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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위키리크스/황성기 논설위원

    1910년 창업한 ‘후지야’는 일본인에게 두루 사랑받는 제과회사다. 웬만한 동네에는 가게를 차려놓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겨찾는다. 그런 ‘후지야’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창업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쓰거나 기준치를 넘는 박테리아가 검출되어서다. 내부 문건이 언론에 건네져 공개됐다. 사장이 지난주 사임했으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한해 매출 848억엔(6433억원)의 오래된 중견 기업이 비슷한 사례로 쇠락한 대형 식품회사 ‘유키지루시’의 전철을 밟을 조짐이다. 내부고발 혹은 폭로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고 단죄를 받는 일은 진기한 일이 아니다.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도청사건에 연루돼 탄핵안 심의를 앞두고 사임했는가 하면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총리도 금권정치의 내막이 주간지에 폭로돼 물러났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런 일이 더 잦다.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매수하는 비디오가 공개돼 일본으로 도피했다. 필리핀의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뇌물 스캔들로 탄핵심리 전에 사임한 일도 기억에 생생하다. 오는 3월쯤 ‘위키리크스(Wikileaks.org)’란 사이트가 문을 연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의 불법적·비윤리적인 행태를 담은 문건을 폭로하는 곳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모델로 전세계의 반체제 인사 등이 만들었다. 구글을 통해 홍보하고 있는 이 사이트에는 벌써 세계의 반체제 단체와 제보자들이 제공한 문건이 120만건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공개된 문건을 사용자들이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부패와 부정을 내모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반면 무분별한 폭로가 낳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일본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집권 자민당의 간사장이 연루된 뇌물 수수 의혹을 오간 이메일을 증거로 내세워 폭로했다. 그러나 곧 거짓으로 드러나 당 대표가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세 가지 일은 오랫동안 속일 수 없다. 달과 해, 그리고 진실”이라는 모토를 내건 ‘위키리크스’는 폭로(리크)하는 데 따른 위험(리스크)도 큰 것 같다. 양날의 칼 같은 이 사이트에 북한 체제를 고발하는 문건도 오를까 궁금하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경쟁사 직원까지 빼내 가려 하나”

    한나라당은 18일 고건 전 국무총리의 ‘중도 하차’ 이후 여권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과 관련,“정치 윤리와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권에서 손 전 지사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한나라당에 유리한 지금의 대선 지형을 흔들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신당 놀음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 달라.”면서 “구인광고를 전국적으로 내 후보를 구하는 것까진 좋은데, 경쟁사 직원까지 무차별적으로 빼내려는 것은 윤리에 어긋나고 정치 도의도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아무리 사정이 다급해도 최소한의 예의와 자존심은 지켜 달라.”고 지적한 뒤 “범여권 후보로 언론에서 손꼽는 분들 중 이념이나 정책성향이 한나라당에 더 어울리는 분이 많은데, 무분별하게 광고를 낼 게 아니라 차라리 여당 간판 아래서 책임지는 게 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유기준 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여당 내에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후보까지 넘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여당은 여당 내에서 자기들 취향에 맞는 후보를 발굴한 뒤 국민 동의를 얻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손 전 지사 진영에서도 발끈하고 나섰다. 한 측근은 “여권에서 손 전 지사가 중도개혁세력의 대표주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준 것은 좋지만 상대 진영의 후보에 대해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손 전 지사가 유불리에 따라 가볍게 처신해온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은 여권에서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그는 그러나 “한나라당 사람들과 지지자들이 말로는 중도·개혁·통합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중도·개혁·통합의 리더를 홀대하는 것 같다.”면서 손 전 지사의 여론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당원과 당 지지자들에게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국군포로가족 死地로 내몬 선양 총영사관

    ‘제 살 길은 할아버지 고향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잡히면 7∼15년 감옥생활을 해야 합니다.(한국에서)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중국으로 탈북한 뒤 지난 7월 선양의 한국 총영사관에 편지를 보내 구원의 손길을 호소한, 이 국군포로의 손자 L씨가 끝내 북한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한다. 동행한 다른 국군포로 가족 8명과 함께 선양 총영사관이 소개한 민박집에 숨어 있다 중국 공안에 붙들려 북송됐다는 것이다. 사선을 넘어 가까스로 정부 품에 안긴 이들을 선양 총영사관은 어찌 이리도 허망하게 사지로 끌려가도록 했는지 개탄스럽다. 국군포로 가족들은 영사관의 어떤 도움도 못 받고, 민박집 주인 신고로 붙잡혔다. 총영사관측이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을 돕던 납북자가족모임에 따르면 우리 외교당국은 이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에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제 귀환한 납북어민 최욱일씨도 선양 총영사관측의 냉대로 한때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정부가 탈북자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탈북자 문제의 민감성이나 정부의 고충을 안다. 중국·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내놓고 탈북자 대책을 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무성의한 자세까지 면책되지는 않는다. 지난 5월 선양 영사관에 머물던 탈북자 4명이 담을 넘어 미국 영사관으로 진입한 일이나 주중 대사관 여직원이 국군포로 장무환씨의 도움 요청을 거절한 것은 외교 당국의 안이한 자세가 원인이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겠다.”는 외교부의 입 발린 다짐은 설득력이 없다. 즉각 중국과 협의에 나서 무분별한 탈북자 북송을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탈북자 보호 및 처리와 관련한 해외 공관의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일선 공관원들의 해이해진 소명의식을 강화하는 노력도 서둘러야 한다.
  • [사설] 대표팀 구성 못한 한국축구의 현실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 구단들의 갈등으로 올림픽대표팀을 구성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올림픽대표팀은 이미 대진표까지 공개된 카타르 8개국 초청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대표팀 훈련 계획에 차질을 빚은 건 물론이고 국내 축구계의 집안싸움으로 국제적인 망신까지 사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월드컵 본선에 6회 연속 참가한 데다 ‘4강 신화’까지 이루어낸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불러온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축구협회가 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협회가 편의에 따라 무분별하게 프로선수들을 차출해 왔고,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해 축구협회와 K-리그가 대표팀 소집규정을 함께 만든 바 있다. 그런데도 축구협회가 1년도 안 돼 규정을 무시하니 프로구단들이 어찌 흔쾌히 따르겠는가. 지난해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우리는 K-리그를 활성화하는 일이 곧 축구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그것만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제대로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이 프로축구 경기장을 자주 찾아 선수 사기를 드높이고 경기력을 향상시키자고 제안했다. 그 K-리그의 위상은 현재 전세계 75개 리그 가운데 71위에 불과하다. 이제는 대표팀에 올인해 ‘반짝 성적’을 내는 데 연연하기보다는 K-리그의 수준을 높여 궁극적으로 축구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축구계가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비만·지능등 14개항목 유전자검사 전면금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유전자 검사들이 전면 금지된다.보건복지부는 유전자 검사 지침을 확정하고 이를 생명윤리법 시행령에 반영, 올 상반기 중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복지부는 수백종에 이르는 유전자 검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암(유전자명 p53), 유방암(BRCA1,2), 치매, 신장(身長), 백혈병, 강직성 척추염 등 6개 항목 검사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비만, 지능, 체력, 호기심, 폭력성, 장수(長壽), 우울증, 천식, 폐암, 알코올 분해, 당뇨병, 골다공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 14개 항목 검사는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일부 유전자 검사기관이 돈벌이 등을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과학적 근거 없는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지침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나무의 어머니’에 환경 해법 듣는다

    EBS가 ‘하나뿐인 지구’ 900회를 맞아 특집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를 만난다. 15일 오후 11시부터 ‘지구의 미래, 나무’를 주제로 아프리카의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심도있게 그려낸다. ‘나무의 어머니’라 불리는 케냐 환경부 차관인 왕가리 마타이는 그린벨트 운동을 통해 산림파괴로 황폐화된 아프리카 전역에 3000만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수만명 빈민들의 생계에 희망을 안겨줘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내일 당장 변화가 오지 않더라도 약간의 차이는 분명 생긴다. 작은 차이의 첫걸음이 바로 나무를 심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진 왕가리 마타이. 그로부터 케냐의 생태문제, 산림회복을 위해 펼치고 있는 풀뿌리 운동인 그린벨트 운동의 성과, 나무에 관한 그의 철학,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촌 환경위기 현안에 대한 대안을 들어본다. 농경국가인 케냐에서 사람들은 땔감을 얻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생계를 위한 농토를 마련하기 위해 숲을 파괴해 산림이 급속도로 황폐화되고 빈곤이 악순환되고 있다. 그는 그 빈곤의 고리를 끊는 해결책으로 나무를 심어 자연을 회복하는 것을 택했다. 그가 1977년부터 시작한 ‘그린벨트 운동’은 무분별한 벌목으로 급속히 훼손되는 밀림을 푸르게 되돌리자는 아프리카 최대의 녹화사업이다. 아프리카 전역에 반향을 일으켰고, 케냐 사람들은 그녀를 ‘마마 미티’, 나무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나이로비 그린벨트 본부에서 만난 그는 “그린벨트 운동이 케냐 발전에 기여한 것은 녹화사업 외에도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인 것”이라고 말한다.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미래를 위한 환경보호보다는 현실의 생계가 중요하고 정부조차 환경보다 개발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세계에 10억그루의 나무심기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나무와 인간에 대해 한번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탐사보도-법따로 현실따로 (2)] 보상 기준 불명확…시행처 재량권도 ‘고무줄’

    [탐사보도-법따로 현실따로 (2)] 보상 기준 불명확…시행처 재량권도 ‘고무줄’

    택지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토지보상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상가 딱지는 불법적으로 거래되면서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고 분쟁과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토지보상금에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도록 바뀌면서 토지보상 지역에서 불법 매매가 성행할 것으로 우려된다. 상가 딱지는 1980년대 택지개발사업이나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생계대책을 세워 달라는 원주민 등의 요구로 만들어졌다. 생계대책용으로 제공되는 상가 딱지는 법적 근거가 없이 만들어지고 있어 원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이 적정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다. ■ 토지보상법 이것이 문제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김용희 교수는 “상가 딱지는 골치 아픈 민원을 해결해 주기 위해 법적인 근거도 없이 남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부장은 “토지보상법에는 보상 및 이주대책과 관련한 명확한 근거나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택지를 개발하면서 지주·건물주·세입자 등에게 보상해 주는 근거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이다. 법에는 사업 시행처에 적당한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이주정착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규정은 없다. 택지개발을 추진하는 공기업 관계자는 “현금 보상이 커질수록 개발 이익의 특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결국 상가 딱지 같은 ‘당근’을 들이대야만 토지 수용이 원활해진다.”고 털어놨다. 협상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보너스 보상’이란 얘기다. 토공이나 주공은 내부 규칙에서 상가 딱지 제공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딱지는 택지개발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행정편의적인 성격이 짙다. 국토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상가 딱지는 택지개발 협상을 하기 위한 인센티브에 불과하다.”면서 “상가 딱지는 바람직한 보상형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토지보상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신일의 한 변호사는 “보상에 대한 명확한 근거나 기준이 없다 보니 시행처가 과도하게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협상에 호의적인 사람에게는 혜택을 주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게는 몰수에 가까운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지성의 고은아 변호사는 “판교의 경우 6∼8평씩 주는 상가 딱지는 입찰우선권에 불과한 매우 불완전한 권리이며, 이 권리를 공시할 방법이 없어 이중계약을 방지할 수도 없다.”면서 “명문으로 전매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전매를 인정할 경우에도 사업 시행자의 승낙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인천영종·삼송지구 등에서 한꺼번에 11조원의 보상금이 풀린 것도 시행처와 주민들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협상의 산물이다. 토공과 주공 관계자는 “애초 고양 삼송지구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하반기에 보상할 계획이었으나 올해부터 보상비에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자 주민들이 보상을 앞당겨 달라는 민원을 제기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업무 편의주의와 주민들의 세금 회피가 결합하면서 대규모 부동자금이 풀렸고, 부동산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이 된 셈이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9개 혁신도시 등에서 20조원의 보상금이 풀려,2∼3배 늘어난 세부담을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으려는 요구가 거세져 상가 딱지와 같은 보너스 보상과 이를 불법으로 매매하는 현상이 기승을 불릴 전망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부재지주들이 최고 세율 60%가 적용되는 대부분의 개발 예정지 땅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기존 세율(최고 36%)도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보상비의 60%를 세금으로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양도세법에 공익사업에 대한 특례규정을 두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거나, 다양한 ‘보너스 보상’으로 어물쩍 해결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대규모 택지 개발에 따른 현금보상이 한꺼번에 부동산 투기의 ‘풍선효과’란 부작용을 가져오자 희망자에게는 현금 보상 외에 현물(개발 이후의 토지) 보상도 가능하도록 하는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놓은 상태다. ■ 갈등소지 많은 토지보상 규정 손질 시급 토지보상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갈등을 해결하고, 과도한 현금 보상 및 각종 ‘보너스 보상’ 문제를 해결하려면 토지보상법을 현실에 맞게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앞장 서서 난개발을 부추기는 현재의 무분별한 신도시 개발계획도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법제연구원 사회문화법제연구팀 전재경 팀장은 토지보상법의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전 팀장은 “토지보상법은 국가가 강제로 토지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사정권 시절의 계획경제적 산물”이라면서 “팔 권리는 물론 팔지 않을 권리도 인정해 주는 시장원리에 맞는 새로운 법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현물 보상과 ‘반값 아파트’ 등 줄줄이 쏟아진 대책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다.”면서 “소수의 지주들과 시행 공기업의 배만 불리고, 원주민의 생계대책에는 인색한 현행 보상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생계대책용 상가딱지를 주는 방식보다는 지속적인 생활대책을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하다.”면서 “외국에서는 일시적인 보상을 하지 않고 꾸준하게 모니터링과 추적을 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 시행자에게만 갈등관리 비용을 떠맡기지 말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대책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사이버대학 김용희 교수는 “개발계획을 발표하기 이전 시점으로 소급해서 보상비를 정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지구를 재지정하거나 수정하면 그때가서 다시 보상비를 책정한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보상비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상비를 정하는 시점도 미리 명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부장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법을 고칠 게 아니라 보상 과정에서 일관되게 적용될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법률과 법령, 규칙에서 내놓아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는 개발 사업의 총량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정부가 추진중인 현물(토지)보상제는 실현 가능성보다는 현금 지금에 따른 풍선효과를 봉합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법 개정에 앞서 정확한 재정의 지출과 사회적인 편익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토지보상 문제는 실험적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면서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법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5년간 토지보상금 77조 부동산 값 상승 부추겨 ‘국토 균형발전’을 내세운 참여정부 들어 대규모 개발사업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토지 보상금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9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이미 37조 5469억원이 풀렸다. 이는 국민의 정부 5년간 보상비 총액 29조 7222억원을 훌쩍 넘는 액수다. 더욱이 지난해 3조원이 넘게 지급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비롯해 고양 삼송지구, 인천 영종지구, 김포 신도시 등에 총 20조원이 풀렸다. 올해에도 대구, 전남, 전북 등의 9개 혁신도시 및 다양한 신도시 토지보상으로 20조원이 더 풀릴 예정이다. 결국 참여정부 5년간 77조원 이상의 ‘혈세’가 토지보상금으로 풀린다는 계산이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 163조 4000억원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보상비는 시중의 유동성 자금과 함께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4조원 이상이 풀리고 있는 인천 영종지구의 부동자금은 서울 강남이나 양천구, 인천 송도 웰카운티 등에 집중적으로 재투자되고 있으며, 인근 섬인 신도의 땅값도 50%까지 폭등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강경훈 연구위원은 “저금리 정책과 국토균형발전에 수반된 잇따른 토지보상금이 유동성과잉에 일조했다.”면서 “특히 토지보상금은 부동산 투기나 투자로 고스란히 다시 흘러들어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토지보상비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 등이 택지개발·도로·산업단지·철도·항만 등 공익사업을 위해 취득한 토지에 대한 대가가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택지개발과 관련한 보상비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신도시 개발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킨 국가는 없다.”면서 “무분별한 택지개발사업은 투기 심리를 부추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투기판의 ‘파이’를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3회에서는 불법인지도 모른 채 유행처럼 떠나고 있는 ‘초·중학생 불법 유학’ 문제를 다룹니다.
  • 빛바랜 ‘클린카드’

    빛바랜 ‘클린카드’

    #1 정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김모(45) 부장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으로부터 일반 신용카드가 아닌, 법인 명의 ‘클린 카드’로도 술값을 낼 수 있다는 솔깃한 제의를 받았다. 알고 보니 카운터에 일반 음식점 명의의 카드 단말기를 따로 비치해 편법으로 결제를 해 준다는 것이었다. #2 모 기업체 홍보실 정모(42) 차장은 지난 연말 서울 강북의 한 유흥업소에서 클린 카드로 결제를 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명세서에는 다른 구에 있는 ‘○○사무기기점’으로 찍혔다. 이 업소에서는 그에게 50만원이 넘으면 할부로 나눠 전표를 발급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법인카드 사용의 투명성 강화와 무분별한 접대문화 개선 등을 위해 2004년 도입된 클린 카드제가 업주들의 불법적인 가맹점 운영으로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특히 카드 이용자들 스스로 업소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 주거나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들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 7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단란주점과 룸살롱, 나이트클럽, 안마시술소 등 유흥·향락업소들은 ‘거래제한 업종’으로 분류돼 클린 카드로 결제할 수 없지만 상당수 유흥업소들이 위장 가맹점을 이용하거나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해 버젓이 클린 카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클린 카드는 2004년부터 정부기관과 공기업, 일부 민간기업으로 확산됐으며 지난해에는 행정자치부가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한국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적으로 295곳이 국세청에 의해 위장가맹점으로 적발됐다. 대부분 카드거래 제한 업종으로 분류된 유흥업소에서 위장가맹점을 차려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된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백승범 조사역은 “신고포상금(10만원) 제도가 있지만 불법행위 신고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흥주점 허가가 나지 않는 주거지역에 고급 가라오케 등을 차린 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 국가청렴위원회 관계자는 “공직행동강령 확립 차원에서 암행감찰을 하거나 제보가 들어오면 조사도 하지만 현장을 덮치지 않는 한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사고무친 노무현/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고무친 노무현/진경호 논설위원

    #1.첫째, 그는 돌출적인 행동과 무분별한 발언으로 항상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둘째, 그는 우물 안 개구리요, 핵 장난의 위험을 외면하는 철부지다. 셋째, 그는 감정의 기복에 따라 언제 무슨 깽판을 벌일지 모른다. #2. 신체 허약하나 두뇌 명철함. 행동은 불안한 거동이 많으며 악화의 우려조차 엿보임. 지나치게 자만심이 강하여 타(他)와 비협조적임. 진작 이 경구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사회 변혁을 외치는 화려한 언술 뒤로 잔뜩 응어리진 분노와 독선, 그 유아독존적 아집을 흘려보지 말았어야 했다. 노무현 변호사를 정계에 입문시킨 선배 변호사 김광일 전 국회의원이 2002년 12월 대선 직전 기자회견에서 내지른 외마디(#1)를, 이보다 훨씬 앞서 노 대통령의 중학교 3학년 생활기록부에 담임교사가 조심스레 남긴 글귀(#2)에 한번쯤 귀와 눈을 열었어야 했다. 경구는 현실이 됐다.“대통령 못 해먹겠다.”로 시작한 ‘무분별한 발언’은 “미국이 없었더라면 북한 수용소에 있었을 것”에서 “미국 엉덩이 뒤에서 형님만 믿는다고 하는 게 자주 국민의 안보의식이냐.”“흔들어라.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놈…”으로까지 나갔다. 형용모순의 ‘좌파적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정책 행보 또한 왼쪽 오른쪽 광폭으로 넘나들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의로까지 갔다. 국민들은 그런 감정의 기복과 명철한 두뇌와 불안한 거동의 부조화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이조차 맛보기였던 모양이다. 지난 연말 두 팔을 내지르던 민주평통 연설이 예사롭지 않더니 새해 들기가 무섭게 노 대통령의 입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할 말 꼬박꼬박 하겠다.”며 국민들의 평가부터 내동댕이쳤다. 공무원들에게는 “가장 부실한 영역이 미디어”라며 언론과의 일전을 독려하고 나섰다. 그를 권력의 정점에 세우고도 등을 돌리게 돼 괴로운 국민들에게 ‘앞으론 당신들이 뭐라 하든 개의치 않겠어.’라고 외치는 노 대통령에게서 40여년 전 경남 김해시 진영 시골마을의 소년 노무현이 오버랩된다. 고무와 천으로 만들어진 부잣집 아이의 책가방을 칼로 북북 찢어댔고,‘나만 가난했던 것도 아닌데 유독 가난을 심각히 여기며 자랐고’, 잘 사는 읍내 아이들에 맞서 가난뱅이 시골 아이들의 대장이 됐던 노무현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뿌리칠 수 없는 그 피해의식이 마구 터져 나오는 듯하다. 임기말 대통령의 숙명도, 권력의 무상함도 아니다. 편가르기 정치, 뺄셈정치의 잔해일 뿐이다. 하나를 갈라 반을 얻고, 이를 또 쪼개 그 반을 취하고, 다시 나누고, 홀로 남고, 결국엔 자신마저 갈라 놓는 정치 말이다. 그 정치가 지금 국민 10명 중 9명을 등지게 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이던 언론마저 돌려 세운 것이다. 그런 정치이기에 언론이 국민과 자신을 가르는 불량품이 되고, 그런 불량품에 속아 소비자 주권을 망각하는 불량국민이 되는 것이다. 여당의 많은 인사들조차 노무현 때리기에 나선, 고립무원의 노 대통령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부질없을 듯 하다. 들을 의사도, 여유도 없거니와 덧셈정치에 익숙지 않아 실천할 능력도 없어 보인다. 차라리 국민들이 움직이자. 그는 결코 ‘왕따’가 아니며, 지난 4년 많은 것을 이뤘으며,2008년 2월24일 자정까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임을 일깨우도록 하자. 따뜻한 편지 한 통을 보내자. 그의 친구가 되자. 경구를 흘려 들은 모두의 책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사설] 공공부문이 앞장선 비정규직법 악용

    새해 벽두부터 노동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무더기 해고 사태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비정규직법이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을 일터에서 내모는 악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해 이만저만 걱정스럽지 않다. 더구나 비정규직 보호의 수범을 보여야 할 공공부문에서 이런 일들이 앞다퉈 벌어지고 있다니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노동계에 따르면 7월부터 비정규직법을 적용받는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사업장 곳곳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무더기로 해고하거나 2년 고용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계약직 민간 경비원 40여명에 대해 재계약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해고했고, 철도공사는 KTX에 이어 새마을호 승무원들을 자회사로 전직시켰다. 이밖에 국립대 병원과 정부출연 연구소 등 상당수 공공부문에서도 유사한 조치들이 잇따른다. 비정규직 실직사태는 최근 대한상의 조사에서도 예견됐다. 서울 592개 사업장 중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업은 11%에 그쳤다. 일부만 전환하거나 해고 또는 외주로 전환하겠다는 기업이 대다수다. 정규직 임금을 묶어 비정규직 3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우리은행 노사의 상생협력을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들 형편인 것이다. 비정규직법이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쫓은 임대차보호법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노사의 적극적 협력이 절실하다. 기업은 비용 절감에 노력하고, 노조는 정규직의 이익 축소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은 무분별한 해고를 억제함으로써 비정규직 보호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정부 또한 사업장별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시행령을 마련, 노동대란과 같은 부작용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은행권, 지자체 직접 투자 봇물

    은행과 지방자치단체가 `행복한 만남´을 갖고 있다. 지역 특화 사업이나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등 지자체의 각종 사업에 은행이 직접 투자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장기적인 수익처에 투자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성장을 지원, 지역 격차 해소라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은행은 기업대출 전문 은행답게 지자체의 각종 개발 사업들을 가장 활발히 지원하고 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지자체에 대한 투자 사업은 `맞춤형 지방산업단지´ 개발. 투자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가 중소기업 공단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8월 충주시와 함께 충주시 주덕읍 당우리 중원지방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을 담보로 투자)으로 150억원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경기 김포와 충남 천안에서도 시작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지방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발전 유도. 또한 무분별한 공장 난개발을 막으면서 지역 자연환경 보호에도 한 몫하고 있다. 지자체 문화산업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경기 광명시 음악밸리 안의 문화콘텐츠 집적시설, 소하테크노타운 등 20만평에 문화, 정보, 생명공학 등 지식기반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함께 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지난 22일 광명시와 체결했다. 기업은행은 부지 매입과 입주예정기업에 대한 공장신축·운용을 위한 자금 지원을 하게 된다. 국내 최초의 음악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한 축을 맡게 된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지자체 개발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국민은행은 부산 김해 경전철, 부산 울산 고속도로 건설 등 모두 4개 사업에 1조원가량을 투입해 놓고 있다. 충남 논산과 전북 전주, 경남 마산 등에서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펴고 있다.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은 지난 27일 경기 평택항 도시조성 사업에 금융 주간사로 함께 참여,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지자체의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장기적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 지자체의 자산 건전성 등을 미리 평가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데다 평균 2∼3년 이상 연 8.5% 정도의 고정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지역 경제 발전을 도우면서도 발전 가능성이 큰 해당 지역 지자체와 주민이라는 `우수 고객´을 선점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 다만 공항이나 공단 건설 등 투자할 만한 큰 규모의 지자체 사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 수익뿐 아니라 지역과의 부수적인 거래를 늘리고 국토 균형발전을 돕기 위해 투자 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가죽 아닌 이름 남긴 호랑이 ‘백두’

    국내에서 태어난 한국산 호랑이 1호인 백두(♂·1989년생)가 최근 숨을 거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9일 서울대공원은 “최근 기력이 쇠해 몇 달째 내실에서 관리하던 국내 최장수 호랑이 백두가 지난 23일 오전 사망했다.”면서 “사망원인을 찾기 위한 부검 결과 노환 외에 별다른 질병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두의 나이는 호랑이로는 환갑이 넘은 17살. 일제 강점기 무분별한 포획으로 그 모습을 감췄던 한국산 호랑이는 지난 1989년 8월 백두의 탄생으로 부활했다.‘88서울올림픽’을 2년 앞둔 1986년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미국 동물원에서 시베리아 호랑이 5마리를 들여와 서울대공원에 기증했고, 그 사이에서 첫 번째로 태어난 것이 백두다. 백두의 탄생 이후 순수 한국산 호랑이는 모두 19마리까지 늘어나는 등 번식에 성동했다. 이 때문에 백두는 ‘복원된 한국산 호랑이 1호’,‘한국산 호랑이 1세대’라고 불렸다. 백두는 국내 최장수 호랑이었지만 기골이 장대하고 기세도 대단해 올 봄까지만 해도 무리의 우두머리로 위세를 떨쳤다. 서울대공원측은 “고맙게도 죽기 전까지 3마리 새끼를 더 낳게 해 주었다.”면서 “백두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고려해 박재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사설] 노 대통령의 언론관 문제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부산에서 밝힌 편협하고 비뚤어진 언론관은 일일이 반박하기조차 민망하다. 재벌과 언론을 특권세력으로 규정하고는 자신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이들과 싸워 나가는 자리에 세웠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할 말 다 하겠다.”고 한 것이 결국은 이렇게 현실을 호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립을 부추기면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 나가려는 뜻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정부에선 검찰이 좀 세고, 밖에서는 아무래도 재계가 세고 다음이 언론 아니냐. 특권구조, 유착구조를 거부하고 해체하자는 민주주의 발전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권집단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언(經言)유착의 고리를 자신이 끊으려 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부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참여정부의 실정과 이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싸잡아 오도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덮고 비판을 비켜가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심지어 “아직도 기업에다 손 벌리는 사람이 있다.”“재벌회장이 구속되면 언론사가 재미 보는 구조 아니냐.”고도 했다. 노 대통령식 거친 표현을 빌자면 언론을 마치 기업 등쳐 먹는 집단쯤으로 매도한 것이다. 이는 대다수 언론에 대한 모욕이다.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 법을 어긴 경제인을 엄히 단죄할 것을 주장한 것이 언론이며, 일반 국민과의 형평을 무시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경제인들까지 사면하며 손을 내민 쪽이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임을 되돌아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 해선 안 된다. 국민에게 적개심을 부추기고 편을 가르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졌던 4년 전으로 나라를 돌리려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 국제대회 기금 조성용 옥외광고물 철거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기금조성을 위해 설치된 옥외광고물이 내년 2월 말까지 모두 철거된다. 그러나 옥외광고물 수익금을 체육기금으로 조성하는 사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행정자치부는 27일 하계유니버시아드지원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총 353기의 옥외광고물을 내년 1월부터 철거에 들어가 2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특별법이 오는 31일 만료되는 한시법이기 때문에 내년 1월1일부터 부착되는 광고물은 불법이다. 특별법에 따른 옥외광고물 운영은 서울올림픽을 지원하기 위해 1984년부터 시행돼 왔다. 이후 체육공단지원, 엑스포,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부산아시안게임,2002년 한·일 월드컵,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등 22년 동안 각종 국제대회 기금조성용으로 광고사업권이 후속 조직위에 승계됐다. 행자부는 특정 소수 업체의 광고사업 대행 독점에 따른 부작용이 많은 데다 광고물의 무분별한 남설로 자연경관을 해치고 안전성에도 심각한 위험이 있어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각 자치단체에 광고물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지자체는 해당 광고대행사에 자진철거 안내문을 발송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시달한 뒤 철거를 독려하고 이에 불응하면 행정대집행을 2월 말까지 끝내도록 했다. 대상 광고물은 야립간판 224개, 홍보탑 82개, 차량 30개, 옥상간판 20개 등이다. 행자부는 그러나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새해 2월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옥외광고진흥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수익금은 국제행사 지원과 자치단체 배분 등으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신용카드 문자서비스 ‘말뿐인 서비스’

    신용카드 문자서비스 ‘말뿐인 서비스’

    30대 직장인 이상식(가명)씨는 얼마 전 연말정산 때문에 신용카드 청구서를 자세히 보다 말을 잃었다. 카드 결제 결과를 휴대전화 문자로 받는 서비스 요금이 월 2000원 넘게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 김씨는 “심지어 한 달에 한두 번 쓰는 카드도 월 300원 이상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다.”면서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카드사가 서비스를 빌미로 고객의 주머니를 갉아 먹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거의 모든 카드사가 제공하고 있는 신용카드 문자서비스(SMS) 요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객에게 당연히 제공하는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무료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문자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율은 전체의 30∼40%. 지난 3·4분기 기준으로 3000만장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이용 금액을 가장 많이 받는 카드사는 삼성카드. 월 300∼700원까지 받는다. 국민·우리 등 11개의 복수 회원을 가진 BC카드는 1개 카드에 대해서는 월 400원, 복수에 대해서는 월 600원을 청구한다. 최대 전업계 카드인 LG카드는 300원. 이밖에 KB국민카드·신한카드 등도 300원을 받지만 이메일 청구서를 신청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장의 카드를 함께 쓰면 문자서비스에만 1000원 이상의 요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네티즌들은 신용카드 문자서비스 요금 철폐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자 사이트인 머니돌닷컴(moneydol.com) 등에서 항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조만간 포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청원 운동도 펼치기로 했다. 머니돌 닷컴 운영자 김모씨는 “문자서비스는 카드사가 고객의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의무”라면서 “정확한 기준도 없이 무분별하게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고객 중심주의’와 거리가 먼 행태”라고 비판했다. 카드업계는 서비스 요금을 당장 철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문자서비스를 위한 문자 송신료 등 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살~ 살~ 등치는 비만클리닉

    무분별한 비만 치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만 치료를 위해 거쳐야 하는 체질량 지수(비만도) 측정이 생략되는가 하면 정상 체중인데 비만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특히 허가받지 않은 약제를 처방하거나 거짓으로 급여를 청구하는 등 의료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9월 비만진료기관 30곳(의원 20곳·한의원 10곳)에 대해 실시한 현장실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비만 치료를 위해선 먼저 체질량 지수를 측정, 비만 정도를 확인해야 하지만 30곳 중 8곳(26.7%)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전체 비만 치료자 656명 중 102명(15.5%)이 체질량 지수 측정 없이 비만 치료를 받았다. 또 전문적인 비만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체질량 지수가 30㎏/㎡ 이상일 때이지만 실제로 이를 충족한 경우는 체질량 지수를 측정한 554명 중 103명(18.6%)에 불과했다.10대의 47.6%,20대의 46.9%는 체질량 지수가 24㎏/㎡ 이하로 정상인데도 치료를 받았다. 식욕감퇴나 에너지 대사 증가 등을 위해 아미노필린주사(강심제), 엘칸주사(순환계 치료제) 등 비만 치료제로 허가 받지 않은 약제를 처방한 곳도 있었다. 약물 장기투여도 많았다.자율신경제의 경우 4주 이내만 처방하게 돼 있지만 의원 17곳이 31일 이상 투여했다. 비만약제 1회 처방에 사용한 품목 수는 의원 10곳(50%)이 4∼5종,8곳(40%)이 2∼3종에 달해 약제 오남용도 심각했다. 비만 치료에서 57.7%는 효과를 봤으나 14.0%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의원은 53.2%, 한의원은 64.3%에서 효과를 거뒀다. 30곳 중 26곳(86.7%)은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가 적발됐다.이 중 23곳은 비만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비를 모두 받아내고서도 건강보험공단에는 위염, 십이지장염 등 급여가 가능한 병으로 속여 급여를 또 타냈다.복지부는 문제가 드러난 진료기관 26곳에 대해 업무정지·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다.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내년 경기 ‘파란불’ ?

    내년 경기 ‘파란불’ ?

    내년 경기전망에 ‘청신호’가 켜진 것일까. 올해 5%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4.4%로 상향조정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연구기관장들과의 회동에서 경제여건이 호전되고 있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고공행진을 하던 유가가 안정됐고 북핵 문제에 대화의 장이 열린 게 주효했다. 하지만 하방 리스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복했다는 점을 KDI는 경고했다. 무엇보다 경제의 동맥인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지적했다.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풀린 데 따른 위험에다 인구증가율 감소로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11월까지 23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원이나 증가했다.KDI는 “가계소득보다 가계대출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계부문의 위험이 거시경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잠재 부실기업에 대한 과다한 신용공급을 동반, 감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2.5%에서 지난달 15.2%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유동성이 넘치면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농축수산물과 집값의 안정에 기인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물가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 물가상승률은 2.4%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여건이 개선되면 물가상승 압력은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KDI는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유동성을 줄여야 하고 그 수단으로는 금리인상을 제시했다. 조동철 KDI 연구위원은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면 통화당국은 시중의 유동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은행들의 무분별한 외화차입도 문제다. 외화가 늘어나면 원화의 가치는 올라가 환율은 떨어지게 된다. 올들어 10월까지 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액은 388억달러로 1994∼96년의 211억달러보다 1.8배나 많다. 문제는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수록 수출기업들은 앞다투어 달러화를 팔 것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기관들도 단기 외화차입을 계속 늘려야 한다. 악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은행들의 신용위기가 터질 수밖에 없다는 것.KDI는 또한 현재의 인구 증가율을 고려할 때 연간 3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고 밝혔다. KDI는 내년 15세 이상 인구는 올해보다 1.1% 증가한 3916만명으로 내년 경제활동참가율과 실업률이 올해와 같은 수준이라면 취업자도 1.1%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취업자 수 2316만명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일자리 창출이 25만개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계산이다. 30만개 이상을 늘어나려면 실업률이 0.2%포인트 이상 하락하거나 경제활동참가율이 0.12% 포인트 높아져야 하는데 내년 경기전망을 감안할 때 실현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15세 이상 인구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30만개 이상 일자리 증가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기고] 비정규직 입법의 의미와 과제/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주인 없는 목초지가 있었다. 농부는 자신의 소를 모두 몰고 나와, 채 자라지도 않은 풀을 먹인다. 풀이 더 나도록 기다리다간 다른 농부의 차지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은 더 많은 농부들이 더 많은 소를 몰고 나온다. 며칠 후 목초지는 폐허가 되고 소들은 모두 죽고 만다.1968년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이다. 자기 이득만 추구하면 결국 공멸에 이른다는 극단적 예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540만명으로 근로자 10명 중 3명꼴이 넘는다. 월 급여는 정규직의 62.8%로 절반을 조금 웃돈다.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고도 임금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과하지 않다. 비정규직 고용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경쟁이 날로 심해지는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용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내수부진의 원인이 비정규직 증가에도 있다고 한다. 수출경기가 좋아져도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구매력이 낮은 비정규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비정규직의 ‘공유지 비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국회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불충분한 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 법은 업무수행 능력과 무관하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이나 복리후생에 있어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 절차도 마련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노동위원회의 전문성과 공정성이다. 미국 고용평등위원회(EEOC)의 경험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1945년에 설립돼 현재 51개의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는 이 위원회는 법학, 경영학, 사회학 등을 전공한 2500여명의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해마다 8만건의 차별소송을 다루고 있다.2004년에는 미국 2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에 대해 여성으로 인한 임금차별 등을 이유로 5400만달러의 배상금을 물게 해 주목받았다. 특히 인종이나 성에 따른 임금차별에 대한 소송이 절반을 넘고 있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판단하는 세부기준과 노하우도 많이 축적돼 있다. 새 법이 시행되면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기간은 2년으로 제한된다.2년이 지나면 기업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기업이 정규직 고용을 피하기 위해 2년마다 새로운 비정규직을 채용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하지만 차별시정 조치가 잘 이뤄진다면 비정규직에 의존하려는 기업은 줄어들 것이다. 비정규직 고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그간 축적된 업무수행 능력을 활용코자 하는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규직 전환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연성의 중도’를 찾아가는 첫 매듭을 지었다는 데에도 새 법이 갖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이유는 기업이 유연성과 비용절감을 모두 취했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유연성의 중도는 고용 유연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되 임금이나 기업복지에서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 뒤에 숨어 비용절감까지 챙기는 기업은 ‘공유지의 비극’을 면키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첫 매듭을 지었다. 앞으로 노동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보다 발전된 새로운 매듭을 또 만들어야 한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 [열린세상] 중3 학생들의 선행학습 유감/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최근 몇주간 서울 대치동 주변에서 중3학생들과 학부모, 학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사교육 실태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교육 문제를 연구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해결책도 없는 문제에 왜 시간을 낭비하느냐고 되물었다. 고교 구성원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완화는 별개’라는 인식이 강하게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야 잘 살 수 있는데 어떻게 과외를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대학 나오지 않아도 웬만큼 살 수 있다면 모두가 ‘공부 공부’하지는 않겠지요.”라는 어느 중학생의 대답은 사교육 시장이 날로 번창하는 배경을 보여준다. 필자의 기억에 고교 입학전 두달간은 참으로 여유로운 시간이었는데 요즘 중3학생들에게 이 시기는 선행학습으로 쉴 틈 없는 불안의 나날이었다. 비범한 능력을 지닌 어느 과학계열 특목고 합격생은, 다른 학생들이 고2 수준의 선행학습을 다 마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합격자 발표 직후부터 선행학습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남들은 다 아는 내용을 혼자만 몰라서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 학생을 절박하게 몰고 있었다. 외국어고에 합격한 한 학생은 중3 가을에 고1수준의 수학을 마쳤는데, 입학 후를 대비하여 고1 수학을 다시 배운다고 하였다. 이미 배웠던 걸 또 반복하니 좀 재미가 없겠다고 했더니 학생은 의외로,‘볼 때마다 새롭고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하였다. 선행학습으로 바쁜 아이들을 만나면서 오래전 발달심리학 시간에 들은 내용이 떠올랐다. 걸음마를 막 익힌 유아들을 상대로 한 그룹은 사다리 오르는 훈련을 열심히 시키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시키지 않았는데,6개월쯤 지나 아이들의 다리가 좀더 자라고 나니 두 집단 모두 쉽게 사다리를 오르더라는 것이다. 인간 발달이 학습과 자연적 성숙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상식은 인지적 측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때를 기다려 발달 수준에 맞는 내용을 가르치고, 배운 내용을 스스로 소화시킬 시간이 허락되어야 제대로 학습된다는 것은 교육학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중3학생들이 매달려 있는 선행학습의 실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혹자는 다른 학생들의 선행학습을 의식하여 불안한 마음에서 동참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남보다 앞서 배우면 경쟁에 유리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에 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영재가 아니라면 선행학습은 득보다 실이 큰데, 특히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교과 흥미도 측면에서 기초 역량을 넘는 선행학습은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수업관찰을 해 보면 선행학습자가 많은 교실에서 수업 집중도가 낮고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사교육이 학교 교육을 무력화하는 실례를 서울의 중상층 거주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수준을 착각하는 학생들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웬만한 내용을 알고 있다고 여기는 교사들 사이에서 새롭고 진지한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럴 경우 학교교육만 믿고 선행학습을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학생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무분별한 선행학습은 학교와 학생 모두를 망가뜨리게 된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부는 고교 과정이 아니라, 중학교 과정 중에서 약한 부분의 복습이다. 이미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고 어려운 내용 앞에서 느끼는 불안감도 덜하다. 그런 점에서 중3 겨울에는 차라리 기초가 약한 과목을 복습하면서 3년 후 진로를 위한 정보도 찾고 체험하는, 자유와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국내 최장수 호랑이 ‘백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국내 최장수 호랑이 ‘백두’

    맹수사 뒤쪽 내실에는 덩치 큰 호랑이 한 마리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옛 영화가 그리운 듯 애처로운 눈으로 하늘만 바라보다가 이마저도 힘든지 곧 눈을 감아버리는 이 호랑이의 이름은 ‘백두(♂·89년생)’. 올 봄까지만 해도 무리의 서열 1위로 위세를 떨치던 녀석이다. 일제강점기 때 무분별한 포획이 자행된 이후 모습을 감췄던 한국 호랑이가 우리나라에 다시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1986년이다.‘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미국 동물원에 건너가 있던 시베리아 호랑이 5마리를 서울대공원에 기증한 것. 이때 들여온 호랑이가 바로 올림픽 마스코트로 유명한 ‘호돌’과 ‘호순’이다. 백두는 이들과 함께 들어온 수컷 ‘고려’와 호순 사이에서 태어났다.‘역이민세대’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 첫 한국 호랑이 1세대인 셈이다. 우두머리답게 지금까지 3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해 7마리의 새끼를 봐 일가를 이뤘다. 한 번 울면 대공원 주차장까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던 백두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었다. 올 초부터는 털갈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송곳니가 뭉뚝해지는 등 급격히 노쇠하더니 급기야 뒤쪽의 내실로 밀려나기에 이르렀다. 건강할 때는 닭 6∼7마리를 한번에 먹어치우고, 몸무게도 160㎏까지 나가던 풍채를 자랑하던 백두. 사육사들은 좋은 씨가 여기서 끝난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했다. 이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백두는 함께 내실로 온 부인 청주(♀·99년생)와 짝짓기에 성공해 지난 10월 암컷 2마리, 수컷 1마리 등 건강한 새끼 3마리를 낳았다. 약한 새끼는 비정하게 내치는 것이 정글의 법칙이지만, 청주도 녀석들이 백두의 마지막 후손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이례적으로 3마리를 모두 품었다. 지금 백두는 뒷다리가 마비돼 앞발만 이용해 몸을 질질 끌며 움직인다. 대부분의 시간은 누워서 보낸다. 호랑이의 평균 수명은 20년 정도. 백두는 우리나라에 있는 호랑이 중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생을 마감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백두가 고통없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의 호랑이 마을에서 다시 무리를 호령할 수 있기를….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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