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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 투 더 19세기

    백 투 더 19세기

    2014년 올 한 해 세계의 키워드는 뭘까.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는 4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올해를 ‘정치적 독재자의 해’로 꼽았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다국주의적 평화체제가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19세기 제국주의 열강 체제로 되돌아간 듯이 보인다는 평가다. 그가 꼽은 독재자들 명단은 이렇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그리고 민주주의 원칙을 나름대로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 범주에 포함시켰다.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독일은 회개했으나 일본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에 진저리 친다”고 평가했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서는 “유럽의 자유주의적 정치인들보다 푸틴의 동료로 비교하는 게 더 편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이들 독재자 사이의 공통점 몇 가지를 꼽았다. 우선 강력한 민족주의의 남용이다. 보편적 가치 대신 국가적 이익이 앞선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두 번째는 경제 종속이다. 경제 문제를 자유시장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기보다는 국가 권력의 도구로 취급한다. 세 번째는 역사 교과서 다시 쓰기다. 역사에다 과거의 영광을 빼곡히 집어넣으려 든다. 칼럼은 “시진핑은 (중국이 서양에 굴복했던) 아편전쟁에까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려 들고, 푸틴은 소련의 붕괴를 슬퍼한다”고 꼬집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주변국에 대한 자체적인 규제를 주장한다. 스티븐스는 칼럼에서 “중국과 러시아 관료들이 1823년 미국의 ‘먼로 독트린’을 인용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지역의 종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생생한 증거다. 그는 “이제 두 번 다시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은 없다는 대원칙이 깨졌다”면서 “이는 19세기 강대국들이 벌인 거대한 권력투쟁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칼럼은 “독재자들이 세계 무대에 성큼성큼 들어서면서 20세기 후반에 성립된 다국주의적 평화모델이 영구적인 국제질서의 변화라기보다는 역사적 막간극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영구평화론을 주장한) 칸트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주장한) 홉스에게 길을 내줬다”고 표현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법정기한 내 예산처리 반길 일만은 아니다

    개정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 자동부의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12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시한을 지켜 어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그동안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12월 31일 밤 12시를 넘겨 1월 1일 새벽까지 여야가 거친 몸싸움을 예사로 하던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4대강 예산이 쟁점이 됐던 2009년에는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이 보름간 예결위장을 점거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12월 31일 의장 직권상정 후 단독 처리했고 2010년엔 여야 간 주먹다짐까지 했던 기억이 새롭다. 예산안과 세입예산 부수법안에 대한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끝내지 못하면 12월 2일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 부의되도록 한 국회선진화법(85조)이 일등 공신이다. 국회를 정상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법정시한 내의 예산안 처리가 반드시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날치기 처리와 같이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이나 이를 물리력으로 막는 국회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와 함께 각종 현안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머리를 맞대고 토론과 대화를 통해 정치적 합의를 모색하자는 정신에 따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회 상임위의 무력화, 특히 법제사법위원회가 있으나 마나 한 조직이 된 점은 국회선진화법의 함정이다. 전문성을 가진 상임위가 법안 심의의 주축이라는 ‘상임위 중심주의’와 ‘상임위-법사위-본회의’라는 국회 법안 심의 절차의 ‘근간’이 흔들린 것이다. 세입에 영향을 미치는 예산부수법안의 경우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 안행위, 보건복지위, 산업통상위, 교문위 가운데 지난달 30일 법안심사소위를 연 곳은 기재위 한 곳뿐이었다. 법사위도 무용지물이 됐다. 어두운 측면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예결위 심사권이 끝난 11월 30일 이후 어제까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법률 규정도 애매한 법외심사를 벌였다. 본회의 통과 직전까지 새해 예산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여야 모두 쪽지예산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담합이 더 음습해질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 담뱃값 인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세수 2조 8000억원을 더 거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수는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국민에겐 부담으로 돌아온다. 담배는 고소득층보다 서민층이 더 애용하고 있다는 현실에 비춰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늘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세금을 더 걷지 않고 세목 조정 등을 통해 복지 예산을 확충하겠다는 당초 정부의 약속과도 어긋난다. 보다 진지하고 심도 있는 심의 없이 시한에 쫓겨 허둥지둥 통과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마감 시간에 쫓긴 나머지 새해 예산안이 졸속으로 심사되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 간 대화가 단절되고 토론과 합의 과정 없이 힘의 논리만 앞세워서는 국회선진화법의 정신을 살릴 수 없다. 여야가 국회선진화법을 정략적으로만 이용하려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국회 운영에서 토론과 협상을 통해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 정치의 복원을 더 고민해야 한다.
  • [예산안 본회의 통과] “국세청도 정부안에 우려”… 상속세 완화 부결에 與도 가세

    [예산안 본회의 통과] “국세청도 정부안에 우려”… 상속세 완화 부결에 與도 가세

    2일 여야 원내지도부는 부수법안 처리를 놓고 막판 입장을 조율하느라 종일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침 일찍 만나 부수법안 처리를 협의했고 이어 오전 11시부터는 여야 원내대표 및 원내수석 간 본격적인 담판이 이어졌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짜장면까지 시켜 먹으며 회동을 이어 갔고 동시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부수법안을 논의하게 하는 등 ‘투트랙 협상’을 전개했다. 결국 오후 4시쯤 조세소위가 여야 합의 사항을 폭넓게 부수법안에 담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계속해서 미뤄졌던 본회의를 열었다. 이후 원활히 진행되는 듯하던 본회의는 상속세에 대한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앞서 조세소위 여야 의원들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을 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5000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대신 최대주주 지분 비율 기준을 강화하는 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수정안은 물론 정부 원안까지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수정안은 재석 262명 중 찬성 114명, 반대 108명, 기권 40명, 원안은 재석 255명 중 찬성 94명, 반대 123명, 기권 38명이었다. 반대 토론에 나섰던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이 “국세청 직원들도 이번 정부안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다. 가업 승계를 아주 쉽게 허용해서 상속세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의원들을 설득하자 새누리당에서도 30여명이 동조해 반대 및 기권표를 던졌다.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담뱃세 인상을 골자로 한 개별소비세 표결 직전에 긴급히 의원총회를 소집했고 본회의는 30분간 정회됐다.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서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는 “담뱃세 인상안 등 부수법안이 부결되면 세입 추산이 잘못돼 예산안 처리를 할 수 없게 된다”며 단속에 나섰다.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은 당론 투표로 안건을 모두 가결시켰다. 이날 여야는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은 처리하되 물가에 따라 자동으로 가격이 오르도록 하는 물가연동제는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던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는 등 정부 원안대로 처리했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과 함께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40%로 올리는 내용도 가결시켰다. 여야가 이날 12년 만에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올해 처음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의 영향이 컸다.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안이 그대로 부의돼 국회가 가진 예산 심사권, 입법권을 침해당한 꼴이 되자 모처럼 합심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야가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기 위해 졸속 심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부수법안 자동 부의 규정이 상임위원회의 재량권을 축소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여야가 보완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오는 9일까지 남은 정기국회 동안 민생 법안 처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미쟁점 법안은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그럼에도 연말 임시국회 개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여당이 연내 처리를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 야당이 주장하는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는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갈등·대립의 우리사회 화두로 다시 주목받는 ‘미시민주주의’

    갈등·대립의 우리사회 화두로 다시 주목받는 ‘미시민주주의’

    화두는 다시 민주주의다. 법과 제도로서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는 갖춰졌지만, 실제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와 사회 전반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기 일쑤다. “선거 때 무슨 약속을 못하느냐”고 공공연히 말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위정자들이 속출한다. 민간 기업은 유능한 반면, 공공 영역은 비효율적일뿐더러 무능하다는 신자유주의가 유포시킨 관념은 철칙처럼 굳었다. 일각에서는 “국가 운영에 노골적으로 자본의 입김을 개입시키는 행태가 ‘정부 혁신’으로 둔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뿐 아니다. 최근 중국, 뉴질랜드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소식이 불쑥불쑥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사회경제적 준비 정도와 별개로 시장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찬사와 기대가 우려의 목소리를 압도한다. 국가의 위축과 시장의 팽창 과정은 의도 여부를 떠나 공공성의 기능과 역할을 재구성하도록 한다. 공적 질서 해체 과정의 물밑에는 시장의 전 세계적 확대를 통해 개별 국가와 시민사회라는 근대적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적극적 의지가 개입돼 있다. 그동안 꾸준히 ‘미시(微視)민주주의’ 개념을 통해 민주주의 진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이론을 내놓은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시대의 거대하고도 전면적인 사회 변동을 갈등사회적 전환과 공공성의 재구성, 미시민주주의의 윤리로 설명한다. 미시민주주의는 거시민주주의와 대구를 이루는 개념으로서 말 그대로 ‘작은 민주주의’다.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거시적 수준에서 갖추는 것을 거시민주주의 과제라고 한다면, 그 제도와 절차를 운영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소통과 설득, 합의의 정치 과정이 미시민주주의의 과제다. 조 교수가 자신의 연구 과정에서 강조하는 개념은 크게 세 가지다. ‘미시민주주의’와 함께 ‘갈등사회’, ‘공공성의 재구성’이다. 실제 크고 작은 사회의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 갈등의 형태와 과정, 결과를 보면 근대 산업적 질서하에서 제기되는 갈등과는 다른 양상이다. 평화, 환경, 인권 등 시민사회의 가치가 갈등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갈등은 기존 사회질서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에너지가 쏠리지만, 이는 자율적 결속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각 사회 영역 내부에 고유한 공적 기능이 다른 영역으로 옮겨지거나 새로운 공공성의 내용이 구축됨으로써 영역 간에 공적 기능의 호환성이 발생하고 영역 간 구조적 경계가 불명확해지는 현상이 공공성의 재구성이다. 궁극적으로 갈등사회는 갈등의 일상화와 제도화를 통해 더 진화된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시민의 구체적 삶과 함께하는 정치를 펼쳐낼 수 있다면 갈등 자체를 선순환시킬 수 있다. 제도 정치권이 법과 제도의 영역 안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향후 시민사회가 준비 정도에 따라 새로운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조 교수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갈등사회의 도전과 미시민주주의의 시대’(나남 펴냄)를 내놓으며 새로운 사회학·정치학적 담론을 체계화했다. 미시민주주의의 윤리와 과제를 얘기하는 것이 기존의 법과 제도조차 무력화시키고 자본에 정치권력까지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사치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엄연히 존재하고 시민사회의 동력이 절멸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진화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법원 “공직자윤리위원장 아들 교수 임용 무효”

    법원이 김희옥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아들(36)의 경기대 교수 임용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검찰 고위 간부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 마용주)는 경기대 교수 임용 지원자였던 정모씨가 학교법인과 이사장, 김 위원장의 아들(법학과 조교수)을 상대로 낸 교수 임용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정씨는 2014년도 1학기 경기대 법학과 교육 중점 교원 임용 절차에 지원해 자신이 심사 누계점수로 1순위에 올랐으나 기본계획상에는 예정돼 있지 않은 이사장 개별 면접에서 B등급을 받아 불합격됐고 이전까지 2순위였던 김 위원장의 아들이 A등급을 받아 최종 임용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총장이나 이사장이 기본계획상 예정하지 않은 개별적인 면접 절차를, 그것도 임용 절차 중간에 새삼 추가함으로써 (기본계획상의 교원) 선정 방식을 무력화하는 행위는 그 필요성이나 합리성을 도저히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심사 결과에 따라 1순위자로서 총장의 제청을 받을 것이 예정돼 있던 원고 대신 피고를 임용한 행위는 무효”라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상속세 완화’ 부결 끌어낸 김관영 의원 연설 눈길…여당서 무더기 ‘반란표’

    ‘상속세 완화’ 부결 끌어낸 김관영 의원 연설 눈길…여당서 무더기 ‘반란표’

    여야가 2015년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을 법정 처리 시한 내에 제때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이 있었다. 바로 중견·중소기업 상속·증여세 완화 법안이었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정부 원안은 재석의원 255명 중 찬성 94명, 반대 123명, 기권 38명으로 부결됐고, 수정안 역시 재석의원 262명 중 찬성 114명, 반대 108명, 기권 40명을 기록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수정안 표결에서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40명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수정안은 상속·증여세를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대상 기업을 현행 연 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5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었다. ‘명문장수 기업’으로 지정되면 공제 한도도 1000억원까지 확대되도록 했다. 공제 혜택을 받는 피상속인의 최소 경영 기간 기준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 원안은 현행의 절반인 5년으로 대폭 낮추도록 돼 있었다. 특히 이날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기 전 반대토론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의 연설이 주목받고 있다. 김관영 의원은 “2007년에 연 매출 1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 공제한도 1억원으로 시작해 수 차례 변경을 거쳐 작년에는 3000억원 이하 중견기업까지 그 범위를 확대했고, 공제한도도 최대 500억원까지 허용하도록 개정됐다”면서 “7년 만에 공제한도가 500배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안이 통과되면) 276개 기업이 새롭게 적용 대상으로 편입되고 이 기업들은 기업당 최대 약 250억원, 모두 합하면 최대 약 6조원 상당의 세금을 면제받게 된다”면서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내는 기업은 대한민국 전체 51만 7091개 법인 중에서 대기업을 포함해 단 714개밖에 안 남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통 있는 명문 가족기업을 육성해 지속적으로 고용과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100%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기업을 하는 부자들에게 그냥 수백억원의 세금을 면제해 주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공제받은 사람이 2012년 58명 343억원에서 2013년 70명 933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오너가 사망했을 때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의 수혜자가 이미 급격히 늘어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이어 “이렇게 가업 승계를 아주 쉽게 그리고 대폭적으로 허용하여 상속세 제도를 무력화시킨 적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국세청의 많은 직원들도 상속세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정부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개정된 지 1년도 안 된 현행 제도를 시행해 나가면서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들을 차차 보완해 나가야 한다”면서 “부결 후에는 조세소위에서 다시 여야 토론을 거쳐 대한민국의 명문 장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세제를 만들어서 다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법안이 부결된 뒤 기자들과 만나 “부결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국회의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부결됐지만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즉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의 세입 부수법안이어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는 지장이 없다. 당초 정부 원안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5년간 3025억 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야 ‘예산 부수 법안’ 수정싸고 막판 진통

    여야 ‘예산 부수 법안’ 수정싸고 막판 진통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년 만에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하루 앞둔 1일 여야는 375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잠정 합의했다. 정부안에서 500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예산 부수 법안’을 어떻게 수정하느냐를 놓고는 이날 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예산 수정안 심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통화에서 “불필요하고 과다한 예산은 3조 5000억원 정도 감액하고 추가로 3조원을 증액해 정부안보다는 5000억원이 줄었다”며 “밤새 기획재정부 등에서 실무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376조원 규모 정부 예산안에서 저금리에 따른 국채 이자율 조정액 1조 5000억원, 방산 비리 논란을 일으킨 방위사업청 예산 2000억원 등을 감액했다. 여야가 국고 지원을 합의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5233억원은 추가했다. 창조경제 예산 등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은 크게 손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야는 예산 부수 법안 처리 방안을 놓고 이날 늦게까지 진통을 이어 갔다. 전날까지 부수 법안을 처리해야 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등은 이날까지 파행을 이어 갔다. 중소기업이 가업을 상속할 때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 등을 정부에서 내놨으나 야당은 ‘맞춤형 부자 혜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새누리당은 예산 부수 법안 역시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을 제출하기 위해 야당과의 협상에 나섰다. 기재위 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다 반영하고, 안 된 부분은 야당과 논의해 수정안을 올릴 것”이라며 “야당에 수정안 내용을 전하고 가능하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연구·개발(R&D) 세액 공제율 축소, 조세소위에서 합의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2년 연장안 등 정부안에 없던 내용까지 폭넓게 수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여당이 정부안에 없는 내용을 수정안에 넣고는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좋은 법안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상임위 차원에서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새누리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예산 부수 법안이 정부 입법과 다름없는 일종의 ‘청부입법’이 됐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이에 여야가 2일까지도 수정안 합의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여야 각각의 수정안 및 정부안을 두고 본회의에서 ‘표 싸움’을 벌일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선진화법에 따라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앞둔 것은 고무적이지만 반대로 선진화법이 ‘상임위 무력화’를 유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부안이 자동 부의되면서 예산과 무관하게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내용의 정책 입법이 예산 부수 법안 내용에 포함돼 심사 없이 본회의에 올라가는 등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에 혐한시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 조치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또 국방위원회는 소말리아, 아랍에미리트에 파견된 국군의 파견 기간을 1년씩 연장하는 안을 의결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화마로 터전 잃은 구룡마을 63세대 ‘이주대책마저 불탔다’

    화마로 터전 잃은 구룡마을 63세대 ‘이주대책마저 불탔다’

    눈발이 흩날리던 1일 오전 11시. 지난달 9일 화재로 구룡마을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의 임시 거주지인 서울 강남구 개포중 대강당. 구룡마을에서 30여년을 보낸 유성복(54)씨가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3주째다. 비록 무허가 가건물이었지만 그들에겐 이 세상에 하나뿐인 ‘집’이고, ‘역사’였기에 화마에 날려버린 상실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유씨가 구룡마을 8지구에 보금자리를 튼 건 1986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난 그는 26살에 청운의 꿈을 품고 아내와 어린 아들 둘과 함께 상경했다. 그가 구룡마을에 둥지를 튼 건 먼저 서울에 올라와 이곳에 자리 잡은 여동생의 권유 때문이다. 자고 나면 구룡마을에 판잣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시절이었다. 유씨는 송파구 가락시장 당근 공판장에서 판매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처음에는 구룡마을에서 평생을 보낼 줄은 몰랐다. “5평 남짓한 가건물에 ‘깨복쟁이’(벌거숭이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 아들 둘과 아내와 함께 살자니 끔찍했지. 화장실은 벌교 시골보다 못했어.” 네 식구가 살기엔 방 한칸은 너무 비좁았다. 그래서 경기 성남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하지만, 일터에서 너무 멀어 1년도 안 돼 구룡마을로 돌아왔다. 그래도 구룡마을은 고마운 곳이다. 금쪽같은 막내아들을 이곳에서 얻었고, 세 아들 모두 건강하게 자랐다. 큰아들은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고, 둘째는 직장을 잡았고, 막내는 해병대에 입대했다. 10년 전에는 판잣집을 2층으로 증축했다. 2층 집은 유씨네가 유일했다. 2011년 5월부터 이곳 주민들에게도 주민등록이 허용되면서 그들도 주소지를 구룡마을로 등재했다. “난 구룡마을에 사는 게 부끄럽지 않아. 내가 땀 흘려 번 돈으로 아들놈들을 정직하게 키워냈으니 이 정도면 됐잖아.” 그러나 화재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화마는 구룡마을 5만 8000㎡ 중 900㎡와 391개동 1807세대 중 16개동 63세대를 완전히 삼키고서야 진압됐다. 유씨는 물론, 이웃에 살던 여동생 가족도 졸지에 이재민이 됐다. 유씨는 화재 진압이 잘못됐다고 호소했다. 소방장비 69대와 인력 409명이 투입됐지만, 마을 소화전의 위치조차 몰랐다. 길이 좁아 소방차는 모두 들어오지 못했고, 물이 떨어진 소방차는 무력하게 불길만 바라볼 뿐 손도 쓰지 못했다. 더 분통이 터지는 건 화재 후 이주대책 때문이다.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서울시와 강남구의 이견으로 3년째 지연되면서 도시개발구역 지구지정이 지난 8월 해제됐다. 지구지정만 돼 있었다면 불이 나더라도 도시개발법에 따라 향후 구룡마을 개발 시 이주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임대주택 1년 거주 지원만 받을 수 있다. 1년 후에는 구룡마을로 돌아올 수도 없고, 구룡마을 개발에 따른 보상을 받을 법적 근거도 사라진다. 서울시는 이재민들에게 ‘임대주택 입주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자격이 제한되기 때문에 유씨 등 작은 소득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유씨는 다른 이재민들과 함께 2일부터 서울시청에서 항의집회를 열기로 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구룡마을 거주자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겁니다. 더 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만약 서울시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불타버린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김정은, 내년 새 국가 통치모델 제시할 것”

    북한이 올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3년 탈상’을 계기로 내년에 정치·경제 분야에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을 알리는 새로운 국가 통치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30일 ‘한반도 정세: 2014년 평가와 2015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내년 김정은 집권 4년차를 맞아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울 것”이라면서 “최고지도자로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여러 부문에서 새로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김 제1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차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내년 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을 전후로 “김일성 시대의 주석제, 김정일 시대의 국방위원장 체제처럼 김정은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권력구조를 제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김 제1위원장이 외교 공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전격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며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최근 러시아 방문 기간에 정상회담 정지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김 제1위원장 유일영도체제 공고화 등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체제의 안정 및 내실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댜. 특히 “김정은 시대의 정책 노선인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 분야에서는 “그동안 시범적으로 추진해 온 각종 경제 변화 조치에 대한 평가와 보완을 거쳐 새로운 경제 방침을 내세우거나 실질적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법제화해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북한에서 자생적인 시장화가 개혁을 압박하고 있으며 시장경제로의 이행도 부침은 있겠지만 시대적 흐름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프로야구] 얼마면 되겠니

    [프로야구] 얼마면 되겠니

    장원준(29)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해 온 FA 장원준은 원 소속 구단과 협상 마지막날인 지난 26일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겠다”며 롯데의 파격 제안을 거부했다. 4년간 총액 88억원의 거금을 제시한 롯데는 무력감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의 거액 베팅에도 지난해 10승(9패)을 거둔 장원준이 시장에 다시 나섰다는 소식에 팬들의 충격은 더했다. 롯데의 베팅액은 역대 최고가로 SK에 잔류한 최정의 몸값(4년 총액 86억원)을 넘어선다. 롯데는 거액 베팅에 대해 “협상 결렬 뒤 금액을 밝힌 것은 장원준을 놓쳤다는 비난을 무마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면서 “이 금액으로 장원준을 설득한 것처럼 팬들 역시 설득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야구계의 의견은 갈린다. 한쪽에서는 좌완 선발 장원준의 희소성은 충분하나 그 정도 몸값의 선수인지에 의문을 던진다. 반면 그가 엄청난 뭉칫돈을 포기하고 시장으로 나선 것은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에 찬 결단이라는 견해도 있다. FA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일찌감치 롯데 잔류 선수로 장원준을 분류해 둔 다른 구단들은 갑작스러운 대어 출현에 급히 계산기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의 가치가 최소 88억원으로 책정되면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장원준이 FA ‘100억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원준을 영입한 팀은 전 소속 구단에 보상선수 1명과 그 선수의 지난해 연봉(3억2000만원)의 200%를 지불하거나 보상선수 없이 연봉의 300%를 내줘야 한다. 장원준을 잡는 데만 최소 100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런 엄청난 몸값을 부담하면서까지 장원준을 영입할 팀은 어디일까. 아니면 그가 롯데로 돌아갈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장원준의 거취가 FA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기획] 北 노골적 공기부양정 위협... 서해5도 괜찮겠지?

    [기획] 北 노골적 공기부양정 위협... 서해5도 괜찮겠지?

    연평도 중심부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연평도 포격도발이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포격의 흔적은 그 날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고, 연평도 주민들은 11월 꽃게잡이 철이 돌아올 때마다 자신들의 삶을 터전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그 날의 기억 때문에 아직까지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김정은은 서해에서 공기부양정을 동원해 서북도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년여 간 우리 군은 서북도서와 NLL 일대의 전력을 크게 강화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왔지만, 북한은 우리 군의 전력 증강의 의미를 무색케 할 만큼 더 다양하고 강력한 전력을 서북도서에 배치하며 다음 번 도발은 ‘단순 포격’이 아닌 ‘상륙 및 점거’라는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여러 차례 내비치고 있다. 최근 1년간 김정은은 상륙훈련 3회, 항공기를 이용한 강습 훈련 1회 등 서북도서 기습상륙 및 점거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훈련을 자주 지도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 서해 5도, 특히 백령도와 연평도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여단급 해병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백령도는 언제든지 북한군 4군단의 배후를 노릴 수 있고, 한국군이 대량으로 보유한 현무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이나 ATACMS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여기에 배치하면 평양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 집요하게 NLL 무력화를 시도해왔던 북한은 2010년 연평도 포격이라는 만행을 저지르더니, 이제는 서북도서 지역에 상륙해 섬을 직접 점령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는 듯한 제스처를 버이면서 이 지역에 대한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 김정은 직접지도 상륙훈련만 올 3차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이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이 지역의 전력을 강화하자 북한은 백령도에서 불과 50km 떨어진 황해남도 용연군 고암포에 70여 척의 공기 부양정을 배치할 수 있는 대규모 기지를 건설하고, 여기에 공기부양정 수십여 척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배치되기 시작한 공기부양정은 ‘공방급’이라 불리는 북한 자체 개발 모델이다. 공방급 공기부양정은 영국의 브리티시 호버크래프트 코퍼레이션(British Hovercraft Corporation)의 민수용 공기부양정인 SRN-6 모델을 기반으로 1980년대 초반에 개발됐다. 이란, 이라크, 이집트 등에 수출된 SRN-6를 북한이 입수해 이를 기반으로 모방 생산형을 만든 것이다. 공방급은 공방-1(23m급), 공방-2(21m급), 공방-3(18.5m급) 등 3종류가 있으며, 1980년대부터 1992년까지 생산된 초기형인 공방-1급 약 100여 척은 치장중이며, 현재는 공방-2급과 공방-3급이 도합 140여 척 가량 생산되어 주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수가 배치된 공방-3급은 35명의 완전무장 병력을 태우고 50노트 (약 92km/h) 이상의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동시에 약 4,900여 명 이상의 병력을 수송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이기 때문에 1개 저격여단 병력을 동시에 상륙시킬 수 있다. -백령도 빼면 1개 대대 병력·포병뿐 북한은 상륙용 전력인 공방급 공기부양정 전력 이외에도 이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는 공기부양 전투함도 선보이고 있다. 해삼급, 농어급 등으로 분류되는 신형 전투함들은 약 250톤의 배수량을 가진 선체에 우리 군의 초계함에 장착된 것과 사실상 동형의 76mm 속사포와 러시아의 Kh-35 우란 함대함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대함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으며, 남포 일대에서 종종 목격되고 있다. 고암포 기지에서 공기부양정들이 출격하면 백령도까지 30분, 연평도까지 1시간 4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연평도는 비교적 대응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30~4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백령도나 대청도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북한은 공방급 공기부양정과 지원 함정 등을 동원한 상륙훈련 실시 횟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고, 올해 들어서 김정은이 직접 현지지도한 상륙훈련만 벌써 3번이나 된다. 이에 대응해 서북 5도에는 해병대 제6여단이 분산 배치되어 있는데, 가장 규모가 큰 백령도에 3개 대대급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섬에는 1개 대대 병력과 이를 지원하는 포병 전력이 전부다. 원거리 화력전투를 수행하는 포병부대는 북한군 특수부대의 접근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막강한 화력 지원을 받으며 대규모로 상륙을 시도하는 적의 공기부양정 대군(大群)을 바다에서 막지 못하면 백령도와 대청도 등 주요 섬의 해병대 병력과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업이 주 생계수단이지만 최근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획 활동이 극심해지면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섬을 떠나는 주민들은 많아질 것이고, 민간인이 줄어들수록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데 느껴야 할 부담은 줄어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병대원과 주민들 일부를 인질로 잡고 NLL 무력화 또는 평화협정 체결 등 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밀려난 국가안보 서북도서와 NLL 일대에서 북한의 위협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군은서북5도와 인천 일대를 관할구역으로 하는 합동부대인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설치하고 해병대를 중심으로 육군과 해군, 공군 전력을 배속시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는 연평도 포격도발 이전보다 대단히 많은 장비와 전력이 보강되었으나, 현재까지 증원된 전력은 완전한 대응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규전력’으로 해병대에 배치된 것이 아니라 ‘증원전력’으로 육군 자산을 끌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에 배치된 공격헬기와 다련장 로켓 전력은 해병대 보유 장비가 아니라 육군 소속으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배속된 전력이다. 즉, 중부전선이나 서부전선 일대에서 대화력전 임무를 수행하던 전력을 끌어온 ‘돌려막기’ 전력이다. 원칙대로라면 백령도나 연평도에 해병대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이들에게 다련장 로켓과 대포병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등을 지급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육군 전력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돌려막기’로 증원된 지상 화력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유사시 수십 척이 물밀 듯이 몰려올 적의 공기부양정 전력을 막을 항공 전력의 부재이다.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바다와 갯벌을 가리지 않고 고속으로 움직이는 공기부양정을 초계함이나 고속정으로 잡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서는 항공 전력이 필수적이다. 백령도에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파견된 AH-1S 코브라 공격헬기 4대가 배치되어 있으나, 방염처리가 되지 않은 육상용 헬기이기 때문에 해상에서 운용이 제한되고, 표적획득장비의 성능이 떨어져 해무가 잦은 서북도서 인근 해역에서 사용하기에 대단히 제한이 많을뿐더러 숫자도 적다. 원래 서북도서와 수도권 서쪽 해안의 적 침투부대 해상 침투 저지 임무는 주한미군의 AH-64D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가 맡고 있었지만, 2009년 이 대대가 철수하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고, 이를 메우기 위해 배치한 것이 성남기지의 KA-1 전선항공통제기였다. KA-1의 원래 임무는 전투기의 근접항공지원 폭격을 유도하는 전선항공통제기지만, 기관포와 로켓, 미사일과 폭탄 등의 무장을 운용할 수 있어 공중에서 적 공기부양정 대군을 상대하는 핵심 전력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높이 555m에 달하는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서 항공기 이착륙시 충돌 위험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논란 끝에 이들 전력은 강원도 원주기지로 이전 배치되면서 그 임무 역시 동부전선과 동해안 침투 저지로 변경되었다. 적 특수부대 해안 침투로부터 수도권을 지킬 핵심 전력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과 KA-1 이동 배치를 결사반대하던 공군참모총장은 임기를 7개월이나 남겨두고 전격 교체됐다. -제2롯데월드에 '쫓겨난’ KA-1... 항공전력마저 KA-1 이동배치에 따라 서해안 안보 공백 문제가 제기되자 군은 답보 상태에 있던 AH-X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오는 2018년까지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36대를 도입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 전력이 완전작전능력을 갖추려면 2020년은 되어야 하고, 완전 전력화되더라도 평시 가동률과 임무 소요, 운용 기지의 위치 등을 감안한다면 서북 5도 유사시에 즉각적으로 동원될 수 있는 공격헬기의 수는 대단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선의 대비책은 해병대 항공단을 조기 창설하고 여기에 해상작전이 용이한 쌍발엔진 장착 공격헬기를 배치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서북 5도의 해안 방어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령, 퇴역한 초계함이나 고속정에 장착되어 있는 30mm 또는 40mm 기관포를 떼어내 소폭 개량을 거쳐 해안 지역에 고정 포대로 설치하는 방안이나 육군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M167(발칸) 기관포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땜질 처방’일 뿐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다. 애초에 주한미군 아파치가 버티고 있었더라면, 혹은 성남기지에 KA-1이 있었더라면 김정은은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전진 기지를 건설하지도, 서북도서 주민들이 적의 기습상륙 위협에 노출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국가안보보다 기업이익을 중시하는 일부 위정자들 덕분에 안보 불안과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공기부양정 공격, 막을 방법이 없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공기부양정 공격, 막을 방법이 없다?

    연평도 중심부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연평도 포격도발이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포격의 흔적은 그 날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고, 연평도 주민들은 11월 꽃게잡이 철이 돌아올 때마다 자신들의 삶을 터전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그 날의 기억 때문에 아직까지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김정은은 서해에서 공기부양정을 동원해 서북도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년여 간 우리 군은 서북도서와 NLL 일대의 전력을 크게 강화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왔지만, 북한은 우리 군의 전력 증강의 의미를 무색케 할 만큼 더 다양하고 강력한 전력을 서북도서에 배치하며 다음 번 도발은 ‘단순 포격’이 아닌 ‘상륙 및 점거’라는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여러 차례 내비치고 있다. 최근 1년간 김정은은 상륙훈련 3회, 항공기를 이용한 강습 훈련 1회 등 서북도서 기습상륙 및 점거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훈련을 자주 지도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 서해 5도, 특히 백령도와 연평도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여단급 해병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백령도는 언제든지 북한군 4군단의 배후를 노릴 수 있고, 한국군이 대량으로 보유한 현무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이나 ATACMS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여기에 배치하면 평양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 집요하게 NLL 무력화를 시도해왔던 북한은 2010년 연평도 포격이라는 만행을 저지르더니, 이제는 서북도서 지역에 상륙해 섬을 직접 점령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서북도서 위협... 김정은 지도 상륙훈련만 올 3차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이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이 지역의 전력을 강화하자 북한은 백령도에서 불과 50km 떨어진 황해남도 용연군 고암포에 70여 척의 공기 부양정을 배치할 수 있는 대규모 기지를 건설하고, 여기에 공기부양정 수십여 척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배치되기 시작한 공기부양정은 ‘공방급’이라 불리는 북한 자체 개발 모델이다. 공방급 공기부양정은 영국의 브리티시 호버크래프트 코퍼레이션(British Hovercraft Corporation)의 민수용 공기부양정인 SRN-6 모델을 기반으로 1980년대 초반에 개발됐다. 이란, 이라크, 이집트 등에 수출된 SRN-6를 북한이 입수해 이를 기반으로 모방 생산형을 만든 것이다. 공방급은 공방-1(23m급), 공방-2(21m급), 공방-3(18.5m급) 등 3종류가 있으며, 1980년대부터 1992년까지 생산된 초기형인 공방-1급 약 100여 척은 치장중이며, 현재는 공방-2급과 공방-3급이 도합 140여 척 가량 생산되어 주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수가 배치된 공방-3급은 35명의 완전무장 병력을 태우고 50노트 (약 92km/h) 이상의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동시에 약 4,900여 명 이상의 병력을 수송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이기 때문에 1개 저격여단 병력을 동시에 상륙시킬 수 있다. ▲백령도 제외 섬들, 1개 대대 병력·포병이 전부 북한은 상륙용 전력인 공방급 공기부양정 전력 이외에도 이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는 공기부양 전투함도 선보이고 있다. 해삼급, 농어급 등으로 분류되는 신형 전투함들은 약 250톤의 배수량을 가진 선체에 우리 군의 초계함에 장착된 것과 사실상 동형의 76mm 속사포와 러시아의 Kh-35 우란 함대함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대함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으며, 남포 일대에서 종종 목격되고 있다. 고암포 기지에서 공기부양정들이 출격하면 백령도까지 30분, 연평도까지 1시간 4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연평도는 비교적 대응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30~4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백령도나 대청도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북한은 공방급 공기부양정과 지원 함정 등을 동원한 상륙훈련 실시 횟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고, 올해 들어서 김정은이 직접 현지지도한 상륙훈련만 벌써 3번이나 된다. 이에 대응해 서북 5도에는 해병대 제6여단이 분산 배치되어 있는데, 가장 규모가 큰 백령도에 3개 대대급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섬에는 1개 대대 병력과 이를 지원하는 포병 전력이 전부다. 원거리 화력전투를 수행하는 포병부대는 북한군 특수부대의 접근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막강한 화력 지원을 받으며 대규모로 상륙을 시도하는 적의 공기부양정 대군(大群)을 바다에서 막지 못하면 백령도와 대청도 등 주요 섬의 해병대 병력과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업이 주 생계수단이지만 최근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획 활동이 극심해지면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섬을 떠나는 주민들은 많아질 것이고, 민간인이 줄어들수록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데 느껴야 할 부담은 줄어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병대원과 주민들 일부를 인질로 잡고 NLL 무력화 또는 평화협정 체결 등 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밀려난 국가안보 서북도서와 NLL 일대에서 북한의 위협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군은서북5도와 인천 일대를 관할구역으로 하는 합동부대인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설치하고 해병대를 중심으로 육군과 해군, 공군 전력을 배속시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는 연평도 포격도발 이전보다 대단히 많은 장비와 전력이 보강되었으나, 현재까지 증원된 전력은 완전한 대응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규전력’으로 해병대에 배치된 것이 아니라 ‘증원전력’으로 육군 자산을 끌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에 배치된 공격헬기와 다련장 로켓 전력은 해병대 보유 장비가 아니라 육군 소속으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배속된 전력이다. 즉, 중부전선이나 서부전선 일대에서 대화력전 임무를 수행하던 전력을 끌어온 ‘돌려막기’ 전력이다. 원칙대로라면 백령도나 연평도에 해병대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이들에게 다련장 로켓과 대포병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등을 지급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육군 전력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돌려막기’로 증원된 지상 화력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유사시 수십 척이 물밀 듯이 몰려올 적의 공기부양정 전력을 막을 항공 전력의 부재이다.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바다와 갯벌을 가리지 않고 고속으로 움직이는 공기부양정을 초계함이나 고속정으로 잡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서는 항공 전력이 필수적이다. 백령도에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파견된 AH-1S 코브라 공격헬기 4대가 배치되어 있으나, 방염처리가 되지 않은 육상용 헬기이기 때문에 해상에서 운용이 제한되고, 표적획득장비의 성능이 떨어져 해무가 잦은 서북도서 인근 해역에서 사용하기에 대단히 제한이 많을뿐더러 숫자도 적다. 원래 서북도서와 수도권 서쪽 해안의 적 침투부대 해상 침투 저지 임무는 주한미군의 AH-64D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가 맡고 있었지만, 2009년 이 대대가 철수하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고, 이를 메우기 위해 배치한 것이 성남기지의 KA-1 전선항공통제기였다. KA-1의 원래 임무는 전투기의 근접항공지원 폭격을 유도하는 전선항공통제기지만, 기관포와 로켓, 미사일과 폭탄 등의 무장을 운용할 수 있어 공중에서 적 공기부양정 대군을 상대하는 핵심 전력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높이 555m에 달하는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서 항공기 이착륙시 충돌 위험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논란 끝에 이들 전력은 강원도 원주기지로 이전 배치되면서 그 임무 역시 동부전선과 동해안 침투 저지로 변경되었다. 적 특수부대 해안 침투로부터 수도권을 지킬 핵심 전력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과 KA-1 이동 배치를 결사반대하던 공군참모총장은 임기를 7개월이나 남겨두고 전격 교체됐다. ▲KA-1,제2롯데월드에 '쫓겨나’...반대하던 공군참모총장도 '쫓겨나' KA-1 이동배치에 따라 서해안 안보 공백 문제가 제기되자 군은 답보 상태에 있던 AH-X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오는 2018년까지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36대를 도입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 전력이 완전작전능력을 갖추려면 2020년은 되어야 하고, 완전 전력화되더라도 평시 가동률과 임무 소요, 운용 기지의 위치 등을 감안한다면 서북 5도 유사시에 즉각적으로 동원될 수 있는 공격헬기의 수는 대단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선의 대비책은 해병대 항공단을 조기 창설하고 여기에 해상작전이 용이한 쌍발엔진 장착 공격헬기를 배치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서북 5도의 해안 방어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령, 퇴역한 초계함이나 고속정에 장착되어 있는 30mm 또는 40mm 기관포를 떼어내 소폭 개량을 거쳐 해안 지역에 고정 포대로 설치하는 방안이나 육군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M167(발칸) 기관포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땜질 처방’일 뿐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다. 애초에 주한미군 아파치가 버티고 있었더라면, 혹은 성남기지에 KA-1이 있었더라면 김정은은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전진 기지를 건설하지도, 서북도서 주민들의 적의 기습상륙 위협에 노출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국가안보보다 기업이익을 중시하는 일부 위정자들 덕분에 안보 불안과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해커에 8000차례 공격당한 軍…사이버전사, 北의 10%도 안 돼

    군 당국이 사이버전을 합동참모의장이 통제하는 군사작전으로 공식화하고 공세적 작전을 펼치기로 함에 따라 사이버사령부의 위상과 기능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정치 관여 댓글 논란에 따른 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위협이 도를 넘고 주변국들의 사이버전 수행 인력 확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개편을 통해 대북 전문기관으로 쇄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24일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사이버사령부의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활성화하고 무기 개발 등 포괄적 사이버전 수행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외부에서 국방부 직할부대와 각 군 컴퓨터에 해킹을 시도한 건수는 8000여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는 1061건의 해킹이 시도됐다. 정부 공공기관과 농협을 대상으로 대규모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발생한 2011년에는 2345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후 2012년에 1941건, 지난해에는 1434건으로 주춤했지만 올 들어 10월까지 1782건으로 다시 급증했다. 통일부에서도 2011년 6월부터 올해까지 외부에서의 해킹 시도가 5000여회를 상회해 매년 1000여건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군에 대한 해킹 시도도 많지만 부처 규모가 작은 통일부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2년 사이 사이버전 인력 규모를 3000여명에서 5900여명으로 2배가량 늘린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 해커도 120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중국 등 제3국에 거점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한 미국의 사이버전 인력 규모는 8만여명이고 2016년까지 8600여명 더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같은 해 네트워크 군을 사이버사령부로 재창설해 사이버 전사만 5만여명에 이른다. 우리 사이버사령부 인원은 500여명 선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사령부는 공세적 작전을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산망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개발한 ‘스턱스넷’ 컴퓨터 바이러스와 유사한 사이버 공격 무기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우리 전산망을 침입하는 도발 원점을 역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단순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전이 아닌 전자전에 대비한 공격작전 수립이 시급할 정도로 합참의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이버전이 현대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육군 1개 사단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소장인 사이버사령관의 계급을 중장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보고서 베끼고 일감 몰아주고…두뇌집단의 일그러진 민낯

    전북도 산하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24일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전북도 산하기관이 정부 기관으로부터 영업 정지를 당했는데도 해당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인건비를 기관 운영비로 사용하는가 하면 연구보고서를 베끼는 등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도의 싱크탱크인 전북발전연구원(이하 전발연)에 대해서는 연구보고서를 베끼고 연구원의 석박사 학위 논문을 대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연근 도의원은 “최근 몇년간 전발연의 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슈브리핑과 전북리포트에서 표절과 중복 게재가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1월 발간한 ‘유네스코 유산 등재 확대를 위한 전북 후보군과 등재 추진 방향’ 이슈브리핑은 전년도 보고서를 그대로 재인용했다. ‘전북연계협력사업발굴연구’는 대전시의 ‘휴양형 의료관광 모델’ 연구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지난 6월 한문화창조산업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며 5억원의 사업비를 두개로 쪼개 전임 원장이 재직 중인 원광대와 수의계약해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생물산업진흥원은 2012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식품위생법 관련 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 30일, 지난해 15일 등 2년 연속 영업 정지 처분을 받는 바람에 각 기업체와 연구기관으로부터 수주받은 연구 의뢰 건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식품위생 공인 검사기관으로서의 신뢰성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해당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김대중 의원은 “영업 정지로 공공기관으로서의 위상이 저하됐지만 당시 이와 관련된 직원들은 수령액은 다르지만 성과급을 고스란히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도 자원봉사센터는 올해 기관업무추진비 9800여만원이 부족하자 9급 한 명 채용을 위한 인건비 2400여만원을 전용한 것으로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혀졌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 도의회가 이를 승인해 줬지만 식대와 물품 구매 등에 썼다. 도의회 행정자치위 송성환 의원은 “봉사센터의 이 같은 행각은 예산 및 인력 승인권을 가진 의회의 기능을 무력화한 것”이라며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北, 허튼 도발로 파국 자초하지 말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4주년인 어제 북한 국방위원회가 성명을 내고 미국과 우리 정부를 맹비난하며 무력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걸핏하면 보복이니 성전이니 하며 엄포를 놓기 바쁜 그들이지만 어제 성명이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최고권력기관이 ‘핵전쟁’을 들먹이며 청와대 공격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국방위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움직임과 관련해 “우리 국권을 해치려는 가장 노골적인 선전포고”라며 “미국과 그 하수인들이 유엔 무대를 악용해 조작해 낸 인권결의를 전면 거부하며 이에 맞서 초강경 대응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위는 특히 “미국은 우리의 무자비한 보복세례를 받을 첫 과녁”이라면서 “일본과 유럽연합(EU), 박근혜 패당도 무사할 수 없다. 이 땅에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 생각하는가”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유엔 차원의 문제 제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북측이 올해 유난스럽게 반발하는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결의안이 ‘최고존엄’이라 칭하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름이 적시되진 않았으나 유엔 제3위원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인권 탄압의 최고책임자’ 같은 표현으로 김 제1위원장이 지목되자 그를 에워싼 주변의 북한 권부가 과도한 충성 경쟁에 나서면서 강경 태도를 확대 재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움직임이 우려스러운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과거에도 북한의 도발은 대개 권력 주변의 충성 경쟁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등도 북한 군부의 충성 경쟁이 배경에 깔려 있다.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2명을 전격적으로 풀어 주며 오바마 행정부에 어설픈 유화 제스처까지 취했던 북한 당국으로서는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과 함께 자신들의 ‘노력’이 허사로 끝난 지금 상황이 ‘반동적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인 것이다. 국방위는 “유엔은 20여년 전 우리 공화국이 나라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정의의 핵선언 뇌성을 울렸던 때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상기시켰다.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북핵에 관한 한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북한이고 보면 당장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북이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핵실험 가능성을 접어둘 수만도 없다고 본다. 더욱 걱정인 것은 북한 군부의 과도한 충성 경쟁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평양의 핵심 권력층과 군부는 ‘김씨 왕조’에 대한 충성심을 확실하게 내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대남 도발로 자신의 충성심을 드러내려 할 공산이 높은 환경인 것이다. 국회의 북한인권법 제정 움직임에 맞춰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북한인권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 이를 빌미로 한 북의 도발과 이에 따른 남북 간 무력충돌을 원천 봉쇄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당국도 4년 전 연평도 포격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상황임을 직시해 그 어떤 허튼 도발도 삼가야 할 것이다.
  • [사설] 푸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외교 펼쳐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다방면에 걸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그제(현지시간) 최 비서와 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김 제1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측이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밝혔다”고 전하고 “이런 북측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 비서와 함께 러시아를 찾은 로광철 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을 만난 사실을 보도했다. 양측이 정치·경제 부문을 넘어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협력까지도 논의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나 나진·선봉지구 개발 협력, 그리고 일정 수준의 군사협력 등은 물론 충분히 짐작할 만한 일이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리광근 대외경제성 부상, 그리고 로 부총참모장이 함께 러시아를 찾았다는 것부터가 이를 말해 준다. 서로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북은 특히 중국과 소원한 상태에 놓인 처지로, 그 어느 때보다 동병상련의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점도 북·러 협력의 동력이 된다고 본다. 문제는 양측이 앞으로 펼쳐 보일 군사협력의 수준이다. 그저 군부 차원의 교류 확대를 넘어 낙후된 북의 군비를 새롭게 정비하고,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이는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특히 일각의 전망처럼 러시아 함대의 북한 주둔이나 러시아 최신예 전투기 북한 판매가 성사된다면 이는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행위로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서울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러 삼각협력을 위한 공동 노력을 다짐한 바 있다.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 추진에 반발하며 북이 무력도발 위협을 높이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대북 협력은 자칫 북으로 하여금 동북아 정세를 오판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푸틴 행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냉전시대로의 회귀는 푸틴도 원치 않으리라 믿는다.
  • [서울광장] 옳지 않은데 ‘애국’이라 주장하면 용서해야 하나/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옳지 않은데 ‘애국’이라 주장하면 용서해야 하나/문소영 논설위원

    지난 한 달 동안 틈틈이 본 미국 드라마가 있다.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나쁜 것을 깨뜨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쁜 짓으로 막 나가기’나 ‘막장으로 치닫기’ 정도가 제목이다. 주인공 월터 화이트는 미국 뉴멕시코주에 사는 40대의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가벼운 뇌성마비를 앓는 10대 아들과 늦둥이를 임신한 또래의 아내를 홀로 벌어 부양한다. 세차장 카운터 보기까지 투잡을 뛰던 성실한 그는 어느 날 폐암 3기의 진단을 받는다. 주택담보대출의 상환이 끝나지 않은 수영장이 딸린 집과 자식들의 대학진학 자금 등을 걱정한 월터는 순도 97%의 전설적인 마약을 제조하는 ‘하이젠버그’의 삶도 병행한다. 2008년에 시작해 2012년까지 5년치로 모두 62개의 일화다. 천재적인 화학자이자 순수하면서 헌신적인 아버지 월터는 시즌이 늘어날수록 차마 견딜 수 없는 범죄자가 돼 간다. 마약 카르텔뿐 아니라 살인 사건에도 연루된다. 월터는 가족의 비난을 봉쇄하고자 “오로지 가족을 위한 일이었다”고 강변했다. 월터가 “가족을 위한 일이었다”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이상하게도 “국가를 위한 일이었다”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검찰이나 국가정보원(국정원) 등 권력기관 등에서 주로 하는 말이다. 국가에 헌신적인 한국인 다수는 ‘국익’이니 ‘애국’이니 하는 단어와 버무려지는 사건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불법인지 편법인지 합법인지 합헌인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면 나중에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는데도 말이다. 최근 검찰이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대한 무더기 징계 요구를 했고,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권영국 변호사 등을 고소·고발해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징계를 요구한 이유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피의자에게 진술 거부나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강요했다”며 이는 변호사의 진실의무와 충돌한다는 주장이다. 검찰과 민변의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갈등은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라는 분석이다. 민변은 국정원이 탈북자 유우성씨에게 덮어씌우고자 했던 증거가 위조·조작된 거짓 증거라는 사실을 폭로했고, 그 결과 검찰은 재판에서 졌다. 또 최근 법원은 간첩 증거조작에 관련한 국정원 직원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니까 이번 징계 요청은 국정원이 탈북자로 대한민국의 시민이 된 사람을 간첩 몰이 한 것은 엄연한 잘못이었음에도 ‘민변이 국익을 해쳤다’는 식의 나쁜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게 된다.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진술거부권은 헌법 제12조 2항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다.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또 같은 조 4항에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으니 ‘간첩 사건에 변호인의 조력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식의 검찰 일부의 주장은 헌법이 허용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간첩’이라는 단어에 휘둘려 변호사의 조력권을 제한한다면 헌법 제27조 4항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 추정 원칙도 위반하는 것이다. 다시 ‘브레이킹 배드’로 가 보면 이런 막장 드라마가 미국에서 5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검찰의 기준으로 ‘나쁜’ 변호사들이 맹활약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사울은 수임료를 받고 의뢰인이 된 마약 제조업자 월터를 최대한 보호한다. 월터의 부인은 변호사와 이혼상담 중에 남편이 마약 제조업자라고 밝히며 두려워하지만, 변호사는 자신은 마약수사반이 아니니 신고하지 않는다고 안심시킨다. 검찰은 인권보호 때문에 수사권이 약화됐다며 여론 몰이 방식으로 애국과 국익을 내세우며 헌법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범죄자보다 더 똑똑하게 수사할 선진적 기법들을 찾아내야 한다. 자타 공인 똑똑한 집단이 아닌가. symun@seoul.co.kr
  • 北 연평도 도발 4년… 軍, 서북도서 기동력 증강 검토

    북한이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4주년을 앞두고 유엔 인권결의안 통과에 반발해 연일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당장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연평도 포격 당시와는 다른 방식의 기습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여 기동전력 증강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0일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인권결의안이 유엔에서 통과된 데 대해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행위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핵시험(핵실험)을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전쟁 억지력은 무제한 강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 상황에 따라 제4차 핵실험 등 무력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핵실험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확인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는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감시한 결과 아직까지 차량이나 물자 이동 등 특이 사항이 포착되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 경비정이 지난달 7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뒤 우리 해군 함정 사격에 대응사격하는 등 서북도서 지역에서의 무력도발 가능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군 당국은 그동안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해안포를 정밀타격할 스파이크미사일 등 포병에 대한 대응 위주로 전력을 보강해 왔으나 최근 기습 공격에 대비해 섬과 섬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기동전력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전력보강이 많이 이뤄졌지만 서북도서 지역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술비행선 사업은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 “올해 들어 고속단정과 공기부양정을 보유한 ‘전투주정대’(가칭) 창설 기본계획을 수립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도 서북도서 인근에 122㎜ 방사포(다연장로켓) 50∼60문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4년간 포병·해상전력을 보강해 왔다. NLL에 인접한 태탄 비행장에는 특수부대 병력을 태우고 저고도로 침투할 수 있는 MI2 헬기 수십 대를 배치했고 백령도 맞은편 고암포에는 공기부양정 60∼70척을 수용할 수 있는 해군기지를 완공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의 다음 도발은 2010년처럼 단순 포격이 아닌 소청도 등 주둔 병력이 적은 소규모 도서를 기습 점령하는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동 부대 창설 이외에 전술비행선 등 감시전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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