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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갑 안열고 못배길 마케팅 전략

    이은정(36·회사원)씨는 포드에서 나온 은색 ‘몬데오’(2000㏄)를 몰고 다닌다. 규모가 크지 않은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이씨는 3160만원짜리 차를 현금 일시납으로 할부이자만큼 할인받아 2500만원선에 구입했다.이씨는 “디자인이 별로 튀지 않고 세련됐다.”면서 “웬만한 국산차와 가격도 비슷해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이처럼 최근 외제차를 타는 계층은 부유층에 한정되지 않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확대되는 추세다.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외제차를 선호하는 풍조에 우려를 표시한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최근 드라마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호화사치 풍조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서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외제차 등 명품 사기에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산차·수입차 경계 허무는 전략 과거에는 수입차 하면 고가의 최고급차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에 비해 가격대가 크게 높지 않은 차량이 많이 나오고 있다.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들도 조금 무리하면 외제차를 굴릴 수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외제차 매장의 지점장인 A씨는 “금액이나 성능면에서 이제 외제차냐 국산차냐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면서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면서 국산차와 외제차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여전히 상류층은 외제차업체들의 중요한 고객이다.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수입,지난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6억∼7억원대의 ‘마흐바흐’도 누가 사갈까 싶지만 지난 3개월 동안 13대나 팔려나갔다.이같은 선전 덕분에 국내 시장 점유율도 2000년 0.4%에서 2004년 상반기에 2.0%로 5배로 상승했다. ●공세적인 마케팅 전략 BMW의 경우 매장에서 차를 둘러보다 마음에 들면 바로 ‘고민할 틈’을 주지 않는 판촉전략을 쓴다.고객이 선택한 차를 바로 타고 갈 수 있도록 ‘즉석 출고’를 해주기 때문이다.물류 센터를 확보해 고객들이 몇달씩,며칠씩 기다리는 시간을 없앴는데,이 전략은 적중했다.수입차들은 AS에서도 국내 자동차 업체와 차이가 난다.돈을 들인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대접’을 하기 때문에 고객들로 하여금 ‘남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해준다.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장기할부와 등록세 대납 등 파격적인 판촉 행사도 ‘지갑 열기’를 위해 동원된 전략이다.수입차 업계는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도 꾸준히 동참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위원은 “향후 한·일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무관세 지대가 되면 외제차의 국내 시장 비중은 8∼1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탐사보도로 돌파구 찾아야/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사업팀 차장

    요즘 ‘신문의 위기’가 자주 거론된다.광고시장 침체에 따른 경영악화 때문만은 아니다.인터넷을 비롯한 신매체들은 신문 고유의 저널리즘 영역을 급속히 침식해 가고 있다.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신문의 신뢰도가 1998년부터 방송에 뒤지기 시작하더니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한국언론재단 ‘언론수용자조사’) 흔히 신문의 위기를 말하면서 속보보다는 심층기획기사로 승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이제는 이를 생존의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미국만 해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중심으로 최근 탐사보도가 붐을 타고 있다.중소신문들의 탐사보도도 활발하다.“인터넷이나 케이블에 뺏긴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것이 워싱턴포스트의 저명한 탐사보도기자 사라 코언의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신문이 ‘탐사보도’라는 간판을 걸고 8월6일부터 내놓은 4부작 ‘개인파산시대’는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개인파산’은 그동안 다른 언론에서도 가끔씩 다뤄 온 아이템이었던 만큼 소재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다.이 기획이 의미를 갖는 것은 개인파산을 ‘징벌적 의미’가 아닌 ‘사회 안전망’으로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르게 된 데는 IMF사태 이후 정부의 소비진작책에 따른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과 카드 발급 탓이 크다.그 부작용이 범죄나 자살 등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공공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따라서 ‘개인파산시대’ 시리즈를 통해 파산을 사회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수많은 잠재적 파산자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또한 면책자와 면책대기자 306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의 기록을 통계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파산의 실태와 문제점을 찾아 낸 것은 탐사보도로서 손색이 없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시리즈 2회(8월9일)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에서는 파산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1억 연봉자를 사례로 제시했다.하지만 그의 파산 과정은 파산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한다는 기획의 취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었다.특히 수입이 없는 데도 아이들의 교육비로 한달에 200만∼300만원을 지출했다는 내용은 오히려 서민층에 박탈감을 심어줄 여지가 있어 보였다. ‘개인파산시대’가 탐사보도로서 빛을 보게 된 데는 서울신문이 운용하고 있는 ‘기사예고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탐사보도가 보편화된 미국을 보면,중소규모의 신문들조차 탐사보도팀을 두고 수준 높은 탐사보도를 하고 있다.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발행하는 ‘뉴스앤 옵서버’는 기자가 80명에 불과한데도 3명으로 이뤄진 탐사보도팀을 운영하고 있다.기자 300명의 중간급 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0∼12명의 탐사보도팀을 구성해 놓고 있다.7∼8명은 고정 멤버이고 3∼4명은 취재 아이템에 따라 순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물론 서울신문처럼 필요할 때마다 별도의 특별취재팀을 구성하는 신문사도 많지만 이 경우도 인적 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미국 언론의 풍토다.미국은 또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공채가 별도로 이뤄진다.그들에게는 일반 취재기자보다 연봉을 더 주어 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탐사보도’ 간판을 단 기사들을 서울신문에서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이를 위해서는 편집국장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굳이 탐사보도가 아니라도 심층보도에 대한 회사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때이다. 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사업팀 차장
  • 北 대대적 경제개혁 ‘정지작업’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북한이 전국적인 규모로 당·정·군 산하의 개인 사업 단위별로 자산재평가 작업에 착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북한에 정통한 중국 소식통들이 밝혔다. 북한 내부의 자산재평가 작업은 2002년 7·1 경제조치 이후 물가폭등과 인민폐 가치 하락 등 변화된 경제환경 속에서 북한의 총체적 경제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대폭적 경제개혁에 앞선 정지작업으로 알려졌다. 또 ‘화폐개혁설’이 무성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확한 대외 환율 조정을 위한 경제실태 조사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중국의 한 소식통은 “북한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전국적인 규모로 사업 단위별로 자산재평가 작업을 시작했고 대외무역 사업 단위는 미결제 금액 등의 부채 내역과 이익금 규모 등 세부사항 조사도 병행 중”이라며 “앞으로 1∼2개월 후에 조사를 마무리한 후 방만한 조직의 통폐합 등 대규모 경제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김일성 조문 파동을 빌미로 지난 7월 중순부터 대외 문호를 잠그고 내부적으로 ‘미제 타도’ 등의 경색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하지만 내부에서 경제개혁을 위한 치밀한 준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화폐개혁설과 관련,최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북한이 물가 폭등과 화폐 가치의 급속한 하락을 막기 위해 조만간 화폐개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대남 경협사업 조직도 개편되는 등 내부 공사도 한창이다.북한의 대남 경협을 전담했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북한 내각 산하로 편입되면서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로 확대,개편됐다.위원장도 부상(차관)급으로 승격시켰다. 민경협은 앞으로 무역회사간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남북 경협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북한 무역회사들의 무분별한 중복 업무를 제어하는 등 전반적인 심의·조정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oilman@seoul.co.kr
  • 정부·국회 “잘못된 관행 바로잡자”

    오랫동안 지속돼온 정부와 국회간 ‘그릇된’ 관행이 17대 국회에서 바로잡힐지 관심이다.국회에서 ‘공무원들의 대기 근절’을 적극 유도하는 데다 정부 내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일반 공무원들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면 간부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간부 공무원들은 “국회의원의 질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무원직장협의회도 ‘합법적인 자료요구’ 등 제도개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젠 바꾸자” 지난 2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회의실에 대기 중이던 공무원 20여명이 김무성 재경위원장의 ‘업무복귀’ 요청으로 회의실을 빠져 나왔다는 언론보도 후 공직 내에서 ‘불필요한 국회대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공무원의 국회대기는 의원들의 자료요구나 기관장의 답변에 대비해 회의장 부근에 무작정 기다리는 것.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종종 벌어진다.16대 국회에서 한때 없애려 했지만,17대 국회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재경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부의 결산보고가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감사원을 대상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위원장들이 같은 취지의 지적을 했다. 국회 대기는 국회의원들이 시키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국회에선 적극 만류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공식적으로 국·실장만 참석토록 하고 있지만,윗사람이 답변을 잘하도록 과장·계장·실무자까지 총 출동한다. 행자부는 국회대기를 일버리기 과제로 선정해 놓고 있고,정부 차원에선 이해찬 국무총리 지시로 ‘국회 요구 자료 온라인 제출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기 근절 움직임에 대해 재경부의 한 국장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국장과 주무과장 모두 국회에서 대기해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최소 인원만 가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장은 “직원들이 대기하지 않으려면 의원들이 구체적인 수치 등 세세한 질문을 자제해야 하는데 얼마나 실천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행자부의 한 국장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의원들의 질의 태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대답을 제대로 못하면 윽박지르듯 하는 태도가 있는 한 대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서기관은 “국회에 대기하는 공무원의 80∼90%가 시간만 낭비하고 돌아오는데,이젠 장·차관 등 간부들이 적극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협의회,제도개선 ‘총대’ 공직내에서 관행개선에 목소리를 내는 쪽은 직장협의회다.간부공무원은 국회의원과 직접 대면하기 때문에 입바른 소리를 꺼리지만,직협은 상대적으로 꺼릴 게 없는 데다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행자부·노동부·재경부·정통부·통일부 등 5개 직협 대표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무분별한 국정감사 자료요구’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법에 따라 자료를 요구할 때는 본회의·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의결로 해야 하는데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며 “7월부터 행자부에 요구한 1000여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회법을 지킨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일부 의원들이 국회의원 개개인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거나,타 상임위에서도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국회운영을 심각히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성남 구도심 행정타운으로

    기반시설이 태부족한 성남 구도심일대에 대규모 복합행정타운이 건립될 전망이다. 성남시는 수정·중원구지역 구시가지 전면재개발에 따른 이주지역확보와 신 행정타운 조성을 위해 중원구 여수동과 상대원동 일대 자연녹지(개발제한구역)40여만평을 복합개발키로 하고 건교부에 사업승인을 요청했다고 27일 밝혔다. 특히 구시가지 최대 현안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재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상당수 주민들이 일정기간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이주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행정타운과는 별도로 국민임대주택사업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주단지 조성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은 오는 2005년 12월쯤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남시 행정타운은 10만여평규모로 시청사와 산하 사업소,법원,경찰서 등이 한꺼번에 들어서게 된다. 시 관계자는 “이주단지를 포함한 성남시 복합행정타운개발계획은 지난 70년대초 정부의 무분별한 이주계획에 원인이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도 함께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대기업, 수입시장 진출 ‘과열경쟁’

    수입차를 비롯해 명품의류,구두 등 이른바 ‘명품’시장에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뛰어들면서 명품 시장을 놓고 국내 기업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사업은 기술개발과 시장개척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미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명품의 경우 힘들이지 않고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업들이 무분별한 수입에 나서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자칫 이같은 풍조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하고,국내기업간의 출혈로 결국 외국기업만 배불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금알을 낳는 수입품 시장으로는 수입차 시장이 꼽힌다.그동안 재벌 2세들이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어 짭짤하게 재미를 보자 이제는 기업 오너 일가들까지 수입차 딜러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은 수입차 딜러사업을 통해 최상류층의 고객들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명품’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 가운데는 SK,코오롱,효성,두산 등에서 수입차 판매딜러를 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88년부터 BMW 수입에 나서서 큰 수익을 보고 있고,2001년부터 렉서스 딜러를 맡았던 SK네트웍스는 도요타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하자 지난해 다임러크라이슬러 딜러로 재빨리 변신했다. 효성은 올해 메르세데스 벤츠의 서울지역 딜러를 맡으며 수입차 판매에 나섰고,두산은 혼다의 첫번째 딜러로 활동하고 있다. 중견기업인 일진그룹도 혼다의 두번째 딜러가 되면서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어 최근 서울 서초동에 혼다 매장을 열었다.오는 10월 출범할 아우디코리아의 딜러 선정에도 중견기업 등이 나서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오롱그룹은 FnC코오롱,HBC코오롱,코오롱 패션 등 주요 계열사를 총동원해 의류 명품사업에 열중이다.두산과 SK네트웍스도 폴로,토미힐피거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셔츠를 직수입하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카드사범 1년새 4.7배 급증

    장기불황으로 신용불량자가 속출하고 실업자가 늘면서 카드사범이나 불법채권 추심 등 민생경제 침해사범이 올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수사국은 지난달 12일부터 민생경제 침해사범을 특별 단속한 결과 3902명을 검거해 480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검거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3% 늘어난 것이다. 특히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신용카드 위·변조,분실·도난카드 사용,카드 부정발급과 명의대여 등 카드 관련 사범이 지난해보다 477%나 급증했다. 유형별 검거자는 분실·도난카드 사용이 916명으로 가장 많았고,카드부정 발급과 명의대여 720명,무등록 대부업 313명 등이었다. 구속된 김모(37)씨는 경북 포항에서 영세상인 등의 신용카드로 허위매출전표를 작성,현금을 융통해 주는 ‘카드깡’ 수법으로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50억원을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무등록 대부업자인 전모(35)씨는 사채 6억원을 빌려쓴 뒤 5억 5000만원을 갚은 피해자 유모(34)씨가 이자와 남은 원금 4억원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용차로 납치해 46시간 동안 감금,폭행한 혐의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6)DMZ의 두얼굴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6)DMZ의 두얼굴

    DMZ는 두 얼굴을 간직하고 있다.잘 보존된 생태계의 보고이면서도 생태계의 단절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철책선을 비롯한 각종 인공물이 생물들의 자유로운 개체이동을 철저히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DMZ는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칭할 만하다.생태 전문가들도 이런 평가에 큰 이견을 달지 않는다.긍정적으로는 50년 넘게 사람들의 간섭이 배제되면서 자연 그대로의 생태와 빼어난 경관 등을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서해안부터 동해안 끝단까지 이중삼중 빈틈없이 막아놓은 철조망으로 중·대형 포유류의 종(種) 이동이 끊기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은 것이다.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155마일 국토 허리를 따라 남북 2∼4㎞의 철조망에 갖힌 동물들이 수십년 동안 근친교배를 하며 유전자 다양성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단절이 더 지속된다면 결국 종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수월한 군사작전이나 북한의 경작목적 등으로 인위적으로 놓는 산불도 생태계를 교란하기는 마찬가지다.산불의 영향으로 DMZ 안에는 잘 발달된 원시림이 사라졌다.대신 초지가 발달하면서 인공과 자연의 힘이 어우러진 독특한 생태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초지 형성으로 울창한 숲을 좋아하는 멧토끼와 멧돼지,노루,산양의 수보다 초지를 좋아하는 고라니 개체가 월등히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깊은 계곡이 많은 동부전선을 제외한 중·서부전선은 아예 산림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초지지역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산허리 가로지른 작전로·공사로 몸살 산불은 아이러니하게도 식물과 곤충류의 종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남북으로 넘나드는 하천도 군사작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대형 철재 수문과 콘크리트 구조물,각종 하천공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범람을 막기 위해 강바닥을 인위적으로 긁어내고,돌망태나 콘크리트 제방이 쌓이면서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은 사라지기도 한다.물고기들은 생존의 위협 앞에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월 중순 취재팀이 찾았던 사미천과 역곡천·성내천·사천·오소동·고진동계곡 등 철조망이 지나는 길목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은 어김없이 훼손되고 있었다.서강정보대학 심재환 교수는 “하천 바닥을 긁어 놓는 식의 간섭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아야 건강한 하천으로 보존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산등성이를 따라 거미줄처럼 이어놓은 작전도로도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군사목적만으로 급하게 도로를 만들어 놓고 있어 태풍과 폭우 때는 속수무책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환경에 대한 대책이 없다 보니 폭우 때마다 산사태로 산림기반을 황폐화시키고 청정계곡으로 황톳물을 쏟아내면서 물고기 서식지까지 훼손하고 있다.때늦은 감이 있지만 도로의 토목공학적 안정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최전방에서 쏟아내는 생활오폐수의 문제도 심각하다.최근 몇년 동안 군부대들이 ‘환경과 생태보호에 앞장서자.’는 슬로건으로 나름대로 환경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도 최전방 초소에는 오폐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등 실상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장지대 하나 없는 최전방 청정 하천들이 2,3급수로 전락하면서 점차 오염되어가는 현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동해안 끝단 사천천은 중류쯤부터 오염의 척도인 물이끼가 보이기 시작하다 하류에 이르면 상당한 오염실상이 드러난다.그나마 어종들은 아직 풍부한 편이어서 희망의 씨앗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대로 두어선 결과는 자명할 뿐이다.외래식물의 급속한 확산으로 토종식물들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십수년 전 경기도 포천 일대에서 번지기 시작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도 이제는 휴전선 일대는 물론이고 전국으로 퍼져나간 상태다. ●자치단체 개발 청사진 쏟아져 남북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민통선 안팎에 각종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개발 우선 정책도 바람직한 생태계 보전에 적신호다.경기도와 강원도는 앞다투어 “DMZ를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겠다.”며 환경·생태에 대한 관심을 적극 표방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강원도는 철원에 인구 50만을 수용할 수 있는 ‘평화시’를 조성하고 고성에는 ‘남북교류타운’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뒤질세라 경기도도 파주시 민통선 안과 인근에 수십만평 규모의 ‘통일동산’과 ‘파주남북경제협력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DMZ 일대에 굵직굵직한 개발공약이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산림환경부장은 “주민들에게 미래 환경생태에 대한 가치를 우선 인식시킨 후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조심스럽게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과 북이 수십년을 대치하며 생겨난 DMZ의 독특한 생태계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보존’이냐,‘개발’이냐.야누스의 두 얼굴을 간직한 채….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심재환 서강정보대학교수 열목어(熱目魚)는 눈이 붉고 열이 많다 하여 이름지어졌다.우리나라를 비롯해 만주·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데,고유어종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인데다 서식분포의 한계가 뚜렷한 귀중한 생물종이다.얼핏 보면 산천어와도 비슷한 열목어의 성체는 보통 30㎝ 정도이고 큰 것은 60㎝를 넘기도 한다.물 속에 잠수한 채 팔뚝만 한 녀석들을 보게 되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늠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번 DMZ 탐사에서 열목어가 출현한 곳은 두타연과 성내천이었다.그 중 성내천에서는 30여마리를 확인 혹은 포획하였는데,30㎝ 이상 되는 큰 개체들은 없었다.아마 큰 개체들이 서식할 만한 깊은 소(沼)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러나 열목어 외에도 수십 가지의 풍부한 어종이 살고 있고,생태계가 잘 보전된 성내천에서 지금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철책선에 밀려드는 바위나 자갈 등을 제거하기 위해 불도저 등 중장비로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오소동·고진동 계곡도 사정은 비슷해 하천 교란으로 인한 어류 서식처와 산란장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중 생물들은 물 속에서 모든 먹이를 섭취하고,숨쉬고,잠을 자고,산란을 한다.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울·소·바위틈·모래밭 그리고 수변식물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 하천 그대로의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공사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리게 되면,그 토사는 아래쪽의 하상을 덮어버리게 되고,바위·자갈 등에 붙어 있는 조류나 날도래·강도래·잠자리유충 등 수서곤충들은 살 수 없게 된다.이러한 생물들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은 물고기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토사의 미세한 입자는 물고기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호흡을 곤란하게 해 직접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따라서 무분별한 하천공사는 오아시스를 밀어 밋밋한 사막을 만드는 것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번 어류조사에서도 오소동에서는 금강모치 1종만,고진동 계곡에서는 금강모치와 버들가지 2종만 채집되었으며 개체수도 매우 빈약하였다.이전의 기록에 보면 산천어와 미유기가 있다고 하였으나 이번 탐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DMZ 일대는 생태계의 보고이면서 한반도 자연사의 비밀의 일부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이른바 하천 생태계의 최후의 보루라 아니할 수 없다.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DMZ 생태계를 잘 보전하는 것이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 아닐까.
  • [기고] 통 큰 지도자 그립다/김병관 서울시재향군인회장·창작수필문인회장

    하나의 행함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인생행로에서도 오늘 나의 행위가 내일 나의 일에 영향을 주게 되고 현재 나의 모습은 지난 세(世) 내 업의 결과라고도 한다. 중국 선종의 초조인 달마대사께서 설하신 ‘이입사행(二入四行)론’ 중 보원행편에 의하면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괴로움을 당할지라도 이것은 아득한 전생부터 지말(枝末)을 따르고 미망의 세계를 헤매면서 업을 지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달가운 마음으로 감내해야지 원망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이것을 카오스 이론에서는 피드백(feed-back),즉 되먹임 현상이라 하고 있다.먹고 먹히면서 무한의 윤회를 거듭하는 것이 우주의 질서이기에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결론이다. 정글이나 심해에서는 어김없이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는 약육강식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여기서도 통합조절되는 기능은 분명히 있다.하지만 결국 강자는 업보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약자는 희생당한 만큼의 영원불변한 에너지를 얻는다.약자가 강자로 바뀌는 것도 순환의 법칙에 의해 시간을 다투어 이루어지는 것이다.세계 역사를 보아도 영원한 강자로 군림한 나라가 없는 것을 보면 강한 것은 반드시 쇠한다는 이치를 느끼게 한다.강자의 역할 이면에는 반드시 강자의 업보가 따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너무나 잘 알려진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 논객 네 분이 만나 이라크 파병문제를 놓고 무려 세 시간에 걸쳐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미국의 국익을 위한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가 왜 희생되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진보 측과,세계평화와 한·미동맹의 실천으로 국익을 위한 파병의 대의는 분명하다는 보수 측의 갑론을박이 결론 없이 끝나고 말았다. 마치 힘센 고양이를 쥐들이 나쁘다고 욕하고 대들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측과 고양이를 이기려면 고양이와 친해지면서 힘을 기르든지 아니면 고양이를 대적할 만한 천적과 동맹을 맺어야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라고 서로 우기는 것과 흡사해 보였다. 근자에 와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국론이 분열되어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한·미동맹에 균열이 일어나자 이를 재빠르게 포착한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지나치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급진정책들이 기업과 자산계층의 외면으로 결국 서민경제가 파탄나는 현상과 같이 외교든 경제든 균형 감각을 상실하게 되면 이와 같이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기 마련이다. 물이 흐르다 보면 넘치기도 하고 막혀서 갈증이 나는 곳도 있기 마련인데 성미 급한 김에 억지로 막힌 곳을 뚫어 내다보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되고 만다. 우주의 통일성,즉 하늘의 계산법이 엄존한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않고 모든 현상을 세상의 계산법만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욕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수많은 역사는 증명한다.당초에는 야당 대표를 겨냥한 듯한 친일 과거사 청산 문제가 여당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버렸다.결국 생태계의 일원인 우리 인간 역시 먹고 먹히는 대자연의 법칙 앞에 겸허해져야 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다. 끝간 데 없는 극한대립과 무분별한 욕구분출이 결국 더 큰 되먹임 현상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불완전한 인간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덕목이 아닌가 싶다.그래서 우리는 다소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국가 발전과 미래를 생각하며 다양한 세력을 포용해 더 큰 힘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통 큰 지도자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김병관 서울시재향군인회장·창작수필문인회장
  • 지방기금 눈먼돈? 선심성 경비 등으로 ‘펑펑’

    지방기금 눈먼돈? 선심성 경비 등으로 ‘펑펑’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기금을 마구잡이로 조성하고,이를 선심성 경비로 방만하게 운용하는 등 국고낭비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벌인 ‘지방자치단체 기금운용실태’에 대한 특감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전국 250개 지자체에서 조성한 지방기금은 지난해 말 현재 총 2253개이고 금액으로는 11조 2474억원에 달한다.1994년만 해도 700여개 2조 2000억원 규모였던 지방기금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2003년 말 현재 금액기준으로 5배 이상 급증됐다.감사원은 사업내용상 일반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는데도 통제를 덜 받는 기금으로 설치해 무분별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임종빈 자치행정감사국장은 “일반예산은 감시와 견제가 철저하지만 기금은 상대적으로 회계감독이 허술하다.”면서 “지자체들은 이 점을 악용해 기금을 변칙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들 기금의 재원 80% 이상이 일반예산의 출연금으로 조성되고 있어 결국 11조원 규모의 국고가 방만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선심성 용도로 집행된 사례다.2001년부터 2003년까지 각 지자체에서 민간단체에 지원한 해외여행경비만 18억원이 넘는다.경기도는 32회에 걸쳐 6억 7438억원을 지원했다.제주도는 16회에 걸쳐 3억원 가량을 지원하는 등 25개 지자체가 최근 3년간 해외여행비로만 18억 4840만원을 쏟아부었다. 서울 성동구는 ‘재활용품판매대금관리기금’을 설치하고는 환경미화원들의 금강산관광비용으로 2억 5000만원을 사용하고,정년퇴직 환경미화원의 제주도관광 경비로 1000여만원을 사용하는 등 기금목적과 관계없이 기금을 집행했다.서울 강남구는 소속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명목으로 ‘서울시강남구공무원생활안정기금’을 설치,공무원 500여명에게 총 48억원을 시중은행 이자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연이율 3%로 융자해줬다. 서울 중구는 1992년부터 주차장특별회계를 설치해 공영주차장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52억원 규모의 ‘주차장건립기금’을 중복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처럼 지방기금이 난립하는 것은 기금운용에 대한 관련 법령이 없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에 따라 감사원은 행정자치부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기금을 통폐합하고,기금 설치 및 운용을 통제할 수 있는 법령을 마련토록 조치했다.이와 관련,행자부 관계자는 “‘지방기금관리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이르면 이달 말쯤 법안을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경제해법 “4野4色” “위기” 진단은 일치

    경제해법 “4野4色” “위기” 진단은 일치

    ‘진단은 한목소리,해법은 제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민주당,자민련 등 야4당이 19일 국회에서 ‘경제위기 극복 대토론회’를 열었다.각당은 현 경제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규정하면서도 원인 해석과 처방전에서는 조금씩 달랐다. 야4당은 현 경제상황이 투자와 내수 부진에 고유가·중국의 긴축경제 등 외부 악재가 겹쳐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서민경제를 놓고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소득 없고,일자리 없고 세금과 물가는 너무 오른다.”고 지적했고,민노당 심상정 의원단 부대표는 ‘궁핍화’라고 평가했다.자민련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단기간내 경기 회복 기대가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난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방법에서는 저마다 편차를 드러냈다.특히 감세정책을 놓고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은 대체적인 입장을 같이 했지만 진보정당인 민노당은 달랐다. 한나라당은 “국론분열·안보분열 등을 해소하고 국정 우선순위를 과거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조정할 것”을 촉구한 뒤 감세정책을 적극 추진해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투자확대·민간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서민층 수혜를 전제로 한 감세정책에 찬성했다.다만 출자총액제한에 대해서는 대상범위 축소 등 완화조치를 먼저 시행한 뒤 점진적으로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자민련은 감세정책만으로는 저소득층에 큰 효과를 줄 수 없으므로 재정지출 확대를 혼합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노당은 경기 침체의 원인을 ▲재벌대기업중심 성장제일주의 ▲무분별한 자유화·규제완화 ▲과도한 경기 부양책 등으로 분석한 뒤 다른 처방을 제시했다.감세정책에 대해서도 조세형평성 훼손·국가재정 마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대신 부유세 신설·직접세 인상 등의 세제개혁과 사회복지 강화방안을 내놓았다.이런 차이에도 불구,이날 토론회는 야4당 정책공조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참석자들은 자평했다.앞으로 경제관련 상임위 차원의 정책청문회를 수시로 마련해 대안을 모색키로 했다고 발표한 것도 ‘만족’ 정도를 반영한다.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민노당 김혜경,민주당 한화갑,자민련 김학원 대표 등 야4당 대표들도 모두 참석해 토론회의 ‘비중’을 높였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로스쿨 입학정원 200명 이하로

    로스쿨을 설치하려면 기존의 법학과나 법학부를 없애야 한다.입학정원은 200명 이하로 한정하되,20명 이상의 전임교수를 확보하는 등 일정 수준의 기반을 갖춰야 한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법학교수와 교육부 간부 등으로 구성된 전문위원 연구반이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로스쿨 세부안을 마련,본회의에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사개위는 9월 중 1∼2차례 전체회의를 가진 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표결로 로스쿨 도입을 확정짓기로 했다.사개위에서 안건이 확정되면 연말쯤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최종안을 제출하는 형식으로 사법개혁안을 최종 확정짓는다. 세부안에 따르면 로스쿨로 전환하는 대학은 학사 수준의 법학교육을 폐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다만 로스쿨을 도입하지 않는 법학부는 일반 교양과정으로서 법학교육을 담당하거나 부동산학과 등 법률 관련 분야의 교육으로 특화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자격없는 로스쿨이 무분별하게 설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서관과 모의법정,세미나실 등 일정 기준 이상의 시설과 20명 이상의 전임교수 등을 확보하도록 했다. 로스쿨 설립인가 심의는 교육부 산하에 법학교수와 법조인,정부 및 공익대표로 구성된 독립적 기구인 ‘법학교육위원회’를 설치,기준 충족 여부와 인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토록 했다.이와 별도로 대한변협 산하에 ‘인증평가기관’을 둬 로스쿨의 교육과정 등을 평가,부적격 판정이 내려지면 더이상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도록 하거나 정원을 규제하도록 했다.특정지역이나 주요 대학에만 로스쿨이 몰리지 않도록 입학생 정원은 200명 이하로 제한토록 했다. 입학생은 법학수학능력을 테스트하는 적성시험과 학부성적 등을 통해 선발하도록 했다.응시횟수를 제한,종전 사법시험의 폐해인 고시낭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사법시험을 대체하게 될 변호사 자격시험도 로스쿨 수료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80% 이상이 합격할 수 있도록 하되 로스쿨 입학시험과 마찬가지로 응시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변호사 자격시험 합격자에 대한 직역별 연수의 경우 법관은 사법연수원이,검사는 법무연수원이 실시하고 변호사에 대해서는 연수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일정기간 사법연수원에서 위탁교육을 한다는 방안이다. 사개위 관계자는 “연구반에서 마련한 세부안은 로스쿨 도입이 결정되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로스쿨 입학생의 정원이나 설립대학 수에 대해서는 사개위에서 확정할지 결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지방균형 특별회계 내년 5조이상 편성

    지방자치단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균형특별회계(균특회계)의 내년도 지원 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기획예산처는 지난달 23일부터 8월11일까지 전국 8개 권역별로 열린 ‘재정운용혁신에 관한 중앙·지방간 토론회’에서 나온 자치단체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부터 균특회계 규모를 5조원 이상 편성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예산처는 낙후지역과 신규 지역사업에 대한 추가지원을 통해 균특회계를 전체 재정규모 증가율 6∼7%보다 높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올해 균특회계 규모는 4조 9700억원이다. 또 균특회계 재원의 지자체별 배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연말까지 전문가 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산처는 중앙정부가 지방사업을 지원할 때 자치단체도 중앙의 보조금과 같은 비율로 자금을 투자하도록 하는 지방비 매칭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는 무분별한 지방사업을 남발할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예산처는 이밖에 자치단체가 채권을 발행할 때 건별로 실시하는 승인심사는 연간 채권발행을 모두 모아 한꺼번에 승인하는 지방채 포괄승인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국방부 문민화] 실·국장 20명중 5명만이 ‘문민’

    [국방부 문민화] 실·국장 20명중 5명만이 ‘문민’

    국방부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군 문민화와 육·해·공군 3군 균형발전론이 핵심이다.윤광웅 국방장관이 취임한 이후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다.국방부에 근무하는 현역 군인들은 머지않아 소속 부대로 모두 돌아가야 할 참이다.그 자리에는 민간 전문 인력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크다.또 군내 최고 작전기구인 합동참모본부 등의 경우,육군의 독식이 크게 시정돼 주요 보직의 각 군별 점유 실태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일각에서는 지금이 과거 ‘하나회’ 척결 때보다 더 큰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전망한다. 17대 국회 출범 이후 국방부의 첫 국방위원회 업무보고가 이뤄진 지난달 7일 국회 국방위 회의실.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국방부 안광찬 정책실장이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업무보고서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순간 회의장에 ‘배석’했던 김종환 합참의장과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비롯한 군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창군(創軍) 이래 처음으로 국방부의 국회 업무보고에 군 수뇌부의 공식적인 배석이 이뤄진 것이다. 과거 군 수뇌부들은 신임 인사 때만 국회에 나와,그것도 얼굴만 잠시 내민 뒤 자리를 떴던 전례를 감안하면 커다란 변화였다. ●軍수뇌부 국회업무보고 첫 배석 ‘군 문민화’가 국방 분야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거론되기 시작한 ‘국방 문민화’ 개념이 윤광웅 장관이 취임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사실 국방 문민화는 참여정부 첫 국방장관인 조영길 전 장관 때 이미 추진 방향과 일정은 만들어졌다.그러나 현역 군인들의 비협조와 부작용 등을 우려한 탓에 문민화의 속도를 내진 못했다.. 지난달 말 윤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문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국방부는 본부 소속 현역 군인은 최대한 원소속 부대로 복귀시키는 대신,이 자리에는 일반직이나 아웃소싱을 통해 민간 전문가를 영입할 예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군을 관리해야 하는 국방부가 군인들로 채워질 경우 중립적이고 균형잡힌 정책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윤 장관도 “이제는 문민 엘리트가 국방에 대해 간섭하고 통제하는 시기가 왔다.”고 역설했다. 현재 국방부 정원 1033명 중 일반직은 582명,현역 군인은 451명이다.일반직이 5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국방부 내 현역 군인은 한때 80%대까지 이른 적도 있으나 꾸준히 줄어들었다. 과장급(대령)은 일반직과 현역이 비슷하다.실·국장급(20명)은 일반직이 60%를 차지하지만,일반직 12명 중 7명이 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이나 이른바 ‘유신 사무관’이어서 문민화를 위한 인적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문민화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제시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적어도 국방부의 인적 구성은 금명간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방 문민화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 국방 문민화의 정점에는 문민 국방장관이 자리하고 있다.문민 장관의 탄생도 머지 않아 보인다. 윤 장관은 우리의 안보 여건상 전역한 지 5년 정도 지나면 ‘군 출신’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연장선상에서 군문을 떠난 지 5년이 넘은 자신도 군 출신이 아닌 ‘문민 장관’으로 봐달라는 희망도 피력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문민 장관 기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문민 장관이 현실화되기에 앞서 ‘문민차관’이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의 군사 작전·통제 등 군령권(軍令權)은 최대한 보장될 전망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군의 전문성을 거론하며,무분별한 민간 인력 영입에 우려를 표시하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70만 대군을 거느리고 올해만 해도 국가예산의 16%(약 19조원)를 사용하는 군이 더 이상 군인들만의 성역으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여야, 경제해법 공방

    여야, 경제해법 공방

    ■ 與 “돈 풀어야”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행정부가 재정을 통한 시장 개입을 골간으로 하는 케인스주의를 채택해 대공황의 수렁을 빠져나온 이후 ‘재정 확대’는 불황에 직면한 자본주의 국가들 앞에 매혹적인 자태로 서성거려 왔다.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현상)이란 ‘기형아’가 나오면서 케인스의 복음은 장기적으로 한계를 드러냈지만,선거에 목을 맨 정치인들로서는 ‘단기적 효과’로도 감지덕지인지 모른다. 열린우리당도 집권 이후 경기가 좀처럼 ‘입원실’을 나올 기미가 안 보이자,급기야 정부에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9일 ‘경제관련 국회 3개 특별위원회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 시안은 경기중립으로 보이는데,이를 통해서는 경기대응 기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소득세 감면 등은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가장 적극적인 경기대응책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당 관계자는 “정부 안은 내년에 적자 국채 3조원을 찍어 전체 예산을 130조원으로 편성하자는 것인데 반해 우리당에선 적자 국채를 4조∼7조원 이상 발행해 131조∼135조원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중소기업 지원,연구개발(R&D) 투자,교육 투자 등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또 내년 예산에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적극 반영키로 하는 한편 연·기금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공공 일자리를 늘려 소외계층의 고용을 증진하고 실업급여 증액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이같은 당의 ‘압박’을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실제 지난해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현재 열린우리당 의원)가 ‘재정 확대’를 수차례 건의했지만,노 대통령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된다.”며 거절했었다고 여권 핵심관계자가 전했다.노 대통령이 뒤늦게 케인스에게 ‘초대장’을 보낼지 주목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野 “稅 줄여야” “IMF:단기 냉동,노무현 정권:장기 냉장” 한나라당은 9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만 모르는 노무현 경제위기’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IMF(국제통화기금) 때보다 더 나빠진 노무현 경제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최근의 경제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를 통해 친(親)기업환경을 조성하고 민간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중소기업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3년간 소득세 및 세무조사를 면제하고,생산주체 우대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고무시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도 했다. 특히 “국가 재정 파탄이 우려되고,국민과 기업은 무소비·무투자·무기력 등 3무(無)에 빠져 경제공동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의 근거로는 ▲잠재성장률 4%대 추락 ▲총가계부채(3월 기준 450조원) 및 가구당 평균부채(2945만원) 사상 최대 ▲신용불량자 369만명(현정부 들어 110만명 폭증) ▲국민연금 체납액 4조 3000억원 등 각종 연체금 급증 ▲지난해 외국인 투자 65억달러(당해연도 신고기준)로 97년 이후 최저 ▲지난해 국가 채무 166조원,2008년 중앙정부 채무 최소 237조원 전망(금융연구원) 등을 제시했다.이 의장은 “‘노무현 경제위기’의 주 원인은 경제가 싫어하는 ‘5대 실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5대 실정’으로는 ▲과거 노동운동 또는 대학운동권 스타일의 국정운영 ▲과거 타령 및 조상 탓으로만 돌리는 무책임한 국정운영 ▲엉터리 대형 국책사업으로 국력 낭비·통화 증발·예산 팽창 자초 ▲대중인기주의 및 사회주의 색깔의 정책집행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경제정책 뒷전 등을 꼽았다. 특히 “국가 재정과 국민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대형 국책사업을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있다.”면서 “행정수도 이전,주한 미군 재배치와 자주국방,동북아 물류중심 건설,미니신도시 조성 등 국책사업에만 모두 65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1) 철원평야의 맥박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1) 철원평야의 맥박

    철원평야는 강원도 북서부 지역을 남북으로 40㎞,동서로 15㎞나 뻗은 강원도 제1의 곡창지대다.가을철,드넓은 지역을 기계로 추수하다 보니 곡물이 많이 떨어지는 데다 겨울철에도 얼지 않는 샘통에서 흘러내리는 물 등은 철새들에게 더없는 먹을거리와 쉼터를 제공한다.이를테면 철원평야는 사람도,새도 넉넉히 먹여 살리는 ‘생명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철새 250여종 사철 날아들어 “괘륵∼ 괘륵∼ 괘륵.” 철원군 갈말읍 민간인 통제선 검문 초소로 향하는 길가는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미확인 지뢰지대가 삼엄하게 펼쳐져 있다.사람은 접근조차 할 수 없지만 빽빽이 들어선 아까시나무 숲은 백로와 왜가리 등 여름철새로 그득하다.새끼들은 귀청이 얼얼한 정도로 시끄럽게 울어대고,어미들은 날개를 푸덕이며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등 연신 부산하게 움직인다. 녀석들이 일제히 울어대는 통에 수미터 떨어진 동료들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육군 ○○사단 정훈공보참모 신민호 중령은 “지뢰 매설지역 안쪽이라 사람들이 절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기 새들은 모두 기세가 등등하다.”며 웃는다. 철원평야는 사시사철 철새들로 가득한 이른바 ‘철새들의 낙원’이다.10월쯤 백로 등 여름철새들이 날아가기가 무섭게 두루미·재두루미 등 겨울철새들이 이곳을 제일 먼저 찾아온다.두루미류 1000여마리와 흰꼬리수리 등 독수리류 300여마리,기러기류 10만여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이뿐 아니다.수리부엉이 등 올빼미류와 새매를 비롯한 매류,중대백로 등 백로류 등도 있다. 철원평야는 ‘여름손님’ 100여종,‘겨울손님’ 140여종이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이 가운데 두루미,재두루미,흑두루미,큰덤불해오라기,알락해오라기,수리부엉이,올빼미,쇠부엉이,칡부엉이,독수리,흰꼬리수리,황조롱이,큰고니 등 수십여종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거나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보호야생종들로 보호받고 있는 희귀조들이다.물까치 등 흔한 텃새들까지 합하면 철원평야에 서식하고 있는 새들은 수백종에 달한다. 새들이 철원평야를 가득 메우는 이유는 사람들의 배려도 한몫한다.이곳 농민들은 추수 뒤 논을 갈아 엎지 않는데,철새들이 낙곡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철원평야는 이렇듯 사람과 새들이 서로 정을 나누며 공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철새 내쫓는 무분별 탐조관광 하지만 최근 들어 새들의 평화로운 안식처가 조금씩 파괴되는 조짐도 나타난다.이 지역 환경보호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근시안적인 개발정책이 철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개발·보존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한해 5만여명이 다녀가는 ‘철새탐조관광’이 비판의 주요 대상이다.한국조류협회 김수호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가이드조차 채용하지 않는 데다 아무 때고 관광객들을 몰고 다니는 등 섣부른 생태관광이 철새들을 철원평야에서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새들의 수난도 갈수록 늘고 있다.한국조류협회가 지난해 철원평야에서 구조한 야생조류는 300여마리로,해마다 수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새들이 먹잇감을 찾곤 하는 수로 등을 모조리 콘트리트로 발라 버리는 바람에 먹이를 쉬 잡아먹지 못하는 데다 큰 새와 야생동물들이 수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선 새가 있고 나서야 관광이나,개발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관광객 등쌀에 철새들이 떠나는 일이 있어선 안 되지요.마구잡이식 생태관광으로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보다 철원평야에 얼마나 많은 종의 철새들이 어떻게 서식하고 있는지 등 서식환경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보전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김수호 사무국장의 이같은 경고는 철원평야 민통선 지역 내에 있는 학저수지의 사례로 볼 때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철원군 여름철새의 최대 도래지였던 학저수지를 1990년대 중반 개인낚시터로 임대해 준 이후부터 철새 서식지가 대거 파괴되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고 한다. 철원군에서 상처 입은 야생조수를 치료하며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수의사 김이수씨는 “근시안적인 개발정책이 후대에 물려줘야 할 인류의 보물을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원자연생태학습원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수년째 자연보호 프로그램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정미황(40)씨의 말은 그래서 새겨들을 만하다.“현재와 같은 인간중심 일변도의 접근방식을 우선 바꿔야 합니다.대상자인 새,즉 환경보호에 기반한 사고와 고민이 없다면 결국 야생동물은 물론 우리 인간들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그동안 자연이 가르쳐 준 이치입니다.” 철원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철원평야는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DMZ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DMZ의 동쪽은 산악지대요,서쪽은 평야지대인데 그 중간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성격을 지닌다.그렇지만 철원평야는 이렇게 어정쩡한 성격과는 다르다.주변이 금학산(947m),명성산(923m),오성산(1062m)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내륙평야로 인정받을 만큼 평야로서의 성격을 확실하게 지니고 있다.이런 조건은 자연적으로도 독특하지만,평야로서 농경과 어울린다는 점에서 더 독특한 생태적 풍경을 연출한다. 보통 자연상태에서만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이나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도 농경문화와 함께 보존돼 온 예가 많다.우리가 들에서 볼 수 있는 생물은 대부분 농경문화가 부양해온 것이다.국가가 그 중요성을 인정해 각각 천연기념물 202호와 203호로 지정한 철원평야의 두루미와 재두루미도 현대적 농경문화가 불러들인 것이다. 물론 철원평야에 겨울철새가 날아오는 것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통이 먹을 물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철원평야에 먹이가 많다는 점이다.철원평야의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는 기계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낙곡량(곡식을 회수할 때 땅에 떨어져 두고 오는 곡물의 양)이 많다.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이것들을 먹고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토교저수지나 산명호도 생물다양성에 중요한 서식처이다.넓은 둑은 독수리를 불러들이기도 한다.이처럼 자연물이 아닌 토교저수지나 산명호가 철원평야의 생태계를 부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최근에는 관광객을 위한 도로 때문에 두루미들이 철원평야에서 쉬지 못하고 DMZ로 날아가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었다.철새 정책이 철새를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인위적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자연과 얼마나 친해지고 어떻게 소통해야하는가라는 문제를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 최근에는 농민과 철새 간에도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철새가 많이 와서 당국이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 하자 화가 난 농민들이 샘통 주변을 갈아엎기도 하고,농지를 미리 객토해 철새들의 먹이를 땅 속에 파묻기도 하였다.인간의 삶터가 위협당할 지경이니 그 사정이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DMZ는 남북의 소통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인간과 자연간의 소통문제도 해결해야 할 국면에 와 있다.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 미국의 아웃사이더 정당들

    미국의 아웃사이더 정당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랄프 네이더의 지지자들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여론의 관심을 끄는 ‘주류 아웃사이더’이다.미국에는 언론의 조명을 전혀 받지 못하는 ‘비주류 아웃사이더’들도 있다.이들은 규모는 작지만 정당을 만들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헌법당’은 헌법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통해 정부의 작위적 권한과 정치권의 무분별한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메릴랜드주 출신의 변호사 마이클 페르투카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2000년 설립된 ‘독립당’은 정치적 중도주의를 주창하며 ▲선거제도 개혁 ▲반 부패 ▲반 로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된 조직이 없이 당원들이 주마다 자치적으로 운영한다. ‘자연법당’은 “과학의 빛을 정치로”라는 기치를 걸고 2000년 만들어졌다.유기농 육성과 교육,보건,범죄,통상,외교,환경 문제에 과학적 법칙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지난 대선 때 과학자를 후보로 옹립했지만 올해 선거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 로스 페로가 만들었던 ‘개혁당’도 건재하다.자유무역에 반대하고 국가부채 감소,정치개혁을 주장한다.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고 네이더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자본주의자의 천국인 미국에도 ‘사회당’이 존재한다.정강정책에서 자본주의가 환경을 해치고,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중앙 정치에서 비켜서 지방선거에 이따금씩 후보를 냈지만 올해 선거에서는 해군 출신 변호사로 오리건주의회 상원의원을 지낸 월트 브라운이 후보로 나섰다. 2000년 대선에서 2.7%를 득표했던 녹색당은 올해도 네이더를 지지할지 여부로 내부 갈등을 겪은 끝에 당세 확장과 부시 낙선을 공약으로 내세운 텍사스 출신 변호사 데이비드 콥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dawn@seoul.co.kr
  • [파산, 그 이후] “살길은 있다”…파산자 카페 ‘희망가’

    [파산, 그 이후] “살길은 있다”…파산자 카페 ‘희망가’

    “저는 인터넷 쇼핑몰의 분양사기를 당해 파산했습니다.빚 6억원을 모두 면책받았습니다.우리가 잘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죽음을 선택하거나 숨어 살 정도로 죄를 지은 것은 아닙니다.우리 희망을 가집시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중국집.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파산카페 회원 20여명이 ‘선배’의 경험담을 듣고 있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돼도 우체국 거래는 가능하다.’,‘완전면책을 받으면 연대보증인 보증채무도 사라진다.’는 등 직접 체득한 정보를 설명했다.모두가 신용불량자로 파산 신청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회원들은 초등학생처럼 경쟁적으로 손을 들고 질문을 퍼부었다.그들은 직접 체득한 생생한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아픈 마음 나누는 동병상련 회사원 이영선(가명·26·여)씨는 부모가 파산 위기에 있다.그의 아버지(60)는 36년동안 결근 한번 없이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사람을 너무 믿어 3차례나 보증을 선 끝에 1억원의 빚을 졌다.50대에 간신히 장만한 집은 5년만에 경매로 넘어갔다.어머니(56)는 친척에게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가 빚을 졌다.이씨는 회원들 앞에서 “두 분이 외가에 얹혀 살며 추심원 전화에 오금을 못 펴는 모습이 불쌍하다.”면서 “파산이라도 신청해 두 분을 지옥에서 구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그러자 회원들의 동병상련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개인 실책이 많아 완전면책이 힘들지 모르니 꼼꼼하게 준비하라.”는 충고부터 “하루빨리 파산을 신청해 두 분을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라.”고 걱정도 나눴다. ●상처,눈물…희망이라도 나누자 울산에서 올라온 정진화(가명·29·여)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언니가 선 보증과 카드빚을 갚으려 다단계 판매에 뛰어들었다.정씨는 “지난해 카드 빚이 1억 3000만원이라는 고지서를 받아보고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면서 “우연히 알게 된 파산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곁에 있던 양정석(가명·35)씨가 “다단계 빚은 진화씨 책임이라 면책이 어려울 것”이라고 한마디 거들자,정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안양에 사는 주부 강지선(가명·34·여)씨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의 마지막 희망을 그렇게 짓밟으면 안 된다.”고 나무라기도 했다. ●‘예비파산자’우리도 전문가 파산 관련 서류를 들고 온 사람도 많았다.회사원 강지석(가명·28)씨는 파산신청서를 들고 와 자문을 구했다.강씨는 “변호사 수임료 100만원이 없어 직접 파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파산을 선고받고 면책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김태현(가명·44)씨는 “신청서에 처지를 과장하지 말고 심경을 진실하게 써야 하며 채무는 빠트리지 말고 모두 기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수첩에 받아적던 강씨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격으로 이 자리의 회원들이 진짜 전문가”라며 정보를 얻기에 분주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신용회복 지원 4개제도 운용 개인의 신용을 회복하기 위한 지원 제도는 크게 4가지가 있다. ●개인회생제도 오는 9월23일부터 시행되는 일종의 개인 법정관리제도이다.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재조정해 신용불량자를 구제한다.정기 소득이 있는 사람이 7년동안 빚을 성실히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받는다.개인 워크아웃제가 신협에서 빌린 돈이나 사채 돈을 구제하지 않는 데 반해 모든 채무를 포괄적으로 구제한다. ●개인워크아웃 신용불량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된 채무자에게 상환 기간의 연장,분할상환,이자율 조정,변제기 유예,채무 감면 등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경제적 재기를 돕는다.채무액이 적으면 상환조건을 조절할 수 있고 보증 채무도 사라지지만,채무액이 3억원으로 제한되어 있고 신청요건이 까다로운 단점이 있다. ●배드뱅크 채무자가 장기·저리로 신규 대출을 받아 채권기관에 빚을 변제하고,채권기관은 채무자에 대한 신용불량등록을 해제한다. 까다로운 소득증빙 요건이 없고 즉시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한시적으로 운용되는 데다,원금의 3%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해 부담이 크다. ●개인파산제도 채무자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졌을 때 법원이 그 경위를 심리한 뒤 면책 선고로 빚을 탕감한다.조세 채무를 제외하고 모든 책임이 소멸되며 신분과 자격 제한도 사라진다.다만 공무원,변호사,공인회계사,사립학교 교원,의사,약사 등이 될 수 없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면책땐 공직생활 가능 파산은 모든 채무를 벗을 수 있는 면책의 필수적인 사전 절차이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파산으로 불이익이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꺼려한다.파산이란 말만 들어도 겁나게 하는 ‘카더라’는 식의 이야기는 사실 상당부분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 파산을 하면 호적에 빨간 줄이 가나? -호적에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이 올라가지 않는다.음주운전 전과기록이 호적에 기재되지 않는 것과 똑같다.다만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의 명부가 따로 있어 신원증명서를 발급받으면 파산선고 사실이 나온다. 하지만 완전 면책을 받으면 본적지에 통보하지 않으며,기록이 있어도 10년이 지나 복권되면 말소된다.또 형사 관련 일반조회에서는 파산과 면책 흔적이 남지 않는다. 파산은 가족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며 면책을 받으면 공무원이 되는 데도 지장은 없다. 파산을 하면 은행이나 신용거래가 불가능한가? -파산자의 신용거래는 신용불량자와 같다.지급정지를 당하고 거래하던 은행의 통장에서 돈을 찾을 수 없다.그러나 면책받은 뒤 채권기관에 내용증명을 보내 신용불량 해지 신청을 하면 신용거래법에 따라 정상거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해지 뒤에도 기록을 일정기간 갖고 있는 채권기관이 대부분이라 본인 명의로 신용거래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상적인 금융 거래까지는 통상 몇 년이 소요된다. 카드가 연체되면 지명수배나 형사고소되나? -연체로 형사처벌이나 지명수배까지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형사처벌을 받으려면 채무자가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목적으로 대출받고 고의로 연체하거나,대출받은 뒤 한 차례도 갚지 않거나,채권자를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카드깡’은 구제가 안 되나? -카드깡은 면책을 가로막는 사유가 된다.파산법 제367조 2항은 ‘파산의 선고를 지연시킬 목적으로 현저하게 불이익한 조건으로 채무를 부담하거나 신용거래로 인하여 상품을 구입하여 현저히 불이익한 조건으로 이를 처분하는 행위’를 과태파산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액이 적을 때는 판사가 무시하기도 한다.판사가 재량면책 권한을 행사하여 일부 면책을 승인하기도 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전문가가 말하는 ‘파산의 조건’ 파산하면 면책을 받아도 재기가 쉽지 않다.전문가들은 파산을 ‘죄와 벌’이라는 전근대적인 인과응보로 보는 데서 벗어나 채무자들의 경제적 재기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종학(경실련 정책위원) 경원대 교수는 “미국은 경제적 회생 여부가 파산의 가장 중요한 선고 기준이지만 우리는 파산에 이르게 된 원인만 따진다.”면서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청산가치를 따져 처분했듯 개인파산도 새출발의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현 국회 입법정보연구관은 “면책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수 없도록 미국과 같은 ‘오토매틱 스테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파산자의 새 출발을 위해 파산면제 재산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 채권기관의 무분별한 대출이나 카드발급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전병서 중앙대 법대 교수는 “파산선고를 받으면 30일 이내에 다시 면책신청을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합쳐 파산과 동시에 면책을 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그는 “법적으로 ‘낭비’는 면책의 불허가 사유이지만 그 기준이 명확치 않다.”면서 “과거의 낭비가 지금은 레저 개념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는 등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고 비판했다. 임동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은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배드뱅크도 실제로는 원금탕감 없이 빚을 모두 받아내고 있다.”면서 “채권자와 채무자를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 ‘과소비 파산’은 소수… 금융정책 ‘그늘’ 탓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 ‘과소비 파산’은 소수… 금융정책 ‘그늘’ 탓

    흔히 파산자는 씀씀이가 헤프고 책임없이 소비를 한 사람으로 단정한다.이유가 있으니 파산하지 않았겠느냐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이다. 서울신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산자의 33%가 실직·질환·사고 등에 의한 파산이었고,저소득·사업부진 등 생계형 파산이 20.9%였다.이들 가운데 과거 5년 동안 골프장·호텔·콘도를 이용한 사람은 전혀 없었고,국내외 여행을 해 본 사람도 60명에 불과했다.그마저도 대부분 신혼여행이었다.파산은 채무자의 과소비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대출과 마구잡이 카드 발급 등 경제적·변제 능력에 대한 검토없이 회원 확장에만 급급했던 채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생활보호자·사망자에게도 카드발급 박순애(가명·83·여)씨는 한달에 27만원을 지원받는 생활보호대상자다.2001년 아들이 신용카드회사의 연대보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실직 상태였던 아들은 결국 파산했다.L사 등 3곳의 카드회사는 박씨가 보증한 8200만원을 갚으라고 독촉했다.결국 박씨도 지난 6월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용카드회사들은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의 납부조차 면제받은 184만명에게도 431만장의 신용카드를 발급했다.또 19개 카드사는 2000년에서 2001년 사이에 사망한 189명과 발급을 신청한 뒤 사망한 451명에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해줬다.정부의 카드사에 대한 부실한 관리 감독을 자인한 셈이다. ●“몸 팔아서 갚아라” 막가는 채권추심 전문 채권추심기관의 추심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신용카드 대금 200만원을 두달 동안 연체한 김모(24·여·학생)씨는 카드사 직원이 보증을 선 친척에게 “김씨가 3억원의 빚이 있는데 모두 당신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말한 것을 알게 됐다.항의하자 카드사 직원은 “그렇게 억울하면 몸이라도 팔아 돈을 갚으면 될 것 아니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지난 1월부터 대출금 1700만원의 이자를 연체한 이모(35)씨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카드사 직원이 집에 혼자 있는 장애인 어머니를 온갖 험한 말로 협박한 것.이 때문에 어머니는 며칠 동안 앓아 누웠다.이씨는 카드사로부터 “협박이 뭔지 알고나 그러느냐.”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윤모(43)씨는 카드사의 채권추심에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카드사가 회사로 보낸 편지 봉투 겉면에 붉은 글씨로 ‘윤씨는 억대의 채무로 파산할 사람’이라고 씌어 있었던 것.편지 봉투 하나로 윤씨는 직장을 잃었다. 채무자들은 불법적인 채권추심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미국은 공정채권추심법을 만들어 우편물에 다른 사람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추심회사의 상호조차도 쓸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채무자에게 저항권을 부여,채권자에게 문서로 항의하면 법적절차의 진행사항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는 접촉을 할 수 없다.우리는 이같은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안동환 유지혜기자 sunstory@seoul.co.kr
  • [2004 개인파산 보고서] 파산부 판사들의 속마음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사람들은 늦었어도 현명한 사람들이에요.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들은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사람들입니다.카드 돌려막기로 가까스로 버텼지요.이들은 금융기관에 신불자로 등재되니까 예측이라도 가능하죠.지하로 숨은 사람들은 구제할 방법조차 없어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파산전문 변호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다.놀랍게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들이 기자에게 털어놓은 속내이다. 법원이 바뀌고 있다.우리 민법의 근본 원리인 채권자의 권리 보호에서 ‘계약에 의한 채무도 취소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파산부 판사들은 정부의 카드 정책은 철저하게 실패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내수를 부양하겠다며 카드를 마구 발급했지만 정작 최악의 내수침체와 불황이라는 더 큰 사회적 고통을 가져왔다는 비판이다.판사들조차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과 카드발급을 문제삼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1999년 5월 현금서비스 한도를 철폐하고 2001년 4월에는 길거리에서 카드회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이 두 가지 정책은 간단히 설명된다.정부가 국민들 손에 신용카드를 잔뜩 쥐어주고 맘껏 쓰라고 부추기면서 복리의 이자를 수탈한 ‘게임의 법칙’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A판사는 “건실한 가정도 초과지출로 빚이 늘어나면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단숨에 쓰러진다.”면서 “수개월에서 수년씩 카드 돌려막기를 하며 버티다 만신창이가 된 신청인을 보면 왜 이제 왔냐고 호통을 안 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B판사는 사견을 전제로 “지금보다 10배는 더 파산자가 많아져야 한다.방치하면 강·절도,자살,반사회적 범죄가 기존 시스템으로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일어날 수 있다.”면서 “법원에 파산만 신청하면 면책은 기계적으로라도 승인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2002년 개인파산이 20만건을 돌파한 일본은 면책률이 98%에 이른다.서울중앙지법도 면책률이 93%를 상회한다.하지만 지방법원은 면책률이 여전히 60%로 크게 저조하다. 법원 내부에서조차 파산이 ‘사회 안전망’이라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개별 판사의 법률적 판단에 따라 들쭉날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파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기피증도 장벽으로 작용한다.소비자 금융이 활성화된 미국에서 파산은 재정위기에 처한 가계와 개인으로 하여금 ‘질서있는 청산’을 가능케하는 서비스이다.파산이란 일종의 경제규제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파산을 징벌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사회적 인식은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C판사는 “간혹 면책제도를 악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의 신청인은 미련하게 돈을 갚으려다 빚만 늘어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이제 정부가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을 차례라는 것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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