 이를 통한 수출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경제난은 대외충격에 의한 일시적,부분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체제와 정책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경제전반적 현상으로 지금까지의 미온적이고 부분적인 대응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물론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서 당장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북한경제의 향방은 앞으로 수년내 북한이 어떠한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첫째 북한이 기존 정책기조를 고수하는 경우이다.즉 남한당국을 배제하고 남북한간 긴장관계를 지속시켜 대내통제에 활용하는 한편 개혁없이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중심의 제한적 개방을 추진하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 경제난 타개가 불가능하며 경제상황은 계속악화될 것이며,그에 따라 일반주민의 고민이 고조되고 엘리트계층의 분열이 초래돼 김정일정권의 안정성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그러나 현재와 같은 소원한 남북한 관계가 계속되는한 김정일정권의 붕괴가 순조로운 흡수통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만일 김정일 실각후 정치적 안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 다른 사회주의 정권이 지속될 것이며 그렇지 못하여 북한 내부에 심각한 분열과 혼란이 초래되는 경우 외세가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북한의 경제난 해소는 물론 지속적 경제성장도 가능할 것이다.북한의 개혁·개방은 중국에 비해 속도와 범위에 차이가 있을수 있겠지만 핵심골격은 유지돼야 할 것이다. 세째 현재의 루마니아처럼 북한이 개혁과 현상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일관성 없는 개혁을 추진하는 경우 경제난은 어느정도 회복되겠지만 본격적인 경제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이는 경제위기를 일시적으로 지연시킨 것에 불과하므로 북한은 다시 어려운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집필 경남대 교수 6인 좌담(김정일의 북한:15·끝)

    ◎북 경제 ‘한국 발전모델’ 거울 삼아야/도입외자 김정일 독식… 산업투자 정상화 절실/KEDO방식 지원 통해 남북신뢰 구축 시급 □참석자 ·심지연 ·이수훈 ·장맹렬 ·최완규 ·한석태 ·함택영 북한은 지난 7월8일 김일성 사망 3주기 추모식을 가진데 이어 21일에는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노동당 평남 대표회를 개최,김정일을 당총비서로 추대함으로써 김정일의 공식적인 권력승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김정일의 북한은 변화된 새로운 모습을 보일수 있을까.김정일의 북한을 보다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울신문은 언론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에 이어 북한 및 사회주의권 연구에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북한 접경지역에 대한 2차 언·학 합동조사를 실시,‘김정일의 북한’시리즈를 연재했다.연재를 마치며 2차 조사에 참여했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심지연·이수훈·장맹렬·최완규·한석태·함택영 교수로부터 ▲북한의 경제난 실상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 등을 듣는 좌담을 가졌다. ▲최완규 교수=작년에 실시한 북·중 접경지대의 합동조사가 저널리스트적 시각과 전문가적 시각을 접목,독자들은 물론 북한 관련 연구소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하지만 짧은 기간내 러시아와 중국 국경 2천700리를 이동하다 보니 북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은 이뤄졌으나,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았지요.2차 조사는 북한실상을 보다 깊이 있게 알아보기 위해 북한과 가장 가깝고 교류가 빈번한 중국의 숭선·삼합 장백·단동 등 4곳에서 집중 조사했습니다.특히 북한정치 전문가로 짜여진 1차조사팀에다 북한경제 및 사회 전문가를 보강,더욱 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이 2차 조사의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됩니다. ▲심지연 교수=북한의 경제난이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을 실감했습니다.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중국과의 경제적 격차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한석태 교수=중국 장백에서 바라본 북한 혜산시의 주택들은 우리의 지난 50∼60년대 판잣집처럼 초라하기 그지 없었고,공장들은 지붕조차 없었지요.공장이 가동되지 않아 방치된 기계들은 녹슬어 붉은 빛이 완연했습니다. ▲함택영 교수=북한에 남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북한의 식량난은 남벌로 대부분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한 게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요.지난 95·96년 북한의 대홍수가 일어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수훈 교수=경제난은 이미 구조적인 성격을 갖춰 버렸다는 느낌을 받았지요.농업의 피폐,예견되는 자연재해,김정일 정권의 무능력 등을 감안할 때 경제난은 당분간 지속되거나 한층 악화될 게 분명합니다. ○경제난 당분간 지속 ▲심교수=북한은 경제난을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제재,자연재해 등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고 있습니다.외부적 요인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외부적 요인만으로 북한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이에 못지 않게 내부적 요인도 작용했지요.내부적 요인은 주체사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데 따른 반감으로 나타나는 창의력의 결핍,조직의 비능률성 등을 들수 있습니다.특히 북한 지도부의 비효율성,비능률성이 가장 큰 요인이 됐을 수도 있지요. ▲최교수=지난 60∼70년대의 북한 경제구조가 지금과 같다고 볼때 외부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장교수=북한이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개방해 외국자본을 도입했으나,산업에 재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더욱이 유치한 외자를 김정일의 내탕금으로 전용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함교수=구조적으로 식량수입국인 북한은 농업개혁을 추진해도 자급자족이 어려운 상태입니다.북한이 식량난 등을 해결하려면 개방한 나진·선봉지대를 통해 유치한 외자를 산업 발전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그런데도 나진·선봉에 제조업 공장보다 빠찡꼬 등 오락장만 들어서고 있다고 하더군요. ▲한교수=개혁·개방이 세계의 추세인 데도 북한은 거꾸로 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북한은 경제난에 주체적으로 대응한다고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하고 있는데,이는 북한 경제의발전에 걸림돌만 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함교수=북한의 현실적인 여건으로 볼때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개발독재’로 표현되는 한국의 발전모델을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북한에 전면적인 개혁·개방노선을 따르는 민주정권이 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개방 일부국한 큰문제 ▲최교수=북한의 개혁·개방은 체제위기나 국가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없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사실 김정일은 지난 80년대 이미 자본주의 실험을 하기도 했지요.중국의 사천성(당시 성장 조자양)을 둘러보고 돌아온 김정일은 분조제(7∼8명이 책임지고 협동농장을 가꿔 일정한 할당량을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나눠갖는 제도) 등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했습니다.하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 땅을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등 갈등이 생기는 바람에 군부에 의해 중도하차하고 말았습니다. ▲심교수=북한이 조금씩 개방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견해에 더많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나진·선봉지대나 신포지구의 개방이 그것이지요.남북관계의 경색 등으로 개혁·개방추세가 북한전역에 파급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이교수=그렇습니다.북한의 큰 흐름은 개혁·개방으로 갈 것입니다.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는 결딴날 게 뻔한 탓이죠.나진·선봉지대가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북한은 앞으로 부분적이나마 개방을 계속할 것으로 봅니다.중국도 개방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지속적인 개방을 추진했습니다. ○무조건 지원 바람직 ▲최교수=확실하지는 않지만,북한은 주체과학원 등을 통해 개혁·개방이념이 ‘우리식 사회주의’와 상충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교수=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려면 국제사회에 경제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봅니다.국제사회가 실상을 제대로 알면 더많은 지원을 할 것입니다.그래야 체제안정에 도움이 되지요. ▲한교수=북한이 경제실상을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북한의 경제가 보잘것 없기 때문이죠.북한의 경우 화학무기와 미사일이 협상카드이고,전쟁억지력입니다.그런데 실상이 낱낱이 공개되면 한국과 미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함교수=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할일은 우선 남북한의 신뢰관계 구축하는 일입니다.신뢰구축 방안으로는 북한을 도와주는 것이죠.반대급부가 없는 무조건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심교수=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처럼 국제기구를 구성,이를 통한 상호 신뢰구축 방안도 고려해볼만 합니다.예컨대 한반도식량기구,한반도철도개발기구,한반도항만개발기구 등등. ▲한교수=맞습니다.북한은 한국 주도의 개혁·개방에는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지요. ▲최교수=한국·일본·미국정부가 현상유지만 바랄뿐 대북정책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우리 정부만이라도 분명한 통일정책의 방향이 서 있어야 합니다.이만큼 도와주면 이만큼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 협력속의 경쟁/조남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굄돌)

    우루과이 라운드 및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무역환경의 변화는 우리나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원자력산업도 예외가 아니다.지난 1월부터 발효된 정부조달협정에 의하면 원전산업과 관계되어 서비스 및 핵연료분야를 제외하고는 한국전력에 조달되는 모든 분야가 개방된 상태이며 원전설계 및 핵연료 제작분야도 불원간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서비스분야의 협상시한인 99년까지는 국제경쟁력을 갖는 원전산업체제의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우리나라 원자력계는 최근 원자로설계,핵연료설계,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원전산업의 구조조정과 연구개발 추진체계의 변화를 이룩한 바 있다.표면적인 변화에 머물지않고 앞으로 내실있는 변화를 이룩하여야 할 것이다.아울러 경쟁이란 말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일류만 살아남는다”는 등 경쟁을 승자와 패자의 이분적인 개념으로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그러나 경제활동에서의 경쟁이란 참여자 모두가 이기는 ‘윈­윈(Win­Win)’의 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최근 네일버프와 브란덴버거의 공저 코오피티션(Co­Opetition:협력과 경쟁을 합쳐 새로 만들어 낸 말)은 전통적인 개념의 경쟁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한 생산업체가 아무리 경쟁력이 뛰어나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도 그들에게 원료와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또는 그들의 상품을 유통하여 주는 판매업체가 제대로 되지않으면 결국 같이 망한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게임은 전쟁이나 바둑경기와는 달라서 상대와 협력할때 최대의 수확을 거두는 수가 많은 것이다.이러한 보완상품의 예로서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핫도그와 겨자,자동차와 자동차보험 등을 들 수 있다.원자로와 핵연료도 또 하나의 좋은 예일 것이다. 협력속에 경쟁한다면 우리 원자력산업계는 WTO체제하에서 국내시장의 개방이라는 부담을 이기고 오히려 해외시장진출의 기회를 가질수 있을 것이다.
  • 위건행·이람청·증경홍·장만연/중 새 정치국원 면면

    ◎위건행­당조직·감찰부 요직 거친 ‘교석맨’/이람청­대외무역 등 총괄 부총리… 지한파/증경홍­강 오른팔… 상해파 핵심 전격발탁/장만연­군실세로 53년 한국전쟁에 참가 이번 정치국 선거의 핵심은 위건행과 이람청의 상무위원회 진입과 장만연의 정치국원 진출,그리고 증경홍(후보위원),이장춘·오관정(위원)의 정치국 진출로 요약된다.위건행(66)은 당 조직부·감찰부의 요직을 두루거친 정통 공산당원이다.절강성 출신으로 동향인 교석에 의해 당조직부 부부장으로 발탁된 ‘교석맨’이다.감사·감찰업무를 총괄하고 ‘반부패투쟁’을 지휘하는 기율검사위 서기및 노총 회장격인 전국총공회 주석직을 겸직하고 있다.대련공학원 기계과를 졸업한뒤 유학생으로 선발돼 53부터 55년까지 소련서 기업관리를 공부했다. 대외무역·교육 등을 담당한 부총리 이람청(67)은 상해명문 복단대 졸업후 장춘의 자동차공장과 대외경제무역부등에서 경력을 쌓아완 기술관료다.강택민과 개인적 친분이 있고 교석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총리물망설에 올랐었다.강소성에서출생했다.56·57년 모스크바의 자동차공장 연수단의 대표로 소련유학파에 낀다. 강의 군부내 대리자인 장만연(69)은 16세인 44년 팔로군에 투신,장개석군과 격전을 겪은 야전군출신.중국 장성들의 본산인 산동성출신.53년 최연소 지휘관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다.작전참모,참모장,광주군구·제남군구 사령관,총참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93년 강택민에 의해 최고계급인 상장으로 승진했고 96년 대만에 대한 군사위협작전을 주도했다.89년 천안문사태때 개입하지 않았다는 강점도 있다. 증경홍(58)은 당 중앙판공실 주임으로 강택민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상해파의 핵심이며 공산당 원로인 증산의 아들로 태자당의 일원이다.중앙위원도 않거치고 곧바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라섰다.2000년대 강택민 후계세력의 일원이다.상해에서 강택민이 제1일 부서기시절 현정치국원인 황국,오방국과 함께 부서기로서 호흡을 맞추면서 일했다. 오관정(59) 산동성 서기는 68년 청화대졸업후 무한의 화학공장에서 출발,무한시 시장,강서성 성장등을 거친 기술관료다.이장춘(53) 하남성 서기는 할얼빈공대졸업후 심양의 국영기업에서 경력을 쌓았고 심양시장,요녕성 성장을 거치면서 행정능력을 인정받은 차세대 주자다.
  • 세계경제연 초청 레이크 전 백악관보좌관 강연 요지

    ◎북 ‘거래외교’ 멈춰야 대미 현안 진전 앤서니 레이크 전 미국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이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초청으로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미관계­변화속의 안정’을 주제로 강연했다.다음은 강연의 요지. 북한은 다음 세기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나의 대답은 ‘노(No)’다.북한의 경제는 옛소련의 원조와 무역이 끝나면서 빈사상태에 빠졌다.김정일체제의 붕괴가 통일을 앞당긴다 하더라도 이는 예기치않은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북한군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유럽의 마지막 사회주의국가였던 알바니아의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건너갔듯이 북한의 인민들도 그럴 것이다.북한 경제·사회체제의 분열은 현재의 기아상태 보다 더 심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남북한 통일의 손익계산서 게다가 통일은 어려운 질문을 제기한다.엄청난 통일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느냐는 것이다.독일과 한반도의 경우는 또 다르다.1990년 독일통일 당시,동독의 인구는 서독의 4분의 1이었으나 현재 북한의 인구는 남한의 절반이다.또 북한의 1인당 수입은 남한의 10분의 1이지만 당시 동독인들의 1인당 수입액은 서독인들의 3분의1 수준이었다.한반도 통일비용은 수천억달러에서 수조달러에 이른다.따라서 한국인들은 통일을 꿈이라기 보다는 악몽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이 평화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도 가져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물론 이 이익들은 안정없이 얻을 수는 없다.그리고 안정을 위해서는 통일이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조치를 추구하면서도 북한의 공격적인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또 이 전략은 ▲강한 전쟁억지력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고 94년 체결한 미·북 핵협정을 수행하도록 하며 ▲영구평화를 위해 우리의 외교적 노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등의 세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북 위협 대응·실질조치 병행 미국과 북한은 실종미군문제나 북한의 대중동 미사일수출억제 등 양측의 현안들을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그러나 북한이 ‘거래외교’형식을 바꾸기 전까지는 전진이 느릴수 밖에 없다.이 때문에 미국은 장승길 대사문제와 비핵확산 등 무관한 일들을 연결시키려는 북한의 계획을 수락해서는 안된다.
  • 제5차 한일포럼 토론자료·한영포럼 주제발표 요지

    한국과 일본간의 관계발전을 위한 제5차 한·일포럼이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신라,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되며 한국과 영국간 현안을 토의하기 위한 5차 한·영 미래포럼도 5,6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한일포럼에서는 ‘북한문제와 한일협력’,한영포럼에서는 ‘유럽정상회의(ASEM)를 통한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 등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한·일 혀력의 새로운 차원­이서환 외교안보연 교수/동북아 전환기 한일 공동 대응을 한·일 양자관계에 있어서는 과거사문제,영역권(독도),어업문제,무역역조 등 서로 이해가 상충하는 분야가 광범위하다.지역적 차원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협력해야 할 첫번째 문제는 경제와 관련된 해상교통로의 보호다.냉전종식이후 아·태지역의 해로를 위협하는 대표적 요소들은 첫째 해양영토분쟁에 의한 무력충돌 및 전쟁에 따른 항로의 봉쇄,둘째 연안국의 해양관할권 확대 또는 국내적 사정에 따른 공해대의 잠식 및 항해자유의 제한,셋째 유류수출 및 대형해양오염 사고에 의한 통행제한 등을 들 수 있다.이에따라 말라카해협·남중국해를 지나는 동남아·태평양해로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한·일은 이 위협요인들에 대해 협력적 자세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범세계적 차원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야할 문제 중 하나는 핵·화학무기같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다.특히 핵무기개발을 추진한 바 있으며 생물 및 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들 무기의 확산방지를 위한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핵무기의 경우 양국이 협력해야 할 분야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국제원자력기구(IAEA)내에서의 협력이다.한편 화학무기의 경우 양국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보편성 증대와 CWC의 이행을 담당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상호협력할 수 있다.생물무기분야의 경우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의 검증의정서 채택을 포함한 협약의 강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공동으로 참가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적·범세계적 수준에서의 한일협력은 앞으로 한반도통일에 요구되는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이와관련,한국은 동북아질서 개편의 전환기를 맞아 정치적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보다는 정치·경제적 가치를 공유하는 지리적 인접국을 협력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는 제3자의 충고를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ASEM 통한 아·구주 협력/아·구주 구체적 이익으로 연대를 ASEM은 정치,문화,경제 등 넓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여기서는 ASEM의 경제적 의제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ASEM은 김치처럼,숙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특히 ASEM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인 사항은 지난해 방콕 첫회의의 수사들을 현실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7,28일에는 일본에서 경제장관회의가 열려 경제관계자들은 양 대륙간의 진전을 기대한다.이 회의의 의제는 ▲아시아와 유럽간 일반적 경제관계 ▲세계무역기구 관련 주제 ▲무역과 투자 ▲사회간접자본 개발 ▲지속적 경제성장 등이다.이들 의제는 앞으로 무역촉진조치와 투자증진계획 등을 포함,실질적 이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와 함께 ASEM은 고위급에서 정치적 연대를 가져야 한다.ASEM이 그동안 이룩한 성공은 대부분 지난해 첫회의때부터 쌓은 정치적 자극에 의한 것이다.정치연대성만으로는 ASEM의 미래성공을 보장하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정상간의 만남을 이용해 ASEM의 이상을 소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다음세기까지 ASEM의 전략적 발달을 입안하는데 도움이 되는 ‘비전그룹’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단계가 된다. ASEM은 또 비공식적이어야 한다.국제회의의 의식적 성격을 누그러뜨리면서 대신에 재킷은 벗어던지고 넥타이는 푸는 등 실제적 환경을 조성해야한다.이런 상황에서 여러 아이디어들이 표현되고 자유토론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처럼 ASEM의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ASEM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ASEM의 경제적 부문은 구체적 이익의 제시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이는 모든 ASEM 26개국가들이 이해관계를 갖는 임무인 것이다.특히 영국과 한국이 주목해야할 임무다.내년 런던정상회의와 2000년 서울회의개최간의 2년은 ASEM의 미래성공에 결정적인 기간이기 때문이다.
  • 건축가 조성렬(이세기의 인물탐구:145)

    ◎한국 인테리어 디자인의 개척자/수직과 45도의 사선·정원과 반원 원칙 고수/칙칙한 도심 구석구석 화려하게 변모시켜 서구적 모더니즘과 큐빅운동으로 일관된 작업을 해온 건축가 조성렬은 60년대 중반 어둡고 칙칙했던 도심의 뒷골목을 밝고 빛나는 모습으로 바꿔논 선두주자의 한사람이다.당시 우리 건축물의 삭막한 현실을 돌아보면 그의 큐빅 사고력은 ‘한국 인테리어 디자인의 프론티어’라는 표현이 결코 무색하지 않다.큐빅운동을 구체적으로 분출시킨것은 70년대초 서울 중구 저동 백병원건너편에 자신의 파인힐 레스토랑 건물을 지으면서부터다.‘모던하다’는 호평에 걸맞게 파인힐은 오픈즉시 서울의 명소로 떠올랐고 그것은 다음에 전개될 큐빅운동의 효시이기도 하다.이후 드럼통과 막걸리 냄새로 찌들었던 관철동 명동을 아기자기한 커머시얼타운으로 탈바꿈해 놓았고 바로 청바지와 생맥주와 생음악이 있는 ‘청년문화’의 온상으로 정착되는데 기여했다. ○큐빅운동 효시 ‘파인힐’ 건립 지금의 중장년층이라면 ‘전설의 언덕’‘숲속의 빈터’‘밀밭’과 ‘태양의 길목’‘달마음’같은 시심을 자극하는 상호와 세련되고 아늑했던 휴식공간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이 장소들은 외부는 화려하고 내부는 간결하게 절제되어 즐거움과 낭만이 흘러넘쳤고 큐빅을 모듈로하면서도 대중속에 파고드는 프로젝트를 세운것이 특징이다.이른바 지붕면은 감추어진듯 수평선에 맞닿아 있고 수퍼그래픽으르 처리된 벽면과 하프의 선을 연상시키는 스페이스 파티션은 검정 빨강 흰색으로 전체 이미지를 순화시키고 있다. 7년간의 작업끝에 그는 72년 신세계화랑에서 ‘조성렬건축전’을 열었고 ‘조성렬작품집(실내+건축)’을 출간하기도 했다.그의 스승인 김수근은 서문에서 ‘자기작품을 한권의 책으로 출간한 최초의 작가’임을 전제하고 ‘순수한 작가로서의 자세에서 흐트러짐이 없이 철저하게 자기세계를 관리를 해온 완벽주의자’로 쓰고 있다. 건축계의 리더로 정상에 서기까지 그가 걸어온 과정은 남보다 두배의 정열과 노력의 결정임을 알수 있다. 전남 벌교 척영리에서 가난한 농가에 태어나 독실한 크리스찬인 부모덕분에 유아영세를 받았고 교회에서 준 장학금으로 순천에 있는 매산중고를 졸업했다.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서울대 미대 중등학교 교사양성소에 다니면서 건축가 이희태씨를 만난 것이 건축이 ‘종합미술’이라는 인식에 눈뜨게된 동기다.그때부터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다는 목표로 그래픽디자인과 도학에 빠져들고 ‘프린트’‘그래픽스’ 등의 외국잡지를 읽으면서 수준높은 디자인 감각을 깨우쳐 나갔다. ○그래픽디자인·단학에 심취 뒤늦게 60년에야 소망했던 홍대 건축과에 입학했고 정인국 엄덕문 김수근 김중업 등 한국건축을 주도하는 기라성같은 스승들로부터 ‘건축에대한 이지와 질서의 엄숙함’,‘조형의 낭만성과 아름다움의 감성적인 측면’을 답습했으며 일본에서 돌아온 김수근씨에게 ‘공학적 구조와 예술적 창조가 조화와 균형으로 합쳐진다’는 원리를 터득했다.특히 김수근씨는 ‘행동하는 지성,창조하는 감성’과 ‘공간사를 능란하게 운영하는 경영술의 귀재’로서 그는 김수근씨를 ‘미래의 자신의 자화상’으로 정하기도 했다.그러나 대학졸업후 취직이 쉽지않아 을지로에 있던 영광인쇄소에 다니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보를 그리거나 포스터와 신문광고 우표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란 없었다.다음해 신세계백화점 공채에 합격하여 쇼윈도 디스플레이와 그래픽일을 담당하다가 68년 한국무역박람회의 삼성관설계에서 ‘본구적인 질서의식과 미의식을 적용한 건축’으로 건축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또 신세계측의 신임을 받아 69년 일본 미스코시 인테리어 연수,70년엔 오사카 EXPO연수에 참가하여 인테리어 디테일과 테크닉에 대한 안목을 높였다.수직과 45도의 사선,정원과 반원의 원칙은 그때부터 지켜진 그만의 방법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이미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사보이호텔 골목에 있던 여동생이자 의상디자이너인 트로아조의 매장 2층을 빌려 큐빅공방을 만들었고 퇴근후 이곳에 와서 불모지인 실내건축과 디스플레이 영역에 몰입했다.이때 디자인 한것이 명동일대의 점포와 상업환경분야의 신조류를 형성하기에 이른 것이다.파인힐은 그렇게 탄생된 노력의 산물이자 뼈를 깎는 고통의 결과다.새벽 6시에 나와 회의를 하고 메뉴상품까지 개발하면서 9시에 신세계에 출근,다시 파인힐로 돌아와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유니폼 의자 탁자 광고전단을 직접 구상하고 지시해 나갔다.‘어설프게 하면 혼탁해지거나 지탄을 받기 쉽지만 철두철미한 상업주의’는 파인힐시리즈를 탄생시키는데 어떤 장애도 받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다. 그는 자신의 건축의 길은 우연이자 필연이라고 말한다.건축을 하게 된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예정된 운명에 의해 건축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으며 지난날의 고생이 밑거름이 되어 자연발생적으로 토탈건축에 다다르게 됐다고 말한다.집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최명숙씨와의 사이에 남매,딸(현이씨)이 뉴욕 플랫미술학교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했다. 88년 강남구 삼성동에 지은 6층규모의 트로아조아트(TCA)빌딩에 그의 큐빅디자인연구소가 들어있다.3층까지는 의상전시실이고 4층은 건축관련 라이브러리,보는이의 각도에 따라 ‘새로운모습을 수반’하는 이 건물은 건축평론가 박암종에 의하면 ‘환경친화적인 측면에 맞추면서 내부는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능률적인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그는 전쟁기념관 독림기념관전시실에 이어 최근에는 국제공항고속도로 전시관과 박영덕화랑등의 전시관시리즈에 손대면서 강남일대의 골목들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고에 들어가 있다.하고싶은 일만을 하기 때문에 모험과 도전은 배제되어 있으나 어떤 일에든 집요하게 파고드는 완벽성으로 인해 그에게선 작은 실수나 미흡함은 찾아볼수 없다.항상 녹슬지 않는 번뜩이는 디자인센스를 보여주면서 도시 구석구석의 질척한 모습을 화창하고 눈부시게 변모시키는데 그의 빛나는 두뇌는 멈추지 않게 될 것이다. □연보 ▲1936년 전남 벌교 출생 ▲1964년 홍대 건축학과 졸업 ▲1972년 조성렬건축전(신세계화랑),대한건축학회 정회원 ▲1976년 대구 조성렬건축디자인전 ▲1979∼81년 한국인테리어디자인 협회 초대회장 ▲1981∼85년 홍대 환경대학원 강사 ▲1982∼84년 독립기념관 기획위원,독립기념관전시 설계 사위원 ▲1991년 전쟁기념관 전시설계 ▲1992년 개인건축전(예술의 전당) 〈현재〉 큐빅디자인연구소 대표·미국 ASID(인테이러디자이너협회)정회원 ▷수상◁ 서울올림픽 유치공로 대통령표창· 서울올림픽 뉴델리국제전시회 특별상·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88년) ▷저서◁ 조성렬작품집(72년) 인테리어디자인(83년) 세계의 인테리어디자인(85년) 인테리어디자인의 실재(88년) 큐비즘의 조형세계(92년)
  • 좌표 잃은 세계/장 폴 샤놀로(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냉전붕괴 따른 지구촌불안 조명/군사·경제·기술질서 파괴의 파장 심층 분석 21세기는 인류 역사의 파라다이스인가.‘현대 국제관계’라는 책을 집필한 저자 장 폴 샤놀로는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20세기 말인 지금 현세계는 혼돈의 강에서 표류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프랑스 최고 수재들을 양성하는 에콜 폴리테크닉 교수이자 국제정치학자인 그는 책의 부제조차 ‘방향타를 잃은 세계’라고 달았다. 그의 주장은 ‘인간은 역사를 만들어 가지만,만들고 있는 역사를 알지 못한다’는 역사의 파라독스에서 출발한다.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사회 구조가 수백년에 걸쳐 뿌리를 내릴 즈음에야 위정자들이 그 방향을 잡고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기 때문에 역사의 파라독스에 따른 부담은 적지만 당장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지금이 이같은 새로운 파라독스가 전개되고 있는 그 시점이라는 것이 논리 전개의 근간이다. ○선진·개도국 경제 갈등 심화 그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지난 40년동안 세계의 주요 방향타는 양극화로 볼 수 있다.이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정치적이나 군사적이나 경제적인 모든 행위와 국가간의 관계가 여기서 비롯되어 왔기 때문이다.이처럼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요한 틀처럼 여겨졌던 이것이 무너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는 이러한 양극화 붕괴의 반작용으로 새로운 움직임들이 세계 사회속에서 움트고 있다고 말한다.기존질서에 대한 파괴라고 정의하고 있다.즉 인간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보는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20세기말에 3대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그는 3대 파괴로 공산주의 붕괴에 다른 군사및 전략적 질서의 파괴,무역과 산업에 있어 세계화 확산에 따른 경제질서의 파괴,처음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주는 것으로 여겨졌던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한 기술 질서의 파괴 등을 꼽고 있다.굳이 여기에 하나를 첨가한다면 인류역사에 있어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인구의 폭발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들의 눈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각기 본질은 다르지만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생산적인 목적으로 출발한다.그러나 그가 말한 역사의 파라독스처럼 그 파장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다.그의 논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객관성은 잃지 않고 있지만 너무 비관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그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그러나 그는 이미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파장은 닥쳐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세계적이고 구조적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동구의 세계 무대에서의 변화,이에 파생된 동유럽의 새로운 국지적 긴장과 중·근동의 민족및 종족주의 위기,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정치 및 종교적 성격의 집단의 부활 및 다민족의 영토 분할주의로 인한 기존국가 형태의 와해,이로 인한 대규모 살상무기의 증가와 테러리즘의 발호,세계시장 헤게모니 다툼으로 인한 경제 무역전쟁의 발발 가능성등 파괴시작 현상의 예로 들었다. ○국제사회­국가간 긴장 고조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3대 파괴로 인해 예측되는 파장의 결과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그는 변화·긴장·위험 등 3가지로 분류해 설명하면서 서로간의 연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변화가 긴장을,그리고 긴장이 위험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다는 여운을 주고 있다.3대 파괴의 축을 주위로 붕괴되는 총체적인 형태를 경고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선 파괴의 가장 기본이 되는 변화의 단계는 경제의 세계화에서 출발하고있다.경제의 세계화를 다국적주의로 보면서 가장 고전적인 지점망에서 현지공장,외국의 직접투자,그리고 더욱 활발해지는 국제교역을 예로 든다.그러나 이는 결국 국가별로 세계화에 대한 또다른 세계화라는 형태을 양산하면서 선진국과 선진국,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결투로 종결된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제3세계의 종말과 후진국의 붕괴,그리고 이민 등을 통한 민족의 이동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긴장의 파장은 주체성의 반발과 국가의 기존제도 붕괴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한다.불씨는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민족주의와 종교주의.이는 궁극적으로 과거 국가의 형태를 무너지게 만들 것이라는분석이다.과거 국가는 영토 국민 주권이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까지 말했다.또 국제적 권리로 인해 국내적 권리는 빛을 잃을 것이며 변화의 파장을 포함,국가를 넘어선 강력한 조류의 등장이 주권도 기존의 형태와는 달라지게 하면서 그 반작용은 결국 긴장을 불러 오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미래에 맞는 새틀 짜야” 강조 그러면 대안은 없는가.그는 단지 미래에 맞는 틀을 짜야한다고 강조할 뿐 이책에서 다른 언급은 않고있다.그런 부분이 아쉽다.그가 가장 관심이 있는 유럽연합 성공여부에 대해서도 새로운 유럽경제조직에 맞는 유로통화 외에 다른 분야에도 맞는 신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그렇다면 종전으로 돌아가야 하냐고 물을 수 있다.그의 답변은 ‘만약 국가를 위해 민족의 존재를 무시하는 경향과 영토의 팽창이 낫다는 판단이 선다고 구소련이 현실에 등을 돌리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되묻고 있는 것으로 끝난다.그는 책 서두에서도 단지 3개의 축으로 인한 세계의 혼돈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쓰노라고 친절히 밝히고 있다. 원제는 Relations Internationale contemporaines.244쪽 프랑스 라르마탕출판사 130프랑.
  • 중 최고 사립도서관 천일각의 영파(중국문학의 고향을 찾아:19)

    ◎병부우시랑 범흥 400여년전 사재로 건립/인근 계구엔 장개석­경국부자 생가가… 중국 황해 연안으로 몇군데 돌출한 무역항이 있다.대련으로부터 위해·상해를 거쳐 절강성 동단의 영파가 그렇다.영파의 이름은 당나라때는 명주,송대에는 경원로,명나라때에야 영파로 개칭,지금에 이르렀다. 당대부터 중국의 주요한 무역항,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해상 교통이 열려서 장보고의 활동 범주에 들었다.송나라때는 시박사를 두어 무역을 촉진시키다가 아편전쟁의 발발과 함께 중국 5대무역항으로 뛰어 올랐다. ○3강이 합류하는 무역항 중국 해안선의 한복판에다 내륙으로부터 여요강·봉화강·용강 등 세 강이 합류하는 지리적 조건을 살려 조선량이 전국 최다에 도자기 수출량도 최고를 기록했다.그러한 경제 번영을 따라 소위 ‘절동학파’를 형성,학자들이 운집했다.그러한 현상의 집성이 바로 ‘천일각’의 출현이다. 그것은 중국 현존의 최초 민간 도서관으로 1561년,당시 병부우시랑이었던 범흠이 그의 집 동쪽에 커다란 원림을 겸한 장서의 누각을 지은 것이다.지금같으면 그렇게 희한한 일은 아니지만 벌써 400여년전,한 개인이 사재를 털어 지방지와 과거록 등의 진귀한 자료를 수장키 위해 안전과 문화창달을 도모한 도서관을 건립했다는 점이다.범흠은 안전을 위해 관내에서 금연을 실시했고,서관 앞에는 소화용 연못을 크게 팠을뿐 아니라 내정에는 커다란 물 항아리를 군데군데 놓아 두었다.비록 여러 차례의 병란과 도란을 겪었지만 아직도 8만여권의 선본을 수장했을뿐 아니라 이 지역의 비석들을 모아 그 권내에 ‘명주비림’을 조성한 것도 빼놓을수 없다.물론 이 지방의 황종희·만사동·전조망·요섭 등의 문인들이 여기서 지식의 샘을 넓히고 문학의 피를 얻었던 것이니,천일각은 이 고장 문인들의 지식 ‘충전소’였다. 천일각은 영파의 복판에 자리한 월호의 서북단에 있다.도서관이라기보다 아늑한 비원이다.서문으로 들면 맨 먼저 창설자 범씨가 살았던 집.그 집 한쪽을 천일각 자료 전시실로 썼다.그 안으로 들면 천일각.6칸 2층 목조.남향에 앞뒤로 창이 촘촘하여 공기 유통을 도모했고,2층 서고의 천장에는 마름풀에 우물의 도안,그러니까 이수제화로 풀이되었다.방화를 위한 대책이 면밀했다. ○아직도 8만여권 장서 보관 물론 영파가 낳은 문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일찍이 송나라때 난해한 사로서 송4대가의 하나였던 ‘몽창사’의 주인 오문영을 비롯해 역시 송대 사론가인 왕응린,그리고 원나라때 청려파 산곡의 영수 장가구 등이 모두 여기 사람이다.이 밖에 비록 여기 사람은 아니지만 영파의 서쪽 사명산 일대를 방랑하여 스스로 ‘사명광객’이라 호칭했던 하지장(659∼744)의 사당이 마침 월호의 남단에 서 있었다.본시 남송때 1144년,이곳 지사로 있던 사람이 하지장의 시를 기리느라 사당을 세웠으니 벌써 850여년 전의 일이다. 중국문학사에서 그 지위는 비록 높지 않았지만 이백·두보 등과 교유가 깊었는데다 그의 초탈한 성격에 호탕한 풍류가 환심을 샀고,많지 않은 그의 작품 가운데 인구에 회자되는 명작이 있다.우리나라 서당방에서 글줄이나 읽었던 사람이면 그의 ‘회향우서’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바로 ‘소소이가노대회하니 향음무개빈모쇠라.아동상견불상식하고,소문객종하처래요’(어려서 고향을 떠났다가 늙어서 돌아오니,고향 말씨는 예대로지만 벌써 귀밑머리 세었네.꼬마들은 흘깃흘깃 몰라보면서,“손님이 어디서 오셨냐?”고 묻더군)이다. ○‘고려영사관’ 유적지도 지금 영파시에 남아있는 문학유적은 고작 이것 뿐이다.현지 영파대학 중문과 교수인 대광중씨와 공동 탐사를 벌였음에도 말이다.때마침 필자에겐 비록 문학 밖이었지만 두가지 보상을 얻었다.하나는 월호 동편을 가로지른 진명로 571호에 있는 우리나라(당시 고려) 영사관의 유적이요,또 하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화민국(대만)의 총통이었던 장개석과 그의 아들이요 총통이었던 장경국 부자의 생가가 있는 계구가 서남쪽 35㎞ 밖에 있다는 것이다. 고려영사관에 대한 사적은 영파박물관에 적혀 있다.그것은 고려청자의 잔편과 몇잎 상평통보와 함께 해설되었다.바로 북송 정화 7년(1117),당시 휘종의 비준으로 고려영사관이 영파에 개설되었다는 조목이다. 무엇보다 필자를 뭉클게 하는 것은 880년 전의 주권을 확인하는긍지때문이었다.그때는 우리 고려와 송나라 사이의 문화교류가 한창일 때였다.송으로부터 아악을 들여왔고,송의 서긍이 ‘고려도경’ 40권을 완성하던 때였다.진명로의 고려사관은 일산 가옥을 방불케 높다란 지붕의 단층 민가.웬일인지 폐가인양 텅비어 있다.발을 곧추세워 실내를 굽어보았다.기둥은 낡았지만 허드레 종이상자만 여기저기 구르고 있다. 그리고 돌아서기 아쉬워 두리번거리고 있을때,그 집 잿빛 시멘트 벽에 ‘고려사관유지’란 팻말이 보였다. ○49칸짜리 중국·서양식 건물 계구로 가는 길은 대평원에 탄탄대로 였다.필자의 대만 유학 시절,까만 망토에 지팡이를 든 장총통의 카랑카랑한 쇳소리가 들리는듯 했다.차가 반시간쯤 달렸을때,이윽고 굽이굽이 강줄기에 아담한 동산이 여기저기 서있다.여기가 계구,사진으로 익히 보아왔던 터라 얼른 이것이 섬계요,저것은 계남산이라 와닿는다.시내를 따라 잠시 걷자 작은 2층집.풍호방이다.이 집은 바로 장개석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옥태염포였다.그러니까 중국 100년 풍우속에 한때는 영웅으로,한때는 바다를 건넌 영도자로 세계사에 발자취를 남긴 장개석 부자의 생가인 것이다.대지 1850㎡에 49칸 중국 전통식에다 약간의 서양식을 배합한 건물.그보다는 그들이 고고의 소리를 질렀던 방은 겨우 3평짜리였다. 필자는 얼른 그 가대는 물론 풍호방의 뒤란 멀리까지 답사했다.멀리 서북으로 설독산과 명산이 병풍 치고,앞으로 섬계가 흐르는 배산임수의 지형,말하자면 승지란 생각이 스쳤다.
  • 정부 지원만이 능사아니다(우홍제 칼럼)

    재벌그룹들이 모두들 열을 내어 몸부풀리기를 해온 까닭은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지만 그중 중요한 한가지로 기업규모가 ‘크면 클수록 망하지 않게끔 정부가 도와준다는 사리실을 꼽을수 있다. 때문에 ‘크면 망하지 않는다(Too big to fail)’는 고정관념이 매우 뿌리깊게 내려진 것으로 볼수 있다.실제로 과거 정부는 대기업 그룹의 경영상태가 위기에 놓일 것 같으면 실업사태의 사회문제와 정권유지에 미칠 악영향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서 거의 서슴지 않고 구제금융을 베풀었다. 이러한 정부 대응자체는 60년대초 시작된 고속성장 지상의 경제개발시기엔 그런대로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받을수 있었다. 당시엔 적어도 상위 랭킹의 재벌그룹이 정치적 이유아닌 경영부실자체만으로 부도가 난다는 것은 생각키 어려웠다.따라서 재벌들은 마음놓고 과다한 금융기관 차입으로 외형늘리기에 바빴고 문어발 백화점식 기업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감히 나를 어떻게 하랴’는 식의 배짱경영이 관행화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한보사태에서 보듯 은행빚을 포함한 그룹자금운용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보호는 한계를 드러낼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우리경제 전체의 볼륨이 엄청나게 확장된데다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의한 규제가능성에 따라 정부가 위기에 처한 대기업그룹을 모두 챙겨주기엔 힘이 부치게 됐다. ○‘감히 나를…’ 배짱경영 관행 금융기관부실에 대한 정부지원도 숙고대상이다. 물론 당장 눈앞에서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과 금리가 동반해서 급상승하고 국내은행의 대외신용도가 떨어져서 해외채권 발행이나 차입이 어려운 외환위기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정부로선 무한책임의 자세로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각 금융기관 가운데 특히 은행은 국가경제의 대표성이 가장 강하므로 신용도 급락은 회복키 어려운 마이너스파장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기업·은행 인식 전환을 대기업도산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제일은행에 대한 특융조치나 종합금융회사 외화지원 등은 비상국면의 응급대책으로 마땅히 동원돼야 할 정책수단이다.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해외자본 도입등의 방식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환율급등과 외환부족현상을 해소,자금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고 국내은행들이 국제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열악한 등급판정을 받지 않게 한 것도 비록 뒤늦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바른 정책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그룹과 마찬가지로 은행들도 이제는 정부지원과 관련,과감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은행을 망하게 놔 두겠느냐”는 위기 불감증에서 하루빨리 깨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일본이나 유럽연합(EU) 각국에선 국경없는 은행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금융빅뱅(Big Bang)의 급진적 개혁을 서두르며 선물환거래를 비롯한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하는등 경쟁력강화를 꾀하고 있다.또 미국은 우리 국내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시장개방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권 경쟁력 강화 시급 때문에 금융산업도 실물부문과 마찬가지로 세계화 개방화의 거센 물결이 몰아치는 와중에서 정부 보호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그리고 기업과 은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끊을수 없는 함수관계를 지니는 만큼 모두가 철저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한쪽의 부실이 다른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존의 결의를 다져야 한다.정부지원으로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던 시절은 지난 것이다.
  • 북한 연착륙 유도와 도발대응책(3당후보 정책대결:8)

    ◎3당 “인도적 대북지원 확대” 공감/신한국당­경협·교류 확대로 전쟁억지력 유지/국민회의­급격한 붕괴 대비 현실적 정책 모색/자민련­“인내갖고 점진적 접근” 연통일 강조 여야는 식량난 등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절실하다는 시각이다.그러나 개방,개혁으로 이끌기위한 대응 방안과 무력도발 대응책 등 세부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각 당이 저마다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대선과정에서도 뜨거운 논란을 벌일 전망이다.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얼마전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북한문제는 이제 실용주의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이대표는 실용주의와 관련,“시장경제의 틀로 통일을 생각하는게 중요하다”면서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는속에 부단히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국당은 전쟁위협이나 무력도발,비상사태를 억제하는 한반도의 평화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때문에 북한을 지원,북한이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식량지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여기에 21세기 안보환경에 맞는 한·미 안보 협력체제를 발전시켜 대북한 우위와 통일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게 기본 정책이다. 군 구조와 무기체계를 발전시켜 통합전력을 극대화하고 굳건한 안보태세를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남북한의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분위기를 조성해간다는 방침이다.한편으로는 폭넓게 경제협력이나 개혁·개방을 촉구하고 특히 관광자원 공동개발이나 공동어로구역의 이용,제3국 공동진출 등을 통해 협력과 교류를 확대,화해와 신뢰의 토대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통일에 필수적인 국제사회와의 공조와 협력외교를 강화하고 안으로는 통일의 인적 물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본다.교역 및 투자관련 제도적 정비,통행 통신망 연결 등 ‘통일 인프라’의 건설을 서두르겠다는 생각이다.통일비용과 관련,재정 및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등 국내 경제의 회생과 건실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국민회의◁ 북한은 붕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데 기본 전제를깔고 있다.심각한 경제난과 기아는 북한 정권의 위기의식을 더욱 촉발,내적 불만의 외적 분출을 통한 위기극복을 시도할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오판에 의한 전쟁 가능성을 제거하고 북한의 급격한 붕괴로 인한 주변 강대국의 직접 간섭을 배제하는 현실적 정책이 필요해졌다고 말한다.북한에 대한 연착륙 정책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확보하면서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기 위해 합리적인 접근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북한의 기근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인 동시에 안보문제라는 입장이다.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기근으로 인한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북한 주민의 외부세계에 대한 경계심과 공포심을 이완시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의 정착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북한 무역과 투자 등 경제협력의 확대와 대북경수로 지원 등은 북한 태도를 이완시키는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경제적 지원과 4자회담 등을 통한 정치적 군사적 대화와 평화체제의 수립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확보하면서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하는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폐쇄체제를 고립한다면 붕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는 북한 정권이 최후의 탈출구로서 국지적 혹은 전면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증대된다고 우려한다. ▷자민련◁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고 군의 지속적인 전력증강으로 자주적 방위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또 민 관 군 통합방위태세를 구축해 전력의 극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동시에 어떠한 돌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상황을 소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튼튼한 국력을 길러야 한다고 틈만나면 강조하고 있다. 김종필총재는 기회있을때마다 “통일은 긴급히 서두르지 말고 인내를 갖고 한발씩 접근해 북한이 풍화작용을 일으켜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둬야 한다”며 북한의 연착륙 못지 않게 연통일을 거듭 밝히고 있다. 북한의 식량지원은 우리의 능력범위내에서 정성껏 도와줘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엔 등 국제기구와도 협력해 영농 구조개선,농업기술 지원,다수확 품종으로 품종개량 등 농업 구조를 전반적으로 바꾸는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우리의 도움에 북한 동포들이 고마움을 가질수 있도록 요란스럽게 표시내지 말고 조용히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현재 거론되는 여러가지 통일방안의 논리에 얽매이지 말고,대북지원을 통해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유도하고 남북이 평화공존하면서 신뢰를 축적하고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미 컬럼비아대 커티스 교수 도쿄신문 칼럼 요지(해외논단)

    ◎대북 전략은 ‘상황대응형’이 효과적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변화를 유도할 것인가,아니면 국제적인 룰에 맞춰 행동하도록 압박해 나갈 것인가.북한에 대한 정책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시각이 존재해왔다.그런 가운데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제럴드 커티스 교수는 최근 도쿄신문에 실린 칼럼을 통해 당분간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 가를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을 권하고 있다.다음은 커티스 교수의 칼럼내용이다. 북한의 군사력과 불안정한 국내사정으로부터 한·미·일 3국간에는 북한에 대처해야 할 방법에 관해 정반대의 시각이 있다.그 하나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의 고립화를 풀라는 것이다.이 생각은 북한을 국제사회에 끌어내 그 경제를 구제하는 것이 한·미·일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또 전쟁의 참화를 피해 이른바 연착륙(Soft Landing)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생각은 ‘독이 든 당근론’으로 불리운다.이 이론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무역과 투자,외교관계의 확대는 북한의 고립화를 종식시켜 변화를 강요하게 된다.경제적으로 살아 남기 위해 북한은 외부와의 접촉을 증대시키지 않으면 안되지만 접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체제의 정치적 유지가 어렵게 된다. ○‘독이 든 당근론’과 허점 그러나 이 이론에는 문제가 많다.최대의 문제는 독이 들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점이다.북한의 체제는 반석의 통제력을 유지한 채 경제적으로 강화될지도 모르며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커지게 될지도 모른다.당근은 보다 많은 원조 요구를 불러 일으킬 뿐일지도 모른다.게다가 이러한 정책이 연착륙을 유도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발상이다.북한 지도부는 연착륙이든 경착륙(Hard Landing)이든 한국의 무릎 위에 착륙하는 것을 바라고 있지 않다.연착륙을 말하는 사람이 상정하고 있는 것은 독일 통일과 같은 평화적 통일이다.그러나 옛 동독과는 달리 북한은 지도자가 누구이든 자국을 한국의 지배하에 놓는 것 같은 정책에는 저항하게 될 것이다. 독이 든 당근론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이 한·미·일은 북한에 대해 비타협적인 강경자세로 임해 계속해서 고립시키며 최종적으로 붕괴를 조기화한다는 생각이다.이 이론에 따른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은 군사 쿠데타이던가,민중봉기 밖에 없다.북한에 대한 양보는 체제를 유지시켜 붕괴를 늦출 뿐이며 한·미·일은 결코 타협하지 말고 북한을 안으로부터 붕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문제가 많다.가장 문제인 것은 전쟁에 이르는 위험이다.만일 국제사회가 자국을 강제적으로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북한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전쟁에 도박을 걸고 나올지도 모른다. ○강경론은 전쟁유발 위험 그러면 북한에 대한 가장 좋은 전략은 무엇인가.외교에서는 굳이 적극적인 행동이나 이니셔티브를 발휘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 지에 따라 대응을 결정해야 하는 때도 있다.일본 외교의 특징이라고 불리우는 신중한 상황대응형 방법이 유효한 시기도 있다.북한에 대해서 지금이 그러한 때가 아닐까. 한·미·일은 북한이 전향적인 제안을 하면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취해야 하지만 어디까지 제안을 해야하는 쪽은 북한측이다.외부의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북한인 것이며 이를 위해서 남북한의 긴장완화로 이어지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다만 북한에 인도적인 식량원조를 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에 식량원조를 하는 것만으로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턱이 없다.만일 북한이 해결을 바란다고 하면 북한은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만일 그렇게 된다면 한·미·일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여하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해서 당근을 내밀지도 말고 몽둥이로 위협하지도 않겠다고 표명해 자국에 무엇이 일어날까 그 선택은 자기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다.〈정리=강석진 도쿄 특파원〉
  • 한국정치와 ‘청마찾기’/안병준 국제부장(데스크 시각)

    ◎지구촌 모든 나라가 앞을 향해 뛰는데 경제난·민생뒷전 줄서기·정치공방만 “파란 색깔의 말을 구해 오는 사람에게 1백만 달러의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가 광고를 냈다.광고를 본 미국인들은 저마다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지도와 배낭,그리고 간편한 옷차림이 전부다.탐험과 여행을 좋아하는 그들이기에,세계 곳곳을 돌며 청마를 찾아 내겠다는 것이다. 빌은 머리부터 허리까지는 사람이고,나머지는 말인 그리스신화의 켄타우로스에서 착안해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다.세상에 있을 턱이 없다.그러나 미국인들은 달은 물론,화성까지도 날아갈 기세다. 일본인들은 조용히 말목장을 돌아다닌다.그들은 눈치를 보며,하얀 색깔의 말들에게 시선을 보낸다.어떤 말에 파란 색깔의 페인트를 칠하면 감쪽 같을까를 궁리하는 것이다.멕시코인들은 광장에 모여든다.가브리또(양)를 통째로 굽고,데킬라를 마신다.그리고 밤새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낙천적인 멕시칸들은 그들이 먼저 파란 말을 찾아 상금을 탔다고 전제,빚을 내 축제를 벌인것이다. 한국인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어 의논을 하기 시작한다.주비위원회의 토론이 활발하다.격론끝에 ‘새행준’(새파란 말을 찾아 행운을 준비하는 모임)이라고 집단 이름을 정한다.그 다음은 모임의 대표를 정하기 위한 과정 ….원로로 할까,젊은이로 할까,경선으로 할까.대표가 정해지면,번개처럼 줄서기와 아부가 판을 친다.몇달이 지난 다음,한국인들은 뉴스를 듣는다.‘한 외국인이 드디어 파란 말을 찾았다’는 …. 이것은 물론 지어낸 얘기다.그러나 여러 국민성에 관해서는 시사하는바 크다.우리들처럼 혈연·지연·학연을 따지며,모임을 좋아하는 정치적 국민들이 또 있을까.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보잉·맥도널 더글러스 합병문제를 놓고 밀고 당겼다.같은 백인 끼리의,대륙간 전쟁이라도 벌어질 태세였다.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 300개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하 하겠다며 일본과 숨가쁜 협상을 벌이고 있다.선·후진국 할 것 없이 제나라 이익을 위해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일 때,우리는 ‘우물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10·26 박정희 대통령 시살사건이 발생하고,이듬해인 80년 4월은 소위 ‘서울의 봄’으로 불리웠다.당시 주한 미군사령관이던 존 위컴은,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한 미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혼란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인들은 들쥐와 같아,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면 그에게 우루루 몰려든다” 우리 한국인들에 대한 그의 발언은 치욕적인 것이었다.그러나 위컴은 일반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별다른 항의도 받지 않았다.1단 짜리 단신으로 보도된 탓도 있었지만,한국인들은 실제 당시의 ‘새로운 지도자’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경선으로 선출된 사실은 우리의 정치가 한걸음 발전했음을 입증한다.그러나 현재의 상황이나,17년전의 우리들 자화상은 비슷하다.앞서 후보를 선출한 야당들의 양태 역시 여당과 다를바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정치도 경제도 한줄기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정치인들은 늘 그러했듯,민생을 뒷전에 두고 정치적 공방만을 펼치고 있다.재벌 그룹이 부도위기에 흔들리고,은행들은기업들과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나라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모두가 저마다의 이익만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등 외국의 언론들은 세계의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낮아졌다고 보도하고 있다.추락하면서 뺨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지구촌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앞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데,우리들은 제각각 ‘새파란 말을 찾아 행복을 준비하는 모임’에서 날밤을 새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미 칼럼니스트 호글랜드 일 마이니치 기고문 요지(해외논단)

    ◎미의 아주 최대파트너는 일본 미국과 중국의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아시아의 미래는 미·중관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해 왔으나 앞으로는 일본도 아시아에서 중요한 정치·군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짐 호글랜드가 주장했다.최근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에 기고한 그의 칼럼을 요약한다. 전쟁과 국제정치에 대한 제2차 세계대전후의 일본의 자세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우리들의 일은 염려하지 말아 주십시오.우리는 이 섬나라에서 무역에 대한 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복종적이고 평화주의적인 이미지는 일본인에게는 편리했고 가공할 일본 군국주의의 기억을 갖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안심감을 주었다.그러나 태평양에서의 사태는 외국의 군사분쟁에 말려 들어가지 않으려는 일본의 바람을 깨트려 버리려 하고 있다.일본은 미·일동맹의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태평양에서의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일본의 평화주의적 이미지는 결코 실태를 정확히 반영한것은 아니다.일본은 냉전기를 통해서 아시아에 있어서의 미국의 군사적 존재를 지탱하는 사활적 역할을 해왔다.불침항모로서의 역할과 주일미군에의 자금지원을 언급하는 것이 일본 총리에게는 편리했던 시기도 있었다. ○역내 군사적 역할 확대 그러나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것은 컨센서스를 이루는 성가신 과정을 거쳐 일어나고 있다.일본의 변화는 과거 3년동안 미국이 태평양지역에서 경험한 2번의 군사적 위기에 의해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초의 위기는 3년전 북한의 핵개발 의혹에 휘감겨 들어 미국과 북한이 위협적인 상호 비난전을 벌였던 때였다.이 때는 전쟁을 피한다는 합의가 성립했다. 두번째는 지난해 봄 중국이 대만 주변의 해상 수송로(시레인)에 미사일을 쏘고 미국의 항공모함이 출동했던 때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일본 헌법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그 해석은 일본의 소해정과 구원선이 공해상의 미군을 지원하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또 중국과의 분쟁시 일본의 미군 시설이 사용 가능할까 어떨까라는 의문도 나왔다. 그 결과 가이드라인(미·일 방위협력지침) 수정이 행해져 ‘일본주변’에서의 미군에 대한 일본의 지원이 약속됐다.이 문서는 ‘주변’의 범위와 다른 중요 포인트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모호한 내용으로 돼 있다.그러나 예를 들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은 미군을 위해 연료를 수송하거나 공해에서 소해작업에 임하는 것등은 명확하게 돼 있다. ○중 견제속 위상 큰변화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일본이다.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종종 대통령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불신을 품도록 해왔다.그렇지만 가이드라인과 이를 정성스럽게 마무리 지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이러한 인상을 바로잡는데 이바지할 것이 틀림없다.새로운 가이드라인은 그러나 북경정부로 부터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중국의 대만 통일을 견제하는 미국의 전략에 일본이 편입돼 들어가려 하고 있다고 중국은 우려하게 될 것이다.〈정리=강석진 도쿄 특파원〉
  • 함북 무산읍 외곽마을(김정일의 북한:2)

    ◎농약 절대부족… 농작물 ‘해충털기 운동’/옥수수 다락밭엔 ‘속도전 앞으로’ 푯말만/공장 가동중단 붉은빛 녹슨기계 그대로 북한과 접경한 중국쪽 숭선진 고성리마을은 북한의 무산시 외곽 삼장리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지호지간에 위치하고 있다.지난 10일 하오 1시쯤 고성리 강변엔 일군의 조선족이 모여앉아 물맑은 장백산백 원류에서 잡아왔다는 산천어로 어죽을 끓여 회식을 하고 있었다.불원천리하고 찾아온 길이라 우리 일행은 술과 밥을 대접을 받으며 북한쪽 사정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들을수 있었다. ○성공한 개혁­실패한 수구 북한주민들의 살림살이는 목불인견이라며 얼마나 견딜수 있을지 동족으로서 걱정이 태산이란다.강변에 놓여진 한켤레 운동화는 북한제로 밤새 탈북한 북한주민이 버리고 간 것이 분명하다고 일러준다.이켠의 강가엔 조선족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노느라고 여념이 없는데,저켠 북한쪽에선 유랑민인듯 행색이 초라한 일가가 미루나무 그늘에서 포식을 하고 있는 이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성공한 개혁·개방과 실패한수구·쇄국정책의 극명한 대비를 실감케하는 접경지의 진면목이다. 고성리를 떠나올때 동행을 간청한 세사람의 조선족이 있었다.모녀와 그 어머니의 친정 조카딸이다.이모와 조카딸은 숭선을 떠나 모스크바에 돈벌러 가기 위함이고 11살짜리 딸아이는 외할머니댁에 맡기기 위한 출행이란다.딸아이의 아버지는 북한 무산읍에 나가 접경무역에 종사하고 있어 이 무남독녀를 돌보아줄 틈이 없다는 것이다. 외가마을에 먼저 내린 딸아이는 그때까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어머니는 아이가 시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이역만리 모스크바에서 한밑천 잡아 한국행 수속비를 만들기 위한 고행의 출발임을 어머니는 전해준다.겨울이면 강이 얼어붙어 남편과 지면이 있는 북한주민이 자기집에 와 식량이며 옷가지를 얻어간다기에 그만큼 살만한데,왜 모스크바까지 고생하러 가느냐고 묻자 사람이 먹고만 사느냐고 잘라 말한다.개방의 물결은 이곳 접경 벽지마을까지 깊이 침투하고 있다는 증좌다.의식주 다음엔 아이들 교육이고,그리고 문화생활이던가.중국의 조선족은 분명 개발도상기의 가치관을 듬뿍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연변대학 동북아정치연구소의 조선족연구원이 밝히는 북한실상은 가히 충격적이다.물자부족의 실례로 농작물의 모종을 배양하기 위해 비닐을 덮어씌어야 하는데,비닐이 절대부족해 하루하루 고랑을 바꿔가면서 모종을 덮어주는가 하면,해충이 극성을 부리나 방제할 농약이 없어 농민들이 일일이 농작물의 해충털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한다는 것이다.더욱이 수년간의 자연재해로 흉작에다 다락밭 조성으로 산림의 황폐화와 지력소모가 극심하여 금년에는 홍수나 가뭄이 아니더라도 소출은 기대하기 어렵고,산업활동이 마비상태인지라 적절한 비료공급조차 되지 않아 흉작은 정해진 이치란다. 이같은 절박한 사정을 국제기구나 민간단체에 긴급히 호소하고 북한실상을 직접 객관적으로 조사케 하여 인도적 차원의 위기상황 타개책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한여름이면 초근목피도 독이 오르고 질겨서 식용할 수 없게 되니 그 기아의 고통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료 공급안돼 흉작 반복 중국 연길시에서 중국과 합작회사 사장으로 있는 온성군 군수출신의 한 북한인사는 중앙정부의 식량배급에 지친 나머지 온성이 화급히 필요한 200t정도의 곡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나는 중국인들마다 ‘200t,200t’하고 애걸하며 동분서주한다는 일화를 소개해준다.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북한의 살길은 중국의 선례처럼 과감한 개혁·개방정책외에 대안은 없다고 말하면서,그런데도 북한 지도층과 당국은 북한의 경제난이 미 제국주의자와 남조선의 경제봉쇄에 기인한다고 선전하며 주민을 통제하는 구태의연한 수법을 행사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일침을 놓는다.그는 또 한국정부가 중국의 대북한 개방권유를 지원하고 그같은 분위기의 조성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덧붙인다.중국과 북한 사이를 이간시켜 한국측이 득볼게 없다는 사실이다.한·중 수교후 중국과 북한간의 미묘한 냉각기류를 한국측이 계속 조성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오히려 양국간의 우호관계를 복원시키는데 일조하여,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의 물결이 북한쪽으로 유입케 하는 것이 현명한 외교정책이라는 조언도 제시한다. 중국 용정시에서 대외경제합작국의 책임자인 조선족 이모국장은 수년전만해도 경제합작사업 관계로 북한을 방문하면 북한측 파트너인 고급관리들이 양담배를 수두룩하게 내놓으며 과시하고 음식대접도 융숭하게 했는데,작년과 금년 두차례에 걸쳐 방문해보니 양담배는 고사하고 조악한 북한산 담배조차도 옆구리가 터져 침을 발라가면서 피우는 지경이며,중국에서 자신들이 먹을 음식이며 술,그리고 안주감으로 소세지까지 휴대하고 들어갔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개방물결 북 유입 돼야” 북한의 혜산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중국의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지난 8일 상오내내 혜산 주민들의 동태를 조망할 수 있었다.이날은 바로 김일성주석의 3주기일이다.강폭이라야 좁은데는 20m도 채 되지 않은 곳이니 육안으로도 혜산을 속속들이 볼수 있는 입지이다. 상오 10시,추모행사를 마친 수만명의 인파가 대오도 정연히 ‘배움의 길’을 따라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된다.배는 곯아도 가슴 가득 숭배의 염을 안고가는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 금하기 어렵다.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던 중세의 한단면을 보는 듯한 착각에 사로 잡힌다. ○“북의 빈궁은 자업자득” 주택들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공장들은 지붕조차 없이 내부가 하늘과 맞닿았고,기계들은 녹슬어 붉은 빛이 완연하다.해발 200∼300m의 산정상까지 옥수수를 심은 다락밭이 펼쳐진 가운데 대문자의 ‘속도전 앞으로’라는 푯말이 우뚝 서 있다.무엇을 위한 속도전인가.다락밭 조성을 위한 속도전이라면 기아상태로 돌입하기 위한 속도전일 것이며,해방전쟁 승리를 위한 속도전이라면 남한에까지 기아를 수출하기 위한 속도전일 것이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상당수 조선족의 후예들은 북한의 빈궁이 결국은 자업자득이라는 비판과 함께 동쪽에 대한 연민을 함께 가지는 애증의 갈등현상을 거의 공통적으로 가지는 듯했다.
  • 미 21세기에도 초강대국으로 남을까/폴 브래켄(지구촌 칼럼)

    미국은 최근에 떠오른 태평양지역의 강대국이다.1846년 미국은 멕시코와 전쟁을 한뒤 캘리포니아·아리조나·뉴 멕시코주 등 미 남서부의 광활한 지역을 지배하게 됐다.이 전쟁기간동안 동부지역으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영국통치하의 오레곤·워싱턴주 등 북서지역으로 이주해 왔다.‘오레곤 산길’이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개척자들의 이주로를 통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동은 미국의 세력팽창을 가져왔다.미국이 태평양상에서 존재를 드러낸 것은 1847년 이후였다. ○미 냉전시대 세계 지배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새로 획득한 이 해안 지역으로부터 확대됐다.1850년대 미국은 일본에 국제무역 문호를 개방하라고 요구했다.급기야 1898년 미국은 스페인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필리핀을 첫 해외식민지로 삼기에 이르렀다.미국이 아시아에 군사적 발판을 마련한 이후 미국은 1백년동안 아시아에서 최대 군사강국이 됐다.1930년대 많은 사람들은 영국이 아시아에서 최대 군사강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일본이 최대강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모두 틀린 생각이었다. 미국은 유럽에서 나치제국을 멸망시키는 동시에 일본을 패배시킴으로써 아시아에서 군사적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위치를 확고부동하게 만들었다.냉전시대에 미국의 위치는 확실했다.유럽에서의 군사적 균형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지원하는 소련사이에서 항상 찾아야 했다.소련은 한 곳외에 다른 곳에 위협을 줄만한 경제적·기술적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유럽에서처럼 도전이 없었다.미국은 냉전시대에 소련과 중국 모두를 지배했다. 사실 베트남 전쟁에서의 패배와 한국에서의 분단상황은 미국의 힘에 대한 제약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이들은 제한된 도전들이었다.이는 여론이 미국은 이곳에서의 분쟁을 기본적 전략변화가 일어나는 수준으로까지 확대하지 말도록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상황이 달라졌다면 의심할 바 없이 미국은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이곳에서의 분쟁을 승리로 이끌었을 것이다. 태평양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에 역사가준 교훈을 무엇일까.다른 강대국과는 달리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태평양 강대국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했다.태평양을 향하는 대륙 강대국이 되기 위한 1846년의 미국의 팽창은 쉬운 편이었다.멸망해가는 멕시코제국과 세계 수많은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했던 영국과 싸웠기 때문이었다.이후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라는 약체 국가들과 국경선을 사이에 두게 됐다. ○소의 미사일위협 못느껴 역사적으로 미국은 국경선 너머로 외국의 군사적 위협에 한번도 처해 보지 않았다.미국의 안보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때 안전했다.이는 안보는 의당 그러려니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미국의 도시에 소련의 미사일 위협이 나타날 때인 냉전시대 전까지 미국은 전쟁이 미국의 영토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는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냉전시대에서 조차 소련의 미사일 위협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결과적으로 이는 국민들의 인식에 안보에 대한 개념을 깎아내렸다. 영토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없는 미국의 안보를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자.한국은 1950년이후 분단됐다.한국은 수도 서울에 불과 80㎞ 떨어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60만 병력과 대치해 있다.빈번한 남북한간의 충돌은 한국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있다.남한 사람들은 북한의 침략이 가능하며 이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중국은 1930년대 일본의 대규모 공세에 시달렸으며 유혈 내전도 치렀다.일본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지금도 미국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베트남은 수십년동안 전쟁의 상흔이 아물지 않고 있다. ○미 낙관주의 지나쳐 이 모든 것이 미국과는 다른 안보개념을 나오게 하고 있다.미국에서는 자기 집이나 가족방위처럼 대상이 분명한 방위가 아닐지라도 국민적 여론을 일으킬 필요가 있으며,여론을 일으킬 높은 명분이 필요하다.일본에 대한 전쟁은 진주만 공습에 대한 보복과 악마로 비쳐지는 군사정권을 파괴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출발했다.냉전시대에 공산국가들은 미국에 자신들이 미국은 아닐지라도 미국의 원칙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새로운 악이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기 위해 결집력을 과장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은 아직도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위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미국의 국가이념은 낙관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이는 자유스런 안보의 역사에서 비롯되고 있다.미국이 다른 나라들이 겪었던 역사적 경험으로 고통을 받았다면 외교정책의 본질이 숙명론적으로 달라졌을 것이다.아시아에서 전략지역이 변화하고,중국이 점차 힘이 세지고,일본이 서서히 군사력을 증대시키고,한국이 한반도의 분단에 대한 모종의 해결방안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많은 새로운 위험을 안게 할 것이다.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보다 부유해지고 힘이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미래를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이는 시간이 지나야 판명될 일이다. 미국이 태평양 강대국으로의 부상은 약 1세기전부터 시작된 최근의 일이다.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은 떨어져 나갔다.대만같은 곳에서의 새로운 도전은 지역 국가들의 정치적 결단력을 시험하고 있다.특히 이러한 도전들은미국에게 20세기에서와 마찬가지로 21세기에도 태평양 강대국으로 남아있게 될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 미·EU 무역전쟁 일단 회피/보잉·MD합병협상 타결

    ◎보잉사 ‘미 독점공급 계약’ 막판 철회 보름넘게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첨예하게 대립시킨 무역마찰의 원인 제공자였던 미국 보잉사가 결국 예상보다 큰폭으로 양보,대서양간 무역전쟁 위기를 넘겼다. 조금 큰 비행기하면 으례 연상될 만큼,70%에 가까운 점유율과 함께 세계 민간항공기 제작시장을 여유있게 리드하던 보잉은 지난해 12월 맥도널 더글러스(MD)사를 1백50억달러에 합병한다고 발표했다.MD는 민항 부문보다는 방산부문이 주종이긴 하지만 이 합병으로 보잉은 연 매출액이 4백80억달러에 이르고 민항 시장점유율이 8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발표당시 업계와 전문가들은 모두 점유율이 30%미만이나 보잉의 유일한 라이벌이라 할 유럽 4개국의 항공기제작 컨소시엄인 에어버스 인더스트리사의 대응에 주목했다. 에어버스와 이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럽연합은 우선 미국내의 ‘독점저지’ 장치에 기대를 걸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그러나 보잉­MD의 합병은 유럽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달 관련기관 심사를 모두 통과,오는 25일 양사 주주총회승인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EU와 에어버스는 적극 저지로 방향을 바꿔 지난 4일과 15일 잇따라 EU 15개 전회원국의 독점규제위원들이 회동,보잉합병은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불법 독점행위로 규정하고 23일 이를 최종선언하기로 했다.이에 미국은 유럽항공기 운항제한,항공기 관세부과 등의 보복조치를 입에 올렸으며 최종결정 전날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무역전쟁 언급,미 의회의 유럽반대에 대한 비난 결의안이 이어졌다. 유럽의 기관이 미국내 기업의 합병을 막을 권한은 없지만,EU집행위의 독점 선언은 보잉­MD를 EU시장에서 배제시킴과 동시에 40억달러의 독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우려되는 긴박한 순간에 보잉의 막판 양보에 힘입어 EU의 합병수용 방침이 나왔다.EU의 최초 요구는 보잉이 우주,방산 부문을 제외한 MD의 민항부문을 6개월내에 매각,포기하는 것이었다.보잉의 막판 양보는 EU가 이후 수정해 요구한 사항들을 거의 모두 수용하는 대폭적인 규모였다. 보잉의 최종 양보안은 3개 미 주요항공사와 체결한 20년간 항공기 독점공급 계약의 취소,특정 항공기술에 대한 경쟁사의 접근 허용,MD와 보잉의 민항부문 법적 분리 등이다.
  • 보잉­MD 합병/미­EU 마찰 전격 타결

    ◎EU,보잉 양보안 사실상 수용… 곧 공식발표 보잉사와 맥도널 더글러스(MD)사의 합병과 관련 사상최대의 무역전쟁국면으로 치닫던 미국­유럽간의 마찰이 23일 사실상 타결됐다.유럽연합(EU) 집행위는 23일 미국 항공기제작사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의 합병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나 공식 수용결정을 다음주로 연기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집행위는 최종 수용결정에 앞서 보잉이 새로 제시한 양보내용들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식결정 발표는 미루어진 상태다.이와 관련 유럽연합집행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별다른 변수가 없어 보잉과 맥도널드합병과 관련한 미국­유럽간의 문제는 완전히 타결됐다고 볼 수 있다”며 “공식결정은 다음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집행위의 이같은 결정은 보잉이 22일 하오 EU의 요구대로 3개 미국 주요항공사와 체결한 20년간 독점제공 계약을 취소하고,앞으로도 이같은 계약을 시도하지 않겠음을 골자로 하는 양보안을 제시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유럽연집행위 반 미에르트 위원은 보잉이또한 특정 항공기술들에 대해 경쟁사들의 접근을 허용하고 맥도널 더글러스사와 보잉의 민간항공 부문을 법적으로 분리하라는 EU의 요구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합의점을 찾게된 데는 우선 무역전쟁이 일어날 경우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있으나 미국과 보잉은 겉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잃은게 없다는 지적이다.
  • EU “보잉­MD합병 결사반대”/미선 보복조치 경고

    【브뤼셀·워싱턴 AFP 연합】 유럽연합(EU)이 미국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와 맥도널 더글러스(MD)의 합병에 반대하는 결의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미국과 EU간 무역 전쟁이 예상된다. EU 관리들은 23일 열리는 EU 집행위원회 독점방지위원회가 보잉­MD 합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결정할 예정이라고 22일 전했다. 반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이미 EU가 미 항공사 합병 반대하고 있는데 대해 EU집행위의 한 위원에게 직접 경고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EU 관리들은 보잉이 EU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새로운 제안이 나온다해도 이를 검토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 행정부는 EU가 보잉­MD의 합병을 가로막을 경우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착각속의 아이덴티티/장 프랑수와 바야르(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미 주도 세계화’가 남긴건 불안/주관적 시각으론 내전 등 분쟁이면 못읽어 ‘착각속의 아이덴티티’이라는 구름잡는 듯한 제목의 이 책은 저자인 쟝 프랑수와 바야르의 의도가 주체성의 본질에 대한 의견 제시가 목적이 아니라는 느낌이다.이는 부수적이고 이른바 ‘앵글로 색슨’식의 세계화 즉 초강대국인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세계화가 미래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말하고자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랑스의 석학들의 본산지인 국립과학연구센터 CNRS 소장을 최근까지 지냈고 프랑스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그랑제콜인 시앙스포(국립 정치과학대학)의 국제연구센타 소장인 저자가 비교정치학의 대가이며 현실정치에 관한한 프랑스 최고의 전문가라는 사실도 이에 대한 심증을 더욱 굳혀준다. ○나치 탄생도 동일선상 저자는 이 책에서 우선 현세계는 아이덴티티에 대한 착각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이는 최근 최선의 조류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주도의 세계화를 도마에 올렸다.주장의 논거는 다소 미국식의 획일화된 세계화,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있어 통일화 또는 획일화로 블록화로 귀결되는 현 시대적 조류에서 찾고 있다.특히 앵글로색슨 문화에 대해 문화적 국수주의 색채가 강한 프랑스 지식인의 주장이지만 논리의 전개가 문화적 이론에서 출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저자는 지금의 세계화를 사회조직체에서 벗어나는 잘못된 세계화로 보고 자신의 논리를 이어나가고 있다.이는 자신의 것을 보호하자는 각 조직체의 문화주의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오히려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21세기에 세계를 위험에 몰아넣는 최대의 요인인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고 있다. ○주체성 살리는 길 돼야 이러한 현상은 이미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시장 경제의 확장,서구사회의 근간인 민주주의의 강요,무역 및 정보전쟁의 가속화,미국의 다문화주의 이슬람 종교분쟁 인도의 종족분쟁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1차대전 이후 아돌프 히틀러에 의한 나치주의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한다. 그는 진정한 세계화는 다양성의 창조라고 해석하고 있다.즉 다양한 주체에 의한 아이덴티티의 형성이야말로 진정한 세계화라는 것이다.21세기를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최고의 선으로 비치고 있는 세계화가 지역화 동일화 블록화 등의 복합개념으로 오도되고 있다는 평가다.문화의 다양성이나 독창성에 대한 변화는 보다 크게 동일화 또는 통일화 되는 형태로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유고나 알제리 내전 등이 세계주의에 대항한 아이덴티티 때문에 일어난 분쟁으로 보고 있다.하나의 연방이나 국가를 똑같은 문화 또는 정치 등의 동일한 아이덴티티로 묶는다는게 오히려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책의 제목에서 말하듯이 아이덴티티에 대한 환상의 결과가 바로 이것이며 미래사회 최대의 불안 요인이라는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제각기의 주체성 아이덴티티를 정치적이나 이데올로기적인,결국 역사의 창조에 이르는 문화창조에 훌륭한 역할을 하는 요소들이라고 말하고 있다.그렇지만 이는 유교주의가 아시아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게 아니듯이 태생적이거나 운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저자의 시각에서 보면 현재 서구사회의 큰 형식중의 하나가 종교개혁에서 비롯됐다고 알고 있는 것도 너무 일반화시킨 아이덴티디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이는 사회변화의 개념을 규범적이며 단선적이고 목적론적으로만 보기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설명이다.민주주의의 변천사에 대한 추론이나 시장경제의 과정 등으로 현대화로 대변되는 서구사회를 평가해온 결과라는 것이다.대표적인 반론의 증거로 저자는 미국달러의 세계적 규범화를 들고 있다.달러는 역사의 흐름 속에 정제되어 새로운 세계적 화폐의 아이덴티티가 없다는 대목을 들었다.실제로 저자의 주장대로 달러의 강세는 유로통화 등 반대적 화폐 아이덴티티 형성 즉 분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의 영속성 즉 아이덴티티를 역사의 흐름으로 이어가는데는 다른 아이덴티티의 일부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이며 이는 불확실한 부분이지만 확실성 부분은 이보다 더 많다고 말한다.아이덴티티의 문화 그 본질의 개념은 이율배반적으로 경제적인 발전이나 정치적인 활동을 문화적인 차원을 받아들이려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는 이색적인 논리다. ○전략·환상·악몽이 지배 이러한 사실들을 토대로 볼때 우리들에 힘을 부여하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없는 셈이다.저자도 단지 아이덴티티를 이용한 전략,이를 만드는 요소,그리고 아이덴티티에 대한 환상이나 악몽만이 그시대에 존재할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따라서 21세기를 앞둔 현시점에서는 주체성의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시급한 문제는 없는 셈이다.저자는 전세계의 각 조직이나 정파는 이른바 ‘아이덴테테의 전쟁’으로 명명된 그들만의 자발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면 저자의 해결책은 무엇인가.아주 간결하다.‘현대화의 창조와 같은 전통의 창조’,‘세계화의 개념과 같은 문화주의’의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 원제는 ‘L’Illusion Identitaire’,프랑스 파야르출판사 발행,306쪽 130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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