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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등산
    202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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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문화유산을 아끼는 민족

    지난 설연휴에 가족들과 우리 문화 유산의 1번지로 불리는 남도 답사를 하기로 했다.국토 최남단인 전남 해남의‘땅끝’에서 시작해 대흥사와 강진의 다산(정약용) 초당,사당리의 고려청자 가마터로 해서 무등산 동북 기슭에 있는 송강 정철의 정자를 거쳐 식영정,환벽당과 현존하는 우리나라 정원의 으뜸이라 할 소쇄원 등을 방문했다. 옛 조상들이 주변의 수려한 자연을 차경(借景)해 정원으로 활용한 지혜를 생각하면서 소쇄원을 거닐다가 30여명의대학생들이 모두 책을 손에 들고 답사하는 모습이 눈에띄었다.“무슨 책을 들고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그 코스대로 여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그 말을 듣고 이들의 문화 유산 탐구열이 대견스러워 가슴 뿌듯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문화 없이 산업과 관광을 말할 수 없다.문화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아 수익과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세계 각국이 문화산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우리도 국민의정부가 들어선 98년부터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 유적과 전통을 아끼고 보존·활용하는 문화 존중 의식과 이를 관광자원으로 이용하는 서유럽 사람들의 지혜는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세계적인 해군전쟁 영웅으로 쌍벽을 이루는 이순신 장군과 영국의 넬슨 제독의 동상을 비교해 보자.런던시내 중심의 트래팔가광장에 56m 높이로 우뚝 서 있는 넬슨 제독의 동상은 세계적 관광 명소가되고 있어 영국인의 자부심을 대변해주고 있다. 그런데 고(故) 박정희 대통령때 건립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세종로 4거리 한편에 높이가 7m도 안되게 세워져 있어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외국 관광객들이 바로 알기 어려울 것이다. 문화와 관광을 연결시키려면 문화적 이미지 개발이 중요하다.벨기에 문화 상징의 하나인 ‘오줌싸게 동상’은 브뤼셀의 골목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다.뒤케누아의 작품이라지만 60㎝에 불과한 꼬마 동상을 구경한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옷을 보내와 세계 제일의 옷 부자가 돼 국립박물관에 전시,그것 또한 관광 자원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베르나시의 줄리엣 생가도 마찬가지다.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에 가보면 수많은 세계관광객들이 너무 만져 줄리엣 동상의 오른쪽 가슴이 노란황동살을 드러내놓고 있다 한다.베르나 시민들은 도시의일화와 신화를 문화로 연결시켜 세계 관광화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문화 유적지와 유물과 전통 공예상품이있다.우리의 얼이 담긴 전통문화 유산을 보존·발굴하고개발해 세계에 알리는 문화적 이미지를 확산시킨다면 관광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수 있고,국위 선양에도 크게 기여할수 있다. 소중한 문화 유산을 지키고 개발하고 적극 알리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김성호 조달청장
  • 5월의 문화인물 지눌

    고려시대 독자적인 불교사상을 확립하고 선종과 교종을아우른 조계종의 중흥조 보조국사 지눌(知訥·1158∼1210)이 ‘5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됐다. 그는 한국인의 성정에 맞는 독자적인 불교사상의 체계를세워 대각국사 및 태고국사와 더불어 가장 빛나는 업적을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문화부는 ‘지눌의 달’을 맞아 ▲5월31일까지 순천 송광사에서 보조국사 유물·유적특별전 ▲13일 같은 장소에서기념 학술 세미나 ▲17∼27일 송광사와 무등산 국봉암·백운산 상백운암 등지에서 선체험 문화순례를 갖는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펼친다. 서동철기자 dcsuh@
  • [씨줄날줄] 호랑이를 살리자

    ‘무등산 호랑이’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지난달 15일한국 프로야구위원회(KBO) 박용오 총재가 “해태 타이거즈의 공개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호랑이의 운명은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해태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20년 역사에서 9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야구 팬이 아니더라도18년동안 해태의 사령탑을 지켜온 ‘코끼리’ 김응룡 감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또 ‘무등산 폭격기’로 시작해 ‘국보’로 떠올랐고 일본 무대까지 제패한 선동열투수는 국민들의 희망이었다.이외에도 김봉연·김성한·이종범·한대화 선수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의 스타들을 키워냈다. 때마침 체육진흥투표권(체육복표)사업자인 한국타이거풀스㈜측이 “해태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으로부터 구단인수를 제안받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타이거풀스측은 “걸림돌이 되는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적절한 조율과 입장 표명이 선행되어야 검토가 가능하다”며 해태 구단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경계했다.아직 호랑이의 새 주인은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매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인수 가격과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열악한 프로야구 환경 때문이다. 앞서 기아자동차,광양제철 등과 매각 협상이 있었으나 연간 100억원이나 적자가 나는 구단을 인수할 수 없다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인수 기업과 KBO,채권은행인 조흥은행,광주광역시,팬들은함께 타이거즈를 살리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광주시는 전국 10개 구장 가운데 가장 낡은,30년 전 모습 그대로인 광주구장을 새로 지어 시민들이 즐겨 찾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구장 임대료도 내려 기업들에 구단을 꾸려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채권은행과 KBO측은 200억원대가넘는 인수대금의 현실화에도 노력해야 한다.인수 기업도타이거즈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홍보효과가 적자로만 따질 수 없다는 점을 계산해야 한다.팬들은 타이거즈를 살리자는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구장을 찾아 호랑이의 건재를확인해야 할 것이다.한 경기당 평균 1,000명 안팎의 관중은 팬들의 수치다.호랑이의 회생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김경홍 논설위원honk@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최하림론(1)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최하림론. 1.거친 육성(肉聲)과 혼돈을 넘어서 고야의 한 그림에는 황폐하고 공포스러운 표정의 크로노스가 자식을잡아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그림 속의 주인공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자식을 낳는 족족 잡아 삼키는데,자식 중에하나인 제우스를 삼켰다가 제우스의 아내 메티스〔‘숙려(熟慮)’라는 뜻의 여신〕가 준 약을 마시게 되어 그를 토해놓는다.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에가두어 버리고 은(銀)의 시대를 펼친다. 인간 상상력의 한 중요한 테마가 실현되어 있는 크로노스의 신화에서,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뿌리 깊은 욕망을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스의 자식들인 우리 인간은 그의 뱃속에서 삶을 영위하지만,그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을 열망한다.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신화적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인간의 삶이란 결국 시간과 벌이는 고투의 흔적이다.시간은 모든 고통의 원천이자 자기동일성의 근원적 조건인 것이다.우리는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생의 좌표와 의미를 가늠하고 수정한다. 시간이 거쳐가고 남은 자리에 부려져있는 소모와 쇠약, 또 한켠에서 벌어지는 생성의 현장은 인간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냉엄한 지표이다. 인간의 경험과 욕망을 담아내는 문학은 궁극적으로 시간과 투쟁하는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시의 경우,이 대결의 양상은 정서적 직접성과 대상의 중층성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여기서 대상의 중층성이란,현실과의 역동적 상호 작용 속에서 구축되는 한 시인의 작품 세계에는 현실의 시간적 궤적과 생리적 연치가 더해가면서 변모하는 한자연인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음을 말한다. 시에는 시대와 개인을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시는 시대와 개인,역사와 인간이 삼투하며 길항하는 생생한 내면의 현장이다.한 시인의 시세계를 조감함으로써 우리 자신 속에도 깃들어 살고 있는 시간의 신이 한 인간의 몸을 빌어 건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으며,아울러 몸 속에 지핀 시간과의 길고도 험한 싸움을 수행하는 한 정신의 고언(苦言)도 듣게 되는것이다. 이미 다섯 권의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1976),『작은 마을에서』(1982),『겨울 깊은 물소리』(1987),『속이 깊은 심연으로』(1991),『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1998) ― 을 상재한 바 있는 최하림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압축된 풍경과 서정적 형식을 통해 형상화해 왔다.그의 시에서 우리는 지나온 역사의 의미와 그 현실을 통과한 한 개인의 정신의 풍경을,더불어 몸을 받은 존재로서 시간을 경험하는 한 인간의 고단한 삶의역정을 보게 된다. 최하림의 시가 현실참여적 성격을 보이는 1970,80년대는 전사회적으로 정치적 열기가 강렬한 시기였다. 소위〈시의 시대〉로 불렸던 이 연대(年代)에 시가 발휘한 힘은 분화(噴火)를 꿈꾸던 당대인의 욕망과 상상력에서 발원한 것이었다.극렬한 용출을 욕망하게 만든 억압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시에 힘을 실어주었던 배후(背後)였으며,현실의 후광 속에서 시는 단일하면서도강렬한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사와 현실의거대한 깃발 아래,개인의 실존에 대한 시적 사유의 깊이나 언어적 성취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도 하였다. 시 장르의 폭발력이 외부에 있었던 만큼,현실적 열기가 지나간 현장에는 작부들의 사이비 신세타령만이 웅성댈 뿐,역사와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들은 이제 실종되고 없다.80년대가 부려놓고 간 피폐하고 앙상한 언어의 잔해들 위로,묵시록적 상상력과 정신분열증적 언어들이 쇄말리즘의 안개 속에 밀려와 있고,‘시의 죽음’이 풍문처럼떠도는 상황에서 한 세기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미만하던 세기말의 암울한 전망과 우려가 새로운 세기의 도래와함께 말끔하게 제거되면서,그 자리에는 기술자본주의의 지칠 줄 모르는 광란의 질주에 도취되어,그것에 저항하고 개입할 의지를 포기한상혼(商魂)들이 혼몽 속을 헤매고 있다. 최하림 시의 독자적 가능성은,‘역사적 연대’의 흔적들이 썰물처럼빠져나간 이 흉흉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천착을 서정적긴장 속에서 일관되게 수행해 오고 있다는 점,아울러그러한 작업이 자기 존재,나아가 존재 일반에 대한 깊은 성찰에까지닿아있어 시적 사유의 폭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7,80년대의 날선 육성(肉聲)과 90년대의 세기말적 언어들을 넘어서는 치열한 시적 사유를 만나게 된다.깊은 고통과오랜 침잠의 시간들이 동행하는 그 세계에서,우리는 ‘역사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개인의 실존적 고뇌들이 진지한 역사적 상상력과 조우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역사와 개인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최하림의 시적 태도는 우리 시대 문학의 자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강인한 정신 속에 길이 있다.길을 만들고,그 길을 가는 것은 문학의 태생적인 운명이다.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꿈이,문학의 배태(胚胎)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2.역사의 공범의식,그 도덕적 순결성〈아우슈비쯔〉는 시간의 진행을 진보의 역사로 인식했던 인류에게근본적인 반성의 계기였다.근대의 쌍생아인 자본주의와 역사주의 모두에 가능태로 잠복해 있던 폭력적 욕망이 그 포악성을 드러낸 자리에서 역사는 시간의 근본적인 의미와 방향을 인간으로 하여금 되묻도록 요구하였다.20세기의 인류에게 〈아우슈비쯔〉가 있었던 것처럼우리 현대사의 한 극점에는 〈광주〉가 놓여있다.역사적 상상력의 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결과적으로 역사적 현실로부터 선회하는 최초의 기점이 되었다.그것은 고통의 진원지를 응시하는 힘의부족에서 연유한 것이었는데,〈광주〉를 문제삼던 많은 사람들은,아예 〈광주〉가 서있던 ‘역사의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바로 이지점이, 최하림을 여타의 시인들과 갈라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한국사의 비극적 상징인 [광주]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권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혁을 지나면서 최하림은 역사와 존재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사유 속으로 침잠한다.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그는 외부적 현실을 통해서 해소하지 않고, 역사를 내면속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끌어안는다.역사의 내면화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윤리학의 차원으로 환원한다.역사는 익명의 타자의 것이 아닌,주체의 윤리적 실천의 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대한공격적인 정서보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적 사유가 시의 주를 이루게 된다.낭만적 격정과 들끓는 고뇌로부터 한걸음 비켜선 자리에서 최하림은 지나온 역사와 시간을,그리고 시와 인간을 응시한다. 어둠과 함께 온 기억들에 싸여 나는/나를 밝혀주지 못하는 불빛을본다/빛이 멀면 편안하다 죄가 많은/우리는 죄들이 두렵고 어둠이 내려서/아름다우니 어둠에 몸 섞는다/이런 밤 새들은 얼마나 조심스레/그들의 하늘을 날았던지/내 영혼은 어디를 방황했던지/검은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길들은/보이지 않게 밤으로 이동하고/새로운 추억이짐짝처럼 마른 나무 밑에 쌓인다/시간이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흘러 간다/시간을 따라서 광목도로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곳이 있을것이다/잠시 유숙할 집이 있을 것이다/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다/한 사람에게만은 사랑이었고 배반이었던 여자도어디쯤 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결국너를 버리고 달려간다/세상은 고통스럽고 일어서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하다/내 가슴은 사직처럼 허물어져간다/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나는 밤으로 간다 잘있거라/한번도 힘껏 꽃잎 피지 못하고/한번도 힘껏 울어보지 못한/정다운 말들아 내 딸들아 ―「光木道路」 전문 한바탕의 회오리 같은 역사가 훑고 지나간 내면 세계에,짙은 허무와체념이 배음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쓸쓸한 어조 사이로 배어나오는고통과 절망 속에,내면으로 귀환한 역사의 흔적이 음각되어 있다. 이흔적이 구체화된 기억의 형상은 최하림의 역사 인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초로서,그의 시 곳곳에는 역사가 남기고 간 상처가 고통의 기억으로 잔존해 있다.그 기억의 공간은,‘절망의 부레 찢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악마구리같이 아우성치며’(「말하기 전에,나는」) ‘피투성이 된 붉고붉은 입술들’(「우리들은 오늘도」) ‘갈가리찢긴 육신의 목소리’(「무등산」)들이 ‘합창을 이루는’, 아비규환의 절규가 가득한 곳이다.이러한 고통스러운 공포의 기억을 조성한과거는‘몇 대의 트럭이 난폭하게 거리를 질러가고’(「부식 동판화」) ‘탐욕스러운 개들이 안개 속으로 달려가’ (「고통의 문지방」)며 ‘사나이가 시간을 죄스레 칼질하고 생채기에서 뚝,뚝, 피가 흐르는’(「상처」),폭력과 살육으로 얼룩진 광란의 시간이다.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이 역사 자체의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시적 화자를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죄와 벌’의 이미지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이는 “기억의 아이들이 붉은 얼굴로 지나가고/어디서인지 흰 이를 드러내며 킬킬킬킬/웃는 아이”(「섬진강」)와 같이 과거의 기억에 대응하는 심리적 이미지가 대체로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형상으로 각인되어 시인의 내면에 환기된다는 점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역사적 현장을 투과하면서 굴절,각인된 이러한이미지들은 시인이 과거의 역사를 자기반성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최하림에게서 과거는 부정적 실체라기보다,폭압적 상황을 결과적으로 방기했던 고통스런 부채의 시간인 것이다. 역사를 내면화하는 이러한 방식은 최하림의 많은 시편들을 의식의풍경으로 읽게 만든다.인용된 시의 배경인 ‘어둠’의 상황은 죄의식속에 고통스러워하는 화자의 내면을 상징한다.‘빛’과 대조되는 ‘어둠’은,공포와 방황의 시간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윤리적 자의식의내면 상태를 보여준다.이 어둠 속에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경험과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각인시켜놓은 고통스러운 상흔,시간을 역사의 진보로 인식한 20세기적 사유의 참담한 좌절이 가로놓여져 있다. ‘빛’으로 생각했던 역사와 시간의 배반을 절망적인 체념으로 추억하면서도,자신을 ‘어둠과 함께 온’ 역사의 주체로 사유하는 시인에게 과거의 기억은 ‘짐짝’ 같이 둔중한 고통의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광포한 역사의 기억이 형벌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라면,그 기억의공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유형수(流刑囚)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역사,패배의 역사를 주체가 되어 감내하려는 태도는 최하림시의 역사 의식과 도덕적 순결성의 원천이다. 역사의 폭력에 희생된영혼들이 ‘보이지 않는 내 맘속의맘까지도 감시한다’(「죽은 자들이여,너희는 어디 있는가」)는 토로나,‘말’에 대한 자학적인 공격,그리고 시의 언어를 형벌로 인식하는 태도 등은 최하림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의식의 내면으로 소환하여 현재의 윤리적 검열의 내적장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베드로] 연작시들과 [소록도] 시편들은,자신을 불행한 역사의 공범자로 인식하는 시인의 이러한 의식을 반영한다.가롯유다뿐만 아니라베드로 역시,예수를 로마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긴 공범자라는죄의식이 죽음과 패배의 시대를 통과한 최하림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있는 것이다. 포악한 현실의 암묵적 공범이라는 이러한 윤리적 자의식은 “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대용서의 전제를 마련한다.이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으로서,우리는 최하림의 시에서 개인의 윤리성의 문제로 화육(化肉)한 역사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그에게 있어서 역사는자신의 [시와 삶]을 향해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투척하는 고통의실체인것이며,시는 역사에 바치는 고해성사인 셈이다.따라서 시 초반부의 ‘빛이 멀면 편안하다’는 진술은,회한과 고통이 배어있는 역설적 고백으로서,이러한 도덕적 순결성은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성격에까지 닿아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최하림의 시는 시간을 보는 시각에서 지상으로 복귀한다. ‘사랑’이자 ‘배반’이었던 역사와, 역사의 연인들은 시간의 무심한흐름 속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것이기 때문이다.시인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명멸하는 역사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상은 결국 너를 버리고 달려갈’ 것이고 역사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할’ 것이지만, 그래도 시인은 다시그 역사의 암담한 ‘밤으로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는 당위적 진술과 ‘나는 밤으로 간다’는 고백 사이에는, ‘역사의 진보’라는 믿음의 종말이 몰고온 뼈아픈 각성과 현재의 암담함을 감내하겠다는 고뇌의 의지가 가로놓여 있다.시간의 냉혹함을 응시하는 유한한 역사적 존재의 허무와 절망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결코, 역사적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우리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정신의 비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역사를 자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의 계기로 수용하면서도,다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최하림의 엄격한 현실주의에서 우리는 고결한 지상의 세계와 만난다.미래를 밝혀줄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자기 성찰의 자리로 삼는 그 강인한 정신의 고도(孤島)는 우리에게시의 자리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3.인간의 실존,그 처연한 고요 현재는 과거의 기억 위에서 진행되며 모든 삶은 시간 속에 묻힌다는명제는,최하림 시의 기본 전제이다. 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와 실존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이 시집에 수록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동일 제목의 두 편의 시는 최하림의 시적 작업이 그동안 집요하게 천착해온 두 테마를 압축해서 보여준다.두 편의 작품에서 추구하는 [집]이란,하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꿈꾸며 세워야 할 역사적 미래를 의미하고,나머지 하나는 실존적개인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적막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두 개의 테마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인간실존의 주제가 보다 근원적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것이 최하림 시의보다 깊은 심층을 이룬다고 하겠다.이는 역사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개인적 실존의 문제를놓지 않고 역사적 현실을 응시하는 그의 자세는, 한 평론가의 지적대로 그를 ‘고전적 정신의 표상’으로 이해하게 하는 요인이다.개인의존재성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문제에 육박해가는 이러한 특징은 최하림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그의 시의 미덕이다.[집으로 가는 길] 두 번째 작품에서 우리는 그가 도달한 개인적 실존의 한 극점을 보게 된다.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고요/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내 고요를/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88쪽)전문 이 작품은 소리가 멎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깊은 고적(孤寂)의 세계를 보여준다.원초적 고요에 휩싸인 흑백필름 같은 이 침묵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실존의 풍경을 본다.모성의 자궁에서 나와 영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은,그가 출발한 고요의 세계와 도착할 침묵의 집 사이에 존재한다.그 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길을 가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많은 길을 걸어’ 귀환하는 ‘고향집’은 실존의 근원지로서,길의 출발이었던 ‘어머니’조차 존재하지않는 무(無)의 세계이다.‘공기는 썰렁하고’ ‘치운 바람이 도’는그 적막의 세계에서 ‘벌렁 드러눕는’,이 시의 가장 처연한 대목은존재의 고단한 무게와 허무함을,행위를 통해 서늘하게 표현하고 있다.존재의 무게를 부려놓는 행위는 주검이 되어 땅에 몸을 누이는 행위를 환기시킨다.여기에서 시인이 도달한 ‘처연한 고요’가 감도는 ‘마룻바닥’은 내가 떠나온 어머니,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도달했을 인간 보편의 공간이자 삶 속에 내재한 근원적인 침묵의 세계이다.죽음이란,결국 존재를 끌고 다니던 침묵이 보편적인 고요의 세계로 돌아가 합류하는 영역인 것이다.그 거대한 절대 침묵의 세계 속으로의 편입,그것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 ‘처연한 고요’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진술은, 시인이 이미 이 상태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그것은 사물로부터의 소외를 처절하게 체험했던 투병기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시인이 도달한 이‘처연한 고요’의 세계는 그의 시에 등장하는 ‘무색계’(「구천동시론」)의 심연을 이루는 정서이다.색신(色身)과 물질의 속박을 벗어나 순정신적 세계를 의미하는 무색계는,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아이들이 온다』)에 다수를 차지하는 만물과 교감을 누리는 시들의정신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사물로 스며들고 사물에 개방되어 만물과 동화(同和)를 경험하는 투명하고 정결한 세계는,이미 무색계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서,사물과의 자유로운 정신적교감을 보여주는 이시들 속에 처연한 정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이 ‘무색계’가 육체적 실존의 끝을 기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의 시세계에 한 축을 이루는 개인적 실존의 문제는 그의 시에배어있는 허무와 쓸쓸함의 원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막막함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는 실존의 처연함,그 서늘한 고요를 감지하게 된다.어떠한 과장이나 포오즈도 용납하지 않고 존재의 현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그의 준엄한 태도는,현학적 사변과 요설,감상적 자기 연민과 소영웅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문학적 현실을 반성케 하는 시정신의 본질을 보여 준다.언어의 사원에서 울려나오는 서늘한 사유는,삶이 부과한 시의 자리이자 시가 돌아가야 할 시원(始原)이다. 김문주
  • 월드컵 특집/ 월드컵 16강 꿈이 영근다

    또 해가 바뀌었다.올해는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준비를 마무리하는 한해라는 점에서 일상의 새해와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대륙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그 역사적 개막을500여일 앞둔 새해 아침을 맞아 경기장 건설등 대회 준비 현장을 둘러보고 한국의 16강 진출 대책 등을 짚어 보았다. ‘2002년 월드컵은 우리손에 달렸다’-.50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02한·일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어느때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이들은 요즘 휴일도 잊은 채 가장 튼튼하고 아름다운 경기장을 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경기장건설현장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월드컵의 열기가 후끈 전해져 오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월드컵 경기장은 한국과 일본 10곳씩으로 모두 20곳.한국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수원 전주 서귀포 등이다.2000년 12월말 현재 78.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울산과 대구가 90%와 89%로가장 앞선다.부산 대구 인천은 종합경기장이고 나머지 7곳은 축구전용구장. ◆서울=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건설중이다.관람석 대부분(93.5%)이 지붕으로 씌워진다.개막전이 열리는만큼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미관과 안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방패연과 황포돛배의 전통미를 최대한 반영했다.특히 사후 활용방안에도 큰 신경을 썼다.주변 공원과 연계해 월드컵 이후 16개관을 갖춘 멀티시네마,스탠드가변무대 등을 설치해 레저공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서귀포=서귀포시 법환동에 위치한 경기장은 지하 2층·지상 4층으로 4만2,256석을 갖춘 전용구장이다.좌석의 50%는 지붕을 씌웠다.지하 14m에 경기장을 만들어 제주 특유의 강풍 문제를 말끔히 해소했다.경기장에서 한눈에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지닌 경기장으로 꼽힌다. ◆대구=오는 4월 완공해 5월 개최되는 대륙간컵 개막경기를 치를 예정이다.월드컵 이후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도 이 경기장을 활용할 계획.6만8,014석으로 국내 월드컵경기장 가운데 최대 규모.경기장 주변에 소나무와 느티나무 등 19만여 그루를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꾸몄다. ◆울산=남구 옥동 일대에 위치한 경기장은 인근 문수산의 이름을 따‘문수축구경기장’으로 이름 지었다.경기장 주변에 야외공연장(1,600석),대형 저수지 등을 만들어 월드컵 이후에도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2,590석의 보조경기장에는 트랙이 설치돼 육상경기가 가능하다. ◆전주= 전주 IC인근인 덕진구 반월동 일대에 위치해 경기장 진입이쉽다.전용구장으로 전체 좌석의 50%를 지붕으로 덮었다.지붕과 스탠드는 세계로 비상하는 날개를 형상화했다.또 주기둥은 고장의 안녕과 수호,풍년을 기원하는 솟대를 본 떠 만들었다. ◆광주=서구 풍암동 체육시설지구에 위치했다.8강전 1경기와 예선 2경기가 열린다.경기장 바닥은 ‘빛고을 광주’의 이미지인 빛을 형상화했고 지붕선은 인근 무등산의 이미지를,스탠드는 광주의 전통민속놀이인 ‘고싸움’을 표현했다.관중석의 60%를 지붕으로 씌웠다.경기장인근에 교통광장(8,000평)과 잔디광장(6,000평)을 조성한다. ◆부산=한국이 첫 경기를 치르는 곳.월드컵이 끝난 뒤 막바로 아시안게임이 열리게 된다.스탠드의 100%가 지붕으로 덮인다.배드민턴 롤러스케이트장 등을 설치하고 드라이브인 극장,대형집회장 등도 마련할계획. ◆인천=스탠드 전부분에 걸쳐 지붕을 설치했다.지붕은 케이블 막구조로 만들어져 멀리서 보면 천막을 씌운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가벼움과 날렵한 이미지를 준다.서해안 관문인 인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배의 돛을 형상화했다.입·출입이 쉬운 장애인석도 140여석 마련한다. ◆대전=전통 초가집 이미지를 살렸다.당초 전 스탠드를 지붕으로 덮을 예정이었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서스탠드에만 설치키로 했다.특히 과학도시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동서에 설치된 지붕은 15m씩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수원=미래지향을 의미하는 비상하는 날개형 지붕을 갖추고 있으며스탠드 58%를 덮을 수 있다.보조경기장 외에 연습경기장 3곳을 더 갖출 계획이다. 박준석기자 pjs@. *얼마나 버나. 2002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우리나라는 얼마를 벌어들일까-. ‘스포츠=돈’이란 등식이 말해주듯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규모스포츠행사엔 항상 돈 문제가 따라 다닌다.우리나라는 월드컵 지출과 수입을 각각 4,000억원씩 책정,수지균형을 맞추기로 했다.그러나 이는 FIFA가 수지균형을 권장하고 있는데 따른 형식적인 조치일 뿐,조직위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데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인건비와 물자 등 기획관리 분야로 1,383억원.그 다음이 방송시설 등에 1,34억원이 나간다.수익사업 380억원,개막식·문화행사 등 행사운영에 261억원이 쓰인다. 반면 수입에서는 입장권 수입이 가장 많다.여기서만 1,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이밖에 FIFA지원금 1000억원,휘장사업 500억원,복표수입 200억원,광고수입 100억원 등이 예상된다.조직위는 ‘최소 경비로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목표를 잡고 지출규모를 최대한 억제할 방침으로 수백억원의 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 ‘山 화가’김영재 개인전 24일부터 선화랑

    “79년 스위스 알프스 스케치여행 때였지요.역광에 비친 알프스산의 비경은 한마디로 푸르름이었습니다.물감으론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빛의 조화로써만 가능한 파란 산.산이 이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그때부터 산에 빠져들게 됐습니다.파랗게 또 파랗게 산을 그려온 것이지요.” ‘산 화가’ 김영재 화백(71·영남대명예교수)은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앞두고 산그림에 ‘귀의’하게 된 내력을 이렇게 밝혔다. 비치색 강물에 하얀 모래,이탈리아 포플러가 있는 풍경….김씨는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런 종류의 그림을 그리는 ‘강변 작가’로통했다.그러나 이제 그의 그림에서 강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그자리엔 대신 거대한 산들이 들어서 있다. 김씨는 틈 날 때마다 이름난 산들을 찾는다.설악산,지리산,무등산등 한국의 산은 물론 히말라야,티베트고원,안데스,킬리만자로 등 외국의 산에도 줄기차게 올라 알토란같은 스케치를 얻어낸다.그리고 그것을 곧바로 유화로 완성한다.그가 특히 예술적 영감을 얻은 산은 네팔의 히말라야다.그는 이미 80년대 초 경비행기를 빌려 타고 히말라야 고봉을 고샅고샅 뒤졌다.걸어서는 3,800m 높이까지 올라가봤다.“진정한 산그림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과 친해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며칠이고 산과 함께 지내며 산의 감춰진 속살을 들여다보고 말없는 대화를 나눈다. 이번 전시에선 ‘설악산의 아침’‘무등산’‘키마나의 아침’ 등 10호에서 500호에 이르는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희붐히 동 터오는새벽 산의 풍광이 웅혼함을 전해주는 그림들이다. 이 작품들 역시 푸른 색을 잔뜩 머금고 있다.알프스의 투명한 푸른 색을 다시 떠올리는그는 “산을 왜 파랗게만 그리느냐고 묻는 건 고흐가 태양을 노랗게그리는데 왜 태양이 노라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전시작중 특히 ‘키마나의 아침’은 올해 초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에갔다온 뒤 새로운 마음으로 그린 작품이다. 케냐의 키마나는 미국의문호 헤밍웨이가 캠핑을 하던 산막이 있던 곳.작가는 일부러 관광객들이 잘 가지않는 이 비포장도로를 택해 킬리만자로를 순례했다. 대자연의 숨결을 보다 가까이서 느껴보기 위해서였다.“직접 가보지않고 자료만 보고 그리는 것은 그림에 대한 모독”이라는 게 그의 말.“그동안 스케치여행 때 찍은 필름이 900통은 족히 된다”는 그의현장 자부심은 남다른 데가 있다.산을 그려온 지 20여년.그는 “산은모든 화가들의 공통된 소재지만 일개 화가가 어찌 산을 그릴 수 있겠느냐”고 강조한다.화가 김영재에게 산은 평생 화두이자 경외의 대상이다. 김종면기자 jmkim@
  • 재경 조대부고 동문展… 인사동 공화랑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출신 화가 모임인‘탑회’가 동문전을 열고 있다.24일까지 인사동 공화랑 (02)735-9938.이번 전시에는 송용 ‘국화가 있는 정물’,최쌍중 ‘마을어귀’,박동인 ‘하일(夏日)’,배동환 ‘국경의 밤’,양정모 ‘정물’,최정길‘와부(臥婦)’등 30여점이 전시돼 있다.광주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조대 부고는 전국 고등학교중 가장 많은 화가를 배출한 학교로 알려져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산행 안내서 ‘전남의 名山’ 인기

    전남도가 산행 길잡이로 펴낸 ‘전남의 명산(296쪽)’이 인기다.자치단체의 유료 책자가 이례적으로 3판 발간을 기록했다. 1일 도에 따르면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해발 1,915m)을 비롯해 무등산·월출산·조계산 등 도내 69개 명산을 소개한 책이 지난해 3월초판을 찍은지 1년반만에 개정 3판을 냈다. 도는 지난해 3월 모두 7,000여만원을 들여 7,000권을 펴낸 뒤 같은해 8월 2,000권을,이번에 5,000권을 더 찍었다.책은 일반서점 등에서권당 1만2,000원에 팔리고 있다. 특히 여천공단 입주업체 등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도청과 도내 22개 시·군 실무자 및 지역별 산악회원 등은 책을 펴내기에 앞서 자료준비와 현지답사 및 확인,사진촬영 등을 위해 1년여동안이나 발로 뛰었다. 때문에 책만 보아도 69개 산이 저절로 다가온다는 게 산악인들의 평가다. 책자는 각 산의 규모와 위치,절경,식생분포,산이름 유래는 물론 산별로 등산안내도인 한장짜리 ‘개념도’를 만들어 초보자들도 손쉽게알 수 있는 산행코스별로 거리 및 시간, 버스와 철도 이용편 등을약도와 함께 표시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문화도시 문화거리] (7)광주 궁동 ‘예술의 거리’

    영산강변의 기름진 평야에 삶의 뿌리를 내린 남도 사람들.이들이 창조하고 다져온 남도문화의 중심지에 ‘빛 고을’ 광주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때때로 지극한 고난을 겪기도 했지만 최대의 고난이었던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어떤 사회학자들은 남도 사람들의 ‘진취적 기질’을 맛과 멋 그리고 풍류를 즐겨온 낙천적 태도에서 찾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예향(藝鄕) 광주’란 말이 보통 명사처럼 쓰인다.판소리 등 남도의 가락과 미술,음식 등 농경문화에 바탕을 둔 ‘여유로움’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쇄원,환벽당,식영정 등이 위치한 무등산 자락은 일찍이 조선조 가사문학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남종화의 대가 의제(毅齋) 허백련(許百鍊)선생(1891∼1977)이 둥지를 틀고 창작활동을 한 곳도 무등산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창 임방울을 배출했으며 수많은 시인·가객·풍류객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는 ‘예술의 고장’이다.이같은문화적 에너지를 토대로 지난 95년 광주비엔날레가 창설됐다. 올해로 3회째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국제적인 미술축제로 자리매김했다.남도인들의 가슴에 흘러내려온 예술혼이 현대화 세계화를 향하여 화려한 비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비엔날레전시관과 광주문예회관이 있는 중외공원 일대 문화벨트에서 시작,5.18묘지와 ‘예술의 거리’로 이어지는 시내권 전체가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동구 궁동 ‘예술의 거리’는 광주를 포함한 호남문화 예술의중심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예향 광주에서 예술의 향기를 맡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놓쳐서는 안된다. 광주시가 87년 지정한 ‘예술의 거리’(광주동부경찰서에서 중앙로까지 300여m)에서는 고서화·공예품·도자기 등 지방예술의 상징적인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심속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5.18광주민중항쟁 격전지였던 금남로,남도예술회관,‘패션1번지’ 충장로 등과 이웃하고 있는 중심가이다.연중 이어지는 각종문화축제로 젊음과 생기가 넘친다.유흥업소들이 거의 없는 것도 예술의 거리를 돋보이게 한다. 야외전시대에서는 학생 그림전시회가 열리고 특설 무대에서는 전통혼례식·판소리·살풀이춤·풍물놀이 등이 이어졌다. 대학생 김성식군(20)은 “잊혀져가는 전통 민속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며 “이런 행사가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곳은 개미장터,공예품 판매장,화랑가,야외전시대,소극장,무등예술관,국악원 등으로 나뉜다. 예술의 거리가 가장 활기를 띨때는 개미장터가 개설되는 매주 토요일이다. 개미장터는 전국의 풍물애호가들이 수집해온 고서예품,엽전,떡살,비녀,놋그릇,목각품,민화,고서,향로,연적 등 선인들의 손때를 그대로간직한 민속예술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전시되고 있다.서울인사동 거리보다 수수하고 서민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전국 시골장터를 누비며 수집해온 수집상들의 즉석해설도 곁들여져흥미를 더한다. 야외전시대에는 연중 기획전과 특별전이 24시간 열리며 국악원에는아마추어 소리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민들레 소극장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차례씩 연극을 공연하며 매주 토요일에는 ‘도심속의 작은 예술축제’가 이어진다. 광주시 동구가 직영하는 무등예술관도 기획축제를 통해 연중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진다리붓,수준높은 남종화 등을 내걸고 있는 화랑,전통찻집 등이 즐비하다.이곳 미림화방 대표 김영채씨(金英彩·50·번영회장)는 “예술의 거리 활성화를 위해 그 동안 관주도로 이뤄진 각종 축제를 민간주도로 바꾸고 새로운 전시 기획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이렇게 가꿉시다/ 도심 '복합문화공간' 육성. 광주는 흔히 전국의 여러 대도시와 비교하여 생산기반이 취약하고 기술집약산업이 더디게 발전하였다고 지적되고 있다.그러나 지금 세계는 산업화 시대의 낙후와 차별 그 자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의 몸짓,손놀림,그리고 색감이 새로운 자산이 되는 문화의 세기인 것이다. 지금 광주는 ‘빛과 생명의 문화도시’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있다. 이를 통하여 문화복지와 문화민주주의의 모범도시가 되고 문화적 자산의 계승과 새 문화의 창조를 통하여 지역경제의 활로를 개척하고자 하는 것이다.이를 위하여 ‘하나의 성공이 지역의 활로를 바꾼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키고자 하며,또한 ‘도시 전체가 마케팅의대상이며 주체’라고 하는 전진적 공동체 의식운동이 각계에서 모색되고 있다. 도시 공간을 문화적 관점에서 설계하고 재구성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러한 일이 결실되기 위한 기반을 닦고자 함이다.그러나 광주의 도시공간을 살펴보면 예향의 이미지에 맞는 주제 거리가 협소하고 위축되어 있으며 또한 도심의 녹지 생태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그래서 많은 시민들은 전국적으로 이미 지명도가 있는 예술의 거리 활성화에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더구나 전라남도 도청이 이전된 이후를생각하면 이 문제는 보다 절실한 것이다. 그러나 예술의 거리가 제 몫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여러 공간과 시설이 함께 하였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래서 충장로에 ‘한복의 거리’를육성하고 금남로를 인권과 평화의 거리로 꾸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이미 도심 통과 철도부지를‘녹색 생명의 거리’로 조성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채워질 시설로는 중앙초등학교 자리에 ‘현대미술관’을 건립하고 도청이전 부지에는 ‘5·18세계인권박물관’를 들이고,문화산업기반시설인 ‘문화산업벤처컴플렉스’를 유치하며 ‘세계문화상품박물관’을 건립하고자 하는 것이다.민산관학(民産官學)협동의 ‘문화산업진흥원’은 그 핵심기구로 제안되고 있다. 여기에서 ‘세계 민속 패션 엑스포’가 열리고 예술의 거리의 한 화랑이 세계 한 나라씩과 연계하여 ‘세계 목(木)공예전’과 ‘세계의염색(染色)염료(染料)전’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다.이러한 사업은광주 도심공간 자체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혁신하고 구성하는 사업이다.문제는 우리가 한다는 주체적 자세이며 도전과 협력이다. ◎ 이종범 조선대 교수·한국사.
  • 무등산 수박 “풍작” 이달말부터 출하

    이달말 출하를 앞둔 광주의 명물 ‘무등산 수박’이 올해 대풍작이예상된다.풍부한 비와 일조량이 많은 기후 조건이 잘 맞아 떨어졌기때문이다. 15일 광주시 북구청에 따르면 올 재배면적은 26개 농가 11.5㏊로 지난해의 28개 농가 12.5㏊보다 줄었으나 수확량은 오히려 크게 늘 전망이다.이달말쯤부터 본격 시판되는 무등산 수박의 올 수확 예상량은 1만2,000여개로 지난해 4,000여개에 비해 3배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등산 수박은 작은 것이 7∼8㎏,큰 것은 20㎏을 넘으며 가격도 큰것은 10만원을 호가한다. ‘푸랭이’라고 불리는 무등산 수박은 고려때 침입해온 몽고로부터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량수박의 설탕 맛이 아닌 원시적 단맛을 지니고 있다.특히 96년 무등산 수박에 항암효과 성분이 있다는전남대 농과대의 연구결과에 따라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광주시는 지난 76년부터 향토특산물로 지정,재배를 장려해오고 있다. 이 수박은 무등산 천왕봉 서북쪽인 북구 충효,청옥동 일대 해발 200∼500m 산자락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광주최치봉기자 cbchoi@
  • 남한생활 수필집 낸 비전향장기수 김동기씨

    6·15 남북정상회담 선언에 따라 올해 북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한 비전향 장기수가 지난 33년간의 감옥생활과 출소 후의 삶을 진솔하게 그린수필집을 펴냈다. 함경남도 단천이 고향으로 현재 광주 북구 두암동 ‘통일의 집’에서 다른비전향 장기수 3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동기(金東起·68)씨의 수필집 ‘새는 앉는 곳마다 깃을 남긴다’(아침이슬)가 2일 출간된다. 총 240여쪽 분량의 이 책에서 그는 지난 66년 대남공작 요원으로 활동하다검거돼 지난해 2월 석방될 때까지의 수감생활과 출소 후 남한생활 1년6개월간의 느낌을 4부로 나눠 62편의 글로 엮어 놓았다. 김씨는 책 앞 표지에 광주교도소에서 바라본 무등산의 모습을,뒤 표지에는어릴적 고향집에 있었던 진달래 항아리를 손수 삽화로 그려 넣었다. 책 제목은 지난 98년 비전향 장기수를 모델로 해 극단 ‘토박이’가 공연한 연극 제목이기도 하다.그는 “원제목의 ‘깃털’을 ‘깃’으로 바꿔 달았다”며 “책 쓰기는 출감 직후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고향에 돌아간다는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할 뿐”이라며 “그동안 자신을 돌봐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친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부인(64)과 아들(36)은 현재 평양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무등산을 시민 모두의 산으로

    광주 무등산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무등산 공유화운동’(무등산내셔널트러스트)이 지난달 창립대회를 갖고 정식 출범한 이후 이 지역 기관 및단체·주민 등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00여년전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자원과 문화자산 등이 개발대상지에 편입돼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유지등 일부를 사들여 보전,관리하는 자연보호운동이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4년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가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서울,대전 등 대도시환경단체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민 김복호씨(48)는 지난달 자신이 소유한 동구 운림동 862 무등산 새인봉 뒤쪽 땅 426평을 기증했으며 창립후 한달여 만에 모두 3,700여만원의기금도 모아졌다. 이 지역 할인점 빅마트는 지난 19일 공유화기금 마련행사를 펴 고객 748명이 조성한 1,080여만원을 이 단체에 전달했다. 광주시도 이 단체가 재단으로 공식 발족할 경우 1억원의 기금을 지원키로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 놓았다. 전남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은 총 면적115.76㎢(광주시 67.66㎢,전남도 48.08㎢) 가운데 79%인 92.6㎢가 사유지이어서 온천개발을 비롯,음식점,개인 별장,숙박업소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갈수록 자연환경이 크게 망가지고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 환경보호단체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기관 등은 94년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를 결성했으며,지난달부터 무등산을 무절제한 개발위협으로 지키기 위해 ▲자연자원 모니터링 ▲조사연구 활동 ▲시민 모금과 자산관리 ▲환경교육 및 홍보 ▲국내외 연대활동 등 무등산 공유화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단체 이유미(李柳美·26)간사는 “전국 환경단체간 네트워크 조성을 통해 무등산은 물론 전 국토를 난개발로부터 보호하고 자연생태를 보존할 수있도록 전국적인 규모의 내셔날트러스트운동을 펼쳐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日 요코가와 세츠코 ‘토토로의 숲을 찾다’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은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미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말이다.국민의 자발적인 헌금이나 기부를 토대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토지,환경,문화재,동식물,시설 등을 매입한 뒤 이를 영구히 관리해가는 일종의 시민운동.이것이 바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다.우리 말로 옮기면 ‘자연신탁 국민운동’이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됐다.이어 오스트레일리아,미국,일본 등을 거쳐 한국에서도 몇년 전부터 내셔널트러스트 단체들이 생겨났다.‘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역사 경관을 지키는시민의 모임’ 등이 대표적인 예다.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대한 의식이 우리나라에서도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때마침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 요코가와세츠코가 쓴 ‘토토로의 숲을 찾다’(전홍규 옮김,이후 펴냄)라는 내셔널트러스트 입문서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이 책은 영국,미국,일본 등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선진국들을 취재한 기행문 형식을 띠고 있다.저자는 먼저 영국의아름다운 자연풍광은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님을 강조한다.시인 워즈워스의 생가가 남아 있는 잉글랜드 북서부의 호수지방(Lake District),테니슨이 시를 짓던 언덕이 있는 와이트섬,중세의 풍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바스 교외의 레이콕 마을,하얀 해안 절벽이 줄지어 서있는 도버의 해안선….이러한 영국의 명소에서는 으레 내셔널트러스트의 마크인 ‘도토리가 붙어 있는 떡갈나무 이파리’를 볼 수 있다.내셔널트러스트의 자상한 손길이 자연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는 현재 약 27만 헥타르(국토의 1.5%)의 토지를 보유한 영국 최대의 토지 소유자이자 영국 해안선의 18%를 관리하는 기구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그 회원은 무려 220만명으로 세계 최대의 환경보호단체이기도 하다.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는 세 사람의 선각자에 의해 창설됐다.미술평론가 존 러스킨과 그의 제자 하드윅 론슬리 신부,사회운동가 옥타비아 힐이 그들이다.진정한 예술은 자연으로부터 나온다고 역설한 러스킨은 특히 잉글랜드 호수지방에 철도가 들어오는 것을 막은 환경론자로 추앙받고 있다. 미국 또한 NGO활동 인구가 1,400만명(일본은 30만명)이나 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선도국가다.현재 4개 단체가 활동중이다.그중 하나가 1949년 연방 의회에 의해 설립된 ‘역사적 유산의 보존을 위한 내셔널트러스트’(NTHP).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웅장한 저택‘탤리에신’,미국에 남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고딕양식 건물로 꼽히는 뉴욕의 ‘린드허스트’,독립전쟁 당시 워싱턴군과 영국군간의 자만타운 전투가벌어진 필라델피아의 ‘클리브던’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과 땅들을 모범적으로 보존하고 있어 주목된다. 19세가 말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1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일본도쿄 근처의 사야마 구릉 작은 숲에서 또 하나의 결실을 보았다.1990년 도쿄의 수원지 사야마 호수를 품에 안은 사야마 구릉 일대의 숲은 신주쿠가 도심으로 편입되면서 개발의 몸살을 앓게 됐다.이 숲을 지키지 않으면 ‘토토로의 고향’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토토로’는 일본신화 속에 나오는 숲의 정령.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웃의 토토로’의 캐릭터로 한층 유명해졌다.사야마 구릉 일대의 숲은 결국 전국적인 헌금에 의해 매입됐고 목숨을 구했다.이곳은 ‘토토로의 숲’으로 보존돼 지금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전범이 되고 있다. 오늘날 환경운동의 질은 날로 심도를 더해가고 있다.프랑스나 스웨덴,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는 역사적 유산이 존재하는 지역을 송두리째 보전하는 이른바 에코뮤지엄(생태박물관)운동도 펼쳐지고 있다.새만금 간척사업,그린벨트의 축소 등 자연에 멍을 안겨주는 일들이 예사로 벌어지는 우리와는 퍽 대조적이다. ‘국가’와 ‘자본’에 길항하는 힘으로서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그렇기에 더욱 필요하다.이 책 첫 장에 실린 워즈워스 시 ‘무지개’의 한 구절은서늘한 울림을 남긴다.“…그리고 나는 기원한다/내 삶이 자연의 경건함 속에 함께 하기를”. 김종면기자 jmkim@
  • [사설] ‘내 땅을 그린벨트로’

    경기도 용인지역 주민들이 택지개발예정지 30여만평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어 달라고 청원한 것은 모처럼 접하는 쾌보다.1971년 그린벨트 제도가 생긴 이래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달라’는 민원은 수없이 많았어도 ‘묶어 달라’는 청원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신선하게 들린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소속회원,용인 기독교청년회 회원 등 시민 1만여명의 연명으로 된 이 청원은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청원인들 가운데 문중토지 23만평의 소유자를 비롯,토지주인 4명이 포함된 것도 놀랍다.비록 그 땅이 2년 전 토지개발공사에 수용됐다는 내부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그들의 결단은 크게 평가받을만하다.“돈 때문이라면 진작 팔았을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보상금을 나눠 갖느니 재산권 행사를 못하더라도 조상 대대로 내려온 선산을 보존하고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뜻은 환경론자들의 주장과 맥이 닿기 때문이다. 용인지역 주민들의 그린벨트 청원은 지난 1월 발족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자연신탁)운동본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전국의 자연및 주거환경과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의 개발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땅을 사들여 보존하는 이 운동은 각계인사 1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연간수입의 1% 기부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3억원의 기금을 확보하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본부는 용인 이외에도 충남 천리포 수목원, 서울 둔촌동 습지, 강화 길상리의 매화마름 집단자생지 등을 매입할 예정이다. 또 수년전부터 의왕시의 개구리논과 광주 무등산 보호를 위해 땅 한평 사기 운동을 펼쳐왔다.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현재 회원이 영국에만 250만명에 이를 정도이고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말레이시아등 세계 각국에서 해안지역 개발저지 등 생태계 보존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용인시민 1만여명의 그린벨트 지정 운동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일고 있는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물결이 큰 파장으로 연결된 것으로 내셔녈 트러스트운동의 국내 정착 가능성을 확인해 준 사례라 할 만하다. 또 수도권의 난개발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건교부와토지공사가 용인주민들의 그린벨트 지정요구에 “이들 지역은 도시계획 구역이 아니어서 검토대상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궁색하다.주민들이 나선 난개발 문제 해결에 당국도 적극 호응해야 할 것이다.
  • ‘태권도 공원’을 우리 고장에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문화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권도 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태권도 공원이 들어서면 세계적인 ‘태권도 성지’가 돼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오고 2조원 이상의 관광수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태권도 공원 유치전에 뛰어든 자치단체는 경기도 9개 시·군,전북 4개 시·군,강원도 3개 시·군,충북 2개 시·군,충남 3개 시·군,전남·경남 각각 1시·군,경남 3개 시·군 등 20여곳에 이르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호남의 명산인 무등산이나 어등산에 태권도 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는 등 적극적인 유치운동을 펼치고 있다. ‘태권도 종주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전북에서는 완주군,무주군,익산시,진안군 등 4개 시·군이 유치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충북 보은군도 범군민 유치추진위원회를 조직,활발한 유치운동을 펴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태권도가 오는 9월 열리는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 경기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았고,매년 수만명의 외국인이 태권도 종주국을 찾아오고 있는 것을 감안해 국내에 태권도성지가 될 태권도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이달 말까지 전국의 자치단체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오는 7월 후보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지리산 바래봉 철쭉, 만산 紅花… 능선 따라 선연한’불꽃’

    그 모양이 바리때(스님의 밥그릇)를 엎어놓은 듯해 이름붙여졌다는 지리산바래봉(1,165m).만복대∼세걸산∼덕두봉으로 힘차게 이어달리던 지리산의 서북능선이 마침표를 찍는 자리인 이곳 바래봉에서 백두대간의 철쭉 북행이 시작된다. 전북 남원시 운봉면 뒤편 야트막한 구릉에 자리잡은 국립종축원 남원지원. 구제역으로 소와 양,염소들이 축사에 묶여있어 목초지를 뛰노는 이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뭐 이런 산길이 다 있나 싶을 정도인 목장로를 5월 땡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올랐더니 키가 2m는 족히 될법한 철쭉들이 등산객을 맞는다. “잡목들 사이에서 생명을 유지하려 웃자라서 그런 거예요.15년전만 해도 이길조차 철쭉 천지였는데…” 등산객 강일영(49·서울 종로구)씨는 끝없이 이어진 상춘객들을 돌아보며 연신 혀를 찬다.사람의 손길을 타 산허리춤과 8부능선 위에서야 철쭉의 자생군락지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1시간쯤 올랐을까.”더럽게 재미없네”소리가 절로 나오는 목장로를 터벅터벅걷다 뒤를 돌아본다.운봉마을과 지리의 마지막 족적(足跡)이 한눈에 들어온다.돌연 눈옆을 스치는 조인(鳥人).결코 거칠다 싶지 않은 바람을 안고서 패러글라이더는 한마리 새처럼 길을 따라 오르는 등산객을 한껏 조롱한다.길섶을 계속 장식하는 철쭉덤불을 무시한 채 30분쯤 오르니 정상.맞은 편 천왕봉봉우리를 시작으로 노고단,반야봉등 활달하게 내달리는 지리의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이 시원함,장쾌함은 잘 알려진 지리 종주능선에서와는 또다른맛을 안겨준다. 정상아래 잘 가꾸어진 초지도 일품.뉴질랜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구릉마다 푸른 빛이 이어진다. 쭉쭉 뻗은 침엽수림 아래 팔을 베고 누우니 구름이 인사를 건넨다.능선 저쪽은 푸른 초원,이쪽은 철쭉.그러나 심한 가뭄과 냉해현상 탓에 꽃몽우리조차 터뜨리지 못한 철쭉들은 길손들의 가슴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실망감에 젖어 팔랑치 쪽으로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오메,산불 나부렀네”하는 탄성이 이어진다.여기가 진짜. 정상에서 팔랑치까지 1.5㎞ 능선이 온통 철쭉군락을 이루고 산에 불이라도낼듯 제색깔을 뽐내느라 열심이다.몇년전만까지만 해도 정상부근까지 방목했던 면양의 분뇨와 초지 조성에 들어간 자양분이 이처럼 장대한 '철쭉 교향곡'을 낳았다. 이곳 철쭉은 꽃이 붉은데다 잎이 작아 한반도 여느 철쭉보다 화사한 맛이 그만이다.백두대간 철쭉은 이곳 바래봉에서 시작해 노고단,천왕봉으로 옮겨붙어 덕유산으로 소백산으로 이어지다 정선 두위봉에서 화려한 마침표를 찍는다. 글·사진 남원 임병선기자 bsnim@. *산행 발길 부르는 '철쭉물결'. 바야흐로 철쭉의 계절.새롭게 각광받는 정선 두위봉(1,466m)과 강진 흑석산(650m),가평 연인산(1,068m)을 소개한다. □두위봉 산의 서쪽과 북쪽,동쪽을 에두르는 태백선의 함백,자미원 그리고증산역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함백마을에서 시작해 단곡계곡∼감로샘∼아라리고개∼철쭉군락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살아서도 천년,죽어서도 천년을 썩지 않는다는 커다란 주목나무 두그루를 둘러본 뒤 도사곡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가 인기다.6월초가 되어야 철쭉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단종 유폐지인 청령포와 단종묘인 장릉,고씨동굴과 온달성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0373)578-3084 □흑석산 설악산 공룡능선을 뺨치는 암릉의 풍치와 함께 철쭉이 흐드러지게피어나는,몇 안되는 자생군락지의 하나.멀리 무등산과 다도해를 조망할 수있는 독특한 매력도 지녔다.강진군 성전면의 제천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해 관목숲이 우거진 별매산을 올라 기암괴석이 멋들어진 가학산을 거쳐 흑석산 정상에 오른다.가래재로 가는 길에 철쭉군락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즐길 수도있다.(0634)32-8642 □연인산 이름도 없던 산에 2년전 가평군 지명위원회가 '연인들의 사랑이이루어지는 곳’이란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산허리를 휘감으며 수백만평 규모로 피어있는 철쭉이 볼만하다. 37번국도로 가평까지 가서 363번 지방도를 타고 북면 목동리를 거쳐 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가평읍에서 하루 4번밖에 없는 백둔리행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백둔자연학교에서 시작해 깊은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장수능선으로내려오는 코스가 무난하다.승안리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용추구곡이 숨겨져있어 계곡과 철쭉을 함께 즐길 수 있다.(0356)582-0088 *지리산 바래봉 철쭉 가는길. □가는 길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익산IC를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을 지나 24번 국도로 운봉읍에 이르는데 4시간여가 족히 걸린다. ▲대중교통 남원에서 운봉까지 직행버스를 이용하고 이도 저도 귀찮고 당일산행을 계획했다면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조심 등산로 초입의 운봉중학교부터 줄을 서야 진입할 수 있다.산길이 좁고 철쭉덤불이 우거져 양보 산행을 해야 한다.따라서 주말은 결단코 피하는것이 철쭉의 묘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길.입장료 1,000원. □이런 재미도 하운부에 이르는 하산길은 가파르기 그지 없어 발목부상을 조심해야 한다.상대적으로 사람의 손길을 적게 타 계곡이 깊고 시원하다.1시간만 위로 오르면 뱀사골 초입이고 잘 정비된 민박촌이 길손을 맞는다.
  • 방위명칭 전국 자치구 改名 추진

    전국 7대 도시 자치구 가운데 동·서·남·북·중·강서구 등 방위명칭을사용하는 28개 자치구가 구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 26일 광주시 동구(구청장 朴鍾澈·전국구청장협의회장)에 따르면 이들 28개자치구 단체장들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전국구청장협의회에서 ‘우리 구 내이름 갖기 운동’을 펴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토대로 행정자치부 등 관계기관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이들은 획일적인 방위식 구 명칭이지방자치와 인터넷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는 여론에 따라 해당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색 짙은 이름을 짓기로 하고 여론조사에 나섰다. 해당 자치구들은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 여부와 새 이름 등을 묻는 주민 설문조사를 다음달 10일까지 실시,찬성의견이 많으면 오는 6월 대구에서 열릴전국구청장협의회에서 합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박종철 광주 동구청장은 “구 이름 변경을 위한 자체 조사 결과 구청당 6,000만∼8,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며 “자치시대에 걸맞는우리 구 이름 찾기 운동을 적극 추진할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구는 무등산 서석대를 떠올리게 하는 서석구나 빛고을구 등으로 명칭 변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光州비엔날레 구경 길 ‘담양 소쇄원’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광주엔 지금 예술의 향기를 찾는 발길이 가득하다.6월7일까지 계속되는 비엔날레 춘풍 때문인가.‘휘리릭,휘리릭’대숲의 댓잎부딪는 소리가 연인 옷자락을 스치는양 살갑다.햇빛에 반짝이는 색바랜 툇마루에 앉으니 수백년 연륜의 무게가 느껴진다. 들리는 것은 정자 아래 작은 폭포에서 물떨어지는 소리,그리고 그 옆 측백나무 가지에 앉아 따스한 봄볕을 즐기는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 뿐. 여기는 ‘소리와 빛의 공간’ 소쇄원.바람 물 새소리,딱딱 부딪히는 대나무소리 등이 낮에는 햇빛과,밤에는 달빛과 어우러지는 곳이다. 소쇄(瀟灑)는 ‘깨끗하고 시원하다’란 뜻.전통 민간정원의 백미로 꼽히는이곳은 조선 중종때 처사(벼슬을 마다한 선비를 일컬음) 양산보(1503∼1557)가 3대,약 70년에 걸쳐 조성한 원림(園林)이다.‘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 梁公之廬)란 나무판이 문패인양 흙돌담에 붙어있다.려(廬)는 조촐한 집이라는 뜻이다.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자 이곳에 은둔하면서 당대의 학자들과 학문을 논하고풍류를 즐겼다. 소쇄원은 1만여평의 부지위에 10여동의 건물과 연못,계곡,대나무숲,그리고온갖 수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계곡물이 ‘오곡문’(五曲門)이란흙돌담 밑을 지나 정원을 관통해 흐르는 것이 자연미의 극치를 이룬다. 양산보는 자손에게 “풀 한 포기 계곡 한 구석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하나도 상하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하니 소쇄원에 대한 그의 극진한 사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림의 중심인 제월당 앞은 지금 샛노란 산수유꽃이 한창이다.소쇄원에서 한국미의 뿌리를 찾았다는 건축가 김수근이 죽기전 한달간 지냈다는 제월당(霽月堂).그 아래에는 계류를 앞에 두고 광풍각(光風閣)이 서 있다.두 건물의당호는 ‘흉회쇄락여광풍제월’(胸懷灑落如光風霽月)이란 문구에서 따왔다. 가슴에 품은 뜻의 맑음이 빛속의 바람,맑은 날의 달빛과 같다는 의미다. 소쇄원에서 담양읍 방면으로 5분쯤 가니 성산별곡이 탄생한 식영정이 있다. 명종 15년(1560) 서하당 김성원이 담양부사를 지낸 장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세운 정자.뛰어난 문장가였던 임억령은 ‘그림자가 쉬어가는 정자’란 뜻의 이름을 붙였다.석천에게 시문을 배우던 제봉 고경명,송강 정철 등이 여기서 교유하며 가사문학의 기틀을 다졌다. ‘식영정 사선(四仙)’이라 불리던 이들은 성산(식영정 일대를 일컬음)의 경치 스무곳을 택해 각 20수씩 모두 80수의 ‘식영정 이십영’을 지었는데,이것이 성산별곡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식영정이 서 있는 언덕 아래에는부용당 서하당이 연못과 어우러져 서 있다. 식영정 사선을 비롯,면앙정 송순,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등 당대의 선비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시문을 읊었다.특히 성산 앞을 흐르는 자미탄(紫薇灘)이란 여울을 주제로 수많은 시문을 지었다.자미탄은 물섶에 백일홍 꽃잎이 반사된다는 뜻으로,광주호가 생기기전 정자 아래로 흐르던 여울이다. 담양군 남면 소쇄원에 가려면 동광주 방향에서 15번 국도를 타야 한다.20분쯤 달리다가 887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소쇄원과 식영정이 잇달아 나타난다. 임창용기자. *光州 인근의 가볼만한 곳. 광주비엔날레(3월29일∼6월7일)가 열리는 광주 인근에는 소쇄원과 식영정 말고도 가볼만한 곳이 제법 많다.송강정·면앙정 등 정자와 금성산성,운주사가괜찮으며,쉴 곳으로는 화순에 온천이 있다. ■송강정(담양군 고서면 원강리) 광주에서 담양읍으로 가는 국도변에 있다. 선조때 송강 정철이 대사헌을 지내다 물러난 후 담양에 내려와 세운 정자.송강은 이곳에 은둔하면서 ‘사미인곡’‘속미인곡’을 비롯한 뛰어난 가사와단가를 지었다.소나무 등걸 사이로 펼쳐지는 너른 들과 멀리 올려다 보이는무등산의 자태가 시심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 ■면앙정(담양군 봉산면 제월리) 송강정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송순이 중종 때(1533년) 지었다는 면앙정의 의미는 ‘땅을 내려다보고,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사심이나 꾸밈 없는,넓고 당당한 경지를 바라는 송순의마음을 담고 있다. ■금성산성 담양군 용면 도림리,금성면 금성리로 이어지는 산성으로 둘레가7,345m에 달한다.산성 밖에는 높은 산이 없어 성문 안을 전혀 엿볼 수 없도록,형세를 잘 살펴서 지은 성으로 평가받는다. 산성안에는 아직도 곳곳에 우물이나 절구통 같은 유물을 찾아볼 수 있으며산성의 동문 밖은 전북 순창군의 강천사 등 관광명소와 바로 연결된다. ■운주사(화순군 도앙면 대초리) 광주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반쯤 가면 있다.신라때 도선국사가 운주사 일대 땅이 배의 형국을 닮아 그대로 두면 배가 심하게 흔들려 나라의 국운이 일본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믿고 배를 젓는 노의 위치인 이곳에 돌탑과 돌부처를 각각 1,000개씩 하룻밤동안에 도력을 써서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지금은 70여개의 석불과 18개의 석탑만이 남아 았다.운주사의 불탑과 불상중 으뜸은 와불.이 와불은 천불천탑의 마지막 천불로서,이 불상을 일으켜 세우면 세상이 바뀌고 천년동안 태평성대가 계속된다고 해 불상을 막 일으켜세우려는 순간 첫닭이 우는 바람에 와불의 형대로 남게 됐다고 한다. ■화순 금호리조트 종합온천탕 지난 95년 개장한 종합온천장으로 광주에서남쪽으로 50분 거리에 있다.하루 1,500톤 이상 용출돼 수량이 풍부하며,아연 라듐 유황 등의 함유량이 높아 만성피부염 류마티스 등에 효능이 뛰어나다고.대온천탕과 튜브슬라이더,실내온천수영장,노천탕 등의 시설을 갖췄다.240실 규모의 콘도미니엄 시설도 갖춰놓았다.(0612)370-5000.
  • 풍경화가 송필용 ‘개골옥류’전

    무등산 자락의 소쇄원 송강정 면앙정 명옥헌 등 조선조 가사문학의 산실인정자와 원림을 고집스레 그려온 풍경화가 송필용(43).그의 땅과 역사에 대한관심이 남도의 산하를 넘어 금강산으로까지 이어졌다.서울 소격동 아트스페이스서울과 관훈동 학고재에서 동시에 열리는 ‘송필용-개골옥류(皆骨玉流)’전은 바위산과 물색 표현에 초점을 맞춘 금강산 작품전이다. 옛 시인이나 화가들은 금강미의 으뜸을 수정이나 서릿발에 비유되는 바위 봉우리의 골산미와 암반을 흐르는 맑고 투명한 비취색 옥류의 금강수에서 발견했다.송필용의 작가적 눈길이 머무는 지점 또한 그곳이다.개골옥류의 이미지를 살려내기 위해 그는 금강산을 무려 네 차례나 찾았다. 금강산이 본격적으로 그려진 것은 고려말 불교 성지로 각광을 받으면서부터. 조선 후기 겸재 정선은 우리 자연을 우리 식으로 해석한 진경산수화를 그려냈고,김홍도의 ‘해산도’‘금강사군첩’등의 화풍은 19세기 전반까지 금강산 그림의 전범이 됐다. 진경산수화가 창조적 활력을 잃은 조선 말 이후에도 금강산그림은 안중식김은호 변관식 등 근·현대 작가들에게 재해석되며 실경산수의 전통을 이어갔다.요컨대 시대를 초월해 우리 민족의 역동적인 힘과 창작혼의 원천이 되어 온 것이다. 그런만큼 금강산 그림이 오늘날 주목받으려면 뭔가 독창적인 기풍이 담겨 있어야 한다. 송필용의 금강산은 어떤 모습인가.만물상 바위 숲을 부채살처럼 배치한 ‘천선대에서 본 만물상’은 겸재의 ‘단발령망금강’이나 ‘금강전도’식의 화법을 따른 것처럼 보인다.어두운 바탕색 위에 흰색을 덮고 칼로 긁어내는 식의 암봉 묘사 기법은 겸재의 수직준법을 연상케 한다. 송필용의 금강산 그림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조선조 분청사기의박지(剝地)기법을 응용한 대목일 것이다.그는 흰 물감을 덮고 물상의 형태를긁어내는 ‘박지화법’을 사용해 암반에 고인 비취색 금강수를 한층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이번에 선보인 ‘해금강’‘해금강문’등의 작품은 박지화법으로 해금강의 눈부신 풍광을 담아낸 득의작이라 할 만하다. 겸재나 단원 소정 등 옛 화가들이 금강산 탐승과사생을 통해 화경의 깊이를더했듯이 송필용 또한 금강산 그림을 통해 자신의 회화세계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전시는 21일까지 .(02)720-1524. 김종면기자
  • 선동열 ‘27년 야구인생’ 마감

    ‘국보’ 선동열(37)이 27년간 정든 마운드에 마지막으로 올라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선동열은 9일 오후 1시 나고야돔에서 열리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시범경기에 등판한 뒤 은퇴식을 갖게 된다. 이날 경기는 지난해 센트럴리그 1·2위팀인 주니치와 요미우리가 맞붙는 ‘빅카드’인데다 선동열의 불같은 강속구를 지켜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여서한·일 두 나라에 화제가 되고 있다.이날 경기는 TV를 통해 일본과 한국(동양위성방송)에 생중계된다. 한국에서는 이상국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장 등 야구관계자와 팬들이 축하응원에 나서고 일본에서는 나고야 지역을 중심으로 한 500여 재일동포들이태극기와 플래카드,징과 장고 등을 앞세워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준 선동열을대대적으로 응원할 예정이다. ‘무등산 폭격기’‘나고야의 태양’‘나고야의 수호신’ 등 숱한 수식어가붙은 선동열은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해태 11년 동안 3차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6차례 팀 우승을 견인했다.또 일본 프로야구4년 동안 10구원승 98세이브 4패의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지난해에는 팀을 11년만에 리그 정상으로 끌어올려 한국과 일본에서 최정상급 투수로 군림해왔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1년 더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던 선동열은 소속팀 주니치가 재계약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했다.선동열은은퇴소식을 접한 메이저리그 보스턴의 집요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지만 끝내 은퇴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지난 1월 영구 귀국한 선동열은 지난달 18일체육훈장 맹호장(2급)을 받았다. 김민수기자 kim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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