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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필 가능해도 ‘쉿’… 커피전문점의 꼼수

    리필 가능해도 ‘쉿’… 커피전문점의 꼼수

    7일 유동인구로 붐비는 경기 수원시 수원역 인근의 P커피전문점. 이곳은 주문 후 3시간 이내에 영수증과 함께 1000원을 내면 아메리카노로 리필이 가능하다. 하지만 리필이 된다는 안내문은 매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관계자는 “리필은 가능하지만 손님이 알게 되면 하루 종일 카페에 죽치고 있을 수 있어 알려 봤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밥보다 비싼 커피’ 가격으로 커피전문점들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는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이 스타벅스와 커피빈, 카페베네 등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 12곳을 조사한 결과 커피 리필이 가능한 곳은 커핀그루나루, 탐앤탐스, 파리크라상, 파스쿠찌, 할리스커피 등 5곳뿐이었다. 하지만 리필이 가능하더라도 리필 사실을 알리는 곳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커피전문점이 회전율이 좋은 명동과 가게에 오래 앉아 있는 고객들이 많은 노량진 등 지역 특성에 따라 리필 가능 안내 유무도 제각각이었다. 파스쿠찌는 주문 후 3시간 이내에 영수증을 보여 주고 1000원을 내면 리필이 가능하지만 노량진점에는 안내문이 없었고 명동점에만 음료 버리는 곳에 안내문이 비치돼 있었다. 할리스커피는 1000원을 추가로 내면 아메리카노 리필을 받을 수 있지만 명동점과 광화문점에는 안내문이 없었다. T커피전문점 본사 관계자는 “본사 방침상 리필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각 점주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따로 확인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커피값은 계속 오르는 반면에 유료 리필 서비스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구모(32·여)씨는 “평소 커피전문점에 오면 약 두 시간은 있는데 너무 오래 머무르는 것 같아 민망해 커피를 더 시키고 싶어도 한 잔에 4000원 이상이라 부담스럽다”며 “일반 개인 카페는 유료 리필을 해 주는데 프랜차이즈 업체는 왜 리필 서비스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필이 가능한데도 분명하게 알리지 않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영업장 면적이 150㎡ 이상인 휴게음식점과 일반음식점은 영업소 외부와 내부에 가격표를 붙이거나 리필 사실을 게시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이 운영하는 리필은 돈을 받고 추가로 서비스를 해줄 경우 판매의 목적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반드시 리필 가격을 써 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영진 서울YMCA시민중계실 간사는 “리필 서비스를 알리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조사에 나서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안원경 인턴기자 cocang43@seoul.co.kr
  • 택시 유병재, 무도 식스맨 탈락 기사 접한후 심경보니

    택시 유병재, 무도 식스맨 탈락 기사 접한후 심경보니

    지난 7일 방송된 tvN ‘현장토크쇼 택시’(이하 택시)는 ‘극한 직업, 웃겨야 산다’ 특집으로 꾸며져 유병재, 장도연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유병재는 MBC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에 출연한 것에 대해 “유재석 선배님은 정말 멋있다. 진짜 사람이 멋있는 건지 후광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젠틀하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유병재는 식스맨 탈락을 두고서는 “방금 식스맨 안 됐다고 기사가 나왔더라. 난 솔직히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기사를 봤는데 만우절이라 진짜인지 의심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tvN 택시 뉴스팀 seoulen@seoul.co.kr
  • 가출 아이들 보듬으려… 전 재산 탈탈 턴 선생님

    가출 아이들 보듬으려… 전 재산 탈탈 턴 선생님

    “가출했는데 아무도 찾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신이 필요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진짜 문제가 생기죠.” 홍성욱(53) 충남 논산공고 교사는 ‘길 잃은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재를 털었다. 홍 교사는 논산시 은진면 성평3구 416㎡의 터에 ‘꿈이레청소년쉼터’라는 2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다. 꿈을 이루는 곳이라는 뜻으로 오는 7월 완공된다. 1층에는 방 4개와 상담실, 프로그램실이 있고 2층은 살림집이다. 이 쉼터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정을 주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얘기하며 마음을 추슬러 학교와 가정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홍 교사는 “대도시에는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이 있지만 중소도시에서는 가출 청소년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 그대로 놔두면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쉽게 망가진다”면서 “아이들 문제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데 그 시간 동안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공간이 필요해 쉼터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사가 가출 청소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딸 은선(18·고 3년)양이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가출한 뒤부터다. 그는 “그때는 가출을 반복해 아내와 함께 수소문해 데려오는 게 일이었다”며 웃었다. 이후 홍 교사 부부는 청소년 고민을 상담하는 사이버나눔터를 운영했다. 이것만으로 성이 안 차 이번에 쉼터를 짓기로 한 것이다. 홍 교사는 “청소년이 가출하는 이유는 가정 불화, 친구 관계, 학업 문제 등 다양하지만 가출 이후의 가장 큰 고민은 ‘먹고 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려다 범죄에 빠져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홍 교사는 쉼터를 짓기 위해 평생 모은 재산 5억원에 대출을 받아 보탰다. 쉼터는 15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가출 청소년을 이곳에 데려와 1인당 3개월씩 뒷바라지하면서 꿈을 심어 줄 생각이다. 홍 교사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쉼터를 짓는 것은 흙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곳에서 풀과 나무 등을 맘껏 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면 치유는 물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운영비는 후원자들을 모아 해결할 계획이다.은퇴 교사 등을 1대1 멘토로 맺어 줘 가출 청소년이 소질과 정체성을 찾는 데도 도움을 줄 생각이다. 글 사진 논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택시 유병재, 무도 식스맨 언급 “솔직히 기대 안했다”

    택시 유병재, 무도 식스맨 언급 “솔직히 기대 안했다”

    지난 7일 방송된 tvN ‘현장토크쇼 택시’(이하 택시)는 ‘극한 직업, 웃겨야 산다’ 특집으로 꾸며져 유병재, 장도연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유병재는 MBC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에 출연한 것에 대해 “유재석 선배님은 정말 멋있다. 진짜 사람이 멋있는 건지 후광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젠틀하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유병재는 식스맨 탈락을 두고서는 “방금 식스맨 안 됐다고 기사가 나왔더라. 난 솔직히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기사를 봤는데 만우절이라 진짜인지 의심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tvN 택시 방송캡처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난 사람 죽이는 특수요원” 속여 성폭행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이원형)는 자신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대(對)테러 특수요원이었다고 속이고 겁박해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김모(35)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우연히 만난 A(30)씨에게 자신을 특수부대 출신 요원으로 경호업무도 한다고 소개했다. 철거 현장이나 보안업체 등에서 일했던 김씨는 당시 일정한 직업은 없었다. 처음 만난 날부터 A씨를 집으로 데려간 김씨는 “절대 물건에 손대지 말고 지문도 남겨서는 안 된다. 불도 켜지 마라”고 겁준 뒤 성폭행했다. 이후에도 자주 집에 데려가 자신이 한 일이라며 손목을 자르는 동영상이나 권총, 칼 등을 보여주며 수차례 성폭행했다. 자신의 요구에 잘 따르지 않으면 욕조로 끌고 가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뿌리며 가혹 행위를 하거나 가족들까지 해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몹시 나쁜데도 이를 전혀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은 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기준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감형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주거지역 출몰 버펄로 추격하는 경찰…결과는?

    주거지역 출몰 버펄로 추격하는 경찰…결과는?

    거대한 버펄로가 주거지역에 나타나 경찰이 추격전을 펼치는 영상이 화제다.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인 데일리 픽스 앤 플릭스(daily picks and flick)에 게재된 24초 가량의 영상에는 미국 텍사스주 라운드록 마을에 나타난 야생 버펄로의 모습이 담겨 있다. 경찰 순찰차 대시캠에 촬영된 영상에는 라운드록 마을 인도 위를 질주하는 거대한 버펄로의 모습이 보인다. 순찰차가 경적을 울리며 버펄로를 따라 추격전을 벌인다. 순찰차의 계속된 추격에 버펄로가 도로를 가로질러 도망친다. 한편 이날 버펄로를 추격한 라운드록 경찰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버팔로는 릿지 숲 근처에서 포획됐으며 다행스럽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진·영상= Liveleak / Black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세월호 참사 1년] 책상 위엔 진한 그리움 담은 편지 수북이

    [세월호 참사 1년] 책상 위엔 진한 그리움 담은 편지 수북이

    세월은 무심히 흘러 또 4월이 돌아왔다. 영국의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어트는 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 16일 전남 진도 인근 바다에서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이후 우리에게 4월은 정말 가장 잔인한 달이 됐다. 지난 3일 찾은 안산 단원고. 학교가 가까워지자, 화정천 산책로 가로수에 나붙은 노란 현수막이 쓸쓸해 보였다. 희생 학생들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글귀와 이름이 쓰여 있다. 정작 학교 근처에서는 노란 현수막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1년 전 그날을 잊고 싶은 ‘몸부림’이라 생각됐다. 살아남은 아이들만이라도 지키고 싶은 ‘배려’라고 이해됐다. 학교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여느 학교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1층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이 너무도 조용했다. 복도와 교실이 1년 전 4월 16일 그대로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325명중 250명(실종자 4명 포함)은 끝내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학교는 그들을 잊지 못해 2~3층 10개 반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대낮인데도 전등이 모두 켜져 있다. 학교 관계자는 “24시간 내내 교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왁자지껄하는 소리,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춘기 꿈 많고 수줍은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짠~’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책상에는 아들이·딸들이·친구들이 좋아하던 과자와 음료수, 꽃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진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와 쪽지도 애절하게 놓여져 있다. 칠판에는 돌아오지 못한 그들을 그리워하는 글귀들로 빼곡하다. 교탁에는 2014년 4월 15일, 17일 일정표가 놓여져 있었다. 수학여행을 떠나지 못한 학생들의 시간계획표이다.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누군가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써 붙였다. 안내하는 이재웅 선생님은 “누군지, 지금의 상황에 꼭 맞는 시구를 적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 옆에는 3월 21일 환경미화 최우수 상장이 걸려 있다. 복도에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귀가 쓰인 각종 장식물, 그림들로 가득하다. 학교를 나와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있는 화랑유원지로 향했다. 유원지 주변 가로수마다 실종자 9명(단원고 4명 포함)의 사진이 담긴 노란색의 소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이라도 딱 한번만 안아봤으면… 영인아! 보고 싶다! 사랑한다!” “세월호 속에 있는 다윤이를 꺼내 주세요. 미치도록 보고 싶어요”라고 유가족들은 호소했다. 축구장 크기의 합동분향소 안은 희생자들의 영정으로 가득했다. 누군가, 노란 포스트 잇 메모지에 “아이들 구하러 다시 와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라는 글을 써 붙여 놓았다. 꽃바구니에 “사랑하는 현우야 ! 생일 축하해~ 엄마가 ♥ ”라고 쓴 카드도 보였다. 분향소 관계자는 “평일에는 100~200명의 조문객이 찾고 있지만, 유가족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벌써 우리 사회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대상그룹] 3세 오너 경영 등장 최대 관심… 임세령·상민 두 딸 경영수업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대상그룹] 3세 오너 경영 등장 최대 관심… 임세령·상민 두 딸 경영수업

    이리농림학교 졸업 후 고창군청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딘 임대홍(95) 대상 창업주는 해방 이후 피혁공장을 운영했다. 6·25 전쟁 직후에는 복구사업이 시작되면서 무역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임 창업주는 일본을 오가면서 경쟁 상대 없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던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에 묘한 반감을 가지게 됐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 조미료를 수출하고 싶다는 열망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1955년 서른다섯 청년 임대홍은 잘나가던 무역 사업을 접고 제조 공법을 익히기 위해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 1년여의 연구 끝에 그가 돌아와 부산에 지은 150평 규모의 작은 조미료 공장이 바로 대상그룹의 전신인 우리나라 최초의 조미료 공장,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다. 미원의 신화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다. 임 창업주는 회장 재직 당시 조용히 자신의 공간에서 실험과 연구에만 몰두했다. 지방 출장 시에도 5만원이 넘는 숙소에는 묵지 않았고, 승용차보다는 전철을 더 많이 애용했다. ‘평생 통틀어 한 번에 양복 세 벌, 구두 두 켤레 이상을 소유했던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일반적인 기업가의 이미지와는 달리 대외 활동과 사교 활동도 즐기지 않았다. 이 같은 창업주의 스타일은 경영권을 물려받았던 장남 임창욱(66) 명예회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임 명예회장은 취임 후 부친과 달리 진취성과 능력을 중시하고 인간성을 강조하는 경영을 펼치며 보수성에서 탈피하고자 했지만 본인의 성과를 과시하거나 홍보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임 명예회장은 1997년 퇴임했고 대상은 오랜 시간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대상에 쏠린 업계의 최대 관심은 3세 오너 경영인의 등장이 이뤄질까다. 임 명예회장 밑으로는 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두 딸인 임세령(38) 대상 사업전략담당중역 상무와, 임상민(35) 대상 기획관리본부 상무가 나란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지분 비율을 보면 임상민 상무가 35.8%로 언니 임세령 상무를 앞선다. 임세령 상무의 대상홀딩스 지분은 19.9%다. 하지만 임세령 상무도 지난해 대상 지분을 15만 9000주(0.44%)를 장내 매수하고, 초록마을 지분을 30.17%까지 늘리는 등 본격적으로 승계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임세령 상무는 2012년 대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입사,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식품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식품사업총괄 내 사업전략담당중역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임세령 상무는 2009년 11월 당시 대상그룹 외식법인이던 와이즈앤피가 선보인 ‘터치 오브 스파이스’ 외식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임세령 상무는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판단, 기존의 브랜드 확장전략을 전면 수정해 치열한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청정원의 대규모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리뉴얼 작업을 진두지휘한 숨은 리더도 바로 임세령 상무였다. 임세령 상무는 특유의 글로벌 감각을 발휘해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기존 심벌을 타원 형태의 모던하고 심플한 심벌로 리뉴얼했다. 대상 관계자들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그를 표현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어울려 줄을 서거나, 회사 앞 커피전문점에서 여직원들과 함께 팔짱을 끼고 커피를 사간다고 한다. 임상민 상무는 동생이지만 입사로는 선배다. 임상민 상무는 2003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유티씨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09년 8월, 대상 프로세스 이노베이션 (PI)본부에 입사해 그룹 경영혁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한 임상민 상무는 2012년 10월, 대상 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으로 다시 그룹경영에 복귀했다. 현재는 그룹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에 주력하고 있다. 임직원들 사이에서 임상민 상무는 ‘경청의 리더’로 불린다. 임상민 상무는 임원과 실무자 간의 대화라기보다는 동등한 실무자로서 의견을 나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데도 직원들과의 벽을 허무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할 땐 엄격하고 꼼꼼하다는 평을 듣는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회의에 참석하는 실무자들이 상당히 긴장한다는 후문이다. 대상 관계자는 “임세령 상무와 임상민 상무 모두 기획과 마케팅 분야에서 본인들의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 전반을 익히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임창욱 명예회장이 건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점에서 두 분 간 후계구도를 예측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애니메이션 영화 ‘업’ 실제 주택 경매 위기

    애니메이션 영화 ‘업’ 실제 주택 경매 위기

    애니메이션 영화 ‘업’의 실제 모델인 시애틀의 집이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데일리뉴스는 최근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2009년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업’에서 주인공 ‘칼’ 할아버지 집의 실제 모델인 시애틀 발라드의 주택이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주택의 원주인은 2006년 당시 나이 84세 이디스 메이스필드(Edith Macefield) 할머니. 같은 해 발라드 마을에 대형 쇼핑센터를 지으려는 건축 개발자 베리 마틴(Barry Marin)이 108년 된 할머니의 낡은 주택을 1백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에 매입하려 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거절했다. 결국 이디스 할머니의 집만을 사이에 남겨둔 채 2006년 대형 쇼핑센터가 완공돼 들어섰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택 문제로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베리는 2008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이디스 할머니를 2년여 동안 극진히 간호하며 보살핀 것. 이디스 할머니는 베리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겼고 베리는 같은 해 집을 31만 달러에 팔았다. 이후 새로운 소유자는 할머니의 오래된 주택을 유지하며 부동산 교육 및 커뮤니티 센터 사용해 왔지만 계획이 실패하면서 집을 경매에 내놓았다. 경매는 오늘 20일까지 계속되며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입찰자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한편 현재 이디스 할머니의 집엔 아무도 살지 않으며 주택 앞마당 울타리엔 영화 ‘업’의 실제 모델인 집과 이디스 할머니를 기리는 글 써진 풍선들이 매달려 있다. 사진·영상= King, Disney / The No BS Broker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밤하늘 별, 들리지 않지만 노래한다 - 물리학 연구

    밤하늘 별, 들리지 않지만 노래한다 - 물리학 연구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노래한다면 믿겠는가. 엄밀하게 말하면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들리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주는 진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리’와 매우 비슷한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영국 요크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이 밝혀냈다. 세계적인 물리학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근호(3월 17일자)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플라스마를 향해 초강력 레이저를 조사했을 때 음이 방출되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레이저빔이 충돌한 뒤 1조분의 1초에 플라스마가 고밀도 영역에서 더 밀도가 낮은 영역으로 빠르게 흘러 압력의 충격 즉 음파가 발생하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교통 체증이 일어날 때 덜 혼잡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요크대의 존 파슬리 박사는 실험실의 시뮬레이션을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세계는 “별의 표면”이라고 밝혔다. 그는 “쉽게 말해 별이 노래하는 것이지만 그 소리는 우주로 전파할 수 없으므로 아무도 들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 소리는 10억 Hz 이상의 주파수이므로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사진=ⓒ포토리아 논문=http://journals.aps.org/prl/abstract/10.1103/PhysRevLett.114.11500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北 외자유치·외국기업 투자 동상이몽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北 외자유치·외국기업 투자 동상이몽

    “북한이 경제개혁 조치와 경제특구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이유로 외국인을 격리시킨 정책은 별다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됐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소통 부족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스트레스다.”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싱가포르 조선익스체인지 이사) “북한 근로자들이 손재주가 좋은 고급인력이지만 임금은 낮아 의류제조, 정보통신 분야 등 노동집약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많은 국가가 중국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북한을 또 다른 생산 아웃소싱 대상으로 활용하고 있다.”(폴 치아 네덜란드 GPI 컨설턴시 이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지난 1월 28일 북한과의 비즈니스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에서 사업을 벌이는 외국인들이 솔직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대북사업가들의 이같은 증언은 북한 외국 기업 투자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값싼 고급 인력은 외면하기 어려운 매력이나 폐쇄적인 북한 당국의 태도와 부족한 인프라 등은 여전히 사업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2011년 351개 기업 北에… 중국 국적이 75% 북한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서방의 자본과 투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1984년 합영법을 제정했고 1991년에는 나진·선봉 지대를 경제특구로 지정했으며 1992년 합작법과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했다. 2009년에는 정부 직속 기관 합영투자지도국을 신설하고 이듬해 이를 합영투자위원회로 격상시켰다. 북한이 외국인 투자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외화벌이 이외에도 과학기술의 혁신을 이루기 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외국인 투자는 대부분 기술협력과 무관한 자원개발 분야에 집중돼 왔다. 이동통신과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부문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기술 혁신이 미미한 실정이다. 북한의 외자유치 노력은 경직된 투자법령과 까다로운 행정제도,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의 안보불안, 미국의 대북제재 등 다양한 요인들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 심화는 고민거리다. 2012년 미국 국가정보국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북한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북한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351개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국적이 확인된 기업은 269개이며 중국 기업이 전체의 75%인 205개로 나타났다. 351개 대북투자 외국 기업 가운데 투자 규모가 확인된 기업은 88개이며 투자 금액은 23억 2000만 달러로 평가됐다. ●한물간 기술로 담배·가구·건축재 등 생산·판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대북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북한과 중국은 2011년 나선 지역과 신의주 황금평 지역을 경제특구로 공동 개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은 동해의 나진·청진항에 대한 사용권을 확보했다. 북한 제조업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의 경우 담배, 가구, 건축 자재, 자전거 등 중국에서 사양화된 기술과 제품을 북한에서 단순 생산,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럽계 회사는 자원·인프라·물류 분야에 관심 유럽계 기업과 투자 회사들도 지하자원 개발이나 산업인프라, 물류 분야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갖고 북한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 1997년부터 북한에서 사업을 시작한 독일 물류회사 DHL은 북한 유통업 진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DHL은 북한 조선무역운송회사(KFTC)와의 계약을 맺고 평양, 원산, 남포, 함흥 등에서 운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물론 남북한의 DHL이 서로 우편을 주고받을 수는 없다. DHL 평양사무소는 단순 우편물 배송 업무뿐 아니라 중량 50㎏ 이상 되는 화물의 수출입 운송 등으로 점차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국제 구호단체나 병원, 국제기관 등의 배송업무도 도맡아 하고 북한 축구팀이 외국팀과 친선 경기를 벌일 때 후원 업체로 나서기도 한다. 제임스 민 DHL 상무는 “유엔의 대북 제재로 군사용품과 사치품 운송은 불가능하지만 합법적인 사업은 가능하다”면서 “북한 전문가들도 스웨덴과 스위스, 독일, 영국, 싱가포르, 중국 등지에서 대외무역과 사업에 대한 훈련을 받는 등 국제기준을 따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라스콤은 투자수익 5억弗 본국 송금 못해 국가 차원에서 북한과의 경제교류가 활발하지 않지만 일부 중동, 동남아 기업들도 높은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며 북한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 무선이동통신 사업권을 확보한 이집트의 오라스콤텔레콤이다. 오라스콤은 2008년 1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25년간의 무선통신서비스 운영권을 획득하고 북한 체신성과 75대25의 비율로 투자한 이동통신회사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고려링크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스콤은 휴대전화 사업과 함께 은행·건설 분야로 대북 사업의 범위를 확대했다. 2008년 4월에는 북한 무역은행과 합작으로 오라은행을 평양에 설립했고 북한의 경제난으로 건설이 중단됐던 105층짜리 평양 류경호텔 재건에도 참여해 지상 80층까지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올해 초 오라스콤이 현금 잔고를 늘려 나갔지만 5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수익금을 본국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현금 잔고를 외화로 바꾸지 못하고 북한 원화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오라스콤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오라스콤의 현금 잔고는 지난해 6월 말 4억 8500만 달러에서 12월 말 5억 4800만 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공식 환율을 적용한 추산치일 뿐 이 액수 그대로 환전된다는 보장도 없다. 암시장 환율을 적용하면 현금 잔고의 외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라스콤은 거둬들인 수익을 외화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는 문제를 북한 당국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일 “북한이 금액이 큰 외화에 대해서는 북한에 재투자하기를 원하고 있어 외화 자체가 반출되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면서 “외국기업들의 안정적 유치를 원한다면 이 같은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진·선봉은 소득 보장… 가공무역 비교적 활발 외화에 목마른 북한은 최근 들어 투자비 대비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를 재촉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규모 유치단을 구성해 중국 다롄(大連)시에서 투자 정책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자들은 “외국인이 투자한 재산을 국유화하거나 거둬들이지 않는다”라면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국유화하거나 거둬들일 때는 보상을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2008년 이후 남한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자 2010년 4월 금강산관광지구의 현대아산 등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부동산을 동결하는 등 수시로 약속을 뒤집거나 일방적인 태도를 보여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발구가 앞으로 경제개혁 실험의 주 무대로 주목된다. 특히 나진·선봉 경제 무역지대는 중국 기업 중심의 봉제 및 해산물 가공무역 등이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외국인의 자유로운 생산과 판매활동, 투자 자본과 기업 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을 보장받는다는 평가다. ●北경제난 탈출엔 핵 해결·남북관계 개선 등 필수 하지만 북한이 외자유치와 대외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난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남북관계가 언제 풀릴 것이냐는 질문부터 먼저 한다”면서 “이는 유엔 제재나 남북관계의 불안정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우리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남북대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외국인들이 외자유치의 조건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거론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0.4초…공이 돈다, 방망이는 헛돈다

    0.4초…공이 돈다, 방망이는 헛돈다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가기까지 몇 바퀴 도는지 아십니까.”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 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의 시즌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이날 선발 윤성환이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공 끝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회전수를 화두에 올린 것이다.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져도 난타를 당하는 투수가 있는 반면, 140㎞가 채 되지 않아도 타자들의 배트를 힘으로 밀어내는 투수가 있다. 공에 체중을 얼마나 전달하고 회전을 많이 거느냐에 따라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 스피드는 크게 다르다. 악력이 좋기로 유명한 윤성환의 평균 직구 구속은 140㎞대 초반이지만, 손가락으로 눌러 던지기 때문에 회전수가 많다. 요즘은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투수가 던진 공의 회전수를 파악할 수 있는데, 류 감독은 “과거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처음에는 회전하지 않고 어느 정도 날아갔을 때부터 돈다. 포수 미트에 꽂힐 때까지 5바퀴 정도 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구라면 류 감독의 생각보다 훨씬 많이 회전한다. 과거 오승환(한신)이 국내에서 뛰던 시절 한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사가 직구 회전수를 분석했는데, 초당 최고 57회까지 돌았다. 40회가량인 보통 투수보다 1.5배 가까이 많이 회전했다.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시간이 0.4초인 것을 감안하면 타자 앞에서 22.8회 회전한 것이다. 오승환도 엄청난 악력으로 공을 찍듯이 잡고 던져, ‘돌직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알고도 치지 못하는 공이 됐다. 변화구는 직구보다 회전수가 떨어진다. 가장 오래된 변화구인 커브는 보통 초당 20~25회 회전해 직구보다 절반 정도 덜 돈다. 대신 공기나 중력 저항을 받아 큰 낙차를 그린다. 포수 미트로 갈 때까지는 8~10회 회전한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류 감독이 TV에서 본 것은 커브 등 느린 변화구일 가능성이 있다. 옥스프링(kt)이 던지는 너클볼은 회전이 거의 없는 구질이다. 손톱 끝으로 공을 잡고 밀듯이 던지는 너클볼은 공기 저항에 따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인다. 2012년 메이저리그(MLB)에서는 RA 디키(당시 뉴욕 메츠)가 20승을 올리며 너클볼 투수 최초로 사이영상까지 거머쥐었다. 초고속 카메라가 없던 1987~1999년 선수 생활을 한 류 감독이 공에 가장 많은 회전을 넣었다고 생각한 선수는 누구일까. 류 감독은 “(작고한) 최동원 선배가 최고였다. 대학 시절 (아마 최강) 쿠바도 눌러 버렸다”고 회상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공공기관 기능조정] 공공기관 겹치기 업무 도려내기… “설득 없는 개혁 급급” 우려

    [공공기관 기능조정] 공공기관 겹치기 업무 도려내기… “설득 없는 개혁 급급” 우려

    정부가 ‘공공기관 다이어트’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부채를 줄이고 방만 경영의 싹을 자른 데 이어 올해는 기관들의 겹치기 업무를 도려내기 위한 통폐합과 기능 조정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간접자본(SOC) 기관에서는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가 주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부산·인천항만공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부산항보안공사, 인천항보안공사를 통폐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항만의 경비, 보안 업무를 맡고 있는 두 보안공사를 본사로 편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합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항로표지기술협회의 중복되는 안전 관련 업무도 기능 재편이 검토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일 “방만한 공공기관의 산하 자회사 조정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 분야는 고유 업무와 관계없는 한국문화진흥㈜의 뉴서울컨트리클럽 골프장을 매각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매각 대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문예진흥기금에 단비가 될 수 있다. 다만 골프장 운영 수입으로 연간 50억~6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어 매각에 앞서 중장기적인 기금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단체인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서울예술단, 국립극단,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도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다. 문체부는 각 단체의 유사·중복 기능 조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상업성에 치중하면 순수예술과 전통문화가 소외될 수 있어 세부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반발도 만만찮다. 항만공사들은 보안 업무만 따로 통폐합하거나 항만공사에 흡수 통합시키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 항만공사 관계자는 “재원을 항만공사가 지원하는데 보안 조직만 떼어 내 통폐합하면 업무 협의 과정에서 통합본사가 아닌 항만공사에 더 맞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휘감독 체제가 거꾸로 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부산항만공사 노조 관계자는 “부산은 이익이 많이 나는데 통폐합되면 인천, 여수광양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며 “보안공사와 합쳐지면 인건비만 상승해 차라리 민간 기업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선박검사를 담당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선급, 항로 안전 설비를 담당하는 항로표지기술협회 간 안전 기능 조정과 통폐합에 대해서도 펄쩍 뛰는 분위기다. 선박안전기술공단 고위 관계자는 “한국선급과 항로표지기술협회 등의 기능을 공단과 통폐합하는 것은 목적과 영역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기득권층의 반발로 노동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공공 개혁도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칼에 개혁을 시도하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공공노조 등의 반대에 막힐 수 있다”면서 “노조, 문화·예술인과 충분히 협의하고 설득해야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중국 마왕퇴 출토 비단 그림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중국 마왕퇴 출토 비단 그림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1971년 겨울 중국 중부 창사(長沙)시의 동쪽 교외에서 후난(湖南)성 주둔군이 지하병실과 수술실을 짓기 위해 탐사를 했다. 우연히 언덕 한 곳의 무덤을 파기 시작하자 갑자기 무덤으로부터 청백색의 가스가 높이 분출되었다.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1972년 세계인들은 긴급뉴스로 온갖 매체에 나간 눈으로 믿을 수 없는 경이적 광경을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2200년 전에 죽어 관 속에 묻힌 여인의 시신이 전혀 부패하지 않은 채로 팔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잠시 움푹해졌던 피부가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천천히 원상태를 회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체내 기관들은 세부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보존되어 있어서 지문도 채취할 수 있었다. 자세히 분석한 결과 그녀의 나이는 50세 정도로, 154.4㎝의 키에 비만형이었다. 시신은 20겹의 옷으로 싸여졌고, 4겹의 목관에 넣어진 후, 다시 큰 곽에 넣어졌다. 모든 것에 당대 최고 장인의 솜씨가 발휘되었다. 당시 복식 연구에 획기적 자료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이나 일본학자들이 복식을 밝히지 못해 필자는 그 연구서를 영기화생론을 바탕으로 펴낼 생각이다. 특히 가장 귀중한 것은 관 위에 덮여 있던 비단 그림이다. 205㎝ 길이의 그림을 상하로 3분하여 아래로부터 지하세계, 인간계, 천상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중국이나 일본학자들은 틀에 박힌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밑부분의 신령스러운 물고기와 만병 등으로 보아 지하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주인공이 신선세계로 가게끔 하는 생명생성의 가장 근원적인 세계라고 생각한다. 맨 밑에 물을 상징하는 물고기와 만병이 없으면 주인공이 신선세계로 가려는 염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만병이란 우주의 대생명력이 응축된 항아리다. 그림을 실측한 중국인은 가장 중요한 맨 밑의 만병을 깨진 항아리 조각으로 여겼는지 아예 그리지도 않아 필자는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물론 논문을 쓴 일본학자도 만병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만병을 필자가 그려 넣었다. 중앙에 크게 표현한 노부인이 바로 이 무덤의 주인공이다. 이 대작은 당나라 이전 동양 회화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동양학자들이 용이나 영기문을 해독하지 못하므로 해석 또한 옳지 않은 것이다. 이번 글은 용의 비중이 큰 만큼, 용의 조형만 다룰 것이다. 우선 관 위에 놓였던 비단 그림에 걸개 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장례 지낼 때 우리나라의 만장(輓章) 역할을 해서 장대에 높이 걸고 앞서 갔을 것이고, 장례를 마치면 소망을 쓴 만장들을 관 위에 놓았던 것처럼 비단 그림도 관 위에 두었다고 생각한다. 이 비단 그림에도 곤륜산을 통해 신선세계로 향하는 주인공의 긴 여행이 무사하기를 비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인은 누구일까? 전한(前漢:BC 206~AD 8)의 장사국 승상 이창(李蒼)은 대후(?侯)에 봉해졌는데, 부인과 아들 일가의 무덤 3기가 함께 있었다. 마왕퇴(馬王堆)라는 명칭은 그 지방 사람들이 당나라 다음의 오대(五代) 10세기 때의 초나라의 창건자 마은(馬殷:852~930)의 무덤이라 여겨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발굴해 보니 뜻밖에 전한(前漢), 즉 BC 186년에 죽은 여인의 어마어마한 무덤이 아닌가.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이창 부인 묘’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이창의 무덤은 언젠가 도굴당했다. 원 비단 그림은 너무 어두워 독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영기화생론에 입각하여 채색분석을 시도했다. 당시의 우주관과 인생관이 압축된 그림으로 세계회화사에서 단연 으뜸가는 걸작품이다. 중간에 기둥 같은 것이 두 개 보이는데 이것이 곤륜산이다. 곤륜산은 천계로 통하는 ‘하늘 기둥‘(天柱)이다. 다시 말해 지상세계에서 천상세계로 가는 통로다. 윗부분에 두 분의 용이 계신데 왼쪽 용부터 다루어 본다. 기둥 위 부분은 신선세계다. 왼쪽 용은 날개를 달고 있는데 원래 중국이나 한국의 용에 날개가 있을 리 없다. 자세히 보면 어깨 부분에서 연두색의 제1영기싹의 변형들로 이루어진 영기문이 나오고 빨간색의 제1영기싹 영기문이 몇 가닥 탄력 있게 뻗어 나간다. 날개가 아니고 용으로부터 발산하는 강력한 영기문이다. 오른쪽 것은 연두색 영기문이 몸에 가려서 빨간 영기문만 작게 표현하여 회화에서 매우 뛰어난 공간감을 자아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꼬리다. 꼬리에서 용이 화생하기 때문이다. 보통 만물생성의 근원인 제3영기싹을 꼬리로 삼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이중(二重)으로 표현하여 매우 강조한 것은 이 용의 중요성 때문이리라. 그런데 놀라운 조형은 그 밑에 있는 구름 같은 모양이다. 이제 여러분은 바로 이 제1영기싹의 여러 가지 변형으로 이루어진 구름 같은 영기문이 바로 용의 실체임을 알 것이다. 논문을 쓴 일본학자들은 밑의 영기문뿐만 아니라 제3영기싹의 상징을 모르니 더욱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는 영기문을 채색분석하면서 강력한 증거인 끝 부분의 이중 제3영기싹이 위에 있는 용의 꼬리와 같음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즉 형상을 띠어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이 현상이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 본질이다. 오른쪽의 용을 살펴보자. 여기에는 날개 같은 것이 없으며 꼬리에 제3영기싹이 없다. 한쪽에 빨간 영기문만이 짧게 발산하고 있을 뿐이므로 날개가 없는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용의 전체와 어울려 감싸며 올라가는 식물 줄기가 있다. 자세히 보면 제3영기싹 영기문으로 잎들로 만들어 상승시키는 여러 줄기다. 일본학자들은 열 개의 태양과 함께 있어서 해가 뜨는 동쪽 바다에 있다는 상상의 부상(扶桑)이라고 말하지만, 그 신목(神木)이 왜 제3영기싹 잎들로 이루어진 모양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아무도 부상을 본 적이 없지만 대개 일반적인 나무로 나타낸다. 놀랍지 않은가! 만물생성의 근원인 제3영기싹을 잎들로 만들어 줄기를 이룬 다음, 역시 만물생성의 근원인 용과 어울려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조형에 숨겨 있는 깊은 뜻이 정말 놀랄 만하지 않은가. 이 용의 꼬리에 제3영기싹이 없는 까닭이다. 신선세계란 역시 만물생성 근원의 세계를 신(神)과 신목(神木) 등 갖가지 영기문으로 나타낸 세계다. 천상세계든 인간세계든 우주에 충만한 기운을 형상화시킨 것이니 용은 어느 세계이든 존재한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하숙집 女주인,남편 나가자 대학생 부르더니…

    하숙집 女주인,남편 나가자 대학생 부르더니…

    예전에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인생상담, 고민상담이 많이 이뤄졌던 것 기억나실 겁니다. 선데이서울도 전문가 상담코너들을 여럿 운용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1972년부터 연재했던 ‘人生극장: 법률상담’ 코너였습니다. 선데이서울에 전달됐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인생 고민과 법률가의 해법을 소개합니다. 40년도 더 된 과거의 일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지난달 폐지된 간통죄와 관련된 불쌍한 아내의 사연입니다. ▒▒▒▒▒▒▒▒▒▒▒▒▒▒▒▒▒▒▒▒▒▒▒▒▒▒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50. <人生극장 법률상담 (1)> 고모라던 그 여인이 정부(情婦) 일 줄은…결혼 1년 만에 산산이 부서진 신부의 꿈 (선데이서울 1972년 5월 14일자) “이번 우리 결혼식에도 고모님이 100만원을 선뜻 내놓으셨어. 생각해 보면 그처럼 고마운 분도 없어요.” 김계순여인은 지금 그대로 쓰러져 죽어버릴 것만 같은 절망의 벼랑 앞에서 신혼여행 때 남편 박득수씨가 들려주던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꿀처럼 달고 환상처럼 아름답던 그 시절. 그 밤의 서귀포 해변, 그때부터 이미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일 줄이야. 꼭 1년 전이었다. 24살의 꽃다운 젊음으로 남편을 맞았다. 정신없이 당황하기만 했던 결혼식. 온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피곤해 곯아 떨어졌던 첫날 밤. 남들은 신혼 첫날밤이면 으레 치르는 것으로 되어 있는 신방의 초례도 없이 호텔방에서 잠들어 버렸던 기억. 그것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부정한 남편이었기에 그랬던 것처럼 생각되었다. 서귀포관광호텔 앞뜰에 나가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도 신랑은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었다. 그러나 문득 나온 것이 ‘고모’ 얘기였다. 김여인이 당초 알기로는 남편 박득수씨에겐 아무도 가까운 친척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고모의 얘기가 나왔기에 김여인은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을 뿐 그 고모의 정체가 남편의 연상의 정부였을 줄이야. 신혼 첫날밤 으레 치러야 했을 일을 치르지 않은 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으나 피곤한 신부를 위한 신랑의 배려쯤으로 생각했던 김여인은 그런대로 즐거운 신접살림 1년을 보냈다.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 일이 바빠서 밤늦게 돌아온다는 단 한가지 결점밖에 나무랄 것이 없었다. 매달 생활비도 넉넉했고 이따금 김여인을 데리고 나가 외식을 사주기도 했고 아내를 흡사 인형 다루듯 성의 있고 조심스럽게 다루어 주었다. 이유 있는 외박 잦아지고 알고 보니 출장이란 거짓 다만 한 가지, 김여인의 여성으로서의 본능이랄까 꼭 한가지 불쾌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남편의 잠자리에서의 매너였다. 김여인으로서야 남편이 가르쳐 주는 대로 응할 뿐이었으나 27살 난 신랑치고는 너무나도 그 매너와 테크닉이 별난 것 같았다. 때때로 이상한 체위를 요구하기도 했다. 더욱 모를 일은 김여인 쪽이 먼저 황홀경을 맛보는 경우 남편은 그대로 정사를 중지하고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처녀의 몸으로 시집온 김여인이 무얼 알까마는 책을 읽거나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남편들은 거의가 남성 중심의 ‘에고이스트’들이라는데 김여인의 남편 박씨만은 철저히 여성 중심이었다. 김여인은 문득 “이 양반, 총각 때 어지간히 바람을 피었나보다”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자상하고 이해심이 많았다. 어쩌다 출장을 갔다 돌아올 때면 꼭 아내에게 선물을 사다 주었고 그날 밤의 서비스는 100점에 가까웠다. 결혼한 지 반년이 지나고 나서부터 남편의 외박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꼭 회사일 때문만은 아니었으나 그때마다 남편은 분명한 외박 이유를 밝혀주었고 외박 다음날 남편의 친절은 더욱 철저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났다. 그러다가 며칠 전 김여인의 오빠가 그녀에게 전해준 소식은 너무나도 뜻밖의 충격이었다. “네 남편 알고 보니 결혼 전부터 사귀어 온 여자가 있더구나. 지금도 자주 만나는 모양이더라.” 그날 저녁 김여인은 남편에게 이 사실을 캐물었다. 남편 박씨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응, 그거 우리 고모하고 다니는 것을 누가 잘못 보고 그러는 거겠지”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연상의 하숙집 여주인이… 그러나 오늘 아침 오빠가 전해준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끝내 매부가 못 미더웠던 오빠가 흥신소를 통해 조사해 본 결과는 너무도 추하고 예상 밖의 일이었다. 남편이 고모라고 부르는 여인은 기실 고모가 아니라 남편이 대학시절 하숙하고 있던 하숙집 여주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아주머니와 남편은 5년 가까이 은밀한 정사를 맺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숙집 여주인의 남편은 소실을 얻어 딴 살림을 차리고 있으며, 아예 본 마누라인 조 여인(하숙집 주인)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을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여인의 남편인 박씨가 조여인 집에 하숙한 것은 대학 3학년 시절부터였다고. 독수공방으로 지내던 조여인이 하숙생인 박씨에게 친절히 대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고향을 떠난 하숙생 박씨에겐 이 친절이 고마웠을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외로움에 못이긴 조여인이 10살이나 손아래인 박씨를 끌어들여 남성구실을 시켜 주었고 여체에 눈뜬 박씨가 졸업할 때까지 그 하숙집을 떠나지 않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더욱 김여인을 놀라게 한 것은 남편인 박씨가 결혼 뒤에도 회사일로 출장을 간 적은 한 번도 없고 조여인과 놀아나느라고 출장핑계를 대곤 했다는 점이다. 오빠의 말을 듣고 김여인은 눈앞이 아찔했다. 이미 자기의 뱃속에는 이제 5개월 된 박 씨의 아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오빠의 말로는 박씨에게 이런 사실을 밝히고 추궁하자 박씨는 “조여인은 우리 아버지와 의남매 간이니 사실상 고모가 아니냐?” “누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을 듣고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집 사람이 조금 의부증이 있는 것 같더라”며 뻔뻔스런 얼굴을 하더라는 것. 스물네해 곱게 간직해 온 한 여인의 아내로서의 꿈은 이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김 여인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아득하기만 할 뿐, 이 엄청난 현실을 정리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이런 경우는] 남편 마음 못 돌릴 땐 간통죄로 고소 다같이 분개해야 할 일입니다만 세상엔 이따금 이런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박씨가 조 여인과의 관계를 깨끗이 끊고 집으로 돌아오고, 김 여인은 남편의 과거를 용서해 주는 것입니다. 조 여인의 남편이 나서서 문제 해결에 힘쓴다면 과히 어려울 것도 없겠습니다만, 소실을 두고 아예 본부인을 돌보지 않는 지경이라니 그 방법도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결국 박씨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면 김 여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박씨와 조 여인을 걸어 간통죄로 고발(형법 241조)하고 이혼소송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는 것입니다. 이 경우 두 남녀의 간통증거가 명백해야 하는 데 오빠께서 흥신소를 통해 조사한 정도라면 증거는 충분히 잡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또 우리 민법 840조1항을 보면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을 때’도 이혼의 사유가 되므로 이혼하는 것은 손쉬우리라 여겨집니다. 문제는 남편 박씨가 죄많은 과거를 청산할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는데 김 여인으로서도 일단은 박씨가 마음을 돌리도록 노력해 보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줄 압니다. <정범석 건국대 시민법률상담소장>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편집자註>
  • 포스코건설 ‘뉴 키맨’ 등장… 20억대 비자금 또 찾았다

    포스코건설 ‘뉴 키맨’ 등장… 20억대 비자금 또 찾았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건설이 흥우산업 외에 또 다른 하청업체인 W사와 S사를 통해 20억원대의 비자금을 추가로 조성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지난해 포스코건설 감사팀에서 적발된 비자금과 별도로 조성된 비자금이다. W사 등도 흥우산업과 마찬가지로 2009~12년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앞서 베트남에서 흥우산업 등을 통해 조성한 100억원대의 비자금 중 46억여원을 국내에 반입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컨설팅업체 I사 대표 장모(64)씨가 추가 비자금 조성 및 반입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는 중학·대학교 동창으로 친분이 두텁고, W사 등 하청업체 2곳도 장씨가 정 전 부회장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구속된 포스코건설 베트남사업단장 출신 박모(52) 전 상무도 장씨를 ‘윗사람’처럼 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씨를 사실상 로비스트로 보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장씨는 과거 ‘총풍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도 연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장씨가 과거 정치권과 업계에서 폭넓은 인맥을 다져 왔다는 점에서 장씨를 통해 비자금 조성과 국내 반입 과정은 물론 이를 지시한 ‘윗선’과 사용처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성격에 대해 “포스코건설의 공사 수주를 도와준 로비업체로, 직원도 필요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장씨가 유령 회사를 통해 로비스트로 활동해 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장씨는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총풍 사건과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때도 등장했다. 총풍 사건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관계자에게 휴전선 무력시위를 요청한 사건으로, 야당은 북풍을 막기 위해 장씨 등을 포함한 특별팀을 꾸려 북측과 물밑 대응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은 장씨가 도왔던 김대중(DJ)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고, 당시 장씨가 대표로 있던 안성개발은 DJ 정부 첫 대북 경제협력사업체 승인을 받았다. 장씨는 5년 뒤인 2002년 대선에선 모 대기업이 이회창 후보 캠프에 전한 불법 대선자금 15억원을 배달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끔찍한 여자친구 참수사건에 브라질 사회 경악

    끔찍한 여자친구 참수사건에 브라질 사회 경악

    끔찍한 참수사건이 브라질에서 발생해 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범인은 이틀만에 경찰에 자수했지만 반성은커녕 "(사망한 여자가) 죄의 값을 치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은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로 남부 페드레이라에서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벌어졌다. 23세 청년 호세 라모스 도스산토스와 6살 연하 여자친구는 이날 심한 말다툼을 했다. 두 사람은 오랜 연인이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사이가 벌어졌다. 아기까지 가진 16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사실을 도스산토스가 알게 되면서다. 해가 바뀌었지만 남자의 질투는 계속됐다. 사건이 벌어진 날에도 도스산토스는 지난해 일을 들어 여자친구를 강하게 추궁했다. 고성이 오가면서 화가 치민 남자는 여자친구를 목졸라 살해했다. 도스산토스는 악령에 사로잡힌 듯 여자친구를 참수해 시신을 옷장에 숨겼다. 청년은 이때부터 극도의 불안에 떨었다. 시신이 이내 부패하면서 옷장에서 악취가 새어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족과 이웃들이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할 때마다 청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범행이 발각될까 가슴을 졸이던 청년은 야밤에 시신을 꺼내다 공터에 유기했지만 28일 시신이 발견되면서 청년은 결국 자수를 결심했다. 청년은 갖다버리지 않은 여자친구의 머리를 비닐봉투에 넣어 챙겨들고 시내버스에 올랐다. 청년의 손에 들려 있는 묵직한 봉투에 사람 머리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면서 청년이 향한 곳은 집에서 약 30km 떨어진 상파울로 중심지의 한 경찰서. 청년은 머리를 증거로 내놓으면서 "참수살인을 했다"고 털어놨다. 청년이 집에서 먼 경찰서를 찾아간 건 린치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도스산토스는 "집에서 가까운 경찰서에 잡혀 있으면 이웃들이 공격을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변안전을 걱정해 자수를 했지만 도스산토스는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청년은 "여자친구의 가족들에겐 미안하지만 여자친구는 죽을 만한 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오에스타도상파울로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1101억 방산비리’ 이규태 사기 혐의 구속기소

    ‘1101억 방산비리’ 이규태 사기 혐의 구속기소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31일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1101억원(9617만 달러)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으로 SK C&C 상무였던 권모(60)씨와 일광공영 계열사 솔브레인 이사 조모(49)씨도 같은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최근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압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로비 의혹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권씨 등과 공모해 터키 하벨산의 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명분으로 관련 비용을 애초 책정한 금액보다 두 배나 비싸게 부풀렸지만 실제로는 R&D 관련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그대로 납품해 놓고 R&D 업체로 선정된 SK C&C 등과 짜고 솔브레인에 재하청을 주고 이를 다시 미국 현지 유령업체에 재하청하는 방식으로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을 속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관에서 시신이 뚝! 실제상황일까 연출일까?

    관에서 시신이 뚝! 실제상황일까 연출일까?

    관을 옮길 때 바닥이 꺼져 시신이 뚝 떨어지면 얼마나 황당할까. 울기도 웃기도 곤란한 한 편의 사고(?) 영상이 공개됐다. 인도네시아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오토바이가 운구행렬을 인도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앞장선 오토바이 뒤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따르고 그 뒤로 운구하는 남자들이 보인다. 어깨 위로 높이 관을 든 남자는 모두 6명. 황당한 사고는 카메라 앞을 지나갈 때 벌어졌다. 갑자기 관의 바닥이 꺼지면서 시신이 길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대나무로 엉성하게 만든 바닥이 시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게 사고의 원인이었다. 시신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상당한 소리가 났을 법하지만 관을 옮기는 사람 중 시신이 추락(?)한 걸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닥에 떨어진 시신은 미이라처럼 하얀 천으로 감싸여 있다. 하지만 하체를 보면 유독 특정부위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어 민망함을 자아낸다. 빈관을 들고 전진하는 남자들을 불러세운 건 뒤따르던 유족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시신이 떨어졌다며 다급하게 운구하는 남자들을 부른다. 한 사람은 노출된 시신의 남성을 가리려 시신 위에 올라앉는다. 잠시 후 황급히 발걸음을 돌린 운구인들이 관을 들고 달려오는 장면으로 영상이 끝난다. 슬퍼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상은 유튜브에 오르면서 하루 만에 조회수 15만을 넘어섰다. 영상은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도 소개됐지만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대개 "연출된 장면인 것 같다" "시신이 떨어지는 곳이 하필이면 카메라 정면, 사실이 아닌 것 같은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상황이 아닌 것 같지만 완전 웃기네" "만든 것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등 작품(?)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서울광장] 개천을 돌보지 않는 ‘개용남’은 필요 없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개천을 돌보지 않는 ‘개용남’은 필요 없다/문소영 논설위원

    인지심리학자 마크 하우저는 붉은털원숭이들에게 손잡이를 당기면 맛있는 먹이가 나온다는 학습을 시켰다. 손잡이를 당기면 먹이도 나오지만 다른 우리 안에 넣어 둔 다른 붉은털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게 했다. 붉은털원숭이들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최소 5일부터 최대 15일까지 손잡이를 당기지 않았다. 동료 원숭이에게 고통을 주느니 차라리 굶어 죽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 미국 에모리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는 침팬지 집단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일방적으로 공격당한 쪽을 위로해 주는 집단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가 사실로 밝혀진 것인데 이런 능력은 뇌 속의 거울신경세포라는 존재 덕분이다. 드 발 교수는 추가로 침팬지가 털 고르기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준 친구에게 감사의 선물을 주는데, 둘 사이에 시간 차가 있다는 발견도 했다. 적자생존을 설파한 것으로 오해받는 찰스 다윈은 19세기 말에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고 불 속에 뛰어드는 행동은 인간의 사회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 중 몇몇이 이런 덕성을 귀하게 여겨 솔선수범하고 가르친다면 자손으로 번져 나가 결국 일반적인 견해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간 사회엔 적자생존이 아닌 상생의 길이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다윈이 간파했듯이 이타적인 공감 능력은 거울신경세포 덕분에 자연히 생기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뛰어놀면서 이른바 호혜들을 경험하면서 사회적 학습을 통해 이뤄진다. 어린 시절에 공동체로부터 도움과 위로를 받으면서 자랐다면 성인이 되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과 위로를 건넬 가능성이 크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자폐 아동조차도 공동체의 도움으로 자폐의 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다양하게 입증됐다. 물론 사회적 진화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역방향으로도 가능하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당한 며느리가 나중에 더 독한 시어머니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4월부터는 ‘가난을 증명해야만 무상급식을 주겠다’고 했다. 경남도의 열악한 재정을 문제 삼아 무상급식을 중단한 것이다. 자치 재정이 어렵기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마찬가지인데 유독 그가 강행했다. 그 결정이 당혹스러운 이유는 그는 배고픔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2009년 출간한 그의 자서전 ‘변방’에 따르면 그는 요령부득한 부모 밑에서 빈곤의 악순환을 20대까지 겪었다. 초중고생일 때는 반찬 없는 보리밥을 싸갈 수가 없었던 탓에 점심 때면 우물가와 수돗가를 찾아가 물배를 채웠다. 자존심 때문에 배고픔을 표시할 수 없는 어린이의 심리 상태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물배를 채우고 뒷동산에 올라간 그를 찾아낸 여학우가 감자와 고구마를 내밀자 배앓이 중이라며 거부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는 부모의 가난을 증명하지는 않았다. 공부로 장학금을 타낸 덕분이다. 고려대 법대에 입학해 1972년 상경한 그는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나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슴에 다가왔다”고도 했고, 가정교사 생활에 허덕이면서 “내가 공부하러 서울 왔나, 먹고살러 서울 왔나”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43년 전 한탄이 요즘 대학생들의 한탄과 똑같아 깜짝 놀랐다. 홍 도지사는 삶의 가장자리인 변방에서 중심을 꿈꾸며 지독하게 공부해 결국 중심에 도달한 인물이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성공) 난 남자’인 ‘개용남’이다. 우리 사회는 ‘개용남’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부모의 무능과 가난을 비난하지도, 어려운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이겨 낸 용기와 성실성으로 서민이 사는 개천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방’을 읽으면서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지독한 소외감에 시달린 ‘학생 홍준표’에게 장학금과 함께 따뜻한 밥을 후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도움을 받았더라면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무상급식의 지속이 중요하다. 공동체의 세금으로 보살핌을 받은 ‘21세기형 홍준표’는 가난이 개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지 않다면 ‘가난을 증명하라’는 표독스런 정책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겠나.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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