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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영화볼까]

    날아라 허동구 감독 박규태 주연 정진영·최우혁 지능이 떨어지지만 사랑스러운 아이 동구. 그런 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은 아버지 진규. 이 부자의 친구 준태와 상철. 이들이 나누는 사랑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영화의 분위기를 ‘업’시키는 권오중(야구부 코치)의 활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숨 감독 김기덕 주연 장첸·지아·하정우 남편의 외도에 괴로워하던 연은 자살을 시도하다가 목소리를 잃은 사형수를 찾아가 사계절을 선물한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비슷한 설정이나, 너무도 다른 분위기이다. 더블타겟 감독 안톤 후쿠아 주연 마크 월버그·대니 글로버 대통령 암살을 막으러 갔다가 누명을 쓰게 된 전직 특수부대 출신 스나이퍼 스웨거가 정부를 상대로 나홀로 전쟁을 벌인다. 허술한 이야기, 액션 하나로만 만족하기에는 글쎄…. 선샤인 감독 대니 보일 주연 로즈 번·클리프 커티스·길리언 머피 우주선 ‘이카루스 2호’의 임무는 얼어붙은 지구를 녹이기 위해 식어가는 태양을 살리는 것. 태양에 가까이 갈수록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하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오카다 준이치·미야자와 리에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도쿄로 온 사무라이 집안의 장남 소자. 그의 진짜보다 더 기막힌 복수극.“벚꽃이 지는 이유는 내년에 필 줄 알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복수!
  •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여자와 당나귀와 호두, 내가 뭔가 말해도 될까? 이 셋은 맞지 않고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전은경 옮김·미래M&B 펴냄)’에 소개된 중세의 속담이다. 이 책은 캐리커처에 포착된 16∼20세기 초까지의 여성의 삶을 소개하고 있는데, 실은 유행과 아름다움이란 미명하에 고통받은 여성 육체의 수난사에 가깝다. 위에 소개된 중세의 속담이 보여주듯 여성은 코르셋이나 전족, 복대로 고통받으면서 또 조롱거리가 돼야 했다. 책에 실린 여성문제를 다룬 다양한 캐리커처는 500여점에 이른다. 그림뿐아니라 시, 민요, 노래 등도 함께 소개돼 당시의 풍속과 사회상을 이해하기 쉽다. 최근 취직을 위한 성형 열풍의 예고편격인 ‘직업도 없는데 못 생기기까지’부터 ‘마땅찮음(목사님의 딸이 저렇게 가슴이 크다니, 정말 끔찍한 일이야!)’까지 촌철살인의 풍자가 담긴 캐리커처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다. 19세기에는 가슴과 엉덩이,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유행이 기괴하게 발달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유행도 생겨났다. 쿠션을 대서 엉덩이와 허리 아래를 부풀려 강조하는 허리받이 치마와 굴렁쇠 치마는 원치 않은 임신 사실을 숨기기에 적당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쿠션이 들어간 여자 옷을 ‘잡종 숨기기’ 또는 ‘창녀의 옷’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코르셋을 풍자한 캐리커처에서 “그렇게 하다가는 간이 다 으스러지겠군.”이라고 남자가 비웃자 “세상에, 그거야 거리에서 아무도 못 보는데 뭐 어때요!”라고 여성이 응수한다. 저자 에두아르트 푹스는 서양에서 16세기 이후 여성들의 결혼관, 성적 욕구, 의복과 머리, 매춘, 상류사회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정절과 성 윤리 등을 캐리커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동서양이나 잘 살거나 못 살거나 공통적인 여성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지(남성)를 차지하기 위해 여성들이 결혼을 하려는 노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속한다. 코르셋과 전족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성형수술과 다이어트가 여전히 현대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다. 쌍거풀을 만들려고 수술대에 올랐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은 아직 허다하다. 저자는 남성이지만 “여성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노예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발전은 여성들 가운데 적은 부분, 유산계급만 해방시켰고 그것도 가사노동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끈질긴 여성 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구조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독일 사회주의 예술사가인 푹스는 전체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하는 원칙적 억압의 본질이 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 푹스는 1870년 괴팅겐에서 태어나 16살에 사회주의노동당에 가입했다.‘뮌헨 포스트’ ‘남부 독일 포스틸론’ 등에서 일하여 정치풍자 전문가로 활약했고, 여러번 옥살이도 했다.1918년 로자 룩셈부르크 등과 함께 독일공산당을 창립했으며,1940년 사망해 파리 코뮌 전사들 옆에 묻혔다.3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前 주미대사 박건우 경희사이버대 총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前 주미대사 박건우 경희사이버대 총장

    조승희 사건은 참상 자체의 충격 못지않게 한·미 양국의 사회와 가족, 문화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됐다. 많은 반대정서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타결된 FTA, 북핵 2·13합의의 후속조치 등 한·미 외교 현안이 민감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었기에 미묘한 파장도 있었다. 박건우(69) 경희사이버대 총장은 주미 대사 등 외교관생활 38년을 대부분 미주지역에서 보낸 미국통이다. 그로부터 이번 사건 대응에 대한 평가와 교훈, 한·미 현안 해결에 있어 대미 전략 등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서울 회기동 총장실에서 있었다. ●애도 표현으로 족해… 그 이상은 어색 ▶미국인들의 참사 대응방식이 우리와 크게 다른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죠. 긴 미국생활 경험에서 보면 종교 때문인지는 몰라도 죽음에 대한 철학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죽음은 곧 단절이고 끝이라 여겨 슬픔이 더하는 것 같고, 또 슬픔은 다 쏟아내야 가벼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미국인들은 오열하면서도 참아내고 주어진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딛고 일어서느냐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참사를 막아보려다 희생된 교수 두 분을 통해서도 위로를 느끼고, 미국이 합중국인 만큼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다수 민족이 합해 미국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는 이념도 작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한 명의 외톨이가 저지른 일이라는 이해의 출발점에서 시작된 것이죠. 만일 이 사건이 미국 밖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다거나, 조직적인 음모가 있었다면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이런 차분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겠죠.” ▶주미 대사가 사과 표현과 함께 32일 금식기도를 제안하고 정부는 조문사절을 보낼지 검토했다고 하는데 이런 대응이 적절했다고 봅니까. “우리가 혈연, 지연,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다보니까 책임의식이 좀 앞서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덟살 때 미국 이민을 가 15년 동안 한번도 한국 땅을 밟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가 어떻게 손을 뻗칠 수가 있었겠어요. 서구사람들 기준에서 보면, 진정에서 우러난 애도 표현으로 족하지 그 이상은 어색합니다. 더구나 정부나 관료 입장에서는 권한의 범위 안에서 정제되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했어야 합니다. 말이 길어져도 애도의 참뜻이 빗나갈 수 있고, 더 이상 나가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일이 있나 하는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외국인들 인종문제 거론 자체를 싫어해 ▶이번 일로 미국의 총기 규제가 강화될까요. “그들의 총기 철학이 우리와 전혀 다릅니다. 건국 초기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정당방위 수단이 총이었어요. 총기사용은 헌법으로 보장될 뿐만 아니라 총을 많이 가질수록 큰 사건을 방지한다고 생각하죠. 참사가 있을 때마다 선거이슈가 되지만,‘표’때문에 약화되고 말아요. 초유의 끔찍한 사고 앞에 어떤 자극을 받을지 저도 지켜보고 싶습니다.” ▶교민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교민 중엔 2,3세까지 키워놔서 미국 주류사회에 들어간 가정도 많지만, 이번 경우처럼 가계와 교육비 때문에 자녀들과 대화를 못갖는 가정도 많습니다. 더 큰 장래의 목표를 위해서 자리잡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큰 교훈을 얻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미국 교민들 걱정을 하면서 인종문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참으로 삼가야 할 표현입니다. 미국인들은 한국인들로부터 인종문제 우려를 듣는 것 자체를 싫어합니다. 정부의 공식 언급에서도 이런 표현을 봤는데, 이것은 미국 사회에 대한 모욕이예요.” 박 총장은 언어 이상의 진심어린 교감의 한 사례를 소개했다. 며칠 전 국내 거주 미국인들과 만찬을 가졌는데 아무도 이번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다. 말미에 좌중에서 연로한 한국인 한명이 일어서서 말했다.“오늘 미국 친구들에게 경의를 표해야겠다. 마음이 너무나 아플텐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그 마음을 읽을 때 내 마음은 더욱 아팠다.”이에 한 미국인 여성이 일어나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그 말씀 한마디로 충분하다. 고맙다.”박 총장은 이번 일이 한·미간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는 경제 뛰어넘는 큰 의미 ▶한·미 FTA 타결로 양국간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과제가 있겠습니까. “한·미동맹 관계가 지난 몇년 동안 조금 어려움을 겪은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1995년 제가 주미대사 시절, 워싱턴 DC에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세워졌는데, 그 이후 한·미동맹의 의지가 흐려지는 걸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만이 한반도 평화가 정착된다고 믿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번 한·미 FTA의 획기적 타결은 역사적인 일로 경제를 뛰어넘는 중요성과 의의를 갖는다고 봅니다. 미국의 대일, 대중 관계에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일, 대중, 동북아 관계에서 기초가 될 일입니다. 정부의 피해분야 보전 의지를 믿고 국회 비준과정을 슬기롭게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북핵 2·13 합의가 BDA 문제 등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수순으로 풀어야 합니까. “제가 4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경험에 기반해 볼 때 북한은 시간끌기 단계로 들어간 듯합니다. 선거 등 한국 미국 정치동향과도 연관돼 있겠죠.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냐인데, 이의 지연은 결정적인 폐기결심이 흔들리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다음으로 핵폐기 초점이 어디냐도 중요합니다. 만일 미·북이 영변 핵시설은 폐기시키고 이미 제조된 핵무기는 제3국으로 이전 안시킨다는 보장만으로 지나가려 한다면 우리 정부와 국민은 크게 우려할 일입니다. 이 부분 우리 정부가 강한 반대의지를 미국에 보여야 하고, 그 근거가 바로 한·미동맹이 되는 겁니다. 그점에서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큽니다.” 박 총장은 평화체제 수립도 좋은 표현이긴 하지만, 북이 핵을 가진 것을 묵인한 평화체제 수립은 맞지 않는 것이라며 북측 제안이 있더라도 한·미동맹관계를 기초로 이 문제를 비켜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정조대왕 화성행렬도를 기초로 한 국빈환영식을 선보였는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의전은 우리 국민의 정서를 전달하는 좋은 매개체입니다. 예우와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지요. 저희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개선문에서 받은 환영식은 훨씬 대단했었어요. 의전장에게 전화하여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 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잘하는 비결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단어보다 문장을 통째로 외우세요. 저는 지금도 수첩에 문장을 적어 갖고 다닙니다.” 웃저고리 안주머니에서 꺼낸 수첩에는 영어 문장들이 빼곡했다.70세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기찬 용모가 이해되는 듯했다. yshin@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그는 누구 1937년 8월 대전에서 태어났다. 대전고 서울대 법대 졸업. 제14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38년을 봉직했다. 주미 대사관 참사관(1973), 미주국장(1982), 주 캐나다 대사(1991∼94), 주미 대사(1995∼98) 등 북미 관계 요직은 모두 거쳤다.2002년 월드컵축구유치위원회 사무총장, 외무부 차관, 남북한 미국 중국 4자회담 수석대표(1998∼1999)도 지냈다. 퇴직후 2000년부터 경희대 교수로 변신,2003년부터 경희사이버대 총장직을 맡고 있다. 오랜 외교관 생활에서 체질화된 듯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직설적이기보다는 우회적인 편이었지만 메시지는 분명한 답변을 했다.
  • [시론] 조승희 사건을 돌아보는 눈/김기수 캐나다 메모리얼대학 교육철학 교수

    [시론] 조승희 사건을 돌아보는 눈/김기수 캐나다 메모리얼대학 교육철학 교수

    조승희의 끔찍한 사건이 준 충격도 다소 진정돼 가는 듯하다. 이제 그 사건을 바라보던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고 전화위복의 전기를 궁리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우선 그가 한국인이니 사과해야 한다거나 어려서 이민 간 사람이니 그는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고, 그러니까 사과할 것까지는 없다고 한 일부터 돌아보자. 아무래도 속좁은 생각이었다고 하겠다. 미국인이 한국인과 결혼하여 낳은 미국의 운동선수를 보고 한국인의 긍지를 느끼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또 어떤 한국인이 잘못을 범하면 다른 한국인이 반드시 사과해야만 하는가. 그 어느 쪽이든 핵심은 보통의 우리는 그처럼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쁜 짓은 타고난 성품보다는 빗나간 사고 탓에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부정해도 나쁜 짓을 자행하는 한국인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조승희의 행위가 어째서 나빴는지, 또 그의 사고가 어찌해서 빗나갔는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우리가 경계할 점이 무엇인지를 궁리해 봐야 할 것이다. 조승희의 행위가 나빴던 이유는 뭔가. 물론 많은 사람을 살상했다는 점이다. 그에게 쌓인 불만이 아무리 컸다고 하더라도 남의 목숨을 그렇게도 무참히 유린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살면서 피차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나를 위해 남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사회생활의 원리로 삼는 사회에서는 이것이 법과 도덕의 원칙이다. 조승희는 이 원칙을 어겼다. 문제는 조승희가 이 원칙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 원칙을 적용하는 사고법이 빗나간 것이다. 텔레비전 방송사에 보낸 비디오에서 자기는 그 ‘방법’을 취하기를 원치 않았지만 세상이 그것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상이 자기에게 고통을 가해 왔으니, 다시 말해서 세상이 나를 해쳤으니 이제 내가 그 빚을 갚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서 미루어 보건대 그 방법은 수십명의 인명을 빼앗고 그 대신 자기 목숨 하나를 덤으로 내놓는다는 것이었다. 조승희의 기막힌 삶과 죽음의 사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는 동안 그가 세상으로부터 겪은 고통은 수십명의 인명이 다치는 고통과 맞먹었다. 그의 공리주의적 계산법에서는 그랬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얼마나 외로운 삶이었을까. 그리고 죽은 그는 흉악한 대량살인자로서 기억될 것이다. 근본 원인은 그의 총알에 쓰러질 사람들이 저마다 역시 세상으로부터 당했을 고통을 그가 감안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내 고통에 눈멀어 남의 고통을 보지 못한 것이다. 조승희의 그렇게 기막힌 삶과 죽음을 보고 우리가 경계할 일은 무엇인가. 서방질 한 번 하고 나서 두 번 한 자 탓하는 일, 학교 아이들에게 불량식품 먹이고 돈벌이하는 일,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파렴치죄를 범했다가 사면복권이 되면 마치 죄가 없어지기나 한 것처럼 기세등등해 하는 일, 툭하면 백배천배로 보복하겠다는 일, 이것들은 모두 자기를 돌아보지 못하고 남이 당할 고통에 무신경한 예다. 그런 사고와 조승희의 사고는 뿌리를 함께한다. 그러나 위험하기로 따지면 더하다. 조승희는 적어도 제 목숨을 내놓지 않았던가. 그런 일들을 경계해야 한다. 김기수 캐나다 메모리얼대학 교육철학 교수
  • 요정 ‘이중계약’ 파문 정상도전 차질 빚나

    ‘피겨 요정’ 김연아(17·군포 수리고)가 이중계약을 둘러싼 파문에 휩싸여 자칫 세계정상 도전에 차질이 우려된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IMG코리아는 25일 “김연아측이 최근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 국내 스포츠 마케팅업체인 IB스포츠와 이중계약을 했다.”면서 “양자합의 아래 계약을 종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앞서 IB스포츠는 “김연아와 앞으로 3년간 광고와 협찬, 라이센싱, 방송출연, 출판, 영화, 인터넷 콘텐츠 등에서 독점적인 에이전트 권리를 행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김연아가 출전하는 국내외 대회의 홍보와 미디어 업무, 경기력 향상 등 지원업무도 맡는다.”고 발표했다. 지난 20일 김연아측은 그동안의 매니지먼트 서비스가 흡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IMG코리아에 서면으로 계약해지 의사를 통보했다.IMG코리아는 지난해 김연아측과 2010년까지 독점 계약을 맺은 바 있다. IB스포츠도 이날 “김연아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는데도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면서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일본)가 연간 40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 데 견줘, 김연아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했다고 IMG코리아를 겨냥했다. 김연아는 지난해 말 국민은행과 2억원의 광고모델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까지 스폰서 기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 9일 출발하는 캐나다 전지훈련 비용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일방적으로 코치를 경질, 파문을 일으켰던 김연아측은 이번 사태로 다시 세간의 눈총을 받게 됐다. 당장 국제적인 송사도 문제지만, 피겨스케이팅계에 영향력이 큰 IMG와의 갈등으로 인해 갈라쇼 등 김연아의 기량 향상에 꼭 필요한 이벤트 출전 기회가 막히거나 방해받을 수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또 금전 욕심에 스포츠업계의 관행을 무시한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대해선 “자칫 선수 본인의 이미지에도 흠집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정한 IMG코리아 대표는 “부부간 이혼도 합의로 진행되는데 이번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면서 “변호사와 법적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IB스포츠는 이중계약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IMG측이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요구한다면 응하겠다고 밝혔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황사피해 연 7조원 규모 “중국 책임 물을 수 있다”

    해마다 황사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황사 피해 예방에 소홀했던 만큼 국가책임을 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에 따르면 중국 황사로 우리나라가 입는 피해 규모는 2002년 기준으로 3조 8000억∼7조 3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양대 김홍균 법대 법학과장은 한국법학원이 발행하는 ‘저스티스’4월호 ‘황사문제와 국가책임’에서 “중국 정부는 황사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내법을 제정하지 않았고 적절한 시기에 황사 발생을 진압ㆍ제거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환경법을 전공한 김 교수는 현재 한국환경법학회 총무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국제법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 간에 황사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조약상 의무 위반에 따른 국가책임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국제관습법에 따른 국가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몸 데고 맘 데고 다시 쪽방 갇힌 삶

    몸 데고 맘 데고 다시 쪽방 갇힌 삶

    “더 이상 몸 누일 방 한 칸 없어 쫓겨 다니지 말고, 편히 쉬세요….” 2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남대문경찰서 뒤 ‘쪽방촌’. 화재로 시커멓게 그슬린 건물 맞은편 담장 아래에는 조촐한 빈소가 차려졌다. 이틀 전 화재로 숨진 이모(49)씨의 길거리 추모식. 거리에서 살다간 그는 죽어서도 거리에 남았다. 얼굴 없는 영정 사진 앞에 국화 몇 송이만 놓였고, 난데없는 봄바람에 향불도 붙지 않았다. 빈소는 초라했고, 분향소 앞에 모인 사람들도 더 없이 가난했다. ●1평 남짓한 쪽방촌엔 750명의 고단한 삶이 오랜 노숙자 생활을 했던 노숙인당사자모임 한울타리회 대표 송주상(35)씨는 “살아보겠다고…,1평도 안 되는 방에서 죽지 않겠다며 발버둥친 사람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냐.”며 울부짖었다. 이씨가 화재로 숨진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동 614번지 4층짜리 건물. 이 건물 3층에는 미처 챙기지 못한 신발과 옷가지들이 검은 재로 바스라졌고, 탈출 과정에서 뜯어낸 철창살만 창틀에 매달려 대롱거렸다. 화재 당시 잠을 자던 11명 중 1명은 숨졌고, 5명은 병원 치료중이며, 5명은 회현동사무소의 주선으로 인근 쪽방으로 거쳐를 옮겼다. 불구덩이 쪽방에서 살아나온 이들은 다시 쪽방으로 들어갔고, 화재 건물 1·2층 사람들 또한 하루 방값 7000원을 내며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화마(火魔)로 상처를 입었지만 이들의 삶은 쪽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쪽방에 갇힌 삶’이었다. 중구청에 따르면 쪽방촌에는 700가구 7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중구청은 화재 피해자들을 ‘긴급복지 대상자’로 지정, 최장 2개월까지 월 26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적십자사에서 제공한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생존자 몇몇이 잿더미에서 건진 가재 도구들을 날랐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이모(55)씨는 “공기도 안 통하고 빛도 안 들어오는 곳이지만, 방안에서 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며 불탄 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추모(52)씨는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 한숨 섞인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부터 거리를 떠돌다 이곳에 와 3년을 살았다.”면서 “팬티 한 장 빼고는 모두 다 타버렸다.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통해 했다. 노후화된 건물, 다닥다닥 붙은 건물구조, 부엌 한 칸 없어 방에서 밥을 지어먹어야 하는 현실 등 쪽방촌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노숙인복지와 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화재 사고로 사람이 죽어야 쪽방 문제가 잠시 이슈화되지만 화재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1평이 채 안 돼 발도 제대로 못 뻗는 공간, 사방이 꽉 막혀 원천적으로 차단된 빛과 공기, 여름이면 방이 있어도 노숙을 자청할 만큼 더운 실내온도 등 주거환경 전반이 더할 수 없이 열악하다. 화재 건물에서 2년 동안 살았다는 50대 남성은 “옆방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바로 전염된다.”며 밀집 공간의 비위생성을 지적했다. ●화재·전염병 위험에 노출 김윤이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쪽방의 입지 조건이 좋으니까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항상 철거 위협에 놓여 있다.”면서 화재 건물 뒤편 쪽방촌을 헐고 들어서는 고층 빌딩들을 예로 들었다. 이동현 활동가는 “화재 대책을 넘어 쪽방 거주민 및 노숙인 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식을 마친 직후 빈소 앞을 지키던 쪽방 주민들과 건물 임대 업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임대 업자들은 “죽은 사람 쳐다보는 거 불쾌하다. 담장에 빨래 널어야 하니까 빈소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송주상씨는 “아저씨들을 상대로 돈을 벌면서 너무한 것 아니냐. 우리도 사람이다.”라고 소리쳤다. 송씨의 말은 너무도 절절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깔깔깔]

    ●반대 방향 지방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역에서 내려 집에 들어왔다. 귀가한 남편의 얼굴이 수척해 보이자 아내가 물었다. “여보, 당신 몸 괜찮아요?” “조금은 컨디션이 안 좋아.” “왜요? 지방 출장 때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기차에서 달리는 반대 방향으로 앉아 왔더니 멀미가 나는 것 같아.” “바보 같은 사람, 맞은 편에 앉은 사람한테 잠깐 자리를 바꿔달라고 부탁하지 그랬어요? ” “그럴 수가 없었어.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거든.”●사랑의 표시 하루라도 얼굴을 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 철수와 영희. 하루는 데이트 도중 영희가 사랑의 표시로 철수의 볼에 키스를 했다. 어찌된 일인지 철수는 키스한 곳을 손으로 마구 비볐다. 그러자 화가 난 영희는, “자기는 내가 자기 볼에다 키스를 한 게 그렇게도 기분 나빠?” “아니야, 난 지금 지우는 게 아니라 영원히 간직하려고 속으로 비벼넣는 거라고.”
  • [인터뷰] 황병기 가야금 명인

    [인터뷰] 황병기 가야금 명인

    전화를 걸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여보세요? 누굴 찾으세요?황병기 선생님 계십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여보, 전화 받으세요. 당신 전화예요. 소설가 한말숙 선생님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을 때 네, 전화 바꿨습니다. 차분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오지요? 차로 오나요? 전철을 타고 가려고 합니다. 5호선을 타고 충정로역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오세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오거리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경기대학을 지나서 오거리에서 내리세요…. 딴 생각은 말고 내가 알려준 대로만 따라오면 됩니다.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처음 전화를 걸 때 느끼는 약간의 불안함과 긴장감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일까요? 오는 길을 아주 상세하게 일러주시는 자상함 때문일까요?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 서대문구 북아현동 황병기 선생님 댁으로 가는 길이 환하게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야금과의 첫 인연은 ‘부산 피난 때 우연히’ 고은별 | 선생님과 가야금과의 첫 인연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궁금합니다. 황병기 | 제가 제동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과 후에 모든 학생이 무엇인가 특기를 배우게 되었어요. 그때 내가 합창반에서 노래를 했는데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마음속으로 악기 하나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6·25 전쟁이 일어나서 부산으로 피난을 갔는데 천막에서 공부를 했어요. 피난 학교 근처에 고전 무용 학원이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그곳에 세 들어 사는 김철옥(金喆玉) 할아버님께서 연주하시는 가야금 소리를 들었는데, 생전 처음 듣는 그 가야금 소리에 그만 매혹되었지요. 그래서 아무 목적 없이 그냥 그 소리가 좋아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 법대를 졸업했지만 가야금이 좋아서 매일 연습했습니다. 74년 내가 서른여덟이었을 때, 이화여대에서 제게 국악과 과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때 며칠 생각을 했고 내 스스로가 음악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그때부터 음악만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오직 음악만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영혼을 쓰다듬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고은별 | 그렇게 음악만 하고 살아오셨는데, 지금 행복하신가요? 황병기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사는 것이지요. 뭣 하러 생각을 해요.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지요. 행복할 것도 없고 행복하지 않을 것도 없고….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죽을 때까지 살고 싶어요. 고은별 | 음악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황병기 |나는 그냥 좋아서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가로 이름이 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음악 자체가 좋아서 한 것입니다. 음악의 기능이 다양하지만 나는 오락으로서의 음악은 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고요. 영혼을 쓰다듬는 음악을 하고 싶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전심전력을 다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나의 첫 번째 음반이 1965년 미국, 하와이에서 나왔는데 음악 비평 잡지인 《하이파이 스테레오 리뷰(Hifi Stereo Review》에서하이 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정신을 해독시켜 주는 음악이다,라고 평했습니다. 내 인생을 걸고 싶은 음악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고은별 | 국악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지 않습니까? 황병기 | 그렇습니다. 주로 오락용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그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오락용 음악은 하지 않습니다. 내가 전통음악 작곡과 연주를 병행하는 데 연주자로서 전통음악을 참 좋아합니다.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는 한 곡이 70분입니다. 나는 그것을 작곡했다고 하지 않아요. 전통적으로 우리들은 음악이 어느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에 있어서는 누구누구 작(作)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그냥 만들 뿐이지 내 작품이라고 해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아름다우면 되는 것이지요. 인도에서도 고대(古代) 시인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시를 썼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아름다우면 됐지 누가 만들었나 하는 것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예술품이 누구의 작품이라는 개념은 서양의 사고 방식입니다. 새로 나올 앨범 5집에 들어갈 작품 중에 <낙도음(樂道吟)>이란 것이 있어요. 고려시대 이자헌이라는 사람이 음악으로 높은 자리에 있다가 벼슬을 버리고 강원도 청평산에 들어가서 일생 동안 거문고만 하다 죽었는데, 그 사람이 쓴 시 중에 <낙도음(樂道吟)>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자기에게 거문고가 좋은 것이 있어 한 곡조 타도 무방하겠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너무 없구나 하는 내용의 시입니다. 그러니까 거문고를 타지 않겠다는 뜻이지요. 그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입니다. 나는 제일 즐거운 것이 내 방 안에서 스스로 가야금을 타는 것입니다. 아무도 내 음악을 들어주지 않아도 좋아요. 내 스스로 음악회를 열어 관객들이 와 주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요즈음 맛있는 청량음료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즐겨서 사먹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인공적으로 어떤 맛도 내지 않은 깊은 산 속의 샘물을 마시고 싶은, 청량음료가 아닌 순수한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나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순수한 물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있지요. 나는 그런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은별 | 은은하게 달빛이 비치는 한옥(韓屋)의 아늑한 방 안에, 촛불이 켜져 있고 동양란(東洋蘭) 꽃잎의 향이 깊고 그윽할 때, 선생님의 가야금 소리를 들으면 모든 것이 하나 되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황병기 |내 음악에 대해서 수필가가 글을 써서 수상(受賞)까지 한 것도 있고 시를 쓴 분도 있고 화가들도 내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2004년 미국 서부지역 산타 크루즈라는 곳에서 공연을 했을 때, 태디 빌이라는 원로 무용가가 작곡가인 남편과 함께 연주를 들으러 왔습니다. 산타 크루즈라는 곳이 봄 여름 약 6개월 간 비가 오지 않아요. 그러다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비가 내리는데, 그 부부가 첫 비가 오는 날에, 3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내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65년 하와이에서 나온 LP 음반에 수록된 <가을>이라는 곡을 들었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무척 감동했습니다. 고은별 | 최근에 유럽과 일본에서도 연주하셨지요? 황병기 |2006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런던, 파리, 니스에서 독주회를 했고 6월에는 베르사이유 왕궁과 알제리 국립극장에서, 1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국립 국악 관현악단과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한·영 상호 방문의 해 개막식 때 연주를 했고, 프랑스 공연은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일본에서 공연한 한·일 문화 교류의 밤에서는 일본 천황의 차남 아키시노 왕자의 부인 기코 왕자비<공식 명칭-아키시노 노 미야의 비(妃) 기코(紀子)>가 9월 6일 일본 황실에서 고대하던 아들을 출산한 후 처음으로 이번 공연에 참석해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할 정도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기코 왕자비는 주요 단원들을 만나 연주자 한 명 한 명에게 질문을 하고 느낀 점을 말해 주며 우리 음악과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본 공연 가기 전에 이미 공연장 좌석이 전석 매진되었고, 웨이팅 리스트(waiting list 대기자 목록)가 100명이 넘었습니다. 홋카이도(北海島)에서도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대성황이었습니다. 우리 전통음악에 뜨겁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흐뭇했습니다.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좋아서 하면 됩니다 고은별 | 선생님은 국악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입니다. 홈페이지(www.bkhwang.com)에 들어가 방문자들이 남겨 놓은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가야금을 열심히 해서 선생님같이 되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황병기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좋아서 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서 하면 인생도 즐겁고 진짜 내면의 힘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즐기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지요. 잘 해야겠다는 마음도 버리고 그냥 즐기면 되지요. 그러면 그 안에서 힘이 나옵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4시에 찾아갔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6시가 되어갑니다. 아래 층에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와서 서둘러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현관에 화분이 놓여 있고 직경이 30㎝ 정도 되어 보이는 바위 하나가 있는데 가운데서 물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옆 투명한 화병 속에서 한 아름의 화사한 진분홍 꽃들이 환하게 웃으며 안녕! 하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을>이라는 가야금 곡을 나도 한 번 꼭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 고은별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4국)]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우상귀 전투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4국)]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우상귀 전투

    제3보(31∼40) 흑31로 밀어올린 것은 일단 제일감. 하지만 백이 32로 뻗었을 때 흑이 33으로 꼬부린 것은 조금 욕심을 낸 수. 백이 한번 더 받아주면 그때 중앙으로 흑 두점을 탈출시키겠다는 의도인데, 백이 34로 마늘모한 것이 재치 있는 응수다. 이로써 흑 두점이 살아갈 길은 없어졌다. 흑이 <참고도1> 흑1로 두는 것은 백2로 끊어서 흑이 잘 안되는 그림이다. 백으로서는 3군데 곤마를 연결하는 요석을 잡았으니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흑35로 들여다보고 37로 찝은 수가 날카로운 맥점이었다. 진동규 3단은 이 수를 준비하고 있어서 태연하게 요석을 잡힌 것이다. 진3단의 주문이 바로 <참고도2>. 백이 1로 후퇴할 때 흑2를 선수하고 4로 백 한점을 차단하게 되면 백은 천하의 요석을 잡고도 망하는 모습이 된다. 더욱이 흑이 A마저 차지하는 날에는 백은 두 집이 없이 곤마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고수들의 바둑을 보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흑이 한수를 놓으면 흑이 좋아 보이고 백이 한수를 놓으면 또 백이 좋아 보인다. 그만큼 한수 한수의 가치를 충분히 살린다는 뜻도 된다. 우상귀의 접전이 바로 그런 장면이다. 진동규 3단이 <참고도2>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즈음 백38이 떨어졌다. 백38은 진3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호착. 여기서 흑이 39로 단수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데 진동규 3단은 좀처럼 착수를 하지 못하고 아까운 초읽기 2개를 흘려보냈다. <참고도2>와는 달리 실전은 백40으로 돌려 치는 수가 성립한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여성&남성] 실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내가 너를 처음 본 곳 마지막 한번 가보고 싶었어. 비가 오는 이 밤길을 정신없이 그냥 걷고 있네. 한도 없이 걷다보면 너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태지와 아이들,‘널 지우려 해’ 중에서) 한 사람이 내 머리에, 그리고 몸에 남긴 각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때로는 끊기 힘든 마약처럼 정을 다 줬던 사람의 기억은 일상의 하나 하나를 파고든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기억력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법. 남자와 여자, 그들은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까.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영화 속 비련의 주인공처럼 천모(27)씨는 실연이라는 아픔을 겪을 때는 항상 ‘재연 배우’가 된다.“이제는 제목도 잊어버렸는데요. 아주 오래 전에 영화에서 옷을 입은 채 샤워기 앞에 서서 물을 틀고, 쏟아지는 물과 함께 눈물을 흘려보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한번 따라해 봤을 뿐인데 이제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 영화 속 그 장면을 반복 연출하고 있지요.” 대학생 방모(29)씨는 영화속 주인공처럼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가 될 때까지 달린다. 평소에도 마라톤을 즐기던 방씨는 “실연당하면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고 또 뛴다.”고 밝혔다. 그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내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될 때까지 뛰고 나면 더 이상 슬프지 않다.”면서 “눈물로 흘러넘칠 물기까지 모두 땀으로 내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며 미소를 짓는다. 몰입을 통해 잡념을 버리는 또다른 방법으로 대학원생 지모(29)씨는 요즘 텔레비전에서 한창 인기인 ‘무한도전’을 권한다. “계속 봅니다. 재방송도 보고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도 하고 유선방송도 봅니다. 등장인물이 벌이는 도전을 하나씩 따라해 봅니다.”지씨는 “무모한 목표를 달성하느라 헤어진 여자 같은 건 이미 기억에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남는 허탈함은 지씨도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애인의 모든 흔적을 없앤다 취업준비생 추모(26)씨는 애인과 헤어질 때 미니홈피 싸이월드에서 애인과 맺었던 일촌관계도 같이 끊었다. 하지만 꽤 오래 사귀었기 때문에 애인과 추씨를 모두 아는 사람이 많아 일촌 파도타기를 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더 좋아했던 사람이라 잊기가 힘들었다.”면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비굴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씨는 “싸이월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며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옛 애인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촌 파도타기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일촌 파도타기 덕분에 이별의 아픔을 잊어가던 회사원 마모(29)씨. 이벤트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 아뿔싸! 그토록 잊고 싶던 옛 애인 미니홈피였다. 마씨는 파도타기를 다시 시작해야 할까. ●그녀 흔적이 없는 곳으로 상처가 너무 커서 이 나라가 싫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공모(21)씨는 이번 달이 끝나기 전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간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군 입대를 자원했지만 입대일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학교를 휴학하고 해외연수를 택했다. 공씨는 “그 친구 흔적이 남아 있는 캠퍼스를 도저히 다닐 자신이 없다.”면서 “새로운 환경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군대 신병교육대에 붙어 있는 유명한 글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은 즐겨라.”를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달 여자친구와 헤어진 대학생 피모(27)씨는 “여자친구 때문에 방해받았던 일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못 해본 걸 다하면서 그 여자 따윈 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여자친구한테 들킬까봐 자제하던 무도회장과 클럽 같은 ‘야간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피씨는 상대의 입맛에 맞추느라 먹고 싶어도 참았던 것들도 즐겨 먹는다.“여자친구와 모든 걸 함께해야 하는 생활이 아니라 나 혼자의 삶을 찾고 있습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동병상련’ 동지 만나 아픔 치유 회사원 이모(26)씨는 최근 오래 사귀어오던 남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늘 그랬듯 남자들은 별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헤어지자.”는 말만 했다. 헤어짐의 고통은 그나마 참을 수 있는데 왜 헤어지자는 건지 이유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고 남자란 동물을 믿어버린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러다 찾아낸 방법이 이른바 ‘동지 만들기’. 이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다른 친구와 만나 남자 친구의 험담을 하며 아픔을 치유했다.“친구와 헤어진 남자 친구의 험담을 하면서 자연스레 실연을 극복했어요.” 대학생 정모(25)씨는 1주일에 3일은 술을 마실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 ‘주당’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남자 친구가 영문을 모르는 이별 통보를 해온 날. 정씨는 소주 10병을 사온 뒤 자기 방에다 나란히 나열해 놓고 초록생 병들만 바라보며 밤을 지샜다.“아침이 되어 잠이 들었더니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것 같더군요.” 대학생 김모(25)씨는 실연을 당했을 때 그 남자의 기억을 하나씩 지우는 걸로 분풀이를 한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김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그가 쓴 모든 댓글과 사진 등을 하나씩 지운 뒤 그의 홈피에 있는 자신의 흔적도 하나씩 지웠다.“글이 모두 삭제된 걸 그가 알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통쾌하기 그지 없더군요. 그러고나니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어요.” ●추억을 곱씹으며 기억을 지운다 대학생 박모(23)씨는 떠난 연인의 단점을 하나씩 기억나는 대로 적으면서 아픔을 지웠다. 그의 못된 버릇, 마음에 들지 않았던 행동과 말투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의 부정적인 모습만 각인시키려 애썼다.“아름다웠던 추억은 나만의 아픔이 될 뿐이더라고요. 그를 미워하기 위해 나쁜 기억만 떠올리면 점점 그는 잊혀지고 나는 또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게 되더군요.” 전문직으로 일하는 이모(26)씨는 반대로 추억을 곱씹으면서 기억을 지워나가는 스타일이다. 이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다녔던 단골 밥집이나 커피숍 등의 아지트들을 동성 친구와 함께 가거나 혼자 다니면서 추억과 아픔을 떠올려본다.“언제부턴가 저 혼자 그 집을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됐을 때 ‘이제 그가 정리됐구나.’ 싶더군요.” 회사원 배모(24)씨는 학구적으로 실연을 극복한다. 평소 가이드책을 읽길 좋아하는 배씨는 실연당했을 때도 서점으로 달려가 ‘실연극복하기’에 대한 지침서를 사들고 그에 따라 조금씩 아픔을 잊어간다.“예전에는 흥밋거리로 읽었는데 차츰 가슴 속에 하나씩 와닿는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실연당한 친구에게도 이 방법을 권하고 있어요.” ●다른 일에 몰두해 상처 보듬어 학원강사 박모(26)씨는 집중할 무언가를 찾아 실연의 아픔을 극복한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이것저것 찾아헤매던 박씨는 그 결론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찾아냈다. 생전 집안 일이라고는 손도 대지 않았지만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자 어머니가 웬일이냐며 기특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뒀다.“남자친구의 얼굴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면서 분리수거를 하다보면 어느덧 그 남자는 기억 저 구석에 처박히게 되죠.” 회사원 송모(29)씨가 선택한 취미는 웨이트 트레이닝. 땀을 흘리며 조금씩 몸매를 다듬어가는 운동에 집중하면서 기억도 땀샘으로 내보냈다.“헤어진 남자 친구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 세상에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죠.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다른 취미들도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안정 되찾는 버지니아 공대] 이승우 VT 한인 학생회장 “리드·박창민씨 돕기 기금 모을 것”

    “이번 사건이 한국인 커뮤니티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한 개인의 소행이라는 점을 설명하려 애썼습니다. 또 버지니아 공대의 일원인 한인학생회의 상처가 빠르게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버지니아 공대 한인학생회 회장 이승우(35ㆍ관광학과 박사과정)씨는 총기 사건 이후 1주일 사이에 각국 기자들에게서 1000여통의 전화를 받았고, 하루 평균 600통씩의 질의 메일을 받았다면서 21일(현지시간) 이렇게 밝혔다. ▶사태가 마무리되는 국면 아닌가. -그렇다.23일이면 다시 강의가 시작된다. 하지만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본다. 방학까지 3주 정도 남았는데,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 같다. ▶어제(20일) 한인 학생회에서 모임을 가졌다는데. -두 가지를 논의했다. 하나는 교내신문에 ‘추모의 글’을 싣는 안건이었으나 당장 독자적으로 싣는 것은 아니고 다른 단체에서 글을 올릴 때 함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버지니아 공대 전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기금 조성 안건은 어떻게 됐나. -희생된 한국계 메리 카렌 리드양과 총상을 입은 박창민씨를 도우려 한다. 하지만 한인학생회가 적극 나서 여기저기에 기금을 내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대학당국에 기금을 내겠다고 물어오는 한인 단체나 교민이 있다면 홈페이지를 알려주는 등 소개를 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메리 카렌 리드양은 한국 학생들과 친분이 있었나. -꽤 많은 학생들이 리드양을 알았다. 성격이 좋고 얼굴도 예뻐 한인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한국적인 정서를 갖고 있었다. ▶조승희는 아무도 몰랐다는데. -그의 이름은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알게 됐다.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우리 학생회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겉도는 학생들이 있는지 살펴서 도움을 주는 길을 찾자고 다짐했다. 블랙스버그(미 버지니아주) 연합뉴스
  • 모스크바 초호화성엔 아이스링크가 집안에…

    모스크바 초호화성엔 아이스링크가 집안에…

    개혁·개방을 하기 15년 전까지는 모든 게 국유재산이던 러시아에 억만장자(billionaire)가 넘쳐나고 있다. 잡지 포브스에 의하면 60명. 그들의 초호화 생활도 상상을 초월한다. 영국에 망명, 첼시 축구단을 운영하는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삶은 소박한 수준이다. 영국 BBC는 최근 모스크바 근교 신흥 갑부의 집을 방문한 현지 특파원의 기사를 소개했다. 루거트 윙그필드 헤이스라는 이 특파원은 모스크바 지국내 현지 직원의 여동생이 갑부의 딸(스베틀라냐·가명)과 같은 반 친구인 인연으로 소문으로만 듣던 ‘비밀의 도시’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그의 기사는 풍자가 넘쳐났다. 루거트 기자는 경호원의 엄호속에 도착한 스베틀라냐의 집을 “빅토리아 또는 영국 조지 왕조 시대의 성”으로 묘사했다. 높이 6m의 거대한 녹색 담장으로 둘러싸인 이 집터는 3000㎡. 실내 수영장과 영화관, 볼링장, 무도회장, 아이스 링크까지 갖춘 집이다. 담장 안으로 처음 들어갔을 때의 느낌을 그는 영화 ‘닥터 누구(지바고를 일컬음)’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스베틀라냐는 청동 스핑크스가 있는 정원을 지나면서 “이 집이 최근에 지은 집이고 5년 걸렸다.”고 했다. 공사비는 2000만달러(약 180억원). 이 집 말고도 스베틀라냐의 아버지는 모스크바에 몇 채, 프랑스 남부 지방에 두 채, 코르시카에 한 채를 더 갖고 있단다. 루커스는 스베틀라냐가 마치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다들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게 얘기했다고 했다. 그녀의 쇼핑 장소는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물론 아버지의 개인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날아라 허동구 어린이 주인공 최우혁·윤찬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날아라 허동구’(박규태 감독)의 두 주연인 최우혁(사진 오른쪽·10)과 윤찬(11)군. 초등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IQ 60의 장애아 동구(최우혁)가 아버지(정진영)와 짝꿍 준태(윤찬)의 도움으로 야구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둘은 각각 경기도 화성시 매송초등학교(4학년)와 서울 예일초등학교(5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번 영화가 우혁에게는 세번째, 찬에게는 첫번째 스크린 나들이다. 영화를 찍으며 너무도 친해진 듯 인터뷰 내내 우혁이와 찬은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둘 다 영화촬영을 하기에는 아직 어린데…촬영이 힘들지는 않았니? -윤:감독님께서 저한테 “영화 속에서 넌 ‘아웃사이더’니까 그 점을 잘 표현해 내라.”고 하셨는데 사실 아웃사이더가 무슨 말인지 몰라 힘들었어요. 집에서 부모님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며 행동이나 표정 등을 도와주셔서 촬영을 잘 끝낼 수 있었어요. -최:한겨울에 반팔 야구복을 입고 영화를 찍어야 했거든요.(영화 속 마지막 부분)그때 너무너무 추워 엄마를 껴안고 엉엉 울었어요.(TT)감독님이 미웠어요.(ㅋㅋㅋ)(영화사에 확인 결과 당시는 3월로 봄이지만 촬영 당일에는 바람이 불어 좀 쌀쌀했다 함.) ●“장애 친구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너희들도 영화를 찍으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최:동구 역할을 잘하고 싶어서 영화 촬영 내내 장애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다니며 행동들을 배웠어요. 그때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이 기쁘고 슬퍼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때 배운 공부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윤:초등학교 1∼2학년 때 영화 속 동구처럼 정신지체를 가진 친구가 있었어요. 사실 그때만 해도 그 친구의 어려움을 잘 몰랐는데 영화를 찍다 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그 친구에게 좀 더 잘해 줄 걸.’하는 아쉬움도 들었고요. 다음에라도 장애를 가진 친구와 한반이 되면 많이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너희들 영화 촬영하느라 학교 나가기도 어려울 텐데… 밥은 먹고 다니니? -윤:영화 찍을 때(지난해 6∼8월) 저하고 우혁이는 아예 학교를 영화 촬영장소인 전주 진북초등학교로 옮겨서 공부했어요. 촬영이 끝난 지금도 학교수업은 오전에만 듣고 행사에 참가해야 돼 점심을 거를 때도 가끔 있어요. -최:예전에도 그랬는데 요즘에는 학교 나가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이번주에는 학교를 한번도 못 갔어요.(ㅋㅋㅋ)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저는 영화 찍느라고 8㎏이나 늘려서(42㎏) 당분간은 밥 조금 덜 먹어도 돼요.(ㅋㅋㅋ) ▶학교에 잘 못나가니까 친구들과 사귀는 데 어려움이 많겠구나…. -최:아니에염. 저는 반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어요. 그것만 봐도 학교에서의 제 인기를 아시겠죠? 아저씨는 학교 다닐 때 이런 거 못해 보셨죠?(ㅋㅋㅋ) -윤:저는 이번 영화시사회에 반 친구들을 초대했어요. 덕분에 애들과도 더 친해지고 인기도 더 많아졌어요. 학교에 자주 못 나가도 친구들과 친해지는 데는 별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연기할래요” ▶영화에서 보면 우혁이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찬이가 싫어하던데…실제 둘 사이는 어떠니? -윤:사실 우리 둘이 너무 친해서 걱정이에요. 우혁이가 뽀뽀를 좋아해서 시도 때도 없이 저한테 뽀뽀를 하거든요. -최:저도 찬이형이 젤루 좋아요. ▶너희들, 좋아하는 연기자 있어? -윤·최:(이구동성으로)정진영 아저씨요∼ 너무 착하시고 잘해 주세요. ▶꼭 영화사에서 시킨 것 같잖아. 다른 사람은 없니? -최:저는 박준규 아저씨나 MC몽 형처럼 재밌는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윤:비(정지훈) 형이나 장동건 아저씨처럼 잘생기고 멋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음…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할 거니? -최:저는 군대에 갈 때까지만 할래요. 군대를 갔다와서는 아빠처럼 군인이 돼 나라를 지키고 싶어요. -윤:저는 연기를 죽을 때까지 했으면 좋겠어요. 연기가 너무너무 재밌어요. 만약 커서 연기자가 안 되면 건축가나 음악가 같은 사람이 될래요. ▶앞으로도 서로 친하게 지내고 커서도 훌륭한 연기자가 돼야지. -(들은 척도 안 하고)이제 인터뷰 끝난 거예요? 야∼신난다. 아저씨도 잘 들어가세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삶

    드디어 내 인생의 봄날이 왔다면서 한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형형색색 꽃잎 속에 퍼지는 그녀의 노래는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형광빛 벽지에 꽃무늬 프린트 투피스, 그리고 발랄한 단발머리와 캔디 컬러 헤어밴드를 한 그녀는 온몸으로 행복을 발산한다. 몸에 걸친 의상처럼 행복한 나날들, 지금껏 지지리도 복이 없던 인생의 마침표를 찍은 듯한 순간, 그녀는 지금껏 자신을 괴롭힌 세상을 왕따시킨 듯 가장 위대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전경화된다. 이 순간 그녀가 세상의 주인이며 운명의 중심인 셈이다. 화려하다 못해 맛있어 보이는 색깔 속에 자리잡은 그녀, 하지만 그녀의 일생은 “지지리 복도 없는 여자, 베스트10”을 꼽는다면 반드시 선택될 만한 형편없는 삶이다. 이는 대략 그녀의 삶을 들어봐도 알 수 있다. 부족할 것 없는 중산층 집안에 교사라는 안정적 직업을 가지고 있던 마츠코. 그런데 어느 날 제자의 도난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소한 사건이 증폭돼 마츠코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만다. 문제는 이 사건이 고작 마츠코의 험란한 일생의 제1장, 서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마츠코는 이 일로 인해 부모와 형제로부터도 버림받고 불행한 천재임을 자청하는 불한당에게 인생을 저당잡힌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던 남자는 결국 그녀 앞에서 처참하게 자살하고 마츠코는 마사지걸로, 윤락녀로 그리고 살인자로 전락한다. 새옹지마나 권선징악 같은 사자성어의 교훈도 그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듯 그녀의 삶은 계속 나빠만 진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고 바닥을 치다 보면 희망이 보인다지만, 세상사의 위로가 마츠코에게만은 다 쓸모없다. 지지리 복도 없는 마츠코의 삶에는 불행의 리스트만 업데이트될 뿐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험난한 여자의 인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조형해내는 데쓰야 감독의 시선이다.‘불량 소녀 모모코’를 연출했던 이 감독은 ‘테스’나 ‘여자의 일생’을 연상할 법한 불행한 여자의 삶을 총천연색의 몽환적 코미디로 재해석해 낸다. 곤란한 상황일 때마다 일그러지는 마츠코의 얼굴처럼 그녀의 인생은 오염되고 구겨질수록 또한 흥미로워진다. 이 우스꽝스러움은 불행한 인생에 헌사되어 오던 동정과 눈물보다 더 강인하다. 아니 강인하다기보다 강렬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유언으로 남긴 채 죽어간 마츠코. 그녀의 지긋지긋한 인생이 혐오스럽지만 들여다볼 만한 것이 되는 순간은 그 삶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각들이 존재할 때이다. 혐오스러운 인생일지라도 다른 시선이 존재하는 한, 추억과 기록의 다른 방법이 있는 한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슬프지만 재미있고 더럽지만 화려한 한 여자의 삶,‘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너무도 혐오스러워서 더 사랑스러운 영화이다.영화평론가
  • 할리우드에 지친 당신에게…

    태평양을 건너온 낯익은 거미인간, 해적, 그리고 한국의 짠한 아버지들….5월 극장가는 이렇게 짜여진다. 미국 개봉일보다 3일 앞선 5월1일 국내에 상륙하는 ‘스파이더맨3’은 약 500개의 스크린을 잡아놨다. 뒤를 잇는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의 끝에서’ 또한 그에 못지않은 세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 오히려 작은 영화들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블록버스터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획일화된 멀티플렉스에 거리를 두는 관객들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나만의 취향’을 찾는 이들에게 서울 광화문과 종로에 포진해 있는 ‘시네큐브’ ‘스폰지 하우스’ ‘필름 포럼’ 등의 작은 극장들은 오아시스나 마찬가지이다. ●알렝 레네와 윈터바텀을 만나다 평소 영화제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해온 스폰지의 ‘씨네휴 오케스트라(www.cinehue.co.kr)’가 새달 10일부터 23일까지 종로(10∼16일)·압구정(17∼23일)에 위치한 스폰지하우스에서 열린다. 소개되는 작품은 총 5편이다. 프랑스의 거장 알랭 레네의 최근작 ‘마음’이 상영목록에 올라 있다. 연극적인 요소를 영화에 접목시킨 작품으로 파리지엔 여섯명의 복잡한 마음이 어떻게 통하게 되는지를 묘사했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인디스월드’로 2002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마이클 윈터바텀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도 첫선을 보인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가던 세명의 아랍계 영국인들이 테러리스트로 몰린 실화를 찍은 작품이다. 윈터바텀은 이 영화로 ‘제2의 켄 로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밖에 프랑스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립자’와 ‘리틀 미스 선샤인’을 연상시키는 영화로 선댄스 영화제를 놀라게 한 신인감독의 작품 ‘달콤한 열여섯’, 이혼과 결혼에 대한 의미를 묻는 ‘퍼펙트 커플’ 등도 소개된다. 관람료는 편당 7000원. ●심기일전하는 독립영화 축제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인디포럼 신작전’이 새달 10일부터 16일까지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그렇다면, 심기일전’이란 슬로건에서 보듯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2년 만에 재개됐다. 신작 59편과 초청작 2편 등 총 61편의 독립영화가 소개된다. 초청작 중 노동석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이번에 관객과 처음 만난다. 지난 2월 공모를 통해 접수된 498편 가운데 극영화 38편, 다큐멘터리 10편, 애니메이션 10편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개막작은 실험적 성격이 강한 극영화 ‘유령소나타’와 고국에 돌아온 트렌스젠더 해외 입양아의 정체성 고민을 담은 다큐멘터리 ‘Un/going home’이다. 이번에는 영화인으로서 자의식이 투영된 작품들이 많은데 폐막작 ‘아스라이’ 또한 그렇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실험영화 감독의 독백을 담았다. 관객과의 좀더 활발한 소통을 위해 후원회원도 모집한다. 홈페이지(www.indieforum.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회원에겐 자료집과 무료관람권, 독립영화 DVD세트 등을 제공한다. ●유머와 풍자의 거장 이리 멘젤 체코가 낳은 세계적 거장 이리 멘젤 감독. 그가 오는 26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아 한국을 방문한다. 영화제에서는 그의 특별전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굳이 전주에 내려가지 않아도 그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5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그의 대표작들이 줄줄이 상영된다.‘가까이서 본 기차(10일)’ ‘줄 위의 종달새(24일)’ ‘거지의 오페라(31일)’ 등 3편이다. 공산주의 치하의 체코를 떠나지 않고 꿋꿋하게 영화작업을 해온 그의 철학은 삶이 잔혹하고 슬프다고 영화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늘 유머와 풍자가 가득하고 눈물 대신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웃음 속에 통렬한 비판과 아픔을 담고 있어 시대의 비극을 더욱 극명하게 전달해 준다. 그가 28살 때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 ‘가까이서 본 기차’가 대표적이다. 전쟁 중인데도 오로지 사랑에만 몰두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일 지배하에 있는 체코의 정치적 무능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해내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일흔의 나이에도 영화 만들기 몰두하고 있는 그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로 올해 베를린영화제 국제평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관객과의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메가박스 다양한 영화 시리즈 ‘쉬즈 더 맨’ 다른 의미에서 작은 영화를 소개하려는 움직임은 또 있다. 메가박스에서 다양한 영화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5월부터 선보이는 ‘무비 온스타일’이 그것이다.2030 여성들을 겨냥, 사랑에 관한 로맨틱 코미디·멜로 영화들을 단독 수입·소개하는 브랜드다.‘무비 온스타일’의 첫 테이프를 끊는 작품은 ‘쉬즈더맨’.‘그녀는 남자’라는 제목처럼 축구 때문에 남자 행세를 하는 말괄량이 여고생 바이올라(아만다 바인즈)가 주인공인 청춘영화다.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딱 여성 취향이다. 바이올라는 학교에서 여자 축구팀을 해체하자 분개한다. 마침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이 런던 뮤직 페스티벌에 간답시고 학교를 무단결석한다. 바이올라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남장을 하고 세바스찬의 학교에 들어간다. 그녀가 세바스찬 행세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축구부에 들어가 자신의 학교 축구팀과 전 남자친구에게 앙갚음을 해주는 것. 세바스찬이 된 그녀는 룸메이트이자 같은 축구부원인 듀크(채닝 테이텀)에게 점점 끌린다. 그러나 남자의 모습으로 그를 사랑하기란 힘든 일. 게다가 그의 맘엔 오로지 ‘퀸카’ 올리비아(로라 램지)뿐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다른 남자와 사뭇 다른 세바스찬 모습의 바이올라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가운데 진짜 세바스찬이 예고 없이 학교로 돌아오고 일은 점점 더 꼬이기 시작한다. 사실 이런 영화의 결말은 너무도 뻔하다. 바이올라가 축구는 물론 사랑에도 ‘골인’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것쯤은 안봐도 비디오다. 또 남자 기숙사에 들어간 남장 여학생은 닳고 닳은 소재.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유치하다고? 하지만 이 영화, 꽤 웃기고 재밌다. 남자와 여자 사이를 오가며 소동을 벌이는 아만다와 그런 그녀에게 헷갈리는 친구들, 박진감 넘치는 축구경기 등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신나는 음악에 버무려 상큼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신이 남자 혹은 여자가 되어 짝사랑하는 상대의 곁에 있게 된다면, 그래서 그의 마음을 알 수만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한번쯤이라도 해본 적이 있다면 바이올라로부터 느낄 대리만족의 기쁨은 더욱 클 듯하다. 양성적 매력을 물씬 풍긴 바이올라 역의 아만다 바인즈는 ‘아만다쇼’라는 단독쇼가 있을 정도로 주가 급상승 중인 신세대 여배우다. 듀크 역의 채닝 테이텀은 국내에 댄스 영화 ‘스텝업’으로 낯익은 얼굴.‘석호필’ 웬트워스 밀러를 연상시키는 외모에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수줍음을 타는 귀여운 ‘터프 가이’로 나와 여심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새달 3일 개봉,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비정규직법 시행령 문답풀이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법 시행령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기간제 근로자는 언제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나. -비정규보호법이 오는 7월1일 발효되지만 기간제 근로자가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정규직 전환의 전제 조건인 근로계약기간 기산일은 7월1일인 만큼 이전 근로기간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는 사례는 2009년 7월 이후에나 나올 수 있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사용기간 제한을 예외로 한 이유는. -박사학위 소지자는 일반적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로 했다. 일본은 해당분야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 전문적 지식을 갖는 경우로 보아 사용기간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어떤 직종이 주로 파견대상 업무에 추가됐고 어떤 직종이 파견 대상에서 제외되었나. -새로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는 기존 허용업무에서 앞뒤로 유사한 업무를 소분류 단위로 묶는 과정에서 추가됐다. 광학 및 전자장비 기술 종사자의 업무, 창작 및 공연 예술가의 업무, 영화·연극 및 방송관련 전문가의 업무 등을 들 수 있다. 사무지원 종사자 업무도 파견이 허용됐다. 파견대상에서 제외된 업무는 언어학자의 업무와 우편물 집배원의 업무 등 2가지다. 실제 파견근로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직접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용사업주에 대한 과태료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등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직접 고용하지 않은 근로자 수별로 1인당 1000만∼3000만원의 과태료를 차등 부과한다. 이는 직접 고용의무 불이행을 근로자에 대한 해고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엄중하게 제재를 해 파견근로자 남용을 줄이는 파견법의 취지를 살린 것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모험과 도전-변신에 성공한 기업들] (2)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모험과 도전-변신에 성공한 기업들] (2)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끝에다 ‘수’를 붙이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생수 이름 같기도 하고.‘엑설런트’나 ‘어드밴스트’ 같은 건 어때요.” “용기가 촌스럽게 노란색이 뭡니까, 요즘 소비자들 안목이 얼마나 높은데.”1996년 가을 아모레퍼시픽 회의실은 날마다 진통의 연속이었다. 회사의 명예를 내건 프리미엄 화장품 출시 예정일(97년 3월)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사내의 갑론을박은 잦아들지 않았다. 설화수(秀)의 산고(産苦)는 아모레가 만들어낸 어떤 화장품보다도 길고 강했다. 지난해 설화수의 매출액은 4470억원.2위 회사의 화장품 전체 매출을 웃도는 규모로 국내 화장품시장 단일 브랜드 부동의 1위다. ●“한방기술을 화장품에 담아내자” 설화수의 개발이 시작된 건 94년이었다. 당시 87년부터 유지돼 온 ‘설화’란 한방화장품이 있었지만 서성환(2003년 별세) 회장은 성에 차지 않았다.“‘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한방기술을 화장품에 담아내자.’고 그토록 노력했는데 결국 꿈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인가.” 실제로 아모레의 한방화장품 개발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 회장의 개인적 신념도 작용했다. 인삼으로 유명한 황해도 개성 출신인 그는 인삼의 효능에 대해 종교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었다.73년에 나온 ‘진생 삼미(蔘美)’는 노력의 첫 결실이었다. 진생 삼미는 세계 34개국에 ‘트루삼’(일본) 등 브랜드로 20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을 만큼 국내외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삼미’(75년),‘삼미진(眞)’(81년) 등 후속 리뉴얼 제품을 선보였지만 ‘인삼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과 겨룰 만큼의 시장규모를 형성하지 못했다. “인삼만으로는 안된다. 한방과학을 접목한 진짜를 개발하라. 내용물도, 용기도 모두 바꿔라.” 80년대 중반 아모레는 ‘삼미’의 한계를 뛰어넘을 신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한의대에서조차 피부와 한방을 접목한 연구는 거의 없던 시절, 최고의 참고서인 ‘동의보감’에도 피부만을 위한 처방은 나와 있지 않았다. 모든 연구원이 중국·일본의 책까지 뒤져가며 밤샘 공부를 한 끝에 500여종의 물질을 추려냈다. 여기에서 향이 나쁜 것, 색이 너무 진한 것, 쉽게 변질되는 것 등을 빼고 오랜 시간을 달여내 87년 피부에 아름다움의 눈꽃을 피운다는 뜻의 ‘설화(雪花)’라는 이름으로 첫 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출시 10년 뒤인 1996년의 매출액이 50억원 수준이었으니 극소수 마니아들만 찾았던 셈이다. ●최고급 한약성분·과학기술 접목 서 회장은 94년 2월 이옥섭(현 기술연구원장·부사장) 연구팀장 등 핵심 연구진을 한 자리에 불렀다.“국내 최고의 기술진을 구성하라.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우리만의 최고급 한방화장품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 못 만들면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을 랑콤, 에스티로더에 내주게 되고 만다.”이 원장 등 아모레 연구진은 경희대 한의대를 찾아갔다. 화장품업계의 최고와 한의학계의 최고가 만나 더 높은 시너지효과를 내자고 요청했다. 몇 차례의 회의에서 한방 ‘오행(五行·목화토금수) 이론’을 접목하기로 했다. 본초강목과 신농본초경 등 한방고전에서 3000여가지 성분을 1차로 선정했다. 이 중 163가지를 추출해낸 뒤 다시 30가지를 엄선했다. 실험실에서 오행의 특성별로 약재를 분류해 1차 실험을 한 뒤에는 직접 사람의 몸에 실험을 했다.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실험대에 앉았다. 피부를 찌르고 떼어내고 전기를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몇몇 연구원들은 부작용으로 병원 신세도 졌다. 결국 목(木·피부세포 보호)의 참작약을 비롯해 화(火·피지분비억제·연꽃), 토(土·피부항상성·옥죽), 금(金·백합·미백), 수(水·지황·재생 및 노화억제)에 해당하는 각각의 약재가 선택됐다. “약재 선택에 우리만의 철칙을 세웠습니다. 우리 농가에서 재배가 가능한 것만을 고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용·사향·주목·음양곽 등 구하기 힘든 것은 처음부터 배제했지요. 비싼 가격도 그렇지만 원료를 구하려다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었습니다.”(이옥섭 원장) 한약재를 강한불, 중간불, 약한불을 번갈아가며 18시간동안 달이는 노하우는 수천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왔다.1시간 달여보고 샘플을 채취하고 1시간10분을 달여보고 다시 채취하는, 원시적인 방법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달이는 시간이 18시간이 안 되면 효능이 떨어지고 그 이상이면 성분이 파괴된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고품질·서비스로 승부 마케팅도 차별화했다. 사람을 모델로 쓰지 않고 TV광고도 하지 않기로 했다. 가격은 비싼 원료값 등을 반영해 기존 아모레 제품의 두배 수준으로 정했다. 출시에 임박해 생각못한 걸림돌이 생겼다. 몇몇 백화점에서 설화수를 들여놓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급 한방’이란 게 백화점과 어울리지 않고 용기가 촌스럽다는 등 사내 격론에서 나왔던 반론과 비슷한 이유들이었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델료,TV광고료에 들어갈 비용으로 회사사보(향장)를 통해 샘플을 제공하기로 했지요. 문제는 샘플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수량이 35만개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최백규 상무) 샘플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써 본 사람들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백화점마다 품절사태가 빚어졌다. 그들의 평가가 이어지면서 저절로 구전(口傳)마케팅이 이루어졌다. 설화수의 성공은 외국 화장품에 형편없이 밀리던 국산 화장품업계가 그들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 계기였다. 국내 화장품시장에 프리미엄급의 보편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한전 “해외 광산·전력회사 M&A 추진”

    이원걸 한국전력 신임 사장이 ‘차세대 먹거리 찾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내 전력 사용 증가율이 계속 줄어 2010년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다.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해외시장이다. 민영화 시장에 나온 제3국 전력(발전)회사, 해외광산 등을 적극 인수·합병(M&A)할 방침이다. 대부분 후진국인 점을 감안해 포상금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어 해외 근무도 유도한다. 취임 보름을 맞은 이 사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자세한 내용의 해외사업 진출 로드맵을 5월초쯤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90년대까지만 해도 10%이던 국내 전력사용 증가율이 올해는 4%대로 떨어질 전망”이라며 “새 수익원 발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독점으로 내수시장에서 손쉽게 돈벌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美 교포학생 총기난사 파문] 1만명 추모집회… 한인회 기금조성 추진

    |블랙스버그(미 버지니아주) 이도운특파원|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대학구내 총격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는 17일(현지시간) 피비린내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모든 학사업무가 중단돼 캠퍼스 곳곳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희생자 추모를 계속하면서도 상처를 씻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힘을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듯 대부분 등교하지 않은 채 동료들과 안부확인 전화를 교환하기도 했다. 기숙사에 입주해 있는 일부 한국계 학생들은 보복공격을 우려, 짐을 싸 기숙사를 뜨기도 했다. ●“너를 잊지 않을게…” 버지니아 공대는 모든 학사 일정을 중단하고 하루 종일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날로 보냈다. 오후 조지 W 부시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학생·교수·지역주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추모행사를 가진 데 이어 저녁엔 30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학살’의 현장인 노리스홀 인근 잔디밭에서 수천명이 참석, 촛불집회를 열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참석자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희생된 친구와 가족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고, 다시는 이같은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다졌다.8개의 나무판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글귀를 적고 희생자들과의 추억을 되살리며 명복을 빌기도 했다. 버지니아 공대 존 돌리 교무부처장은 “모든 유가족을 만났는데 아무도 한국인에 대해 노여움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조승희씨가 한국계란 점 때문에 한국계 학생들이 보복공격을 당할 것을 우려하는 점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그러나 한국계 학생들은 반한 감정이 번질 가능성을 우려,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교민은 현재 약 200만명이고, 그 중 유학생 수는 9만 3000여명이다. 권태면 워싱턴 주재 한국 총영사는 17일 티모시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를 만나 한국 정부와 국민의 애도의 뜻을 전했다. 케인 주지사는 “한인사회도 충격이 클 텐데 동요없이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신원 확인뒤 합동 영결식”미국 수사당국이 조씨의 신원을 확인한 시기 및 방법과 관련, 권 총영사는 “미측은 어제(16일) 늦은 시간에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협조 아래 지문 조회를 통해 조씨의 신원을 100%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 장례문제에 대해 “미국측이 사망한 33명과 관련된 필요 사항을 완전히 확인할 때까지는 영결식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시체 인도는) 유족별로 이뤄지지 않고 한꺼번에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D.C,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등 미국 3개 지역 한인회와 워싱턴 지역 교회 협의회는 17일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추모기금 조성, 미국 언론 홍보 대책, 조문단 방문 등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단체들은 “현재 미국 일부에서 한국 학생들에게 물을 끼얹는 일이 있었다는 등 각종 소문이 나돌고 있다.”면서 “교포들이 흥분과 우려를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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