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통신 서울특파원이 본 3·24총선/올레그 아브람킨
◎후보들 국내문제에만 매달려 의아/소에 알려진 경제계대부 정치인변신에 놀라고
연초 타스통신 서울사무소 개설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서울행 준비를 할 당시 우리들에게 많은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리라는 것을 알았다.올해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 해」이기 때문이다.우리들은 여타 아시아국가들의 타스통신특파원들로부터 한국의 정치적구조의 장래와 경제·정치분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선거에 관한 기사를 쓰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얼마전 타스 서울지국은 민자당의 김영삼대표최고위원과의 기자회견을 시발로 한국의 총선거에 대한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그는 우리들에게 한국의 현상황과 총선문제,그리고 한러시아관계등을 소상하게 피력해주었다.
한국의 총선과 관련,타스통신이 첫 인터뷰 대상으로 민자당대표를 택하게된 것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자당이 승리를 거두리라는 예상을 여러명의 한국동료들로부터 전해들었기 때문이다.그들중에는 언론인·호텔종업원·택시기사들등 한국사회의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나의 한국인 동료기자는 나라의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자신은 민자당을 지지한다고 설명한다.
또다른 언론인들은 민자당이 애써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권을 꿈꾸는 인사들이 많아 당의 안정이 어렵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민자당의 김대표와 인터뷰를 가진후 우리는 통일국민당의 정주영대표의 견해를 듣기로 했다.그래서 국민당 당사로 전화를 걸었더니 질문서를 팩시밀리로 전송해달라고 말했다.그날로 답변서가 왔다.국민당의 정책중 우리가 관심이 가는 부분과 이번 총선에서의 국민당의 위상에 관해 기사를 작성해 모스크바 본사로 송고했으나 한달반이나 지난 지금까지 러시아국내의 어느 신문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국민당으로 인해 서울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가 타스통신본사와의 사이에 다소의 문제가 있었다.과거 한국의 구정권들이 산골짜기에 핵저장소를 건설했다는 정대표의 발언내용이 바로 그것이다.그 내용이 곧바로 북한의 언론매체에 보도됐다.그러자 본사에서 즉각 질책이날아들었다.
『어떻게 된거야?한국에서 아직도 핵시설물을 건설하고 있다는 북한중앙통신의 보도가 있는데 서울지국은 침묵만 지키고있는거야?』
다행히 한국의 외무부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한 당국자는 그 저장소가 오래전 박대통령시절에 지어진 것이라고 해명해주었다.타스통신도 이 보고에 안심했다.
여하튼 정주영씨는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인물이다.그는 모스크바 방문당시 타스와도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그때는 현대그룹의 창업자로만 알려졌었다.일부 한국인들 조차도 그를 한국산업계의 대부라고 불렀다.
그러나 요즘 그는 짧은 기간내에 정치가로 변신을 시도하고있다.
정씨는 뜨겁고 센세이셔널한 정보를 들춰내면서 언론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게 사실이다.만약 정씨가 그같은 인기를 일반 대중들로 부터도 받게된다면 그는 이번 총선에서 성공을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보통사람들은 우리에게 국민당이 재벌과 깊게 연계되어 있음을 지적한다.또다른 사람들은 현대의 본거지인 울산에서 최근에 일어난 파업사태를 상기시키기도한다.
야당인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뒷전에 처진듯한 모습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하지만 우리가 만나본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은 민주당이 상당수준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한다.
민주당의 최대관심사는 차기대통령선거인 것으로 여겨진다.민주당은 이번총선에서 다만 정부를 견제하기에 충분한 의석확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정치에 실망한 나머지 오는 24일의 선거일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아마 민자당의 지지기반인 영남지방과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의 경우는 조금 다를는지 모르나 수도권의 유권자중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어느당을 지지할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은 신문지상에 보도되고 있는 매표행위와 선물제공·무료식사제공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이같은 행동은 비생산적으로 간주된다.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선물을 받더라도 투표는 자신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하게 마련이다.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남북문제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문제는 거의 무시한채 내부문제에만 매달리는 것은 지극히 이상스럽게 보인다.오로지 집권당의 후보들만이 성공적인 북방정책의 수행,구소련및 공산권 국가들과의 외교관계 수립,남북대화의 진전등을 거론하고 있다.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국인들이 민주화와 번영을 이루고 자유와 민주를 위한 투쟁에서 성공을 거두는 한편 그들의 미래역사를 성공적인 것으로 기록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