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무모한
    2026-06-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94
  • [부장판사들과 함께 하는 법률상담 Q&A]돈이 없는데 소송하려면?

    # 사례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가 이자가 부담스러워 어렵게 모두 갚은 A씨. 그런데 그 친구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에서 소환장을 받은 A씨는 가진 돈은 빚 갚는데 모두 써버렸고,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다. Q부득이 재판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하나. A살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재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해 적극적으로 재판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거꾸로 상대방이 나에게 부당한 재판을 걸어 왔기 때문에 그에 응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재판이라는 것은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다. 민사재판이냐 형사재판이냐 또는 행정재판이냐 혹은 헌법재판이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재판이든 공짜로 되는 것은 없다. 우선 가장 흔한 민사재판부터 보자. 먼저 내가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하려면 소장 작성 비용, 소장에 붙일 인지비용, 송달료, 그리고 나를 대신해서 전문적으로 소송을 대신해줄 변호사 비용 등이 든다. 피고가 되는 경우에도 답변서 작성 비용과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2000만원 이하의 소액재판도 변호사 대리인이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대리인을 상대로 개인이 직접 소송에서 맞붙는다는 것은 맨몸으로 갑옷을 입은 병사와 싸우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이다. 그렇다면 당장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재산 상태가 소송비용을 지출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우선 법원에 찾아와 소송구조(訴訟救助)신청을 해보자. 민원실에서 나눠주는 양식에 자신의 재산관계를 성실하게 기재하고 법원직원이 요청하는 소명자료를 붙이면 담당판사는 이를 심사해 결정을 하게 되는데, 특별히 사건 내용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담당판사가 신청인이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구조신청을 기각할 정도라면 재판을 깨끗이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많이 드는 변호사비용은 건당 100만원까지 국가가 변호사에게 직접 지급하므로 실질적인 구조효과가 있다. 구조결정을 받은 당사자는 마음에 드는 변호사를 찾아가 구조결정을 받았음을 알리고 사건을 맡기면 된다. 변호사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방변호사회에서 안내를 해주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경우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반드시 사건을 맡아주도록 돼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그 밖에도 자체 사업으로 각종 구조사업을 하므로 공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권장한다. 형사사건의 경우 피해자로서 고소장을 작성하는 비용이 드는 경우가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수사와 기소는 국가기관에서 수행하므로 국가가 피해자의 서면 작성 비용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특정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국가로부터 구조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를 재판비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거꾸로 피고인이 되는 경우가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돈이 많이 든다고 변호사 없이 스스로 변호하겠다는 것은 맨몸으로 사자와 맞붙어보겠다는 격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국선변호인이다. 국선변호인은 형식적인 변호에 그치고 말던 과거와 달리 매우 활발하게 활동해 단독사건의 경우 국선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이 사선변호인 선임 사건보다 많을 정도이고, 피고인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국가가 국선변호인에게 실질적인 보수와 비용을 지급하므로 국선변호사건만을 전담하는 중견변호사도 있을 정도이다. 한편 행정사건, 가사사건은 민사사건에 준해서 보면 된다. 헌법사건은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서만 제기할 수 있는데, 역시 민사소송의 변호사비용구조와 유사한 국선대리인제도가 있기 때문에 돈이 없다고 헌법소원을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양현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 [씨줄날줄] 홍명중달/김종면 논설위원

    한국이 18년만에 세계청소년축구 8강에 오르면서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홍 감독을 중국 위나라의 책략가 사마중달에 빗대 ‘홍명중달’이라고 부른다.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외국인 감독 밑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홍반장’ 소리를 들었던 그에게 또 다른 애칭이 생긴 것이다. 왜 사마중달일까.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이긴 일화로 종종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사마중달은 분명 제갈량의 호적수였다. 사마중달은 제갈량을 자기보다 한 수 위로 여겨 무모한 싸움은 결단코 피했다. 제갈량이 “남아답게 싸울 생각이 없다면 이 옷이나 입어라.”라고 쓴 쪽지와 함께 여자옷까지 보내며 싸움을 청했지만 치욕을 참으며 끝내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승산 있는 싸움에선 전광석화처럼 빠른 결단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선즉제인(先則制人)의 용병술을 발휘했다. 상대를 인정하는 겸손 또한 사마중달의 힘이다. 따지고 보면 천하의 제갈량도 지모의 대가 사마중달과의 전투에선 별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홍명보 리더십의 요체가 겸손을 바탕으로 한 신뢰와 결단력에서 나오는 용병술임을 감안하면 홍명중달이란 표현도 일리가 없지 않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홍 감독은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도 “이분들이 없으면 대표팀도 없다.”며 깍듯이 예를 갖춘다고 한다. 일겸사익(一謙四益)이라는 말도 있듯 한 번의 겸손은 하늘과 땅, 신, 사람 네 가지로부터 유익을 가져오는 법. 그는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에도 “100% 선수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홍 감독은 훈련 중에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편애의 인상을 줄까 봐서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일시동인(一視同仁)의 정신이야말로 홍명보 지도력의 핵심 아닐까. 아역스타 출신으로 성공한 배우가 많지 않듯 스타선수 출신으로 입신한 감독 또한 그리 많지 않다. 홍 감독은 지금 그 불편한 저주의 공식을 지워내고 있다. ‘약체’ 평가를 받던 대표팀은 이제 국제축구연맹(FIFA)도 인정하는 ‘서프라이즈 팀’이 됐다. 강한 장수에겐 약졸이 없다. 홍명보 호가 부디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써나가길 바란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女기자, 육군 부사관학교 유격훈련 가다①

    女기자, 육군 부사관학교 유격훈련 가다①

    남자 둘만 모이면 대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 군대다. “여자도 알게끔 설명해주세요.”라고 쏘아붙이면 대체로 “가보지 않고는 절대로 모르는 곳이 군대”라는 알듯 말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대체 군대가 어떤 곳이기에 남자들이 이렇게 추억하는 것일까. 단순한 궁금증과 엉뚱한 오기로 군대 체험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계획했다. 국군의 날을 맞아 지난달 29일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부사관훈련 학교에서 이뤄진 유격훈련 및 분대공격훈련에 참가했다. 부족한 체력으로 민폐만 끼친 여기자를 너그러이 받아준 부사관 후보생과 관계자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여기자, 군복을 입다 <오전 8:30> 동이 채 뜨기도 전인 새벽 5시부터 쉼 없이 내달려 8시께 완주에 있는 부사관학교 유격훈련장에 도착했다. 고백하건데, 군대에 들어가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흔한 면회 한 번 못 가본 터다. 훈련장을 한 폭에 안은 대부산과 거울처럼 빛나는 대야 저수지의 수려한 풍경이 가장 먼저 기자를 반겼다. 9시부터 시작하는 빡빡한 훈련 일정에 자연경치를 감상할 틈이 없었다. 곧장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당연히 군복 역시 처음이었다. 가슴팍에는 ‘손바로크’(손바느질이란 군대 용어)로 박은 명찰이, 군모에는 ‘5-89’라는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오늘 하루 내 이름은 없다. ‘89번 후보생으로, 제대로 굴러보자.’며 주먹을 꽉 쥐었다. ◆ 죽음의 PT체조를 하다 <오전 9:00> 벌써 올라간 후보생들을 따라잡으려 바쁘게 군화를 움직였다. 훈련은 산 정상에서 진행되는 중이었다. 마음은 바쁜데 군화가 말을 듣지 않았다. 세 치수나 더 큰 군화를 신은 터라 자꾸만 미끄러졌다. 낑낑대며 30분을 부지런히 걸은 뒤에야 정상에 당도할 수 있었다. 여기서 떠오른 부끄러운 질문 하나. 그래도 여잔데 군인들이 반겨주진 않을 까였다.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PT 체조에 벌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후보생들은 기자를 본체 만 체였다. ‘악플’보다 더한 ‘무플’에 괜한 민망함을 느끼듯 89번 후보생은 조에 합류했다. 100m 17초, 체력장 특급…. 고등학교 3년 내내 ‘체육소녀’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 있었으나, PT 체조를 10분 정도 했을 때 그 생각은 뒤바뀌었다. “여자라도 다른 후보생과 똑같이 해주세요.”라고 부탁한 게 원망스러웠다. 구호에 맞춰 쪼그려 뛰기, 팔벌려 뛰기 등을 연달아 훈련을 받자 얼굴에는 땀이 범벅이 되고 정수리가 후끈댈 정도로 몸이 뜨거워졌다. 무릎이 후들거리고 허벅지는 터질듯이 아파왔다. “거기 뭐합니까. 89번 훈련생, 지금 웃습니까.”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민망해서 웃었다가 혼만 더 났다. 무표정에서 흘러나오는 공포감에 “아, 아닙니다.”를 외치고 다시 PT 체조를 시작했다. 어쭙잖게 요령을 부리다가는 귀신 보다 더 무서운 교관에게 더 혼나겠다는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군기 빠진 기자, 제대로 걸렸다 싶었다. ◆ 레펠 훈련,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다 <10:00> “복명복창 안합니까.”, “골반 뒤로 안 뺍니까.” 교관의 말이 날카롭게 들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10m 절벽에 섰다. 몸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정신은 이상하게 또렷해 졌다. 미리 털어놓건대, 기자는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한번 못 타봤을 정도로 높은 곳에서는 힘이 쭉 빠진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회사에 큰소리 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레펠 훈련도 못 받고 그냥 왔다고 할 순 없었다. 교관의 설명에 따라 줄을 꽉 잡았다. 조금씩 풀면서 내려가야 하는데 손이 말을 안 들었다. 손이 말을 들으면 그 때는 다리가 말을 안 들었다. 답답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조금씩 줄을 풀었다. 끝까지 내려왔을 때 고소공포증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이 든 것도 잠시,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했다. 그 다음도 비슷한 훈련이었다. 이번에는 절벽에서 땅을 바라보고 내려오는 전면 레펠 훈련이다. 사고를 예방하려고 조교가 생명 줄을 잡고 있는데도 발이 여간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몸을 꼿꼿하게 펴고 하체보다 상체를 더 앞으로 내미는 게 관건이었다. 절벽을 내려오다 중간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89번 훈련생 안내려옵니까.” 교관이 소리를 질렀다. “바, 발이 안 떨어집니다.”고 대답하자 곳곳에서는 큭큭 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발이 땅에 닿고 나서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 누가 이 밥을 ‘짬밥’이라고 했나 <12:00> 세 시간에 달하는 거친 훈련을 받고 산에 내려오니 이미 정오였다. 입술에서는 짠맛이 났고 냉수 한잔이 애절하게 그리웠다. 문득 이곳에 안 왔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있진 않았을까. 복잡한 생각을 뒤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꼬리곰탕에 김치, 싱싱한 야채와 오징어 젓갈 등 반찬은 훌륭했다. 맛이 궁금했다. 회사 앞에서 7000원에 사먹는 곰탕에 견줄 정도로 맛있었다. 혹시 취재진 때문에 나온 특식이 아니냐고 물으니 후보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전승필 공훈 보좌관은 “조리병 3명이 솜씨가 좋아요. 260명분을 뚝딱 만들죠.”라고 대답했다.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짬밥’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 괜히 식당에서 밥이 맘에 안 들면 “차라리 짬밥을 먹겠다.”는 남자 동료들의 투정에 짬밥은 ‘맛없는 음식’이라고 단단히 오해해왔다. 고된 훈련 때문일까, 곰탕에 밥을 말아 맛있게 먹었다. ②편에 계속 전북익산=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동영상=김상인VJ bowwow@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선덕’ 유신랑 투혼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

    ‘선덕’ 유신랑 투혼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

    엄태웅이 또 한 번 우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월요일 밤을 사로잡았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박홍균 김근홍) 35회에서 유신랑 엄태웅은 남성적인 매력과 특유의 우직한 심성을 발휘했다. 유신랑과 비담(김남길 분)이 벌인 비재대결은 미실 파에 의해 승부조작 혐의를 받았고 이에 유신은 칠숙(안길강 분)의 공격 10합을 막아내면 그 승리를 인정받는 ‘무모한 도전’을 치르게 됐다. 장원전까지 올라오느라 온 몸에 큰 부상을 입은 유신은 칠숙의 막강한 공격을 정신력 하나로 버텨내며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했다. 누가 봐도 칠숙의 승리가 점쳐진 가운데 유신은 오뚝이처럼 쓰러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이런 모습에 유신과 최대의 라이벌 관계인 보종랑(백도빈 분)은 “버텨내 유신. 쓰러지지 마.”라고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실신직전 유신랑은 최후의 일격을 날렸고 마지막 공격을 막지 못한 칠숙은 “유신랑의 승리입니다.”라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한편 유신랑의 활약이 돋보였던 ‘선덕여왕’ 35회는 전국시청률 41.6%(TNS미디어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10회 연속 시청률 40%대를 기록했다. 사진 = MBC ‘선덕여왕’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1일 TV 하이라이트]

    ●아침마당(KBS1 오전 8시25분) 1989년 국내 방송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 ‘자니윤 쇼’를 진행했던 ‘코미디계의 거장’ 자니 윤. ‘자니윤 쇼’를 진행하면서 겪은 그의 코미디언 인생, 18살 연하인 부인과의 알콩달콩 결혼생활이야기, 미국에서 성공신화를 이룩한 ‘미국을 웃긴 사나이’ 자니윤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본다.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빌 게이츠가 격찬한 MP3를 디자인한 그만의 독특한 사고와 전 분야에서 ‘상상시뮬레이션’이라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트렌드를 창조해가는 산업디자이너 김영세의 삶을 엿본다. 최근 한국 산업디자인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특별한 프로젝트, 많은 디자인 분야 중 산업디자인을 택한 이유 등을 들어본다. ●지붕뚫고 하이킥(MBC 오후 7시45분) 순재의 열정 앞에 현경도 일단 지켜보자는 심정이 되고, 자신의 감정을 자옥에게 고스란히 보여준 순재는 뜨거운 열정의 결과로 몸져눕고 만다. 현경은 순재의 건강이 걱정스러우면서도 무모한 순재의 행동에 화가 치민다. 한편 세경은 현경의 말에 따라 본격적인 살림을 시작하는데…. ●TV로펌 솔로몬(SBS 오후 8시50분) 경리팀 영미의 공금횡령 현장을 목격하게 된 정길. 그녀의 제안에 혹해 횡령에 가담하고 목돈의 출처를 묻는 아내에겐 성과급이라고 둘러대며 2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그렇게 호화를 누리던 정길. 감사팀에 적발되고 회사에서는 아내에게 횡령한 돈을 돌려 줄 것을 요구하는데…. ●EIDF-구글 베이비(EBS 오후 11시10분) ‘구글 베이비’는 세계화 시대에 등장한 3대륙에 걸친 아기 생산 방식이다. 이스라엘의 기업가 도론은 자신을 베이비 프로듀서라 소개한다. 그의 고객이 유전자를 선택하고 돈을 내면, 구입한 정자와 난자를 수정해 인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하면 부모로 만들어 준다. ●세계 세계인(YTN 오후 8시35분) 멕시코에서 가장 옛스런 멋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 가운데 한곳이 바로 ‘산 미겔 데 아옌데’다. 멕시코시티에서 서북쪽으로 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데, 인기 있는 관광지인 이곳은 멕시코의 민족 영웅인 이그나시오 아옌데 장군이 독립활동을 한 성지로도 유명하다.
  • “금융위기 재발 막기위해 규제 강화”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제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러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1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연설을 갖고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금융규제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월가 26번지에 있는 페더럴홀 연설을 통해 은행과 규제당국, 의회 등으로부터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한 금융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금융분야 정부개입 완화 논의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업계에 더 엄격한 금융규제 법안과 금융개혁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기를 가져온 기존의 무모한 영업관행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월가의 금융사들에 책임감을 가져줄 것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금융감독의 국제적인 공조 필요성도 역설했다. 동시에 금융분야에 대한 정부 개입을 완화할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들이 호전되고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데다 건강보험 개혁 논란으로 뒷전으로 밀려난 금융개혁을 이번 뉴욕 연설을 통해 다시 전면에 내세워 금융규제 강화 법안의 연내 통과를 밀어붙인다는 복안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약화된 금융개혁 드라이브를 다시 걸기 위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잇따라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갖고 근본적인 금융감독 체계의 변화 등 금융규제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6월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과 신용카드 소비자 등 소비자들과 밀접한 금융상품을 감독할 소비자금융보호청을 신설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은행 등에 대한 감독권한을 대폭 강화하며, 실패한 대형 금융기관들의 파산을 쉽게 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금융감독개혁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의회 반대 등 개혁논의 지지부진 하지만 이후 금융개혁 논의는 의회의 반대와 관련업계의 강력한 로비 등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는 정부의 개혁안보다 FRB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은행 감독기관들을 추가로 통합하는 내용의 금융감독 체제 개혁법안 초안을 마련 중이다. 하원의 상황은 상원보다는 나은 편이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너스 지급에 제한을 둔 법안이 이미 하원을 통과했고, 이달 안으로 소비자금융보호청의 신설을 골자로 한 법안 처리를 계획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 금융개혁 법안 처리 움직임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로비단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미 상공회의소는 소비자금융보호청의 신설을 막기 위해 이에 반대하는 웹사이트를 신설하고 대대적인 광고도 시작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한 페더럴홀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던 곳이자 미국 의회가 처음 열려 수정헌법을 채택한 유서 깊은 곳이다. kmkim@seoul.co.kr
  •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 시흥 연꽃 테마파크] 연꽃에 대한 명상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 시흥 연꽃 테마파크] 연꽃에 대한 명상

    연잎은 접시안테나처럼 잎을 펼친 채 태양을 읽는다.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햇살과 교신해온 연꽃 향기는 그야말로 청량한 기호들이다. 강렬한 한낮의 태양빛 아래 연꽃은 그래서 100만 년 전 상징을 간직하고 있다. 태양 중심부에서 문득, 하나의 생각이 에너지가 되어 이렇게 인연을 광합성하는 것이리라. 경기도 시흥시 관곡지에 위치한 연꽃 테마공원, 이곳에 오리라고 마음먹은 건 일종의 숙명이다. 이 초록의 집단 무의식에 연결되어 있는 원형은 100만 년을 산 사람의 기억과도 같다. 연꽃들은 깊은 차원에서 이미 하나의 정점에 맺혀 있다. 그러니 눈물을 믿는다는 건 나와 그리고 한때 나였던 것들에 대한 경배이다. 어쩌면 지금의 현실보다 연꽃의 자태가 더 우주적인 질서일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너른 밭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나도 접시안테나를 펼친 채 누대의 생을 받아내고 있다는 생각. 연꽃은 6월부터 9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여느 정치의 허세처럼 소란스럽게 일제히 피지 않고 조금은 사소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시즌을 지난다. 연꽃 탐방 길을 걷노라면 이러한 연꽃들 개개의 성격과 마주한다. 마치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하나씩 만나게 되는 인연처럼, 꽃의 표정이 다양하다. 활짝 핀 채 제 안의 노오란 속내를 점점이 드러내는 꽃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시들어 너른 연잎 한가운데 떨어져 말라가는 꽃도 있다. 인생은 이렇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나를 만나게 한다. 수많은 가능성에 스스로를 의지하며 이날까지 살아왔으니, 연꽃의 생은 신념이 이뤄놓은 쓸쓸한 사건이다. 결국 나와 당신은 봉오리의, 만개된, 떨어진, 연꽃이 뒤섞인 지상의 시차를 견뎌야 한다. 후회는 내가 조금 더 누추해졌었길 바랄 뿐. 비망록 윤성택 시간을 겹겹 접으니 견고하게 뚫립니다 생생한 과거를 이제 펼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의 과거에 이르는 속성은 당신에 의해 결정된 것이니 내 청춘은 고백에 가깝습니다 이 불안하고 어리숙한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무모한 기대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것이 사라졌다고 이해하겠습니다 한때의 결의도 사랑도 헌책에서 뜯겨져 나간 속지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곳의 공기에게 예감은 선물입니다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기억이란 운명을 은유하면서 일생을 떠돌게 마련이니까요 태연한 그 여백을 오늘이라고 적겠습니다 칠흑 같은 내 안의 추억은 악취뿐이었으나 당신은 그 악취에 뿌리 내린다. 나는 더욱더 썩길, 썩어가길 원했어야 했다. 그러나 온통 침전된 불행의 지층 사이로, 부끄러운 나를 휘저으며 더 깊은 곳까지 따뜻한 슬픔이 온다. 막막한 깊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혼탁한 내 안의 덩어리를 놓아주는 것. 그리하여 나는 살아가는 것이다. 무수한 입자들 속에 나를 분해하면서, 아니 용해되면서 가닥가닥의 촉감에 의지하면서. 그렇게 나에게로 다가오는 당신은 누구인가. 나를 흡수하고 지상의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는 당신은 누구인가. 나를 꽃의 향기로 흩날리게 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흰색 사이로 번진 분홍의 홍련(紅蓮), 순수한 백옥빛 백련(白蓮), 연못이 막 피워낸 것 같은 수련(垂蓮)…. 연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왠지 경건해진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는 사실보다, 연꽃 씨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연꽃이 불성을 상징한다는 말보다 더 이끌리는 건 연꽃이 어쩐지 사람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고 색깔이 있다. 곁에만 있어도 은은한 이끌림으로 마음이 환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마디 대화에도 지독한 이기심이 서려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우리는 어차피 이 지구의 시간 속에서 뿌리 내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다만 일찍 피었다 질 뿐, 아니 늦게 피느라 아직 준비가 덜 되었을 뿐.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관곡지의 연꽃이 되어 그렇게 이 계절을 살다갈 것이므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나는 그때 당신이 향기로웠다는 것을 첫 눈빛으로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당신에게서 잊혀진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 속에서 막연한 타인이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비가 오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오늘 당신이 읽는 건 선택이 아니라 선택되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한때 그토록 이루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나로 인해 함께했던 것들이 우리를 관곡지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 그런 간절한 소망 하나가 관곡지의 바람이 되어 서성이는 건 아니었을까.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간 마음이 얼마나 많은가. 헤어지지 말자고 죽어서도 잊지 말자고 했던 다짐이, 지금은 오후의 햇볕으로 고요하게 내려앉는다. 노란색 유치원복을 입은 아이가 되어, 양산을 든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되어 인연이라는 테마파크에서 해후하는 것처럼. 이제 당신은 주위의 어둠에 물들지 않고 고고해지길, 연잎에서 그대로 굴러가는 빗방울처럼 악과 거리가 멀기를, 고인 물에서 향기를 길어내듯 훈훈한 사람이 되기를, 바닥이 아무리 더러워도 늘 청정하기를, 둥근 연꽃처럼 늘 온화하기를, 연의 줄기와 같이 부드럽고 융통성이 있기를, 연꽃 꿈처럼 길한 일이 함께하기를, 반드시 맺히는 연꽃 열매처럼 좋은 결실을 맺는 사람이기를, 활짝 핀 연꽃마냥 인품과 마음이 열려 있기를, 연꽃의 넓은 잎과 긴 대와 같이 기품이 늘 함께하기를……. 글·사진_ 윤성택 시인 TIP 시흥 연꽃 테마파크 경기도 시흥시 하중동 219번지 일원에 위치해 있다. 조선 중기 농학자인 강희맹(1412∼1483) 선생이 세조 9년 진헌부사가 되어 명나라 남경 전당지에서 연씨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연 재배지가 되었다. 22㏊ 면적에 조성한 연근 생산단지로 시흥시 농가 소득 자원으로도 꼽힌다. 연꽃을 둘러보려면 햇볕을 가릴 양산이나 모자는 필수. 연못에 피는 연꽃이라 야외 천막 외에는 그늘이 없다. 자동차로 가려면 접이식 자전거를 싣고 가면 더없이 좋다. 인근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물왕저수지까지 연결된 7.5km에 이르는 시흥시 그린웨이가 자전거 도로로 잘 꾸며져 있다. 같은 색을 맞춰 입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20여 대로 지나가는 것은 기본. 호젓한 시골길과 가을 풀숲의 정경이 자전거 페달보다 가볍고 경쾌하게 펼쳐진다.
  • [발언대] 제한속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이관우 공주대 독문학 교수

    [발언대] 제한속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이관우 공주대 독문학 교수

    경찰청장이 고속도로에서의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120㎞로 상향조정할 뜻을 밝혔다. 현재 중부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110㎞인 데 비해 차로가 훨씬 넓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천안 구간의 제한속도가 100㎞로 돼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청장의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차제에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일반도로 등 전체 도로의 제한속도규정을 재검토, 현실에 맞게 조정할 것을 기대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제한속도규정은 대부분의 운전자들을 범법자로 내몬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한최고속도 때문이다. 일반도로의 경우 대체로 편도 1차로는 시속 60㎞, 2차로 이상은 70∼80㎞, 고속도로에서는 100∼110㎞로 제한하고 있는 최고속도 규정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늘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운전자가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시속 60㎞로 준법운행을 한다고 하자. 한산하던 도로는 필요 이상으로 저속운행하는 그 차로 인해 금세 정체를 이루고 그 운전자는 교통을 방해하는 주범으로 몰려 그를 추월하는 운전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거나 욕설까지 듣는 수모를 겪는다. 현행 도로교통법상의 제한속도규정이 더 이상 운전자들의 냉소와 외면 속에 가치와 권위를 실추당하지 않으려면 하루속히 현실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 일각에선 제한최고속도를 상향조정하게 되면 또다시 그 새로운 제한속도를 무시함으로써 법규위반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과속으로 인한 사고 증가가 우려된다는 반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의식도 꽤 선진화됐다고 보며 지킬 만한 현실성 있는 법규마저 무시하며 생명을 담보로 과속을 일삼을 만큼 무모한 국민은 아니라고 본다.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현실성 있는 한계를 마련하고 그 한계를 넘어설 경우 예외 없이 철저히 단속해 엄벌한다면 지금처럼 과속에 적발되어도 반성하기는커녕 다른 모든 이들도 위반하는데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고 자조하는 풍조는 사라질 것이다. 이관우 공주대 독문학 교수
  • 황영기회장 ‘직무정지 상당’ 중징계

    황영기회장 ‘직무정지 상당’ 중징계

    황영기(57)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때의 투자실패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상당’의 처분을 받았다. 은행장급 이상 고위 임원에 대한 직무정지급 중징계는 처음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3일 황 회장에 대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결정했던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1조 6000억원대 손실을 입힌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 상당’의 처분을 내렸다. 현재 우리은행에 재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무정지가 아닌, 직무정지 상당으로 결정됐다.  징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오는 9일 금융위원회에서 이루어지지만, 관련 전문가들이 합의한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금융위가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 징계로 황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은 4년간 금융기관에서 일할 수 없지만 현직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황 회장은 2011년까지는 재직할 수 있다. 하지만 연임이 불가능한 데다 사상 최고 징계를 받은 마당이어서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은 2005~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 80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지난해 말 1조 6000억원이 손실 처리됐다. ●예금보험공사 징계에도 영향줄 듯  금감원에서 1차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앞으로 후속 조치가 잇따를 전망이다. 금융위가 오는 9일 징계를 최종 확정짓고 우리은행의 대주주 예금보험공사도 이달 중 예보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금융기관 임원에 대한 역대 징계 중 최고 수위다. 2003년 위성복(조흥은행), 2004년 김정태(국민은행), 2005년 최동수(조흥은행) 행장이 각각 징계를 받았으나 직무정지보다는 한 단계 낮은 문책 경고였다.  황 회장 측은 제재 수준을 낮추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였다. 금감원에 1000페이지 이상의 소명자료를 냈고 제재심의위에서도 2시간여에 걸쳐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러나 제재심의위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 문제는 지난 5월부터 불거졌다.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은행들의 무리한 몸집 부풀리기가 지목되면서 핵심 인물로 황 회장이 부각됐다. 고객 예금으로 운영되는 은행이 만기 20~30년짜리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모험이었고, 절차에도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판단 아래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중단했던 은행에 대한 검사를 재개하면서 7월에 하려고 했던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6월로 앞당겼다. ●황 회장 이의제기ㆍ소송 여부 주목  이번 결정에 대해 거센 논란도 예상된다. 파생상품 투자손실은 퇴임 이후의 일인 데다 투자 결정 때에는 아무 말이 없다가 손실이 나고서야 징계의 칼을 빼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과감한 투자 결정은 좀체 하기 힘들 것이라는 ‘황영기 신드롬’의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내부의 시각도 엇갈린다. 증권 담당부서에서는 “투자행위에 대한 징계는 최소화돼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은행 담당부서에서는 “국민 예금으로 무모한 투자행위를 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논쟁적인 사안에 역대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아직 최종 결과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황 회장이 이의제기나 소송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모자이크의 전설 ‘친구?’…잃은 것과 얻은 것

    모자이크의 전설 ‘친구?’…잃은 것과 얻은 것

    30일 MBC 주말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극본 곽경택 한승운 김원석ㆍ연출 곽경택 김원석)이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사전제작을 통해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결국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한 ‘친구’ 그래도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큰 ‘친구’와 함께한 지난 두 달을 되돌아본다. ◆ 마이너스 - 19금 드라마, ‘모자이크’의 전설이 되다 ‘친구’는 공중파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19세 이상 시청가 판정을 받았다. 조직폭력배라는 소재, 선정적인 방송언어 그리고 폭력의 표현 수위가 꽤 높았다는 평가다.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 짙은 폭력성에도 불구 첫방은 9.0%라는 무난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주말 오후 11시라는 늦은 방송 시간대 그리고 큰 기대를 모았던 액션신이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되며 ‘친구, 모자이크의 전설’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드라마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생각보다 모자이크 처리가 많았다. 정말 공들여 열심히 찍은 화면이 덕지덕지 모자이크 처리된 걸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를 너무 몰랐던 탓이고 참 속상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치 영화 촬영을 하듯 공을 들여 제작한 드라마 ‘친구’는 결국 마지막까지 폭발적인 시청률은 얻지 못했다. ◆ 플러스 + 현빈, 김민준의 새로운 발견 · 이시언, 정유미 등 신인들의 맹활약 ‘로맨틱가이’ 현빈은 터프남으로 완벽 변신했고 ‘모델 출신’ 김민준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영화 원작과 비교될 걸 뻔히 알면서도 어쩌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배우들의 연기는 호평을 받으며 좋은 결실을 맺었다. 장동건의 추천으로 ‘동수’역을 맡게 된 현빈은 그동안 숨겨두었던 날카롭고 쓸쓸한 눈빛을 선보이며 외로운 반항아로 변신했다. 또 ‘준석’ 역을 맡은 김민준의 연기 변신도 인상적이었다. 부산 출신 김민준은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했다. 또 ‘연기가 되는’ 신인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큰 눈을 반짝이며 현빈, 김민준과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던 진숙 역에 왕지혜. 20부 내내 다소 무거웠던 극의 분위기를 밝게, 또 즐겁게 만들어준 ‘훈훈커플’ 중호 이시언과 성애 배그린. 현빈의 아이를 낳은 은지 역의 정유미 등은 드라마 ‘친구’를 부드럽고 또 감성적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10년 전 영화가 알려주지 않았던 동수의 죽음의 배후, 그리고 동수를 위한 준석의 복수를 그리며 ‘친구’는 조용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원작의 파워, 영화 이상의 영상미, ‘쪽대본’의 압박에서 벗어난 사전제작 드라마 ‘친구’. 7.2% 시청률로 쓸쓸한 퇴장을 했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명예로운 이름으로 케이블과 일본시장에서 다시 한 번 좋은 평가를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포털,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무 다하라

    인터넷 포털사이트도 기사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이 어제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포털도 언론중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법은 ‘언론의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계속적으로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전자간행물’인 인터넷 뉴스 서비스와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 등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의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다만 개인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기사의 댓글 등은 중재 대상에서 제외했다.포털은 언론은 아니지만 뉴스를 매개해 서비스하고 기사를 배열하는 등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언론이 보도에 무한책임을 지는 것과 달리 포털의 경우 문제 기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선정적인 제목으로 피해를 입어도 정정을 요구하거나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았다. 포털도 이제 언론중재의 대상이 됨으로써 인터넷에 실린 기사로 피해를 본 경우 정정보도를 청구하면 포털은 해당기사를 제공한 언론사에 사실을 통보하고 기사에도 이를 명시해야 한다. 네이버나 다음 등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영향력이 언론에 못지 않음을 감안하면 포털에 대한 언론중재법 적용은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우리는 10세 이상 국민 80%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터넷 인구 3000만명 시대를 살고 있다. 인터넷의 파급력은 이미 방송이나 신문 이상이다. 그럼에도 일부 포털업체들은 여전히 무모한 방문자수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상업주의에 휘둘리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포털 기사와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언론사에 준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포털의 영향력에 걸맞게 엄격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인터넷 언론’의 사회적 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털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기대한다.
  • 금호 박찬구 前회장 “법적대응 하겠다”

    금호 박찬구 前회장 “법적대응 하겠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전 회장이 이사회에서 해임된 지 7일 만에 반격에 나섰다. 박 전 회장은 본인에 대한 이사회의 해임조치 등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혀 ‘형제의 난’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박 전 회장은 3일 오전 ‘금호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박삼구 명예회장이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다음 의안을 ‘주요 경영현안’이라고 통보했다가 막상 이사회 석상에서는 해임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또 박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그룹 경영관리 상무가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금호산업 주식을 340억원에 매각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박 상무와 박철완(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 아시아나항공 부장은 지난달 7일 보유하고 있던 174억여원 상당의 금호산업 주식을 금호렌터카에 매각했다. 박 전 회장은 “금호렌터카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는데 어떻게 170억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지, 금호개발상사는 30억원을 차입하면서 150여억원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인수 및 매각 작업과 관련해 형인 박 명예 회장과 빚었던 갈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박 전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추진 당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박 명예 회장이 지나치게 무모한 가격과 풋백옵션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인수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이 이처럼 강한 반격에 나섬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 간의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특히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가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과정은 추후 법정 공방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경영에 필요도 없는 계열사 주식을 사기 위해 자금 사정을 악화시켜 가면서까지 손해를 입혔다면 형사상 배임죄와 민사상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박 전 회장의 반격이 ‘액션’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정으로 갈 경우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그룹에서는 “대우건설 인수 건은 2006년 11월 박 전 회장이 석유화학 이사회의 임시의장을 맡아 투자를 주도했다.”면서 “처음부터 대우건설 인수에 반대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계열사간 주식거래에 대해서도 박 전 회장이 명확한 불법 행위를 밝혀야 한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간의 주식거래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법적 절차를 거쳤다. 금호산업 주식을 당장 시장에 팔면 그룹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을 해임한 이사회의 결의에 대해서도 “해임안 상정은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게 관행”이라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박 전 회장이 실제 어떤 행동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때론 경찰보다 ‘갱단’이 낫다?

    때론 경찰보다 ‘갱단’이 낫다?

    “흑인이면서 가난한 것은 어떤 느낌인가?” 1989년 가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은 흑인갱단 ‘블랙 킹스’의 지역 일인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흑인’과 ‘빈곤’이라는 민감한 단어가 포함된 질문이라 대학원생은 진땀깨나 흘려야 했지만, 대답은 생각보다 엉뚱했다. “난 흑인이 아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단어를 수정했지만 대답은 또다시 의외였다. “난 깜둥이야.” 일인자의 논리는 이랬다. 흑인은 두 종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깜둥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교외에 살고, 넥타이를 매고 있다. 깜둥이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 이어 일인자는 대학원생의 연구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침을 놓는다.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우리에 대해 전혀 아는 것도 없으면서 넌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된거지?” # 사회학자 10년간 빈민촌서 체험연구 대학원생은 현재는 컬럼비아대 사회학교수인 수디르 벤카테시이고, 이 일인자는 벤카테시 교수가 시카고 공영주택단지 ‘로버트 테일러 홈스’를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제이티다. 벤카테시는 이 시점부터 이후 10년간 이곳을 연구하며 경험한 것들을 ‘괴짜사회학’(김영선 옮김, 김영사 펴냄)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가 ‘괴짜 사회학자’로 불리게 된 과정이라고 할까. 당시 대학원 신입생이던 저자는 인종과 빈민에 관한 가장 뛰어난 학자로 평가받는 윌리엄 줄리어스 윌슨 교수를 찾아 조언을 듣던 중 새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았다. 주제는 이렇다. 빈곤 지역으로 둘러싸인 데서 자라는 것과 가난하지만 근처에 부유한 지역이 있는 곳에서 성장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후자의 집단은 부유한 지역의 학교나 서비스, 고용 기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 연구를 위한 설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저자는 다소 무모한 방식으로 기초조사를 시작한다. 일단 대학당국이 접근금지 지역으로 삼은 워싱턴파크에 들어가 흑인 노인들을 만났다. 대화를 나누던 중 노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사회학자가 도시 빈민의 삶을 들여다보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어느새 ‘그들만의 질서’ 공감 연구를 위해 더 깊은 곳으로 찾아가 만나게 된 제이티에게 “얼간이 같은 질문이나 하면서 돌아다녀선 안 된다. 우리 같은 사람하고 어울려야 한다.”는 충고를 들은 저자는 빈민가 흑인들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아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이티의 호의로 저자는 이 지역 사람들과 그들의 가정, 마약상과 코가인 중독자, 포주와 매춘부, 주민대표와 사회운동가, 경찰과 어울리며 이곳이 단순히 ‘주택단지’가 아니라 ‘공동체’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저마다의 입장에서 어떻게 도시를 바라보고 소통하는지 확인한다. 제이티를 비롯한 블랙 킹스 일원들은 무법자이자 입법자이다. 이들은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 밀워키 등을 광범위하게 관리하며 마약거래, 강탈, 도박, 매춘 등 검은 사업으로 돈을 번다. 농구선수권대회, 소프트볼선수권대회, 카드놀이 등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스포츠와 축제를 연다. 시카고 경찰 이상으로 지역 치안에도 적극적이다. 주민들도 위험에 놓이면 경찰이 아니라 갱단을 찾을 정도다. 복지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갱단과 주민 대표, 경찰이 은밀한 역학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 빈민 살린다는 도시개발 허상 짚어 나름의 체계를 갖고 돌아가던 이곳의 위기는 정부의 ‘도시재개발계획’이었다. 빈민가 흑인들이 다른 소득계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 수 있도록 ‘빈곤의 섬’을 없애자고 진행된 도시재개발계획은 오히려 이곳의 흑인들을 이주시키고 그들의 집과 일터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공영주택단지 주민들은 이 지역에 시장 시세에 따른 분양 아파트와 타운하우스가 들어선 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확답받지만, 실제로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주택은 전체 가구의 10% 미만일 뿐이다. “더 나은 지역을 만들어 제공하겠다.”면서 재개발을 남발하지만 결국 지역에 살았던 저소득층에게는 돌아와 안착할 기회를 주지 않는 한국의 뉴타운 정책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부의 도시재개발계획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며 정책수립을 돕는 사회학자들의 연구 역시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책은 ‘갱단이 지역에, 지역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연구 주제가 바탕이 됐지만, 일반적인 사회학 저서처럼 연구방식이나 해법을 전하지 않는다. 머리에 총을 겨누며 위협하는 갱단과의 첫 만남부터 지역에서 겪은 당혹스러운 일들, 빈민가 흑인들에 대한 오해와 이해, 주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생긴 감정 등이 생생하게 녹아 있어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다. 지역 주민 대표 중 한 명인 베일리 부인과 나눈 ‘소크라테스식 대화’에서는 허점을 찔린 듯한 충격도 있다. 빈민가의 흑인을 연구할 때 연구대상을 백인사회로까지 넓혀야 하는 이유를 선문답으로 이어간 베일리 부인의 말은 이마를 탁 치게 한다. “우리를 희생자로 만들진 마. 우린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거니까. 모든 게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건 아니거든.”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코리아 대표기업 세계로 - 에너지

    코리아 대표기업 세계로 - 에너지

    자동차 관련 수출품에서도 세계 1위 제품이 있다. ‘메이드-인-코리아’가 고급제품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만큼 세계시장에선 절대 강자다. 바로 자동차에 없어서는 안 되는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다. 벤츠와 BMW 등의 고급차는 윤활유도 차의 성능과 연비를 고려해 고품질의 제품을 사용한다. 운전자들도 차량 관리를 위해 고급 윤활유를 찾고 있다. 이런 고품질의 윤활유를 만드는 원료인 고급 윤활기유에서 한국 제품이 전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석권하고 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그 주인공이다. 고급 윤활기유시장은 각국의 환경오염 규제 강화로 매년 25%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 ■ SK에너지 - 윤활기유 세계시장 50% 점유 SK에너지는 세계 고급 윤활기유(그룹3기유) 시장의 선두주자다. 세계 최초로 중질유 분해공장에서 나오는 ‘미전환 잔사유’를 원료로 사용해 고급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22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80%를 차지하는 원료로 윤활유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 석유협회(API)가 규정한 점도지수 등에 따라 그룹1부터 그룹5까지 다섯 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그룹1기유가 세계 시장의 83%, 그룹2기유 11%, 그룹3기유가 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 윤활기유의 시장 규모는 연간 440억달러 수준이다. SK에너지는 1995년 울산에 신기술을 적용한 제1윤활기유 공장을 가동하며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 대해 석유메이저사들의 관심이 낮았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진입도 쉬운 그룹1, 그룹2 시장이 아닌 그룹3에 도전한 것은 미래 상황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차량이 크게 증가면서 고급 윤활유를 찾을 것이고 연비 등에서 차별화가 없으면 제품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원료 제품에 브랜드를 붙이고 제품 판매에 나서는 획기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윤활기유 브랜드 ‘유베이스(YuBase)’를 내놓으며 해외 판매망 확장에 나선 것이다. 1996년에 미주지역, 1997년 아시아지역, 1998년엔 아프리카에 지역 판매망을 구축했다. 2004년엔 울산에 제2 윤활기유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2007년엔 인도네시아 두마이에 제3 윤활기유 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울산공장의 제1·2윤활기유 공장에서 하루 2만 1000배럴, 인도네시아 두마이공장에서 하루 7500배럴 규모의 윤활기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K에너지가 생산하는 고급 윤활기유의 90% 이상은 미국의 엑손모빌 등 세계 50개국 200개 업체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SK에너지의 윤활기유 수출액은 1조 4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4분기에만 2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성공요소로 꼽힌다.”면서 “그룹3기유 시장점유율 50% 이상의 입지와 10여년간 지켜온 부동의 1위는 메이드인 코리아의 또 다른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GS칼텍스 - 맞춤형 경유로 칠레 수출 급증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칠레산 와인은 국내 와인시장의 주류로 떠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럼 칠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한국 제품은 뭘까.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경유를 포함한 석유제품이 수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0억 400만달러어치의 석유제품을 칠레에 수출했다. GS칼텍스를 포함한 한국 정유사들의 지난해 대(對)칠레 수출 규모는 15억 1200만달러로 전체 칠레 수출(30억 3200만달러) 규모의 절반에 달했다. 경유 제품에 부과했던 6%의 관세가 지난 5년간 단계적으로 폐지된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FTA 체결 이전인 2003년 5000만달러에 그쳤던 석유제품 수출액이 5년 만에 30배로 늘었다. 칠레는 2004년 이후 아르헨티나가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하면서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었다. 이는 한국 정유업체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GS칼텍스는 당시 칠레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석유 제품을 발빠르게 생산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했다. 당시 칠레가 요구한 경유의 품질 조건은 꽤 까다로웠다. 원유를 투입해 증류할 때 증류 온도의 범위를 낮추면서도 발열량이 높은 상반된 기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고급 제품이었다. 수차례에 걸친 사전 기술검토를 거쳐 질좋은 원유를 투입하고, 경질 경유와 중질 경유를 분리해 칠레가 요구한 경유의 품질조건을 충족시켰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규격에 맞는 제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생산했다.”면서 “특히 칠레 석유시장에 정통한 트레이딩 회사와의 유대관계를 통해 경유 제품의 수출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액 34조 4200억원 가운데 57%(19조 5800억원)를 수출에서 기록했다. 2000년 23%에 불과했던 수출이 8년 만에 34%포인트 상승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이제 정유산업도 명실상부한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생산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면밀히 분석해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출물량을 최대화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S칼텍스는 현재 하루 79만배럴 규모의 정제시설과 15만 5000배럴 수준인 중질유분해탈황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과 일본, 인도, 등 3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3조원을 투자한 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이 완공되면 국제 석유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에쓰오일 - 美신차 30% 울트라에스 이용 에쓰오일이 미국의 고급 윤활기유(그룹3기유) 시장에서 ‘절대 아성’을 쌓아가고 있다. 브랜드 ‘울트라-에스(Ultra-S)’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2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시장점유율은 무려 40% 수준이다. 울트라-에스는 미국의 세계적인 윤활유 메이커를 통해 자동차용 윤활유로 제조돼 미국 50개주에서 판매되고 있다. 주요 수요처는 신차와 최고급 승용차. 미국 도로에서 만나는 승용차 12대 가운데 1대, 신차의 3대 중 1대가 울트라-에스를 원료로 한 윤활유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자동차 윤활기유 시장의 90%는 질이 다소 떨어지는 일반 윤활기유다. 신차 시장을 포함한 나머지 10%만이 고급 윤활기유로 만든 윤활유를 쓴다. 그러나 환경규제 강화와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고성능·고연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미국의 윤활기유 시장도 고급제품이 선호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폴크스바겐, 렉서스, 포르셰 등 최고급 승용차의 경우 신차 5대 가운데 1대가 울트라-에스로 만든 윤활유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회사로부터 윤활기유 규격 승인을 받기도 했다. 현재 에쓰오일은 윤활기유 단일 공정으로 세계 2위(국내 1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용도별·품질별로 모든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세계 20여개국에 전체 생산량의 63% 수준인 673만배럴을 수출했다. 금액으로는 10억달러를 웃돈다. 윤활부문의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의 19.1% 수준으로 에쓰오일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 뛰어든 지 6년 만에 ‘자동차 천국’인 미국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체 게바라 혁명의 원천은 詩

    민중혁명의 상징 체 게바라, 그는 1967년 10월 9일 사망했다. 그가 죽은 지 40 여년이 지났지만, 그의 행적, 특히 그의 혁명정신의 남상(기원)에 관한 부분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달려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그가 왜 쿠바혁명에 가담하게 됐을까? 쿠바혁명 성공 후 권력과 부가 보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콩고, 볼리비아 등 또 다른 행성의 구석을 전전했을까? 그의 혁명정신의 뿌리를 온전히 들춰 내지 못한다면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마지막 인생의 행적들은 자칫 무모한 돈키호테적 발상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의 혁명에 관한 몽롱해서 불편한 신비주의적 해석에 대해 선명한 주석을 달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신비는 마치 마추픽추의 불가사의한 정경 혹은 로라이마 테푸이 아래에 깔린 신들의 정원 같은 것이어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먼 원경이 돼버리곤 했다. 2007년 가을, 마침내 그의 마지막 유품인 표지가 아랍어로 인쇄된 녹색 노트 한 권의 내용이 밝혀졌다. 1967년 체의 사망당시 볼리비아 정부는 네루다의 시집 ‘모두를 위한 노래’의 시들이 빼곡 적힌 노트 한 권이 배낭 속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다들 믿지 않았다. 또 다른 종류의 전장일기나, 볼리비아 정부가 극비에 부쳐야만할 일급비밀문서 같은 것이려니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노트 속에는 정말 시들이 빼곡 적혀 있었다. 그것도 체 게바라가 직접 베껴 쓴,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시인들의 시, 69편. 2008년 봄, 필자는 운 좋게도 aBrace 중남미시인상 후보로 오른 덕에 쿠바문학예술인연합회(UNEAC)의 초청을 받아 쿠바를 방문할 수 있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그곳에서 이 책을 쓰기 위한 값진 자료들은 구할 수 있었다. 분석을 시작했다. 체와 시인들과의 관계, 체의 혁명정신과 시들과의 관계. 그 중 무엇보다 확신할 수 있었던 점은 체 게바라가 노트를 아프리카에서 구입했으며, 볼리비아에까지 지니고 다녔다는 사실이었다. 시기적으로는 1965년 4월부터 1967년 10월 초순까지가 되는 셈이다. 시들이 필사된 시기·장소를 아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체 게바라에게는 시가 혁명 기운의 원천이었기에 그의 심경 변화를 유추해보려는 뜻에서라도 연구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체는 일기 한 모퉁이에다 이렇게 적고 있다. “오늘 전투에서 적군을 사살했다. 직접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인 건 처음이다.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정확히 심장을 맞추려고 애썼다.” 이 시대 ‘가장 성숙한 인간’의 정신적 뿌리는 바로 여리디 여린 시였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숭고한 혁명정신을 막연한 신비주의로 몰고 가지 않아도 될 듯해, 이 책을 쓰는 동안 쾌청했다. 구광렬 시인
  • “한국발레 도약 위해 학생들과 뛸래요”

    “한국발레 도약 위해 학생들과 뛸래요”

    그는 영화에서 나온 대사를 먼저 인용했다. “마지막까지 버티는 것이 이기는 거라는 말이 있었어요.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고 끝까지 애를 쓰는 것보다 한국에서 다른 무용수들과 호흡하며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게 제가 갈 길이 아닐까요.” 호주 순회공연 중인 발레리노 김용걸(36)은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0년 파리로 건너가 ‘쉬제’까지 올라 그는 ‘국립발레단 간판스타’로 잘나가던 2000년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연수단원으로 들어간 지 5개월 후 오디션을 통과하면서 외국단원이 5% 정도뿐인 발레단에서 첫 동양인 남자 단원이 됐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세 번째 등급인 ‘쉬제(sujet)’까지 이르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이 도약한 한국의 발레리노’라는 별칭도 따라붙었다. 더 높이 올라갈 욕심을 부릴 만도 한데 한국행을 결심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7~8세 때부터 파리오페라 발레학교에 입학해서 6년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추려낸 무용수들이 모인 곳이죠. 여기서 성공하겠다면서 오랜 싸움을 했습니다.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면서 그 싸움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느끼게 됐어요. 결국 남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할까요.” 물론 아쉽다. “지금까지 가장 사랑하는 일을 했던 시간들을 등지고, 또 파리처럼 멋진 곳을 떠난다는 게 아쉽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한국 발레를 위해 또 자주 와야 할 곳이라는 걸 아니까 아쉬움이 크지는 않습니다.” 그는 9월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부임한다. “많은 분들이 파리 생활을 접고 학교로 가는 것을 은퇴로 알고 있는 듯하다.”는 그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뛰며 얘기하고 공유하는 것이 나의 가치관이며 교육 목표”라고 강조했다. 파리 생활에서 얻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조리 있게 전달하고, 서두르지 않고 연습실에서든 무대에서든 학생들과 함께 땀 흘리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부산예고 시절에 자신과 함께 뛰며 수업을 하던 당시 선생님(문영철 현 한양대 교수)을 떠올리며 “어깨 너머로 선생님보다 더 잘해 보려 했던 욕구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나 역시 학생들과 함께하며 그들과 무대에 설 기회를 자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11~12일 복귀무대… 9월엔 국립발레단과 공연 그는 교수 부임에 앞서 오는 11~1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복귀무대에 오른다.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을 빛낸 무용스타를 초청한 ‘김용걸과 친구들’이다. 그는 이 공연에서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와 ‘아레포(AREPO)’를 선보인다. “음악이 주는 파괴력과 조명의 음침함, 무용수의 직선적인 시선과 움직임이 조화되면서 새로운 몸의 감각을 경험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공연은 외국에서 자신과 싸우며 열심히 활동하는 젊은 한국 무용수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자리”라면서 “그동안 갈고 닦은 예술적 기량을 고국에서 선보일 좋은 기회이자 떨리는 순간”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는 9월10~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로 무대에 올라 그의 몸짓을 기다렸던 한국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스크린서 세상사는 법 배우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저수지로 낚시를 자주 나가시곤 했다. 그 취미를 이어받은 내 동생은 프로 배스낚시 선수 겸 낚시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그렇게 따지면 영화에 대한 나의 애호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셈이다. 어머니는 단발머리 학창시절에 극장을 자주 찾던 영화팬이셨다. 전쟁 직후 암담한 현실 속에서 자랐던 이 땅의 소년·소녀들은 그렇게 먼 나라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바라보며 꿈을 잃지 않는 법을 연습했었나 보다.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TV 앞에 함께 앉아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도 볼라치면 어머니는 배우들의 이름과 출연작들을 줄줄 꿰고 계셨다. 웬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셨냐고 물으면 딱 잘라 하시는 말씀. “그땐 다 그랬다.” 언제부턴가, 영화제 시상식을 방청하며 중계방송처럼 떠드는 역할을 어머니 대신 내가 하고 있었다. 배우들이 늙어가는 걸 보고 마치 당신의 꿈이 시드는 것처럼 안타까워 하시던 어머니의 한숨을, 이젠 내가 이해하는 나이가 되기도 했다. 영화 전문가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 감히 누구에게 자랑하자고 영화를 애호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영화라는 매체에 애정을 느낀 지 20여년 되고 보니 그 서툰 애정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나 원 참. 사랑은 많은 걸 가능케 한다더니….”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그냥 화면을 지켜보는 사람 이상의 누군가가 된다. 다른 누군가가 되어보는 경험, 그것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구태어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수고를 무릅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은막은 흡사 거울처럼,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기도 한다. 스크린에 언뜻 비치는 나의 모습은 낯익은 것이기도 하고, 때론 낯선 것이기도 하다. 사실 극장 밖 일상 속에서도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보는 것은 중요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세상 모든 도덕의 황금률이니까. 상대방의 입장에 자신을 놓고 어떤 일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것은 도덕적 감성만 가지고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실은 그것은 영화적 상상력도 필요로 한다. 영화는 내가 미처 모르던 바깥 세상을 바라보는 투명한 유리창이기도 하다. 왕왕 “거짓말 하지마”란 뜻으로 “소설 쓰지마”라고 말하기도 하고, 현실성이 없다는 뜻으로 “영화 같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이 거짓말이 아니듯, 영화를 비현실의 대명사처럼 부르는 것도 부당하다. 영화 속에는 과거에 현실이었거나, 다른 누군가의 현실이거나, 현실일 뻔했거나, 현실이지 말란 법도 없거나, 현실일 수도 있을 법한 현실의 수많은 가능태(dynamis)가 담겨 있다. 그래서 영화감상은 여러 종류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역동적인(dynamic) 체험이 되는 것이다. 화면의 의미와 작가의 의도를 샅샅이 분해하는 전문가들에 도전할 무모한 용기는 내게 없다. 그저 나는 이 책에 영화라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과, 영화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담았다. 그것이 내가 나의 벗들에게 권하는 영화감상 요령이기도 하다. 박용민 외교통상부 과장
  • [데스크 시각] ‘희망프로젝트’ 희망찾기/박건승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희망프로젝트’ 희망찾기/박건승 사회2부장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분수(噴水)효과’라는 게 있다. 솟구치는 분수처럼, 아래쪽(저소득층) 소비를 촉발시켜 그 기운이 위쪽(부유층)으로 올라오게 한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지출 증대가 소비(수요) 증가를 가져오고, 소비 증가는 다시 생산(공급) 증가를 유발해 경기부양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정부가 ‘분수효과’를 염두에 두고 내놓은 정책이 ‘희망근로프로젝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줘서 희망을 찾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가진 자 위주의 경제정책을 편다고 해서 끊임없이 공격 받아온 현 정부에는 각별히 의미있는 정책이다. 그런 회심의 정책이 시행된 지 한달도 안 돼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1조 7000억원의 추경예산을 들여 6개월간 25만명에게 일자리와 생계를 지원하겠다는 거대 구상인데도 치밀한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일을 그르치고 있는 것이다. 아래쪽에 불을 지펴 경제 전반에 훈풍이 돌게 하겠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 일거에 취약계층의 실업을 잡고, 생계를 지원하며, 더 나아가 재래시장 소비까지 살리는 ‘1타3피’의 묘수를 찾겠다고 나선 무모한 탁상머리 발상이 문제였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행정안전부는 사업 참여자 수를 지자체에 강제 할당했고, 기초지자체들은 배정받은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했다. 자격이나 가구소득과 상관없이 일단 뽑아서 밀어넣고 보자는 식이었다. 서울의 어떤 구(區)에서는 참여율이 저조하자 동(洞)간에 충원 경쟁을 공개적으로 부추겼다. 멀쩡한 임시근로자를 해고한 뒤 그 자리에 희망근로자를 심는 따위의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취약계층 일자리 대책이 수억원짜리 집을 가진 중산층 노인의 용돈벌이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자가 사는 아파트 주민 중에서도 이런저런 사람들이 희망근로에 나간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자리도 공공근로와 같은 도랑치기나 잡초뽑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지도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간 때우기식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농촌은 농촌대로 아우성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이 손쉬운 돈벌이를 찾아 이탈하면서 농번기 일손 부족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월 임금(83만원)의 30~50%를 상품권으로 주겠다는 것도 코미디 같은 발상이다. 재래시장의 매출을 증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라지만, 단돈 10원이라도 아끼려 안간힘을 쓰고, 아파도 병원에 가질 못하는 것이 취약계층의 실상이다. 가난한 집일수록 거주비나 의료비·대출이자·세금 등의 부담이 크기 마련인데, 이를 상품권으로 낼 수는 없다. 행안부가 뒤늦게 상품권의 사용처를 늘리도록 했다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못 된다. 지금까지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기획재정부가 각본을 쓰고 행안부가 메가폰을 잡고, 지자체가 배우로 나선 2009년 6월의 ‘희망프로젝트’는 초기 흥행에 실패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천문학적인 제작비(예산 1조 7000억원)만 축낸 채 말이다. 저소득층의 일자리-소비-생계 부축이란 ‘1타3피’는 고사하고, 그 어느것 하나 잡지 못함으로써 훗날 전시행정의 전형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희망프로젝트’가 더 이상 ‘절망 프로젝트’가 돼선 안 된다. 당초 취지에 맞게 취약계층들로 하여금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정책과 집행의 적절성에 대한 대대적 감사가 필요한 이유다. 정책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소재를 엄정히 가려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사업의 틀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 ‘희망프로젝트’, 그 ‘희망’이라는 이름이 낯뜨겁지 않도록 말이다. 박건승 사회2부장 ksp@seoul.co.kr
  • [데스크 시각] 내 이름으로 죽을 권리/심재억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내 이름으로 죽을 권리/심재억 문화부 차장

    존엄사 논쟁이 뜨겁다. 삶이 그렇듯 죽음도 인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이미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생명을 기계적으로 연장시키는 무모한 시도, 이를테면 문명 만능주의에 대한 각성과 반동이 사회적 논란으로 다시 불붙은 형국이다. 그러나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권리를 ‘자살할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폄하한다. 기대치는 낮지만 엄존하는 의학적 소생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논의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연명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김모(77) 할머니에 대해 대법원이 연명치료 중단을 선고하면서 표면화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이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 말기암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사실상 존엄사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세브란스병원도 자체 존엄사 기준을 제시하고 나섰으며, 국립 암센터도 윤영호 박사 주도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되짚어 보면 우리 사회에서 존엄사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의료계 일각에서 존엄사 수용을 전제로 한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그게 소극적 안락사 아니고 뭐냐?”는 주장에 밀려 이내 풀이 죽고 말았다. 존엄사와 소극적 안락사는 엄연히 다른 개념임에도 한번 잘못 든 물길은 쉽사리 바로 잡히지 않았다. 그 전, 보라매병원 의료진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개된 존엄사 논의는 보다 실천적이다.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선제적으로 이뤄지는 입법이 논의의 종결일 수는 없다. 입법에 앞서 모든 의료기관이 적용할 수 있는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지침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이런 선행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요원할 것이고, 이 경우 존엄사가 곧 안락사라거나 ‘합법적인 고려장’이라는 윤리적 시비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의료진과 보호자가 합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일은 우리 의료 현장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는 관행일 뿐이어서 언제든 제2, 제3의 보라매병원 사태를 낳을 개연성을 안고 있었다. 법적 근거없이 안락사를 자행했다는 범법의 위험을 감수하고 선뜻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낼 의사가 어딨으며, 또 죽음을 신성시하는 한국적 풍토에서 가족의 연명치료 중단을 누가 그리 쉽게 결정하겠는가? 연명치료 중단을 제도화하는 문제에 관해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환자 자신의 자율적 의지를 존중하는 것은 인륜에 부합하는 합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암 환자 한명이 한 살림 거덜내는 것은 일도 아닌’ 현실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연명치료 중단 문제가 현대판 고려장 논란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예단은 여기에 근거한다. 한 사람의 말기암 환자 때문에 나머지 가족의 생계가 위협을 받는다면 누구나 고려장적 연명치료 중단의 유혹에 귀를 기울일 것임은 자명하다. 존엄사 관련 법안에 ‘고려장 방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책’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존엄사 논의는 물꼬를 텄지만 여전히 사회적 논의는 미진하다. 특히 제도화에 발목이 잡혀 ‘죽음의 존엄성’에 대한 이해와 합의를 소홀히 한다면 그 법조문이 또 하나의 사문(死文)에 불과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누군가의 죽음이 일련번호로 호명되는 수많은 환자 한명의 죽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내 이름으로 죽을 권리’를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美국방부 “대북 추가방어조치 강구중”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은 8일 북한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압박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추가적인 방어적 조치들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런 길을 계속 갈 경우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빈틈없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정책팀에 과제를 맡겼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교적·경제적 제재를 추진하는 동시에 한국·일본과 같은 동맹국 및 중국 등과 북한이 무모한 길을 계속 갈 경우에 대비한 추가적인 방어 조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모렐 대변인은 그러나 아직 추가적 방어조치의 구체적인 방안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의 한·중·일 방문 결과와 관련, “(추가적인 방어조치들에 대해) 특히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3자(공동대응)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의사에 매우 고무돼 돌아왔다.”면서 “국가안보와 관련해 3자 차원에서 협력하는 역사적 기회”라고 말했다.모렐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 이후 군사적 방안이 검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외교적·경제적 압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설득이 실패할 경우에 대한 우리의 옵션들 중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치워진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그것(군사적 방안)은 현 단계에선 우리의 초점이 아니다.”고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배제했다.km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