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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0미터 송전탑서 외줄타기하는 사나이

    350미터 송전탑서 외줄타기하는 사나이

    350미터 높이에서 외줄타기에 도전한 간 큰 남성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상공에서 아찔한 도전을 한 주인공은 막심 케이건으로, 동료와 함께 러시아 갈라치에 있는 А-330 송전탑에서 외줄타기를 시도했다. 송전탑 높이는 350미터다. 공개된 영상에는 안전줄 하나에 의지한 채 외줄타기를 시도하는 막심 케이건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비경 한가운데에서의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짜릿함을 선사한다.하지만 노후 된 송전탑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도전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우려 섞인 질타를 보냈다. 위험한 곳에서 목숨을 담보로 하는 무모한 도전을 계속 하는 게 옳은 일인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영상=STORYTRENDER by Caters TV/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얼음인간’으로 변신한 혹한 속 서퍼

    ‘얼음인간’으로 변신한 혹한 속 서퍼

    영하 30도의 혹한 날씨에 서핑을 즐기던 한 남자의 ‘변신(?)’이 놀랍다.  지난 5일(현지시각)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엔 미국 미시간주 슈페리어 호수 남쪽 해안에서 제리 밀스(Jerry Mills)라는 남성이 촬영한 겨울 서퍼(Surfer)의 모습이 소개됐다.  고무 재질의 웻슈트를 입은 채 서핑을 즐기고 물 밖으로 나온 서퍼의 얼굴엔 금방 얼어붙은 얼음 수염으로 가득하다. 마치 커다란 오징어가 얼굴 전체를 덮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서퍼의 하반신 쪽도 얼음꽃으로 뒤덮혀 있을 거란 예상에 영하 30도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당일 날씨는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30도까지 떨어졌으며 촬영하고 있었던 제리의 오른손이 동상에 걸릴 만큼 추운 날씨였다고 한다. 제리가 서퍼에게 가까이 다가가 “오늘 기분이 어떻세요?”라고 질문하자 그는 얼굴 전체를 감싸고 있는 ‘얼음 투구’ 때문인지 “잘 안 들립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영상엔 소개되지 않았지만 인터뷰를 마친 그는 이 ‘무모한 도전’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서핑보드를 들고 또다시 물속으로 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은 “얼음 수염을 보기만 해도 으슬으슬 해진다”, “이 남자는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등의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영상=Jerry Mill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문제는 빈곤이 아니라 불평등이야

    문제는 빈곤이 아니라 불평등이야

    부러진 사다리/키스 페인 지음/이영아 옮김/와이즈베리/280쪽/1만 4800원영화 ‘설국열차’의 메이슨(틸다 스윈턴) 총리는 “누구도 신발을 머리 위로 쓰진 않는다. 신발은 그러라고 만든 게 아니니까. 처음부터 자리는 정해져 있어. 나는 앞칸, 당신들은 꼬리칸. 자기 주제를 알고 자기 자리나 지켜!”라며 불평등한 체제를 옹호한다. 극단적인 계급사회를 은유하고 있는 이 영화는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노턴 교수와 캐나다 토론토대 캐서린 드셀스 교수가 2016년 발표한 논문을 봐도 현실이 설국열차의 확장판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두 교수는 대형 항공사의 비행 기록 수백만건을 분석했다. 일등석부터 삼등석으로 좌석이 구분된 여객기는 1000회 비행당 기내 난동(욕설·폭행·기물 파손·승무원 지시불응)이 평균 1.58건인 반면 등급 구분 없이 삼등석(이코노미석)만 있는 경우 평균 0.14건에 그쳤다. 특히 기내 난동의 발생률은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앞서 탑승한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통과하는 구조에서 두 배 더 높았다. 일등석의 존재는 9.5시간 비행 지연과 같은 위험 효과로 여겨졌다. 비행기는 ‘지위 서열’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계급사회의 축소판이다. 항공사들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의도적인 불평등’을 마케팅으로 활용한다. 같은 연구에서 스스로를 우월하게 여기는 심리가 강한 일등석 승객의 경우 난동을 일으킬 확률도 수직 상승했다. 2009년 난동을 피워 기내에서 쫓겨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부인 이바나 트럼프부터 국내 땅콩회항 사건, 라면 상무, 중견기업 오너 2세 만취 난동 등이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신간 ‘부러진 사다리’는 토마 피케티 등 경제학자들이 주목해 온 경제적 불평등 현상에서 나아가 불평등이 개인의 삶과 생각,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저자 키스 페인은 켄터키주 빈민가 출신으로 노스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교수가 된 ‘개천에서 용 난’ 인물이다. 그는 성장기부터 자신이 경험한 불평등과 차별의 영향을 실험심리학을 통해 규명해 왔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진짜 문제는 빈곤이 아니며, 불평등이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그건 저자가 천착해 온 ‘왜 가난하다는 느낌이 실제 가난만큼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상대적 빈곤감만으로도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이다. 주머니 사정이 빡빡할수록 눈앞의 이익을 좇거나 무모한 결정을 하는 성향이 짙다는 건 상식적이다. 더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저 사람보다 가난하다’라는 주관적 느낌조차 무모한 위험을 감수하고 한 치 앞만 내다보는 행동 전략을 취하게 만든다는 건 놀라운 발견이다. 저자의 연구팀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부와 지위의 차별이 심한 주일수록 구글의 키워드 검색어로 ‘복권’, ‘섹스’, ‘마약’, ‘단기 소액대출’, ‘사후 피임약’, ‘성병 검사’ 등의 특정 검색 건수가 훨씬 많다는 걸 발견했다. 다양한 실증 연구와 통계지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살인, 폭력, 교육 저하, 유아 사망, 정신질환과 같은 사회문제들이 소득 자체보다는 소득 불평등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불평등은 반대 정당에 대한 적대감 비율을 높이며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인종적 편견을 강화해 사회적 갈등도 부추긴다는 증거도 제시한다. 저자는 “사회적 사다리의 꼭대기와 밑바닥이 서로 멀어질수록 더 분열된다. 이것이 바로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불평등 구조가 고착된 지역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특권의식이 더 강했고, 같은 지역의 중산층조차 거리낌 없이 비윤리적 행동을 하는 경향도 농후했다. 불평등은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가치관마저 바꾼다. “사람들은 불평등과 빈곤을 자주 혼동하고, 불평등 감소라는 목표를 경제 성장 목표와 혼동한다. 부자가 되고 나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바보, 멍청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불평등을 조장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자들의 부유함이다. 우리 인간들이 불평등 속에서 번영하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개조하는 수밖에 없다. 당신은 사다리의 몇 번째 층에 서 있는가?”(키스 페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항공기 비상탈출로 ‘목숨건 탈출’ 시도한 남자

    항공기 비상탈출로 ‘목숨건 탈출’ 시도한 남자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7시경(현지시각) 스페인 말라가 활주로에 1시간 동안이나 정착해 있던 비행기로부터 한 남자가 ‘탈출’을 시도했다가 스페인 공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57세 폴란드 남성 빅토르는 새해 첫날 런던 스탠스테드발 FR8164편 여객기에 탑승했다. 여객기는 1시간 늦게 말라가 공항에 착륙했으며 도착 후 아무런 안내 방송없이 30분이나 더 여객기에 대기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를 참지 못한 빅토르는 비상 탈출구를 직접 열고 비행기 밖으로 나갔다. 영상 속엔 그가 비상탈출구를 직접 여는 장면이 담겨져 있진 않지만 이미 열려진 비상탈출구 밖으로 나간 그가 날개 위에 주저 않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담겨 있다.  여객기서 빅토르의 옆자리에 탑승했던 라즈 미스트리씨는 “그가 심한 천식발작으로 바깥 공기를 마시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하기로 결정한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여객기가 30분 동안 정지해 있는 상태에 자유와 건강 상태가 나쁘게 된다면 당신은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말라가 공항 경찰은 비상출구 및 날개를 통해 공항을 나가려고 ‘무모한 도전’을 시도했던 빅토르를 체포했으며, 스페인 당국은 공항의 안전 및 보안규정을 위반한 그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사진 영상=solarpix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조만간 대북 특사 가능성… ‘한반도 운전자론’ 본격 시험대에

    조만간 대북 특사 가능성… ‘한반도 운전자론’ 본격 시험대에

    文대통령 제의에 대한 화답 성격 靑 “北과 소통 채널 시작될 듯”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육성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지를 명확하게 밝힘에 따라 향후 남북 관계의 공이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우리 정부 구상대로 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고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무사히 치른다면 ‘전쟁과 대결’ 프레임을 ‘평화와 공존’ 프레임으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대화 국면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반대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모든 것을 건 우리 정부를 지렛대 삼아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미국 전략자산의 즉각적 철수 등 무리한 요구를 해 온다면 오히려 남남 갈등, 한·미 갈등이 촉발돼 대화의 문이 닫히고 평화 올림픽의 의미마저 쇠퇴해 지금보다 못한 형국이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를 논의하는 사전 회담에서 남북 대표단이 이견만 확인하고 돌아선다면 북한은 향후 군사 도발의 책임을 남측 정부에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치밀하게 세워 미국과 공조하면서 적극적으로 판을 만들어 갈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으니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바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의에 대한 화답 성격이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우리가 끌고 가고자 하는 한반도 정세의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석에 올라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풀어 가려고 했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운전자’로서의 정치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주창한 ‘한반도 운전자론’이 비로소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곧 남북 접촉을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선수단 참가 문제만 논의한다면 실무접촉으로도 충분하지만, 이번엔 올림픽까지 시일이 촉박한 데다 한·미 군사훈련 연기, 남북 관계 로드맵 등 실무 수준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사안이 적지 않아 특사 파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실무접촉 준비 여부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며 우리 입장에 대한 북한과 국제사회의 반응부터 살필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남북 간 직접 채널이 사라졌지만, 중국·미국 등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서 “오늘 제안과 응답을 계기로 그런 소통의 채널도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협의가 잘 이뤄진다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남북의 한반도 평화선언, 올림픽 이후 이산가족 상봉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 역시 신년사에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북남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당국 간 교류뿐만 아니라 민간 교류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대화, 남북 관계 개선이 이뤄진다면 결과적으로 북핵 미사일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굉장히 신중하고 면밀하게 더 확인하고 다음 행보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늘 청와대 입장 발표는 신중한 환영 정도로 해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측에 화해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김 위원장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는 등의 표현을 동원해 미국을 자극하고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언제든 핵단추를 누를 수 있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측에는 ‘외세와의 핵전쟁 연습을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한국과 미국을 갈라놓으려는 불순한 속내가 담겼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청와대가 미국 외교라인과의 조율을 거쳐 거듭 신중을 기해 오후 4시가 돼서야 이른바 ‘신중한 환영 입장’을 밝힌 이유다. 다만 북한이 신년사에서 추가적인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남북·북미 대화를 고려해 수위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는 것이 북한의 목표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와의 올림픽 사전 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이목을 의식해 무모한 도발은 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 (유소영)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 (유소영)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넓은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금 이 순간, 나를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대사예요. 리들리 스콧 감독, 해리슨 포드 주연.” 침착해 머큐리. 할 수 있어. 네가 어떤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프레디가 처음으로 보여준 영화였어요.”원형 스튜디오의 중앙을 가득 채운 대형 홀로그램 화면에 프레디의 사진이 떴다. 누가 로봇 아니랄까봐, 저 로봇미소는 어째 변하질 않냐. 입꼬리만 올라간 프레디 특유의 어색한 미소는 그가 최근 돌보기 시작한 7살짜리 브라이언의 환한 웃음과 대비되어 떨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 돌보기는 이제 지긋지긋해. 웃기지 않아? 그게 내가 제작된 유일한 이유인데. 하지만 그 생각만 하면 유동액이 역류할 것 같아.’ 그런데 너는 아직도 그러고 있구나. 어쩌면 영원히 그래야겠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D구역 아동보호시설 아이들은 대부분 생일을 자기가 정해요. 언제인지 모르니까. 저는 프레디와 처음 만난 날이 생일이죠. 7살 생일날 밤, 프로틴 바를 하나 먹고 자려고 누워 있는데 갑자기 프레디가 그러더라구요. 우리, 나가자.” 그때 꽉 잡혔던 손목의 감각을 아직도 기억한다. 정신없이 이끌려 따라간 곳은 기숙사 옥상이었다. 프레디는 옥상 한쪽 벽에 기대 앉았다. 나도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우리 둘뿐이었다. 여기 춥고 무서워, 나는 중얼거리며 프레디 옆에 몸을 바짝 붙였다. 프레디는 대답 없이 팔에 붙은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별안간 깜깜하던 밤하늘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눈앞을 가득 채운 별들은 금방이라도 내게 쏟아질 듯 가까웠다. 우와! 나도 모르게 입술 새로 탄성이 새어나왔다. “일곱 살짜리가 볼 건 아닌데, 그래도 볼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분명 반칙이었다. 이미 영화의 첫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이상, 내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순진했던 나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프레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거의 모든 대사를 목소리까지 바꿔 가며 따라했다. 좀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그 모든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던 프레디의 옆얼굴. 영화 속 안드로이드 로봇의 마지막 대사를 따라하면서, 프레디는 분명 울고 있었다. 내가 로봇의 눈물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꼬맹아, 재미있었어?” 영화가 끝나자 프레디는 언제 울었냐는 듯 예의 그 쾌활하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돌아왔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미있었다, 정말로. “너 정말 별난 애다. 보통 5분 내로 지루해하던데. 끝까지 다 본 애는 네가 처음이야.” “나, 저기 갈래.” 아, 정말이지 일곱 살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방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졌던 별세계에 진짜 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프레디가 피식 웃었다. “나도 가고 싶어. 우주로 갈 수만 있다면 없는 영혼이라도 팔겠다.” “그럼, 가자.” 나는 프레디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래, 가자.” “언제? 언제 가?” “음….” 잠깐 말이 없던 프레디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 가리켜 보였다. “여기 저장돼 있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정말?” “그럼.” 프레디는 우주에 가려면 알아야 할 게 많으니까, 영화를 많이 봐 둬야 해. 라고 덧붙였다. 아아, 그렇구나. 일곱 살의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우주를 꿈꿨던 건 그때부터였어요.” 대형 홀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얼굴이 보였다. 프레디가 영화를 보여 줄 때마다 얼빠진 표정이라고 놀렸던, 꿈꾸는 듯한 눈동자였다. “하지만 제 인생은 시작부터 지지리도 운이 없었죠. 하필 D구역에서, 자연출산으로 태어났어요. 그래도 여자로 태어날 가능성이 50%는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그마저도 저버렸죠.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 나오자마자 길가에 버려져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어요. 저도 알아요. 우주는 여자, 그것도 최고로 우수한 유전자들만 배양한 인공자궁에서 태어나는 A구역 여자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이라는 거. 하지만 기적처럼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저는 166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어요. 이번 한 번만, 제 인생에도 행운이 찾아와 주길 바라면 안 될까요?” 다음 순간, 고막을 찢을 것 같은 함성이 장내를 울렸다. 홀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이름 아래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투표했다고? 나는 멍하니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 연방 시민 여러분,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석 달간 이어져 온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제, 최후의 한 명을 밝힐 차례입니다. 지구연방 항공우주국 QUEEN에서 주최한 <남자를 위한 우주 비행 프로젝트>의 최종 탑승자는,” 사회자가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자,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다. 그녀는 스튜디오를 훑으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제발. 제발. 제발! 1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 사회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D구역이 낳은 기적의 소년, 머큐리 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 이후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멍멍하게 울리던 함성, 번쩍이는 플래시, 내 목에 걸린 지구 모양 메달의 무게, 대형 홀로그램 화면을 꽉 채우던 실시간 리플들, 밤하늘에 수없이 아로새겨지던 네온 폭죽들,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세게 뛰던 내 심장 박동, 그런 것들이 드문드문 기억날 뿐이다. 다음날 새벽, 눈뜨기가 무섭게 최신형 AVR 세트 광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AVR 콘택트렌즈와 귀 뒤에 부착하는 센서티브 패치, 웨어러블 슈트에 AVR 워치까지, 그야말로 풀세트였다. AVR 기기를 주렁주렁 차고 침대에 누워 있자니, 실험용 생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괜히 몇 번 몸을 떨었다. 광고 촬영 장소는 카페였다. AVR 시스템에 접속해 장소를 설정하고 이동 버튼을 누르자, 나는 순식간에 어느 대형 체인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동하자마자 맨 먼저 느껴진 것은 감미로운 커피 향과 갓 구워진 빵 냄새였다. 뒤이어 은은하게 흐르는 카페 안의 음악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쿠션감이 가득한 의자는 편안했고, 노란빛이 감도는 조명은 정면으로 올려다보아도 눈이 시리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나는 자고 일어난 모양 그대로 숙소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을 텐데, 한껏 꾸미고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또 다른 나는 테이블에 세팅된 초콜릿 케이크를 포크로 우아하게 떠냈다. 촉촉한 빵과 끈적이는 초콜릿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떠낸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 쌉싸름하고 달콤한 초콜릿이 혀를 싸고돌았다. 프로틴 바만 먹고 살았던 나로서는 생전 처음 느껴 보는 맛이었다. 입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느낌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저기, 머큐리다!” 날카로운 하이 톤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몰려든 내 팬클럽 회원들이 카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촬영감독의 미간이 확 찌푸려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죄송하지만, 촬영에 조금만 협조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렇게까지 공손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감독은 C구역 사람인가 보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의 애처로운 부탁에도 불구하고, 카페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가히 폭주 상태였다. 어느새 넓은 홀을 꽉 채우며 테이블 바로 앞까지 몰려온 그녀들은 내 몸 이곳저곳을 함부로 만지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악! 아파!” 비명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픔도 감각이라는 걸 잊고 있었어! 최신 버전 AVR답게 머리카락이 통째로 뜯기는 아픔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AVR 전원을 껐다. 짧은 삐 소리와 함께 다시 침대 시트와 주렁주렁 달린 AVR 세트들의 감촉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왠지 모를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치고 QUEEN에 도착하자마자, 공기는 180도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A구역 여자들마저 극성팬으로 만든 기적의 소년이었는데, QUEEN으로 들어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다시 D구역 머저리 남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훑는 눈길들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우주로 갈 거야. “네가 머큐리구나. 나는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인 비치 박사라고 한다.” 그녀의 첫인상은 뭐랄까… A구역을 사람으로 만들면 나올 것 같은, 그야말로 ‘A구역 표준형 인간’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탄력 있는 피부와 완벽한 몸매, 지적이면서도 단정한 인상까지. 금발 머리를 한 올도 삐져나오지 않게 틀어 올렸는데, 그 동그란 머리가 각진 은빛 유니폼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7일간 여기 머물면서 우주 비행에 필요한 훈련과 검사들을 할 거야. 그리고 7일 후 우주로 출발한다. 더 궁금한 점은?” “아, 저기….” “다음 일정은 기자회견이야. 이동.” 내 말은 못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비치 박사는 자기 팔목에 채워진 AVR 워치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못 다한 말을 혀 밑에 꾹 눌러 씹은 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벌써 세 시간이 지났는데, 기자회견은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A구역마저 사로잡은 애교 한 번 보여 달라는 기자의 끈덕진 요구에 나는 마지못해 볼에 어색하게 바람을 넣었다. 욕이 나오려는 걸 꾹꾹 참고 억지로 웃어 보이느라 광대뼈가 아려왔다. 내가 생각한 인터뷰는 이런 게 아니었다. 아니, 다른 우주비행사들 인터뷰 영상에는 멋있고 프로페셔널한 질문들이 막 넘쳐나던데, 어? 그래서 어제 밤을 새서 예상 질문이랑 답변도 다 연습했는데. 왜, 왜 나한테는 피부 관리 비결이나 물어보고, 애교나 부리라는 거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럼 다음 질문. 자신이 QUEEN의 수석연구원이었다고 주장한 메이 박사가 공개한 영상이 오디션이 진행되는 내내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머큐리 군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게 무슨….” “잠깐,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질문입니다. 머큐리 군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비치 박사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QUEEN에서 이미 입장을 발표한 바와 같이, 문제의 영상은 논리적 근거가 1%도 없는 가십성 루머에 불과합니다. 현재 QUEEN은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이 박사의 영상과 관련해 매니스트(MENIST) 또한 QUEEN 측에 의혹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UEEN의 입장은 앞서 말한 바와 같으며, 따로 언급할 가치가 없는 사안입니다.” 기자들의 머리 위로 앞다투어 초록색 광선이 나타났다. 다들 실시간 기사 전송 중이구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한 번 초록색 광선이 우수수 떠올랐다. 좋아, 완벽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아무도 눈치 못 챘을 거야. 나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AVR 검색 기능을 켰다. 메이 박사는 뭐고, 매니스트는 또 뭐야? 생전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D구역에는 제대로 된 미디어나 검색 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고작해야 스마트폰이니, 말 다했지 뭐. 요즘 누가 스마트폰 쓴다고. ‘메이 박사 영상’을 입력하자 사람들이 올려놓은 문제의 영상이 여기저기 떴다. 이미 모두 재생이 막힌 상태라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영상 아래 달렸던 댓글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정보의 조각들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내가 실험체라는 거네?” 메이 박사의 주장은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QUEEN의 최종 목적은 우주 공간에서 AVR 시스템을 구현시키는 것으로,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주는 지구와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실험체가 꼭 필요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희생당할 게 뻔한 실험체를 QUEEN의 고급인력들로 채울 수는 없었다. 실험을 진행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또한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열린 게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라는 거였다. 실험체도 얻고, 프로젝트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거대기업들로부터 굴러들어오는 지원금은 덤이라는 게 그녀의 결론이었다. 사람들은 댓글마다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이게 진짜일까요?> <queen에서 듯.=“” 헛소리인=“” 그냥=“” 생각에는=“” 제=“” 한다던데요?=“” 강경대응=“”> <매니스트에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던데, 뭔가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닐까요?> 맞다. 매니스트. 저건 뭐지? 나는 다시 검색어를 입력했다. <매니스트: 여남이 평등하며 가치가 동등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또는 그 단체.> 백과사전에서 말하는 매니스트는 간단명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훨씬 복잡한 댓글들이 가득했다. <여남의 권리 평등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웬 헛소리?> <이론과 실제는 다르죠. 모든 직업에 여남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남자가 뽑혔단 얘기 들어보셨어요? 분명히 차별은 있어요.> <여자가 가진 특성이 현대 사회에 더 적합한 걸 어쩌란 말입니까? 남자들이 가진 거라고는 육체적 힘뿐이잖아요. 요즘 세상에 로봇이 있는데 누가 그걸 남자한테 시키겠어요?> <그러니까 문제죠. 심지어 D구역에서조차 여아선호사상 때문에 남자가 태어나면 버리거나 낙태시킨다고 하더라구요. 최소한 아이들이 죽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분 대화가 안 통하네. D구역 여자들이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는 걸 우리가 무슨 수로 막아요? 당신 매니스트죠?> <아니, 그건 아닌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매니스트’라는 단어는 욕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매니스트지? 는 상대방을 꼬리 내리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았다. 아니, 그런데 매니스트고 뭐고 간에….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분명히 알게 된 건 많은데, 정작 중요한 의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메이 박사 영상이 사실일까?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소설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 그것도 D구역 남자니까. “에휴, 모르겠다.” 나는 AVR 워치의 전원을 꺼 버렸다. 렌즈도 빼고, 센서티브 패치도 떼고, 종일 입고 있던 슈트도 벗어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메이, AVR 시스템, 실험체, QUEEN, 매니스트, 여자, 남자… 방금 전까지 봤던 낱말들이 뒤죽박죽 섞여 머리 위를 떠다녔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몰려드는 글자들을 쫓아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다음날 첫 번째 일정은 우주선 홍채 등록이었다. 홍채 등록은 AVR로 대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실제 눈동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직접 우주선으로 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내 이름을 딴 우주선, 머큐리-17473호는 모든 점검을 마치고 발사대에 설치된 상태였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을 보자 새삼 가슴이 벅찼다. “자, 홍채가 제대로 등록됐는지 점검한다. 눈을 여기 갖다 대.” 비치 박사가 시키는 대로 홍채를 인식시키자, 육중한 우주선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없이 우주선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서 계기판과 레버, 버튼들이 깜박이고 있었다. “저 중앙에 있는 녹색 버튼이 출발 버튼, 그 옆에 있는 건 자동항로검색장치….” “자동항로검색장치를 아나?” “인공 지능에 등록된 우주 지도를 이용해서 목적지의 좌표를 찍으면 알아서 최단거리의 항로를 찾아주는 장치죠,” “그 위에 있는 파란색 레버는?” “수동조종레버요. 작동법도 싹 다 외웠어요. 물론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지만.” “보통이 아니군.” 비치 박사가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 또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어디서 감히….” 비치 박사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연구원 한 명이 그녀에게로 급하게 뛰어왔다. 그녀의 말을 듣던 비치 박사가 곧 입술을 잘근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넌 일단 돌아가 있어.” 비치 박사는 그 말만 남긴 채 쌩하니 몸을 돌렸다. 하여튼 싸가지 없긴. 이번엔 또 뭐야? 나는 부지런히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매니스트, QUEEN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 시작?” AVR 시스템을 켜자마자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아까 숙소로 올 때 주변에서 어른거리던 것들이 그럼 매니스트 회원들이었나 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기사를 클릭했다. “뭘 보고 있는 거지?” 아뿔싸.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비치 박사가 문간에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5분 내로 인터뷰실로 이동해. 긴급 기자회견이야.” “하지만….” “메이의 영상은 당연히 거짓말이야. 그래서 너한테 알리지도 않은 거고. 다만 지금 여론이 너무 뒤숭숭하니까 네가 나서서 불필요한 헛소문을 좀 멈추라는 뜻이야. 알겠니?” “….” “지금 헛소문이 돌아봤자 너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어.” 그래. 지금 헛소문이 돌아봤자 나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지. 나는 비치 박사의 말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는 QUEEN과 비치 박사님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매니스트 회원들은 근거 없는 루머에 휘둘리고 있어요. 당장 불법 시위를 멈춰야 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지켜보고 있던 비치 박사가 손을 들어 웅성거리는 장내를 정리했다. “머큐리 군의 입장 표명은 이상입니다. 기자회견을 종료하기 전에, QUEEN 측에서 준비한 영상을 이 자리에서 최초로 공개하겠습니다.” 비치 박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버튼을 눌렀다. 심드렁하게 화면을 쳐다보던 나는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튕기듯 일어섰다. “프레디!” 화면에 등장한 건 프레디의 얼굴이었다. “안녕, 머큐리. 잘 지내고 있지? 오늘이 벌써 9월 4일이야. 네 생일 이브.” 그러고 보니 내일이 내 생일인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가 되면 기숙사 옥상에서 영화를 봤지.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생일에 너는 QUEEN 숙소에 있겠구나. 그곳 옥상은 어때? 보고 싶어, 머큐리.” 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소감을 물었다.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너무 놀랍고 보고 싶다는 등의 말을 주워섬겼다. 기자들의 머리 위로 녹색 광선이 휙휙 지나갔다. 아마 실시간으로 ‘머큐리와 프레디, 감동적인 만남의 현장!’ 따위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나와 프레디의 기사가 매니스트의 시위 기사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비치 박사는 꽤 만족한 얼굴이었다. “좋아.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이야. 쉬어도 좋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숙소로 이동했다. AVR 워치를 뽑아내듯 벗겨내 던져 버리고, 침대 위에 쪼그려 앉았다. 춥지도 않은데 몸이 덜덜 떨려왔다. 프레디와 나는, 단 한 번도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날은 9월 5일에서 9월 6일로 넘어가던 밤이었다. 그 이후로는 시도 때도 없이 영화를 봤었고, 생일이 되면 내가 영화를 보여 달라고 조르긴 했지만 시간을 정해놓은 적은 없었다. 옥상은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날, 내내 옥상에서 찬바람을 맞은 내가 지독한 감기에 걸려 몇 주를 앓았기 때문에 프레디는 그 이후로 옥상이라는 말만 나와도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프레디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가 되면 기숙사 옥상에서 영화를 봤지.’ ‘이번 생일에 너는 QUEEN의 숙소에 있겠구나.’ ‘그곳 옥상은 어때?’ ‘보고 싶어.’ 순간 머릿속에 불이 번쩍, 했다. 지금이 몇 시지? 튕기듯 일어나 AVR 워치를 켜자, 11시를 가리키는 계기판 알림음이 울렸다. 나는 알림음이 끝나기도 전에 AVR 시스템의 전원을 껐다. A구역에서 AVR 없이 움직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실시간 위치를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살금살금 숙소를 빠져나왔다. 옥상은 여기서 61층 위. 진공관에 타는 게 가장 빠르겠지만 들킬 위험이 너무 높다. 나는 계단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마 이 건물이 세워진 이래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계단일 것이다. 1일 필수 운동량조차 실내 운동기구로 해결하는 A구역 사람들이 건물에 계단을 만든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하지만 D구역에서 14년을 살아온 나라면 얘기가 다르지. 나는 심호흡을 하고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각오는 했지만, 61층을 걸어 올라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지만 계단을 오르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AVR 시스템을 껐으니 지금이 몇 시인지도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최대한 빨리 도착하는 수밖에. 나는 얼얼한 다리를 이끌고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옥상이었다. 나는 쓰러지듯 한쪽 벽에 기대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나 하나뿐이었다. 여기 춥고 무서워, 나는 중얼거리며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그 순간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네 살짜리가 볼 건 아닌데, 그래도 볼래?” “프레디!” 조용히 해야지, 프레디가 속삭였다. 나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프레디가 씩 웃으며 팔에 붙은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깜깜하던 밤하늘이 환해짐과 동시에,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비치 박사였다. 그리고 그녀 앞에 한 사람이 등을 보이며 서 있었다. “…시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제는 머큐리 팬클럽까지 합세하고 있다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그럼? 대체 이것보다 큰 문제가 뭐야?” “머큐리가 우주선 조종법을 알아. D구역 남자애 주제에 건방지게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하도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줄 알고 뽑아놨더니, 내 발등을 내가 찍었어.” “뭐? 그럼 어쩌자고?”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머큐리가 우주선 안에서 수동조종이라도 한다면 통제할 방법이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저런 걸 우주선에 태워선 안 돼.” 영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늘 밤 12시에 공개될 거야.” 프레디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다시 입을 연 건 프레디였다. “돌아가자, 머큐리.”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프레디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방금 영상 못 봤어?” “봤어.” “여기 있으면 위험해. 메이 박사의 영상은 거짓말이 아냐. 저들은 애초에 널 우주선에 태울 생각이 없어! 그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널 카메라 앞에 내세워서 이용할 뿐이지, 나중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나도 알아.” “그럼 돌아가자. 난 이런 곳에 너를 1초도 놔둘 수 없어.” “아니, 나는 안 돌아가.” “머큐리!” 프레디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프레디, D구역과 우주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뭐?” “둘 다 AVR 시스템이 안 통한다는 거야. 우주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곳이니까. 우주에 가는 길이 평등하지 않아서 문제였지.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왔잖아. 이제 와서 스스로 이걸 포기하라고?” “머큐리, 우주에 가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내가 더 간절할지도 모르지. 너는 7년 동안 간직한 꿈이지만 나는 59년이니까.” 프레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머큐리, 지금 네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0%에 수렴해.” “0%에 수렴한다는 말은 0%는 아니라는 말이네. 생각보다 희망적인데?” “머큐리!” “내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0%에 수렴한다면, 내가 지구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그냥 0%야. 왜 아직도 그걸 몰라?” “뭐?” “네가 영원히 아이 돌보기 로봇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나 또한 영원히 D구역 남자니까. 지구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가 있어?” “….”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난 그걸 택하고 싶어.” 다시,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 건 프레디였다. “머큐리,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나랑 같이 가지 않을 거야? 나를 여기 데려다 준 매니스트 회원들이 우리가 돌아가는 걸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어.” “미안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좋아, 머큐리. 우주에 간다 치자고. 지금 QUEEN 주위에 수십만 명이 있어. 우주선까지는 어떻게 갈 거야?” “어차피 다 AVR 홀로그램이야. CCTV에만 안 들키면 돼. 밤이고, 나는 몸집이 작으니까 잘 숨으면 눈에 안 띌 수도 있어.” “무모한 짓인 걸 알면서도 해보겠다는 거지, 결국은.” 프레디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럼, 네 AVR 세트를 나한테 줘.” “뭐?” “난 인간형 로봇이니까, AVR 착용이 가능할 거야. 그럼 너 대신 내 위치가 노출되겠지. 오래는 못 버티겠지만, 시간을 조금 더 벌어줄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프레디, 너무 위험하잖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너는 하면서, 나는 하지 말라는 건 반칙 아냐?” 프레디가 내 손에서 AVR 워치를 풀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어쩐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가 멍청히 서 있는 사이, 프레디의 손목에 내 워치가 채워졌다. 다음은 렌즈, 그 다음은 센서티브 패치, 마지막으로 내 웨어러블 슈트와 프레디의 옷까지 바뀌었다. 내가 된 프레디가, 프레디가 된 나를 보고 웃었다. “이 마당에 부담 주긴 싫지만, 이렇게 된 이상 넌 꼭 성공해야 돼.” “프레디….” 지금 울면 안 돼. 프레디의 기억 속에 그렇게 남으면 안 돼. 애써 웃어 보이려 노력하는데도 눈가가 자꾸 화끈거렸다. 프레디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머큐리, 그거 알아? 네가 이 프로젝트 지원하던 날 밤에 본 영화, 그게 내 저장 장치 속 마지막 영화였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프레디가 등을 돌렸다. 곧이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계단을 향해 무작정 소리쳤다. 울음 때문에 발음이 제멋대로 뭉개져 나왔다. “프레디! 나 꼭 돌아올게! 옥상, 옥상으로 올 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무조건 기다리고 있어야 돼!” 내 말이 들렸을까. 발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곧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홀로그램들이 크게 동요하며 일렁거렸다. 홀로그램들은 일제히 비행장 반대 방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으로 달렸다. 바깥은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저기 홀로그램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고, 경비로봇들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비행장 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목에서 쇠 맛이 나더니, 나중에는 피 맛이 났다. 머큐리-17473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열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홍채를 인식합니다.” 정신없이 얼굴을 갖다 대자, 경쾌한 안내 음성이 울렸다. “환영합니다! 비행사는 우주선 안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우주선 전체가 윙윙거리며 진동했다. 계기판과 레버, 버튼에 불이 깜빡였다. 머큐리-17473호는 날아오를 준비를 마치고 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종간으로 다가갔다. 녹색 버튼을 누르자 추진 로켓이 굉음을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7살 생일날 밤, 내 앞에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반짝이던 별들이 떠올랐다. 주인공 로봇을 흉내 내던 프레디의 눈물방울이 별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꿈꾸는 듯 펼쳐졌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 우주선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과 겹쳐졌다. 얼굴에 번진 눈물을 대충 훔쳐내고, 조종석에 앉아 벨트를 채웠다. 남자, 여자, D구역, A구역, 비치 박사, QUEEN, 그리고 나를 괴롭게 했던 모든 것들. 안녕히 계세요. 나는 이제 떠날 거예요. 우주로 갈 거예요. 장미성운의 그 오묘한 빛깔을 내 눈으로 보고, 말머리성운의 머리 위를 비행할 거예요. 별의 물결이 흐르는 파로크 바다를 항해하고, 불사라 지구의 쏟아지는 운석들 사이에서 아찔한 곡예비행도 할 거예요. 이제 막 태어나는 별을 발견하면 프레디와 내 이름을 붙여줄 거고, 주어진 운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별도 말없이 지켜볼 거예요. 우주에서라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하죠. 나는, 그냥 머큐리일 뿐이니까. “가자, 머큐리.” 수동 조종 레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2166년 9월 5일 01시 06분 11초, 머큐리-17473호 발사.
  • “2018년 북한과 전쟁 가능성 작다”

    “2018년 북한과 전쟁 가능성 작다”

    2017년 정유년 한 해는 북한의 잇따른 핵과 미사일 실험도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말폭탄 주고받기’로 전쟁 가능성이 높아져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었다.2018년 새해에도 북한과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미국 전략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미국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30일(현지시간) 24년간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한 이라크전 참전군인이자 작가 피터 밴뷰런의 기고문을 통해 “만약 북한이 순전히 전쟁 억제력을 위해, 즉 이라크와 리비아의 비핵화 후 미국이 공격한 것처럼 자신들을 공격할 것에 대비해 핵무기를 유지한다고 보면 미국으로서는 전쟁을 치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밴뷰런은 “북한의 국정 철학인 주체사상에 구현된 북한 역사는 생존, 체제 유지가 핵심”이라며 “북한 사람들은 우리가 먼저 사용하지 않으면 그들의 것(핵무기)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압도적 힘의 우위를 가진미국에 무의미하게 선제공격을 해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유엔대표부 대변인을 역임한 조너선 와첼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전쟁이 발발하면 자신이 첫 희생자가 될 것을 알고 있다”며 무모한 행동을 감행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와첼은 “북한 정권은 통치와 생명 유지를 위해 핵무기에 매달리는 것으로 러시아와 중국도 바로 옆 나라에 핵무기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전면전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진단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인 아이작 스톤 피시 역시 일간신문 USA투데이에 “(2018년에도) 전쟁이 없을 것”이라며 “모든 측면을 따져볼 때 북한은 전쟁을 치를 때 잃을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냉정한 두뇌가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렁크 타고 고가도로 달리는 中 남성…‘집으로 가는 길’

    트렁크 타고 고가도로 달리는 中 남성…‘집으로 가는 길’

    최근 중국의 한 고가도로에서 바퀴 달린 트렁크에 올라앉아 질주하는 황당한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3일 정오경 교통경찰은 우한(武汉) 이환선(二环线) 고가도로에서 트렁크 위에 앉은 채 역주행하는 남성을 발견했다고 초천도시보(楚天都市报)는 전했다. 이 남성은 고가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 차량 옆에서 트렁크 바퀴를 굴리며 역주행하고 있었다. 바퀴가 잘못 구르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교통경찰은 즉각 이 남성을 멈춰 세운 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조사했다. 사연인즉 그는 타지에서 우한으로 돌아오던 중 기차역을 벗어나자마자 휴대폰과 지갑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날씨는 춥고, 몸은 피곤하고, 집에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수중에는 차비 한푼 없었다. 결국 그는 트렁크에 올라타 고가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의 행동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며, 훈계 교육을 한 뒤 이 남성을 경찰차에 태워 집 앞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이 남성은 경찰의 따뜻한 도움에 감사하며, “다시는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자산 148조 새마을금고, 비리 오명 벗고 투명금고로

    자산 148조 새마을금고, 비리 오명 벗고 투명금고로

    정부가 각종 금융 사고와 금고 이사장의 ‘사금고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새마을금고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나서면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중앙회 회장과 단위금고 이사장을 회원 직선제로 뽑고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독립시키는 것이 골자인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지난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새마을금고법 38개 조문이 한꺼번에 바뀌는 건 1982년 법 제정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환골탈태에 나선 새마을금고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1963년 경남 산청 마을주민이 만든 금고로 출발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한국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해 자금의 조성과 이용, 회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 지역 사회 개발을 통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새마을금고법 1조) 설립된 비영리 금융 기관이다. 1963년 5월 경남 산청 하둔면에서 일본 유학파 출신 권태선씨 등 마을 주민이 만든 ‘하둔신용조합’이 시초다.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신용조합이 확산되자 새마을운동의 취지와 잘 맞는다고 판단한 정부는 1973년 이들의 명칭을 ‘새마을금고’로 바꾸고 중앙조직인 ‘새마을금고연합회’(2011년 새마을금고중앙회로 개칭)도 설립해 지원에 나섰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지역이나 직장에서 설립한 개별 단위금고와 이들을 통합 관리하는 중앙회(본부 및 지역본부 13곳)로 이뤄져 있다. 단위금고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예금과 대출 업무를 한다. 지역금고는 해당구역에서 살거나 생업에 종사하면 누구나 정회원(조합원)이 될 수 있고 정회원이 아닌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직장금고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개별 기업 직원을 위한 것으로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1319개 단위금고(지역금고 1213개, 직장금고 106개)가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단위금고가 2743개였지만 공적자금 투입 없이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148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재계 3위 SK그룹(170조 7000억원)과 4위 LG그룹(112조 3000억원) 사이다. ●재계 4위 LG그룹보다 자산 많아 새마을금고는 이윤추구를 최우선시하는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단위금고 정회원과 지역사회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현재 새마을금고의 1년짜리 정기예금과 적금 이율은 2%대로 비슷한 조건의 시중은행 상품보다 1% 포인트가량 높다. 정회원과 일반 이용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단위금고별 예·적금 상품 금리는 모바일 앱 ‘MG상상뱅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새마을금고는 연간 당기순이익의 5% 이상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환원사업비’로 편성한다. 지난해 전국 새마을금고의 환원사업비는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7.2%(시설투자금 포함 시 15%)다. 환원사업비는 대부분 지역사회 장학금이나 복지시설 지원 등에 쓰인다. 행안부와 협업해 저소득 지역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지역희망나눔 사랑의 집수리운동’ 사업도 펼친다. 새마을금고와 농업협동조합 등 상호금융기관 금융상품은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5.4%)가 면제돼 농어촌특별세(1.4%)만 내면 된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정회원으로 가입해 출자금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 회원이 아니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출자금 역시 회원 한 명당 1000만원까지는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는다. 다른 금융기관처럼 새마을금고도 고객 한 사람당 5000만원 한도로 예금자보호가 된다. ●시중은행보다 금리 높고 대출 조건도 좋아 출자금에 대한 배당수익률도 높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출자금 평균 배당수익률은 2.67%로 지난해 국내 증시 코스피 배당수익률(블룸버그 집계 기준) 1.6%보다 1% 포인트 이상 높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금고의 경우 지난해 출자배당률이 5%였다. 삼성전자 새마을금고는 2010년 배당률 30%를 기록,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1000만원을 출자했다면 배당금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건전성 지표도 양호하다. 올 11월 현재 새마을금고 평균 연체율은 1.18%로 저축은행 평균(4.8%)보다 훨씬 낮다. 고정이하 여신비율(회수가 어려워진 대출잔액 비율) 역시 1.71%로 시중은행 수준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제1금융권 은행처럼 고신용등급 고객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치는 대단히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밀착 영업의 힘이다. ●“농협처럼 중앙회 은행화? 설립 취지 어긋나” 삼성전자 새마을금고의 자산은 3조 8900억원으로 ‘4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조합원 9만 3500명에 이용고객 19만 5000명으로 제1금융권 부럽지 않은 상호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자기자본비율(BIS)도 15%대로 시중은행 평균치(16.1%)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주거래은행은 우리은행이지만 삼성전자 임직원 10명 가운데 7명은 새마을금고 계좌로 월급을 받는다. 높은 금리와 대출 혜택 덕분이다. 삼성전자 새마을금고의 정기예금 금리는 일반 시중은행보다 1% 포인트 정도 높고 거래 실적 등에 따라 추가 우대금리도 받는다. 아파트담보 대출 시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어 다른 은행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사업장이 넓다 보니 금고가 회사 안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인기에 한몫한다. 삼성전자 새마을금고 측은 “연체나 미상환 경우가 드물어 부실채권이 거의 없다”면서 “삼성전자 임직원의 소득 수준이 높아 채무자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경우도 적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삼성전자 새마을금고가 증권사 등과 연계할 경우 언젠가 탄생할 ‘삼성은행’의 모태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일부에서도 “우리도 NH농협은행처럼 중앙회 조직이 은행으로 거듭나 금융그룹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하는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은행이 되면 지역사회에서 단위금고와 소비자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이는 중앙회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일축했다. ●깜깜이 대의원·비리의 온상 꼬리표 떼나 새마을금고는 조합원과 이용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만 그간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도 함께 따라다녔다. 내부 관리체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다 보니 늘 부정부패·갑질 의혹에 시달려 왔다. 무엇보다 중앙회가 관리감독권을 무기 삼아 단위금고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컸다. 중앙회장은 각 지역금고 이사장 중에서 선발된 대의원 150여명이 뽑는다. 이 때문에 경영진이 대의원을 포섭해 선거를 유리하게 치르려 한다는 지적이 늘 제기됐다. 중앙회장 급여는 기본급(3억여원)에 경영활동수당, 성과급 등을 더해 8억원이나 돼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위금고 역시 한 사람이 장기간 이사장으로 재직해 금고를 사조직화하는 등 문제점을 노출했다. 단위금고 이사장이 되려고 조합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하다가 적발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금고 직원들이 이사장 개인의 수하처럼 다뤄지기도 했다. 금고 관리가 소홀하다 보니 예탁금 횡령 사건도 비일비재했다. 행안부는 이런 구조적 악습을 단절하고자 중앙회장과 금고 이사장을 직선제로 선출할 수 있도록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했다. 선거를 관리하는 위원회에 외부 인사 2명을 의무적으로 위촉하고 형식상 기구였던 ‘공명선거감시단’도 법적 기구로 격상해 투명성을 높였다. 또 지금까지는 감사위원회 위원 3명을 중앙회장이 장악한 이사회에서 뽑도록 해 중앙회 임직원에 대한 과다한 임금 인상이나 무모한 투자 등을 막을 수 없었다. 이에 감사위 위상을 이사회와 대등하게 만들고 감사위원(임기 3년)도 총회에서 뽑도록 했다. 위원 수도 3인에서 5인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과반을 외부 전문가로 임명하게 하는 등 부패 차단에 역점을 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고독이여 안녕… ‘분신로봇 ’에 바친 열정

    고독이여 안녕… ‘분신로봇 ’에 바친 열정

    나는 로봇 커뮤니케이터 켄타로/요시후지 켄타로 지음/권경하 옮김/늘봄/268쪽/1만 2000원 일본 청년 반다 유우타는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척수 손상으로 목 아래는 움직이지 못한다. 20년 넘게 줄곧 침대에 누워 살았다.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멍하니 누워 천장만 보며 지냈다. 같은 병실을 쓰던 아이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 걸 견디면서.그러던 반다는 이제 일본 전역을 쏘다니며 강연을 한다. 연구소 비서로 일하며 상사의 스케줄·이메일 관리도 돕는다. ‘몸의 감옥’에 갇혀 있던 그를 사람 사이로, 세상 밖으로 이어준 것은 작은 분신로봇 ‘오리히메’다.오리히메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정교하고 복잡한 최첨단 로봇이 아니다. 모터 6개,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내장한 이 앙증맞은 로봇은 사람 손이나 시선을 통해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로 원격 조정할 수 있다. 머리를 움직여 주변 풍경을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사용자의 목소리를 전할 수도 있다. 반다는 이 분신로봇을 통해 침대에 누워서도 출근해 일을 하고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오리히메는 이제 일본에서 병이나 부상, 정신적인 이유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 병이나 가족 간병 등으로 직장 출근이 어려운 사람들, 루게릭 환자 등 침대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는 환자들이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분신’이 되어 주고 있다. 이 작지만 커다란 기적을 가능하게 한 것은 로봇 커뮤니케이터 요시후지 켄타로다. 10대 초반 3년 반 동안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학교를 나가지 못했던 그의 경험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휠체어’를 만들어 주겠다는 열망을 품게 했다. 처음엔 몸이 약해 학교를 쉬었지만 기간이 길어지며 그를 잠식한 건 고독, 열등감, 무력감이었다. 당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살아 있는 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는 생각에 시달렸다는 그는 고독이 주는 통증을 누구보다 혹독하게 앓았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감각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경험은 ‘세상의 고독을 해소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때 성적은 꼴찌에 선생님 눈을 피해 창문 넘어 도망치던 문제아였던 그는 무언가 만드는 것만큼은 소질이 있었다. 골판지와 종이컵, 고무밴드, 끈으로 만든 장난감은 친구들, 선생님들을 사로잡았다. 고등학교 땐 기울어지지 않고도 턱을 올라갈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개발해 세계 고교생 과학대회인 인텔 ISEF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후 그는 휠체어에 탈 수조차 없는 노인이나 환자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새로운 화두에 매달렸다. ‘신체를 옮길 수 없다면 마음을 옮길 수 있는 휠체어를 만들 수 없을까. 자신의 존재를 옮기고 나르는 기계를 만들 수는 없을까.’ 대학 3학년 때부터 다세대 주택의 다다미 6장짜리 작은 방에서 로봇 제작에 몰두한 그는 2012년 오리이연구소를 세웠다. 연구소 소장인 그는 지난해 2월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30세 미만의 30인’으로 뽑혔다. 오리히메의 탄생은 ‘몸은 옮기지 못해도 마음을 옮기는 미래’를 열어줬다. 세상에 없는 직업, 로봇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로봇 커뮤니케이터, 켄타로는 말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로봇이 아니다. ‘그 사람이 거기에 있다’는 가치다. ‘분신로봇’은 그동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또 하나의 몸’이다. 비록 몸을 움직일 수 없어도 사람과 만나 세계를 넓히고 죽는 순간까지 인생을 구가할 수 있는, 그런 미래로 이어나가길 바라 마지 않는다.” 켄타로의 수기는 거칠 것 없이 읽히는 담백한 기록이다. 방대한 지식, 웅숭깊은 성찰을 품고 있는 책들과는 다른 결이지만, 한 사람의 생을 전력질주하게 만든 가치의 크기와 그의 무모한 열정과 노력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구원했는지에 대한 설레는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다. 내년 영화 ‘아마노가와’로 개봉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美정부 “워너크라이 배후는 북한” 공식 확인…돈은 못 벌어

    美정부 “워너크라이 배후는 북한” 공식 확인…돈은 못 벌어

    미국 정부가 지난 6월 전 세계 병원과 은행, 기업 네트워크를 마비시킨 사이버 공격인 ‘워너크라이’(WannaCry) 배후로 북한을 처음으로 공식 지목했다.토머스 보서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면밀한 조사를 거쳐 이번 공격이 북한 정권의 지시로 이뤄진 소행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보서트 보좌관은 “북한이 과거 사용했던 사이버 도구 및 스파이 지식, 운영 인프라를 포함, 기밀 정보들을 두루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대신해 키보드를 작동하는 사람들이 북한이 아닌 장소에서 작업할 수 있어 책임규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북한 정권에 의해 지시된 것이라는 걸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집단적인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들의 지도자의 지시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공개된 바로 다음 날 이뤄진 이번 발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더해 ‘사이버 테러’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미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보서트 보좌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 워너크라이 공격을 명령한 것임을 지목하는 정보를 미국이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보서트 보좌관은 “북한 정부와 연계된 사이버 기업들이 이번 공격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영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의 파트너 국가들과 기업들도 우리의 결론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국제무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나쁜 짓은 다 해왔는데, 사이버상에서 이처럼 나쁜 행위를 하는 것을 멈추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대표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를 해치거나 위협하려는 모든 세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이번 공격으로 벌어들인 자금이 핵 프로그램 개발 등에 사용됐느냐는 질문에는 “돈보다는 대혼란과 파괴를 초래하기 위한 무모한 공격이었다”며 “돈을 많이 벌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워너크라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를 교란시킨 랜섬웨어로 단기간 내 150여 개국에서 23만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정부와 MS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의 이번 발표가 사이버 공격을 겨냥한 제재 등 추가 대응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1월 당시 소니픽처스 해킹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며 북한 정찰총국을 제재대상으로 공식 지정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북한의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 발사 후 추가 제재 발표를 공언했지만, 아직 추가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갑질·비리 얼룩 ’ 새마을금고 35년 만에 대수술

    ‘갑질·비리 얼룩 ’ 새마을금고 35년 만에 대수술

    잇따른 금융 사고와 중앙회의 ‘갑질’ 논란, 금고 이사장의 ‘사금고화’ 지적 등이 끊이지 않던 새마을금고에 정부가 메스를 댔다. 중앙회 회장과 단위금고 이사장을 회원 직선제로 뽑고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독립시키는 등 내부 관리·감독체계를 대폭 개선한다.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고 18일 밝혔다. 내부 관리·감독체계 등 38개 조문이 한꺼번에 개정되는 건 1982년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된 지 35년 만에 처음이다. 새마을금고는 1963년 경남 산청에서 주민 자율 협동조합인 ‘하둔신용조합’으로 시작해 올해 9월 기준 전국 1319곳의 단위금고를 거느린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총자산은 148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재계 3위 SK그룹(170조 7000억원)과 4위 LG그룹(112조 3000억원) 사이다. 하지만 설립 뒤 반세기가 넘도록 내부 관리체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늘 비리·갑질 의혹에 시달렸다. 특히 중앙회가 감독권으로 단위금고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과 함께 단위금고에 한 사람이 장기간 이사장으로 재직해 새마을금고를 사조직화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2008년부터 2012년 6월까지 새마을금고 관련 비리 횡령 사건은 총 18건, 피해액은 449억원이다. 최근 사고 통계는 없다.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재 조합원 총회 또는 대의원 투표를 통해 이사장을 뽑아 온 각 단위금고들이 직선제를 정관에 반영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총회나 대의원제는 과반수 득표자가 당선되지만 직선제는 최다 득표자가 당선돼 선거 과열을 줄일 수 있다. 선거 관리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이사장 선거를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을 기존 이사회에서 뽑도록 해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외부 인사 2명을 의무적으로 위촉하고 공명선거감시단도 법적 기구로 격상시켜 선거 투명성을 강화한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도 대폭 강화된다. 기존에는 감사위원 3명을 이사회에서 뽑게 해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중앙회 임직원에 대한 과다한 임금 인상이나 무모한 대규모 투자 등을 막을 수 없었다. 이에 감사위 위상을 이사회와 대등하게 만들고 임기 3년의 감사위원도 총회에서 선출하게 했다. 위원 수도 3인에서 5인으로 늘리고 과반을 외부 전문가로 임명해야 한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새마을금고법 개정으로 중앙회 및 단위금고의 관리체계가 전면 개편돼 내부 통제 기능이 정상화되고 경영 건전성 등의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북한 미사일부품 수출도운 한국계 호주브로커 체포

    북한 미사일부품 수출도운 한국계 호주브로커 체포

    북한산 미사일 부품과 석탄 등의 불법 수출을 중계하려던 한국계 호주인 브로커가 호주 연방경찰에 체포됐다.17일(현지시간) 호주 연방경찰에 따르면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국계 남성 최모(59)씨가 암호화된 통신수단으로 북한의 대량생산무기판매를 중개하고 공급을 논의한 협의로 16일 체포됐다. 최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 귀화해 30년 이상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가 북한의 ‘경제적 대리인’으로 북한 미사일, 부품, 기술 등을 외국 기관 등에 팔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가 팔려던 미사일부품 중에는 탄도미사일 유도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산 석탄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수출할 수 있도록 알선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석유와 보석같은 제품의 거래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최씨를 조사해온 연방경찰은 최근 다른 국제기관의 제보로 체포하게 됐다. 일단 지난해 범죄 행위에 관련한 6가지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보강 수사를 통해 추가기소를 한다는 방침이다. 호주 연방경찰 닐 고건 부청장은 “최씨는 충성스러운 북한 대리인으로 본인 스스로 애국적 목적을 위해 활동한다고 믿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그가 북한 정부를 위해 돈을 벌어 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팔 것이라는 점이며 만약 이들 거래가 성공했다면 국제 사회의 대북 무역제재를 위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수천만 달러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씨는 유엔과 호주의 대북제재를 각각 위반해 호주의 대량살상무기법에 따라 기소되는 첫 사례가 됐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이 사건과 관련해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북한을 도우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연방경찰이 찾아낼 것”이라며 “북한은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하고 무모한 범죄 정권인 만큼 더 많은 경제적 압박이 가해질수록 더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끈질기게 제재를 집행하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동완의 주말의 운세] 2017년 12월 16일

    [쥐띠] 36년생 가까운 사람과 의논하여 해결하라. 48년생 남을 너무 믿다가 큰코다친다. 60년생 결실이 크니 대길하다. 72년생 일을 크게 벌이지 말라. 84년생 동쪽에서 귀인을 만난다. [소띠] 37년생 결정은 유리하게 나겠다. 49년생 모든 운이 상승하니 좋겠다. 61년생 재복이 굴러들어오는구나. 73년생 기분에 들뜨다 건강을 해친다. 85년생 자신의 일은 떠벌리지 말라. [호랑이 띠] 38년생 마음이 편안한 하루가 된다. 50년생 다른 사람의 시기에 휘말리기 쉽다. 62년생 혼자 추진하다가 실패한다. 74년생 남의 말을 듣지 말라. 86년생 기대하던 일에서 성과가 난다. [토끼띠] 39년생 다투기 쉬운 날이다. 51년생 먼 곳에서 소식이 있겠다. 63년생 부부관계에 신경 써라. 75년생 밖으로 나가면 횡재수가 있으니 기쁘구나. 87년생 확실하게 계획을 세워라. [용띠] 40년생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된다. 52년생 계약에 문제가 생기니 꼼꼼히 챙겨라. 64년생 뜻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 76년생 욕심이 손해를 부른다. 88년생 바라던 일이 해결된다. [뱀띠] 41년생 신수가 대길하고 재수가 좋은 날이다. 53년생 바라던 일을 어렵게 성취한다. 65년생 분별력만 잃지 말라. 77년생 서북쪽으로 여행하지 말라. 89년생 무모한 경쟁은 피하라. [말띠] 42년생 상대를 얕보지 말라. 큰코다친다. 54년생 달콤한 말에 주의하라. 66년생 자만하다 어려움을 겪는다. 78년생 다 된 일일수록 더욱 신중하라. 90년생 괜히 성질 부리지 말라. [양띠] 43년생 다른 사람의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 55년생 차분한 마음으로 임하라. 67년생 관리를 잘하라. 손해가 심하다. 79년생 성공의 열쇠를 얻게 되는 날이다. 91년생 베푼 만큼 받는다. [원숭이띠] 44년생 재물이 넘쳐난다. 56년생 욕심을 부리다 망신만 당하니 조심하라. 68년생 주변으로부터 고민이 해결된다. 80년생 운기가 서서히 호전된다. 92년생 동쪽에서 이득이 있겠다. [닭띠] 45년생 다른 것 없다. 노력이 약이다. 57년생 빈주먹만 남게 된다. 69년생 움직이면 해답이 있겠다. 81년생 새로운 사람을 만나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93년생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개띠] 46년생 여유를 가져야 행운이 있다. 58년생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70년생 행복한 날이다. 82년생 인내하는 마음이 필요하겠다. 94년생 금전 분실에 주의하라. 구설수가 있다. [돼지띠] 47년생 배우자에게 사랑의 말을 건네라. 59년생 가까운 사람과의 다툼에 주의하라. 71년생 하루 종일 분주하겠다. 83년생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 95년생 친구로 인해 걱정하게 된다.
  • 불난 공장으로 들어간 남성의 황당한 변명

    불난 공장으로 들어간 남성의 황당한 변명

    화재가 발생한 공장 안으로 뛰어든 남성의 황당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11일 중국 저장성 닝보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 직원들은 급히 건물 밖으로 몸을 피했다. 그런데 남성 한 명이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건물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갔다. 그런 남성의 행동에 동료는 의아해했다. 잠시 후, 남성은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채 공장에서 달려나왔다. 밖에 있던 동료는 급히 소화기를 들어 그의 몸에 붙은 불을 껐다. 남성의 옷은 모두 타 버렸고 몸 곳곳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남성이 이렇게 화상을 감수하면서까지 화염 속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공장 안에 스마트폰을 놓고 나온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이다. 결국 이날 온몸에 화상을 입은 그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영상=MONA LIZZA/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무한도전’ 김태호 PD, MBC 예능국 부장으로 ‘승진’

    ‘무한도전’ 김태호 PD, MBC 예능국 부장으로 ‘승진’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예능국 부장으로 승진했다.13일 MBC에 따르면 그간 ‘무한도전’의 팀장직을 맡고 있었던 김태호 PD는 예능본부 예능5부장으로 선임됐다. 2002년 MBC에 입사 후 15년 만이다. 그간 김 PD가 “‘무한도전’을 그만두고 싶다”며 지친 모습을 보였고 올해 초 회사 측에도 ‘무한도전’ 종영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한도전’ 종영과 김 PD의 이적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인사 발령으로 그가 부장으로 승진한 만큼 ‘무한도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무한도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을 비롯해 ‘진짜 사나이’, ‘일밤’ 등을 기획한 권석 예능 국장도 예능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MBC는 최승호 사장이 부임하면서 대대적 인사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MBC 예능본부는 권석 예능본부장을 중심으로 예능1부장에 전진수 PD, 예능2부장에 김구산 PD, 예능3부장에 박정규 PD, 예능4부장에서 강연선 PD, 예능5부장에 김태호 PD가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새해에는 보고 싶지 않은 것들/김미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새해에는 보고 싶지 않은 것들/김미경 국제부 차장

    숨 가쁘게 달려온 2017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제부에서 매일 전 세계 뉴스를 전하면서 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연말을 맞아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훈훈한 소식만 전하고 싶지만, 요즘 매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유력 인사들의 성추문 스캔들입니다. 미국 전 대통령과 상·하원의원, 장차관 등 정치인을 비롯, 배우, 언론인, 교수, 예술·체육인 등이 저지른 성추행과 성폭행, 성희롱에 대한 폭로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미투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선정,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로 명명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성추행범으로 찍힌 유력 인사들의 해명과 사과, 사퇴, 심지어 자살까지 전 세계에서 터져나오는 뉴스를 접하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상하·남녀관계 등이 내포하고 있는 ‘갑을’관계에서 오는 성폭력과 갑질은 언제나 사라질 수 있을까요. 새해에는 성추행을 일삼는 권력자와 상사를 보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이들이 존재하는 한 미투 운동도 이어지겠지만, 이 운동이 사라지는 날도 꿈꿔 봅니다. 피해자들이 합심하고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 성추행범이 발을 붙일 수 없는 날이 오기를 바라 봅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갑질을 하다가 철퇴를 맞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재벌 총수와 자식들이 그랬고, 잘나가는 사업가들이 그랬고, 외교관 등 공무원, 군인들이 그랬습니다. 유명한 대학교수와 작가 등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언제까지 나 자신은 갑일 줄 알고 평범한 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은 사람들, 특히 힘없는 여성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은 새해에는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도 힘든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도 새해에는 돌아다니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통령과 측근, 장관, 사장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리스트를 만들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민주주의 아래에서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올해 국제부의 주요 기사 속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무더웠던 여름과 가을, 이들이 주고받은 ‘말폭탄’은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켰고 전 세계를 긴장시켰습니다. 지금도 이들의 위험한 대치 상황은 진행형입니다. 새해에는 김 위원장이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나오기를 희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보다 이성적으로 김 위원장과 대북 정책을 다루길 기대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일조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이들의 반목과 갈등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기사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 바라는 것이 너무 장밋빛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쓰고 보니 너무 장밋빛으로 보이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성추행과 갑질이 이뤄지고 있고,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핵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미래는 꿈꾸는 자가 만든다고 하지요. 새해에는 올해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런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독자 여러분의 동참도 기대하겠습니다. chaplin7@seoul.co.kr
  • [문화마당] 돌아선다는 것/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돌아선다는 것/강의모 방송작가

    작년 봄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해결했다. 가장 소박한 DSLR을 마련하고 비영리단체인 바라봄 사진교실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기초수업을 받았다. 선생님이 물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으냐고. 아직 카메라 조작도 어색한데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말았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꿈꿔온 주제는 사람을 포함한 사물들의 ‘뒷모습’이었다. 미셸 투르니에는 사진 에세이 ‘뒷모습’의 글을 이렇게 시작한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과연 그럴까?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던 어느 늦은 밤이었다. 모임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 환승정류장에서 매서운 찬바람에 덜덜 떨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위는 왜 쓸쓸함을 품고 오는지…. 유독 눈에 띄는 커플의 달달한 행각에 곱지 않은 눈길이 자꾸 가닿았다. 내가 타야 할 버스는 10여분 후에나 도착 예정이었고, 모여 있는 사람들은 버스가 속속 도착할 때마다 흩어지고 사라져 갔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들의 다양한 풍경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주머니에 손을 함께 넣고 뺨을 비비며 애틋한 눈으로 서로를 더듬던 한 커플 앞에 버스가 당도했다. 승차하기 직전까지 진한 포옹을 풀지 않던 그 둘은 여자가 버스에 오르며 남자만 남았다. 버스는 출입문을 닫았지만, 곧 신호등에 멈춰 섰고 여자는 버스 안에서 창문 밖 남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이미 뒤돌아서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 중이었다. 남자의 등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에 서운한 표정이 어른거렸다.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게는 들렸다. “엄마, 죄송해요. 전화 온지 몰랐어요. 지금 들어가요. 편의점 들러서 사 가지고 갈게요.” 남자는 통화를 하며 길 건너 지하철역으로 뛰어갔다. 어머니가 그에게 무엇을 부탁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는 길을 건넜고 버스는 천천히 떠났다. 그녀는 급하게 돌아선 그의 등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닫힘을 보았을까, 열림을 보았을까.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아마 내 아들도 저러했으리라. 방심한 뒷모습은 죄가 없다. 등에까지 의도한 표정을 담아야 한다면 삶은 또 얼마나 더 많이 힘들고 피곤하랴. 그러나 누군가에게, 특히 사랑하는 이에게 등을 보인다는 건 참으로 용감한 일이다. 때로 무모한 용기다. 투르니에는 또 이런 말도 남겼다. ‘뒷모습은 스스로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마주한 이를 속이지도 않는다. 진실은 이 사이, 밝히지 않는 것과 속이지 않는 것 사이에 있다. 뒷모습이 요령부득으로 느껴진다면 이는 진실이 요령부득이기 때문이다.’ 2017년을 떠나보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이 잘 지낸 시간인지, 오욕만 가득했던 시간인지는, 늘 그랬듯이 요령부득이다. 어쩌면 그 해독이 어려워 내가 먼저 미래의 시간 쪽으로 서둘러 돌아서 버리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없기에, 가끔 해를 등지고 서서 내 앞으로 길게 뻗은 그림자를 오래 지켜본다. 돌아선다는 것은, 마주 볼 때의 모든 색채와 감정을 지우고 그림자처럼 담백한 어둠을 응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남은 한 달은 그렇게 차분한 작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 北 미사일 학습효과… 금융시장 ‘무덤덤’

    北 미사일 학습효과… 금융시장 ‘무덤덤’

    코스피 소폭 하락… 코스닥 상승 정부 “이상 징후 땐 신속히 대응” 북한이 29일 새벽 세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금융시장은 무덤덤했다. 북핵 리스크에도 원화는 1080원을 깨고 내려가는 강세였다.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는 약세였다. 주요 아시아 증시도 북핵 영향을 비켜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상 징후가 있다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북핵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이날 원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80원 선보다 떨어진 1076.80원에 마감하며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엔화가치가 강세를 보이지만 이날 엔·달러 환율은 오후 4시 9분 현재 0.16 상승한 111.42를 기록하며 하락세다. 안전자산인 금 시세도 0.5% 미만에서 움직여 일상적인 변동폭을 보였다. 한국 증시를 포함해 아시아 증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2512.90)는 이날 삼성전자의 하락 등으로 전날 대비 1.29(0.05%) 하락했지만, 코스닥(781.72)은 8.60(1.11%)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전날보다 상승해 북핵 리스크를 무색하게 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이날 0.5% 오른 2만 2697.2에 마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증시와 환율을 종합하면 시장은 북핵 리스크를 중요한 위협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코스피 매도도 5일쯤 전부터 있었고, 매도의 3분의2도 북핵과 관련 없는 정보기술(IT) 업종”이라며 “리스크가 반복되면 내성이 생겨 파괴력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김 부총리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도 금융시장, 신용등급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하고 단호히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인도적 대북 지원 당분간 힘들 듯

    유니세프 등 800만弗 지원 차질 평창 ‘평화 올림픽’에도 찬물 통일부 “무모한 선택 즉각 중지” 북한이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29일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감행하면서 남북 교류·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이게 됐다. 전반적 여건을 고려하겠다던 대북 인도적 지원은 한동안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대변인은 이번 도발이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시행하는 한편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남북 간 현안 해결을 위해 남북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왔다”면서 “지금 상황이 굉장히 어렵지만 이런 원칙과 일관성을 견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직후부터 남북 교류·협력 재개에 적극성을 보였지만 북한은 비협조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따라 제안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군사 당국 회담 등에도 북한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9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를 통한 800만 달러(약 88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며 정부의 교류·협력 의지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도발을 재개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조만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는 지원을 결정하면서도 지원 시기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 등 전반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통일부는 이미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실무 작업까지 대부분 마무리하고 지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는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이 직접 방한해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재개한 시점에 인도적 지원에 나서기는 국내외 여론의 부담이 크다. 베를린 구상의 4대 제안 중 하나인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북한이 잠잠하자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해 평창이 한반도 평화 상징의 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구체적인 수속을 밟고 있진 않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처럼 북한이 막판에 참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에 한·미 군 당국이 패럴림픽 기간과 겹치는 연합훈련 일정을 조정 검토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조차 의미 없는 약속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백 대변인은 “평창올림픽이 안전한 평화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범정부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 등 국제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만반의 준비와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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