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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본 풍경/서울 선화랑 ‘매그넘 풍경사진’展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의 단체인 매그넘(MAGNUM) 소속 작가들의 작품은 보통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다.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오지 인간들의 삶,대도시의 뒷골목 등 흔히 눈에 띄지 않는 것에 주로 앵글을 맞춰 왔다.그러나 매그넘은 예술사진 분야에서도 탁월한 수준을 자랑한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매그넘 풍경사진’전은 다큐멘터리 보도사진에 매달려온 매그넘으로서는 좀 생소한 ‘풍경사진’의 진수를 보여준다.매그넘 창립 멤버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조지 로저,로버트 카파를 포함해 질 페레스,알렉스 웹,브루스 데이비드슨,스티브 매커리,조지프 쿠델카 등 매그넘 정회원 40여명의 풍경 사진 130여점이 전시중이다.이번 전시는 1997년 매그넘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획,1999년부터 시작한 세계 순회전의 하나다.전시작들은 1938년부터 1996년까지 시기적으로 50여년에 걸쳐 있다. 작품들은 풍경사진이지만 시대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산업화와 도시 풍경,전쟁과 폐허의 풍경 등을 통해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사진은 ‘풍경 바라보기’‘실재하는 풍경’‘재발견된 풍경’‘풍경 속의 인간’‘전쟁 풍경’ 등 다섯 가지로 나뉘어 걸렸다.‘풍경 바라보기’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구성된 풍경사진들을 보여준다.원경에 풍경이,근경에는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뒷모습이 놓인다.‘실재하는 풍경’은 특정한 지역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재발견된 풍경’은 건설하고 파괴하기에 바쁜 현대사회의 시각적인 기호와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모았다.‘풍경 속의 인간’은 엑스트라가 아니라 풍경의 주인공으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전쟁 풍경’은 전쟁의 참화로 일그러진 도시,국경지대의 난민 등 인간 유린에 대한 기억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표현한 작품들로 꾸며졌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매그넘은 2차대전 직후 설립돼 지금까지 전쟁의 목격자 역할을 해왔다.창립자인 로버트 카파는 베트남 취재중 지뢰를 밟아 숨졌고,또 다른 창립 멤버인 데이비드 세이무어는 수에즈 전선에서 이집트군의 기총 소사로 유명을 달리했다. 매그넘의 사진들은 사진가 개인의독특한 스타일로 기록되고 해석되고 재발견된다.그런 점에서 매그넘 회원들은 리포터라기보다는 작가에 가깝다.전시 기간 중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사진평론가 이기명씨가 전시작품들을 설명하는 행사를 마련해 일반의 이해를 돕는다.내년 2월28일까지.(02)734-0458. 김종면기자 jmkim@
  • 대선 자금 공방 / 회견 요지·문답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일문일답을 했다. ●회견 요지 오늘 비통한 심경으로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것이다.자책감에 참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년 대선 직후 정치를 떠난 제가 오늘 국민 앞에 다시 선 것은 아직도 남아 있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모든 허물,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정치개혁을 주장해 왔고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 왔던 저로서 입이 열 개라도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다.위선적인 행동이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바로 세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드린다. 대선 패배로 이미 죄인이 된 제가 동지 여러분의 가슴에 또 못을 박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서로를 비방하고 헐뜯을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위로하기 바란다. 당을 위해 심부름한 죄밖에 없는 재정국장의 구속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을 보고 참담한 심정에 견딜 수가 없다.이 분들은 사리사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직자로서 대선 승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앞장서다 이렇게 됐다.모든 책임은 대통령 후보였던 제게 있다.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어찌 개인적인 소회가 없겠나.평생을 학과 같은 삶을 살기를 동경했다.정치에 들어와서도 대통령이 된다면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다.그러나 진흙탕과 같은 정치의 마당에서 허망한 꿈이 되고 말았다.지금까지의 삶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었던가 참담한 심정으로 되돌아본다.제게 삶의 꿈을,희망을 걸었던 국민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드려 어떻게 속죄를 할 수 있겠나.충심으로 사죄드린다. ●일문일답 최근 귀국 기자회견에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책임의 한계는 무엇인가.검찰이 소환을 요구하면 응할 용의가 있는가. -말 그대로 모든 책임을 말한다.물론 법적 책임도 당연히 포함된다.검찰이 (소환을)요구해 오면 피하지 않고 응하겠다. 정계복귀 가능성을 점치는 말들이 당 안팎에 많다. -이미 지난 대선 직후 여러분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정계를 떠났다.복귀 운운하는 소리는 나와 관련해 더이상 나올 일이 없다고 본다.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수수 사실을 사전에 알았나.아니면 사후에 보고를 받았나. -대선 후보로서 대선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드렸고,실제로 말만이 아니라 그렇게 하겠다.이제 그런 마당에 알았느냐,언제 알았느냐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몰랐다고 내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 대선에 양당 모두 1000억원 이상 썼다는 억측까지 나돌고 있는데 후보로서 대선자금 전반의 규모와 용처에 대해 밝힐 의향은 없나.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알았느냐 몰랐느냐 하는 문제는 내가 책임지는 데 중요한 일이 아니다. 박정경기자 olive@
  • 자동차 이야기 / 아파트 한채값 ‘페라리’ 구매자 신분 ‘특급비밀’

    ‘올해의 차는 4억원짜리 페라리” 세계 최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가 ‘올해의 자동차’에 뽑혔다.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선정했다.‘575M 마라넬로(사진)’가 해당 모델이다.페라리 양산 스포츠카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575M 마라넬로는 국내에서도 시판되고 있다.공식 수입업체인 쿠즈 플러스 코퍼레이션이 맡고 있다.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주문판매만 한다.F1 변속기 방식이 3억 9500만원으로 4억원에서 500만원 모자란다.수동 변속기 방식은 3억 8000만원이다.웬만한 아파트 한채 값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한대도 팔리지 않았다.그보다 한단계 아래인 ‘F360 모데나’와 ‘F360 스파이더’만 2대씩 판매됐을 뿐이다. F360 시리즈는 575M 마라넬로보다 1억원 이상 싸다.그래도 국내에서 파는 차로서는 최고가이다.F360 스파이더는 2억 8900만원,F360 모데나는 2억 6900만원이다. F360 시리즈는 누가 탈까.회사측에 물어봤지만 극도의 보안이다.연령에 대해선 ‘30대 후반과 40대 중반’이라고만 밝혔다.직업과 관련해선 ‘기업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만 소개했다. 페라리는 스포츠카의 ‘황제’이다 보니 유명한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더 록(The Rock)'에서 니컬러스 케이지가 타고 박살을 낸 게 페라리 355이다. 국내에 개봉된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 2'에도 페라리 550이 나온다.감독인 마이클 베이가 실제 타고 다니는 차다.‘미녀삼총사1’에서 카메론 디아즈는 페라리 360 모데나를 몰았고,후속편 ‘미녀삼총사-맥시멈 스피드’에서 데미 무어는 엔초 페라리를 탔다. 중국에선 상하이의 최고 갑부이던 눙카이그룹의 저우정이 회장이 미스 홍콩 출신 여배우와 염문을 뿌리면서 애용하던 승용차도 역시 페라리였다. 그는 중국 최대의 금융스캔들로 기록된 사기혐의로 이달 초 체포됐다. 한편 575M 마라넬로는 5748cc 12기통짜리다.엔진 최고 출력은 510마력.시속 325km까지 낸다.4.2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박대출기자 dcpark@
  • 로저 무어, 기사작위 받아

    |런던 연합|제임스 본드 영화배우 로저 무어(사진·75)가 9일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다. 최근 심장수술을 받은 바 있는 무어는 영화에 대한 공헌 때문이 아니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12년 동안 활동한 것을 포함 자선사업 공로로 그같은 영예를 안았다.영국 첩보원 제임스 본드역을 침착하게 연기한 것으로 유명한 무어는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은 제2대 제임스 본드 배우다.제1대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너리경은 3년 전에 받았다. 무어는 1973∼1985년 사이 코너리와 똑같이 7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찍었다.
  • ‘부시에 경고’ 무어감독 책 돌풍/‘여보게 내 나라‘ 인터넷판매 1위

    지난 3월 아카데미 영화상 수상식에서 소감 대신 “미스터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소리쳐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49)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다시 한번 신랄하게 비판한 ‘여보게,내 나라는 어디있는 거요?(Dude,where’s my country?)’란 책으로 서점가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7일 시판되는 이 책은 선주문이 쏟아지면서 현재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베스트 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이책에서 무어가 부시 대통령에게 던진 의혹들. 1.빈 라덴과 부시 가문이 지난 25년간 사업상 관계를 맺어 왔다. 2.부시 가문과 사우디 왕실간 특별 관계.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 당시 부시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사우디 왕실은 미국 증시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미국 은행에도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3.테러리스트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인인데도 미국 언론들은 사우디가 미국을 공격했다고 제목을 달지 않았다. 4.테러 직후 왜 사우디 자가용 제트기로 미국내 빈 라덴 일가가 미국을 떠나도록 허용했는가? 5.테러 직후 5일간 연방수사국(FBI)은 186명의 용의자가 최근 수개월간 총포를 구입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를 벌였으나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이 중단시켰다. 6.부시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 탈레반이 텍사스주를 방문,석유 에너지 대기업 유노칼(Unocal)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과 관련해 논의했다. 연합
  • 주한미군 1억5천만弗 ‘복권대박’

    휴가차 본국을 방문했던 주한미군 부사관이 천문학적 규모의 복권 대박을 터뜨렸다.군 생활 10년차인 그는 군복을 벗고 한국생활도 청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성조지에 따르면 주한 미8군 소속 화학전 요원인 스티븐 무어(30) 하사는 지난달 말 한 달짜리 휴가를 받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고향인 조지아주 피츠제럴드시의 간이음식점에서 산 복권이 무려 1억 5000만 달러(약 1726억원)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당첨금은 분할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탈 예정이다.세금 등을 제외하고 그가 수중에 넣게 된 돈은 8890만 달러(1022억원)에 이른다.올해 초부터 한국 근무를 시작한 그는 8년 전 결혼,두 딸을 두고 있다.아내도 미 육군 하사인데 현재 주한미군으로 근무 중이다.이들 부부는 복권 당첨을 기념해 결혼식을 다시 한번 치르기로 했다. 미국에서 휴가 중인 무어 하사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 지 항상 얘기해 왔는데 정말 당첨이 됐다.”면서 “이제 보트를 사서 낚시도 하고 농구나 사냥도 하면서 즐기고 싶다.”고 말해 군 생활을 청산할 뜻을 밝혔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이승엽 홈런 아시아 新 / 이승엽 인터뷰

    아시아 최다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직후 이승엽은 눈물을 글썽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지금 심정은. -기분 좋다.무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누구에게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하고 싶나. -야구장에 오기 전 집에서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아내는 오늘 홈런을 못 치더라도 괜찮다고 했다.지금까지도 잘해왔기 때문에 괜찮다고 격려해 줬다. 오늘 아침 무얼 먹었나. -오랜만에 아내가 해 준 장어구이를 먹었다.아내의 요리솜씨가 부쩍 늘었다.그리고 오늘은 페넌트 레이스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너무 지쳐 있었다.그렇지만 꼭 홈런을 치고 싶었다. 56호 홈런을 누구에게 주고싶나.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을 부모님께 드렸으니 이번엔 아내에게 주겠다. 부담감이 많았을 텐데. -언론에서 너무 많은 관심을 보여 부담스러웠다.어제까지만 해도 큰 부담이 없었는데 오늘은 달랐다.잠이 안 와 새벽 4시까지 컴퓨터게임을 했다.상대 투수가 정면승부를 해 줘서 홈런이 나왔다.투수에게 고맙다는 말을하고 싶다. 국민타자라는 말이 부담되지 않나. -처음엔 많이 부담스러웠다.그러나 이젠 플레이에 자신감도 생겼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진정한 국민타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어떤 자세로 경기에 임했나. -독기를 잘 품지 않는 성격이지만 오늘만은 모처럼 독기를 품었다.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나왔다.혼신을 다해 집중했고 좋은 공이 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한국에서 정규리그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팬들에게 꼭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구질은 뭐였나. -직구였다.직구였는데 가운데로 몰린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각오는. -4일부터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우선은 팀 승리에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메이저리그에 대해서는 시즌이 끝난 뒤 생각해 보겠지만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보여주고 싶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성원을 해주고 야구장을 많이 찾아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야구열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줬으면 좋겠다. 대구 김민수기자
  • 삼성전자 70나노 개발 의미/4년내 160억弗시장 주도권 확보

    삼성전자가 세계 처음으로 70나노 공정을 적용,4기가 난드(NAND·데이터저장형) 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것은 세계 반도체업계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D램을 포함한 메모리업계 1위,반도체 전체 2위인 삼성전자는 인피니온,마이크론,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경쟁업체들이 아직 나노 공정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3세대 앞선 기술을 확보,상당기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특히 메모리업계에서 삼성전자의 ‘수성’은 더 확고해질 전망이다. ●기술력 최소 9개월 앞서 삼성전자는 디지털카메라·캠코더,휴대전화의 저장매체로 쓰이는 NAND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올해 30억달러에서 2007년 160억달러선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2007년 이후에는 현재 인텔이 주도하는 노아(NOR·코드저장형) 플래시 시장까지 급속히 NAND 시장에 편입된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화성사업장 12라인에서 90나노 공정을 적용한 2기가 NAND 플래시메모리를 양산하기 시작한 데 이어 또다시 1세대를 앞서는 70나노 공정 4기가 제품을 개발,업계를 계속 선도하게 됐다. 70나노 공정을 적용하면 90나노 대비 칩면적이 93% 줄어 생산성이 40∼50% 높아진다.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의 등장과 맞먹는 정도의 기술적 혁명이라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삼성전자로서는 플래시 메모리를 지원하는 디지털기기가 확산돼 수요의 40%를 맞추기도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 호황을 맞고 있는 시장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70나노 공정 제품은 2005년 하반기부터 양산되는데,내년 주력제품으로 예상되는 1기가 플래시 및 512메가 D램 시장은 물론 고성능 D램 시장과 응용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체제를 더욱 굳혀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D램의 경우 기존 수요처인 PC에서 나아가 휴대전화,PDA 같은 모바일기기 및 디지털카메라,게임기,디지털TV 등과 같은 전자기기 시장의 급격한 확대가 수요처를 크게 다양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어의 법칙’ 무너뜨린 ‘황의 법칙’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65년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 6개월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내놓았다.이는 35년 넘는 ‘PC 시대’의 진리였다.그러나 디지털 컨버전스의 확산으로 저장매체를 요구하는 모바일기기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200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황창규 사장이 제시한 이른바 ‘황의 법칙’(메모리 신성장론·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 ‘무어의 법칙’을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 실제 삼성전자는 99년 256메가 NAND 플래시메모리 개발을 시작으로 2000년 512메가,2001년 1기가,2002년 2기가,2003년 4기가 등으로 4년연속 ‘황의 법칙’을 실현시켰다. CPU(중앙연산장치)와 D램이 주도하던 반도체 시장이 급속히 플래시메모리 쪽으로 넘어와 새로운 수종(樹種)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NAND 플래시 메모리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을 꺼도 저장된 데이터가 없어지지 않고,정보의 입출력도 쉬워 각종 디지털 모바일 기기의 저장매체로 사용된다.NAND형과 NOR형으로 나뉜다.NAND형은 휴대전화에만 사용되는 NOR형과는 달리 고집적의 음성,영상 등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기에 사용되고 있다.NOR형은 인텔이,NAND형은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주도하고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사설] 판사 꾸지람 들은 교장 선생님들

    교장 선생님들이 법정에서 판사에게 호된 꾸지람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근무 시간에 학교를 비우고 수뢰 혐의로 구속된 충남도 교육감의 재판에 ‘응원 방청’을 갔던 게 문제였다.공판을 심리하던 부장 판사가 방청석을 향해 “업무 시간인데도 많은 학교장들과 교육청 간부들이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교육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질타했다는 것이다.학교를 지켜야 할 교장 선생님들이 얼마나 법정으로 몰렸기에 재판장이 ‘스승’을 훈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말인가. 세상의 사표라는 교장 선생님들이 근무 시간에 교장실을 떠나 법정으로 향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진다.선생님으로서 양심은 고사하고 최소한 직업 윤리마저 내팽개쳤다는 비판에 무어라고 항변할 수 있단 말인가.문제의 재판은 보통 재판이 아니다.깨끗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 뇌물이 오간 혐의를 심판하는 법정이다.교장 선생님들은 교육감 선거에서 인사권을 흥정한 각서 파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가 된 비리 정도는 개의치 않을 만큼 의식적 공범이 되었단 말인가. 공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일반 사회는 물론 학생도 학교를 믿으려 들지 않는다.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 현장에서 반교육적 행태들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교육부는 즉각 이번 응원 방청의 진상을 조사해 자초지종을 밝혀야 한다.교사적 양심을 추스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행여 교육의 이름 아래 개인의 입신을 도모하는 ‘정치 교장’이 있다면 교단에서 추방해야 한다.혼탁한 윗물을 놔두고 교육 현장을 맑게 할 수는 없다.교육계 일부의 도덕 상실은 서둘러 치유되어야 한다.
  • ‘둥글둥글’ 푸근한 우리네 모습/김창희 정년퇴임 조각전

    조각가 김창희(65·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 교수)의 작품세계는 인체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 구상조각에서 출발한다.인체의 사실성과 비례 등을 중시하는 구상조각은 일반인들이 감상하거나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단점 또한 없지 않다.종종 장식적 매너리즘에 빠져 예술적인 가치를 손상하곤 한다.그래서였을까.김창희는 1980년대 들어 작품세계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개성과 인간의 감성을 담고자 하는 ‘표현조각’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눈에 보이는 대로 묘사하기보다는 한층 단순화되고 왜곡된 형태의 인물 조각으로 나아갔다.1990년대 초 마침내 김창희의 인체상은 구체적인 형상을 잃는다.비바람에 씻긴 듯 둥글둥글하게 ‘해체된’ 그의 인체 조각상은 더없이 푸근한 느낌을 준다.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김창희 조각전’은 정년퇴임을 앞둔 작가의 조각인생 40여년을 되돌아보는 의미있는 자리다.‘환상가족’ ‘환상여인’ ‘고향마을’ ‘모자상’등 25점이 관람객을 맞는다.변형된 인물 조각들은 풍부한 볼륨을 강조한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의 인체 조각을 연상케 한다.김창희의 조각은 비교적 뚜렷한 주제의식을 드러낸다.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정신은 인간과 자연의 하나됨.병풍처럼 둘러쳐진 숲 속의 인물상은 마치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처럼 평화롭기만 하다. “조각이란 브론즈가 아닌 관념의 덩어리”라고 말한 것은 프랑스계 미국 화가 마르셀 뒤샹이다.그렇듯 현대조각은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혼란을 안겨주기도 한다.전통적인 의미의 조각이 무의미한 장식물로 전락하는가 하면,혐오감을 주는 물건이 오브제 조각이란 이름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그런 작품들에 비하면 김창희의 ‘고전적인’ 조각은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다가온다.그것이 바로 그의 조각이 갖는 장점 아닌 장점이다.(02)549-3112. 김종면기자 jmkim@
  • 영화속 특수효과의 기원 ‘스팀펑크’/음침함·아련함 두 얼굴 지닌 수증기

    미국 영화 속 어두운 도시의 밤거리.배트맨류의 야행성 영웅이나 갱들이 나올 듯한 장면에는 으레 음침한 분위기를 북돋우는 ‘장치’가 있다.맨홀이나 길바닥 틈을 통해 솟아오르는 하얀 수증기(steam).이 김의 정체는 물론 도시 지하의 난방용 파이프 같은 데서 나오는 수증기다.그런데 이 수증기가 어떻게 갱스터영화나 SF·공포영화 등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수단이 된 것일까. ●스팀펑크 “수증기의 원조는 나” 평론가들은 그 음습한 수증기의 기원을 스팀펑크(Steampunk)라는 어둡고 기괴한 대체역사물의 한 갈래에서 찾는다.대체역사는 역사의 한 시점에서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기존 역사와는 다른 가상세계를 펼치는 기법.G M 트레이빌리언이 1907년 발표한 에세이 등 역사학자들의 저작에서 먼저 발견된다. 대체역사 기법이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역시 SF 장르.‘만일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은 ‘시간여행’이라는 SF의 전통적인 장치와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최초의 SF장르 대체역사물로 간주되는 L 스프라그 드 캠프의‘암흑이 안 왔더라면’(1939년)도 6세기의 시간여행자가 로마시대로 돌아가 ‘암흑시대’(중세)의 도래를 막는다는 내용이다. ●스팀펑크가 뭐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물이다.과학기술이 막 대중화되는 시대의 사람들에게는,마녀의 묘약이나 과학자의 증기기관이나 신비롭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런 만큼 스팀펑크 속의 수증기는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과학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의 신비스러운 원천이다.스팀펑크에는 여기에 중세의 마법,초자연적인 괴물들,고대의 유산 등을 두서없이 등장시켜 음침하고 혼돈된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SF작가 마이클 무어콕이 1971년에 쓴 ‘공중의 장군’이 최초의 스팀펑크물로 간주된다.그러나 스팀펑크는 출생지보다는 미국에서 더 각광받았다.팀 파워,브루스 스털링,윌리엄 깁슨 등 이미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에 익숙했던 미국 SF 작가들은 대체역사라는 ‘가상시간’ 개념에도 쉽게 적응한 것.그래서 80년대 미국 SF계는 어두운 런던 밤거리를 헤매는 늑대인간과 우주인,고대문명의 유산들과 최첨단 과학무기들로 넘쳐났다. ●스팀펑크, 만화로 영화로 스팀펑크는 만화·영화·게임 등 다른 대중문화 장르에서도 활발히 차용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젠틀맨 리그’도 온갖 초자연적·환상적인 등장인물들로 가득한 동명만화 ‘이상한 신사들의 리그’가 원작이다.TV시리즈와 영화로 유명한 ‘스타트렉’이 과거의 지구 이야기를 언급할 때처럼 스팀펑크 기법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예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본에서는 주로 애니메이션·게임 분야에서 스팀펑크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는데,과거에 대한 향수·애수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소화해냈다.애니메이션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천공의 성 라퓨타’‘붉은 돼지’ 등의 예처럼 마법과 과학이 기묘하게 융합된 19세기풍의 세계지만,기존의 음침함보다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여기에서의 스팀(수증기)은 건강한 노동과 발전,역동성의 상징처럼 변용되어 쓰인다. 물론 ‘자이언트로보’처럼 첨단과학과 수호지 영웅들이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세계관에서는 금기시된 힘(원자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역시 일본에서의 스팀펑크는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 ‘라스트 엑자일’,게임 ‘파이널 팬터지’ 시리즈처럼 ‘…라퓨타’풍의 어딘가 아련한 팬터지 세계다. 글 채수범기자 lokavid@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
  • “원작 무시한 블록버스터의 전형” 영화 ‘젠틀맨리그’ 비난 빗발쳐

    최근 개봉한 영화 ‘젠틀맨 리그’는 올해 말 3부가 출판될 앨런 무어와 케빈 오닐의 만화 ‘이상한 신사들의 리그(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이하 젠틀맨 리그)’를 원작으로 했다.인터넷서점 아마존의 평을 빌리자면 ‘빅토리아 시대의 팬태스틱 포(fantastic four)’쯤 된다.‘팬태스틱 포’는 미국 만화출판사 마블 코믹스가 61년 내놓은 어두운 영웅들의 시조격인 만화.즉 각종 대중장르 소설에서 튀어나온 음침한 주인공들이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는 내용이다. ●고전소설 속에서 뛰쳐나온 만화영웅들 먼저 영화에서 리그의 지도자로 나오는 모험가 앨런 쿼터메인은 영국 모험소설의 대표격인 H 라이더 헤거드의 ‘솔로몬 왕의 보물’에서 나왔다.뱀파이어 미나 하커는 수많은 영화·만화·게임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큘라’(브람 스토커)속에서 흡혈귀의 저주에 시달린다. 네모 선장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서 고성능 잠수함인 노틸러스호를 지휘하는 과학자이다.만화에서는 영국의식민지 인도 출신으로 나온다.야수 하이드는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왔고,투명인간 로드니는 그 뿌리를 H G 웰즈의 소설 ‘투명인간’에서 찾는다.최고의 도둑이 되기 위해 투명인간의 혈청을 훔쳤다는 것.이외에도 불사신 도리안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미국 비밀 요원 톰 소여는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에서 차용했다.(만화상으로는 도리안과 톰 소여는 리그의 일원이 아니다.) 악당도 마찬가지다.세계 평화를 위협하며 가면을 쓰고 다니는 악당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시키고,드러난 정체는 이안 플레밍의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에게 임무를 부여하던 영국 정보부의 M의 패러디다. ●DC류의 영화가 돼버린 마블류의 만화? 그러나 영화 ‘젠틀맨 리그’는 공개되자마자 골수 만화 팬들의 비판을 샀다.원작의 미덕을 무시하고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먼저 원작에서는 불사신 도리안 그레이와 미국 비밀요원 톰소여는 ‘젠틀맨 리그’의 일원이 아니었다. 또 미나도 초인적인 힘 정도만 소유한 살인을 혐오하는 이지적인 연구원이지,영화처럼 박쥐로 변해 날아다니는 뱀파이어는 아니었다.이외에도 모험가 앨런은 마약중독,투명인간 로드니는 색정광,네모 선장은 흥분 잘하는 다혈질,지킬은 정체성 혼란을 겪는 등 만화원작에서는 리그 전원이 약점을 가졌지만,영화는 영웅들의 인간적인 결함을 많이 삭제했다.이에 팬들은 “영화사가 ‘마블 코믹스 풍의 약하고 어두운 인간적인 초인’들을 전형적인 DC 코믹스풍의 ‘영웅 올스타팀’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분노했다. 특히 미나가 리그의 지도자로 등장해 페미니즘 성격이 강했던 원작과는 달리,영화에서는 카리스마 강한 ‘마초사냥꾼’ 앨런이 지휘를 맡은 점도 원성을 샀다.여기에 팬들은 “역할도 없는 미국의 젊은 톰 소여를 억지로 끼워넣은 것도 영화의 ‘정치적인’ 성격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네티즌 ID ‘solitary’는 “지도자 앨런이 톰 소여에게 미래를 부탁하며 죽어가는 것은 19세기 영국에서 20세기미국으로 이어지는 세계패권 승계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꼬기도 했다. 채수범기자
  • 세계평화 쏘는 ‘정의의 권총’젠틀맨리그

    최고의 캐릭터를 한데 모아서 빚는 불협화음? 14일 개봉하는 ‘젠틀맨 리그(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는 1억1000만 달러를 들여서 만든 블록버스터 작품.알란 무어와 캐빈 오닐의 만화가 원작이다.원작에 충실해 ‘솔로몬 왕의 보물’‘드라큐라’‘해저 2만리’ 등 여러 SF와 팬터지소설에서 짜깁기한 7명의 영웅들을 모았다. 배경은 19세기 말 영국 빅토리아 시대.영화의 주된 얼개는 영국 정보국의 ‘M’이 7인의 전사를 모아 ‘젠틀맨 리그’를 결성,세계를 제패하려고 엄청난 전쟁을 준비하는 ‘팬텀’의 음모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장기 하나씩을 지닌 7명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리그의 두목 격인 마스터 헌터 알란(숀 코너리)의 지휘 아래 뱀파이어 미나(페타 윌슨),어떤 무기로도 죽일 수 없는 도리안(스튜어트 타운젠트),투명인간 로드니(토니 큐란),미국의 비밀부대요원 톰(쉐인 웨스트),야수인 지킬앤하이드(제이슨 플레밍),전설의 해적 두목 네모(나세루딘 샤) 등이 ‘완벽 잠수함’ 노틸러스를 타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펼친다. 키포인트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빚는 볼거리.지킬박사가 야수로 변하는 이미지 변화 과정과 박쥐들이 뱀파이어로 변하는 장면,뱀파이어가 된 미나의 초고속 공간이동 장면 등 다양한 컴퓨터그래픽(CG)기법과 첨단 기술은 상상력을 자극한다.‘하찮은 영화에 출연해도 빛난다’는 숀 코너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볼 만하다. 하지만 대자본이 빚는 볼거리에 만족해야지 더 기대하면 실망한다.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액션의 나열에 그친다. 이종수기자 vielee@
  • 比 ‘1일반란’ 이모저모 / 평화해결 불구 아로요 지도력 타격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마카티 금융지구 내 ‘글로리에타 콤플렉스’를 점거했던 필리핀 반군들의 쿠데타 기도는 반군이 부대 복귀를 약속하고 건물 주변에 설치했던 폭발물들을 자진 철거하면서 21시간 만에 평화적으로 해결됐다. 그러나 반군들의 쿠데타 기도가 평화적으로 끝났음에도 불구,아로요 대통령의 지도력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같다.쿠데타군은 어쩌면 처음부터 아로요 대통령에게 흠집을 내는 것을 목표로 치밀한 준비 끝에 행동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28일 아로요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개혁 부진과 부정·부패 등을 내세워 쿠데타를 기도,대통령의 지도력에 타격을 가했다.필리핀 경제에 대한 신뢰도 저하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훗날 아로요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반군들 폭발물 자진 철거 반군들은 반란 기도가 끝났다는 아로요 대통령의 발표 직후 건물 주변에 설치했던 부비트랩 등 폭발물들을 자진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현장을 지키던 AFP통신 기자는 반군들은 건물 주위에 모여 있던 기자들을 해산시킨 후 건물 외벽과 나무 등에 부착시켰던 C4 폭발물에 연결된 철선들을 끊었다고 말했다. ●개혁부진·부패 등에 불만 아로요 대통령은 앞서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일부 젊은 군인들의 쿠데타 음모가 드러났다며 이를 주동한 장교 10명을 포함한 70여명을 체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이들은 그동안 지지부진한 개혁,군대 내의 부정부패와 정실인사,봉급과 주거환경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군들은 새벽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아로요 정부의 퇴진을 요구했다.이들은 아로요 정부가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등 이슬람 반군에 무기와 탄약을 밀매하고 있으며,반군에 의한 폭탄테러 등을 빌미로 대통령이 권력 유지를 위해 내달 계엄령 선포를 준비 중에 있다고 비난했다.또 자신들의 행위는 쿠데타를 하거나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군,“사실상 승리했다.” 주장 반군들은 반란 종식을 위한정부 대표와의 협상에서 앙헬로 레이에스 국방장관과 에르모제네스 에브단 경찰청장,빅터 코르푸스 군정보국장 등 3명의 해임과 자신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레이에스 국방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아로요 대통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반군들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부대로 복귀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쿠데타 기도가 평화적으로 해결된 것은 “민주주의의 승리”라면서 쿠데타의 주모자들은 군사재판에 회부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반군들의 부대 복귀가 허용됨으로써 평화 해결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정부가 사실상 반군들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정부가 원칙을 갖고 대응하지 못하고 반군들에 끌려다녔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것이다.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배후설 이번 사태와 관련,2001년 군부 주도의 민중봉기로 쫓겨난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그는 부정부패 혐의로 마닐라 교외의 한 군병원에 수감돼 있었으나 이날 캠프 아귀날도의 군부대로 전격 이감됐다.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은 쿠데타를 기도한 젊은 장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이들이 점거하고 있는 마닐라 중심가 쇼핑몰을 향해 시위 행진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미국 정부는 26일(현지시간) 아로요 대통령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고 쿠데타는 즉각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조앤 무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누구도 정통성 있는 민간 정부인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정부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의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필리핀 정부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경하기자·외신 lark3@
  • 휴가철 볼만한 비디오 / 오싹… 까르르… ‘방콕’ 준비 끝

    산으로 바다로 모두들 자석에 이끌리듯 떠나는 휴가철이다.왁자한 행락행렬에 끼이지 않고서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손쉬운 아이템이 비디오다.여름휴가·방학을 맞아 동네 비디오 가게에 나온 신작들 가운데 온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볼 만한 것들을 추렸다. #엠퍼러스 클럽 ‘죽은 시인의 사회’류의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인간의 품성과 예의에 관해 담담한 어조로 성찰했다.케빈 클라인이 말썽많은 제자들을 다독여 인간의 도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덕망높은 철학교수로 나온다.마이클 호프먼 감독. #파 프롬 헤븐 평소 외국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주부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가정에 헌신적인 중년의 여자가,남편이 동성애자란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뒤 우연히 빠져든 사랑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드라마.불륜,인종문제 등 1950년대 미국 중산층 사회의 취약성을 꼬집었다.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가 열연했다.토드 헤인즈 감독. #시몬 알 파치노가 ‘원맨쇼’를 하다시피한 코믹드라마.캐스팅에 골머리를 앓던 영화감독이 가상의 사이버 여배우를 내세워 세상을 속이고 ‘농락’하다 그 이미지의 허상에 제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줄거리.비록 개봉관에선 큰 재미를 못 봤지만 상상력과 메시지는 충분히 유쾌하고 진중하다.‘트루먼 쇼’의 앤드루 니콜 감독. #투게더 ‘패왕별희’의 첸 카이거 감독의 남다른 감수성이 철철 넘치는 최근작이다.아들의 출세에 모든 걸 바치는 가난한 아버지와,바이올린에 인생을 거는 13세 소년이 엮는 감동드라마.중국 5세대 감독의 작품답게 자본주의에 멍든 중국사회를 은근슬쩍 꼬집기도 한다. “아이들이 보고싶대요” 어린 자녀들에게 괜찮은 비디오를 골라주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다.오래 전 TV에서 방영된 뒤 시리즈로 나온 낡은 비디오 말고 ‘따끈따끈한’ 신작을 골라 아이들 손에 쥐어주는 것도 알뜰피서의 한 방법. 최근 출시된 별나라 요정 코미(3탄)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어린이에겐 ‘안성맞춤’이다.TV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일본 애니메이션.주인공 요정 코미의 마법여행길을 아이들이 넋을 쏙 빼고 따라다닐 듯하다. 영웅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좋아한다면,엑스맨 울버린과 사이보그로 변신한 연인 유리코의 맞대결을 그린 엑스맨-울버린의 전설과 스파이더맨이 제격.‘스파이더맨’에서는 밤이면 영웅 데어데블로 변하는 변호사 머독과 스파이더맨의 대결상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이들 모두를 앞지르는,된장냄새 폴폴 풍기는 국산 애니메이션 2편.민들레꽃을 피워내는 강아지똥을 통해 희생정신과 숭고한 자연의 질서를 일깨우는 점토애니메이션 강아지똥과,고아가 된 오누이의 눈물겨운 정을 그린 오세암은 이번 방학기간 중 꼭 보여줄 만한 것들이다. 황수정기자
  • 끝내주는 세여자가 돌아왔다/ 오늘개봉 ‘미녀삼총사­맥시멈 스피드’

    나탈리(캐머런 디어스) 딜런(드류 베리모어),그리고 알렉스(루시 리우) 등 미녀 3총사가 3년만에 다시 뭉쳤다.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는 2000년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해 3억달러의 노다지를 캔 1편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속편이다.포맷은 1편과 엇비슷하다.더 올라가자면 70년대 TV시리즈와 닮았다.스피커로만 연락을 하는 백만장자 찰리의 명령에 따라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실천하며 ‘천사’로 불리는 세명의 미녀 사립탐정.지성과 미모에,무술 실력까지 겸비한 완벽한 슈퍼우먼들이다.다른 게 있다면 “아주 유별난 세 여자가 있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시퀀스에 세 천사의 어린시절을 슬쩍 보여줘 천사의 탄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러나 큰 틀은 같고 그를 채우는 콘텐츠만 다르다.이번 임무는 FBI의 ‘증인 리스트’가 담긴 티타늄 반지 2개를 찾는 것이다.반지를 도난당한 뒤 FBI가 보호하던 증인들이 무차별 살해된다.몽골에서 구해준 연방법원 집행관이 반지를 훔치려는 범인이고,그 뒤에 다른 주모자가 불거지는데…. 엎치락뒤치락하는 반전 속,몸매 늘씬한 미녀 셋이 역경을 극복하는 빤한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영화는 눈길을 끌 만한 요소가 제법 많다.아슬아슬한 총격전,폭파장면 등 신나는 볼거리가 여전히 풍성하다.액션의 강도가 강해졌고 360도 회전과 고공점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터크로스며,고공낙하 신까지 곁들였다.데미 무어가 타락한 천사 역을 맡아 오랜만에 얼굴을 비치는 것도 화제다. 줄거리의 개연성에 아랑곳하지 않고,그저 빠르고 역동적인 장면에 몸을 실어 신나고 재미있게 즐기면 좋을 작품.더 큰 의미를 파고드는 것은 무의미하다.1편과의 차이점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잦은 변장,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총알 피하기,다른 작품 패러디 등은 1편의 ‘판박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데미 무어, 15세 연하 애슈턴 커처와 열애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브루스 윌리스와 이혼한 할리우드 여배우 데미 무어(40)가 10대의 우상인 15년 연하의 애슈턴 커처(25)와 사랑에 빠졌다고 연예주간지 피플이 6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두 사람이 지난 주말 틴셀타운에서 열린 한 수상식에 같이 나타났을 때 사랑에 빠진 것으로 보였다면서 옵서버의 말을 인용,“두 사람이 밤새도록 서로 집적거렸으며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때 보이는 단계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다이 하드’에서 주연한 윌리스와 11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2000년 이혼한 무어와 십대 영화 ‘내차 어딨어?’와 올해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에서 주연한 커처는 수상식 후 열린 파티에서 “서로 홀딱 반한”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6년간 큰 돈을 들인 영화를 찍지 않았던 무어는 오는 27일 북미에서 개봉될 ‘미녀삼총사2’에서 타락한 천사로 복귀를 준비중이다.90년에 히트작 ‘고스트’와 96년 ‘스트립쇼’에 출연했던 무어는 윌리스와의 사이에 딸 셋을 두고 있으나 98년 별거에 들어갔다 2년 후 이혼했다.
  • [오늘의 눈]‘NEIS 혼란’ 책임져야 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긴긴 싸움에 승자는 없다.전교조도 교총도 교장단도 시민단체도 모두 승자가 될 수 없다.정책의 혼란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긴 교육부는 더욱 아니다.그렇다고 패자가 있느냐 하면 딱히 패자도 없다.모두 자신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세워 무언가 보여줬기 때문이다.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그러나 피해자는 엄연히 존재한다.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과 묵묵히 일해온 교사들이 그들이다. 전교조는 NEIS의 인권침해 소지를 강력히 제기,인권위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나아가 미온적인 교육부에 연가투쟁이라는 강수를 들이대 ‘백기’를 들게 했다.하지만 전교조는 두번씩이나 이기고도 졌다.학교 현장은 물론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지 못한 채 브레이크 없이 내달린 탓이다. 교총은 과감하고도 화려한 변신을 통해 조직을 다잡는 데 ‘성공’했다.당초 NEIS의 ‘보완후 시행’을 요구하다 교육부가 전교조의 손을 들자 잽싸게 방향을 틀어 전교조와 교육부를 상대로 소속 교원들을 뭉치게 했다.더욱이 NEIS의 재검토결정 이후 줄곧 불법행동이라고 몰아붙였던 연가투쟁을 스스로 하겠다고 나섰다. 교육부는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줏대없이 끌려다니다 만신창이가 됐다.시·도 교육감은 물론 교원단체인 전교조와 교총·한교조로부터도 모두 신뢰를 잃었다.교육부가 나름대로 얻은 게 있다면 교육정책 추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튼실하지 못한 정책추진의 결과를 새삼 느꼈을 게다. 문제는 학생과 교육에만 매달린 교사들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이다.찢어지고 터져 곪은 교단도 마찬가지다.특히 학생들이 전교조 소속이든 교총 소속이든 교사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보면서 과연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교사들의 정책에 대한 불신도 씻어줘야 한다.그래서 싸움의 원인·과정·결과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또 책임을 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박홍기 사회교육부 차장hkpark@
  • 노대통령 재산희혹 해명 / ‘칼날’ 질문 없는 회견

    28일 청와대 홈페이지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이 밋밋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특히 국민적 의혹이 대단히 큰 사건임에도 출입기자들의 질문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질문 부실 지적 많아 청와대 게시판에는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전부 사표를 써라.질문다운 질문 한마디 못하는 기자가 어디 기자냐.취재의 ABC도 모르는 사람만 잔뜩 앉아 머리 수만 채우고 있다.아는 게 있어야 질문이 나오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어떤 이는 “오늘 기자회견은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군색한 변명을 하는 대통령과 아무런 말도 못하는 기자님들이 연출한 자리였다.”면서 “두려워서 할 말을 못한 것은 아니냐.진실을 알리려는 기자정신이 아쉬웠다.”고 비난했다.‘언론개혁’(ID)은 “기자스럽다는 말에 대해 토론합시다.그동안 신문에서 ‘무어무어 카더라.’는 식으로 온 지면을 메우던 기자들이 오늘은 질문을 하라고 해도 전혀 질문을 못하더군요.”라고 비꼬았다. 이날 일문일답에서는 ‘정치인의 경제활동에 대한입장’ ‘최근 정치상황과 이번 회견과의 관계’ ‘야당 공세에 대한 견해’ 등 다소 ‘본질을 떠난’ 질문이 나왔다.노 대통령이 거꾸로 “오늘은 의혹 자체에 대해서만 얘기하자.”고 문답의 주제를 돌리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이 질문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의 본질을 다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면서 “회견 당사자가 의혹에 대해 얘기하자는데 왜 기자들이 엉뚱한 질문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 질문관행 바뀔까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할 말이 적지 않다.이날 기자회견이 매끄럽지 못하고,날카로운 질문이 다른 때보다 나오지 못한 것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일 처리가 미숙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질문을 받지 않는 쪽으로 ‘기획’을 했다가 전날 3명으로 조정한 뒤,기자회견을 1시간 앞두고 부랴부랴 7명으로 늘렸다.노 대통령이 보다 많은 질문을 받는 게 좋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참모진은 노 대통령의 ‘뜻’도 제대로 읽지 못했던 셈이다.청와대측은 질문기자 수를 7명으로 정하면서,매체별 숫자까지 배정했다.종합일간지 3명,방송사 2명,지방신문사 2명으로 정했다.게다가 질문순서도 청와대가 최종 확정했다. 이와 관련,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앞으로는 미국식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하고,대통령이나 사회자가 질문자를 선택하는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박지연기자 jj@
  • 내 남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 23일 개봉 ‘파 프롬 헤븐’

    하늘처럼 받들고 믿어온 남편에게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그 아내는?그것도 남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할리우드의 대표 ‘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가 주연한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23일 개봉)은 ‘부부클리닉’같은 TV드라마에서 자주 봐온 빤한 소재로 출발하는 멜로드라마다.그런데 감독이 ‘벨벳 골드마인’으로 드라마를 끌어 가는 힘과 파격을 인정받은 토드 헤인즈.어떤 역할을 맡아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배우와,듬직한 감독의 만남에는 기대가 부풀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의 완벽한 평온은 늘 위태로워 보인다.매사에 남편의 뜻을 따르고 가족에 헌신적인 캐시(줄리안 무어)에게도 그 까닭모를 불안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낸다.잡지를 장식할 만큼 명망있는 남편(데니스 퀘이드)이 뿌리깊은 동성애자란 사실을 우연히 목격하고 만 것.영화는 배신의 충격에 빠진 한 여자가 갑작스런 내면의 균열을 얼마나 침착하게 다스려 가는지를 우아하고 격조있게 펼친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의 중산층 세계를 들여다본 영화에서,감독은 여러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돌출시켰다.권위로 무장한 가장이 그를 신처럼 믿어온 아내 앞에서 동성애자로 밝혀지는 장면은,인간의 허위의식이 소름돋을 정도로 생생히 까발려지는 설정이다.당시 미국 중산층 사회에서 치명적 금기였던 불륜과 인종문제도 잇따라 화면에 부각된다.상처를 위로하는 우직한 흑인 정원사 디건(데니스 헤이스버트)과 가까워지는 캐시는 이웃의 따돌림을 당하고,영화는 그 틈새로 사회적 관습의 취약성을 끈질기게 고발한다. 덩치 큰 소재들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단촐하게 끌어 안은 감독의 화법이 돋보인다.가정을 깨지 않으려고 다가온 사랑에 한동안 머뭇거리는 캐시,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끝내 사랑을 포기하는 디건.두사람이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은 결국 닮은 꼴이다. 빛과 주변풍광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화면 덕에,다소 지지부진한 로맨스는 매끈하게 포장됐다.엘머 번스타인의 애잔한 배경음악에 인물들의 감정선이 한결 더 풍성하게 살아났다.모처럼 중년,특히 여성관객들이 빠져들 만한 영화다.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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