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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시대] 중국과 미국,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류진즈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중국과 미국,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류진즈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중국의 국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초강대국 미국과 부상하는 대국 중국 사이에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09년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중국을 방문해 전면적인 관계 개선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에 사인했다. 그렇지만 2010년 내내 중·미 관계는 흔들리고 표류했다. 상호 불신과 감정의 골은 더 깊게 파였고, 협력 기반도 약화됐다. 미국은 그해 벽두부터 중국 주권의 ‘레드 라인’을 건드렸다. 64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타이완에 팔았고, “시사·난사군도 문제에 핵심 이해를 가졌다.”면서 발을 집어 넣었다. 환율 및 무역 문제를 걸어 중국의 팔을 비틀기도 했다. 북한 도발 행위를 구실 삼아 한국, 일본과 각각 군사동맹을 강화했고, 대북 영향력 발휘를 주문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지난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으로 이뤄진 워싱턴 정상회담 및 공동 성명도 2009년 오바마의 방중 이후처럼 갈등 심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일까. 두 나라가 전략적 상호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제도와 이념, 국가 상황이 다른 데다 전략 구상과 구체적인 국가 목표도 같지 않다. 미국은 중국에 “희망한다.”는 외교적 수사로 주문을 쏟아낸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이 하위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을 요구했다.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때마다 상응하는 조치들을 내놨다. 중국의 감정이나 핵심적 국가이익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인가. 미국은 중국을 “국가이익을 위협하는 불투명한 전제 국가며 경쟁자이자 개조 대상”으로 본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패권 유지를 위해 전쟁도 마다 않고, 중국을 억제·포위하려 하며, 국가 통일과 주권행사를 방해하는 세력”으로 여긴다. 미국이 자신의 이념과 제도를 최선의 진리인 양 강요한다고 중국은 불쾌해한다. 불신과 인식의 괴리는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중국은 기존 세계질서에서 경제발전을 이뤄냈고, 기존 체제 아래서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정치·경제 개혁을 이뤄 나가려고 한다. 미국의 주도적인 위치를 받아들였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중국의 패권 지위로의 부상이나 G2라는 양대 강국 시대의 도래는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중·미 협력은 전략적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효율적인 분쟁 조정의 제도화도 이뤄내지 못한 상태다. 두 나라의 미래와 인류 발전을 위한 보다 장기적인 목표와 협력을 설계하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정치·경제적인 각종 제약 요소 탓에 중·미 관계의 곡절은 앞으로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두 나라 관계가 충돌과 파국으로 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중·미 관계가 다양한 상호 의존 상태에 있고, 인적·물적 교류는 갈수록 그 폭과 속도를 더하고 있다. 중·미는 이견과 위기를 처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각 분야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교류협력의 물결을 안보 등 전략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에도 공감하고 있다. 두 나라 관계의 불확실성과 제약 요인을 통제하고 관리해 나간다면 중·미 두 나라가 공동 번영의 장을 열어 나가는 것도 공념불은 아니다. 한반도는 중·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닿아 있는 곳이다. 그런 만큼 중·미 관계의 향배가 한반도·동북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경계하고 노력하는 일이 한국에는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긴장·갈등이 중·미 관계의 악재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역할을 과소 평가해서도 안 된다. 중·미 관계가 제로섬 게임으로 빠지지 않고 공동 번영의 장을 열어 나가는 긍정적인 발걸음들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의 창조적이며 역동적인 균형 외교와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 글로벌 IT기업 ‘특허 전쟁’

    글로벌 IT기업 ‘특허 전쟁’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간 특허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업체 간 기술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제품만으로 경쟁 우위를 찾기 어려워지자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이 지적재산권을 앞세워 경쟁 제품들의 시장점유율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국내업체들 특허 ‘합종연횡’ 삼성전자는 9일 미국 IBM과 상대방의 특허기술을 서로 쓸 수 있도록 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모두 반도체, 통신, 디스플레이, PC 등에서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데다, 미국 특허등록 건수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어 특허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계약에는 두 기업이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을 써 가며 싸우기보다는 서로 특허를 공유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삼성은 IBM의 다양한 특허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PC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 8일 경쟁업체인 소니가 “브라비아 TV 및 플레이스테이션3 등에 자사 블루레이 표준기술 등 8가지의 특허기술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소니가 LG전자를 상대로 “자사의 휴대전화 특허기술 7가지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맞대응’ 차원의 조치다. LG전자와 소니 모두 TV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어느 쪽이든 패소하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때문에 업계는 양사가 상대방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해 합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특허괴물’(특허 소송을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가 제기한 특허 소송에 휘말렸다. IV가 보유한 D램 및 플래시메모리 등 회로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다. IV로서는 창업 이후 첫번째 소송인 만큼 거액의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측은 패소할 경우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지불하거나 고액의 라이선스 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소송 차단 ‘특허방어펀드’ 인기 이 같은 특허전쟁은 앞으로 IT 시장을 이끌어갈 스마트 기기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들의 수요가 늘어나자 모토롤라, HTC 등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허 공세에 나섰다. 이런 움직임에 맞춰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IV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도 끝없이 특허 소송에 휘말리기보다 비싼 로열티를 주더라도 특허괴물과 손잡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만 특허 관련 비용으로 2300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 가능성이 큰 특허권을 공동으로 사들여 특허 소송을 원천 차단하는 특허방어펀드(RPX)도 인기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77개 글로벌 업체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전 세계 1500개 이상의 특허권을 구입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비용이 엄청나다 보니 소송에 휘말리는 자체로도산하는 기업들이 생겨나는 만큼 특허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IT업계 생존의 화두”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기록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상식’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댔다.  장 교수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편다면 성장여력도 충분하다.”면서 “한·미 FTA가 오히려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파헤친 ‘상식의 오류’를 주제별로 질문·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고도성장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현재 한국 경제는 지표와 체감이 괴리되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과거 같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주장도 많다. 일각에서는 ‘통큰치킨’ 논란에서 보듯 과거 과감한 설비 투자로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던 재벌기업이 이제는 중소 자영업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도 한국경제가 성장여력을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제 살 깎아먹기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끊임없이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보인다’ 하는 비관론을 펴면서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근거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단순하게 말한다면 성장동력을 찾기 귀찮으니까 자꾸 그런 얘길 하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게 맞다. 만약 경제 수준이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라면 그 추세가 완만해야 하는데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6% 정도였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추진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개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증거다.  ‘중국이 쫓아온다’는 샌드위치론도 말도 안되는 궤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와 제일 못하는 나라를 빼고는 세상 모든 나라가 언제나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이 어려운 경쟁 상대라는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가령 태국은 1990년대까지 노동집약을 무기로 한국을 추적했지만 크게 걱정할 게 없다. 임금이 낮은 대신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인 임금 수준도 낮고 기술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게임 끝났다고 볼 게 아니다. 왜 쫒아오는 국가만 걱정하고 도망가는 국가는 무서워하지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중국 추적 때문에 이제는 금융업과 서비스업으로 가자는 얘기가 많지만 그 분야는 이미 선진국들이 단단히 똬리 틀고 앉아 있다. 금융업이 겉보기엔 좋아보여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금융혁신이란 사실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그런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구나 정부가 정말 심각하게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면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수십년짜리 목표를 세우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금융허브라는게 지금처럼 적당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 하는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결국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성장동력 없어진다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언제는 경제여건이 쉬워서 경제발전했나? 언제는 선진국들이 낮잠 자는 틈에 경제성장했나? 충분히 할 수 있다. 불과 수십년 전에 우리는 전쟁으로 모든 게 잿더미가 된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1960년대 포항제철 건설할 때를 생각해보자. 전세계가 다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결국 해냈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FTA를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등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하면서 FTA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끼리 FTA를 체결하는 것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 서로 시장도 커지고 경쟁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와 수준에서 차이가 큰 나라와 FTA를 하게 되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은 현재 국민소득도 그렇고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다. 한국이 미국이나 EU와 FTA를 한다면 자동차나 전자 등 일부 분야는 이득을 좀 볼지 모르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농업 등에선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부품소재를 비롯해 한국이 GDP 4만불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한국이 언제는 FTA 덕분에 고도성장했나. 남들이 미쳤다고 비웃어도 기를 쓰고 기술개발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미FTA가 갖는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는 글을 읽어봐도 한미FTA가 경제성장에 미미한 도움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책연구기관에서 한미FTA 타결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2% 증가라고 했다가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니까 나중에는 6%로 전망치를 바꾼 전례가 있다. 경제학 예측에서는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고 어떤 모델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조차도 한미FTA 명분으로 삼기엔 한참 부족하다.        ●기업자금조달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해야 한다?    ▶돈줄이 막혔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기업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과거 개발 독재 당시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간접금융방식도 없어진 지금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외환위기 이전 방식은 은행중심 경제 시스템인 반면 지금은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이다 (@@@) ‘기왕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되돌리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게 있으면 되살려야 한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환위기 이전 은행중심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은행은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주식시장은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 은행은 기업대출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제일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총대출금 중 80% 정도가 기업대출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가계대출이 85% 정도가 돼 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지금 은행들은 엄청나게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쉽게 돈벌게 해줘선 안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1972년부터 1991년 사이에 한국의 투자자본 조달에서 주식발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3.4%로 영국(7.0%)이나 미국(-4.9%)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돼 버렸다. 이제는 대기업조차 과거처럼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몰려왔다 나가는 과정에서 거시경제까지 불안해진다. 이제는 M&A를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포이즌필이나 스웨덴·벨기에처럼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수도 있다. 독일식으로 노조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을 골고루 참고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논의해야 겠지만 기존 선진국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정책은 관치경제다?    ▶과거처럼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방식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사회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선별적 정책이 나쁘다는 얘길 많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도 항상 선별을 한다. 모든 계열사에 똑같이 지원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 정부가 선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경제발전 단계와 정책목표에 따라 지원방식이나 지원방향은 달라지게 돼 있다. 개입 방식도 은행을 통할수도 있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대규모 조립가공산업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대기업에게 은행대출을 집중해줬다. 지금 단계에선 부품소재산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한 에너지 같은 분야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이나 수출 기업은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내수 기업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제도적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  -1966년 상위 10대 재벌 중 세 곳만이 1974년 상위 10위 안에 남았다. 1974년 상위 10위 기업 중에서 1980년에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런 구조변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는 몇 가지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기업들이 불공정 경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쟁 상대가 될 만한 기업이 성장하는 걸 막는다거나, 하청기업이 기술 개발하면 납품단가를 깎아서 싹을 잘라 버리는 행태가 존재한다. 규제를 통해 그걸 막아야 한다. 단순히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이 잘 이뤄지는데 마음씨가 착해서 그런게 아니다. 정부가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규제를 강화해서 대기업 행태에 제동을 건 덕분이다.  그 다음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취약한게 부품소재 산업이다. 우리나라 무역적자 가운데 일본과 무역하면서 발생하는 적자가 제일 많은데 그 대부분이 부품소재산업에서 경쟁력이 없어서 발생한다. 더구나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품소재 수입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은 어림없다. 문제는 부품소재산업은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보거나 중소기업들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 꼭 개발해야 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기술개발하도록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세번째, 정치적 차원을 봐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침투하는 현상은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지만 한국은 양상이 더 심각하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과거 사회통합과 평등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복지제도에 제약이 많을 때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편 정책이 바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국에 식당이나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것도 과거 그런 방식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유지를 도모해준 덕분이었다. 이게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해왔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들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서비스업이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재벌이 진출하면 생산성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처럼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경쟁에서 탈락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죽기살기로 저항하고 결국 생산성도 못 높이고 갈등만 첨예해지는 것이다. 내 주장은 차라리 대기업에게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대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그 재원으로 기본생활권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식으로 일괄타결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은 세금도 내기 싫고 옛날처럼 사업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은 척결대상이다?    ▶민주화 이후 박정희 정부의 산업정책과 개발계획은 독재시대의 유산으로 취급받으면서 ‘개방과 자유화’가 대세가 됐다. 이를 꾸준히 비판해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독재시대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 하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건 잘했지만 이런건 못했다는 걸 용납을 못하는 자세, 그런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그 이후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그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게 결코 아니다. 사실 민감한 문제라는 건 잘 안다. 당시 투옥되는 등 피해를 본 분드링 많다. 선뜻 용납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이분법을 극복할 때만이 군부독재 유산이 청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위해 주주중심 경영해야한다?    ▶재벌을 비판하는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가 ‘극히 일부 주식만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꾸준히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참여연대 등이 벌인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회사 돈 빼돌리는 총수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일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건 소액주주운동은 국제적 맥락에서 봤을 때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들이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주자본주의와 소액주주운동이 강화됐는데 그 이후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에는 전문경영인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명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주주자본주의 시대에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써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주주자본주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을 한 건데, 박정희 문제 못지않게 재벌문제도 민감하니까 재벌옹호론자로 오해를 산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대타협은 물넌거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을 통해 국가·자본·노동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달성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그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지.  -현실적 조건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얘길 처음 했던 때는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도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던 때였다. 지금은 그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재벌들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6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복지국가를 목표로 제시했을 때 개혁·진보진영에서도 많은 이들이 현실성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 복지국가는 기본 전제로 깔고 방법론을 갖고 논쟁하고 있다. 그걸 지렛대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당시 구상했던 사회적 대타협은 힘들겠지만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물론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 바뀌는 조건 속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벌들 예뻐서 이러는게 아니다. 지금같은 식으로 그냥 놔두면 재벌들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게 다 먹히게 된다.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자본의 출처가 러시아 마피아인지 이탈리아 마피아인지도 불분명한 투자자본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그때는 누구와 싸워야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것보다는 정씨 재벌 이씨 재벌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과 싸우는게 낫다.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재벌들과 타협하는게 낫다. 재벌들 미우니까 재벌 해체하고 외국자본 들여와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다같이 죽자는 것밖에 안된다.        ●복지제도가 경제성장 가로막는다?    ▶‘더 나은 자본주의’로서 ‘복지국가’를 강조하기만 그 길로 가기 위한 ‘동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주체 혹은 동력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그 문제를 지적하시는 분들은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시나리오를 얘기해주길 바라시겠지만 내가 보기에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라고밖에 얘길 못하겠다. 현실적 조건을 봐야 한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복지국가 담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건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정치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이 스웨덴처럼 노조 조직률이 80%를 웃도는 나라도 아닌 상황에서 노동 중심으로 복지국가 하자고 해서는 얘기가 먹히질 않는다. 특정집단이 논의 끌어갈 상황이 아니고, 둘째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도 우리가 주체다 하는 식으로 얘길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마음만 바꾸면 안 될 일도 된다는 점이다. 그게 민주국가가 위대한 점 아니겠는가.        ●복지정책은 빈곤층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    ▶무상복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3+1 복지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과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일단 ‘무상’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반면 의무급식에 대해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부자들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내니까 부자들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를 문제삼으려면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빼고 민주당이 내세우는 3+1 복지정책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나는 보편적 복지확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뺏어서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미국처럼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아지게 된다.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복지를 잘해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가령 복지가 안 돼서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성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의대와 법대로 몰리면서 이공대 기초학문 분야가 어려움에 빠졌다. 복지제도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국가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지가 안되니까 저출산문제가 가중되고, 복지가 안되니까 자녀들에게 엄청난 사교육을 시키려는 과열 경쟁이 벌어진다. 복지가 안되니까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대처 총리가 영국병 고쳤다?    ▶영국은 석유산업과 금융업, 프리미어리그를 빼고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다. 특히 대처 총리의 감세와 복지지출 삭감 등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논거로 자주 거론된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영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장근본주의,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분들이 ‘대처리즘’을 많이 얘기한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영국병’이란 것은 영국병이란 건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영국병은 실체도 없고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당장 경제성장률을 보자.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영국 경제성장률이 1인당 2% 안팎이다. 대처 총리 등장 이후인 1990년대 평균 경제 성장률이 2.2%이다. 변화가 없다.  대처가 과감하게 복지 삭감했다거나 세금을 엄청나게 깎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대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봐도 복지지출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최고소득세율을 엄청나게 깎은 건 맞지만 그건 극히 일부 고소득자에게만 해당될 뿐이고 또 간접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세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특별히 더 작은 정부가 된 것도 아니다.  대처가 노조를 꺾고 세금은 깎고 금융업 키운 것을 두고 영국을 살렸다고 하지만 따지고보면 대처야말로 영국병의 원인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나고 있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의 소득분포 최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율이 1975년에 5.37%였는데 1998년에는 9.57%가 됐다. 대처 총리 정책으로 제조업은 다 무너지고 금융 분야만 강해졌지만 그마저도 미국발 금융위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물론 대처 이전에 영국 노조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가령 산업별 노조가 아니라 직능별 노조가 많다보니 한 직장에 노조가 대여섯 개씩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영진이 노조들과 협상을 마무리해도 노조 하나만 거부해도 파업이 터지는 식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말했듯이 노조가 강했을 때와 노조가 약해진 이후 경제성장률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처가 노조를 희생양삼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와서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책 속표지에 쓴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모가 화제다. 이 메모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것 두세 가지를 꼽아달라.  -먼저 우리나라에 우선 한정시켜 보자면,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 복지 지출(OECD 꼴찌에서 2위, 꼴찌는 국민소득이 우리의 반도 안 되는 멕시코) 등 분야에서도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자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정말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깨진 것을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꼭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이전에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이야기했듯이 선진국이 후진국을 압박하는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지금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선진국들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그런 속에서 후진국 지위를 방금 벗어나 아직도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두 세계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에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자의 역할을 떠맡는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경제학은 계량분석만 잘하면 된다?    ▶한국 사회과학계는 미국식 영향으로 계량분석에만 치중하면서 현실 현실 설명력을 잃고 대중들과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런 고민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온다. 너무 수학이나 통계 쪽으로만 발전하니까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왜 배우는지 잊어버린 셈이다. 영미 경제학계에서도 교육방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다. 왜 배우는지도 모르면서 계량분석만 배워서는 나중에 길을 잃어버린다. 뭘 배울지 목표를 정하고 큰 그림을 배우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테크닉만 배우니까 그것에 빠져 버리는거다.    ▶그동안 제도경제학에 입각해 한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데 천착해 왔다. 한국에선 낯선 분야인 제도경제학을 소개해달라.  -쉽게 말해 ‘덜 추상화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주류경제학은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추상적인 논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경제학은 현실을 좀 더 복합적인 제도의 망과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다. 기업을 놓고 보면 국가별 차이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조직형태나 사회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고 접근한다. 역사적 비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현실을 봐야지 이론만 보면 상상력을 제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드는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자유무역을 중시하면서도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고 대부분 주택을 국가가 공급하고 GDP에서 공공부문 비중도 엄청나게 크다. 어떤 단일한 경제이론으로도 싱가포르를 설명하지 못한다. 현실을 보지 않으면 특정 이론에만 빠지게 되고 그런 눈으로 싱가포르 보면 제대로 설명을 못하게 된다.  사실 제도경제학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제도가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할 정도로 대단히 범위가 넓다. 일반적인 흐름은 제도가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제도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 미치는가를 많이 보려고 한다. 개인은 물론 자유의지가 있고 개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영향 미치는 건 어떤 제도적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스웨덴과 한국에서 똑같이 정부 역할 축소를 말하더라도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같은 환경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관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원고지 89장 분량 인터뷰 전문 수록>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대법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확정 판결로 지사직을 잃은 27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 절차와 결과에 실망스럽다.”면서 “지사직을 잃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현실이 가슴 아프고, 도민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판결 바로 전날인 26일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과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 정치 현안, 2012년 대통령 선거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 지사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 왔으며, 지난해 6월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도 도정과 관련한 인터뷰만 해 왔다.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서교동에 자리잡은 강원도 서울사무소 5층 회의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오전 11시부터 1시간 40분동안 이어졌다. ●대법 상고심 결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지금까지도 백척간두 위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심정으로 살아왔다. 다 잘될 거라 본다. 불교 경전에 나오듯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정치적 탄압’이라고 말하고 싶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 가면서 선한 생각만 가져도 세상을 구제하지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나를 보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이번 판결을 맡은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없다. →박시환 대법관을 만난 적이 있나.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강원도지사 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 사장이 당선될 것으로 보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를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과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했다. →실패한 절반은 무엇인가. -당시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그러다 보니 너무 큰 상처가 났다. 예를 들어 행정중심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국회로 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작다. 국가의 5% 정도밖에는 바꿀 수 없다고 본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아…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이다. 제3의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진화해야 한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나.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러다 홍보수석, 인사수석, 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기존 것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내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잘 이해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었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고…,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다 돌아섰다. 그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했다. 변호사로 기득권층에 진입했지만 사건을 맡기 어려워 직접 찾아가는 인권변호사가 됐고,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선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또다시… 정치가 좀 담백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참여했다. 그 당시 386들은 국가를 경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보나.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들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 봐야 전체 수석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둘 정도였다. 19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그렇게 따지면 김종필 총재도 30대에 정권의 2인자가 아니었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의 전환기 당시 대통령은 루스벨트, 케네디,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이었다.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다. →386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공통된 지향점이 남아 있나. -세대의 에너지라는 것이 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이유가 뭔가. 그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를 겪었다. 그러니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386세대도 마찬가지다. 데모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80년대에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척박한 현실에서 몸으로 앞서 나가고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하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안희정, 유시민, 김두관, 문재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가운데 60%는 노 대통령이,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씩 갖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한 말이다. 나는 오히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참여정부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와 안 지사, 김 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재인 전 비서실장 중에서 노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켰지.(웃음) →문 실장이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30초 넘게 고심을 하다가) 잘 모르겠지만, 문재인 실장이 손학규 대표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했으면 좋겠지.(웃음)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이 없나.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분이다. 다만 지금은 민주당이 아니니까. →다섯분 가운데 정치 지도자로서의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가장 낫나고 보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이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안희정 지사와는 협력 관계인가, 경쟁 관계인가.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정치현안과 2012년 대선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개헌은 해야 하지만, 시점을 놓쳐 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가 아닌가. 어떤 개헌이 필요한 가는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으로 보나.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정치인,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의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특히 동북아 지역의 명운을 가르는 해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향후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몰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개헌 문제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웃돈다. 이 지사는 몇점을 주겠나. -이미 대통령인데,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또 서민경제가 어렵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이 두 가지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지사 본인에게는 몇점을 주고 싶나. -나는 지사 업무 수행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50점쯤 주겠다. 강원도에서 나의 지지율도 그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포용과 통합이다. 국민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일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또 동북아 평화와 물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 대세론’이 강하다.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순간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앞으로 대통령의 비즈니스 역할이 커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멋진 승부를 벌이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 없이 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한나라당에서는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예측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현재 박 전 대표와 1대1로 붙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보나. -그걸 말할 수 있나. 나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지지율 23%포인트까지 뒤졌다가 1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결국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가진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다. →정치권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었는데, 이데올로기가 없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만 봐도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정부 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어느 하나가 옳을 수 있나.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할 때 각 부처 최고의 엘리트들과 일한 경험이 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불교신자다. 본인의 종교가 정치 활동에 영향을 미치나.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참여정부 때 실세여서 강원도에 예산을 많이 주도록 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다만 나는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그때뿐이다.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분들이 보수적인데 왜 작년에 민주당 후보인 이 지사를 선택했다고 보나. -첫째,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 둘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안다는 점. 셋째, 그래서 도지사 시켜 일하게 한 다음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강원도지사 선거 때 공언한 대로 10년 후 대통령 선거에 나올 건가.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와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전문 (200자 원고지 89장)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오바마 새해 국정연설 무얼 담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저녁 9시(한국시간 26일 오전 11시)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새해 국정연설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진 등 경제를 화두로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연말 최종 타결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의 의회 제출 일정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북한의 도발 중지와 6자회담 재개 가능성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언급할지도 관심거리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쪽에서도 한·미FTA를 비롯해 콜롬비아, 파나마 등 미국이 이미 체결할 3개 FTA 이행법안의 의회 제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랍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은 2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국정연설에서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트먼 의원은 지난 2006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서 한·미 FTA 협상을 개시했으며 “미국 제품 수출 시장을 개방시키는 것은 고실업률 타개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토머스 맥라티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좌역이었던 넬슨 커닝햄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FTA 발효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은 재선 가도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조속한 FTA 이행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한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집권 2년 동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일을 했지만,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나머지 임기 동안 자신이 추진한 일들이 뒤집어지지 않게 방어하는 일이 공격적으로 일을 추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CSM은 오바마가 경제부양정책, 의료보험 개혁, 금융 규제강화, 러시아와의 핵무기규제 협정 등 많은 일을 해냈지만 아직 성과는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또 9.4%에 달하는 실업률을 끌어내리고, 더욱 격화되고 있는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하고, 경제 회복을 가속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기고] 역병(疫病)과 공공선(公共善)/천대윤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

    [기고] 역병(疫病)과 공공선(公共善)/천대윤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

    구제역은 소, 양, 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입(口)과 발굽(蹄)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 전염병이다. 올 구제역은 심각하다. 영국은 2001년 구제역으로 3조원의 관광산업 피해를 보았다. 만약 이러한 역병이 인간에게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고대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의 아테네 역병 생각이 난다. 기원전 431년 시작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스파르타의 주축인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아테네가 주축인 델로스 동맹 간에 벌어진 그리스 내전이다. 펠로폰네소스 침입 직후 아테네에 역병이 발생했다. 그 역병은 아테네 인구의 약 3분의 1을 사망케 했고, 사회, 도덕, 법제도, 정치, 군사 등 국가사회시스템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절제와 도덕의 공공선을 중히 여기던 공동체 정신이 사라졌다. 선동 정치가들이 판을 쳤다. 사회적 무질서의 아노미 상태가 됐다. 아테네인들에게 용기를 주던 군인이자 지도자였던 페리클레스가 역병에 걸려 사망했고, 군사의 약 4분의 1이 사망했다. 역사를 통해서 볼 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 역병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사회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니 대비책이 필요하다. 당시 아테네는 해상무역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여 풍요와 정치사회적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역병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이 무너졌다. 예방과 관리의 국가사회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야 한다. 항상 점검, 평가와 피드백, 그리고 개선이 있어야 한다. 둘째, 역병 등 위기에 대응하는 네트워크형 위기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국가사회 전체적으로 종합시스템 네트워크를 갖추면서도 지역적으로 기동타격대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각 노드(node)에는 행정체제는 물론이고 전문 의사, 군인, 시민, 정치인들이 합심해서 결집해 있어야 한다. 셋째, 군집행동은 역병과 같은 위기 시에 큰 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의 구제역 피해 돼지와 소들처럼 아테네 사람들은 들판에 흩어져 있기보다는 성벽 안으로 모여들어 군집하고 있어 재앙은 빨리 확산됐다. 군집형보다는 분산형 대피가 역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 시 지하철 대피장소로 군집하도록 하는 지금의 대피방식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기존건물이든 신축건물이든 개인주택, 공공기관, 기업건물, 아파트 등에 지하실을 튼튼하게 구축하도록 법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 초기대응체제와 전략체제 강화가 필요하다. 아테네인들과 장수들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기존의 전쟁전략을 수정하지 않았다. 나중에 수정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오늘날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가뭄, 홍수, 용수부족 등의 기상재해, 농축산물 수확감소, 각종 질병의 증가 등이 예상될 수 있다. 다섯째, 공동체 삶의 공공선 강화가 필요하다. 역병이 발발하면 아테네 상황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은 더욱 상처받고 절망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이들을 치유하고 돕는 상부상조의 협동체 정신과 공공선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 사회교육, 기업교육, 국가교육이 필요하다. 함께 깨어 있어서 발전적이고 진취적으로 대비한다면 이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 [데스크 시각] ‘신종 샌드위치’ 한국의 생존전략/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신종 샌드위치’ 한국의 생존전략/오일만 경제부 차장

    2006년 4월 20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 하나가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백악관 환영식장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의 소매를 ‘기분 나쁘게’ 잡아당기는 모습이었다. 식전 행사가 끝난 것으로 착각한 후 주석이 단상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오만한 표정과 후 주석의 일그러진 얼굴이 오버랩됐다. 미국은 이날 타이완(Republic of China)의 호칭을 사용했고, 중국 당국이 극도로 기피하는 파룬궁 시위마저 방치했다. 미국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중국인들은 한동안 ‘굴욕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절치부심, 5년의 세월이 흘렀다.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언론들은 ‘세기의 담판’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중국의 위상이 불과 5년 만에 주요 2개국(G2)으로 우뚝 섰고, 미국도 최상의 예의를 갖춰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달도 차면 기울 듯, 전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구가하던 미국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2극, 다극체제로의 변화는 어찌할 수 없는 대세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 형국이 된 한국의 자화상이다. 샌드위치라는 말은 200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흥 중국과 기술력에서 앞선 일본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의 어려움을 빚댄 말이다. 하지만 2011년의 상황은 당시보다 더욱 엄중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변수로 G2(미·중)의 글로벌 경제패권 전쟁을 꼽는다.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환율과 금리, 재정 등 모든 경제전략을 놓고 불꽃 튀는 대결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의 환율 갈등은 길고 긴 경제전쟁의 서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한반도 냉전체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진행형’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을 중국은 대중 포위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분간 한·미·일 3국과 북·중·러 3국이 대립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안보적 입지는 더욱 좁아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안보의 최대 파트너(미국)와 경제의 최대 협력자(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생존 전략을 펴야 하는가. 우선 한국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소규모 개방경제’의 모순이 집약된 곳이다. 온갖 외풍이 곧바로 우리 경제에 직격탄으로 날아오는 구조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우리의 무역 의존도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82.4%로 G20 국가 중 가장 높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규모(1168억 달러)는 이미 미국과 일본을 합쳐 놓은 액수보다 더 커졌다. 중국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의 길목을 선점해서 역량을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바로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18계인 ‘금적금왕’(擒賊擒王)의 전략이다. 적을 제압하기 위해 가장 핵심부인 적장부터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히 중국은 산업재편 과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차 5개년 경제개발 규획(規劃)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와 바이오, 신소재 등 6대 분야를 핵심 전략산업으로 결정했다. 중국기업들도 일본과 한국기업의 성장 경로를 따르지 않고 곧바로 첨단 산업에서 승부를 보는, ‘도약형 성장’을 택했다. 중국이 향후 10년 동안 집중투자에 나설 6대 미래 지식기반 산업을 우리가 빨리 선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거대중국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지만 중국이 한국에서 기술과 지식을 사가도록 경제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고래등(중국)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고 일갈한다. 결국 용중(用中)의 국가전략은 ‘샌드위치 한국’이 피할 수 없는 외통수인 것이다. oilman@seoul.co.kr
  • [CEO 칼럼] 토끼의 지혜와 희생을 배우자/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CEO 칼럼] 토끼의 지혜와 희생을 배우자/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신묘년 새해가 벌써 1월의 중턱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정작 1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토끼띠가 아닌 범띠라고 한다. 띠는 우리 전통의 태양력, 즉 24절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새해 첫 계절의 시작인 입춘을 기점으로 토끼해가 시작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렇게 보면 양력과 음력, 그리고 입춘까지 우리는 매년 세 번의 설날을 맞이하는 셈이다. 올해는 2월 3, 4일 하루 사이로 음력설과 입춘을 맞는다. 양력설부터 온갖 매체에서 풍성한 토끼 이야기들을 쏟아냈지만, 진정한 토끼해의 시작인 입춘을 맞아 다른 관점에서 토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토끼처럼 다양한 캐릭터로 묘사된 동물도 많지 않다. 때론 게으르고 자만하게 설정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지와 지혜를 발휘하는 기민한 동물로 비쳐진다. 실제 습성도 위험을 대비할 줄 알고, 민첩하게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니 토끼의 영특함은 단순히 꾸며낸 얘기는 아닌 듯싶다. 토끼의 숨은 참모습은 ‘희생정신’에 있다. 석가의 전생 이야기를 다룬 ‘본생경’(本生經)에는 배고픈 탁발승을 위해 부정한 음식을 공양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제 몸을 불에 던져 ‘소신공양’하는 토끼의 일화가 나온다. 토끼는 선행으로 영원히 ‘달’(극락)에 살게 되었고, 지금까지 우리 마음속에 달의 정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토끼의 숭고한 보시와 탐욕 없는 마음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정·재계 신년 화두는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이 주를 이룬다. 상생이란 개념은 오래 전부터 슬로건으로 올라온 단골메뉴다. 그만큼 이뤄내기 어려운 세태의 반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환경이 변화하면서 과거 정치적 미사여구에 불과했던 이런 개념들이 필연적 실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국가 중 가장 먼저 국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6.1%의 경제성장과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 돌파,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417억 달러) 등을 달성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분기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가지수도 새해부터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갈 만큼 자랑스러운 경제지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마땅히 수혜자가 되어야 할 대다수 서민은 치솟는 물가와 전세가, 늘어나는 교육비와 세금 부담, 최근엔 전쟁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치며 높은 경제성장을 체감하지 못하고 여전히 깊은 생활고와 씨름하고 있다. 성장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치열한 경쟁 속에 생존만을 갈구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지금 곤경에 처해 있는 이들 모두가 기업경영에 주 고객인 동시에 협력자임을 기억해야 한다. 실적 달성에만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와의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는 스마트경영이 최근의 대세다. 이제 기업은 과욕을 버리고 고객을 포함한 모든 협력자와 보폭을 맞춰야 생존과 성장을 할 수 있다. 월가 금융엘리트들의 끝없는 과욕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초래됐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대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신비한 술잔이 있다.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고자 술을 70%만 채울 수 있고, 그 이상 채우면 저절로 새어 나간다고 한다. 공자는 계영배를 항상 곁에 두고 욕심과 지나침을 경계했다. 공자가 자공에게 말한 ‘과유불급’(過猶不及)과 그 의미가 통한다. 계영배에 채우지 못한 30%는 다른 이에게 베푸는 배려가 필요하다. ‘본생경’의 토끼도 탐욕이 없었기에 자기를 희생할 수 있었다. 진정한 상생을 이뤄내기 위해 강자는 탐욕을 버리고, 약자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또 강자는 희생과 배려를, 약자는 자기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새해는 토끼의 지혜와 희생을 마음에 담고 긍정과 도전의 자세로 정상을 향해 큰 발을 내딛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 한·중·일 3국이 최대 경제권 형성…100세 이상 장수 ‘호모 헌드러드’

    한·중·일 3국이 최대 경제권 형성…100세 이상 장수 ‘호모 헌드러드’

    10년 뒤 한·중·일 3개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권을 형성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축통화에서 미국 달러화 독점 체제가 무너지고, ‘가사로봇’과 ‘탄소제로 주택’, ‘100세 장수인’ 시대가 열린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글로벌 2020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거나 멀게만 느껴지는 열 가지 주요 현상이 불과 10년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첫 번째 예측은 한국, 중국, 일본의 3개국이 2020년까지 경제 통합으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동북아 역내 무역이 3개국 전체 무역에서 70%를 차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권으로 성장하고, 동북아 지역으로 전 세계 유학생의 15%가 몰린다는 내용이다. 3개국의 국내 총생산을 합하면 유럽과 미국도 제치게 된다. 연구원은 이를 한·중·일 3개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동북아 전성기’라고 불렀다. 다만 이러한 질서 재편 과정에서 기존의 이념과 종교는 물론 광물자원, 정보주권 등을 둘러싼 국경 없는 전쟁이 복합적으로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의 중심이 다극화해 달러화와 유로화는 물론 위안화 또는 다른 형태의 아시아 공동 통화 등이 지역 기축통화로 쓰일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일상생활에서는 가사와 여가 등 개인 서비스를 돕는 ‘마이 로봇’과 수소 연료전지가 탑재된 자동차와 주택이 널리 보급될 것으로 봤다. 연구원은 또 “세계 31개국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는 가운데 100세 이상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호모 헌드러드’ 시대가 열리고 가상 인격을 통해 관계를 맺고 정보를 획득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권력을 쟁취하는 ‘네오 시민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황색 인종의 이동이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제3의 세계화’, 남북 평화체제와 경제통합이 이뤄지는 ‘한반도 르네상스’, 속도를 중시하면서도 느림의 미덕이 강조되는 ‘패슬로 비즈니스’를 주요 변화로 꼽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책꽂이]

    ●비틀스 앤솔로지(비틀스 지음, 오픈하우스 펴냄)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비틀스 멤버 네 사람이 직접 이야기하는 ‘비틀스 자서전’ 정본이자 ‘비틀스 백과사전’이다. 멤버들의 유년기부터 팀의 결성과 해체에 이르기까지 과정 동안 삶과 사랑, 그리고 음악의 여정을 빼곡히 담았다. 2000년 출간 당시 35개국의 비틀스 팬들이 책을 접했지만 한국만 빠졌었다. 1300여장의 사진이 생동감을 더했다. 9만 8000원. ●경제전쟁(조군현 지음, 지상사 펴냄) 미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졌던 환율 갈등의 내막과 경과를 샅샅이 살펴보며 전망까지 담아냈다. 무역과 환율의 관계 속에서 경제 문제를 다루면서 그것을 축으로 정치, 외교, 문화, 사회 분야까지 살펴보고 있다.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자립을 꾀하는 일본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투영해볼 수 있다. 27년 동안 거시경제 정책과 실무를 담당해온 현직 한국은행 팀장으로서 경제를 바라보는 깊은 안목이 느껴진다. 1만 4000원.
  • [서울신문 신년특집] 새해 경제 기상도- 경제성장률·증시 등 전망

    [서울신문 신년특집] 새해 경제 기상도- 경제성장률·증시 등 전망

    신년 벽두에 올해 경제사정이 썩 좋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전문가들의 관측을 그대로 옮기는 수준이라고 해도 그렇다. ‘여태까지도 경제 성장률과는 별개로 개인들의 체감경기는 안 좋았는데 앞으로 더 그렇다고?’ 2011년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지난해에 크게 못 미칠 것이란 얘기는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대부분 경제 연구기관들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 가며 경기 확장세가 둔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주요기관 경제전망 대표적인 거시지표인 경제 성장률(국내총생산 증가율)이 2010년(한국은행 추정 6.1%)에 비해 최소 1% 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게 예측기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는 연간 성장률을 5%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기관들보다 꽤 높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전망치에는 정책 의지가 담겨 있어 순수한 관측치는 이보다 낮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3.8%, 하반기 5.0% 등 올해 연간 4.5%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나머지 연구기관들은 대개 4%대 초반이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4.2%로 전년보다 2% 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 3.8%, LG경제연구원 4.1%, 현대경제연구원 4.3%, 한국경제연구원 4.1% 등이다. 해외의 시각도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당초의 4.7%에서 최근 4.3%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기존 5%에서 4.5%로 내렸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6%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워낙 힘든 2009년을 보낸 데 따른 반작용의 측면이 강하다. 낙폭이 컸기 때문에 약간의 호전만으로도 대단한 실적을 낸 것처럼 보여지고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런 기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부진 지속, 중국의 인플레이션 현실화, 남유럽 재정불안의 악화 등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외 악재들이 모두 상당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상태다. 가계부채 위험 증대, 부동산시장 부진 지속 등 국내의 불안 요인도 적잖다. 하지만 성장률이나 무역수지 등 거시지표들은 개인들에게 확 체감되지는 않는다.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외형지표 자체보다 실제 내가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풍족하게 돈을 벌어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느냐다. 이를테면 경제 성장률이 4%여도 국제교역, 고용사정, 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라 개인 실질소득은 6%가 늘어날 수도 있고 2%가 늘어날 수도 있다. 또 연간소득이 4000만원에서 4200만원으로 5% 뛰어도 물가가 4% 오른다면 실제 느끼는 소득 증가율은 1%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실 체감경기는 지난해에도 좋지 않았다. 소득, 고용, 물가 등 지표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6%대 성장률이 무색할 정도였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전기 대비 경제 성장률은 0.7%였지만,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2%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서민경제를 중심으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따로 노는 현상이 올해 한층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확대되고 있는 교역조건(수입단가와 수출단가의 교환비율) 악화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혁신과 국제경쟁 등으로 반도체 같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제품의 단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면 원유 등 주요 수입품 가격은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역조건 악화는 경제성장의 열매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주범이다. 올해 실업률은 3%대 중반(한국은행 3.5%, KDI 3.6%, 삼성연 3.5%, LG연 3.7%)으로 예측돼 지난해(한은 3.8% 추정)보다는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난망이다. 올해에도 나랏돈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다는 사실은 고용난 해소가 어려울 것임을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물가 상승도 서민경제를 위축시킬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대부분 연구기관들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3.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각 부문 지표 전망 증시 “코스피 2500 돌파 무난” 환율 “최악 세 자릿수 대비를” 부동산 “바닥 찍고 소폭 상승” 올해에는 지난해 천문학적으로 풀린 유동성에 따른 스필오버(spillover)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남유럽 신용불안 등 기존 악재가 걷히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경제가 회복의 본격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시 재평가시대 돌입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회복한 올해 증시를 압축하는 키워드는 ‘리레이팅’(재평가)이다. 이익 수준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가치와 절대이익 규모의 증가, 부동산시장 안정과 같은 변동성 축소, 주식형 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 등이 국내 주식시장을 저평가 국면에서 해방시킬 주요 단서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올해 기업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더라도 현재 9배 후반대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이 11~12배로만 올라도 코스피지수가 2400~2500선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 하락세 계속 이어질 듯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변수는 자본 유·출입 규제 강도와 프랑스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의 환율전쟁 봉합 여부, 인플레이션 추이 등이다. 대우증권은 지난해보다 15% 절상돼 연말 원·달러 환율이 950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4분기쯤 미국이 조기에 유동성을 흡수할 경우 환율이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부동산 “상승폭 제한적” 최근 회복 신호를 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올해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오는 3월 8·29정책이 종료되면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늘기 때문에 기조 자체가 크게 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황규완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한 대기수요가 있고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재계약자가 많아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 수요는 많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올해 주택가격 상승폭은 3~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채권 금리는 ‘상고하저’ 채권 금리는 1분기까지 오르다 하반기 하락세의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양적완화가 내년 상반기 말까지 진행되면서 이 효과가 실물경제까지 전이,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채권 금리도 따라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증시 상승세로 시중 자금의 위험자산으로의 이동 가능성이 커졌고 공공요금 인상, 수입물가 인상 반영, 임금 인상 등이 1분기까지 진행되면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다시 진입하면서 금리 상승 압박이 높아진다. 하지만 하반기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적극 올리기 어려워 채권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지구촌 ‘희토류 전쟁’ 불붙었다

    지구촌 ‘희토류 전쟁’ 불붙었다

    2011년 지구촌은 희토류 전쟁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내년 상반기 희토류 수출 쿼터를 대폭 축소키로 하면서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국 전자업계 등 관련 업체들이 물량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자원 전쟁’에 들어갔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30일 전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희토류 합금류와 경금속 및 중금속 등에 대해서도 별도의 수출쿼터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업체들의 대응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내년 상반기 국내외 31개 기업에 희토류 1만 4446t의 수출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상반기 2만 2282t보다 약 35% 줄어든 규모다. ●中 “희토류 관리 강화는 환경 보호차원” 중국이 자국 내 수요 증가, 자원 보존 및 환경 문제를 들어 더 이상 헐값에 희토류를 대량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미국은 즉각 민감하게 맞섰다. 이달 초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뜻을 밝혔던 미 무역대표부(USTR) 캐럴 거스리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 같은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희토류 개발, 생산관리 강화는 환경과 수요를 보호하려는 것이며 WTO 규정에 부합한다.”며 “다른 희토류 보유국가들도 적극적인 개발과 공급의무를 져야 하고 선진기술을 가진 국가들은 관련 기술을 중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애플, 소니 등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미국과 일본업체들은 충격에 빠졌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희토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미 대체소재 개발에 들어간 소니는 희토류 활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희토류에 굶주린 일본은 산업폐기물로 간주되는 폐(廢)유리 조각 수입에 특히 열을 올리고 있다. 회수기술을 이용, 폐유리 조각 등에서 란타늄, 세륨 등 희토류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리를 녹여 희토류를 뽑아내기 위해 최근 미쓰이 등 일본 종합상사들이 중국으로부터 폐유리 조각 수입량을 대폭 늘렸다고 해방일보 등 중국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중국 언론들은 일본이 겉으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크게 반발하면서 뒤에서는 몰래 중국 희토류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폐유리 조각 수입을 일종의 ‘밀수행위’로 지목하기도 한다. 중국 상무부와 세관이 지난 11월 1일부터 폐유리 조각의 수출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日, 폐유리서 란타늄·세륨 등 추출 정밀기기나 TV,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특수유리에는 란타늄 등 다양한 희토류 원소가 포함돼 있으며, 추출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폐유리 수입에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쓰이, 이토추 등 일본 종합상사 직원들이 중국 내에서 열리는 각종 희토류 관련 대형 국제회의 등에 몰려드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희토류 관련 정보수집 등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0월 초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수흐바타린 바트볼드 몽골 총리와 몽골 내 희토류 개발 지원 등을 논의할 때 일본의 종합상사 대표들이 대거 배석하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수요는 연간 11만t으로 중국이 이 가운데 약 75%를 차지하고 미국, 유럽 등이 뒤를 잇고 있다. 2015년 세계 희토류 수요는 지금의 2배 이상 늘어난 25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희토류 전쟁 내년에도 계속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관세를 인상하고 내년 상반기 희토류 수출쿼터를 축소하는 등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자 미국 등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거론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에 중국과 서방국가 간의 희토류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중국 정부는 환경과 자연보호 등을 이유로 내년부터 일부 희토류 제품의 수출관세를 현행 15%에서 25%로 상향조정한 데 이어 내년도 상반기 수출쿼터를 올해의 1만 6304t보다 11.4% 줄어든 1만 4446t으로 줄인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당장 미국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쿼터 축소방침 발표 직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 측에 이 같은 우려 입장을 전달했으며, 관련 당사자들과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에 희토류 수출 규제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 왔으며, 중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WTO 분쟁 해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400여개 품목에 대해 내년 4월부터 특혜관세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등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일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번 기회에 희토류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희토업협회를 내년 5월쯤 발족시켜 정부와 호흡을 맞춰 희토류 광물 채굴, 정제, 희토제품 생산, 수출 등을 조율토록 할 방침이다. 민간조직 뒤에서 희토류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전 세계 희토류 수요의 90% 이상을 독점적으로 생산해온 중국은 지난해 만든 ‘2009~2015년 희토공업 발전계획’을 통해 2015년까지 희토류 연간 수출 규모를 3만 5000t 이내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전체 수출물량은 3만 258t으로 지난해 보다 40%나 줄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송년기획] 거침없는 이재오·박지원, 노회한 박희태, 솔직한 김무성

    [송년기획] 거침없는 이재오·박지원, 노회한 박희태, 솔직한 김무성

    2010년, 정치부 기자들에게는 ‘당근’도 없이 ‘채찍’ 소리만 요란한 한해였다.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조사가 5월 20일까지 이어졌고, 조사 결과 발표 뒤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6·2 지방선거가 열려 지방권력의 교체를 가져왔고, 6월 29일에는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논란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9월 27~28일에는 북한 김정은 3대 세습이 표면화됐고, 11월 초 방북한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의 북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로 한반도의 핵 위기가 다시 부각됐다. 11월 11~1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를 미처 평가하지도 못했는데,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고 한·중 간의 외교적 갈등이 부각됐다. 또 12월 3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1년 내내 이어진 4대강 사업 논란도 모두 정치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은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쉴 수 없었고, 그것은 올해 우리나라가 정치, 안보, 외교적으로 큰 도전을 받은 한해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의 싹이 트고, 위기에서 큰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우리에게 다가왔던 2010년의 도전들이 2011년에 새로운 국가 발전의 비전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들이 그런 취지에서 출입처별로 가장 중요한 취재원을 소재로 삼아 2010년을 마무리하고 2011년을 여는 송년 칼럼을 썼다. MB는 누가 뭐라 해도 서민적 누가 뭐래도 이명박 대통령(MB)은 서민적이다.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 식당에 들러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동행한 참모진이나 기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부지런한 것도 타고났다. MB식 해외출장에 출입기자들은 체력이 다 바닥이 났다. 군더더기 일정은 다 빼고 강행군 일정을 잡는다. 거리가 멀어도 1박 2일 또는 2박 3일로 스케줄을 잡는 경우가 많다. 드디어는 밤 12시에 출발, 왕복 비행기에서 이틀밤을 새우는 ‘1박 4일’ 출장까지 등장했다. 출장이 너무 힘들어 모 신문 기자는 ‘카카오톡’에 ‘1박 4일 금지’라는 글을 올려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을 가졌다는 건 국민에겐 행운이다. 그런데 서민적인 대통령이 이렇게 열심히 뛰었는데도, 올 한해 MB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8·8 개각 후유증, 총리실 민간인 사찰, 예산안 파동 등 드러난 악재 때문이다. 하지만 숨겨진 이유는 따로 있다. 경제가 살아났다고 말은 하는데,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공정사회’를 목청 높이 외쳤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글쎄…”라는 반응이 더 많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때도 행동은 없고 말만 많았다. 새해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좋은 평가를 못 얻는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소신·일 ’로 밀어붙이는 金총리 김황식 총리는 ‘곱게 늙은’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을 준다. 지방 세족(世族)의 막내아들로 곱게 자란 데다 공직 생활도 승승장구하다 보니 세상의 신산(辛酸)한 맛을 보지 않은 이력 때문이다. 이는 곧잘 ‘성골’(聖骨)로만 살아온 ‘무색무취’한 인물이라고 폄하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면 김 총리는 뚜렷한 소신을 보여준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에 청와대에서 지급한 ‘대포폰’이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 “만약 대포폰 사용이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졌다면 극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원 면책특권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은 의원의 소신 있는 행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이를 남용해 개인의 명예훼손을 하라고 만든 제도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소신이 지나쳐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취임 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료로 지하철 탑승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소신을 바탕으로 김 총리는 조금 거창해 보이는 ‘자유’와 ‘평등’, ‘박애’를 추구한다. 자유는 자본주의, 평등은 사회주의 이념체계인 만큼 상호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두 개념을 완충시키기 위해 ‘박애’를 넣었다는 것이다. 박애는 나눔·배려로 해석된다. “일로써 말하겠다.”는 총리가 2011년 새해, 세 개념이 충돌하지 않도록 어떻게 절충해 낼지가 관심거리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마음에 안드는 질문엔 역공세 정치부장의 즐거움이자 부담 가운데 하나는 정부 및 정치권의 고위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기회 또는 ‘의무’였다. 올해 정치권에서는 박희태 국회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민주당의 정세균·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대대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를 한 차례씩 인터뷰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는 권익위원장 및 장관 시절 한 차례씩 인터뷰를 가졌다. 가장 재미있었던 인터뷰는 여당의 실세라는 이재오 장관과 야당의 실세라는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대담이었다. 실세이기 때문인지 그들의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고, 그 때문에 인터뷰 기사의 파장도 컸던 것 같다. ‘최고의 대변인’으로 일컬어졌던 박희태 의장의 답변은 노회했고, 정세균 대표의 말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말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사에 쓸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손학규 대표는 공세적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에는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이회창 대표나 검사 출신 안상수 대표의 답변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핵심을 짚었다. 내년에도 더욱 다양한 정치 지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도운 정치부장 dawn@seoul.co.kr 현 장관式 남북관계 ‘새 집’ 기대 지난 8월 초, 1년간 해외연수 후 귀국해 다시 만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표정은 밝았다. 2009년 2월 취임 후 ‘북한을 잘 모르는’ 국제정치학자 출신의 통일장관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딛고 일어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안함 사태 후 통일부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5·24조치’로 통일부가 오랜만에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 강경정책의 중심에는 현 장관이 우뚝 서 있었다. 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꼬이고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이 구상은 “무대책의 기다림 전략”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현 장관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현 장관은 최장수 통일장관 자리를 넘보고 있다. 관가에서는 “현 장관이 대통령과 독대도 자주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제시한다.”는 후문이 있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에게는 뒤진다는 평가다. 현 장관은 최근 한 학술회의 축사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가 지을 ‘새로운 집’은 무엇일까. 2011년, ‘현인택 호’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김춘추·인조의 용기’서 오락가락 인조(仁祖)는 결국 삼전도에서 투항했다. 그 겨울날의 추위는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언 땅에 머리를 찧는 인조의 마음속을 헤아리는 일은 쉽지 않다. 김춘추(金春秋)는 반도의 귀퉁이에서 군사를 일으켜 삼국 통일의 길을 열었다. 승리의 환호는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지만 김춘추의 심중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의 스코어보드는 인조를 패자로, 김춘추를 승자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스코어보드는 인간세(人間世)의 모든 국면을 담아내지 못한다. 패자는 살상을 줄임으로써 나라를 보존했고, 승자는 적에 버금가는 피를 흘렸다. 그러므로 인조의 치욕을 용기라 부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우리는 심각하게 용기에 대해 생각했다. 군함이 공격받고 섬이 폭격 당하고 중국이 방자하게 나올 때, 우리는 응징의 용기로 충천했으나 한편으로는 참는 것도 용기라고 자위했다. 우리는 김춘추의 용기와 인조의 용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했고, 결국 인조의 용기를 택했다. 그런데 해가 저무는 지금, 김춘추의 국력을 갖고서도 인조의 용기에 기댄 게 아닌가 하는 이물감(異物感)을 떨칠 수 없다. 인생을 연극이라고 할 때 우리가 부조리극을 연기한 것은 아닐까.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강군·야전형 군인’ 육성 말로만 지난 3월 천안함은 북한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침몰했고, 11월 연평도는 ‘상식 밖의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정부와 군이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속은 시원치 않다. ‘강군’과 ‘야전’을 말로만 강조해 온 우리 군의 자화상이다. 역대 국방장관들은 늘 ‘강군’과 ‘야전’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국방부는 장관들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어 왔다. 6·25 전쟁의 뼈아픈 기억으로 우리 군은 늘 강군 육성을 계획했다. 얼마 전 초야로 돌아간 김태영 전 장관 역시 그랬다. 돌아보면 김 전 장관은 재임 중 군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장관 재임 중에도 국방부는 많은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결국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장관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그리고 뒤이어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했다. 국방부는 또다시 계획을 내놨다. 계획을 뜯어 보니 행정화·관료화된 문화를 없애고 전투 훈련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외모는 다르지만 유전자는 같다. 2011년 새해, 김 장관이 지난 60년간 세운 우리 군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北 경제난에 신음 …南 흡수통일로 가나

    北 경제난에 신음 …南 흡수통일로 가나

    “북한이 살 만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부 특권층뿐이다. 그들은 화려한 복장으로 결혼식 야외촬영을 하고, 여가활동으로 축구를 즐기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다. 엘리트층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나무를 때는가 하면, 길거리에는 고구마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1일까지 엿새간 평양에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주 주지사의 방북 활동을 취재한 자사 베이징 특파원의 르포를 26일(현지시간) 게재하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사회의 모습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정권 붕괴의 임박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승계를 둘러싼 정치적 암투의 조짐을 목격하지는 못했다.”면서 “다만 지금 북한이 국제사회의 원조와 무역 재개를 바라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4년간 김일성 출생 100주년인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기치로 내걸고 선전에 열을 올려 왔다. 그러나 목표시점까지 불과 18개월을 남겨 놓은 지금 북한은 폐쇄된 공장들과 바닥까지 추락한 수확량,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어린이들로 신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초청한 이유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유화적인 제스처를 통해 국제 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리처드슨 주지사의 말을 인용, “북한 당국자들은 연료와 식량이 모자란다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부과된 경제제재도 완화돼야 한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고립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에서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토크로 매일 1회씩운항하고, 방문자들의 휴대전화는 모두 압수한다. 인터뷰는 물론 호텔 주차장 밖을 쳐다보는 것조차 관리들이 제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김정일 정권이 인민들의 희생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남한이 더 잘산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모두 김 위원장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평양 지하철 부흥역에서 평양 시민들은 남한과 군사적 충돌에 관한 기사를 읽었으며 한 남성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핵사찰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핵시설을 한 차례 안내하겠다는 뜻이 와전된 것이라고 한·미의 북한 교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또 북측이 밝혔다는 ‘핵 연료봉 1만 2000개 매각’ 의사와 관련해서도 북한 측이 국제거래 가격보다 5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남북한과 미국 공동의 군사위원회 설치와 남북 간 핫라인 개설에도 리처드슨 주지사의 발언과 달리 북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당국자 “北 붕괴가 더 빠를 것” 정부가 대화(와 제재)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킨다는 기존 전략에서 북한의 자체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듯한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수년간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정부 관계자는 27일 “최근 북한이 저지른 행동을 보면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붕괴되는 것을 기다리는 쪽이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부 안에 이런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우라늄 핵개발 시설을 공개한 것은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이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은 북한 체제가 외부의 선의(善意)에 의해 변화될 성질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동포 간담회에서 “머지않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 이는 중대한 변화이며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에도 이 대통령은 사회통합위원회 회의에서 “주시해야 할 것은 북한 지도자들의 변화보다 북한 주민의 변화다. 많은 탈북자가 오고 있다.”며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있는 어떤 권력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통일 임박론과 함께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보는 뉘앙스의 발언을 자주 하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도발까지 일삼자 이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도 지난 26일 발간한 내년도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연평도 군사공격을 “북한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체제 급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현실을 감안해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정부 간 철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도발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짓을 연거푸 저지르자 북한이 내부 통제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미국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맘 때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등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던 것과 분명 대조적인 기류다. 이 같은 정부 내 분위기를 감지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7일 “정부는 무리한 북한의 붕괴나 흡수통일을 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금기시돼온 ‘흡수통일’ 개념을 진보성향의 북한 전문가가 천명하는 등 논란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23일 사회민주주의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 변화를 전제한 점진적 평화통일을 추진하되 어느 시점에서 붕괴에 의한 급격한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에 접근하는 경로”라고 주장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北에 돈 줬지만 효과없어…현 대북정책 유지해야”

    “北에 돈 줬지만 효과없어…현 대북정책 유지해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3선·안양시 동안구을)이 예산안 단독처리 후폭풍으로 물러난 고흥길 의원을 대신해 집권당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됐다. 심 의장은 내년 5월까지 당 정책위원회를 이끌며 청와대 및 정부와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한 심 의원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대북정책, 복지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지도부 리더십, 수도권 민심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을 이끌었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했다. →당이 추진해온 정책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인가. -우선 각 분야별로 내용을 먼저 파악해보겠다. 아직은 무슨 정책을 중요하게 다뤄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정책위의장단 교체는 없다. →그동안 정책위와 홍준표 최고위원이 이끄는 서민특위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서민특위의 친서민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친서민 정책이라는게 말은 참 좋다. 다만 정책이 합리적인가, 재정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따져보고 추진해야 한다.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을 배제하겠다는 뜻인가. -잘 따져봐서 좋은 것은 받아들이겠다. 당의 기존 노선과 일치하지 않아 전임 정책위의장과 서민특위 위원장이 부딪힌 측면도 있다. →당내에서 대북정책을 놓고 강경론과 온건론이 대립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북에 돈을 줬는 데도 준 만큼 효과를 못 본 것 아닌가.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 국민 세금을 북에 주는데 효과가 없으면 안 된다. →대북정책을 토론하는 의원총회를 개최할 필요성도 있지 않은가. -의총을 하게 되면 논의가 추상화될 것이다. 야당의 정책과 우리의 정책 차이, 북한의 움직임 등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토론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주장만 나올 수 있다. →최근 수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 -내년 2월, 4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임시국회 때 처리되면 좋겠지만, 안 되면 내년 10월 정기국회에서는 끝내야 한다. 2011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미국 상황도 봐야 하지 않나. -물론이다. 그러나 두 국가 중 누가 먼저 처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양자가 합의한 협정문인데 미국이 먼저 처리하고, 우리가 나중에 처리한다고 해서 뭘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여야가 반드시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위원장이 지혜롭게 대처할 것이다. →합의처리가 중요한가, 처리가 중요한가. -처리가 중요하다. →남 위원장 등은 물리력에 의한 의사결정 거부를 선언했다. -말은 좋지만 지금까지의 정치 행태로 볼 때 순수한 뜻이 통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야당이 장외집회를 계속하며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예산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수정예산이나 추가경정예산을 주장하는데, 둘 다 불가능하다. 수정예산은 국회 통과 전에 정부가 새롭게 편성하는 것인데, 이미 통과됐다. 추경도 전쟁, 재해, 심각한 경기침체 외에는 편성하기 어렵다. →일부 수도권 의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만큼 민심이 흉흉하다.”며 민심이반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여론이 여야를 모두 비판하지 한나라당만 골라서 “너희들 다음에 모두 떨어뜨릴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아니다. 다만 전체적인 정국을 풀어나가는 것은 대통령의 능력인데, ‘대통령이 밖에 나가서는 일을 잘 하는데, 안에서는 왜 이러나.’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포탄’ 발언이나 ‘룸(살롱) 자연산’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너무 안타까운 말씀을 하셨다. 당 지지도나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그렇다고 지도부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당이 청와대에 끌려간다는 얘기가 많다. -당이 공부를 좀 더 많이 해야 한다. 당이 준비가 안 됐으니까 끌려가는 것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을 계속 강조하고, 당 지도부도 예산안 처리 직후 개헌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개인적인 입장을 말하자면 개헌은 쉽지 않다. 개헌 얘기하면 온갖 얘기가 다 터져 나온다. 순수하게 개헌만 생각한다고 해도 국민의 어떤 요구를 담아야 할지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특히 민주노동당도 발언을 할텐데, 우리와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경제성장에 집중해야지 논란이 거센 개헌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은 어떻게 보나. -앞으로 많이 해소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협조하지 않으면 서로가 곤란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내놓았다. -좋은 취지다. 사회보장의 기본 성격을 담는 모법을 고치자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전국민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잔여적 복지 극복, 정부의 책임강화를 주장했는데,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한나라당의 정책과는 다른 것 아닌가. -세부 조항까지 다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입장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법안이 발의되면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 같다. →공청회 때 나온 내용대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뜻인가. -기존 한나라당 노선과 다르다면 현재 내용 그대로 진행될까라는 점에서…. →복지정책에서 재정확충 방안이 빠지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당연히 재정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보건복지위원회 활동할 때 많이 느꼈지만, 재정 추계를 엄격하게 해서 발의한 복지 법안이 거의 없다. 복지를 늘리자는 취지는 나쁠 게 없지만 나라의 (재정)수준을 생각해야 한다. 그 나라의 수준에 맞지 않게 무조건 많은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은 조화롭지 못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복지 예산이 사상 최고다. 이제 복지국가 수준이 됐다.”고 했는데, 복지예산 증가율 축소, 선진국과의 복지비중 비교 등을 들어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과 견해가 같다. 복지 재원이 충분하게 들어간다고 본다. 효율적인 예산집행, 복지전달체계 정비가 우선이다. 복지재원 추가 확충은 그 다음이다.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美 하원 외교위 소위원장 지한파 대거 포진

    美 하원 외교위 소위원장 지한파 대거 포진

    북한에 대한 테러 지원국 재지정 등 강력한 대북 정책을 예고한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공화·플로리다) 하원 외교위원장 내정자가 주요 소위원장들을 지한파이면서 대북 강경 노선을 추구하는 의원들로 채웠다. 로스 레티넌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관련된 핵심 소위인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와 테러리즘·비확산·무역 소위원회(테러리즘 소위)의 위원장에 각각 도널드 만줄로(공화·일리노이) 의원과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을 내정했다. 현재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는 만줄로 의원은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로스 레티넌 의원과 노선을 같이하고 있다. 로이스 의원은 의회 내 친한파 의원들의 비공식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지난 4월 6·25전쟁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결의안을 제출했던 인물이다. 테러리즘 소위가 다루고 있는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내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 지난 3월에는 ‘탈북 고아 입양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반도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유럽·유라시아 소위원회는 역시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이자 대북 강경파인 댄 버튼(공화·인디애나) 의원이 이끌게 됐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열린세상] 이럴 때일수록 화합을 연출하려면/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이럴 때일수록 화합을 연출하려면/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사방이 3리밖에 안 되고 외곽이 7리밖에 안 되는 작은 성을 포위하고 공격해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포위하고 공격하고 있다면 이미 틀림없이 적절한 시간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늘이 내려준 시운(天時)이 그곳의 입지적 이점(地利)보다 크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곽이 견고하고 무기와 식량이 충분한데도 군사들이 성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유리한 지세(地利)가 인화(人和)보다 못하기 때문이다.”(맹자 공손축 하1). 맹자의 가르침처럼 세상을 경영하려면, 특히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려면 그 어떠한 무기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성공과 실패는 시대의 흐름과 조직이 가지고 있는 유형의 자원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유형적 자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과 자세로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은 앞선 군비와 막대한 물자를 투입했지만 호찌민이 이끄는 군대에 패퇴하였다. 전쟁의 승패는 물량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만큼 동일한 방향을 지향하느냐로 결정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구성원들이 꿈을 공유하고 있는 조직은 성공한다. 좋은 사회란 공감과 공유 속에서 서로 신뢰하는 사회다. 인간을 발전시키는 경쟁도 협조와의 미묘한 균형 속에서만 바른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도 보다 큰 전체 그리고 긴 미래를 고려하여 공동의 이익을 키울 때 비로소 떳떳하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작은 이익들이 화합할 때 큰 이익이 보호되는 것이며, 겉으로 볼 때 이기적으로만 보이는 상거래도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는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만 보호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무력도발, 무역전쟁의 포연이 자욱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들은 굳센(强) 나라를 염원한다. 굳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굳셈이란 조화를 중시하면서도 남의 의견에 쏠리지 않는 것이다(중용 제10장). 굳세어 꿋꿋하다는 것은 남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이며, 화합(和合)하되 뇌동(同)하지는 않는 것이다. 화합한다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의 틀, 공통의 기반을 중시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공통의 이익’ 에 관한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기 나름의 기준에 어긋나는 부조화에 직면하면 불편하고 저항감이 생긴다. 모든 나라, 회사, 도시, 개인 등에는 각자 그 집단이나 개인 특유의 개성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차가 있다고 할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잠재의식 속에 최소한의 공평의식과 사회적 정의감을 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작은 차이, 즉 소이(小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을 초월한 아름다운 큰 같음, 즉 대동(大同)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문제는 연대하고 공존하는 공동체의 협력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에서 연대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핵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배는 여러 척이고, 많은 배들은 각자의 바다에서 서로 다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능력 있는 많은 항해사가 각자의 전문적인 바다에서 적절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지원하며 기다려 주는 것이다. 한명의 전문적인 항해사가 모든 배를 다 구할 수는 없다. 풍랑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한 분야의 전문능력에 치우친 항해사가 선단(船團) 전체를 혼자서 끌고 가려는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최고 지도자가 전체를 통할하지 않고 단지 행동대장으로 나서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필부처럼 혼자의 능력을 앞세운 항우의 리더십보다는 유방처럼 화합을 연출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시론] 한·미FTA 재협상의 손익계산서/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한·미FTA 재협상의 손익계산서/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를 놓고 여권은 성공한 협상이라는 설명이고, 야권은 굴욕적 협상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비준전쟁이 예고된 시점에서는 협상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대차대조표가 필요하다. 자동차 분야를 보면, 미국 측은 즉시 철폐키로 되어 있었던 3000 cc 이하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4년 동안 유지하다가 5년째 접어들며 철폐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픽업트럭 관세도 당초 9년에 걸쳐 균등 철폐키로 했으나, 7년 동안이나 그대로 유지하다가 막바지 2년에 철폐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25%나 되는 고율관세를 철폐하는 문제이기에, 우리업계가 유망 수출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품목이었는데 7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관세철폐 후에도 10년 동안은 그 효과를 상쇄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승용차에는 협정발효 후 14년, 픽업트럭에는 17년 동안이나 특별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EU FTA도 유사제도를 도입했으나 국내산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를 발동요건으로 하고 있다. 한·미 FTA는 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수입증가’만 있으면 4년간 철폐된 관세를 원상복귀시킬 수 있으며, 재차 발동할 수도 있다. 우리도 미국차 수입증가 시 이를 발동할 수는 있다. 그러나 EU와도 FTA를 맺은 우리는 미국차를 세이프가드로 막게 되면, 유럽차 수입증가로 대체될 여지가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 미국은 자동차 수출국 중 한국과만 FTA를 맺고 있으므로, 세이프가드를 취해도 이러한 식의 대체효과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결국 실익은 미국 측에 더 있다. 미국이 얻기만 한 것은 아니다. 원래 미국차에 대한 8% 관세를 즉시 철폐키로 했으나, 이번에 4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고쳤으니, 그만큼 교역조건이 악화된다. 다만, 미국 안전기준을 통과하면 한국 안전기준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는 물량을 제조사별 4배로 증량(6500대에서 2만 5000대)했으니, 미국 빅3사의 자동차를 합치면 연간 7만 5000대까지 무사통과하는 혜택을 보게 된다. 엄격한 환경·연비 기준 적용을 면제 받는 물량도 빅3를 합치면 연간 1만 3500대나 된다. 결국, 자동차 협상 결과 우리는 크게 손해만 보았는데, 그 대가로 우리가 얻은 것은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이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관세 철폐기한을 2년 연장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많이 상쇄된다. 당초 2014년 철폐키로 한 것은 매년 균등 감축을 전제로 한 것이나, 이번에 합의된 2016년 철폐는 협정 발효 시 25%에서 16%로 대폭 감축하고, 나머지를 2016년까지 균등감축하는 비선형 방식이다. 첫해에 대폭 감축해야 하니, 그만큼 양돈업 보호효과는 떨어진다. 더구나 2014년은 한·칠레 FTA에 따라 칠레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시기임을 고려해야 한다. 즉, 2016년까지 미국산 돼지고기는 막을 수 있으나 대신, 그만큼 칠레산 돼지고기가 더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제도의 이행 유예기간(18개월)을 추가로 1년 반 연기하기로 한 것은그만큼 국내 제약회사들에 준비기간을 부여한 의미가 있다. 정부 추계에 의하면 연계제도 도입으로 우리 업계가 연간 360억~800억원가량 손실을 보게 되므로, 1년 반 유예로 500억~1200억원 정도의 혜택을 보게 된다. 미국지사 파견 근로자에 대한 비자 기간을 1~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 것은 우리 기업인들의 편의가 그만큼 제고된 것을 의미한다. 쇠고기 추가 개방을 놓고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 쇠고기를 FTA 비준문제와 연계시키지 않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양국의 전임 대통령이 FTA에 서명하면서 쇠고기 완전 개방 문제와 연계하는 데 합의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미국의 입장이 한발 물러선 감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FTA와는 별도의 채널로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할 권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므로, 우리 측이 얻은 것은 FTA 비준 때까지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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