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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외교·국방 빼고 독립하는 제주도

    정부가 지난 14일 확정한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은 제주도가 나아갈 방향을 무난하게 담았다고 평가된다. 내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 외교·국방 등 국가존립사무를 뺀 모든 중앙사무를 이양받음으로써 최고 수준의 자치를 이루는 셈이다. 남은 준비기간에 명심할 점은 실험하듯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 시행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은 포르투갈 마데이라 자치주를 모델로 삼아 기획되었다. 마데이라 자치주는 1970년대 중반 포르투갈 정부가 헌법에 근거 규정까지 만들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포도주 등 특색있는 자원을 상품화하고, 관광인프라를 대폭 확충했다. 중앙의 집중지원이 있었지만 아직 경제적 독립이 숙제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만큼 특별자치도의 성공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렇다고 교육과 의료 분야를 무분별하게 개방해 자본 유치만을 서두른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에 내국인 입학이 가능한 초·중등 외국 교육기관 설립을 허용하되, 외국계 대학 설립은 허용하지 않는 등 신중한 결정을 했다. 의료 영리법인 유치 여부는 재논의키로 했다. 새달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까지 각계 의견을 들어 합리적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제주형 자치경찰제, 법률안 제출요청권 부여, 교육감 주민직선, 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과 세목조정을 통한 재정확충이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중앙정부와 제주도간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약속한 권한이양에 머뭇거려선 안되며, 제주도는 지역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홍콩·싱가포르를 앞지르는 것은 말로 되지 않으며 정교한 계획과 과감한 실천력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 발코니 거실·침실로 개조 허용

    내년 1월부터 아파트 발코니를 거실이나 침실로 자유롭게 확장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건설교통부와 열린우리당은 13일 당정회의를 열고 그동안 불법 구조변경으로 사회문제가 됐던 주택 발코니 확장 문제를 개선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연내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 내년 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거실과 방 2개를 전면으로 배치한 전용면적 25.7평 아파트 면적은 10평 안팎 늘어나게 된다. 확장된 면적은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발코니 구조변경 위법 논란도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92년 이후 허가 아파트 모두 허용 1992년 6월 발코니 하중 기준이 강화(180㎏/㎡→300㎏/㎡)된 이후에 건축허가를 받아 지어진 아파트는 모두 발코니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 확장된 공간에는 거실 난방을 끌어다 설치할 수도 있도록 허용했다. 발코니를 확장해도 전용면적이나 용적률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확장된 발코니 면적을 전용면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때문에 발코니 확장으로 이용 면적이 늘어나도 등기부등본을 고치거나 재산세를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된다. 추병직 장관은 “서비스면적으로 제공되던 발코니를 확장했다고 해서 전용면적에 포함시키면 오히려 불편이 가중될 수 있어 개조를 허용하더라도 서비스면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물 구조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는 내력벽은 손을 댈 수 없도록 했다.92년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주택은 건축사나 구조기술사의 안전에 대한 사전 확인을 받아야 된다. 확장된 발코니는 새시 부분이 건물 바깥벽에 해당되므로 반드시 난간과 이중창을 설치하고 단열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단독주택의 경우 4면 모두 발코니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허용 발코니는 2개 면으로 한정된다.●발코니 확장 허용 배경 발코니 확장을 허용키로 한 것은 현실성 없는 규제로 인해 범법자를 양산하는 모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아파트는 입주자의 40% 이상이 구조를 변경, 침실이나 거실로 쓰고 있으나 사실상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92년 6월 이후 건축 허가 신청분에 대해서는 하중을 강화, 안전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 확장 공사를 미끼로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무분별하게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자로 하여금 미리 분양가와 함께 별도 공시토록 했다. 한편 간이화단 설치시 2m까지 허용하던 발코니 길이를 1.5m로 통일시켰고 발코니 구조변경은 법 시행때 건축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지어지는 주택 모두 허용된다. 준공검사를 끝낸 주택에 대해서도 구조변경이 가능토록 경과조치를 두어 허용키로 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4) 농촌과 산림을 살려라

    [우리땅을 살리자] (4) 농촌과 산림을 살려라

    “이러다간 산이 다 없어지고 말지…(공장 창고 같은)저런 것 지으려고 산을 다 없앤답니까. 산만 깎아놓고 저렇게 2년 가까이 방치해도 문제 없나요.” 경기도 성남시에서 이천시로 넘어가는 3번 국도에서 광주시 퇴촌면으로 빠지는 325번 지방도로를 타고 10분쯤 가면 용수리가 나온다. 곤지암천과 경안천을 끼고 도는 풍경이 빼어나 부자들의 별장이 적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2∼3년 사이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나지막한 산들이 마구 훼손되고 있다. 중부고속도로와 마주한 이곳 용수리에서 5년이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최모(여·47)씨는 “공사 소음도 문제지만 여기저기 산을 파헤쳐 공장을 짓고 도로를 내느라 옛날 모습이 다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슈퍼마켓 앞쪽으로는 파란색과 빨간색 지붕을 갖춘 공장 창고들이 빼곡하고 산 중턱은 두부 잘리듯 한쪽 모퉁이가 베어져 흉물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다시 퇴촌에서 양평쪽으로 이어지는 88번 지방도로에 접어들자 먼지를 뿜어내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쉴새없이 오간다.3분쯤 따라가자 양평쪽으로 가던 트럭들이 일제히 오른쪽 산속으로 방향을 튼다. 고개 하나를 넘자 도로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이 목격됐다. 산을 수직으로 50m나 자른 분지 형태의 광산이 나왔다. 한눈에 봐도 산이 형편없이 훼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늘에서 보면 영락없이 산속에 구멍이 뚫린 모습이다. 광산 관계자는 “3년 전 광산을 매입할 때부터 산지 경사면이 크게 훼손돼 한때 산사태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5년간 전용이 허가된 산지는 3만 7579㏊로 매년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가까운 7500㏊의 산지가 사라졌다. 한국산지보전협회가 최근 발표한 ‘산지훼손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도로, 채석, 전기통신시설, 광업, 주거시설, 공공기관 등의 이유로 산지가 훼손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법적으로 산지를 훼손하는 사례는 점차 줄고 있으나 전용 허가를 받은 뒤 개발과정에서 규정을 어기는 훼손이 늘고 있다.”면서 “일선 시·군·구 직원들은 합법적이라는 핑계로 관리·감독에 소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아예 산지보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고 말했다. 불법적인 산지훼손은 2003년 1276건에 195㏊로 1999년의 1500여건 246㏊에 비해 51㏊가 줄었다. 불법 훼손은 개발 허가를 받은 면적보다 더 많이 산지를 파헤치는 게 대부분이다. 땅이 훼손되는 것은 꼭 산지만이 아니다. 농지 역시 개발론에 밀려 멍들고 있다. 물론 농지 훼손도 승인을 받고 합법적인 틀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난개발이고 당국이 그에 따른 폐해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천·의왕에서 평택·오산으로 연결된 39번 도로를 타고 1시간쯤 가면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이 나온다. 화성 ‘개발붐’과는 다소 멀었던 이곳도 동탄 신도시가 들어서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증설된다는 소식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물류도로’라 불리는 39번을 끼고 있어 개발 유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개발의 중심은 구장 사거리다. 한때 논과 얕은 하천, 그리고 몇몇 농가가 있던 이곳은 지금 땅을 고르는 불도저 굉음이 요란하다. 주변에는 천막이나 기계 부품 등을 만드는 공장들과 ‘땅 전문’을 내건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들어섰다. 논 위로 왕복 2차선 도로가 나면서 주변의 다른 논들도 흙으로 덮이고 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1000평 단위로 농지 매물이 나오는데 몇주만에 소화된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주변에 공장 짓는다고 난리인데 농사지을 맛이 나겠느냐.”면서 “농사 짓던 땅을 팔아 다른 논을 사거나 인근 도시의 건물을 사서 임대료를 받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야산이 사라지는 것도 드물지 않다. 화성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신모(52)씨는 “일주일 사이에 야산 하나가 없어졌다.”면서 “개발도 좋지만 마을 한가운데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허가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화성의 개발이 한창이라면 평택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서울에서 천안을 잇는 1번 국도와 청량리∼천안간 전철의 정차역이 만나는 지역의 논은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현지 주민인 김모(63)씨는 “평택은 5년이 가물어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이같은 속도로 논이 사라지면 식량확보에 문제가 없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2003년부터 준농림지역이 관리지역에 포함됐지만 계획관리(개발용), 생산관리(옛 준농림지역), 보전관리 등으로 세분화하지 않아 난개발을 더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장의 규격과 색상에 대한 규제가 없어 경관이 파괴되고 난개발로 이어지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지난 한해 동안 전용된 농지는 1만 5686㏊에 이른다. 광주·화성 백문일 전경하기자 mip@seoul.co.kr [전문가 제언] 山主에 인센티브 ‘산림직불제’ 도입해야 휴양이나 녹색댐 등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지난 2월 기후협약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온실가스의 최대 흡수원으로서 산림의 보전 문제는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다뤄지고 있다. 산지보전협회가 지난해 전국의 만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83%는 산지 훼손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주요 원인으로 난개발과 산불을 꼽았으며 책임 소재는 74%가 정부에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자의 순으로 대답했다. 산지보전협회가 실시해온 현장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연간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8000㏊의 산림이 매년 다른 용도로 개발되고 있다. 택지, 도로, 공장용지, 골프장의 비중이 컸다. 산지보전협회가 전국의 산지전용 개발지 598곳을 조사한 결과 산을 급격히 깎아 경관과 생태계의 파괴 이외에도 집중호우시 산사태 등의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산지 전용 및 개발 허가를 내줄 경우 위치 선정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훼손되는 면적은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훼손된 지역은 안전성 보강은 물론 생태계 복원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허가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시·군에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지속적인 현장확인 및 지도·감시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형편이다. 현장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다 문제가 생길 경우 문책을 당할 것을 우려해 당국이 산지보전 업무를 맡는 것을 기피하려는 성향도 있다. 산지 개발로 지방세수만 챙기려는 지자체의 인식도 난개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산지의 난개발을 막고 산림을 온전하게 지키려면 산주(山主)가 산림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산림 직불제’가 도입돼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일선 시·군의 전문인력 보강과 시민단체 및 여론의 공동 감시기능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김용한 산지보전협회 사무총장 ■ 정부 산지보전 대책은 정부는 산지보전을 위해 2003년 10월1일부터 산지관리법을 산림법에서 따로 떼어내 시행하고 있다. 산지 전용이 불가피하더라도 친(親)환경적 개발을 위해 ‘산지 전용 허가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30만㎡(약 9만평) 이상 대규모 개발일 경우 전용허가를 받는 산지의 50%만 개발할 수도 있으며, 도로 등의 각종 개발시 경사면을 평균 25도 이내로 절단하라는 규정을 뒀다. 전용허가를 내줄 때 복구사업계획서도 함께 받아 나중에 준공검사를 받게 했다. 특히 산지의 불법전용을 막기 위해 산림청은 내년부터 ‘산(山)파라치’ 제도를 도입, 불법행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줄 예정이다. 산지를 불법으로 훼손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던 것도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농지의 경우 별도의 전용기준을 두지 않고 개별 사안마다 심사하고 있다.5년마다 전용 용도에 맞게 농지가 사용되는지 살피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때에는 행정처분만 내릴 뿐 전용 승인 자체를 취소하지는 못해 처벌규정이 다소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농지에서는 농작물 경작 이외에 농업용 창고나 농민을 위한 공동편의시설, 퇴비장, 보육시설 등만 짓도록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한 불법적인 농지 전용을 신고할 경우 건당 최고 5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제도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농지개량사업을 핑계로 농지에 공사장 흙을 쌓아둔 뒤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성토(盛土)할 수 있는 기준을 지상에서 5㎝로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불법적으로 농지를 훼손할 경우 농업진흥지역에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토지가액만큼의 벌금, 비농업진흥지역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토지가액의 50%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염주영 칼럼] 공기업도 사회적 감시를

    [염주영 칼럼] 공기업도 사회적 감시를

    공기업의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행태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각종 경영 비리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올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문제가 벌써 수년째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정부가 그때마다 이런저런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상례다. 이번 국감에서도 공기업의 다양한 부조리들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영업권 독식 사례는 단연 압권이다. 하루 수십만대의 차량이 통과하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주유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수 있다. 독점적 영업권이 보장되는 데다 100% 현금장사여서 누구나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다. 영업권을 받는 것만으로 엄청난 특혜가 된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에는 퇴임한 군 장성 출신들이 독식해왔다. 한국도로공사는 그런 특혜성 사업권을 자신들의 퇴직자 단체에 수의계약으로 넘겨주는 일을 5년째 계속하고 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모든 특혜에는 비리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밖에도 공기업의 헤픈 경영과 그에 따른 부조리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생산성을 초월하는 임금 인상은 다반사이고, 부채상환을 뒤로 미루면서 무려 1000억원대의 재원을 사원들의 복지기금으로 쌓아두기도 한다. 독점·거대기업의 지위를 남용한 문어발식 조직 확장은 민간기업을 능가한다.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이나 설립목적과 다른 신규사업 진출 등으로 공룡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는 기획예산처 산하에 ‘공기업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기업의 이같은 고질병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 핵심은 ▲공기업관리기본법 제정 ▲공공기관관리위원회 설치 ▲공공기관 지배구조 재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도 칼을 빼들었다. 내년까지 226개 공기업과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의 기획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공기업 경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과 감사 강화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과거에도 몇차례 정부의 그같은 시도는 있었지만 그 성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각종 제도적 개선과 함께 공기업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와 시민계층의 성숙으로 각종 소비자·시민단체들이 다양한 공익적 목적의 사회적 감시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영역이 아직은 정부와 사기업에 국한하고 있다. 특히 사기업에 대한 이들의 감시기능은 최근의 ‘삼성에버랜드 CB 사건’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혁혁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에 대한 감시활동은 아직 부진한 실정이다. 이제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경영을 바로 잡는 일에 소비자·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기업의 재산은 기업주의 것이지만 공기업의 재산은 국민의 것이다. 사기업은 개인 돈을 쓰지만 공기업은 국민이 낸 세금을 쓰고 있다. 사기업의 지나친 사익 추구로 인한 공익의 침해도 문제지만 공기업이 공익을 소홀히하는 일은 더 큰 문제다. 소비자·시민단체들이 사회적 감시의 영역을 공기업으로 넓혀주길 기대한다. 정부는 사회적 감시 장치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공기업의 경영정보 공개 등 관련 제도를 다듬어주기 바란다.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교류 성장痛” vs“정체성 위협”…전문가 시각

    #장면1 11일 오후 2시쯤 통일부 브리핑룸의 분위기는 긴장으로 팽팽했다. 고경빈 사회문화교류국장은 자신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정부의 편법 방북 승인 의혹을 거듭 제기하자, 얼굴이 불그락해지면서 “과거에는 엄격했던 방북 승인을 왜 헐렁하게 하느냐고 하면 얘기가 될 수 있지만, 법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면2 이날 오후 3시쯤 북한에서 출산한 황선씨 딸의 국적 문제를 알아보기 위한 기자의 전화에 통일부 당국자는 무척 난감해했다. 그는 “글쎄…우리도 이게 전례가 없는 일이라 지금 법률 자문을 구해놓고 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최근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갖가지 사건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면서 통일부 분위기는 이처럼 어수선하다. 하지만 어지럽기는 국민들이 더하다. 김윤규씨의 남북협력기금 유용 의혹, 비전향 장기수 북송 논란, 강정구 교수 발언 파문, 관광객 편법 방북 승인 논란, 남한 여성 북한 출산 등의 뉴스가 쏟아지면서 국민들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판단을 정리하기 위해 12일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봤는데, 그마저도 극명하게 갈렸다.‘남북교류 확대 추세에 불가피한 성장통(痛)’이라는 호의적 평가의 맞은편엔 ‘정체성 위협의 전조’라는 우울한 지적이 자리하고 있다. ●“시각을 바꿔라” 통일부 당국자들은 “남북 교류가 획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과거의 잣대로만 보니 해법이 안 보이는 것”이라며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도 정부의 이런 견해가 “일리 있다.”는 쪽이다. 고 교수는 “교류를 많이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일일이 과거의 기준을 적용하라고 하는 것은 교류를 하지 말라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교류에 따른 체제 위협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을 실제 가보면 남북간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오히려 자유분방한 남한사람이 북에 많이 가면 갈수록 북한이 받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간첩혐의 전과자의 방북 승인 논란에 대해서도 “단순한 관광 목적의 방북은 현행법으로 규제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정부쪽 손을 들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남북관계가 여러 경로로 활발히 진행되다 보니 해프닝성 사건이 일어나는 것인데, 북한의 대남 전략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잘못된 것은 그때 그때 수정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북 관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 질서 유지해야” 반면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남북 관계는 차분하고 질서있게 해나가야 하는데 정부가 되레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정치인들이 남북관계를 주무르다 보니 실적에 치중하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제 교수는 “정권을 잡았다고 정부가 재량권 운운하며 혼자 맘대로 해선 안 된다.”면서 “국민 정서를 살피고 유관부처와 협의를 통하는 등 법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방북 승인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방북 참여 단체를 보면, 매번 그 단체가 그 단체”라면서 “문제가 있는 사람을 방북시켜 논란이 벌어지면 남남 갈등이 일어나면서 화살은 정부한테 돌아오게 되고 결국 대북정책이 발목 잡히는 자충수를 두게 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북한의 대남 총공세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북한은 핵문제가 걸려 있고 남한 내 선거가 임박한 지금을 대남 공세에 가장 좋은 시점으로 판단하고 남북한을 아우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황선씨의 ‘방북 중 출산’에 대해서도 유 교수는 “보통 사람이라면 만삭의 몸으로 갔겠느냐. 사전에 기획된 고도의 전략이다.”면서 “최근의 맥아더 동상 철거 시도 등도 우연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그는 “정부가 친북 세력들의 이같은 의도를 알면서도 방관하거나 일부 호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지자체 90% 공무원 정원초과

    지자체 90% 공무원 정원초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정원 관리 시스템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2003년부터 시행한 표준정원제에 따라 관리한 곳이 10%에 불과한 실정이다.90%는 표준정원을 초과했다. 표준정원의 3∼10%내에서 증원을 허용한 ‘보정정원’을 초과한 곳도 전체의 64%에 달한다.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인력팽창을 막고 정원의 적정화를 위해 도입한 ‘표준정원제도’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총액인건비제 시행되면 더욱 비대 정부가 지자체의 인력운용을 통제했는데도 이처럼 인력이 증가한 것을 볼 때 2007년부터 총액인건비제가 시행되면 자치단체의 인력운용은 더욱 비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행정자치부가 파악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표준·보정정원 대비 현정원 증감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250개 자치단체 가운데 표준정원을 유지한 곳은 10%인 25곳에 불과하다.90%인 225곳이 표준정원을 넘겼다. 초과 인원만 1만 1785명에 달한다. ‘표준정원’이란 행자부가 인구·재정·지역규모·산하기구 등 지역여건이 비슷한 자치단체의 공무원수를 평균 규정한 것으로 2003년부터 시행해 왔다. 아울러 행자부는 표준정원을 3년마다 산정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치단체의 특성상 표준정원의 3∼10% 범위에서 인력을 초과할 수 있는 ‘보정정원’제도도 함께 운영토록 했다. 표준정원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탄력적인 인력운용을 위해 자치단체마다 한도를 정해주고 이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증원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보정정원’을 초과한 자치단체도 63.6%인 159곳이다. 그 인원만 1458명이다. 보정정원을 100명 이상 초과한 곳만 해도 12개 자치단체에 달한다. 반면 보정정원에 미달한 곳은 73곳이고, 보정정원에 맞춘 곳은 18곳이다. 자치단체마다 인력운용이 제각각이어서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지방의 급속한 변화로 상당수의 자치단체가 보정정원도 초과했으며, 보정정원을 초과한 인원도 행자부가 (증원) 승인을 해 준 것”이라면서 “2007년부터는 총액인건비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에 인력으로 통제하는 것은 더이상 무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 등 27곳 표준정원 100명이상 초과 실제로 자치단체 중 인천·충남도 등 6개 광역자치단체와 서울 송파, 경기 수원·성남시 등 기초자치단체 21곳 등 27개 지자체는 표준정원을 100명 이상 초과했다. 수도권지역에 위치한 지자체가 특히 많다. 인구팽창이나 개발 등이 많은 곳이다. 반면 서울시(777명), 경기도(147명), 경남도(242명), 경북도(65명) 등 4개 광역자치단체와 서울 강남구(84명), 경남 진주시(98명) 등 2개 기초 자치단체는 표준정원보다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태에서 운영을 해 대조를 보였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새방송 자본금 규모 얼마될까

    새방송 자본금 규모 얼마될까

    지난해 방송이 중단된 경인방송(iTV) 후속대책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번 주부터 본 궤도에 오른다. 방송위원회는 iTV를 이을 새방송 사업사 선정 과정에 필요한 세부적인 선정 기준을 마련,11일 의결하는 데 이어 이 의결안을 가지고 14일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방송위는 최준근 연구센터장을 중심으로 경인방송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도 구성해둔 상태다. 일단 관심은 방송위가 제시한 세부적인 선정 기준에 쏠리고 있다. 선정 기준이나 배점 기준은 방송위가 그리고 있는 새 방송사업자에 대한 그림의 일단을 내비쳐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11일 의결 뒤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새 사업자의 자본금 규모가 초미의 관심사다.iTV 실패의 주된 원인이 경영난이었기 때문이다. ●방송권역 확대, 약일까 독일까? 방송위가 지난달 7일 새 방송사업자 선정 일정을 공개했을 때 ‘약’과 ‘독’이 함께 들었다는 말이 나돌았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까지 방송권역을 확대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약’으로 보는 쪽은 iTV 당시부터 숙원이 해결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쨌든 방송권역 확대는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이라 보는 쪽은 덩치가 커질수록 ‘힘의 논리’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든다. 이미 방송위가 새 방송사업자의 선정 기준으로 ‘초기 자본금 2000억원 이상’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기본 비용 1000억원대에다 2∼3년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비용까지 계산해 보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비용을 생각했기에 권역확대가 결정됐고, 그 결정의 커튼 뒤에서는 누군가 웃고 있다는 ‘음모론’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2의 SBS 창사는 안된다” 이 음모론이 현실화될 경우 방송계는 또 한번 회오리에 휘말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SBS 창사 때처럼 시청률 경쟁이 격화되고 방송의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언론노조,KBS·MBC·SBS·EBS노조,PD연합회·아나운서협회·방송기술인협회 등 거의 모든 방송 관련 단체들이 iTV노조를 이어받은 새방송창사준비위원회에 대한 지지선언을 낸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준비위측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사업 참여를 준비해 왔지만, 거액의 자본 유치는 쉽지 않은 실정. 따라서 자본금 덩치가 지나치게 커지지 말아야 준비위쪽은 ‘불리한 자본력’이란 핸디캡에서 벗어나고, 다른 방송사들은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측면이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제2의 SBS화 ▲외주 중심 채널화 ▲재벌과 족벌신문 우회 참가 등 3가지 반대사항을 내걸었다. 준비위 노중일 언론홍보국장은 “SBS가 개국할 때 자본금 800억원으로 시작한 것에서 보듯 자본금이 1000억∼1500억원이면 탄탄한 기반 위에서 출발할 수 있다.2000억원 이상으로 넘어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는 ‘SBS창사 때와 같은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을 들었다. ●물밑 작업의 결론은 대타협? 방송위는 구체적 액수는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자본금이 중요한 요소임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iTV의 실패 원인이 만성적인 적자구조였던 만큼 “어쨌든 또 망하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금의 규모와 주요 배점 기준이 공개되면 각 사업자들간 물밑 작업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CBS는 이미 ‘공익적 민영방송’을 컨셉트로 내걸고, 종교방송이라는 색채를 벗기 위해 법인명도 ‘기독교방송’에서 ‘시비에스’로 바꿨다. 지난 5일 이사회를 통해 사업 참여를 공식선언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역시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에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탐색전도 한창이다.‘방송철학이 없이 돈으로 해결하려 든다.’거나 거꾸로 ‘돈 없이 철 지난 방송철학만 내밀고 있다.’는 식의 상호비방전도 있지만 ‘막판 대타결’ 가능성 때문에 공개적인 언급은 없다. 여기서 방송위가 생각 외로 ‘큰 액수’를 흘리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큰 자본금을 명분으로 다양한 사업자들을 끌어들일 경우 방송위로서도 특혜시비를 피할 수 있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신불자 채무탕감” “금융질서에 위배”

    “신불자 채무탕감” “금융질서에 위배”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신용회복 프로그램의 실효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배드뱅크 참가자들의 연체율이 갈수록 높아져 결국에는 참여자 전원이 탈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신용회복위와 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1차 배드뱅크인 한마음금융은 침묵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연체율 악화는 엄연한 사실 신용회복위와 한마음금융은 그동안 “빚을 갚는 사람들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프로그램의 중도 탈락률 공개를 꺼려왔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의 자료요청이 쇄도해 어쩔 수 없이 자료를 공개하게 됐다. 공개 결과 신용회복위의 중도 탈락자 비율은 지난해 말 6.9%에서 올해 8월 현재 12.4%로 높아졌음이 드러났다. 신용회복위를 통해 채무조정을 받은 뒤 빚을 갚아 나가는 45만 8270명 가운데 5만 6666명이 포기했다. 배드뱅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올해부터 8년간 원금을 갚는 균등형 방식 참가자(15만 9722명)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로 탈락한 사람은 올해 2월 7.2%(1만 1715명)에서 5월 15.1%(2만 4190명),8월 21.3%(3만 4002명)로 급증했다.3개월 미만 연체자는 8월 현재 4만 5000여명에 이르러 탈락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채무 탕감해야” VS “금융질서 무너뜨린다” 심 의원을 비롯해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들은 “신용회복에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은 적절한 소득이 없어 자력으로 신용불량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현재 추세대로 탈락률이 높아지면 결국에는 ‘돌고 돌아’ 모든 참가자들이 다시 신불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배드뱅크나 신용회복위는 채권단 중심으로 꾸려진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또 하나의 ‘추심 기구’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책임지는 공적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 신용불량자 문제가 상당 부분 카드사 등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에서 생긴 만큼 사회 전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차원에서 연체금 상환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신용회복위와 한마음금융은 “현재의 프로그램이 결코 겉돌고 있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신용불량자들은 애초부터 채무 상환능력이 좋지 않은 데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탈락자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참가자들이 법원의 개인파산 등으로 이동해 탈락률이 높아진 측면도 있으며, 한두 달 연체한 뒤 다시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사람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마음금융 김양택 부장은 “배드뱅크의 특징은 8년에 걸친 장기 분할상환구조로 참가자들의 월 평균 분할상환금은 11만원이고, 이에 대한 연체이자부담은 월 995원에 불과하다.”면서 “참가자들의 월 평균 소득이 150여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모두 다 탈락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용회복위 한복환 사무국장도 “탈락률이 높아진다는 점만 부각시키면 현재 충실하게 빚을 갚는 것을 이행하는 사람의 탈락까지 부추길 수 있다.”면서 “일부 의원들의 주장대로 채무를 모두 탕감해 주면 채무자들 사이에 형평성이 문제가 되고, 결국에는 금융질서가 무너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350여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 중 대부분은 신용회복위나 배드뱅크에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나쁜 상황”이라면서 “신불자들의 갚을 능력을 고려해 신용회복기구를 통한 채무 상환과 법원 파산을 통한 탕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문화마당] 섬진강,그리고 청계천/김용택 시인·교사

    높고 낮은 산이 있어 작은 골짜기를 만들고 그 골짜기들은 물을 모아 세상으로 흘려 보냈다. 물이 흘러가는 골짜기, 물 좋고 햇빛이 좋은 곳에 사람들은 집을 짓고 논과 밭을 만들어 해뜨면 들에 나가 논과 밭을 가꾸고 배고프면 밥 먹고 해지면 집으로 들어와 고단한 몸을 뉘어 쉬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면 물이 많아 들이 넓었고 사람들도 많이 모여들었으며 물이 적으면 사람들이 적게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골짜기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며 강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 오랫동안 살아왔다. 나는 산에 등을 기대고 산그늘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그 평화로운 강 마을들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마을인 것이다.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강이 어디 있겠냐마는 섬진강은 참 아름다운 강이다. 언제 보아도, 평생을 보며 살았어도, 섬진강은 다시 나에게 아름다운 강이다. 섬진강을 멀리서 보면 작은 산들이 그 몸을 가려 보이지 않는다. 섬진강은 가서 물에 몸을 담그고 물에 손을 넣어보아야 비로소 느껴지는 강이다. 사람들이 온몸을 강물과 섞고 사는 작고 아름다운 섬진강을 나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섬진강은 새색시 옥색 옷고름을 뚝 따 던졌더니 바람결에 날아가 아무렇게나 떨어진 모양’이라고. 나는 그 작고 아름답고 서러운 강 한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 강을 바라보며 아이들 곁에 살고 있다. 어렸을 때 산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오다 강가에 쉬며 징검다리에 엎드려 강물을 마셨고, 여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강물에 몸을 담그고 살았다. 강물에서 하도 오랫동안 고기를 잡고 놀다 보니, 강물 속에 있는 바위들의 모양을 지금도 다 기억하고 있다. 봄에 꽁꽁 언 강이 풀려 새물이 흐르고, 여름에는 강물이 불어 넘쳐 쿵쿵쿵 흘렀으며, 가을에는 아름답게 단풍 물든 산이 강물에 얼굴을 씻고 둥근 달을 띄워 올렸다. 겨울 아침에는 하얀 눈을 쓴 산이 우뚝 솟으면, 강물은 길고 거친 붓 자국처럼 흘렀다. 사시사철 시시때때 언제 어느 때 보아도 섬진강은 내게 가슴이 뛰는 감동의 강이었다. 그러나 다시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이제 강 어디에도 온전한 곳이 없다. 강물이 죽어 나는 언제부턴가 섬진강 강물에 내 몸을 담그지 않았다. 강이 나를 버린 것이다. 아니 우리가 강물을 죽여버린 것이다. 섬진강 강물을 따라 가다 보면 강 곳곳에 둑을 쌓아 유장하던 강굽이를 죽여버렸고, 오랫동안 강물 스스로 만들어 온 강기슭에 둑을 쌓고 강바닥을 훑어버린다. 세상에 그 어느 나라가 흐르는 강물을, 그 경관을 저렇게 무참하게 죽이는 나라가 있단 말인가. 달빛이 하얗게 부서지던 저 아름답고 눈이 부신 백사장을 저렇게 무참하게 죽이는 사람들이 또 있단 말인가. 며칠 전에 서울 복판을 흐르는 청계천이 뚫린 날 나는 꽉 막혀 있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후련함을 맛보았다. 나는 청계천을 놓고 생태학적인, 사회적인, 정치적인, 개개인들의 이해관계는 잘 따지지 못한다. 그러나 그 답답한 서울의 복판으로 물이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 새들이 날아오고 작은 고기들이 돌아다니고 물가에 풀과 나무가, 꽃들이 자란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뛴다. 아이들이 첨벙거리며 놀던 냇가를 죽인 후 다시 살리는데 온 국민이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온 국민들이 기뻐하는 그 사이에도 이 나라 지자체들의 무지하고 무분별한 단발성 관광 개발과 땅에 대한 이해도 개념도 없는 지역 건설족들에 의해 강은 무참하게 파괴되고 죽어 간다. 다시는 살릴 수 없도록 강을 파괴하는 자들에게 경고한다. 아직은 살아 숨쉬는 섬진강을 죽이지 말라. 섬진강을 죽이는 일에 앞장서고 협조한 이들을 낱낱이 기록하여 나는 우리 자손 만대에 전할 것이다. 김용택 시인·교사
  • 中부동산 버블 논쟁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부동산 버블의 주범은 외국자본인가? 최근 중국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외국자본 조사에 착수하면서 외국자본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외국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방정부에서는 ‘옥석’을 가리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외국자본 규제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 인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上海)의 경우 부동산 구입자금 가운데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1·4분기 8.3%에서 지난해 4·4분기 23.2%로 3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특히 해외에서 흘러든 ‘국제 투기자금(핫머니)’은 주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별장과 고급 아파트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상하이에 유입된 해외 자금은 222억위안(약 2조 88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개발에 투자된 자본이 60%가 넘는 150억위안이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부동산 투자 증가 속도는 1997∼2002년 6년간 국민경제 증가 속도의 3.2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부동산 버블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에 유입되고 있는 국제 핫머니를 주목하고 있다.특히 엄청난 규모의 핫머니가 국제 암시장에서 ‘돈세탁’을 목적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도 갖고 있다. 중국당국은 핫머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 부동산 투자자의 엄격한 거주 신분 요구, 비거주 신분일 경우 부동산 구매에 대한 성격이나 면적·금액에 대한 제한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거시조정 정책 때문에 가뜩이나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지방정부는 외국 투자 자체를 위축시킨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의 경우 상하이나 선전 등 부동산 거품이 심한 일부 지역에 적용돼야 할 규제 정책이 무분별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oilman@seoul.co.kr
  • “한글 사랑을 입으세요”

    “한글 사랑을 입으세요”

    “영문 티셔츠를 한글 티셔츠로 바꿔 주세요.” 한글날을 앞두고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분수대 광장에서 한글 티셔츠 입기 캠페인이 열렸다. 한글학회와 인터넷 교육업체인 한샘닷컴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행사는 무분별한 외래어 혼용과 인터넷의 신조어 남용으로 인한 우리말 파괴 현상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순우리말 쓰기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계획됐으며 올해로 7회째다. 주최측은 이날 한글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에서 당선된 ‘솟대’,‘흥겨운 한글’,‘길’,‘나랏말싸미’ 등의 글귀가 새겨진 1000벌의 티셔츠를 분수대 광장을 찾은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나눠 줬다. 지난 6월 열린 한글 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한글학회 김한빛나리 연구원은 “뜻도 없는 영문 글귀가 쓰여진 티셔츠보다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린 한글 티셔츠를 입어 우리 스스로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글학회는 앞으로 티셔츠라는 말도 무늬옷으로 바꾸고 한샘닷컴과 함께 지속적으로 한글 티셔츠 입기 운동을 펼치고 한글 티셔츠를 시중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행사를 주관한 한샘닷컴 서영진 대표이사는 “한글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한글 사랑의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낯내기’ 하느라 안전은 뒷전

    지방자치단체들이 민선이후 지역축제를 앞다퉈 개최하고 있으나 관광객들의 안전 등에는 무대책으로 일관해 상주 압사사고와 유사한 대형 참사 등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다. 4일 기획예산처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들의 지역축제는 모두 1178개에 이른다. 관선 때인 1994년 287개보다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민선이후 전국 대다수 지자체들이 주민 등을 동원할 소재가 되면 이를 바로 지역축제화하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북지역의 경우 올 들어 시·군에서 이미 38개의 축제가 개최됐고,103억원 5000만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들의 축제가 뚜렷한 목표와 특성이 없이 무분별하게 개최돼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 등은 최근 수천만원씩의 예산을 들여 경북능금잔치와 청송사과축제, 문경사과축제, 영주부석사과축제를 잇따라 개최했다. 또 도내에서 2개의 포도축제가 열리는 등 과수관련 축제가 16개나 됐다. 어슷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주제의 축제가 연이어 열린 것이다. 이처럼 축제가 난립되면서 구태도 재연되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 주민들은 군이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한우축제를 개최하면서 주민들이 낸 체육기금을 축제지원기금으로 사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군은 축제때 9개 읍·면 체육회에 지원한 300만원 안팎의 지원금으로 한우고기를 구입하도록 했다. 이들 지원금은 읍·면 가구별로 1만원 정도의 비용을 갹출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군은 행사장인 횡성종합운동장 주변에 늘어선 수십곳의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수를 행사장에서 20∼30m 떨어진 한강 지류인 섬강상류로 그대로 흘러들도록 방치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군은 또 축제를 군민체육대회와 함께 개최해 농번기를 맞은 주민들이 행사에 동원되면서 불만을 사기도 했다. 상주 참사를 빚자 현재 축제를 개최 또는 계획중에 있는 시·군들은 뒤늦게 안전대책에 나서는 등 뒷북을 치고 있다.6일까지 한약축제를 개최하는 영천시는 4일 손이목 시장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공무원 등 진행요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국제탈춤페스티벌을 개최중인 안동시도 이날 각종 행사현장에 설치된 시설물을 재점검하는 부산을 떨었다. 대구 김상화 조한종기자 shkim@seoul.co.kr
  • 60평이상 신·증축건물에 기반시설금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기반시설부담금의 부과 기준이 200㎡(60평) 이상 건물의 신·증축으로 정해질 방침이다. 3일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 등 144명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기반시설 부담금에 관한 법률안’은 부담금 부과 기준을 200㎡ 이상 건물 신·증축분으로 하도록 했다. 법률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는 대로 공포되고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제정,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기반시설부담금은 건축허가를 기점으로 신규 주택, 상가, 오피스빌딩, 재건축, 재개발 등 전국의 모든 건축물에 적용하되 200㎡ 미만의 건물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조성하는 임대주택단지와 주거환경개선사업, 택지개발사업, 창업지원법에 의해 설립되는 중소공장도 부담금 부과가 면제된다. 징수된 부담금은 지자체의 도로, 상·하수도, 공원, 녹지, 학교 등 기반시설 설치재원으로 활용하고 광역지자체와 국가도 일정 부분이 배분된다. 건교부는 “기반시설부담금제가 도입되면 무분별한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적 개발행위가 상당히 줄어들고 토지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청계천 물색깔은 4당4색?

    청계천 물색깔은 4당4색?

    ‘청계천 물길은 여의도에선 4갈래?’ 47년 만에 공식 복원된 청계천의 물길은 서울 태평로에서 답십리로 한길로 흐른다. 그런데 정치권에는 4갈래로 흐르는 모양이다. 여야는 2일 청계천 복원의 생태학적 의미에는 예외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청계천 물길에 담긴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는 4당4색이었다. 이는 복원의 주역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얻었거나 앞으로 얻을 ‘청계천 프리미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청계천 복원과 이 시장의 노고를 평가하면서도 청계천이 서울 시민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치적 이용’을 경고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시장을 비롯, 관계자들의 노고에도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전제한 뒤 “청계천 복원 시대를 연 것은 서울 시민들의 비용과 불편 감수라는 협력과 희생의 결과”라고 ‘고리’를 걸었다. 그러면서 공식 복원 이전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초청한 것을 겨냥한 듯,“청계천에 서울시민의 물이 흐르기도 전에 정치 오염의 물이 흐르는 것은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1일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서 이 시장의 노고를 치하한 뒤 “이제 서울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서울의 과밀과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 수도 이전에 대한 정치철학을 에둘러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 시장의 추진력을 부각시키며 동시에 현 정권의 실정을 비판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청계천 복원은 친환경·친시민 정책의 표상”이라고 호평한 뒤 “단지 한나라당 소속이어서가 아니라 이 시장의 추진력과 치밀함이 청계천 복원의 큰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에 견줘 노무현 정권은 2007년까지 완공해야 할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대상지도 2년 반 동안 선정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며 “청계천 복원 추진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청계천의 새 물길이 국민·지역·남북 통합의 새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평가하면서 “여야 모두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 대변인은 “맑은 물 청계천이 무분별한 개발로 자취를 감췄다가 중소상인과 노점상의 생존권을 짓밟고 푸른 물을 다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2) 조용히 다가오는 공포, 지하수 오염

    [우리땅을 살리자] (2) 조용히 다가오는 공포, 지하수 오염

    강원도 태백에는 천혜의 무공해 젖줄과 죽음의 지하수가 함께 흐른다. 태백시 한복판에 있는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연못이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한 물을 사계절 뿜어내 시민들의 단골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 물은 골지천을 거쳐 남한강으로 유입돼 수천만명의 식수와 산업용수 등으로 이용된다. 반면 문곡소도동 소롯골 소도천 상류는 바닥이 뻘겋게 물들었다. 지난 1989년 문을 닫은 동해탄광 갱내수가 흘러나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금속 성분의 침전물이 바닥에 달라붙어 생긴 현상이다. 태백에는 이처럼 방치된 폐광이 42개에 이른다. 소도천 물은 황지천 본류를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황지천 본류는 아직까지 오염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러나 폐광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지하수 오염 공포에 시달릴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수, 서서히 ‘공포수’로 변질 전국의 지하수가 점차 죽은 물로 변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하수 오염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데다 오염 방지대책 역시 ‘무대책’에 가까울 정도다. 환경부가 실시한 지난해 지하수 수질측정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3865개 중 212개가 수질기준을 초과했다. 공단지역·매립지지역·폐광주변 등 오염우려지역에서는 기준 초과 비율이 7.1%를 기록, 전년도 5.0%보다 2.1%포인트 증가하는 등 오염이 늘고 있다. 특히 폐기물 매립지역, 골프장, 분뇨처리장 인근지역이 수질기준 초과 비율이 높았다. 문제는 지하수 오염의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데다 감시와 단속이 어렵다는 데 있다. 일단 오염되면 깨끗한 물로 되돌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복원 비용 또한 엄청나다. 그렇지만 지하수 관리는 요원하다.“기초수(상하수도) 오염을 막는 일도 어렵다. 지하수 관리는 부수적인 업무다.”라는 환경부 관계자의 말이 지하수 오염 관리의 현주소를 대변해준다. 지하수 오염의 원인으로 ▲산업단지 폐기물 방치 ▲군부대 시설 ▲폐광·폐공 방치 ▲축산 오·폐수 ▲하수관 균열 ▲무분별한 지하수 채굴 등을 꼽을 수 있다. 오염 자체가 의도적이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사고 또는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산업단지 지하수 오염, 폐기물 방치 단속 급선무 산업 폐기물 방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산업화·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심각해졌다. 폐기물 방치사업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파악이 안 돼 있지만 지난해 폐수를 배출하는 전국 대형 사업장을 기준으로 적어도 5만 4000개 이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업주들이 야적장에 아무렇게나 방치한 폐기물 또는 원자재가 지하수 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감각이 무뎌져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 외곽에 있는 한 대형 자동차 정비업소. 뒷마당에는 폐타이어와 자동차 부품, 시뻘게 녹슨 고철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다. 옆에서는 지하수를 뽑아 쓰고 있다. 김모(53) 사장은 “폐기름만 겨우 분리 수거할 뿐 다른 폐기물들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줄 몰라 그냥 버려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산업단지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이는 오·폐수 방류 단속에만 그치지 말고 지하수 오염원인을 파악, 폐기물을 방치하는 사업장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실시하는 동시에 사업주의 의식전환을 위한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 ●폐광 방치…관리는 시늉만 지난 22일 환경부 국감에서 제종길(열린우리당) 의원은 환경부와 산업자원부의 폐광 자료를 인용,108개 조사 대상 가운데 29곳에서 토양오염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지하수 수질도 조사 대상의 23%인 25곳에서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49개 폐광산에서는 카드뮴 등이 섞인 물이 하루에 1995t씩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경남 고성 주민들이 카드뮴 중독 증상인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려 사회문제가 된 것도 주변 폐광에서 나온 물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폐광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 1844개(석탄광+금속광)의 광산 가운데 1243곳이 휴·폐업한 상태다. 이 중 폐금속광산 687개는 정밀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태백사업소 심연식 팀장은 “폐광 한 곳을 관리하는 데 20억∼30억원 이상 투입돼야 하는데 올해 전국 폐광 관리 예산은 3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따라서 폐광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하며, 지속적인 관리와 복원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 군부대 시설의 오염도 방치됐다. 서울 이태원 녹사평역 부근 지하수가 기름기가 둥둥 떠다닐 정도로 오염됐다는 충격적인 고발이 있었지만 벌써 까마득히 잊었다. 환경단체들은 “군부대, 특히 미군부대는 체계적인 단속이나 감시의 사각지대라서 대형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축산 오폐수에 의한 지하수 오염도 만만치 않다.2003년 기준으로 소·돼지·닭·오리 등 가축 사육두수는 1억 7500만 마리. 축산폐수는 기본적으로 축산 농가에서 자체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영세 축산농가의 경우 제대로 된 처리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하수의 무분별한 이용을 자제하고 전국적으로 방치된 폐공을 찾아내 관리하는 것이 지하수 오염을 줄이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태백 시흥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오염 ‘고속도로’ 폐공 20만~30만개 폐공은 오염물질을 지하로 곧바로 흘려보내 빠른 속도로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어 지하수 오염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그런데도 정확한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지하수 관정은 크고 작은 것을 모두 더해 122만 8000개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는 파악된 것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는 인허가 및 신고대상에서 빠진 경미한 시설이라서 지하수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의 설치와 무관했다. 이 때문에 수질이 좋지 않거나 수량 확보 실패로 내팽개친 폐공이 수두룩하다.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찾아낸 폐공이 6만개에 이르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은 20만∼30만개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하수 오염을 줄이기 위해 폐공을 찾아내 제거하거나 오염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001년부터 수자원공사와 함께 ‘폐공 찾기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참여는 미미하다. 폐공을 찾아내기 위해 신고하는 주민에게는 관정은 6만 4100원, 소형 관정은 3만 8450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주민이 신고한 2500여건에 대해서는 포상금을 내줬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지하수 공개념 도입 마구잡이 개발 제지” 지표수 관리는 국가가 직접 나서거나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있다. 하천 물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국가 자원으로 인식돼 하천 물을 끌어다 이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하수는 개인 토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그동안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마구잡이식으로 개발, 이용량이 연간 35억t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특히 온천수, 먹는샘물 개발이 증가하면서 대형 관정을 뚫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지하수 역시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개인의 이용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량을 허가나 신고제를 통해 적극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지하수 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1997년 지하수법을 만들어 공공자원 개념을 도입했다. 짧은 기간에 재생이 불가능한 지하수는 사유지 지하에 있더라도 가뭄이나 국가 비상사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유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분류된 지하수는 지표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가·신고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올 연말부터 실시될 지하수이용부담금 부과도 이런 취지다. 지하수법에 따라 허가 및 신고시설은 t당 65원을 상한선으로 부담금을 내야 한다. 홍형표 건설교통부 수자원정책팀장은 “지하수 이용부담금 부과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 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지하수시설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시론] 납김치와 발암장어/이민석 고려대 식품과학 교수

    [시론] 납김치와 발암장어/이민석 고려대 식품과학 교수

    최근 들어 중국산 식품의 위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준치가 넘는 농약이 들어있는 한약재, 발암성 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을 살균·보존제로 사용한 장어 및 수산물, 심지어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산 차 제품에서도 납과 농약이 나왔다고 한다. 중국산 식품은 모두 위해하다는 판단이 들 정도다. 중국산 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민의 건강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어떤 품목에서 문제가 또 터질지 모르는 상황을 맞고 있다.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산 식품의 위생관련 문제점은 식품의 생산주체가 너무 많고 유통망은 복잡한 데 반해 안전관리 수준은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표준화가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1차 농축수산물의 생산과 이를 가공하는 수십만의 영세한 생산가공장, 다양하고 규격화되지 않은 생산·유통 체계까지 현 중국의 상황에서 안전한 식품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식품 가운데 품질은 도외시하고 무조건 싼 것만 찾아 수입한다는 중국내의 비판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수입식품 관리제도는 과연 문제가 없는가. 수입자유화 이후 수입물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검사 품목 및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나, 대부분의 수입식품은 통관단계의 검사에 의존하고 있어 안전관리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현재 통관단계에서 수입식품에 대한 무작위 검사 비율은 전체의 20%정도다. 일각에서는 모든 식품을 검사하는 전수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지적도 있지만 인력이나 비용 면에서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납 김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산에 대한 허용 기준치나 규정이 없어 검사조차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식품과 관련한 정부 각 부처와의 협조나 정보공유의 부족, 위해물질에 대한 다양한 기초 연구 자료의 부족, 일부 식품유통업체의 무분별한 수입 등에 의한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위해한 수입식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불법으로 반입되는 식품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친 식품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현재 규정이 없는 수입식품의 규제를 위해서 먼저 국내산에 대한 엄격한 기준부터 마련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내국민 대우의 원칙’에 의거하여 체계적인 위생관리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같은 수입품목에 대해서는 동등한 수준의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수입 통관 단계에서는 무작위 검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부적합률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중국과 같은 위생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집중 검사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수입국가와 우리나라 정부간에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실질적인 국제적 감시망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하며, 국내외 공인검사기관에서 발행되는 ‘사전검사증명서 인증제도’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수입식품이 제공될 때에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수입식품의 안전성 확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효율적인 시스템의 구축과 충분한 인력, 정부의 노력에다 국민들의 의식전환 등이 함께 요구된다. 최근 정부기관도 다양한 업무 추진을 표명하고 있다. 국민보건의 기초 사안인 식품안전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이민석 고려대 식품과학 교수
  • [사설] 갈 데까지 간 공기업 도덕적 해이

    이제 국정감사 때마다 터져나오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일일이 따지기에도 버겁다. 케케묵은 고질병이 치유되기는커녕 더 기승을 부리는 꼴이다. 참여정부는 공기업 개혁의 수단으로 민영화 대신 혁신을 내세웠다. 그러나 상식 밖의 제식구 챙기기, 직원들의 부업 행각, 무분별한 사업 참여,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주식 투자 등 경영 난맥상과 도덕적 해이는 혁신 구호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게만 느껴진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국감에서 드러난 공기업의 행태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공기업이 맞는지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1급 10명을 포함해 직원 203명이 부동산임대업을 부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올 상반기에 부랴부랴 부업을 허가하는 내부지침까지 만들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도로공사의 제식구 봐주기 또한 꼴불견이다. 새로 지은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의 운영권을 퇴직한 임직원들이 만든 회사에 통째로 넘긴 것이다. 형식적인 공개경쟁입찰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주식에 손을 대 96억원이나 날렸고 주택공사, 토지공사, 철도공사 등도 비슷한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공기업의 부실·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되풀이되는 데는 정부의 안이한 감독·관리 탓이 크다. 정부는 혁신을 하지 못하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민영화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국감에서 적발된 사항의 경우, 엄중한 책임 추궁도 뒤따라야 한다. 이제 백년하청 격인 공기업의 난맥상을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국민의 부담이 너무 크다.
  • [우리땅을 살리자(1)] 국책사업 반환경 시비

    [우리땅을 살리자(1)] 국책사업 반환경 시비

    우리 사회에서 ‘개발’과 ‘환경’이 서로를 배척하며 반목과 충돌을 거듭해온 지 오래다. 그러나 크고 작은 갈등과 타협의 과정을 거치며 이제는 ‘지속가능한 개발’ ‘개발과 환경의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슬로건에 대해선 서로가 이견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1980년대까지 진행된 ‘개발독재’ 시대를 거쳐 1990년대 후반 터져나온 ‘시화호’의 환경 재앙이 이같은 인식전환의 발판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도 둘 사이의 간극은 좀체 메워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만 해도 개발과 환경보호의 불화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천수만 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철새들을 쫓기 위해 들판에 불을 지른 사건이 전국에 회자됐다. 그렇다면 개발과 환경의 조화는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 있다면 그 길은 무엇일까. ●환경과 개발, 끊임없는 갈등 여러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과거의 실패 사례를 되짚어 배우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가 주도해 온 대형 국책사업이 도마에 오른다.‘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이라는 그럴 듯한 수식어를 내세웠지만 결국은 ‘개발’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사에 불과했던 사례가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개는 환경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요인이 크지만, 관료의 무능력과 부패, 심지어는 정책 왜곡 등도 실패의 복합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부 스스로 실패를 자인한 ‘경인운하개발’ ‘한탄강댐 건설사업’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경인운하와 한탄강댐 사업 1987년 경기·인천지역의 집중호우로 홍수피해가 발생하자 ‘치수대책’과 ‘물동량 해소’를 위해 시작된 경인운하사업은 해양생태계 파괴 등 환경훼손 논란도 잠재우지 못하고, 경제성마저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개발부처가 공사를 강행했던 사업이다.2003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로 회귀했지만 무분별한 사업강행에 따른 국민세금 낭비 등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의 높이를 운송선이 지나다닐 수조차 없게 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져 “불도저식 개발논리의 전형”이라는 시민단체의 비난과 함께 정부정책에 대한 골깊은 불신을 자초했다. 현재 거액의 국고를 들여 또다시 경제성 분석 용역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 5월까지 민관공동협의회에서 사업재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예산낭비의 전형적 사례”(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란 딱지를 붙여도 정부로선 할말이 없게 됐다. 한탄강댐 건설사업도 홍수조절이라는 논리를 앞세웠지만 개발부처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가 실패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홍수조절과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건교부) “하천변 저류지 건설과 배수시설 정비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시민단체)는 주장이 7년여 동안 맞섰는데, 지난 5월 감사원은 이 역시 ‘원점 재검토’라는 결론을 내렸다. 댐 건설을 밀어붙이기 위해 조작에 가까운 통계 변경 등 절차적 부당성까지 서슴지 않은 개발부처의 무리수가 화근이었다. 이런 속임수에 가까운 정책이 불러온 후유증은 길고도 깊을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 한 활동가는 “엄청난 국민세금을 들인 국책사업을 수행하면서 정부가 공신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온 마당에 누가 국책사업의 정직성을 제대로 믿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기업도시 시범사업…거듭된 무리수? 경인운하사업과 한탄강댐 사업이 과거 정부의 실패작이라면, 현 정부도 이에 못지않은 논란을 끊임없이 제공해 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천성산·사패산·계룡산 관통터널과 새만금 간척사업,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골프장 건설과 규제완화 등 참여정부 들어 국책사업을 둘러싼 숱한 갈등은 역대 정부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달 최종 확정한 ‘기업도시 시범사업 선정’은 기름에 불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한때 환경단체 내부에서도 “참여정부가 정책추진 과정에서의 국민 여론 수렴 등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서는 이전 정부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기업도시 시범사업 선정 과정은 이 같은 최소한의 긍정론마저 자취를 감추게 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에 대한 환경단체 쪽의 평가는 “국토파괴, 생태파괴, 환경파괴 정부”라는 데까지 이르렀다. 실제 시범 기업도시 선정 과정을 살펴보면 적잖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지역개발의 당위와 기업규제완화 그리고 이를 통한 경제침체 국면의 탈피 등 정부로선 탐낼 만한 요인이 여럿 있었지만 기업도시 개발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질 환경훼손 논란의 심각성 등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는 사실상 ‘실종 상태’에 가까웠다. 10여개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기업도시반대시민연대측은 이를 두고 “졸속 처리된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500억원 이상 국책사업의 경제성 검토만도 최소한 6개월 이상 걸리는데, 시범도시의 경우 경제성·사업타당성·해당기업의 재무성 그리고 사업의 환경적 영향 등을 모두 검토하는 데 단 2주일이 걸렸다.”는 것이다. 민·관위원들로 구성된 기업도시위원회가 스스로 정한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1차 심의 때 환경성 부문에서 39점을 받아 과락점수를 받은 서남해안 기업도시를 불과 1개월 만에 재심의해 시범도시로 선정한 것은 “환경에 대한 무지와 무모함을 드러낸 처사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업도시 시범사업 선정이 또하나의 반(反)환경적 실패작으로 판명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현재 상태론 과거 사례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협찬: POSCO·대한생명
  • [시론] 인터넷 ‘익명의 탈’ 벗겨내자/김재범 한양대 언론정보학 교수

    [시론] 인터넷 ‘익명의 탈’ 벗겨내자/김재범 한양대 언론정보학 교수

    익명으로 인한 인터넷상의 각종 폐해가 도를 넘고 있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사회적인 문제들은 이미 강력 범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근거 없는 허위 거짓 정보의 범람과 사생활 정보의 무분별한 유출로 인해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인권침해와 사회규범의 붕괴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폐해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까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실명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각종 변칙적이고 범죄적인 반인륜적 행위들이 익명의 탈을 쓴 사람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행해져도 이를 통제할 마땅한 사회적인 제도나 방법이 없다면 이는 무정부 상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일부 시민단체와 인터넷 사업자들이 제안하듯 익명을 유지하면서 자정운동으로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성숙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이상적이기는 하나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본다. 현실 사회에서 폐쇄회로 카메라가 공공장소 곳곳에 설치되어 작동되는 것을 보면서도 유독 인터넷에서만 자정운동으로 익명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실명제의 실시가 언론 표현의 자유와 정보인권을 침해하고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제도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실명으로 등록한다고 해도 게시판에 주민등록번호나 실명이 만인에게 공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필요하다면 누구인지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모든 자동차는 차량넘버로 식별된다. 그러나 차량넘버를 안다고 해서 당장 차량의 소유주가 누군지를 알 수는 없다. 번호판을 달았다고 해서 차량 통행의 정당한 자유가 제약받지도 않는다. 다만 그 차량이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쳤거나, 속도를 위반하는 등 기타 교통 법규를 위반했을 때 법 절차에 따라 실명의 소유주가 책임지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의 실시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과 같다. 실명제의 취지는 언론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되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명제의 의도가 이용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규정한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은 적합하지 않다. 차량넘버의 등록 제도가 모든 차량소유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책임을 전제하지 않고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언론의 자유라는 단어로 묘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자유라는 개념은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실명이 아니라 익명으로 인한 무책임하고 반윤리적인 내용들의 범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익명으로 뒤에서 말하는 방법보다 실명으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문화를 길러주는 사회교육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성인들이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실명으로 떳떳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회문화적인 풍토를 만들자는 주장이 더욱 타당하다. 잘못된 인터넷 익명 문화는 개혁의 대상이다. 올바른 네티즌 문화를 만들기 위한 자율적인 운동도 필요하지만 익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범죄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 또한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회 구성원들은 인정해야 한다. 이미 네티즌들의 과반수가 인터넷 실명제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의 법제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재범 한양대 언론정보학 교수
  • 리모델링 쉬운 아파트 용적률 20% 인센티브

    리모델링이 쉬운 설계를 도입하는 아파트는 20% 범위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가 제출한 건축법 개정법률안 중 ‘리모델링에 대비한 특례규정’을 만들어 상임위원회에 상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을 막고 리모델링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연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례 규정은 리모델링이 쉬운 구조로의 공동주택 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구조로 건축허가를 신청할 경우 용적률과 높이, 일조권의 기준을 20% 범위에서 대통령이 정하는 비율로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리모델링이 쉬운 구조로 집을 짓더라도 법정 용적률 범위로만 지어야 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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