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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談餘談] 총천연색 인생을 원하신다면/정서린 국제부 기자

    [女談餘談] 총천연색 인생을 원하신다면/정서린 국제부 기자

    “표현하세욧!” 대학시절 영문학 개론 시간. 5월, 초여름의 더운 공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눈을 고쳐 떴다. 마땅한 질문도, 질문에 마지못해 나오는 대답도 없던 학생들에게 중년 여교수님의 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학생들이 무엇보다 의아했던 건 “‘표현하라’는 말이 과연 청유형이 아닌 명령형으로 쓰일 수 있는 표현인가.”라는 뜨악한 물음이었다. 교수님의 이어지는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인생은 99%가 표현으로 이뤄지는 겁니다. 지금 강의실에서 대답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여러분이 살면서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인생은 잿빛이에요.” 그녀는 ‘인생을 총천연색으로 사는 법’에 대해 충심 어린 조언을 하고 있었다. 10년전 대학 강의실로 머릿속 테이프를 되감아본 건 최근 잇따른 주변의 사례(?) 때문이었다. 며칠 전 직장인들로 붐비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몇 년만에 우연히 대학선배를 만났다. 봄햇살 아래 음울하게 서 있던 그가 인사말을 건네자마자 하는 말. “2년 사귄 여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잔다. 표현 없고 무뚝뚝한 내 태도에 이젠 지쳤대. 어떻게 해야 되냐?” 그리 친하지도 않은 데다 오랜만에 만난 내게 던진 선배의 첫마디는 그의 절박함을 헤아리게 했다. 얼마전 읽은 한 에세이집에서 광고쟁이로 일하는 필자는 이십년 넘게 살 붙이고 산 남편의 ‘비장의 내조’를 털어놓았다. 그건 바로 알 큰 반지도, 0자 많이 붙은 백화점 상품권도 아닌, 남편이 밤마다 피곤에 전 자신의 몸을 두드려주는 5000원짜리 안마망치였다. 표현은 ‘관계의 정석’이다. 상대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까닭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찬양’처럼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우리는 너무도 친밀하고 심플하고 정확할” 수 있었을 테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언어는 위스키가 아니며, 또 운 좋게도 우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을 아우를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지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라는 모 제과의 광고는 이제 신봉하지 마라. 표현하지 않으면, 인생은 잿빛이다. 정서린 국제부 기자 rin@seoul.co.kr
  • [정준모의 시시콜콜 예술동네]잘팔리는 작가&미술관이 사랑하는 작가

    요즘 미술시장을 보면 크게 두 종류로 작가군이 나뉜다. 일반 컬렉터의 사랑을 받아 미술품 경매시장 등에서 성공한 작가들과 미술시장에서는 외면당하지만 미술관이 사랑하는 작가들이 있다. 이같은 구별은 ‘시장에서의 성공이 곧 예술성이 전제되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겨난다. 단순하게 소비하는 것과 소장하는 것 그리고 향유하고 감상하는 것은 각각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대개 미술시장의 가격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 상황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만 역시 사람들의 기호에 크게 좌우된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지명도와 수상경력, 평판, 출신학교 등 작품 외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이것은 그림을 살 때 눈으로 보고 사기보다는, 귀로 듣고 사는 초보적인 단계의 컬렉터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뜨고 있는 미술시장인 중국이나 홍콩시장에도 또 다른 의미의 초보 컬렉터들이 존재한다. 여전히 교조적인 사실주의 회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미니멀하고 실험적인 작품은 불편할 뿐이다. 따라서 이들 경매시장에서 극사실적인 작품이나 후기 팝아트 형식의 그림들이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비디오나 설치작품 그리고 개념적인 작품은 아예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과 홍콩의 경매에 출품되는 작가와 작품들이 다른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하더라도 현대미술의 담론 생산, 이슈 제기 등의 문제에서 크게 평가받지 못한다면 그 작가는 단순히 시장에서의 인기작가에 머물고 만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아트뉴스(Artnews)’가 창간 105주년을 맞아 ‘105년 후에도 살아남을 작가’를 선정해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미술시장의 활황을 주도해온 톱 10에 들어가는 대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장샤오강, 바젤리츠, 다카시 무라카미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뜨거운 미술시장의 중심인 중국 작가들 중 장샤오강, 웨민준, 쩡판즈를 찾아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사실 중국미술의 힘은 세계 미술계에서 주류에 속하는 차이궈창, 황융핑, 왕두, 얀페이밍에게서 나온다. 물론 시장과 미술현장 양쪽에서 모두 잘나가는 작가로는 프랜시스 베이컨, 리히터, 안젤름 키퍼,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엘스워스 켈리, 댄 그래이엄, 리처드 세라, 루이스 부르주아, 브루스 나우먼, 척 클로스, 솔 르윗, 신디 셔먼 등이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별 인기가 없는 백남준, 수빙, 차이궈창, 오노 요코 등도 105년 후에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당대에 잘나갈 것인가. 미술사에 오를 것인가? 작가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을 강요하는 딜레마다. 컬렉터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인기있는 작가를 수집할 것인가, 미술 역사에 남을 작품을 수집할 것인가. 돈은 있지만 눈이 없는 컬렉터들이 존재하는 한 미술시장은 잘나가는 작가와 미술관이 사랑하는 작가로 나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민해야 한다. 어떤 작가들이 100년 뒤에 살아남을 것인가. <미술비평가>
  • [정윤수의 종횡무진] 영원한 마라토너 이봉주

    국내에도 소개된 ‘천천히 달려라’의 저자 존 빙햄은 다섯 시간이 넘도록 달리고 또 달려서 간신히 도착하는 아마추어다. 카우치 포테이토(소파에 앉아 감자 칩을 먹으며 TV를 보는 사람들)였던 그는 마라톤을 한 이후 새 삶을 찾게 되어 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해 왔다. 그는 말한다.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공기가 폐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을 느낄 때, 더위와 추위, 이글거리는 태양, 쏟아지는 비를 느낄 때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 달리기란 그런 것이다. 물론 달리기 대신 공차기, 암벽 오르기, 헤엄치기, 심호흡하기 같은 말을 넣어도 빙햄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달리다’는 동사는 인간을 더욱 순도 높은 열정의 존재로 만들어준다. 달리기에 대한 세계적인 예찬론자로 독일의 요시카 피셔가 있다. 외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달리는 중 명상에 빠지거나 한 가지 생각에 몰입할 수 있다. 어느 때는 무아지경의 상태처럼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아마도 그런 느낌, 일상에서는 좀처럼 획득할 수 없는 미묘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 달리는지 모른다. 마라톤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소설가가 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오래 살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다. 설령 짧게 살 수밖에 없더라도 그 짧은 인생을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이상 언급한 세 사람은 모두 아마추어다. 어쩌면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순수한’ 관점에서 마라톤의 미학을 성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 뛰고 또 뛰어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사실 이러한 예찬과는 거리가 먼, 마치 이 거친 세계와 단독으로 맞선 자의 숙명처럼 달릴 것이다. 이봉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스포츠맨, 쉼없이 달려온 의지의 표상, 피니시라인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돌아보지 않았던 마라토너. 그가 마침내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15일, 서울국제마라톤이 은퇴 경기가 되었다.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애틀랜타에서는 은메달을 땄고 시드니에서는 다른 선수와 충돌했으며 아테네에서도 14위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우승을 했을 때나 그러지 못했을 때나 늘 달렸다. 20살에 처음으로 완주를 했고 이후 20년 동안 42차례나 도전해서 40회 완주 기록을 세웠다. 총 1687.8㎞. 현역선수로는 최다 기록이다. 올림픽 4회 진출도 유일한 기록이다. 그는 보스턴의 우승자이며 올림픽 은메달 수상자다. 그러나 그런 성취가 아닐 때에도 쉬지 않고 달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체코의 마라톤 영웅 에밀 자토펙은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고 했다. 이봉주는 주어진 숙명을 피하지 않고 새로운 지평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위엄을 보여줬다. 진실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최향남과 ‘ML 선도자 역할론’

    최향남과 ‘ML 선도자 역할론’

    2003년 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은 한국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56방을 때리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입성은 불발됐다. 초라한 대우가 이유였다. 당시 그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바로 나가는 첫 선수로서 최저 수준 연봉에 사인한다면 훗날 후배들에게 악영향이 일 거란 우려의 결정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이승엽은 몇 발짝 물러섰다. 일본 프로야구는 1964년의 무라카미 마사노리가 1호 빅리거다. 실질 진출 촉발은 투수 노모 히데오(1995년) 타자 스즈키 이치로(2001년)부터다. 양 거물의 대성공으로 이후 일본 A급 선수들은 귀빈 대접을 받고 태평양을 건넜다. 이승엽의 논리대로 노모와 이치로는 터를 잘 닦은 경우다. 그러나 그 둘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이득 효과는 몰라도 결심의 선도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노모는 일본 최고 투수였다. 이치로는 최고 타자였다. 또 노모는 희한한 꽈배기 투구 자세. 토네이도 폼으로 던졌다. 이치로는 19세기 발 야구를 복원했다. 요컨대 두 선수는 특출난 재능에 특이한 스타일이 결합된 특수 케이스였다. 그래서 일본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 진출 붐의 계기를 다른 이들로 본다. 주인공은 투수 하세가와 시게토시(1997년) 타자 신조 쓰요시(2001년)다. 이 둘은 일본에서의 활약상 자체가 A급에 미달됐다. 희망을 심어 줄 가능성이 컸다. 하세가와는 미국 데뷔 구단 LA 에인절스(당시 애너하임)와 계약 전 1996년 시즌 방어율이 5점대였다. (5.34) 구속은 130 km/h대까지 하락했다. 신조는 2000년을 최고 해로 보냈지만 일본 프로야구 통산 타율이 0.249에 지나지 않았다. 노모와 이치로는 원래 잘 했다. 그리고 원래 특별했다. 반면 하세가와와 신조는 그 정도 선수들이 일본에도 많았다. 즉 ‘나 역시 도전하면 저만큼은?’이란 생각과 의문. 결심의 주체였던 대상은 노모·이치로가 아닌 하세가와·신조였다. 최향남 또한 유사 선상에 있다. 그도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최향남은 “선수들끼리 메이저리그 이야기를 안 한다. 할 수가 없다. 비교 대상이 전무해서다. 과연 통할까? 감조차 안 선다. 내가 성공한다면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승엽이 2003년 시즌 직후 진출해 제 몫을 했다면 사람들은 ‘한국이 낳은 최고 타자 이승엽은 뭔가 다르다’란 인식이 주였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최향남은 다르다. 메이저리그 진입 장벽 개방의 선도자는 그가 더 적합할 수 있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WBC] 추~ 추 트레인 “감 잡았다”

    빅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는 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했고, 지난 시즌 타격왕 김현수(두산)는 통렬한 3점포로 기대를 부풀렸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27일 미국 하와이대학 레스 무라카미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연습경기에서 3회 김현수의 결승 3점 홈런 등 장단 11안타를 몰아치며 11-4, 강우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예상대로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추신수는 5타석 3타수 1안타 3득점을 기록, 기대에 부응했다. 첫 성인대표팀 신고식에서 시원한 장타를 뿜어내지는 못했지만 8회 한화의 네번째 투수 안영명을 상대로 깨끗한 좌중간 안타를 터뜨리는 등 5타석에서 2사사구 1안타를 기록했다. 8회 상대 포수 이희근의 패스트볼 때 번개 같은 스타트를 끊어 주루 플레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인식 감독은 “(추)신수가 들어오니 타선에 묵직한 맛이 있었다.” 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선취점은 한화가 뽑았다. 한화는 1회초 선두 타자 강동우의 볼넷과 빅터 디아즈의 좌전 안타로 1사 1·2루를 만든 뒤 5번 이영우의 적시타로 1점을 앞서 나갔다. 그러나 대표팀은 곧바로 1회말 정근우(SK)의 안타, 추신수의 볼넷으로 맞은 1사 1·2루에서 4번 김태균이 오른쪽 담장을 맞히는 1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회 1·3루에서 장타자 변신을 위해 스윙폼을 바꾼 김현수는 상대 윤경영의 실투를 통타, 좌월 3점포로 연결했다. 대표팀의 4-1 역전. 뒤이은 이종욱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 5-1로 달아났다. 대표팀은 6회 이범호의 1타점, 이대호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추가, 승기를 굳혔다. 한화는 8회 무사 만루에서 최진행의 3타점 2루타로 4점차로 추격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표팀은 8회말에도 이대호의 2타점, 김현수의 1타점 3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경기는 8회말 비로 강우콜드게임 처리됐다. 5번 타자 겸 3루수 이대호는 4타점을 쓸어 담았고 6번 타자 겸 좌익수 김현수는 5타점을 올려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냈다. 선발 등판한 김광현(SK)은 3이닝 동안 42개를 던져 삼진 5개를 솎아내며 1실점으로 호투했고, 윤석민(KIA)도 2와 3분의 2이닝 동안 33개를 뿌려 네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퍼펙트로 막았다. 그러나 봉중근(LG)과 이재우(두산)는 3점을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대표팀은 28일 한화와 마지막 연습경기를 벌인 뒤 새달 1일 격전지인 일본 도쿄에 입성한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하루키가 달리는 이유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가 지독한 자기 환멸과 근원적인 절망감 때문에 자살했을 때, 동시대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는 이를 경멸하면서 말했다. “그런 성격 결함의 절반쯤은 냉수마찰이나 기계체조로 고칠 수 있다.” 그렇게 말한 미시마 유키오 역시 자살을 했다. 그런데 그 사유는 다자이 오사무와 다르다. 다자이 오사무가 내면에 대한 불안의식과 일본 사회의 과잉된 우경화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면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 파시즘 부활을 외치며 할복 자살했다.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은 ‘금각사’. 이 소설은 유일무이한 미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불을 지르고 만다는 지극히 일본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쓴 뒤 미시마 유키오는 보디빌딩으로 제 육체를 단련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세계,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힘과 미와 열정이 충일된 세계. 그것을 동경한 미시마 유키오는 현실 속에서 이를 충족하기 위해 군국주의 부활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마침내 할복자살했다. 육체에 대한 과도한 몰입, 스포츠에 대한 지나친 열병, 강한 힘에 대한 한없는 동경. 이러한 것이 때로는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미시마 유키오는 보여준 것이다. 스포츠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대단히 유연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역설적으로 가르쳐 준 것이다. 스포츠는 힘 자랑이 아니며 남에게 으스대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완벽하고 강한 힘을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여리고 시들고 병든 것을 사랑해야 하는 것 역시 인간의 의무다. 건강한 스포츠 정신이란 이처럼 상반된 것에 대하여 균형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일본 소설가가 있다.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널리 알려진 마라토너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25회나 완주하고 100㎞ 울트라마라톤에도 성공한 작가다. 소설가하면 골방에서 담배나 연신 피워대야 어울릴 법한데 하루키는 지금도 매일 같이 달리는 작가다. 전업 작가가 된 32살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하루 두 갑 이상 담배를 핀 체인스모커였으나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담배를 끊어 버렸다. 그는 매일 달린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3시간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나머지 1시간은 달리기 위해 빼놓았다. 그는 예술이란 몸 안에 든 독을 빼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독을 빼내기 위해서 소설가는 건강해야 하는데 랭보, 다자이 오사무,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같은 소설가는 그 독에 물려 죽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근 발간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문학사상 펴냄)에 보면 하루키는 언젠가 죽고 나면 묘비명에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고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번은 어느 친구가 “신체 장애가 있고 스포츠를 못하는 사람도 좀 생각하라.”고 지적을 했다. 하루키는 이에 대해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무신경하게 함부로 다루는 사람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1998년 6월 호놀룰루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마라톤 15km 코스에 동반자로 참가한 적이 있다. 어느 시각장애인과 끈 하나로 연결를 마주 잡고 달린 것이다. 그 ‘행복한 경험’을 마친 후 하루키는 썼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장애가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신체를 진정으로 의식하는 것이다.” 이 겨울, 땀 흘리며 스포츠에 몰두하고 있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새해 덕담이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日여배우 토다 에리카, 아이돌 멤버와 열애

    日여배우 토다 에리카, 아이돌 멤버와 열애

    영화 ‘데스노트’ 시리즈의 미사 역으로 잘 알려진 여배우 토다 에리카(戸田恵梨香, 20)가 사랑에 빠졌다. 일본 ‘스포츠 니폰’은 “토다 에리카가 아이돌 그룹 칸쟈니8(関ジャニ∞)의 멤버 무라카미 싱고(村上信五, 26)와 서로 사귀는 중”라며 한 주간지의 보도를 인용해 보도했다. 토다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2’, ‘유성의 인연’(流星の絆)을 통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토다가 무라카미와 사귀고 있다는 소식이 주간지 ‘여성 세븐’(女性セブン) 최신호를 통해 공개되자 인터넷 상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 세븐’ 측에 따르면 토다는 지난 19일 드라마 ‘유성의 인연’ 종연회가 끝난 뒤 무라카미의 자택으로 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또 주간지는 며칠 뒤에 반대로 무라카미가 토다의 자택에 머물고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이 함께 나와 택시에 탔다고 전했다. 주간지측은 토다가 무라카미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토다의 연인으로 알려진 무라카미는 인기 아이돌 그룹 ‘칸쟈니8’의 멤버 중 한 명으로 활발한 음반활동 외에도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다. 토다와 무라카미의 만남은 지난 10월 방송된 간사이TV 50주년 기념드라마 ‘고마워요, 엄마’(ありがとう,オカン)에 함께 출연하면서 이루어졌다. 또 토다가 주연을 맡은 ‘유성의 인연’에 무라카미의 동료인 니시키도 료가 함께 출연해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줬다. 한편 두 사람의 소속사 측은 “서로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좋은 친구 사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 기자 spirit0104@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은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서울이 아시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떠올랐다.중국,일본,태국 등 3개국 사람들은 서울을 ‘1년 이내에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첫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서울시가 1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여론조사 전문기관 AC닐슨이 최근 2년 사이 해외여행 경험이 있거나 1년 안에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 중국인,일본인,태국인 등 모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조사는 서울시가 의뢰했다. 서울에 대한 관광선호도는 지난 5월보다 크게 좋았다.6개월 전에는 서울이 중국인에게서는 4위,일본인에겐 2위,태국인에게선 1위를 차지했다.그러나 이번엔 전체에서 1위였다.시는 이번 결과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TV나 신문,인터넷,버스 옥외광고 등과 해외 기자단 팸투어 등 해외홍보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그동안 영화감독 첸 카이거, 소설가 무라카미 류, 가수 조지 윈스턴 등 지역별로 인기가 높은 문화 거장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서울 홍보광고를 제작해 해당 국가에서 방영한 것도 주원인으로 손꼽혔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마음에 상처 안은 사람들 보듬고 싶어”

    ‘키친’‘도마뱀’‘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의 소설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44)가 26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새 장편 ‘왕국’(전3권·민음사 펴냄)의 국내 출간에 맞춰 서울에 온 요시모토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아직 어려(다섯 살) 그동안 한국을 방문할 여유가 없었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요시모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에쿠니 가오리 등과 함께 일류(日流)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 자신의 이름 ‘바나나’에 대해 그는 “바나나는 세계인이 모두 아는 과일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바나나꽃을 좋아하고, 바나나라는 이름만으론 성별을 알 수 없는 ‘모호함의 매력’도 있어 필명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다. “내 작품의 주요 독자들 중에는 사춘기를 겪는 사람들 또는 마음이 아주 섬세하고 감수성이 강하고 세상과 잘 교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이들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것들이 내 소설을 찾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는 독자들이 내 소설을 읽은 뒤 한 차례 여행 혹은 온천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끼며 상처를 보듬어갈 수 있도록 작품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작가는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은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하루만이라도 자살을 늦춰 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쓴 작품도 있다.”며 “지금은 보다 근본적으로 자살을 줄여 나갈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의도를 살리기 위해 그는 ‘현실’이 아닌 한편의 ‘우화’를 작품 속에 담는다고 한다.이번에 출간된 ‘왕국’ 또한 우화적인 요소를 한껏 강화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산 속에서 살다 도시로 나온 소녀 시즈쿠이시를 통해 현대의 물신주의를 고발하고 인간성 회복의 절실함을 역설한다.“이 작품을 쓰고 있을 때 해리 포터 시리즈가 널리 읽히고 있었어요. 내 나름의 판타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작품입니다.” 지금은 주부로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만큼 창작활동은 다소 뜸한 편이라는 그는 “나는 사람들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한국 땅을 처음 밟아 봤으니 앞으로 자주 와서 다양한 형태로 교류하고 싶다.”고 밝혔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크렘린 새 주인은 사탕을 좋아해”

    ‘그는 크렘린 주인이 되고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까.’ 오는 7일 취임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러시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일간 ‘프라우다’는 29일(현지시간) 메드베데프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신문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최근 몇년째 자동차를 몰지 않고 있다. 대신 스노모빌이나 4륜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그는 새벽 2시에 잠들어 아침 8시에 일어난다. 공식적인 업무는 인터넷을 통해 주요 일간지를 읽는 것으로 출발한다. 일과를 전후로 아침이나 늦은 오후엔 꼭 2시간 반씩 짬을 내 헬스나 수영, 요가로 체력을 다진다. 음식으로는 일본식 회 요리 등 생선을 즐겨 먹는다고 크렘린 관계자는 말했다.특히 아이스크림과 사탕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량도 많지만 현대문학으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1995년 작품 ‘양을 쫓는 모험’이 마지막 읽은 책이다.19세기 말 안톤 체호프,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자주 접한다. 영화는 싫어한다. 그러나 쉬는 날이면 가족과 함께 전국에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가장 역할을 다하는 데 관심을 쏟으며 자녀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여겨 외아들 이리야(12)에게 벌을 준 기억이 없다. 시계추처럼 정확한 성격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중·고교를 다닐 때부터 라줌니크(모범생)라는 별명을 안겨 줬다. 정계에 들어와 ‘이슬람 대신’이란 별칭이 더 붙었다. 하루 다섯 번씩 때맞춰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무슬림을 빗댄 것이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李대통령 “행정도 정치도 기업도우미”

    李대통령 “행정도 정치도 기업도우미”

    “과거에 ‘아, 이런 회의를 해서 뭐가 변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돼 회의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한꺼번에 규제를 없앤다는 회의는 해봐야 소용없다. 이제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 한다.” 정부의 규제개혁 회의에 불려나가 한숨만 내쉬던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이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취임 18일을 맞은 13일 그렇게 염원했던 규제개혁의 첫삽을 뜨기 시작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첫 회의가 출발점이다. 이 대통령은 회의 머리말을 통해 “정부가 기업에 불편을 주는 게 무엇인가(살피고) 하나하나 금년 안에 해결하려고, 쉬운 말로 하면 작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전부터 강조한 ‘기업 도우미’로서의 정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거창한 대한민국 규제를 한꺼번에 없앤다는 회의는 소용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씩 말 대신 실천으로 규제장벽을 허물어 나가겠다고 했다. 규제 허물기의 첫 대상으로 산업단지 인·허가를 택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 공장 단지를 짓는 데 평균 30개월이 넘었다. 지금 시작하면 자칫 내 임기 안에 착공도 못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규제 현실을 지적했다.“이래서는 어느 외국인이 30∼40개월 걸려 투자를 하겠느냐.”고 개탄했다. 투자확대-고용창출-소비증가-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 구조의 문을 규제혁파로 열어젖히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자.”고 했다.“규제와 관련해 법률과 대통령령, 부령 이런 것을 총괄하는 특별법을 만들되 당장 현재 규정을 다 두고도 공직자들이 생각만 바꿔도 지금 규제를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공직자들이 생각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섬기는 정부’의 자세를 가지라는 주문이다. 기업이 갑(甲)이고, 정부가 을(乙)이라는 이 대통령의 기업관은 이미 취임 이전부터 숱하게 피력됐다. 지난해 4월 지역 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열심히 일해 세금 내고 고용에 도움 주고…정말 국가적 이익인데도 기업인들이 거기에 준하는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최고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은 기업인이다.”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 정책이라는 게 결국 기업을 잘하게 만드는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 행정부도, 정치도 결국은 기업을 위한 도우미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노사 화합을 당부했다.“한국노총이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겠다. 분규하지 않겠다. 임금 동결하겠다.’고 했다.”면서 “이제 재계도 상응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기름값과 원자재값이 오르는 것은 산유국이 아닌 이상 다 같은 조건”이라며 “거기에 대응하는 방법에 따라 위기 극복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첫 회의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 기업인 외에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한스 메르포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대리, 마사키 무라카미 서울 재팬클럽 소장 등 외국 기업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과 투자자를 고객으로 모셔놓고, 그들이 지금 뭘 원하는지, 정부가 뭘 도울 수 있는지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옛날에는 다 짜고 회의하지 않았느냐. 이제는 각본이 없다. 정말 자유롭게 하고 싶은 얘기 다 하자. 토론하자. 그래야 발전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3시간30분을 할애했다.“우리 국가의 방향, 국정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올바른 자녀교육] 집안 곳곳에 책 놓아두기

    [올바른 자녀교육] 집안 곳곳에 책 놓아두기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 -앤드류 랑그- “거실을 책으로 덮어라. 이것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법이다.” 누군가 했던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책 좀 읽어라.”라고 말하기보다는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집은 가는 곳마다 책으로 쌓여 있다. 질서정연하지는 않지만 가는 곳마다 책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는 분위기다. 나는 재형이가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서 책을 둔다. 재형이 방에도 책상 위에, 침대 머리맡에, 그리고 책가방을 두는 곳에, 방바닥에 각종 책을 둔다. 재형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 위주로 갖다 놓는 것이다. 그러면 재형이는 공부하다가도 그 책을 펴 보고 침대에 누웠다가도 문득 집어 들곤 한다. 화장실에도 가면 책을 놓는 곳이 있다. 세면대 옆 타월 넣는 작은 장식장에도 책이 있고, 변기 앞에도 바로 시선이 머무는 곳에 책을 둔다. 재형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인데 재형이가 그 책을 읽으려 하지 않을 때에는 안타까워진다. 재형이가 자주 가는 곳마다 그 책을 옮겨 놓는 일도 허사가 되어 버릴 때쯤, 나는 이런 방법을 쓴다. “재형아, 엄마가 이 책을 읽었는데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영 이해가 안된다. 네가 읽고 요약 좀 해 줘 봐.” 그러면 재형이는 좋아라 하며 그 책을 읽고 요약해 준다. 가끔은 신문 논술이나 잡지에서 좋은 글을 발견했을 때에도 이런 방법을 쓴다. 출력해서 건네주고 요약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또는 이렇게 하기도 한다. “이 글을 읽어봐. 그러면 내가 퀴즈 낼 게 있거든. 퀴즈 세 문제를 맞추면 상 줄게.” 그러면 재형이는 신나 하며 얼른 읽고는 빨리 퀴즈 내라고 한다. 퀴즈는 유치해도 된다. 애가 그 글을 익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고등학생은 책 읽을 시간이 물론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이런 습관을 들여 주는 것도 좋다. 이를테면 잠들기 전 30분은 책을 읽고 잠을 자게 하는 것이다. 또는 집에 와서 간식을 먹고 난 후 30분이라든지, 30분도 없으면 15분만이라도 꼭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해 주자.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재형이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틈만 나면 손에 책이 들려 있고, 책 읽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또 주로 내가 읽은 책 중에 좋은 책을 재형의 시선에 놓아두기 때문에 나와 읽은 책이 같게 되어 대화가 통한다. 좋아하는 작가가 비슷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문체도 비슷하게 되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유머에 대해 논하고, 신현림 문체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음악 사랑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요즘의 판타지 문학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음악가들의 인생에 대해 논하고, 철학자들의 괴벽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강제로 책을 읽으라고 하고, 논술 문제에 나오는 책을 골라서 억지로 읽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책을 읽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인식되면 정말 안 된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어야 한다. 그냥 눈길이 머무는 곳에 있기에 들어서 읽어보았더니 재밌더라, 엄마가 읽길래 무슨 책인가 해서 봤더니 그게 참 유익하더라. 이렇게. 책 읽는 것이 놀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이나 글짓기 훈련도 학원에서 억지로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런 독서 습관에서 오는 것이다. 이런 독서 습관은 아이의 유머 능력과 토론 능력을 길러 준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해 주고, 아이의 얼굴을 지성으로 빛나게 해 준다. 글 송정림 그림 유재형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워커멜론 슈가에서’ 재출간

    헌책방 순례객들이 찾는 보물 중 하나로 꼽혀온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워커멜론 슈가에서’가 재출간됐다.1995년 국내에 처음 번역·출간된 ‘워터멜론’은 같은 작가의 또 다른 책 ‘미국의 송어낚시’와 함께 ‘헌책방 보물’의 하나로 유명하다.‘미국의 송어낚시’도 지난해 헌책방가의 인기를 등에 업고 같은 출판사에서 재출간됐다.68년 미국에서 나온 ‘워터멜론’은 진보주의와 생태주의를 추구하던 당시 미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소설의 복합적 구성과 설정, 책의 동화적 은유와 시적 표현은 독자들을 열광시켰고,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8900원.
  • 고은·하루키, 노벨문학상 놓고 ‘한일 대결’

    고은·하루키, 노벨문학상 놓고 ‘한일 대결’

    고은 시인, 이번에는 노벨문학상 가능할까? 2007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가 고은(74)시인과 일본을 대표하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58)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고은 시인과 하루키는 지난해에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안타깝게 탈락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해 시집 ‘순간의 꽃’ 스웨덴어판을 출간해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으며 하루키는 소설 ‘상실의 시대’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니칸스포츠는 2일 “세계 최대 규모의 도박베팅 전문업체인 영국의 ‘래드브록스닷컴’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상하는 온라인 베팅을 실시한 결과 고은과 하루키가 배당율 11배인 6위 그룹으로 동률을 보였다.”고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또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6배의 배당율을 보인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이탈리아)이며 필립 로스(미국)가 그 뒤를 이었다.”며 “총 5명의 작가가 10배 이하의 배당율을 보여 유력 후보”라고 덧붙였다. 2007 노벨상 발표는 10월 8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9일), 화학상(10일), 평화상(12일), 경제학상(15일)이 차례로 발표되며 문학상 발표일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10월 둘째 주 목요일에 발표해온 관행으로 볼 때 11일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설명=왼쪽부터 고은 시인, 무라카미 하루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소설·영화 볼 수 없다구요? 들으세요

    고향으로 가는 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교통정체에,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치이다 보면 고향에 닿기도 전에 지치기 십상이다. 이럴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구수한 입담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다.●KBS 클래식FM이 마련한 특별한 선물 클래식·국악 전문 채널인 KBS 클래식FM(수도권 93.1㎒)은 프로그램별로 다양한 특집을 마련한다. 매일 오전 9시 유정아가 진행하는 ‘FM 가정음악’은 이 시대의 대표적 시인 5명을 초대해 클래식 음악과 함께 육성으로 시낭송을 들려준다. 홍소연이 마이크를 잡는 ‘KBS음악실’은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연예인들을 초대해 그들이 사랑하는 음악과 생활을 들어보는 ‘나도 클래식 애호가’를 24일부터 26일까지 오후 1시에 내보낸다. 또 정만섭 진행으로 매일 오후 2시에 방송되는 ‘명연주 명음반’은 24일 대기획 ‘가을에 듣는 로맨틱 피아노 콘체르토 시리즈’를 시작한다.11월9일까지 계속되는 이 대장정에서는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낭만주의적 장르 피아노 협주곡의 탄생부터 전성기, 그리고 과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 50여곡을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EBS FM이 들려주는 4가지 빛깔 마당 EBS FM은 24일부터 26일까지 매일 8시간씩 소설, 영화, 뮤지컬, 교양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추석특집 ‘3일간의 문화 읽기-사색오감’을 준비했다. 첫째마당 ‘소설읽기’에서는 한영애와 성기완의 진행으로 김승옥의 ‘무진기행’,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등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목을 발췌해 감동을 함께 나눈다. 둘째마당 ‘영화읽기’에서는 ‘접속’,‘시네마 천국’,‘스쿨 오브 락’ 등 6편의 영화를 소개하는 라디오 극장을 준비했다. 이광기와 이지희가 오디오북 형식으로 각색해 영화의 생동감을 생생하게 전한다. 셋째마당 ‘뮤지컬 읽기’에서는 황현희와 안영미가 호흡을 맞춰 6편의 국내외 뮤지컬을 소개한다.‘명성황후’는 물론 ‘노트르담 드 파리’,‘캐츠’ 같은 뮤지컬의 고전을 소개하고 주옥같은 뮤지컬 음악을 들려준다. 넷째마당 ‘교양서 읽기’는 명로진과 이익선이 스펜서 존스의 ‘멘토’ 등 총 6편의 국내외 교양서적을 오디오북과 음악이 결합된 형태로 선사하며 귀성·귀경길을 즐겁게 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독립유공자 후손 32명 한국국적 취득

    법무부는 14일 독립유공자 후손 32명에게 특별귀화증을 수여한다. 특별귀화를 허가받은 사람 가운데는 1919년 간도에서 철혈광복단을 조직한 최이붕 선생의 손자 최창만(67)씨, 의열단 활동을 펼친 정두희 선생의 손자 정민섭(57)씨, 대한독립단 단원 최일엽 선생의 손자 최창익(54)씨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중국 국적자가 31명, 일본 국적자가 1명이다. 일본국적자인 무라카미 후쇼(18)군은 1940년 부산에서 열린 경기대회에서 일본인 심판진의 편파 판정으로 일본 학교가 우승한 것에 항의해 ‘조선독립만세’ 구호를 외치며 시가행진을 주도한 정두열 선생의 후손이다. 중국 길림성 서란시 출신인 최창익씨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일가족 18명이 한국에서 고생했다.”며 “소식을 접한 뒤 큰형과 팔달산에 올라가 종을 치며 ‘할아버지를 되찾았다.’고 소리질렀다. 항일투사이지만 대한독립을 위해 싸웠기에 중국에선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특별귀화 과정에선 다소 까다로운 심사절차에 귀화자들의 불평도 흘러나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일본 현대미술 ‘붐’

    일본 현대미술 ‘붐’

    이제는 일본 미술인가. 최근 몇년새 붐을 이루던 중국 현대미술전이 뜸해지면서 그 자리를 일본 현대미술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의 17개 화랑이 함께 연 ‘일본현대미술제’에는 6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렸다.48명 작가의 작품 260점 이상이 출품돼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일본 미술전으로 기록됐다. 8월에는 4개의 화랑에서 일본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가 10∼26일 일본 작가 7명을 소개하는 ‘일본 현대 미술’전을 여는데 이어, 갤러리 온은 17∼28일 일본작가 2인의 사진전을 연다. 갤러리 룩스는 14일까지 사진전인 ‘일본의 젊은 눈’전을, 터치아트는 12일까지 ‘트랜스 재팬’전을 개최한다. ‘트랜스 재팬’전을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 이대형(33)씨는 “스타작가의 아류작품이 양산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은 현재 의문단계에 봉착했다.”면서 “첼시의 로버트 밀러 갤러리 등 뉴욕의 화랑들도 이제 일본 전시를 대거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값이 터무니없이 오르면서 타이완의 화교 수집가들도 일본 현대미술의 투자가치를 재평가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값은 한국의 신진 스타작가보다 낮아 수집가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일본 키치미술의 대부로 불리는 다카시 무라카미와 요시모토 나라 등 스타 작가들은 오타쿠나 망가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대중문화를 작품속에 녹여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일본 미술은 ‘혼란’으로 대변된다. 중국처럼 ‘사회주의에 배신당하고 자본주의에 실망한 중국인의 슬픈 자화상’이나 ‘자기 얼굴에 침뱉기식의 체제 비판’처럼 하나의 흐름으로 묶기는 힘들다. ‘트랜스 재팬’전에 소개된 4명의 젊은 작가들은 과장된 만화적 캐릭터와 화려한 장식 등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조형언어를 강조한다. 널리 알려진 ‘일본스러움’에서 벗어나 보다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성향을 보인다. 이에 비해 선 컨템포러리에 출품한 7명의 작가들은 일본 미술하면 흔히 떠올리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히로유키 마쓰라는 다카시 무라카미가 조직한 게이사이 아트 페스티벌에서 발탁돼 첫 개인전에서 작품이 매진된 바 있는 인기 작가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게이사이 아트 페스티벌은 뉴욕까지 진출할 전망이다. 히로토 기타가와의 길쭉한 인물 조각상은 망가(만화)에서 막 뛰어나온 듯한 캐릭터가 주인공. 또 모토히코 오다니는 머리카락을 이용한 드레스를 만드는 등 일본 작가들은 대중문화를 포용하면서도 전통적인 감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현대미술 1세대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기초한 오타쿠, 즉 마니아 문화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했다. 일본 전통화 우키요에와 서구미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 1세대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살아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늘 새로운 기법과 표현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본적’ 미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젊은 작가들에게 쏠리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정끝별 지음, 이레 펴냄)작가가 지난 4년간 낡은 자동차를 끌고 14곳을 여행하며 느낀 감동을 한데 묶은 여행산문집. 작가는 자신을 들뜨게 했던 시의 한 모퉁이에서 새어 나오는 한줄기 빛을 따라 충남 춘장대, 강화도, 옐로하우스(인천의 집창촌), 전남 신안군 압해도, 전주 화암사 등으로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시인들을 만났고, 그 감동을 따뜻하게 적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오규원 시인이 살았던 강원도 무릉리를 찾아 생전 고인의 삶을 추억해 보기도 하고,‘달랑 시집 한 권’만을 낸 뒤 시인의 궤도를 이탈해버린 김중식씨의 시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을 읽다 돌연 시의 배경이 된 인천 ‘옐로하우스’를 찾아가기도 했다.1만 1000원.●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창비 펴냄)중견시인 이시영(58)씨가 2년여만에 발표한 열한번째 시집. 일찍이 언어 생략의 묘미를 던져주는 단시에 정통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더 정제된 단시를 통해 역사의 폭력 앞에 선 개인의 운명을 통찰한다.10·26 당시 올곧은 신념을 견지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박흥주 대령(‘고 박흥주 대령’), 억울한 죽음의 대표적 사례인 인혁당 사건(‘젊은 그들’), 군사정권의 불의에 항거하다 실종된 아르헨티나 젊은이들(‘5월 어머니회’) 등 폭력 앞에서 스러지고, 잊혀져가는 개인들의 초상을 담고 있는 시들은 죽은 자들에겐 헌사요,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역사의 교훈이다.1969년 등단,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6000원.●공항에서(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문학수첩 펴냄)영화감독·공연 기획연출가·화가 등 1인다역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새 소설집. 저마다 다른 희망과 고독 등을 품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소설은 공항, 편의점, 노래방, 공원, 피로연장, 술집, 역 등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8500원.●버드나무는 하룻밤에도 푸르러진다(장주경 지음, 뿔 펴냄)2004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 기원전 10세기쯤 마한 땅에서 살아가는 아로와 21세기 현대인인 야진, 두 여인의 시각에서 슬픈 비극의 역사를 환상적으로 풀어냈다.30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넘나드는 광대한 스케일이 돋보인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선사시대 고인돌을 소재로 삼았다.9800원.
  • 한·일 역사학자 2명 공동 연구 “독도는 한국땅”

    ‘독도(獨島)냐, 다케시마(竹島)냐.’ 독도 문제 해결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숙제로 남아 있다. 양측 주장이 워낙 팽팽하다 보니 공동연구는 물론 일본내에서의 독도 서적 출간도 꿈꿀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사적(史的)검증 죽도·독도’는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책이다. 일본 최대 출판사인 이와나미(岩波)서점이 출판한 이 책은 김병렬 국방대학 교수와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 대학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해 집필했다. 지난해 12월 우선 ‘한·일 전문가가 본 독도’가 국내에서 출판됐고, 그것의 일본어판이 이 책이다. 나이토 교수는 “일본은 역사적으로 두번에 걸쳐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에 1945년 이후에도 독도가 일본령으로 남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화(元和)4년의 죽도도해면허’ ‘2005년 시마네현 무라카미가(家)에서 발굴된 고문서’ ‘1870년 조선국교제시말내탐서’ ‘1900년 대한제국칙령 제41호’ 등을 근거로 자신의 견해를 실증해 나갔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책은 1부를 나이토 교수가,2부를 김 교수가 집필했다. 두 사람의 견해를 종합한 3부는 나이토 교수가 대표 집필을 맡았다. 김 교수는 일본내에서 한국의 독도영유를 비판해온 인사들이 제기해온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울릉도 주민의 생활조건, 기후조건 등을 근거로 독도가 가시거리에 포함되어 있음을 실증했다. 또 일본의 독도편입 문제를 러·일전쟁 수행과 한국병합 과정이란 맥락에서 사료를 들어가며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출간을 지원한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은 “한·일간 공통된 역사적 인식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초사료에 의거해 검증한 후 그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자 할 때 성립될 수 있다.”면서 “일본 최대 출판사의 철저한 내용검증을 통해 출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책 안 세상 책 밖 풍경] ‘하루키’ 활용법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58)의 문학은 이미 ‘세계의 문학’이 됐다. 하루키의 작품은 세계 30여개국에 번역 소개돼 있다. 하루키만큼 영어로 많이 번역돼 널리 읽히는 일본 작가는 없다.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이 미국의 크노프사 같은 메이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서양 작가들이 독점해온 세계문학의 철옹성에 동양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당당히 입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가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번역돼 나온 이래 그의 주요 작품들이 남김없이 소개됐다.‘상실의 시대’는 하루키 붐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수백만부가 팔려 나갔다. 가히 ‘하루키 산업’이라 할 만하다. 국내 독서시장에서 일본 소설은 일류(日流)라고 할 만큼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아쿠다가와, 나오키 등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수상작들은 경쟁적으로 한국에 소개된다. 그러다 보니 일본 작가에 대한 인세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루키 작품은 선인세가 수억원에 이른다. 출판사간 과당경쟁은 ‘자본싸움’의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수요를 좇는 출판의 상업논리를 탓할 수만은 없다. 다만 우리가 이 비싼 작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하루키가 문학성과 대중성, 나아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한 작가라면 우리는 그에게서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하루키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국내 학술대회가 꽤나 자주 열린다. 요 몇달새 하루키 문학 심포지엄이 몇차례 열렸다.‘하루키학(學)’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얼마 전에는 한·중·일의 하루키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독법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소설가 김중혁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하루키 문학의 매력은 현실에서 5㎝ 떠있는 리얼리티에 있다.”고 했다. 하루키가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실에서 살짝 비켜가는,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섞어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하루키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그의 독특한 문체다. 하루키는 가장 단순하고 알기 쉬운 단어를 사용해 재미있게 쓰는 것이 좋은 글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문장은 보기 쉽고, 알기 쉽고, 읽기 쉬워야 한다는 이른바 문장삼이(文章三易)의 정신과 통하는 말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이 노벨문학상이다. 일본문학 전문가들 중에는 “다음 노벨문학상은 하루키의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하루키는 ‘노벨문학상으로 가는 길목’으로 통하는 카프카상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가 바로 이 카프카상 수상자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영토에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국제감각과 외국어 능력이 꼭 필요하다. 외국 작가들과 영어로 어려움 없이 문학을 이야기하는 하루키는 작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번역가이기도 하다. 하루키에게 주는 수억원의 인세가 아깝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 특히 ‘작가 독자’들만이라도 하루키의 그런 총체적 경쟁력을 배워 나가야 한다.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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