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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권력의 메멘토 모리/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권력의 메멘토 모리/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체성은 이 한마디로 축약된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사태는 물론 현 정부에서도 환경부와 법무부의 장관, 나아가 청와대조차도 수사 대상이 됐을 때 이 말은 항상 그 보호막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명령을 통해 그는 검찰총장에 호명됐고, 이 말의 집행을 디디며 대통령 당선인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은 민주제의 이름으로 획득된 권력이 폭력으로 뒤바뀌는 퇴행의 순간에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 나가는 법치의 자기방어 수단이다. 그래서 우리가 권력의 시녀 혹은 검찰공화국을 비판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했을 때 궁극의 목표는 바로 여기를 향한다.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법의 범위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자유와 권리를 침탈하는 모든 거악 내지 살아 있는 권력의 대척점에 검찰이 자리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다. 하지만 지난 검찰개혁의 주체들은 현재의 검찰로는 이런 목표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6대 범죄 외 일반범죄 수사권은 경찰에 넘겼고 고위공직자 범죄 부분을 공수처가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 능력을 박탈한 조치로 남아 있는 검찰수사권조차도 예봉을 꺾어 버렸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 예산권, 조직권 그리고 수사지휘권을 활용해 검찰을 자신의 통제권 아래에 편입했다. 나아가 일부 정치권에서는 거악에 맞서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공수처나 경찰이어야 한다며 검수완박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검사 윤석열은 당선인 윤석열이 됐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그가 스스로 살아 있는 권력이 돼 검찰이 겪어야 했던 고난의 행군에 궤도 수정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검찰청에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해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없애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권도 공수처와 더불어 검찰도 행사하게 하며 대통령령을 개정해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수사권을 확대할 가능성까지 내비친다. 검찰의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원상회복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공수처의 우선수사권 폐지나 검경수사권 재조정 문제는 자못 성급하다. 시행한 지 얼마 안 돼 효과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제도를 되돌려 조정하면 국민들의 일상이 다시 흔들리게 된다. 법의 최우선 가치인 법질서의 안정이 균열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정치기관인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법정책적인 수준에서 검토할 가치는 있다. 검찰권력의 대부분이 검찰의 정치화가 아니라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됨으로써 획득된 것임을 감안할 때 검찰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통제가 어떤 식으로 구성돼야 할지 혹은 그와 함께 검찰을 시민사회가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민주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를 총합적으로 숙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사 윤석열의 존재 기반이며, 당선인 윤석열의 정당화 근거다. 그의 공약들이 검사의 욕망인지 당선인의 의지인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으로 법 집행의 최고책임자라고 한다면 이 땅에 법과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게 하는 것은 당선인의 최대의 권능이자 직무다. 그리고 우리 역사는 이 직무명령을 거스른 최대의 주범이 예의 그 살아 있는 권력이었음을 보여 준다. 검찰공화국의 출발점이 검찰의 권력의지에 선행하는, 살아 있는 권력의 검찰 예속화에 있었다는 점 또한 새삼 환기할 필요도 있다. 검찰을 바꾸려면 이 첫 단추부터 풀어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윤석열의 정체성을 구성했지만 곧 당선인 윤석열의 시간이다. 조만간 당신과 악수를 나눌 검사 아무개에게 그 말을 해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모든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 ‘결승 불패’ 쿠드롱, ‘언더독’ 김임권에 역전승…PBA 투어 미답의 5승 고지 등정

    ‘결승 불패’ 쿠드롱, ‘언더독’ 김임권에 역전승…PBA 투어 미답의 5승 고지 등정

    명불허전. 세계 ‘3쿠션 사대천왕’ 가운데 한 명인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 프로당구(PBA) 투어 사상 처음으로 다섯 번째 봉우리를 등정했다.쿠드롱은 4일 경기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펼쳐진 2021~22시즌 PBA 정규투어 최종전인 웰뱅저축은행 웰뱅챔피언십 결승에서 무명의 돌풍을 일으키며 투어 첫 패권에 도전한 김임권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4-3((13-15 14-15 15-0 15-8 8-15 15-13 11-4)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PBA 투어 첫 두 시즌 1승씩을 거두고 올 시즌 2승을 보태 남자부 가운데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쿠드롱은 이날 우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5개로 늘렸다. 상금은 1억원. 통산 누적 상금도 5억 5800만원을 쌓으면서 투어 최초로 5억원을 돌파했다. 쿠드롱은 직전 2개 대회에 이어 PBA 투어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우승도 일궈냈다. 남녀를 통틀어 한 시즌 3연속 우승은 여자프로당구(PBA) 이미래(2020~21시즌)에 이어 두 번째다. 쿠드롱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김임권이 첫 두 세트를 거푸 따내면서 여지없이 깨졌다. 김임권은 9-6으로 앞선 5이닝부터 3연속 득점으로 13점까지 달아난 뒤 뱅크샷으로 첫 세트를 가져갔다. 8이닝에서 하이런 6점으로 쫓은 쿠드롱은 망연자실한 모습이 역력했다.김임권은 여세를 몰아 2세트도 8이닝만에 15점을 채워 이변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쿠드롱은 집중력을 되찾고 추격전에 나서 곧장 두 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쿠드롱은 3세트 8점짜리 하이런 8점을 앞세워 5이닝만에 15-0으로 완승을 거둔 데 이어 4세트서도 5득점 두 방, 4득점 한 방 등 장타를 앞세워 김임권을 돌려세웠다. 이후 1세트씩을 나눠가진 뒤 맞은 마지막 7세트. 한 명이 앞서면 다른 한 명이 쫓아가는 흐름으로 이어진 5이닝까지 둘은 4-4로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쿠드롱은 김임권의 점수를 ‘4’에 묶어놓고 6이닝 1득점에 이어 7이닝에서 남은 6득점을 쓸어담아 통산 5번째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쿠드롱은  “이번 결승전은 특별히 더 어려웠다. 세트 0-2로 지고 있을 때 스타일을 바꿔서 더 빠르게 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템포를 되찾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프로당구(PBA) 투어 세 시즌 동안 1·2부 투어를 들락거렸던 무명의 김임권(42)은 새해 들어 머리를 바짝 깎고 마음을 다잡은 결기로 자신의 최고 성적이었던 지난 3차 대회 16강을 넘어 이번 대회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쿠드롱의 관록에 무릎을 꿇었다. 쿠드롱을 상대로 첫 두 세트를 잡아내며 첫 대회 이후 1006일 만의 투어 정상의 희망을 부풀렸던 김임권은 31살이 되서야 선수로 나섰다. 쿠드롱에 우승컵은 내줬지만 그는 첫 시즌 350만원, 다음 시즌 200만원에 그쳤던 시즌 상금을 4050만원으로 대폭 늘려 부문 랭킹도 8위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 시즌까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즌 ‘왕중왕전’인 월드챔피언십 출전권도 너끈하게 확보했다.
  • 쿠드롱, ‘언더독’ 김임권에 진땀승…‘결승 불패’ 지켜냈다

    쿠드롱, ‘언더독’ 김임권에 진땀승…‘결승 불패’ 지켜냈다

    명불허전. 세계 ‘3쿠션 사대천왕’ 가운데 한 명인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 프로당구(PBA) 사상 처음으로 다섯 번째 봉우리를 밟았다.쿠드롱은 4일 경기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펼쳐진 2021~22시즌 PBA 정규투어 최종전인 웰뱅저축은행 웰뱅챔피언십 결승에서 무명의 돌풍을 일으키며 투어 첫 패권에 도전한 김임권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4-3((13-15 14-15 15-0 15-8 8-15 15-13 11-4)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PBA 투어 첫 두 시즌 1승씩을 거두고 올 시즌 2승을 보태 남자부 가운데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쿠드롱은 이날 우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5개로 늘렸다. 상금은 1억원. 시즌 상금도 총 3억 650만원을 모아 부문 1위를 꿋꿋하게 지켰다. 쿠드롱은 직전 2개 대회에 이어 PBA 투어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우승도 일궈냈다. 남녀를 통틀어 한 시즌 3연속 우승은 여자프로당구(PBA) 이미래(2020~21시즌)에 이어 두 번째다.프로당구(PBA) 투어 세 시즌 동안 1·2부 투어를 들락거렸던 무명의 김임권(42)은 새해 들어 머리를 바짝 깎고 마음을 다잡은 결기로 자신의 최고 성적이었던 지난 3차 대회 16강을 넘어 이번 대회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쿠드롱의 관록에 무릎을 꿇었다. 쿠드롱을 상대로 첫 두 세트를 잡아내며 첫 대회 이후 1006일 만의 투어 정상의 희망을 부풀렸던 김임권은 31살이 되서야 선수로 나섰다.  이날 결승에서 쿠드롱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그는 첫 시즌 350만원, 다음 시즌 200만원에 그쳤던 시즌 상금을 4050만원으로 대폭 늘려 부문 랭킹도 7위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 시즌까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즌 ‘왕중왕전’인 월드챔피언십 출전권도 너끈하게 확보했다.
  •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미륵도 탐냈을 사통팔달의 도시… 기름진 땅만큼 걸음마다 보물… 이리역 폭발 아픔 뒤로하고 보석처럼 반짝반짝전주 뺨치는 황등비빔밥·칼칼 낙지곱창볶음 일품… 40년 노포 안줏거리·곰돌이 호두파이에 ‘훈훈달달’전북 익산시는 도내에서 두 번째, 호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 기준이다. 약 28만명으로 광주광역시, 전주시, 전남 순천시에 다음간다. ‘다다익산’(多多益山)이다. 철도와 도로 교통도 좋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하고 충남 천안부터 이어진 장항선이 이곳에 종착한다. 호남고속도로를 비롯해 1번과 23번 등 국도와 지방도가 사방팔방 얽혀 있다. 금강과 만경강이 흐르는 너른 땅이다. 옥토의 드넓은 곡창지대 호남평야가 펼쳐졌다. 1970년대엔 이리수출자유지역이 생겼다. 당연히 사람이 많이 모여들었다. 익산군과 이리시는 1995년 통합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리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유명했던 까닭이다. 이리는 산짐승 이름과 같아 기억하기 쉽다. 이리는 원래 솜리, 솜니, 솝리 등으로 불렸다. 이리(裡里)의 뜻이 ‘속 마을’이란 뜻이라 그랬다. 작은 농촌 마을이던 솜리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 계획에 따라 갑자기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되며 부쩍 성장했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차례로 놓이고 군산항까지 연결해 호남평야의 쌀을 깡그리 거둬 일본에 실어날랐다.●옛이름 ‘이리’와 지금의 ‘익산’ 하지만 익산이 중요한 지정학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사실 그보다 2000년 이상 먼저 일이다. 마한과 백제의 여러 유적으로 미뤄 볼 때, 이 지역은 일찌감치 발달한 고도(古都)였다. ‘익산 출신’인 무왕이 사비성(충남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까지 시도했을 정도다. 앞서 기원전 청동기 시대에는 고조선 준왕이 내려와 건마국을 세웠고 이는 마한의 첫 수장국(수많은 소국 중 맹주 역할을 하는 국가)으로서 국력을 과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된 미륵사지를 비롯해 왕궁리 궁성 유적, 익산 쌍릉 등은 한반도 고대사에서 익산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였는지를 알려 주는 유적이다. 익산(益山)의 뜻은 ‘첩첩 산이 많다’는 의미지만 실제 익산에는 그리 높은 산이 없다. 오히려 김제와 더불어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들이 많다. 북부 함열과 동부 금마 쪽이 원래 익산의 중심이었는데 이리역이 생겨난 이래 시내 중심이 바뀌었다. ● 지역 역사 송두리째 바꾼 ‘폭발사고’ 살기도 좋은 땅이다. 큰비도 눈도, 심지어 태풍도 거의 없고 강이 둘이나 지나니 가뭄 걱정도 없는 곳이다. 폭염과 혹한도 없다니 얼마나 좋은가. 재해라고는 딱 하나, 굉장히 유명한 ‘인재’(人災)가 있었다. 1977년 11월 11일 일어난 이리역 폭발 사고는 사망 59명, 부상 1158명에 이재민 1647가구 7800여명이 발생한 국내 최악의 화약 폭발 사고였다. 당시 한국화약의 화물열차에 실려 있던 다이너마이트와 뇌관 등 폭발물 40t에 호송 책임자가 켜 놓은 촛불이 옮겨붙어 대형 폭발로 이어졌다. 반경 500m 이내 건물이 깡그리 무너지고 폭발 지점인 이리역에는 지름 40m에 깊이 15m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날 정도였다. 초대형 폭격을 맞은 정도의 규모다. 기관차가 700m 떨어진 민가까지 날아갔다. 이 사고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라진 역사(驛舍)는 물론이며 지역의 역사(歷史)까지 달라졌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도 이 사고와 인연이 깊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삼남극장 지붕이 무너졌다. 이날 ‘가수 하춘화 리사이틀’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하춘화를 당시 무명이던 이주일이 들쳐업고 구해 낸 것. 이 인연으로 이주일은 하춘화 전속 사회를 맡게 됐고 이후 국내 최고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공중분해된 이리역은 1년 후 당시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 지었다. 인근 창인동 익산군청은 건물에 금이 가 2년 후 함열읍으로 이전했고 남성여중과 남성여고, 남성고도 영등동 소라산으로 옮겨야 했다. 건물 9000여 채가 무너졌으니 한마디로 폭발 사고 한 방이 도시 자체가 재건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통합시가 익산시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에도 당시 재난이 연상된다는 여론도 한몫했다고 한다. ●고대사 품은 ‘국보급 도시’ 풍요의 땅 익산에는 보물도 많다. 앞서 언급한 고대 한국사의 국보급 문화재는 국가가 공인한 보물이다. 여기에다 ‘보석 도시’란 예명에 맞게 금은보석 세공 등 보석가공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석재로 유명한 황등석도 보석이다. 국가 공인 4대 종단 중 하나이자 국내 최대 토종 종교인 원불교를 열고 익산 땅에 잠든 소태산 대종사, ‘원불교의 바티칸’ 격인 익산 중앙총부도 익산시의 보석이라 할 수 있고, 호남에서 가장 큰 사학인 원광대학교도 미래의 보석이 아닐 수 없다.● 대각의 종교 ‘원불교’ 성지 익산을 설명하며 원불교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현재 국방부에서 군종 병과를 인정하는 종교는 가톨릭, 불교, 개신교, 원불교뿐이다. 원불교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대각(大覺)의 종교로 1916년 소태산 대종사가 창시해 100여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이 원불교의 중앙총부가 익산 신룡동에 있다. 원불교의 교법을 편 전법성지(傳法聖地)인 이곳엔 중앙총부뿐 아니라 영모전, 대각전, 박물관, 원음방송 등이 함께 있다. 소태산 대종사 성탑, 정산종사 성탑, 성비 등도 자리하고 있다. 주변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상주선원, 문화원, 퇴임 교무 정양소 수도원, 원로원 등이 갖춰져 있다. 일반인도 언제나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이라 익산시 관광 스탬프 코스로 지정돼 있다. 익산 시내 중심가와 가깝고 탁 트인 가람의 경내 분위기나 박물관, 솔숲 산책로 등이 좋아 이른 봄기운을 받으며 둘러보기에 딱이다. 원불교가 창시된 4월 28일 대각개교절에 맞춰 시민 참여 행사도 열 계획이다. 원광대가 시작된 ‘유일학림’ 등 건축물들은 조선 말기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 소태산 대종사가 설법에 사용했던 탁상과 수첩, 교전 등 성품, 물품들이 박물관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원광대 교정은 봄꽃과 건축물, 인공호수 등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여러 번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상징인 봉황탑을 재치 있게 해석해 ‘닭다방’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호수 위 카페와 산책로, 오솔길, 대학박물관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어 교정을 둘러보다 쉬어 가기 안성맞춤이다.●모양도 이야기도 빛나는 보석박물관 국정교과서에 익산이 여러 번 나온다. 국사 교과서엔 마한·백제·미륵사지·원불교 등이, 지리 교과서엔 보석산업이 나온다. 보석 광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석 가공업체가 몰려 있다. 백제의 귀금속 가공술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석박물관에는 11만점의 보석과 원석, 공예품 등이 있다. 옆에는 보석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보석산업센터가 함께 위치했다. 보석이라 하면 그저 반지, 목걸이와 왕관에 붙이는 형형색색의 돌덩이만 연상했는데 둘러보니 참 많은 종류가 있다. 식물성 호박부터 동물성 산호, 여러 광물이 보석의 범주에 든다. 다이아몬드, 수정, 옥 등 다양한 보석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보석은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바다색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색조차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필자가 매우 똑똑해져서 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현명해졌는지 살짝 자랑하자면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슈퍼맨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극으로 부모의 유물을 찾아갈 때 등장하는 크립토나이트는 수정이 아니라 집섬(Gypsum)이나 녹주석의 일종인 아쿠아마린을 닮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또한 영화에서 마녀들이 요술이나 예언을 행할 때 쓰는 둥근 구슬은 호랑이 눈알을 의미하는 호안석(虎眼石)이 분명하다.● 익산의 상징 ‘미륵사지’ 익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보물은 역시 미륵사지(사적 제150호)다. 백제 사찰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3탑3금당 방식으로 다른 절터에 비해 2~3배 이상의 규모와 형식을 자랑한다. ‘서동’ 백제 무왕이 639년 창건했다는 기록까지 등장하니 이래저래 익산의 상징이다. 신라 황룡사와 고구려 금강사에 대응할 만큼 백제 대표 호국사찰로 꼽히는 절이며 백제의 가장 거대한 석탑을 품은 옛 절터다. 무너져 내려 반만 남은 미륵사지 석탑(서탑)은 더할 익(益)자를 모티브로 한 익산시 로고로도 쓰일 만큼 강력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서동요’의 진실은 과연 실제 보물도 쏟아졌다. 2009년 미륵사지 서탑 해체 과정에서 첫 번째 심주석 안에 봉안된 사리병과 금제사리봉영기, 구슬 등 사리장엄구 9900여점이 나왔다. 세세하고 정교한 조각과 문양으로 가득한 사리병은 백제금동대향로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걸작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금판에 붉은 글자를 새긴 사리봉영기는 미륵사 창건에 관한 기록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이로써 미륵사가 백제 무왕 재위 시절인 기해년(639년)에 창건됐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무왕의 왕후가 신라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귀족인 사택씨 가문임도 함께 드러나 ‘서동요’ 이야기가 허구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제판 남자 신데렐라’ 서동의 성공담이 사라질 수 있는 ‘불상사’를 낳은 셈이다. 이후 일부다처설, 후처설 등이 대두되며 아직까진 서동 설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사리봉영기에 선화공주 이름이 정확히 기록돼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무왕릉으로 추정되는 익산쌍릉에선 신라제 토기가 출토돼 서동·선화공주 결혼설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아무튼 미륵사는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조선 중후기까지 건재했지만 숭유억불책과 자연재해,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17세기 들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록이 전한다. 1990년대 초반 동탑을 서탑의 모양에 상상을 더해 복원(?)했지만 고증에 대한 근거도 없고 너무 급조해 만든 티가 난다. 21세기 들어 복원에 들어간 서탑만큼은 원래 석재를 최대한 사용하며 없는 형태를 상상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 젠가(블록빼기 게임)를 하다 망한 것처럼, 그나마 무너진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형식으로 복원을 마친 후 2019년 일반에 공개한 서탑에 더 많은 이들이 몰린다. 현재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로, 미륵사지당간지주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위원회가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5층 석탑 등 유적, 공주·부여의 유적들을 ‘백제역사 유적지구’란 이름으로 묶어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초 미륵사지 지하 공간에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미출토 유물과 백제의 여러 유물을 모아 전시 중이다. 내부엔 다양한 전시기법을 사용해 한눈에 익산의 여러 유적과 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세대불문 미각 깨우는 맛의 고장 물산이 풍요롭고 도시 규모가 제법 되는 익산이라 ‘먹는 보물’도 많다. 전주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황등비빔밥을 파는 여러 노포를 비롯해 푸짐한 인심이 돋보이는 부송국수, 칼칼한 낙지곱창볶음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동서네 낙지, 수제만두로 유명한 태백칼국수, 매콤한 콩나물국밥을 파는 별미집 등이 유명한 식당들이다.곰 얼굴 모양의 귀여운 호두파이와 다양한 종류의 타르트를 만들어 파는 ‘빵곰언니와 호두파이 공장’은 전국적으로 젊은층에게 널리 알려진 디저트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입소문을 타고 순례객을 양산하고 있다. 1982년 ‘역전할머니맥주집’에서 출발한 ‘호프 노포’ 엘베강도 익산역 앞을 지키고 있다. 맛집들은 창인동 중앙시장과 영등동, 원대입구(대학로), 모현동, 부송동, 황등면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이동하기 편리하다. 마한의 첫 수장국으로 시작,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 됐을 곳. 그리고 근대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 이리로부터 지금의 보석 도시 익산. 역사를 거슬러 봐도 언제나 풍요로움이 넘쳐나던 곳이다. 이리저리 돌아보며 ‘다다익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가기 전에 이건 꼭! -미륵사지와 익산박물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눈높이를 낮춘 전시물부터 다양한 체험까지 가능한 어린이박물관도 함께 있다. 왕궁리 유적 박물관은 현재 휴관 중이다. -서동공원 경내 마한박물관에는 율촌리 고분 출토 옹관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이다. 웅포면 입점리고분전시관은 익산 지역에 살았던 백제 귀족의 무덤에서 발굴한 금동관모와 장신구 등의 복제품이 전시돼 있다. -원광대 박물관도 알짜배기다. 마한과 백제 유물부터 옹기, 회화, 민속, 불교 예술 등을 모아 놓은 종합박물관이다. 천주교 유적지도 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모신 나바위 성지가 익산에 있다. 백제의 석불로 국가 중대사에 앞서 땀을 흘린다는 익산석불좌상도 삼기면 석불사에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또 무례한 질문…이정재에 “이제 무명시절 그립겠다”

    또 무례한 질문…이정재에 “이제 무명시절 그립겠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TV 드라마 부문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한국 배우들에게 할리우드 현지 언론이 무례한 질문을 던져 국내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샌타모니카 바커행어 이벤트홀에서 열린 SAG 시상식에서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 정호연은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이정재 “…”, 정호연 “그런 거 없다”이정재와 정호연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현지 매체 ‘액세스 할리우드’ 기자로부터 “이제 SAG 수상자가 되셨는데 무명 시절의 무엇이 가장 그립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배우 이정재가 해외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 덕분이지만, 그는 1993년 데뷔해 1995년 ‘모래시계’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뒤 근 몇십 년간 연기력도 인정받은 스타다.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무명배우에서 벗어났다는 식의 질문은 황당함을 넘어 무지하고 무례한 질문인 셈이다. 정호연 역시 ‘오징어 게임’을 통해 무명 시절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다. 여우주연상을 탄 정호연은 비록 연기로서는 국내에서도 신인급이지만, 모델로서는 2010년 데뷔해 10년 넘게 활동해온 베테랑이며 ‘오징어 게임’ 이전인 2017년부터 루이비통·샤넬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했다. 황당한 질문에 이정재가 무슨 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정호연이 웃으며 “없다(Nothing)”고 단호하게 말했고, 정호연의 답변에 이정재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질문을 던진 기자는 머쓱한 듯 “상 받을 자격이 있으시다. 축하드린다”며 질문을 마무리했다. 윤여정에 “브래드 피트 냄새 맡았느냐” 질문도최근 몇 년 새 한국 영화와 드라마, 대중음악이 세계적 인기를 얻고 감독과 배우, 가수들이 각종 해외 시상식에서 큰 상을 수상한 가운데 종종 황당하고 무례한 질문을 받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에게도 ‘엑스트라TV’의 기자가 “(‘미나리’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와 대화를 나눴는데, 그에게서 어떤 냄새를 맡았느냐”는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윤여정은 “난 개가 아니다. 브래드 피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며 뼈 있는 농담으로 맞받아쳤다. 그러면서도 “브래드 피트는 내게도 스타이며, 그가 내 이름을 부른 것을 믿을 수 없다”며 겸손한 태도로 대처해 호평을 받았다. 이후 ‘냄새’ 질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엑스트라TV는 별다른 사과나 공지 없이 문제의 질문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서 슬그머니 삭제했다. 봉준호, 할리우드 중심적 사고에 일침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은 이러한 할리우드 중심적 사고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미국에서 ‘기생충’이 막 개봉할 즈음인 2019년 10월 봉 감독은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한국 영화가 높아진 명성에 비해 오스카(아카데미)상과는 인연이 너무 없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는 이정재·윤여정 등이 받은 질문과 달리 무례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봉 감독의 답변이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지역적(local)이다”라고 답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칸·베니스·베니스영화제처럼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품된 작품을 상영하고 심사하는 국제 영화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지만, 미국 LA의 할리우드 중심으로 제작된 자국 영화 위주로 아카데미 수상작이 결정되는 편협함을 꼬집은 것이기도 했다. 미국 영화계 인사와 영화팬들은 봉 감독의 ‘로컬’ 발언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며 공감했다.
  • “하루도 갑옷 안 벗고 필사즉생”… 박진, 왜군 보급로 끊어 북상 저지

    “하루도 갑옷 안 벗고 필사즉생”… 박진, 왜군 보급로 끊어 북상 저지

    임진왜란 개전 초기 경상좌도 방어전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이 밀양부사 박진(1560~1597)이다. 그는 500명 남짓의 병력으로 소산역과 작원관 전투를 잇따라 치르며 왜군의 북상을 최대한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병력의 절대 열세로 패퇴는 불가피했지만, 조선이 이후의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몫을 해냈다. 한편으로 그는 임진왜란 역사에서 가장 비참하게 죽은 장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진이 밀양방어전을 치른 황산과 작원의 잔도(棧道)는 한양과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의 일부다. 경부선 철도가 두 잔도를 이어 놓인 것도 남북을 잇는 최단거리 루트라는 것을 보여 준다. 낙동강변 산비탈의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정도의 위태롭고 좁은 길이다. 선조수정실록은 ‘왜적이 밀양 지역에 들어오니 부사 박진이 작원강의 잔교를 지켰는데 좁은 잔교를 점거하여 활을 쏘면서 버티자 적이 여러날 진격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진은 이렇듯 소수 병력으로 왜군 선봉대의 북상을 한동안 지체시켰다. 앞서 4월 13일, 왜적이 몰려오고 있다는 급보가 전해지자 경상도관찰사 김수는 관할지역에 전군 동원령을 내렸다. 제승방략(制勝方略)에 따른 분군령(分軍令)을 발동한 것이다. 주변 군진의 병력을 한곳에 집중시켜 대규모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는 조선 특유의 군사 전략이다. 경상좌도의 1차 저지선은 동래성, 2차 저지선은 울산병영성이었다. 가까운 군진의 병력이 모인 동래성에서 시간을 벌어 주는 사이 경상좌도 관할 다른 군진 병력이 울산병영성에 집결해 전투태세를 갖춘다는 작전 개념이다. 박진은 밀양부 병력을 이끌고 동래성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전투가 시작된 다음이었다. 4월 15일이다. 박진은 겁에 질려 동래성을 빠져나온 경상좌도병마절도사 이각과 소산역에서 마주쳤다. 동래성 북쪽의 소산역은 오늘날의 부산시 금정구 선두구동이다. 박진은 이각에게 “소산을 지키지 못하면 영남은 우리 것이 아니오. 내가 앞에서 적을 견제할 터이니 공은 뒤를 지키고 있다가 내가 패하면 공이 구원하고 내가 이기면 공은 협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동량(1569~1635)의 ‘기재사초’에 나오는 이야기다.박진과 밀양부 군사는 중과부적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이각은 더욱 전의를 상실해 울산병영성으로 달아났다. 이후 그의 행각은 선조실록에 나오는 그대로다. ‘이각은 본영에 돌아와서도 성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밤에 첩을 탈출시키면서 창고에 간직해 둔 무명 1000필을 함께 싣고 가게 했다. 이각 역시 새벽을 틈타 도망하니 모든 군사가 크게 무너지고 적병이 몰려들어 왔으나 감히 항거하는 자가 없었다.’ 1차 방어선과 2차 방어선이 모두 허무하게 뚫려 버린 중심에 이각이 있었다. 5월 14일 임진강변 도원수 김명원의 막사에 이각이 모습을 드러내자 선조는 선전관을 보내 목을 벴다. 박진 부대는 4월 16일 밀양으로 이어지는 황산과 작원의 잔도를 가로막으며 강력히 저항했다. 그러자 왜군의 본대는 험준한 천태산 능선으로 크게 우회해 작원관을 포위하려 했다. 휘하 군관 이대수와 김효우가 병력을 이끌고 산골짜기로 올라가 적을 저지하려 했지만 결국 전원이 전사하고 말았다. 작원관 옆 산비탈에 보이는 ‘작원관 위령탑’은 이때의 순절자들을 추모한다. 박진은 전세가 기울자 밀양읍성으로 돌아가 적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군기고와 군량창고를 불태우고 창녕 영산 방면으로 단신이다시피 퇴각했다. 현재의 작원관은 원래 위치보다 서쪽으로 옮겨 1995년 복원한 것이다. 경부선 철도 부설 직후의 사진을 보면 강변 벼랑에 문루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1936년 낙동강 대홍수로 집터까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작원관은 영남대로를 오가는 관원의 숙소이자, 낙동강 일대를 출입하는 사람과 화물을 검문·검색하고 왜적의 침입도 막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 이제 작원관에 가려면 대구부산고속도로 삼랑진 나들목에서 삼랑진 읍내로 들어선 뒤 철길을 따라 동쪽 낙동강변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원관 아래 철길로는 ITX새마을이며 무궁화호 열차는 물론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쉴 새 없이 지난다. 임지인 밀양을 버렸다는 이유로 박진의 초기 평판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경상도관찰사 막하로 들어간 이후에는 조정에서 ‘진이 하는 일을 보니 이미 사생을 각오하고 반드시 적과 싸워 죽으려고 작정한 것’이라고 했을 만큼 시선이 달라졌다. 선조실록은 ‘진이 밀양성을 나온 뒤 하루도 편히 쉬지 않고 하루도 갑옷을 벗지 않고 동서로 달리며 칼날을 무릅쓰고 돌진하여 싸웠다. 진만이 이렇게 하니 영남에서 온 사람은 그의 공을 대단히 칭찬했고, 전후의 장계도 모두 진에 의해 왜적의 실정을 알게 한 것이니 조정에서도 가상하게 여겼다’고 적고 있다. 33세의 종3품 밀양부사 박진은 5월 들어 종2품 경상좌도병마절도사로 품계가 수직상승했다.박진은 고위관리의 천거로 관리를 등용하는 제도에 따라 선전관으로 처음 무관직에 들어선 뒤 1584년(선조 17) 별과무시에 급제한다. 함께 급제한 인물로는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과 역시 진주수성전에 좌익장으로 참여해 적탄에 쓰러진 김시민을 대신해 전투를 지휘한 이광악, 영천성 탈환의 주역 권응수, 전라좌도수군절도사 이순신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경상우도수군절도사 원균에게 건의하고 이후 이순신 막하에서 활약한 이운룡이 있다. 박진이 결정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1589년(선조 22) 비변사가 능력 있는 무인을 파격적으로 승급시켜 등용한 불차채용이 계기가 됐다. 이순신과 부산진첨절제사 정발도 이때 이름을 올렸다. 박진은 이후 빼앗긴 읍성들을 되찾고 적의 보급로를 끊는 데 전력투구했다. 우선 안동부의 왜군을 몰아내고, 경상좌도의 지휘체계를 잡아 갔다. 그러자 개전 초기 무기력하게 흩어졌던 군사들도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의 지휘로 7월 28일에는 영천성, 9월 8일에는 경주성을 탈환했다. 언양에서 울산,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한 것이다. 경상좌도 요충을 잇따라 상실한 왜군은 부산에서 한양에 이르는 보급로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조정은 ‘박진이 영남좌도를 수복한 공로는 이순신의 공과 다름없는 것’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왜군은 점령지의 수령으로 조선인 협력자를 임명해 다스리게 했는데, 승(僧) 찬희도 그런 인물의 하나였다. 이른바 순왜(順倭)다. 그런데 ‘찬희가 밀양성에 들어와 군민(軍民)을 꾀어 모으는 것을 박진이 몰래 잡아서 죽였다’고 그 자신 의병장이었던 조경남(1570~1641)이 ‘난중잡록’에 썼다 이런 박진이지만 1593년 정월 21일 선산 인동의 왜군을 포위 공격하는 과정에서 조총 탄환을 맞은 뒤 일선에서 지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박진의 불행은 이후 내·외직을 오가면서 더욱 심각해진다. 1593년 7월 18일 선조실록에는 임금이 ‘명나라의 관유격(遊擊)이 심유경(沈惟敬)의 말을 듣고 왜적을 비호하여 박진 등 네 장군을 묶어다가 곤장까지 치고 온갖 치욕을 보였다고 하니 통분함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박진은 임시 관직인 독포사(督捕使)였다. 7월 18일이라면 제2차 진주성 전투 전날이다. 명나라의 무도함은 일본과 휴전협상을 벌이는 상황에서 왜적에 강력히 대응하려는 조선군이 못마땅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597년 5월 29일 선조실록은 박진이 명나라 장수에게 구타당해 사망했다는 더욱 황당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실록은 ‘죽은 뒤 보니, 가슴뼈가 부러져 있었다 한다. 국가의 일로 죽은 것이니, 다른 사람에 비하여 더욱 참혹하다’고 했다. 폭행한 명나라 장수는 누승선(婁承先)이다. 군량 공급에 대한 불만으로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다. 선조는 그럼에도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훗날 임란 선무공신 명단에 박진의 이름을 넣지 못한 것도 철저하게 명나라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 강하늘 ‘나무는 서서 죽는다’ 주연…무명 배우로 변신

    강하늘 ‘나무는 서서 죽는다’ 주연…무명 배우로 변신

    ‘달이 뜨는 강’·‘사임당 빛의 일기’ 연출했던 PD작품배우 강하늘이 무명 배우로 변신한다. KBS는 17일 “강하늘이 새 드라마 ‘나무는 서서 죽는다’ 주연을 맡는다”고 전했다. 나무는 서서 죽는다는 무명 연극 배우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귀순한 손자를 연기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강하늘은 지방 극단 무명배우인 유재헌 역할을 맡는다. 유재헌은 부족한 것보다는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낙천적인 인물로 표현된다. 한 노신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인생의 전환점을 맡는다. 드라마 ‘달이 뜨는 강’, ‘사임당 빛의 일기’ 등을 연출했던 윤상호 PD가 맡는다. 이외 주연 배우 캐스팅을 곧 완료하고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할 것이라고, KBS측은 설명했다.
  • 테크노밸리에도 해양정원에도… 꾸미고 갖추니 ‘북적북적 서산’

    테크노밸리에도 해양정원에도… 꾸미고 갖추니 ‘북적북적 서산’

    테크노밸리 대박에 젊은층 몰려지자체 고용률 전국 3위로 껑충 가로림만에 5년간 2448억 투자관광객 연간 최소 400만명 유치 해미성지를 다종교 융합 상징화순례·관광 오는 제2 산티아고로 군비행장 활주로 활용 공항 추진주변 철도 연결, 서해안 중심으로# 경운기부대가 갯벌을 달린다. 힙합 버전의 민요 ‘옹헤야’가 백뮤직으로 깔리면서 박진감과 에너지가 터질 듯하다. 1분 30초짜리 이 영상은 해미읍성, 간월도, 유기방가옥 등 충남 서산 관광지도 담았지만 경운기들이 줄지어 달리는 이 장면이 백미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9월 영화 ‘매드맥스’를 본떠 가로림만 갯벌에서 제작한 이 ‘머드맥스’는 3470만 뷰를 넘을 정도로 대박을 쳤다. 경운기를 몰고 내달린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고령의 주민들은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관광의 별’ 특별상을 받았다. # 맹정호 서산시장은 지난해 2월 김지철 충남교육감을 만나 ‘성연초등학교 제2캠퍼스’ 건립을 제안했다. 2017년 서산 최대 규모로 서산테크노밸리로 이전 개교한 성연초교가 4년 만에 과밀학급이 됐다. 서산테크노밸리 덕분이다. 산업단지 조성 후 젊은층이 몰려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3000명도 안 되던 성연면의 인구가 1만 6000명 안팎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최근 20~40세 인구수가 6000명을 넘어 평균 연령이 순식간에 34.6세로 낮아졌다. 서산시 평균 43.5세보다 9년이나 더 젊다.서산시는 천혜의 자연과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색깔을 띠고 있다. 전통 농어촌에서 자동차와 석유화학 중심 대규모 산업단지로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원시의 모습을 잃지 않은 자연을 활용한 휴양명소, 천주교 국제성지 지정에 따른 종교의 ‘메카’, 충남 유일의 공항 건설 계획 등이 더해지면서 ‘매력 도시’로 커 가고 있다. 서산시는 6일 2026년까지 국비 1555억원 등 총 2448억원을 투입해 천연기념물 331호 점박이물범홍보관, 예술창작공간과 감태갯벌정원, 낙지갯벌정원, 등대정원 등으로 꾸며진 가로림만 해양정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생태탐방 뱃길과 투어버스 노선도 만든다.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지난 30년간 조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지루하게 벌어졌던 갈등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해양생태계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획으로 반전이 이뤄져 의미가 크다. 김종국 서산시 주무관은 “국내 최초의 해양정원 사업이 완료되면 관광객이 연간 최소 400만명으로 지금보다 몇 배 더 늘어나고, 주민은 관광업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적 112.57㎢의 드넓은 가로림만 서산 해안에서 대산읍과 팔봉·지곡면 17개 어촌계, 1000여명의 계원 등 수많은 주민들이 바지락과 굴을 채취하고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 간다. 서산시는 올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함께 국가해양정원 승격을 목표로 세웠다. 김 주무관은 “지난해 말 설계비로 국비 35억 8500만원을 확보해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홍보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해미성지는 지난해 12월 15일 국제성지로 인정하는 교황청의 교령(공식 결정 문서)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성지는 30여곳, 국내에서 서울 순례길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무명의 천주교인 1000여명이 재판도 없이 처형을 당한 성지는 거의 유일하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성지 진둠벙(교인을 묶어 던져 죽인 웅덩이) 앞에서 “센자노메(senza nome·이름 없이), 센자노메…”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서산시는 무명 순교자의 묘, 성지기념관, 성당이 있는 해미성지 3만㎡를 종교의 메카로 키우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4만 5400여명이던 방문객 수가 교황 방문 이후 6만명을 훌쩍 넘겼다. 시는 지난달 국제성지조성팀을 신설해 성지~해미읍성~산수저수지~한티고개로 이어지는 성지순례길 11㎞ 조성부터 나섰다. 2025년까지 순례길에 가상현실(VR) 등 영상과 디자인 조명 설치 등을 통해 서산에 숭고한 종교적 이미지를 입힌다는 구상이다. 내년까지 성지~해미읍성 구간에 옛 모습을 재현하는 사업도 펼친다. 박기남 시 주무관은 “성지 주변에 체험시설 등을 조성해 난개발을 막고 천주교뿐 아니라 유교·불교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다종교 융합을 상징하는 세계적 국제종교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산공항 건설도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들의 현장실사가 이뤄져 긍정적이다. 실사는 해미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비행장과 공항터미널 예정지에서 이뤄졌다. 주기훈 시 주무관은 “군산, 사천 등 다른 공항보다 예상 이용객이 훨씬 많고 해미국제성지 등으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2017년 말 국토부 타당성 조사에서도 경제성(BC)이 1.32로 높게 나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산공항은 공군비행장 활주로를 활용해 국내선을 운항할 계획으로, 2025년까지 완공이 목표다. 서산 교통의 다양화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충남과 경기 평택 등 지역 주민뿐 아니라 스페인 산티아고처럼 해미성지를 찾는 순례자와 관광·무역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의 접근도 쉬워진다. 건설비도 기존 군공항을 활용해 509억원밖에 들지 않는다. 주 주무관은 “서산공항 건설에 현재 추진 중인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대산항 구간과 장항선 삽교역~서산공항~안흥항 구간에 철도까지 건설되면 서산은 없는 게 없는 서해안 최고 교통요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 [나우뉴스] 우크라이나 입장하는데…올림픽 개막식서 졸고있는(?) 푸틴 대통령

    [나우뉴스] 우크라이나 입장하는데…올림픽 개막식서 졸고있는(?) 푸틴 대통령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지난 4일 화려한 막을 올린 가운데 개막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이 서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영국 인디펜던트 등 서구 주요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개막식 중 잠시 졸았다며 특히 이는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올림픽을 방문한 세계 정상급 인사 19명 중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의 더욱 큰 관심을 받고있다. 실제로 개막식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의자에 편안히 앉아 지긋이 눈을 감고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진짜 잠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장면은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타이밍과 맞물리며 고의적으로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규탄하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장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러시아 측에 힘을 실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해 여러 서구 국가들이 중국 정부의 인권 문제에 항의하며 외교적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베이징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출신 선수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유망주 디니거 이라무장(21·여)이 그 주인공으로 언론들은 중국 당국이 신장 출신이란 점에 주목해 무명에 가까운 그를 최종 주자로 내세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는 홍콩, 대만 문제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최전선’으로 꼽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올림픽 2열] 중국은 꼭 그랬어야 했나…2008년 이어 올해 개막식에도 나온 ‘한복’

    [올림픽 2열] 중국은 꼭 그랬어야 했나…2008년 이어 올해 개막식에도 나온 ‘한복’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4일 오후 5시 30분. 기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각국 취재진과 국가체육장 ‘냐오차오’(鳥巢·새둥지)에서 진행된 개막식 현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반인에게 개막식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외신 기자 등 지정된 인사들에게 ‘관중’ 자격으로 참가할 기회를 줬습니다. 덕분에 평생 한 번 있을 ‘행운’을 얻었습니다. 개막식은 소박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최근 미중 간 패권 갈등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튀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던 송승환(65) 연출가는 KBS방송 해설에서 “중국이 2008년(베이징하계올림픽)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면, 이제는 어깨에 힘을 빼고 한결 여유로워진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 저 역시 이번 개막식을 직관하며 딱히 흠잡을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한복 논란’만 빼면 말이죠. 식전 행사에서부터 한국 취재진과 특파원, 선수들이라면 황당하다고 느꼈을 영상이 등장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이들이 방 안에 둘러 앉아 설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막걸리를 권했고 가족들은 윷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강강술래와 쥐불놀이, 상모놀이, 장구치기 등을 하며 놀고 있었죠.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영상에는 북중 접경지역이자 조선족 거주지역인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조선족 설맞이 영상은 제법 오랜 시간 방영이 됐습니다.개막식 본행사에서도 한복을 입은 여성이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사회 각계 대표와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 행사 때였는데요. 흰색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를 입고 머리도 하나로 땋아 댕기로 장식한 조선족이 나왔습니다. 곧바로 국내에서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라며 ‘한복 공정’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 개막식 때도 한복을 등장시켰습니다. 식전 행사에서 지린성 옌볜 가무단 여성 100여명이 한복을 입고 아리랑 민요를 배경으로 부채와 장구춤을 선보였습니다. 이 때도 국내에서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온 바 있었죠.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말하자면요. 2008년과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출연자가 나온 것이 ‘한복은 중국 고유의 복식’이라는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2008년에는 중국 내 28개 지역의 전통 의상과 민요, 춤을 선보였습니다. 옌볜 가무단은 이 가운데 21번째로 나왔고요.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 여성’ 역시 중국 내 대표적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위상이 감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복 논란에 매몰되면 중국의 더 큰 의도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제가 기억하기로 식전 행사를 포함해 개막식 전체에서 가장 조명받은 소수민족은 신장 위구르족과 조선족이었습니다. 성화봉송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주자는 신장위구르자치구 태생의 스키 선수 디니거 이라무장(20·여)이었습니다. 위구르족의 전통 행사 영상도 꽤 오래 방영됐습니다. 주최 측이 무명에 가까운 이라무장을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한 건 두 말할 필요 없이 신장 인권 실태를 비판하는 서구세계를 염두에 둔 포석입니다. ‘너희들이 주장하듯 우리가 신장 인권을 전방위적으로 탄압하면 이라무장이 어떻게 국가대표가 될 수 있겠냐’는 것이죠. 그러면서 또 하나 말하려는 것이 있었던 듯 합니다. ‘중국 내 소수민족이 위구르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족처럼 한족과 별 문제없이 잘 지내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죠. 조선족은 중국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한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한족과 성공적으로 융합한 대표적인 민족입니다. 소수민족 중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고 정치적 위상도 상당합니다. 자가용 비행기로 해외 출장을 다닐 만큼 부유한 사업가들도 꽤 있습니다. 20세기 초 중국 내 한인들의 항일단체로 훗날 북한군의 모태가 된 조선의용대가 공산당을 도와 신중국(사회주의 중국) 건립에 기여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조선족이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죠. 이번 개막식에서 신장 위구르족과 함께 조선족도 부각시킨 것은 미국 등이 제기하는 소수민족 박해 논란을 반박하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이런 의도가 얼마나 설득력있게 전달됐는지는 미지수이긴 합니다.어찌됐건 이번 행사에서 등장한 ‘한복 여성’과 ‘설날 행사’는 조선족 뿐 아니라 남북한까지도 중국의 일부로 보일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로서는 매우 불쾌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심을 받는 ‘동북공정’이 재차 오버랩되기 때문이죠.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중계화면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 올림픽을 2열에서 지켜보며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크라이나 입장하는데…올림픽 개막식서 졸고있는(?) 푸틴 대통령

    우크라이나 입장하는데…올림픽 개막식서 졸고있는(?) 푸틴 대통령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지난 4일 화려한 막을 올린 가운데 개막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이 서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영국 인디펜던트 등 서구 주요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개막식 중 잠시 졸았다며 특히 이는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올림픽을 방문한 세계 정상급 인사 19명 중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의 더욱 큰 관심을 받고있다. 실제로 개막식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의자에 편안히 앉아 지긋이 눈을 감고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진짜 잠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장면은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타이밍과 맞물리며 고의적으로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이에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규탄하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장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러시아 측에 힘을 실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해 여러 서구 국가들이 중국 정부의 인권 문제에 항의하며 외교적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베이징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출신 선수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유망주 디니거 이라무장(21·여)이 그 주인공으로 언론들은 중국 당국이 신장 출신이란 점에 주목해 무명에 가까운 그를 최종 주자로 내세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는 홍콩, 대만 문제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최전선’으로 꼽힌다.   
  • 위구르 출신 선수가 베이징 성화 점화자, 역대 가장 작은 성화

    위구르 출신 선수가 베이징 성화 점화자, 역대 가장 작은 성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출신 선수를 내세워 서방의 인권 공세에 대한 중국의 답을 들려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키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2019년 3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 중국 선수로는 처음 국제스키연맹(FIS) 주최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유망주 디니거 이라무장(21·여)이 그 주인공이다. 스키 노르딕 복합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중국 선수로 등록된 동갑내기 남자 선수 자오자원과 함께 4일 개회식의 성화 최종주자로 나섰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라무장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아러타이(阿勒泰)시 출신의 위구르족이다. 이른바 ‘링링허우(零零後, 2000년 이후 출생자)’로 그동안 중국의 ‘불모지’였던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는 점은 이번 대회 슬로건인 ‘함께 미래로’와 부합하는 면모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회 주최측이 무명에 가까운 이라무장에게 최종 주자의 영예를 안긴 것은 다분히 신장 출신이란 점을 눈여겨 봤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는 홍콩, 대만 문제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운 ‘최전선’으로 꼽힌다. 미국이 이번 대회에 정부 고위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이유로 든 것도 신장 인권 문제였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장 인권 문제를 이유로 신장 제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두 나라 사이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은 신장위구르족 강제 노동 및 강제 재교육 시설 운용 의혹을 제기하고, 중국은 이를 반박하면서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중국 측은 위구르족 선수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춤으로써 신장 인권을 명분으로 한 미국, 영국 등 서방 일부 나라들의 올림픽 외교 보이콧에 응답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라무장이 당장 5일 베이징 밖인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에서 열리는 크로스컨트리 15㎞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될 것 같다. 밤늦게까지 베이징에서 국가적 중대사의 막바지를 ‘주연’ 역할로 장식한 뒤 곧바로 다음날 오전 7시 45분 지방에서 시작하는 경기에 출전하게 돼 컨디션 조절에 지장을 초래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한편 2008년 하계올림픽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로 성화를 점화했던 베이징은 이날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선 가장 작은 소박한 성화를 선보여 눈길을 붙잡았다. 베이징 국립경기장에 도착한 성화는 성화는 1950년대생인 스피드스케이팅 영웅 자오웨이창의 손을 거쳐 1960년대생 쇼트트랙 영웅 리옌, 1970년대생 쇼트트랙 영웅 양양 A, 1980년대생 육상 선수 쑤빙텐, 1990년대생 쇼트트랙 스타 저우양을 차례로 거쳤다. 그리고 최종 주자인 ‘2001년생 동갑내기’ 이라무장과 자우자원이 이어받아 경기장 가운데 설치된 눈꽃송이 밑으로 이동했고, 둘은 리프트를 타고 조형물 사이로 올라가 성화봉을 그대로 조형물에 꽂았다. 눈꽃송이 성화대는 하늘로 올라갔고, 역대 가장 작은 성화로 대회를 밝힌다. 중국은 14년 전 하계올림픽에서는 체조 영웅 리닝이 와이어에 몸을 묶고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로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당시 개회식 총감독을 맡았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은 이번에도 개회식 연출을 맡아 세계인의 허를 찌르며 개회식을 마무리했다. 기존 방식의 성화대는 대회 내내 타오르려면 상당한 양의 가스를 계속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베이징 대회는 성화봉이 그대로 성화대로 바뀌는 방식을 선택해 ‘저탄소·환경보호 이념’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개회식 전체로는 ‘대국 굴기’를 경계하는 서방 등의 눈초리를 의식해 거창한 규모 대신 소박하게, 아이들과 미래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길섶에서] ‘싱어게인’/전경하 논설위원

    [길섶에서] ‘싱어게인’/전경하 논설위원

    TV 프로그램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을 올해도 즐겨 본다. 재기를 꿈꾸는 출연자보다 ‘찐무명’인 재야의 고수들에 놀란다. ‘소년 출세’가 기본인 연예계에서 30대가 돼서도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못 했지만 꾸준히 실력을 키워 온 그들이 존경스럽다. 성공에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먹고사는 문제로 가면 쉽게 말할 일은 아니다. 출연자들은 방송 출연 전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각종 공연이나 행사가 취소되고 카페 등의 영업제한으로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으니까. 코로나19 3년째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출연진보다 삶의 고단함이 더 배어난다. 대중음악은 ‘딴따라’라 폄하되기도 하지만 다른 예술처럼 삶을 풍요롭게 한다. 코로나19로 대중음악 공연 자체가 무산되면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단다. 지원대책이 가동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 [TV 하이라이트]

    [TV 하이라이트]

    ●외나무식탁(JTBC 밤 9시) 무명의 요리사들이 같은 분야의 최대 라이벌을 만나 승부를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이다. 첫 대결은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밥심을 책임지는 구내식당 셰프들의 ‘낙동강 더비’. 셰프들은 구단의 자존심을 걸고 첫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명승부를 펼친다. 승부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음식을 만들고 대결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보여 준다. 무명 요리사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평범함에 깃든 깊은 내공을 선보인다. 자타공인 대식가인 MC 강호동과 개그맨 김준현이 각 팀의 수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며 강호동은 개그맨 이용진·가수 슬리피·걸그룹 오마이걸 효정과, 김준현은 가수 허영지·아이돌 아이콘 구준회·콩고 출신 방송인 조나단과 팀을 이룬다.
  • 조영남 불러 윤여정 묻는 방송 ‘유감’ [김유민의 돋보기]

    조영남 불러 윤여정 묻는 방송 ‘유감’ [김유민의 돋보기]

    1971년 영화 ‘화녀’를 통해 데뷔한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로 73세에 오스카 후보에 올랐고,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 아시아 배우로서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배우로는 처음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윤여정에 대해 외신은 주목했다. 윤여정이 사악한 상속녀부터 늙어가는 창녀까지 순응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수십 년간 연기하며 직업과 삶, 모두에서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규범에 도전해왔다고 소개했다. NYT는 한국인들이 첫 한국 배우의 아카데미상이라는 사실은 물론 바로 수상자가 윤여정이기 때문에 열광한 것이라며 윤여정의 인생 스토리와 캐릭터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남성중심적 서열사회에서 오랫동안 고생한 여성들 사이에서” 반향이 더욱 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35년 전 이혼한 전 남편 조영남을 인터뷰했다. 조영남은 “내 일처럼 기쁜 소식이고 축하할 일”이라면서도 “이 일이 바람 피우는 남자들에 대한 최고의 멋진 한 방, 복수가 아니겠냐. 바람피운 당사자인 나는 앞으로 더 조심해야지”라며 황당한 소감을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다른 남자 안 사귄 것에 대해 한없이 고맙다”며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골라서 했다. 윤여정과 조영남은 1974년 결혼 후 미국에서 생활했고 1987년 이혼했다. 조영남은 이혼 사유가 자신의 외도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여정은 이혼 후 홀로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생계형 배우’로 살아가야 했다. 윤여정이 치열하게 살며 이뤄낸 성과를  자신에 대한 복수로 치부해버리는 조영남은 대중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미국식 조크” “물어보니까 대답”궁금하지도, 이롭지도 않은 이야기 조영남은 또다시 윤여정을 언급했다. 조영남을 부른 것은 한 종편 방송이었다. MBN ‘신과 한판’은 16일 첫 방송 게스트로 조영남을 불러 ‘최고의 복수’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눴다. 조영남은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얼마나 근사하냐. 미국식 조크잖나. 재밌지 않냐”라며 “조용히 ‘축하합니다’하면 나답지 않잖나. 바람 피운 남자에 대한 최고의 복수를 당한 느낌이 든다. 저는 쫓겨나서 화가로 성공했고 그 분은 애써서 스타가 됐잖나. 양측이 잘 됐잖나. 헤어져서 다 잘된 케이스는 전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영남은 “그 분은 이장희와 친구다. 맨날 TV 광고에 나오고 영화가 나오니까. 맨날 같이 사는 느낌이니 편하게 느껴진다”라며 선을 넘는 발언도 했다. 조영남은 이장희의 권유로 윤여정에게 꽃다발을 보냈다는 사실도 말했다. 조영남은 “무명으로 보냈는데 배달 기사가 전화가 와 ‘못 가겠다’고 하더라. 그쪽에서 한 번만 더 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조영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윤여정을 얘기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 보니까”라며 억울해했다. 조영남은 살면서 제일 후회되는 일로 “아이들 두고 바람피워서 집 나온 거. 그거 외에는 후회되는 게 없다. 그때 내가 왜 애들 생각을 못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후회했다.‘언니네 이발관’ 보컬이자 작가인 이석원은 블로그에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낄 때 끼고 빠질 땐 빠지는 최소한의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라며 “너무 당연하게도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은 수십년전 무책임하고도 부도덕하게 가정을 버린 남자에 대한 한 방의 의미는 없다. 그런 의미가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면서 “복수란 상대가 내 안에서 여전히 의미라는 게 손톱만큼이나마 있을 때의 얘기다. 지금 윤여정에게 조영남이란 한여름에 무심코 손으로 눌러 죽이는 못생기고 해로운 벌레 한 마리보다 못한 존재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50년간 연기한 배우의 업적을 전 남편과 엮는 방송과 그럴 때마다 말을 아끼기는 커녕 부적절한 발언을 늘어놓는 조영남. 궁금하지도, 어느 하나 이롭지도 않은 이야기에 언제까지 마이크를 건네야 하는 것일까. 자신이 이룬 가정을 버리고 30년이 지나 후회한다는 말로 방송에서 전처를 언급하는 남성 연예인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기엔 세상에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 2022년 미국의 대중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이철의 차이나 핀홀]

    2022년 미국의 대중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이철의 차이나 핀홀]

    지난해 1월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란틱 카운슬(대서양위원회)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 전직 고위간부의 견해”라며 전략 논문 한 편을 공개했다. ‘새로운 미국의 중국 전략’(Toward A New American China Strategy)이라는 제목이었다. 저자는 ‘무명씨’(Anonymous)로 처리됐다. 그는 “미국은 중국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없다. 이는 명백한 국가적 태만”이라고 질책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략이 부재한 것은 무엇을 달성하고 싶어하는지 분명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억명 가까운 공산당원이 포진한 중국이 구소련처럼 스스로 무너지길 기대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 저자는 “미국이 중국을 이기려면 중국 공산당의 이념이 아닌 시진핑이라는 개인의 이념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는 구체적으로 시 주석의 여러 전략에 다음과 같은 속내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① 중국을 기술강국이자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강국으로 도약시켜 미국을 대체한다. ②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과 글로벌 기축 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위상을 약화시킨다. ③ 대만과 남중국해·동중국해 분쟁에 미국과 동맹국의 개입을 막고자 군사적 우위를 확보한다. ④ 미국의 권력과 영향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중국에 균형을 취하고 있는 국가’들이 중국의 편에 설 수 있게 한다. ⑤ 서구세계 압박에 맞서 가장 귀중한 전략적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결속을 강화한다. ⑥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지정학적 경제 블록으로 확장·통합해 중국 중심 글로벌 질서를 구축한다. ⑦ 국제기구 내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베이징의 이익에 반하는 이니셔티브와 규범, 인권, 해양법 등을 시 주석의 ‘인류 공동 운명체’ 개념에 맞춰 수정한다. 논문이 나오고 1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움직임을 되돌아보면 실제 시 주석이 ①~⑦ 기조에 근거해 대외 정책을 이끌어 왔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④에서 ‘중국에 균형을 취하고 있는 국가’의 대표적 사례이기에 이 주장을 더욱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논문 저자는 앞으로 미국이 중국에 취해야 할 전략이 다음의 열 가지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① 미국의 전략은 ▲군사적 우위 ▲달러화 ▲기술우위 ▲자유·공정·법치 등 보편적 가치라는 네 가지에 기반해야 한다. ② 중국은 미중 수교 이후 수십년간 미국을 치밀하게 분석해 왔다. 미국도 내부의 경제·제도적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③ 미국은 ‘미국적 가치’와 ‘미국의 이해’라는 요소를 대중국 전략에 담아 중국과의 차별점을 보여야 한다. ④ 중국이 미국과의 국력차를 빠르게 좁혀오는 상황에 맞서 미국은 동맹들의 비위를 맞춰 이들과 조율하고 단결해야 한다. ⑤ 미국은 동맹국의 선의에만 기대지 말고 이들의 정치·경제적 욕구도 충족시켜 줘야 한다. ⑥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해 모스크바가 중국의 전략적 포용에 빠져들지 않게 해야 한다. ⑦ 대중전략의 핵심은 중국 내부의 분열, 특히 시 주석의 리더십 붕괴에 둬야 한다. ⑧ 미국이 끊임없이 군사 대응을 하지 않으면 ‘워싱턴의 힘이 약해졌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는 중국의 현실 감각을 깨달아야 한다. ⑨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향후 10년 뒤 힘의 균형에 변화가 오면 이 입장도 바뀔 것이다. 미국과의 군사 충돌에서 중국이 승리하지 못하면 시 주석은 권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⑩ 시 주석에게도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대규모 실업과 생활 수준 저하가 생겨나면 그의 권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완전 고용 실현과 생활수준의 꾸준한 개선이야말로 중국 인민과 공산당 사이에 맺어진 무언의 사회 계약이기 때문이다.필자는 서두에서 언급한 한 문장이 현 미중 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미국은 지금 중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얻고 싶은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목적과 목표가 구체화되지 않으면 명확한 전략과 전술을 만들기 어렵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강대국을 이끄는 지도자답지 않게 중국에 대해 마구잡이 제재 조치를 남발했다. 그럼에도 상당수가 그를 지지했다. 이는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하는 목적이 분명했고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즉 ‘중국이 더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미국인의 이익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든 속으로 숨기든 트럼프의 행동에 환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일일히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이 자신들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뒤를 이은 바이든 대통령은 뭔가 좀 복잡해 보인다. 중국의 행위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따져서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정확히 규명한 뒤 대응 조치를 내놓으려고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도 중국 압박 전략 전술을 명확하게 내놓은 것 같지 않다. 취임 초기 중국 전략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이들의 활동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보다 타깃을 줄이되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타격하는 ‘작은 마당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 전략 같다는 말이 나왔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이런 상황을 지적하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 제목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2021년 9월 워싱턴포스트(WP) “새로운 중국 전략을 보니 옛 중국 전략과 차이가 없다.” -2021년 10월 헤리티지재단 “바이든의 중국 통상 전략은 미국을 중국처럼 보이게 한다.” -2021년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바이든이 시 주석과 정상 회담을 가졌지만 눈에 띄는 중국 전략은 없었다.” -2021년 12월 포린폴리시 “바이든은 동남아 국가에 접근하는 중국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들 매체 모두 미국 정부의 대중 전략 부재를 말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성토다.  여기에 미국 입장에선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시행 중인 대중 경제 압박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답답함이 크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고율관세를 메겨 베이징을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바이러스 확산 상황에서 중국산 생필품을 순조롭게 공급받지 못해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결과만 낳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22년에도 글로벌 공급망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이 여전히 세계를 휩쓸고 있어 각국의 공급망 단절 현상이 조기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물류 비용이 폭등하고 배송 시간도 급증하는 상황이 올해 안에 해소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매체는 지적했다.지난해 하반기에 중국 전역을 휩쓴 전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출 호조에 있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이 중국에 너도나도 오더를 줬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감염병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 제품 공급망을 온전하게 가동하는 나라는 중국 밖에 없었다. 결국 중국에 전기가 모자랄 만큼 주문이 쏟아졌다. 중국에 부품 소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역시 중국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도 각국의 중국 의존 현상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중국 내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수출 증가세가 꺾여 비상이 걸렸다. 최근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은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2022년 대외무역 안정에 대한 압박이 적지 않다”며 “중국의 무역이 외부 수요 둔화와 원자재 가격 인상, 높은 운임과 인건비 등 위험과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더 이상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지 않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올해는 글로벌 공급대란 지속으로 중국의 수출 호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과 미국의 주도로 ‘중국을 뺀 글로벌 공급망’이 하나하나 생겨날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기에 이 두가지를 모두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올해 3월 한국에서 치러질 대선은 세계적으로도 큰 사건이다.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어떤 정치·경제적 입장을 취하느냐가 중국과 일본, 대만, 미국에까지 두루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요소수 수입 대란 사태에서 봤듯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반면 반도체나 2차전지 등 첨단기술 제품 공급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 또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우리의 경제 전략과 정책을 분명히 제시하고 여기에 미중 경제 디커플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담아내길 기대해 본다. 21세기에 들어선지도 20년이 훨씬 더 지났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 세계를 상대로 정책을 내놓고 적어도 동북아에 대한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더 이상 영향력이 한반도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대통령의 정책과 비전이 미국과 중국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해 본다.
  • 1997년 국가적 외환위기 재앙 속 실직·사업 실패 가장의 아픔 대변, 가족 몰래 방황한 사람들 큰 공감

    1997년 국가적 외환위기 재앙 속 실직·사업 실패 가장의 아픔 대변, 가족 몰래 방황한 사람들 큰 공감

    ‘무시로’ 등 4개의 노래 거친 뒤에조항조 리메이크곡 불러 ‘대폭발’20년 무명가수 생활 떨치고 비상드라마 주제가로 인기가수 반열 전국 등산로·오락실 메운 가장들‘절창’ 들으며 속울음 삼키며 위안아픔 딛고 재기할 힘 얻는 데 한몫4년여의 ‘IMF 참혹한 어둠’ 극복흔히 한 시대를 풍미할 불세출의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자질과 노력 외에도 때를 잘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대중가요에도 얼핏 보기에는 거저 뜬 노래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랜 시간 담금질을 거치다 때를 만나 희대의 명곡으로 화려하게 등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대중가요의 운명을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해 주는 노래가 바로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다. ●1994년 박우철 노래 큰 반향 못 일으켜 이 노래의 제목은 맨 처음엔 ‘무시로’에서 ‘미워도 미워 말아요’로, 또 ‘바람불이’를 거쳐 ‘길어야 백년인데’로 바뀌다가 마지막으로 ‘남자라는 이유로’라는 이름을 달고서야 빛을 봤다. ‘이미 와버린 이별인데 슬퍼도 울지 말아요’로 시작되는 나훈아의 그 유명한 ‘무시로’가 실은 ‘남자라는 이유로’에 맨 처음 붙었던 가사다. 원래 임종수의 곡에 나훈아가 가사를 썼던 ‘무시로’는 나훈아가 그대로 발표하지 않고 스스로 곡을 다시 붙여 노래함으로써 대히트를 쳤다. 이후 김순곤이 원래의 ‘무시로’ 곡에 가사를 붙였고 ‘남자라는 이유로’가 된 것이다. ‘남자라는 이유로’는 ‘천리먼길’로 유명한 박우철이 1994년 먼저 불렀지만, 이때는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조항조가 리메이크한 1997년에 대폭발을 일으켰다. 누구나 알다시피 1997년은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로 국가적인 재앙이 휘몰아쳤던 해다. 그해 한국은 국가 부도 상황에 내몰렸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상응한 회생 프로그램에 따라 기업 및 경제 주체의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과 구조 조정이 단행됐다.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부동산 매각에 따른 기업 사냥이 횡행했으며, 부도·명예퇴직·조기퇴직 등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났다. 이 무렵 서울의 북한산·청계산·관악산은 물론 전국의 산에는 양복을 입은 넥타이 부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가장들은 해고됐다거나 직장이 없어졌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충격을 받을 가족들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가장들은 아침이면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아내가 싸 주는 도시락을 챙겨 들고 출근을 했다. 그러나 집을 나서는 순간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전국의 등산로, 또 오락실은 직장을 잃은 수많은 가장들로 붐볐다. 트로트는 아니지만 IMF 사태 이듬해 발표된 한스밴드의 ‘오락실’에도 이런 상황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바로 이 무렵 조항조는 박우철이 불렀던 ‘남자라는 이유로’를 리메이크해 세상에 내놓았다.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면서도/말 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당신 앞에 멍하니 서 있네/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소리 내어 울어 볼 날이/남자라는 이유로 묻어 두고 지낸/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 직장을 잃고 사회에서도 단절되고 가족들 모르게 혼자만 아픔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던, 희망과 절연된 상태로 방황하고 있던 이 가장들에게 조항조의 절창은 바로 자신의 주제가로 들렸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실직을 당해 사랑하는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게 되면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시절 가장들은 ‘남자는 일생에 세 번만 우는 것’이라는 전통적 규율 아래에서 가족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눈물을 보일 수 없었고, 이 곡을 들으면서 속울음을 삼키며 위안을 얻었다. 4년여에 걸친 IMF의 기나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 수많은 실직 가장들과 사업 실패의 아픔을 겪던 사람들을 껴안고 함께 운 곡이 바로 ‘남자라는 이유로’였다. 박우철이 부른 ‘남자라는 이유로’ 역시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안겨 주는 최고의 노래였지만,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만큼 큰 반향을 얻지 못했던 것은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항조는 이 곡을 만나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조항조는 원래 미 8군 무대 등에서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해 오다 1978년 그룹 ‘서기 1999년’의 리드보컬로 데뷔했다. 1983~1986년엔 그룹 ‘코리아 환타지’의 리드보컬로 활동했고, 1987년엔 미국으로 건너가 ‘뉴 웨이브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음악 활동을 해 왔지만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노래 잘하는 미래의 비기’로 묻혀 있던 그는 ‘남자라는 이유로’를 만나 비로소 20년 가까운 무명 생활을 떨치고 화려하게 비상했다. 조항조는 2013년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주제가 ‘사랑 찾아 인생 찾아’로도 큰 인기를 얻으며 인기 가수의 반열을 확고히 했다.●IMF 때 남자들 마음 헤아려 사랑받아 조항조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IMF가 오면서 남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노래라고 사랑받았다”고 곡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에 “길거리에서 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고 회상한 그는 “그래서 더 열심히 부르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사상 초유의 IMF 위기에 우리 국민들은 조국을 구하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1907년 일제가 반강제적으로 제공한 차관 1300만원을 갚기 위해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국채보상운동과 같은 애국심의 발로였다. 국가적 위기를 구하기 위해 금붙이를 들고나와 언론사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는 우리 국민의 모습은 전 세계에 중계됐다. 그리고 3년 8개월 만에 IMF로부터 빌린 긴급 자금을 모두 상환함으로써 국가 부도 사태를 벗어났다. IMF의 참혹한 어둠 아래서 해고와 실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데 ‘남자라는 이유로’도 한몫을 했을 터다. 실로 절망의 심연 속에서 핀 꽃이자 수많은 가장들을 치유해 준 희대의 명약이었던 것이다. 작곡가·문학박사
  • 이젠 막내 아니고 에이스…베이징★ 예열 끝

    이젠 막내 아니고 에이스…베이징★ 예열 끝

    올림픽은 예상치 못한 ‘깜짝 스타’가 탄생하는 무대다. 4년 주기로 열리다 보니 신체 나이가 전성기에 접어든 무명의 선수가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깜짝 스타가 대거 등장해 우리나라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처럼 개막까지 딱 30일 남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젊은 피’의 약진이 주목된다.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8·강원도청)은 평창이 낳은 깜짝 스타다. 이번엔 그 자리를 정승기(23·가톨릭관동대)가 이어받는다. 정승기는 최근 열린 2021~22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6차 대회에서 1·2차 합계 1분 41초 73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땄다. 2019~20시즌 월드컵에 데뷔한 그는 생애 처음으로 포디움에 오르며 한국 썰매 대표팀에 이번 시즌 첫 월드컵 메달을 안겼다. 4일 IBSF에 따르면 정승기의 랭킹은 10위로 윤성빈(13위)보다 높다. 23세 이하 주니어 중에는 가장 높은 순위다. 올림픽 출전은 처음이지만 해마다 기량이 일취월장한 정승기는 베이징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번 시즌 쇼트트랙 대표팀은 역대 가장 약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남자부 황대헌(23·강원도청)과 여자부 이유빈(21·연세대)이 있어 든든하다.황대헌은 2021~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3차 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땄다. 평창에서는 500m 은메달에 그쳤지만 이번 대회엔 한국의 에이스로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대표팀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도 “황대헌을 주목하라”고 추천했을 정도다. 평창 여자계주 금메달 멤버인 이유빈은 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오르며 3위까지 주어지는 개인전 출전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선발전 1위 심석희(25·서울시청)가 사실상 제외되면서 개인전 출전이 유력하다. 월드컵 3차 대회 1500m에선 은메달, 4차 대회 1500m에선 금메달을 따내며 기량이 급상승한 만큼 이유빈의 선전이 기대된다. ‘평창 막내’였던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21·서울시청)은 이제 대표팀의 에이스다. ISU 매스스타트 랭킹 4위인 정재원은 5위 이승훈(34·IHQ)을 제치고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평창에서는 정재원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이승훈의 금메달을 도왔지만 이번엔 역할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평창 1500m 동메달리스트인 김민석(23·성남시청)도 이번 시즌 월드컵 1, 2차 대회 15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 만큼 기대가 크다.
  • 佛개선문 EU 깃발 이틀 만에 사라져… 보수 “애국적 승리”

    佛개선문 EU 깃발 이틀 만에 사라져… 보수 “애국적 승리”

    프랑스 정부가 2022년 상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파리 개선문에 내걸었던 EU 깃발을 이틀 만에 철거했다. 보수 정치인들은 이를 두고 “애국적 승리”라고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새해 전날 개선문에는 프랑스 국기를 대신해 대형 EU 깃발이 내걸렸다. EU를 상징하는 파란색 조명까지 개선문을 감쌌다. 군인들이 영면해 있는 앵발리드, 위인들이 잠든 팡테옹, 노트르담대성당, 루브르박물관 등도 모두 파란색 조명으로 뒤덮였다. 에펠탑 중간에는 EU를 상징하는 금색별 12개가 빛났다. 오는 4월 프랑스 대선을 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경쟁하고 있는 우파 경쟁자들은 개선문의 EU 깃발이 참전용사에 대한 모욕이라며 깃발 철거를 요구했다.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트위터에 “개선문에 EU 깃발이 걸린 것에 분노한다. 이 도발은 프랑스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불쾌하게 한다”면서 삼색기 게양을 요구했다. 공화당(LR) 대선 후보인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도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프랑스를 위해 피를 흘린 모든 참전용사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EU 깃발 옆에 삼색기를 나란히 걸어야 한다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개선문은 프랑스군의 승리와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나폴레옹 1세의 명령으로 건립된 기념물로, 1차 세계대전 때는 전사한 무명용사의 시신이 개선문 아래에 매장되기도 했다. 전날까지 온종일 걸려 있던 EU 기는 2일 돌연 모습을 감췄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파란색 조명과 달리 EU 깃발은 12월 31일과 1월 1일 이틀 동안만 게양할 예정이었다고 AFP에 전했다.
  • 개선문 EU 깃발 이틀 만에 내리자… 극우 정치인 “애국적 승리”

    개선문 EU 깃발 이틀 만에 내리자… 극우 정치인 “애국적 승리”

    프랑스가 2022년 상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파리 개선문에 걸렸던 EU 깃발이 이틀 만에 철거됐다. 보수 정치인들은 이를 두고 “애국적 승리”라고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새해 전날 개선문에는 프랑스 국기를 대신해 대형 EU 깃발이 내걸렸고 파란색 조명이 개선문을 전체를 감쌌다. 군인들이 영면해 있는 앵발리드, 위인들이 잠든 팡테옹, 몽마르트르 언덕 위 사크레쾨르 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도 모두 파란색 조명으로 뒤덮였다. 에펠탑 중간에는 EU를 상징하는 금색별 12개가 빛났다. 그러나 오는 4월 프랑스 대선을 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경쟁하고 있는 우파 경쟁자들은 개선문의 EU 깃발이 참전용사에 대한 모욕이라며 깃발 철거를 요구했다.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트위터에 “개선문에 EU 깃발이 걸린 것에 분노한다. 이 도발은 프랑스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불쾌하게 한다”면서 삼색기 게양을 요구했다. 이 트윗은 1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얻었다. 공화당(LR) 대선 후보인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도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프랑스를 위해 피를 흘린 모든 참전용사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EU 깃발 옆에 삼색기를 나란히 걸어야 한다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클레망 본 외교부 유럽담당 국무장관은 “우파가 극우파의 무익한 논쟁을 필사적으로 뒤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선문은 프랑스군의 승리와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나폴레옹 1세의 명령으로 건립된 기념물로, 1차 세계대전 때는 전사한 무명용사의 시신이 개선문 아래에 매장되기도 했다.보수 정치인들의 반발을 불러온 개선문 EU 깃발은 전날까지 온종일 걸려 있었지만 2일 모습을 감췄다. 이와 관련 엘리제궁(대통령궁) 관계자는 파란색 조명과 달리 EU 깃발은 12월 31일과 1월 1일 이틀 동안만 게양할 예정이었다고 AFP에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르펜 대표는 트위터에 “2022년 새벽에 아름다운 애국적인 승리”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프랑스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대규모 참여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프랑스는 오는 6월 30일까지 EU 의장국을 맡는 것을 기념해 파리 시내의 주요 명소를 일주일간 파란색 조명으로 비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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