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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아름다운 내 나라에서

    새벽 하늘에 걸려 있는 조각달과 별들은 저리도 밝은데,그 아래 어둠 속의추위는 왜 이리도 매운지.새벽 4시,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의 목탁소리는 무명에 잠든 중생의 마음을 깨우고 있다.이토록매서운 추위와 어둠에 갇힌 중생의 마음길에 저 소리가 진정 목탁이 되어줄날은 언제일까? 여러 해 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지낼 때 문득문득 고국의 산자락이 그리워지면 서쪽 버지니아주의 애팔래치아(Appalachia)산맥을,지리산을 더듬듯 능선을 따라 돌며 그 큰 품에 기대어 안식을 하곤 했다.완만한 능선을 눈으로가늠하며 구례·곡성·남원골을 그려보고,장엄한 산자락을 따라가며 노고단과 천왕봉을 마주했다.유장한 그 산자락을 밟아보며 아름다운 내 나라를 생각하다가 목이 메고,우련 눈자위가 붉어지기도 했다. 2년전,귀국과 함께 만사를 젖혀놓고 찾아간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서이어내려 전라남·북도와 경상북도의 23개 시·군에 걸쳐 장장 800리 길을장대하게 펼쳐진 거기 섬진강이 있고 엄친강과 경호강이 흐르는 산.대한불교 조계종의 두 교구본사 화엄사와 쌍계사 등 70여개의 사찰이 1,600년 불교의 숨결로 살아 숨쉬는 그 장엄한 산자락 앞에 선 나는,풀어지는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저기 저 노고단을 승용차로 유람행차하시기 위해 산을 헐어내고 산허리를잘라버린 무자비한 인간들의 짓거리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사람들이 어찌저리도 무지할 수 있을까.한번 파괴된 자연은 영원히 치유가 불가능하다는사실쯤은 익히 잘 알고 계실 분들의 머릿속을 헤아리지 못하는 중생의 감상적 아픔이,슬픔이 되고 끝내는 절망하고 말았다.아,아름다운 내 나라에서… 그러나 이제 또다시 정부와 지자체의 무분별한 댐 건설로 지리산이 파괴되고 있다.‘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문정댐을 비롯한 네댓 개의 대규모 댐을 2010년까지 지리산 자락 곳곳에 건설할 예정이란다.백두대간의 기운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창건되었다는 실상사,지금은 귀농학교를 열어 농촌운동을 주도하고,생태 대안학교를 운영하여 불교환경운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화엄학림을 통해 불교의 지성을 배출하는 곳에서 직선거리로 3㎞ 지점에 댐이 건설된다면 수행과 사찰환경은 물론 모든 것이 파괴됨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선조때부터 살아온 마을주민이 집을 수리하는 것조차 환경훼손을 이유로 막아온 정부당국이 7점의 국보와 26점의 보물,그리고 수많은 지방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거대한 산,민족의 유적지에 대규모 댐들을 건설하겠다고 한다.이정신나간 짓거리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이들은 누구인가. 일본 시코쿠(四國)의 도쿠시마(德島)시 요시노가와(吉野川)에 홍수방지용인공 둑을 만들겠다는 건설성의 계획에,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이 환경보존을위한 찬반투표를 하여 압도적인 표차로 반대의사를 관철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터키에선 고대와 중세의 유서깊은 쿠르드 문화 유적지에 수력발전용 ‘일리수 댐’을 건설하고자 공사를 강행하기로 하였으나,지역주민들이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과 연계해 국제여론에 호소하였다고 한다.이에 영국정부는 “댐 건설을 위한 차관 제공을 재검토하겠다”고하였고,BBC방송은“민주주의가 성숙되지 않은 나라일수록 지역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중앙정부의 판단에 근거해 지역개발을 강행한다”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선거혁명을 향한 시민사회의 깃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는,이제 민주주의가 점차 성숙되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내 나라에서 정치권의 횡포로 환경보존을 무시하거나 유수한 유적지를 값싼 경제적인 논리로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발원해 본다. 一 徹 조계종 문화부장
  • 안드레아스 존슨데 뷔앨범 ‘리블링’국내 발매

    명품은 진득하게 기다려야 제대로 참맛을 본다는 뜻인가. 데뷔작 ‘글로리어스’로 영국차트 4위에 올랐고 스웨덴에서 러시아까지 전유럽을 들썩이게 한 새로운 록영웅 안드레아스 존슨의 데뷔앨범 ‘리블링’(Liebling·사랑받는 이)이 드디어 국내 발매된다.지난해 가을 해외 무명 뮤지션에게는 파격적으로 국내에서 싱글발매된 ‘글로리어스’는 11월 FM 방송횟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충격적인 반응을 얻었다.흑백과 컬러필름을 교차편집한 뮤직비디오는 케이블TV 인기챠트를 누빈다. 사람을 묘하게 흥분시키고 자극하는 사운드에 실린 ‘그녀는 나를 빨아들여가네/그리곤 내던져버리지/나를 영광스럽게 만드는 그녀’라는 관능적인 가사는 국내팬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등장은 유명 해외전문지로부터 ‘데이비드 보위와 루 리드,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재림’정도로 평가받았다.멜랑콜리한 멜로디와 명징한 신시사이저사운드,매력적인 가사의 조화가 그런 연상을 부추겼다. 이외에도 포크적인 취향이 두드러지는 ‘더 게임스 위 플레이’,일렉트릭한노이즈와 업템포의 비트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노래한 ‘피플’등빛나는 모던록의 진수가 담겨 있다. 영국에서도 이달초에야 발매된 이 앨범을 일본 음반사를 제치고 국내에서 먼저 발매했다는 점에서 국내팬들의 높은 안목이 국제 음반시장에서 화제가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임병선기자
  • 마라톤 늦깎이‘성공시대’

    한국마라톤에 두 사람의 ‘늦깎이 성공시대’가 활짝 열렸다.‘무소속팀’의 오인환 코치(42)와 한국전력의 백승도(32)가 그 주인공. 오 코치는 인천중-배문고-용인대를 거치며 장거리 선수로 뛰었으나 한낱 무명에 지나지 않았다.육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85년부터 3년간 서울순회코치를 맡아 후진 양성에 나섰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아 87년 코오롱에입사,평범한 회사원 생활에 뛰어 들었다. 기회는 93년 다시 찾아왔다.정봉수 감독에게 코치로 발탁된 것.이 때부터김완기,황영조,이봉주,김이용 등 스타들의 훈련을 이끌었다.그가 생애 최대의 고비를 맞은 것은 지난해 10월 코오롱팀과 결별한 뒤.임상규 코치(44)와같은 배를 탄 그는 충남 보령·경남 고성 등 시골 여관을 돌며 하루 50여㎞의 강행군을 버텨냈다.이달초엔 중풍을 앓던 아버지가 세상을 등졌지만 대회를 앞둔 이봉주의 마무리 훈련 때문에 ‘삼우제’도 보지 못하는 불효까지저질렀다. 그러나 쓰디 쓴 고통의 열매는 달았다.그의 지도를 받은 이봉주가 도쿄마라톤에서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세워 마침내 ‘포스트 정봉수 시대’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게 됐다. 12∼13㎞ 구간 레이스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스피드의 화신’으로 불리는 백승도는 91년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지 9년만에 ‘30대 전성기’를 맞고있다. 그는 도쿄대회에서 2시간8분49초를 뛰어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92년 춘천-97년 경주마라톤에서 우승을 했으나 순발력이 처진다는 평가를 받던 백승도는“이제는 자신감이 생겨 후배인 이봉주와 멋진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송한수기자 onekor@
  • [대중음악] 변진섭 ‘386세대와의 공감’

    지난 가을 9집 앨범 ‘20B’를 내고 애잔한 선율의 발라드로 우리 곁을 찾아온 변진섭이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오는 11일부터 닷새동안 ‘386세대와의공감’이란 타이틀로 콘서트를 갖는다.평일 오후7시30분,주말 오후4·7시.(02)324-8788∼9. 이번 앨범은 직접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인 노래들이 많아 더욱 애착이 가고 무명시절 레스토랑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했던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했다는 게 변진섭의 변. 이번 공연에선 현악파트의 연주가 특히 아름다운 ‘마지막 편지’를 비롯,‘내안의 그대’,‘그리움에 날리우고’ 등 발라드와 그가 무명시절 즐겨 불렀고 이번 앨범에 리메이크한 고 최병걸씨의 ‘그 사람’ 등을 들려준다. 임병선기자 bsnim@
  • NFL MVP 워너 ‘인간승리’의 표본

    [애틀랜타(미 조지아주) AP AFP 연합] 제34회 슈퍼볼은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쿼터백 커트 워너(28)의 찬란한 인간승리를 확인시켜준 무대였다.팀을 정상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워너는 무명의 설움을 딛고 정상에우뚝선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워너의 설움과 정신적 방황은 노던 아이오와대를 졸업한 1994년 6월부터 시작됐다.‘풋볼 명문’을 졸업하지 못한 탓에 구단들의 관심 밖에 있었고 일자리조차 얻지 못해 아이오와주 한 소도시의 잡화점에서 잡일을 하며 연명했다.워너는 95∼97시즌 아이오와주 실내풋볼리그에서 뛴 뒤 1997년 12월 램스와 계약을 맺었지만 출장기회를 얻지 못해 여전히 아웃사이더에 머물렀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99정규리그 개막 직전.주전 쿼터백 트렌트 그린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되자 엉겁결에 주전으로 기용된 것. 워너는 5년여의 설움을 털어버리려는 듯 그라운드에서 펄펄 날았고 만년 하위팀 램스를 내셔널컨퍼런스(NFC) 최고 승률팀(13승3패)으로 올려놓으며 최우수선수까지 차지했다. 정규리그에서 워너는 4,353야드 전진에 41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켜미국프로풋볼리그(NFL) 사상 두번째로 한 시즌 40개 이상의 터치다운 패스기록을 세웠다.슈퍼볼에서도 총 414야드의 전진패스로 슈퍼볼 최장 패스야드신기록을 세웠다. 워너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버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고어·부시 폭설속 치열한 유세전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나선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들은 25일 첫 격전지인 아이오와를 뒤로 하고 다음 전선인 뉴햄프셔로 무대를 옮겨 치열한 유세전에 돌입했다. 특히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부시 텍사스주 지사는 전날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에서 거둔 승리의 여세를 뉴햄프셔 예비선거(2월1일)까지 이어 초반에 승부를 낸다는 전략에 따라 미 동부에 몰아친 폭설속에서도 곳곳을 누비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지금까지 아이오와 승리가 뉴햄프셔까지 이어진 경우는 딱 한 번뿐으로 지난 76년 무명의 지미 카터 당시 조지아주 지사가 두 곳을 내리 따내는 초반기세를 몰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백악관까지 입성하는 데 성공했고 그 후에는 현직 대통령들이 경합자 없이 단독 출마해 연승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 전날 고어 부통령과 부시 지사가 받은 63%와 41%의 지지율은 아이오와 당원대회사상 경합자가 있는 투표로는 각 당의 최고 득표율로 기록됐다. 한편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겨우 1%의 지지를얻어 공화당 후보 6명 가운데 꼴찌에 머무른 오린 해치 상원 법사위원장은 26일 경선 포기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hay@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II)

    ◆이슬털기-편혜영고양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니.그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 운동화의 끈을 여덟 개 구멍에 천천히 넣어 X 자 모양으로 만든 후에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는 듯이 현관에서 발을 몇 번 굴렀다.오랫동안 물청소를 하지 않은현관에서 뿌옇게 잔먼지가 일었다.남편이 먼지를 없애기 위해 손사래를 치면서 현관을 나섰다. 남편이 아파트 단지까지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실은 한 번도 본 적이없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의 츄리닝 바지춤에서 부석거리는 잔모래가 떨어지거나,바지 끝에 풀섶 이슬이 묻어 있거나,저 아파트 앞으로는 8차선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라거나,아파트 외벽이 이만큼이나 높아졌어,팔을 벌리며설명하는 것을 듣고는 짐작했을 뿐이었다. 산책을 나가지 않고 집에 있을 때도 남편은 곧잘 베란다 창을 통해 새로 시공 중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았다.남편은 지은 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는,좁은 마당에 쥐가 들끓어 고양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아파트 단지를끔찍하게 여겼다. 베란다 창문을 뚫고 들여오는쥐며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편은 쥐새끼는 소리라도 안 내는데 저 놈의 도둑 고양이 새끼가 질러대는 소리는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고 투덜거렸다. 고양이들은 아파트 마당을 소리없이서성여 대다가, 발정기가 되면 길고 끊이지 않는 소리로 암컷을 불러 대곤했다.그 소리는 부쩍 떨어진 기온으로 잔뜩 냉랭해진 아스팔트 위로 길게 솟구쳐 올랐다.야생에 사는 쥐는 스스로 독초를 먹는다는 거야,부엉이나 올빼미가 얼씬하지 못하도록 내성을 기르는 거지.아파트 마당에다가 먹고 죽지 않을 정도로 쥐약을 뿌려야겠어,결국 쥐약을 먹은 쥐를 잡아먹다가 고양이가 죽게 될꺼야,그러면 저 지겨운 소리를 안 들어도 될테지,남편은 시선을 이제 반 너머 지어지고 있는 길 건너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편이 시선을 거둘 줄 모르는 아파트는 최신 설계에 따라 시공 중이며 아파트 내부는 입주자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높은 층에 살꺼야,베란다를 아주 넓게 하고,창은 아무 소리도 새어들지 않게 5mm 유리를 두장 쯤달겠어.남편은 밤이면 철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 보여 괴괴하기 짝이 없는 아파트 단지를 보며 꿈에 부푼 아이처럼 유리에 입김을 불어 조감도를 그리기도 했다.저 아파트 말이야,35평 분양가가 1억 4천이라는 거야,어디 급전쓸 데 없을까? 그는 꼭 내게라고 할 것 없이 베란다 유리창에 바짝 붙어 서서 시선을 여전히 주공 아파트 단지에 고정한 채 말했다.나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몸 속에 켜켜이 쌓이는 독약을 어쩌지 못하고 자꾸 쓴 침만 삼켜대는 쥐를,그 쥐를 먹고 고통스러워 할 고양이를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그러나 아파트 공사는 중단된 지 두 달이나 되었다.남편은 그것을 모르는 걸까.산책을 나갔다 오면 어김없이 저 아파트 말이야,마치 그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온 사람처럼 얘기를 했다.오늘은 저기 뒷동의 외벽이 유난히 높아 보이는 거야,어쩐지 퇴근 무렵에 인부들이 유난히 몰려 있더라고.현장 사람들이그러는 데 석달 정도면 외관 공사는 마무리 될 것 같다는군,석달이면 말이야. 나는 이미 8층에 사는 반장 여자를 통해,저 아파트 공사장에서 인부가 하나떨어져 죽었는데,회사측에서 보상액을 턱없이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임금 노동자들이 반발하고,노동쟁의까지 일으키는 바람에 일손을 놓고 있다고,게다가 회사 간부가 계약자들한테 받은 착수금을 갖고 해외로 도망쳐서 회사측에서는 더할 수 없이 자금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그런데도,나는 남편의 말에 간혹 대거리까지 해가며 짐짓 그 사실을 모른 척 했다. 수정이 나를 부르러 왔다.마당에 상청이 다 마련되었다고 했다.울었는지 수정의 눈이 잔뜩 충혈되어 있었다. 병풍을 친 마당에는 조상상과 망자를 위한 상이 따로 놓여 있었다.무녀는 도사중의 영력으로 임신하여 ┌欲屛? 제석님네 맏딸아기가 아들을 낳아 남편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소리를 하고 있었다.맏딸아기가 찾아가자 곧 제석이 중노릇을 파하고 큰 법당은 헐어내어 몸채 팔간을 짓고 큰 장삼은 뜯어내어 홑이불이 제격이며 목탁은 쪼개내어 장종지로 쓰고 장죽장은 분질러서 부지깽이로 쓰시어어,하는 긴 소리의 사설이 이어졌다.소리가 끝나자 무녀가 관중과고인을 상대로 재담을하기 시작했다.주발 뚜껑을 땡땡 치면서 염불도 하고,업도 불러들이고,바라춤을 추기도 했다.마당에 둥굴게 모여 구경을 하던 마을 사람들도 무녀와 하나가 되어 신나게 춤을 추었다.고인들도 아까의 오열을 잊고 일어나 어느 샌지 흐흐 웃음을 흘리며 덩더쿵,사람들과 함께 춤을추었다.수정도 박수로 박자를 돕고 있었다.나도 어색하게 두리번거리다가 수정을 따라 박수를 쳤다.춤은 사람들의 웃음 속에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춤을 추고 난 후에 무녀가 천막을 친 기둥에 무명 한 끝으로 쌀 담은 주발을 묶어 맨 후 나머지 헝겁에 일곱 개의 매듭을 만들었다.무녀는 신칼을 들고 서서 고풀이 무가를 잠시 불렀다.불쌍하신 최씨망제,최씨망제가 새앵전에 매애치인하안으을 고오로로 푸우러러 가시오오,축원한 후 고를 들고 춤을 추며 너울지게 흔들어서 하나씩 매듭을 풀어갔다.왠일인지 고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이승에서 풀지 못하고 저승까지 가져간 한을 뜻한다는 고를 풀기 위해 애쓰는 무녀를 보자,아직 예 남아 있는 그의 영혼이 저 고를 놓지 않는가 보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은이도 왔구나. 누군가 어깨를 툭,치며 알은 체를 했다.강호 선배였다.나는 반가운 마음보다 강호 선배가 왔으면 은미도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가까이에 은미는 보이지 않았다. 예정일이 언제니,배가 많이 나왔다,은미도 임신해서 못왔어. 강호 선배는 내가 왜 두리번거렸는지를 알아채고 말했다.은미와 강호선배는 작년에 결혼을 했다. 강호 선배 어디 있었어요?수정이 다가왔다.아까 수정이 그의 방 문앞에서 만난 사람이 강호 선배였던듯,수정과 강호 선배는 오랜만일텐데도 안부 인사가 없었다.아직도 무녀가 쩔쩔매며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잡고 있자,그의 큰 누이가 나가 고를 푸는 것을 도왔다.드디어 첫 번째 고가 풀렸다.사람들이 와아,길게 환호성을 질렀다. 첫번째가 풀리니 나머지는 쉬웠다.무녀가 모두 풀어진 고를 든 채 염불로 망자의 극락왕생을 빌고 식구들을 축원해 주었다. 드디어 고가 풀렸다고,정말로 그가 생전에 한이라도 남기고 갔으면,다 풀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덩달아 박수를 쳐대다가 나는 다시 배를 잡고 허리를 구부렸다.뭔가가 뭉클,아랫도리로 쏟아지는 느낌이 났다. 나는 다시 그의 방으로 왔다.수정은 강호선배를 내보내고,마당에서 아까 나를 부축했던 아주머니를 찾아 데리고 왔다.아주머니는 내게 밑에 뭐시 묻었소? 라고 물었다. 나는 축축한 팬티를 벗어 보았다.피가 섞인 끈적끈적하고 맑은 점액 덩어리가 묻어 있었다. 이슬이라요,이것이.아가 나오기 전에 자궁이 벗개지면서 쪼께 피가 나는 것이요,배 많이 아프요? 곧 아가 나올 수도 있겠어라요.나는 몸을 활처럼 휘고 잠깐 누워 있었다.마당에서 다소 느린 흘림 장단이 들려왔다.나는 이미 사라져버린 진통을 털고 문을 열었다.수정이 바람도 찬데,나오지 말라고 두꺼운 이불을 꺼내어 덮어 주려고 하였으나,나는 마당으로 나갔다.영혼으로라도 그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가 갑작스럽게 며칠 전,그는 잔뜩 신이 나서 임신 4개월 밖에 안 된 주제에 아기의 배냇저고리를 사겠다고 남대문 시장을 돌아 다녔다.나는 아기를 가졌다는 말 이후로 몰라보게 달라진 그가 환멸스러워서 모든 것이시큰둥해 있었다.그게 그거인 좁은 시장통을 몇 바퀴 도는 동안 너무 지쳐 버려서 세 시간쯤이 되자 아무 옷이나 사 버렸다.커다란 테디 베어가 조악하게 프린트된 옷이었다.순면도 아니어서,갓난아기에게는 도무지 입힐 수가 없는 것이었다.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나는 아기의 배냇 저고리가 담긴 비닐 봉투를 그의 손에 쥐어주고,아기 지울꺼야,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마침 도착한 좌석 버스를 탔다.그가 버스를 타려는 나를 잡았으나 있는 힘껏 그의 팔을 뿌리치고 재빨리 뒷좌석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버스는 바로 출발했다.눈을 떴을 때 그가 지하보도로 느릿느릿 걸어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점점 어두운 구멍 속으로 빠져 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너 때문에 충분히 불행하다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나쁜 공기처럼 늘 우리 곁을 떠돌게 마련인 죽음의 신에게 음울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곧 병원으로 가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그가 죽어 버렸다.횡단보도에서 유아들을 태운 12인승 미니 버스에 치이던 날 같이 있던 성우선배는 이상하다고,건너 편에 선 나를 보고 길을 건너던 기환이가,갑자기 판화처럼 멈추어 서더라고,그리고는 가깝게 다가오는 노란색 버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고,신호등도 없는 횡단보도여서 사람들은 기환의 곁을 빠르게 걸어 지나갔다고,그런데도 기환은 조금도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고 그의 학생증 사진을 확대해서 만든 영정 사진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그가 죽자 없던 입덧이 생겨났다.입덧이라니.터무니없었다.이미 내 자궁은 내게 음식 냄새를 거부할 만한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았다. 수술은 봄날의 낮잠처럼 짧고도 평온한 것이었다.얇은 가운만을 걸친 채 벌린 다리가 수술대의 차가운 난간에 가끔씩 부딪쳤다.그럴 때마다 나는 언젠가 과학잡지에서 보았던,혈관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의 얇은 살갗을 가진 16주된 태아가 씨앗같은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을 떠올리며 몽롱하게 마취되어 갔다.4개월 된 태아의 죽음에는 암울한 흑백 사진도,값싸고 아린 만수향내도 나지 않았다.눈물도 아까울 만큼 수술은 금방 끝났다. 나는 우욱,먹은 것을 토해내고 질질 침을 흘렸다.대학 병원 전체가 장례식장인 듯 어딜가나 전을 지지는 기름내와 비릿한 육계장 냄새,만수향내가 났다. 포르말린 냄새가 지독해서 물도 마시지 못하다가 그의 하관식 날,나는 정신을 잃었다. 굿을 시작하면서 안방의 병풍에 걸려 있던 그의 한 벌뿐인 양복을 내려 마치 산 사람이 입은 것과 꼭 같이 만들어서 가마니 위에 펼쳐 놓고 이를 말아 일곱 매듭을 묶어 세웠다.그 위에 술을 만드는 누룩을 놓고 다시 사람 모양으로 오린 넋을 놋쇠 주발 속에 넣어 뚜껑을 덮은 다음 그 위에 바가지를 덮었다. 무녀가 신칼로 솥뚜껑을 두드렸다.저승문을 두들겨 여는 것이라고 했다. 선배가 가려나 보다. 나직하게 한숨짓는 목소리로 수정이 말했다. 나는 그가 가는 길은 어딘가,혹 그가 죽은 후,마음 속으로 그의 무덤 곁에묻었던 우리의 4개월 된 아이와 함께 가는 것은 아닌가,아득하게 눈을 돌려 영혼이 올라간다는 바닷길이 있는 쪽을 보았다가,먼 하늘에 돛대도 없는 쪽배인 듯 조금 차 오른 상현달을 보았다.무녀가 그의 옷을 넣어 만든 영돈을 쑥물,향물,청계수 순서로 빗자루에 묻히어 머리로부터 아래로 씻겨가기 시작했다.진양조의 긴 소리가 이어졌다.나야아 시러어어어 에에 헤이이이히로오 넋이로오오고나아아아 넋이이로오고나아.장구와 징만으로 된 진양조의 가닥이 슬프게 들리는지 그의 작은 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그의 어머니가 손을 맞대고 빌면서,부디 이승에서 맺힌 원한풀고 맑은 물로 깨끗이 씻겨 극락왕생하소서 기구하는 짧은 소리를 했다.망자는 마르고 깨끗해야 환생할 수 있는데 망자의 원한이 이슬이 되어 젖어 있기 때문에 이를 씻겨 주어야만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해서 이슬털기라고 한다는,씻김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들 꿈에 선배가 나타난대,그의 어머니도 여러 번 꿈을 꾼 모양이야,아무래도 선배가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굿할 날을 받았다는 거야,실은 우리가 떠나보내지 못한 걸텐데 말이야.수정이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나도 선배의 꿈을 꾼 적이 있어,꿈에 선배가 얼마나 인상을 쓰고 있던지 무서워서 잠이 깼어,그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다.나도 딱한 번,꿈 속에서 그를 만났다.꿈 속의 그는 나를 등지고 서서 어디론가 걸어 가고 있었다.뒷모습에 불과한 남자의 영상을 그라고 생각한 것은,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사내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이내 서서히 돌아섰기 때문이었다.나는 돌아서는 남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잠이 깨었다.지은아,가자,난선배 넋도 풀고,빚진 것 같은 내 마음도 풀고 와야겠다.너한테 수술하라고 다그친 게 내가 아니니.아무래도,선배가 그것 때문에 넋을 놓고 죽어 버린것 같아서 말이야.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수정의 목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무녀가 솥뚜껑을 연 후에 신칼로 바가지를 쳐서 독에 담긴 물 위로 떨어지게 하였다. 넋이 담긴 주발을 다시 한 번 쑥물 향물 비누 맑은 물로 씻기고 바가지 위에 얹어 놓았다.바가지는 배가 되고 독안의 물은 저승으로 가는 강이 된 것이다.망자는 쪽박 배를 타고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것이다.천천히 무녀가 신칼로 바가지를 돌리자 무녀를 돕던 다른 무녀가 아,배삯을 내야 저승으로 가지,하고 소리를 질렀다.그의 누이와구경꾼 몇이 바가지 속에 돈을 놓으니 쪽배는 금방 속력을 내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저승으로 가버렸다.그는잠깐이라도 들렀던가,다시 빠른 속도로 떠나 버렸다. 진통은 언제라도 내게 닥칠 수 있다는 기미를 팬티에 흘려 놓고 사라져 버렸다.사방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처럼 때없이 닥치는 진통으로 나는 미처 내게닥친 진통이 몇 분 간격인가를 헤아리지 못하다가,진통은 20분이 채 못되는시간꼴로 한 번씩 오는 것을 깨달았다.만약 여기서 아기를 낳는다면…나는갑자기 두려워져서 가만히 방으로 들어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이미 새벽세 시가 가까워오고 있었고,긴 산책 후 돌아와서는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지는 남편은 전화도 받지 않았다.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주지 않는 남편을 잠깐원망하며 나는 어두운 방에 오도카니 앉아 치마 아래로 이슬이 비친 팬티를 벗어 버리고 몽골한 새 팬티로 갈아 입었다.그 때,진동으로 해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남편이었다.자다 깬 듯 졸려운 목소리였다. 이왕 간 거니 어쩔 수 없쟎아,조심해서 있다 오라구. 굿이 끝나는 대로 출발할 생각이예요. 재촉하려는 뜻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나는 지레 그렇게 대답했다.아니야,한숨도 못자고 운전하는 당신 친구도 생각하라구.다만 몇 시간이라도 좀 자 둬. 나 때문에 깬 거예요?미안해 할 필요 없어,산책을 안갔다 와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어.당신,산책을 안 나갔어요?좀 의심스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래,고양이 죽이는 일도 지겨워,사방에 쥐약 뿌리는 짓을 몇 번 했더니 어제는 드디어 죽은 고양이를 네 마리나 보았어,당신 생각대로 신축 아파트 공사장 따위는 가지도 않았다구.애기가 저 고양이 소리를 안 듣게 되서 기분이 좋아.난 좀 자야겠어,당신도 좀 자두지 그래.남편이 선하품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나는 밤이슬 젖은 풀섶을 뒤적이며 쥐는 죽지 않을 만큼,종내는 고양이가 죽을 만큼의 쥐약을 흩뿌리고 있었을 남편을 떠올려 보았다.어이없고 황당한 마음 한켠으로 고양이 소리 따위에 마음 속에서 확확 불길이 치솟는 그의 마음을 몰랐던 것 같아 안쓰러워지기도했다. 무녀가 대바구니 속에 쌀이며 망자의 옷,넋을 담고 지전으로 장식한 넋상자를 다리 위에 올려 놓고 쌀을 천 위로 뿌리면서 신칼을 들고 소리를 했다.안방에서는 그의 작은 누이가 무명천으로 만든 질베의 한 끝을 잡고 마당에서는 동네 아주머니가 한 끝을 잡고 있었다.무녀가 신칼과 넋상자를 다리 위로 조금씩 움직여 닦으면서 염불을 했다. 가족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저승 고개를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넋상자를 질베 밑으로 넣어 한 바퀴 돌린 후 망자가 편히 저승에 갈 수 있도록 길을 닦은 후 마당 쪽에서부터 베를 걷어 안방에서 들고 가족들 축원을 잠깐 했다.이제 망자는 극락으로 천도했고,자손들 발복하게 축원도 했으니 한 번 놀고 가자면서 무녀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도 덩달아 장단을 맞추며 춤을 추었다. 춤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수정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선배며 후배들을 만나고 있는 모양이었다.사람들이 하도 많아서이기도 했지만,사람들마다 춤사위가 워낙 커서 나는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발을 구르고 크게 팔을 내두르는 손짓에 슬쩍배가 맞았다.팽팽한 고무줄처럼 바짝 조여 있던 배가 약하게 떨려 왔다.무녀가 굿상의 음식을 조금씩떼어 바가지에 담고 있었다.왼손에 바가지 오른손에는 빗자루에 손대를 들고 마당에 서서 굿에 따라든 잡귀에게 풀러 먹인 후 대문을 활짝 열고 바깥에다 버렸다.나는 가늘게 밑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통증에 잠깐 휘청였다. 마당 가운데 그의 옷 넋을 태우기 위한 불꽃이 길게 퍼져 올랐다.벌써 저편으로 연하게 동이 터 오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불꽃 속에 그의 옷가지며 책들을 던져 넣었다.그의 누이가 누런색 곰인형을 들고 나오더니 거리낌없이 불길 속에 던져 버렸다.인형은 솟아오르는 불기둥 근처에 떨어져 타박타박,날라오는 불씨에 조금씩 타고 있었다.나는 허적이며 인형을 향해 손을 뻗쳤다.인형은 태우지 마세요,말은 입속에서만 크게 울렸다.사람들 몇이 춤을 추다 말고 나를 쳐다보았다.그 때,몸이 찢겨지는 듯한 통증이 다시 아래로부터 솟아올랐다.진통은 아까보다 더 지독한 것이었다.나는 휘청거리는 것으로는 막지 못하고 바닥에 스러져버렸다.초겨울 바람에 잔뜩 얼어 있던 땅이 임부복을 입고 있는 내 몸에 닿자,나는 진통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 다시 한번 몸을 웅크렸다.아슴하게 사람들이 서서히 내게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진통은 멈추지 않았다.누런 곰인형은 여전히 날아드는 불씨에 조금씩 타 올라 이제는 불꽃을 내뿜는 전설 속의 용처럼 온통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아랫도리로 뭔가가 뭉텅,빠져나오는 느낌이 들면서 원피스가 따뜻하게 젖어갔다.왠일인지 흙바닥이 더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다리 사이에서는 뜨거운 액체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나는 따뜻하게 젖어가는 땅 위에서 혼몽하게 정신을 놓칠 것만 같아서,이를 꽉 물고 내게로 다급하게 모여드는 사람들을 쳐다 보았다.누군가,어째야 쓰까나,양수가 터져 버렸네,크게 소리를질렀다.자꾸만 감기는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안아 일으키려는 얼굴을 바라보려고 미간을 찌푸렸다. 누군지,그 사람의 얼굴 뒤로 보이는 달은 아까보다 조금 더 차오른,상현이다.
  • [21세기 여성시대] (10)문화계

    20세기 과학문명의 놀라운 발전과 함께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풍요롭게 이끌어온 힘은 바로 문화의 힘이다. 이같은 문화계에서 여성 위상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여타 분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20세기들어 권리가 크게 신장된 데 힘입어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치,뛰어난 감수성 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이 제공된 덕분이다.이들 20세기 문화계 여성들의 회고를 통해 21세기 여성시대를 진단한다. 20세기들어 세계 문단에서 여성의 위상을 확인시킨 이는 미국의 버지니아울프(1882∼1941).그녀는 ‘세월’을 통해 시간의 느낌과 역사적 시간에 대한 등장인물의 자각 현상을 전달하려는 시도와 함께 소설 형식에 파격미를더했다.영국 출신 아가사 크리스티(1891∼1976)는 노처녀 미스 마플을 통해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짜릿한 전율감을 느끼게 하면서 추리소설 부문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어린 소녀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안네의 일기를 통해 독일 나치치하의 강제수용소 참상을 고발한 안네 프랑크(1929∼45),특권층인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를전 세계에 고발한 나딘 고디머(76) 등도 20세기 문단을 뒤흔드는 기폭제가됐다. 은막에서도 마찬가지.안개 자욱한 런던의 워털루 다리를 무대로 펼쳐지는‘애수’의 비비안 리(1913∼67)는 타라 농장에 우뚝 선 열정의 화신 ‘스칼렛 오하라’로 생생히 기억되고 있다.오드리 헵번(1929∼93)은 ‘로마의 휴일’에서 세기의 스타로 떠오르며 가냘프고 우아한 귀족스러운 자태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대판 신데렐라인 그레이스 켈리(1929∼82)는 무명 배우에서 ‘하이 눈’,‘다이알 M을 돌려라’,‘갈채’ 등에서 열연함으로써 월드스타로 발돋움한뒤 모나코 왕비가 돼 영화같은 인생을 살았다.잉그리드 버그만(1915∼82)은헤밍웨이 원작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로 스타덤에 올라 ‘카사블랑카’,‘가스등’ 등을 통해 팬들의 영원한 연인이 됐다. 20세기 최고의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1926∼62)는 숱한 스캔들을 뿌렸지만‘7년만의 외출’ 등을 통해 스캔들보다는 연기와 춤,노래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보여줬다.수정처럼 맑은 목소리와 매끈한 미모로 우리들에게 널리알려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스타 줄리 앤드류스(64), ‘남편을 8번이나 갈아치운’ 20세기 최고의 미인 엘리자베스 테일러(66),‘원초적 본능’에서 얼음 송곳으로 남자의 심장을 찌르며 전세계 남성팬들을 열광시켰던섹시한 악녀 샤론 스톤 (42) 등도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대중음악계 역시 쥐락펴락하고 있다.재즈계의 전설로 불리는 빌리 홀리데이(1915∼90)는 선천적으로 작은 목소리를 특유의 감성적인 집중력을 불어넣어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독특한 발성,드라마틱한 창법,날카로운 집중력으로 당시 가장 인기 있고 사랑받은 재즈 보컬리스트였다. 빌리 홀리데이 이후 한동안 침체상태에 빠지기도 했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며여성 팝가수들이 세계 팝계를 이끌고 있다. ‘미국 팝계의 히로인’ 머라이어 캐리(28),‘팝무대의 퍼스트레이디’ 휘트니 휴스턴(35),‘검은 진주’로불리는 마이클 잭슨의 동생 재닛 잭슨(32) 3인방이 바로 그들. 비디오시대를맞아 가창력 뿐 아니라 탁월한 비디오적 외모를 갖춰 팬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90년대 후반에는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셀린 디옹(31)이 급부상했다.세기말 팝계의 최고 여왕은 단연 로린 힐(24)이다.디바붐과 힙합을 앞세워 지난해 첫 솔로 앨범 ‘미스 에듀케이션 오브 로린 힐’을 발표한 이후 롤링스톤 뮤직상 등 상이란 상은 거의 다 휩쓸고 있다.‘섹스의 여왕’‘섹스 심벌’‘섹스의 여신’으로 불리며 LP음반·영화·광고모델 등을 통해 무려 1,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연예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꼽히는 가수겸 배우 마돈나(41) 등을 제외하고는 팝계를 논할수 없다. 김규환기자 khkim@ *20세기 여성지위 변화는 '혁명적' 서양 중세신학자들은 “여성은 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런가 하면 15세기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귀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임신을 했으므로, 여성은 공적 장소에서 귀를 가려야 한다는 포고를내렸다. 물론 그 비슷한 시기에 노르망의 여성들은 윌리엄 정복왕에게 군에 끌려간남편들을 가정으로 되돌려보내 아내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달라는 건의를올리기도 했지만 18세기 이전까지 여성은 남성의 ‘종속물‘이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지난 5월 16일자에 ‘밀레니엄 여성’이란 제목의 전권 특집에서 과거 여성의 위치를 이렇게 정의했다.그러면서도 지난 1000년간여성의 사회적 지위변화는 ‘지난 1000년 역사상 가장 심오한 혁명’으로 꼽았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본격적인 여성혁명은 19세기 이후에야 이뤄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대부분의 학자들도 산업혁명이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여성의 역할을 어머니에서 사회적 인물로 확대하는 계기가됐다고 보고 있다.그러나 정치.경제.사회 등 전분야에 여성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다.1960년대 들어서서야 고급전문직에 대한 여성진출이 크게 늘어난 대목에서도 잘 확인된다. 최근 미국을 보면 대학졸업생의 60%가 여성들이 차지하기에 이르렀다.또 여성들이 기업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보다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전체의 거의 4분의 1이나 된다.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는 의미는 이같은 현실 참여의 수적 증가나 역사의유추를 통한 평면적인 전망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시대적 필요와 요청이라는 지적이다. 서로 무기를 갖고 한 공간에서 전쟁을 하던 시대에는 남성이 유리했지만 첨단 지식과 정보에 기반하여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하는 시대에는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걸프전 당시 여성 병사가 미사일을 조정했던 사실이나 요즘 사회적으로 두드러진 남성의 여성화 경향도 같은 맥락이며,이와 관련해 가족제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에측되고 있다. 물론 걸림돌은 있다.아직도 세계 많은 여성들이 가족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또는 음란한 행동을 한 의심이 간다는 이유만으로남자 친척들에게 살해당하고 있다. 동유럽 여성들의 지위는 공산주의의 붕괴이후 오히려 더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학자들은 미국에서도 여성들이 아직 완벽한 평등을 누리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밀레니엄 북’의 공저자 게일 콜린스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이 기업체의 관리자가 될 기회를 누리는 것은 2270년경에야 가능할 것이며 의회에서남녀 의원의 비율이 같아지는 것은 2500년이나 되어야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때가 오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다.여성들은 우선 무력 사용을 싫어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김병헌기자 bh123@
  • [되돌아 본 ‘99재계] 두루넷

    벤처기업과 정보통신업체들 사이에는 연중 내내 ‘나스닥으로 간다’는 말이 나돌았다.하지만 정작 나스닥의 문을 연 기업은 의외로 ‘무명의’ 두루넷(www.thrunet.com)이었다. ■한국기업도 ‘나스닥 신화’ 창조=자본금 1,395억원인 두루넷이 미국시장에서 자본금의 2배인 2억900만달러(2,500억원)를 직접 조달할수 있었던 것은처음으로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기업의 미래가치와 영업계획을 인정받은 때문이다.다른 기업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두루넷의 김종길(金鍾吉) 사장은 “조달자금의 80%를 주력부문인 초고속 인터넷망 확충에 쓸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스닥에는 34개국 455개 기업이 등록돼 있다.143개 기업을 상장시킨 캐나다를 필두로 이스라엘 영국 버뮤다 네덜란드 호주 일본 등은 선진국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대만 인도 파푸아뉴기니 등도 명함을 내밀고 있지만유독 한국 기업 만은 나스닥이 외면해 왔다.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오라클 등 첨단이미지를 갖춘 대기업들이 나스닥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도 나스닥의 매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미국무대에=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나스닥 무대에 두루넷은 소리없이 접근했다.차근차근 준비해왔다. 나스닥 상장 실무를 도맡아온 김종문(金鍾文)전무는 “나스닥 상장을 심의하는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나스닥 상장 절차를 진행중인 기업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내용을 떠벌리면 상장절차를 단호히 중단하는 등 투명성을 중시한다”며 “상장이 이뤄져도 25일간은 ‘침묵기간’이어서 과잉홍보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루넷의 상장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과 나스닥 상장계획을 떠들어댄 기업들이 주저앉고 만 것은 이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로 승부수=‘두루넷 신화’에 대해 “두루넷은 어떻게 했길래”라는 물음이 이구동성으로 터져나왔다. 김종길 사장은 지난 달 18일 저녁 서울 남산의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나스닥직상장 기념식에서 “올 1월 리만 브라더스사를 주간사로 선정하는 등 오래전부터 나스닥 상장을 준비해 왔으며 14개국 150여 투자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고 밝혔다.특히 회계처리를 외국인이 쉽게 알수 있도록 했다고강조했다. 양석표(梁碩杓) 경영기획팀장은 “국제변호사와 국제회계사 등의 도움이 없이는 미국 회계기준과 재무제표를 맞출수 없다”며 “두루넷도 미 증권관리위원회(SEC)의 4차심사까지 한 끝에 겨우 공식 공시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상장때 한주당 18달러가 현재는 75달러=나스닥에 가려면 현재의 수익보다는 장래이익 등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가입자 13만7,000여명에 올 매출이 6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와 다양한 컨텐츠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의 미래가치를 외국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했다고 양팀장은 밝혔다. 김종문 전무는 “외국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에 대해 국내법에 규정이없었으나 재경부와 금감원이 규정을 만들어 주식예탁증서(DR)가 아닌 직상장이 가능했다”며 정부에도 숨은 공을 돌렸다. 나스닥 상장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나스닥 무대는 코스닥처럼 상·하한가가 없어 까딱 잘못하면 나라망신을 시키기 십상인 까닭이다. 그러나 한주당 18달러에 상장된 두루넷 주가는 현재 무려 7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조명환기자 river@
  • 올 크리스마스에 볼만한 공연『뮤지컬』

    성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뮤지컬로는 ‘굿바이 1999,뮤지컬콘서트’가 첫손 꼽힌다.‘오페라의 유령’‘레미제라블’‘코러스라인’‘그리스’등 제목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뮤지컬 명작의 주옥같은 히트넘버들이 사랑이라는테마아래 펼쳐진다. 윤복희 김원정 이정화 임선애 유희성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드문 기회.윤복희는 ‘캐츠’의 명곡 ‘메모리’를 들려주고,윤도현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일부 장면을 직접 연기한다. 지난해에 이어 송년 프로그램으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42번가’도 볼 만하다.빠르고 경쾌한 비트,숨막히는 탭댄스,화려한 무대와 의상이 공연내내관중을 사로잡는다.무명 코러스걸의 스타탄생을 지켜보며 성탄 기분을 만끽하는 경험도 색다를 듯. 성탄전야에 막올리는 소극장용 ‘판타스틱스’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줄리엣’을 변주한 브로드웨이 정통 클래식뮤지컬.화려하진 않지만 화톳불처럼 훈훈한 사랑을 아기자기하게 펼쳐낸다. 연인끼리 보기에 적당하다.정동극장을 신명나게 울리는 환퍼포먼스의 ‘난타’도 놓치기 아깝다. 사물놀이의장단,화려한 쇼,지글지글 철판에서 익는 음식 냄새 등 눈,귀,코를 모두 만족스럽게 하는 작품. 왁자지껄한 서양식 공연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우리 전통국극 ‘춘향연가’는어떨까. 대중성을 고려해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가 고정 레퍼토리화한 것으로김진진 김성애 이옥천 등 우리 국극계의 선두주자들이 총출동한다. 이순녀기자 coral@
  • iTV 리얼드라마 ‘디비딥밴드’ 다큐와 드라마 파격적 만남

    작가 없음.연출 없음.주연 무명의 대학 록밴드.요즘 흔한 스타 한명 나오지않는다.극본이 탄탄하거나 실력높은 연출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이런 드라마가 과연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인천방송(iTV)이 오는 7일부터 매주 화요일 밤11시40분에 방영하는 리얼드라마 ‘디비딥밴드’는 기존 시각에서 보자면 실험을 넘어 파격에 가깝다.물론 가공의 드라마가 아닌 다큐 드라마 형식이지만 ‘인간시대’류와는 또다르다.제작진의 설명은 이렇다.“한 아마추어 록밴드가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펼쳐가는 전 과정을 드라마적 구성방식을 따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 문혜원(19)소민성(23)서우석(22)정민형(21)등 서울예술대학 재학생 4명으로구성된 ‘디비딥밴드’가 주인공.지난 가을 축제때 결성된 그룹으로 내년 6월 아시아 록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리얼드라마 ‘디비딥밴드’는 6개월간 이들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6㎜ 카메라와 24시간 설치카메라를 통해 꾸밈없이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하지만 ‘록페스티벌 참가’라는 큰 주제하에 전편의 스토리와 다음편의 스토리가 연결되는 점을 감안,매 회마다 소제목을 달아 드라마적 맛을 살릴 계획이다. 시청자와 네티즌을 제작진의 일원으로 적극 끌어들인 점도 독특하다.프로그램 한 코너에 시청자가 직접 의견을 밝히는 참여공간을 마련해 시청자와 네티즌이 ‘불특정 매니저’로서 밴드 운영에 바람직한 조언자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쌍방향 프로그램’이다.카메라 촬영분량중 방송되지 않은 부분은인터넷 홈페이지에 이원방송으로 내보낼 예정. 하지만 실험적인 포맷인만큼 그에 따르는 어려움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1∼2회에 그치는 것도 아니고 6개월간 지속되는 장기 프로그램으로서 다큐드라마는 자칫 지루하고 식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극적 재미를 위해 ‘연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길을 찾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순녀기자 coral@
  • 그랜드슬램대회 美서 티오프

    올 한해 세계 남자프로골프 최강들이 겨루는 ‘그랜드슬램’이 24일과 25일 이틀동안 미국 하와이 포이푸 리조트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다. 올 마스터스대회에 우승한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과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폴 로리,올 PGA ‘최고수’ 타이거 우즈,그리고 스튜어트의 사망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데이비스 러브3세 등이 한데 모여 세계 정상의 샷을 날린다. 총 상금 100만 달러에 우승상금 40만 달러. 올라사발은 불굴의 의지로 병마를 딛고 일어선 ‘그린의 승리자’.지난해두바이어클래식에 이어 올해 마스터스를 잇따라 석권하며 메이저대회에서 ‘돌아온 풍운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은 단연 폴로리.세계랭킹 159위에 머물렀던 무명의 그는 올들어 ‘초청선수제도’의 틈을 비집고 메이저대회에 입성,예선과 본선을 거쳐 우승까지 거머쥐는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골프 천재 우즈는 역시 우승후보 0순위.올 시즌 8승의 대기록에 그랜드슬램까지 얹어 한세기를 마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스튜어트의 사망으로 출전한 러브 3세는 나머지 3명에겐 ‘눈엣 가시’다. 역대 메이저대회에 가장 많이 출전했고 올 4대 메이저대회에서도 고른 성적을 내 자타가 공인하는 그랜드슬램 ‘태풍의 눈’이다. 이번 대회는 36홀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박성수기자 songsu@
  • [20세기 문명기행](8) 제2인간의 모색-컴퓨터

    지난 97년 인류는 한 컴퓨터가 펼쳐보인 위용에 숨을 죽였다.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러시아의 세계 체스챔피언을 굴복시킨 것이다.생각하는능력에 있어서만은 비교를 거부하던 인류는 구겨진 자존심을 안고 다가올 미래의 사이버 세계에 경외감을 느껴야 했다.과연 21세기 컴퓨터가 그려낼 인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21세기 호모사피엔스’를 쓴 컴퓨터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0년쯤이면PC 1대가 인간의 두뇌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또 2029년에는인공지능을 갖춘 ‘나노로봇’이 보편화 돼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인간의질병을 치료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최근 “미래의 컴퓨터는 인간의 전통적인 의사소통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20세기말 컴퓨터를 갖고 21세기 인류사회를 조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간신히 눈앞의 미래만 예측토록 할 뿐 ‘미래의 미래’를 상상밖의 영역으로 내몰고 있다.다만 지금부터한세대 안에 목도할 컴퓨터의 발전만으로도 인류문명은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우선 21세기에 들어서면 개인휴대단말기(PDA)나 핸드헬드(H) PC 등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차세대 이동컴퓨터가 지금의 PC를 대체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컴퓨터와 정보통신분야의 발달속도를 볼 때 2030년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입는 컴퓨터’도 나온다.신디사이저가 내장된 자켓이나 컴퓨터 통신 기능을 갖춘 손목시계 등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21세기 컴퓨터는 아울러 가상현실세계를 인류에 안겨줄 전망이다.지금처럼수중탐험이나 우주탐험 같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벗어나 인간의 오감 전체를 자극해 실제 현실세계와 착각할 정도의 대리경험을 안겨주는 수준에까지이르리라는 관측이다.본능적 욕구를 무절제하게 분출시켜 인간을 황폐화시킬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TV도 달라진다.방송국이 내보내는 대로 보던데서 벗어나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화면속 등장인물의 프로필을 리모컨 조작만으로 간단히 받아볼 수 있게된다.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리모컨 하나로 조작하거나 심지어 밖에서 집안의 모든 사항을 살펴볼 수도 있다.디지털방송을 통해 TV와 PC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이는 벌써 실현과정에 들어와 있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99추계컴덱스 행사에서 머지 않아 모든 전자기기와 PDA,PC,핸드폰 등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언제 어디서든 일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재택(在宅)근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별도의 사무실이 없이 모든 직원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일하는 회사도 조만간 등장할 듯 하다. 진경호기자 jade@-세계의 컴퓨터 발달사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6년 2월15일.인류 문명은 지난 수천년에 걸친 발전사를 수십년으로 압축해버릴 전기를 맞는다.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의 탄생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실에 설치된 길이 30m,무게 30t의 이 ‘공룡두뇌’는 6,000개의 스위치와 1만8,000개의 진공관을 이용,‘9만7,367의 5,000제곱’을 불과(?) 2시간만에 계산해 냈다.에니악을 개발한 존 모클리와 프레스터 에커트 교수는 물론 이 자리에 참석한 국방부 관계자,보도진 모두가 이기적에 경악했다.그러나 그들 조차도 50년뒤 에니악보다 1만분의 1밖에 안될정도로 가볍고 작은 컴퓨터가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이를 계산해 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컴퓨터는 그만큼 숨가쁜 발전의 역사를 달려왔고,이에 맞춰 인류의 삶도 변화의 급류를 탔다. 컴퓨터는 지난 64년 IBM이 집적회로(IC)를 사용한 ‘시스템 360’을 개발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이어 71년 인텔이 반도체기술을 이용한‘4004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또 한차례 도약했다.그리고 이는컴퓨터를 마침내 책상위로 끌어 올려 78년 애플사의 ‘애플Ⅱ’와 81년 IBM의 개인용 컴퓨터(PC) 개발로 이어졌다. PC의 개발은 컴퓨터 발달사에 있어서 에니악 탄생에 비견되는 혁명으로 평가된다.가정으로 파고든 컴퓨터는 이후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현대인의 삶을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컴퓨터의 발달은 그러나 이런 하드웨어 못지 않게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81년 IBM의 PC에 쓰기 위한 ‘MS-DOS 1.0’이라는 PC용 운용체계를 개발하면서 무명업체에서 일약 소프트웨어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이후 MS는 95년 전혀 새로운운용체제인 ‘윈도 95’를 개발, 빌 게이츠 회장을 20세기말 세계 최대의 갑부로 만들었다. 컴퓨터와 더불어 20세기 인류문명을 뒤바꾼 분야는 인터넷이다.대부분의 첨단문명이 그렇듯 인터넷도 컴퓨터처럼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됐다.지난 69년미국 국방부 산하 첨단연구계획국(ARPA)에서 시작된 아르파넷(ARPA Net)이시초다.당시 UCLA와 스탠퍼드연구소,UC센터바버라,유타대 등 4곳에 전용선을연결, 손으로 쓴 메모 한장을 UCLA로부터 스탠퍼드연구소로 전송하는데 성공했다.69년 10월25일의 일이다. 국내에서는 82년 서울대와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의 컴퓨터를 연결한 SDN이구축되면서 인터넷의 효시가 됐다.이어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린 것은 9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하와이대학간에 전용선이 연결되면서다.세계모든 인터넷으로 통하는 문이 열린 것이다. -한국 컴퓨터산업의 현주소 우리가 컴퓨터를 생산하기 시작한 때는 70년대 말이다.PC 호환기종과 모니터 등 주변기기를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하다 82년부터 컴퓨터본체를 만들어 냈다. 풍부한 노동력과 대기업의 자본,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책으로 국내 컴퓨터산업은 90년대 후반까지 성장을 이어왔다. 국내 컴퓨터산업은 PC를 중심으로 조립가공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상대적으로 중대형 컴퓨터 부문이 취약하고 핵심부품은 거의 수입하는상황이다.본체보다 주변기기분야가 발전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CD롬 드라이브나 HDD,모니터,액정화면 등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컴퓨터관련 산업의 규모는 생산 7조8,730억원,내수 3조740억원대에 이른다.50억달러어치를 수출했고,17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올해는 생산 9조1,880억원,내수 3조6,47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KIET는 오는 2003년까지 9%대의 성장을 이어가며 생산은 13조원,수출은 100억달러선에 이를 것으로내다본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비중은 여전히낮다.지난해 점유율이 2.3%로 싱가포르(7.2%)나 대만(6.7%)에 크게 뒤져있다.더구나 IMF체제를 맞아서는 더욱 어려워졌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리드 일렉트로닉 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지난 95년 세계 8위의 컴퓨터 생산국이었으나 97년 이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대신 중국(98년 6위)과 아일랜드(98년 10위)가 치고 올라왔다.단순조립형 성장전략과 OEM방식의 수출전략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다만 모니터나 LCD,메모리램,CD롬 드라이브 등 주요 부품에 있어서만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컴퓨터산업과 별개로 우리의 정보화 수준은 얼마나 될까.최근 한국전산원은 ‘국가 정보화 백서’를 통해 우리나라 정보화지수를 세계 23위로 발표했다.주요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경쟁국들보다도 뒤진다. 물론 여기엔 PC 보유대수와 인터넷 이용자 및 호스트 수,그리고 일반전화와TV 보급대수까지 포함된 수치다.인터넷 이용자수만 따진다면 약580만명 선으로 세계 10위권을 달리고 있다.인터넷이 일반에 보급된 것이 불과 몇년전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라는 평가다. 진경호기자
  • 탁월한 가창력에 매력 발산 ‘내가 밀레니엄 디바’

    늦가을 디바(노래 잘하는 여가수)들의 팝시장 공략이 거세다.디바란 노래실력 뿐만 아니라 대중을 사로잡는 신비로운 매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붙여지는 칭호. 현재 국내 음악시장에서 디바로 손꼽을 수 있는 인물은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셀린 디옹,록 부문에선 앨라니스 모리셋과 조안 오스본 정도. 여기에 두명의 기타리스트 겸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도전장을 내민다.노르웨이 출신의 18세 소녀 르네 말린과 미국의 만 40세 로커 메레디스 브룩스가각각 데뷔앨범 ‘플레잉 마이 게임’과 두번째 앨범 ‘디컨스트럭션’을 국내에서 내놓았다. 도대체 어떤 청춘의 통과의례를 거쳤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음색과 작곡 능력을 겸비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르네는 열다섯살 때 고향 라디오 방송에 나갔다가 한 언론인에 의해 눈에 띈 것이 가수가 된 계기가 됐다. 그의 추천을 받은 오슬로의 버진 레코드사는 데모 테이프를 들어보고 귀가번쩍 열리는 충격을 받았다.지난 해 가을 중간 템포의 평범한 듯 보이지만애틋한 멜로디를 지닌 데뷔 싱글 ‘언포기버블 신너’가 노르웨이 싱글차트1위에 기록되고 데뷔앨범은 모국에서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함과 동시에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등에서 골드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녀의 음색은 차분하고도 고와 듣는 이들의 마음에 조용하면서도 의미있는파장을 일으킨다.콧소리가 적당히 가미돼 신비로운 느낌을 안겨주는 ‘플레잉 마이 게임’부터 그녀의 어쿠스틱한 기타 솜씨를 엿볼 수 있는 ‘메이비아이 윌 고’,성숙한 목소리가 제격인 ‘더 웨이 위 아’,유럽 어느 곳에서도 통할 것 같은 팝적인 감각,북구의 신비로움을 적절히 섞어 놓은 ‘뱅 갱’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등 매력적인 요소로 가득차 있다. 르네가 떠오른 샛별이라면 메레디스는 13년의 무명설움을 딛고 일어선 입지전적 인물.기타 실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그녀는 97년 5월 빅히트한 ‘비치’가 수록된 데뷔앨범 ‘블러링 디 엣지’가 3개월만에 플래티넘을,지금까지 300만장이 팔리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마흔고개를 넘고 있는 연륜을 반영하듯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한층 안으로절제된 감정조절능력을 과시한다.전곡을 직접 만들었고 기타 연주도 했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8㎜’에 삽입된 ‘신 시티’를 비롯,78년에나온 멜라니 사프카의 원곡을 아주 색다르게 해석한 ‘레이 다운’,속도감있는 기타연주가 멋들어진 ‘코스믹 우우’ 등 인생과 음악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으로 충만하다. 임병선기자 bsnim@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41)‘민중교육’지 사건

    1985년 8월 5일-당정 회합에서 학원 안정법을 제정,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목적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며 공청회 등 여론형성을 고조시켜 나가기 시작했다.바로 여름 방학 기간이었다.텔리비전은 ‘민중교육,당신의 자녀를 노린다’란 제목으로 이 무크지가 용공 계급투쟁 시각으로 교육을 분석하며,88올림픽 개최를 비방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한다고 몰아세웠다. 집권층의 각본대로 였다면 이내 학원안정법은 국회에 통과되고 ‘민중교육’은 사라져야 했을텐데 역사는 그 반대로 학원안정법은 강력한 반발로 8월17일 유보조처 되었고,이 교육 민주화 운동은 전교조 운동으로 이어져 민중교육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민중교육’지 사건 초기의 지나친 정부 개입과 모략 선전은 도리어 다수국민들로 하여금 반감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아 야당과 학계·문화예술계 등은 물론이고 대한교육연합회까지도 당국의 조처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학원안정법의 유보와는 상관없이 ‘민중교육’지 관련 교사들에 대한 탄압은 강화되어 시인 김진경은 구속,1년형을,시인 윤재철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고광헌·심성보·이철국(여의도 고교)·이순권(경기기계공고)·홍선웅(미림여고)·심임섭(중랑중)·박경현(월계중)·유도혁과 강병철(논산 쎈뽈 여고)·송대헌(영풍 부석고)·김종만(시흥 도창국교)·민변순(충북 영동중 교장) 등은 모두 해직 당했다. 주로 문학인이 주축이 되었던 이 사건의 또 다른 한 희생자는 작가 송기원(실천문학 주간)이었다.이미 1980년 5월 광주항쟁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 경력이 있던 송기원은 성내운 교수의 무명산악회에 따라 강원도 홍천에 갔다가 8월12일 귀가한 즉시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받았다.통상 당하던 일이라 그는기관원들임을 직감하고는 아내를 향해 “여보,부엌에서 칼 좀 가져와.이놈들,불법으로 주거 침입한 강도들이야.모두 찔러 죽여버리겠어”라고 오기를 부리자,일행 중 하나가 무표정하게 “송선생.식구들 있는데서 망신 당하고 싶소?”라고 점잖게 응대해 왔다.다혈질에다 기관원 방문에는 이골이 난 그는“어어,인제 공갈까지 치고 있어?”라고 다그쳤으나 상대는 이미 영장까지제시하는 치밀성을 보여 결국 연행에 응했다고 ‘이 땅의 교육 현실에 대한고발’이란 글에서 밝히고 있다. 뒤집어 씌우기 수사에도 이골이 난 작가 송기원은 바로 ‘민중교육’지의 기획부터 제목까지가 자신이 주관했다고 우겨 교사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했으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발행인인 그에게 수사기관은 김진경·윤재철 등의 글이 ‘북괴’의 선전 선동 활동에 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할 목적임을 사전에 알았다고 시인하라는것이었다. 대체 ‘민중교육’의 주장은 무엇이었을까.“1946년 조선교육 심의회는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채택하였다.백낙준은 뒤에 이 말을 영어로 Maximum Service to Humanity(인류에 대한 최상의 봉사)라 번역한 바 있는데,이것은 민족이 분단될 위기에 놓인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식 보편주의의 표현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김진경은 우리교육의 기본이념을 비판하면서 ‘국민교육헌장’ 심의위원 명단을 밝히는 등 시사적인 쟁점까지 구체적으로분석해 주었다.윤재철은 초중등 교사가최고 호봉에 오르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1982년 기준으로 30년(중등)과 35년(초등)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10∼13년(미국),14년(영국),25년(대만)등 주요 국가는 평균 15∼20년임을 밝히면서 국내 다른 업종보다 훨씬 긴 시간을 요구한다는 교사의 권익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외언내언] 연예인과 포르노

    한 연예인이 쓴 성(性) 고백서를 두고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저질 포르노물’에 불과할 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묵살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용기있는 고백이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다’고 부추기는 사람도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尹亮重)는 최근 음란 논란을 빚고 있는 탤런트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를 청소년유해도서로 분류하고 ‘19세 미만 구독불가’로 판정을 내렸다.결정 이유는 ‘한여성이 여러 남성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벌이는 성행위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혼음 등 변태적 성행위를 기술하고 있어청소년의 성윤리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과연 책의 면면은 강간에서 일렉트라 콤플렉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으로 구색을 갖추는 등 다분히 의도적이고 상업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여기에다 한 인터뷰에서책을 쓴 장본인은 ‘O양의 비디오’ 같은 자신의 비디오 테이프가 시중에 흘러나올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9년 염재만의 ‘반노’가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논쟁 끝에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소설과 영화·만화·잡지 등에서 끊임없이 음란성이 논의돼 왔다.물론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확장과 사회개방화 추세라는 측면에서 아무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그래서 성을 음지나 양지,도덕의 잣대로 재려는 것은 구태스러운 일이다.또 음란성으로 말하면 이번 성 체험서보다 더 혐오스러운 포르노물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이 책이왜 파문을 일으켰는지,조작된 파문이 아닌가 하고 의심될 정도다. 다만 이 책을 쓴 사람이 연예인이라는 것이 문제다.연예인은 공인이자 청소년의 우상으로 학교의 교사 못지않게 언동에서 조심해야 할 위치다.본인은‘억압되고 어두운 곳에 숨겨진 성’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데 ‘사명감과 확신에 불타 있다’고 하지만 포르노 배우를 자처한다고 해도 연예인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무명의 전환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발상은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누를 끼치는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상업주의는 있을 수 있으나 ‘표현의 자유’와 ‘용기있는 고백’을 구별하지 못하면 타락과 윤리부재의 늪은 골이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더구나 우리의 정서는 청소년보호 측면에서 ‘음란물과의 전쟁’을 벌이는 현실이다.‘용기와 자유’를 앞세워 모든 것이 옹호된다면 진정한 표현의 자유는 왜곡되고 말 것이다.연예인은 연예인답게 먼저 자신의 기량으로 탤런트를 인정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세기 논설위원
  • [김삼웅 칼럼] 秋史의 ‘秋思’를 기리며

    시간의 입체성을 말한 이는‘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였던가.어김없이 계절은 바뀌고 세월은 흐른다.잃어버린 시간은 찾을 길 없고 오는 시간 또한 막을 길이 없다. 아침 저녁의 바람결이 상큼하고 한낯의 햇볕도 한층 엷어졌다.늦은 밤 돌담의 귀뚜라미 소리 제법 청량하고 가끔 구름 사이로 나타나는 청자빛 하늘이너무 곱다. 어느 무명씨의 시조 한 편 . 강호에 비 내리듯 마음은 설레고 내 마음은 저절로 저 먼 곳에 떠 있어라 그려도 애닮다마는 하는 수가 없구나. 폭우와 폭염과 폭풍이 심했던 지난 여름의 변덕 속에서도 곡식과 과일은 무르익고 청초한 가을 꽃이 산과 들녘을 수놓는다.그리고 나뭇잎의 색조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가을의 조락이 깊어간다. 이맘 때면 누구보다도 가을을 앓는 추사(秋史:金正喜)와 그의 시를 생각하게 된다.추사의‘추사(秋思)’란 시는 그의 아호와 시제(詩題)가 같은 음이어서인지 옛사람들에게도 많이 읽혔다. 어젯밤 총총한 별,싸늘한 서리남쪽의 가을 생각 끝없이 자아낸다.하늘 바람 사람 말이모두다 가르침이요 글씨 쓰고 시 짓는 데 반드시 법도가 있다네 기러기 한 번 울자 이렇게 한 해가저물다니 잎사귀마다 가을 재촉하는 듯 떨어지기 바쁘네 흰 구름 붉은 단풍 나그네 마음 흔들어 햅쌀 밥에 게장 먹는 고향이 꿈에도 그리워라. (정후수 역) 추사가 이 시를 쓴 것은 제주도에 유배되었을 때이다.‘햅쌀 밥에 게장 먹는’고향을 그리며 깊어가는 가을날에‘가을 생각(秋思)’을 읊은 추사의 처지가 애닯다.누구인들 저문 계절의 애수가 엷을까만 귀양살이 9년을 넘긴 추사의 심사는 남달랐을 터이다.그래서 가을의 노래가 많다.‘추일만흥(秋日晩興)’도 그중의 하나. 가을꽃 수도 없이 뜨락 머리에 환히 피었으니 산집(山家)에 가장 좋은 가을이 돌아옴을 알겠구나 석류꽃 지고 국화 피기 전에 구경거리 계속해주니 장원홍(狀元紅·붓꽃)이 모든 풍류를 도맡았구나. 시인 묵객치고 국화 좋아하지 않는 이 있을까만 추사도 무던하여 그의 문집에는 국화를 노래한 시가 꽤 된다.역시 이맘 때의 작품으로‘중양황국(重陽黃菊)’이 있다. 망울 맺은 노란국화 초지(初地)의 선(禪)인듯이 비바람 치는 울타리 가에 고요한 인연을 의탁했네 시인을 공양하여 최후까지 기다리니 백억의 잡화 속에 널 먼저 꼽을밖에. 뒤꼍의 가랑잎 구르는 소리에 가을은 깊어가고 흐르는 세월과 함께 인생도역사도 흘러간다.4세기 초 중국에 귀화한 인도의 학승 나가르주나는‘중론(中論)’이란 글에서 시간의 논리를 정리했다. 만일 과거 시간으로 인하여 미래와 현재가 있다고 한다면 미래와 현재는 과거의 시간 속에 있으리라. 이제 두달여 지나면 새 천년의 새벽이 열린다.그러고 보니 이 가을도 2000년대의 마지막 추절(秋節)이다.신동엽의 시집‘아사녀’에는‘산에 언덕에’란 빼어난 시가 있다.추사를 기리면서 깊어가는 가을날에 못잊을 송가로 부르면 어떨지.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 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 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국향(菊香) 짙은 만추에 가을걷이 끝난 농부와 함께 추사(秋史)의 ‘추사(秋思)’를 기린다. 김삼웅 주필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

    지난 추석 성묘 길에 초등학교 1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찾아 뵈었다.6·25동란이 나기 한해 전 1949년에 헤어진 후 50년 만의 만남이었다. 고희를 넘기셨지만 곱게 늙으신 모습에서 젊은 시절의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나는 지금도 선생님을 처음 뵙던 날의 기억이 선명하다.고운 얼굴에 곱게 파마를 하신 모습은 영화배우 못지 않게 예뻐 보였다.벨벳 투피스를 입으셨는데 산골농촌에서 무명옷을 아무렇게 꿰어 입고 논둑길을 뛰어다니던 나에게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았다. 양말이라는 것을 구경도 못하고 맨발에 고무신 신고 다니던 촌놈이 그때 스타킹이라는 것도 처음 보았다.선생님의 종아리에 길게 나 있는 스타킹 재봉선을 보고 맨살이 찢어져 꿰맨 자국이라고 여겼을 정도였다.그 당시 나에게그 선생님은 실로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내가 선생님을 아직껏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그것은 ‘성공경험’이라는 선물 때문이다.선생님은 나에게 학급의 반장 일을 맡겼다.개구쟁이처럼 들녘과 산자락을 헤집고 다니던 나는 반장이라는 직책이 무엇인지도잘 몰랐다.또 공부가 뭔지도 모르는 철없는 개구쟁이였다. 그 철없음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실망을 드리면 안되겠다는생각이 들었다.시험을 보면 선생님은 늘 100점을 주셨다.반장이어서 그랬는지,아니면 진짜 성적이 좋았던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공부에 대한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그때 이후로 공부가 재미있었다.집안이 가난하고 어른들이 학교 근처에도 못가본 환경에서 내가 공부에눈을 뜨게 된 것은 선생님의 교육적 지도 때문이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성공경험을 갖게 되지만 특히 어린 시절의 성공경험이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나는 체험으로 느낄 수있었다. 지난 추석 선생님을 만나던 날 나는 성공경험의 교육적 지도를 해주신 선생님에게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그리고 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하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다짐을 했다.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
  • 정상회담등 이모저모

    [캔버라 양승현특파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호주 방문 3일째인 17일에도 한·호 정상회담을 비롯,전쟁기념관 방문,야당당수 접견,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 참석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김대통령은 18일 새벽 캔버라를 출발,시드니를 거쳐 이날 오후 서울 공항을통해 귀국한다.김대통령은 공항에서 대국민 귀국보고를 할 예정이다.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6·25전쟁을 비롯해 호주의 역대 참전기록과 유물 등을 보관한 전쟁기념관을 방문,전사자들을 기리는 추념홀 무명용사 묘비에 헌화했다. 김대통령은 호주가 참전한 전쟁별로 전사자 이름이 벽에 동판으로 기록된회랑 중앙의 추념홀에서 진혼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헌화·묵념한 후 회랑끝에 있는 한국전 전몰장병 명단 앞에 잠시 멈춰 6·25전쟁 참전자인 제임스 기념관운영위원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호주군이 싸웠던 가평전투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정상회담 김대통령은 오후 존 하워드 호주총리와 20분간의 단독 및 30분간의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단독회담에서는동티모르 문제가 집중 논의됐고,확대회담에서는 양국간 실질협력 관계 증진방안에 관해 매우 ‘실무적이고 솔직한’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김대통령은 확대회담에서 “호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가장 재정이 건전하고 잘 사는 나라여서 장사 좀 하러 왔다”고 말해 회담장에 웃음이 터졌다. ■호주총리 주최 오찬 정상회담이 끝난 뒤 김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의사당 그레이트 홀에서 열린 하워드 총리 내외 주최 오찬에 참석했다.김대통령은 호주의 6·25 참전,국제통화기금(IMF) 위기극복 지원 등을 예로 들어 “호주는 우리 한국이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을 때마다 든든한동반자가 됐다”고 ‘혈맹관계’를 강조했다. 하워드 총리는 오찬사에서 “김대통령이 국회의 승인을 받아 1개 대대 병력을 동티모르에 파병하겠다고 말했다”고 하자 호주측 인사들은 큰 박수를 보내 동티모르 문제에 대한 호주의 관심을 나타냈다.
  • [대한매일을 읽고] 운동선수 신체약점 부각보다 장점 격려를

    스테이트팜레일 클래식에서 우승을 거둔 프로골퍼 김미현 선수의 소식은 무명시절 경제적인 어려움과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한 것이어서 더욱 값지게 여겨진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 언론에서 김미현 선수의 이름 앞에 늘 ‘슈퍼 땅콩’이란 별명을 붙여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김선수 스스로 밝혔듯이 ‘땅콩’이란 별명이 단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약한 껍질 속에 단단한 알맹이가 들어있는 땅콩’의 모습처럼 강한 의지의 소유자라는 뜻을 의미하고 있음에도 ‘슈퍼 땅콩의 진짜 키는 153㎝’라는 등 굳이 알릴 필요도없는 선수 개인의 핸디캡을 파헤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대한매일 9월8일자 18면). 체력적으로 우수한 서구인의 무대에서 동양인의 체력적 한계를 이겨내며 최선을 다하는 김미현 선수에게 민감한 신체적 약점을 밝혀내는 내용보다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숨겨진 장점을 찾아내어 격려해줬으면 좋겠다. 임선미[모니터·서울 광진구 자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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