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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박(讀博) 육아일기](31) 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

    [독박(讀博) 육아일기](31) 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는 아이를 세 명은 낳겠다고 말하곤 했다. 세 자매 중 첫째로 자랐다 보니 형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막둥이를 키우며 부모님이 즐거워하셨던 모습도 강하게 남았다. 나를 닮은 자녀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것 같고, 가족 사진도 다섯 명이 있으면 알차 보이는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보니 일을 하면서 셋을 낳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상황을 봐서 두 명으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은 모르고 막연한 환상만 가득했던 계획이었다. 어쩌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도 너무 버겁다. 아이가 주는 기쁨을 생각하면 둘이고 셋이고 많을 수록 좋은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한 명 제대로 키워내는 것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이를 셋 낳겠다고 장담했던 것은 2006년 무렵부터였다. 그 때 나는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이자 공부하는 내용의 핵심 과제였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1.12명이었다. 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며 내가 엄마가 될 즈음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고, 나 역시 세 명을 낳아 저출산 극복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숫자는 1.21로 소수점 뒷자리의 순서만 바꼈다. 약 100조원의 돈을 투자했는데도 좋아진 게 없다는 비판이 여당에서도 나온다. 오히려 달라진 것은 나였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책으로 배웠던 저출산 대책들이 이제 생활이 되었다. 한 줄 한 줄 피부에 와닿는다. 다만 정부의 대책에 영향을 받아 출산을 결정하거나 자녀 계획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실은 10년 전 학생으로 지켜보던 것보다 더 가혹해졌다. 나는 이제 아이 셋은커녕 하나를 겨우 키우면서도 과연 이 상태로 언제까지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외줄을 타는 처지가 됐다. 정부가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발표했다.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담당 분야를 깊이 취재한 기자도 아니고, 그냥 두 살배기 아이의 엄마로서 접했다. 열심히 만드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일단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화가 났다. 억울했고 안타까웠고, 또 막막해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믿었던 작은 기대들이 무너지는 듯해 슬프기까지 했다. 도대체 왜 이런 감정들을 느꼈는지, 부모님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못하면서 맞벌이를 하는 직장맘으로서 간절하게 몇 가지만 알리고 싶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보육’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양육수당을 주거나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단 몇 푼이라도 돈을 주는데 도움이 안 될 리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 비용을 매달 40만 6000원(만 0세 기준)이나 받으면서도 나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내가 40만 6000원으로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단 6시간 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어린이집들이 “아이가 머물기에 적당한 시간”이라며 권장한 시간이다. 조금 더 보내는 엄마들도 오전 9시~오후 5시 전후일 뿐이다. 조금 더 보내자니 눈치가 보인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박봉을 받으며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아는 데다 내 아이를 직접 돌봐주는 분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실시한다면서 “종일반 위주의 어린이집 운영이 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지만 현실과 다른 이야기다. 정부에서 말하는 종일반이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그런데 이렇게 12시간을 꽉 채워 보내는 부모를 아예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문을 여는 어린이집이 없기 때문이다. 12시간 문을 여는 어린이집은 우리 동네에 딱 한 군데, 사회복지법인에서 위탁해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뿐이다. 문을 열더라도 어린 아이가 한 곳에 12시간이나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때문에 엄마들이 잘 보내지도 않는다. 아무튼 어린이집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은 ‘반일반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추가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특히 나는 친정이나 시부모님의 양육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베이비시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출퇴근형 160~180만원, 입주형 200만원 이상. 이 비용을 댈 수 없어서 어린이집에 6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출퇴근 시간을 합쳐 6~7시간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로 등하원 도우미 겸 시터를 구했다. 아이를 ‘잘’ 봐주는 사람을 구하기가 워낙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에 시급은 1만원 안팎으로 월 100만원대 급여를 드린다. 때마다 선물도 하고 과일이나 명절 떡값 정도도 챙긴다. 그걸 따지지 않더라도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벌써 15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매달 내면서도 혹시 한 달에 두어 번 회식이 생기면 남편과 서로 시간을 조절하고 혹시 일정이 안 맞으면 이모님에게 아주 간곡히 사정을 해가며 한 두시간을 더 봐달라고 부탁한다. 공휴일이나 ‘샌드위치’ 휴일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주중에 있는 달력의 빨간 숫자가 아주 달갑지 않다.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을 때,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에도 아이가 아픈 것보다도 어린이집을 못 보내게 되는 것을 걱정하게 되는 내 자신에게 말할 수 없이 짜증이 났다. 그나마 재택야근이 가능한 부서에 있어서 지금은 매우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렇게 살면서 월급의 절반 이하를 이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로 아이의 먹을 것을 비롯해 생활비로 쓴다. 책이나 장난감은 주로 중고를 산다. 남편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아파트 전세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쓴다. 지난해 이사한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는 1년 사이 전세가가 1억 원이 올랐다. 결혼할 때는 당연히 부모님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맞벌이니 둘이 열심히 벌고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출발선부터 뒤쳐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그걸 따라잡을 엄두조차 안 난다. 이런 상황에서 40만 6000원은 매우 감사한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좀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시설을 만들면 되고, 교사를 더욱 늘리면 되고, 교사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면 된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드니까 이런 문제는 잘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차라리 40만 6000원을 안 받아도 좋으니 내가 원하는 시간 만큼, 정말로 믿고 의지하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생길 수만 있다면 좋겠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대신 사설 놀이학교 등을 보내는 엄마들도 많다. 돈을 내는 만큼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다. 예전에는 직장 어린이집이 최선일 거라고 생각도 했고, 지금도 서울 광화문 인근 기업의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의 수요 조사를 실시해 보면 “이용하겠다”는 의사가 적다고 한다. 결국 “가뜩이나 돈도 많이 들고 성가실 게 뻔한데, 정작 직원들도 원하지 않더라”는 말로 어린이집 설치가 무산되는 듯 하다.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도 함께 준비를 시키고 시내까지 데리고 나오는 자체도 간단치 않은 일이라서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좀 수월하겠지만 그게 아닌 엄마들은 매일 아이를 데리고 출근길 지옥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 차라리 아쉬운 대로 부모님에게 아이를 밀어넣고,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맡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규모가 매우 큰 기업이 아닌 이상 직장 내 어린이집 시설을 갖추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 될 거다. 시설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인력과 프로그램도 보장되어야 한다. 한 회사의 힘으로 어렵다면 여러 회사들이 힘을 모아서, 아니면 정부에서 나서서 지역별, 권역별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면 좋겠다. 이렇게 회사들이 많이 모인 광화문에 직장 연합 어린이집, 신문사 연합 어린이집 같은 게 생기면 얼마나 좋을지 꿈을 꿔본다. 내가 일하는 근처에서 아이가 지낼 수 있고, 일과 중 가끔씩이라도 아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나처럼 의지할 데가 없는 엄마는 출근길 고통 쯤이야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자랄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린이집이야 지원금도 나오고 시간을 정해 ‘봐주는’ 곳이니 일단 맡길 수는 있으니 말이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모든 게 돈이다. 게다가 정규 시간이 오후 2시 안팎으로 끝난다. 이후에는 보충수업이나 특별활동 등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아이를 머물게 해야한다. ‘좋은’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은 아마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바늘구멍일 거다. 나는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말귀야 다 알아듣고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혼자 두는 것은 여전히 불안한 세상이다. 학교 수업이 12시, 1시에 끝나버리면 그 때부터는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다가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챙겨줄 ‘이모님’이라도 존재는 10년 가까이 옆에 둬야 하고, 그러면 계속 월급의 일부를 남에게 떼어주면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 아직 두 돌도 안 된 아기의 얼굴을 보며 나는 10년 안에 벌어질 이런 상황들이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면서 내놓은 여당의 아이디어다. “생각의 틀을 바꿔버리자”는 멋있는 제안을 하더니 대뜸 학제를 개편하자니. 아이의 입학 연령을 낮춰서 입직 연령을 앞당기자는 거였다. “아이가 일찍 학교에 들어가면 엄마의 취업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억울함마저 들었다. 모두가 나처럼 아이를 힘들게 키우는 게 아니었구나, 아이를 단 한 시간도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굴러본 사람은 나밖에 없었구나. 다들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편하게 아이를 잘 키웠나보다, 허무했다. 직장맘의 가장 큰 고비가 두 차례라고 들었다. 내 생각도 다름 없다. 첫 번째는 아이를 낳아 육아휴직을 한 뒤 복직을 하기 직전, 12개월 전후다. 핏덩이 같은 젖먹이를 떼어놓고 회사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어미의 심정을 과연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정부에서 전업주부들더러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라면서 “가정 양육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직장맘들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중요하다던 36개월까지 휴직 기간을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직장맘들은 돌쟁이들을 매몰차게 놔두고 자기 일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만들고, 전업주부들은 “할 일 없이 놀면서 애도 안 보고 어린이집을 보내는 한심한” 사람들로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겨우 1년 3개월 동안 출산+육아휴직을 꽉 채워 쓰면 그렇게도 온갖 눈치를 주면서 겨우 복직을 하면 “애 보기 싫어서 일하러 나왔다”, “잘 쉬다 왔냐”고 수근거리기도 한다. 두 번째 고비가 초등학교 입학 전후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보육’의 울타리가 사라진다. 학교마다 방과후 교실이나 돌봄교실이 만들어진 것은 안다. 그래봐야 오후 5시까지다. 지역 아동돌봄센터든 학원이든 아무튼 계속 아이를 어디론가 보내야 한다. 현재 만 6세 아이들도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아기나 다름 없다. 선생님에게 화장실에 가겠다는 말도 못하고 참다가 긴장하면 바지에 오줌을 싸기도 하는 나이다. 돈 개념도 아직 없어서 아이 손에 돈을 쥐어주기도 조심스러운 나이다. 그런데 만 5세를 초등학교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학교를 보내 놓은 시간 동안 일을 한다 해도 겨우 몇 시간, 파트타임일 뿐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치어가며 힘들게 공부를 하며 자라야 하는 아이다. 여자 아이라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늘 불안해 하며 노심초사할 것이고, 혹시나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요즘에는 SNS를 통해서 눈에 띄지 않는 폭력도 허다하다는데 과연 내 아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 정말 말 그대로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는 이 곳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 그런데 이 험난한 세상에 1, 2년 더 빨리 뛰어들고, 더 빨리 경쟁해서 어떻게든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니. 화가 난다. 보육 문제를 통틀어 가장 바꿔야할 것은 사실 너무 근본적인 문제다. ‘아빠의 달’ 인센티브를 한 달에서 3개월로 늘리고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내용은 사실 별 도움이 안 된다. 왜 꼭 아빠가 일을 쉬어야지만 육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이건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보육 문제가 이토록 해결할 수 없는 고리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은 바로 ‘일’에 대한 전반적 분위기 때문이다. 오후 6~7시에 집에 도착할 수 있는 퇴근시간을 가진 직장이라면 더 이상 하원 도우미를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의 어린이집 일과 시간에 맞춰 일을 하도록 해주면 월 1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안 써도 된다. 꼭 근무시간이 길어야만 일을 열심히, 잘하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는 사회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를 키우는데 긴 근무시간 만큼 , 아이를 봐주는 곳이 없다. 이 자체로도 모순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나와 남편, 두 사람이 사랑하는 아이를 한 명 낳았는데 도저히 둘의 힘만으로는 키울 수가 없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부모님이나 남의 도움을 꼭 더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을 하는 게 오히려 철이 없는 게 아닌가. 몇 달 전, 내가 쓰는 글을 읽고 한 40대 독자가 보내주신 메일에서 나는 눈물이 쏟아졌다. “저보다 한참 어린 기자님의 삶이 저의 지난 삶과 너무 비슷해서,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도 일하는 엄마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예전의 상황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에, 딸 가진 엄마로서 가슴이 미어지네요” 나는 10년 뒤 또 다른 직장맘 후배에게 이런 연민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30년 남짓 뒤, 내 딸이 엄마가 되는 시간까지. 나의 눈물과 불안함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고 슬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25)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 (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28)좋은 엄마 나쁜 엄마 따로 있나요 (29)1인실 쓰고도 출산비 ′0원′…호주·미국 육아맘에게 물었다 (30)‘도긴개긴’ 韓·日 육아 환경…초저출산국 이유있었다 ▶1회부터 24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與 10·28 재보선 압승, 광역의원 3석→7석 ‘역전’ 대체 왜?

    與 10·28 재보선 압승, 광역의원 3석→7석 ‘역전’ 대체 왜?

    與 10·28 재보선 압승, 광역의원 3석→7석 ‘역전’ 대체 왜? 與 10·28 재보선 압승 10·28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사실상 승리했다. 이번 재보선은 전국 24개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을 선출했다. 유일한 기초단체장 선거였던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에서는 최평호 새누리당 후보가 백두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자리는 당초 새누리당 소속인 하학열 전 군수가 당선무효형을 받으며 공석이 되었고, 다시 새누리당이 지키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권 후보가 난립함에 따라 여당 강세 지역에서 이변을 기대했으나 무산됐다. 9개 지역의 광역의원 재보선은 당초 새누리당 3석, 새정치민주연합 6석이었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새누리다 7석, 새정치민주연합 2석으로 바뀌었다. 인천 부평제5선거구, 경기 의정부제2선거구·의정부제3선거구·광명제1선거구까지 수도권에서만 4곳을 새누리당이 새롭게 차지했다.14개 지역의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1석, 새정치민주연합이 2석을 각각 잃었다. 여야가 놓친 3개 지역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다만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재보선이 포함되지 않아 관심을 끌지 못했고, 실제 투표율도 20.1%로 지난 2000년 이후 재보선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만큼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법 내 기구로 ‘상고법원 신설’ 수정 추진

    대법 내 기구로 ‘상고법원 신설’ 수정 추진

    양승태 대법원장의 역점사업으로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해 온 대법원이 한 발 물러섰다. 대법원 외부에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원안을 고수하되 대법원 안에 상고법원을 두는 방안도 예비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이번 19대 국회 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차선책을 마련한 것이다.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대법원과 별도 법원으로 신설을 추진 중인 상고법원을 대법원 내부기구로 두는 방안을 담은 수정안을 다음달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제시하기로 했다. 현재 대법원 상고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소부(1~3) 외에 별도의 상고법원을 두고, 기존에 확정된 대법원 판례에 따른 단순 사건을 이곳에서 처리하도록 한다는 게 수정안의 밑그림이다. 단순 사건이 아니라 대법관들이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사건은 기존의 소부에서 담당하게 된다. 소부 사건 중 소부를 구성하는 대법관 4명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새로운 판례를 확정해야 하는 사건 등은 현행처럼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회부된다. 대법원의 이런 방안은 상고법원을 별도의 법원으로 만들면 ‘최종심 재판은 대법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맞지 않고, 상고법원에 불복하고 대법원으로 다시 갈 경우 사실상 ‘4심제’가 될 수 있어 위헌적인 요소도 담고 있다는 외부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적재산 사건을 전담하는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도쿄고등재판소 내부에 특별지부 형태로 설치돼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금도 상고법원은 원안 추진이 대법원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러 의원들이 상고법원을 대법원 안에 설치하는 방안도 언급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상고법원과 관련한 법사위 공청회에서 “상고법원을 대법원 내에 두는 것이 상고법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정서에도 더 부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법원은 원안에 포함된 특별상고제도의 폐지와 이에 따른 보완책도 검토하고 있다. 특별상고는 상고법원 판결이 헌법이나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등 예외 상황에서 대법원에 재심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하고 시간·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등 우려가 제기됐다. 대법원은 지역적 특성이 짙은 사건은 상고법원 재판부가 직접 해당 지역에 내려가 순회재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고이유서 등을 서울에 있는 대법원에 낼 필요 없이 지역의 원심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는 제도도 법사위에 제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상고법원 방안에 반대해 온 쪽에서는 대법원의 수정안에 대해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법원 대신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라는 논리의 핵심은 대법관 수를 늘려 대법관들이 직접 상고 사건을 판단하라는 것”이라면서 “적체된 상고 사건의 신속한 처리와 사법신뢰 회복을 위한 대안은 상고법원의 형태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대법관 증원”이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한·중 FTA 비준 동의 올해 넘기면 관세혜택 못받아 매일 40억 날린다”

    “한·중 FTA 비준 동의 올해 넘기면 관세혜택 못받아 매일 40억 날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의 연내 비준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야당이 최근 추가 협상을 요구하며 오는 30일로 예정된 여야정 협의체 참여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국의 법 개정 시한을 감안해 11월 중순을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메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창립국 지위를 놓친 우리나라로서는 기민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통상정례 브리핑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무산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조속히 열려 11월 중에 비준이 이뤄져야 연내 발효가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비준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우 차관보는 “비준된 내용을 중국이 지방청에 전파하고 법을 개정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린다”며 다음달 비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정부는 연내 발효되지 않을 경우 13억 5000만 달러(약 1조 5300억원)에 달하는 수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를 넘기면 곧바로 발효 2년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관세 효과가 사라져 매일 4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3일 ‘한·중 FTA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가 추가 협상을 통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중국발 미세먼지(황사)에 대한 확고한 대책을 가져오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정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연 국책연구기관을 통한 영향평가도 신뢰할 수 없다며 국회예산정책처에 새 영향평가를 의뢰했다. 정부는 한·중 FTA가 TPP 협상에 대응할 카드인 만큼 조기 발효를 통해 2017년 잠정 TPP가 발효되기 전까지 선점 효과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TPP 주도국인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는 중국과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TPP 멤버인 서비스·투자 강국 호주가 중국과 FTA를 발효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 ‘중국 프리미엄’을 누리려는 TPP 참여국들에 비해 협상 우위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유승민 “올바른 역사 가르치는데 국정교과서가 최선인가”

    유승민 “올바른 역사 가르치는데 국정교과서가 최선인가”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균형 잡힌 역사를 교과서에 싣고 가르쳐야 하는데 국정교과서가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더 해야한다”면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27일 공개된 JTBC 직격인터뷰 ‘위험한 초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수의 검정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된 부분이 있다는 대통령의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가장 큰 논란이 친일과 종북인데 이를 모두 버린 균형 잡힌 역사를 교과서에 싣고 가르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 교과서가 블랙홀이 되면 진짜 문제다. 벌써 노동개혁 문제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형국이 되지 않았느냐”면서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원내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것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100여일 만이다. 당시 공무원연금법 합의 과정에서 국회의 시정요구권이 들어간 국회법 개정안의 여야 합의를 이뤄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당시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말했던 상황에 대해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면서 “대통령이 되셨으니까 그 자리에 걸맞은 인사, 정책, 소통, 국정운영을 보여달라고 주문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는 동지로서 돕는다는 차원에서 한 일이고 ‘배신’이란 표현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게 16년 전이고 가까이서 대한 게 11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누구보다 사심 없이 바랐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본인을 위해서 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당시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헌법 제 1조 1항’을 언급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에서는 그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청 관계나 당내 민주화 등 차원에서 그렇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그 방향으로 움직여왔고, 우여곡절이야 있겠지만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가야하고 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또 “박 대통령의 정책기조와 어긋나는 게 많아서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는데 소신을 바꿀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 “나는 새누리당이 보수로 규정돼 있지만 그래도 늘 고통받는 서민들 편에 서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정의로운 보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일자리 세 가지는 꼭 이뤄내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이후 주장한 당의 노선이 박근혜 정부가 가야할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내 생각이 대통령과 거리가 있는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약속이 바뀌었다면, 바뀐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내가 박근혜 정부에 실망하고 있는 게 그 부분(약속이 바뀐 것)”이라면서 “이 정부가 국민한테 약속한 그 기조 그대로 끌고 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국정운영이 잘 되고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이라도 그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거듭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단점이라면 좀 더 귀를 열고 소통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대통령에 당선되셨을 때 인사와 정책, 소통을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문을 공개적으로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통이란 게 정책하고도 관련이 많다. 정책을 추진할 때 설득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없으면 굉장히 힘들어진다”면서 “노동개혁이든 금융개혁이든 소통의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담뱃값 인상은 변칙증세”… ‘증세 없는 복지’ 논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6일 2016년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첫발을 뗐다. 공청회는 ‘증세 논란’으로 뜨거웠다. 세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을 놓고 “증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과 “세출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섰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쇠귀에 경 읽기는 그만하겠다”면서 “얘기해 본들 말하는 사람만 답답하고, 듣는 사람도 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양심적인 재정 전문가라면 증세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면서 “아직까지 (정부가) 증세 불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을 보고 ‘증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는 못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증세 불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적자로 연명하고 채무를 키우는 것은 다음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뤄진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변칙 증세’라고 표현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정책은 한 나라의 주요 국정 기조로 내세우기 창피한 수준의 얘기”라고 날을 세웠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도 “포퓰리즘을 ‘지속 불가능하고, 지킬 수 없는 것을 공약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증세 없는 복지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면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지출에 대한 통제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반론을 폈다.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연구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수지균형을 위해 암묵적 조세부담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소비와 투자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나 위기상황이 아닌 이상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 차로 회의가 열리지 못해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 상정과 함께 특조위 활동 연장안 우선 처리를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예산안부터 처리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이산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맞바꿔야/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이산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맞바꿔야/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금강산에서 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중이다. 2014년 2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되고 있는 상봉이다.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0돌을 맞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봉 직전까지도 많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입장이 나오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우려 속에서도 이산 상봉은 이뤄지고 있고 오늘은 상봉 마지막 날이다. 다행스럽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극소수로 줄고 있는 이산 1세대들을 위해 굳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상봉 행사에 매달려야 하느냐? 이에 대한 답은 이산 문제를 제대로 못 푼 남북한 당국이 남북 관계 개선, 나아가 통일 문제를 제대로 풀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도적인 문제를 넘어 이산 상봉은 남북 관계를 풀어 내는 출발점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출발점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또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왜 이산가족 상봉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지는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정례화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이번 상봉까지 포함해도 상봉 행사는 20차례뿐이었다. 하지만 상봉 행사에 포함되지 못한 이산가족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상봉이 자주 이뤄지는 게 아닌 데다 어렵게 성사되더라도 규모가 워낙 작아 상봉단에 포함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더더욱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 대기자 6만 6000여명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이 넘고, 70대 이상 고령자까지 포함하면 거의 9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이산 1세대들의 남은 수명을 고려한다면 가족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분초를 다투는 셈이다. 북측이 행정·경제적 비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북측이 다른 반대급부와 주고받기 위한 대상으로 이산 상봉을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남측 당국은 북측이 상봉에 소극적이라고 도덕적으로 비판하거나 일방적 촉구만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북측이 호응하고 나올 만한 선물 보따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 상봉이 잘 마무리돼야 한다. 그 기반으로 상봉 정례화와 다양한 방식의 상봉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8·25합의 1항인 당국 간 회담의 빠른 개최다. 북측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하지 않고 있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발이 거의 없는 지금 시점이 당국 간 회담의 적기다. 11월 안에 남북 당국이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길 바란다. 회담은 남북 간 현안, 이산 상봉 정례화,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최대 목표인 일괄 타결은 당장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가 요구된다. 쉬운 것부터, 빨리 할 수 있는 것부터, 어렵고 힘든 것은 그다음으로 미루면서 남북 당국이 합의점을 찾아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이산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한 묶음으로 하는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이 빨리 열리길 무척 기대하는 것 같다. 지난 10월 15일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에서 금강산 4대 사찰 중 하나인 신계사 복원 8주년 기념식을 다녀왔다. 금강산에서 만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빠른 관광 재개를 호소했다. 그들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관광 재개를 위해 남측이 내건 선결조건을 적절하게 수용하고 이산 상봉 정례화를 받아 내는 정치력을 남북 당국이 발휘하길 기대한다. 남북한이 올해 안에 남북 관계의 가닥을 잡고, 내년에 실절적인 관계 개선을 시작하길 바란다. 이산 상봉 정례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화상상봉 등 다양한 방식이 실천돼야 한다. 남북 최고 당국자들이 남북 관계 개선의 첫 순위를 모든 이산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우선 과제다. 이 깊어 가는 가을 금강의 붉은 단풍 속에 이산가족들이 만남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다. 남북 당국이 상봉이 지속되는 틀을 만들기를 촉구한다. 남북은 당국 간 회담을 빨리 열어야 한다.
  •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수요자 중심 사고 탑재하라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수요자 중심 사고 탑재하라

    ‘금융개혁’이 화두다. 과거 고도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 엔진’인 제조업이 식어 가면서 금융·의료·문화 등 서비스산업이 성장 동력이 돼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서비스산업에서도 제조업의 ‘핏줄’인 금융산업의 발전이 더욱 필요하지만 국내 금융의 현주소는 이와 거리가 멀다. 최근 서울신문이 실시한 ‘금융개혁 긴급 설문’<서울신문 10월 20일자 1·2·3면>에 이어 금융사·정부·소비자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달’(소비자 중심 서비스)을 가리켰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은행 영업점 4시 폐점)만 놓고 왈가왈부하는 격이죠.” 최근 금융권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은행 영업점 시간 발언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은행 업무는 오후 4시 셔터를 내리고 난 이후부터”라는 은행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논쟁이 본질을 한참 벗어났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25일 “한국 금융사의 영업시간은 대표적인 ‘갑(甲)질’”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산업인 은행 영업시간이 고객의 수요 대신 노조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는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우리 금융산업은 소비자의 수요에 맞추기보다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를 오랫동안 제공해 왔고, 또 이를 당연시 여겨 왔다. 애초 국내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였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2007년 폐점 시간을 3시 30분으로 한 시간 앞당기려고 시도했다. 당시 금융노조의 논리는 “은행원들의 저녁 시간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였다. “은행 영업점에 방문하려면 직장인은 연차나 반차를 써야 한다”는 고객들의 불만은 고려되지 않았다. 결국 진통 끝에 2009년 4월 노사 합의로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을 각각 30분씩 앞당겼다. 그런데 2012년에 금융노조는 영업시간을 ‘원상복귀’하는 안을 단체협약의 핵심 요구 사항에 포함시켰다. 이때 방점은 ‘출근 시간’에 찍혀 있었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을 30분씩 앞당겼더니 출근 시간만 30분 빨라지고 퇴근 시간은 그대로라 원위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안은 정부와 사측이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은행 영업시간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밀당’에서 고객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탄력 점포를 늘리려면 늘어난 근무시간만큼 시간외 근로수당을 줘야 하는데 그러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노조와의 협의도 필요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최근 공식 석상에서 “탄력점포 확대를 검토해 보겠다”(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고 언급한 하나은행이나 국민은행조차도 뒤로는 “산별노조 동의가 필요하고 개별 은행 단독으로 (변형근로시간제 전면 확산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이 대형 마트나 외국인이 밀집된 공단(환전센터)에 탄력 점포를 일부 운영하고는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일반 영업점 지점장 연봉은 대략 1억 1000만원 내외인데 탄력 점포 지점장은 시간외 수당을 포함해 연봉 1억 6000만원가량이 지급된다. 경영진 입장에선 ‘탄력점포=고비용’이다. 미국에선 BOA나 와코비아 등 대형 은행들이 1980년대부터 할인마트에 미니 점포를 내왔던 것과 크게 차이가 있다. “외국 은행들은 수요가 많은 곳을 찾아가 특화 점포를 운영하는 게 일상화”(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돼 있는 반면 국내 금융사 경영진들은 ‘노조와 비용’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적자 점포도 노조가 반발할 ‘인력 구조조정’ 문제와 맞물려 있어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점포 숫자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1147개 점포 중 162곳(14.1%)이 적자 점포다. 은행 영업점 평균 근무 인력은 10명 안팎. 단순 계산해도 약 1620명의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조정해야 한다. 영업점 운영 비용도 적지 않다. 서울 광화문 등 도심권의 영업점 보증금(반전세)은 20억~30억원에 월세 3억~4억원가량이다. 신도시는 보증금 20억~30억원에 월세 2000만원, 2층 점포인 경우 월세가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대면채널(인터넷·모바일 뱅킹) 이용 고객 비중이 90%까지 늘어난 만큼 은행들도 고비용의 영업점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적자 점포는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비용이 절감된 부분을 특화 점포 운영, 서비스 개발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사 노사 모두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으니 고비용 구조는 고착화되고 비용 절감이나 체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곧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과 담보 대출에만 의존하는 ‘안일한’ 영업방식과 ‘붕어빵 찍어 내듯’ 똑같은 서비스로 이어졌다. 심지홍 단국대 명예교수는 “현재 금융산업은 금융사 노사의 ‘쌍방독점 구조’이고 소비자만 최대 피해자”라며 “금융사 직원에게 높은 연봉을 제공하는 건 그만큼 도덕적 해이를 줄여 금융사고를 막겠다는 것인데 금융사들은 높은 인건비 부담에 신규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오버 뱅킹’(수요에 비해 은행 점포 수가 더 많은 상황) 문제가 불거졌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비용 절감 노력으로 세계 진출을 위한 체력 보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금융사의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도시개발 전 지질 조사’ 英 40년 넘어… 韓은 올 7월에야 입법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도시개발 전 지질 조사’ 英 40년 넘어… 韓은 올 7월에야 입법

    지난해 8월 5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에서 폭 2.5m, 깊이 5m, 길이 8m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서울시는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팀을 꾸렸고 분석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8일 후 놀랄 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하차도 중심부에서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에 이르는 거대한 동굴이 발견됐다. 이후 5개의 동공이 더 발견됐다. 만약 차가 운행 중인 상태에서 그대로 무너졌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시는 해당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를 지목했다. 시공이 완료된 터널 바로 위를 따라 동공이 연속해서 나타나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시는 이 지대가 충적층(모래)으로 이뤄져 터널 공사 때 동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지만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현장 조치를 부실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터널 공사 시 인근 지반 조건을 고려해 충적층 등 연약지반에 대해선 사전 시추 조사와 지반 보강을 해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도시 계획과 토목 공사가 싱크홀 공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국내 싱크홀의 주요 원인을 노후된 상하수도관의 누수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질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이 싱크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국 도시 개발은 지질 조사부터 선행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오래전부터 도시 개발 때 지질 조사를 중요시해 왔다. 규제 완화 논리가 거세긴 하지만 여전히 도시 개발과 지질 간의 상관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영국이 도시 개발에 지질을 고려한 건 1970년대 이후다. 늘어나는 공항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세 번째 런던 공항 건설이 계획되면서 도시 계획을 위한 지질 조사가 급물살을 탔다. 우선 이러한 배경에는 지질학자들의 요구가 있었다. 공항은 런던 동쪽에 있는 에섹스 주의 템스강이 시작되는 곳에 지어질 예정이었는데, 해당 지역에 대한 지질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대로 공사를 진행하면 지반 침하와 같은 재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지질학자들은 공항 주변에 지어질 건물들의 안전에도 우려를 표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영국지질연구소 등 조사팀을 꾸려 2년여에 걸쳐 이 일대 지질을 모두 조사했다. 1977년엔 에섹스 주 일대의 지질 지도는 물론이고 다양한 건축물을 세워도 좋은지에 대한 평가가 담긴 공학평가지도도 만들었다. 조사 결과 이 지역 지질은 고운 찰흙으로 구성된 충적토가 특징이었다. 결국 공항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판단하에 공항 건설은 무산됐다. ●도시계획법에 산사태와 싱크홀 규정 포함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 전역에서 지질 조사가 시작됐다. 잉글랜드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지방정부는 각각의 필요에 따라 지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실제로 영국 환경부는 지질학적 안전 규정을 만들기 위해 1976년부터 지질학자가 포함된 지질 조사팀을 꾸려 버밍엄 등 50여개 도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는 20여년간 지속돼 1996년 끝이 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1990년 탄생한 결과물이 중앙정부의 도시계획 방침을 기술한 ‘계획정책방침 14’(PPG)였다. 이 방침엔 불안정한 땅의 개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1990년대엔 영국 도시계획법 체계가 대폭 바뀌었는데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도시계획의 권한이 대폭 위임됐다. 지방정부에 도시 개발에 대한 자율권을 주면서 이 방침만은 지키라고 요구한 것이다. 개인이 어떤 건축물을 세우든 이 방침을 따라야 했다. 산사태와 관련된 규정은 1996년에, 도시형 싱크홀인 지반 침하와 관련된 내용은 2002년 추가됐다. ●불완전한 땅 개발 규제 완화 우려 커져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2012년 3월 축소 완화됐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기존 24개였던 계획정책방침이 국토계획정책모형(NPPF)으로 통합되면서 일부 규제들이 축소됐다. 결과적으로 불안정한 땅에 대해 지방정부가 따라야 할 방침을 기술한 14번째 계획정책방침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대신 대폭 간소화된 계획실행지침 안에 ‘안정된 땅’ 항목이 남아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마틴 커쇼 버밍엄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도시 계획을 바꿀 때마다 이와 관련된 모든 조사를 해야 하기에 조사 비용이 문제가 됐다”며 “일반인들이 지질공학을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규정을 축소하면서 발생하는 재난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석촌동 싱크홀 사건으로 관련 법안 뒤늦게 개정 한국은 건설사가 토목 공사 때 지반 조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건설기술진흥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안을 발의해 지난 7월 개정된 것이다. 이전에는 시공사가 이를 어겨도 처벌할 수 없었다. 삼성물산이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 때 제대로 지반 공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처벌을 받지 않았던 건 이 때문이다. 박인준 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통 발주처가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지질 조사도 함께 하라고 요구하는데 공사비를 아끼려는 시공사는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노팅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거리 따라” vs “기존대로”… ‘중학교 배정’ 놓고 둘로 갈린 이웃

    “거리 따라” vs “기존대로”… ‘중학교 배정’ 놓고 둘로 갈린 이웃

    23일 오전 서울 강서교육청 4층 회의실에서 열린 ‘강서 2학교군 중입배정 협의체’ 회의. 고성은 오가지 않았지만, 참석한 아파트 대표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중학교 입학 배정을 두고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강서교육청이 자리를 마련했다. 4곳의 아파트 대표 15명과 중학교 교장 2명 등이 참석했다. 명덕여중, 덕원중, 화곡중 등 선호도 높은 사립 중학교 3곳이 밀집한 ‘강서 2학교군’은 서울에서 중학교 입학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위장 입주가 매년 가장 많이 적발되는 곳이다. 3개 중학교 배정을 놓고 인근 4개 아파트 단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6월 강서힐스테이트(2603세대)가 들어서면서부터. 올 2월 중학교 배정에서 이 아파트 학생들은 인근의 덕원중·화곡중 대신 4학교군에 위치한 S중으로 보내졌다. 대신 학교에서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우장산힐스테이트(2198세대)와 아이파크e편한세상(2517세대) 거주 학생들은 이전처럼 덕원중과 화곡중, 명덕여중에 입학했다. 그러자 강서힐스테이트 주민들이 “내년부터는 거리에 따라 배정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우장산힐스테이트와 아이파크e편한세상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이들은 “3개 중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이 아파트에 입주한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며 “기존 배정을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덕원중과 화곡중 인근에 위치한 화곡푸르지오(2176세대)가 강서힐스테이트에 동조하면서 갈등은 ‘2대2’ 대립 구도로 확산됐다.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1만 세대에 달하는 4개 단지가 무엇보다도 타협의 여지가 적은 ‘교육 문제’로 맞붙은 터라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서교육청은 지난달 공청회를 열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다툼이 워낙 치열해 두 차례나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날 첫 회의를 열었지만, 갈 길은 멀다. 강서교육청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날 ‘도보 통학시간별 배정’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아파트 동별로 학교까지 걸어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모두 계산하고, 이를 10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개별 추첨을 하는 방안이다. 강서교육청 관계자는 “각 아파트 단지 대표들이 주민들과 의견을 나눈 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모여 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그래도 최종 타결까지는 힘겨운 과정이 예상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가 안보 위협하는 ‘아마추어’ 국방부

    국방부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등에서의 서투른 ‘군사외교’로 국익을 챙기기는커녕 연이어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군사외교 참극의 단초는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경질로까지 이어진 KFX사업의 핵심 기술 이전 문제다. 혈세 18조 40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의 4가지 기술 이전을 요청하기 위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지난 16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을 만났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8월 기술 이전을 요청하는 서한을 카터 장관 앞으로 보냈다. 그러나 미국은 한 장관이 카터 장관을 만나기 불과 하루 전인 15일 서한을 보내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또 4월에는 공식적으로 기술 이전 불가 방침을 알렸다. 3차례나 기술 이전을 거부하는 초유의 군사외교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에는 20일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문제가 됐다. 지난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되면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에까지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열린 이번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잇따른 거짓 브리핑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고 논란이 될 만한 말을 했지만 정작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은 쏙 빼고 ‘자위대가 한국 영역에서 활동할 경우 한국의 동의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국방부의 언급은 일본 언론을 통해 곧바로 사실과 다른 점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문제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전 합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나카타니 방위상이 22일 논란을 일으킨 발언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없다고 또다시 확인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거짓 해명을 하려다 들통난 것이다. 북한 영토에 대한 한국의 지배권은 헌법과 현실의 불일치 등 때문에 외교적으로 고도의 전략 아래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군사외교에 미숙한 한 장관이 KFX ‘굴욕 외교’로 망신을 당한 데다 책임론까지 불거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다 노련한 정치인인 나카타니 방위상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일본이 한 차례 무산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하자고 요청하는 등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 버렸다”며 “자위대 진출 문제만 해도 우리의 동의 없이 북한 지역에 대한 무력행사를 할 경우 대한민국을 무단 공격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강하게 나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강서 중학교배정 갈등 학부모 포함한 ‘중재 협의체’ 구성

     중학교 학군 배정 문제를 놓고 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자 서울 강서교육지원청이 의견 수렴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강서교육청은 23일 ‘강서2학교군 중입배정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학교에서 추천받은 5개 지역별 학부모 대표 15명과 교장 2명, 교육지원청 3명 모두 20명으로 구성됐다.  주민들의 갈등은 지난해 6월 기존 4700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변에 2600여 가구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서면서부터 불거졌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일반주택지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선호도가 높은 사립 중학교 세 곳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했고,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강서교육청은 이 문제를 풀고자 9월 두차례 공청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의견 대립이 이어지면서 연거푸 무산됐다.  강서지원청 관계자는 “협의체 의견을 바탕으로 좀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중입배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여론·설득에 기댄 ‘종교인 과세’ 가능할까요

    [경제 블로그] 여론·설득에 기댄 ‘종교인 과세’ 가능할까요

    국세청이 1968년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했다가 종교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지 47년. 내년엔 과연 세금을 물릴 수 있을까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만큼 정치권도 일단 첫발을 뗐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식을 담은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조세소위에 상정해 의결했습니다. 이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정부안의 특징은 어떻게든 종교인 과세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반 국민과 비교할 수 없는 혜택과 배려를 담았습니다. 근로소득세나 기타소득에 대한 종교인의 반발을 고려해 사례금을 ‘종교소득’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명시했습니다. 또 세금을 물리지 않는 ‘필요경비율’도 높습니다. 소득이 4000만원 이하면 필요경비율을 80%, 4000만∼8000만원은 60%, 8000만∼1억 5000만원은 40%, 1억 5000만원 초과는 20%로 정했습니다. 예컨대 소득이 5000만원이면 필요경비 3000만원(60%)을 뺀 2000만원이 세금을 매기는 대상이라는 얘기입니다.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큰 혜택입니다. 여기에 소득에서 의무적으로 원천징수하는 방식을 바꿔 종교단체가 원천징수를 선택하거나 종교인이 자진 신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권영진 기재위 전문위원은 “정부안이 과세와 비과세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경비율을 차등 적용한 점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앗 뜨거워’ 하고 있습니다. 심정적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역풍이 불까 부담스럽다는 거죠. 몇몇 대형 교회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 “분위기를 띄워 보라”며 짐을 떠넘깁니다. ‘과세 여론’이 강하게 불면 해 보고,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속셈인 거죠. 그런데 정치권이나 정부나 마음이 콩밭에 간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관가도 개각과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어 마냥 밀어붙이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네요. 기획재정부는 “종교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정도 노력으로 47년 해묵은 숙제가 해결될까요.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청와대 5자 회동] 朴 “자랑스런 역사교과서 필요” 文 “경제 어려운데 왜 매달리나”

    [청와대 5자 회동] 朴 “자랑스런 역사교과서 필요” 文 “경제 어려운데 왜 매달리나”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은 냉랭했다. 특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서 현격한 견해 차를 드러내며 충돌했다. 먼저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며 안타까움을 표명한 뒤 “국민 통합을 위해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이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정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제 그런 주장은 그만하라.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다”며 강하게 받아쳤다. 이 바람에 30여분간 격론이 벌어졌다고 회담 후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했다. 다음 의제인 경제활성화 법안에서도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17년 만에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인 만큼 노동개혁 5개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 통과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 역시 “박 대통령이 짧은 임기 중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고 법안 몇 개 (처리)해 달라는데 어떻게 34개월 동안 발목을 잡으면서 안 해줄 수 있느냐.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노사정 대타협을 위반한 게 2가지이고, 비정규직 관련법도 기간제 근로자 관련 실업급여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문 대표는 김 대표와 청와대가 한때 오해를 빚었다가 일단락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얘기를 꺼내며 “여야 대표가 합의한 것을 대통령이 압력 넣어서 무산시켜서야 되겠느냐. 삼권 분립 위배다”라고 공격했다. 이에 김 대표는 “발표문을 확인해 보라. 그런 지적은 틀렸다”고 발끈했다. 문 대표가 다시 “나는 합의했다”고 하자 김 대표는 “발표문을 다시 읽어 보라”고 맞받았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KFX 전투기 도입 사업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의 문책을 요구했다. 회담 후 여야는 상대방을 비난하느라 바빴다. 문 대표는 기자들에게 “일치되는 부분이 안타깝게도 하나도 없었다”며 “딱 하나된 부분이 있었다면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이었다고 냉소했다. 다만 문 대표는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하거나 예산심사를 거부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벽을 마주한 것 같다”는 문 대표의 소감에 대해 김 대표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이런 대화라도 해야지…”라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해피존, 강남역 ‘불금’ 택시 전쟁 막을까

    해피존, 강남역 ‘불금’ 택시 전쟁 막을까

    도로에 나와 택시 잡기, 승차 거부, 택시 새치기 등 금요일 밤이면 서울 강남역에서 벌어지는 택시 소동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6곳의 승차대를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심야 택시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시는 23일부터 연말까지 매주 금요일 밤 오후 11시부터 토요일 새벽 2시까지 강남역~신논현역 구간(770m)에서 ‘택시 해피존’을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야간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발광형 에어 간판을 세울 예정이며 승강장은 준오헤어 앞, 파고다 앞, CGV 앞, 지오다노 앞, 롯데시네마 앞, 백암빌딩 앞 등이다. 콜택시 호출은 불가능하고 서울 택시만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순서대로 탑승할 수 있도록 매일 1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운행하는 심야 택시가 턱없이 부족하다. 7만 2000여대 택시 중 5만 2000대가 개인택시인데 이들 중 30%는 한달에 한번도 심야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시는 2012년 12월부터 오후 9시~오전 9시 운행하는 심야 택시를 지원하고 있지만 약 3년간 2200대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택시의 심야 운행 의무화가 거론됐지만 개인 자유를 침해한다는 개인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개인택시 운전자의 고령화도 심야 택시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다. 법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연말까지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우는 택시에 건당 3000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풍선효과’로 다른 지역에선 승차난이 가중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정몽준 FIFA 회장 선거 출마 결국 무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21일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가 어렵게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FIFA의 방해로 후보 등록 마감일인 26일까지 등록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제재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출마하지 못하더라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FIFA의 변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스위스 취리히 지방법원은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자격정지 제재의 효력을 일시 중지시켜 달라는 정 명예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또 FIFA 집행위원회는 선거를 미루자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년 2월 26일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정 명예회장은 FIFA가 제재 결정을 내린 지 2주가 지나도록 사법 대응에 필수적인 결정문을 보내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위스 법원은 FIFA 결정문이 없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는데 FIFA는 제재가 타당하다고 판결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명예회장은 “스위스 법원이 기술적인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은 FIFA의 부패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취리히 판검사들이 FIFA로부터 월드컵 결승 입장권을 받는 등 유착 관계에 있다는 비판을 고려할 때 법원이 신중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미니크 스칼라 FIFA 임시 선거위원장은 집행위에 선거 절차를 보고하면서 “입후보하려는 사람은 기한 내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면서도 “축구와 관련한 활동이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금지된 후보의 서류는 금지 결정이 유효한 이상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 발표 직전 서류를 제출한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출마가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칼라 위원장은 “선거위원회가 선거에 앞서 후보 문제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리면 FIFA 집행위는 이를 좇아 금지 조치를 해제하거나 종료해야 한다”고 말해 플라티니의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내비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⑮ 종교인은 내겠다는데?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⑮ 종교인은 내겠다는데?

     ‘종교인은 내겠다는데 정치권은 왜 눈치를 보나’ 요즘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돌아가는 추세가 참 희한하다. 종교계는 대부분 과세에 찬성하는데 정작 정치권은 미적미적 딴 청이다. 주인과 객이 뒤바뀐,우스운 양상이 아닐 수 없다.●정치권 ‘성스러운(?) 종교 행위 근로 개념으로 보는게...’ 과세에 미온적  종교계는 원래 자신들에 대한 정부의 과세 방침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 일단 성직자와 교직자들의 성스러운(?) 종교 행위를 근로의 개념으로 본다는게 영 마뜩치 않았던 것이다.스님이나 목사, 신부의 법회며 예배, 미사까지 정부가 근로의 영역에 포함시켜 세금을 매긴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세금을 매긴다면 어떤 부분, 어느 정도를 대상으로 삼아야할 지의 구분이 막막했던 사정도 종교인 과세 반대의 적지않은 요인이었다. 실제 종교계에서 과세 대상에 포함될 성직자는 그닥 많지 않다는 게 종교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개신교의 경우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준의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가 전체 목회자 가운데 얼마나 될까. 천주교 신부나 절집의 스님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계가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찬성 쪽으로 돌아선 건 예외없는 과세라는 ‘조세 평등주의’의 요구가 컸던 때문이다. 더이상 종교계를 향한 사회 일반의 과세 요구를 ‘남의 집 일’마냥 모른 체하고 물러설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대부분 수 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과세 찬성의 입장을 밝혀왔고 개신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성향의 교단들이 과세 찬성 입장을 앞다투어 천명하는 한편 교회와 목사들 사이에 ‘자발적 납세운동’까지 번지고 있는 추세다. 천주교 사제들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원천징수를 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일부 보수 교단이 종교인의 고유 종교행위에 대한 과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종교인 과세’는 대세라는 여론이 형성돼있는 게 분명하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한 포털사이트에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합니다’ 제하로 전국민 서명운동에 앞선 예비서명운동을 진행중이다. 500명을 목표로 지난달 24일부터 진행된 서명은 벌써 목표치의 80% 이상을 넘겼다고 한다. 네티즌들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은 ‘확고한 찬성’이고 모든 종교인들이 과세에 동참하라는 압력으로 비쳐진다. 한편으로는 종교인 보다 정치권을 염두에 둔 우회적 캠페인의 성격도 엿보인다.●조세소위 의원 9명중 2명만 ‘과세’ 찬성... 또 무산되려나 정부는 지난 2013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회의 법률 제정 없이도 종교인 과세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2016년 1월부터 과세 추진 방침을 정했다. 지난 8월 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소득에 대한 과세를 법률에 명시하겠다고 밝힌 터이다. 그런데 네티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종자연은 “정부가 종교인 과세의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종교인 과세 시행에 꼭 필요한 사전 절차인 법률 명시에 국회의원들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항간에는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여야의원 9명 중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 의원은 단 2명 뿐이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 설문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번에도 ‘종교인 과세’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일반의 ‘조세 평등주의’에 대한 요구와 종교인들에 대한 기대가 크고, 그에따른 종교인들의 과세 동참 천명이 확산되는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국회의원들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말할 나위 없이 내년 총선을 의식한 눈치보기임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공연히 종교계를 건드려 표심을 잃지 않겠다는 속내가 빤히 읽힌다. 정작 종교계는 내겠다는데….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우너 kimus@seoul.co.kr  
  • 내년 총선 고려 ‘순차 개각’…최경환 12월·황우여 교과서 이후

    내년 총선 고려 ‘순차 개각’…최경환 12월·황우여 교과서 이후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을 고려한 ‘순차 개각’이 19일 단행됐다. 유일호, 유기준 의원이 각각 장관직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첫 대상이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예산안이 처리되는 12월 초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교과서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시점에서 교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기재부 2차관, 교육부 차관 등에 대한 인사도 장관 교체를 고려한 사전작업의 하나로 이해됐다. 이런 점에서라면 이날 외교부 1차관, 국방부차관 등에 대한 인사는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전격 교체했다. 주 수석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핵심기술 이전 무산과 관련한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수면 위로 부상한 직후였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 이전 불가 통보를 받았으나 두 달이 지난 6월에야 청와대에 보고했고, 주 수석이 이후에도 이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논란이 커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알려진다. 주 수석과 함께 한민구 국방 장관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장관은 지난주 박 대통령의 방미 출국 직전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만나 KFX 기술 이전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언론에 전해 방미 회담결과에 기대를 갖게 했으나 오히려 카터 장관으로부터 ‘기술이전 불가’ 입장을 통보받았다.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 방침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서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기국회 일정을 소화한 뒤에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나 KFX 사업을 시작할 때 국방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책임을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한·중·일 정상회의 등 여러 외교·안보 환경이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적으로 교체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규모가 대폭 확대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외교안보수석으로 이동시키면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을 국가안보실로 발령내는 등 외교부 내 ‘장관급’ 인사들을 움직인 것으로 볼 때 윤병세 장관의 자리를 유지시키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외교안보 참모 개편, KFX ‘플랜B’ 찾아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이른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는 성과를 거두며 마무리됐다.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해소된 것이다. 그럼에도 작지 않은 앙금은 남아 있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핵심 기술 이전이 무산된 것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박 대통령을 수행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KFX와 관련된 4개 기술 이전은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카터 장관이 “KFX 사업을 포함해 방산기술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럴수록 시급한 것은 책임 추궁에 그치지 않는 대안 마련이다. 한 장관의 대통령 방미 수행은 처음부터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미국이 기술 이전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4개 핵심 기술은 영국과 같은 최우방국에도 넘겨주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기밀급 핵심 기술을 달라고 매달리다시피 했던 요구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핵심 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국방부라고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헛된 희망을 불어넣으며 KFX의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또한 국방부다. 핵심 기술의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입을 모아 자체 기술 개발을 공언한 것은 더욱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자체 개발이 가능한 기술이라면 장관이 미국에 달려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KFX 사업의 파트너로 미국을 선정한 배경에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겠지만, 외교안보 라인이 보여 준 일련의 모습은 미덥지 않았다. KFX 사업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 60%, 미국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20%를 부담하는 국제 공동 개발 사업이다. 하지만 핵심 기술 이전이 어렵다면 기존 틀은 다시 짤 수밖에 없다. 기술 이전을 거부한 미국의 F35A를 차기 전투기로 도입하는 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해야 하는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청와대는 어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외교안보수석에, 황인무 전 육군 참모차장을 국가안보실 1차장에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KFX 사업의 새판 짜기 차원이라고 보기에는 미진한 측면도 없지 않다.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려면 하루빨리 KFX 사업의 확실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 美순방 귀국하자마자 ‘KFX 문책’

    美순방 귀국하자마자 ‘KFX 문책’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에 강호인 전 조달청장을,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에 김영석 해수부 차관을 내정하는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핵심 기술 이전 무산과 관련해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되자 준비된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후임에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을, 국가안보실 1차장에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을 각각 임명했다. 이 인사는 KFX 사업의 핵심 기술 이전 무산 논란이 불러온 것인 만큼 일각에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교체 대상에는 6개 부처 차관도 포함됐다. 기획재정부 2차관에 송언석 현 기재부 예산실장, 교육부 차관에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외교부 1차관에 임성남 주영국 대사, 국방부 차관에 황인무 전 육군참모차장, 보건복지부 차관에 방문규 기재부 2차관, 해수부 차관에 윤학배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각각 기용했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정 과제와 개혁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일부 부처 인사를 단행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부분 개각 및 청와대 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소속 3선, 재선 의원인 유기준 해수부 장관과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내년 4월 총선 출마가 유력시된다.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대한 추가 개각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각을 단계적으로 바꾸는 ‘순차 개각’에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신임 장관에 관료들을 승진 기용한 것 역시 이러한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편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개각 발표 직후 국회의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 김무성 대표에게 인사 배경 등을 설명했다. 현 수석은 국회 방문에 앞서 개각 내용 등을 전화로 사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번에 새로 승진하거나 발탁된 인물들은 대부분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와 실무에 강한 안정적인 인사를 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능력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주철기 수석의 경질과 관련, “몸통을 두고 먼지만 떨어낸 대리 경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KFX 사업 당시 장관이었던 김관진 실장에 대한 조치가 없으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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