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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 경찰 국민불신에 「위상찾기」 진통(세계의 사회면)

    ◎여론조사서 지지율 격감/국민 40%가 “부패하고 폭력적” 맹비난/“무력한 대처정부의 속죄양” 경찰 변명/“명예 되찾자”… 근무 기강 확립등 체질개선 안간힘 청렴과 친절의 상징이자 영국의 대표적 자랑거리였던 영국경찰이 요즘 수난을 겪고 있다. 과거 정중하고 깍듯한 예의로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아오던 영국 「보비」(Bobbyㆍ경찰의 애칭)가 최근 국민들로부터 무례하고 폭력적이며 부패했다는 호된 질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9년에만 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 그 지지율이 83%에 이르던 영국의 경찰은 지난해 실시된 여론조사결과,그 지지율이 43%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경찰들은 부패하고 폭력적」이라고 믿고 있어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영국경찰들중 3분의1 가량은 이미 직권남용 여부에 관해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지난해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민원건수는 11%나 증가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자알란 이스트우드 영국경찰청장은 『국민들의 비난 때문에 경찰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면서 한편으론 『경찰들의 대국민 이미지가 이처럼 나빠진 것은 80년대초의 광산노동자 파업과 그밖의 소요사태 진압에 폭동진압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청렴과 친절로 상징되던 영국경찰의 전통적 이미지는 이미 지난 74년의 길드포드사건때부터 퇴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지적이다. 폭탄테러혐의로 구속된 길드포드가 증거인멸과 경찰의 위증으로 석방됐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경찰들은 자신들이 이같은 비난을 받게된 것은 전적으로 대처정부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날로 인기가 떨어지는 현 정부에 대한 비난 때문에 주민세폭동,광산노동자 소요사태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시점에서 자신들은 하나의 속죄양이란게 그들의 주장이다. 물론 몇몇 의식있는 경찰간부들은 현재의 경찰조직이 비민주적이고 동료의식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과감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이같은 지적이 있자 경찰수뇌부들은 요즘 경찰 내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근무자세확립과 경찰의 위상정립을 위해 크게 고심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비난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변화를 위한 진통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피터 임버트 런던경찰국장도 땅에 떨어진 영국경찰의 명예회복에 발벗고 나선 고위간부의 하나다. 과연 영국 경찰이 「영국의 프라이드」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일본식” 쇼비니즘/장수근 국제부차장(오늘의 눈)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왕의 「사죄」 수준을 놓고 현재 두 나라간에 첨예한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참으로 유감」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일측 공론에 한국의 불만이 토로되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선까지면 어떻겠는가고 우리 속을 떠보는 보도를 흘리는 국면에까지 이른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가슴 아프게…」 만으로는 과거에 대한 반성언급이 명확하지 않고 또 책임의 주체가 일왕임이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받아 들일 수 없다며 거듭 일본의 성의 있는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외교적 수사를 동원한 일본의 말장난 말고도 근자에 일본에서 돌출하고 있는 「일왕사과 위헌론」등 정치권의 동향과 극우단체의 반한시위등을 보는 우리의 심사는 몹시 착잡하다. 과거는 따지지 않더라도 일본이 우리의 이웃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 그러나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일본인들은 그들을 선린으로 여기기에 지나치게 무례하고 오만한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해왔다. 그 숱한 망언이 이를 방증하고있다. 과거 구보타(구보전)를 비롯,『노태우대통령이 일본의 방위정책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란 15일의 이시가와(석천)망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한나라의 주체성과 심지어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극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다. 이같은 망언이 행여 한때 한국을 식민통치했다는 우월감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라면 일본이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 되긴 더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것이다. 진정 일본이 아키히토 일왕이 노대통령 환영 만찬에서 할 인사말중에 담겨 있듯이 『양국간의 유대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면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게 변함없는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거나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는 등의 말로만의 사과가 아닌 가슴으로부터의 사과다. 우리에게 역사가 소중한 까닭은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의 자료로 삼아 다시는 같은 잘못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데 있다. 또 그래서 역사는 그것의 미추를 떠나 객관적으로 기술돼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결국 현재에 대해서는 맹목이 된다』했다. 다가오는 21세기 태평양 시대의 주역을 탐내는 일본인들이 지금 엄계해야할 것은 바로 과거를 분식하고 억지를 부리는 일일 것이다.
  •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5ㆍ18민주화운동 10주에 부쳐/조오현

    ◎“원을 원으로 풀순 없다” 법구경 되새겨야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그러나 광주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채 마치 악성종양처럼 우리 사회의 내부를 불신과 증오로 채워가고 있다. 광주문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그 아픔이 10년이 지나고도 치유되지 않았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동안 광주문제를 정리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6공화국 출범이후 국회는 그동안 망월동에 묻어두었던 광주문제를 꺼내 진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국민들을 모두 TV수상기 앞에 매달리게 했던 청문회를 통해 가려졌던 진실이 조금이나마 밝혀진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또 5공시절에는 광주문제를 단순히 「광주사태」로 부르고 희생자들도 「폭도」라고 매도했던 것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의미를 규정하고 「폭도」가 「희생영령」이란 말로 바뀐 것도 변화라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그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광주가 내장하고 있는 본질적인 몇가지 문제는 미결로 남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이며 민주화를 어떻게 이루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광주문제는 일부 정치군인의 권력장악에 맞서 긴 군부통치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민주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일어난 민주항쟁이었다.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목이 터져라 외쳤던 구호도 민주주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무력으로 이를 진압했고 선량한 시민과 학생은 폭도로 매도되었다. 처참한 살육전이 우발적인 것이었는지 계획적인 것이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이로 인해 광주는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도시가 되고 말았다. 5월18일만되면 시내 전체가 죽은 사람을 위해 촛불을 밝히고 통곡하는 도시는 광주밖에 없다. 우리가 적어도 같은 하늘 밑에 사는 형제라면 광주의 이러한 아픔을 어떻게든 풀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진작 매듭을 풀고상처를 아물게 해야할,정치적으로 책임있는 사람들은 「광주의 아픔」을 미끼로 추악한 정치흥정만 계속하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보상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여당의 경우 광주문제에 보상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마치 무슨 항복문서에 도장찍는 일인 것처럼 주저주저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애써 광주문제의 본질과 진상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무조건 덮어두자는 식이다. 광주문제를 빌미로 명분상 흠을 잡히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야당이라고 해서 이 문제 해결에 여당보다 적극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야당은 광주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6공화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우위에 서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치인들은 아무도 광주문제를 마무리짓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보인다. 말로는 과거를 청산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떠들면서도 청산방법이 당리당략에 어긋날듯 싶으면 여지없이 생트집을 잡고 돌아앉고 만다.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도 광주의슬픔을 진정으로 나누려고 하지 않고 사람의 목숨값을 무슨 물건값 흥정하듯이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면서 그 언저리에서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할 뿐이다. 저간의 형편이 이러하고 보면 광주문제가 10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작태는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지 않고 유가족들과 슬픔을 나누지 않는다는 단순히 도덕적인 이유로만 비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로 인해 높아진 불신의 벽과 삭여지지 않는 분노의 감정이다. 광주에 가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광주문제가 10년째 공산의 메아리마냥 울리기만 하고 실체가 잡히지 않자 이제는 분노를 넘어 증오감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다시 어떤 비극적 사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광주사람들은 차마 입밖에 이런 말을 내뱉지 않고 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낙진처럼 누적되고 있다. 일을 자꾸 어렵게만 만들어가서는 안된다. 광주의 슬픔이 아무리 크다고해도 10년을 거기에 매달려 역사의수레바퀴를 헛돌게 해서는 곤란하다. 수많은 사람이 광주항쟁때 쓰러져간 것은 길을 잘못 든 민주주의의 수레를 바로 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스스로 역사의 제단앞에 공양물이 되었다. 진흙에 빠진 수레를 건져 올리기 위해 돌이 되고 다리가 되었다. 지금 살아남은 사람이 할 일은 그 돌을 딛고 일어나 그 다리를 밟고 민주사회라는 피안에 도착하는 일이다. 그것이 죽은 사람의 죽음을 욕되지 않게 하는 길이요.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언제까지나 광주의 비극을 흥정만 한다면 광주의 역사적 의미인 민주화가 오히려 광주라는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게 된다. 당장 우리가 서둘러 해야할 일은 우선 광주의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용서하고 청산하는 길밖에 없다. 개인적 감정으로야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용서가 안될 수도 있다. 장승같은 자식 잃고 기둥같은 형제를 잃은 사람에게 용서하라고 말하는 것은 무례한 요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용서하지 않는다고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용서와 관용이 아니면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없는 것을.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우리들 중생에게 이렇게 가르친바 있다. 『원망은 원망으로 갚아지지 않는다. 원망은 또다른 원망을 낳기 때문이다. 원망은 용서함으로써만 갚을 수 있다』 어려운 때,마음이 상하는 때일수록 우리는 성인의 말씀을 삶의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분들의 가르침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슬기가 담겨 있다. 광주문제도 마찬가지다. 용서하고 관용하는 것만이 참으로 이기는 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과거를 잊자는 얘기는 아니다. 역사란 과거의 아픔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진하는 것이라면 간디의 말처럼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10년전 광주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중음으로 맴도는 광주의 원혼들도 그래야 하루속히 정토왕생 이고득락하게 될 것이다. □약력 스님ㆍ전불교신문 주필 1968년 문단데뷔 신흥사주지 역임
  • 외언내언

    개인이건 국가건 일단 자만심을 갖기 시작하면 위태로워지게 마련. 이웃을 불안하게 하고 심하면 자신의 묘혈을 파기도 한다. 우리의 이웃 일본이 그런 자만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생긴다. 그동안 마음속에 숨겨오던 오만무례한 말들을 이웃들에게 거침없이 내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된 일본이니 이제 못할 말 못할 짓이 무엇인가 하는 자세로 바뀌고 있는 인상이다. ◆미국과의 무력전쟁에서는 졌으나 그다음 45년간의 경제ㆍ무역ㆍ기술ㆍ금융전쟁에서는 이겼다. 미국에 대해 이제는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국수주의경향작가이자 정치인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가운데 요즈음 일본지식인 사이에서는 「팩스ㆍ자포니카」(일본의 세계경제지배시대)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경제대국에 걸맞는 군사력을 갖춘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발언도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을 방문했던 중국 인민일보의 전주일특파원 손동민씨는 일본의 그런 분위기를 이렇게 비판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는경제적 성공을 기초로 하는 「자신과잉」 상태로 편집적 민족주의 색채를 띄운 「신일본주의」 사상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사회생활상의 배외의식이 강하고 슈미트 전서독수상의 표현처럼 친구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으며 특히 아시아에 대해선 마음을 닫고 있다』 ◆이런 일본은 같은 패전국으로 경제기적을 이룩했으면서도 일본과는 다른 서독과 흔히 비교된다. 서독은 전후 나치스에 대한 안팎의 철저한 청산이 있었으나 일본에서 일제 군국주의 잔당의 청산은 커녕 그 정신이 애국주의로 잠복 계승되었기 때문이란 것. ◆허술했던 미국의 실책이었다고나 할까. 이제 그 보상을 미국은 물론 한국과 아시아 각국이 해야할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일본자신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 『일본의 신일본주의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장차 일본은 또 한차례의 잘못된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인민일보의 경고다.
  • 솔직한 사과와 새 한일관계(사설)

    노태우대통령의 일본 방문시 있어야 할 일본국왕의 일제대한만행 사죄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의 잘못된 인식과 오만무례한 자세에 당혹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당초 우리가 노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하는 일본국왕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한 사죄를 기대한 것은 이번 방일이 21세기를 지향하는 앞으로의 바람직한 새 한일 관계정립에 그 근본 목적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명확한 과거의 청산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었고 일본 국왕의 사죄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방일시 한차례 사과라는 명목아래 「유감」 표명이 있었으나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분명치 않아 불만이 많았고 한일 양국이 공히 필요로 하는 과거의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노대통령의 방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정부는 당초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이고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ㆍ캐나다 방문이 연기될 정도로 분주한 상황에서도 일본 방문만은 성사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제 방일 10여일을 앞두고 일본쪽에서 한국민으로 하여금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발언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국왕은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죄는 안되고 그래서 총리가 진심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죄,그것도 한국 뿐 아니라 전체 아시아를 상대로 하겠다는 소리가 나오더니 이번엔 국왕의 사죄가 전 전대통령 방일시 히로히토 전 일본국왕이 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본 집권자민당의 당론으로 결정되었다는 보도다. 그런가 하면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릴 필요는 없다』 『반성하고 있으니까 협력도 하고 있는 것이다』는 등의 망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일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당혹감을 떨칠 수가 없다. 일본국왕은 상징적 존재여서 외교 등 국사에 끌어들여선 안된다면 전 왕은 어떻게 끌어들였는지 묻고 싶다. 그때의 표현에서 진전되어서는 안된다면 왜 다시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정도의 사죄라면 다시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핑계요 구실일 뿐이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일제의 그 만행들이 불가피한 것이었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사죄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다만 주변의 눈도 있고 해서 사죄의 흉내만 내겠다는 소리요 움직임으로밖엔 이해가 안된다. 누가 일본국왕의 사죄를 요청했는가. 그것은 일본의 문제다. 「엎드려 머리를 조아릴 것인가」의 여부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이며 우리는 그런 일본을 보아가며 우리의 행동을 할 뿐인 것이다. 일본국왕의 사죄보다 더 바람직한 사죄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의 반성이요 사죄다. 그리고 그것은 요구나 강요로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다. 국왕의 사죄는 그것이 바로 스스로 우러나오는 사죄의 증거라고 보기 때문에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 일본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언동은 그것이 헛된 기대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한일간에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하고 완충역을 해야 할 일본의 이른바 지한파ㆍ친한파 정치인이란 분들이 전혀 도움이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불을 지르고 있는 사실에 더욱 분노를 느낀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아나운서 L씨에게/송정숙 논설위원(서울칼럼)

    평소에 나는 아나운서 L씨를 퍽 좋아했다. 쇼나 오락게임을 진행하면서 반말투의 무례한 언사를 예사로 하는 아나운서도 적지 않은데 L씨는 그렇지가 않았다. 생김 또한 세련미가 넘치는 도회적 정한함이나,쏙빠지게 세속에 닳아보이는 미모가 아니라 숭글숭글하고 편안하다. 무엇보다도 다소 전문용어나 고급어가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시청자가 불안하지 않을만한 교양의 층이 느껴지는 점이 그에게서는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L씨가 맡은 동물을 주제로 한 퀴즈프로그램은 우리 가족이 시간만 맞으면 즐겨 시청하는 것이었다. 대단히 일방적인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족 모두는 L씨에게 친화력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가 브라운관에 비치기만 하면 『아나운서중에서 저친구 아주 괜찮아!』하고 가족중의 누가 말하면 『맞아,나도 그래!』하고 합의를 하고 즐거운 시청시간을 누릴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그 난감하기 짝이 없는 「KBS사태」가 터졌다. 느닷없이 일용식의 보급로가 차단되어 막막해진 식탁앞에서 엄습해 오는 공복을 느껴야 하는 사태,시청자에게는 그것이 KBS사태의 실체였다. 『저 상자가 우리한테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우리의 노여움은 그렇게 괴어가는 가운데 서슬 시퍼런 시위로 거대한 세력을 과시하는 그 살벌한 KBS 풍경속에서,우리는 그토록 친애하여 마지않던 아나운서 L씨를 발견했다. 어깨띠를 두르고 강경한 주동멤버속에 들어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건 참 씁쓸하고 저버림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기에게 친화의 공을 들이며 지내온 우리는 이렇게 허깃증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을 해결해줄 단서를 쥐고 있는 그는 대체 왜 이렇게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인가 하는 단순하고 원시적인 노여움이 들었다.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는 투쟁의 명분을 시청자도 충분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 명분을 시청자의 허깃증을 담보로 해서 쟁취하겠다는 논리의 당위성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우리에게 가시되는 것은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 보다는 「노조의 방송장악」이 훨씬 확실하게 시시각각으로 압도해 왔다. 뇌관에 불을 댕겨 우리의 삶 전체를 불태워버린대로「투쟁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그 과격한 다수속에 L씨가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충격을 준 것이다. 우리역시 L씨와 그의 동료,직장,가족들이 민주화를 저해하는 세력의 핍박을 받게되는 일을 원치 않는다. L씨와 그가 제작하는 방송이 정의롭지 못한 힘에 장악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그런 우리의 선의와 우애에는 아무런 배려도 하지않고 주먹을 휘두르며 투쟁만 하는 집단속에 L씨가 파묻혀 있다는 것은 그것대로 아주 섭섭한 일이었다. 머리띠를 두르고 사제 무기까지 갖춘채 살벌하게 투쟁하는 근로자를 수없이 보아왔지만 그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섭섭한 정의를 L씨와,그 주변에서는 느끼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이런 감정은 창의적이고 개성적이며 지적 직능에 종사하는 L씨 같은 인기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의였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쏟았던 일방적인 친화력이 멋대로 발전해서 이기적인 불평을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폭력적이고 증오스런 표정을 한 L씨를 보는 일은 그 자체가 싫었다. 사실은,이런 느낌이드는 대상은 L씨만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친밀감을 느꼈던 얼굴이 시위세력에서 발견될 때마다,L씨에게서 느낀 감정을 꼭같이 느꼈다. 「인기인」이란 이렇게 일방적인 채무자와도 같은 것이다. 성원하고 사랑했던 공을,빚을 준것처럼 차곡차곡 치부해 두는 것이 말하자면 「팬」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인기인이 이상한 광고에만 등장해도 노여워하며 「빚」 독촉을 하고 싶어한다. 여기에,L씨만을 짚어서 이 글을 쓰는 것은,마침내 L씨가 자신의 용기와 결단으로 우리의 노여움을 풀어주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호랑이이야기」가 하나 있다. 우리의 전래이야기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산신령이기도 하다. 호랑이를 산에 사는 신령한 존재로 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추운 겨울,앞산에서 내려보며 마을을 지켜주던 산신령이 마을에 사는 한 아낙네에게서 괘씸한 일을 발견했다. 아낙이 밤이면 나와서 소피를 보는데,이게 어찌나 게으른지 마루아래 뜰팡에 앉은채 바로 정지(부엌)문앞에 뒤들 돌리고 볼 일을 보는 것이었다. 가족의 음식을 만드는 신성한 장소여서 주왕신을 모셔둔 정짓간에 대고서 『이 무슨 버릇없는 짓인가』하고 노한 산신은 『내 저 계집을 잡아다 혼을 내리라』고 벼르고 다음날 밤에 마을로 내려왔다. 내려와 울타리밖에서 지키고 있으려니 아니나 다를까,아낙이 쪼르르 나와 같은 짓을 또 하는 것이었다. 『요런 못된 것,볼 일만 끝나봐라,내 너를 잡아가리라!』 산신인 호랑이가 그러며 지키고 있는데 여인은 볼 일을 마치고 일어섰다. 옷을 추스르며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고 난 아낙은 산쪽을 쳐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에그 추워라. 뜨듯한 방에 있다가 잠깐 나왔는데도 나는 이렇게 추운데 저 추운 산에 계신 산신령님은 얼마나 추우실까. ……쯧쯧 가엾으셔라』 놀랍게도 고 계집이 산신령인,자기적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산신령인 호랑이는 그 말에 화가 풀리고 말았다. 버릇없는 짓이긴 하지만 산신령 자기를 생각해주는 정이 기특해서 잡아가는 일을 고만두고 말았던 것이다. 그 무서운 산신령호랑이도 자기를 생각해주는 정 담긴 한마디에 노여움을 풀고 돌아섰다는 이 이야기가 풍기는 인간적 정서를 나는 좋아한다. 지난 7일 KBS노조 간부를 비롯한 몇사람이 『무조건 제작참여』를 선언하고 나섰을때 그 네 사람속에 한사람의 직능대표로 아나운서 L씨가 속해 있는 것을 보고,일순에 나는 노여움이 풀리는 경지를 맛보았다. 아직도 다수의 세가 치열하게 내닫는 가운데서 그걸 거스르며 소신대로 행동하는 소수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 용기가 고맙고 기뻤다. 우리의 친화력이 끝내 외면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의 확인 같은 것이었다. 그 행동의 시작을 준법으로 내딛기 위해 경찰에 자진출두하는 L씨의 모습을 보며 진정으로 이번 사태로 구속된 KBS가족들에게 선처가 따르기를 바라기도 했다. 온당한 일이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사회,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질서 안에서 KBS화면에 L씨가 등장하기를 지금 우리는 고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힘들었던 「공복기」도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방송은 정상화돼야(사설)

    KBS사태가 실로 난감하다. 9시뉴스가 진행되던 도중에 황망하게 중단된 지난 12일 저녁의 KBS1TV는 시청자에게 폭력에 준하는 무례를 범했다. 이후 명색만의 방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KBS는 특정정권의 정권옹호 매체로 전락될 수 없듯이 구성원들의 집단이익에만 충실하면 되는 사기업도 아니다. 「정부의 것」이 아니듯 「노조의 것」도 아닌 것이다. 온 국민이 주인인 전파를 매체로,준조세성격을 지닌 시청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다. 그런 방송이 보도도중,아무런 사전양해도 없이 뉴스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부른 것은 KBS에 종사하는 모든 사원들이 다함께 책임을 져야 할 중대한 과오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사태가 더 심각해져서 사실상의 「파업」사태로 돌입하고 있고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국민을 노엽게 한다. 이번 사태가 새 사장의 취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더욱 악화되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는 부당감을 준다. KBS의 사장선출은 엄연히 법이 정하는 일이다. 법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잡아야 한다.KBS가 공영방송인 한 모든 절차는 법에 저촉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법을 뛰어넘어 간섭할 수 없듯이 노조도 법 위에서 주장할 수는 없다. 전임사장을 선출할 때도 법의 기준에 따랐듯이 신임사장도 그렇게 임명된 것으로 안다. 그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노조원이 그들의 의견을 모아서 천명할 수는 있을 지언정 물리적 힘으로,절차에 따른 사장의 공식 취임을 방해했다는 것은 온당한 일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그 거대한 규모의 방송사가 신임 사장의 공식직무 수행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사태수습 능력을 그토록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우리를 실망시킨다. KBS의 구성원은 수천명에 이른다. 첨단 정보와 과학기재를 다루는,빼어난 인력들의 집단인 것이다. 경영과 관리능력에서도 엘리트중의 엘리트로 구성된 앞서가는 조직체다. 그런 조직이,대화를 통한 타협과 설득의 묘수 한번 발휘하지 못한채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최악으로 몰고갔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절감하는 것은,KBS에 종사하는 일부가족들이 지닌 가히 편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피해의식의 견고함이 그것이다. 국가행정이 하는 모든 것을 「음해」로 단정하는 경직된 사고가 너무도 뿌리깊음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지나간 시대가 저질렀던 방송정책의 실패는 이제는 과거의 일이다. 그 과거가 KBS구성원에게 남긴 상흔 못지않게 정책담당자들에게도 「악몽」이고 「교훈」이다. 어떤 권력도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도」「해서도」안된다는 것을 다함께 알고 있다. 질 좋은 방송과 언론자유를 위한 노력은 노사투쟁으로 벌이지 않아도,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충분히 관철할 수 있게 되었고,시청자와 국민 또한 얼마든지 성원하고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관제니 어용이니 하는 상투적 투쟁언어를 구호삼아 법적 절차를 묵살하고 극한투쟁만 벌인다면 국민적 공감은 받기 어렵다. 유능하고 성숙한 직능인들답게 하루빨리 수습하여 중병 앓는 KBS를 스스로 수습하기를 간절히 당부한다.
  • 개탄스러운 민자당 내분(사설)

    민자당이 보이고 있는 내분양상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안정과 개혁의 새로운 민주정치를 추구하겠다는 3당 통합의지는 어디 가고 같은 정당에서 한솥밥을 먹는다는 유대감은 커녕 최소한의 예의마저 없는 치졸한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작태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하루빨리 수습되어야 마땅하다. 지금같이 민자당 자체가 내분으로 불안정스러우면 국민들도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여당이 제구실을 해야 정치의 안정을 바라볼 수 있고 정치가 안정되어야 당면한 경제난국과 사회적 혼란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민자당이 제모습을 찾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요청이요 시대의 요청이기도 하다. 김영삼최고위원과 박철언정무장관간에 벌어진 이번 내분은 그 양상이 민정ㆍ민주계간의 당권다툼일 수도 있고 양자간의 감정싸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개 과정과 양태가 모두 한심하기 그지 없다. 당 밖에서 외곽을 두드리는가 하면 언론에 뒤집어 씌우는 무책임한 자세도 보이고 있다. 정치를 정도로 보지 않고 술수로 보는 자세의 일단이 피력된 것으로 보여 크게 실망스럽다. 우선 김최고위원의 문제제기 방법에 문제가 있다. 당 최고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공동책임을 느끼는 자세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의 노력을 보여야 했음에도 오히려 당의 공식회의에 불참하면서 민정계파에 대한 책임 추궁의 모습을 보인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며 반발을 불러 올 만하다. 이 때문에 당의 개혁의지가 약화되었다,당 운영이 민주화되어야 한다,공작정치는 안된다는등 당연한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반발과 내분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여기에 대응한 박장관의 「10일발언」은 스스로를 격하시킨 한심한 내용들이다. 특히 『합당과 방소당시의 비화를 밝히면 김최고위원의 정치생명은 끝난다』고 했다는 대목은 정치인으로서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위협투의 발언은 정치판이 아니라 시정에서 하더라도 비난받을 일이 아닌가. 당의 위계질서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이같은 언행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만약 일부의 분석대로 「거물」과 싸워야 정치적으로 큰다는 생각이라면 이것은 오산이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크지 않으면 그것은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경박하고 무례한 태도로서는 국민의 사랑을 받기 어려우며 상대의 입지를 강화해줄 뿐이다. 이제 박장관은 물의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는 민자당이 당권싸움의 양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통합의지를 되살리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다 해주기를 거듭 촉구한다. 그러려면 이 내분의 고비를 하루빨리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이미 문제가 곪아터졌으니 확실히 치료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당권에 대한 한계도 긋고 당운영 쇄신방안도 나와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노태우대통령의 결단과 최고위원간의 합의가 하루빨리 있어야 될 것이다. 이 과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단일체제」 카드로 불협화 일단락/민자내분 조기수습 국면의 배경

    ◎민정계,“「중대결심」선언하면 자해” 설득/민주계요구 수용… 회동은 모양갖추기/민주게,당내소외 벗고 야당기질 발휘 잦을듯 김영삼최고위원의 공개적인 불만표시로 내분양상을 보였던 민자당내의 계파간 갈등은 민정계의 신속한 수습안제시에 따라 「단발성」으로 마무리될 조짐이다. 8일 밤 노재봉대통령비서실장이 상도동 김최고위원의 자택을 방문,김최고위원과 단독면담을 가진끝에 노태우대통령과 김최고위원의 청와대회동을 갖기로 한 것은 민정계의 민주계에 대한 설득작업이 어느정도 결실을 거뒀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정ㆍ민주 양계파의 수뇌부급인사들은 7일 김최고위원의 청와대 당직자 회의 불참이후 다양한 막후접촉을 갖고 전당대회후 당의 지도체제를 형식상으로는 집단지도체제이나 대표최고위원에게 당무통할권을 줌으로써 사실상의 단일지도체제로 정비키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사태해결의 결정적 고비가 지나간뒤 이뤄진 노실장의 상도동방문 및 11일 하오,또는 12일 있을 예정인 노ㆍ김청와대회동은문제매듭의 마지막 수순이며 내분표면화로 야기됐던 당내외의 파문을 다분히 의식한 의전절차라고 할 수 있다. 조기수습이 가능케 된 가장 큰 원인은 당지도체제문제등과 관련한 민주계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단발성으로 끝날 전망 ○…민정계가 조기 수습에 나선 것은 우선 김최고위원이 10일 부산으로 출발하며 11일에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11일까지 김최고위원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그로서도 기자회견을 통해 「중요한 결심」의 일단을 밝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이럴 경우 민자당내분은 보다 심각하고 해결이 어려워지는 국면에 접어들어 갈 가능성이 컸다. 이와함께 통상적으로 사회불안이 1년중 가장 고조되는 봄 정국을 앞두고 당외에서 가해질 각종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우선은 당의 단합이 중요하다는 거시적 판단도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또 민자당내분이 최근 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이반을 가속화시키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계파를 초월해 당전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최고위원에게 당무통할권을 준다는 것도 당헌의 관계조항을 「대표최고위원은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는 요지의 내용으로 바꾸는 것일 뿐 이로인해 당내 최대계파인 민정계의 세가 삭감되거나 민주계가 당운영을 주도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고려됐음직하다. 김최고위원이 당운영권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민주계에서 주장하는 개혁에 대해서는 공화계가 민정계를 능가하는 생리적 거부감을 보이고 있고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당무회의 위원구성비율에서 민정계가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는 점때문에 그의 「전횡」은 불가능할 것 같다. 민정계는 당헌개정소위의 절충과정에서 총재인 노대통령이 대표최고위원에게 중요당무에 관한 협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하는등 그외의 제도적 견제장치 마련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장관 위세 꺾일 듯 ○…김최고위원의 청와대당직자회의 불참이라는 강수처방으로 그동안 당운영에서 소외되고 김최고위원의 방소활동에서 보여진 박철언정무1장관의 「일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민주계는 상황이 급전되면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해결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7일 김최고위원의 대리역인 고위측근과 민정계최고위층과의 7일 청와대 당직자회의직후 면담을 통해 「상황호전」의 청색신호를 감지한 민주계는 8일부터는 김최고위원의 당무집행거부가 갖는 의미를 축소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계측은 7일 청와대당직자회의후 민정계와 청와대측의 핵심간부들로 구성된 대책회의에서 일부의 「강력한 대응」 주장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한 당사자인 박장관등의 중재로 자신들의 요구가 상당부분 수용됐음을 청와대측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계측은 이번 파동으로 인해 통합후 자신들의 위상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계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동시에 김최고위원의 「정치력」을 당내외에 과시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민주계소식통에 의하면 김최고위원이 말했던 「중요한 결심」의 구체적 내용은 노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되는 모종의 행동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소식통은 『사태가 악화됐을 경우 노대통령은 야당총재로서의 김영삼씨보다 현재의 김최고위원을 대하기가 더욱 거북스럽게 됐을 확률이 높았다』고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도 이같은 「제2탄」을 터뜨릴 경우 민자당전체가 입게되는 피해의 규모가 엄청나고 자신들도 아무런 득이 없는 일종의 자해행위밖에 안된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기수습을 내심 강력히 희망해 왔다. 민주계가 민정계에서 제시한 수습안이 단지 환부의 거죽만을 덮어주는,즉 선언적 의미밖에 없음을 잘 알면서도 선뜻 받아들인 것은 파국에 대한 두려움을 민정계 못지않게 갖고 있음을 반증한다 할 수 있다. 민주계는 이번 파동을 통해 앞으로 자신들이 당내에서의 입지를 넓혀나가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보고 야당기질을 적극 발휘해 가며 각종현안문제 해결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계가 막후접촉등을 통해 제시했던 불만의 내용은 ▲민자당의 개혁의지 부족 ▲박철언장관의 독주 ▲당운영에서의 민주계 소외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이같은 다양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민주계가 지도체제에서의 「양보」로 만족하는 것은 개혁의지 부족이나 당운영에서의 소외 등은 지도체제문제 해소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박정무장관에 대한 견제도 비록 2선으로 물러나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기세를 꺾는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불만에 대한 한가지 양보만으로 수습의 길이 보이는 보다 큰 배경은 불만표출이 여러가지 표면적인 것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래입지에 대한 불안이 주요인이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민정계도 안도의 한숨 ○…김최고위원의 청와대회의 불참사태에 대해 원인제공자인 박철언정무장관과 김최고위원 모두를 비난했던 민정계는 최고위층의 조속한 단안으로 사태가 수습국면을 맞은 것에 대해 안도하는 표정이다. 민정계는 김최고위원의 「무례」가 겨냥하고 있는 장단기목표의 괴리로 인해 처방전 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 왔다. 특히 김최고위원의 반발이 지극히 공개적인 형식을 취함으로써 노태우대통령의 처방전 마련에 대한 운신폭이 지극히 좁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김최고위원의 불참사태를 놓고 민정계는 두가지의 대책을 비교ㆍ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첫째는 타깃이 된 박정무장관을 2선으로 돌리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막후절충을 통해 인사조치없이 김최고위원측을 무마한다는 쪽이었다. 박정무장관의 독주는 민정계를 사분오열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민정계 평의원들의 인식은 박정무장관을 차제에 2선으로 후퇴시키면서 김최고위원의 「야당성행위」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하는 정공법의 사용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던 편이다. 그러나 박정무장관의 2선퇴진은 ▲김최고위원의 공개적인 불만표시에 노대통령이 굴복하는 형식이 됨으로써 통치권손상을 가져오게 된다는 점과 ▲박장관에 대한 노대통령의 의존과 신임이 워낙 두터운 점 등이 고려돼 막후절충을 통해 지도체제문제를 양보하는 방안이 수습책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막후접촉을통한 수습에도 불구하고 박정무장관의 활동영역은 그 이전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민정계의원들이 이번 사태로 민정계의 결속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과 결속을 위한 전단계조치로 박정무장관의 2선후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청와대회의 불참의 여진이 없어지는 전당대회 전후를 맞취 2선후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박정무장관은 지금까지 ▲당무에 있어서의 노대통령대리인 ▲북방정책에 관한 정부책임자 ▲정부정책입안ㆍ집행에 있어서의 노대통령 핵심측근이라는 3∼4가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사태로 박정무장관은 노대통령대리인으로서 당무에 간여했던 역할을 일단 자제하거나 노대통령으로부터 자제를 요구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최고위원이 방소에서 돌아와 노대통령에게 박정무장관과의 불편을 호소한 이후 박장관은 이미 민정계조직강화특위위원에서 물러났고 또한 본인 스스로도 7일 밤 사석에서『당분간 조용히 지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정계는 결과적이지만 김최고위원이 이번 청와대 불참을 통해 자신의 정치스타일의 일면을 내보여 민정계에 대비할 시간을 준 것이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최고위원이 민정계의 단결을 결과적으로 촉구한 셈이며 단결의 장애물이었던 박장관의 위세를 꺾어준 것도 민정계에 마이너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은 민자당내 각계파들이 내부결속을 강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모든 당무가 대권경쟁의 연장선상에서 협상되고 처리될 가능성도 커졌다. 결과적으로 민자당은 창당전당대회도 하기전 계파간 밀월관계를 끝내고 공개ㆍ비공개경쟁시대로 돌입하게 된 셈이다. 민정계는 보선패배로 내각제개헌 가능성이 적어진 데 이어 이번 사태로 계파간 경쟁이 공개화됨으로써 당장 「차기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김영만ㆍ김교준기자〉
  • 제9차 남북체육회담 이모저모

    ◎장수석,“개별팀이라도 북경대회 참가해야”/노대통령 호칭 싸고 “무례” 항의,사과 요구 ○의례적 날씨 얘기로 시작 ○…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9차 남북체육회담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의례적인 날씨얘기로 시작됐다. 우리측 장충식수석대표는 『이제 입춘도 지나 봄이 멀지않았다』며 『회담도 긴 동면기를 지나 성과를 거둬야 할 시기가 왔다. 쌍방이 조속한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자』고 다짐. 북측 김형진단장은 『자연현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회담만 계속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며 『회담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 북과 남이 서로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북측은 김집체육부장관의 청와대 업무보고를 들먹이면서 대통령이라는 호칭없이 「노태우」라고만 말하는 무례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북측의 무례함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도. ○북한기자들 비관적 반응 ○…이날 북한측 기자들은 대부분 회담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반응. 한 북한기자는 『남한측이 회담에 장애를 야기시킨 부칙을 철회하지 않는 한 회담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언. ○“북한,「90북경」 불참할 수도” ○…회담이 끝난 후 우리측 장수석대표는 『남북한 단일팀 구성노력은 사실상 결렬됐다』고 말하고 『북측이 지금까지 회담을 끌어온 것은 우리측에 비해 1대4 정도로 열세에 있는 그들의 전력을 형제국가인 중국에서 드러내지 않으려는 속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장수석대표는 이어 『우리측으로서는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참가했던 만큼 북경아시안게임에 단일팀이 아닌 개별팀으로라도 참가하는 것이 국제 스포츠계의 예의』라고 밝혀 개별참가의사를 강력히 시사했다. 장수석대표는 『북측은 회담결렬의 책임을 모두 우리측에 전가하고 북경아시안게임에 민족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구실로 불참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판문점=정태화기자〉
  • 북측,의제밖 주장 일관/콘크리트장벽 철거등 억지 되풀이

    ◎남북 국회 실무접촉 성과 없어 【판문점=우득정기자】 남북 국회회담을 위한 제10차 준비접촉이 24일 상오 10시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렸으나 북한측이 올해 팀스피리트훈련 취소ㆍ남북당국및 정당 수뇌협상회의 개최ㆍ휴전선의 콘크리트장벽 철거문제 등을 긴급의제로 상정할 것을 고집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 우리측 채문식수석대표는 이날 기조발언을 통해 그동안 이견을 보여온 본회담 형식은 쌍무회담방식의 대표회담으로 하고 의제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에대해 전금철 북한측 단장은 기조연설에서 그동안 이견을 보여온 본의제에 대한 언급없이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제의한 『남북당국및 정당간 수뇌급회의를 열어 비무장지대의 콘크리트장벽 철거문제를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노태우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남북 정상회담및 자유왕래,통신ㆍ통행협정체결 제의에 대해 『오늘의 현실에 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제의』라며 거부의 뜻을 분명히했다. 채수석대표는 이같은 북측의 억지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례한 요구』라고 일축하고 『북측이 철거를 요구하는 장벽은 남측 지역에는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맞섰다. 다음 11차 준비접촉은 2월22일 상오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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