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무역 전쟁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258
  • [세종청사는 ‘돈먹는 하마’] “너무 멀다” 외교사절 방문 취소… 시설유지·보수 예산 벌써 바닥

    [세종청사는 ‘돈먹는 하마’] “너무 멀다” 외교사절 방문 취소… 시설유지·보수 예산 벌써 바닥

    지난달 18일 베트남 농림부 장관의 수행원이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에 황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같은 달 22일 오후 3시 농식품부 차관을 만나기로 돼 있었던 걸 취소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다른 일정이 있다고 둘러댔지만 서울에서 세종까지 오가는 데 드는 3~4시간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농식품부는 파악했다. 세종청사에 먼저 입주한 6개 부처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불편은 외부 접근성이 떨어지고 각종 편의시설과 주차공간 등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세종청사로 온 뒤 해외 대표단의 부처 방문이 급격하게 줄었다. 세종시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 공무원은 “아무래도 방한 기간이 정해져 있는 외교 사절이 없는 시간을 쪼개 세종시까지 오기는 힘들다”면서 “하지만 공식적인 회담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만남까지 서울에서 하는 것은 담당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출장으로 이어져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완공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청사 내부 시설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무원들이 ‘세종청사 불편신고센터’에 제출한 민원은 총 549건에 달했다. 하루에 3건꼴이다. 가장 많은 것은 부족한 화장실, 구내식당, 통근버스 등 편의시설 문제다. 최근에는 세종청사 4동에 있는 기획재정부 3층 복도 천장에서 물이 새는 문제도 나타났다. 항온항습기의 배수 배관에 문제가 있었다.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데 책정된 올해 예산은 6억 6000만원이지만 각종 민원이 잇따르면서 예산은 이미 바닥났다. 안행부 산하 세종청사관리소는 14억 6000만원의 예비비를 더 지출하고 있다. 구내식당은 1352석에서 1681석으로 늘렸지만 5500여명이 상주하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가까운 외부 식당이 차를 타고 최소 10분 정도 가야 하기 때문에 ‘점심전쟁’을 피하려고 도시락을 싸 오는 경우도 많다. 차 없는 청사가 목표였지만 주차장은 올초 1396면에서 3007면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청사 안은 인도가 거의 없을 정도로 차들로 가득 차 있다. 지하주차장을 부처별로 나누어 달라는 민원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민원이 잇따르니 심각하게 각 부처 운영지원과와 상의해 보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심해 없던 일로 됐다”면서 “결국 일찍 출근하는 순으로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결론 냈다”고 말했다. 통근버스는 47대에서 106대로 늘어났다. 올해 통근버스 예산이 74억원에 이르지만 이마저도 다음 달이면 바닥이 날 것으로 청사관리소는 예상하고 있다. 올해 말 2차로 내려오는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이 있기 때문에 두 차례의 수요조사를 통해 8월 중 통근버스 증가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화장실은 공무원들에게 가장 큰 문제다. 대부분 2칸만 있기 때문에 아침이면 화장실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청사관리소는 31칸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지만 시원하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세종청사 바로 앞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도 보안상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세종청사 1동 3층에 있는 총리 집무실은 호수공원 쪽으로 창이 나 있는데 집무실에서 불과 30m 정도 떨어져 아파트를 지었다. 국무회의가 세종청사에서 열리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이 건물 4층에는 대통령 집무실도 있다. 세종청사의 이중 건물 구조도 자주 도마에 오른다. 기재부 관계자는 “위에서 보면 복도 2개가 타원형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통유리 건물 구조상 타원 바깥쪽 사무실은 하루 종일 햇빛을 받아 더위를 참아야 하고 타원 안쪽에 있는 사무실은 하루 종일 해 구경을 하기도 힘들다”면서 “민원인들이 이중 구조 때문에 길을 잃는 것이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씨줄날줄] 노예무역 소송/문소영 논설위원

    동양과 서양의 힘의 균형은 1840년 아편전쟁에서 깨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구 지배의 원인으로 최근까지도 유럽의 문화가 동양보다 우월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2500여년 전 고대 그리스의 이성과 창의성, 자유 등에서 원인을 찾기도 했다. 일본이 1853년 서구로부터 강제 개항을 당한 뒤 서양과 똑같아지고자 애쓴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그러나 1960~1970년대에 들어 학자들 사이에서 색다른 해석이 나왔다. 이들은 19~20세기 초 유럽 등 서구의 세계 지배 배경으로 16세기 포르투갈·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개척한 뒤 남미의 풍부한 은을 착취한 것을 비롯, 17~19세기에 영국·프랑스·네덜란드가 주도한 반인륜적인 노예무역과 북아메리카 식민지 개척을 손꼽았다. 중국과 비교해 조잡한 유럽의 상품들은 아프리카인과 교환됐고, 그 아프리카인은 ‘노예’라는 새로운 상품이 돼 아메리카로 팔려나간 것이다. 특히 서인도제도인 카리브해로 팔려간 아프리카 노예들은 그곳 원주민들과 함께 대단위 농장인 플랜테이션에서 노동집약적 작물인 사탕수수와 커피, 면화 등을 재배하는 강제노동에 투입됐다. 플랜테이션은 이후 남북 아메리카로 확산됐다. 아프리카 노예는 더 많이 필요해졌고 18세기에 최고조를 이뤘다. 또 아메리카의 면화는 영국에서 면직물로 대량생산돼 남북 아메리카에서 대량으로 소비됐다. 이것이 유럽을 살찌운 ‘대서양 삼각 무역’이자 서양 지배 시대의 비결이었다. 18세기 후반 영국이 면방직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묵묵히 강제노동을 해야 했던 아프리카 노예와 아메리카에서의 면화 재배, 그리고 면직물 소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노예무역이라는 유럽의 어두운 과거와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를 총칼로 점령한 부끄러운 역사가 서구 지배의 ‘비결’인 셈이다. 자메이카, 수리남 등 카리브해 14개 섬나라가 수세기에 걸친 노예무역과 원주민 대량학살에 대한 책임을 영국·프랑스·네덜란드 3개국에 묻고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한다고 한다. 17세기 말부터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다 1804년 독립한 세계 첫 흑인공화국 아이티(옛 프랑스령 생도밍그)는 과거 플랜테이션이 가져다준 폐해로 지금도 고질적인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문제 등 한·일 간에도 여전히 해결을 기다리는 역사적 과제가 가로놓여 있다. 300년 만에 법대(法臺)에 오른 ‘대서양 노예무역’의 심판 결과가 주목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사설] 정전 60년… 북, 현실 직시하고 멀리 내다보라

    오늘로 6·25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만 60년이 됐다. 북의 무모한 남침으로 인해 3년 1개월 하고도 이틀, 1127일간 무려 200만명 안팎이 산화한 끝에 1953년 7월 27일 체결한 정전협정으로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992㎢를 사이에 두고 전쟁도, 평화도 아닌 무력 대치의 60년 세월을 보냈다. 포연(砲煙)은 가셨으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공식집계가 이뤄진 1994년 말까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건수는 42만 5271건에 이르고, 지금까지 따지면 50만건이 넘는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하루에 30여건씩 북이 정전협정을 위반했고, 1주일에 한번꼴로 무력 도발이나 간첩침투 도발을 자행했다는 얘기다. 분단 65년, 정전 60년이 만든 남북의 위상은 따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무역 규모 8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와 달리 북은 지구촌 최빈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25에 참전했던 외국의 노병들이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킨 나라가 이토록 발전한 것이 마냥 고맙다”고 할 만큼 한국은 눈부신 성장의 역사를 써왔으나, 북은 핵과 미사일을 끌어안은 채 고립무원의 폐쇄적 체제에서 가난과 씨름하고 있다. 경제력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에 있어서도 2000년대 중반을 고비로 우리 군 전력(주한미군 제외)이 북한군을 10% 남짓 능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의 국력 차는 근본적으로 북한의 공산체제에서 비롯됐겠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시대의 흐름을 저버린 북의 지도력 실패가 주된 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옛 소련과 중국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 대부분이 20세기 말 냉전 해체와 함께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일으켰으나 북은 주체사상과 선군정치에 매달리며 퇴행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젠 중국의 지원 없이는 온전히 버텨낼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고무친(四顧無親)의 북이 택할 유일한 출구는 한국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민 손을 잡고 남북 간 협력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만이 북한 자신을 살리는 길이다. 그제 개성공단 정상화의 문턱에서 북이 발을 돌린 것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대책을 내놓는 용기를 끝내 내보이지 못한 것이 마냥 딱하다. 정전 60년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60년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후손을 위한 이 시대의 책무다. 북은 항구적인 체제 안정을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에 응해야 한다. 눈앞의 소리(小利)를 위해 대화하는 시늉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을 담은 자세로 대화해야 한다. 개성공단 정상화가 첫 관문이다. 그 뒤에 남북 간 협력시대가 놓여 있다.
  •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island okinawa 수족관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바닷속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8m 길이의 고래상어와 가오리가 헤엄치는 대형 수조는 단일 수조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4층 건물 높이다. 고래상어도 물론 최대급이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에게조차 칼끝을 겨누는 남자와 치명적 사랑 앞에 흔들리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김남길과 손예진, 하석진, 이하늬 등이 주연을 맡았다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드라마 <상어>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바다풍경과 리조트. 그 배경은 청정한 해양환경과 독특한 문화로 유명한 오키나와다. 찍으면 그림이 되는 그곳 5월 말부터 방영되고 있는 김남길, 손예진 주연의 KBS2 드라마 <상어>는 오키나와 현지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극 중에서 주인공 김남길(한이수 역)과 하석진(오준영 역), 손예진(조해우 역)의 집안은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하는 설정. 제작사는 이에 알맞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일본에서 리조트와 관광산업으로 가장 발달한 곳이 오키나와라는 점에 착안하여 오키나와 현지 로케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촬영은 지난 5월11일에서 16일까지 5박6일간 오키나와 현지에서 진행됐으며 4회분부터 8m 길이의 대형 고래상어가 살고 있는 추라우미수족관, 슈리성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이하늬(장영희 역)가 김남길을 만나게 되는 장면, 요미탄 아리비라 호텔 수영장 장면 등이 방영됐다. 하반기에도 오키나와의 풍경을 담은 또 한 편의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7월 이후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프라이빗 섬>도 지난 4월 오키나와의 이시가키섬 등에서 현지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 손은서, 신소율이 주연을 맡았으며 20대 여성들의 비밀스런 여행기를 수려한 영상미로 그려냈다는 평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영화를 맡은 한상희 감독은 2007년 이준기와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한일 합작영화 <첫눈>으로 데뷔했으며 2011년에도 이시가키섬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일본이 아닌 일본의 섬 일본 최남단에 자리한 오키나와현은 일본 사람들도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휴양지다. 40여 개의 유인도와 수많은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규모가 제일 큰 것이 오키나와 본섬으로,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도 이 섬에 자리한다.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여. 서울에서 가는 시간(2시간 30분)보다 길다. 오키나와는 나하시 기준, 연평균 기온이 섭씨 22.3도에 달하는 ‘남국’이다. 청정한 자연환경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내 이주민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신혼여행지의 이미지가 강했던 오키나와는 최근 들어 가족여행지, 휴양지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오키나와를 찾은 한국인 방문객 수는 역대 최고인 4만5,000명이었다. 숨은 공신은 역시 항공편의 증가다. 21년 동안 가교 역할을 해온 아시아나항공과 더불어 진에어가 나하로 신규 취항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를 여행할 수 있는 길이 하나에서 두 개로 확장된 셈이다. 항공료나 여행상품의 가격도 당연히 저렴해졌다. 부속섬을 사랑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올해 3월7일에는 부속섬인 이시가키섬에 신공항이 문을 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나란히 임시로 비행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시가키섬에는 클럽메드 카비라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현지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 이시가키섬 나카야마 요시타카Nakayama Yoshitaka 시장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이 한국인을 환대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한국어 가이드북도 자체 제작했다. 작은 섬들의 합창 오키나와 여행은 이시가키섬을 기점으로 이리오모테섬, 다케도미섬 등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섬을 두루 즐겨야 완성된다. 이리오모테섬은 이시가키섬에서 뱃길(타이완 방향)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이리오모테섬의 중요한 방문지는 광활한 맹그로브 숲과 커다란 물소가 있는 유부섬인데, 특히 이곳의 맹그로브는 지구상 가장 서쪽에 있는 맹그로브숲 중 하나여서 생물학, 지리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유부섬은 이리오모테섬에 달린 작은 육계도로 섬 사이는 1km도 안 되는 거리인데, 그 사이를 검은 물소가 끄는 커다란 달구지가 오간다. 발걸음이 느려 둔해 보이지만 힘이 좋고 성실해 이 지역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이 물소들이다. 이시가키섬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다케도미섬에서는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별모래 해변이라고 불리는 섬 북쪽의 백사장에는 별 모양의 산호가 산재해 있다. 얼핏 보면 좁쌀 크기의 모래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반짝이는 별 모양을 하고 있다. 슈리성은 류큐왕국 최초로 통일 왕조를 수립한 쇼하시가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로 삼았던 곳. 1429년에 등장한 통일 왕국인 류큐왕국은 작고 약했지만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하나의 독립된 나라였다. 1879년에 오키나와현이 될 때까지는 그랬다. 독립왕국인 류큐왕국은 무역을 통해 일본, 중국,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해서 슈리성을 보면 독특하게 이국적이다. 중국의 색채가 강렬하면서도 일본이 오묘하게 꿈틀거린다. 성 안에는 국왕의 집무실인 슈리성 정전, 성의 정문인 슈레이문, 안전을 기원하며 제를 지낸 소노햐안우타키 석문 등 볼거리가 많다. 오키나와 전쟁 당시 소실된 슈리성은 1992년에 복원됐으며, 지난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시가키섬은 오키나와의 부속섬으로 본섬인 나하보다 한적한 편이다. 클럽메드 카비라가 이곳에 있다. 리조트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시가키섬을 추천한다. 올해 3월7일에는 이시가키 신공항이 문을 열기도 했다 글 트래비 사진제공 에넥스텔레콤 annextele.com
  • “삼성·애플, 특허전쟁 올 2월 합의직전 실패”

    2011년 4월부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돼 온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전쟁’에서 두 회사가 1년 전부터 은밀하게 물밑협상을 통해 합의를 모색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문건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회사가 지난해 8월 애플이 미국 새너제이 소송(1심)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배상 평결을 받은 뒤부터 합의를 위한 접촉에 나섰고,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에서 대면 협상도 가졌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합의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로열티 문제 등으로 최종 타결에 실패해 협상 분위기가 다소 냉각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두 회사가 가까운 시일 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협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광장] 주권 국가와 ‘애치슨 선언’의 공포/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주권 국가와 ‘애치슨 선언’의 공포/문소영 논설위원

    조선 개항의 성격을 결정지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의 제1조는 “조선은 독립국이다”이다. 조선과 일본, 두 독립국이 맺은 조약의 제1조가 “조선은 독립국이다”라는 점은 참 수상하지 않은가. 이 수상쩍은 적시를 ‘일본이 조선 침략을 위한 야욕을 드러냈다’고 배웠다. 미국은 1882년 조선과 조미통상조약을 맺을 때 청나라 북양대신 리훙장에게 중재를 요청했고, 협상도 청나라 톈진에서 진행했다. 조선은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주독립 국가라는 우리와 세계의 인식은 이렇게 달랐다. 외국 출판사가 내놓은 세계사 책에는 조선을 병자호란을 겪은 1636년 이후에는 청의 속국이나 번국으로 처리해 놓은 경우도 더러 있다. 국사학자들은 내치에서의 독립성과 외교·국방에서의 자율성, 한반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 등을 내세워 병자호란 이후에도 조선은 ‘사실상’ 독립국가였다고 주장한다. 이런 후기 조선의 지위가 영 찜찜하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은 베스트팔렌 조약(1648년)을 맺어 서유럽 국가에 대한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제국의 내정간섭과 지배를 종식하며 근대 국가의 모태를 마련했다. 최근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재현됐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의에서 2015년 12월에 환수하기로 한 전작권 이양을 우리 측이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지난 17일 나오면서다. 미국 측은 예정대로 하자며 시큰둥하다고 한다. 전작권의 정의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국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권한은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 즉 주한 미군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전쟁수행 능력이 거의 전무해 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그해 7월14일에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단서조항은 “현재의 적대상태가 지속하는 동안”이었지만, 작전권은 이양된 상태로 쭉 유지됐다. 작전권 중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12월에 한국군에 반환됐다. 좀 더 예민한 전작권 반환 논의는 2005년에 시작됐다. 주권국가에서 전작권 이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시 노무현 정부의 판단이었다. 2007년 2월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에 반환키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2010년 재협상을 해 이양시기를 2015년 12월로 늦췄다. 그런데 대통령 공약에서도 확인했던 반환시기를 박근혜 정부가 더 연기하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군이 온전하게 군사작전권을 가진 시기는 국군을 창설한 1948년 8월부터 1950년 7월까지 24개월에 불과했다. 주권(主權)은 국제법상으로 다른 어떠한 국가의 권력에도 복종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온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국이 ‘찜찜한’ 후기 조선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유엔(UN)이나 유럽연합(EU)의 특수한 사례를 들어 베스트팔렌 조약이 규정한 ‘고전적 주권’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EU는 일국의 주권을 제한함으로써 주권을 전 유럽으로 확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주한미군 철수를 연상시키는 전작권 이양은 공포스러운 어젠다이다.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1950년 l월 태평양에서 미국 극동 방위선으로 한국과 타이완을 제외한 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뒤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5개월 뒤 6·25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익사할 뻔했다고 해서 평생 수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공포를 떨쳐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건국 65주년으로 환갑도 훌쩍 넘겼고, 무역규모도 세계 10위권이다. 안보 위협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온전한 주권 행사를 위한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연기하기 싫다는데 매달리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symun@seoul.co.kr
  • 베트남까지 가서 싸웠는데… 국가에 배신감 느껴

    베트남까지 가서 싸웠는데… 국가에 배신감 느껴

    “참담한 심정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는데 배신감도 느낍니다.”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은 12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를 위해 베트남까지 가서 싸우다가 후유증을 입었는데 인정을 안 해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967년 12월 베트남 호이안 지역에 파견돼 작전을 펼치다 고엽제 피해를 입었다. 당시 고엽제의 위험성에 대한 주의사항 등 사전통보가 전혀 없었다. 동료들은 모기를 없애 준다며 비행기에서 뿌려지는 고엽제를 일부러 맞기도 했다. 전쟁 기간 중 정글 제거와 시야 확보 등을 위해 사용된 고엽제에는 각종 암, 신경계 손상 등 질병을 유발하는 독극물인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어 각종 후유증을 야기했다. 김 사무총장 역시 한국에 귀국한 뒤 20여년이 지난 1989년부터 몸에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온몸이 쑤시고 뒤틀리며 마비가 오기도 했다. 당시 양곡 부대를 생산해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운영했던 그는 외국 바이어와 상담을 하던 도중 쓰러지기도 했다. 결국 직원이 250여명에 달했던 무역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생계는 부인이 책임져야 했다. 그는 “여자의 몸으로 공사장에서 일도 하고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라면서 “마음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아픔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는 “당뇨, 심근경색 등의 질병 때문에 매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하루에 먹어야 하는 약만 해도 3~4가지가 넘는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과 같이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피해자는 4만 1940명(후유의증 4만 7807명)이고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참전 군인 2세들도 65명에 달한다. 그는 “14년 동안 끌어 왔던 소송이 이렇게 되다니 안타깝다”면서 “오는 16일 전국 고엽제전우회 지부장들이 모여 회의를 한 후 향후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기고] 혈맹 한국과 호주, 아태시대를 이끄는 동반자/김봉현 주호주대사

    [기고] 혈맹 한국과 호주, 아태시대를 이끄는 동반자/김봉현 주호주대사

    지난 4일 서울에서 한국과 호주 간의 외교·국방장관 합동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를 외교용어로 ‘2+2’라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2+2’ 회의를 개최한 나라로는 미국이 유일했으며, 이번에 호주가 그 두 번째가 된다. 호주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파병을 결정하였고, 호주의 파병 결정은 다른 나라들의 파병을 촉발시킨 중요한 결정이었다. 이러한 전통을 기반으로 한국과 호주는 외교·국방협력을 발전시켜 왔다. 지난해 10월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나란히 당선되었으며 , 지난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에 대응하여 단호하고 단합된 행동을 보여 주었다. 또한 호주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번 ‘2+2’ 회의에서 양국은 한반도 미래에 대하여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한국과 호주는 경제, 통상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우선 호주는 면적이 거의 미국, 중국과 비슷하며 엄청난 양의 자연자원을 가지고 있다. 우라늄, 철광석, 아연 및 니켈의 매장량은 세계 최대이며 구리와 유연탄의 매장량은 세계 2, 4위를 각각 기록한다. 한국이 소비하는 광물자원의 40%를 호주에서 수입한다. 한국과 호주의 교역량은 2012년 322억 달러로, 한국은 호주의 4대 교역국이며 호주는 한국의 7대 교역국이다. 현재 교섭 중인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교역과 투자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우리 기업은 호주 북서부 바다에서 가스 채굴 사업을 수주하였다. 채굴한 가스는 특수선박을 이용해 바다에서 직접 액화하는데, 이 특수선박은 한국이 최초로 건조하였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우리의 조선 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에 우리 기업은 철광산, 도로 건설 및 항구 건설을 패키지로 연결한 57억 달러 규모의 철광산 개발 프로젝트(EPC 방식: 엔지니어링, 구매 및 건설)를 수주했다. 나아가 호주는 1994년부터 ‘창조 국가’(Creative Nation)라는 보고서를 기초로 창조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와 창조경제의 파트너로서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으로서 협력이 더욱 증진될 것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존중·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으로 호주의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 판사가 임명되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호주 측의 기여가 기대된다. 러드 호주 총리는 21세기에 호주는 아시아 국가로서 정체성을 더욱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2+2’ 회의는 이러한 호주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호주는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면서 정치, 경제,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하여 21세기에 아시아를 함께 이끌어 나가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 [글로벌 시대]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통치철학/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글로벌 시대]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통치철학/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오늘날 전 세계 국가들 중에 한반도와 국토 및 인구 규모가 가장 유사한 나라는 영국(UK)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영국으로 하여금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건설’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역사상 위대한 통치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롤 모델이 되고 있는 지도자는 단연 엘리자베스 1세(1533~1603)가 아닐까 싶다. 영국 의회와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추앙을 받았던 여왕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미혼으로 통치권자에 올랐다. 여왕으로 등극하기까지 순탄하지 못한 노정도 경험했다. 당시 유럽 국왕들과 혼사를 기피하면서 그녀가 자주 했던 말은 “자신은 영국과 결혼했다”였는데, 조국에 대한 사랑과 충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의 진정한 위대함은 44년간의 오랜 재임 동안 영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 달성에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영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시킨 것이다. 중상주의 정책을 펼쳤고, 세계 최강의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해 전 세계 무역루트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여왕이 이토록 강력한 성취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국내 정세 안정에 있다. 영국과 유럽 전역은 신교와 구교 간의 참혹한 종교전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신교도였지만 가톨릭 신도와 의례를 탄압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과의 ‘통합과 소통’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일궈냈다. 정치적 안정 없이 어떤 성취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또 그녀의 뛰어난 통치스타일은 유능한 인재를 등용했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국정운영을 맡겼던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윌리엄 세실 경을 중심으로 측근들이 여왕을 보좌했고, 여왕은 그들을 신뢰하고 존중했다. 세실 경은 여왕 즉위 해부터 재임 말기(1598)까지 무려 40년간 최고행정관으로 보좌했다. 그는 종신총리에 가까운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았다. 정치의 지속성과 안정성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다. 그녀는 “보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I see, and say nothing)는 원칙을 고수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챙기는 것이 아니라 측근들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들의 협력과 경쟁이 국정의 활력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여왕은 국익을 위해 ‘실용주의적’ 외교정책을 견지했다. 강한 군대를 육성했지만 섣불리 군대를 동원하지 않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이슬람국가와도 협력했다. 교황청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오스만튀르크와 무역협정(15 80)을 맺은 것이 그 한 예다. 무엇보다 통치자로서 여왕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에게 엄정했고 잘못에 솔직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최측근이라도 잘못하면 처벌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죽기 2년 전에 가진 의회연설에서 정부의 특혜정책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확보했다. 위기를 솔직함으로 헤쳐 나간 셈이다. 필자를 포함해 누구나 직면하는 문제는 말과 행동, 의지와 능력이 늘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간은 늘 사람의 말을 희미하게 만든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여왕이 남긴 “셈페르 에아뎀”(Semper Eadem, 항상 같기를)이라는 모토가 시대를 초월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의지와 각오가 한결같기를 기대해 본다.
  • [세종로의 아침] 이제는 농업이다/ 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이제는 농업이다/ 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뒤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취임 초기 국무회의에서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구조가 농·수·축산인의 ‘손톱 밑 가시’라고 할 수 있다”면서 “관련 부처들과 긴밀히 협조해 이 고통을 해결해 달라”고 지시하는 등 농업문제에 높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회에서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을 위한 토론회 등이 자주 개최된다. 귀농·귀촌이 중장년 퇴직자들의 일자리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귀농·귀촌 관련 토론회도 열린다. 지난 7일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 주최로 ‘한국 농어촌의 미래, 귀농·귀촌에서 답을 찾다’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축사 때 최규성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등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농업, 농촌의 발전 없이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 말을 상기시켰다. 쿠즈네츠는 후진국이 공업화를 이루어 중진국에 도달할 수는 있으나 식량자급 없이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고 일갈하며 농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실제 선진국들은 식량자급률이 칼로리 베이스로 2009년 기준 미국은 130%, 캐나다 223%, 프랑스 121%, 독일 93% 등으로 높다(일본 농림수산성 홈페이지). 같은 해 일본은 자급률이 40%에 그쳐 진정한 선진국이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저조한 식량자급률이 지적되지만 개선은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기준에 따라 차이가 크긴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식량자급률은 45.1%,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2.8%로 각각 전년의 45.3%와 24.3%보다 떨어졌다. 경고등이 켜졌지만 국민·당국 모두 태평하다. 각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자원 투입 우선순위는 산업화였지만 이제 농업에도 투입해야 할 때다.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은 비교우위에서 밀리는 식량은 수입이 유익하다는 자유무역론자의 주장에 따라 19세기 말 식량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때 밀 자급률이 19%까지 떨어진 데다 독일의 해상봉쇄까지 겹쳐 식량난에 시달리자 뒤늦게 농업의 중요성을 절감, 농업투자를 확대했다. 1980년대에야 겨우 곡물 수출국이 됐다. 식량안보 확보는 중요하다. 기후변화와 함께 세계적인 곡물 파동 주기가 짧아졌다. 일찍이 중국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1711~1799)는 63년간 통치할 때 인구가 1억명을 넘어서며 식량 수요가 급격히 늘자 국내 식량유통 시장을 양성하고, 나라 밖 식량 수입은 장려했다. 수출은 철저하게 금지해 식량안보체제를 구축할 정도였다. 평시에는 식량공급의 안정성만 확보하면 된다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식량을 수입해 먹으면 경제적일 수 있다. 그런데 식량위기는 상시화되고, 미래전은 식량전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라도 농업, 농촌, 농민과 식량자급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 빌 게이츠가 말했듯이 농업혁명이 필요한 때다. 이제는 농업이다.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빌 게이츠와 원자력/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빌 게이츠와 원자력/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운 여름이 빨리 찾아오면서 전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전기료가 싸다 보니 물 쓰듯 펑펑 써 왔는데 푹푹 찌는 더위에 절전의 모범을 보이느라 정부 청사의 사무실은 앉아 있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동안 풍부한 전력을 보장해 주던 원자력발전소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고 대체 전력으로 화력발전을 늘리고 있다. 전기료가 올라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화력발전을 최대한 가동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에어컨을 마음대로 돌리며 시원한 여름을 나기는 어려워졌다. 더위를 참고 지내다 보니 원자력발전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원자력의 비리가 드러났다. 철저한 안전기준과 감독활동을 통해 다시는 원자력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안전은 원자력 발전의 우위에 있다는 절대적인 신념을 갖고 에너지 대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원자력 연구와 산업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 수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원자력 산업의 미래도 함께 걱정해야 한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는 테라 파워란 원자력 관련 회사를 차리고 차세대 원전 개발에 열성을 쏟고 있다. 빌 게이츠가 왜 차세대 원전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를 조사해 보았다. 본인이 판단컨대, 정보기술(IT)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빌 게이츠는 “지금은 IT 관련 산업이 사용하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생산량의 5% 정도이지만 2050년쯤에는 약 50%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니 더욱 효율성이 높고 안전하고, 핵무기 비확산 국제정세에도 적합한 원자로 개발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한국을 가장 적합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 파트너로 생각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전기료가 가장 싸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을 오래전에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원자로를 수출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이다. 140만㎾의 질 좋은 원자로를 외국에 수출할 만큼 원자력 관련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셋째, 원자력 선진국 중 국민의 역동성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이다. 원자력 관련 기술과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일본과 프랑스가 한국보다 조금 앞서 있지만, 그 나라들에서 역동성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이다. 한국은 더욱 잘되어 보겠다는 욕구가 구석구석 충만하고 미래를 향한 발전에 여전히 목마른 나라라는 것이다. 예리한 관찰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무역대국 세계 9위, 하계올림픽 메달 획득 순위 세계 5위의 한국이 되기까지 이런저런 구멍이 숭숭 뚫린 일도 있었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이다. 그런 사고를 겪으면서도 한국은 세계 최고의 건설능력을 자랑하는 건설강국이 되었다. 이제 원자로를 수출하는 한국이 되었지만 그동안 무리수를 두며 앞만 바라보고 달린 후유증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된 만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시 바닥부터 잘 다지면 될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발 빠르게 설치하는 등 그 어느 나라보다 원전의 안전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활동은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객관적 점검에 비중을 두어야 성공할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또한 콩을 팥이라고 해도 신뢰를 받을 만큼 정의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국민 앞에 솔직히 털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과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원자력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원자력이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전력생산에 크게 공헌한 것은 사실이다. 원전 비리는 성장통쯤으로 생각하고 일본, 프랑스를 앞지르는 원자력 선진국의 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시리아 정부군·반군, 전쟁에 어린이 동원”

    3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어린이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성고문을 하는 등 인권 유린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가 반군에 대한 무역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나선 가운데, 미 일각에서는 반군에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유엔은 12일(현지시간) 지난해 분쟁지역의 소년병 실태를 담은 보고서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내전에 어린이들을 동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군은 반군과 관련된 소년들에게 정보를 얻거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성고문도 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정부군과 정보기관이 전기충격과 구타, 성고문 등의 방법으로 미성년자들을 고문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대표적 반군 조직인 자유시리아군(FSA)도 15~17세 어린이들을 군인으로 동원하거나 음식과 물, 탄약을 운반하는 지원 업무를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 내전에서 어린이들의 희생은 참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시리아 정부가 어린이들의 구금과 고문 등 학대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2011년 3월 시작된 내전으로 시리아에서는 7만~8만명 이상 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시리아를 탈출해 해외로 간 난민 수도 15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반군 장악 지역에 필수품을 공급하기 위해 반군에 대한 기업들의 무역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시리아 국민에게 필수품을 보내고 해방된 지역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취지”라며 “기업들은 반군 측이 수출하는 석유도 사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 정부가 반군에 필수품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지난 11일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만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무기 지원을 반대하는 여론만 따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반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케인 의원은 최근 시리아를 방문, 반군과 만난 뒤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아이폰 디자인 특허 재심사받는다

    아이폰 디자인 특허 재심사받는다

    미국 특허청이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 등을 특허로 인정할 수 있는지 재심사하기로 했다. 재심사에서 애플이 특허를 인정받지 못하면 백중세를 보이던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애플이 삼성에 제기했던 특허 문제 네 개 중 세 개가 연이어 “특허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9일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최근 미국 특허청에 특허번호 D’677과 D’678 등 애플의 디자인 특허 두 건에 대해 ‘익명 재심사(anonymous ex parte reexamination) 청구’가 제기됐다. 두 건 모두 아이폰 디자인에 관한 특허다. 해당 특허는 애플이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며 미국 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것이어서 미 특허청의 판단 결과가 8월 1일 ITC의 최종 판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애플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을 그린 아이폰의 그림만으로 자국의 특허를 취득했다. 특히 두 특허 중 ’678 특허는 직접적으로 ITC 제소 건과 맞물려 있다. ITC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모두 네 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 판정을 내린 뒤 삼성전자의 요청으로 재심사를 벌이고 있다. 특허침해 건에서 문제가 된 특허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이며 앞면이 평평한 아이폰의 디자인(특허번호 ’678)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 환경(’949) ▲화면에 반투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방식(’922) ▲헤드셋 인식 방법(’501) 등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 특허청은 이 가운데 특허번호 ’922와 ’949는 무효라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결국 재심사 과정에서 특허번호 ’678까지 무효 판정이 나오면 애플의 특허라고 주장한 네 건 중 세 건이 무효 결정을 받게 된다. 양사의 특허 전에서 삼성이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셈이다. 게다가 ITC는 지난 4일 애플의 아이폰4 등 일부 제품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내 수입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중국 등 외국에서 아이폰 전량을 생산하는 애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국 시장에 아이폰4 등을 판매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익명의 문제제기 뒤에는 삼성전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비슷한 익명의 청구 건으로 삼성전자가 적잖은 혜택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삼성에 유리한 국면이지만 그렇다고 특허전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큰 이익 없는 소송에 매달려 세계 시장에서 삼성의 인지도만 높여 줬다”면서 “아기 호랑이를 잡겠다는 사냥이 결과적으론 범을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美 ITC “애플, 삼성 스마트폰 특허 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스마트폰 특허 침해 사건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으로선 2011년 4월 시작된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거둔 최대 성과로, 애플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쥐게 됐다. ITC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결정문에서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히고 관련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할 수 있게 했다. 애플 제품이 삼성 특허 기술을 사용했지만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ITC는 이를 ‘특허 침해’로 봤다. 애플이 침해한 특허는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무선 통신체계에서 전송 형식 조합 지시자를 부호화·복호화하는 방법과 장치’에 대한 기술로, 삼성이 보유한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표준특허다. 이번 판결은 ITC가 지난해 8월 예비판정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판세가 삼성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게 정보기술(IT) 업계의 분석이다. 오는 8월 1일로 최종 판정이 예정된 애플의 삼성전자 제소 건 역시 삼성 제품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퀄컴 칩을 쓴 ‘아이폰4S’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났다. 이 때문에 삼성 입장에서는 퀄컴 칩을 채택한 ‘아이폰5’ 등 최신 제품에 대한 소송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中 vs EU 무역전쟁 불길한 전조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매기자 중국이 즉각 유럽산 와인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반격에 나섰다. 관세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무역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 선단양(沈丹陽) 대변인은 5일 유럽산 수입 와인에 대한 반덤핑·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토종 와인 업체들이 덤핑과 보조금 등 불공정한 방식으로 수입되는 유럽 와인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조사를 요청했는데 이를 받아들여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하루 전날 EU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EU의 관세 부과 발표 즉시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분쟁을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면 EU의 이익도 손상될 수밖에 없다”며 실력행사로 맞대응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네 마리의 두루미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날/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

    [열린세상] 네 마리의 두루미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날/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

    미국 캔자스 주의 작은 도시인 로렌스는 현재 전체 인구 8만 7000명으로 5만명 이상이 대학생으로 구성된 미국의 전통적인 대학 타운이다. 이곳에 있는 캔자스 대학교의 캠퍼스 안쪽 메모리얼 드라이브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호수와 함께 대학의 130년 역사를 상징하는 큰 나무와 잔디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언덕 위 아담한 쉼터에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는데 마주 보이는 앞쪽에 2m 높이의 두루미 4마리가 서로 엉켜 하늘을 향하여 막 날 것 같은 형상의 동판 조각품이 있다. 두루미 앞에는 캔자스 대학의 교수, 학생, 직원 중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전사한 44명의 이름이 새겨진 희생자 기념비가 놓여 있다. 조각품을 만든 캔자스 대학 디자인과 교수 존 해비너는 두루미는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평화를 상징하며 서로 엉켜 있는 4마리는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미국, 중국, 대한민국과 북한을 나타낸다고 했다. 한국전쟁의 희생자 44명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두루미 4마리가 평화를 향하여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날을 고대하면서 작품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지구 건너편에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조각품이 있다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놀라웠다. 한국전쟁 희생자 기념을 위한 이 조각품과 기념비는 2005년 4월 완공되었다. 당시 로버트 헤멘웨이 총장은 전통적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전국대학농구대회 시즌이 되면 경기장에 직접 나와 관중에게 기념비 설립계획을 설명하면서 경기 관람권 판매대금의 일부를 적립하겠다고 이해를 구하였고 적극적인 호응을 얻었다. 일부 재미교포 독지가의 도움을 포함하여 학교 구성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총장의 집념으로 7년에 걸쳐 기념비 건립에 필요한 30만 달러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전쟁이 끝나고 52년 세월이 지났지만 대학 캠퍼스에 자유민주주의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한 44명의 교직원과 학생을 기리는 한국전쟁 희생자 기념비와 조각품이 미국 중부지방 대학 캠퍼스 중앙에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의 조국도 아닌 다른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숭고한 영혼에 대한 감사함을 반세기가 지났지만 잊지 않는 미국인의 자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오늘,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제58회 현충일을 맞이했다. 국권회복을 위하여 헌신·희생하신 순국선열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하여 희생한 전몰 호국용사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명복을 빌고자 지정된 날이다. 1910년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고 1950년 전쟁의 시작으로 한반도 국토가 초토화되면서 국민이 갈래갈래 찢겼다.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간 우리 세대는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교훈 삼아 이를 악물고 대한민국 건설에 매진하였고, 그 결과 경제적으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국민 1인당 소득 2만 3000달러, 세계 무역 대국 13위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살게 되면서,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정치적으로 좌와 우가 충돌하면서 이 땅에 피와 땀을 흘린 순국선열과 전몰 호국용사들에 대한 진정한 고마움이 점점 희석되어 가는 것 같아 두렵다. 미국의 작은 시골 대학타운에서조차 먼 타향에서 전사한 자국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현실에서 우리 스스로는 부끄러움이 없는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 또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고 전쟁 발발의 가능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도 플레이오프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조용필과 싸이의 콘서트장에서, 대학의 축제가 열리는 운동장에서 유명한 연예인보다는 백령도 피격 용사와 희생자 가족이 나와 자연스럽게 존경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모금활동도 전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일상화되어야 하고 100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국가가 국민 없이 존재할 수 없듯이 국민 또한 국가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캔자스 대학의 해비너 교수가 염원한 대로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두루미 4마리가 서로 얽혀 있는 몸을 풀고 하늘 높이 날아야 한다. 대한민국 두루미가 더욱 강한 날갯짓으로 힘차게 하늘 높이 날아 다른 두루미도 끌어올려 한반도에 영원한 평화가 오도록 해야 한다.
  • [김문이 만난사람] 8월 부산 세계인구총회 국가조직위원장 박은태

    [김문이 만난사람] 8월 부산 세계인구총회 국가조직위원장 박은태

    한도 끝도 없는 우주, 그 가운데 묵묵히 하루 종일 혼자 돌아가는 지구가 있다. 수많은 생명체가 그 위에 기대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사계절을 함께 호흡하며 살아간다. 물론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맬서스의 ‘인구론’을 잠시 들여다본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자연대로라면 과잉 인구에 따른 식량 부족은 피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빈곤과 죄악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마 인구와 자원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10월 지구 상의 인구는 70억명을 돌파했으며 2050년에는 100억명 시대가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지구 상의 인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부 감소하는 나라도 더러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 추세 등으로 몇 년 뒤에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진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이미 중요한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오는 8월 부산에서 이 같은 문제를 이슈로 한 제27차 세계인구총회(IUSSP)가 열린다. 21세기 아시아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총회다. 8월 26~31일 일주일 동안 전 세계 140여개국의 학자 4000여명이 참가해 총회 사상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가 열린다. 세계 각국이 떠안은 인구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의 저출산율로 인한 여러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이 총회를 진두지휘하느라 여념이 없는 박은태 국가조직위원장을 지난달 31일 만났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36년 동안 ‘사단법인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어 나름대로 인구 문제에 관한 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이번 총회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여, 이번 총회의 성격과 의미에 대해 먼저 물었다. “유엔의 지원하에 21세기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역사상 최대·최고의 ‘인구 유엔총회’입니다. 특히 인구 70억명을 돌파한 시점에 열리는 대회여서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인류학자 4000여명이 참가 신청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인구와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 아래 20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래저래 세계 각국에서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요.” 이에 따르는 기대 효과 또한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한국과 부산의 브랜드 가치 상승이다. 둘째는 여러 학자들 간 학술 교류를 통해 한국이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타개하는 획기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유엔이 고민하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다산 지역의 영아 및 산모 사망률 증가 문제도 심도 있게 다뤄진다. 다산 국가들은 과거 한국의 성공 사례였던 가족계획, 산아제한운동 등에 많은 관심을 보여 이를 위한 다큐멘터리 등 여러 자료를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박 위원장은 설명한다. 다산 국가 80%, 저출산 국가 20%로 이뤄진다. 이번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되자 다산 국가들이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산 국가에서는 매년 영아 50만명, 산모 50만명이 죽어 가고 있으며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산모가 아들을 못 낳으면 석유를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번 총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만큼 총회 기간 중 아·태(아시아·태평양) 지역 특별 세션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태 지역을 연구하는 권위 있는 학자 35명이 특별 초청된다. 아·태 지역은 세계 인구가 집중돼 있으며 다양한 인류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특별 세션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 통일 이후 한반도의 인구 문제 등을 다루고 통계청 관계자들을 상대로 새로운 인구조사 기법 등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가 끝나면 ‘부산 이론’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부산의 출산율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0.9명으로 전국에서 제일 낮았습니다. 2008년 봄부터 여러 세미나 등을 통해 출산율을 올리자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요. 그랬더니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꼴찌를 탈출했고 이젠 서울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이번 총회가 끝난 이후 부산의 출산율은 더 올라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산 이론’이지요.”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1.22명이며 이번 총회를 계기로 0.2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총회 기간에 국내와 외국 학자 공동으로 제안서를 만들어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한다.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는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평균연령이 56세에 이르고 45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 40%가 노인으로 구성된다. 북한보다 더 비참해질 수도 있는 사회적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대로라면 앞으로 노동이민청을 신설하고 노동이민을 1000만명 이상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노동 인구는 그만큼 줄고 있다”고 거듭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번 총회에 대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부산에 총회를 유치하게 됐을까. 세계인구총회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개최되는 ‘인구 유엔총회’다. 21세기 들어서는 2001년 브라질 살바도르, 2005년 프랑스 투르, 2009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렸다. 그다음으로 유치 신청을 한 나라는 우리나라(부산)와 호주 애들레이드, 캐나다 밴쿠버였다. 호주의 경우 IUSSP 총재가 호주 출신이고 밴쿠버는 3번째 도전이라는 점에서 부산보다 유리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프랑스에 있는 총회 사무국을 직접 찾아 신청서를 냈다. 사무국 관계자는 “도대체 부산이 어디 있으며 무슨 볼거리와 어떤 문화가 있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투르나 마라케시도 과거 그 나라의 수도였다. 부산도 한국전쟁 당시 수도였으며 주변에는 세계 제1의 조선소가 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경주 불국사와 마이애미 해변을 능가하는 해운대가 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도 개최할 만큼 아름다운 문화 도시다”라고 적극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라케시 총회 때 태극기가 그려진 부채를 만들어 더운 날씨를 ‘공략’해 관심을 끌었다. 이후 점차 분위기가 좋아졌다. 2010년 1월 IUSSP 이사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이사진을 만나 마지막 홍보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대동맥 파열 등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을 겪기도 했다. 결국 이런 노력으로 부산 유치의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2001년 살바도르 총회 때 한국에서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파리에 위치한 총회 사무국에 여러 차례 드나들면서 부산을 알렸고 2009년 총회 유치위원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술회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높이는 것, 그리고 미래 한국을 이끌어가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입니다. 특히 인구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세계인구총회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참가하는데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학 발전을 위한 토대와 경험을 쌓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그 결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국민 전체가 생각하는 틀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결국 의식의 전환을 비롯해 종교단체와 여러 사회 단체가 이에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화제를 그가 36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인구문제연구소로 돌렸다. “원래 인구문제연구소는 1965년 국회에서 국립으로 설립되도록 법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인간 문제를 연구하는 곳이 관변이어서는 되겠느냐고 하는 바람에 사단법인으로 바뀌게 됐지요. 초대 이사장은 경제지리학자이자 육영수 여사의 오빠인 육지수씨가 맡았습니다. 이후 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규상씨가 2대 이사장, 한국경제학회 창립자이자 서울대 총장을 지낸 신태환씨가 3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박 위원장이 이사장 제의를 받은 것은 그 후 얼마 뒤 미주산업 대표로 잠시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했으나 경제기획원 등록 1호 연구소라는 점과 연구소를 원래대로 국립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연구소 이사장을 맡은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일본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인구 문제가 국가의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대부분 국립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인구 문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생겨야 합니다. 국가의 미래는 결국 인구에 달려 있거든요.” 현재 인구문제연구소는 1년마다 정기적인 심포지엄을 개최, 교수들의 논문을 통해 꾸준히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매년 국제세미나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시 부산 세계인구총회로 돌아온다. “역대 최대 규모인 2013 부산 총회에서는 인구와 관련한 각종 세계적 문제에 대한 분명한 돌파구가 제시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박은태 위원장은… 佛서 경제학 박사학위… 36년 동안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맡아 193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중퇴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대학에서 1970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계획 담당 강사(1971년),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197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 대우교수(1975년),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1990년) 등으로 일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이사, 재무부 금융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1992~1995년 14대 국회의원(민주당, 서울 강동구)을 거쳐 국회기업전문화연구회 대표, 미국 브리검영대(BYU) 경제학 초빙교수(1999년), 대한석유협회 회장(2002년) 등을 역임했다. 현재 프랑스 ESSEC 경영대학원 한국지부장, 사단법인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겸 소장, 제27차 세계인구총회(IUSSP) 국가조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수출 유공자 표창(상공부 장관, 1976년), 석탑산업훈장(1982년), 룩셈부르크 대공국 기사 작위(1985년), 베이징대학 마인초박사 인구과학 영예상 표창(2001년) 등이 있다. 주요 저술로는 신한국경제론(1985년), 영문판 KOREAN ECONOMY(1999년), 현대경제학사전(2001년) 등이 있다.
  • [열린세상] 대한민국의 시대적 사명/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열린세상] 대한민국의 시대적 사명/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암흑과도 같았던 시기, 불과 반세기 전, 일제 식민지 통치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던 그때, 이 나라의 모습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열강들에 의해 갈라진 국토, 그리고 뒤이은 민족 간의 전쟁.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칼 로완은 1950년대 한국을 보고 리더스다이제스트 리포트의 말을 인용하여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광복 직후 한국은 오랫동안 일본의 식민지 경영 결과로 하나의 완결된 국민경제구조를 갖지 못했다. 한국전쟁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소수 생산시설마저 대부분 파괴되었다. 1960년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비중은 15% 미만이었고, 수출과 저축의 비중은 1% 미만이었다. 쓰레기통에서 핀 꽃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기적과 같이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꽃피웠고, 그래서 개발도상국들에서는 한국을 배우려는 벤치마킹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없고 아직도 한강의 기적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 1960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6달러였을 때 필리핀은 170달러였지만 2011년에는 대한민국은 2만 3749달러, 필리핀은 2255달러다. 한강의 기적이 단순히 운이나 시대적 조류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수치가 말해 주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닮은 이 아이들이 보이나요. 2010년의 보츠와나, 남수단, 아이티 아이들의 모습과 1950년 대한민국 아이들의 모습. 지금도 지구 어디에서는 전쟁과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이 있다. 전 세계에서 12억명이 하루 1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연명하고 있고, 3초마다 어린이 한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는 내전과 가난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 재건의 의지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는 단지 가난을 벗어났기에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가슴 아픈 역사가 다른 이들에게는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고귀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받은 것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다.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희망이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전해 주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과거의 금융원조에서 개발원조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지난 60여년 동안 이루었던 우리의 개발 경험을 발판 삼아 개발도상국 영리더들에게 거버넌스(정부 조직, 부패 방지, 치안 등), 기업가 정신(창업론, 기술혁신 등), 인적자원개발(학교 교육, 기술 교육, 기업 교육 등), 개발경제(농촌개발, 중소기업육성론, 과학기술정책 등) 등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통해 양성된 제3세계 지도자들이 그들의 국가발전에 공헌하게 해야 한다. 상상해 보라. 세계 빈곤 퇴치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것은 꿈이 아니다. 빈곤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개발국가들의 꿈,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함께할 것이다. 킬링필드의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캄보디아왕국 총리실 자문관을 지낼 때, 30여년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세기의 전장(戰場)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재건단 자문단장으로 활동할 때, 미국을 위시한 유엔 및 관련국 당사자들이 필자에게 전하는 조언은 다음과 같았다. “개발도상국들이 벤치마킹한 대상은 대한민국의 길인데 정작 대한민국은 식민지 36년과 동족상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이룩해 낸 자신들의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개발도상국 영리더들의 양성은커녕 개발연대 시대의 체계적인 기록이나 자료정리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발시대의 주역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우리 개발시대의 성취가 과거 속에 묻히지 않게 하고 어떻게 재도약의 디딤돌로 승화시킬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제3세계 국가들에 우리 경험을 나눠주고 모델로 확산시켜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더 빛이 날 것이다.
  • 세상을 지배하는 원동력은 경제·기술력·지리

    세상을 지배하는 원동력은 경제·기술력·지리

    1848년 4월 런던. 한 여인이 20분째 진창 같은 부두에 무릎을 꿇고 있다. 비까지 내려 드레스가 젖어들자 여인의 몸은 부들부들 떨린다. 추위가 아니라 치욕에 떤 그녀는 빅토리아 영국 여왕. 여왕이 기다린 것은 중국의 장갑기선 기영호였다. 기영호를 타고 영국의 심장부에 들이닥친 중국 총독은 영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삼겠다는 청나라 8대 황제 도광제의 포고문을 감정 없이 읽어 내려갔다. 여왕은 끝내 혼절했다. 이후 일생을 버킹엄궁전에 갇힌 그녀는 1901년 중국 제국 이전 시대의 마지막 유물로 사라졌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이언 모리스 지음, 최파일 옮김, 글항아리 펴냄)는 이런 발칙한(?) 상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반대로 흘렀다. 아편전쟁(1840~1842) 당시 중국은 양쯔강 입구로 포를 쏘며 쳐들어온 영국 함대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언 모리스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가 이토록 황당하게 역사를 뒤집은 이유는 뭘까. 1008쪽에 걸쳐 왜 서양이 세상을 지배했는지 설파하는 저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은 결국 미래다. “사람들이 왜 서양이 지배하는지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궁극적으로는 이 물음은 ‘22세기는 동양의 시대가 된다’는 그의 예견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된다. 빅토리아 여왕에게 굴욕을 안긴 픽션은 과거 동서양의 주도권 경쟁과 앞으로의 운명을 파고드는 대장정에 나서기 전 독자의 시선을 잡아채기 위한 극적 장치인 셈이다. 그간 서구 학자들은 서양의 우세 배경에 대해 방대한 이론을 쏟아냈다. 하나는 예로부터 동서양 사이에 변경 불가능한 결정적인 요인이 존재해 산업혁명이 서양에서 일어났다는 장기고착 이론. 또 하나는 우연한 사건으로 서양이 패권을 잡게 됐다는 단기우연 이론이다. 하지만 둘 다 서양 지배론의 원인을 캐기엔 역부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동양은 550년부터 1775년까지 1000년 이상 서양을 앞질렀다는 점, 산업혁명은 무역·금융으로 축적된 서유럽의 경제력과 과학혁명이 낳은 기술력, 이민족 침입 우려가 없는 지리적 이점 등이 맞물리며 잉태된,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원전 1만 40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 지난 1만 6000년의 동서양 역사 속에서 드러난 흥망성쇠를, 직접 고안해낸 분석틀 ‘사회발전지수’로 해부한다. 전쟁 수행 능력, 정보 기술, 조직화·도시성, 에너지 획득이 주요 가늠자로 쓰였다. ‘서양의 지배/1773~2103/여기에 편히 잠들다.’ 이 충격적인 문구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구두쇠 스크루지가 미래에서 목격한 그의 묘비명을 본뜬 것. 동양과 서양의 사회 발전이 20세기와 같은 속도로 계속되면 동양이 늦어도 2103년엔 서양을 앞설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을 압축한 한 줄이다. 그러나 자신의 묘비명을 보여준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에게 “제발, 이 묘비명을 지울 수 있다고 말해주시오!”라던 스크루지의 절박한 애원처럼, 주인공 자리를 뺏기는 서구의 불안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급증하는 중국의 군비 지출 등을 들며 피와 살이 튀었던 과거 서양의 지배기보다 동양의 부상이 유혈 사태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나 책 전체에 스민 서구 중심주의 시각에서 ‘물러나야 하는 자의 미련’이 엿보인다. 4만 2000원.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EU·中 ‘무역전쟁’ 일단 정지

    EU·中 ‘무역전쟁’ 일단 정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여 온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휴전 모드로 전환됐다. 독일을 방문 중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이동통신 제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반덤핑 조사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리 총리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이동통신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추진은 세계에 보호무역주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산업과 일자리에 해를 끼치고 유럽의 산업, 기업활동, 소비자들에게도 타격을 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도 중국과 EU 간 무역 분규 악화에 반대한다면서 “중국 태양광 패널에 영구적인 수입관세를 물리는 일이 없도록 EU가 중국과 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전쟁이 임박한 것 같던 양측이 대화로 급선회한 것은 양국 간 분쟁이 서로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EU는 중국의 제1 무역 상대이며, 중국은 EU가 미국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교역 파트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47%의 반덤핑 관세 부과 방안에 찬성했으며, 중국산 이동통신 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사 착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