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현장을 가다] (상) 양당 후보가 말하는 이슈와 표심
미국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를 선출하는 중간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중간인 11월7일 실시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국내 정치는 물론 대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신문은 중간선거의 현장에서 3회에 걸쳐 각 당 후보와 유권자, 선거 전략가와 운동원, 자원봉사자들을 직접 취재, 선거 흐름을 짚어봤다.
■ 첫 무슬림의원 유력 엘리슨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미국의 힘은 군사력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협력과 평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 최초의 무슬림(이슬람교도) 하원의원으로 당선이 유력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민주당 키스 엘리슨(43) 후보는 “기독교도든 무슬림이든 유대인이든 가능한 많은 사람을 정치의 영역으로 흡수해야 미국 사회가 통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구인 미니애폴리스 교외 주택가 공원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엘리슨 후보는 승리를 예감한 듯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선거에서 내건 이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정의’다.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은 하늘로 치솟는 데 반해 근로자의 임금은 정체돼 있다. 한편으로 극빈자는 늘어나고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의료보험이 실시돼야 한다. 유럽이 하고 있고, 일본도 한다. 미국인은 비싼 의료비를 내면서 혜택은 적게 받고 있다. 태양열,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도 중요한 문제다. 자연 에너지를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라크 전과 조지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평가는?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 이라크 전은 실패한 전쟁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해 이라크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 파시스트’라는 말을 이따금씩 한다.
-어떻게 이슬람을 단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그것은 이슬람을 잘못 규정한 말이다. 이슬람교의 요체는 평화다. 무슬림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9·11이후 미국에서 무슬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정치에 참여시켜야 한다. 특히 의회는 미국의 일부가 아니라 미국인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당선되면 워싱턴에 가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우선 국민 모두가 의료보험에 가입되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4700만명이나 되는 미국인이 의료보험 없이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고 있다.1997년 이후 오르지 않은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
▶미국과 무슬림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역할을 할 생각인가?
-우선은 나를 뽑아준 미네소타 제5선거구를 대표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존경하는 정치인은?
-마틴 루터 킹 목사다.
▶왜 이슬람교도가 됐는가?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그러나 무슬림이기 때문에 나에게 관심을 더 갖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이라크 전을 반대하고, 평화를 주창하며, 국민 의료보험을 주장하면 사람들이 더 귀를 기울인다.
▶이슬람교도라는 사실이 선거에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인가?
-종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정책을 갖고 그들을 대변할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이 내심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엘리슨 후보가 출마한 미네소타 주 제5선거구는 백인이 73%, 흑인이 13%, 히스패닉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인데다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의 앨런 파인 후보를 압도하고 있어 결정적인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엘리슨 후보의 당선은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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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 바크만 후보 동행기
|스칸디아(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북부 미네소타 주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 스칸디아. 가을이 무르익은 9월30일 이 마을의 길버트슨 농장에서 옥수수 미로찾기(Corn Maze)행사가 시작됐다. 수확이 끝난 옥수수밭에 만들어진 미로 안으로 들어가 길을 찾아 나오는 전통 행사다.
농장 주인인 게리와 아네트 길버트슨 부부는 이번 행사를 ‘미군에게 바치는 축제’로서 개최했다. 길버트슨 부부의 둘째딸 멜리사가 현재 이라크전에 참전중이기 때문이다. 행사에는 미네소타 주 방위군과 2차대전 및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했다.
●“공화당은 안보, 민주당은 민생”
아침 8시30분. 공화당의 미셸 바크만 후보가 비서진들과 함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주 상원의원인 바크만 후보는 미네소타 6선거구에 도전중이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 있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안보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삼고 있어 이 행사를 놓칠 수 없었다.
그녀는 ‘테러와의 전쟁’을 강조하면서 “이라크 내에서 활동중인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에 테러를 가했던 사람들”이라고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을 일체화시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져 선거운동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총사령관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옹호했다. 바크만 후보는 안보 다음의 이슈로 첨단기술 산업 지원과 세금 제도 간소화를 제기했다. 회계 변호사 출신인 그녀는 “미국의 세금 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하다.”면서 “기업을 경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세금 체계를 단순화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남편과 다섯명의 자녀도 적극 후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 기준은 같다.”
농장 안주인인 아네트는 딸을 이라크에 보낸 탓인지 이번 선거에서 안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딸 멜리사는 “나의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며 자원입대해 지난 3월 이라크로 파병됐다. 아네트는 멜리사가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당초 계획대로 중학교 생물 교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화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아네트는 “좀더 신중히 생각해보고 싶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옥수수 미로찾기 행사에 참가한 켄 하먼은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베테랑. 하먼은 공화당에도 투표하고 민주당도 찍었던 무당파 유권자. 하먼은 “참전용사 처우 정책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면서 후보 공약을 면밀히 검토중이다. 그는 주지사와 상·하원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지만 후보를 고르는 기준은 같다고 말했다. 스칸디아 주민인 수전 길슨은 공화당 지지자. 길슨은 “후보와 선거 이슈에 따라 다른 선택도 하지만 대체로 공화당원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수전은 “지역보다 국가 전체 이슈를 좀더 중요시한다.”면서 “주지사와 상·하원 모두 공화당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니애폴리스 교외 주택가의 공원에서 만난 앤 스는 민주당 지지자. 그녀는 당원으로 가입했고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왜 민주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앤은 “민주당 후보들은 부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라면서 “부시 정부는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앤은 가장 중요한 이슈가 의료보험 제도와 에너지 가격이라면서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주위 사람들에게 민주당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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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 의석과 판세 분석 - 상원 33석·하원 전지역구서 실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중간선거의 장기화된 이라크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가면서 상·하원 선거 판세는 야당인 민주당에 기울고 있다. 임기 6년인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55석, 민주당이 44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상원 100석 가운데 이번에 선거가 실시되는 자리는 33석. 이 가운데 29곳은 이미 당선자가 확정적이다.29곳의 판세를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77석의 의석과 합쳐 분석하면 공화당이 48석, 민주당 48석을 갖게 된다. 따라서 승부는 두 당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버지니아와 뉴저지, 테네시, 미주리 등 4개주에서 갈라지게 된다.
임기 2년인 하원 선거는 전국 435개 지역구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민주당 우세가 예상된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31석, 민주당 201석, 무소속 1석, 공석 2석.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공화당에서 16석을 끌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구가 많은 동부지역에서 약진 현상을 보여 전국적으로 20석 가까운 추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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