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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수상께 사죄” 엄마부대 주옥순, ‘미신고 집회’ 검찰 송치

    “아베 수상께 사죄” 엄마부대 주옥순, ‘미신고 집회’ 검찰 송치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아베 수상께 사죄드린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미신고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주옥순 대표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주옥순 대표는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사전에 신고하지 않고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4차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개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 일본 정부에 사과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머리를 숙여 일본 정권과 일본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저희 지도자가 무력하고 무지해 한일 관계를 파괴한 것에 대해서 아베 수상님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면서 “아베 수상님과 좋은 이웃이 되기를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부디 화이트리스트에서 절대 제외하지 말고 간절한 호소를 들어달라”고 강조했다.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일본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이에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지난해 8월 “기자회견을 빙자한 미신고 집회인데다, 집회 금지 지역인 외교기관 인근 100m 이내에서 개최했다”면서 “명백한 집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주옥순씨를 고발했다. 주옥순 대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경북 포항시북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토플 보는 초1… ‘영어 몰입’ 사립초, 年1000만원에도 줄섰다

    토플 보는 초1… ‘영어 몰입’ 사립초, 年1000만원에도 줄섰다

    주당 19차시·정규 교과에도 영어 배정 원어민 강사·美교과서 활용 교육 ‘인기’ 서울 38개교 입학 경쟁률 2년 연속 상승 ‘놀이 위주’ 강조한 교육당국 방침 무시 “영유아 영어 사교육 과열 부추겨” 지적서울시내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경쟁률이 2년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허용된 초등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이 ‘영어 몰입교육’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사립초의 인기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서울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사립초등학교 입학 경쟁률’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 서울 사립초(38개교)의 평균 입학 경쟁률은 2.05대1로, 2018학년도 1.8에서 2019학년도 2.0으로 오른 이후 2년 연속 상승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 자원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립초의 인기 상승 곡선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관내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는 7만 1356명으로 전년(7만 8118명)보다 6762명(8.7%) 줄었지만, 사립초 지원자는 7814명으로 전년(7485명)보다 4.4% 늘었다. 사립초는 연간 1000만원 안팎의 학비를 부담하는 대신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이 선호해 왔다. 그러나 일부에서 비싼 학비를 감당할 만큼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의견 등이 나오며 경쟁률은 2014학년도에 정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런 가운데 사립초 입학 경쟁률이 최근 2년간 반등한 요인은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영어수업이 허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8년 ‘선행학습 금지법’이 적용돼 초등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면서 2018학년도 경쟁률이 내려갔으나 교육부가 방과 후 영어수업 허용 여부를 검토하면서 2019학년도 경쟁률이 다시 2.0대1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방과 후 영어수업이 재개되며 2020학년도에도 경쟁률이 소폭 올랐다는 분석이다. 사립초는 입학 단계부터 원어민 강사와 미국 교과서 등을 활용한 ‘영어 몰입교육’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사립초의 이 같은 초등 저학년 대상 영어교육이 ‘과도한 학습 위주는 안 된다’는 교육당국의 방침마저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서울 사립초 9개교의 2020년도 신입생 입학설명회를 참관한 결과 이들 학교가 방과 후 영어수업을 주당 19차시까지 배정하거나 정규 교과 시간에 영어수업을 배정해 학생들이 사실상 의무 참여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교육청의 ‘2020 방과후학교 길라잡이’에 따르면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은 주당 최대 5차시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강제 참여 유도를 금지하고 있다. 또 학습이 아닌 놀이와 활동 중심이어야 한다는 게 교육당국의 방침이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레벨테스트와 토플시험 등을 시행해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단체는 지적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허용되면서 사립초의 경쟁률 상승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사립초의 영어 몰입교육은 영유아 영어 사교육 시장의 과열로 이어지는 만큼 교육당국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우한 방문 안 밝힌 환자, 확인 안 한 병원… 2차 방어선 무너졌다

    우한 방문 안 밝힌 환자, 확인 안 한 병원… 2차 방어선 무너졌다

    하루 뒤 콧물·몸살… 병원 외 자택 대기 5일 만에 우한 방문력 밝혀 ‘능동 감시’ 접촉자 중 유증상 가족 1명 ‘음성’ 확인 역학조사 때 거짓 답변, 벌금·징역 규정 의사 진료 때 거짓 답변 처벌 대상 아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 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공항버스, 택시 등을 타고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귀국 하루 뒤인 지난 21일부터 콧물과 몸살 기운을 보여 귀국 당일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질병관리본부는 28일 밝혔다. 만약 미약하게나마 환자에게 증상이 있었다면 공항버스, 터미널, 택시 등에서 마주친 이들 모두 안심할 수 없다. 지역사회 바이러스 전파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환자는 병원 방문 외에 집에서만 머물렀다곤 하지만 질본은 접촉자를 172명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밀접접촉자는 95명이다. 대부분 항공기 탑승자, 공항버스 탑승객, 의료기관에서 함께 진료받은 사람 등이다. 접촉자 가운데 가족 1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지만 음성으로 확인됐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국 시 환자가 느끼기에 무증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입국 다음날 증상이 나타난 것을 보면 입국 당시에도 증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서 항공기 탑승객까지 접촉자 범주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는 20일 오후 4시 25분 우한발 직항편(KE882)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에 공항버스(8834번)를 타고 경기 평택시 송탄터미널로 가서 택시로 갈아타고 집에 갔다. 질본은 이 환자가 인천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만 해도 본인이 느끼기에는 증상이 없어 건강상태질문서에 아무런 내용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1차 방어선인 공항 검역도 이 환자를 걸러 내지 못했다. 2차 방어선도 무너졌다. 네 번째 환자는 21일 감기 증세로 평택 소재 의료기관(365연합의원)을 찾았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환자의 우한 방문 이력이 떠서 의사가 ‘우한에 다녀왔느냐’고 물었지만 환자는 ‘중국에 다녀왔다’고만 했다. 증상도 경증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의심하지 않고 귀가 조치를 해 버렸다. 무증상으로 입국해 공항에서 거르지 못한 환자를 지역 의료기관에서 걸렀어야 하지만 의료기관의 부주의와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환자의 잘못으로 의료기관 방어벽까지 무력해졌다. 22~24일에는 자택에만 머물렀다. 그러다 25일 발열·근육통 등 증상을 보여 앞서 내원한 의료기관을 재방문해 그제야 우한 방문력을 밝히고 진료를 받아 능동 감시 대상이 됐다. 26일에는 근육통이 악화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보건소 구급차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환자는 폐렴 증상을 보이고 있다. 정 본부장은 “21일 의료기관 방문 당시 우한 방문력이 확인됐더라도 콧물과 경미한 몸살 기운만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기준으로는 신고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의료기관 측이 환자의 말만 듣고 돌려보낸 것을 가지고 의료기관의 과실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는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 방문자에 대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중 어느 하나라도 확인되면 바로 의심환자(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환자가 거짓 답변을 했다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의사에게 진료받을 때 거짓 답변을 한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2차 방어선이 뚫렸는데도 불구하고 의사와 환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이유다. 정 본부장은 “현재 해당 의료기관은 폐쇄됐고 항공기, 공항버스 등은 모두 소독했다”면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정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의료기관의 인식 등이 많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의료단체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 서거 15주기…‘재평가’ 이뤄질까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 서거 15주기…‘재평가’ 이뤄질까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에 온정적 태도를 보였다가 실각한 자오쯔양(1919∼2005)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 됐다. 가족과 지지자들은 지금도 그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27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자오 전 총서기 서거 15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톈안먼 사태 관련단체 회원들이 베이징 창핑구의 민간 묘지 톈서우위안에서 추모 행사를 가졌다. 공안당국은 묘역 주변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얼굴 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자오 총서기의 차남 자오얼쥔은 “지난해 10월 이곳에 부친의 묘지를 처음 조성했을 때와 비교해 (위치나 배열 등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묘지는 나무와 울타리 등으로 시야가 가려져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찾지 못하게 돼 있다. 2016년 폐간된 진보성향 월간지 ‘옌황춘추’의 부편집장 왕옌쥔은 “아직도 (중국에는) 자오쯔양을 제물로 삼으려는 이들이 많다”면서 “그의 묘지는 외부에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오쯔양과 친분이 두터웠던 톈지윈 전 국무원 부총리가 그를 추모하고자 묘지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가 불발됐다고 홍콩 매체들이 전했다. 톈 전 부총리는 자오 총서기 서거 2년 뒤인 2007년 옌황춘추에 “자오쯔양은 절약을 몸소 실천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톈안먼 사태 뒤 중국 언론이 자오 총서기의 공적을 기술한 첫 기사였다. 1989년 초까지만 해도 자오쯔양은 덩샤오핑(1904~1997)이 아끼던 후계자였다. 하지만 5월 톈안먼에서 민주화 시위가 시작되자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군의 무력진압을 반대하고 시위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 보려다가 덩샤오핑의 눈 밖에 난 것이다. 그는 당 요직에서 축출됐다. 중국 당국은 다음달 4일 학생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후 자오쯔양은 가택연금돼 자연인으로 지내다가 2005년 1월 17일 별세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사망 뒤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공묘 지도자 구역에 안치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베이징 당국은 그의 묘지가 민주화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이를 막아왔다. 유족은 자오쯔양의 유골을 베이징 자택에 보관해 오다가 자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로 민간 묘역에 안장할 수 있었다. 당시 시 주석의 부친 시중신(1913~2002)과 자오쯔양이 절친한 관계였다는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가 말년에 살았던 베이징의 옛집에는 지금도 지지자와 추모객이 종종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 방송은 자오쯔양이 쓰던 옛집의 서재에 사진과 기록물, 소장품을 보관한 소규모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2005년 1월 신화통신은 그의 죽음에 대해 ”당과 인민 사업에 유익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1989년 정치적 풍파 속에 엄중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은 그에 대한 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15년 환구시보는 “중국 당국은 자오쯔양 10주기에 어떤 평가도 내놓지 않았다. 침묵 역시 일종의 태도 표명”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자오쯔양의 딸 왕옌난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부친에 대한 정치적 복권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은 다른 문제”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북한도 긴장…靑 방어 ‘미사일 방패’ 어디까지 왔나

    북한도 긴장…靑 방어 ‘미사일 방패’ 어디까지 왔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트리엇 미사일’3번의 개량으로 요격 성공률 70%로‘SM-3’ 최대 고도 1000㎞서 요격가능‘첩보위성’도 요격미사일로 격추 성공 독일의 ‘V2 로켓’ 개발 이후 미사일 개발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탄도미사일’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만들어 냅니다. 포물선을 그리는 방식으로 하늘로 치솟았다가 지구 중력을 이용해 음속(시속 1224㎞)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내려오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로는 대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군사 강국들은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방공 유도무기’입니다. 26일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 등에 따르면 미국은 1954년 최초의 실전배치용 지대공 미사일 ‘나이키 에이젝스’(MIM-3)를 시작으로 1959년 ‘나이키 허큘리스’(MIN-14), 세계 최초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나이키 제우스’(LIM-49) 등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1960년에는 최대 40㎞ 거리의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최초의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호크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나이키 제우스조차 음속보다 훨씬 빨리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을 실제로 요격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지대공미사일 ‘패트리엇’입니다. 패트리엇은 최근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7일 군이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 패트리엇 포대를 설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곳에는 신형인 ‘PAC-3’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커드 미사일’ 요격 TV 방영…열광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활을 걸었던 북한은 2018년 우리 군의 PAC-3 도입에 대해 “무력증강 책동”이라며 비난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대체 어떤 무기이길래 북한이 이런 신경전까지 벌였을까요. 1980년대 미국의 방산업체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패트리엇은 당초 ‘항공기 요격’을 목표로 개발됐습니다. 그러나 12초 안에 마하 5(음속 5배)에 도달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갖춰 실전 배치된 ‘PAC-1’(MIM-104B)은 레이더 성능을 개량해 최대 24㎞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1986년에는 자국의 ‘랜스미사일’을 요격해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요격 성능을 높이기 위해 패트리엇 1개 포대는 레이더와 8개의 발사대로 구성됐습니다. 패트리엇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PAC-2’(MIM-104C)부터입니다. 레이더 해상도를 더 높이고 GPS(위성항법장치)를 추가했으며 탄두와 근접신관(일정한 거리에 도달하면 폭발하는 신관)을 개량했습니다. 1991년 이라크를 침공한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실전에 투입됐습니다.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요격하는 모습이 TV 전파를 타자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리며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요격률은 40% 내외로 확인되며 성능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우리 군도 2008년 1조원을 들여 뒤늦게 독일이 사용한 중고 PAC-2를 도입했는데, 2012년 한미 공동연구결과 탄도미사일 요격성능이 40% 미만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 우리가 새로 도입 결정을 내린 것이 ‘PAC-3’(MIMG-104F)입니다. 우리 군은 PAC-3 도입으로 요격 성공률이 7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텅스텐 막대’로 직격…사거리는 2배로 PAC-3에 장착한 ‘에린트 미사일’은 직격 방식의 ‘전과확대 탄두’라는 획기적인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기존 패트리엇은 탄도미사일 근처에서 폭발시켜 잘게 쪼개진 ‘파편’과 ‘화염폭풍’ 효과로 요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탄두 낙하속도가 빨라지고 요격에 대비해 점차 두꺼운 장갑을 갖추게 되면서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탄두 폭발 뒤 다수의 ‘텅스텐 막대’를 요격대상에 돌진시키는 직격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대량생산으로 비용절감을 노린 ‘CRI 미사일’도 개발됐습니다. 에린트나 CRI도 단점이 있습니다. 고속으로 날아가는 대신 사거리가 짧아 최대 요격고도가 ‘20㎞’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2018년 요격고도를 ‘40㎞’로 늘린 ‘괴물’이 등장합니다. ‘MSE 미사일’은 2번 추진할 수 있는 ‘듀얼펄스’ 기술을 적용해 사거리를 2배로 늘렸습니다. 우리 군과 일본은 내년부터 이 MSE 미사일을 도입할 계획입니다.일본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2004년부터 PAC-3를 자국에서 면허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도입한 PAC-3 부품의 30%가 일본산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유일하게 미국만 보유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도 있습니다. 바로 ‘사드’입니다. 사드는 최대 사거리 200㎞, 최대 요격고도 150㎞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입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사격통제 레이더는 1200㎞ 거리의 물체도 탐지할 수 있습니다. 사드 1개 포대는 레이더와 6개의 발사대로 구성돼 있습니다. ●SM-3→사드→패트리엇…‘3단계 방어’ 완성 발사대 1기는 요격미사일 8발을 장착할 수 있고 재장전은 30분 안으로 가능합니다. 사드는 항공기 요격용으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미사일 요격을 위해 특수 기술을 적용했는데, 일정 거리까지 날아가면 추진체를 버리고 탄두만 날아가 탄도미사일에 직격하는 방식입니다. 또 공기가 희박한 환경에서 표적 탐색이 용이한 ‘적외선 탐색기’를 공기저항을 적게 받기 위해 측면에 장착했습니다. 가장 독특한 기술은 ‘자세제어장치‘입니다. 대부분의 미사일은 ‘보조날개’를 이용해 방향을 바꿉니다. 그러나 공기가 희박한 고고도에서는 이런 방식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드는 우주선처럼 측면으로 분사하는 ‘노즐’로 미세하게 방향을 조정합니다. 사드는 현재 미군만 운용하고 있고 전세계에 7개의 포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 포대입니다.‘바다의 사드’라고 불리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함대공 미사일 ‘SM-3’입니다. 최신 체계인 ‘SM-3 블록 2A’는 최근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했습니다. SM-3는 최대 사거리 2500㎞, 최대 요격고도는 1000㎞로 현재까지 개발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중 으뜸으로 통합니다. 지구 저궤도(550㎞) 이상으로 미사일을 쏴올리기 위해 위성 발사용 로켓처럼 3단으로 분리합니다. SM-3는 2008년 미국의 고장난 첩보위성을 격추하는 테스트를 실시해 고도 247㎞에서 실제 격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5년까지 진행된 30여회의 실험에서 요격 성공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성능을 입증했다고 합니다. 최신 체계 ‘SM-3 블록 2A’는 2015년 시험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대기권 바깥에서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SM-3’, 대기권 아래로 내려올 때 1차로 방어하는 ‘사드’, 사드로 요격에 실패했을 때 사용하는 ‘패트리엇’ 등 ‘3단계 방어체계’ 구상이 완성된 겁니다. 일본은 2023년을 목표로 해상 발사용인 SM-3를 육상형으로 개조한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드를 도입했을 때처럼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기 도입에 무려 2조 3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데다 북부의 아키타현, 남부의 야마구치현 등 포대 후보지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주한미군 사드 도입 때 중국이 반발했던 것처럼 한반도를 포함해 주변국 대부분을 감시할 수 있어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러 기술 접목해 ‘콜드론치’…한국형 사드 개발 러시아는 2007년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을 실전 배치한데 이어 탐지거리 1300㎞, 최대 사거리 600㎞, 최대 요격고도 200㎞인 ‘S-500’을 개발해 올해 도입할 계획입니다. 사드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육상 방어체계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러시아군은 ‘마하 20’(음속 20배)인 표적도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체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2018년에는 481㎞ 떨어진 표적을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2016년부터 실전 배치된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KM-SAM)은 독특하게 ‘러시아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패트리엇과 달리 수직발사대로 일단 미사일을 띄운 뒤 일정 고도에서 점화해 최대 40㎞ 높이의 요격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콜드론치’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구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을 ‘현물’로 돌려받는 과정에 러시아 기술을 전수받은 것입니다. “왜 러시아 기술을 도입했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이 방식은 차량을 표적을 향해 돌릴 필요가 없어 대응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우리는 러시아의 ‘S-400’ 기술을 토대로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최대 요격고도 150㎞의 ‘L-SAM’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사일 기술만 뜯어보면 러시아보다는 미국의 사드와 유사점이 많다고 합니다. 직격요격체와 적외선 탐색기를 이용하고 노즐을 이용한 자세제어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비록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좋은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우한 폐렴 전염성, 사스 10배? “두렵다”…설연휴 병원 확인

    우한 폐렴 전염성, 사스 10배? “두렵다”…설연휴 병원 확인

    ‘우한 폐렴’의 전염성이 사스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의 전염성에 관해 일본의 한 전문가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24일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염병 전문가인 하마다 아쓰오 일본 도쿄 의과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사스에 가까워져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다 교수에 따르면 사스의 전염성은 환자 1명으로 인해 2∼3명이 감염되는 수준이었다. 우한에서의 전염성 또한 환자 1명으로부터 2∼3명이 감염되는 정도. 그러나 우한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환자 1명으로 인해 1명이 또는 그 미만이 전염되는 정도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하마다 교수는 이달 23일 기준 감염자 583명 중 17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3% 수준으로 사스(9.6%)나 메르스(34.5%)에 비해 낮은 것과 관련해 “독성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보이지만 사망자는 확실히 늘었다”고 언급했다. 우한 폐렴이 사스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바이러스학 연구 분야 전문가로 이달 21∼22일 우한을 방문했던 관이 홍콩대학 신흥전염병국가중점실험실 주임은 중국 경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통제 불능의 상황”이라면서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감염 규모는 최종적으로 사스보다 10배는 클 것”이라고 우한 폐렴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을 규명하러 우한에 갔지만, 극도의 무력감을 느끼고 다음 날 바로 돌아왔다며 “두렵다”고 했다. 25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오전 0시 기준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4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당국이 전날 마지막으로 발표한 공식 사망자 수(26명)보다 15명 늘어난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확진된 환자는 전날보다 400명 넘게 증하한 128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26일 발표에서는 13명이 증가한 54명으로 사망자가 집계됐고, 확진 환자도 323명 늘어난 1610명으로 집계된 상태다.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만큼 정부 당국은 관련 정보 제공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25일 보건복지부는 설 연휴 동안 국민의 의료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고 의료공백 없는 안전한 설 연휴를 위해 이 기간(24~27일) 문을 여는 병원과 약국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설 연휴 진료 의료기관은 및 약국 수는 24일 9330곳, 25일 3189곳, 26일 4249곳, 27일 1만3751곳으로 조사됐다. 설 연휴 중 병원 방문이 필요할 경우 모바일 간편 병원 예약접수 서비스 ‘똑닥’을 이용하면 쉽게 진료 병원을 찾을 수 있다. 똑닥 앱에서는 병원 명을 모두 입력할 필요 없이 병명, 진료과 등 필요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건에 맞는 병원이 검색된다. ‘야간진료’ 등 특수한 키워드로도 검색할 수 있으며, 예약과 접수도 가능하다. ‘문 연 약국’, ‘연중 무휴 약국’ 등 다양한 조건의 약국 검색 기능도 제공한다. 병원과 약국 모두 문을 닫은 늦은 밤 갑자기 아플 경우에는 ‘응급실’을 검색하면 된다.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은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에 문을 연 병·의원과 약국 지도는 물론 진료시간, 진료과목 등을 알려준다. 야간진료기관 정보,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 정보, 응급처치요령 등 유용한 내용들도 담겨 있다. 앱스토어나 포털사이트 등에서 ‘응급의료정보제공’을 검색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서도 진료 병원을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 포털 검색창에 ‘명절병원’을 입력하면 ‘응급의료포털 E-Gen(https://www.e-gen.or.kr/egen/holiday_medical.do)’이 상위에 노출된다. 복지부 누리집(www.mohw.go.kr)에서도 설 연휴 문 연 병원을 찾을 수 있다. 129(보건복지상담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120(시도 콜센터) 등 전화 안내를 통해서도 주변 어느 의료기관이 문을 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는 중국에서 시작된 우한 폐렴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만큼 감염증 예방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중국 방문 이후 발열, 호흡기 증상 등으로 우한 폐렴이 의심되는 경우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기보다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또는 보건소로 신고 후 대응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부득이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했을 경우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료진에게 신속히 의심 여부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추미애 탄핵·특검’…설 연휴 후 벼르는 한국당·새보수당

    ‘추미애 탄핵·특검’…설 연휴 후 벼르는 한국당·새보수당

    황교안 “검찰무력화, 특검 필요성 뚜렷”새보수 “文대통령, 추미애 즉각 해임”청와대·법무부와 검찰의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불구속 기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2차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 속에 설 명절을 보낸 보수 야권이 26일 연휴가 끝난 후 추 장관 탄핵과 특검 카드 등 본격적인 대응을 벼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추 장관이 검찰 인사권과 직제 개편으로 검찰의 조국 법무부 전 장관과 청와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추 장관이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만들어준 혐의로 최 비서관이 불구속 기소된 과정에 대해 감찰을 시사하며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착수했다고 보고 있다.이에 한국당은 특검 카드를 공식화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례적으로 연휴 첫날인 지난 24일 긴급 입장문 발표로 설 명절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이 정권의 검찰 무력화, 사법 방해가 극에 달하면서 더이상 특검 논의를 자제할 수 없게 됐다”며 “한국당은 특검을 통해 이 난폭한 정권의 권력 사유화를 막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그동안 한국당은 검찰 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차원에서 특검 논의를 자제해왔는데, 특검 필요성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치적 목적이 명백한 인사가 반복되는 배경에 법무부의 과잉 충성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수사 대상인 청와대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는지는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 반드시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4·15 총선 전 마지막 임시국회가 될 2월 임시국회 개최 시기가 불투명해 당장 특검과 추 장관 탄핵을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한국당은 추 장관의 1차 검찰 인사 후 지난 10일 “법무부 최고권력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집권여당 및 친(親) 정부인사 수사관련 법집행에 있어서 공정성을 잃고, 검찰의 정부여당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보복성 인사를 취임하자마자 단행했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임시국회 쪼개기’로 소추안이 폐기됐다.새로운보수당도 연휴 첫날을 소속 국회의원 8명 전원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시작할 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새보수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를 향한 검찰수사를 좌초시키기 위한 음모에 다름 아닌 검찰보복인사를 즉각 철회하라”며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파렴치한 인사로 법치질서와 검찰의 독립성을 뒤흔들고 있는 추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또 “문 대통령이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끝내 검찰농단을 멈추지 않는다면 새보수당은 국민과 함께 끝장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새보수당 김익화 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보고사무규칙까지 위반하면서 윤 총장을 패싱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추 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고, 이 지검장은 추 장관의 개인 비서가 됐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하명을 받은 추 장관이 이 지검장과 한패가 돼 윤 총장의 손과 발을 잘라내는 것도 부족해 허리까지 부러뜨리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가능한 추론”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보수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첫 번째 공조로 추 장관 탄핵과 특검을 함께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특검과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처리 모두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 동의가 필요해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공조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서울광장] 연동형비례대표제 200% 활용법/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연동형비례대표제 200% 활용법/박록삼 논설위원

    천신만고(千辛萬苦). 만시지탄(晩時之歎). 사필귀정(事必歸正). 용두사미(龍頭蛇尾). 어떤 사자성어로 수식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오는 4·15 총선에서 처음 적용된다. 2018년 12월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합의할 때만 해도 새로운 민주주의 세상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국회에서 보여 준 기가 막힌 지리멸렬함은 굳이 더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민의의 왜곡을 막고 표의 평등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는, 일단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당초 기대에서는 많이 벗어났고 퇴색됐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저항하며,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고 역행시키기 위한 시도는 집요하기만 하다. ‘비례○○당’과 같은 위성정당인지 괴뢰정당인지를 설립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1차 꼼수는 지난 13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괴뢰(傀儡)라 함은 형식상으로는 독립적이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단체에 종속돼 그의 말을 따르는 단체나 정권을 말한다. 하지만 선관위 제동에도 불구하고 ‘미래한국당’이라는 이름의 창당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년 넘는 동안 파행 끝에 나타난 해프닝만으로 여기기에는 뒷맛이 너무 씁쓸하다. 민주주의는 인류의 과제이자 지향점이다. 하지만 법과 제도 만으로는 이렇듯 허망하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는 1987년 체제 이후 오랫동안 겪어 왔다. 진짜 제도의 완성은 주권을 가진 시민의 몫이다. 온갖 저항 속에 어렵사리 미흡하게나마 만들어진 제도다. 이조차 희화화하고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시민이 나서서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참여하고, 감시하고, 심판해야 한다. 4·15 총선이 세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정당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해야 하는 절차가 남았다. 정당정치의 문화가 부재하다시피 한 우리 현실에서 어떻게 진행될까. 공천 절차에 한창인 정당마다 크고 작은 잡음이 들려온다. 비례대표 일부는 나름의 기준으로 전략공천을 하고, 나머지는 공정성에 의문을 남기는 여론조사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정의당이 과거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 방식처럼 비례대표 선발에 개방형국민경선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시간의 한계, 제도의 미비 등으로 인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당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하는 것은 당장은 통쾌할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시민들의 역할이 될 수 없다. 투표에 적극 참여해 누군가를 지지하고, 누군가를 심판하는 역할 역시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요체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당 참여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의견을 개진하고 논의에 참여하며, 정당의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시민들의 삶에 굳게 뿌리를 내리는 정당이 탄생할 수 있다.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진짜 풀뿌리 민주주의는 꼭 지방자치가 아니라도 시민의 구체적인 참여와 실천만 있으면 정당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정당정치 참여는 연동형비례대표제 활용법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활용법이 있다. 다수의 노동자, 농민, 서민, 청년들은 아주 오랫동안 부자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곤 했다. 그렇게 계급 배반 투표를 해오다가 아예 정치 냉소로 돌아서버린 것은 그들 탓이 아니었다. 자신의 계급과 계층, 삶에 기반한 구체적인 요구를 담아낼 정당과 국회의원이 없었던 탓이다. 예컨대 청년 실업 문제를 실천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내는 가칭 ‘청년당’이 있거나, 농민기본소득과 생태농업에 대한 담론을 실천하는 ‘농민당’이 있거나, 도시 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빈민당’이 있다면 어땠을까. 과거에는 제도권 진입이 어려웠겠으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마당에는 이제 승산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목표를 가진 정당이 탄생하고, 이들 정당에서 시민들이 당원 활동을 하고,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시작된 만큼 특수목적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해 민생과 관련된 법안을 만드는 현실을 얼마든 꿈꿀 수 있다. 이는 정치 문화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거대 양당 중심의 획일적 가치 혹은 삶과 유리된 정치가 아닌, 다양성을 보장하는 연대의 정치 말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그때 비로소 시작된다. youngtan@seoul.co.kr
  •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해리스 대사, 호르무즈파병 압박 등으로 ‘총독’ 비난받아역대 23명 대사 중 유일 직업군인 출신, 국민에게 낯설어결례 논란 전임 대사도 자유롭지 않아…현대사에 영향력미국대사 과거 막후 외교관이었지만 지금은 공공 외교관변화된 역할 조정 과정서 시행착오 겪으며 논란 불거져 ●한국민에게 낯선 미국대사, 해리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총독처럼 행세하지 않느냐. 자기가 무슨 총독인 줄 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공개된 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7일 KBS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곳에(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며 정부에 파병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총독 행세’라고 비판한 것이다.해리스 대사가 16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당정청은 일제히 반발했다. 다음 날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통일부 이상민 대변인),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청와대 관계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남북 협력 사업뿐만 아니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관련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명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분담금을 50억 달러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리스 대사는 같은 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한국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종료 결정을 번복할 것을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우선 대사의 개인적 성향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대사는 첫 직업군인 출신 주한 미국대사다. 1949년 부임한 1대 존 무초 대사부터 해리스 대사까지 23명 대사 중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비외교관 출신 6명 중 해리스 대사를 제외하고는 외교를 전공한 교수이거나 한국과 인연이 깊은 목사, 외교에 익숙한 중앙정보부(CIA) 출신 요원, 국회와 국방부에서 외교를 담당한 정치인이었다. 군인 출신으로 외교적 수사보다 직설 화법에 익숙한 해리스 대사가 한국민에겐 ‘낯선 대사’라는 것이다.외교 소식통은 “한국어에 능숙한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 한국민과 스킨십을 즐겼던 마크 리퍼트 대사에 익숙했던 한국민에게 4성 장군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스 대사의 야전군 사령관 스타일이 낯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한 미국대사의 행보와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표출하는 등 거만한 태도를 보여 이 대통령의 반감을 샀다. 박정희 정권에 베트남 파병을 압박했던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카운터파트인 이동원 외무부 장관을 ‘패싱’하고 정일권 국무총리, 박정희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는 오만함을 보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진보적인 노무현 정부와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정부가 마찰을 빚던 당시 노무현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과 어긋나는 발언을 해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총독’이라는 논란은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 정부와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미국대사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의 분기점마다 주·조연으로 등장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와 한국 정치에서 한복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국가원수급 대우 받은 초대 미국대사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주한 미국대사는 존 무초 대사다. 무초 대사는 1948년 8월 13일 주한 최고대표로 임명돼 사흘 후 부임했다. 미국은 이듬해 1월 1일 한국을 정부로 승인하고 4월 7일 무초 최고대표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했다.1년 전 남북에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을 ‘장엄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1949년 4월 20일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는 이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 등 삼부 요인이 모두 참석했고, 무초 대사는 중앙청에 육해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입장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은 무초 대사는 1950년 이 대통령과 6·25 전쟁 첫 2년을 함께 겪었다. 무초 대사는 전쟁 발발 직전인 6월 초 미국 의회에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전쟁 당일인 25일 워싱턴 국무부에 “북한군의 전면 공격이 시작됐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의 관저인 경무대로 들어갔다. 무초 대사는 피난가겠다는 이 대통령을 말렸지만, 이 대통령은 무초 대사에게 알리지 않고 27일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갔다. 무초 대사는 이 대통령의 행동에 분노했지만 이후 한국 정부를 따라 수원·대전·대구·부산으로 피난가던 도중 이 대통령을 자신의 차에 태워 피신시키기도 했다. ●이승만 하야 작전의 선봉장?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독립운동을 한 친미주의자였지만, 집권기에는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기간 휴전 반대,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휴전을 원하던 미국과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쟁 후에 미국은 냉전 전략의 일환으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뿌리쳤고, 미국의 우려에도 독재의 길을 걸어가면서 양측의 갈등은 악화됐다. 미국 정부는 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미국대사들이 야당 인사들과 접촉하며 최전선에서 하야 계획을 수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대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1955년 5월 취임한 3대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재한 미국인 상사에 세금을 물리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충돌하자 이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반감을 느껴 이례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사 교체를 요청했고, 취임 다섯 달 만에 레이시 대사는 사임했다. 후임인 4대 월터 다울링 대사는 진보당 사건, 보안법 파동 등 이승만 정권의 정치 탄압을 두고 이 대통령과 부딪쳤다. 다울링 대사는 이승만 정권이 1958년 야당 진보당의 조봉암 당수 등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사형을 구형하자 정권 2인자인 이기붕 국회의장을 두 차례 만나 조봉암을 구명하려 했으나 조봉암은 1년 후 사형당한다. 1958년 12월에는 이승만 정권이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일방 통과시키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다울링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1959년 12월 부임한 5대 월터 매카너기 대사는 이승만 정권의 종말에 일조했다. 매카너기 대사는 1960년 4·19 혁명 당일 “시위자들과 당국이 폭력을 자제하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정당한 불만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시위대에 우호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19일과 21일 경무대에 이 대통령을 찾아가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26일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자 매카너기 대사는 “전국적으로 퍼진 정당한 국민의 불만 표시에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미봉책을 취할 시기가 아니다”며 이 대통령의 하야 요구를 시사하는 성명을 냈다. 직후 경무대로 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야 의사를 전달 받았다. 경무대 앞에 있던 시위대는 매카너기 대사의 차가 경무대에서 나오자 그가 이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며 ‘매카너기 만세’, ‘미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박정희 인정하되 미국 요구 관철시킨 대사들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하에서 미국대사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반공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을 돕기도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이들을 견제하기도 했으며, 국익과 가치의 딜레마에서 이들의 독재를 방관하기도 했다. 1961년 5·16 쿠데타가 발발하고 한 달여 후 취임한 6대 새뮤얼 버거 대사는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을 사실상 인정하되 미국의 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쿠데타 발발 당일 마셜 그린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카터 매그루더 주한미군사령관이 쿠데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버거 대사는 박정희에게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는 전역하고 1963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년 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기본조약 등을 체결했다.7대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박정희 정권에 미국이 수행하던 베트남전 참전을 압박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4년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하자 그 해 9월 베트남에 의무 요원과 태권도 교관을 파견했는데, 브라운 대사는 12월 박정희 대통령에게 증파를 요청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 10월부터 전투부대를 파병하기 시작했고, 브라운 대사는 이듬해 3월 한국의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담은 ‘브라운 각서’를 전달했다. 브라운 각서와 월남 특수로 한국은 경제·군사적 성장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국군 장병의 피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유신 정권과 대립했던 대사들 1970년대 미국에 닉슨·포드·카터 정부가 차례로 들어서고,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 개정으로 독재의 길을 걸으며 양국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냉전 완화(데탕트)를 이유로 아시아에서의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 국가들의 자력 방위를 요구하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닉슨 독트린에 따라 8대 윌리엄 포터 대사는 1970년 박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6만 명에서 4만 명으로 감축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 대통령이 감축에 불만을 갖고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 요구를 거부하자 포터 대사는 “(박 대통령은) 엉클 샘(미국)의 큰 젖통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 한다”며 독설을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1971년 10월 취임한 9대 필립 하비브 대사는 ‘미국 당대의 가장 걸출한 전문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구명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비브 대사는 1973년 8월 박정희 정권이 야권 정치인 김대중을 납치하자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 하비브 대사는 박 대통령에게 “김대중 납치 사실을 알고 있으며 김대중이 죽는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끝장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서울지부장이자 후일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는 도널드 그레그가 회고했다. 김대중은 납치 닷새 후 서울 자택에서 풀려났다. 후임 10대 리처드 스나이더 대사는 박정희 정권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사실을 알아채고 박정희 정권에 경고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독재 정권의 견제자인가 방관자인가 11대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는 1978년 7월 취임, 이듬해 10·26 사태와 12·12 쿠데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사의 주요 변곡점을 겪은 인물이다. 1977년 출범한 카터 정부는 도덕주의 외교 노선을 앞세우며 박정희 정권의 독재 정치를 비판하고 주한미군 철군을 추진함에 따라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카터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미군 철군 계획을 철회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1979년 10월 국회에서 여당 공화당과 유신정우회를 동원해 야당 신민당의 김영삼 총재를 의원직에서 제명하자 카터 정부는 항의의 뜻으로 글라이스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했다.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할 당시 글라이스틴 대사와 미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최소 방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과 그의 참모들을 만나 광주에서의 군사 작전을 항의하기도 했으나,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수행하기 하루 전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에) 군사작전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에 보고한 것으로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신군부의 진압작전을 묵인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99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신군부의 행동에 미국이 공모자는 아니었으나 무력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12대 리처드 워커 대사는 1981년 8월부터 1989년 1월까지 약 7년 5개월간 재임해 현재까지 최장수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1대 무초 대사부터 11대 글라이스틴 대사까지 모두 직업 외교관이었으나, 워커 대사는 학자로서 첫 비외교관 출신 주한 미국대사이기도 하다. 워커 대사는 1980년 7월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을 석방시키는 데 역할을 했지만, 김대중 석방 대가로 전두환 대통령의 조기 방미를 성사시켜 12·12 쿠데타와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민주화 이행기의 CIA 출신 대사들 13대 제임스 릴리 대사와 14대 도널드 그레그 대사는 CIA 요원 출신으로, 1987년 6·10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93년 문민정부 출범까지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목격했으며 민주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방조 의혹으로 반미 정서가 고조됐던 1980년대 말 부임했던 릴리 대사와 그레그 대사는 한국민의 거센 반감에 직면해야 했다. 릴리 대사는 반미 시위대로부터 수차례 인형 화형식을 당했으며, 그레그 대사는 시위대의 관저 침입을 겪기도 했다. 특히 릴리 대사의 후임으로 연이어 CIA 출신인 그레그 대사가 미국대사로 임명되자 야당과 언론은 ‘미국이 한국을 외교 대상이 아닌 정보·공작 대상으로 본다’며 반발하기도 했다.하지만 1987년 6·10 항쟁 당시 전두환 정권이 명동성당에 강제 진입해 학생들을 연행하려 하자 릴리 대사는 13일 최광수 외무부 장관을 만나 “전 세계가 떠들썩해질 것”이라며 진입을 저지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계엄령을 검토하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시위를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요청해 받았다. 릴리 대사는 전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18일 거절 의사를 밝혔다. 릴리 대사는 결국 다음 날 전 대통령을 찾아가 친서를 전달하고 “무력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고 경고했으며 전두환 정권은 계엄령 선포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레그 대사는 취임 약 4개월 후인 1990년 1월 광주를 찾아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책임을 묻는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 전 대통령을 취임 후 첫 외국 정상으로 초청한 것은 김대중을 사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레그 대사는 노태우 정권의 남북화해정책과 북방정책을 지지했으며 미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철수를 추진하며 1992년 남북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레그 대사는 1992년 남북화해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취소하도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한미 정부는 그레그 대사와 상의 없이 훈련을 재개하면서 북한은 준선시상태를 선언했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그레그 대사는 2015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내가 대사로 봉직하던 기간 중에 미국이 결정한 유일한 최악의 실수”라고 했다. ●북핵 전문 외교관 전성시대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되자 미국의 대한국 외교는 물론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북핵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1993년 11월 취임한 15대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목사 출신으로 직업 외교관은 아니었으나, 1947~1950년 서울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고 1959~1964년 연세대에서 신학을 가르친 ‘지한파’였다. 레이니 대사는 1994년 북한이 영변의 핵연료봉 추출을 강행하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정밀 타격을 시행하려 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르자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 대북 특사로 방북해 중재할 것을 요청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으나, 7월 김 주석이 사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 하지만 북미는 9월 제네바합의를 타결하며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켰다.레이니 대사의 후임인 16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 17대 토머스 허버드 대사, 18대 크리스토퍼 힐 대사는 모두 북핵 전문 외교관이다. 보즈워스 대사는 1995~1997년 제네바합의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역할을 맡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보즈워스 대사는 2001년 주한 미국대사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2009~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북미 협상을 총괄했다. 그는 미국 대북 협상파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허버드 대사 역시 1994년 북미 제네바협상에 실무급으로 참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2001년 9월 취임한 허버드 대사는 이듬해 2차 북핵 위기를 맞게 된다. 아울러 2002년 6월 주한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압사 사건, 이듬해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2004년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반대 시위 등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한미 동맹의 균열 우려가 심화되자 이를 해결하는 데 임기를 보냈다.후임인 힐 대사는 2004년 9월 취임해 이듬해 2월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지명됐으며, 두 달 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에 취임하면서 대사직을 내려놓았다. 힐 대사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반미 감정을 누그러트리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힐 대사는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이정표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리코드 브레이커’ 대사들의 명과 암 19대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부터 23대 해리 해리스 대사까지 다섯 명의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역사의 ‘신기록 보유자’들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직전에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 중 역대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한국어 구사 대사, 성 김 대사는 최초의 한국계 대사였으며 마크 리퍼트 대사는 현재까지 최연소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해리스 대사도 최초의 직업군인 출신 대사 기록을 세웠다. 2005년 10월 취임한 버시바우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부임 초기 북한의 인권과 위조지폐 문제를 거론하고 김정일 정권을 ‘범죄 정권’이라고 칭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보였고 당시 노무현 정부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북한 비난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버시바우 대사는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때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스럽다”고 해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주장한 데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불안을 야기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으며, 민주당 측은 이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다만 버시바우 대사는 힐 대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 외교를 이어나갔다. 스티븐스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국민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공공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사로 평가받는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한국 복무를 자원, 1975~1977년 충남 예산군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 그는 1978년 국무부에 입부한 후 1983~1989년 한국에 다시 와 서울 대사관과 부산 영사관에서 근무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2008년 10월 취임하자마자 33년 전 봉사한 예산중학교를 방문, “예산은 내가 외교관으로 필요한 자질을 배웠던 곳”이라며 한국 국민의 마음을 샀으며, 블로그도 개설해 글을 연재하며 ‘파워 블로거’로서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후임 성 김 대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자회담 특별대표를 역임하다 그 해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김 대사는 2017년 주필리핀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듬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과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했다. ●‘같이 갑시다’ 한미 동맹 캐치프레이즈 만든 리퍼트 리퍼트 대사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2008년 오바마 정부 인수팀에 합류했다. 정부 출범 후 국방장관 수석보좌관,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2014년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이전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들이 ‘늘공’(늘 공무원)이었다면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참모로서 관직을 맡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셈이었다.리퍼트 대사는 2015년 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기종 씨에 의해 습격을 당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습격 소식이 전해지자 리퍼트 대사의 수술은 물론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의 여론이 높아졌다. 리퍼트 대사는 사건 당일 수술을 마치고 트위터에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합시다. 같이 갑시다!”라고 올리며 우려의 여론을 신속히 잠재울 수 있었다. 이후 ‘같이 갑시다’(Go together)는 한미 동맹의 캐치프레이즈가 돼 한미 동맹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인사말이나 건배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됐다. 리퍼트 대사는 대사 부임 전 한국과 인연이 별로 없었지만, 부임 후 빠르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익히며 한국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부임 후 갖게 된 첫째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줬고, 딸에게도 ‘세희’라는 미들 네임을 붙였다. 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 유명한 리퍼트 대사는 대사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후에도 야구장을 찾아 두산을 응원하면서 ‘야구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막후 외교서 공공 외교로 대사의 역할 변화했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2월 주호주 미국대사로 지명됐다가 세 달 후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된 뒤 7월 취임했다. 전임 리퍼트 대사가 퇴임하고 1년 6개월여 만에 공석을 메운 터라 기대도 높았던 반면, 그가 대북·대중 강경파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6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해리스 대사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한미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개인의 신념이라기보다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대변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뿐만 아니라 전임 대사들도 한국 정부와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항상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버시바우 대사도 재임 기간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의 기조대로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해 해리스 대사처럼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스티븐스 대사도 2010년 한미의 핵심 현안이자 2000년대 한국 내 반미 정서의 주요인이었던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국의)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를 바라지만 이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며 비록 정제된 톤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그럼에도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분담협상 등 한미 관계의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를 전례 없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교롭게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중에 해리스 대사가 부임하고, 그의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해리스 대사에게는 ‘고압적인 미국 외교관’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미 관계가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을 변화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같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한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한미 관계가 상호 호혜적 관계로 재조정되는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대국민 공공 외교를 통해 한미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변화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과거 미국대사의 한 마디에 한국 정부의 기조가 흔들렸던 경험을 겪었던 한국민은 미국대사의 발언을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간주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대사들도 한국과 미국이 불평등한 관계에 있었던 역사와 한국민의 의심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발언함으로써 오해를 자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냉전 이후 한국의 국력이 강화되면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 변화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사 개인의 성향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한미 정부가 변화된 양자 관계 속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제된 톤으로 발표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이는 탓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조국 수사팀’ 감찰하는 추미애 “최강욱 기소는 ‘날치기’” vs 대검 “적법”

    ‘조국 수사팀’ 감찰하는 추미애 “최강욱 기소는 ‘날치기’” vs 대검 “적법”

    추 “반드시 서울지검장 결재·승인 받아야”“윤석열, 검찰청법·위임전결규정 위반소지”“절차 위반 사건 기소 경위에 감찰 필요”최 “인사 무력화 시도…인사에 보복적 기소”“공수처에서 尹 범죄행위 낱낱이 드러날 것” 대검 “檢총장 권한·책무 근거, 기소 적법” 반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로 최강욱(52)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검찰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아 23일 불구속기소 한 것과 관련해 “적법 절차를 위반한 날치기 기소”로 규정하면서 감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최 비서관은 자신의 기소를 지시한 윤 총장을 겨냥해 “검찰권을 남용한 쿠데타”라고 비난한 뒤 “관련자를 모두 고발해 직권남용이 어떤 경우 유죄로 판단되는지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최 비서관의 기소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추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최 비서관에 대한 업무방해 사건의 기소 경과에 대한 사무보고를 받아 경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처분은 지검장의 고유사무이고 소속 검사는 지검장의 위임을 받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이 건과 같은 고위공무원에 대한 사건은 반드시 지검장의 결재·승인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반하면 검찰청법 및 위임전결규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법무부는 “적법 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면서 “이에 따라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최 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하지 않자 송경호 3차장이 윤 총장 지시에 따라 이날 오전 법원에 공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곧바로 입장을 내고 최 비서관의 기소 경위에 위법성이 있다는 법무부의 입장을 반박했다. 대검은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전체 검찰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을 근거로 최 비서관 기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규정에는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가 검찰총장이기 때문에 윤 총장의 승인을 받은 공소 제기는 적법하다는 게 대검의 주장이다. 특히 검찰청법 제7조에는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대검은 윤 총장의 최 비서관 기소 지시에 불응한 이 지검장에게 오히려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반면 최 비서관은 윤 총장을 고발하겠다며 강력 비판했다. 최 비서관의 변호인인 하주희 변호사는 이날 저녁 자신의 사무실에서 법원 출입 기자단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최 비서관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검찰 인사 검증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향후 출범할 고위공무원범죄수사처 등을 통해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비서관은 입장문에서 “검찰 내부의 특정 세력이 저나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대해 허위사실을 흘려가며 인사 검증을 무력화하거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이어 “윤석열 총장을 중심으로 특정 세력이 보여 온 행태는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지휘계통을 형해화한 사적 농단의 과정”이라면서 “관련자를 모두 고발해 직권남용이 어떤 경우 유죄로 판단되는지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 조사는 물론 향후 출범할 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저들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비서관은 “검찰 인사발표 30분 전에 관련 법규와 절차를 위배한 채 권한을 남용해 다급히 기소를 감행했다”면서 “막연히 자신들의 인사 불이익을 전제하고 보복적 기소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소 내용과 관련해서도 최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의 아들은 법무법인 청맥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고 반박했다.다만 그는 “청맥은 변호사 4명으로 구성된 사실상의 합동사무소로, 정직원들조차 출근부를 따로 기재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처럼 향후 입사를 전제로 업무를 맡겨 평가하거나 기록하는 과정과는 완전히 다른 활동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의 아들이 한 일로 ‘재판 관련 서면작성 보조(문서 편집 등), 사건기록·상담기록 정리와 편철, 공증서류의 영문 교열 및 번역, 사무실 청소, 당사자 면담 시 메모, 재판 방청, 사건기록 열람’ 등을 최 비서관은 나열했다. ‘피의자 전환 여부’를 둔 최 비서관과 검찰의 신경전은 이날도 계속됐다. 최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9일과 16일, 올해 1월 3일 받은 출석요구서를 공개하며 일반적으로 ‘피의자’에게 보내는 출석요구서와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자신이 받은 출석요구서에는 입건된 피의자에 부여되는 ‘형제’ 번호가 아니라 입건되지 않은 사건에 붙이는 ‘수제’ 번호가 적혀 있고, ‘피의사건’ 이 아닌 ‘사건’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 비서관은 출석요구서 내용 중에는 법규에서 금지된 ‘압박용’ 표현이 포함돼 있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 “검찰사건 사무규칙에 따라 ‘피의자’에게 적법한 출석 요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규칙에 따르면 피의자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기 전에 그 혐의로 수사를 개시한다고 사건번호를 부여하는 ‘수사사건 수리’ 절차를 거쳐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전산 입력해야 한다”면서 “또 수사사건의 피의자를 상대로 신문조서를 작성하거나 체포 등 강제수사가 이뤄졌을 때 입건 절차를 추가로 밟는다”고 설명했다. 최 비서관에 대해 수사사건 수리가 이뤄졌으므로 피의자 신분이 맞고, 수제번호가 아닌 형제번호는 신문이나 체포 등으로 입건 절차가 이뤄진 뒤에 부여한다는 설명이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벌떼처럼 날아다니는 ‘군집드론’…미사일 만큼의 위력

    벌떼처럼 날아다니는 ‘군집드론’…미사일 만큼의 위력

    영화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에서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드론이다. 악당 미스테리오는 대규모 드론을 이용해 스파이더맨과 혈투를 벌이고, 다양한 가상 현실을 만들어 혼란에 빠뜨린다. 일사분란하게 대열을 이뤄 싸우는 수십 대의 드론은 스파이더맨을 곤경에 처하게 할 만큼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무기를 개발중에 있다. 육군이 제시한 ‘5대 게임체인저’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건 ‘드론봇’ 체계다. 특히 드론이 벌떼처럼 모여 이동하는 ‘군집 드론’은 게임체인저라는 용어 그대로 미래 전장 판도를 바꿀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지난 21일 육·해·공군 본부가 모인 충남 계룡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관으로 ‘2020년 국방부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이날 업무보고의 하이라이트는 육군의 군집 드론 비행 시연이었다. 군집 드론 비행에서는 2개 편대로 나뉜 드론이 상호 통신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며 목표물을 추적 비행했다. 군집 드론의 감시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군집 드론은 소형 드론이 새까만 새떼처럼 집단을 이뤄 비행하는 형태다. 드론이 군집을 형성해 서로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행하면서 작전을 수행한다. 적으면 수십 대, 많으면 1000대 이상의 드론이 군집을 형성한다. 자폭 기능을 가진 드론이 군집을 형성하면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8대의 군집 드론으로 이지스함을 대상으로 공격을 시험한 결과 이 중 4대가 자폭에 성공했다고 한다. 폭발물이 탑재된 드론은 같이 모이면 파괴력이 배 이상이 된다. 적군이 아무리 뛰어난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어도 물량으로 승부를 겨루는 드론떼를 막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사일만큼의 효과를 가지고 있어도 비용이 더 저렴하고 조종사가 다치는 일도 없어 효율적이다. 공격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과 제한된 시야 등의 환경을 가진 도심에서도 군집 드론은 적군을 탐지하는 데 효율적이다. 또 수십 대의 드론이 특정 지역으로 동시에 날아가는 군집비행은 그물망에 의한 포획 기술을 무력화한다. 위력적인 첨단 전력으로 꼽히는 만큼 군집 드론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추세다. 현재 군용 드론개발에 가장 앞선 미국이나 후속주자인 중국 등 강대국들은 군집 드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2016년 캘리포니아 차이나 레이크 상공에서 F/A18 ‘수퍼 호넷’ 3대로부터 103대의 드론을 방출해 목표물을 공격하는 군집 드론 비행 시험을 진행했다. 한국 육군도 군집 드론 개발에 한창이다. 육군은 민간 기업으로부터 ‘군집드론 비행 핵심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전장 가시화 기술을 구상하고 있다. 전장 가시화란 디지털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전장의 실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아직까지는 전력화로 이뤄지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집을 형성한 드론이 하나만 이탈해도 나머지 드론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고도의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는 개념발전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육군은 군집드론 기술을 여러 차례 시험하면서 운용 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전장의 복잡하고 다난한 상황을 모두 가정해야 하는 만큼 세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 수행하는 ‘29155 부대’ 실체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 수행하는 ‘29155 부대’ 실체

    #서방 정보기관, ‘29155 부대’ 활동 예측 불가러시아의 극비 암살 조직인 ‘29155부대’의 실체가 최근 서방 정보기관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영국·미국 등 서방 4개국의 정보 관리들은 이 부대가 얼마나 자주 운용되는지,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작전이 전개될지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경고한 것으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5일 NYT 보도에 따르면 불가리아 무기 거래상인 에밀리안 게브레프(65)는 2015년 4월 27일 저녁 갑자기 독극물에 중독된 것을 깨닫고 병원에 한 달간 입원했다. 당시 아들과 그가 운영하는 회사 임원 한 명도 같이 중독됐다. 사경을 헤맸던 그는 “나와 아들, 회사 임원이 사라지면 회사는 저절로 공중분해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목엣가시’ 무기거래상 독극물 공격게브레프는 한달 뒤 흑해에 있는 자택에서 또 독극물 공격을 받았으나 보름간 병원에 있다가 퇴원했다. 독극물 약효는 천천히 나타나지만 거의 치명적이다. 당시 불가리아 검찰이 사건을 살펴봤지만 살해 기도의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해 덮었다. 식사의 샐러드 나오는 야채 ‘루콜라’의 독성에 중독되지 않았느냐고 추정했을 뿐이다. 불가리아 독극물 회장 로젠 플레브넬례프는 “불가리아 정보기관들은 이 나라에 들어와 활동하는 러시아 암살팀을 탐지했다는 보고는커녕 들어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라며 “당시 불가리아 정보당국은 러시아 정보당국과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항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브레프는 러시아와 반(半) 전쟁 상태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팔고, 러시아가 오랫동안 장악한 무기 밀거래 시장에 침투했다. 나아가 무기 생산 공장을 사들이러 한 것이 러시아의 신흥 부호인 올리가르의 질투를 불러일으킨 ‘목엣가시’였다. 그는 “나는 늑대 무리에 던져졌을 뿐”이라며 지역 사업가나 정치인들이 연관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이 암살 기도 사건에 대해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와 그 정보기관의 하부조직이 러시아의 적을 제거하고 서방을 무력화하고자 벌인 작전이라는 결정적 단서로 보고 있다. #경제·군사에서 딸리는 러시아 ‘비대칭 전쟁’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세계 강국으로 다시 올려놓으려 하지만 여건이 녹록잖다. 러시아는 미국이나 경제적·군사적으로 미국 및 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게 되자 푸틴은 비대칭 ‘그림자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NYT가 분석했다. 그림자 전쟁이란 공식적 또는 직접적 전쟁이 아니라 자국의 개입 사실을 숨긴 채 특정 국가의 중요 시설을 공격하거나 요인을 암살하는 것을 말한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용병들이 시리아와 리비아,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러시아 해커들은 역정보를 흘려 분란을 일으키고, 선거에 개입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이런 요인 암살과 정치적 혼란을 일으키는 작전이 수년 동안 러시아 정보 요원들의 특별 집단인 ‘29155부대’에 의해 수행됐다고 NYT가 심도있게 폭로했다. 29155부대는 영국에 체류하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인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2018년 3월 암살 기도, 2016년 몬테네그로의 군사 쿠데타 기도, 몰도바의 사회 불안 등의 작전 수행했다. 서방이냐 러시아냐 갈림길에 섰던 몬테네그로는 쿠데타 기도 1년 뒤에 나토에 가입했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국표 당시에도 영국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英 ‘이중 스파이’, 2차대전 후 첫 화학무기 공격‘이중 스파이’ 스크리팔은 2018년 3월 치명적인 신경중독 약물에 중독됐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기록상 첫 사례여서 영국 수사당국이 러시아 국방 정보기구인 GRU를 추적했다. 러시아인의 출입국 기록을 광범위하게 추적한 결과 ‘세르게이 페도토프’라는 이름의 러시아 여권을 사용하는 남자를 특정화했다. 그는 세르비아,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2015년 3번 불가리아를 방문했는데 2월, 4월, 그리고 5월 말이었다. 그의 두 번의 방문이 게브레프의 독극물 중독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가명의 이 남성이 GRU의 고위 장교인 데니스 세르지프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 남성이 스페인을 여행했던 것으로 밝혀져 스페인 당국은 2017년 카탈루냐 독립 및 혼란과의 연계성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세르게이를 추적하던 영국이 불가리아 당국과 공조수사 결과 남성 3명이 무기 거래상 게브레프의 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3대의 핸들에 약품을 묻히는 장면에 담긴 동영상을 확보했다. 동영상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 화면 속 남성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연방수사국(FBI)에 분석을 맡겼다. #러시아, 암살의혹 부인… 체첸 반군 살해도 의혹서방 정보기관들은 29155부대의 최고 지휘관은 안드레이 아베랴노프 소장이며, 모스크바에 있는 본부 위치를 파악했다. 서방에겐 게브레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29155부대의 정체를 파악하는 로제타스톤과 같은 중요 열쇠가 됐다. 물론 러시아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독일은 지난달 전직 체첸 반군 지휘관 살해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 두 명을 추방했다. 그러나 이들이 29155부대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국정원 요원이 대통령으로, 변호사는 문제아로…배우들의 변신

    국정원 요원이 대통령으로, 변호사는 문제아로…배우들의 변신

    ‘어제 본 영화에서는 웃겼는데, 오늘 영화에서는 무게를 꽤 잡는 걸?’ 최근 개봉한 ‘미스터 주’를 보고 난 뒤 ‘남산의 부장들’을 잇달아 본다면 이런 생각이 들 법하다.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 이성민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작 가운데 이전 영화와 전혀 다른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이 눈에 띈다. 이들의 변신 모습을 비교해보는 일도 재밌을듯하다. 배우 이성민은 22일 개봉한 영화 ‘미스터 주’에서 코믹의 진수를 선보인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국가정보국 요원 태주를 맡아 사라진 VIP를 찾으려 군견 알리와 함께 합동 수사를 펼친다. 어항 속 물고기의 말을 알아듣고 “요원들한테 코딱지 좀 버리지 말라고 해”라고 소리를 지르고, 개한테 무시당하기 일쑤다.그러나 같은 날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웃음기를 싹 지웠다. 이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 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격 사망 사건 발생 40일을 따라가며 당시 정치공작을 주도한 중앙정보부 부장들의 행적과 그 이면을 그린다. 이성민은 영화에서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대통령을 연기한다. ‘외모는 많이 안 닮았지만, 박 대통령과 싱크로율이 높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 이런 평가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이다.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해치지 않아’에서 배우 안재홍은 야심 있지만, 마음 따뜻한 변호사 강태수를 맡았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동물원으로 향하고, 급기야 동물 탈을 쓰는 술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물원 직원들에게 감화해 마음을 바꾸고 법의 처벌까지 감내한다. 그는 영화에서 다소 엉뚱하면서도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는 북극곰 탈을 벗고 두꺼운 무스탕으로 갈아입었다. 안재홍은 짧은 노란 머리로 문제아다운 대사를 날린다. “이렇게 살면 우린 영원히 밑바닥”이라거나 “우린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총을 갈겨댄다. 영화 장르가 코믹에서 스릴러로 바뀌었고, 여기에 맞춰 전혀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다.전대미문의 백두산 폭발로 전역 하루 전 비밀작전에 투입된 폭발물처리반 대위 조인창. 백두산으로 향하면서 만난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요원 리준평(이병헌 분)은 말도 잘 안 듣고 일은 점점 꼬인다. 지난달 19일 개봉해 관객 800만명을 넘긴 영화 ‘백두산’에서 조인창 역을 맡은 하정우가 이번엔 딸을 찾아 어두컴컴한 벽장으로 향한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클로젯’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이 자신의 딸 이나를 찾아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 분)과 함께 벽장을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상원은 소원해진 이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새집으로 이사를 하는데, 딸은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며 웃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평온도 잠시, 이나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급기야 사라져버린다. 하정우는 딸을 구하기 위해 두렵지만 벽장으로 향하는 아버지 경훈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말 안 듣는 이병헌 대신, 김남길과 손을 잡은 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브렉시트·나토 무력화에 흩어지는 유럽… 더 복잡해진 ‘생존셈법’

    브렉시트·나토 무력화에 흩어지는 유럽… 더 복잡해진 ‘생존셈법’

    31일 英 공식탈퇴… EU, 27개국 체제로 존슨 총리 ‘대영제국’ 회귀를 꿈꾸지만 스코틀랜드 분리 등 연방 갈등 큰 숙제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여전히 변수 ‘뇌사’ 나토 무용론, 트럼프가 불 댕겨 중동 문제 개입 두고 또다시 갈등 확산 잇단 동맹체 균열로 유럽국 혼돈의 길 인류 최초로 전쟁을 통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국가가 통합하는 역사를 보여 준 유럽연합(EU)이 결국 분열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바로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럽공동체(EC)의 새로운 이름으로 1994년 1월 출범한 EU는 오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가 시작되면 영국이 빠진 27개국의 연합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유럽의 현안은 브렉시트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 행보와 맞물려 창설 70년 만에 무용론에 휩싸였다. 특히 ‘70살 생일잔치’나 다름없었던 지난해 12월 초 정상회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군사동맹 체제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회원국 간 갈등과 이기주의로 점철되며 미래를 암울하게 했다. 브렉시트가 경제동맹체로서 유럽의 한계를 드러냈다면, 나토 문제는 안보동맹체로서 유럽의 위기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U와 영국 ‘합의 이혼’… 세부 협상 1년 걸릴 듯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을 국내 법률로 대체하는 브렉시트 법안이 지난 9일(현지시간) 하원과 20일 상원을 통과하며 영국과 EU는 ‘합의 이혼’을 눈앞에 두게 됐다. 상원 표결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하원에서 다시 표결을 시도해야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는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영국은 31일 당일 보리스 존슨 총리의 대국민연설이 예정돼 있는 등 대영제국 시대로 되돌아갈 꿈에 한층 들떠 있는 모습이다. 2월부터 시작하는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영국과 EU는 무역협정 체결 등 양측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존슨 총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 협상을 끝내기를 원하지만, EU는 현실적으로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부총리는 BBC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EU는 존슨 총리가 설정한 ‘시간표’가 지나치게 야심 차다고 경고해 왔다”면서 “협상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U로부터 홀로서기에 나선 영국이지만, 이제는 스코틀랜드 등 영연방들의 ‘각자도생’ 문제를 풀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의 과반 확보를 이끌며 승리를 거뒀지만, 그와 같은 결과가 영국 모든 지역에 걸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스코틀랜드 지역의 59석 가운데 48석을 휩쓸었고, 이를 바탕으로 분리독립을 위한 새로운 주민투표를 추진할 태세다. EU 전문 매체 EU옵서버는 “12월 조기총선은 스코틀랜드와 영국이 정치적으로 확연하게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 줬다”면서 “브렉시트가 이뤄지더라도 EU에 남고 싶어 하는 스코틀랜드의 친(親)유럽적인 정치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14일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요구를 공식 거부하며 이 같은 움직임을 일단 차단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였던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영국은 앞서 자국령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 영국 관세 체제 적용을 받지만,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EU와 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올해 말까지 북아일랜드 관련 특별 협정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담긴 영국 싱크탱크 정부연구소(IFG)의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IFG는 이 보고서에서 북아일랜드 관련 탈퇴 협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영국과 EU 간 사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는 나머지 EU 회원국들에도 위기감을 주고 있다. 영국이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관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는 세계적인 국제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최신 저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에서 EU의 다음 문제를 독일과 다른 EU 국가 간 갈등이라고 예측했다. EU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을 겪으면서 독일과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인 남유럽국가 간 마찰을 경험했다. 프리드먼은 EU가 앞으로 독일과 나머지 유럽 국가들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실과 마주할 것이라며 “점점 통합을 유지하기 힘든 지점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6일 유럽의회 녹색당 의원인 스콧 아인슬리는 “EU를 탈퇴하겠다는 또 다른 회원국이 나오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70년 美·유럽 군사동맹도 붕괴되나 2008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무력 병합 당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던 나토의 모습을 보면 ‘뇌사 상태’라는 자조 섞인 비판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이 나토와의 사전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일갈했는데, 이미 12년 전부터 나토는 러시아 경계지역 문제 등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다. ●잔칫상 재 뿌린 트럼프… 유럽은 ‘동상이몽’ 오래전부터 잠복해 있던 나토 회원국 간 문제는 지난해 70주년 정상회의를 통해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마크롱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설전을 주고받았고,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2% 이상 방위비 지출 약속을 지킨 회원국들과 따로 오찬을 하는 독자 행보를 이어 갔다. 나토는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새로운 결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잇따른 서진(西進) 행보 등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나토가 새로운 공동의 적을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올해 나토 내 갈등을 다시 표출시킨 또 다른 이슈는 바로 중동 문제다. 이란과의 갈등이 커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중동에서 더 많은 비용과 부담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토는 추가 파병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이후 회견에서 “나토가 중동 지역의 안정과 국제 테러리즘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테러리즘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동맹군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병력을 훈련시켜 스스로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나토에 중동에서의 부담 규모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이미 사분오열한 나토 유럽국가들이 이 같은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클라우디아 마요르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방위동맹체로서 나토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의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맹국들 간에도 현재 현안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할지, 심지어 나토가 (이 같은 분쟁지역에)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北인민무력상에 ‘원산갈마 건설’ 김정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심 사업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지구 건설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관이 남측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상에 임명된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산림복구 및 국토환경보호 부문 일꾼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며 김정관을 ‘인민무력상 육군 대장’으로 소개했다. 지난달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관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고, 통신이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입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노광철 후임으로 추정됐지만, 북한 매체가 그를 인민무력상으로 호명한 것은 처음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靑 “‘계엄령 문건’ 부실수사 의혹 윤석열 책임없다”

    靑 “‘계엄령 문건’ 부실수사 의혹 윤석열 책임없다”

    “윤석열, 사건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결론청와대가 ‘계엄령 문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윤 총장을 수사할 단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청원 답변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사정만으로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만한 단서나 증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4일에 제기한 청원에서 청원자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했던 계엄령 문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 보고를 받지 못해 책임이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니 수사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는 2018년 7월 시민단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던 촛불집회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기무사 요원들에게 불법계엄 계획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군과 검찰이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합동수사단은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로 도주했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강 센터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명의의 불기소처분통지서때문에 오해가 있었으나 서울중앙지검장은 사건 일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 센터장은 “계엄령 문건 수사는 합동수사단이 수사한 사안으로, 정식직제가 아닌 합동수사단 소속 검사들은 수사단 명의로 사건을 등록해 처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합동수사단 소속 검사들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사건을 처리했을 뿐 수사는 독립적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강 센터장은 “전산시스템에 따라 불기소이유통지서 발신인이 자동으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출력된 것이고, 불기소결정문 원본의 검사장 결재란에는 사선이 그어져 있어 검사장이 결재한 바도 없다”고 부연했다. 강 센터장은 끝으로 “계엄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 체류자격 취소, 범죄인 인도청구 등 신속한 국내송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가 재개돼 모든 의혹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왜?피해자 트라우마 되는 가해자의 말 한 마디전문가들 “우리 사회가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보여줘야”“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밀한 우리만의 대화?…단톡방 성희롱 왜 반복되나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OO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라고 설명했다.●피해자의 트라우마가 된 가해자의 ‘농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X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단톡방 성희롱’은 성범죄가 아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여성대상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더욱 더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 지 등 입법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가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든 미중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든 미중

    미국과 중국이 현재의 미사일방어(MD)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MD체계를 무력화하는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는 주한 미군기지뿐 아니라 주일 미군기지에 최대 위협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17’을 실전 배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DF-17은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해 비행 중 궤도를 자유자재로 수정할 수 있는 만큼 상대 방공망을 쉽게 뚫을 수 있다고 SCMP가 전했다. 지난해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 때 선보인 DF-17은 음속의 10배로 날아가 표적을 파괴한다. 사정거리는 1800~2500km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DF-17을 두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방어하기 어렵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12월 극초음속 비행체 ‘아반가르드’를 실전 배치했다. 아반가르드의 최고 속도는 마하 20, 사거리는 6000km 이상이다. 음속은 소리의 속도를 말한다. ‘마하1’(시속 1224㎞)을 기본 단위로 한다. 극초음속은 대기권 내에서 소리의 5배, 마하5(시속 6120㎞) 이상을 뜻한다. 마하5의 극초음속 비행기를 타면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뉴욕까지 1만 1000km 떨어진 거리를 2시간 안에 날아갈 수 있다. 일반 여객기와 비교해 8배나 빠른 속도다. 미군의 대표적인 크루즈(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는 마하1 이하인 만큼 요격이 가능하다. 마하20의 속도를 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비행 궤적을 예측할 수 있는 까닭에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극초음속 무기는 발사된 뒤 고도와 방향을 불규칙적으로 바꾸는 데다 초스피드로 날아가기 때문에 요격이 불가능해 차세대 무기로 불린다. 현재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는 극초음속 비행체와 활공체 두 종류로 구분된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크루즈미사일과 비슷한 형태로 공중 발사 후 일정 고도에 올라간 다음, 자체 추진체의 도움으로 극초음속으로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 파괴한다. 고체연료나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한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공기를 초음속으로 빨아들여 압축해 고출력을 내는 최첨단 제품이다. 마하7∼8로 각각 평가되는 사드체계와 SM-3 지대공 미사일보다 최대 3배 이상 빨라 요격이 불가능하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탄도미사일에 실려 일정 고도까지 올라간 다음 자체의 양력(揚力)으로 활공 비행하면서 빠른 속도로 목표물에 낙하하는 무동력 비행체다. 즉 대기권 부근까지 올려진 탄도미사일의 탄두가 활공 비행을 하다가 목표물 상공에서 고속 낙하하는 방식이다. 발사 후 도중에 분리된 뒤 극도로 낮은 고도로 날아가면서 목표물을 타격해 레이더의 포착과 요격이 불가능하다. 레이더로 탐지가 어려울뿐 아니라 설사 탐지해도 너무 빠르기 때문에 요격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극초음속 무기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면 30기 이상의 극초음속 무기가 서로 표적 정보를 공유하면서 임무를 분담해 타격할 수도 있다. 일단 개발만 하면 생산 단가가 탄도미사일보다 상대적으로 싼 덕분에 앞으로 10년 뒤엔 전쟁은 극초음속 무기를 가진 나라의 일방적 게임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무기가 군비 경쟁의 판도까진 못 바꾸더라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국방부 군사기술 자문관을 지낸 마가렛 코살 미국 조지아공대 샘넌 국제대학원 교수는 “핵무기를 대체할 가장 효과적인 전략무기가 될 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극초음속 기술이 ‘게임 체인저’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수준은 러시아와 선두를 다툴 정도다. 2017년 12월 극초음속 활공체를 두 번이나 발사해 성공했다. 이 활공체는 탄도미사일 DF-17에 장착해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돼 비행하다 DF-17과 분리된 뒤, 1400㎞를 활강하면서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지역 목표물을 몇 미터 오차로 맞혔다. 당시 이 극초음속 활공체의 고도는 불과 60㎞였다. 중국은 앞으로 극초음속 활공체를 차세대 ICBM인 DF-41에도 장착할 전망이다. DF-41은 길이 16.5m, 직경 2.8m이며 고체연료를 사용해 총중량이 60여t에 이른다. 사정거리가 1만 2000㎞가 넘는 이 미사일은 미국 워싱턴 등 지구상 모든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공격 목표 오차 범위가 100m에 불과한 데다가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미 전역이 중국 극초음속 활공체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2018년 8월엔 마하6의 씽쿵(星空)-2 극초음속 활공체의 시험에도 성공했다. 중국 극초음속 무기의 개발 주역인 중국항천과공(航空科工)그룹(CASIC)은 마하10의 속도로 중국 본토에서 미국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로 불리는 중거리미사일(IRBM) ‘DF-26’을 개발했다. 가장 먼저 199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한 미국은 중국 극초음속 무기의 실전 배치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로 전략에 따른 영향력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극초음속 무기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하는 초미의 과제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중단했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자극받아 방산업체인 보잉과 록히드마틴을 중심으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극초음속 무기로 무장하면 괌 부근의 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로 중국의 주요 표적을 15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2018년 1월 트럼프판 ‘스타워즈’로 불리는 새로운 미사일 방어전략을 발표했다. ‘미사일방어 검토보고서’(MDR)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전략은 적의 미사일을 신속하게 탐지하고 요격 능력을 극대화하고자 우주 공간에 센서층과 요격무기를 설치해 MD체계를 증강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무인항공기(UAV)에 레이저를 장착해 추진단계에 적 미사일을 파괴하는 기술개발 방안, 사드나 SM-3 블록 2A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미 해군의 이지스함 재배치 방안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서 “크루즈미사일과 극초음속 비행체를 포함한 어떤 미사일 공격도 방어하기 위해 우리의 태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육군은 이를 위해 태평양전구에 배치된 자체 화력을 증강하기 위해 지상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비로 2020년에 10억 달러(약 1조 1650억원) 이상을 책정했다. 신형 전략 장사정포를 극초음속 탄두용으로 개조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전력이 오는 2023년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미 공군은 지난해 B-52H 전략폭격기에 극초음속 비행체인 공중발사 신속대응무기(AGM-183A)를 장착해 시험에 성공했다. SCMP는 오바마 전 행정부 때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중단했던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재개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자체 무기개발 발표는 없었다고 전했다. 미 공군은 극초음속 재래식 타격무기(HCSW)를 2022년 배치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2018년 4월 9억 2800만 달러에 계약해 본격 개발하고 있다. 미 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 중인 스크램 제트엔진을 활용한 극초음속 비행체는 마하13까지 속도를 내도록 할 방침이다. 미국이 4개월 만에 두 건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사업을 발주한 것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올인하는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극초음속 무기에 26억 달러를 미 의회에 요구한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총기규제 반대” 親트럼프 무장시위 불댕긴 ‘3G 이슈’ 11월 대선 정조준

    “총기규제 반대” 親트럼프 무장시위 불댕긴 ‘3G 이슈’ 11월 대선 정조준

    트럼프 “수정헌법 2조 수호를” 쟁점화 기독교계 탄핵옹호 잠재우려 교회 방문 탄핵심판 변호인단 ‘강한 보수색’ 드러내미국 대선판에서 국민들의 정치적 정체성을 가르는 신(God)·총(Gun)·동성애(Gay) 등 소위 ‘3G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보수층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해당 이슈를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이들 이슈는 공화·민주 양 진영의 근본적인 신념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종래의 정책 공방보다 큰 파괴력을 분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주도 리치먼드에서 총기 규제 법안(적기법) 추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주 의회 안팎에 2만 2000여명(의회 추산)이 모였고, 상당수는 돌격 소총 등 무기를 소지했다. 적기법은 민주당 소속 랠프 노덤 버지이아주지사가 지난해 5월 31일 발생한 버지니아비치 총기사건 이후 대응책으로 마련한 것이다. 총기 구매 이력자 확인 및 위험 인물의 총기 소지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집회에 주로 보수층이 모이면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적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신·총·트럼프, 미국을 위대하게’ 같은 선거 문구가 쓰인 셔츠를 입거나 ‘트럼프 2020’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참가자도 있었다. 총기를 20년간 수집했다는 한 참가자는 동성애를 비꼬듯이 “총기 권한이 곧 동성애의 권한”이라며 “20년 전보다 동성애자가 되기에 지금이 더 안전한 국가”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보수층은 통상 3G 이슈에서 ‘기독교적 입장의 낙태반대’, ‘총기 옹호’, ‘동성애 반대’ 등의 입장을 갖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보수층에 화답하듯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동성애자 권리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한 바 있다. 이날 집회도 전미총기협회 본부가 있으며 보수색이 강한 버지니아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총기 소유를 옹호하며 세력을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집회의 배경에 대해 가디언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26년 만에 주의회를 장악하며 버지니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집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규제 및 국민의 무기 소유를 합법화한 수정헌법 2조를 옹호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민주당이 수정헌법 제2조를 무력화하려고 한다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2020년에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복음주의 잡지인 ‘크리스처니티 투데이’에서 그의 탄핵을 주장하는 사설을 게재하자 기독교계를 달래려는 듯 크리스마스이브에 보수주의 침례교회를 찾기도 했다. 3G 이슈를 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심지어 자신의 상원 탄핵심판 변호인단을 임명하는 데도 강한 보수색을 드러냈다. 변호인단 중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켄 스타 전 특검은 복음주의 기독교계 활동으로, 로버트 레이 전 특검은 반동성애 활동 전력으로 각각 유명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신라는 무슬림 포용했는데… 지금은 차가운 시선 아쉬워”

    “신라는 무슬림 포용했는데… 지금은 차가운 시선 아쉬워”

    “알라(하느님)의 말씀인 쿠란에는 ‘누구에게도 종교(이슬람교)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아무리 교리가 좋아도 억지로 신앙을 믿게 하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죠. 무력으로 종교를 이식하려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은 무슬림이 아닙니다. 그들은 알라의 말씀을 지키지 않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아셔야 해요.”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둔 지난 17일. 인천의 명물인 구월동 도매시장 거리의 한 건물에 자리잡은 ‘인천평화성원’에서 조촐하게 무슬림 예배가 진행됐다. 이날은 금요일로 전 세계 이슬람 신자들의 합동 예배일이다. 한국에서는 금요일이 평일이다 보니 무슬림이 예배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 성원에 온 신자는 모두 5명. 머리에 ‘이마마’로 불리는 모자를 쓰고 설교대에 앉아 아랍어로 능숙하게 예배를 이끄는 이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박동신(34) 이맘. 한국인이다. 이맘은 무슬림 종교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로 기독교의 신부나 목사에 해당한다. 최근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 미국과 전쟁 직전 상황까지 치닫는 갈등을 빚고 있던 터라 그의 설교가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그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이슬람 성원을 열었다. 무슬림이라고 하면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모습을 떠올리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슬람 신자로 살겠다고 마음먹었는지 궁금했다. 그에게서 직접 ‘무슬림으로 사는 법’을 들어 봤다.●“목사 꿈 접고 이슬람에서 해답 찾아” 기원전 17세기 인류 문명의 중심이던 메소포타미아 우르에 살던 아브라함(생몰연대 미상)에게 자신을 유일신으로 칭하는 ‘야훼’가 나타났다. 유일신은 “고향을 떠나 미지의 땅에서 새 민족을 세우라”고 명했다. 아브라함은 그의 말에 순종해 팔레스타인 가나안 지역에 정착했다. 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신앙을 학계에서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라고 부른다. 유대교와 기독교(가톨릭·개신교), 이슬람교가 대표적이다. 세 종교는 모두 같은 신을 믿는다. 신자 수는 기독교 24억명, 이슬람교 18억명, 유대교 1500만명 정도로 전 세계 인구(약 77억명)의 절반이 넘는다. 이 가운데 이슬람교는 선지자 무함마드(570~632)를 신의 마지막 사도로 여기는 종교다. 무슬림은 아담과 이브, 아브라함, 모세 등이 본래 이슬람 신자였다고 본다. 박씨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한다. 보통 오전 5시쯤 잠에서 깨 깔개 위에서 절을 하며 “알함두릴라”라고 되뇐다. 아랍어로 ‘찬양한다’는 뜻이다. 다른 무슬림과 마찬가지로 하루 다섯 번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기도한다. 그는 ‘함양 박씨 문원공파’로 부산에서 태어난 토종 한국인이다. 목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존재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아 고민이 컸다고 한다. 오랜 방황 끝에 그 해답을 이슬람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안식교를 믿으셨고 어머니도 장로교 신자셨어요. 친척들의 종파도 다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기독교 안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성경에는 분명 모순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20대가 돼서도 이 문제가 풀리지 않아 많이 힘들었어요. 결국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들을 차근차근 살폈습니다. 본래의 하느님을 온전히 드러낸 종교는 이슬람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죠. 2009년 12월 한국 이슬람교 중앙성원(이태원)을 통해 입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중동 유학… 어머니도 개종 무슬림이 되긴 했지만 ‘열정만으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박씨는 1년 뒤 한국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다. 터키(2011~2012)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2012~2015), 요르단(2015~2017), 이집트(2017~2019) 등을 다녔다. 대학과 모스크 등에서 아랍어와 이슬람 교리를 습득했다. 현지에서 돈을 벌며 공부하다 보니 시간도 길어졌고 어려움도 컸단다. 하지만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돕는 이가 있다’고 했던가. 마지막 목적지인 이집트에서 만난 한 퇴직군인이 이역만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박씨가 안쓰러웠던지 크고 작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나중에는 자신의 딸까지 소개해 줬다고 한다. 지금의 아내인 올라(28)씨다. “이슬람교를 믿게 되면서 제 삶은 180도 변했습니다. 진정한 한 분의 신을 섬기며 쿠란에 기록된 선행을 행하자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진정한 행복도 느끼게 됐어요. 처음에는 가족들의 걱정이 컸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반대가 특히 심했죠. 하지만 ‘부모에게 최선을 다하며 짜증을 내거나 질책하지 말라’는 쿠란의 구절을 지키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자 결국 아버지도 제 종교를 인정해 주셨어요. 어머니는 저를 따라 무슬림이 되셨죠.” 지난해 아내와 한국으로 온 박씨는 어머니가 사는 인천에 터를 잡고 가정 예배를 시작했다. 2013년 그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한국이슬람방송’ 등을 보고 무슬림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신자가 많은 날에는 30명 가까운 무슬림이 박씨의 집을 방문했다. 예배 공간이 부족해지자 지난해 말 자비로 조그마한 사무실을 빌려 인천평화성원을 세웠다. 우리나라에 50~60곳의 이슬람 성원이 있지만 한국인이 세우고 직접 운영하는 성원은 거의 없다. 2009년 이슬람교에 입교한 지 정확히 10년 만에 이룬 성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그는 자평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부자인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천년 넘은 이슬람교와의 역사 원래 이슬람교는 우리 민족과 가까웠다. 845년 중동의 지리학자 이븐 쿠르다드비가 쓴 ‘왕국과 도로 총람’에는 “상당수 아랍인들이 신라를 동경해 한반도로 이주했다”고 적혀 있다. 고려시대에도 무슬림 수만 명이 벽란도와 개성 일대에 모여 살았는데, 이들은 ‘예궁’이라는 모스크를 짓고 종교 활동도 했다. 고려가요 ‘쌍화점’에도 무슬림이 등장한다. 쌍화란 튀르크계 만두의 일종이다. 고려 여인이 쌍화점(만두 가게)에 음식을 사러 들어갔더니 무슬림 주인이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유혹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국호인 ‘코리아’는 당시 무슬림 상인들이 고려를 부르던 아랍어다. 금속활자와 고려 인삼도 무슬림이 전 세계로 퍼뜨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이 수시로 무슬림 지도자를 초청해 쿠란을 낭송하고 기도를 올리게 해 국가의 안녕을 바랐다는 기록이 나온다. 한국 이슬람교 중앙성원 등에서 추정하는 한국인 무슬림은 3만 5000명 정도다. 하지만 하루 다섯 번 예배를 보고 평생에 한 번은 다녀와야 하는 메카 순례를 경험한 ‘진짜’ 무슬림은 몇 백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이슬람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신자로 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과거 중동에서 건설 붐이 일었을 때 일부 공사는 무슬림만 참가할 수 있었거든요. 이때 한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상 이유로 대거 입교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와서도 종교 활동을 이어가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이맘은 종교 공동체에서 추대 형식으로 선출되기에 무슬림 수십~수백명당 한 명씩 나오게 돼 있어요. 한국인 무슬림이 3만명이라면 한국인 이맘도 수백명은 돼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한국인 이맘은 저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해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죠.” ●세계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화해 분위기 현재 세계는 조금씩이나마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틈날 때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을 믿는 형제들”이라며 무슬림을 언급한다. 영국에서는 일부 성공회 교회가 금요일마다 이슬람 신자들에게 예배 공간을 빌려준다. 다만 한국에서는 신자 수 기준 세계 2위 종교를 위험하다고만 여기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그는 전했다. “진정한 이슬람에는 강요가 없습니다. 헌금도 요구하지 않아요. 이슬람 교계에서도 모두가 힘을 합쳐 테러리즘 근절에 앞장서고 있어요. 한국인들이 이슬람교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개인의 선택이자 권리이기에 존중합니다. 다만 이슬람 세계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만큼은 꼭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중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세계화 시대에서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좋은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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