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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은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서울이 아시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떠올랐다.중국,일본,태국 등 3개국 사람들은 서울을 ‘1년 이내에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첫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서울시가 1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여론조사 전문기관 AC닐슨이 최근 2년 사이 해외여행 경험이 있거나 1년 안에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 중국인,일본인,태국인 등 모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조사는 서울시가 의뢰했다. 서울에 대한 관광선호도는 지난 5월보다 크게 좋았다.6개월 전에는 서울이 중국인에게서는 4위,일본인에겐 2위,태국인에게선 1위를 차지했다.그러나 이번엔 전체에서 1위였다.시는 이번 결과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TV나 신문,인터넷,버스 옥외광고 등과 해외 기자단 팸투어 등 해외홍보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그동안 영화감독 첸 카이거, 소설가 무라카미 류, 가수 조지 윈스턴 등 지역별로 인기가 높은 문화 거장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서울 홍보광고를 제작해 해당 국가에서 방영한 것도 주원인으로 손꼽혔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마음에 상처 안은 사람들 보듬고 싶어”

    ‘키친’‘도마뱀’‘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의 소설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44)가 26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새 장편 ‘왕국’(전3권·민음사 펴냄)의 국내 출간에 맞춰 서울에 온 요시모토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아직 어려(다섯 살) 그동안 한국을 방문할 여유가 없었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요시모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에쿠니 가오리 등과 함께 일류(日流)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 자신의 이름 ‘바나나’에 대해 그는 “바나나는 세계인이 모두 아는 과일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바나나꽃을 좋아하고, 바나나라는 이름만으론 성별을 알 수 없는 ‘모호함의 매력’도 있어 필명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다. “내 작품의 주요 독자들 중에는 사춘기를 겪는 사람들 또는 마음이 아주 섬세하고 감수성이 강하고 세상과 잘 교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이들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것들이 내 소설을 찾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는 독자들이 내 소설을 읽은 뒤 한 차례 여행 혹은 온천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끼며 상처를 보듬어갈 수 있도록 작품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작가는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은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하루만이라도 자살을 늦춰 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쓴 작품도 있다.”며 “지금은 보다 근본적으로 자살을 줄여 나갈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의도를 살리기 위해 그는 ‘현실’이 아닌 한편의 ‘우화’를 작품 속에 담는다고 한다.이번에 출간된 ‘왕국’ 또한 우화적인 요소를 한껏 강화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산 속에서 살다 도시로 나온 소녀 시즈쿠이시를 통해 현대의 물신주의를 고발하고 인간성 회복의 절실함을 역설한다.“이 작품을 쓰고 있을 때 해리 포터 시리즈가 널리 읽히고 있었어요. 내 나름의 판타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작품입니다.” 지금은 주부로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만큼 창작활동은 다소 뜸한 편이라는 그는 “나는 사람들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한국 땅을 처음 밟아 봤으니 앞으로 자주 와서 다양한 형태로 교류하고 싶다.”고 밝혔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정끝별 지음, 이레 펴냄)작가가 지난 4년간 낡은 자동차를 끌고 14곳을 여행하며 느낀 감동을 한데 묶은 여행산문집. 작가는 자신을 들뜨게 했던 시의 한 모퉁이에서 새어 나오는 한줄기 빛을 따라 충남 춘장대, 강화도, 옐로하우스(인천의 집창촌), 전남 신안군 압해도, 전주 화암사 등으로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시인들을 만났고, 그 감동을 따뜻하게 적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오규원 시인이 살았던 강원도 무릉리를 찾아 생전 고인의 삶을 추억해 보기도 하고,‘달랑 시집 한 권’만을 낸 뒤 시인의 궤도를 이탈해버린 김중식씨의 시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을 읽다 돌연 시의 배경이 된 인천 ‘옐로하우스’를 찾아가기도 했다.1만 1000원.●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창비 펴냄)중견시인 이시영(58)씨가 2년여만에 발표한 열한번째 시집. 일찍이 언어 생략의 묘미를 던져주는 단시에 정통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더 정제된 단시를 통해 역사의 폭력 앞에 선 개인의 운명을 통찰한다.10·26 당시 올곧은 신념을 견지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박흥주 대령(‘고 박흥주 대령’), 억울한 죽음의 대표적 사례인 인혁당 사건(‘젊은 그들’), 군사정권의 불의에 항거하다 실종된 아르헨티나 젊은이들(‘5월 어머니회’) 등 폭력 앞에서 스러지고, 잊혀져가는 개인들의 초상을 담고 있는 시들은 죽은 자들에겐 헌사요,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역사의 교훈이다.1969년 등단,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6000원.●공항에서(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문학수첩 펴냄)영화감독·공연 기획연출가·화가 등 1인다역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새 소설집. 저마다 다른 희망과 고독 등을 품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소설은 공항, 편의점, 노래방, 공원, 피로연장, 술집, 역 등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8500원.●버드나무는 하룻밤에도 푸르러진다(장주경 지음, 뿔 펴냄)2004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 기원전 10세기쯤 마한 땅에서 살아가는 아로와 21세기 현대인인 야진, 두 여인의 시각에서 슬픈 비극의 역사를 환상적으로 풀어냈다.30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넘나드는 광대한 스케일이 돋보인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선사시대 고인돌을 소재로 삼았다.9800원.
  • 불륜·엽기… 日소설 판친다

    최근 출간된 일본 소설 두편의 일부분이다. 윗글은 초로의 번역가와 17세 소녀의 일탈적 사랑을, 아랫글은 폐경증후군에 시달리는 중년의 여성 아티스트와 20대 초반의 영화감독 지망생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동년배간의 연애사가 아닌 현격한 나이차가 있는 남녀간 열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 외에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 등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작품을 읽은 뒤의 느낌은 어딘지 개운치 않다. 그래서일까,“누구나 한번쯤 이런 사랑을 꿈꾼다.” “에로티시즘의 극치”라는 출판사들의 홍보 문구가 유난히 커다랗게 보인다. 일본 소설의 홍수 속에서 노골적이고, 가학적인 성애장면을 묘사하거나 정서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불륜을 그린 함량미달의 작품들까지 봇물처럼 우리 문학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1990년대초 무라카미 하루키로부터 시작된 일본 소설붐은 에쿠니 가오리, 오쿠다 히데오, 온다 리쿠, 이시다 이라 등 개성이 톡톡 튀는 대중소설 작가들이 소개돼 급속하게 우리 소설독자층을 잠식중이다.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일본 문학작품은 509종 153만부로 455종 123만부의 미국 문학을 넘어섰다. 베스트셀러 100위권 안에 무려 31권의 일본소설이 올랐다. 반면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포함한 우리 소설은 겨우 23권에 불과했다. 독자들이 우리 소설을 외면하고 일본소설을 찾게 되면서 판권가격도 급속하게 뛰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200만∼300만원에 불과하던 일본 소설 판권은 요즘 800만∼1600만원대로 뛰었고,1억원이 넘는 작품까지 등장했다. 출판사들의 과당경쟁이 빚은 풍경이다. 전문 에이전시까지 등장해 가격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량미달의 작품들은 이런 경쟁구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소설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한 문학 전문출판사 대표는 “일본 소설이 너무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다.”면서 “엄마 친구와의 사랑을 그린 불륜소설, 엽기살인 등을 다룬 3류소설까지 버젓이 우리 서점가를 장식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본 소설의 인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2000년대 들어서면서 독자들이 우리 소설을 외면하게 된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사에서 이야기 중심으로 우리 소설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계층별로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 소설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문학계의 공통된 진단이다.소설가 조정래씨는 일본 소설의 범람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문학계는 함량미달의 일본소설까지 유입되는 현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한반도 특수상황 다룬 가상소설 2편

    한반도 특수상황 다룬 가상소설 2편

    한국과 일본의 중견 소설가가 한반도의 특수 상황을 소재로 한 가상소설을 나란히 펴냈다. 김진명의 ‘신의 죽음’(대산출판사)과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스튜디오본프리)는 각각 ‘북한을 흡수하려는 중국의 음모’‘북한의 일본 본토 기습’등 충격적인 가상 시나리오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김일성의 죽음과 中 ‘동북공정’ 베스트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한반도’등을 펴낸 김진명은 이번 소설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칼끝을 겨눈다. 작가의 거침없는 상상력은 김일성의 죽음과 동북공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다. 미국 버클리대 인류학과 교수인 김민서는 고미술품 현무첩의 행방을 좇다 김일성 사망 원인에 관한 의혹을 품는다. 김민서는 추적 끝에 현무첩이 광개토대왕시절 고구려가 중국 베이징지역을 다스렸다는 증거이며, 이 때문에 중국이 죽기살기로 현무첩을 없애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또 중국의 동북공정에 위협을 느낀 김일성이 미국의 주관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하자 친중파였던 김정일이 그를 죽이도록 지시했다는 사실도 파헤친다. 중국은 여기서 멈추지않고 북한의 주요 산업기지를 공동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통합하며 자기들 영역안으로 흡수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김민서의 말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작가는 “한국은 미국의 축을 빠른 속도로 벗어나 중국 축으로 내닫고 있다.”면서 “중국이 그리는 동북아시아의 모습을 똑바로 봐야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 2권, 각 권 8400원. ■ 무라카미 류 ‘반도에서 나가라’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도쿄 데카당스’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윤덕주 옮김)는 좀더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내민다. ‘고려원정군’을 자처하는 북한군 특수 부대원들이 일본 본토를 기습해 경제파탄과 외교고립에 빠진 일본 열도를 전란에 휩싸이게 한다는 줄거리다. 이 소설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판되자마자 ‘다빈치 코드’를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일본 열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구상에만 10년, 자료 수집에 4년을 보냈으며,200여권의 북한 서적을 통독하고 수십명의 탈북자들을 인터뷰했다. 집필 단계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둔 작가는 최근 ‘친구’‘태풍’의 곽경택 감독과 손잡고 제작비 2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한·일 합작영화를 추진중이다. 전 2권,9800∼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사랑의 수사학(박청호 지음, 작가정신 펴냄) 부제 ‘카사노바와 사랑의 행위에 관한 해석’에서 드러나듯 한 곳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카사노바형 인물과 그를 독점하려는 여자의 엇갈린 욕망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색한다.‘갱스터스 파라다이스’‘질병과 사랑’등으로 주목받은 작가의 신작 소설.7900원.●랜드마크(요시다 슈이치 지음, 은행나무 펴냄) 도쿄 근교 오미야 재개발지구에 건설되는 거대 나선형 빌딩을 축으로 철근공 하야토와 설계사 아누카이의 일상을 교차시켜 현대인의 고독과 위기를 그려낸다. 요시다 슈이치는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이을 차세대 작가로 꼽힌다.9400원.●평행의 아름다움(정영선 지음, 문학수첩 펴냄) 1997년 ‘문예중앙’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자본과 가부장적 권력에 의해 훼손된 부부관계 속에서 낭만적 사랑을 동경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표제작을 비롯해 ‘맹인모상’‘속난중일기’ 등 6편 수록.9000원.●사랑은 다 그렇다(정호승 외 지음, 해토 펴냄) 서정시인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과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각각 좋아하는 시들을 골라 감상을 덧붙인 에세이. 미당 서정주에서 기형도에 이르기까지 38명의 시인,43편의 시가 소개된다.9500원.●수자리의 노래(김명수 지음, 들꽃 펴냄)한국 문학사에서 드물게 군대를 주제로 한 장시집.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저자는 30년 전 몸소 겪은 참담한 군역의 실상과 함께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민족 분단의 비극을 현재진행형으로 펼쳐보인다.8000원.●이상문학전집(김주현 주해, 소명출판 펴냄)경북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가 6년에 걸쳐 완성한 이상 전집. 일본어로 쓴 작품들을 포함해 시, 소설, 수필 등 최근에 발굴된 자료들을 꼼꼼히 수록하는 한편 정확한 원전 제시와 풍부한 주해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전 3권,1만 7000∼2만원.
  • 2일개봉 무라카미류 ‘도쿄 데카당스’

    2일개봉 무라카미류 ‘도쿄 데카당스’

    수입추천 불가 판정, 다시 세번의 제한상영가 판정 끝에 2일 개봉하는 ‘도쿄 데카당스’는 보고 느끼는 일차원적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문제작이다. 국내에도 두꺼운 팬층을 거느린 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류의 1992년 작품에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작가 출신 감독의 노골적인 실험정신과 고발의식이다. “아무 것도 잘 할 줄 아는 게 없어” 삶을 체념한 SM클럽의 콜걸(니카이도 미호)은 낯선 남자가 기다리는 호텔방을 전전한다.SM기구들로 가득찬 손가방을 들고 다니는 여자의 얼굴은 희망없는 진공상태를 견뎌내는 삶에 이골이 난 듯 무표정하다. 도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의 통유리 앞에 올라서서 여자는 남자의 원색적 요구대로 벗은 몸을 움직인다. 영화 속에서 질서와 상식은 한순간도 의미가 없다. 시간(屍姦)의 욕망에 이성을 잃고 허덕이는 남자, 피학(被虐)의 상황에서 쾌감의 절정을 맛보려는 남자 등이 엮는 장면들 앞에서 관객은 불쾌할 만큼 불편해진다. 콜걸의 소변을 마시고 개처럼 바닥을 기며 여자의 구두를 핥는 성도착자들이 사회적 명망가로 밝혀지는 대목들로써 영화는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감독은 이 말썽많은 영화를, 급성장한 전후 일본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비판하는 장치로 삼은 듯하다.“자랑스럽지 못한 돈이 불안해서 마조히즘을 즐기는 나라”라는 콜걸의 대사로 일본의 단면을 정의한다. 세상과의 결별을 준비하는 듯 틈틈이 수화를 연습하고 점쟁이의 말대로 토파즈 반지를 끼고 실낱같은 행운을 놓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패배자를 가장 잔인하고 적나라한 방식으로 증언한 은유이기도 하다. 수위높은 동성애, 여주인공에게 마약을 주사하는 장면 등 6분8초 분량의 7개 장면을 삭제했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日소설 ‘반도에서 나가라’ 저자 무라카미 류 이메일 인터뷰

    북한의 특수부대가 일본에 침투, 인구 100만의 도시를 전격 점령한다. 그러나 점령은 잠시, 일본의 부랑 청년들이 이들을 격퇴한다. 언뜻 황당무계해 보이는 가상소설 ‘반도에서 나가라’가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독자층이 넓고 최근 두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 ‘도쿄 데카당스’를 연출한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최신작이다. 일본 출장 중이던 기자는 그를 만나보려 했으나 공교롭게도 그는 콘서트의 연출을 위해 쿠바에 가 있었다.“이메일 인터뷰는 어떻겠느냐.”는 출판사 제안에 아쉽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더니 며칠전 그로부터 회답이 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북핵문제, 냉각된 한·일관계 속에서 그가 왜 이런 작품을 쓰게 됐는지, 그 궁금증에서 이 인터뷰는 마련됐다. 이 소설을 쓴 계기는. -한마디로 말할 수 없으나, 어쨌건 여러 의미에서 필요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구상했나. -90년대 중반부터다. 지금 북한 핵이 동북아시아에서 큰 문제가 돼있지만, 소설을 쓸 때부터 그런 예감은 있었나.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는 소설 구상 때부터 예감이라기보다는 이미 현실화되어 있었다. 소설은 일본 경제가 파탄나고, 일본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실제 일본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는가. -일본 경제는 반석 위에 있지 않다. 국가재정은 더욱 취약하고 위기적인 상황이다. 북한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의 반란군을 소재로 한 이유라면. -반(反)김정일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단 그것은 아마도 강경파 장군에 의한 것이지 민주적인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반란군을 소재로 삼은 것은 정규군이라고 하면 단순한 국가간의 전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반란군이 일본에 침입한다면 일본, 나아가서 미국이 반드시 대응을 하겠지만, 이런 과격한 소설을 구상한 것은 왜인가.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때 그때 미·일 관계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난 지금 미·일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존경심이 없다. 한국에서 이 소설이 번역 출판된다면 한국 독자로부터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반발은 일본에서도 있었다. 어떤 소설이라도 반발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반발의 내용에까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반란군으로 나오는 인물이나 북한의 습관 등을 읽으면 상당히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 준비를 했는가. -기간으로 치면 2년이다. ▶서울에서 탈북자를 인터뷰했다고 하는데, 어떤 탈북자에게서 들었는가. -그분들과의 약속 때문에 그것은 비밀이다. 반란군(고려군)을 물리치는 것이 일본 정부도, 영웅적인 인물도 아닌 세상에서 튕겨져 나온 젊은이들이다. 그들을 고려군에게 대항시킨 것은 어떤 뜻이 있는가. -(소설의)테마 그 자체와 비슷한 것이라 한마디로 얘기할 수 없다. 그런 뜻은 모두 소설에 담겨져 있으므로 독자들이 각자 느끼면 될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놓여있는 상황은. -한마디로 얘기할 순 없지만, 한가지를 들자면, 세계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경제력이라는 점이다. 소설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일본에서 반미감정이 높아지는 것으로 묘사돼 있는데, 지금의 미·일 관계를 보면 일본은 완전히 미국 추종형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지금의 미·일은 진정한 신뢰가 아니라 ‘추종하는 것’으로 묶여져 있어서 그 관계가 무너지는 것도 간단하다. 북·일 국교정상화는 핵·납치문제 등으로 암초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다. 양국이 수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국교정상화 보다 납치문제의 해결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통해 일본과 일본인이 ‘미적지근하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미적지근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고도성장을 달성한 뒤부터다. 정치인, 그리고 일부 매스미디어를 한심한 모습으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현실도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대북 문제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자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심한 게 아니라 국제적 위기에 익숙해 있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언론은 ‘현재(現在)’를 정확히 전달할 패러다임을 갖고 있지 않다. 소설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불과 6년 뒤의 일이다. 굳이 북한 반란군의 일본 점거라는 설정이 아니더라도 그런 위기가 가까운 미래 일본에 찾아 올 것으로 보는가. -신(神)이 아니고서는 그건 누구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있다. 앞으로 10년 후의 일본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또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10년 후의 일본은 일본인의 행동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일본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외국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가는 것 이외에는 달리 없다고 본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반도에서 나가라’ 무슨 내용 때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6년 뒤의 2011년. 달러의 폭락, 패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團塊·단카이 세대)에 줘야 할 퇴직금의 지급 불능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일본의 지방채·국채가 대폭락하게 된다. 일본 국민의 예금이 동결되고, 소비세는 17.5%로 껑충 뛰어오른다. 재정은 파탄에 빠져들어가고, 일본의 국제적 고립이 가속화해 가는 정세 속에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작전명 ‘반도에서 나가라’이다. 그해 4월, 반란군을 가장한 북한 특수부대가 일본에 침투한다. 북한의 최고 엘리트 9명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는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규슈 후쿠오카 돔을 무력점거하고 3만명의 관중을 인질로 삼는다.484명의 후속부대가 특별수송기에 실려 들어오고, 후쿠오카시는 이들에게 접수된다. 점령군으로서 이들은 시의 정치·경제·사회를 장악하고 통치를 시작한다. 북한이 이들을 정규군이 아닌 반란군으로 가장시킨 것은 작전의 성패에 관계없이 국제사회의 개입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술이었다. 작전의 목적은 초강대국 중국과 미국 사이의 동북아 완충지대를 한반도에서 일본의 규슈로 옮기겠다는 데 있었다. 고려군(高麗軍)으로 자칭하는 이들은 후쿠오카시에서 가혹한 통치를 펼친다. 미국조차 등을 돌리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 정부는 인명을 중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후쿠오카를 봉쇄한다. 사실상 후쿠오카를 버린 셈이다. 그렇지만 고려군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친다. 이른바 사회의 틀에서 튕겨져 나간, 사회 부적응 청년들이 항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독충사육·사제폭탄·군사 마니아와 같은 상식과는 거리가 먼 ‘주변부’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대항 테러를 개시하고, 고려군을 열도에서 몰아내는 것으로 소설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저자의 의도는 이 소설은 나종일 주일대사가 “대사관 직원들에게 일독을 권했다.”고 할 만큼 북한 특수부대의 침투라는 설정을 통해 일본 사회를 다중적인 시각에서 진단한 일종의 정치소설이기도 하다.29년에 걸친 작품생활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발상·설정이 대담하고, 작년 서울에서 탈북자 10여명을 만나 취재하는 등 치밀한 조사에 바탕을 둔 상상력 넘치는 작품이다. 그러나 북한 특수부대의 일본 침투→가혹한 점령통치→궤멸이라는 상황설정 때문에 우리에게는 께름칙할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읽기에 따라서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 속에서 미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일본이 가까운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를 인식하고 대오각성, 대단결해야 한다는 내셔널리즘적 메시지가 소설의 이면에 숨어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두꺼운 독자층을 자랑하는 무라카미 류이지만 주변국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점, 악화된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소설의 번역본을 곧 우리 서점에서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책을 펴낸 일본의 겐토샤(幻冬舍)측은 “현재 몇몇 한국 출판사가 교섭을 하고 있으나 아직 출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출간된 이 소설은 원고지 1650장 분량. 핵위협, 일본인 납치문제로 ‘최대의 적’이 돼버린 북한을 소재로 한 점,“무라카미가 썼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상권 29만부, 하권 21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들어있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무라카미 류는 누구 ▲1952년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 출생, 본명 무라카미 류노스케 ▲무사시노 미술대학 중퇴 ▲대학 재학중인 76년 첫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群像)문학상, 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 ▲저서로는 ‘코인로커 베이비즈’‘사랑과 환상의 파시즘’,‘토파즈’,‘5분후의 세계’ 등이 있다.
  • [日 영화 2편]69식스티나인

    고교 3년생 켄(쓰마부키 사토시)은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는 신념 아래 온갖 망상을 즐기는 문제아. 동급생 아마다(안도 마사노부)는 잘생긴 외모에 사색적이지만 사투리를 쓰는 괴짜다. 어느날 청소를 빼먹고 옥상으로 도망친 두 사람은 매스게임을 연습하는 여학생들을 바라보다 의기투합한다.‘뭔가를 강요당하는 집단은 역겨워.’(아마다)‘좋아, 그녀들을 해방시키자.’(켄). 켄은 영화와 연극, 로큰롤이 어우러진 페스티벌을 해방구로 제안하지만 사실 속셈은 딴 데 있다.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관심을 끌려는 것.‘데모하는 사람들 멋지다.’는 한마디에 친구들과 야밤에 학교에 잠입해 바리케이드를 치는 켄의 모습은 미숙하지만 풋풋한 청춘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라카미 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69식스티나인’(25일 개봉, 감독 이상일)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분출되는 청춘의 혈기를 스크린 가득 뿜어내는 영화다. 파리의 ‘68혁명’이 전세계 자유주의자들을 도발한 이듬해인 1969년, 일본 또한 정치적 불안정과 고도성장의 그늘, 그리고 해일처럼 몰아닥친 서구문명의 영향으로 불온한 시대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영화는 작은 도시 사세보를 배경으로 복잡한 현실에 짓눌리기는커녕 보란 듯이 젊음의 특권을 누리는 고교생들의 유쾌한 한때를 재기발랄하게 포착해냈다.15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일본영화 3편 잇따라 개봉

    봄기운이 완연한 극장가에 세가지 색깔의 일본 영화 3편이 나란히 스크린에 걸린다. 지난해 소리소문없이 인기를 모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처럼 작지만 알찬 영화들로 기대를 모은다. 25일 개봉하는 ‘69식스티나인’은 베트남전쟁으로 촉발된 반전시위와 우드스톡 페스티벌로 대변되는 히피문화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던 1969년, 일본 규슈지역의 작은 도시 고교생들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무라카미 류의 동명 소설을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영화화했다. 불안한 사회와 흔들리는 청춘의 어느 지점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맘껏 상상력을 발휘해 행동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키즈리턴’의 안도 마사노부 등 꽃미남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점도 매력. 4월1일 나란히 개봉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아무도 모른다’는 각각 운명적인 사랑과 가족애를 다룬 내용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지금,‘은 일본에서 개봉 13일 만에 100만명을 넘긴 흥행작.‘1년 후 비의 계절에 돌아온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기적같은 재회를 통해 눈물겨운 순애보를 들려준다. 한·일공동제작 드라마 ‘프렌즈’의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했고,‘환생’의 여주인공 다케우치 유코가 아내역을 맡았다. ‘아무도 모른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는 주인공 야기라 유야가 만 14살의 나이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지난해 칸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 어느날 엄마가 갑자기 떠나버린 후 고아로 남겨진 네 남매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과장되지 않게 차분한 톤으로 그려내고 있다. 야기라 유야는 의젓하게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는 역할을 소화해냈다. 개봉에 앞서 오는 21일 1박2일 일정으로 내한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내 아내의 모든 것(김연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미성년’ 등을 내놓았던 여성작가 김연경의 새 소설집. 올해로 등단 10년째인 작가는 러시아 유학 중에 써모은 새 작품집에서 진부함과 범속함을 가장해 우리 삶의 지리멸렬한 통속성을 에둘러 까발렸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자의 고통이 환상문법으로 묘사된 표제작 등 9편의 단편이 묶였다.9000원.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신대철 지음, 창비 펴냄) 국민대 국문과 교수인 신대철 시인이 제4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이후 5년 만에 시집을 냈다. 군 복무 시절 최전방에서 북파공작원을 북으로 보냈던 기억을 구체적으로 풀어놓는 등 아픈 체험을 술회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영남대 독문과) 교수는 “그의 시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듯한 극한의 지점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고 평했다.6000원. ●왜 쓰는가?(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어린 시절 열렬히 좋아하던 야구선수를 우연히 만났으나 연필이 없어 사인을 못 받은 게 한이 되어 늘 펜을 지니고 다녔고 그 습관 때문에 작가가 됐다는 폴 오스터. 도회적이고도 감성적인 언어로 미국 문학을 대표한다는 그가 글을 쓰게 된 동기와 작가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 놓은 자전적 에세이집. 생활 속 경험담 위주여서 부담없이 그의 작품세계에 접근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듯하다.6500원. ●잔혹한 계절, 청춘(다자이 오자무·오에 겐자부로 외 지음, 이유영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오에 겐자부로, 다자이 오사무, 이시하라 신타로, 마루야마 겐지 등 일본 대표작가 10인의 단편 묶음. 청춘을 주제로 한 10편의 단편소설들에 전후 일본 사회의 어두운 내면의식이 투사됐다. 무라카미 류, 사카구치 안고, 후루야마 고마오 등 11명의 성(性)을 주제로 한 단편집 ‘슬픈 집착, 성애’도 함께 나왔다. 각권 9500원.
  • ‘꽁꽁’ 언 문학시장 일본소설은 ‘활활’

    일본소설의 힘이 세지고 있다. 신년 초여서 물량이 많지 않았던 지난 일주일 동안의 신간동향만 살펴도 그렇다. 국내 작가의 새 소설이 한권도 없는 가운데 일본소설은 무려 5권. 단순 수치로 따질 문제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최근 문학시장의 출간동향에서 일본문학의 양적 성장은 엄연한 사실이다. 출판가에 “돈될 만한 일본소설은 (국내 출판사들이)싹쓸이 계약해 놨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요시모토 바나나·에쿠니 가오리 등 ‘스테디셀러’ 한국출판연구소의 집계는 이를 증명해준다. 지난 1999년 국내서 출간된 일본소설은 219종.2003년에는 372종으로 부쩍 늘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집계가 나오지 않았으나,2003년보다 크게 증가했을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스테디셀러 보증수표’로 꼽히는 대표적인 일본작가는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출판 관계자들은 “단시간에 대박을 터뜨리진 않아도 고정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꾸준한 판매량을 보장하는 ‘브랜드 작가군’”이라고 이들을 평한다. 문학작품 판매고가 초판 3000부를 넘기 힘든 불황에 출판사들로서는 이들에게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아쿠다카와·나오키·분케이문학상 등 일본내에서 굵직한 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오른 작품은 즉각 (국내 출판사들이)상식선 이상의 프리미엄까지 붙여 계약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표작가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도 있다. 북스토리는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쓰지 히토나리, 쓰쓰이 야스타카, 유이카와 케이, 요시다 슈이쓰 등의 대표작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냉각된 소설시장에서 일본소설이 ‘먹히는’ 배경은 뭘까. 청어람미디어 김장환 주간은 “일본어로 씌어졌을 뿐 주된 정서는 일본적이라기보다는 딱히 꼬집어내기 어렵게 모호한 이국풍”이라고 최근 일본소설 경향을 짚어내고 “국내 작가들의 경험에 바탕한 ‘사소설’ 경향과는 딴판으로 현실에서 탈주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벼운 터치로 그리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석했다. ●‘현실탈주 욕망 가벼운 터치로 접근’ 공통점 문학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독자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국내 30대 독자층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류가 ‘제1전성기’를 누렸다면 3∼4년전부터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신진작가들이 ‘제2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다. 최근 ‘하얀 강 밤배’까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9권을 출간한 민음사의 이지영 팀장은 “바나나의 대표작인 ‘키친’은 출간 5년 동안 17만여부가 팔렸다.”면서 “폭발적 반응 대신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보해 차기작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일본소설들의 저력”이라고 말했다. 일본소설이 젊은 독자층에 호소하는 또다른 매력은 소재와 등장인물의 다양성. 예컨대 ‘프리터’(일정직업을 갖지 않고 자유롭게 옮겨다니는 신세대를 일컫는 일본식 조어)같은 주인공은 국내 소설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캐릭터라는 것. 출판사들의 마케팅 전략도 한몫 한다. 종이책을 부담스러워 하는 젊은 독자들을 의식해 얇고 가벼운 ‘사륙판’ 규격이 기본이다. ●2003년 372종 국내출간… 日출간 한국소설 19종 불과 대중문화쪽의 한류열풍이 문단에서만큼은 거꾸로 불고 있는 셈이다.372종의 일본소설이 국내 출간된 2003년에 일본에 선보인 한국소설은 단 19종. 급변하는 독자들의 입맛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국작가들의 매너리즘을 꼬집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삶에 대한 성찰없이 가볍고 일상적 소재의 ‘카툰만화’식 소설이 득세하는 독서현실은 고민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사당 바우덕이(김윤배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조선후기 안성 남사당패의 유일한 여자 꼭두쇠였던 바우덕이의 삶을 김윤배 시인이 마당극 형식의 장편 서사시로 엮었다.신분과 성차별에 맞선 바우덕이가 선구적 여성상으로 그려지고,그의 가족사를 통해 동학정신이 조명되기도 한다.9000원. ●폭스 이블(미네트 월터스 지음,권성환 옮김,영림카디널 펴냄) 미네트 월터스는 마흔살에 늦깎이로 데뷔해 영국 추리소설계의 간판이 된 여류작가.한 여인이 의문사하면서 그 가문의 비밀이 벗겨지고,폭스 이블이라는 사내가 이끄는 부랑자 단체가 마을 한편을 점유하는데….치밀한 플롯으로 인간 내면에 도사린 위선과 가식,폭력성을 예리하게 들춘다.1만 2000원. ●헤르만 헤세와 임어당(김주연 지음,작가 펴냄) 문학평론가 김주연(숙명여대 독문과) 교수의 산문집.지은이는 “우리 문화에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닌 다양성,독선이 아닌 사랑이며 문학과 종교를 ‘한 뿌리의 쌍생아’”로 보면서 “지적 교만과 방탕한 젊음을 보낸 자들에게 헤세와 임어당은 큰 위안의 이름”이라고 말한다.8500원. ●나두야 가련다(박용철 지음,시로 여는 세상 펴냄) 시인 박용철(1904∼1938)의 탄생 100주년 기념시집.‘떠나가는 배’‘비에 젖은 마음’ 등 현행 철자법에 가깝게 수정한 대표시 49편 수록.7000원. ●지상의 그 집(홍윤숙 지음,시와시학사 펴냄) 57년째 한국시단을 지켜온 원로시인 홍윤숙이 15번째 시집을 냈다.마치 구도자처럼 지나온 삶을 시로 회고하는 시인은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를 분명히 하자고 다짐하면서 고별사를 쓰듯이 이 책을 묶는다.”고 책머리에 썼다.7500원. ●포스트맨(무라카미 류 지음,하마노 유카 그림,양억관 옮김,문학동네 펴냄)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퍼포먼스 오페라 ‘Life’(1999년)에서 세계적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낭독했던 무라카미 류의 글에 일러스트를 덧붙였다.반전과 희망의 메시지가 강렬하다.8800원. ●4의 규칙(전2권)(이안 콜드웰·더스틴 토머슨 지음,정영문 옮김,랜덤하우스중앙 펴냄) ‘다빈치 코드’를 연상케 하는 역사추리소설.르네상스시대의 고문헌인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각권 8000원.
  • [책꽂이]

    ●영혼과 가슴(김남조 지음,새미 펴냄) 원로 시인의 15번째 시집.“허무를 제거”하고 “안식을 주는 사랑”을 노래하려는 시인의 목소리가 메마른 세태를 달래준다.끝없이 이어질 시인의 업보를 ‘시지프스’에 비유한 작품 등은 시인이 부를 사랑의 노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8000원. ●이청준의 인생(이청준 지음,열림원 펴냄) ‘아름다운 흉터’를 잇는 작가의 자전적 산문집.전작이 동심에 대한 추억이라면 이번엔 작가가 지금껏 “보고 생각한 우리 삶과 세상 풍물의 표정”을 모은 것.농부가 된 옛 은사,창작에 얽힌 일화 등을 길어 올리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메마른 현대인을 달래준다.8500원. ●기쁨이 열리는 창(이해인 지음,마음산책 펴냄) 수녀원 입회 40주년을 기념해 낸 문집 형태의 글 모음집.“내가 살고 싶고,되고 싶고,이웃을 초대하고 싶은 바람”을 시·수필·독서일기 등의 형식에 담은 95편의 글을 수록.9500원. ●내가 읽은 삶(양정자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아내·엄마의 삶을 그린 ‘아내일기’의 시인이 낸 3번째 작품집.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이순이 돼 경험한 어머니 없는 세상의 무기력함 등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시어로 불러낸다.6000원. ●‘2days 4girls’(무라카미 류 지음,권남희 옮김,이가서 펴냄) 일본 대표작가의 신작.‘이틀 동안 네 명의 여자와 섹스하는 법’의 부제가 말하듯 사십대 중반의 금융맨인 주인공과 네 명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9500원. ●박사가 사랑한 수식(오가와 요코 지음,김난주 옮김,이레 펴냄) 9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의 신작.교통사고 후유증으로 80분만 지나면 모든 일을 잊어버리는 천재 수학자가 미혼모 파출부와 그녀의 아들과 나누는 사랑을 다루었다.9000원. ●위험한 동화(아흐멧 알탄 지음,이난아 옮김,황매 펴냄) 터키의 베스트셀러.가족을 잃고 친척집을 전전해온 무명작가가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겪는 갈등과 심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현대의 우울한 일상을 그렸다.9000원.˝
  • [책꽂이]

    ●외면 일기(미셀 투르니에 지음,김화영 옮김,현대문학 펴냄)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가가 30여권의 수첩에서 추려낸 생각의 편린을 모은 산문집.사물과 사람,책,여행지 등을 조망하면서 독특한 해석을 통해 대상물에 호흡을 불어넣는다.1만 1000원.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조용미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봄·나무·바람 등 다양한 대상을 투시하면서 그 내부의 소우주를 찾아낸 뒤 시로 형상화.시적 자아의 시선이 그윽하다.90년 등단한 뒤 꾸준히 써온 작품을 모은 3번째 시집.6000원. ●숨쉬어(안 소피 브라슴 지음,최정수 옮김,문학동네 펴냄) 2001년 열일곱 살에 등단하면서 프랑스 문단의 눈길을 끈 작가의 데뷔작.그 해 페미나상 후보에 오른 이 장편은 사춘기 소녀들의 깊은 우정을 그렸다.7500원.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김영석 지음,시와시학사 펴냄) 70년 등단한 시인의 세번째 시집.초심으로 돌아가 세상의 근본과 자신의 모습을 찾자고 노래한다.34편의 작품에서 선시에 가까운 절제된 시어로 존재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았다.1만 5000원. ●알타미라 벽화(정진경 지음,현대시 펴냄) 이 땅의 여성으로 살면서 느끼는 억압을 시로 표현.야성적이고 원시적인 시어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내면의 욕망을 시와 조응시킨다.2000년 등단한 뒤 낸 첫 작품집.6000원. ●나는 공부를 못해(야마다 에이미 지음,양억관 옮김,작가정신 펴냄) 일본 인기 여성작가의 연작 소설집.학교 성적에는 관심이 없는 주인공 히데미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교생들의 성(性)과 순정을 재미있게 엮었다.8500원. ●그래,연애만이 희망이다(무라카미 류 지음,김자경 옮김,제이북 펴냄) 일본 대표작가의 연애 에세이.연애를 낭만적 감정으로만 보지 않고 경제와 사회 현상에 연결.기발한 발상으로 현실에 발을 디딘 연애를 통해 삶의 희망을 들려준다.8500원. ●행복한 왕자(오스카 와일드 지음,이동진 옮김,이가서 펴냄) 탐미주의 예술의 대명사인 작가의 대표작.불쌍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동상에 박힌 보석을 뽑아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그림을 보태 어른을 위한 동화로 꾸몄다.1만원.˝
  • 책꽂이

    ●월드뮤직(서남준 지음,대원사 펴냄)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 부른 ‘엘 콘도르 파사’,잔잔한 선율과 삶을 성찰하는 가사로 유명한 이 노래는 에스파냐의 지배에 반기를 들고 잉카제국의 재건을 꿈꾸었던 마지막 잉카 황제 투팍 아마루를 기리는 노래다.지금도 안데스의 인디오들은 투팍 아마루의 영혼이 한마리의 콘도르가 돼 안데스의 창공을 날며 잉카의 후예들을 지키고 있다고 믿는다.팝송,칼립소,보사노바 등 세계음악에 얽힌 이야기들을 다뤘다.1만 7000원. ●벨기에 이야기(이성기 지음,학민사 펴냄) ‘유럽의 눈’‘유럽의 심장’으로 불리는 벨기에의 문화체험기.벨기에는 네덜란드식 발음이고 영어론 벨지움,프랑스어로는 벨지크라 한다.면적은 3만㎡ 남짓으로 경상남북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인구 1000만의 작은 나라다.로마시대 이래 외세의 압제에 시달리면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플레미시 예술을 꽃피웠고,중세부터 해상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온 유럽의 소강국 벨기에의 저력을 들여다 본다.9000원. ●유대인(정성호 지음,살림 펴냄) ‘디아스포라’란 그리스어로 ‘이산’‘흩어진다’는 뜻으로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을 떠나 이교도 세계에 흩어져 있던 것을 가리킨다.기원전 7세기에 바빌로니아인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19세기 게토에서 해방되기까지 유대인들은 몇몇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세계 곳곳에서 고립돼 살았다.어떻게 해서 유대인들은 그들을 에워싼 다른 민족에 동화되거나 흡수되지 않고 견딜 수 있었을까.저자(강원대 교수)는 그 힘은 바로 유대인들의 종교적 법전인 ‘탈무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3300원. ●질문의 힘(사이토 다카시 지음,남소영 옮김,루비박스 펴냄) “제대로 된 질문이 상대를 움직인다.처음 만난 사람과도 3분 만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저자(메이지대 교수)는 질문에도 잘못된 질문과 제대로 된 질문이 있다며,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원칙과 테크닉을 제시한다.무라카미 류,무라카미 하루키,스티븐 스필버그,무하마드 알리 등 ‘대화의 달인’에게 듣는 대화의 기술과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법을 소개한다.8700원.
  • [씨줄날줄] ★★족

    세상이 풍요로워진 탓일까.별난 족속들이 참 많이도 나온다.최근 서울 강남에 출현했다는 황금족만 해도 그렇다.부동산 졸부의 아들인 한 청년이 부모로부터 받은 많은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뿌려댄 얘기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처음 보는 여성에게 명함 대신 다이아반지를 건네줘 주변에서 황금족이라고 부른다나.방탕한 젊은이의 자화상에 그저 혀를 차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젊은이는 우리에게만 고유한 것은 아니다.돌연변이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의 공연에 시쳇말로 ‘난리블루스’를 친 미 10대 소녀들이 원조 격이다.이들은 양말을 발목까지 내려오게 신어 ‘바비삭스’라는 신조어로 불렸다고 한다. 2차대전 이후 이런 젊은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미국의비트제너레이션과 영국의 앵그리영맨이 그들이다.모두 기성의 질서·권위에 도전하거나 반항하는 코드였다.비트제너레이션은 곧 히피에 자리를 내줬다.반항도 시들해졌는지 미국 젊은이들은자신들에 몰두하기 시작했다.여피족에서 얼마전 보보스족으로 이동한 것이다. 일본도 비슷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전쟁에서 진 일본은 1955년 ‘태양의 계절’이라는 소설에 큰 충격을 받았다.여기서 태어난 태양족은 기성권위와 가치라면 모조리 반항했다.이들은 1960년대 쓸데없이 빈둥대는 롯폰기족에 바통을 넘겨주었다.이어 다케노코족,오타쿠족,폭주족 등이 명멸했다.몇년 전부터는 인기작가 무라카미 류가 소설‘러브 앤드 탑’에서 그렸듯이 원조교제족이 성행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별종’이 나온 건 사실 198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1960∼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족이 있었지만 이들은 얌전한 편이었다.새롭지만,종래의 시각에서는 매우 비뚤어진 젊은이의 대표주자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오렌지족이었다.오렌지족이 황금만능의 황금족으로 진화한 것일까. 이들 ‘★★족’은 모두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의 권태 때문인지 ‘방황’과 ‘몰입’이라는 특성이 뚜렷하다. 짧게는 몇달,길게는 몇년밖에 생명을 잇지 못하는 ★★족이지만,자본주의의 병리를엿보게 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박재범 논설위원 jaebum@
  • [일본에선] “한국의 강인함 배워야”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 신문들은 26일 공동개최국 한국의 결승 진출 좌절을 아쉬워하면서도 ‘아시아의 자랑’으로 우뚝 선 한국 축구의 저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처음에는 ‘일본만 16강에 올라가면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은 16강에 머문 일본을 훨씬 뛰어넘는 쾌거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전술상의 뒷받침,체력에 자신감을 불어넣은 히딩크 감독도 완벽했다.”면서 “월드컵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를 한국에서 본 것 같다.”고 한국팀 선전을 극찬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나라 전체가 축제를 즐겼다.패배해도 대만족 세계에 코리아 과시’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국민은 패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만족감에 빠졌다.”면서 “그것은 세계의 축구팬을 놀라게 하고 ‘코리아’의 존재를 세계에 과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일본보다 좋은 성적을 남긴 최선의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한국인의 여유로 ‘한·일 관계도 당분간은 좋은 날씨가 이어질 것’(외교 소식통)”으로 내다봤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한국은 완전연소할 때까지 독일을 밀어붙였다.”면서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의 첫 4강 진출의 쾌거는 빛이 바래지 않는다.”고 한국의 승부혼을 평가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한국에서 축구는 ‘민족의 자존심’이며 일제 식민지시대 한반도에 있던 사람들은 축구로 일본인을 제압하는 것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했다.”면서 “한국선수들의 승부 집념은 이런 역사와도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신문은 “독일은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서 “독일은 한국팀에 빈자리가 생긴 것을 놓치지 않고 단 한번의 실수를 이용해 득점했다.”고 경험의 차가 승패를 갈랐다고 평가했다.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스포츠호치(報知)에 게재한 한국·독일전 관전 칼럼에서 “실수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봤다.”면서 “한국은 단 한번의 실수로 독일의 공격에 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하고 실수가 용서되지 않는 국제적인 장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치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순식간에 팀의 수준이 올라갈지도 모른다.”고 한국팀을 치켜세우고 “연공서열을 비롯한 일본식 시스템이나 사고방식은 수준향상을 저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일본 축구를 분석했다. 닛칸(日刊)스포츠는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준결승전에 어울리는 선전을 보여줬다.”면서 “한국이 보여준 적극성과 끈기,강인함은 일본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marry01@ ■日 업계따라 명암 엇갈려 (도쿄 간노 도모코 객원기자) 일본에서 불었던 ‘베컴 붐’.베컴 헤어스타일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으나 정말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는 것은 지난 4월말 PHP연구소에서 출판된 ‘베컴,모든 것은 아름답게 이기기 위해’이다. 2개월 만에 23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다.편집 담당자는 “구입자의 70%가 20∼30대 여성이지만 연령을 불문하고 인기가 있어 50만부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베컴이 입어 일약 유명해진 ‘오사카 에비스도’의 청바지도 보통 매상의 갑절인 하루 70∼80개씩 팔려나간다.베컴이 입었던 것과 같은 디자인,같은 옷감의 청바지는 무려 4만엔이지만 팔리는 것은 옷감이 다소 처지는 1만 8800엔짜리다. 잉글랜드 응원단이 몰렸던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 경기장 주변의 편의점은 매상이 보통의 8배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일본 대표팀을 상징하는 것은 푸른색.일본전 때 스탠드를 물들였던 푸른색 유니폼은 “당초 예상보다 1.5배 팔렸다.”는 것이 일본 스포츠비전의 설명.가장 인기있는 유니폼은 일본팀의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中田英壽).32개 출전국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유니폼이 많이 팔린 국가는 잉글랜드였다. 일본의 예상 밖의 선전으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웃음이 멈추지 않은 회사는 전 경기를 방영한 위성방송 ‘스카이 퍼펙트 TV’.5월의 신규 가입자는 11만 8000명으로 전년의 2.5배에 달했다. 맥주회사 ‘기린’도 웃었다.기린 브랜드를 디자인한 응원 캔은 당초의 3배인 290만 케이스를 출하했다. 일본인의 정취를 담아 인기를 모은 ‘시노하라후린혼포’의 수제 축구 풍경.하루30개 한정판매로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었다.문구점 이토야(伊東屋)에서 내놓은 6500엔짜리 지구의도 32개국을 알기쉽게 다뤄 보통때의 1.5배 매상을 올렸다. 반면 택시업계는 울상이었다.특히 일본전이 있는 날은 사람을 태우기 어려웠다.선술집들도 매상이 전체적으로 15%가량 줄어 월드컵은 일본 열도 곳곳의 장사에 명암을 갈랐다. ktomoko@muf.biglobe.ne.jp
  • [대한포럼] 일본의 열린 마음

    한국이 서울에서 독일과 월드컵 결승 진출권을 다투던 25일이었다.현해탄 건너 일본 열도에서도 ‘대∼한민국’함성이 요란했다.일본을 대표하는 수도 도쿄의 요요기 국립경기장을 비롯해 신주쿠 오쿠보 거리 등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한국과 독일 경기 중계 방송을 지켜보며 한국을 응원하는 ‘대∼한민국’이었다.일본 월드컵추진의원연맹이 요요기 경기장에 마련한 한국 응원 이벤트에는 5000여명이 몰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응원했다. 우리 돈으로 2만 5000원을 내고 몰려든 5000여명 가운데 교포들이 많았지만 일본인들도 못지 않았다고 한다.‘붉은악마’또래의 젊은이 혹은 가족들과 함께 나온 일본 사람들이 교포들과 어울려 열렬히 태극기를 흔들어 댔다는 것이다. 이웃은 사촌이지만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는 앙숙이다.프랑스와 독일,이란과 이라크,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그랬다.앙숙은 아니더라도 정말로 지기 싫은 상대였다.그 일본이 기모노 대신 붉은 티셔츠를 입었다.겉 모습을 먼저 바꿨다.일본은 속내와 겉이다르다고 알려진 터라 미심쩍었다.그런데 그들이 이번엔 태극기를 흔들어 댔다.혼신을 다해 ‘대∼한민국’을 외쳤다. 일본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었다.식민 통치를 하면서 착취했기 때문이 아니다.한글을 없애고 태극기를 불사르고 이름을 바꾸도록 강요했다.우리를 아예 말살하려 했던 그들이기에 경쟁해서 이기고 싶었다.일본도 똑같았다.한국을 경멸하며 싸워서 압도하려 했다.이길 수도 있고,질 수도 있는 축구 경기지만 한·일 간에는 무승부가 무난했다.양국의 무한경쟁 심리는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불을 뿜었다.공동 개최하기로 해 놓고도 서로 눈을 흘겼다.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면서도 왼손으론 주먹을 쥐었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날 월드컵 본선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한국은 이겼고 일본은 16강 진출이 불투명했다.으레 시샘해야 할 일본이었다.그런 일본이 일본 몫까지 싸워 달라며 성원을 보낸 것이다.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하자 일본 언론은 “한국팀의 기백과 일체감에는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고 격찬했다. 스페인을 누르고한국이 4강에 안착하자 일본의 유수한 일간지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億(1억의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응원하고 있어요”라고 한글로 제목을 달았다.그들의 할아버지들이 말살하려던 한글로 신문을 만들었다. 한국 축구에 정신을 차린 것은 일본뿐이 아니다.월드컵 경기를 녹화 방송하면서도 한국팀 경기만 악착같이 빼놓던 북한이 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거의 대부분 방영했다.응원단의 ‘대∼한민국’은 들리지 않도록 처리했지만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인 태극기는 그대로 내보냈다.36년 전 런던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격파했던 과거사를 곁들였다고 한다.축구의 불가사의는 휴전선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국군 확성기를 통해 이탈리아전 중계 방송을 듣던 북한 병사들이 한국이 이기자 박수를 쳤다고 한다.축구라는 코드를 입력하면 남북은 이미 하나가 된 셈이다. 축구는 세상의 고해성사를 받아내는 마력도 갖고 있다.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한국과 스페인 경기가 끝나자 호치(報知)라는 스포츠신문에 “내가 틀렸다.지난날 한국 축구 대표팀에(중략) 정말 실례되는 글을 쓰고 말았다.”는 글을 기고했다.한국 축구를 애써 얕잡아 보았던 속내를 토해냈다.무라카미 류는 한국 축구를 비하하면서 ‘신흥 공업국’이라는 어휘를 쓴 것을 크게 후회하는 듯했다.일본의 부(富)를 내세워 한국을 압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던 까닭이다. 확실히 일본은 한국과 월드컵을 함께 치르면서 마음을 열었다.일본의 국민 의식이 민족적 편견을 극복하고 보편적 가치를 수용할 만큼 의식의 외연을 넓혔다는 분석도 있다.한편에선 한·일 양국에서 축구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월드컵 세대’의 특성에서 해답을 찾기도 한다.20세 안팎의 인터넷 세대로 이질적인 민족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세계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매개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한편에선 군사 대국화를 시도하는 일본이라 선뜻 믿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축구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시대를 일궈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chung@
  • [일본에선] “한·일 벽 허무는 계기로”

    ■재일동포들의 희망·포부 (도쿄 김현 객원기자) 재일한국민단중앙본부 월드컵 후원회 사무국장인 조정방(32) 차장은 요즘 재일동포의 관전투어를 인솔해 몇 차례 한국을 다녀왔다.조 차장은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국민이 월드컵 개최를 맞아 벌인 ‘문화시민운동’은 일본 언론들도 보도한 바있다.이번 월드컵 기간중 한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지내기 좋은 한국’이란 인상을 강하게 받고 돌아왔다.물론 한국도 예전부터 친절한 나라였다.이를 알고 있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그러나 이번에는 “외국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달랐을 것”이라고 조 차장은 지적했다. -용기 있는 개혁/무너진 벽= “‘한국을 훨씬 좋게 만들자’라는 나라 전체의 목적의식이 사회 곳곳에서 배어나오고 있다.단점이나 부족한 점을 직시,이를 고치는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다.한국의 4강 진출로 한국 사회는 한 단계 성숙될 수 있게 됐다.이런 힘을 재일동포 사회에도 끌어들이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다만 이미 재일동포 사회도 3,4세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모국의 힘이 전해져 들어오는 것이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도쿄의 재일 조선인 3세 김모(30·회사원)씨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곧 조총련계의 조선학교를 다녔다.일본 이름을 쓴 적이 한번도 없고 한반도가 조국이라는 점을 의심한 적도 없다.그런데도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나는 역시 이방인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미묘한 감각의 차이나 말이 서투른 것 등 작은 차이들이 자신과 조국을 떼어놓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같은 벽은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찾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와르르 무너졌다.스탠드에서 ‘AGAIN 1966’이란 카드섹션을 보았다.북한이 1966년 런던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 이긴 사실은 조선학교 어린이들의 자랑이었다.한국인들도 똑같이 자긍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자 생활감각의 작은 차이 같은 것은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더구나 눈앞에서 ‘1966년의 승리’가 재현되지 않는가.“그감동과 자긍심이 나와 조국의 유대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교류에 여유/관심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 무너져야 할 벽은 일본인들과의 사이에도 있다. 97년부터 요코하마의 대학에 유학하고 있는 권학준(31)씨는 “유학 초기 일본인학생 누구도 이야기를 걸어오지 않아 스스로 국제교류회를 만들어 이야기할 기회를 찾아야 했다.일본은 아직도 ‘구미(歐美)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어 이웃나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월드컵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모두 응원했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당연히 있었다.내 나라라는 점도 있었다.하지만 일본인과의 지속적이고 강한 교류를 위해서는 정신적인 여유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3월 고베의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의 한 IT기업에 취직한 이중권(29)씨 생각도 비슷하다.그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한국이 월드컵에서 약진한 것은 일본인들로부터 큰 주목을 끌고 있다.이 기회에 작은 것에서부터 이해를 높여 남은 편견을 없애나가는 것이 좋다.”고 그는 말한다. 일본에 거주하는 논픽션 작가 유재순(柳在順)씨는 “8강 진출에 실패한 일본인의 눈에 한국의 약진은 어떻게 비칠 것인가.일본의 약진을 보았을 때 한국인의 기분이 어땠는가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은 비교적 한국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일부 남아 있다.한국과 일본의 경쟁의식이 스포츠 같은 분야에만 머물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한국 축구가 멋진 약진을 이뤄낸 지금이야말로 이같은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kmhy@d9.dion.ne.jp ■日신문 ‘한국 4강' 대대적 보도 (오사카 황성기특파원) 일본 신문들은 한국의 4강 진출을 대부분 1면 머리기사로 전하는 등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 4강,아시아 처음’이라는 1면 머리기사를 통해 “30년의 제1회 월드컵 때 미국의 4강진출을 제외하고 남미와 유럽이 독점해 온 4강의 한 자리를 한국이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1면을 비롯,5개면에 걸쳐 한국의 승전보를 전한 아사히는 “지난 대회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진출시켰던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을 새롭게 탄생시켰다.”면서 “감독을 믿고 자신의 힘을 갈고 닦아 온 선수들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빨간 호랑이,기적이라 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통해 “스페인은 기술력을 살린 공격으로 득점 기회가 많았으나 라울의 결장으로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면서 “반면 한국은 후반전 중반부터 스태미너가 스페인을 앞지르며 그라운드를 지배했다.”고 체력싸움에서 승리한 한국팀을 높게 평가했다. 신문은 사회면 머리기사를 통해 “아시아의 꿈이 광주에서 이뤄졌다.”고 한국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전하면서 일본 곳곳에서 펼쳐진 동포들의 열띤 응원모습도 상세히 보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공을 잘 다루는 젊은 선수를 많이 뽑아 투입한 것이 주효했으며 롱 패스로 포워드가 골을 넣은 과거의 한국 축구와는 달리 스스로가 공을 드리볼해 상대편 수비수와 정면 승부를 거는 장면이 많았다.”면서 “무엇보다 눈에띄는 것은 정신력과 전술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전 한국 축구를 ‘육탄적 공격,신흥공업국의 이미지’라며 깎아내렸던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이날 스포츠 호치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한국의 첨단적인 축구를 깨닫지 못하고 실례의 말을 썼다.”고 사과했다.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축구 애호가인 그는 이날 ‘나는 잘못했었다’는 칼럼에서 “한국은 스페인을 상대로 믿을 수 없는 움직임으로 수적 우위를 만들었다.”면서 “한국의 전술이나 테크닉은 완벽에 가까웠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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