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무도
    2026-06-24
    검색기록 지우기
  • AI 일상
    2026-06-24
    검색기록 지우기
  • 미주
    2026-06-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235
  • [4·13 총선을 마감하며] 선거 기간 민심 잘못 읽은 ‘우물 안 언론’ 부끄러워

    [4·13 총선을 마감하며] 선거 기간 민심 잘못 읽은 ‘우물 안 언론’ 부끄러워

    임일영 기자 “광주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란게 정말 있을까요? 보수언론과 비주류가 만들어낸 프레임이 확대, 재생산된 것뿐입니다. 바닥 정서는 다릅니다.”(문재인 전 대표 측 관계자 A) “왜곡된 프레임이라고요? 그런 생각으로 광주에 올 필요 없습니다. 대선패배, 야권분열에 대해 반성하거나 책임진 적 있나요?”(호남 민심에 밝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B) 4·13 총선에서 더민주를 들었다 놨다 한 건 호남 민심의 향배였습니다. 문 전 대표의 속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참모진은 반문 정서가 억울하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두 차례 광주를 찾은 건 정면돌파 없이는 2017년 대선을 기약할 수 없고, 자칫 호남에서 궤멸당할 수 있다는 당의 정세적 판단이 결합한 것일 텐데요. 문 전 대표는 호남 지지와 정치생명을 연계하는 승부수까지 던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더민주는 호남(28석)에서 딱 3석 건졌습니다. 문 전 대표를 비토하는 측은 반문정서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말합니다. 문 전 대표에게 그만두라고도 합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사죄방문과 더민주가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40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를 움직여 대승을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나옵니다. 결과론이지만 국민의당을 지지한 호남, 더민주에 몰아준 출향 유권자들은 나름의 전략적 투표로 절묘한 3당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선거 내내 호남 민심에 노심초사하고 ‘오독’(誤讀)했던 정치권, 언론만 선거 결과를 놓고도 여전히 자의적 해석을 멈추지 않을 뿐입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만. 민심을 오롯이 읽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흐름을 짚고, 윤곽을 가늠할 뿐입니다. 선거 후 B는 말했습니다. “호남인은 총선결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늘 흐름을 이끌어왔고,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국민의당을 밀었는데 정작 고립됐습니다. 다음 선거에는 좀 더 신중하게 마음을 내줄 겁니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argus@seoul.co.kr 안석 기자 “드디어 우리 당이 넷심(인터넷 민심)과 민심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의 젊은 당직자가 무척 기분이 좋은 듯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정청래 컷오프’ 등 강경파 의원들의 공천 배제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됐을 때입니다. “우리 당은 오버하다 결국 선거를 망치잖아요. 요즘 당에서 팟캐스트 하는 것도 옛날 ‘나꼼수’ 열풍 따라 하는 건데, 대선이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선거 예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성적이 좋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게 되네요.” 사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의 두 자릿수 의석을 예상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기대감을 갖게 한 부분이 1%라도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단 경제 이슈에 집중하며 요란한 정권심판론이 사라졌습니다. 관성적인 정권심판론을 내걸지 않아도 민심이 알아서 판단했습니다. 경제, 경제, 경제…. 인이 박이도록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경제만 얘기했습니다. 쉬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경제정당’을 강조하던 당이 선거 막판 ‘성완종 리스트’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던 것을 기억해 보십시오. 결국 선거는 패배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과거처럼 ‘오버’하지 않았습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말춤을 추거나 “스타킹을 신겠다”는 유명 인사들의 호언도 없었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투표율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호남에선 반대로 오버한 것 같습니다. 친문재인 후보들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상임대표 방문 때 텅 빈 유세장과 문재인 전 대표 방문 때 꽉 찬 유세장을 비교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민심을 전했습니다. 며칠 지나 또 방문한 건 조금 과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든 결과가 보여 줍니다. ‘박근혜 정권 심판’을 목 터지게 외치지 않아도 됩니다. SNS가 조용해도 됩니다. 차분하게 수권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면 국민은 알아서 또 판단을 내릴 겁니다. sartori@seoul.co.kr 장진복 기자 이번 4·13 총선에서 가장 ‘핫’했던 지역은 바로 광주입니다. 12년 만에 둘로 쪼개진 야권을 놓고 광주의 민심이 어느 편을 들어줄지,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서울 토박이’인 기자도 광주 유권자들의 선택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각당에서 내놓은 판세가 아닌 ‘바닥 민심’을 듣기 위해 세 차례나 광주를 찾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르포 기사를 쓸 때마다 매번 ‘더불어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는 구도에 맞추다 보니 비록 기사에는 담지 못한 광주의 ‘리얼 민심’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째, 광주는 특정 ‘당’이 아닌 참신한 ‘인물’을 원했습니다. 광주에서 만난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새누리당 소속이라도 열심히 일하고 똑똑하면 뽑아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취재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내가 대구로 이사를 가서라도 유승민이를 뽑아주고 싶다”는 한 택시기사의 말을 들었을 때입니다. 그만큼 광주는 더이상 야당의 텃밭이 아니었습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것처럼, 어쩌면 광주에서도 ‘지역주의’의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정치 무관심층이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싸우는 게 지겨워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다”거나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고 답하는 시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냉정하게 등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습니다. 물론 몇몇 시민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것이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는 야권을 향한 실망감으로 광주의 민심이 꼬일 대로 꼬여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셋째,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에 대한 높은 관심입니다.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이 기자에게 가장 많이 되물었던 질문은 “손 전 고문은 요즘 뭐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광주에서만큼은 정계를 은퇴한 손 전 고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광주는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적합한 인물을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viviana49@seoul.co.kr 이범수 기자 ‘상식대로 하면 된다.’ 지난 13일 마무리된 20대 총선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국민 눈높이에서 총선 패배 이유를 고민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원한 건 ‘상식’인데 정치는 ‘몰상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 총선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방문한 서울 동작구에서 한 60대 노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대구 사람이야. 평생 새누리당만 찍었는데 이번에는 야당을 찍을 거야. 우리 집만 해도 가족이 4명이거든. 야당 찍으라고 내가 먼저 나서서 설득할 거야. 한번 싹 갈아야 해.” 기자는 의외의 대답에 놀랐습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여당 텃밭인 ‘대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두 번째로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에 속하는 유권자라는 점에서였습니다. 골수 ‘1번’ 유권자지만 지지 철회를 선언한 셈이니까요. 황당해하는 저에게 돌아온 대답은 “정치를 그렇게 몰상식하게 하면 안 돼”였습니다. ‘최고 권력자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식의 공천 과정이 민심 이반의 원인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올해 초부터 상승 추세였던 지지율이 한번 꺾인 적이 있습니다. 바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추천했을 때인데요. 정치에 무관심한 저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조차 ‘셀프 공천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할 정도였습니다. 앞서 “내 나이가 77살이다. 국회에서 쪼그려 일하는 것도 곤욕”(지난 1월), “비례대표를 네 번 했고, 비례대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지난 3월)와 같은 김 대표의 발언도 있었던 터라 역풍이 분 것이죠.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비례 파동이 있고 나서 상승하던 호남 지지율이 꺾였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20대 총선에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교차 투표’입니다. 유권자가 비례대표 선정을 위한 정당투표와 지역구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표를 서로 다른 정당에 하는 건데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당이 기존 예상보다 성공을 거둔 데도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양당의 ‘몰상식’이 일조한 건 아니었는지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bulse46@seoul.co.kr 강윤혁 기자 4·13 총선 기간 현장에서 만난 민심은 저마다의 이유로 들끓고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새누리당의 독주가 싫다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독선이 못마땅하다고 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너무 편파적이라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미덥지 않다고 했다. 그 천태만상의 민심들은 서로의 끓는 점을 향해 달아올라 4·13 총선의 결과로 나타났다. 투표의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경직된 결과만을 보여줬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만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만이 당선자로 결정되는 상대 다수대표제는 현장의 민심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인천 부평갑에서는 불과 26표 차이로 당선자의 당락이 결정됐다. 표의 격차가 적을수록 다른 선택을 한 유권자들의 민심은 더 많은 사표(死票)가 돼 버려진다. 여당의 텃밭이라 일컫던 대구 달서갑에서는 녹색당 변홍철 후보가 30.1%의 지지를 얻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 경북 경산에선 정의당 배윤주 후보가 30.4%의 득표를 얻기도 했다. 그동안 여당 지지성향이 강한 곳이라 분류됐던 부산에서 5명, 경남에서 3명, 대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더민주의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4·13 총선의 결과는 더이상 지역 구도나 전통적 지지성향만으로 민심의 향배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4·13 총선의 민심은 우리가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선거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줬다.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당선을 위해서라면 상대에 대한 흑색선전도 마다 않는 정치의 모습으로 나타나 국민들이 정치 혐오를 갖는 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천호동에서 만난 김모(80)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하나만 찍어야 해서 아쉽다”며 “몇 명쯤 찍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20대 국회가 하나의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나 소수 정당의 당선자도 배출할 수 있는 소수대표제를 검토해야 할 이유다. yes@seoul.co.kr 이지운 기자 선거 결과에 놀라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기 쉽다. 새누리당의 참패나, 더불어민주당의 약진, 국민의당의 대성공은 언론도, 평론가들도,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빗나간 예측과 이에 따른 민망함, 부끄러움은 ‘민심 오독(誤讀)’으로 치러야 할 대가다. 민심 오독은 경험적으로 볼 때 선거 이전보다 선거 이후가 더 심하다. 공허하고 실질적이지 못한 표현 몇 마디로 압축해놓고는 이후의 설명이 미흡할 때가 많다.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뭉뚱그린 뒤 아전인수격 주석을 다는 식이다. 민심은 방대한 동시에 너무도 세세해서 대강 읽으면 오답 내기 십상이다. 개인적으로는 선거 이후의 민심 읽기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로 나타난 민심은 사회적으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 국가적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결집되지 못한다. 이럴 때 잘못된 정책은 교정받을 기회를 놓치고, 추진돼야 할 일은 힘을 받지 못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오만’에 대한 심판으로 정의하는 평가가 많다. 동의한다. 정부, 여당에 대한 단호한 징계는 실로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증이 남는다. 도대체 민심은 어떤 오만에 얼마만큼 화가 난 것이기에 새누리당에 이런 ‘혹독한’ 징계를 내렸을까. 대다수 지적처럼 ‘누적된 오만’이 불러온 결과로 놓고 보자. 민심은, 도대체 어느 시점부터 새누리당의 행태를 본격적인 오만으로 느끼기 시작했을까. 이번 총선 직전까지 십수년간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승리를 몰아준 민심 아니었나. 혹 긴 시간 오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 있다가 이번 총선에서야 임계점을 넘은 것일까. 아니면 이전까지는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 열린우리당 등을 심판하느라 새누리당에 대한 징계를 잠시 보류해둔 것일까. 이번 선거로 그 불만은 다 쏟아진 것일까. 또한 더민주에 대한 호남의 이반은 절반의 징계이며, 절반의 보류인가. 다 같이 풀어야 할 숙제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쌓여 있다. jj@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호부견자(虎父犬子)…아우렐리우스의 못난 아들 콤모두스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호부견자(虎父犬子)…아우렐리우스의 못난 아들 콤모두스

    ​ '명상록'의 저자 철인 황제 ​수많은 로마 황제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아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일 것이다. 그가 남긴 '명상록' 덕분이다. 2000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은 아직도 서점에서 꾸준히 나가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황제 이전에 한 철학자로서 삶과 세상을 관조하는 사색으로 일관한 '명상록'은 역설적이게도 피와 살이 튀는 전쟁터에서 쓴 것이다. ​금욕과 절제를 주장하며 수많은 명언이 담겨 있는 그의 '명상록' 12편은 철학자로서의 그의 사상이 잘 나타나 있으며, 로마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인 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고귀한 영혼의 진지한 외침'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명상록의 한 구절을 놓는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자주 품는 생각으로 물들게 마련이다." 40살에 황제에 오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20년 동안 전쟁터를 누비다가 삶을 마감했는데, 틈틈이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 '명상록'이 되었다. 평화로운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더 많은 저작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플라톤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철인 황제의 전범 같은 사람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시대와 계급을 잘못 타고난 철학자였다. ​그의 치세 20년 동안 제국의 각 변방에는 끊임없이 병화가 치솟아올랐다. 즉위 초년에 아시아 대륙의 파르티아 제국이 로마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어서 게르마니아, 히스파니아, 북부 아프리카 등에서도 전쟁과 반란의 횃불이 차례대로 타올랐다. 이리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재위 20년은 전진 속에서 지고 샜다. ​그는 자신의 죽음도 군막 안에서 맞았다. 180년 3월 초, 도나우 강변의 군사기지였던 빈도보나(현재의 빈)에서 곧 재개될 2차 게르마니아 전쟁을 준비하던 중 지병이 악화되며 삶을 마감했다. 그는 평생 병을 달고 산 병골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는 유언을 끝낸 후 약과 곡기를 ​일절 끊었다. 물조차 마시지 않았다. 회생의 가망이 없는데도 목숨을 연장하는 것은 수치라고 로마인들은 생각했다. 곡기를 끊은 지 나흘 만인 3월 17일 철인 황제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향년 59세. 생일을 한 달 앞둔 시점이라고 한다. 황제가 된 후 19년을 오로지 전장에서 보냈던 그는 기질과는 참으로 다른 삶을 산, 어찌 보면 불행한 사내였다. 5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그의 죽음을 끝으로 로마 제국의 전성기는 끝났으며, 어지러운 군인황제 시대가 찾아왔다. 군이 권력을 잡는 시대는 난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 5현제 시대와 군인 황제 시대에 징검다리를 놓은 인물이 바로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뒤를 이은 그의 아들 콤모두스였다. 그런데 철학자의 아들이 그렇게 천하의 망나니인 줄은 세상 사람들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콤모두스가 즉위 초부터 망나니짓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크고 작은 실정을 되풀이하는 정도의 암군(暗君)이었는데, 몇 년 뒤 황제의 암살 미수사건이 터졌다. 놀랍게도 주모자는 의타심 많았던 콤모두스가 가장 의지하고 따르던 큰누나 루킬라였다. 사건 연루자들은 모두 재판도 없이 처형되었고, 루킬라는 카프리 섬으로 귀양갔다가 도착 직후 살해되었다. ​이 사건이 콤모두스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아 잔인하고 의심 많은 사람으로 돌변케 했다. 조금만 의심이 가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모두 죽였다. 유능한 장군과 정치인들이 어이없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자연 민심은 차갑게 식어갔고, 원로원과의 관계도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다. 여기서 마침내 한 사건이 터졌다. 사건이라기보다 이벤트라고 해야 하나? ​콤모두스는 병약했던 아버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는 달리 체격이 건장했고, 무술도 뛰어났다. 프로 검투사와 맞설 정도였다. 그래서 약골이었던 아버지를 경멸하면서, 자기 친아버지는 유피테르 신이며, 자신은 그 아들 헤라클레스의 환생인 '로마의 헤라클레스'라고 떠벌이기까지 했다. ​'타조 머리를 함부로 베지 마라' 그는 자신의 용맹, 호방함을 과시하기 위해 검투 시합에 열중했다. 문제의 이벤트는 콤모두스가 31살 때인 192년 콜로세움에서 있었다. ​ 이날도 콤모두스는 자신의 무술을 뽐내기 위해 원로원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조와 대결하는 시합에 나섰다. 엄청난 덩치의 타조가 콤모두스를 향해 돌진해왔고, 콤모두스의 칼이 한순간 허공을 가르는가 싶더니 타조의 목이 허공에 떠올랐다. 콤모두스는 득의 만면한 표정으로 원로원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씨익 웃었다. 마치 까불면 너희들도 이 타조 꼴이 될 줄 알라는 듯이. ​어찌 보면 섬뜩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이런 사건이 고대 중국에서 일어났다면 분명 다음과 같은 사자성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막참타수(莫斬駝首; 타조 머리를 함부로 베지 마라. 자신의 목이 떨어진다). 콤모두스의 암살은 그로부터 몇 달 뒤인 192년 12월 31일에 결행되었다. 여기에도 또 미스터리가 도사리고 있다. 암살 동기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암살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은 모두 황제의 최측근으로, 애첩인 마르키아와 침실 담당 노예, 황제의 레슬링 코치였다. 자객은 레슬링 코치인 나르키소스였다. 욕실에서 목욕하고 있는 황제를 목졸라 죽인 것이다. 세 사람 모두 황제 콤모두스 옆만 지키면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위치에 있는 인물들인데 대체 왜 황제를 죽였을까? 원로원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포악한 황제가 언제든 자신들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먼저 선수를 친 것인지도 모르고, 우국지정에서 한 거사였는지도 알 수 없다. 암살 후 이들이 보인 행동을 살펴보면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은 콤모두스가 숨진 것을 확인한 후 지체없이 근위대장을 불러 사태를 설명했다. 근위대장은 역시 그날 밤으로 원로원 실력자들과 협의를 끝내고 후임 황제도 결정했다. 그리고 콤모두스의 주검은 시트에 싸여 황궁 밖으로 조용히 옮겨져 화장도 하지 않은 채 묻혔다. 마치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듯했다. 게다가 암살 모의자 세 사람은 그날 밤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에도 그들이 처벌받았다는 기록이 없다. 근위대장에게 비밀리에 살해되었는지, 아니면 근위대장의 통행증을 얻어 세 사람의 고향인 그리스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역사에서 완벽히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콤모두스는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의 손에 자신이 죽임을 당할지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을 때는 주위 사람들과 로마인들이 모두 슬퍼했지만, 콤모두스가 죽었을 때는 눈물 흘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호부견자(虎夫犬子·호랑이 아비에 개의 새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콤모두스. 어떻게 보면 철학의 빈곤이 그의 비참한 최후를 예약했다고 할 수도 있다.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자식 농사에는 실패한 셈이다. 원로원은 끔찍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듯이 재빨리 전 황제 콤모두스를 기록말살형에 처하기로 결정했다. 콤모두스가 암살됨에 따라 군대가 실권을 잡아, 로마 제국은 군인에 의해 황제가 옹립되는 '군인황제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콤모두스가 살아 생전에 경멸했던 아버지의 '명상록'에서 다음 한 구절을 읽고 새기기만 했어도 그런 비참한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 몫으로 주어진 것들에 적응하고 운명으로 엮여진 사람들을 사랑하라."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히로시마 가는 길 ‘진퇴양녀’

    히로시마 가는 길 ‘진퇴양녀’

    오바마, 방일 앞두고 결단만 남아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이 인류 역사상 첫 원자폭탄 투하지인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방문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를 두고 두 유력 여성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달 26, 27일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히로시마를 찾는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만 남아 있는 상태다. 두 여성 가운데 한 사람은 ‘미래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 대권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68) 전 국무장관이고, 다른 한 사람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캐럴라인 케네디(58) 주일 미국대사다. 오바마 대통령에겐 한 명은 정치적 후계자가 돼야 할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과거에 대해 정치적 보은을 해야 할 사람이다. 문제는 이들의 입장이 상반된다는 데 있다.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行)이 대선에 악재가 된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에 면죄부를 주고 전쟁을 미화시키는 빌미가 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 대통령의 방문이 사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 노선 계승’을 공언한 클린턴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는 것은 피하려고 조심스러워한다. “그가 히로시마 방문을 발표하지 않고 고민하며 재는 이유도 클린턴과 11월 미국 대선 때문”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의 원폭 투하가 정당했다는 입장이 대세인 상황에서 히로시마 방문이 자칫 ‘사죄 외교’라고 두들겨 맞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부정적인 퇴역 군인들에 대한 지지 확대를 노리면서 공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클린턴의 백악관행과 오바마의 히로시마행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캐럴라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을 강권하고 있다. 지난 3월 백악관을 방문해 히로시마 방문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 군축”을 제창했던 아버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레거시를 오바마 대통령이 이어 갔으면 하는 소망과 의지가 연결돼 있다. 캐럴라인 대사는 아버지의 핵 군축 제창이 결실을 보고 꽃피우는 것을 자신의 역할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한다. 캐럴라인 대사는 2008년 1월 아메리칸대학에서 열렸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던 오바마 후보가 클린턴을 누르는 계기를 마련한 1등 공신이었다. 당시 그녀의 오바마 지지 선언은 클린턴 우위 흐름을 뒤집고 오바마 쪽으로 승기가 옮겨 가도록 바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케네디가(家)와 오바마의 대를 이은 핵 군축 인연을 지적하면서 “캐럴라인이 대사가 돼서 히로시마, 나가사키 피폭 추도 행사에 참석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임 중 피폭지 방문을 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했다. 캐럴라인 대사가 학생이던 1978년 일본을 방문해 삼촌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일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히로시마 방문 검토 소식에 미국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천명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찬성론도 있지만 그의 방문이 오히려 동북아 정세를 더 복잡하게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뉴욕타임스는 13일 “G7 정상회담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해 그의 핵 없는 세계 구상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역대 미국 대통령은 히로시마 방문이 사과로 해석될 것을 우려해 아무도 가지 않았다”며 “특히 지금은 선거의 해”라고 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6시 내고향’ 6000회 특집에 ‘의자 방송사고’ 재조명

    ‘6시 내고향’ 6000회 특집에 ‘의자 방송사고’ 재조명

    김재원 KBS 아나운서가 지난해 ‘6시 내고향’ 생방송 도중 겪었던 의자 방송사고에 대해 입을 열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홀 앞 광장에서 진행된 KBS1 교양프로그램 ‘6시 내고향’ 60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재원 아나운서는 “생방송 도중 겪었던 의자가 내려가는 사고를 모두 다 아실 것”이라며 “당시 의자가 내려가면서 내 동영상이 전 세계 유튜브 25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가장 좋은 방송사고는 아무도 시말서를 쓰지 않고 시청자만 즐거운 방송사고”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고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방송을 함께 진행했던 김솔희 아나운서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그날 이후 의자가 내려갈까 봐 잘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 10일 방송된 ‘6시 내고향’에서는 전라북도 전주의 한 농장에서 재배하는 버섯 ‘신 백화고’를 주제로 소식을 전하다 김재원 아나운서의 의자가 서서히 내려가는 뜻밖의 방송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김솔희 아나운서는 “왜 이렇게 내려가 계시죠?”라고 물어보면서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고 김재원 아나운서도 “제가 몸이 좀 무거워진 모양이다”라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한편 14일 방송으로 6000회를 맞는 KBS ‘6시 내고향’은 지난 1991년 5월 20일 첫 방송된 이후 25년간 전국 구석구석 고향 어르신을 만나고 농어촌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소개해왔다. 영상=Jacky Entertainment/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애니멀픽] 유기견의 견생역전…사자 닮은 ‘스타犬’ 되다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치 사자처럼 보이는 개 사진이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몇몇 매체들도 주목한 이 사진들은 실제 사자 한 마리가 도시를 어슬렁거리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비슷해 보입니다. 놀라운 점은 사진 속 개가 유기견이라는 사실입니다. 스페인에서 쓰레기통이나 뒤지며 먹을 것을 찾던 꾀죄죄한 몰골의 유기견을 독일 출신 사진작가인 줄리아 마리 베르너가 입양한 것입니다. 다른 시민들은 이 개를 보고 더러운 잡종견이라며 가까이 가지 않았지만 베르너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처음 본 순간 용감한 작은 사자로 보였다. 개가 나에게 다가와 심바가 됐죠"라고 첫 만남 소감을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심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 주인공 이름입니다. 평소 라이언킹의 광팬이었던 베르너는 이 개에게 치코 레오폴드 본 베르너(Tschikko Leopold von Werner)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손수 만든 털도 붙여 진짜 사자같은 모델견으로 탈바꿈시킵니다. 그리고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 사진을 찍는 '대도시 사자'(Grossstadtlowe)라는 의미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베르너는 "처음 함께 작업을 시작했을 때 만해도 치코는 불안한 상태였다"면서 "이 사진들은 우리 둘의 팀웍과 놀이가 만들어 낸 것"이라며 즐거워했습니다. 이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유기견이었지만 이제 모두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면서 "아이들은 다가와 진짜 사자냐며 묻는다"며 웃었습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문화마당] 아무도 쓰지 않는 책을 재미있게 쓴다/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아무도 쓰지 않는 책을 재미있게 쓴다/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내가 어릴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괴수대백과사전’이라는 책을 팔았다. 가격이 오백 원이었던가, 세월이 30년 가까이 흘러 가물가물하지만 네스니 빅풋이니 하는 괴수들을 보며 ‘이런 걸 직접 마주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고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궁금해하기만 했을 뿐 직접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당연히 없다. 왜 당연하냐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는 이렇게 사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와세다대학 탐험부 시절 다카노 히데유키는 텔레호에 서식하고 있다는 ‘모켈레 무벰베’(일명 콩고 드래건)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다. 오지의 밀림 한가운데로 들어간다는 것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니 호기심만으로는 실행하기 어렵다. 그곳에서 생존을 위해 링갈라어를 배우고 말라리아와 사투를 벌이며 무벰베를 쫓는데 이 여정은 다카노의 데뷔작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에 기록돼 있다. 글이라곤 써 본 적이 없어서 한 달 동안 빈 원고지만 노려보다가 친구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하는 투로 쓰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분으로 완성한 책이 결국 그의 운명을 바꿔 놓을 줄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으리라. 이후로 다카노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쓰지 않는 책을 재미있게 쓰자”는 모토 아래 탐험(작)가의 길을 걷는다. 아마존강을 하구에서 원류까지 조사하거나, 중국의 변방으로 야인을 찾아가고, 미얀마의 마약 지대에 잠입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준비하는데 하나는 탐험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그 나라의 문학을 읽는 것이다. 이를테면 콜롬비아에 환각제를 찾으러 가기 위해 가브리엘 마르케스를 본다. “소설이야말로 그 나라의 관습이나 문화를 안쪽에서 느끼는 데 필요한 최고의 실용서”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다른 하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가난해서 통역을 구할 돈은 없고 낯가림이 심해 현지인들과 사귀려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사하게 된 언어는 대충만 따져도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라비아어, 링갈라어, 타이어, 베트남어 등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에 묘사돼 있다. 지난 4월 11일 두산아트센터와 문학과지성사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 강사로 초대받아 한국에 온 다카노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대관절 몇 개 국어를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현지인들과 대화를 이어 나가는 데 필요했을 뿐이고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라며 머리를 긁적이는 바람에 약간 감탄했다. 이런 겸손한 성정이랄까 담백한 자세는 그가 쓴 책에도 잘 드러나 있다. 다카노의 탐험담은 무엇을 읽어도 ‘나는 아무나 흉내 내기 어려운 일을 하는 특별한 인간’이라는 식의 더부룩한 대목이 전혀 없다는 게 매력이다. 한데 이렇듯 유쾌한 책들이 국내에도 다섯 권이나 출간됐지만 몇 권은 구하기조차 쉽지 않은 듯해 안타깝다. 어째서일까. 고민한들 내가 알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그가 계속 탐험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싶다는 것이 내가 이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한 ‘수수께끼의 독립 국가 소말릴란드’와 ‘아편 왕국 잠입기’ 정도는 번역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유머러스함과 통찰력을 내가 보증한다고 말해도 그다지 설득력은 없을 것 같지만.
  • [4·13 총선] 與 추경호·윤상직 국회 첫 입성… 더민주 기업인 김병관 당선

    [4·13 총선] 與 추경호·윤상직 국회 첫 입성… 더민주 기업인 김병관 당선

    최경환 4선·김광림 3선 성공 전하진 前한컴 대표는 석패 이번 총선에 대거 출사표를 던진 경제관료와 경제계 인사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야당이 꺼내 든 ‘경제 심판론’이 먹히면서 ‘안정권’이라는 평가를 받던 상당수 여당 후보도 예상을 깨고 분루를 삼켰다. 경제관료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을 진두지휘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비례대표 2번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진박 후보’ 감별사로 전국을 누빈 경제부총리 출신의 새누리당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도 4선에 성공했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새누리당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도 3선 고지에 올랐다. 중소기업청장 출신의 이현재(경기 하남) 의원 역시 여의도에 재입성했고, 대구 진박 후보의 대표격인 새누리당 추경호(대구 달성, 전 국무조정실장) 후보도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부산 기장) 새누리당 후보도 초선 의원이 됐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더민주의 김진표(경기 수원무) 전 의원과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서울 종로) 더민주 의원도 50% 안팎의 지지로 20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했다. 특히 정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대권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왔지만 본선에서는 ‘정치 1번지’ 종로를 거뜬히 지켜 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이종구(서울 강남갑) 전 새누리당 의원도 17, 18대에 이어 3선에 성공했다. 반면 새누리당 진박 후보에 밀려 무소속으로 나왔던 류성걸(대구 동갑) 전 기획재정부 2차관과 더민주 후보로 나선 이용섭(광주 광산을) 전 국세청장은 낙선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송석준(경기 이천) 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과 권석창(충북 제천·단양) 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도 금배지를 달았다. 기업인 중에서는 더민주 후보인 김병관(성남 분당갑) 웹젠 이사회 의장이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 후보인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을 누르며 여의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새누리당의 박덕흠(충북 보은·옥촌·영동·괴산, 전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전하진(성남 분당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지만 2위에 그쳤다. 무소속 후보인 권은희(대구 북갑) 전 KT 전무도 진박 후보인 정태옥 전 대구시 부시장에게 밀려 낙선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영입한 양향자(광주 서을) 전 삼성전자 상무도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는 무소속 유승민(대구 동을, 전 KDI 연구원) 후보와 이혜훈(서울 서초갑, 전 KDI 연구원) 새누리당 후보, 더민주의 비례대표 4번인 최운열 서강대 석좌교수가 당선됐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봄 내음 따라온 3色 ‘오페라 선율’

    봄 내음 따라온 3色 ‘오페라 선율’

    국립오페라단 서정적 ‘루살카’ 첫 소개 홍혜란 국내 데뷔 동화같은 ‘사랑의 묘약’ 가장 핫한 테너 멜리 출연 ‘가면 무도회’ 오페라 마니아들에게 올봄은 ‘호재’다. ‘체코판 인어공주’ 이야기를 담은 국내 초연작에 해외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차세대로 꼽히는 성악가들이 등장하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줄지어 오르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를 처음 소개한다. 독일 작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인간을 사랑한 물의 요정 루살카를 주인공으로, 순수한 자연과 이를 파괴하는 문명을 대비해 극적인 음악을 펼쳐낸다. 지난 3월 안나 네트렙코가 내한 공연에서 선보여 갈채를 받은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는 서정적이고 애수가 깃든 이 오페라의 성정을 보여주는 대표곡이다. 연출을 맡은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동화나 만화영화 등을 통해 우리에게 친밀한 소재”라면서 “심오한 깊이를 가진 음악과 드라마로, 캐면 캘수록 보석 같은 진귀한 내용이 많다”고 소개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스위스 바젤국립극장 전속 가수로 발탁된 소프라노 서선영이 루살카 역으로 활약한다. 1만~15만원. (02)580-3540. 서울시오페라단은 다음달 4~8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무대에 올린다. 시골 남녀의 순박한 사랑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린 ‘사랑의 묘약’은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촐리가 동서양의 고전미가 어우러진 동화 같은 오페라로 꾸밀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활약해 온 소프라노 홍혜란(아디나 역)의 국내 전막 오페라 데뷔작이기도 하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만~12만원. (02)399-1783~6. 수지오페라단은 오는 15~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가면 무도회’를 선보인다. 1792년 실제 일어난 스웨덴 왕 구스타프 3세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베르디 오페라로, 이탈리아 도니제티 극장의 예술감독이자 극장장인 프렌체스코 벨로토가 연출한다.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가 리카르도 역을, 소프라노 임세경이 아멜리아 역을 맡는다. 임세경은 지난해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아이다 주역으로 서며 페스티벌 102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출연자로 눈길을 끌었다. 3만 3000~28만원. (02)580-130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론] 좌절의 시대, 프라임 사업에 바란다/신상협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시론] 좌절의 시대, 프라임 사업에 바란다/신상협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봄을 맞아 대학 교정에 꽃이 만개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은 마치 학생 같다. 꽃처럼 아름다운 인재들,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가 대학에서 생동감 있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대학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언제나 즐겁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교육’과 ‘연구’다.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 함께 인류 문명의 진보를 위한 다양한 연구 활동은 지금까지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대학은 시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책무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의 존재 이유가 흔들릴 때도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 세대가 낙담하는 그야말로 ‘좌절의 시대’다. 대학에서 아름답게 피었던 꽃이 일자리 부족으로 사회에 나가기 전 시들어 버리고 빛을 잃는 모습도 종종 본다. 교육과 연구로 충만해야 할 청춘이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 탓에 교육과 연구 대신 ‘스펙’을 쌓고자 오늘도 청춘은 방황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흐름에 맞춰 인재를 배출해야 하는 대학의 고민도 점점 더 깊어만 갈 수밖에 없다. 대학의 이런 고민을 위해 시작된 게 바로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사업’(프라임 사업)이다. 프라임 사업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산업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도록 미래 유망 분야의 인력 양성을 조정하는 대학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대학에는 2018년까지 매년 총 2000억원의 지원금을 준다. 미래 산업 수요에 맞춰 대학의 기존 학문 단위를 조정하거나 학과 정원을 조정한 대학의 노력을 평가해 선정된 대학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한마디로 21세기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 내는 데 필요한 대학의 변화를 프라임 사업을 통해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요즘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릴 듣는다. 어느 대학은 수백 명을 줄인다 하고 이에 따른 교내 잡음이 보도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대학의 처지에서 볼 때 학과 정원 조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학과 간 이익이 첨예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독단적으로 결정 내리기도 불가능하다. 또 대학은 대학마다 고유의 창학 이념이 있고 이를 위한 고유한 발전계획도 갖고 있다. 미래 사회 변화 및 수요를 기반으로 학문 변화를 꾀하는 것은 대학의 책무이고 융합 학문의 중요성 역시 누구나 공감하지만 프라임 사업으로 대학별 학문 분야의 차별성·고유성 및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대학 입장에서 이 같은 프라임 사업의 역기능에 대해 비판하자면 밤새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라임 사업의 목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공감하기에 섣불리 비판하기가 어렵다. 온갖 잡음에도 프라임 사업이 추구하는 큰 방향은 옳다는 게 대학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미래 사회 변화 및 산업 수요를 반영한 프라임 사업은 대학 변화를 이끌고 학문 단위의 최적화를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원금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이 프레임 자체는 대학에 또 다른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초학문에 대한 충분한 고민, 대학의 역할과 특성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대학들의 우려 섞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학 무한경쟁 시대가 되면서 막대한 지원금이 걸려 있는 프라임 사업에 대해 대학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지원금을 주는 교육부는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프라임 사업이 고등교육의 환경 변화에 따른 대학의 역할, 대학별 학문 경쟁력을 기반으로 산업 수요에 대응하고 대학 자체적으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통한 대안이 도출되도록 앞으로도 이를 지원하고 보완, 강화해야 한다. 프라임 사업이 대학 스스로 자율적으로 고등교육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대학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동시에 대학의 변화를 안착시키도록 프라임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는 교육부의 모습도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사업의 가장 큰 목표는 꽃과 같은 우리 학생을 활짝 피어나게 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대학도, 교육부도 잊지 않길 바란다.
  • 김현수 설움 날린 MLB 첫 안타

    김현수 설움 날린 MLB 첫 안타

    볼티모어 5번째 경기만에 출전…내야 안타로만 멀티히트 작성 김 “더는 홈팬 야유 안 받을 것…기념공은 금고에 넣어둘래요” “더는 야유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메이저리그(MLB) 개막 4경기 동안 벤치에서 속을 까맣게 태웠던 김현수(28·볼티모어)가 마침내 참았던 울분을 토해냈다. 김현수는 11일 탬파베이와의 홈전경기에 9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면서 데뷔 첫 타석 안타와 데뷔전 ‘멀티 히트’의 한국인 타자 역사도 새로 썼다. 팀 5번째 경기만에 출장 기회를 잡은 김현수는 1-0이던 2회 첫 타석에서 상대 우완 선발 제이크 오도리지의 시속 143㎞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빗맞은 타구는 투수와 3루수 사이를 향했고 김현수는 전력 질주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매니 마차도의 대포로 홈을 밟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김현수는 홈팬들의 박수와 동료들의 환호를 받았다. 4회 2루 땅볼로 물러난 그는 7회 1사 후 세 번째 타석에서 불펜 에라스모 라미레스의 직구를 때려 내야 안타를 일궜다. 상대가 펼친 ‘시프트’(수비 이동)가 역효과를 냈다. 김현수는 곧바로 대주자와 교체됐다. 그의 안타 2개는 장타도 아니었고 특유의 ‘빨랫줄’ 타구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현수의 간절함을 담은 전력 질주로 얻은 값진 안타여서 마음 한구석의 앙금을 씻어내고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볼티모어는 5-3으로 이겨 개막 5연승을 질주했다. 김현수는 “첫 타석에서 안타의 행운이 따라줘 마음이 놓였다”면서 “그때(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개막전에서 홈팬들이 보낸 야유) 생각이 나기도 했다. 더는 야유를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관중들의 박수 덕분에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첫 안타 공을 건네받는 김현수는 “아무도 못 가져가도록 금고에 넣어둘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개막을 앞두고 마이너리그행을 종용했던 벅 쇼월터 감독은 “지금 현재 상황과 상관없이 우리는 동료 대 동료로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김현수)가 조금이라도 성공하고, 팀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 그리고 그는 그걸 해냈다. 모두가 만족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은 이날 애틀랜타와의 원정 경기에서 5-6이던 7회 등판해 삼진 2개와 땅볼 등 무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팀이 8회 7-6으로 전세를 뒤집으며 12-7로 이겨 승리(구원승)까지 챙겼다. 한국인의 빅리그 승리는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류현진(LA 다저스)이 거둔 선발승 이후 588일 만이다. 구원승은 박찬호가 피츠버그 시절이던 2010년 10월 2일 플로리다전에서 기록한 이후 2018일 만이다. 오승환은 4경기(3과3분의2이닝) 연속 무안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11개의 아웃카운트 중 8개가 삼진이고 4개의 볼넷 중 2개는 더그아웃의 지시에 따른 고의 볼넷이다. 한편 박병호(30·미네소타)는 이날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이대호(34·시애틀)는 연장 10회 대타로 나섰으나 삼진으로 돌아섰다. 추신수(34·텍사스)는 종아리 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관가 블로그] 강화된 청사 보안… 민원인 불편 어떻게

    [관가 블로그] 강화된 청사 보안… 민원인 불편 어떻게

    출입문에 엑스레이·금속탐지기… 근무 중 청소 ‘진풍경’까지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이모 사무관이 지각하게 된 사연은 이랬다. 서울에서 세종을 오가는 출퇴근 버스가 지연돼 헐레벌떡 청사로 뛰어오니 오전 9시 전에는 늘 열려 있던 회전식 쪽문이 닫혀 있었다. 쪽문 앞에는 공무원들이 길게 늘어서 출입증을 찍고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차례를 기다리다 쪽문을 통과해 건물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엑스레이 탐지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 검사만 받으면 되겠지 했는데,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 온몸을 훑었다. 이 사무관은 주머니 속 먼지까지 탈탈 턴 후에야 사무실행 엘리베이터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6일 ‘공시생’ 송모(26)씨의 인사혁신처 침입 사건이 알려진 뒤 정부청사엔 비상이 걸렸다. 8일부터 금속탐지기가 등장했고, 평소 2명 수준이던 출입구 방호 인력이 2배로 늘었다. 공항 수준의 검색에 공무원들 사이에선 곧 탐지견도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공시생 송씨가 출입증을 훔친 장소인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체력단련실 156개 개인 사물함에는 잠금장치가 설치됐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출입로와 연결된 서울청사 지하 1층 남문은 7일부터 폐쇄됐다. 야간 순찰도 강화돼 서울청사 본관과 별관에선 6일부터 3인으로 구성된 특별순찰조가 근무하고 있다.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청사 안팎을 점검하며 청사에 남은 인원을 파악한다. 정부대전청사와 세종청사는 아침 사무실 청소 시간을 오전 7시에서 9시로 늦췄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미화원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가뜩이나 바쁜 아침 시간, 일하는 공무원을 피해 미화원들이 바쁘게 비질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혼란스럽다는 민원에 대전청사는 출근자가 있는 사무실에 한해 청소 시간을 오전 8시로 당겼다. 점심시간 세종청사에선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으니, 나갈 때 꼭 문단속을 해 달라”는 구내방송이 나왔다. “인사처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냐. 보안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불만을 터뜨렸다. 보안은 강화됐지만,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이 많은 사회 부처들은 고민이 많다. 보건복지부의 한 공무원은 “관(官)은 국민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하는데, 오갈 때마다 검문검색을 하고 공무원을 대동하게 하니 민원인들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특수경비원들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인원은 제한적인데 보안이 강화되다 보니 2시간 근무 후 2시간 쉬던 근무 시스템이 2시간 근무 후 1시간 휴식으로 바뀌었다. 한 경비원은 “이동 시간을 빼면 그나마 1시간도 못 쉬고, 이렇게 피로도가 누적되다 보니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청사 경비 인력은 총 535명, 이중 보안·경비를 주로 담당하는 사람은 431명이다. 다른 경비원은 “사람이라도 늘리고선 보안을 강화해야 하는데, 있는 인력을 쥐어짜니 용역 경비원들만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털어놨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포토] 재클린 페르난데스, 섹시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포토] 재클린 페르난데스, 섹시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발리우드 배우 재클린 페르난데스가 10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부부와 함께하는 자선무도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아이쉬와라 라이 밧찬 ‘인도 여신’

    [포토] 아이쉬와라 라이 밧찬 ‘인도 여신’

    발리우드 배우 아이쉬와라 라이 밧찬(Aishwarya Rai Bachchan)이 10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부부와 함께하는 자선무도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템스강서 또다시 정체불명 괴생명체 포착

    템스강서 또다시 정체불명 괴생명체 포착

    영국에서 또다시 정체불명 거대 괴생명체가 포착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5일 유튜브 사용자 레아 K(Lea K)가 촬영해 올린 런던 그리니치 O2 경기장 인근 템스 강 인근 정체미상의 거대 생명체가 담긴 영상을 보도했다. 이 거대 괴생명체의 모습은 지난달 26일 유튜브 사용자 펜 플레이트(Penn Plate)가 템스 강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에미레이트 에어라인’에서 찍은 생명체의 모습과 비슷하다. 템스 강의 네시(NESSIE IN THE THAMES)란 제목의 18초짜리 짧은 영상에는 수면 위로 잠시 모습을 드러낸 검은 괴생명체가 포착돼 있다. 영상을 올린 레아 K는 “모두가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보고 있어서 아무도 이 괴생명체를 목격하지 못했다”면서 “그것은 아마도 쓰레기였을지도 모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카메라에 포착된 생명체가 무엇인지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템스 강에서는 2006년 어린 암컷 고래가 수영하는 모습이 발견됐으며 그 이후부터 50마리의 고래와 450마리의 작은고래 및 돌고래들이 종종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lea K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100년 현대사 ‘비운의 1번국도’ 시작점, 목포

    100년 현대사 ‘비운의 1번국도’ 시작점, 목포

    길은 거기에서 시작됐다. 뭇 사내들과 아낙들이 이고 진 채 거처를 옮겨다니며 발바닥으로 꾹꾹 다진 길이었다. 정주(定住)의 안온함을 뒤로 하고 삶을 찾아, 죽음을 피해 옮겨야함[移住]은 인간의 새로운 숙명이 되었다. 애초에 인간은 짐승과 흡사했다. 머무르지 않았고, 머무를 수 없었다. 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역시 근대에 접어들며 오랫동안 인간의 발때 묻은 길을 대신하는 길을 만들었다. 아스팔트로 널찍하게 다져진 국도는 새로운 길의 시작이었고,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선거는 끝났고, 누군가는 낙담하고 누군가는 환호한다. 덤덤한 마음으로 길을 떠나야할 때다. 대한민국의 국도 1번이 시작되는 길을 찾았다. 전남 목포다. 영산로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북쪽으로 이어졌다. 나주, 광주, 장성을 거쳐 전주, 천안, 평택, 서울을 지나 파주까지 잇고 있다. 철책에 막혔을 뿐 북한땅 신의주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1번 국도는 제 모습을 완성시킨다. 식민의 시절에 닦여 전쟁과 분단으로 가로막힌 한국 현대사 속 비운의 길이며, 여전히 사람의 손길, 발길을 갈망하는 미완성된 길이다. 그렇게 길의 시원(始原)을 더듬어 갔다. ●신의주까지 939㎞·판문점까지 498㎞1, 2번 국도의 시작인 영산로의 시작점에 ‘국도 1, 2호선 기점’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과 도로원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신의주까지는 939㎞이고, 판문점까지는 498㎞임을 알려 준다. 도로원표 너머 바로 위쪽에는 얼마 전까지 목포문화원으로 쓰던 건물이 영산로를 굽어보고 있다. 원래는 목포일본영사관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목포일본영사관은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의의가 깊기에 1981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일제는 1897년 10월 1일 목포항을 개항한 이후 1900년 1월 이곳에 일본영사관을 착공한 뒤 열 달 만에 완공했다. 쌀과 소금 등 수탈 물자를 본국으로 실어 날라야 했고, 본국에서 가져온 전쟁물자를 만주 대륙으로 가져가야 했던 그들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길이었다. 100년 전 어느 날 이 높은 곳에서 '대동아공영권 건설의 큰 뜻'을 품은 채 흐뭇하면서도, 우려 섞인 눈빛으로 이 길을 주시했을 그들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무료한 표정으로 옛 식민의 수뇌부가 봤을 눈높이쯤에 놓인 벤치에 앉아 영산로를 내려다보고 있는 중씰한 사내 두엇의 시선 역시 그 길 언저리에 닿아 있다. 옛 일본영사관 돌계단 아래 도로원표 옆에는 놀이터가 있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만 서너 명 길가에 걸터 앉아 두런거리고 있다. 이제는 쇠락했지만 한때 조선 땅 최고의 번창함을 자랑했던 목포시 영산로는 세상의 변화와 시대의 교체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쇠락한 식민지 중심가에는 고적함만 피식민의 좌절과 울분 서린 기억은 잠시만 접어 두자. 영산로는 누가 뭐래도 목포 제일의 번화가였다. 돈이 모였고, 문화와 예술이 모였고, 멋과 풍류가 모였다. 호남 최대의 일본식 정원이 꾸며진 이훈동 정원과 그의 호를 딴 성옥기념관은 그 시절이 당대를 어떻게 선도했는지 고스란히 증명한다.이훈동정원은 1930년대 일본인이 지은 집을 당시 조선내화 창업자인 이훈동이 사들여 꾸몄다. 여전히 ‘이훈동’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석등과 석탑, 연못, 정원 등은 일본 여느 곳보다 더 일본의 전통을 품고 있으며 일본식 정원에 없던 벚나무, 동백나무 등 여러 꽃나무들을 심어 자신만의 뜰로 꾸며 놓았다. 호남에서 가장 큰 개인 정원이라는 설명도 덧붙는다. 너무도 유명한 곳이지만 개인 소유 건물이기에 미리 목포시 등을 통하지 않고는 들여다보기 어렵다. 이훈동 정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바로 옆 성옥기념관에서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다. 각종 개인 소장품과 당시 기록물 등은 조선내화 창업자이자 전남일보 발행인으로서 성옥 이훈동이 목포, 전남 경제권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짐작하게 하고 나아가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특히 그곳 근처에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잔혹상이 있다. 바로 목포근대역사관이다. 일제의 조선 수탈 전진기지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을 개조해 만들었다. 당시 8곳에 이르는 동양척식회사 지점 중 소작료를 가장 많이 거둔 곳이다. 2층에는 일제의 잔혹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까지 있을 정도다. 문구 만으로도 당시의 잔혹한 식민지 수탈의 참상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역사관 맞은편 모퉁이에는 적산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가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많이 탔다. 호남선의 종착역인 목포역은 영산로 시점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가는 길에 초원실버호텔 오른쪽이 오랜 시절 복달임하는 음식으로 손꼽히던 민어회를 전문으로 파는 ‘민어의 거리’다. 식민의 시절은 물론 지금까지도 날이 서서히 더워지는 7~8월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물론 값이 많이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곳들은 목포를 찾는 이라면 결코 모두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영산로를 모두 밟으려면 신의주, 최소한 파주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짧은 10분 남짓 동안 느린 걸음만으로도 100년 남짓의 시간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간 이동의 길이다. 사진=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목포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해외여행 |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세상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

    해외여행 |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세상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

    ●세상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 글래시어 익스프레스Glacier Express 생모리츠에서 출발한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지역인 알불라 베르니나 라인을 지나 쿠어로 향한다. 그라우뷘덴주의 주도 쿠어를 지나면, 스위스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라인Rhine 계곡으로 쑥 빠져 들어간다. 라인 계곡의 깊이는 무려 400m. 드라마틱한 풍경이 펼쳐진다. 웅장한 절벽과 울창한 숲을 지난 후에는 2,033m에 이르는 오버알프 패스Oberalp Pass에 접어든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들이 온 세상을 덮고 있다. 믿기지 않는 창밖 풍경에 나지막이 감탄사를 내뿜을 따름이다. 열차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빙하로 알려진 론Rhone 빙하지역을 지나 브리그로 향한다. 도시로 들어온 열차는 숨을 고른 후, 다시 설국으로 진입한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는 91개의 터널을 지나고 291개의 다리를 건너면서, 숨 막히는 설국의 파노라마를 보여 준다. 기차는 빠르다. 그러나 세상에는 빠른 기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부 알프스의 동서를 이어 주는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는 기차라면 무조건 빨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 준다. 카멜레온 같은 글래시어 익스프레스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터널인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Gotthard Base Tunnel이 2016년 6월 문을 연다. 스위스 남부 알프스를 관통하는 터널로 길이가 무려 57km에 이른다. 이 터널로 취리히에서 밀라노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시간 줄어든다. 기차는 최고 속도 250km로 이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이처럼 빛나는 속도가 힘이 될 때가 있는가 하면, 달팽이처럼 느린 것이 아름다울 때도 있다. 291km를 평균 시속 37km로 달리는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는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겨울 스포츠의 메카 생모리츠St. Moritz에서 마테호른이 숨 쉬는 체르마트Zermatt까지 가는 데 무려 7시간 45분이나 걸린다. 이렇게 느린 속도는 한 번의 기차여행을 인생의 여행으로 만들어 준다. 달콤한 치즈케이크에 커피 향을 즐기며 사방이 눈으로 덮인 알프스의 풍광을 바라보노라면 ‘인생은 아름다워’가 절로 흘러나온다. 세계 부호들의 겨울 휴양지, 생모리츠 글래시어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생모리츠는 겨울의 스위스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해발 1,830m 높이에 겨우 6,000명이 살고 있는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매해 이곳에는 2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호텔 중 60%는 4, 5성급. 프랑스 파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중심가에는 명품숍이 즐비하다. 역사도 깊다. 1882년 유럽 최초의 아이스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가 이곳에서 개최됐고, 동계올림픽도 1928년과 1948년 두 번이나 열렸다. FIS 알파인 세계 스키 챔피언십은 1934년을 시작으로 생모리츠에서 이미 네 번 진행되었으며, 2017년 다섯 번째 개최를 앞두고 있다. 봅슬레이의 고향도 생모리츠다. 은빛 설원이 반짝이는 풍광을 자랑하는 생모리츠는 다른 곳에 비해 높은 일조량을 자랑한다. 길거리 곳곳에 태양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걸려 있고 어디에서나 방긋 웃는 태양 마스코트를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한 호텔과 거리도 멋지지만 생모리츠는 역시 자연이다. 눈덮힌 생모리츠는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괴테도 반한 평화로운 마을, 실스 자연의 아름다움을 따지자면 실스Sils도 빠질 수 없다. 실스는 줄리엣 비노쉬와 크리스틴 스튜어드가 열연한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배경으로 등장한 마을로, 생모리츠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실스호수와 실바플라나 호수를 양쪽에 품고 있어,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안겨준 곳으로도 유명하다. 독일의 철학자 괴테도 이곳에서 평화로운 노년을 보냈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곳이야말로 피난처이자 집 같아”라고 썼을 정도다. 괴테의 집은 실스 마을 안에 박물관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괴테가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실스호수에서 사람들은 컨트리 스키를 타고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붙잡고 산책도 즐긴다. 더 없이 평화로웠다. 호수 위에 떨어지는 햇살이 마법 같은 빛을 뿜어내며,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동화 속 마을 ‘구아르다’ 생모리츠에서 산을 넘어 한 시간쯤 달리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마을이 나온다.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구아르다Guarda다. 마을은 17세기 중반의 모습을 품고 있다. 얼핏 보면 영화세트장 같다. 그러나 한 바퀴 둘러보면, 오래된 것이 주는 아늑함과 우아함에 세트가 아니라 진짜임을 알 수 있다. 구아르다는 <쉘렌 우르슬리Schellen ursli>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쉘렌 우르슬리는 스위스 동화작가 알로아 카리지에의 동화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 이상으로 스위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2014년 영화로 만들어져 같은 시기에 개봉했던 007시리즈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을 정도다. 우르슬리라는 이름의 꼬마가 축제에 가져갈 방울을 얻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과 따뜻한 우르슬리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작가는 구아르다에 있는 집을 보고 영감을 얻어 우르슬리의 집을 그렸다고 한다. 구아르다의 집들은 특별했다. 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이라, 추위를 피하기 위해 벽을 두껍게 만들고 창은 작게 냈다. 작은 유리창에는 하얀 레이스로 앙증맞게 수를 놓았다. 집 하나하나가 골동품이었다. 무심결에 들여다본 집 안에는 순한 양들이 모여 겨울을 나고 있었다. 생모리츠와 실스, 구아르다로 이어진 작은 마을 산책과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를 타고 돌아본 스위스 겨울 기차여행. 시간이 켜켜이 쌓인 오래 된 마을들을 여유롭고도 느긋하게 돌아본 시간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nfo St. Moritz Navigation | 취리히에서 생모리츠까지는 약 200km. 기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실스나 폰트레지나 등 생모리츠 주변을 함께 여행할 때는 생모리츠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www.engadinbus.ch에서 버스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Place | 니체하우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하루 3시간만 개방한다. 월요일 휴무. nietzschehaus.ch/en생모리츠 www.stmoritz.ch, 구아르다 www.guarda.ch 그라우뷘덴 관광청 en.graubuenden.ch 글래시어 익스프레스 | 소요시간 생모리츠-체르마트 7시간 45분 요금 스위스트래블패스로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예약 필수. 예약비는 CHF13. 메뉴 오늘의 메뉴와 3코스 런치 중 선택. 오늘의 메뉴는 CHF30, 3코스 런치는 CHF43. 와인과 커피, 각종 음료는 열차 안에 파노라마 바가 있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기념품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를 본뜬 USB 메모리스틱과 마그네틱, 약간 기울어진 와인잔 등 독특한 기념품들을 열차 안에서 구입할 수 있다. www.glacierexpress.ch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irter 채지형 취재협조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단독]총선 이후 조선업계 ‘빅3’ 체제 손본다

    中·日 등 경쟁국 구조조정, 韓 턱밑 추격 정부가 오는 13일 총선 이후 조선업계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체제에도 칼을 대기로 했다. 민간 자율에 맡겨서는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기로 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이대로 놔둬서는 조선업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구조조정을 안 하면 조선은 물론이고 국내 다른 산업도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총선이 끝난 뒤 노동·금융·교육 공공 분야 등 4대 개혁과 더불어 산업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면서 “특히 조선업 부실 정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형 조선3사가 낸 손실만 6조원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20억원만 부도가 나도 경영자가 구속된다”면서 “1조원 이상 적자를 내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동안 정부가 총선을 의식한 나머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은 이미 구조조정 사이클이 시작됐다. 어느새 일본 조선업계는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한·일 간 조선시장 점유율이 3.1% 포인트 차(지난해 말 기준)로 좁혀졌다. 8일(현지시간) 조선업계 권위지인 ‘트레이드윈즈’도 국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가능성을 공식 제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21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나는 代母 고양이다’

    ‘21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나는 代母 고양이다’

    무려 21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입양되지 못한 노령의 유기묘를 계속해서 돌보아 온 한 유기묘 보호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는 '웬즈베리 고양이 구호소'(Wednesbury Cat Sanctuary)에서 일생 대부분을 보낸 24세 노령 고양이 틸리의 사연을 소개했다. 삼색얼룩고양이(tortoiseshell cat) 틸리는 지난 1995년 한 가정집 마당에서 발견돼 현재의 보호소로 옮겨졌다. 보호소장인 조이스 클라크(62)는 “당시 틸리는 새끼를 낳고 있었고,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것으로 보였다”고 말한다. 이후로 틸리는 다른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보호소에 기거하며 자신을 데려갈 주인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양이 입양을 문의하러 보호소를 찾은 사람들 중 틸리를 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무려 약 3만 명의 손님이 틸러 외의 다른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틸리의 성격이었다. 조이스는 “아무도 틸리를 원하지 않았다. 다들 가까이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를 원했지만 틸리는 그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 “틸리는 가끔 까다롭게 굴거나 인간을 앞발로 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인간에게는 살갑게 굴지 않지만 조이스에 따르면 틸리는 온화할 뿐만 아니라 매우 자애로운 고양이다. 틸리는 보호소를 찾아온 고양이들 중 몸을 다친 개체들을 일일이 돌보는 보호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조이스는 “간혹 신체 일부가 마비된 고양이, 혹은 눈이 먼 고양이들이 보호소에 오면 틸리는 그런 고양이들을 돌봐줬다”며 “틸리의 보호를 받는 고양이들이 틸리 옆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자상한 고양이지만 틸리가 누군가의 가정에 입양되는 일은 이제 영영 일어날 수 없게 됐다. 바로 틸리 자신의 건강 때문이다. 조이스는 “보호소를 운영해 온 오랜 시절 동안, 틸리보다 늙은 고양이가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긴 세월 끝에 결국 틸리는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틸리의 앞날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조이스는 “틸리는 늙었지만 건강하다. 그녀를 지금까지 보호할 수 있었던 것도 늘 건강했던 덕분이다”며 “보호소는 건강한 고양이를 절대 안락사 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므로 틸리를 끝까지 아무도 원치 않는다면, 보호소 측에서 틸리를 돌볼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미러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부부가 탄 제트스키에 상어가 ‘쿵’…아찔한 순간

    부부가 탄 제트스키에 상어가 ‘쿵’…아찔한 순간

    제트스키를 타던 부부가 상어와 마주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영국 더 선과 호주 나인뉴스 등 외신들은 최근 호주 퀸즐랜드 프레이저 섬 인근 해안에서 리비 윌리엄스와 그의 남편이 탄 제트스키가 상어와 충돌하는 순간이 포착된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을 보면 두 부부가 탄 제트스키 아래로 시커먼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확인된다. 상어다. 잠시 후 녀석은 부부가 탄 제트스키 쪽으로 다가오더니 이내 아랫부분을 들이받는다. 다행히 제트스키는 전복되지 않았고, 두 부부 모두 다친 곳 없이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이 특별한 경험이 담긴 영상을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윌리엄스는 “우리는 물에 비친 몸집이 큰 상어를 발견했다.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녀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비록 녀석과 충돌했지만 다행히 아무도 부상당하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진 영상=LiveLeak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사설] 여야, 지역 정서에 기대거나 자극할 생각 말라

    4·13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은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분위기다. 여야의 텃밭인 대구와 광주를 중심으로 고질병인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깊어진 정치 혐오증 상황에서 투표 자체를 고민하는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릴까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오늘부터 이틀간의 사전 투표가 1차 승부처라는 판단 아래 여야의 선거전략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정치를 4류로 몰고 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를 보자. 새누리당 대구 지역 출마 후보 11명은 그제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던 최경환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패권 공천’을 용서해 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 지역에서 탈당한 유승민 후보 등 무소속 돌풍에 고전하면서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읍소작전을 펼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최근에도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요새 대구 선거에 걱정이 많으셔서 밤잠을 못 이루시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펼쳐 구설에 올랐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박 대통령을 도와주십시오’라는 선전 문구로 재미를 봤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대구 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유권자들을 너무도 우습게 보는 처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30년 동안 야당만 찍어서 얻은 게 뭐냐. 전북 도민들은 배알도 없나”라는 발언으로 지역 정서를 건드렸다. 여당을 뽑으라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공당의 대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얄팍한 술수를 부려서는 안 될 일이다. 어느 때보다 여야 후보가 난립하면서 막말과 흑색선전, 비방이 춤을 춘다. 욕먹는 건 잠깐이고 표만 얻으면 된다는 발상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광주에 ‘삼성 미래차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정작 삼성 측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돌풍에 텃밭인 광주가 흔들리자 앞뒤 가리지 않고 대기업인 삼성과 일자리를 앞세워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를 자처한 김 대표가 막무가내식으로 재벌을 끌어들이는 선거 전략은 광주의 표심을 되레 싸늘하게 만들 뿐이다. ‘호남의 적자’를 둘러싼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의 저질 공방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지역 정서를 자극하려는 저질 선거에 유권자들의 분노와 실망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총선 관련 벽보와 현수막들이 곳곳에서 훼손되는 사태에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표심이 담겨 있다.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패거리 정치의 얄팍한 술책이 선거판에 투영되면서 여야의 텃밭 표심이 분노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지지층 결속을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구태를 되풀이할수록 지지층들이 떠나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 정서에 기대는 정치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