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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사업 부진 속 불용예산만 1000억”

    “연구·사업 부진 속 불용예산만 1000억”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결정권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과학자들이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돈 먹는 블랙홀’이라는 욕만 먹다 보니 의욕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관계자는 20일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그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계속 상황이 바뀌니까 너무 지친다”고 푸념했다. IBS는 2006년 당시 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이었던 민동필 전 서울대 교수가 ‘중이온가속기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도시’를 주창하며 만든 ‘은하도시 포럼’에서 시작됐다. 2007년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결되면서 대선 핵심 공약으로 떠올랐다. 구체화 과정에서 지역안배, 예산배분 논란에 더해 정치권 외압까지 작용했고 ‘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뜬금없는 명칭이 붙었다. 첫 단추가 어그러지니 줄줄이 문제가 터졌다. 부지 선정을 두고 정치권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기능지구’, ‘거점지구’의 개념을 도입해 IBS와 중이온가속기는 대전·충청 지역에 설치하고 경북과 광주에 분원을 설치하는 타협안을 내놨다. 한 군데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근본적인 구상이 깨진 것이다. 원장을 뽑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부는 세계적인 학자를 영입하겠다며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 공고를 내고 공무원들을 해외에 파견해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초대 원장은 원장추천위원장이던 오세정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목표로 연구단장 50명을 뽑아 연간 100억원씩 10년간 지원키로 했지만 과학계 내부에서도 “한국에 그 돈을 쓸 연구자는 몇 안 된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여전히 선정이 진행되고 있다. 한 화학과 교수는 “현재 21명의 연구단장도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절대 없다”면서 “학자로서 이미 생명이 끝난 사람 상당수가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IBS는 자체 연구시설은커녕 사무실도 없이 대덕특구의 KT빌딩에 세들어 있다.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 역시 당초 완공 시점인 2017년까지 착공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가속기 사업을 총괄하던 김선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6월말 돌연 사퇴한 뒤 학교로 돌아갔다. 각종 사업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지난해와 올해 배정받고 쓰지도 못한 불용예산만 1000억원이 넘는다. 서울 사립대의 한 교수는 “연간 5000만원이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실이 많은데 IBS가 생기면서 그마저 연구비가 끊긴 연구팀이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샴푸 2년간 안썼더니 떡진 머리? 반전 애프터

    샴푸 2년간 안썼더니 떡진 머리? 반전 애프터

    샴푸는 두피의 미세한 먼지를 제거해줄 뿐만 아니라 자외선 등으로 손상된 모발에도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값비싼 성분이 들어있거나 유명한 브랜드에서 출시한 샴푸일수록 상상이상의 가격을 자랑하기도 한다. 문명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특히 외모 중에서도 두피건강까지 포기하기 어려운 여성들이라면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영국의 한 뷰티 블로거는 무려 2년간 샴푸 없이 머리를 감아왔고, 최근 그 후기를 올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루시 아잇켄 리드(32)라는 여성은 2년간 화학제품이 든 샴푸 대신 물 또는 대체제로만 머리를 감았다. 그녀는 “2년 전 여성들이 하루에 수 백 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을 매일 몸에 쏟아 붓고 있다는 연구기사를 본 뒤 ‘자각’ 하게 됐다”면서 “나는 내 고민거리 중 하나였던 건강한 모발을 위해 당장 샴푸를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루시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샴푸는 모발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유분을 강제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 두피는 모발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유분을 생성해내고 결국 유분 과다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샴푸를 사용하게 되고 이런 악순환은 샴푸제조회사들에게 떼돈을 벌어다 준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유분기를 제거하지 못해 불편하고 답답할 수 있지만, 두피와 모발은 점차 자연적인 밸런스를 되찾을 수 있다. 적정한 양의 유분은 모발을 들뜨지 않게 해주고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머릿결을 매끄럽게 해주는 화학제품이 필요없게 된다. 또 두피에서 나오는 유분과 피지가 적정하게 유지되면 물 또는 소다나 중탄산소다에 레몬쥬스나 계란, 꿀 등을 섞은 샴푸 대체제 만으로도 개운하게 머리를 감을 수 있다. 루시는 “한동안 대체제 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는 동안에는 냄새도 나고 유분이 과다 분비되기도 했다. 내 주위에서 샴푸를 쓰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대체제가 아닌 ‘맹물’이 머리를 개운하게 해주는데 가장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3~4일에 한번 물로만 머리를 감았고, 10~14일에 한번 계란과 탄산소다수 등으로 만든 샴푸 대체제로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2년 뒤, 내 두피와 모발은 매우 건강해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녀가 샴푸를 쓰지 않기 시작한 뒤 1년 후의 사진을 보면 긴 생머리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엉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2년 뒤 사진을 보면 모발에 탄력이 있고 더욱 윤기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루시는 “사람들은 샴푸를 쓰지 않고 머리를 감을 때 모발 유분기나 냄새 등을 걱정하지만, 현재 나의 머리카락 냄새는 그저 ‘사람’과 똑같다”며 “대체제 및 헤어 스카프나 모자 등을 활용하면 샴푸를 보다 쉽게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위는 ‘샴푸끊기’ 1년 후, 아래는 2년 후 모습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출판기념회의 오염/정기홍 논설위원

    ‘최근 조선문단에 출판기념회가 만어젔다…. 유행적인 안가(安價·싼값)의 존재 이유밖에 없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양심 잇는 문화인으로서는 감행할 수 없는 망동박게 별 게 아니다.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일종의 문단 사교장화한 감이 잇는 것이 더러 있다…. 이런 짓은 예술가로서 쑥스러운 짓이요, 얼골이 확근해 올라 남 앞에 고개 못드를 짓이다.’ 1937년 6월 4일자로 한 신문에 실렸던 ‘출판기념회 풍경’을 지적한 칼럼의 일부다.  가족과 동료 문인이 오붓하게 모여 옥고(玉稿)를 낸 이의 노고를 위로하고 축하하는 출판 행사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 것을 탓한 글이다. 글의 순수성을 지향했던 70여년 전에도 정도를 벗어난 출판기념 행사가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문학인으로서는 한평생 축하 자리를 한 번 갖는 것을 호사로 여기고, 졸작이 부담스럽다며 출판기념식을 손사래친 경우가 허다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출판기념회 때 입법로비 성격의 축하금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가에 흔하디 흔한 출판기념회 축하금의 성격에 대한 첫 수사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모금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 수년 전부터 후원금 모금창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한 주에 1.5회꼴로 열린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의 후원금은 그 내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하지만, 출판기념회 축하금은 모금 한도가 없고 돈의 사용처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  이러다 보니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축하금은 책값이 아니라 ‘떡값’이란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출판기념회 때 한 번에 2500~3000권의 책을 발간해 보통 수억원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물 정치인은 10억원 정도가 된다.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관련 기업에서는 행사 때마다 50~100권을 사가기도 한다. 책의 내용은 선거기획사의 대필 작가가 써주는 게 관례다. 작가는 하루 2~3시간, 두세 번 만나 구술 인터뷰를 마친 뒤 집필에 들어간다. 유명 작가는 한 건당 1500만~2000만원을, 일반 작가는 1000만원 이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관행이 문제가 되면서 카드로 결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아예 출판 행사를 하지 않는 의원도 꽤 늘었다.  오랜 관행이라지만 말 많던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정가 판매와 수입·지출의 선관위 신고 등의 제도 개선을 외쳤지만 반짝 다짐으로 끝났던 터다. 출판기념회의 책값이 대가성으로 결론 나면 정치 문화를 바꾸는 또 한번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개방형직위 과장급 모집도 인기 폭발

    이달 초 고위공무원 개방형 직위 모집에 이어 과장급 개방형 직위 모집에서도 지원자가 많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중앙선발시험위원회 출범 뒤 두 번째로 공모한 개방형 직위 7곳에 대한 원서 접수 결과 70명이나 지원, 평균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앙선발시험위가 7월 출범하기 이전 5년 동안 평균 누적 경쟁률이 5.9대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이번에 공고된 개방형 직위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장애인도서관장, 안행부 공공정보정책과장, 해양수산부 항해지원과장, 교육부 경북대 행정지원부장, 순천대 산학연구지원과장, 전남대 국제협력과장, 제주대 산학협력과장 등 과장급 7개 직위다. 순천대 과장에는 모두 18명이 지원해 가장 높은 인기를 보였다. 반면 안행부 과장은 6명, 해수부 과장은 4명만 지원해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부처에 쏟아진 따가운 눈총을 실감케 했다. 특히 해수부 과장 자리는 민간인 가운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유일한 직위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도 세웠다. 반면 국립장애인도서관장 직위에는 공무원이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경쟁률이 높아진 원인에 대해 안행부는 중앙선발시험위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개방형 직위는 각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선발 절차를 진행했지만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된 독립적인 중앙선발시험위가 생기면서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초 임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총 임용기간 제한(5년)도 폐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앙선발시험위는 원서 접수가 완료된 7개 개방형 직위에 대해 향후 서류전형을 거쳐 8월 말과 9월 초에 면접시험을 치르고, 채용 직위별로 2~3명을 채용예정 기관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이 밖에 국장급인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과 법제처 경제법제국 법제심의관 두 직위는 18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김승호 안행부 인사실장은 “중앙선발시험위 신설 이후 연이은 개방형 직위 지원율 상승과 민간인 응시 증가는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로 바뀌는 변화를 이끌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교황이 남긴 메시지, ’평화와 치유’

    교황이 남긴 메시지, ’평화와 치유’

    짧다면 짧은 4박 5일의 방한 기간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사회에 보여 준 말과 행동이 남긴 반향은 끝이 없다. 지난 14일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방한 내내 평화와 화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평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 준 성품대로 수차례 세월호 유족과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을 만나 따뜻한 손길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아기들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환하게 웃으며 입을 맞추고 축복을 빌어줬고, 급속한 성장으로 혼란을 겪는 젊은이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고 북돋워주면서 동시에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경계했다. ◇ “평화는 ‘정의의 결과’” 공식 방한 목적은 사목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입국 순간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언급하면서 아시아 첫 방문지이자 즉위 후 세 번째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를 분명히 했다. 교황은 방한 첫날 청와대에서 한 연설을 통해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둔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한 면담에서는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도 했다. 교황은 15일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즉흥 연설을 통해 “한 가족이 둘로 나뉜 건 큰 고통이지만 한국은 하나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있다”며 “그중 가장 큰 희망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남북한이 서로 진심 어린 대화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조언했다. 방한 기간 교황의 평화를 향한 메시지는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교황은 방한길에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인에 대해 축복 메시지를 전한 데 이어 17일 아시아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아직 교황청과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설에서 직접 국가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뿐 아니라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교황청과 관계를 맺지 않은 아시아 다른 국가를 포괄하며 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기원한 것이다. ◇ 교황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 프란치스코 교황은 100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 움직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네 차례에 걸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달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한 첫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나온 세월호 유가족 4명을 소개받고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러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입장하다 세월호 유가족 30여명이 모인 곳을 지나자 차에서 내린 교황은 울먹이는 이들의 손을 잡아줬으며, 미사 전 제의실 앞에서도 생존학생 2명과 유가족 8명을 만나 이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도보순례단이 전달한 ‘세월호 십자가’는 직접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날 미사 삼종기도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당초 명단에는 없었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에 유가족 400여명이 함께 하기도 했다. 교황은 시복식 미사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다 세월호 유가족이 모인 곳에 다다르자 차에서 내려 이들에게 다가갔다. 이 역시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쥔 교황은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씨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가 건넨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17일에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 이씨의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다. 교황은 세례식을 마친 뒤 배석한 수원교구 김건태 신부를 통해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해 진도 팽목항에 머무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 편지와 묵주를 전달했다. 교황은 자필로 직접 서명한 한글 편지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10명의 실종자 이름도 한 명씩 모두 열거하고 이들이 부모와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은 세월호 유가족이 ‘노란 리본’을 전달한 순간부터 교황이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벗’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은 방한 기간 내내 모두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낮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소탈한 모습은 사회의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췄다. 첫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맞이한 환영단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받은 ‘보통 사람들’로 꾸려진 것을 시작으로 교황의 소탈한 행보는 계속 됐다. 16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50여 분의 시간 내내 의자에 앉지 않았다. 올해 78세로 고령인데다 빡빡한 일정 탓에 지칠 법한데도 전혀 피곤한 기색도 없었다. 대신 인자하고 따뜻한 눈길로 그 자리에 참석한 장애인 한명 한명을 바라봤다. 다소 서툴지만 성심을 다해 율동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보이고 품 안에 꼭 껴안아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리는 이들에게는 같이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려 화답하기도 했다. 손가락을 빨고 있던 갓난아기의 입에는 한동안 자신의 손가락을 대신 물려 주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교황의 모습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지체됐지만 교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는 장애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일일이 어루만지고 축복을 빌어줬다.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교황은 카퍼레이드 도중 아이들만 보이면 차를 멈추게 한 뒤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거나 이마와 볼에 입을 맞추며 강복했다. 그러다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기도 했다. 교황의 경호원들은 본업인 경호보다 아이들을 발견해 재빨리 교황에게 데려오고 도로 부모에게 데려다 주는 ‘부업’을 하느라 바빴다. 교황은 방한 내내 교황의 상징인 금제 십자가 목걸이 대신 20년간 착용해 온 낡은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낡은 검은색 구두도 그대로였다. 이동 중에는 한손에 직접 자신의 검은색 가방을 들었다. 방탄 차량 대신 국산 소형차 ‘쏘울’을 의전 차량으로 택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자 지붕이 없는 무개차(오픈카)를 이용했다. ◇ “젊은이여 깨어나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의 주목적이었던 아시아청년대회에 두 차례 참석해 아시아청년들을 만났다. 평소 젊은이에 대한 관심이 많은 교황은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청년대회 참석자들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으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미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연설문을 읽던 중 갑자기 말을 멈추고 영어로 “피곤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즉흥 연설을 통해 청년들의 고민에 답을 하기도 했다. 일반 신자와 젊은이들에게는 더없이 인자하고 자상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성직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원칙을 강조하는 엄격함과 근엄함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한국 수도자들과 만나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며 청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도 생활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17일 아시아 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교황은 방한 첫날 청와대 연설에서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방한 후 처음으로 집전한 첫 대중미사에서는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문화를 경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명량 1500만 돌파, 개봉4주차에도 흔들림 없는 질주! ‘목표는 2000만’

    명량 1500만 돌파, 개봉4주차에도 흔들림 없는 질주! ‘목표는 2000만’

    ‘명량 1500만 돌파’ 영화 ‘명량’이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부터 입소문을 통해 관객 몰이에 성공한 영화 ‘명량’이 끝 없는 흥행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1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명량’은 19일 오후 1시 누적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명량 1500만 관객 돌파 성공 요인에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소재와 배우 최민식의 힘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제 역사적 사건인 ‘명량대첩’을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화려한 해상 전투씬으로 멋지게 그리고 있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명량’은 개봉 4주차에도 평일좌석점유율은 28.7%, 주말좌석점유율은 65.7% 그리고 실시간 예매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명량 1500만 관객 돌파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명량 1500만, 대박이다”, “명량 1500만, 2000만까지 가나요”, “명량 1500만, 쭉쭉가자”, “명량 1500만, 믿기지 않아”, “명량 1500만, 이제 아무도 기록 못 깰 듯”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영화 ‘명량’의 흥행 저력에 감탄했다. 한편 영화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명량대첩’을 그린 액션 사극으로 최민식을 비롯해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진구, 이정현 등이 출연한다. 사진=영화 ‘명량’ 스틸컷(명량 1500만) 김민지 인턴기자 mingk@seoul.co.kr
  • [특별기고] 우리 마음속에 ‘평화와 치유’ 새겨놓고 떠난 교황/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특별기고] 우리 마음속에 ‘평화와 치유’ 새겨놓고 떠난 교황/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잔잔하지만 폭풍과 같이 휘몰아치는 감동의 울림을 한 편의 시처럼 안겨 주고 훌쩍 떠나 버린 프란치스코 교황. 그가 도착해서부터 떠날 때까지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펼쳐 보여 준 화두는 ‘평화’와 ‘치유’였다. 그는 ‘평화의 사도’였고 ‘치유의 표징’이었다. 물론 그에 못지않은 엄청난 충격의 물음도 남겼다. 오랜 세월 폭력과 박해와 전쟁의 시련을 이겨 낸 한반도는 지금 과연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평화를 갈구하는 한반도는 진정한 평화가 ‘정의의 결과’임을 깨닫고 있는가? 참된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 않으면서도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그 불의를 극복하는 것임을 이제라도 받아들일 것인가? 이를 위해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기 위해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서슴없이 나서겠는가? 평화와 치유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 준 해법은 너무도 간명했다. ‘평화의 사도’로 한국을 찾은 그는 환호하는 군중 속에서 어린아이를 안아 이마에 입을 맞추고 축복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평화를 느끼게 했다. 수많은 제왕과 독재자가 비슷한 모습을 연출하려 애썼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에게는 거짓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평화란 거짓이 없는 투명한 기쁨과 소통에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 유족이 얻은 122일 만의 위안도 세월호 정국 속에 가라앉은 한국 사회가 함께 치유받는 장면이었다. 광화문광장 농성 천막을 걷고 시복 미사에 동참했던 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위원회의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가족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볼에 입을 맞췄습니다. 그게 힘이 되었습니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정치권도 풀 수 없을 만큼 꼬여 있는 세월호 정국이지만 평화와 치유를 경험케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이곳을 찾아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그들의 외침을 귀담아듣는다면 한국 사회는 치유를 넘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참된 정의의 새 길’을 열게 될 것이다. 교황의 방한이 기대와 함께 우려를 불러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교황은 세계 가톨릭의 수장으로 종교적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을 대표하는 정치 외교적 의미를 포함한다. 이 때문에 방한 목적이 순수한 종교적 차원에 머물 수만은 없다. 한국 가톨릭 내 일부에서 박근혜 정부가 교황 방한 초청에 공을 들인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될 위험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 가톨릭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고 예수님과 사랑의 미사를 거행할 수는 없다”며 강제 퇴거 반대 입장을 취했고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공직자, 외교관들 앞에서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것”을 촉구해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 오히려 그의 검소하고 소탈한 태도와 꾸밈없이 인자한 행동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존경심을 불러일으켰고, 그 존경심은 인간의 이기심과 편 가르기를 뛰어넘는 놀라운 현상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길이 남을 값진 유산을 남겼다. 이제 한국 사회는 이러한 울림과 물음을 남기고 떠난 그에게 답할 차례다. 정치지도자들에게서 진정 어린 파격을 보기 힘들었던 이 땅의 백성에게 보여 준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을 본받아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제지도자들은 경제발전을 경제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람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충고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그리고 종교지도자들은 그가 이 땅에 가톨릭의 힘을 보여 주려 한 게 아니라 종교 본연의 힘을 보여 주려 한 것임을 새롭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모아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와 치유를 향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떠난 뒤에도 틀림없이 그 인자한 사랑의 미소를 머금고 우리를 바라보고 또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마치 애인의 답장을 기다리며 설레는 연인처럼.
  •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괴한들의 습격 ‘환자 타액+혈흔 담요 훔쳐’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괴한들의 습격 ‘환자 타액+혈흔 담요 훔쳐’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있는 에볼라 환자 치료 시설에 괴한들이 침입했다. 이 과정에서 격리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집단 탈출해 에볼라 전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볼라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는 한 남성이 길가에 쓰러져 숨진 상태였지만, 이틀이나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인근 주민은 “시신이 길모퉁이에 내버려졌는데도 아무도 시신을 수습하라고 연락조차 안 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일이 다반사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신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에볼라 감염 환자들이 치료소에서 탈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지 시간으로 그제 몬로비아의 한 치료시설이 괴한들의 습격을 받으면서 격리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집단으로 탈출한 것. 하지만 달아난 환자 17명이 행방이 묘연한데다 괴한들이 환자의 타액과 혈흔이 묻은 담요와 집기까지 훔쳐가 에볼라가 급속도로 확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정말 무섭다”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얌전히 치료받지”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영화 같은 일이”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큰 일 났네”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WHO는 지금까지 2127명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114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사진 = 방송 캡처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뉴스팀 chkim@seoul.co.kr
  • 캥거루 로드킬 순간 ‘아찔’…호주선 흔한 일?

    캥거루 로드킬 순간 ‘아찔’…호주선 흔한 일?

    호주의 한 도로에서 캥거루가 로드킬 당하는 끔찍한 순간이 포착됐다. 영국 동영상 사이트 라이브리크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전하며 사고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기록된 블랙박스 영상을 18일 공개했다. 공개된 1분 30여초 분량의 영상에는 칠흑같이 어두운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좌측 앞으로 캥거루 한 마리가 갑자기 뛰어 들며 자동차와 충돌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당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와이퍼를 작동시키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주위를 확인했지만 캥거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며 “캥거루의 생사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호주는 자동차보다 더 위험한 것이 캥거루라고 할 정도로 전체 교통사고의 60%가 캥거루에 의한 사고일 정도로 골치를 앓고 있다. 사진·영상=Crazy Videos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세계의 창] “中 인민 잘살게 한 국부”… 거리 찬양 광고판·생가엔 헌화객 즐비

    [세계의 창] “中 인민 잘살게 한 국부”… 거리 찬양 광고판·생가엔 헌화객 즐비

    “중국이 잘살게 된 것은 덩샤오핑 덕이다(感謝致富鄧小平).”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22일)을 앞두고 지난 16일 찾은 그의 고향 쓰촨(四川)성 광안(廣安)시에는 곳곳마다 “여기가 덩샤오핑의 고향”이라고 외치듯 한목소리로 덩샤오핑을 찬양하는 펼침막과 광고판들이 즐비했다. 시 중심에 도착하자 사방이 뻥 뚫린 대형광장 안 거대한 청동 솥(鼎)이 눈길을 끌었다. 당국은 2004년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800㎡ 규모의 쓰위안(思源)광장을 건립하면서 덩샤오핑의 동상 대신 높이 10m, 무게 42t에 달하는 솥을 세웠다. 솥의 앞과 뒷면에는 실사구시(實事求是)와 해방사상(解放思想), 솥을 받친 돌 단상에는 ‘발전이 곧 최고의 이치다’(發展才是硬道理)라는 글이 적혀 있다. 덩샤오핑이 마오쩌둥(毛澤東)의 ‘계급투쟁’ 노선을 끝내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개혁·개방을 시작하며 내놓은 명제들이다. 공원 관계자는 “솥은 중국 역사에서 ‘정권’을 상징한다. 덩샤오핑의 말을 새긴 이 솥은 중국 공산당이 덩샤오핑이 정해준 노선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장 이름인 ‘쓰위안’도 이 같은 길을 제시해 중국을 부유하게 만든 덩샤오핑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덩샤오핑의 생가, 동상 등이 모여 있는 덩샤오핑 생가 관광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중에서도 55만여㎡ 크기로 조성된 생가 공원은 마치 고급 삼림욕장을 연상케 했다. 기념관 안내원은 “무덤을 조성하는 대신 나무를 심어 달라는 덩샤오핑의 유훈에 따라 2004년 문을 열 당시 1500여만 그루의 나무들이 심어졌다”고 소개했다. 나무마다 식수자의 이름이 적힌 것도 특징이다. 덩샤오핑 일가 이외에도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등 당시 주요 당 원로와 지도부, 국영기업, 지방정부, 인민해방군 등 각계 인사가 일제히 참여한 것은 덩샤오핑의 독보적인 위상을 반영한다. 당시 저장(浙江)성 당서기였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저장성을 대표해 기증한 나무도 하늘을 향해 높게 뻗어 있다. 덩샤오핑은 14세 때 이곳을 떠나 2년간 충칭(重慶)에서 머문 뒤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유학하며 혁명의 길로 들어섰다. 1926년 귀국 후에는 건국 지도자인 마오쩌둥을 지지하며 국민당과 맞서는 홍군(紅軍)으로, 일제에 대항하는 팔로군(八路軍)으로 군대를 이끌며 권력 토대를 다졌으나 마오로 인해 수차례 인생의 고비도 겪었다. 공원 내 조성된 덩샤오핑 진열관의 외관이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여러 개의 삼각 지붕으로 꾸며진 것은 마오로 인해 세 차례 실각을 반복하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개혁·개방을 이끈 그의 인생 역정을 표현한 것이란 설명이다. 반팔 차림으로 인자하게 웃고 있는 그의 동상 앞에는 입장객들이 바친 꽃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관람객 천레이(陳雷·42)는 “덩샤오핑은 인민들이 풍족하게 생활하도록 길을 깔아준 진정한 중국의 국부(國父)”라고 치켜세웠다. 대학생 자오융(趙永·19)은 “청나라 때 영국에 빼앗겼던 홍콩을 반환받으며 제시한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은 덩샤오핑의 빛나는 지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 개혁을 요구하던 대학생들을 탱크차로 밀어버린 톈안먼(天安門) 사태는 최대 과오로 남는다. 그의 통역을 맡았던 푸단(復旦)대 중국발전모델센터 장웨이웨이(張維爲) 주임은 최근 한 좌담회에서 “당시 민생 대신 정치개혁을 택했더라면 중국은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대변했다. 그의 사진과 유품 등을 전시한 덩샤오핑 기념관은 새 단장을 통해 오는 22일 탄생 기념일에 새롭게 문을 연다. 인근에 새로 건립된 덩샤오핑 추모관도 같은 날 개장한다. 평소 어린이들을 좋아한 그의 모습에 착안해 추모관 정문에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덩샤오핑의 조형물을 세웠다. 그는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을 주창하기도 했다. 공산당 입장에서 주목하는 그의 공로는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는 평가를 내세워 마오쩌둥에 대한 공과 논란을 종결한 것이다. 개혁과 경제건설을 주장한 덩샤오핑은 마오의 계급투쟁과 계획경제에 반대했고 마오의 문화대혁명으로 인생 최대의 좌절까지 겪었지만 마오의 공로를 인정함으로써 공산당의 정통성과 일당독재 원칙을 확고히 했다는 평이다. 글 사진 광안(쓰촨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도대체 왜?

    에볼라 환자 집단 탈출, 도대체 왜?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있는 에볼라 환자 치료 시설에 괴한들이 침입했다. 이 과정에서 격리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집단 탈출해 에볼라 전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볼라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는 한 남성이 길가에 쓰러져 숨진 상태였지만, 이틀이나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인근 주민은 “시신이 길모퉁이에 내버려졌는데도 아무도 시신을 수습하라고 연락조차 안 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일이 다반사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팀 chki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잭슨홀 미팅’ 이주열 한은총재 불참 이유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임 김중수 총재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잭슨홀 미팅이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해마다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여는 모임을 말합니다. 각국 중앙은행장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금융계 인사와 학자들이 초청되지요. 올해는 ‘노동시장 역동성에 대한 재평가’를 주제로 오는 21~23일 열립니다. 한은은 “올해 주제가 통화정책이 아닌 데다 잭슨홀 미팅 이후 곧바로 오는 9월 7~8일 스위스에서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는 국제결제은행(BIS) 회의가 열려 서영경 부총재보를 대신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잭슨홀 미팅은 학술회의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유명 휴양지에서 휴가철인 8월에 열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친목 도모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나 재무장관이 초청받는다고 반드시 가지는 않습니다. 이성태 전 총재만 해도 대참을 시켰습니다. 반면 ‘글로벌’을 강조한 김 전 총재는 재임 4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총재들의 영어 실력도 필참과 대참을 결정짓는 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지요. 어찌 됐든 사교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 잭슨홀 미팅의 총재 참석 여부는 별 얘깃거리가 되지 않았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단계 돈 풀기(양적완화) 조치를 처음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잭슨홀 미팅의 주가는 크게 올랐습니다. 국제금융센터 측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데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올해 주제인) 고용을 중시해 잭슨홀 미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총재가 직접 참석하는 게 좋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은은 “아무도 안 가는 게 아니라 영어에 능통한 부총재보가 참석하는 만큼 (잭슨홀 미팅에서 나올) 중요 정보나 동향 파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았던 김 전 총재에게 예산 낭비와 출장 독점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닌 점도 내심 의식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라식/라섹 수술 전 ‘라식보증서’챙기는 이유는?

    라식/라섹 수술 전 ‘라식보증서’챙기는 이유는?

    라식부작용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라식소비자단체에 접수된 28건의 라식부작용 대부분이 ‘박리다매식 공장형 안과’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리다매식 공장형 안과에서는 수술비는 저렴한 반면 한 의사가 하루에 70~80건의 수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환자 개인의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부족한 상태로 수술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박리다매식 운영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가 늘어나면서 라식수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식수술을 앞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 대한 정보는 물론 수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라식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시력교정술 부작용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저렴한 수술비에 현혹되지 말고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과 안전한 수술환경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라식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라식보증서 발급제도’는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고 공장형 안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라식소비자단체가 도입한 것으로, 발급한 지 3년 만에 누적발급 3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라식보증서를 발급받고 수술한 사람 중에서는 단 한 사람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부작용률 0%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라식보증서는 소비자 보호원 피해사례 및 국내 라식소비자가 10년간 겪은 문제점을 토대로 개발된 약관이 명시돼 있어 라식소비자의 권한은 물론 부작용 예방을 위한 병원의 의무, 부작용 발생 시 의료진의 의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후관리 보장을 위한 소비자 권한 ‘안전관리 등록’ 라식보증서에는 수술 후 불편 증상이 발생한 경우 라식소비자가 의료진으로부터 보장받아야 하는 사후관리에 대한 내용이 정확히 명시돼 있다. 만약 라식소비자가 수술 후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라식소비자단체의 홈페이지에서 ‘안전관리’ 등록을 요청, 시술 의료진의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사후관리 내용은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함으로써 의료진의 책임감 있고 신속한 치료를 유도한다. 의료진과 라식소비자 간에 협의한 ‘치료약속일’ 이후에도 소비자의 불편증상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소비자 만족릴레이’를 전면 초기화할 수 있다. 소비자 만족릴레이는 단 한 차례의 불만없이 만족스러운 수술을 이끈 총 수술 건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의료진은 릴레이를 이어가기 위해서 사후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부작용 예방을 위한 의료진의 노력 ‘정기안전점검 참여’ 라식보증서는 라식소비자단체에 참여 의사를 밝힌 병원 중 다양한 심사기준에 통과, 안전한 병원으로 인증된 곳에서만 발급된다. 라식인증병원은 장비점검, 의료시스템 등 라식소비자단체가 직접 실시하는 인증심사(안전점검)에 통과해야만 등록될 수 있으며, 이때 공장형 안과는 철저히 배제된다. 또한 라식인증병원이 된 후에도 병원들은 매월 단체의 정기안전점검을 받게 된다. 라식소비자단체는 검사장비의 정확성 및 안전성 검사, 수술장비의 정확성 및 안전성 검사, 수술실 내 미세먼지 및 세균수 측정 등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며, 기준에 못 미친 라식인증병원을 단체 홈페이지에 공개함으로써 의료진이 안전한 수술환경을 조성하도록 이끈다.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의료진의 의무 ‘배상체계’ 라식보증서는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의료진들이 행해야 할 의무도 함께 제시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라식인증병원은 소비자의 증상에 따라 최대 3억원의 배상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의료진의 과실여부와 관계없이 배상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라식보증서는 배상체계를 약관에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의료진의 책임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진료와 수술, 사후관리까지 비중있게 다루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라식보증서 약관은 라식소비자단체 홈페이지(www.eyefree.co.kr)에 방문하면 보다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안전관리, 라식인증병원 리스트 등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출판기념회 ‘돈창구’도 모자라 ‘로비창구’인가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열어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신 의원의 은행 대여금고 속에서 억대의 뭉칫돈을 찾아냈는데 그중에 수천만원이 출판기념회 때 책값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입수한 참석자 명부에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 여러명이 거액을 낸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 돈은 사립유치원 업계의 법 개정 청탁 대가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돈의 대가성과 뇌물죄가 인정된다면 출판기념회에 낸 돈을 뇌물수수죄로 처벌하는 첫 사례가 된다.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자체 단체장이나 의원, 교육감의 공공연한 ‘모금 창구’로 알려져 있다. 저서라고 이름 붙일 가치도 없고 심지어 대필을 시킨 책을 출판한답시고 정치인들은 기념회를 열어 들고 온 돈 봉투를 챙겨왔다. 의원의 소속 상임위원회와 관련 있는 기업이나 단체,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는가 하면 역으로 로비 창구로도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중진급 실세 의원들은 수십억원을 챙긴다는 말도 나돌고 초·재선 의원도 억대의 돈을 ‘수금’한다고 한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의원은 1년에 1억 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을 수 있지만 모금 내역을 공개하고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회계감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출판기념회는 어떤 법적인 제재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모금 한도에 대한 규정도 없고 받은 돈과 사용처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 세금도 없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수사 당국이 모금 내역을 수사하거나 관심을 가진 적도 거의 없다. 그 때문에 편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창구나 뇌물 수금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치외법권’ 지대와 다름없는 셈이다. 여야는 올해 초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거나 제재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여야 대표와 당직자들은 의원들의 기념회를 찾아다니며 도리어 탈법적인 모금을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염치없는 노릇이다. 당장 이런 불법모금을 멈추고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전면적인 금지가 어렵다면 모금 내역과 기부자, 사용처만이라도 공개하고 신고해야 한다. 그보다 먼저 검찰이 나서야 한다. 이미 과도한 경조사금도 뇌물로 인정하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출판을 핑계로 기념회를 열어 뇌물을 받는 일을 법으로 처벌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을 믿고 개혁을 기다리다간 부지하세월이다.
  • “젊은이여, 깨어 있으라… 잠들어 있는 사람은 춤출 수 없다”

    “젊은이여, 깨어 있으라… 잠들어 있는 사람은 춤출 수 없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성경의 시편 구절을 인용해 젊은이들에게 사회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또 “아시아의 젊은이 여러분은 그리스도에 대한 고귀한 증언, 위대한 증거의 상속자들”이라며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의 승리에 우리도 동참한다는 확신으로, 이 시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려는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여러분은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 시대 문화의 어떤 측면들이 사악하고 타락해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며 항상 깨어 있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젊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 에너지는 여러분의 삶과 문화에서 희망과 사랑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승리하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을 심어줬다. 특히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언제나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라”며 “주교, 신부들과 함께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며 사랑하는 교회를 일으켜 달라”고 했다.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을 밀쳐 내지 말라”면서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신 그리스도처럼 살라”고도 당부했다. 또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죄와 유혹,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함께하면 많은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시작된 폐막 미사에서 강론하면서 “잠자면 안 된다”며 ‘깨어나라’를 수차례 외쳤다. 그럴 때마다 청년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황은 중간에 둥근 모자인 흰색 ‘주케토’가 바람에 날아갔지만 그대로 강론을 이어 갔다. 이날 폐막 미사가 열린 해미읍성 안에는 청년대회 참가자 등 2만여명이 들어찼고, 읍성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 등 2만여명은 해미읍성 앞에 서서 벽에 설치된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으로 미사를 지켜봤다. 내내 비가 내리다 미사 2시간 전부터 멈췄지만 읍성 안이나 밖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들고 있었다. 푸른 기와지붕 모양으로 꾸며진 무대의 반대편 문으로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들어오자 읍성 안 청년대회 참가자들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유 아 마이 라이프’(예수, 당신은 내 인생)라고 합창했다. 환호도 쏟아졌다. 비옷을 입고 교황을 맞은 청년들은 “교황과 같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교황은 무대까지 가면서 수차례 무개차를 멈춘 뒤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변함없는 아이 사랑을 보여줬다. 인근 홍성에 사는 개신교 신자 이경주(35·여)씨는 “교황은 종교나 정파를 초월한 분이 아니냐”며 환영했다. 강원 속초에서 온 박형순(75·여)씨는 “교황을 만나려고 인천에 사는 딸과 함께 어제 서산에 왔다”면서 “모든 교황이 훌륭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서민적인 분이라서 더 존경한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일가족 6명이 출동한 천주교 신자 양혜선(49)씨는 “진솔한 교황을 직접 보니 믿음이 더 굳건해진다”면서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마카오 청년 2명을 홈스테이하면서 도산서원도 구경시켜 줬다”고 자랑했다. 해미면 시가지 곳곳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와 교황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환영 분위기를 북돋웠다. 해미성지에서 폐막 미사가 열리는 해미읍성까지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1.3㎞ 옮길 때도 길가에 늘어선 신자와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쳤다. 교황은 앞서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 만남을 가진 뒤 성지 구내식당에서 주교 등과 함께 해미 꽃게찜, 서산낙지어죽, 한우 등심구이와 생강한과 등으로 점심을 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서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공직 파워 열전] 안행부 지방행정실장

    [공직 파워 열전] 안행부 지방행정실장

    ‘지방행정’은 안전행정부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안행부가 조직개편을 통해 명칭이 수차례 바뀌고 여러 기능이 통합·분리되기는 했지만 지방행정을 총괄하는 지방행정실은 굳건히 한자리를 지켰다.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안전’과 ‘인사’ 기능이 분리돼 안행부는 다시 지방행정 중심의 부처로 거듭나게 된다. 부서 명칭도 지방행정의 역할을 강조했던 행정자치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관보(1급)가 수장인 지방행정실장은 지방자치단체의 ‘대변인’ 역할을 맡아 234개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지자체의 건의 사항과 애로 사항을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지역 간 갈등을 사전 예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시도지사회의’ 등 4대 협의회를 통해 중앙-지방 간 국정협력 시스템을 강화하는 업무도 한다. 지방행정실장은 내무부 시절은 물론 총무처와 통합돼 1998년 행정자치부로 출범한 뒤에도 내무부 출신 공무원들이 최종 목표로 삼는 자리다. 이 자리를 거쳐 간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지방행정실장의 파워를 실감하게 한다. 지방행정실장은 지방국장(1948년), 지방행정국장(1978년), 지방행정본부장(2005년), 지방행정국장(2008년), 지방행정실장(2013년) 등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역대 지방행정실장을 지낸 사람들은 대부분 차관 이상을 지냈다. 지방행정을 펴는 지역 밀착형 자리이다 보니 자치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도 다수 배출했다. 지난 4월 안행부 장관에 임명됐다가 세월호 참사로 자리에서 물러난 강병규 전 장관은 2007년 지방행정본부장과 2009년 제2차관을 지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영택 전 민주당 의원은 1999년 자치지원국장과 차관보를 거쳐 2002년 차관, 2005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지냈다. 지난 7·30 충북 충주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2010년 차관보를, 2011년 제2차관을 했다. 권오룡 전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장은 행정자치부 차관과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역임했다. 이 밖에 김재영 전 대한지적공사 사장과 정채융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등도 차관보를 거쳐 차관을 지냈다. 지방행정실장 산하에는 지방행정정책관과 자치제도정책관, 지역발전정책관 아래 11개 과에 201명이 근무하고 있어 규모도 웬만한 작은 부처와 맞먹는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맡은 자치제도과를 비롯해 주민과,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을 담당하는 선거의회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지역경제과, 비영리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민간지원과 등이 지방행정실 소속이다. 올해 예산은 지역발전 예산 5474억원, 지방행정 예산 1125억원 등 총 6599억원에 달한다. 예산은 지자체 자율 통합 지원과 지역공동체 일자리, 특수상황지역 개발, 공직선거 관리,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자원봉사 활성화 지원 등에 사용된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기 전 관선 시절에는 공무원들이 자치단체장으로 파견돼 ‘행정고시 합격=군수’로 불렸다. 행시 상위권 합격자들의 지원이 쇄도하면서 행시 합격자의 ‘꽃’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에는 계장·과장급(4~5급)은 기초자치단체장에, 국장급(2~3급)은 광역 시도지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국과장급 공무원 상당수가 지자체장 경력을 1~2개씩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내무부 지방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내무부 장관을 지낸 김종호 전 국회부의장, 총무처 장관을 지낸 이상배 전 서울시장, 행자부 장관을 지낸 최인기 전 국회의원, 국회의원을 지낸 윤한도 전 경남도지사, 행자부 장관을 지낸 김기재 전 국회의원 등이 지방국장을 거쳤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한국·한국인의 또 다른 모습, 소나무

    한국·한국인의 또 다른 모습, 소나무

    늘 푸른 소나무/정동주 지음/한길사/308쪽/2만원 ‘조선에 가서 무서운 영감을 만났다. 돈이든 영예든 현실적인 이익에는 꿈쩍도 않는 지독한 민족주의자였다. 무엇보다 그가 나를 데려간 뒷동산의 몇 아름 되어 보이는 소나무 밑에 꼿꼿이 앉아서 일본의 침략을 꾸짖는 그의 모습은 한마디로 존경스러웠다. 그는 세속적인 인간이 아니라 몇백년 된 소나무와 한몸인 것처럼 느껴졌다.’ 소나무가 잘 자라면 나라가 망할 징조라는 ‘소나무 망국론’이 기세를 올리고 있던 1926년 여름. 일본의 저명한 정치가 오자키 유키오가 월남 이상재 선생을 만나고 돌아가 남긴 글이다. 월남 선생은 서울 가회동에 있는 납작한 초가집을 찾아온 오자키를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뒷산으로 안내했다. 오자키는 “시간이 갈수록 그가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목적에 짓눌리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기록했다. 그가 본 것은 그냥 나무가 아니었다. ‘네 이놈! 정신 차려라 이놈!’ 하고 소리치는 소나무 사람이었다. 신간 ‘늘 푸른 소나무’는 한국인의 심성과 소나무의 특별한 관계를 풀어낸 책이다. 시종일관 한국인에게 솔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한국인의 삶에 얼마나 깊이 각인돼 있는지,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의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그 시작은 집을 지키고 돌보는 성주신(星主神) 설화다. ‘집 없이 사는 인간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었던 성주신은 하느님께 소원을 빌었다. 크게 감동한 하느님이 응답하시기를 제비원에서 솔씨를 전해 받으라고 했다. 성주신은 솔씨를 받아 산천에 골고루 뿌렸다.’ 하늘이 내린 솔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집 지을 재목감이 되면 그중에서도 튼실한 것을 성주목으로 삼았다. 날을 받아 이 나무에 제를 지낸 뒤 베고 다듬어 집을 지었다. 새집을 짓거나 이사를 하면 성주신을 맞아들이는 성줏굿을 지냈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성주풀이다. 소나무를 신격화해 모심으로써 집안의 안녕과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소박한 신앙을 지닌 우리 조상들의 삶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줄곧 소나무와 함께였다. 아기는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고,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이 쳐진 집에서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지상에서의 첫날을 맞는다. 몸을 푼 산모의 첫 끼니도 마른 솔잎이나 솔가지를 태워 끓인 것이었으며 아이가 태어나 사흘째 되는 날과 이레째 되는 날에는 소나무로 삼신할머니에게 산모의 건강과 새 생명의 장수를 빌었다. 그리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 죽으면 소나무 관에 육신이 담기고 솔숲에 묻힌다. 무덤가에는 도래솔을 심어 망자를 지키게 했다. 솔과 함께 우주의 조화 속에서 살았던 그때는 참 아름다운 시절이다. 솔은 또 다른 한국인이요, 한국이었다. 그래서 솔이 병들면 인간도 불행해지고, 솔이 청정하면 인간도 함께 푸른 자연처럼 빛나는 것이라고 믿었다. 소나무 송(松)자가 붙은 지명도 국토 곳곳에 참으로 많다. 1961년 발간된 ‘대한민국지도’에 나와 있는 마을 이름 중 첫 음절이 ‘송’인 마을은 모두 619곳이나 됐다. 저자는 “지구 상에서 소나무만큼 인간에게 헌신하는 나무도 드물다”며 갖가지 쓰임새를 소개한다. 소나무는 생활용 그릇과 도구, 농기구의 재료가 되고 집 짓는 목재로도 사용된다. 겉껍질은 땔감과 거름이 되고 속껍질은 양식이 됐다. 관솔은 등불 재료로 유용하게 쓰였고 송진은 약재와 등불의 원료가 됐다. 솔뿌리는 약재로 쓰였고 소나무 잔뿌리에서 생겨나는 송이버섯, 송홧가루, 솔순, 솔방울, 솔씨, 솔잎 또한 생활에 필요한 귀한 것들이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솔은 외국 소나무에 비해 단단하고 강하다. 일제가 가장 먼저 욕심을 낸 것도 한국의 솔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가 침략해 오기 전 7억㎡의 땅에 임목이 있었으나 일제 36년 동안 5억㎡의 임목이 벌채돼 일본으로 실려갔다. 일제 말에는 소나무 관솔의 송진을 증류시켜 휘발유를 추출해 내기 위해 학생들을 관솔 채취로 내몰았다. 민족의 상처와 애환을 안은 소나무는 의연하게, 변함없이 푸르게 우리 곁에 있다. 소나무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살기에 장수를, 언제나 꼿꼿하고 푸르기에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상징한다. 그래서 솔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이상이요, 정념의 푯대였다. 비록 선 자리가 천심절벽 돌벼랑 위일지라도 사뭇 의젓한 자태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치를 잊은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묻는다. “우리 겨레가 숨 쉬는 소나무의 늘 푸른 자태와 꿋꿋한 정신의 날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포기해서는 안 될 것까지 다 버리면서 이익만을 좇아 앞으로만 질주하는 우리의 천박하고 초라한 삶을 꾸짖는 저 솔의 이름 앞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청도 소싸움경기 재개 ‘청신호’

    청도 소싸움경기 재개 ‘청신호’

    6개월째 중단된 경북 청도의 소싸움경기가 운영 주체 간의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곧 재개될 전망이다. 15일 청도소싸움경기 사업시행자인 청도공영사업공사와 수탁사업자인 ㈜한국우사회에 따르면 최근 양 기관은 최대 쟁점이 된 경기장 사용료와 위·수탁 범위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특히 이번 협상은 경기장을 건설해 청도군에 기부채납한 우사회가 가진 경기장 사용권 잔여기간(29년 5개월)에 대한 장기 협상이어서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측은 현재 내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경기장 사용료는 남은 무상 사용 기간 동안 우권 매출의 5.5%(최소 보장금액 16억원)로 하고, 부가세는 별도로 지급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등의 문제로 마찰을 빚던 위·수탁 업무도 최종 이견 조율에 성공했다. 공사는 군에 이 같은 합의 사항의 승인을 요청했으며 군의회의 승인 절차만 남겨 두고 있다. 우사회도 다음달쯤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청도소싸움경기는 당초 지난 2월 15일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경기장 무상 사용과 위·수탁 업무 범위, 경비 등에 대한 견해차로 협상이 결렬돼 6개월째 경기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2011년 9월 개장한 경기장은 국내 유일의 소싸움 도박 경기를 선보이며 흥행과 인기몰이에 나섰다. 개장 이후 3년간 관객이 매년 늘고 우권 매출도 가파르게 늘면서 소싸움경기는 지난해 우권 매출액 195억원, 관객 100만명 돌파라는 성적을 남겼다. 공사 관계자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음달이나 늦어도 10월쯤 개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구 우사회 대표는 “양측이 총론적인 합의는 봤으나 각론적인 협의는 진행 중에 있다”며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먹을 것, 마실 것, 잠잘 곳도 없어” 야지디族엔 오직 공포만 있었다

    “먹을 것, 마실 것, 잠잘 곳도 없어” 야지디族엔 오직 공포만 있었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었다.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이라크군의 헬기를 타고 가까스로 신자르산에서 나올 수 있었던 야지디족 청년 카림 하미드는 탈출 이틀 뒤인 1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카림과 그의 여동생 2명, 남동생 1명, 16개월 된 조카는 지난 12일 산에서 기적적으로 구출된 25명에 포함됐다. 하미드 남매들은 이달 초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신자르 마을로 몰려들 때 아버지와 생이별해야 했다. 카림은 종교적 긍지를 버릴 수 없다고 버티는 아버지를 설득하다 어린 여동생들만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신자르산으로 향했다. 하미드 남매들은 자동차를 타고 출발했지만 얼마 못 가 다리를 지키고 있는 IS 대원들을 마주해야 했다. IS 대원들은 차 안에 아이들만 타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쐈다. 15살 난 여동생 아지자는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차 밖으로 뛰어나와 다리 밑으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죽지 않고 신자르산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지만 나무도 거의 없는 한여름 이라크의 산 위 피란 생활도 생지옥이긴 마찬가지였다. 아지자의 언니 두냐는 “운이 좋아야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처음 4일 동안은 물밖에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탈출 뒤 이라크 최북단 지역인 자코의 가건물에서 지내다, CNN 기자 이반 왓슨에게 발견돼 인터뷰를 했다. 남매들은 아버지의 생사가 가장 걱정됐지만 탈출 직후 휴대전화로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신자르산에 고립된 야지디족을 구출하기 위해 대규모 작전을 고심하던 미국은 여러 상황을 종합한 결과 구출작전을 벌일 필요까지는 없다는 쪽으로 결정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2일 신자르산에 투입돼 24시간 동안 상황을 관찰한 20명의 미군 정찰팀은 계속된 공습으로 신자르산을 둘러싸고 있던 IS의 포위망이 무너져 난민 상당수가 이미 자코 등으로 대피했다고 보고했다. 미 국방부는 당초 수만명이었던 신자르산 위 야지디족의 수가 현재 수천명 남아 있으며 이들이 공중투하되는 구호물자를 손쉽게 손에 넣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르빌에 도착한 130여명의 정찰팀은 당초 명령대로 현지 상황 정찰과 위험도 평가 임무, 탈출 경로 수색 등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을 전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이들이 IS와 교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NYT는 현지 상황에 따라 정찰팀의 임무가 격상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인문학시대의 리더십/김경운 정책뉴스 부장

    [데스크 시각] 인문학시대의 리더십/김경운 정책뉴스 부장

    영화 ‘명량’이 광복절을 낀 주말과 휴일에 과연 1500만명 관객이라는 신기록을 세울지 관심사다. 흥행 대박의 이유는 ‘영화’가 아니라 ‘이순신’ 덕분이라고, 그중에서도 요즘 국민이 갈망하는 리더십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기가 닥치자 민심과 공감하며 역경을 극복하고, 끝내 반전에 성공하는 지도자. 말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 그런 리더십이 세월호 정국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에 조금 생뚱맞지만 ‘아랫사람 하는 일을 슬쩍 모른 척하면서 믿고 기다려주는 덕’을 하나 보태고 싶다. 1597년 9월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왜선 133척에 불과 13척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2개월 전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한 원균 장군 탓이었다. 하지만 그도 억울할 수 있다. 부산포에 상륙한 왜군을 치려고 서둘러 출정하려 했지만 ‘무작정 나서면 수군이 궤멸될 수 있다’는 전임 이순신의 판단이 옳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데도 선조는 후방에서 출정을 재촉했고, 급기야 권율 장군이 달려와 원균에게 곤장을 치기도 했다. 병사들 앞에서 합참의장이 해군참모총장의 엉덩이에 매질을 한 것이다. 위에서 일선의 진언을 무시한 채 다그치다가 대세를 그르치는 일이 종종 있다. 1943년 1월 제2차 세계대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아돌프 히틀러도 러시아군에게 포위당할 위험에 놓인 제6군의 철수 요청을 묵살한 채 계속 버티라고 주문하다가 결국 많은 병력을 잃었다. 이는 진군만 하던 독일군이 처음 뒤로 밀려난 전투였고, 훗날 패전의 서막으로 남았다. 인기 작가 조정래 선생은 한 TV 강연에서 “시험을 칠 때 커닝하는 옆 사람을 감독자에게 고자질하고, 남을 밟아야 일어서는 사회는 인문학이 실종된 사회”라면서 “작은 것은 눈감아 주었다가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주는 게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이라고 말했다. 마음에 담아 두고픈 지혜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의 주요 피의자로 지목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추적하면서 검찰과 경찰이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다. 베테랑 검찰 수사관들이 경찰을 따돌린 채 전남 순천의 별장을 급습했을 때 벽 속에 숨어 있던 유병언을 찾아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별장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유병언은 빠져나왔고, 그 뒤에 별장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기도 했다. 경찰도 할 말이 없다. 연인원 100만명이 동원된 검문검색을 엉뚱한 곳에서 했고, 별장 근처에서 유병언의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무연고자로 처리했다가 뒤늦게 DNA를 확인했다. 한 전직 부장검사는 “평소 검·경의 수사 행태로 볼 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실수”라고 말했다. 실수의 이유는 검찰과 경찰의 쓸데없는 과열경쟁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런 과열경쟁의 원인은 혹시 대통령이 제공한 게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은 “못 잡는 것인가, 안 잡는 것인가”라며 세 차례나 검거를 다그쳤다. 아무리 ‘관피아’에 물든 공무원도 있다고 하지만 감히 대통령의 지시를 허투루 듣는 공복은 없을 것이다. 너무 몰아붙이면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하기도 한다.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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