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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산시설 현대화 사업 융자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린다

    축산 농가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는 올해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의 융자 기간을 5년 늘리고, 농업정책자금 금리를 2.0%로 내리기로 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6일 경기 안성의 축산농가를 방문해 “축산부문은 한·미 FTA 때부터 지속적으로 시장개방이 확대된 점을 고려해 올해부터 축산시설 현대화 사업의 융자 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며 “한우 직거래 활성화 사업 등 농업정책자금 금리도 2.5%에서 2.0%로 일괄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또 암소 개량에 150억원, 할랄인증 도축가공시설 지원에 55억원 등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신규 사업에도 예산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할랄인증은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 가공된 식품에 부여하는 것이다. 송 차관은 “FTA, 가축전염병, 고령화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 아래서 우리 농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직불금 등 직접적 소득 보전보다는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전문인력 양성 등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에 농림예산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농업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농가의 혁신 정신과 지속적인 시설투자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6살 소년이 테러리스트? 비행기 블랙리스트 올라

    6살 소년이 테러리스트? 비행기 블랙리스트 올라

    6살 소년이 항공기 탑승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있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사이에드 아담 아흐메드(6)가 공공안전에 잠재적 위험을 줄 수 있는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DHP)에 올라 여객기 탑승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황당한 이 사건은 지난 31일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벌어졌다. 이날 아흐메드 가족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NHL경기를 보기위해 에어캐나다 탑승 수속을 밟았다. 문제가 벌어진 것은 6살 소년 아흐메드가 마치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양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에 올라있는 것. 이에 여객기 탑승을 위해서 아흐메드는 공항의 특별한 조사를 따로 받아야했다. 아흐메드의 아버지는 "어떻게 캐나다 출생의 6살 아들이 탑승 위험리스트에 오를 수 있느냐"면서 "같은 일이 비행기 탑승 때 마다 벌어지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는 아들의 비행편이 체크도 되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이같은 사실은 아흐메드의 아버지가 트위터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곧 큰 논란으로 번졌다. 여기에 아흐메드와 같은 사례로 고통받고 있다는 다른 가족의 제보까지 이어졌다. 현지 언론은 무슬림 중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에 오른 동명이인과의 착오로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캐나다 정부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공공안전부 장관 랄프 굿데일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에 있다"면서 "국가와 여행자 안전을 지키기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정권 안정·중동 패권 목적… ‘강대강’ 최소 1~2년 대치

    정권 안정·중동 패권 목적… ‘강대강’ 최소 1~2년 대치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으로 시작된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엔과 미국이 나서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양국 모두 이에 응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국내 불만세력을 억누르고 중동지역 패권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기 위해 지금의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1~2년은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이란 민간 항공 운항 중단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4일(현지시간) “사우디 당국이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데 이어 이란을 오가는 모든 민간 항공편의 운항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항공편 운항 중단은 사실상 민간 교류 중단을 뜻한다. AFP는 “사우디가 국교 단절에 이어 민간 교류 중단까지 감수하겠다고 나선 만큼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국의 갈등은 종파 문제와 얽혀 중동 전체로 번지는 모습이다. 앞서 사우디와 발맞춰 이란과 단교하거나 관계 수준을 낮춘 바레인, 수단,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쿠웨이트도 5일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대사관 공격에 항의하며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유엔·美 “상황 악화 안돼” 중재 나서 상황이 급박해지자 유엔과 미국이 중재에 나섰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 전화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피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테판 드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가 두 나라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양측 당사국에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자제심을 보여 줄 것을 촉구했다”면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란 외무장관과 접촉했고 곧 사우디 외무장관과도 연락해 평화적 해결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두 나라가 단기간에 화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핵 합의를 위해 시아파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만 몰두하면서, 이란과 라이벌 관계인 사우디(수니파)를 달래지 못해 불만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FP는 중동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추진”을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사우디 의도된 기획… 불안 지속 ”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사우디가 미국의 지속적 우려에도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한 뒤 이란과의 국교 단절, 항공 운항 중단 등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것을 보면 현 상황이 다분히 ‘의도된 기획’이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두 나라 모두 정권 안정과 지역 패권 추구를 위해 양국 사이의 갈등을 이용하고 있어 당분간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가 사태해결 나서야” 두 나라 관계 악화의 발단이 사우디에 있는 만큼 사우디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우디 내 일부 왕족들조차도 지난 2일 단행된 시아파 지도자의 처형이 지나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사우디가 전체 인구의 15% 정도 되는 시아파 무슬림들을 수니파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등 국가적 포용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해외여행 | 라싸, 돌아서면 그리운

    해외여행 | 라싸, 돌아서면 그리운

    숨이 막혔다. 비행기는 아직 티베트 고원 위를 선회하고 있는데, 들이마시는 숨이 평소의 절반 수준이었다. 고산증 예방을 위해 하늘이 취하는 조치가 아닐까 싶었다. 하늘에서 느꼈던 호흡 곤란은 망상이 아니었다.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머리가 띵하게 저려 온다.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에 들어왔다는 증거다.포탈라궁에서 만난 기도하는 티베트 할머니. 이 모습이야말로 티베트의 마음을 설명하는 완벽한 장면이었다고원지대에 위치한 라싸는 처음 찾아가는 여행객에게 가파른 호흡과 작열하는 태양을 선물한다 티베트는 중국어로 시짱西藏이라 불린다. 지리적으로는 중국의 서남부로 분류되며 티베트족이라 불리는 장족의 지역이다. 과거 투르판 혹은 토번吐蕃이라 불리던 민족이 바로 티베트족이다. 일설에 의하면 서구지역에 티베트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영국인들이 투르판을 티베트라 표기했고, 그 후 이 명칭이 공식화됐다고 한다. 티베트 고원지대는 중국 당국의 소수민족 정책에 의해 자치구로 분류된다. 그래서 티베트 지역을 티베트자치구, 시짱자치구라고 부른다.가파른 호흡, 작열하는 태양 잘 알려져 있는 대로, 티베트로 들어가는 길은 엄격하다. 이것은 티베트와 중국 사이의 관계에서 기인한다. 티베트는 달라이 라마가 정치 수반의 역할을 하는 제정일치 사회였지만 1950년 중국에 의해 병합됐다. 이후 티베트 지도부는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했고, 지금까지도 중국 당국과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독립과 자치 보장, 두 해법을 둘러싸고 아직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중국 땅을 밟기 위한 비자를 받고도 외국인 여행객에게는 별도의 허가증이 필요하다. 도장 세 개가 깊이 새겨진 허가증은 쓰촨성 청두에서 비로소 손에 들어왔다. 청두는 티베트로 향하는 길목이다. 외국인이 티베트자치구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이곳을 거쳐야 한다.라싸는 해발 3,670m의 고지대다. 최고 높이가 8,000m가 넘는다는 히말라야 고원에 비하면 별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고도는 아니다. 고도가 높아서 깨닫게 되는 것은 또 있다.땅이 높다는 것은 하늘과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더없이 아름답다. 그 하늘빛을 가르고 강렬한 태양이 쏟아진다. 검게 탄 얼굴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멀리서 순례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선글라스와 천으로 얼굴을 몽땅 가렸다. 그들이 손에 들고 뱅뱅 돌리는 최고르(다라니 경전을 통에 넣고 추를 매달아 돌리는 성물. ‘마니차’라고도 부른다. 기도를 통해 손에 잡히지 않는 깨달음의 세계로 더 빨리 다가가기 위한 티베트인들의 물건이다)를 보니 다시 한 번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곳이 라싸라는 사실을.포탈라궁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왕궁이다라싸에서는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하는 티베트인들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포탈라는 왕궁이지만, 티베트인들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순례지이기도 하다강렬한 태양만큼이나 화려한 티베트의 색이 있는 곳이 포탈라궁이다티베트인들은 조캉과 함께 포탈라궁을 순례하기 위해 라싸로 향한다. 그들의 미소는 더없이 순수했다붉은 산 ‘포탈라’라싸의 태양은 게으르다. 일출이 늦다. 8시쯤이나 돼야 푸르스름하게 동이 튼다. 일몰 시간도 늦다. 저녁 8시 반에서 9시쯤 빠르게 저문다. 아마도 이것은 광활한 중국대륙의 동서를 표준시로 묶어둔 탓이리라. 몸으로 체감컨대, 라싸는 중국의 표준시에서 두 시간쯤 늦춰야 비로소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얼추 맞아진다.라싸를 대표하는 명소는 역시 포탈라궁이다. 달라이 라마의 겨울궁전이자 과거 티베트의 정치 중심지이기도 했던 곳이다. 포탈라궁은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도 훨씬 웅장하다. 궁성, 궁전, 뒷산의 조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남북의 길이가 200m, 동서 길이가 320m에 달한다. 가이드로 나선 티베트인 링첸 왕부에 따르면 ‘포탈라’라는 이름은 본디 산의 이름이다. ‘포탈’은 ‘붉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라’는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본래 투르판 왕국의 전설적인 왕, 송첸캄포가 처음 사원으로 건립했다. 1645년 5대 달라이 라마 때 본격적으로 증축되어 종교·정치의 중심지가 됐다. 포탈라궁의 가운데 붉은색 건물 홍궁이 바로 그때 지어진 부분이다. 이후 수세기에 걸쳐 증축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94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이른 아침부터 쏟아지는 태양을 뚫고 포탈라 궁전 곁의 광장으로 향했다. 이미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모여 있고, 음악에 맞춰 전통 춤을 춘다.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가 즐기기 위한 춤이다. 티베트족, 그들은 본디 이처럼 화사한 민족이었으리라. 강렬한 태양 아래 어울렁더울렁 어울리며 술과 음악과 춤을 사랑하던 민족이었음을, 그들의 아침이 충분히 보여 주고 있었다. 광장을 넘어 포탈라궁 쪽으로 다가가면, 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배어난다. 곳곳에서 입으로 관세음보살의 진언인 “옴 마니 파드메 훔”을 외며 최고르를 돌리는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다.포탈라궁의 규모는 상당하다. 궁 안에만 1,000여 개의 방들이 있다. 그 방들은 법당, 침궁, 영탑전, 독경실, 요사채 등의 기능을 한다. 한정된 건축공간이 수많은 작은 공간으로 분화했다는 것은 ‘복잡하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내부는 미로와도 같다. 이 많은 공간들 중 관람객이나 순례객에게 허락된 공간은 20여 개소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처럼 폐쇄적인 관람정책이 ‘포탈라궁의 지하에는 샹그리라로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있다더라’ 같은 말을 생기게 했는지도 모른다.관람이 허용되는 공간들은 주로 역대 달라이 라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들이다. 포탈라궁의 가장 큰 특징이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왕궁’이라는 공간은 왕위와 함께 후대의 왕들에게 물려 내려간다. 왕마다 별도의 왕궁을 마련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포탈라궁에는 역대 달라이 라마의 공간들이 모두 별도로 마련돼 있다. 5대 달라이 라마가 생활하고 기도하던 공간 그 너머에는 7대 달라이 라마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 다음은 8대 달라이 라마의 공간이다. 수많은 왕궁들이 포탈라궁 내부에 존재한다.아무리 웅장한 건축물이어도, 그 속에 역대 왕들의 왕궁이 각각 존재하려면 공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역대 달라이 라마가 생활하던 공간들은 그리 넓지 않다. 도리어 다른 나라의 왕궁들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작고 좁다. 그러나 비록 공간은 작더라도 내부에서 느껴지는 장엄한 기운은 그 어느 나라의 왕궁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포탈라궁의 또 다른 특징은 건축물 내부에 스투파를 지어 놓았다는 점이다. 스투파는 부처님이나 고승들의 사리를 모셔 놓은 사리탑으로 보통 사리탑은 건축물 외부의 특정 공간에 세운다. 그러나 포탈라궁은 궁전 내부에 스투파를 지어 놓았다. 그 양식은 인도나 스리랑카, 동남아권과 다를 바 없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내부에는 역대 달라이 라마의 스투파가 여럿 있지만, 규모 면에서나 화려함에서나 5대 달라이 라마의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5대 달라이 라마의 스투파는 높이만 12m에 너비가 7.65m에 달한다. 황금 3,721kg과 보석 1만여 개로 외부를 치장했으며, 희귀 보석 명주가 이 스투파를 치장하는 데 사용됐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 5대 달라이 라마를 향한 티베트인들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기도 하다.조캉에 들어서는 초입부터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다사원 입구에 매달린 타르초가 인상적이다오체투지 순례자들의 성지 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가 포탈라궁이라면 티베트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조캉이다. 이곳은 티베트 불교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성지가 된다. 무슬림들이 메카를 향해 가듯,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수천 킬로미터의 길을 따라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로 향하는 이유도 바로 조캉 때문이다.우리는 흔히 동남아로 전해진 남방 불교, 중국으로 전해진 대승 불교라고 배워 왔지만, 실제로는 또 하나의 흐름이 있었다. 바로 파드마삼바바가 히말라야 고원을 넘어가며 전한 밀교다. 8세기경, 당시 투르판 왕국의 33대 왕이었던 송첸캄포는 불교를 받아들여 통일왕국을 굳건히 다진다. 그는 군소 유목민들을 투르판이라는 왕국으로 통일한 최초의 군주였으며 히말라야 지역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왕이었다.송첸캄포는 통일왕국의 위업을 달성한 후 당 태종의 조카인 문성공주를 후궁으로 받아들인다. 송첸캄포가 투르판 왕국을 세우고 수도를 라싸로 옮긴 후, 온갖 재앙이 끊이지 않았는데 주역과 천문에 밝았던 문성공주는 이것이 라싸의 지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라싸의 지형이 나찰녀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송첸캄포는 문성공주의 조언에 따라 만다라의 형상에 맞춰 방사형으로 사찰들을 건립한다. 특히 나찰녀의 심장에 해당하는 연못을 메우고 그 자리에 사원을 세웠는데, 이 사원이 바로 조캉이다.조캉이 중요한 이유는 이곳에 문성공주가 당나라에서부터 모셔 온 석가모니 불상이 봉안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불상을 티베트인들은 조오jowo라고 불렀다. 조오를 모신 사원캉, khang이기에 이곳을 일컬어 ‘조캉’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는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쫑카파의 상이 모셔져 있기도 하다. 쫑카파는 14세기에 존재했던,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타락해 가던 티베트 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티베트 불교의 밀교 수행 체계와 핵심을 알기 쉽게 정리해 대중에게 뿌리내리도록 했던 장본인이다. 여기에 송첸캄포 왕까지, 조캉에는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조캉에서는 눈돌리는 모든 것에 티베트인들의 신앙이 깃들어 있다조캉의 이미지는 황금색이다. 그 찬란한 색감에는 여타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황금색과는 다른 깊이가 있다벽 속에 숨겨져 있던 ‘조오’조캉은 라싸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바코르 마켓 뒤편에 위치해 있다. 조캉 정문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인다고 했지만, 그날따라 순례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소문처럼 티베트인들은 사원 앞에 온몸을 던져 오체투지를 올리고 있었다. 남녀노소, 너와 나의 구별이 없었다. 티베트인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합장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이내 두 팔과 이마, 다리를 땅 위에 길게 눕혔다. 이 모습은 종교를 불문하고 종교인이 몸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경이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많지만 순례자들이 읊조리는 “옴 마니 파드메 훔” 구절 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성스러움은 모두의 입에서 쓸데없는 말을 지웠다.사원 입구에 들어서서 짧은 회랑을 가로지르면 또 다른 문이 자리한다. 그 뒤로 돌아나가야 비로소 조캉의 진면목을 마주하게 된다. 황금빛 지붕이 찬란한 사원의 모습. 회랑의 벽은 온통 벽화로 치장되어 있고, 야크버터가 황홀하게 타오른다. 사원 내부는 티베트 사원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어둑한 실내를 밝히는 촛불과 비릿한 야크버터 냄새, 그리고 매캐한 향냄새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어두운 사원의 내부로 발길을 옮기며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조캉이 티베트 불교 최고의 성지인 만큼 법당에는 라마 승려들이 가득 앉아 경을 읽고 있으리라. 낮고 느린 오묘한 소리가 끊이지 않으리라. 그러나 기대는 적잖게 무너져 내렸다. 승려들이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진보라빛 가사 무더기만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조캉의 내부를 돌다 보면 가이드가 하얀 벽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지금의 조캉 사원은 그 벽이 있었기에 최고의 성지가 될 수 있었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은 우상숭배를 금지하며 전국의 사원과 불상들을 파괴했다. 당시 조캉의 고승 중 한 명이 문성공주의 석가모니 불상을 지키기 위해 사원의 어딘가에 숨겨 놓고 그 위치를 단 한 명의 승려에게만 전해 주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불상의 위치를 알고 있던 그 승려는 결국 불상을 다시 꺼내지 못하고 입적해 버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상을 찾았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한 승려의 꿈에 벽 안에 숨겨진 불상이 등장한다. 그 다음날 사원 관계자들은 그 꿈대로 벽 뒤에서 꽤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던 불상을 발견하게 됐다. 티베트 불교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이야기다.사원의 3층은 라싸 최고의 전망대다. 동서남북으로 뻗은 라싸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에 보이는 포탈라궁의 위용도 함께 볼 수 있다. 눈에 들어오는 조캉의 모습은 어디를 둘러봐도 황금빛이다. 가히 티베트 최고의 성지다운 화려함이다. 조캉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건물들은 지붕마다 타르초(경전이 쓰여진 오색 깃발)가 휘날리고 있다. 가만히 그 깃발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난다. 바람에 깃발이 흔들리는 소리다. 티베트인들은 이를 두고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갔다”고 말했다. 빛바랜 타르초 뒤로 어느덧 해그림자가 길어진 것이 보였다. 이렇게 라싸의 하루도 저물어가고 있었다.라싸 곳곳에서 순례자들을 만나게 된다. 마치 도시 전체가 순례지인 듯하다라싸의 하늘은 더없이 푸르다.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파랗게 순수로 돌아갈 것만 같다10년의 기다림, 이틀간의 짧은 꿈 티베트를 알게 된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땅을 밟고 돌아와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텔레비전과 인쇄매체에서는 수시로 달라이 라마가 등장했으며, 서구에서는 ‘신비한 땅, 티베트’의 이미지를 끝없이 쏟아냈다. 한 번은 그 땅을 밟고 서서 그네들의 이야기를 톺아 보고 싶었지만, 두 발로 그 땅을 디디기까지 정확히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나마도 그 땅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긴 기다림, 짧은 꿈’이라는 문구가 실감날 수밖에 없었다.기다림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에는 괴로움도 함께 찾아왔다. 호흡의 어려움과 편두통이라는 고산증세다. 아침이면 간밤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산증이 심한 사람들은 산소통의 힘을 빌어야 했다. 그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진정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순박한 티베트인들의 미소에는 누구든 감탄이 터졌고, 그래서 견딜 만했다.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으며, 민족의 아픔에 대해서도 오래 전 수많은 피를 불렀던 폭력의 업보라고 받아들인다는 그들. 빠르고 치열한 경쟁의 세상에 익숙한 도시인에게는 경외심마저 들게 하는 곳이 라싸였다.라싸 공항을 다시 찾았을 때는 숨쉬기 편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마치 다시는 그 땅을 찾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그 생각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비행기에 오르자 이내 다시 그 땅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순박한 그 미소 때문일까. 아니면 강렬하게 찔러 오던 태양 때문일까. 딱 부러지는 이유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다시 그 땅을 찾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되는 묘한 땅. 그래,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의 바람소리를 그리워하나 보다. 라싸는 그런 땅이었다. 돌아서면 그리워지는.포탈라궁▶travel infoAIRLINE인천에서 쓰촨성 청두까지 2시간, 그리고 다시 라싸까지 3시간 반이 걸린다. 쓰촨성 청두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국제항공, 사천항공, 동방항공 등의 중국 민항기들이 있다. 청두에서 외국인 출입 허가증을 받은 후 다시 국내선을 이용해 라싸로 들어갈 수 있다.TRANSPORTATION오프로드를 즐겨라 티베트 자치구로 향하는 여러 방법 중 험준한 비포장길을 따라 자동차로 이동하는 오프로드 여행이 인기다. 이동하는 구간의 자연경관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주로 베이징, 칭하이성, 쓰촨성, 윈난성 등에서 출발하며, 라싸까지 들어가는데에 짧으면 3일, 길게는 5일에서 일주일 정도 걸린다. 크게 세 가지 루트 중 쓰촨성에서 넘어가는 구간이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아름답다. 외국인들은 이동 시 진행 방향이나 동선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관계로, 운전기사를 별도로 고용하는 것을 권장한다.FOOD당신의 입맛을 저격하다 티베트 음식은 대체로 한국인들에게 아주 잘 맞는다. 그만큼 한국 음식과 간도 비슷하고 맛도 익숙하다. 대표적인 음식은 뚝바, 텐뚝이다. 뚝바는 티베트식 칼국수, 텐뚝은 티베트식 수제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외에도 초우민, 탈라 누들 같은 음식들도 권할 만하다. 다만 야크 특유의 냄새를 싫어한다면, 사전에 쇠고기나 양고기로 바꿔 달라고 주문할 것. 물론, 고기를 아예 빼고 조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싸에서 꼭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또 있다. 티베트의 술 ‘창chang’이다. 곡주로, 그 맛은 마치 예전 우리가 집집마다 담가 먹었던 가양주와 닮아 있다.INFORMATION티베트의 깃발타르초는 불교경전을 새긴 오색 기도깃발들을 만국기처럼 줄에 매달아 놓은 것이다. 룽다는 하나씩 세워 다는 큰 깃발로 ‘바람의 말’이라고도 불린다. 타르초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하양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불, 우주, 땅, 공기, 물을 상징한다. 티베트인들은 타르초를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설치한다.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는 만큼 그들의 불심도 멀리 퍼져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집의 옥상이나 마당에서도 타르초와 룽다를 쉽게 볼 수 있으며, 티베트의 설날인 매년 1월3일 새 타르초와 룽다로 바꿔단다고 한다.마니차PRAYER WHEEL티베트인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기도물품이다. 티베트인들은 ‘최고르’라고 부르는데 국내에서는 마니차라고 알려져 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부터 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것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주로 원통에 추가 달려 있어 뱅뱅 돌리면서 들고 다니거나, 벽에 설치된 것을 돌리면서 지나간다. 내부에는 ‘다라니’라 불리는 경전이 들어 있다.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공부와 수행을 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그 과정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쉽게 수행의 공덕을 쌓고자 만들어진 도구다. 마니차를 한 번 돌리면 다라니를 3,000번 읽은 공덕이 쌓인다고 알려져 있다. 불교의 종파 중 하나인 밀교 문화권에서 주로 볼 수 있다.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정태겸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 캐나다 6세 소년을 비행기 블랙리스트 탑승객에…

    캐나다 6세 소년을 비행기 블랙리스트 탑승객에…

    6살 소년이 항공기 탑승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있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사이에드 아담 아흐메드(6)가 공공안전에 잠재적 위험을 줄 수 있는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DHP)에 올라 여객기 탑승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황당한 이 사건은 지난 31일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벌어졌다. 이날 아흐메드 가족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NHL경기를 보기위해 에어캐나다 탑승 수속을 밟았다. 문제가 벌어진 것은 6살 소년 아흐메드가 마치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양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에 올라있는 것. 이에 여객기 탑승을 위해서 아흐메드는 공항의 특별한 조사를 따로 받아야했다. 아흐메드의 아버지는 "어떻게 캐나다 출생의 6살 아들이 탑승 위험리스트에 오를 수 있느냐"면서 "같은 일이 비행기 탑승 때 마다 벌어지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는 아들의 비행편이 체크도 되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이같은 사실은 아흐메드의 아버지가 트위터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곧 큰 논란으로 번졌다. 여기에 아흐메드와 같은 사례로 고통받고 있다는 다른 가족의 제보까지 이어졌다. 현지 언론은 무슬림 중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에 오른 동명이인과의 착오로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캐나다 정부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공공안전부 장관 랄프 굿데일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에 있다"면서 "국가와 여행자 안전을 지키기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공격용 헬기 타고 다니는 푸틴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공격용 헬기 타고 다니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1999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실각과 함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권좌에 오른 이후 16년째 장기 집권하며 21세기의 짜르(Czar·황제)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다. 그는 악명 높은 구소련 정보기관 KGB 요원으로 냉전시기 최전선이던 동독에서 활약했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KGB에서 분리되어 국내 보안 업무를 담당하던 조직인 연방보안국(FSB)의 장관으로 일하는 등 정치보다는 첩보와 정보전에 정통한 관료였다.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색 행보를 이어갔다. 라이플 한 정만 들고 혈혈단신 사냥터로 나서는가 하면, 급류가 흐르는 계곡에 몸을 던져 수영을 즐기고, 수송기를 직접 조종하거나 심지어 정상회담 일정을 펑크내가면서까지 폭주족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기도 했다. 이러한 괴짜 성향 때문인지 그는 대통령 전용헬기조차 평범함을 거부했다. 크렘린 상공의 공격헬기 지난 2015년 연말, 모스크바의 대통령궁인 크렘린 영내에서 육중한 체구의 공격용 헬기 2대가 이륙하는 장면이 행인의 카메라에 포착되었고, 이내 화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헬기장에서 코브라 공격용 헬기가 떠오른 셈이니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궁 앞마당에서 공격용 헬기가 떠오른 것을 놓고 SNS에서는 푸틴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느니 쿠데타가 발생했다느니 다양한 ‘카더라’ 통신이 난무했지만, 이 공격용 헬기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모든 오해가 풀렸다. 바로 푸틴의 새로운 전용헬기였던 것이다. 크렘린궁에서 이륙한 헬기는 러시아 공군의 주력 공격용 헬기인 Mi-24 하인드(Hind)의 최신 개량형인 Mi-35M 공격용 헬기를 개조한 VIP 전용헬기 Mi-35MS였다. 외관만 놓고 보면 공격용 헬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으니 오해가 있을 법 했다. Mi-35MS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공격용 헬기 개조 VIP 전용헬기다. 일반적으로 공격용 헬기는 적진 상공을 휘저으며 공격을 퍼부어야 하기 때문에 적의 대공포에 피격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덩치를 줄여 설계된다. 일반적인 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병력 탑승용 공간은 없애고, 조종사(Pilot)와 무장사(Gunner)를 제외한 추가 병력 탑승 기능은 모두 삭제하여 오로지 무장 탑재와 운용에 최적화된 형상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Mi-24는 태생부터 이러한 공격헬기와는 다른 설계 사상을 가지고 개발됐다. 소련군은 월남전에서 미 육군이 UH-1 휴이(Huey·병력수송헬기)와 UH-1 건십(Gunship·무장헬기)를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병력수송헬기와 무장 헬기의 기능을 하나로 합칠 것을 요구했고, 이러한 요구 조건에 따라 밀(Mil) 설계국은 Mi-24라는 물건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형상의 Mi-24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은 대규모 기갑부대와 공수부대로 순식간에 주요 도시를 점령했지만, 산악 지역을 거점으로 저항하는 이슬람 반군 무자헤딘(Mujahidin)의 치고 빠지기 식 전술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도 이 무자헤딘의 일원이었는데, 이들은 전투 중 노획한 소련군의 장비에 의존하는 소규모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사우디 등 이슬람 국가들, 심지어 미국까지 나서서 자금과 무기를 지원함에 따라 지역을 통째로 점령한 군벌 형태로 발전해 각지에서 소련군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이에 소련은 산악 지형에서는 전차나 장갑차보다는 공격용 헬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Mi-24 공격용 헬기를 대규모로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무자헤딘의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산은 울창한 숲이 아닌 바위산인 경가 많아 숨을 곳이 없었고, 변변찮은 대공 무기가 없던 게릴라들에게 하늘에서 기관포와 로켓탄을 퍼붓는 공격용 헬기는 문자 그대로 사신(死神)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력을 떨친 Mi-24는 공산권 주요 국가에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은 물론 남미 지역까지 50여 개 국가에 수출된 Mi-24는 냉전 시기 미국의 AH-1 코브라(Cobra)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산권의 표준 공격용 헬기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는 냉전 붕괴 이후 Mi-28이나 Ka-50과 같은 신형 공격용 헬기를 개발해 배치했지만, 병력 수송 임무와 공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Mi-24의 전술적 이점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Mi-24의 엔진과 무장, 전자장비를 대폭 개량한 Mi-35를 내놓았는데, 푸틴은 이것을 가지고 자신의 전용 헬기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21세기 짜르’가 탈 전용 헬기인 만큼 Mi-35에는 환골탈태에 가까운 수준의 대대적인 개조가 이루어졌다. 기체를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값비싼 복합 소재를 대폭 사용했고, 속도 성능과 민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메인 로터를 유리섬유 소재 신형 로터로 바꾸고 엔진도 교체했다. 갑작스럽게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에 대비한 방어 장비는 물론 전자전 장비까지 탑재했다. 또한 VIP 탑승 공간에 대한 방탄 처리와 더불어 추락하더라도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랜딩기어도 완전히 새로 설계했다. 8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병력 탑승 공간 역시 푸틴을 위해 호화롭게 개조됐다. 실내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게 바뀌고 널찍한 좌석과 회의용 테이블도 추가됐다.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시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푸틴의 성향을 반영해 창문도 커졌다. 지상 공격과 병력 수송 등 순전히 군사 작전을 위해 개발된 공격 헬기가 최고의 생존성과 안락함을 자랑하는 VIP 전용 헬기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공격형 VIP 헬기, 푸틴의 취향? 일반적으로 대통령 등 국가수반이 타는 VIP 전용 헬기는 생존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참모진도 동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큼직한 중대형 헬기를 기반으로 개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S-92를 비롯해 미국의 마린 원(Marine One), 프랑스와 독일(EC-725) 모두 10톤급 이상의 중대형 헬기이다. 이러한 케이스는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래 러시아는 대통령 전용헬기로 자국의 베스트셀러 중형 헬기인 Mi-8을 개조한 중형 VIP 전용헬기인 Mi-8MTV를 운용하고 있었다. 공산권 국가의 표준 수송헬기로 대량 보급된 Mi-8은 우리 군의 UH-60 블랙호크에 비견되는 중형 헬기이지만, 훨씬 더 대형의 기체로 내부에 최대 24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 헬기를 VIP용으로 개조, 내부에 고급 좌석과 회의용 테이블, 위성통신시스템 등 다른 나라의 대형 VIP 헬기 못지않은 설비를 탑재해 대통령 전용 헬기로 운용하고 있었다. 푸틴은 이 헬기를 꽤나 마음에 들어 했고, 지방 시찰 시 종종 이 헬기를 이용했는데, 헬기 이용 횟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지난 2013년에는 비좁은 크렘린궁 안에 아예 헬기장을 따로 만들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헬기 이용 횟수가 잦아지면서 경호 및 의전을 담당하는 부서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러시아는 체첸 등 소수 민족에 의한 독립운동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한 상태였고, 최근 푸틴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국내의 체첸 반군과 IS의 연계 테러에 의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분실된 무기가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고, 퇴역 군인과 폭력조직에 의한 무기 암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전체 국경선 길이만 62,269km에 달해 국경을 통해 밀반입되는 불법 무기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이다. 즉, 푸틴이 타고 있는 대통령 전용 헬기가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는 중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에서 푸틴을 암살하기 위해 전용 헬기를 공격할 세력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푸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측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장기화되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던 고유가 상황도 무너지면서 푸틴의 리더십과 지지율은 오로지 선전전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황까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유력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 피살 사건으로 인한 러시아 내 반 푸틴 세력의 결집, 크림반도 무력 침탈로 인한 우크라이나와의 긴장 고조, 시리아 내 IS 공격으로 인한 이슬람 세력과의 충돌과 러시아 내 무슬림 세력의 동요 등 불안 요소가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있다. 푸틴의 ‘공격형 VIP 헬기’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Mi-35MS VIP 전용 헬기는 그 태생이 강력한 방호력을 가진 공격용 헬기인 만큼 푸틴과 경호당국이 우려하던 대부분의 위협으로부터 푸틴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헬기이고, 이제 푸틴은 러시아 영내 어디라도 이 헬기를 타고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파와 정적, 그리고 주변 국가들을 무력으로 찍어 누르는 장기 철권통치를 이어가면서 적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값비싼 전용 헬기는 애초부터 만들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캐나다 6살 소년, 여객기 탑승 블랙리스트 논란

    캐나다 6살 소년, 여객기 탑승 블랙리스트 논란

    6살 소년이 항공기 탑승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있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사이에드 아담 아흐메드(6)가 공공안전에 잠재적 위험을 줄 수 있는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DHP)에 올라 여객기 탑승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황당한 이 사건은 지난 31일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벌어졌다. 이날 아흐메드 가족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NHL경기를 보기위해 에어캐나다 탑승 수속을 밟았다. 문제가 벌어진 것은 6살 소년 아흐메드가 마치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양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에 올라있는 것. 이에 여객기 탑승을 위해서 아흐메드는 공항의 특별한 조사를 따로 받아야했다. 아흐메드의 아버지는 "어떻게 캐나다 출생의 6살 아들이 탑승 위험리스트에 오를 수 있느냐"면서 "같은 일이 비행기 탑승 때 마다 벌어지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는 아들의 비행편이 체크도 되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이같은 사실은 아흐메드의 아버지가 트위터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곧 큰 논란으로 번졌다. 여기에 아흐메드와 같은 사례로 고통받고 있다는 다른 가족의 제보까지 이어졌다. 현지 언론은 무슬림 중 '여행 안전 위험리스트'에 오른 동명이인과의 착오로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캐나다 정부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공공안전부 장관 랄프 굿데일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에 있다"면서 "국가와 여행자 안전을 지키기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지붕에서 15세 소년 떨어뜨린 IS...“동성애자 용서 못해”

    지붕에서 15세 소년 떨어뜨린 IS...“동성애자 용서 못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이하 IS)가 동성과 성적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지붕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처형을 내렸다. 시리아 독립언론 ARA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IS는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 주에서 15세의 소년을 공개처형했다. 이 소년은 아부 자비드라는 이름의 IS의 고위 남성 관계자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아 열린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IS는 이 소년을 지붕 위에서 밀어 떨어뜨려 사망케 했으며, 당시 공개처형 장소에는 시리아 데이르에조르 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나와 이를 직접 목격했다. 아부 자이드가 지붕에 오르는 순간부터 추락하는 순간까지, 현장에 있던 많은 시리아 시민들이 이를 카메라에 담았으며 해당 장면은 ARA뉴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의해 공개됐다. ARA뉴스에 따르면 이 소년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IS 고위 관계자인 아부 자비드의 집에서 체포가 됐으며, 집에서는 아부 자비드와 처형된 15세 소년이 성관계를 맺은 흔적이 발견됐다. IS는 이슬람율법에 따라 해당 소년에게 처형을 명한 반면, 고위 관계자인 아부 자비드는 계급을 강등하고 이라크 전선으로 강제 발령을 내렸다. ARA뉴스는 “아부 자비드에게 시리아를 떠나 이라크 북서부 전선에 투입하도록 명한 것은 IS 지도부의 결정이었다”면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IS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뜻에 따른다는 명목으로 동성애자를 건물에서 떨어뜨리거나 돌팔매질하는 방식으로 처형을 이어왔다. IS는 온라인 영문 선전 매체 다비크를 통해 “(동성애자에 대한) 우리의 처벌 방식은 서방에서 흘러들어온 타락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무슬림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처형… 성난 이란 시위대 대사관 방화

    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처형… 성난 이란 시위대 대사관 방화

    이슬람 종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반정부 시아파 지도자 등에 대해 테러 혐의로 처형을 강행하자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시위대가 수도 테헤란 주재 사우디대사관에 불을 지르는 등 사우디와 이란 간 종파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예멘·시리아 내전, 이란 핵 협상 등 역내 주요 이슈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운 앙숙 관계다. 이번 충돌은 2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가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등 시아파 지도자 4명과 알카에다 조직원 등 47명을 테러 혐의로 집단 처형하면서 촉발됐다고 AP·AFP 등이 보도했다. 이란이 사우디 전체 인구의 15% 정도인 시아파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을 해 오다 체포된 알님르의 사면을 수차례 요구했던 만큼 그의 처형은 위태위태했던 수니파와 시아파 간 분쟁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사우디는 앞서 테러 방지 명분으로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 등 반정부 행위를 하는 자를 테러범으로 처형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사우디가 알님르의 처형을 감행한 것은 사우디를 둘러싼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는 국제유가 급락과 예멘 내전의 장기화로 왕가의 권위가 도전받는 상황이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진영에 미치는 정치·외교적 파장보다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필립 루터 국제사면위원회(AI)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사우디 정부는 반테러리즘의 탈을 쓰고 반대자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가 알님르의 처형 사실을 밝히자마자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시아파 진영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란 정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를 불러 알님르의 처형에 강력히 항의한 데 이어, 이란 시위대는 테헤란 사우디대사관과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불을 지르고 사우디 국기를 찢으면서 격렬하게 항의하다 4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3일 “사우디 정치인들은 신의 복수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라크 의회의 시아파 정파인 다와당의 칼라프 압델사마드 대표도 “바그다드 주재 사우디대사관을 즉시 폐쇄하고 대사를 추방하라”며 “이라크 감옥에 있는 사우디 테러리스트도 모두 처형해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알님르의 사형 집행이 ‘암살’이라면서 “사우디가 알님르를 죽인 것은 그가 압제받는 사람들(시아파)의 권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시아파 국민이 과반인 바레인에서도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경찰이 최루탄으로 진압했다. 인도, 파키스탄 등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시아파 지도자들도 사우디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으며, 카슈미르 등 일부 도시에선 시아파 무슬림의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일 성명을 통해 사우디의 집단 처형에 유감을 표하고 이란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사우디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 달라. (이번 처형이) 종파적 긴장을 악화시키는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IS, 남성 5명 처형 영상 공개 “英 스파이…장차 영국 침략할 것”

    IS, 남성 5명 처형 영상 공개 “英 스파이…장차 영국 침략할 것”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영국인 스파이들”이라며 남성 5명을 집단 처형하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특히 동영상에서 이 남성들을 살해한 IS 대원은 영국식 영어 억양을 구사해 지난해 11월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영국인 IS 대원 ‘지하디 존’의 뒤를 잇는 인물이 등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IS의 선전 표식이 담긴 이 동영상에는 살해된 남성들이 시리아 내 IS 수도 격인 락까에서 동영상과 사진들을 촬영해 돈을 받고 영국에 넘겼다고 자백하는 장면이 담겨져 있다. 한 남성은 IS 지도자 중 한 명인 아부 무슬림 알투르크마니의 정보를 서방에 넘겼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알투르크마니는 지난 2014년 8월 미국의 무인기 공격으로 사망했다. 또 다른 남성은 두 명의 영국인을 포함해 IS 전사들의 소재를 넘겨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동영상에서 밝혔다. 다만 이들은 스스로를 락까와 리비아 벵가지 출신이라고 밝혔고, 영국에서 왔다고 말한 남성은 없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들 가운데 두 명은 도로포장 인부이고 나머지는 각각 에어컨 기술자와 가게 소유주, 10대 청소년이라고 보도했다. 영상에서 5명의 남성들은 주황색 점프수트를 입고 사막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복면한 IS 대원들이 뒤에서 머리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동영상에 나오는 목소리는 아랍어로 이들 남성들을 향해 “적”과 “변절자들”이라고 지칭했다. 총격 직전 영국식 억양의 복면 테러범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IS에 대항한 것을 두고 “저능아임에 틀림없다”고 조롱하기도 했고, IS가 장차 영국을 침략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언론들은 “제 2의 지하디 존이 나타났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10분 30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마지막에 IS 표식이 담긴 두건을 쓴 네 살 배기로 추정되는 아이가 등장해 영어로 “이슬람을 믿지 않는 자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끝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세 이슬람 여대생은 왜 ‘태형’을 당했을까?

    20세 이슬람 여대생은 왜 ‘태형’을 당했을까?

    지난 2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무슬림국가인 인도네시아 아체 특별자치주에 위치한 바이트라힘 회교사원 앞에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을 위반한 죄인들의 공개 태형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이날 언론과 시민들의 주목을 받은 사람은 올해 20세의 여대생 엘리타. 그녀는 집행대 위에 올라 무릎을 꿇고 집행관이 휘두른 5대의 등나무 채찍을 맞고 비명을 지르다 결국 쓰러졌다. 그렇다면 엘리타의 '죄목'은 무엇일까? 그녀가 공개적인 망신과 태형을 받은 이유는 미혼남녀의 의심스러운 접촉을 금하는 이슬람 할와트(khalwat)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다른 대학 남학생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인은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해당 남학생 역시 집행관의 나무채찍을 피하지 못했으며 4명의 다른 남성들 역시 도박혐의로 태형을 당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태형이 벌어진 아체주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무슬림 거주지로 도박, 음주, 혼외정사 등을 벌이다 걸린 시민들에게 이처럼 끔찍한 태형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아체주는 동성간 성관계를 불법화하고 이들에게 최대 100대의 태형을 내리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진보적인 인권단체들은 “끔찍하고 비 윤리적인 태형을 폐지해야 하며 최대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Top photo/Barcroft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페북 최고 인기 정치인 트럼프 ‘존경받는 인물’ 교황과 공동 2위

    ‘막말 달인’인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무서운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또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미국 일간 USA 투데이는 28일(현지시간) 성탄절 직전인 이달 셋째 주 페이스북의 정치인 거론 횟수에서 트럼프가 5012만건으로 선두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는 ‘좋아요’, ‘공유’, ‘게시글’, ‘인용’ 등을 모두 합한 것으로 다른 후보 16명의 2960만건보다 2배가량 많다. 트럼프 거론 횟수는 올 1월부터 집계한 특정 정치인의 주별 언급 수치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대선 출마를 발표한 지난 4월 둘째 주 2830만건의 최다 거론 횟수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페이스북에서 급부상한 계기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지난 7일 발언 이후부터다. 미국인의 속내 일부를 트럼프가 드러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실제 이달 첫 주 1500만건 수준이던 트럼프에 대한 거론 횟수는 둘째 주 3400만건, 셋째 주 5000만건으로 급증했다. 이 신문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호불호를 떠나 여러 이슈로 트럼프가 자주 오르내린다는 점만으로도 향후 그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는 갤럽조사에서 버락 오바마(17%) 미 대통령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5%의 득표율로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생존 인물 2위에 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샌더스 “노동·중산층 트럼프 지지자들 내게 오라”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가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뺏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주의자’ 가운데 노동계층이 많으니 그들의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샌더스는 27일(현지시간) NBC·CBS 등 방송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 이례적으로 열을 올렸다. 그는 “트럼프는 천박하다”고 비난한 뒤 “트럼프는 미국인의 경제적 불만과 테러 등의 공포를 이용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그들이 멕시칸과 무슬림에 대해 적대시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는 또 “트럼프를 지지하는 노동계층과 중산층에 대해 말한다”며 “우리가 걱정하는 문제들을 진정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월가와 기업인들의 탐욕에 개입하고 소수를 위해 작동하는 경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는 중산층을 창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극소수만을 위한 것이지 저임금 노동계층을 위한 것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샌더스가 트럼프의 노동계층·중산층 지지자 공략에 나서자 트럼프도 가만 있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TV토론에서) 힐러리에게 이메일 범죄 면죄부를 줘 대선 캠페인을 망친 샌더스가 내가 미국의 임금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거짓말”이라고 반격했다. 이에 샌더스도 추가 성명을 발표하고 “점점 더 많은 노동자 가정에서 트럼프의 정책이 결국 억만장자 계층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됐고, 트럼프는 이를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 등 미 언론은 “샌더스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통로를 가로질러 새로운 지지를 찾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의 대중 영합적 경제 메시지에 빠져 있는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는 클린턴에 뒤져 만년 2위 신세이지만, 트럼프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샌더스는 지금까지 트럼프와의 18차례 양자 대결에서 13차례나 이겼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IS “美, 겁나서 지상군 못 보내” 조롱

    IS “美, 겁나서 지상군 못 보내” 조롱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7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육성 메시지를 통해 미국, 러시아의 공습에도 IS는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의 전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IS 조직을 다잡고 대원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바그다디는 26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공개된 음성 녹음을 통해 “전 세계가 뭉쳐 하나의 세력(IS)에 맞선 일은 이슬람 역사상 전례가 없다”며 “세계의 모든 불신자가 모든 무슬림에 대적하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는 미국 등 연합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그들은 우리를 위협할 수도, 우리의 결의를 파괴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전사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감히 (IS 영토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며 지상군 파견을 꺼리는 미국을 조롱했다. 알바그다디는 지난 15일 수니파 국가 34개국을 연합해 IS에 대항하는 군사동맹을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도 비난했다. 그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동맹국은 진정한 이슬람이 아니다”라면서 “사우디 국민은 ‘이슬람교를 배반한 독재정권’에 맞서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협박도 이어 나갔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인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육성 메시지를 공개한 뒤 은둔 생활을 이어 온 알바그다디가 이날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데 대해 CNN은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전장에서 패퇴하고 있는 IS 대원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바그다디는 “IS의 대원들은 옳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인내해야 한다”면서 “신이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인내하자”고 말했다. 최근 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반군은 미국 등이 공습을 강화함에 따라 IS에 대한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라크 정부군은 IS가 지난 5월 점령한 라마디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안바르주의 주도인 라마디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110㎞ 떨어진 핵심 요충지다. 이라크 정부군은 26일 정부청사가 있는 라마디 도심 알후즈를 점령했으며 청사 주변에서 IS 대원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AFP가 보도했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전날 정부군이 라마디를 수복한 뒤 모술을 탈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 반군 연합세력인 시리아민주군도 이날 IS 수도인 락까 인근의 티슈린댐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락까에서 22㎞ 떨어진 티슈린댐은 유프라테스강의 주요 3대 댐 중 하나로 시리아 북부 지역 대부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IS가 통제해 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에어프랑스 ‘폭탄 의심물체’에 케냐 비상착륙…가짜로 판명

    에어프랑스 ‘폭탄 의심물체’에 케냐 비상착륙…가짜로 판명

    인도양 남서부 섬 모리셔스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던 에어프랑스 항공기에서 폭탄으로 의심되는 장치가 발견돼 케냐에 비상착륙했다고 케냐 경찰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 장치는 가짜 폭탄으로 밝혀졌다. 전날 오후 9시 승객 459명과 승무원 14명을 태우고 모리셔스에서 출발한 AF463 편 보잉 777 항공기는 이날 오전 0시 37분쯤 케냐 몸바사 국제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이 항공편은 당초 이날 오전 5시 50분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찰스 오위노 케냐 경찰 대변인은 “항공기 화장실에서 폭발물로 보이는 의심스러운 장치가 발견돼 비상착륙을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객기가 착륙해 모든 승객이 안전하게 대피했으며 폭탄 전문가들이 의심 물체를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승객들이 대피하고 의심 물체를 수색하는 동안 공항이 폐쇄됐다고 전했다. 항공기에 탄 한 승객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어프랑스 직원들은 모두 대단했고 모두를 안정시켰다”며 “우리는 무슨 일인지 모르고 기술적인 문제로 생각한 채 좌석 벨트를 매고 앉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프레데릭 가제 에어프랑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화장실에서 발견된 장치는 가짜 폭탄이었다”고 밝혔다. 가제는 “이 장치가 판지와 종이, 가정용 타이머로 만들어졌다”면서 “폭약은 들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공동 조사 중인 케냐와 프랑스 당국은 승객 4∼5명을 용의자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프 은카이세리 케냐 내무장관은 용의자들의 국적은 밝히지 않고서 모리셔스·프랑스 조사단과 함께 승객들을 심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신화통신은 용의자 중 2명이 무슬림이라고 보도했다. 대피한 승객과 승무원 473명은 현재 케냐 몸바사의 여러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케냐 내무부는 승객들이 상황 설명을 듣고,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식 트위터에 올렸다. 은카이세리 장관은 “에어 프랑스가 승객 이송을 위해 다른 항공기를 보냈다”며 “항공기가 도착하기까지 조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특파원 칼럼] 오바마와 트럼프, 그들의 ‘버킷리스트’/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오바마와 트럼프, 그들의 ‘버킷리스트’/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송년회가 잦은 요즘이다. 미국 워싱턴DC 안팎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가 있다. 바로 미국 대선 공화당 유력 후보이자 ‘막말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얘기다. 대다수는 트럼프의 언행에 부정적이다. 보수적 성향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전 국무부 고위 관료는 기자에게 “만에 하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을 큰 보자기로 덮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밖에 알리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빵점이다. 한국과 북한, 중국 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며 작금의 대선판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치인은 본인의 부고 기사 말고는 어떤 기사가 나와도 좋다고 했던가.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트럼프는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더니 최근 41%를 얻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다가는 각종 미인대회를 소유한 부동산재벌 출신이 백악관을 처음으로 차지하는 이변을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미 언론에 트럼프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면 그에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임기가 1년 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레임덕’에 빠질 만도 한데 여전히 굵직굵직한 뉴스들을 터뜨리고 있다. 이민개혁 행정명령,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이란 핵협상 등을 마무리한 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 파리 기후변화협정 타결 등 그의 레거시(유산)가 쌓이고 있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벌어진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겠다며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테러 정책 강화를 역설하지만 공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을 움직이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나 8년 만에 권력 교체기가 다가오면서 남은 1년도 분주하게 보낼 오바마 대통령과, 앞으로 1년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가 궁금해졌다. 새해를 앞두고 버킷리스트는 종종 ‘새해 결심’으로 바뀌기도 하니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할 일’ 목록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총기 사건을 막기 위한 총기 규제 강화, 난민 수용 확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최저임금 인상, 남녀 동일임금 추진, 90년 만에 미 대통령으로서 쿠바 방문 등이 리스트에 있을 것이다. 또 IS 격퇴,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이 있지만 모두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힘든 과제들이다. 다음은 트럼프. 공화당 후보로 낙점돼 민주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대통령이 된다면 “라티노와 무슬림의 불법 이민과 무단 입국을 막을 것이며 시리아 난민도 차단할 것”이다. 그는 또 “안보 무임승차 국가인 한국과 일본, 독일로부터 돈을 더 뜯어낼 것이며 중국을 봉쇄하고 뺏긴 일자리를 되찾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트럼프도 너무 바빠 보인다. 그런데 그들의 버킷리스트에 있었으면 하는 ‘북한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 두 사람 모두 북한 김정은 정권과 상대를 안 할 것처럼 나온 지 오래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과, 외교에 무지한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버킷리스트에 넣어 관여정책을 추진해 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chaplin7@seoul.co.kr
  • “여자가 과학책 왜 봐” 사회적 편견과 장벽 女 과학자 드문 이유

    “여자가 과학책 왜 봐” 사회적 편견과 장벽 女 과학자 드문 이유

    평행 우주 속의 소녀/아일린 폴락 지음/한국여성과총 옮김/이새/448쪽/1만 8000원 과학계에서 빚어진 코미디 같은 일화 하나. 그것도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하버드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1877년, 이 대학 천문대 소장이었던 피커링은 별을 관측하는 일에 난데없이 자신의 집 가사도우미를 투입한다. 남성 조수들이 하찮은 단순 작업이라며 빈둥거리기만 하자 농반진반 “차라리 ‘가정부’(maid)를 쓰는 게 낫겠다”며 힐난하다가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당시 과학계는 이 가사도우미가 포함된 단순노동 여성 그룹을 ‘피커링이 거느린 하렘’(harem·무슬림의 아내들)이라며 비하하고 조롱했다. 한데 이 ‘하렘들’이 일을 낸다. 1만개가 넘는 항성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헨리 드레이퍼 목록’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현대 천문학에서 항성 관측과 분광 천문학의 기초를 닦은 획기적 업적으로 꼽힌다. 과학자 축에도 못 끼던 여성들이 두드러진 업적을 쌓은 예는 적지 않다. 그런데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이공계 분야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자다. 새 책 ‘평행우주 속의 소녀’가 주목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여성 과학도들이 왜 사라졌는지, 이공계 분야에서 여성들이 겪는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제도적 장벽들은 또 무엇인지 등을 파헤쳐 보겠다는 거다. 저자가 꼽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인식의 벽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태생적으로 과학적 자질이 부족하고, 과학을 잘하는 여성은 남성들의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편견이 여성을 과학에서 도망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의 어린 시절에서도 잘 드러난다. 저자의 꿈은 물리학자였다. 과학소설을 좋아했던 그가 유명 과학소설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사려 하자 책방 주인이 “이 책은 남자아이 책”이라며 여자아이는 뒤쪽의 연애소설을 사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예일대 물리학과 4년 내내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론 물리학자의 꿈을 포기하고 작가로 전직한 이력도 있다. 저자의 현재 직함도 미시간대 ‘창작 예술학 석사 프로그램’ 교수다. 저자는 여학생들이 환경적 요인 때문에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남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멋진 여성 과학자의 이미지를 자주 보여 주고, 수학이나 과학은 인기 없는 괴짜나 하는 것이라는 반지성적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여성의 과학계 진출을 막는 장애물인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에도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막말 트럼프가 달라졌어요?

    막말 트럼프가 달라졌어요?

    미국 공화당 대선 유력후보인 ‘막말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가 다소 ‘부드러워’졌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주최로 열린 5차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한 트럼프는 예전과 달리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최근 41%까지 오른 지지율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토론이 정말 즐거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날 토론회에서 “미 정부는 실리콘밸리의 영리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해 비록 인터넷 일부를 차단해서라도 이슬람국가(IS)가 온라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후보들이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에 대해 비판하자 이에 대해서는 “고립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강화하자는 얘기였을 뿐”이라고 답한 뒤 IS에 대한 대책을 이렇게 밝힌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인터넷 일부 차단 발언은 그동안 그가 해온 극단적 조치에 비하면 상당히 부드러워지고 현실적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또 대선 풍향계 지역인 아이오와주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앞지른 테드 크루즈 후보에 대해 바뀐 입장을 확인시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최근 크루즈에 대해 “대통령 자질이 없고 미치광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가 “그를 ‘러닝메이트’로 생각한다”고 말을 바꾼 배경에 대한 질문에 “지난 3~4일 같이 지내보니 그(크루즈)의 성품이 괜찮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관객의 폭소를 자아냈다. 크루즈도 이에 대해 “우리 중 (트럼프를 포함해) 누가 되든 힐러리 클린턴을 이겨야 한다”며 화답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크루즈는 불법이민 봉쇄를 강조하며 국경 강화책을 추진하겠다면서 “이에 드는 비용은 트럼프가 내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공화당에 남아 끝까지 뛸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공화당을 믿고 공화당에 속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공화당을 떠나 독립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동안 공화당이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할 경우 탈당하겠다고 위협해온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북한 관련 질문이 나왔으나 후보들은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 김정은이 수소폭탄 보유를 주장하는데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칼리 피오리나 후보는 “우리의 적인 중국을 압박한 뒤 이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의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답했다. 벤 카슨 후보는 “북한이 심각한 재정적 궁핍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러 방식으로 우리의 경제적 힘을 활용해야 한다”며 대북 경제제재 강화 필요성을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펜타곤서 이례적 NSC… 오바마 “IS 격퇴할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과 관련해 “공습 이후 지난달에 IS 목표물에 가장 많은 폭탄을 투하했다”며 격퇴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미국은 IS 격퇴 동맹국에 추가 병력 지원을 국방부 장관 명의의 서면으로 요청했지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미 역할을 충분히 수행 중”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11·13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 영국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IS 근거지 공습을 강화한 추세와 다른 기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찾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IS 대책을 보고받았다. 지난 7월 이후 다섯 달 만의 펜타곤 방문으로, 백악관이 아닌 펜타곤에서 NSC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지난 2일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의 총기 난사 테러 사건 나흘 만에 이례적으로 집무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이날 다시 펜타곤에서 NSC를 소집한 것은 ‘장소의 파격’을 통해 IS에 강경 대응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평가됐다. NSC 이후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9000여회 공습으로 이라크에서 IS 점령지의 40%를 되찾았고 시리아에서도 상당한 지역을 탈환했다”며 “IS 지도자를 다수 제거했고 겁먹고 숨으려는 다음 IS 지도자에게도 ‘다음 차례는 너’라고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샌버너디노 테러 이후 무슬림 혐오 발언을 쏟아 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공화당의 대IS전 지상군 파병 요구가 거세지는 국면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개입 확대보다 군사 외교를 통해 상황을 타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을 중동으로 보내 동맹국 군사 지원 강화를 요청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을 러시아로 보내 시리아 해법을 논의하는 게 백악관의 복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인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이탈리아가 IS 격퇴에 미국처럼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에 1200명의 병력을 파견하는 지원안을 승인한 점을 상기시키며 “새롭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TV 인터뷰를 통해 선을 그었다. 13~14일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기독민주당(CDU) 연례총회에서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 내 IS 격퇴보다 독일 내 시리아 난민 수용 규모에 연설 시간을 더 할애했다. 메르켈 총리는 “가시적으로 난민 유입 규모를 줄이겠다”며 과도한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는 비판 의견 수용을 시사, 10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지지율 41% ‘美친 트럼프’

    지지율 41% ‘美친 트럼프’

    “내가 지지율 41%를 얻어 공화당 1위를 계속 차지하고 있어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열심히 유세를 한 덕분입니다. 15일 저녁 CNN 주최 공화당 대선 후보 TV 토론회도 꼭 봐 주세요.” 14일 오후 2시쯤(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대선 캠페인 홍보 이메일이 날아왔다. 트럼프는 처음으로 40%가 넘는 지지율을 얻어서인지 한껏 고무된 듯했다. 미 몬머스대학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41%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지율은 10월 중순 이 대학의 같은 조사에 비해 13% 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트럼프의 대선 출마 선언 이래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여론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로, 지난 4일 CNN 여론조사에서 얻은 최고치였던 36%를 경신한 것이다. 테드 크루즈는 14%를 얻어 2위, 마코 루비오는 10%를 얻어 3위를 차지했으나 이들의 지지율을 합해도 트럼프의 지지율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무슬림 입국 금지 등 막말을 이어 가는 트럼프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더 올라간 것이다. 미 언론은 “이날 공개된 몬머스대학의 여론조사 결과는 지금까지의 어떤 조사보다도 트럼프가 가장 큰 격차로 우위를 지키고 있음을 보여 줬다”고 전했다. 몬머스대학 측은 “트럼프가 그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트럼프가 모든 유권자층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는 만큼 그에 대한 지지를 단순히 공화당의 한두 갈래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 퀴니피액대학이 이날 발표한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28%의 지지율을 얻어 크루즈(27%)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크루즈는 이달 들어 이뤄진 세 차례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많게는 10% 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따돌린 바 있다. 일각에서 크루즈가 트럼프보다 공화당 후보로 적합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크루즈가 트럼프를 얼마나 쫓아갈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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