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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좋다 윤수현, ‘꽃길’ 여왕의 눈물 고백 “소속사 폐업..지옥 같았다”

    사람이 좋다 윤수현, ‘꽃길’ 여왕의 눈물 고백 “소속사 폐업..지옥 같았다”

    트로트 가수 윤수현이 ‘사람이 좋다’에서 힘든 시기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5일 오전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무명의 설움을 벗고 노래교실 스타로 떠오른 트로트 윤수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어릴 때부터 트로트 가수가 꿈이었던 윤수현은 MBC 대학생 트로트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트로트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윤수현은 “초반에는 직장도 다녔었다. 일도 많았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래만 부르고 다녔다”며 “그렇게 직장 생활과 노래를 병행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회사를 그만둔 후 각오를 하고 소속사를 찾아가서 오디션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수현이 찾아간 소속사는 경영난으로 결국 폐업했다. 윤수현은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재연배우도 했다. 폐업되고 나서 한두 달 간 정신을 놓은 상태였다”며 “컴퓨터로 자기소개서 쓰고. 너무 지옥 같았다. 힘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윤수현은 2014년 발표한 ‘꽃길’로 성인가요 차트 방송횟수 1위, 노래교실 애창곡 1위 등 각종 차트를 휩쓸었다. 지난 4월에는 단일 곡으로는 최초로 노래 콘테스트(꽃길 콘테스트)를 개최해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파리 심판’ 美와인은 어떤 맛?

    ‘파리 심판’ 美와인은 어떤 맛?

    1976년 무명이던 미국 와인이 당대 최고 프랑스 와인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누른 ‘파리의 심판’ 40주년을 기념해 모델들이 2일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당시 우승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수입사 나라셀라는 오는 30일까지 전국 백화점 및 와인타임에서 관련 와인 14종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EXID 하니 “없어질 뻔했는데..” 4년 만에 첫 정규앨범 ‘감격’

    EXID 하니 “없어질 뻔했는데..” 4년 만에 첫 정규앨범 ‘감격’

    걸그룹 EXID가 4년 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가운데 과거 멤버 하니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EXID 하니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EXID가 신사동호랭이가 키운 걸그룹이라고 알려지면서 거창하게 시작했다. 숙소도 청담동이었고 가구도 다 컸다. 하지만 유닛 활동까지 4장의 앨범을 냈는데 잘 안 됐다. 정말 없어질 뻔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작은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커다란 가구들을 가져가니 다리를 펼 공간도 없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협소했다”라고 어려웠던 시절을 고백했다. EXID는 2012년 데뷔했지만 빛을 본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거의 무명이었던 EXID는 2014년 발매한 ‘위아래’라는 곡의 직캠 영상으로 빛을 보게 됐다. 이후 승승장구하며 4년 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매하게 된 것. 1일 첫 정규앨범 발매와 함께 가진 쇼케이스에서 EXID 멤버 솔지는 “우리가 정규앨범을 4년 만에 처음 내는 거다”라며 “아이돌 하면서 정규앨범 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활동하면서 정규앨범을 내게 돼 정말 감격스럽고 떨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EXID의 4년 만에 첫 정규 앨범 ‘Street’는 바나나컬쳐의 대표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와 멤버 LE가 프로듀싱한 앨범으로 타이틀곡 ‘L.I.E(엘라이)’를 비롯해 총 13곡이 수록됐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수요 에세이] 6월의 꽃/최민호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

    [수요 에세이] 6월의 꽃/최민호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

    6월에 들어서면서 붉은 장미꽃이 탐스럽게도 여기저기서 만개하고 있다. 고급 정원을 장식하는 장미도 있고, 담장 위에서 무더기로 피어나는 넝쿨장미도 있다. 장미의 붉은 색깔은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파란 하늘 아래 피어 있는 붉은 장미는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하지만 6월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은 붉은 장미만이 아니다. 눈물 아롱아롱/ 가신 님의 붉은 넋/ 이 강산의 꽃이 되어/ 조국을 지키리니…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고 지금은 산화한 혼령으로 강토를 지켜 주는 호국 영령의 넋이야말로 장미보다도 더 붉고, 더 아름다운 영원한 꽃이다. 2002년 6월 29일 서해에서 북한의 불시 선제공격으로 우리 고속정 참수리호가 피격당하고,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의 장병이 전사했다. 그날 서해의 푸른 바다가 이들이 흘린 피로 붉디붉게 물들어 갈 때, 월드컵 4강 진입을 앞둔 우리 국민은 감격에 젖어 있기만 했다. 함정 안에서도 목이 터져라 월드컵 한국을 응원했다는 연평해전의 장병들. 그리고 2010년 3월 26일 우리 해군 천안함이 피격돼 꽃다운 청춘 46명의 장병이 서해 아래에서 소리도 없이 산화했고, 북한의 느닷없는 포격으로 연평도에서 2명의 해병대 대원이 희생됐다. 비단 이들뿐이랴. 6·25를 비롯해 조국을 위해 희생한 호국 영령들이…. 생각해 보면 1년에 하루 현충일 날 우리는 이들 전몰 장병을 추모하곤 하지만, 이들이 바친 희생은 조국이 존립하는 마지막 날까지 잊어서는 안 되는 숭고한 것이다. 이 장병들의 살신성인으로 우리 국민은 무사하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해전의 영웅 6명의 이름을 기리는 윤영하함, 한상국함, 조천형함, 황도현함, 서후원함, 박동혁함. 조국은 그들의 이름을 영원히 잊지 않고자 한다. 어느 문명국에서도 그들의 조국을 위해 희생한 유공자를 소홀히 대접하거나 잊는 법이란 없다. 2차 대전의 패전국이요, 전범국이라 할 독일과 일본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몰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미를 떠나 최고의 명예를 부여하며 그들의 애국심을 기린다. 조국에 희생한 목숨의 값어치는 동일하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에서는 ‘평화, 승리, 용기’를 상징하는 무명 용사의 묘를 최고의 존경과 존엄성을 부여해 추념하고 있으며, 장군이든 사병이든 모든 묘역의 면적은 동일하다. 5월 첫 주 월요일인 미국의 메모리얼데이(현충일)에는 비석마다 일일이 40만개의 성조기가 바쳐져 그들의 애국심을 기리곤 한다. 6월 6일 대한민국의 현충일. 6·25가 끝나고 3년이 지난 1956년 4월 19일 우리의 현충일은 제정됐다. 24절기 중 손이 없다는 한식날 사초와 성묘를 하고, 망종일에는 제사를 모셔 왔던 우리 전통적인 풍습에 따라 1956년의 망종일이었던 6월 6일을 현충일로 제정했다. 이후 60년간 서울과 대전 현충원 등 9개 국립묘지에 안장된 호국 영령 수는 약 40만위. 우리는 얼마나 치열한 역사를 살아왔던 것일까? 1865년 남북전쟁 후에 만들어진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영령 수 40만여위와 1953년 6·25 이후 안장된 우리 국립묘지의 영령 수 40만위. 알링턴 국립묘지가 미국의 유일한 국립묘지는 아니지만, 한반도 위의 작지만 소중한 조국을 위해 희생한 우리의 애국 영혼들은 이렇듯 엄청나게 많다. 나라가 작고 약했기 때문에 우리의 희생 영령들은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의 조국을 위한 이러한 희생이 중단될 수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리고, 부상을 당해 상이군경으로, 고엽제 환자로, 보훈대상자로, 그 유가족으로 살고 있는 이 땅의 은인들에게 우리 국민은 행복의 빚을 지고 있다. 돌아가신 넋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만큼 살아 있는 부상자와 유가족들을 그만큼 보살펴 드려야 함은 최소한의 도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충원과 국립묘지에 고이 잠들고 계시는 호국 영령들이시여, 붉디붉은 보은의 단심(丹心)을 봉헌합니다. 6월의 붉고 아름다운 장미를 받으소서.
  • “보고 싶은 아빠”

    “보고 싶은 아빠”

    2011년 훈련 도중 사고로 숨진 미국 해병대 병장 크리스토퍼 제임스 제이컵스의 5살배기 아들 크리스천이 메모리얼데이(현충일)인 30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아버지의 묘비 앞에서 해병 군복을 입고 미국 국기를 꽂고 있다. 이날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명용사 묘역에 헌화한 뒤 “이곳뿐 아니라 전국의 묘지에서 침묵 속에 잠든 사람들은 애국심에 대해 큰소리로 말하는 대신 행동으로 말했다”며 “살아남은 우리에게는 침묵을 행동 없는 말이 아니라 사랑과 지지, 감사로 채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링턴 AP 연합뉴스
  • ‘풍문쇼’ 대작논란 조영남 “조강지처 윤여정의 목소리가 가장 듣고 싶다”

    ‘풍문쇼’ 대작논란 조영남 “조강지처 윤여정의 목소리가 가장 듣고 싶다”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최근 대작 논란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을 다뤘다. 30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이하 ‘풍문쇼’)에서는 대작 논란에 휩싸인 조영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상민은 “조영남이 이번 그림 대작 논란 이전에 전 부인인 윤여정의 영화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세간을 좀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한 기자는 “조영남이 그날 꽃다발을 들고 참석했는데, 윤여정과 같은 공식 석상에 참여한 게 1987년 이혼 후 30년 만에 처음이라더라. 그래서 사람들이 봤을 때 ‘둘이 화해를 한 거 아닌가?’이런 시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희진은 “이건 내가 정확한 답을 드릴 수가 있는데 조영남이 윤여정을 내가 느끼기로는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다. ‘조강지처였던 윤여정의 목소리가 가장 많이 듣고 싶다’ 이런 얘기를 실제로 많이 했고, 이혼 후부터 계속 후회를 했다더라. 지금까지. 얘기의 50%가 윤여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아트테이너로 활약한 조영남은 최근 무명화가 송 씨가 그림 대작을 해줬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이돌 없어도… 박수받는 ‘NO 스타’ 뮤지컬

    아이돌 없어도… 박수받는 ‘NO 스타’ 뮤지컬

    ‘뉴시즈·난쟁이들·빨래’ 등 각광 ‘스타 마케팅’ 변화 여부에 주목 “작품이 스타 키우는 길로 가야” “이름 있는 배우들이 한 명도 없어 처음엔 망설였는데, 보기를 진짜 잘했어. 배우들 연기가 정말 열정적이야. 공연 내내 엄청난 힘이 느껴져. 내용도 좋고.” 지난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뮤지컬 ‘뉴시즈’를 본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뉴시즈’는 19세기 말 뉴욕을 배경으로, 거리 위의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10대 신문팔이 소년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뮤지컬계에서 생소한 20대 남자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운다.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없는데도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성과 무명 배우들의 넘치는 힘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스타 배우들을 앞세운 뮤지컬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유명 배우 없이 철저히 작품으로만 승부를 거는 뮤지컬들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NO 스타’ 뮤지컬의 조용한 혁명이 뮤지컬 시장의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무명 배우들의 작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난쟁이들’(다음달 26일까지, 대학로 TOM 1관)과 ‘빨래’(내년 2월 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1관)가 쌍두마차를 형성하며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난쟁이들’은 동화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비튼 작품으로, 독특함과 재기발랄함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빨래’는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서민들의 팍팍한 인생살이와 웃음, 눈물을 담은 작품으로,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로 꼽힌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결국은 작품성”이라며 “배우는 작품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난쟁이들’, ‘빨래’ 등은 좋은 작품은 유명 배우가 아니라 내용, 볼거리,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결정한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연계 안팎에선 국내 뮤지컬 시장이 ‘스타 마케팅’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관객들도 출연 배우들을 보고 티켓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대극장 뮤지컬 흥행공식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돼 있다. ‘티켓 파워’가 있는 젊은 남자 배우들이 3~4명 꼭 출연한다. 김준수,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 엄기준 등을 비롯해 아이돌 가수를 끼워 넣는 식이다. ‘에드거 앨런 포’, ‘마타하리’, ‘삼총사’, ‘잭 더 리퍼’ 등 수두룩하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선 스타 없이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대극장 공연은 작품 구상 초기부터 스타 마케팅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스타 없인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뮤지컬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스타에서 작품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시장에선 인기 배우들 작품도 흥행하지만 무명 배우들 작품이 훨씬 더 많이 호평을 받고 있고 무명 신인도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킨키부츠’의 배우 빌리 포터처럼 오랜 무명 생활을 하던 배우가 작품을 통해 스타가 되는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현재는 스타 배우를 앞세워 단기간에 수입을 올리려는 게 일반화돼 있는데, 스타 없는 뮤지컬의 몇몇 성공 사례들이 나오면 우리 시장도 급속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 시장에선 뮤지컬을 보는 데 스타 배우에게 절대적인 가치를 두지 않는다”며 “작품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쪽으로 바뀌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대작 의혹’ 조영남 입장 발표 미루는 이유? “충격으로 말 못해” 소속사 대표는 검찰조사

    ‘대작 의혹’ 조영남 입장 발표 미루는 이유? “충격으로 말 못해” 소속사 대표는 검찰조사

    그림 대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 측이 “현재 충격으로 말을 못하고 있다”며 심경을 전했다. 23일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조영남 대작 스캔들, 관행인가 예술인가’라는 주제로 최근 불거진 조영남의 대작 논란에 대해 다뤘다. 조영남은 그동안 ‘화투’를 모티브로 하는 그림을 그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가 최근 돌연 대작 의혹에 휩싸였다. 조영남의 그림을 그렸다는 한 무명화가는 “지난 8년 동안 조영남 씨의 그림을 대신 그려줬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 무명화가 송모 씨는 그동안 조영남에게 300여 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려주며 작품당 1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주장햇다. 그러면서 “조영남이 그림 원본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같은 그림을 많게는 20~30장씩 그렸고, 90% 그려진 그림을 조영남에게 전달하면 그가 덧칠과 사인을 해 완성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영남은 “송씨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조수’로 고용했을 뿐”이라면서 “조수를 고용해 그림 작업을 함께하는 건 미술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방송에서 인터뷰를 한 한 갤러리 관계자는 ‘대작’이 미술계의 관행이냐고 묻자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자신이 하는 작가가 대부분이다. 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영남은 논란이 불거진 뒤로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미루고 있다. 언론 인터뷰도 할 수 없는 사정이라며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조영남의 소속사 관계자는 “조영남이 지금 인터뷰를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면서 “충격으로 말을 못한다. 위트 있는 조영남이 정신이 멍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조영남의 소속사 미보고엔터테인먼트의 장모 대표는 23일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출두해 대작 의혹과 관련해 11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성현 ´매치 퀸´에 한 걸음 더 .. 두산 매치플레이 16강 순항

    박성현 ´매치 퀸´에 한 걸음 더 .. 두산 매치플레이 16강 순항

     ‘장타여왕’ 박성현(?사진?·23·넵스)이 ‘매치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박성현은 20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2회전에서 2011년 우승자 양수진(25·파리게이츠)을 1홀차로 따돌리고 16강에 올랐다. 박성현은 21일 안신애(26·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와 8강 길목에서 샷대결을 펼친다. 안신애는 오지현(20·KB금융)에 3홀차 완승을 거두고 박성현을 만났다.  올해 2승을 올려 박성현의 대항마로 떠오른 장수연(20·롯데)은 연장 끝에 안송이(25·KB금융)를 제치고 16강에 올랐다. 전날 1회전에서 연장을 포함해 22개홀 대접전을 펼친 장수연은 이날도 연장 두 번째홀에서 7m 버디를 잡아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장수연은 ‘무명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최가람(24)과 16강전을 치른다. 최가람은 1회전에서 2번 시드의 조윤지(25·NH투자증권)를 제압해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날 2회전에서는 김희망(21·볼빅)을 3홀차로 이겼다.  최근 생애 첫 투어 우승을 일군 김해림(27·롯데)도 박소연(24·문영그룹)을 3홀 차로 따돌렸고 이승현(26·NH투자증권)은 2008년 우승자 김보경(30·요진건설)을 1홀차로 꺾었다. 양수진, 김보경이 탈락하면서 올해 출전한 역대 우승자 전원이 16강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검찰 “조영남 대작은 관행? 미술계 ‘조수’와 차이”… “논문 공동저자 안 밝힌 것”

    검찰 “조영남 대작은 관행? 미술계 ‘조수’와 차이”… “논문 공동저자 안 밝힌 것”

    가수 조영남 ‘대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18일 강원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건은 미술계에서 흔히 말하는 ‘조수’의 일반적인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작업생을 두고 본인의 감독 아래 구체적 지시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관행이라고 하는 것이지 조씨의 사례는 그렇지 않다”면서 “조씨의 대작은 미술계의 관행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교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집필한 논문에서 공동저자를 밝히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영남의 사기 혐의 입증을 위해 작품거래 내용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조영남이 판매한 그림 중 대작화가 A씨가 그려준 것이 몇 점인지, 누구에게 얼마에 판매했는지 등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작화가 A씨가 조영남에 그려준 그림을 100% 조영남 작품으로 믿고 산 구매자도 사기 피해자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영남은 자신이 구상한 작품을 대작 화가에 그리게 한 것이기 때문에 100%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하지만, 붓 터치나 음영 처리 등이 작가마다 다른 만큼 조영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무명화가 A씨가 대작 의혹을 제기해 조영남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글이나 노랫말의 표절처럼 회화에서는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절과 위작은 범죄 행위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아직도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원점을 맴돌고 있다. 그림을 모방하는 것은 그림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림을 베끼면서 색감이나 구도를 자연스럽게 터득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창작 세계를 구축하지 못한 작가 중 일부는 위작을 만들거나, 그림을 대신 그려 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화단에는 대작(代作) 논란이 뜨겁다. 한 무명 화가가 7년 동안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씨의 화투 그림 300여점을 그려 줬다며 조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조씨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300여점은 터무니없고 조수가 대신 작업을 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화단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화단 관계자는 “유명세를 이용해 화단을 농단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화단에서 쉬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관행이라는 의견이다. 미술평론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체로 순수 미술 분야에서는 대작의 관행도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현대 회화의 조류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설치 미술이나 팝아트 같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분야에서는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도 실제로 실크 스크린 복제 등은 대행을 시켰다는 것이다. 웹툰에서는 이런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경우도 문제는 콘셉트(개념)는 작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미학을 전공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핵심은 콘셉트다.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문제는 조씨의 그림을 팝아트 형식의 현대미술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떳떳하게 밝히고 그에 걸맞은 작품값을 받았다면 면죄부를 줄 수도 있겠지만 조씨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기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조씨의 행위는 일부 전문가들의 눈에는 관행일 수 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작품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판화처럼 찍어 내 비싼 가격을 받고 판매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럽에서 활동했던 유명 작가의 작품이 예년만 못하다고 한다. 대작 소문이 난 탓이다. 화단에서는 연예인이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대작을 양산하는 사례가 조씨 외에도 몇 명 더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도 ‘조영남 스캔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시대의 번역가 김석희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시대의 번역가 김석희

    번역을 할수록 내 글이 건강해졌다… 18년 만에 나의 소설을 쓰려 한다 충북 증평군 내성리에 자리한 ‘21세기 문학관’에 도착한 것은 지난 10일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서였다. 하늘색 점퍼에 청바지 차림을 한 그가 녹색 철문 뒤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18년 만에 재개한 소설 창작을 위해 얼마 전 제주도 집을 떠나온 그는 이곳을 ‘자발적 유배지’라고 불렀다. 점심 겸 해서 낮술 잔을 기울였다. 적당히 술기운이 올랐지만, 그의 유장한 말투는 빨라지지 않았고 간결한 문장들은 장황해지지 않았다. 중간에 말을 멈추는 때가 잦았는데 적확한 단어나 표현을 고민하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가 말했다. “기자 양반이나 나나 즐겁게 술 마실 만큼만 건강하게 살면 되는 거요.” 김석희(64)는 ‘구름에 달 가듯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1979년 3월 어느 날 한참을 못 보고 지냈던 친구가 찾아왔다. 국사학과에 다니던 이종범이었다. ‘학생운동 하다가 제적됐다는 소식까지는 들었는데 갑자기 어쩐 일일까.’ 전공은 달랐지만, 중간에 연결고리가 되는 친구들 덕에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학교에서 잘리고 나서 작은 출판사를 하나 차렸다고 했다. “내가 불문과 다른 애들한테 물어봤는데, 김석희가 프랑스책 최고로 잘 읽는다고 하더라.” 다짜고짜 프랑스 고전을 하나 골라서 번역을 해 달라고 했다. “명색이 출판사이니 책을 좀 내야 하는데, 전문 번역가에게 맡기자니 번역료 줄 능력이 안 된다. 너한테는 술 한잔 사주면 되지?” 황당했지만, 학교에서 잘리고 뭐라도 해 보겠다는 그 친구의 딱한 사정을 안 들어주기가 어려웠다. 곰곰 생각하다가 18세기 프랑스 심리소설의 효시로 평가되는 뱅자맹 콩스탕의 ‘아돌프’를 번역해 주었다. 나는 불어를 말하고 듣는 것에는 약했지만, 독해와 번역에 나름 강점이 있었다. 번역료는 정말 술 한잔이었다. 1980년 이종범이 학교에 다시 돌아오면서 출판사는 소리없이 사라지고 그 책도 절판이 됐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내 인생의 이정표를 정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참, 이종범은 현재 조선대 사학과 교수로 박물관장을 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노동의 대가를 받고 번역한 작품은 1982년 6개월 동안 작업한 영국 작가 존 파울스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다. 1981년 메릴 스트립과 제러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동명 영화가 개봉되면서 갑자기 원작 소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책은 1997년과 2002년에 다시 번역을 했는데, 내가 전문 번역가의 길을 가게 된 첫 작품이 됐다. -1952년 제주시 무근성(삼도2동)에서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셔서 경제사정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섬 소년에게 사방에 둘러쳐진 바다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갑갑함이었다. 섬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이었다. 1970년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재수를 위해 서울로 와서 육십을 바라보는 2009년 4월에 다시 고향에 정착했다. 40년의 타향살이 끝에 그 바다가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 나는 변덕을 부렸지만, 바다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보듬어준 것이다. -외할아버지께서 초등학교 때 가르쳐 주신 서예로 초등학교 때 웬만한 상들은 휩쓸었는데, 나한테 약간의 글재주가 있다는 것은 중학교 졸업 무렵에 알게 됐다. 제주일고 입학을 앞두고 도내 한 신문사가 주최한 학생 문예작품 공모전에 산문을 출품했다. 아직 고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 3학년 형들을 제치고 장원을 차지했다. 이 일로 입학을 하자마자 3학년 형들에 의해 반강제로 ‘향원’이라는 문학서클에 들게 됐다. 2학년 때는 동국대 문예백일장에서 산문부 장원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제주도립도서관은 제2의 집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뮈의 ‘이방인’을 이곳에서 읽었다. 모두 살인자인 두 책의 주인공이 꿈속에 뒤바뀐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큰 바다를 누비며 글을 쓰는 ‘마도로스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국립해양대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6·25 때 서울 영등포에서 납북된 숙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있어 입학이 불허됐다. ‘마도로스 소설가’의 꿈은 그냥 ‘소설가’로 수정됐다. -1972년 삼수를 해서 대학에 갔다. 그해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했다. 어떤 친구들은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로 나갔고, 어떤 친구들은 술집으로 가 통음을 했다. 어떤 친구들은 캠퍼스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내 속의 울분을 터뜨리고 발산하기 위해 내가 택한 건 글쓰기였다. 일기를 쓰듯 글만 썼다. -수업에 들어간 기억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붕구(1922~1991) 교수님의 수업은 늘 감동 그 자체였다. 보들레르의 시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한시를 써서 읊으시다가 그걸 서양의 역사와 철학으로 이끌고 가셨다. 그러다가는 동양 인문학의 심오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셨는데, 이야기에 빠져 한참을 넋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처음의 보들레르로 돌아와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넓고 깊은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울림 있는 강의를 하는 교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1979년 2월 졸업과 동시에 국문과에 학사편입을 했다. 소설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문학을 좀더 배우고 싶었다. 그때부터 등단을 향한 나의 긴 여정이 시작됐고, 그 과정은 1987년 12월 26일에야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끝이 났다. 세상에 대한 풍자와 야유를 담은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이었다. 당선되고 나서 나를 인터뷰한 기자가 ‘칼의 노래’, ‘현의 노래’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이다. 당시 그는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였다. 1시간에 걸쳐 그와 나눴던 대화가 지금도 또렷하다. 그날 진탕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나는 한겨울 골목길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었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고상한 책만 번역한 줄 안다. 하지만, 내 손을 거친 책들 중에는 일본 잡지의 부록과 같은 것들도 상당수 있다. 번역은 그 자체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시사영어사 출판부에 다니던 친구가 맡겨 준 연애소설 ‘할리퀸문고’ 시리즈는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한 달에 한 권씩 15개월을 번역했는데, 그 돈으로 쌀도 사고 아이들 공부도 시킬 수 있었다. 외국말을 입으로 하는 재주는 없었지만 눈으로 읽는 능력은 남보다 뛰어났다. 불어야 전공이니까 자연히 접할 기회가 많았고 영어는 틈틈이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 실력을 키웠다. 일본어는 학사편입한 국문과에서 현대문학 연구를 위해 일본 문헌을 참고해야 했기 때문에 독학을 했다. -1979년 학사편입부터 신춘문예에 당선된 1987년까지의 시간들은 이제 와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당시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고난의 시간들이었다. 계속되는 탈락에 마음엔 칼바람이 불었고,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제주의 어르신들은 나를 ‘백수’로 생각했다. “백날 써 봐야 안되는 소설, 그만 좀 하고 다른 일 찾아봐라. 서울대를, 그것도 과를 2개(불문과, 국문과)씩이나 나와서 이게 무슨 꼴이냐.” 명절에 고향 내려가는 건 아주 고역이었다. ‘아버지의 감귤밭을 이어받아 농사를 지을까, 일본에서 사업하는 사촌형을 찾아갈까.’ 고민은 계속됐지만, 소설가에 대한 꿈은 결코 포기가 되지 않았다. 안되면 안될수록 갈증은 더 심해졌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한 번역은 계속해야 했다. 번역한 책에는 ‘김한경’이라는 필명을 썼다. 나와 아내, 아이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땄다. 내 본명은 내 최초의 소설의 표지를 위해 남겨 두기로 했다. -1987년 재일교포 작가인 김석범의 ‘화산도’를 번역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5권짜리 대하소설이었다. 자유실천문인협회 이호철 대표가 “6월 항쟁을 계기로 4·3 사건을 다룬 책도 나올 수 있는 시대가 올 테니 미리 준비를 하자”고 했다. 마지막 제5권은 이 대표가 번역을 했고 내게는 1권부터 4권까지 번역을 맡겼다. 일본어를 번역하며 곳곳에 제주 사투리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제주 출신 번역가가 필요했다. 제주 출신인 내가 4·3 사건 관련 책을 번역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처음으로 ‘김한경’이 아닌 ‘김석희’를 역자 이름으로 썼다. 이 일을 계기로 번역료가 크게 올라갔다. 그다음 맡은 일은 2년 6개월에 걸친 영국 브리태니커 사전 한국판 번역이었다. 매월 200자 원고지 1000장씩을 넘겼다. 아내의 가계부에 단비가 내렸다. -1994년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이 두꺼운 책 3권을 들고 번역가 정도영·오정환 선생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이 책들을 읽어보고 번역해 출판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했다. 책의 지은이는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였다. 정도영 선생이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오정환 선생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내가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다. 당시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에서 제3권(나중에 총 15권으로 완결)까지 나온 상태였기 때문에 세 명 중 가장 젊은 내가 맡았다. 2주 정도의 검토 끝에 우리 모두 ‘OK’ 사인을 냈다. 그때부터 2009년까지 12년에 걸쳐 번역을 하게 될 줄 몰랐지만 ‘로마인 이야기’의 내용은 상당히 진취적이었다. 대부분의 책이 귀납적 형식을 취하는데 이 책은 제1권 전체를 할애해 ‘국가 크기도, 문화도, 경제도 1위가 아닌 로마가 어떻게 패권(覇權)을 쥐었는지 궁금해 이 책을 쓴다’는 의문을 던지는 게 특별해 보였다. 투박하지만 힘 있는 문체도 흥미를 끌었다. 책은 번역 출간되자마자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베스트셀러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고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발전해 나갔다. -“내가 저들만큼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아무리 해도 거장들의 작품과는 차이가 많은데, 이걸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하나.” 힘들게 소설가로 등단을 하고 10여년이 흐른 1998년, 내 인생의 방향을 가르는 큰 선택을 했다. 그해 가을 중편 소설을 하나 냈는데 불현듯 소설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안되는 걸 들고 끙끙거리는 내가 안쓰러웠다. ‘나를 애먹이지 말자’고 했다. 소설을 중단했다. -2011년엔 ‘모비딕’을 출간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번역이었다. 작가인 허먼 멜빌은 정규 대학교육 없이 선원으로 살다가 작가가 된 사람이었다. 단정하게 완성된 문장이 아니었고, 단축형 비문이 많았다. 간혹 셰익스피어를 따라하는 도치문은 번역으로 그 느낌을 살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번역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단어도 이유 없이 배열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대학 은사인 이휘영(1919~1986년) 교수님을 존경한다. 그는 1960년대에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홍수’를 번역했다. 독해가 번역의 초벌작업이라면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휘력과 문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신 분이다. -나는 ‘888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8시간 자고, 8시간 놀고, 8시간 번역한다. 일은 주로 밤에 한다. 아직 번역하고 싶은 책들이 많다. 특히 판타지의 고전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다. 국내에서는 ‘해리 포터’를 어린이들이 먼저 즐기게 됐지만, 사실 판타지 소설의 세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고 심오하다. 할아버지가 되고 보니 다섯 살 손자를 위한 번역에도 욕심이 난다. 하지만,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1998년 절필했던 소설 창작이다. 거의 20년 만에 다시 잡은 소설이다. 수많은 번역의 경험이 소설을 다시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많은 책을 번역하면서 내 글도 건강해졌다. 그저 예쁘게 다듬기만 한 미문, 추상적인 문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게 됐다고 할까. 젊은 날 나의 명함에는 ‘소설가·번역가’가 동시에 적혀 있었다. 소설가가 되고픈 열망이었다. 정작 등단한 후 소설을 접고는 ‘번역가·소설가’라고 썼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소설가라는 직업을 다시 앞에 두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번역가 김석희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번역가로 통한다. 영어와 불어, 일어로 된 해외 작가들의 소설을 한글로 재탄생시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해 왔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허먼 멜빌의 ‘모비딕’, 재일작가 김석범의 ‘화산도’, 쥘 베른 걸작선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번역을 ‘장미 가시덤불에서 춤추는 것과 같은 고통 속의 쾌락’이라고 표현한다. 신춘문예 등단 작가이기도 한 그는 최근 18년 만에 자신의 소설 창작을 재개했다. ▲1952년 제주 제주시 출생 ▲제주제일중·고 ▲서울대 불문과·국문과 ,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중퇴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소설 ‘이상의 날개’)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 수상(1997년) ●주요 작품 ‘화산도’(김석범) ‘아돌프’(뱅자맹 콩스탕) ‘여자란 무엇인가’(비올라 클라인)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에펠 탑의 검은 고양이’(아라이 만) ‘즉흥시인’(안데르센) ‘시간 박물관’(움베르토 에코 외) ‘인물 삼국지’(이나미 리쓰코) ‘빙벽’(이노우에 야스시) ‘칸의 제국’( 조너선 스펜스) ‘죽음을 삼킨 땅’(조르제 아마두) ‘프랑스 중위의 여자’(존 파울스) ‘지구에서 달까지’(쥘 베른) ‘문명 속의 불안’(지그문트 프로이트) ‘살아 있는 역사’(힐러리 로댐 클린턴) ‘모비 딕’(허먼 멜빌)
  • [단독]조영남 ‘代作 스캔들’… 사기죄 적용 가능할까

    [단독]조영남 ‘代作 스캔들’… 사기죄 적용 가능할까

    가수 조영남의 대작(代作) 사건에 ‘사기죄’ 적용을 확신해 갤러리 등을 야심 차게 전격 압수수색한 춘천지검 속초지청(김양수 지청장)이 ‘미술계 관행’이란 주장 앞에서 좌고우면하고 있다. ‘미술계의 관행’이란 주장을 수용하면 혐의 적용이 어려워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기죄 적용은 무리수’라는 여론 형성에는 파워 트위터리안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있다. 진 교수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인민재판 분위기 속에서 조영남을 사기죄로 처벌하면 줄줄이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에도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라면서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주장하며 여론몰이를 했다. 대검 측에서는 “사기죄 적용이 어렵다는 진중권 교수의 주장 등을 속초지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속초지청을 더 곤란하게 하는 지점은 검찰이 정부가 불리한 ‘어버이연합’과 같은 특정 이슈를 덮기 위해 터뜨린 사건이라는 소문도 떠돈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수사하면 여론의 몰매를 맞게 생겼다. 당초 검찰은 대작 무명 화가의 주장대로 1점당 10만원 안팎을 받고 그려 준 그림을 조씨가 자신의 그림이라며 비싸게 팔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속초지청은 이날 “(조영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4곳에서 압수해 온) 미술 작품 판매 관련 장부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나 아직 (조영남) 소환 계획은 없다”면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대작에 대한 판매 행위가 이뤄졌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조수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는 외국 유명 작가들은 그런 사실을 밝히고 작품 제작 과정에서도 조수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씨는 사전에 이 같은 대작 사실을 알리지 않아 일부 미술계에서 얘기하는 관행에서도 크게 벗어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수 개념은 설치미술가들과 조각가들의 작업을 도와주는 석공이나 도우미 정도의 통상적인 개념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조씨의 대작은 통상적인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검찰의 이런 시각이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미술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검찰은 그림을 산 사람들의 인식을 고려할 생각이다. 수천만원을 들여 작품을 사는 컬렉터들이 ‘대작’임을 알지 못했다면 미술계의 관행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2015년 5월 석왕사 전시회 등에서 조씨의 그림을 구매해 간 사람들의 인식을 수사 방향의 중요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연예인이 유명세를 활용해 작품을 파는 행위가 이번 기회에 정리되길 바란다”며 “어려운 가운데 진지하게 작업하는 작가들이 ‘관행’이라는 도매금으로 넘어갈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일 미술가 이우환 위작 사건으로 미술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 악재가 겹쳐 미술계는 이번 사건의 추이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표 화랑에서도 2012년에 조씨의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팔기도 한 탓이다. 대작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천우희, 칸 출국 인증샷 보니 들뜬 발걸음 “잘 다녀올게요”

    천우희, 칸 출국 인증샷 보니 들뜬 발걸음 “잘 다녀올게요”

    배우 천우희가 영화 ‘곡성’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가운데 출국 인증샷이 눈길을 끈다. 천우희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칸 갑니다. 잘 다녀올게요”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천우희는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며 발랄한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단정한 옷차림에 스카프와 선글라스로 멋을 낸 공항패션이 여배우의 포스를 풍겼다. 특히 천우희는 영화 ‘곡성’에서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반전되는 발랄한 분위기로 칸 영화제로 향하는 설렘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천우희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곡성’에서 무명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속초지청, ‘사기죄’ 확신했던 가수 조영남 대작수사에 골머리...미술계 관행 앞에 멘붕

    속초지청, ‘사기죄’ 확신했던 가수 조영남 대작수사에 골머리...미술계 관행 앞에 멘붕

    가수 조영남의 대작(代作) 사건에 ‘사기죄’ 적용을 확신해 갤러리 등을 야심 차게 전격 압수수색한 속초지청이 ‘미술계 관행’이란 주장 앞에서 좌고우면하고 있다. ‘미술계의 관행’이란 주장을 수용하면 혐의 적용이 어려워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기죄 적용은 무리수’라는 여론 형성에는 파워 트위터리안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있다. 진 교수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인민재판 분위기 속에서 조영남을 사기죄로 처벌하면 줄줄이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에도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라며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주장하며 여론몰이를 했다. 대검 측에서는 “사기죄 적용 어렵다는 진중권의 주장 등을 속초지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속초지청을 더 곤란하게 하는 지점은 검찰이 정부가 불리한 ‘어버이 연합’과 같은 특정 이슈를 덮으려고 터뜨린 사건이라는 소문도 떠돈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수사하면 여론에 몰매를 맞게 생겼다. 당초 검찰은 대작 무명화가의 주장대로 1점당 10만원 안팎을 받고 그려 준 그림을 조씨가 자신의 그림이라며 비싸게 팔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김양수 지청장)은 이날 “(조영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4곳에서 압수해 온) 미술 작품 판매 관련 장부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나 아직 (조영남) 소환 계획은 없다”면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대작에 대한 판매 행위가 이뤄졌는지를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조수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는 외국 유명 작가들은 그런 사실을 밝히고 작품 제작 과정에서도 조수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씨는 사전에 이 같은 대작 사실을 알리지 않아 일부 미술계에서 얘기하는 관행에서도 크게 벗어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수 개념은 설치미술가들과 조각가들의 작업을 도와주는 석공이나 도우미 정도의 통상적인 개념을 넘느냐, 넘기지 않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면서 “조씨의 대작은 통상적인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검찰의 이런 시각이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미술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검찰은 그림을 사간 사람들은 인식을 고려할 생각이다. 수천만 원을 들여 작품을 사는 작품 컬렉터들이 ‘대작’임을 알지 못했다면 미술계의 관행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2015년 5월 석왕사 전시회 등에서 조씨의 그림을 구매해 간 사람들의 인식을 수사 방향의 중요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연예인이 유명세를 활용해 작품을 파는 행위가 이번 기회에 정리되길 바란다”면서 “가난한 가운데 진지하게 작업하는 작가들이 ‘관행’이라는 도매금으로 넘어갈까 우려된다”고 했다. 재일 미술가 이우환 위작 사건으로 미술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 악재가 겹쳐 미술계는 이번 사건의 추이를 보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표화랑에서도 2012년에 조영남의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팔기도 한 탓이다. 대작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단독] 광명시, ‘조영남 빅콘서트’ 3일 앞두고 전격 취소

    [단독] 광명시, ‘조영남 빅콘서트’ 3일 앞두고 전격 취소

    경기 광명시가 ‘대작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조영남 빅콘서트’ 기획공연을 사흘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광명시는 오는 21일 개최 예정인 ‘화가이자 국민가수인 조영남의 인생, 삶, 행복을 노래하는 빅콘서트’ 기획공연을 취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광명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연관람 신청 접수를 이미 끝낸 상태다. 당초 이번 ‘조영남 빅콘서트’는 2시간짜리 기획공연으로 시 예산 143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지난 17일 일단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하기로 조씨 측 소속사와 협의를 했으나 검찰수사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당혹스러웠다”며 “이미 오래전 기획공연으로 준비한 만큼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조영남 측과 계약금이나 행사비용을 지불한 게 거의 없어 공연취소로 인한 손해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6일 조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조씨는 ‘화투’ 그림을 무명의 다른 작가가 대신 그리고 조씨가 자신이 그린 그림처럼 약간 손을 댄 뒤 사인을 하고 비싼 가격에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씨는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간헐적으로 일부 화투 작품에서 그분이 조수로 참여했지만 모두 저의 창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100% 저의 창의력”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조씨는 공중파의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에서도 하차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사기냐 관행이냐 ‘조영남 代作 스캔들’

    사기냐 관행이냐 ‘조영남 代作 스캔들’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화가로도 활동해 온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씨의 대작(代作) 스캔들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씨는 화투장을 소재로 한 독특한 그림을 발표해 화가로 활동하면서 수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무명화가 “8년간 300점 그려줬다” 무명화가 A(61)씨가 폭로한 조씨의 대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7일 “실제로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본다면 조씨는 다른 사람이 그린 작품을 자신의 것처럼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속초에 거주하는 A씨가 1점당 10만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 그림을 그려 주면 조씨가 조금 손을 봐 서명을 한 뒤 수백~수천만원에 판매했다며 수사 의뢰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날 조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A씨는 2009년부터 8년간 조씨의 주문을 받아 300여점을 대신 그려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논란이 인 데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8년간 300점을 그렸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비슷한 패턴의 작품을 여러 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혼자 작업하는데 바쁠 때는 조수를 기용했고 함께 하는 사람이 3~4명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작가들 기획만 하기도 그는 조수가 대신 작업하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조씨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유명 원로 화가들이나 몇몇 인기 작가들은 작업실에 여러 명의 조수를 두고 작품 제작에 도움을 받고 있다. 조각이나 대형 벽화 작업처럼 혼자 하기 힘든 작업을 할 때에 조수를 쓰는 것은 일반화돼 있다. 작품의 수요가 많은 대가들이나 극사실 작업을 하는 극소수의 화가들도 조수를 두고 작업한다. 최근에는 작가들이 기획자이자 디자이너, 프로듀서로 머물고 제작은 다른 참여자들이 하는 경우가 더 늘고 있다. 특히 현대미술에서 영상과 설치 등 장르융합적이고 개념적인 작품이 많아지면서 직접 작품을 제작하지 않는 작가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경우 아이디어의 독창성은 아티스트에게 있다고 본다. 수십 년에 걸친 훈련과 작업의 결과로 구축한 예술세계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미술계 “유명세 이용해 화단 농단” 하지만 조영남의 회화가 그런 수준인지에 대해서 미술계는 고개를 내젓는다. 한 중진 작가는 “아마추어 화가가 아무런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고 유명세를 이용해 슬그머니 화단에 진입하고 평생을 바쳐 일궈야 할 예술을 마치 아무나 하는 가벼운 장난처럼 농단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화가 안창홍은 “요즘 점점 젊은 화가들이 기획자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술은 정신의 산물이고 육체의 노고를 통해서 생산되는 작품만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씨의 그림을 취급해 온 인사동의 리서울갤러리 관계자에 따르면 화투장을 소재로 그린 조씨의 그림은 아트페어에서 호당 30만~50만원에 거래된다. 1호는 엽서 한 장 크기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가수 조영남 화투 그림 ‘대작’ 의혹 수사

    가수 조영남 화투 그림 ‘대작’ 의혹 수사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씨가 그린 화투 소재 그림을 놓고 ‘대작’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6일 조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무명 화가 A씨가 그린 그림에 조씨가 조금 손을 더 본 뒤 자신이 그린 것처럼 전시, 판매했다는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대작 화가인 A씨가 1점당 10만 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서 조씨에게 그려준 그림이 수백만 원에 거래됐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작업을 마치는 대로 조씨의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부터 최근까지 조씨에게 그려준 작품이 300점은 넘을 것”이라며 “작품을 거의 완성해 넘기면 조씨가 약간 덧칠을 하거나 자신의 사인만 더해 작품을 마무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3월 팔레 드 서울에서 열렸던 조씨의 개인전에 출품된 40여점 역시 자신이 그려준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300만원에서 1200만원까지 크기에 따라 거래됐다. A씨는 전시기간 중 강원 속초시 자신의 작업실에서 오토바이를 이용해 서울의 조씨집까지 ‘천경자 여사께’ ‘겸손은 힘들어’ 등 그림 17점을 배달했으며 조씨의 매니저와 문자로 주고받은 내용을 제시했다. A씨는 “새로운 그림을 내가 창조적으로 그려서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 “조씨가 아이템을 의뢰하면 적게는 2~3점, 많게는 10~20점씩 그려서 조씨에게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조씨 측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씨에게 일부 그림을 맡긴 것은 사실이나 지난 3월 팔레 드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50점 중 6점에 지나지 않는다”며 “A씨의 도움을 받은 그림은 한 점도 판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씨 측은 또 “A씨가 밑그림에 기본적인 색칠을 해서 보내주면 다시 손을 봤다”며 “개인전을 앞두고 일정이 많다 보니 욕심을 부린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씨 측은 “미국에서는 조수를 100명 넘게 두고 있는 작가들도 있고 우리나라도 대부분 조수를 두고 작품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1970년대 미국에 갔다가 교민들이 화투 치는 모습을 보며 일본은 싫어하면서도 화투는 좋아하는 데 아이러니를 느껴 화투 그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조영남 ‘화투’ 그림 대작 의혹… 갤러리 등 3곳 압수수색

    조영남 ‘화투’ 그림 대작 의혹… 갤러리 등 3곳 압수수색

    조씨 “도움받은 그림 판매 안해”… 檢 “압수물 분석 뒤 소환 결정”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씨가 그린 화투 소재 그림을 놓고 ‘대작’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6일 조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무명 화가 A씨가 그린 그림에 조씨가 조금 손을 더 본 뒤 자신이 그린 것처럼 전시, 판매했다는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대작 화가인 A씨가 1점당 10만 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서 조씨에게 그려준 그림이 수백만 원에 거래됐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작업을 마치는 대로 조씨의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조씨 측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씨에게 일부 그림을 맡긴 것은 사실이나 지난 3월 팔레 드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50점 중 6점에 지나지 않는다”며 “A씨의 도움을 받은 그림은 한 점도 판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씨 측은 또 “A씨가 밑그림에 기본적인 색칠을 해서 보내주면 다시 손을 봤다”며 “개인전을 앞두고 일정이 많다 보니 욕심을 부린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책은 스승이다… 명사 5인이 꼽은 ‘내 인생의 책’ 인생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찾기 힘들 때 나도 모르게 읽는 그런 책이 있다. 우리는 ‘책의 힘’을 쉽게 잊곤 한다. 그래도 책은 지루한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준다. 영화감독 이준익, 연극연출가 김광보, 소설가 정유정과 편혜영, 출판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등 5명은 ‘세상의 모든 책’을 가리켜 스승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둔 ‘내 인생의 책 스승’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영화감독 이준익 / 박석무 ‘다산 정약용 평전’ ‘내 인생의 스승이 된 책’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타이틀이라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주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을 꼽아 달라면 ‘다산 정약용 평전’이 있다. 외국의 화폐 인물들은 근현대 인물이 많은데 우리는 맨날 조선 시대 인물들이다. 근대 인물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식민사관의 피동적 근대성보다는 능동적 근대성을 남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런 인물 중 정약용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다산 정약용 평전’은 조선의 주체적인 근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근대를 주체적으로 이룩하지 못한 공동체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갈팡질팡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대는 근대로부터 이어진 건데 피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 능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래에 대한 방향성은 과거 근대성에 대한 관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수천년 누적된 문화의 잠재력을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 재구성, 재생산해 내는 근간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약용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싶기는 한데 장담할 수 없다. 영화로 만들 만한 사건이 부족하다. 정약용의 형제들이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것들이 있기는 한데 픽션을 함부로 가미하면 본질이 호도되고, 지나치게 사실에 근거하면 영화적으로는 불리해 고민이 많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영화로 만든 까닭도 능동적 근대성의 연장선에서다. 연극연출가 김광보 / 파드마 삼바바 ‘티벳 사자의 서’ 1998년 소설가 박상륭의 작품 ‘뙤약볕’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소설을 정독하는 과정에서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정신이 티베트 불교라는 걸 알게 됐다.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경전인 ‘티벳 사자의 서’를 읽게 됐다. 사람이 죽기 직전이나 죽은 후 49일 동안 읽어 주는 경전으로, 생의 근본 진리를 설파하며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해 준다. 처음엔 무척 어려웠다. 난해함이 가실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삶의 본질과 맞닿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동안의 삶도 성찰하고 앞으로 가야 할 올바른 길도 모색했다. 여러모로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엔 삶도 팍팍했고 앞만 보고 가기에 급급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엔 한 작품이 끝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됐는지 돌아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계획을 세우게 됐다. 무대에 올린 작품들을 검증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게 됐다. 성찰을 토대로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에 담긴 정신은 소설 ‘뙤약볕’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뙤약볕’은 말(言)을 숭배하는 한 섬에서 말을 잃어버린 배경과 말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온갖 유형의 인간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뙤약볕’ 이후 무대에 올린 작품들에도 ‘티벳 사자의 서’의 정신이 요소요소에 깔려 있다. 한 작품에 통째로 담겨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작품에 반영돼 왔다. 소설가 정유정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 인생에 스승이 된 책은 유대인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예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의 태도를 결정해 주는 책이죠.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던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다 그곳에서 잃었어요. 자신은 살아남았는데 느낀 게 하나 있었죠. 프랭클 박사는 누가 수용소에서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 관찰해 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사람들이었죠. 나치들이 아침에 멀건 커피 한 잔을 줘요. 물도 제대로 없는 상태라 보통 사람들은 그걸 홀라당 마셔 버리겠죠.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수를 했던 거예요. 그 더러운 데서 인간의 얼굴을 깨끗이 유지한다는 것, 그게 바로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고 밑바닥까지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죠. 배가 너무 고파도 더 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조그만 빵 한 조각을 양보하는 이들도 살아남았어요. 저자가 얻은 결론은 인간으로서 품위와 위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의지대로 이끌더라는 거예요.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힐링’(치유)이란 건 누군가에 의해서나 여행으로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인간으로서 존엄을 되찾을 때 가능하다는 걸 일러줘요. 2014년 2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일간 걸으며 밤에 힘겨울 때마다 이 책을 읽었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를 완전히 던질 수 있고,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제 인생이 이런 자유의지가 필요했던 인생이었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소설가 편혜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게다가 스승으로 삼을 만한 책이라니, 근사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재밌거나 진중하기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 좀 더 망설였다. 엄히 꾸짖는 책이 아니라 격려해 주는 책, 철없는 질문과 한탄을 어리석게 여기지 않는 책, 패턴을 벗어나라고 말해 주는 책, 질서에서 자유로운 책, 세상을 의심하고 인간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부추기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어떤 부분은 밑줄을 치며 읽고,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잘 모른다. 과학은 매번 스스로를 교정한다거나 과학적 사고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잊지 않지만 행성이나 은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물리학의 설명은 늘 막연하다. 삶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때,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여느 날보다 울적할 때 무척이나 커다란 백지에 아주 작은 점으로 놓인 나를 상상할 때가 있다. ‘나’는 더 작아지고 세계와 우주는 끝없이 팽창한다. 그런 상상을 반복하면 인간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헤아리게 되고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싶어진다. 물론 그 방법을 ‘코스모스’라는 책이 가르쳐 주었을 리 없다. 오래전의 친구가 말해 준 방법이다. 그러나 우주와 세계의 질서를 헤아리다 보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변덕스럽고 미약한 존재여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출판인 장은수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무엇을 했을까. 베르길리우스를 읽었다. 그리고 ‘신곡’을 썼다.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 삼아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올라서는 길을 열었다. 재미없고 무료하게 살아가던 이달고는 무엇을 했을까. 이야기책을 읽었다. 그리고 돈키호테가 됐다. 기사 소설을 모범 삼아 타락한 세상을 정의가 널뛰는 모험의 무한 공간으로 발명했다. 세속보다 오히려 타락한 종교에 분노한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 성서를 읽었다. 거룩한 서기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모든 이가 사제 없이 직접 신을 만나는 혁명을 이룩했다. 쫓겨 간 혁명가 마르크스는 무엇을 했을까. 대영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자본’을 발표했다. 결국은 인간 자신마저 괴멸할 돈의 무차별한 전진을 폭로해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꿈꾸도록 했다. 아아, 나는 이 모든 책을 읽었다. 말씀으로써 스승이 무명을 깨쳐 제자의 지혜를 꽃피우듯, 책은 삶의 갈래마다 선바위로 서서 내 안의 길을 일으켰다. 모든 책은 수업이다.‘읽기 중독’이 내 정체성이다. 나는 책에서만 길을 찾는다. 나는 문자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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