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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외교회담에 미사일 뿌린 北…존재감 과시? 갑자기 쏜 이유는

    한미외교회담에 미사일 뿌린 北…존재감 과시? 갑자기 쏜 이유는

    북한이 6일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한 발을 동해상에 발사하며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올해 첫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오찬 회담에 맞춰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정오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포착했다. 지난해 11월 5일 황해북도 사리원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합참은 미사일이 함경북도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 방향으로 1100여㎞를 날아간 후 동해상에 성공적으로 탄착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했고 발사 시 즉각 탐지해 추적했다. 합참 관계자는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북한이 지난해 1월과 4월에 시험 발사했던 중장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기종이거나 일부 성능 개량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가 1100여㎞로 중거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합참은 활용된 엔진이 중거리급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연료량을 조절해 비행거리를 줄였을 가능성, 저공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특성상 정확히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면 지금까지 포착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중 가장 멀리 날아간 사례가 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로 평양에서 서울까지 2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요격이 어렵다. 합참은 “IRBM 이상급 미사일을 또 쏠 수 있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언급했다. 통상 IRBM은 사거리가 3000~5000㎞로 북한에서 남동쪽으로 3000㎞ 떨어진 미국령 괌 타격이 가능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5500㎞ 이상으로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 장소 인근에 ICBM 발사에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동식 발사대(TEL)를 운용 중인 정황도 포착했다. 이번 도발은 한미 외교회담을 정면으로 겨냥한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2주 앞두고 대미 압박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국내 정세가 혼란한 가운데 한미일 안보협력 등이 잘 작동하는지 시험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더욱 보여준다”며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 철통 같은 연합방위태세가 이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합참은 “군은 현 안보 상황에서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안보실도 이날 인성환 제2차장 주재로 관계기관과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갖고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젤렌스키 “북한군 ⅓ 3800명 사상, 최대 3~4만명 파병 역량”

    젤렌스키 “북한군 ⅓ 3800명 사상, 최대 3~4만명 파병 역량”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 공개된 인터넷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총 3800명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팟캐스터 렉스 프리드먼(42)과 인터뷰한 것으로 모두 세시간여에 이른다. 현재 타지키스탄에 해당하는 구소련 공화국 출신인 프리드먼은 소련 붕괴 직후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컴퓨터 과학자이자 작가다.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두 사람 모두 능통한 러시아어, 영어, 우크라이나어 등 세 가지 언어로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발생한 전쟁 초기에 벨라루스에서 미사일이 자신의 거주지에 발사된 이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으로부터 사과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놓는 등 전쟁 전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만약 젤렌스키 대통령이 프리드먼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 명이 식사를 하게 된다면 돈은 모두 푸틴 대통령이 내야 할 것이란 농담도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쿠르스크 수복작전’에 함께 참여 중인 북한군 총 3800명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을 종전 협상의 ‘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침공해 현재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약 500~800㎢의 땅을 점유 중이다. 이는 이전에 주장했던 1200~1400㎢ 점유 면적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집권하기 전 쿠르스크주에서 영토를 되찾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최대 3~4만명의 병력을 러시아 전선에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1만 2000명 규모로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5일(현지시간) 새로운 공세를 펼치며 작전을 강화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와 친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이 전했다. 러시아 매체는 우크라이나가 수자에서 북동쪽으로 약 15㎞ 떨어진 베르딘 마을을 표적으로 전차 2대, 장갑차 12대, 파괴 부대 1개를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해당 지역의 우크라이나 군대를 무력화하기 위한 작전을 계속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농담도 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힘과 영향력을 칭찬하면서, 그가 평화 중재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와 저는 유럽과 함께 합의에 도달하고 강력한 안보 보장을 제공할 것”이라며 “그런 다음 러시아와 대화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유럽의 지지를 모으는 능력을 강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와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모든 유럽 지도자들은 항상 ‘어땠어?’라고 묻는다”면서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00억 달러(약 440조원) 규모의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리가 가져가고, 미국에서 모든 무기를 살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이것이 안보 보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미국으로부터의 선물이 필요 없다”면서 “우리가 러시아 돈을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투자하면 미국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서도 “미국이 나토 역할을 약화하면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안보 보장을 받지 못하면 푸틴이 다시 온다”라며 “미국이 탈퇴하면 바로 나토의 죽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재명 “최상목 권한대행 내란 행위…엄정 책임 물어야”

    이재명 “최상목 권한대행 내란 행위…엄정 책임 물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심각하게 대통령 권한대행의 질서 파괴 행위, 제2의 내란 행위에 대해 우리가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공동체 질서를 파괴하고 왕이 되려고 하다가 이제 죄수의 길을 가게 됐다”며 “그런데 이 사태를 수습할 책임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역시 똑같은 질서 유지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라 질서 파괴 행위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영장에 의한 체포 집행을 경호처가 무력을 동원해서 심지어 무장까지 해가며 저항하는데 이걸 제지할 책임이 있는 권한대행이 제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지, 지원하는 거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면, 경호처가 불법적으로 법원에 정당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있으면 불법 범죄 행위가 분명한데 당연히 직무 배제 또는 직위 해제, 해임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오히려 일부 보도로는 경찰에게 경호처를 지원하라고 해서 경찰이 불응했다고 하고,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경호처에 대해 경고하라, 지휘하라, 불법 행위를 하지 말도록 지시하라고 요구하는데도 묵살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최 권한대행 탄핵 등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국회 본청에서 열린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 최 권한대행 탄핵 주장과 관련, “우리 민주당에서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이야기하는 건 성급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이 최근 의원 단체 대화방에 올린 글에 공감한다면서 “최 권한대행이 2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서 8인 체제로 만들어준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 블링컨 “러시아, 北에 첨단 위성기술 공유 의도 있어”

    블링컨 “러시아, 北에 첨단 위성기술 공유 의도 있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모스크바가 북한에 첨단 우주·위성 기술 공유의 의도가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수십년간의 정책을 뒤집고 북한 핵을 용인할 가능성에 가까워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12월 말 쿠르스크에서 1000여명의 북한군이 죽거나 다쳤다”면서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며 영토 재편성을 시도한 결과물이고, 모스크바와 평양의 협력 심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 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 등이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북러 협력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며 “오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빈틈없는 연합 방위 태세와 확장 억제를 통해 그 어떤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진행되는 도중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두 장관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차례 통화한 바 있지만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北, 평양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새해 첫 무력도발(종합)

    北, 평양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새해 첫 무력도발(종합)

    북한이 6일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새해 첫 무력도발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우리 군은 오늘 12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일본 측과 북한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측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며 이 물체가 이미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군은 이날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의 기종을 비롯해 비행거리, 정점고도 등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11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이후 두 달만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6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아 왔다. 남측이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이를 통해 남측의 대응 태세를 확인하려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합참은 지난해 12월 23일 “북한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전후로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과 4월 각각 평양 일대에서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IRBM을 시험발사하며 ‘성공적 발사’라고 자평했다.
  • [단독] 국회, 9년 만의 내란 ‘감방 청문회’ 연다

    [단독] 국회, 9년 만의 내란 ‘감방 청문회’ 연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국정조사를 위해 ‘감방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6일 파악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관계자들이 구속되면서 국회 출석이 쉽지 않자 의원들이 직접 찾아가 질의하겠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은 내란 국조 증인으로 내란 관계자 모두를 채택하려고 하는데 모두 구속된 상태”라며 “이 때문에 구치소에서 한 차례 현장 방문을 통한 청문회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내란 혐의 관련 김 전 장관 외에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모두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또 계엄 핵심 비선으로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구속돼 있다. 이 관계자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는 있지만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장에서 청문회를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감방 청문회는 9년 전 ‘국정농단 사건’ 당시에도 한 차례 열려 주목받은 바 있다. 2016년 12월 26일 국정농단 국조 위원들은 두 조로 나뉘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핵심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수용돼 있는 서울구치소 내 수감동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있는 서울 남부구치소를 각각 찾아가 직접 질의했다. 당시 감방 청문회는 1989년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제5공화국 비리 특위 위원들은 비리에 연루돼 복역 중이던 장영자씨를 서울구치소에서, 장씨의 남편 이철희씨를 영등포교도소에서 각각 신문했다. 이후 27년 만의 국정농단 사건 감방 청문회에 이어 9년 만에 내란 사건 감방 청문회가 열리는 셈이다. 내란 국조특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 증인 채택을 협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의원, 방송인 김어준씨 등 관련자 20여명을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계엄 발생 닷새 전부터 계엄 선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계엄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으며, 김씨는 국회 상임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암살설’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국조특위는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된 만큼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증인 채택이 어려운 구조다. 사실상 이 대표 등을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세우는 방안은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증인석에 세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국조 의미가 무색해진다는 입장이다. 이번 국조특위는 외환죄도 집중적으로 살펴본 뒤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는 입장이다. 안규백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다들 내란에 집중하고 있는데, 사실 외환죄(외국과 결탁해 대한민국에 무력행사를 하는 행위)도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며 “내란 수괴는 윤석열이 맞는데, 외환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게 많아 이를 밝히는 게 특위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 [나태주의 풀꽃 편지] 남 좀 생각해 주며 살자

    [나태주의 풀꽃 편지] 남 좀 생각해 주며 살자

    언제부턴가 나는 손이 아픈 사람이 됐다. 글씨를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나이가 많아 퇴화해서 그런지 오른손 손가락 여기저기가 아프다. 다행히 한 군데만 집중적으로 아픈 게 아니라 돌아다니며 아파서 그런대로 견딜 만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과 만나 악수할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팔을 움찔하기도 한다. 문제는 너무 세게 나의 손을 잡고 악수하는 사람이고 더욱 곤란한 것은 그렇게 세게 손을 붙잡고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는 사람이다. 아마도 그는 그것이 나에 대한 친절이나 예의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악수란 본래 나의 손에 무기가 들려 있지 않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증명하는 것이고 상대방에 대한 우의를 보여 주는 것일 뿐이다. 그냥 짧게 슬쩍 잡았다가 놓으면 되는 게 악수란 걸 그 사람은 모르고 있는 거다. 더구나 지나치게 나의 개인 사정을 꼬치꼬치 묻는 경우다.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느냐, 아픈 데는 없느냐고까지 묻는 데는 질색이다. 나이 80인데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더구나 우리 집사람 안부까지 묻고 아프지 않냐고 확인하러 드는 데는 아연, 질색이다. 그냥 스치듯 보고 그냥 범상하게 살아가면 안 될까. 그런 사람을 만나면 멀리서부터 피하고 싶어진다. 더욱 심한 경우는 누군가 중병에 걸렸을 때 그걸 많은 사람 앞에서 큰 소리로 걱정해 주는 척 말하는 사람이다. 도대체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다른 사람의 불행이 자기 행복이라도 된단 말인가. 인간의 삶은 어차피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본질이다. 하지만 오로지 자기 혼자만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잘 사는 세상은 없다.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만 잘 사는 나의 삶이 된다. 이런 것쯤이야 누가 모르랴. 알기는 알면서도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오늘날 보면 점점 사람들이 이기주의 개인주의 쪽으로 팽배해지는 것 같고 이 이기주의는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 집단 이기주의로까지 확대재생산되는 것 같다. 특히 정치판을 건너다보면 걱정스럽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나같이 비정치적이고 사회성이 둔감한 사람이 보아도 오늘날 한국의 정치는 정상이 아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란 말인가. 언필칭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라 하겠지만 속으로는 저들만의 이득과 영달과 권리만을 챙기고 자기네 파당의 주장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기에 대다수 국민이 정치와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정치와 동의어로는 통치란 말이 있고 법치가 있고 협치가 있다고 하자. 나름대로 시대적 배경과 의미와 적용이 다르겠지만 그게 그 말이라고 생각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그냥 정치란 말이다. 정치란, 더구나 자본주의 민주주의 시대의 정치란 일종의 거래와 같은 것이다. 주고받는 거래 말이다. 어떠한 인간도 완벽하고 완전히 정의롭고 완전히 선량하지 않기에 상대방의 허물을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줄 줄 아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요구도 모르는 척 눈감고 들어주면서 주장하든지 요구하든지 해야만 한다. 내 비록 오래 산 사람은 아니지만 과거 어느 시절의 정치, 어느 시절의 정치인들은 그렇게 했던 것으로 안다. 일종의 삶의 정치요 상생의 정치다. 그런데 오늘날 정치는 어떤가. 어떻게 하든지 상대방을 완력으로 무력화, 백지화시키고 자기만을 백 프로 이기는 정치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살생의 정치요 완승의 정치다. 어찌 그것이 정치란 말인가. 완승만을 꿈꾸다가는 완패를 당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아는 게 하나의 지혜다. 정말로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자기네가 필요한 때만 국민을 위하는 척하고 속으로는 국민을 깔보는 정치인들은 언젠가는 그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의 시대는 지났다. 국민을 속이는 정치도 안 된다. 국민의 입을 막거나 귀를 가리는 정치도 안 된다. 오늘날 한국의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만만하지 않다. 바보가 아니다. 그렇다면 자기네들만 바보인 것이다. 제발 남 좀 생각해 주며 살자. 나태주 시인
  • 오세훈 “이재명 일구십언... 탄핵 앞당겨 대통령 되려는 셈법”

    오세훈 “이재명 일구십언... 탄핵 앞당겨 대통령 되려는 셈법”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빼기로 한 것에 대해, 탄핵을 앞당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셈법’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십구일언, 흔들리는 헌정질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 대표는 발언마다 ‘내란’을 빼놓지 않고 있으면서 탄핵심판에서는 ‘내란’을 빼겠다고 한다. ‘이재명 본인 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 탄핵을 앞당겨 대통령 되는 길을 서둘겠다는 정치적 셈법”이라면서 “이 대표는 일구이언이 아니라 일구십언쯤 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의 집권이 대한민국 법체계를 마구 흔들고 있지만, 행정공백이나 민생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불법시위, 폭력시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권력 위반 시위 적극 대처하겠습니다’는 글도 올렸다. 오 시장은 “관저 앞 시위대가 전차로를 점거하고, 민노총은 경찰을 폭행했다. 불법이자 공권력의 무력화”라면서 “최근 서울 주요도심은 시위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고 지나친 소음 으로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혼란기일수록 공공의 안전을 위해 공권력은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와 협의를 통해 집시법 위반에 적극대처 원칙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시민불편을 최소화 해줄 것도 당부했다. 집회 시위권은 무제한이 아니라 다른 시민의 생활과 안전을 침해 하지 않는 선에서 허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 [열린세상] 김정은이 목소리를 낮춘 까닭은

    [열린세상] 김정은이 목소리를 낮춘 까닭은

    북한은 연말에 전원회의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국방, 외교 등 한 해 동안 당에서 계획했던 일에 대한 평가와 새해에 달성해야 할 목표 및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는 유독 조용했다. 대외, 대남, 국방 정책 과제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는 5년마다 개최되는 8차 당대회의 마지막 해이자 9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해이고 당 창건 80주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목표와 계획 방향은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조용한 기조를 띠고 있다. 특히 2024년 북한이 대남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시사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전원회의 결과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 년 전만 해도 더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며 한국의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남 정책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평가나 대남 군사적 대응 방향이 없다. 오히려 제1의 적대국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전환했다. 북한의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서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추진할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 전원회의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는 적어도 3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핵미사일 능력 강화 일변도 정책을 지속하기에는 대내외적으로 너무 많이 선전됐다. 2017년 ‘화성-15형’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핵무력 완성 선언을, 2024년 ‘화성-19형’ ICBM 발사 이후 최종완결판 선언을 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핵미사일 능력과 관련해서 모든 것을 다 이뤘다면서 왜 흰 쌀밥과 고깃국의 밥상을 맞이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대미·대남 대적관 강화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국방 최우선 정책의 정당성을 추진해 왔지만, 이제 북한 청년과 부모들은 핵과 미사일을 가진 북한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 드론과 전쟁을 해야 하는 불일치 문제에 의아해하고 분노할 것이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국경을 열고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지만 북한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가시적 성과도 없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주택건설사업과 ‘지방 발전 20×10정책’에 모든 이슈를 연계해 중점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2024년 처음 발표한 ‘지방 발전 20×10정책’을 창당 이래, 건국 이래 처음 진행하는 지방변혁의 중장기 과제로 부각하고 있다. 지도자의 ‘애민’에 대한 보답이 이역만리의 총알받이로 팔려나갔다는 파병 및 사상자의 진상들이 드러나고 확산될 경우, 적어도 이를 중화시킬 수 있는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할 수밖에 없다. 전원회의 결과에서 국방 과업을 최소화하고 경제 과업을 대대적으로 설명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가장 특이한 점 중의 하나는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다. 대외, 대남, 국방 정책에 대한 평가와 과업 제시들은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 13년 중 역대급으로 최소 분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제정세에 대해선 전년도와 완전히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아시아판 나토’, 한미일 vs 북중러의 ‘신냉전체제’라고 평가했던 북한은 2025년에는 ‘정의로운 다극 세계 건설’을 견인하는 데 변화된 위상으로 국제적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고 한다. 북한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등장에 따른 국제정세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대외, 대남, 국방 분야에서의 특별한 평가나 과제 제시가 거의 없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북한이 올해 국제정세를 유동적으로 평가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2025년은 북한의 대외, 대남, 국방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한층 더 주의 깊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 [서울광장] ‘87년의 수호자’ 국회와 검찰, 이젠 개혁 대상

    [서울광장] ‘87년의 수호자’ 국회와 검찰, 이젠 개혁 대상

    이제 와서 보니 87년 민주화의 황태자가 된 권력기관은 국회와 검찰이었다. 87년 헌법을 통해 국회는 국정감사와 인사청문, 탄핵소추, 계엄해제 등의 권한을 부여받았고 검찰은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를 동시에 확보했다. 두 기관의 각축 속에서 제6공화국의 대통령들은 모두 예외 없이 재임 중 검찰 동향에 촉각을 세워야 했고 퇴임 후에는 검찰 수사에 더해 국회의 ‘지우기’를 견뎌야 했다. 갈등 상황에 몰입하면 모든 악재가 상대를 극복하지 못해 생긴 일로 보일 수 있다. 검찰 출신들이 주도한 윤석열 정권에서 계엄 사태 이후 그런 태도가 더 엿보인다. ‘내란’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오죽했으면 계엄”이라 항변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잘 부각시키면 지난달 3일의 반헌법적 행위가 잊혀질 것이란 기대마저 읽힌다. 실상 시민들이 검찰 출신 대통령에게 실망했던 바는 공정한 나라, 민생에 무신경한 태도였다. 야당 대표 기소가 과도한지는 정치적 평가의 영역에 있는 일이지만 야권 수사에 매진하느라 민생사건 처리와 공공안전 확보를 후순위로 미룬 무심함과 무능은 시민에게 고통으로 새겨졌다. 윤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이 야권 수사에 온 역량을 집중하는 대신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조치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보이스피싱, 음란물 유포 등 민생범죄 수사에서 성과를 냈더라면 편향적 정치 수사란 비난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경제 당국이 재정건전성이란 숫자 지키기만큼 서민 살림 지키기에도 지극한 성의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정책 신뢰가 커졌을 것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기 전 과학·산업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대통령이 4대 개혁의 세부사항을 설명하고 협의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개혁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이번 정권이 지지를 잃은 과정은 야당을 제압하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국가 기관이 본연의 책무를 미룬 연쇄적 실정 때문이다. 상대 공격에는 능수능란하지만 본연의 책무를 외면하는 행태는 국회도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 대행 정국에서조차 부작용을 우려한 소관부처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는 법안을 양산한다. 야당의 입법 역량에 의문이 들게 하는 일이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이 대표적이다. 군사정권 시절의 반인권 범죄를 끝까지 처벌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수사 중 실수나 판단오류를 사건조작 형태의 국가범죄로 규정할 여지를 만들었다. 일선 수사관들이 적극적인 수사를 기피할 것이란 우려를 야당은 일축했다. 형사 처벌이 두려워 적극적 의료를 기피하는 의료계의 선례만 봐도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다. 치료 중 발생한 사망·장애의 의료진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이어진 뒤 의료진 면책을 규정할 입법이 지연되자 의사들은 고위험 필수의료를 기피했다. 올해 도입 예정이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일괄 격하시킨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거부권 행사 건의를 검토 중이다. 교과서 개발에 이미 상당한 비용을 들인 기업들이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낼 우려가 크다. AI교과서 도입 목표인 중·하위권 학생 맞춤형 교육에 대한 대안 없이 정책을 무력화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검찰 수사를 견제하거나 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제동을 거는 법안은 속전속결 처리하면서도 정작 산업계가 호소하는 규제 개선 법안이나 민생 입법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지 오래다. 고소득 근로자의 주52시간 적용 제외 여부만 빼고는 여야 합의에 접근한 반도체특별법, 산업 전력 수요 폭증에 대비하는 기간전력망특별법 등은 그대로 국회에 묶여 있다. 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보루였던 국회와 검찰이 이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눈 모습이다. 이것 자체로 87년 체제의 종언이 임박했음을 알려 준다. 새로운 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 축소나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더하기와 빼기의 셈법을 넘어서야 한다. 권력기관마다 본연의 공적 기능을 회복하는 제도적 혁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홍희경 논설위원
  • “돈으로도 충성심은 못 사”… 시진핑이 대만에 러브콜 보낸 ‘핑탄현’ 폐허로

    “돈으로도 충성심은 못 사”… 시진핑이 대만에 러브콜 보낸 ‘핑탄현’ 폐허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중국 본토로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핑탄현이 ‘폐허’로 변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그간 베이징이 대만인의 마음을 얻고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정치적 공감대까지 끌어내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만에서 110㎞ 떨어진 핑탄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낙후된 어촌 마을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2009년 이곳을 양안 경제통합 시범 지구로, 2013년 시범 자유무역구로 지정하면서 ‘중국판 개성공단’으로 탈바꿈했다.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핑탄 관리들에게 “천년에 한 번 오는 (양안 통일) 기회를 얻었다”며 대만 기업인들을 후하게 대접해 평화통일 토대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1500억 위안(약 30조원)을 쏟아부어 각종 인프라를 구축했다. 대만 출신 인재들을 파격 지원해 한때 1000개가 넘는 대만 기업이 이곳에 입주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인들의 이주를 돕고자 핑탄~대만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SCMP는 “대만인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핑탄은 이제 버려진 공장과 산업 단지, 텅 빈 상점들로 넘쳐난다”면서 “그곳에 남아 있는 소수의 대만인은 희망과 절망,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본토의 경기 침체와 베이징의 대(對) 대만 군사 위협 고조로 핑탄의 가치가 떨어졌다”면서 “중국이 돈으로 대만인의 충성심까지 사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이어지는 시 주석의 ‘대만 무력 통일’ 압박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만인들이 하나둘 철수하자 2012~2022년 연평균 9.3% 성장하던 핑탄은 2023년 성장률이 3%로 고꾸라졌다. 푸젠성 전체 성장률(4.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장야충 국립대만대 교수는 “베이징과 타이베이가 (양안 평화를 위한) 중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이상 경제통합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면서 “대부분의 대만인이 중국식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모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베이징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돈으로는 대만인 마음 못 사” 중국판 개성공단 핑탄현 ‘폐허’로

    “돈으로는 대만인 마음 못 사” 중국판 개성공단 핑탄현 ‘폐허’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중국 본토로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핑탄현이 활기를 잃고 ‘폐허’로 변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그간 베이징이 대만인의 마음을 얻고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정치적 공감대까지 끌어내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만에서 110㎞ 떨어진 핑탄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낙후된 어촌 마을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2009년 이곳을 양안 경제통합 시범지구로, 2013년 시범 자유무역구로 지정하면서 ‘중국판 개성공단’으로 탈바꿈했다.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핑탄 관리들에게 “천년에 한 번 오는 (양안 통일) 기회를 얻었다”며 대만 기업인들을 후하게 대접해 평화 통일 토대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1500억 위안(약 30조원)을 쏟아부어 각종 인프라를 구축했다. 대만 출신 인재들을 파격 지원해 한때 1000개가 넘는 대만 기업이 이곳에 입주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인들의 이주를 돕고자 핑탄~대만을 30분만에 주파하는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SCMP는 “대만인들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핑탄은 이제 버려진 공장과 산업단지, 텅 빈 상점들로 넘쳐난다”면서 “그곳에 남아 있는 소수의 대만인은 희망과 절망,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본토 경기 침체와 베이징의 대(對)대만 군사 위협 고조로 핑탄의 가치가 떨어졌다”면서 “중국이 돈으로 대만인의 충성심까지 사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이어지는 시 주석의 ‘대만 무력 통일’ 압박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만인들이 하나둘 철수하자 2012~2022년에 연평균 9.3% 성장하던 핑탄은 2023년 성장률이 3%로 고꾸라졌다. 푸젠성 전체 성장률(4.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장야충 국립대만대 교수는 “베이징과 타이베이가 (양안 평화를 위한) 중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이상 경제통합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면서 “대부분의 대만인이 중국식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모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베이징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 북한군 수천명 죽어가는데…김정은, 공연 보며 새해 맞아

    북한군 수천명 죽어가는데…김정은, 공연 보며 새해 맞아

    북한이 2025년 새해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대규모 신년 경축 공연을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이번 행사는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지난달 31일 밤 시작해 1일까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등 당정 간부, 무력 기관 지휘관, 노력 혁신자가 참가했다. 통신은 평양에 체류하는 해외동포들도 공연을 봤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함께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유리창을 통해 행사장이 한눈에 보이는 좌석에 김 위원장 양옆으로 그의 딸과 박태성 내각 총리가 착석했다. 이 밖에도 최룡해, 조용원, 리병철, 박정천, 노광철, 김덕훈, 리일환, 조춘룡, 최선희, 김정관, 최동명, 리영길, 김명식, 정경택 등 간부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통신은 지난해 신년 경축 공연 보도문에서 김 위원장이 ‘존경하는 자제분과 여사’를 동행했다고 소개했지만 올해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공연은 지난해 공개된 김 위원장 찬양가 ‘친근한 어버이’에 맞춰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학생 소년들이 은반 위에서 율동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통신은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관람석에 나온 김 위원장을 향해 전체 참가자들이 “최대의 영광과 경의를 삼가 드리었다”고 전했다. 공연은 1,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공연 중간 초읽기(카운트다운)와 함께 새해를 맞았다. 경축 봉화 점화와 함께 축포도 발사됐다. 통신은 “공연이 끝나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우러러 터치는 ‘만세!’의 환호성이 장내를 진감하고 아름다운 축포탄들이 연해연방 터져 올라 경축의 밤하늘에 황홀한 불보라를 펼치었다”고 묘사했다. 김일성광장에서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평양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신년경축 야회가 열렸다. 새해 시작에 맞춰 국기 게양식과 축포 발사 등 예년과 비슷한 신년 맞이 행사가 펼쳐졌다. 통신은 “정각 0시,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영생불멸의 혁명송가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의 숭엄한 선률이 수도의 하늘가에 메아리쳤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가 장중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을 대표하여 수도의 모범적인 근로자들이 국기를 정중히 게양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도의 하늘에 공화국기가 세차게 펄럭이는 속에 새해를 경축하는 황홀한 축포가 일제히 터져 올라 화려한 불의 세계를 수놓으며 다채로운 화광을 펼쳤다”고 했다. 통신은 새해를 맞아 김 위원장에게 여러 나라 국가수반, 정당 지도자, 각계 인사들이 연하장을 보내왔다고도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비롯해 베트남, 몽골,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대통령 등이 연하장을 보냈다. 최근 서신을 공개하는 등 연일 밀착관계를 과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의 보도가 축소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북한은 각국 정상의 연하장 수신 사실을 공개하며 중국 주석과 러시아 대통령 등 순으로 언급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또한 지난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선포한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 보도도 하지 않아 별다른 행사 없이 수교 75주년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병력을 보내면서 중국보다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군 사상자가 1100여명에 달한다고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이것도 시점이 조금 지난 상황이라 사상자가 더 늘어났을 수 있다. 최근에는 사망한 북한군 병사의 편지가 등장했고 생포된 북한군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다수의 첩보 종합을 평가할 때 북한군은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최광숙 칼럼] 유상임 과기부 장관의 ‘정치란 무엇인가’

    [최광숙 칼럼] 유상임 과기부 장관의 ‘정치란 무엇인가’

    한국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진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는 국민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함께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7일 국회 과기정통위 전체회의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인 장면이 눈에 띄었다. 돌부처처럼 담담한 말투였지만, 아귀다툼 벌이는 우리 정치권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는 한 편의 ‘정치학 강의’처럼 인상적이었다. 노종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소극적 권한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상임: 엄중한 시기에 여야가 대립만 하지 말고 한발짝 물러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뭐가 필요한지(고민해야 합니다). 노: 그게 현실성이 있다고 보세요. 유: 현실성이 없어도 만들어야죠. 그게 정치 아닙니까. 제가 이해하는 정치는 갈등을 해소하는 겁니다. 갈등을 만드는 게 아니지요. 일방적으로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민주주의는 아니잖아요. 그게 민의입니까. (국무위원) 다 탄핵하고 정부를 무력화하면 얻을 수 있는 게 뭔가요. 무엇이 서울대 공대 교수 출신인 유 장관으로 하여금 소신 넘치는 정치 발언을 쏟아내게 했을까. 작금의 정치 상황이 답답한 나머지 가슴에 담아 놓았던 말을 쏟아놓은 건 아닐까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치 없는 통치’의 말로를 보여 준 최악의 참사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입법 폭주’, ‘탄핵 질주’가 문제이긴 하지만 이를 대화와 정치로 풀지 않고 야당의 ‘패악질’만 탓하다가 대통령은 결국 제풀에 무너졌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부동산 가격 폭등 등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남겨 놓았는데, 2년 반 만에 윤 대통령이 다시 비상계엄으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다. 외환위기급 환율 급등과 대외신인도 추락, 파탄 직전의 민생 등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코앞에 두고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속수무책이다. 누란의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정치’가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은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질 대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 나라를 살리는 정치는 찾아볼 수 없고, 당파적 정쟁으로 나라는 결딴나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갈등과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체제’는 정치가 혼란을 수습하는 해결사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의 주범임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가 풀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당장 무안공항 참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1인 4역을 맡았다. 한 대행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뒤편에서 혼자 씨익 웃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모습은 이번 사태에 임하는 민주당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민주당 사전에는 애초부터 ‘국정 안정’,‘국가 신인도’ 같은 단어는 없었다. 한 전 대행은 물러나기 전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나라에 큰일이 닥쳐도 늘 넘어설 수 있었던 힘 중 하나가 ‘정치의 힘’”이라고 했다. 그가 정치적 역할을 강조한 것은 정면으로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 직전의 여야 정치권을 향한 뼈아픈 일침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두루 요직을 거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고위공직자의 마지막 화두가 ‘정치 회복’이라는 것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 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 사고는 정치가 치고, 뒷수습은 애꿎은 관료들에게 맡겨 정치적 결단까지 요구하는 것은 비겁하다. 노 의원은 정치적 해결의 현실성이 없다고 발뼘하는데, 오죽했으면 평생 과학자로 살아온 유 장관이 정치로 갈등을 해소하자고 했을까. “엄중한 시기일수록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유 장관의 호소가 어느 때보다 절절하게 다가오는 신년 아침이다. 최광숙 대기자
  • 시와 이야기 앞에서만 고개 숙이며 투쟁하겠습니다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문학평론 당선 소감]

    시와 이야기 앞에서만 고개 숙이며 투쟁하겠습니다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문학평론 당선 소감]

    늘 화가 나 있었습니다. 어린 눈에 사람들은 나빴고, 세상은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무 힘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저의 무력함이란 사실을 문득 깨달았던 날, 책을 펼쳤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가공의 세계로 달아나려는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가짜 사람 너머에서 분투하는 진짜 사람의 표정을 발견한 순간 알았습니다. 세상은 문학이 아니지만 문학은 세상이라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졌던 그때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비평의 길로 인도해 주신 정은경 선생님, 정홍수 선생님과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수명 선생님, 김근 선생님, 선우은실 선생님. 세 분께 시와 비평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하고 지지해 준 가족들에게 사랑을, 믿음직스러운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부모님 사랑해요. 내 손 붙들어 준 재범, 준하, 재영, 해솔과 민아. 언제까지고 유사해질 다현, 소민, 주현. 내가 만난 이들 중 가장 상냥한 예진과 다빈. 대학 생활의 전부인 작인. 마지막으로 내 하나뿐인 전우 인환, 나 꼭 이기는 사람이 될게. 함께해 줘. ...라고 말했지만, 사실 승패는 그리 중요지 않겠습니다. 완전한 제압이 없고, 미진한 낙담이 없어 끝나지 않는 대화, 그런 경합 자체가 제가 믿는 아름다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늘 이 부름은 계속 투쟁하라는 전언으로 듣겠습니다. 호명해 주신 유성호, 이광호 선생님께. 제 글을 읽고 또 읽어주실 모든 분들께 약속드립니다. 오직 시와 이야기 앞에서만 고개 숙이겠습니다. ▲본명 신나연 ▲2001년 경기 의정부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 포르노그래픽 디오라마 - 김언희론 1)/신은조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문학평론]

    사카모토 신이치의 만화 ‘이노센트’에서 등장인물 마리 조셉 상송은 조소한다. “정치는 남자들끼리 독점하고 있으면서 기요틴 앞에서는 여자와 애들도 평등하다 이거로군.” 물론 처벌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그 처벌을 가능케 하는 법령이 평등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법을 준수하지 않은 인간이 처벌받는 이유는 법이 인간을 보호할 수단이기 때문이지, 법 자체가 고귀한 것이라서가 아니다. 만약 어떤 법이 오직 법을 수호하기 위해 이행된다면 그것은 차별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래서 상송의 조소는 푸념이 아니라 통찰이다. 여성과 아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원칙주의의 모순을 꼬집는 대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만화가가 프랑스 대혁명 시대 여성의 입을 빌려 내뱉은 이 대사가 현 한국 사회를 향한 진단으로 읽힌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원칙주의의 모순에 매몰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과하며 우리는 대부분의 사회 규범이 가부장적 시선을 기반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여성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권력 구조의 단면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이와 같은 구조와 규범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여성 혐오에 대한 여성들의 항의가 젠더 갈등, 갈라치기라는 이름으로 폄하되기 일쑤인 근래의 정황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일컫는 일은 이와 같은 압제에 대한 저항의 표현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는 여성들이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독해해야 할까. 이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을 처형하는 칼날의 집행 주체가 비단 남성이나 가부장적 시스템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야 하겠다. 걸 밴드 QWER은 데뷔와 동시에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고, 펜타포트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일부 멤버가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이나 언행을 통해 남성 시청자들의 유료 후원을 유도하는 방송, 이른바 “벗방” BJ 출신이라는 사실이 대두된 이래 그녀들을 향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QWER의 메인스트림 데뷔가 여성 인권의 하락을 촉진하는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여성의 몸을 재화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벗방”의 본질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을 꿈꾸는 어린 여성들이 “벗방”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QWER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각각 “그녀들이 진행한 방송은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의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으므로 벗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과, “옷을 벗는 방식으로 자신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금전을 취했으므로 벗방, 더 나아가 성매매 종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부딪치며 격화되고 있다.2) 물론 QWER을 향한 비판이 전부 그녀들의 과거 행적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그녀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 지점만을 지적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벗방 BJ의 양지 진출”이 토론의 주된 쟁점인 이상 해당 토론은 여성이 스스로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행동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의 보존이 아닌 “여성 인권”인 이상 진정 고민해야 하는 것은 벌거벗은, 음란한, 자신을 대상화하는 그 여성들의 존재를 삭제하지 않은 채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따사로운 빛이 포괄하지 못하는 “음지의 여자”들에게 줄곧 주목해 왔던 시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한 사람과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집을 읽을 수 없으며, 시집을 읽고 난 후 온갖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시인. 김언희의 시에는 난도질당한 여성 육체의 단면이 가감 없이 삽입되어 있으며 음부와 성기, 성교와 폭력의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시집 전체의 맥락에 영향을 미쳐 마치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시어와 심상 너머에 외설적인 함의가 담겨 있는 것처럼 읽히도록 만든다. 이것만으로도 섬뜩한 문구를 적어 둘 근거로는 충분하리라. 기실 임산부나 노약자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처녀막을 찢어”드리겠다 엄포 놓는 목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독자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가족극장, 이리 와요 아버지’). 그래서일까. 지금껏 수많은 비평가와 연구자들이 김언희의 시에 달아 둔 각주들은 크게 두 가지의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김언희 시에서 그로테스크한 여성 이미지를 발굴한 이해운3)이나, 김언희 시의 여성을 서발턴으로 정의하는 장서란4)은 김언희의 시를 남성 중심적 현실을 전복할 에너지로 대우한다. 반면에 임지연5)은 김언희 시가 남성적 시선을 내면화하고 남성/여성이라는 근대적 시스템을 보존함으로써 기존 문제 틀에 갇힌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두 시점의 맹렬한 대립은 김정란과 남진우 사이에서 벌어졌던 설전을 펼쳐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찍이 김정란은 김언희 시가 “여성에 의해서 여성 육체에 가해지는 성폭행”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정란이 엄격한 페미니즘에 근거하여 김언희 시의 벌거벗은 몸들을 체제의 프로파간다로 독해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6) 하지만 남진우는 그에 대해 김언희의 시선은 “남성들의 시각적 쾌락에 봉사하는 남근적 응시가 아니라, 거기 붙들린 사람을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인 혼돈으로 초대하는 메두사적 응시”라고 반박했다. 그녀의 시가 “메두사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자아/세계의 추악한 실체를 메두사의 형상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 시인의 시를 읽는 사람은 마치 메두사의 얼굴을 앞에 두고 그러하듯이 “시 앞에서 분노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7) 두 의견은 일정 부분 타당하고, 그래서 여태까지도 그 시비를 팽팽히 겨루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정말 이 여성들이 성폭행범이나 메두사에게 필적할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그녀들의 고백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난도질당하고 있다. “육회와 수육/ 창창한/ 육절기(肉切機)의 세월”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태어나보니’). “시인” 또한 사정은 매한가지인데, 그것은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은 “개가 뒷다리로 서서 걷는 것과 같”다는 독백으로부터 드러난다(‘Eleven Kinds of Loneliness’). 다시 말하자면, 그녀들이 비명 지르는 것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력한 화자들의 비명을 듣고 있노라면, 전성기의 메두사보다는 차라리 사후의 메두사가 더 떠오른다. 눈을 마주쳤다면 누구라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으로 수많은 영웅을 쓰러뜨렸던 메두사는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린 후 방패의 장식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메두사의 이야기는 전승되지 않는다. 이렇듯 단죄의 칼날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여성과 아이들의 목도 평등하게 잘라 버리는 기요틴처럼 말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일견 세계를 파괴할 힘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메두사도 영웅의 칼날 앞에서는 단순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앞선 연구들이 전부 터무니없는 오독이라거나, 김언희의 작업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언희의 작업을 절대 방어하려는 의도 또한 아니다. 단지 이 여성들의 “육체 전시”가 가능하기 위해서 어떤 숭고한 의미가 뒷받침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질문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문학비평이라 하는 장르가 언제나 작품에서 문학적 의미를 창출하는 작업이고, 김언희 시의 위계-모독이 여성의 몸을 중핵으로 삼아 작동하고 있는 이상 페미니즘적 읽기는 불가피한 일이리라. 하지만 이 여성들에게 엄격한 문학적·사상적 잣대를 들이밀기 이전에 이들이 호소하고 있는 고통의 정체를 규명하고, 이 시점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여러 가지 담론들이 여성의 몸을 횡단하고 있는 이 시대에 김언희를 읽는다는 것은, “음지”에서 뒤척이는 몸과 그에 잇따르는 감각을 시의 최종 심급으로 두고 있는 이 시인에게 여성이란 무엇인지 자문을 구하는 일과도 같다. 여성의 삶은 어디까지 다양하고, 어떻게 여성은 삭제되는가. 물론 대화 없는 공감은 언제까지고 모독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도하는 이 독해가 모독이라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김언희의 화자가 실감 나게 들려주는 증언을 통하여 여성이 스스로 몸을 전시하는 일이 무슨 의미일 수 있는지 알아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것은 오독이다. 여성이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것이 단순한 욕망 전시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독이다. 그 모독적 오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김언희의 첫 시집 ‘트렁크’는 “가죽 트렁크”를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가죽 트렁크. 그것에 담겨 있는 것은 “토막난 추억”이다. 짧은 진술을 통해 이 트렁크를 둘러싼 진실들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누가 어디로 보낸 것인지, 트렁크를 둘러싸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지어는 “토막난 추억”이라고 일컬어지는 내용물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기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트렁크가 수취를 거부당한 이유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그것이 너무나도 흉측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가야 할 곳으로부터 거절당한 후 갈 곳을 잃은 가죽 트렁크. 이것의 이미지를 김언희의 시와 같이 놓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인의 말에 적혀 있듯, 김언희는 시가 고통뿐인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검출하는 작업이라고 여겨지는 보편적 인식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트렁크”를 시인의 작업물 그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로 김언희의 시는 “토막”난 것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이때 토막 나는 대상은 다양하다. “고기”, “개구리”, “당신” 등 수많은 생명이 시에서 도륙되지만, 가장 빈번히 유린당하는 것은 바로 화자 자신이다. 무형의 관념인 “고요”마저도 도살하고 도살당하기를 반복하는 이 “백정의 나라”에서 김언희는 참수도를 다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다(‘고요의 나라 1’). 의자였는데 내가앉으니도마였다 베개였는데 내가베니작두였다 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 내가안으니포장육 손톱발톱이길어나는포장육 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 꽃한송이꽃절벽 사람하나사람절벽 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 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간댕 간댕건너간다끊어 질듯끊어질듯 ‘의자였는데’ 안락하고 편안한 사물이어야 할 “의자”와 “베개”도 내가 베기만 하면 “도마”와 “작두”가 되어 버리는 정황은 김언희의 화자가 탑재하고 있는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난해한 정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다른 시의 진술을 경유해야만 하겠다(‘태어나보니’). 나를 낳은 “엉덩짝”이 갈고리에 걸려 있고, 심지어는 그 엉덩짝의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지하 식품부”의 “냉장고 속”으로부터 비롯된 고백을 참조해 보자. 이 세계가 나에게 적대적인 이유가 비로소 명료해지지 않는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처럼 비체는 언제나 주체의 의도에 귀속된다. 인간이 도마 위에 앉으면 도마는 의자처럼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일련의 심상들은 화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나를 공격하고 재단하는 상황을 “막다른 데”라고 일컫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언술 행동이겠지만, 나에게서 뽑혀 나온 “거미줄”에 의존해 위태롭게 이곳저곳을 오가야 하는 상황까지 읽어내고 나면 이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보다 더 극단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극단의 상황에서 김언희가 채택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그 세계의 작동 방법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것이다. 막차를 놓치고 저녁을 때우는 역 앞 반점 들기만 하면 하염없이 길어나는 젓가락을 들고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들…… 불어터진 음부뿐이면서 생은, 왜 외설조차 하지 않을까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 속에서 끝이 자꾸만 떨리는 젓가락으로 건져올리는 허불허불한 내 시의 회음들, 짜장이 더글더글 말라붙어 있는 탁자 위에서 일회용 젓가락으로 지그시 빌려보는, 이 상처의 모독의 시, 시, 시, 시울들……… ‘허불허불한’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이라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직후 “불어터진 음부”로 변환된다. 이 회음은 “시”의 것으로, 시가 전적으로 화자에 의한 발화라는 것을 견지한다면 직후 들어오는, 왜 세상은 “외설조차 하지 않”느냐는 탄식은 자신에게 주어진 발화 방식도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비판임과 동시에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화자 자신에 대한 통렬한 메타인지이기도 하다. 그렇다. 김언희에게 있어 세계란 외설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아니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침묵과 고요의 공동이다.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이 그렇듯 이 세계는 인간의 몸을 극한까지 착취하면서 성립하는 세계다. 달콤한 복숭아의 “향기”에 “전신이 가려워”지는 방식으로 세계와 몸이 불화하는 상황이라면,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몸의 시 쓰기는 모독과 외설, 배설과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나의 몸에서 복숭아의 일각을 발견하는 상황에서 고통이 창작을 추동한다는 오래된 격언 또한 폐기를 피할 수 없다(‘복숭아’). 이렇듯 김언희에게 몸과 세계는 서로 공명한다. 지독한 자기도취로도 보이는 이 세계 인식이 쾌락적 나르시시즘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공명이 상처와 고통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김언희의 시가 성감을 전면에 내세워 시를 창작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적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점이지만, 앞선 표현을 참조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금기 내지는 윤리를 깨뜨리기 위해 성감만을 강조하고 있다기보다는 몸과 감각에 대한 탐구에 치중하면서 그와 맞닿아 있는 가장 일차적인 감각의 일환으로 성감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시 쓰기와 배설이 살아남기 위한 외설의 표현으로 동등한 위치를 획득할 때, “봉합되지 않는” 인생으로부터 타액처럼 시가 흘러나오며 김언희의 세계-자기 인식은 완성된다(‘……?’). 장바구니를 들고 오늘은 또 무엇을 똥으로 만들어줄까 미나리 상추 쑥갓 바지락 피조개 펄펄 뛰는 저 도다리란 놈을 똥으로 만들어버려……? 항문을 쩝쩝 다시며 지나가는 과일전 좌판 위에 황도 백도 천도 복숭아들 등천하는 저 향기를 구린내로 저 신선한 과육들을 똥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분뇨의 회로 나를 거치면 모든 것은 왜 심지어 당신, 심지어 하느님까지, 내게서 나오는 것은 왜 모조리 ‘왜 모조리’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항문을 쩝쩝 다시”는 행위는, 앞서 언급했던 몸과 세계의 미적 판단 기준이 불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각의 교란으로 이해된다. 더 나아가, 생명력 넘치는 도다리까지 모두 화자의 몸을 통과하며 똥으로 변모하는 상황으로부터 김언희의 화자가 갖추고 있는 소화 능력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함축한다는 결론 또한 도출할 수 있다. 김언희의 몸을 통해 세계는 모독의 대상이 되어, 역겹고 끔찍한 형상으로 변환 출력된다. 그러므로 배설은, 시 쓰기는 무서운 일이다. 대상이 미륵이건 나발이건 고려하지 않고 제 식대로 씹어 삼키는 방식은 그 원리의 측면에서 세계가 화자를 착취해 온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칼날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그 칼날이 휘두르는 자에게도 유효하다는 뜻이 되지 않겠는가. 미륵과 하느님. 언젠가 재림하여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선지자와 절대자 그 자체. 또는 규범의 화신. 그들을 욕보이는 행위가 화자의 자긍심으로 기능하는 것은 화자 스스로 그 행위에 혁명이나 대항, 자기표현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해 볼 수 있겠다. 김언희의 화자가 외설과 배설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화자들이 흉측하기 때문이다. “늙은 창녀”, “주검”, “미친년”과 같은 멸칭으로 묘사되는 화자들은 모두가 그 자체로 금기시되는 존재로, 이와 같은 꺼림칙한 감각은 김언희의 화자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용하는 시어와 제시하는 정황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사항이다. 트렁크는 수취 반송되었고, 고기는 잘려서 매달렸다. 이들이 스스로 발화하는 것을 통해 권위에 상처 입는 당사자는 누구인가. 누가 그녀들을 가공하고, 왜 그녀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가. “아버지”, “하느님”, “당신”으로 호명되는 착취의 수혜자들.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저 여자가 죽지 않는다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은 쬐그만 구멍, 그 한 잎의 구멍을 사랑했네. 그 구멍의 솜털, 그 구멍의 맑음, 그 구멍의 영혼, 그 구멍의 눈물,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구멍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구멍만을 가진 구멍, 구멍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구멍, 구멍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구멍, 눈물 같은 구멍, 슬픔 같은 구멍, 병신 같은 구멍, 시집 같은 구멍, 그러나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구멍 영원히 나 혼자만 가지는 구멍, 나밖에 아무도 가질 수 없는 구멍,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가혹한 구멍 ‘한 잎의 구멍’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는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이는 과정에서 “구멍”으로 치환된다. 이때 기묘한 것은 오규원의 시에서 “여자”가 화자와 철저히 구분되는 타자로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인 시의 “구멍”은 화자 자신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대상으로 변모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단순히 김언희가 여성 시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성의 대명사로서 기용되는 구멍은 다분히 여성의 성기처럼 읽힌다는 지점에서 앞선 독해에서 줄곧 발견해 왔던 “모독에 의한 모독”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언희는 이 “덮어씀”을 통해 기존 남성 권력이 선사하는 여성에의 사랑을 비웃음과 동시에 자신-여성마저도 비웃고 있다. “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고, “내 시에 대고 수음을 했느”냐며 범인을 색출하려는 행동은 그래서 이해될 수 있다(‘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채택했던 수단인 모독이 효과적인 이상, 상대를 색출해야만 모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대표적으로 불려 나올 수 있는 존재가 “아버지”다. 거울 속의 아버지, 새빨간 페티큐어를 하고, 아이, 꽃만 보면 소름이 져요, 허리를 꼬는 아버지, 과부가 된 아버지, 생리중인 아버지, 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 질, 하룻밤에 여든여덟 체위로 내 남자와 하는, 빗자루 손잡이와 그짓을 하고, 자동차 뒷자리에서 스무 켤레의 구두와 하고, 유리상자 속에서 왕과 동거를 하는, 아버지이, 아버지의 목청으로 부르르 나를 부르는 아버지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걸려 있는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들고 가는” 존재다. 다시 말해, 세계 규범의 화신과 같은 존재이다. 시집의 한 부 전체가 “가족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위계 관계를 뒤집고, 기제를 모독하는 것으로 메워져 있는 것은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 시인은 주님, 아버지, 오빠 등 남성적 주체들에게 여성의 음부와 행위를 오려 붙임으로써 그것의 권위를 훼손한다. 이와 같은 시적 전략은 ‘보고 싶은 오빠’를 비롯한 이후 시집에서도 두드러지게 활용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거울”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하겠다. 거울이란 세계를 비추는 시선임과 동시에 내가 나를 자각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이미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를 다시 읽어 보면, 거울 속의 “아버지”는 여성의 신체를 하고 내 남자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 같다. 다시 말해, 김언희의 화자들은 아버지를 훼손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남근중심주의적 관점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모독이 가질 수 있었던 승리의 감각은 피로스의 승리로 격하된다. 내 얼굴로부터 매 순간 아버지의 얼굴을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녀를 고기와 구멍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외설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시 쓰기는 이 시점에서 오독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상가”로 가도 “카바레”가 나오고, “꽃집”으로 가도 “족발집”이 나오며, 발걸음한 “예식장”은 “도축장”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세웠던 모독의 바리케이드가 되려 여성 자신을 음란함에 가두게 된다는 모순이다(‘피치카토’). 이 책이 소리를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비명을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피를 전부 빨아먹는다 육절기로 썰어 넘기는 책장 한 장 한 장이 혓바닥이다 흠씬 피를 빨아먹은 페이지 페이지, 면도날로 밑줄을 친 붉은 밑줄들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 책이 ‘이 책’ 김언희는 시에 발린 “마요네즈”, 즉 “아버지를 내포하는 몸”을 경멸한다. 그래서 김언희의 시는 재생산이나 자신만만한 자의식의 표출이 아니다. 오히려 소화이며, 소비다. 먹어서 없애야 하는, 똥으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 무엇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버지를 파내드릴게”라고 이야기하는 김언희. 내 몸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은 “아버지의 좆대가리”에서 자신을 “벗겨내 달라”는 요청의 수행적 표현임과 동시에 화자를 포박하는 사상과 논리로부터 탈각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벗겨내주소서’).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가 아직도 죽지 않”은 이유는 이 탈각이 모독으로써는 정복될 수 없는 무인도이기 때문이다(‘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난자당한 살점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에 닿을 때까지 그녀들은 죽을 수 없다(‘그 섬에 가고 싶다’).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삶의 결말을 유보하고 있는 이 화자들의 태도는 의미 없는 감각과 침탈을 반복하면서 이중의 모순을 안은 채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만 같다. 그렇다면 폭로를 위해 오독을 감수해야만 하는, 살을 취하기 위해 뼈를 줄 수밖에 없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 여성들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아니, 질문을 바꾸어 보자. “음부”밖에는 없는 세상에서 “외설”로만 발화할 수 있는 여성들의 이와 같은 몸부림을 다만 윤리적 잣대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쉽게 답변을 내릴 수 없는 질문, 그에 대한 사유의 약진이 김언희의 근작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 -인격이라는건온도와습도에따라변하는거야고환처럼 -1은홈리스II는섹스리스III는홈리스에섹스리스너에게는좆밖에없고나에겐그마저없고 -니체고시체고나랑맞바꾼개는잘커?네터럭이목구멍에엉겨죽을뻔한그개? - 죽여준다정말죽여줘新옥보단3D로보니온세상이肉蒲團之極樂寶鑑이네 -30년동안카데바노릇을하고있어6개국어로거짓말하는카데바그게나라고 -저개하지도못하고짖지도못하는저개엊저녁에광견병접종을하고온저개이제는미칠수도없게된저개 -난죽은년조차아냐시체조차도없어난내눈에도안보여 -정색은질색이야난잠을자면서도하품을해잠을자면서도존다고가래침이야말로내인생의토핑이지 -모든것을포기하고미쳐버리면시간이절약되지않을까 -나무젓가락같은잣대로젓대로나좀들쑤시지마지뢰를밟고선자만이경멸할수가있는거야똥밟은자를 -개가뒷다리로일어서서걷는것과같소…… 여자가시인이된다는것은 -내주여저는알알이익었나이다새까만악의의포도송이로나의모든사랑을다해나의모오든화냥을다해 ‘Eleven Kinds of Loneliness’ “까마귀에게 있어서 까마귀 자신만큼 불길”한 것이 또 없듯이, 여성의 몸은 그것이 여성의 몸이기 때문에 한 번의 오독을 거치고 있다(‘미얀마’). “죽은 년조차도 아니고, 시체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나, “개하지도 못하고 짖지도 못하는 개”라는 호명은 그것이 비체화되고 있음의 표상이다. 기실 세상만사가 각각 결핍을 갖는 방식으로 성립하는 법이라지만, 남성 성기를 가진 “너”에게 “나에게는 그마저도 없”다는 화자의 토로는 화자 본인이 너보다 더 다중적인 압제 밑에 억눌려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듯 발화다운 발화를 할 수 없는, 내가 나로 살 수 없는 이러한 치욕과 모멸의 세상에서 화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학대에 가까운 성교, 폭력뿐이다. 이 화자가 “사랑”과 “화냥”을 병치하면서, “새까만 악의 포도송이”만을 기를 수 있는 것은 날 때부터 고기로 다루어졌던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는 여자들에게 걸려 있는 저주들이 말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여성에게 씌워져 있는 성적 필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작가의 작품이 작가 자신의 성분을 근거로 성기게 맥락화되는 상황을 여럿 마주쳐 왔다. 말이 말로만 판단될 수 없는 이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여성이 더욱 취약할 것임은 당연하다. 다시, 이 지점에서 김언희 화자의 발화가 일차적인 몸의 감각으로 소급되는 양상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그것은 김언희의 무력한 화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발화 방식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여성의 발화가 받아들여지던 방식이다. 오로지 자궁의 병 탓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히스테리처럼, 멸시가 멸시를 낳고 오독이 오독을 낳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을 어떻게 “정확히” 읽을 수 있을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촘촘히 짜인 의미망으로 기능하는 몸. 구멍과 음부와 외설로 대변되는 여성의 몸. 그러한 관점에서 의도가 없고, 말이 없고, 생각이 없는 “시체”는 역설적으로 여성 화자가 갈망해야 하는 종착점임에 틀림없다. 여성이라는 몸은 그야말로 죽어야만 해방되는 저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섹스와 끼니”, “모욕과 배신”, “지저분한 농담”과 “어처구니없는 삶”과 “죽음”에서 해방되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이 죽음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여느 날, 여느 아침을’). 김언희의 화자는 지속적으로 “6개국어로 거짓말하는 카데바”, 자라면서 뇌를 버리는 “멍게”의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죽음에의 달성을 꿈꾼다(‘Endless jazz 19’). I 혓바닥에 검은 털이 빡빡이 돋아나고 있어 입속의 검은 구두 솔 구두거나 귀두거나 모조리 光내줄 수 있어 막창에서 밑창까지 II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고 말다니 만인의 黃狗가 영원히 삭제 불가능한 리벤지 포르노의 주인공이 1초도 혼자 있을 수가 없어 1초도 혼자 있을 데라고는 없어 아무도 날 잊어주지 않아 단 1초도 더 이상 혀를 못 놀리게 된 자만이 진짜 죽은 자라고 발화의 욕구는 성욕보다 백배는 강해 귀를 대주라고, 언니, 뒤를 대주듯이 III 세 번이나 하고도 한 기억이 전혀 없어 이제 난 어제 한 거짓말도 기억이 안 나 난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아 말매미처럼 내 손으로 내 등짝을 가르고 ‘황색 칼립소’ ‘황색 칼립소’에서 “입”은 “구두 솔”의 이미지를 경유하여 여성 성기와 동등하게 취급된다. 그것이 “구두”와 “귀두”를 광내는 도구로 취급된다는 지점에서 여성 몸의 현주소를 선고한다.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어 평생 그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체의 끝이다. 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 나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역설이 당연시되는 이 세상에서 내 발화들이 전부 “거짓말”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언희의 화자는 “발화의 욕구”가 “성욕보다/ 백 배는/ 강”하다는 말을 통해 스스로가 이러한 무용한 반복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타진한다. 하지만 언제나 “귀를 대주”는 것보다 “뒤를 대주는 것”이 더욱 수월하다. 여성의 몸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니”도 여성이고 화자도 여성인 이상 자신의 발화를 순수한 자신의 발화로 전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대화가 대화로써 성립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김언희의 시는 이 시집이야말로 “엽색”과 “치정의 끝”이라는 발화를 통해 모독이 모독당할 수밖에 없고, 오독이 오독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슬프게 폭로한다(‘격에게’, 96쪽). 이 시집은 모리스 블랑쇼의 “오늘 밤 나를 죽여주지 않으면 당신은 살인자요”라는 책망으로 끝을 맺는다. 모리스 블랑쇼는 여러 격언을 남겼지만, 이 시점에서 들여오기에 적합할 만한 다른 말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부터 쫓겨난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작품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말이었던 앞선 발언은 김언희와 맞닿았을 때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빗나가 버리는 오독의 광경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읽히게 된다. 이조차도 원 의미를 왜곡하는 오독이지만, 김언희의 화자가 오독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방식으로 오독당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인의 시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해석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은 그 불가역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점일 수 있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완결되어 있는 내 몸의 의미. 하나의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는 몸이 자꾸만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함과 동시에 탄생하는 시. 타자에의 침탈에 맞서는 이 힘 있는 비명이 어떻게 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김언희에게 폭력에 대한 감상은 세계에 대한 단상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독해가 옳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벗어던져야 하는 마지막 실오라기”가 어디에 있냐는 질문과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 수 있다는 진술이 서로 호응하는 것처럼 읽히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쌍십절 2’). 내 몸은 포르노가 아니다 그리스의 남성 영웅 카이네우스는 본디 카이니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여성이기를 포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이 그녀가 포세이돈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설이다. 그녀는 자신을 차지하고자 했던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이후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견디지 못해 분노에 떨었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에게 닥쳐온 모든 불행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강간당했으며, 여성이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고,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욕구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달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포세이돈에게 남성이 되기를 청했고, 그렇게 카이네우스가 되어 신화에 이름을 새긴다. 우리가 카이니스와 카이네우스의 신화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있다면,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며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비윤리적이라고 일갈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일 테다. 어떤 폭력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면, 어떤 여성들이 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아님”을 소망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폭력 자체를 근절하는 것보다 그 자신이 여성 아니게 되는 것이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여성”이라는 범주가 그 위신을 공고히 할수록, 오히려 그 집단이 갖고 있는 힘이 허약해진다는 것과도 동일하게 읽을 수 있다. 기실 이것은 김언희 시에서도 “종이 고환”을 단 “여류 시인”의 이미지와(‘어지자지’), “몸만 여자지 음탕한 남자 아닐까” 되묻는 자조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아닐까’). 주디스 버틀러는 여성 범주를 부정하며 여성 없는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여성이라는 동일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페미니즘은 가능하며, 되려 여성만이 페미니즘을 허락받을 때 이론은 허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강조되는 것이 “수행 뒤에 수행자는 없다”는 명제다. 바꾸어 말하자면, 젠더와 성 정체성 등의 “범주”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결코 자아의 본질이나 골자에 도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체성이 여러 가지 속성들이 화합하고 상충하면서 교차적으로 성립하는 것이거니와, 나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이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동시에 자신의 의견이 미국 동부 해안의 레즈비언/게이 커뮤니티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현재까지도 투쟁하고 있는 젠더퀴어들에게 감응하고, 그것이 페미니즘과 맞닿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젠더 트러블’의 개정판 서문 (1999)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이와 같은 착안점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학계라는 서로 만난 적 없는 문화지평의 수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8) 연거푸 강조하지만, BJ의 노출과 김언희의 비명을 동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일시될 수도 없거니와, 동일시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만 어떤 폭력이 페미니스트이기에 가해지고 있고, 자신의 주변이 그러한 폭력을 기꺼이 휘두를 자들로 가득하다면,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복종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물론 이 사실을 주지하고서라도 자신을 “반페미”라고 지칭하며 몸의 이미지를 판매했던 QWER 일부 멤버들의 행동을 완전히 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 또한 순수히 그녀들을 방어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란 결국 여성 해방을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만약 페미니즘이 여성의 삶, 또는 한 여성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성질 그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요청이다. “여자의 완성이 얼굴”인 나라에서(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르 흘레 드 랑트르꼬트’) 페미니즘마저 여성을 불순하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면, 그 여성들의 사활을 건 투쟁도 포르노로 전락하게 되지 않겠는가. 아니, 설령 그것을 포르노라고 일컫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참작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침투를 불허하고 “음지”에 잠재우는 것은 “보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그와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기회 또한 그녀들과 함께 영영 잠들게 하는 일일 것이다. 폭력은 다른 것이 아니다. 해석의 여지가 불가능하도록 맥락을 거세하는 것이 폭력이며, 알몸과 외설만을 보는 것이 포르노다. 그래서 포르노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해석된다. 이것이 도발적이고, 충격적이고, 외설적이라고 할지언정, 그 너머에 무엇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을 실로 포르노로 만든다. 여성의 알몸과 성교를 그저 “외설적”이라고 말하면 그것들은 모두 외설로 남는다. 여성의 목소리를 그저 비명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단지 비명에 머무른다. 그러나 여성의 알몸이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해석하는 순간 그것은 외설적인 알몸을 넘어 저항의 표현이 된다. 기실 비평은 언제나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작업이었고 약자에게 견고한 법령에 틈입하는 몸짓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김언희의 시 세계를 톺으며 오독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는 것도 아닌 모호의 세계에 잠자는 여자를 깨우는 것이다. 그 후로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감을 위해 태어나지 않은 음부로, 분뇨의 입구로 태어나지 않은 입으로. 1) 이 글에서는 김언희의 시집 ‘트렁크’(세계사, 1995),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2000), ‘GG’(현대문학, 2020)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위의 시집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해당하는 제목만 표시하며, 맥락상 구분이 필요한 경우나 다른 시집에서 인용된 시의 경우 시집명이나 쪽수도 함께 명기하도록 한다. 2) 이정수 기자,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여캠 BJ들… “벗방이랑 뭐가 달라” 시끌’, 서울신문, 2024년 8월 12일, https://v.daum.net/v/20240812113303539 3) 이해운, ‘현대시에서의 그로테스크’, 한국문학과 예술 9(2012, 숭실대학교 한국문예연구소). 4) 장서란, ‘김언희 시의 서발터니티 연구 -‘말하는-죽음’과 ‘여성-괴물-되기’를 중심으로-’ 한국현대문학연구(2022, 한국현대문학회). 5) 임지연, ‘1990년대 여성시의 이상화된 판타지와 역설적 근대 주체 비판’, 한국시학연구(2018, 한국시학회). 6) 김정란, 남진우, 이희중, ‘특별좌담/올해의 시를 말한다’, 월간 현대시 56호, 1997년 12월호. 7) 남진우, ‘메두사의 시- 김언희의 시세계’, 계간 문학동네 25호, 2000. 8)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2006, 문학동네) 58~61쪽 참조.
  • 북한군 수천명 죽어가는데…김정은이 푸틴에 건넨 말은

    북한군 수천명 죽어가는데…김정은이 푸틴에 건넨 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새해를 앞두고 축하편지를 보내 북러 협력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31일 김 위원장이 “가장 친근한 벗이고 동지인 뿌찐(푸틴)동지에게 따뜻한 새해 축하의 인사를 보내면서 형제적인 로씨야(러시아) 인민, 영용한 로씨야 군대의 전체 장병들에게 자신과 조선 인민, 전체 공화국 무력 장병들의 이름으로 열렬한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가장 진실하고도 뜨거운 동지적 신뢰에 의거하여 두 나라의 강국 위업 수행과 인민들의 평안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사업들을 설계하고 강력히 실행해나감으로써 조로(북러)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나갈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새해 2025년이 로씨야 군대와 인민이 신나치즘을 타승하고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는 21세기 전승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을 기원한다”라며 “형제적인 러시아 인민, 영용한 러시아 군대의 전체 장병들에게 자신과 조선 인민, 전체 공화국 무력 장병들의 이름으로 열렬한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편지에 ‘공화국 무력 장병’을 별도로 언급하고 새해를 ‘21세기 전승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 것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비롯한 북러 군사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 협력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협력 밀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위해 병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 정부는 북한군 사상자가 1100여명에 달한다고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최근에는 사망한 북한군 병사의 편지가 등장했고 생포된 북한군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다수의 첩보 종합을 평가할 때 북한군은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도 지난 17일 김 위원장에게 연하장을 보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일치시켜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친선적인 러시아 연방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들의 근본 이익에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 북한군 떼죽음에도…김정은 “내년은 전승 원년” 푸틴에 편지

    북한군 떼죽음에도…김정은 “내년은 전승 원년” 푸틴에 편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새해 축하 편지를 보내 “2025년은 러시아군과 인민이 신(新)나치즘을 타승하고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는 21세기 전승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 위원장이 “형제적인 러시아 인민과 영용한 러시아군 전체 장병들에게 자신과 조선 인민, 전체 공화국 무력 장병들의 이름으로 열렬한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비롯한 북러 군사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7일 푸틴 대통령이 “현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일치시켜 나갈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보낸 연하장에 대한 답신이다. 김 위원장은 편지에서 “가장 진실하고 뜨거운 동지적 신뢰를 바탕으로 두 나라의 강국 위업 수행과 인민들의 평안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사업들을 설계하고 강력히 실행해 나가겠다”며 “조러(북러) 사이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동지의 무거운 국가 영도 활동에서 보다 큰 성과와 러시아 인민의 번영과 복리, 행복을 축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 협력을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1만 1000여명을 파병해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와 교전 중인 북한군에서 약 1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죽거나 다친 북한군이 3000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 英 전문가 “활주로 끝 콘크리트 벽, 무안참사 만든 결정적 순간”

    英 전문가 “활주로 끝 콘크리트 벽, 무안참사 만든 결정적 순간”

    탑승객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무안항공 참사의 결정적 순간을 만든 건 활주로 끝에 설치된 단단한 콘크리트 둔덕, 즉,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이었다는 영국 항공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영국 항공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에 “활주로 끝에 있는 로컬라이저와의 충돌이 재난의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가 비행장 끝에 도달해 벽에 부딪치자 비행기는 거의 즉시 파괴됐다”면서 “거기에 콘크리트 벽이 있는 건 범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 오버런 지점에서 200m 또는 그 이하 지점에 단단한 물체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리어마운트는 “조종사가 비행기를 고속으로 비행하고 있음에도 비행기를 땅에 착륙시킨 후에는 탑승객들이 생존할 확률이 높았을 것으로 믿고 있었을 것”이라며 “조종사가 처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그는 아름답게 추락시켰다. 항공기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비행기는 지면을 따라 미끄러지면서 여전히 온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가 벽에 부딪히지 않았다면 경계 울타리를 뚫고 도로를 넘어 인접한 들판에 정차했을 것”이라며 “항공기가 속도를 줄이고 정지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모두가 살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종사들은 보안 펜스를 통과하거나 그런 것에 약간의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무안 국제공항은 2007년에 개항한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해왔다. 위성 지도를 보면 콘크리트 구조물은 수년간 활주로 남쪽 끝, 경계 울타리 근처에 서 있다. 지난 29일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이 추락하기 불과 약 6시간 전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와 동일한 보잉사 737-800 기종인 KL1204편도 기체에 이상이 생겨 불시착했으나 탑승객 182명 모두 생존했다. 항공전문매체 애비에이션헤럴드에 따르면 네덜란드 왕립항공(KLM)의 KL1204편은 현지시간 기준 지난 28일 16시 57분쯤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에서 이륙해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9번 활주로에서 항공기를 이륙하던 도중 큰 폭발음을 들은 승무원들이 유압장치에 이상이 생겼음을 인식했고, 5000피트(1524m) 상공까지 올라가는 것을 멈추고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도시 토르프의 산데피요르드 공항으로 우회했다. 이후 50분쯤 뒤인 오후 7시 5분쯤 산데피요르드 공항 18번 활주로에 착륙했고, 활주로 오른쪽에 있던 인근 풀밭으로 방향을 틀면서 기체는 서서히 멈췄다. 승무원 6명과 승객 176명이 전원 생존한 건 한국 시간으로 오전 3시 5분쯤이었고, 전남 무안에서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기 불과 약 6시간 전쯤이었다. 해당 공항은 폐쇄됐고, 노르웨이 경찰은 항공기가 유압 장치 고장으로 비상 착륙했다고 보고했다. 해당 항공기를 운항한 조종사는 노르웨이 현지매체 VG 인터뷰에서 “착륙 후에 우리는 비행기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오른쪽으로 휘었고 우리는 그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여객기는 생산된 지 24년이 됐으며, 2000년 11월에 KLM에 인도됐다. 조류 충돌로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을 경우 화재나 폭발에 대비해 항공유를 상공에 버리거나, 착륙 전 인근 상공에서 최대한 선회하면서 연료를 소진하는 것이 정석적인 사고 대처법이다. 이 때문에 KL1204편도 오슬로 공항에 바로 착륙하지 않고 오슬로에서 150㎞ 떨어진 산데피요르드 공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사고 항공기인 제주항공 7C2216편 조종사가 이를 시도하지 못 할 만큼 긴박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당 항공기가 두 번째로 착륙을 시도한 오전 9시 3분쯤 비행기를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랜딩 기어 3개는 모두 펼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랜딩기어 3개가 모두 펼쳐지지 않았다 해도 보잉 737-800 항공기가 이토록 무력하게 파괴되는 비극적인 사고 사례가 발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제주항공과 같은 결함이 있던 항공기 모두 비상 착륙하거나 우회했지만, 폭파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가 이륙 직후 랜딩기어 문제로 이륙 후 2시간 반 만에 회항했다. 이 여객기는 승객 150명 이상을 태우고 인도 티루치라팔리 공항을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공항으로 향했으나 유압 시스템 고장으로 랜딩기어를 접을 수 없었다. 이후 4000피트(약 1219m) 상공에서 머물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 티루치라팔리 공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19일에도 TUI 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도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자 상공에서 대기하다가 맨체스터 공항으로 복귀했다. 즉, 랜딩기어 이상, 엔진 폭파 같은 기체 결함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으나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항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재난 트라우마 회복하려면…“과도하게 참지 말고 울고 싶을 때 우세요”

    재난 트라우마 회복하려면…“과도하게 참지 말고 울고 싶을 때 우세요”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유가족을 포함한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재난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감정을 과도하게 억제하기보다는 울고 싶을 때 울면서 건강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3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에 직면한 생존자와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혼란, 슬픔, 무력감, 분노, 죄책감, 수면 문제와 신체 증상 등 다양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재난 트라우마는 사고 직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각자 느끼는 슬픔과 고통의 정도는 물론이고 회복되는 기간도 다를 수 있어 개인의 상황에 맞춰 치유해 가야 한다. 우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회복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서서히 건강하게 대처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애도를 위해 ▲울고 싶을 때 운다 ▲가족, 친구들과 솔직하게 대화한다 ▲도움을 요청한다 ▲필요한 도움을 받아들인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수면을 취하는 등 스스로를 잘 돌본다 ▲사별이라는 현실을 수용한다 등을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와 슬픔을 인지하고, 고인과의 상징적인 연결고리를 찾아보며 감정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 종종 자기 파괴적인 생각을 하더라도 그런 생각들을 빨리 내보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과도하게 감정을 억제하거나, 고인과의 사별을 부인하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생각에 빠지는 건 삼가야 한다. 고인을 생각나게 하는 자극이나 대인관계를 일부러 회피하거나,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서 폭음 등 충동적이고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재난을 겪은 후 생기는 스트레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주위 사람과 감정을 나누되 증상이 심할 때는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할 때는 숨을 코로 들이마신 뒤 입으로 천천히 끝까지 내쉬면서 심호흡하거나,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손을 두고 스스로를 토닥토닥하는 ‘나비 포옹법’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 괴로운 감정이 커질 때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은 뒤 땅에 닿아있는 느낌에 집중하면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착지법도 해볼 만하다. 유가족 외에 일반인들도 사고 관련 소식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재난 트라우마를 호소할 수 있다. 사고 관련 소식은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확인하고, 일상을 내팽개친 채 뉴스에만 몰입하여 두려움을 증폭하기보다는 각자의 생활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존에 공황장애나 비행공포증 등을 앓는 환자는 이번 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고통과 불안의 정도가 커질 수 있으므로 더 유의해야 한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각자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행동에 있어 자신만의 방식과 몫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어려운 시기에 공허하고 우울해지기 쉬우니 가족을 비롯한 주변을 챙기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관계부처별 가용자원을 활용해 심리지원을 체계적으로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사고로 마음이 힘든 국민이라면 누구든 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 방문 및 전화(☎1670-9512)하거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위기상담으로 연락(☎1577-0199)하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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