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무도
    2026-06-2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230
  • [시론]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와 한국 경제/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시론]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와 한국 경제/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지구촌을 혼란에 빠뜨렸다. 당선 이후 주가, 금리, 달러 상승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던 전 세계 금융시장도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당선 연설의 안정감과 이후 행보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비쳤던 반면, 취임 이후에는 선거 기간에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가, 그리고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트럼프의 취임 연설과 이후 일련의 조치를 볼 때, 트럼프 미국의 지향점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이른바 미국 최우선이다.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교역 상대국들의 ‘불공정한’ 저가 제품 탓에 자국의 산업과 기업이 손해를 입었고 일자리도 줄어들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도 일자리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불공정한 무역협정 및 상대국의 조치를 바로잡아서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이 급격히 바뀌고 있고 미국 실업률이 이미 완전 고용 수준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트럼프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하지만 취임 초기 미국 우선 대외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심각성을 넘어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다. 여전히 초강대국인 미국이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헤게모니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데서 오는 불안 때문이다. 헤게모니는 한 국가의 경제·군사적 우월성과 세계를 이끌려는 의지에서 나오는데 미국은 자국 최우선주의로 의지를 버렸고, 중국은 의지는 있지만 아직 능력이 없다.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찰스 킨들버거는 1920년대 말 전 세계 대공황의 원인을 헤게모니의 부재에서 찾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관세를 수단으로 한 극심한 무역전쟁을 치르며 제로섬도 아닌 공멸의 길로 들어섰다. 결국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빠져들었다. 킨들버거에 따르면 당시 영국은 의지는 있었지만 능력이 없었고 미국은 능력은 있었지만 의지가 없었던 헤게모니의 부재 상태였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너무도 닮았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 국가의 역설적 상황을 표현한 트리핀 딜레마라는 게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24% 정도에 그치지만, 달러는 전 세계 외환 거래의 88%, 외환보유고의 64%를 차지한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경상·자본 거래를 위한 예비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실제보다 더 많은 달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체제는 미국에서 끊임없이 달러가 공급돼야 유지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자국 상품보다 외국 상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즉 경상 적자가 요구된다. 적자가 반가울 리 없는 기축통화 국가로서는 딜레마인 셈이다. 미국이 자국 최우선으로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나서면 현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 대안이 필요하다. 중국이 아직 미국의 대안이 아니라면, 그 대안은 2009년 중국이 제안했듯이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의 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대안과 그 이행 과정은 G20, G7, 적어도 G2의 긴밀한 협력을 전제로 한다. 현재의 대립과 갈등을 감안할 때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실물 및 금융 양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에 힘입어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추세 반전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회복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출 제조업은 현지 생산 확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던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내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권력·재산·위신, 셋 중 하나만 가져야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권력·재산·위신, 셋 중 하나만 가져야

    삼권분립(三權分立)은 근대국가의 특징이다. 역사상 근대는 솥(鼎)의 다리처럼 권력이 3개로 나누어지는 데서 시작한다. 단순히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져서 각기 독립적 기능(function)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하나로 작동하는 ‘응집된 전체’(cohesive whole)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사고를 했을까. 동양에서는 권력은 나누어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늘에 해가 둘이 아니듯이’가 그 상징적 표현이며 사고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직도 ‘근대’가 아니다.그러나 이 근대를 연 서양인들은 법을 만드는 권한, 법을 시행하는 권한, 법에 따라 재판하는 권한―국가 권력을 이 세 가지로 나눠 본 것이다. 국가기구도 이 세 가지 나눔에 맞춰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분리했다. 그 막강한 국가 권력이며 국가기구를 이 세 가지로 분립한 것이야말로 정치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3권 분립이 이뤄짐으로써 비로소 권력에 대한 견제가 가능했다. 견제 없는 권력은 예외 없이 절대 권력이 된다. 이 절대 권력을 3권 분립이 막는 것이다. 그만큼 3권 분립은 ‘엄청난’ 사상적 혁명이고, 제도적 발전이고, 그리고 ‘엄청난’ 인권적 성취다. 소위 말하는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는 이 분립 사고가 되지 않는 데서 시작되고 지속됐다. 권력은 한 곳에 모이면 절대화(絶對化)한다. 절대화는 ‘맞설 상대’가 없는 것이고,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나, 내 말, 내 의견, 내 지시, 내 명령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묘한 존재여서 아무도 나를 제약(制約)하지 않으면 나는 자의적(恣意的)이 되고 방자(放恣)해진다. 그리고 사악(邪惡)해진다. 이렇게 사악해진 나에게 그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칼이 주어진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억압과 횡포, 그리고 절대적으로 부패해 버린다. 그 절대 권력은 국민의 편에서 ‘절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권력을 향해 아무리 절규해도 국민의 편에 서 주지 않는다. 마침내 봉기해서 그 ‘절대권력’을 무너뜨리면 또 다른 ‘절대권력’이 다가온다. 해변을 때리는 파도처럼 물러갔다가 다시 오고, 그리고 그 모습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우리나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국가 권력을 부정적으로 본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가는 으레 국민들을 ‘속박하는’ 것 그리고 ‘기만하는’ 것, 힘으로 뭐든 빼앗아 가기만 하는 것, 덕이라고는 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하의 주인은 백성인데 군주라는 큰 도적이 나타나서 나라를 훔쳤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도 많이 나왔다. 국가 권력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사고, 부정적 인식, 부정적 가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3권 분립이 헌법으로 명문화되고 민주화로 학습되고 있는 지금도 권력에 대한 견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절대 권력적인 성향이 빈번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3ps가 소수에 집중되면 절대 불평등 3권 분립은 국가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꼭 같이 중요하다. 국가라는 권력기구에서만 3권 분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생활세계에서도 꼭 같이 필요하다. 사회는 등급화(等級化)된 세계다. 흔히 말하는 대로 높고 낮은 층으로 차별화된 사람들의 모임체다. 어느 사회든 반드시 위층이 있고 아래층이 있고 또 그 사이에 중간층이 있다. 각 층도 또 상중하가 있어 사람들이 속해 있는 층은 잘게 나누면 수도 없이 많다. 문제는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등급화된 세계 그 차별화된 층에 위치하게 하는가이다. 옛말에 개시동인(皆是同人)이라 해서 사람들은 모두 똑같다. 그런데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사람은 높은 층에, 어떤 사람은 낮은 층에 속하게 하는가. 그것은 사회적 희소가치의 불평등한 배분 때문이다. 어떤 사회든 누구나 열망하고 추구하는 사회적 희소가치는 앞 회(回)에서 이미 열거한 대로 세 가지가 있다. 권력(power)과 재산(property), 위신(prestige)이 그것이다. 앞에 모두 ‘p’ 자가 있어 서구 사회학자들은 이를 ‘3ps’라 한다 했다. 이 세 가지 모두를 다 가지고 있으면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높은 층이다. 상중에서도 상층이다. 그중 2개는 물론 한 개만 가지고 있어도 상층에 속한다.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으면 하층이고, 중간 정도라도 갖고 있으면 중층이 된다. 중요한 것은 권력기구의 3권 분립처럼 사회에서도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갖는 것이다. 정치인처럼 권력 가진 사람은 재산을 노려서는 안 된다. 기업인처럼 재산 가진 사람은 권력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학자, 교육자, 언론인, 예술인, 체육인처럼 높은 위신, 명예와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권력이나 재산, 그 어느 것도 추구해선 안 된다. 이것이 사회적 3권 분립이다. 국가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절대 권력이 되듯이 사회도 이 3가지 희소가치가 소수 사람들이나 소수 집단에 집중되면 ‘절대 불평등’이 된다. 절대 권력하에서 살 수 없듯이 절대 불평등하에서도 살 수 없다. 절대 권력이 국가를 붕괴시키듯이 절대 불평등도 사회를 붕괴시킨다. # 정치나 기업 경영에 뛰어들려면 교수직 내놔야 그중에서도 더 강조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권력 가진 사람보다, 재산 가진 사람보다 명예와 존경을 받는, 위신 가진 사람이 사회적 3권 분립에 더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위신 가진 사람의 이름이 권력이나 재산 가진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추하게 나쁘게 더럽혀진다는 것이다. 자손들이 얼굴을 들 수 없도록 썩은 냄새가 악취를 풍긴다는 것이다. 예부터 최고의 악취는 ‘썩은 먹물 냄새’라 했다. 실제 자연 상태에서도 먹물 썩은 냄새가 그 어떤 냄새보다 지독하다. 위신은 먹물이나 진배없다. 오직 위신 하나만 가져도 최고의 가치를 누리는 것이 된다. 둘째로 위신은 권력·재산과 달리 제2의 생명이다. 권력과 재산이 아무리 중요한 희소가치라 해도 생명은 아니다. 생명처럼 중히 여겨도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위신은, 특히 명예는 생명과도 맞바꾼다.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롱펠로는 ‘명성은 제2의 생명, 영생의 기틀’(A good fame is a second life and the groundwork of eternal existence)이라고 읊었다. 사람에게는 2개의 생명이 있다. 하나는 생물학적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학적 생명이다. 생물학적 생명은 유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원히 끝나게 돼 있다. 그러나 사회학적 생명은 유기체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갖는 명예이고 명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고 기록돼서 인구에 널리널리 회자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이미 지상의 사람이 아님에도 그 이름은 지상에 살아 있는 사람 이상으로 살아 있다. 물론 그 이름이 명성이 아닌 오명(汚名)으로 기억되는 것도 많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회학적 생명은 명예와 존경으로 칭송되고 추앙되는 가치 있는 이름이다. 그러려면 누구보다 위신 가진 사람이 수범을 보여 사회적 3권 분립의 전위에 서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학을 보면 너무 실망스럽다. 대학교수는 위신의 한 축(軸)이다. 그 희소가치를 점유한 채 권력이며 재산이라는 희소가치를 중복적으로 추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책 창안 능력이며,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며 능력이 남달라서 현실 정치나 기업 경영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다. 그것을 폄하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 해도 지식인으로 스승으로 올바른 평가를 받으려면 교수직을 흔쾌히 내놓아야 한다. 희소가치의 중첩적 점유는 본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 해만 있고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에는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교수가 될 수 있는 자격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 그 사람들을 나의 겸직 때문에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 사회적 3권 분립에 가장 충실한 것이다. 이 3권 분립에 가장 철저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도덕적 의무감을 가장 엄격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 불평등 지수는 떨어지고, 사회 갈등도 그만큼 줄어든다. 사회는 그만큼 온기가 돌고 사람들은 화합한다. 그중에서도 위신 가진 사람들의 3권 분립 행위가 핵심이다. 연세대 명예교수
  • 대기업 협력업체 고3 학생 자살 사건의 진실은

    대기업 협력업체 고3 학생 자살 사건의 진실은

    “여수산업단지 A산업 협력업체 고3 학생 자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1시 48분쯤 여수산단 A산업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여수 Y고등학교 3학년 정모군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 광주·전남지역 8개 시민단체들이 8일 성명서를 내고 “억울한 19세 고교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고등학교 졸업장도 손에 쥐지 못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이들 시민단체들은 “회사는 학생의 죽음을 ‘자살 충동을 호소한 위기의 학생’으로 확정 짓고, 경찰도 제대로 된 수사조차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자살로 결론을 냈다”며 “원청사인 A산업 역시 협력업체 단위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정군은 출근 닷새째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시 일하는 게 꿀잼’이라는 글을 남길 만큼 회사일을 즐거워했지만 12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과중한 업무지시와 관리자의 폭언 등에 대해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들 단체는 “정군은 A산업의 협력업체 B산업개발에 수습사원으로 자재관리 업무를 해야 했지만 다른 협력업체 관리자의 업무지시도 받아왔다”면서 “어리다는 이유로, 소속도 무시당한 채 제대로 업무도 익히지 못한 채 점심도 걸러가며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퇴로 없는 공간이 자살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들의 주검을 마주한 유가족은 불과 두 달 일을 했는데 지문이 닳아져 확인할 수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은 “사고 당일 친구들한테 저녁에 ‘취업 턱’을 낸다며 자신의 통장에서 10만원을 찾아놓으라고 했고, 엄마는 식당일 그만두고 쉬라고 했는데 갑작스레 주검으로 돌아왔다”고 울부짖었다. 숨진 정군의 아버지(49)는 “아들이 힘들다고 했을 때 그만두라고 할 것을 사회생활은 원래 힘드니 참고 일하라고 했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경찰은 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객관적 정황들에 대한 재조사하고, A산업 측은 제2, 제3의 청소년노동자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미움받을 용기/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미움받을 용기/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기원전 2세기 말에서 1세기까지 로마 공화정은 격동의 시대를 겪었다. 적극적인 대외 정복과 유랑족의 외침으로 전쟁이 잦았고, 식민지 건설과 부의 분배를 둘러싸고 민중과 귀족들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었다. 플루타르코스(46?~120?)는 ‘비교열전’에서 당시 빚어지던 정치가들의 비열한 짓이나 정의로운 행동들을 자주 기록했다. 기원전 100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민중의 눈치를 살피던 집정관 가이우스 마리우스(BC 156~ 86)는 호민관에 당선된 사투르니누스(?~ BC 100)와 결탁했다. 이 두 사람은 돈에 굶주려 싸움을 일삼는 무지한 민중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온갖 비열한 행동과 선동을 서슴지 않던 이들은 민중의 힘을 빌려 보수파를 대표하던 메텔루스(?~ BC 91)를 탄핵하기로 획책했다. 메텔루스는 아프리카의 누미디아를 정벌한 최고의 장군이자 집정관을 지낸 탁월한 정치가였다. 그는 “진실과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았고, 민중에게 아첨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그러니 자연히 마리우스나 사투르니누스 같은 민중파와 척을 질 수밖에 없었다. 사투르니누스는 귀족들의 권리를 축소시키는 토지 분배 법안을 내놓고 원로원 의원들에게 민중이 결정한 모든 사항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하라고 강요했다. 메텔루스는 그 법에 선서하지 않겠다고 했고, 다른 의원들도 그를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민중이 원로원 의원들을 민회에 불러내 선서하라고 요구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마리우스는 선서하지 않겠다던 이전의 말을 뒤집고 민중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선서했다. 귀족들은 마리우스의 배신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마리우스에 환호하는 민중이 두려워 뒤따라 선서했다. 흥분한 민중의 미움을 받을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메텔루스만은 그릇된 법률에 선서할 수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옳지 못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비열한 짓이고, 별 위험이 없을 때 명예로운 행동을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오. 그러나 정의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위험이 있더라도 정의를 지켜야 하오.” 결국 사투르니누스의 동의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메텔루스는 해외로 망명했다. 그 후 정국을 완전히 장악한 사투르니누스는 무도한 짓을 일삼다 살해되고, 이듬해에 이전의 결정을 후회한 민중의 결정에 의해 메텔루스는 귀환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탄핵정국에서 모략과 배신이 판을 친다. 정치인들은 민중의 환심을 사고자 앞장서 선동하거나 일신의 안위를 위해 좌고우면하고 있다. 민심은 변덕이 심하다. 분노한 민중의 위세에 눌려 정당한 법 집행이 표류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지도자는 오로지 진실과 정의에만 굴복하고 민중의 미움을 당당히 감내해 내는 이다.
  • [新전원일기] 3억 캐는 스마트팜 심마니

    [新전원일기] 3억 캐는 스마트팜 심마니

    어제까지 하던 일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누구에게든 달가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섰다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다는 일은 분명 두렵고 벅차고 불안한 일일 것이다. 그동안 살아 내기 위해 몸으로 익힌 것들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낯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다면 다른 세상의 문을 열기가 좀 수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런 세상의 문들은 못된 가면을 쓴 채 느닷없이 열린다. 그저 고개를 돌렸을 뿐인데, 나는 문고리조차 잡아 본 적이 없는데 문이 열려 있다. 다른 길이 없다면 가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른 나이에서부터 그런 경험을 해야만 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때론 무엇엔가 혹은 누군가에게 떠밀리기 전에 스스로 문을 박차고 여는 수도 있다.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일을 간단하게 해치워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능력은 외곬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겐 분명 부러운 능력이다.“장성에 아는 분이 계신가요?” “아무도 없습니다.” 나의 질문에 박윤희(51) ‘윤희네 농장’ 대표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새싹삼이라는 쌈채소가 있다는 걸 말해 준 이가 전남 장성 사람인데 그게 박 대표가 장성에 자리 잡은 이유였다. 영암과 담양에 지인들이 있었음에도 박 대표는 장성을 택했다. 낯선 환경을 체질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광주를 떠나 장성에 새로운 터전을 잡은 박 대표 결정 역시 가마솥에 콩 볶듯 치러 냈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이 불운일지 행운일지 가늠해 보지도 않고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아무런 인연도 없는 농촌으로 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자존감과 의지가 강하고 순발력도 뛰어난 사람들은 단숨에 다른 세상의 문을 뛰어넘는다. 새로운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 그 힘일 것이다. 밤길에 이정표 삼을 가로등조차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신호리 까만 동네 길 끝에서 만난 박 대표는 내가 만난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다른 세상의 문을 거침없이 여는 사람. “당신은 하면 뭐든 잘할 거야.” 박 대표의 귀농 결심을 기꺼이 받아들여 주고 응원해 준 이가 바로 남편이다. 대학생인 첫째 아들, 군인인 둘째 아들, 고등학생인 막내 아들까지 번듯하게 키워 낸 그녀였다. 삶의 골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을 텐데 하루아침에 삶의 거처를 광주에서 장성으로 옮기며 다른 세상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아들들은 시골로 들어간다니 반대를 했지만 뭐든 잘 해낸 박 대표의 뜻을 거스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박 대표의 귀농은 때론 거침없는 용기를 필요로 할 때도 있다는 걸 보여 주었다.#하우스 일조량·습도 스마트폰으로 제어 가능한 스마트팜 “2013년 6월 인삼 쌈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9월에 장성에 땅을 사고 12월에 하우스를 올렸죠. 이듬해 2월에 첫 결실을 얻은 겁니다.” 박 대표에게 농부가 된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는데,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에서부터 땅을 매입하고 하우스를 짓고 결실을 맺게 된 그 시간을 단숨에 말해 줬다. 지인이 흘린 말 한마디를 의지 삼고 농부가 돼 수확을 낸 그 시점까지 8개월이 걸렸다는 말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게다가 새싹삼이라니, 분명 매력적인 작물이었다. 흔한 듯하지만 흔하지 않고 재배하기 어려운 듯하지만 어렵지 않다고 느껴지는 새싹삼. “스마트폰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죠.” 박 대표의 농장은 스마트팜이다. 한국 미래의 농업을 대표할 농장 시스템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스마트팜 형태의 농업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장성군이 포함된 전남에만 이런 스마트팜 농가가 지난해 기준으로 37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전통적인 농업의 형태 혹은 그보다 약간 진보된 형태의 농장들을 취재 다니곤 했는데 ‘윤희네 농장’과도 같은 최첨단 농장 취재는 처음이었던 터라 나 역시 호기심이 잔뜩 생겼다. 농업은 이제 후진국형의 산업이 아니라 최첨단의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새싹삼이라고 해도 인삼은 인삼이에요. 인삼은 원래 재배가 까다롭죠. 스마트폰으로 습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일사량도 조절해요. 하우스 안의 모든 시설이 컴퓨터로 제어되는 농장인 거죠. 이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귀농을 결심했고, 그전에 농사를 많이 안 지어 봤지만 실패를 하지 않았던 건 다 컴퓨터가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으로 습도를 조절하는 시연도 해 보였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내외부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들 덕분에 온도나 습도를 맞출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농업은 앞으로 융합산업이잖아요. 우리 농장이 그런 전형을 보여 주는 거 같아요.” 행동만큼이나 말도 시원시원했다. 그리고 요즘엔 사업 다각화에도 관심이 간다고 했다. 하루는 조선업계에서 퇴직한 근로자들이 단체로 견학을 온 일이 있었는데, 그분들을 상대로 농장을 소개하고 새싹삼 재배 방법은 물론 여러 질문들에 대해서도 답해 줬더니 그들을 인솔해 온 농업기술원에서 강사비를 주더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강사로도 나서 보려고요.” 역시 그런 결정도 단숨에 하는 편이다.#잘나가던 피자집 사장님, 새싹삼 듣고 거침없이 귀농 박 대표는 광주에서 8년 동안 피자집 사장님이었다. “피자집이 잘됐어요. 어느 날은 하루에 매출이 120만원으로 오를 때도 있었어요.” 그런 정도의 매출을 올리려면 정신없이 바빠야 가능하다. 박 대표는 피자를 굽고 누군가가 배달을 해야 하는데 늘 사람 구하는 게 어려웠다. 오랫동안 같이 배달 일을 해 주었던 분이 병이 나는 바람에 배달원을 구하게 되었는데 매번 말썽이 일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박 대표는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싹삼. 예전에는 인삼쌈채라 불렀는데 박 대표가 농장을 시작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이게 바로 새싹삼이다. 새싹삼은 아직 대중적인 채소가 아니다. 새싹삼은 쉽게 말한다면 인삼을 어릴 때 채취하는 삼이라고 보면 된다. 어릴 때 채취를 하면 인삼의 특성을 나타내 주는 사포닌이 잎에 많이 남아 있다. 사포닌 함량을 비교했을 때 14개월 자란 새싹삼의 잎에는 6년 된 인삼 뿌리보다 사포닌 함량이 8배에서 10배쯤 많다고 한다. 새싹삼은 잎과 줄기, 뿌리까지 모두 먹는데 삼겹살을 먹을 때 쌈처럼 싸서 먹기도 하고 생으로도 먹고 주스로도 갈아 마시기도 한다. 가격은 여느 채소들보다 비싼 편이지만 먹는 방법 등은 주변에 흔한 채소와 다르지 않았다. “파종 후 1년쯤 자란 삼을 밭에서 캐내 용기에 심어 50일쯤 키운 게 새싹삼이죠. 인삼을 먹는다는 건 뿌리는 먹는 건데, 그건 뿌리가 가지고 있는 사포닌 성분 때문이에요. 사포닌은 알다시피 면역력을 높여 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새싹삼은 뿌리는 물론 줄기와 잎까지 다 먹는 거예요. 어린 인삼이어서 가늘고 여리고 부드러워서 어린아이들도 씹어 먹을 수 있는 삼인 겁니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이미 인삼 농부였다. 피자집 사장님과 농부라, 그 변신이 얼른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 “사실 농업이랑 전혀 인연이 없는 건 아니었죠. 대학교에서 농업을 전공했으니까요.” 그런 내력이 있었다. 박 대표는 애초 농군의 딸이었던 것이다. 잠시 외도를 했다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할까. #농업도 전략시대… 연매출 3억 안팎 수출길도 모색 농업도 이제는 스마트 시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팜이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박 대표는 농장 올릴 땅을 구입한 후 그해 12월에 하우스를 완공했고 이듬해 2월 첫 수확물을 설날 선물용으로 출하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죠. 농업기술센터에서 도움을 준 기술이기도 해요. 귀농인 창업지원금을 융자받을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고요.” 배짱이 두둑한 박 대표라고 해도 사실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성공하겠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혼신을 다한다는 게 그녀의 농업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 새싹삼은 씹으면 입 안에 향기가 퍼진다. 맛은 쌉쌀한데 오히려 뒷맛이 개운하고 상큼하다. 한식집과 일식집 등에서 후식용으로 주문이 많이 온다. 술도 담글 수 있는데 새싹삼으로 담근 술은 숙취가 없고 뒷골이 아픈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명주가 된다고 한다. 박 대표가 새싹삼의 전문가가 된 데에는 기술센터 등으로 부지런하게 쫓아다닌 덕이었다. 묻고 확인하고 다시 또 묻고 다시 또 확인하고 부지런히 기술센터를 쫓아다녔던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을 터이다. 새싹삼은 집약재배 방식으로 생산한다. 공간 활용도는 뛰어나지만 하우스 환경 관리에 아주 세심해야 한다. 하우스 규모는 150평 정도다. 새싹삼의 묘근을 사오는 밭의 크기는 700평. 이 평수에서 첫해 5월과 9월 사이 실패를 했음에도 1억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에는 2억원, 지난해는 이보다 50%쯤 더 늘어 3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배가 까다롭지만 수익이 좋은 편이다. 박 대표는 수출길도 열고 있다. 일본과 중국, 대만이 출발점이다. 공신력을 갖추기 위해 1000만원을 들여 보다 더 정밀하게 사포닌 검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새싹삼은 1년에 세 번이나 네 번 정도 회전할 수 있어요. 재배 농가가 늘어난다고 해도 정말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인 거죠.”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면 박 대표의 ‘윤희네 농장’ 문을 한 번 두드려 보기를 권한다. 8000개의 입체 용기에 20만 뿌리의 새싹삼이 자라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도달해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인삼은 한국의 것을 세계 최고로 친다. 새싹삼도 단연 한국의 것이 최고일 것이다. 이미 태생부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우린 세계적으로 뛰어난 정보기술(IT)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글쓴이 소설가 전민식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불의 기억’, ‘13월’, ‘9일의 묘’ 등.
  • [단독] “시간선택제가 삶을 바꿨어요”

    [단독] “시간선택제가 삶을 바꿨어요”

    인사처 ‘우수 사례’ 소개특허·관세청·보훈의료공단 등 업무효율·민원 감소 ‘다중효과’ 정부가 일·가정 양립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무원 시간선택제 우수 사례를 소개하며 제도 확산에 나섰다.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부 부처 가운데 특정 시간대에 업무가 몰리는 특허청과 관세청, 국세청,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이 시간선택제의 혜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부산세관에서 근무 중인 박모 주무관은 외국계 무역회사에서 관리자로 승승장구하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지원했다. 일과 가정 모두를 지키고 싶어 공무원이 됐다는 그는 지금의 근무 방식이 너무도 만족스럽다며 “시간선택제 덕분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뿌듯해했다. 부산세관도 선배 공무원과의 1대 1일 멘토링 제도도 활용하며 시간제 공무원의 업무 적응을 도왔다. 관세청 부산세관은 박 주무관 같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부산여객터미널 휴대품 통관 업무가 집중되는 오후 3~7시에 대거 배치해 민원 제로화를 달성했다. 특허청에서 일하는 이모 심사관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부출연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자신의 학력과 경력을 살려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활동하며 업무와 육아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그는 육아에 부담이 없는 시간대에 출근해 남들의 영향을 덜 받는 업무를 맡아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육아와 경제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허청은 이 심사관처럼 독립적 업무가 가능한 특허·심사 심판관에 대한 시간선택제 채용을 확대해 2014년 4명에서 올해 44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허청에는 현재 시간제 전환 패키지를 통해 박사, 기술사, 변호사, 변리사 등 72명이 유연 근무를 하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장모 간호사는 공단이 ‘집중근무일 제도’를 도입한 뒤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전환해 삶의 여유를 찾았다. 집중근무일 제도란 간호사 특유의 업무 특성을 반영해 월 단위로 자신의 집중근무일을 정한 뒤 해당일에는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한 근무 방식이다. 공단은 이런 노력을 통해 교대 근무가 필수인 병동 간호사도 시간선택제 근무를 할 수 있게 맞춤형 근무제도를 정착시켰다. 덕분에 간호사의 시간선택제 전환율도 60.7%(65명)까지 높아졌다. 경기 양평군은 업무 전문성을 강화해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발굴한 사업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 성과를 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처음으로 3명을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전환했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이런 사례들을 대상으로 8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시간선택제 운영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연다. 경진대회에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20개 기관 사례에서 사전 심사를 통과한 6개 기관이 직접 참가해 학계와 민간 전문가의 현장심사를 거쳐 최종 순위를 가린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준수 논란 해명 “명예훼손 넘은 인격 살인, 비도덕적 행위 한 적 없다”

    김준수 논란 해명 “명예훼손 넘은 인격 살인, 비도덕적 행위 한 적 없다”

    김준수가 ‘먹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공식 입장을 전했다. 앞서 7일 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김준수 소유의 제주토스카나호텔은 한 부동산 업체에 240억 원에 팔려 지난달 26일 다시 서울에 있는 신탁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 과정에서 김준수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만 챙겼다는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김준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준수는 “이것은 명예훼손을 넘은 인격 살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준수는 논란에 대해 “결코 저는 부당이익을 취하거나 비도덕적 행위를 한 바 없습니다”라며 “매각을 결정한 것은 전문 경영인과 함께해 이 호텔과 직원들이 더 좋은 미래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훗날 제 진실을 마주한 순간 ‘그래 저 사람은 그렇게 말했었지’, ‘사실이 아니라고 했었지’라고 외쳤던 제 지금의 목소리를 기억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준수 인스타그램 전문. 저는 오늘 있었던 기사를 번복하고 해명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듯 맥락을 짜 맞추어 저를 사기꾼으로,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는데 왜 저는 공인이란 이유로 “어쩔 수 없다”라는 결론에 도달 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 입니다. 2, 3년 전 제가 공사비 지불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저는 긴 법정공방을 벌였고 진실게임이 끝났지만 그 당시 저에게 손가락질한 사람들은 제가 승소를 했건 진실이 밝혀졌건 관심 조차 없었습니다. 저는 14년 아이돌 가수로 활동 했고, 내일 모레는 제 일생에 또 다른 의미의 군 복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1년 9개월 잠시 연예계를 떠나니 눈감고 귀닫자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문득 이것은 명예훼손을 넘은 인격 살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슈퍼카를 소유하고 좋은 집에 사는 배경에는 비도덕과 부당이익이 있었을거라 생각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단 한번도 타인에게 피해를 입혀 이익을 취득한 적이 없습니다. 꿈의 공간을 만들어 보고자 호텔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고 운영 하면서 비전문가 경영진들에게 맡겨 두다 보니 여러가지로 힘든 일도 많이 겪었고 호텔 경영으로 이익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예, 제가 호텔 소유자로 경영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끊임 없는 연예 활동으로 가진 제 개인 소득을 호텔 경영에 보탰습니다. 직원들 월급은 지키기 위해 개인 부동산이나 재산을 처분 하기도 했습니다. 경영이 꿈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하지만 결코 저는 부당이익을 취하거나 비도덕적 행위를 한 바 없습니다. 도 관계자 분들도 제 매각의 배경을 알고 있고 또 수 년간 제주를 위한 갖가지 일정과 프로젝트에 동참 했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고 하셨습니다. 기사는 반대였죠. 저는 먹튀 였고 공공의 돈을 취득한 사람 처럼 순식간에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외치고 해명해 보아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니였음 됐지. 그러니까 그런 이슈를 왜 제공하냐고 하실 수 있겠죠. 하지만 정말 그런 사실이 절대 없는데 제가 받은 수치심과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지요. 호텔을 통해 수익도 없었고 저는 최근에는 경영 악화로 제가 개인적으로 번 가수로서의 소득도 모두 호텔로 들어갔지만 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매각을 결정한 것은 전문 경영인과 함께해 이 호텔과 직원들이 더 좋은 미래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전역 한 후에 증명 되겠죠. 하지만 또다시 아무도 관심 없으리라 생각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이 부질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훗날 제 진실을 마주한 순간 그래 저 사람은 그렇게 말했었지. 사실이 아니라고 했었지. 라고 외쳤던 제 지금의 목소리를 기억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제공=스포츠서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2. 도대체 남자는 어디서 만나나요?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2. 도대체 남자는 어디서 만나나요?

    Q. 연애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요즘 부쩍 ‘남자를 어디서 만나는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저희 팀장님은 그렇게나 거래처와의 술자리가 있으면 “우리 XX씨, 연애해야 하는데 그 쪽에 괜찮은 총각 없나~” 하시는데요. 도대체 남자는 어디서 만날까요? 기자님은 어디서 만나세요? (정유년, 서른을 맞은 경우없는놈일세, 1일1라떼님) A. 도대체 남자는 어디서 만날까요? 물론 아침 출근 길에서도, 회사에서도, 가로수길에서도 남자는 무궁무진하게 많이들 마주치죠. 그러나 경우없는놈일세님이나 1일1라떼님이 말하는 남자는 그 남자가 아닌 것이 자명하고요. ‘나랑 진지하게 만나볼’, 혹은 ‘연애할’ 남자인 것이겠지요. 회사나 학교 등 생활 반경 이내에서 만나지 않는 한 가장 고전적인 방식은 소개팅입니다. 소개팅이 뻘쭘하면 미팅도 있습니다. 다대 다(多대 多)로 만난 미팅은 처음 만난 이성과의 뻘쭘함은 줄여주지만, 만날 보고 지낸 내 친구의 생경함을 목도해야 하는 단점이 있죠. 소개팅·미팅 둘다 잘 안 들어온다고요? 자기 PR 시대에 맞춰 ‘셀소’(셀프 소개팅)도 있습니다. 주선자 탓할 것 없이, 내가 고른 이성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나의 몫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 험한 세상 어떤 인간상이 팝업될 지 알 수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소개팅이 불편하면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수도 있겠죠. 친구 생일파티는 이성을 만나는 자연스러운 구실이 됩니다. 호스트가 자연스러운 메신저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 박애정신으로 자신의 생일 파티를 주최했던 김버디버디(29·여)는 많은 이들에게서 은밀하게 만남 주선 제의를 받았습니다. “아는 오빠가 내 친구 괜찮다고 호감 표시했는데, 친구는 남친이 있어서 내가 전하지 않았고~ 또 다른 오빠도 내 친구 괜찮다고 며칠 후에 연락 왔는데 내 친구는 남친 있고 그 남친에 비해 그 오빠가 괜찮지 않아서 전달하지 않았어~” 실로 지혜로운 메신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나이트클럽에서 번호 교환하고 다음날 낮에 다시 만났는데 의외로 괜찮아서 3년째 잘 사귀는 중”“재수학원 같이 다닐 때 별다른 썸도 없던 그저 그런 ‘아는 사이’였다 7년 뒤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 반갑고 신기해하다 사랑에 빠짐”“조교하다가 학부생인 연하남과 사랑에 빠져 무럭무럭 자란 그와 올해 결혼을 앞둠” 등 기상천외한 상황에서 눈이 맞아 잘 사귀고 있다는 사연은 무궁무진합니다. ◆ 결국 ‘될놈될’ 이라면 문제는… 결국 이성을 만나는 루트, 장소가 ‘어디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나이트클럽에서 만나든, 랜덤 채팅으로 만나든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니까요. ‘될놈될’이라고 낙담은 너무 일러요. 그 놈의 ‘될놈’이 되는 데에는 다소간 운신의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모든 조건을 갖춘 듯한 될놈들도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무지하게 노력합니다.) 일단 될놈들은 사랑을 믿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루트를 따지는 게 아니라, 사람 혹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따지는 것이죠. 결국 만나는 루트가 가벼운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가벼운 게 문제가 될테니까요. 나이트에 가는 여자가 있으면, 나이트에 가는 남자도 있을 것이고요. 소개팅 앱을 하는 남자가 있으면, 소개팅 앱을 하는 여자도 있습니다. 물론, 요즘 세상은 너무도 무서워서 데이팅 앱으로 만난 남자로부터 “여자가 낯선 남자 만나러 나오면 죽을 확률도 높잖아요. 나와줘서 고마워요” 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애를 하려거든 사랑을 믿는 마음은 중요한 거 같아요. 아예 시작조차 못할 수 있으니까요. 결혼 2년차에 접어든 백조부인(30·여)은 말했습니다. “아니, 결혼하고 보니까 내가 너무 옛날엔 사람을 쳐내지 않았는지 낯 가리지 않았는지 후회 되더라고. 외국인도 만나 보고, 연하도 만나 보고 할 걸. 정말 나랑 잘 맞고 괜찮은 사람을 내가 놓쳤을 수도 있잖아. 물론 그렇다고 지금 오빠가 싫다는 얘긴 아니야~” 결론은 ‘어디서’가 아니라 ‘누구’ 혹은 ‘어떻게’ 이고, ‘될놈될’은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헬조선에서 ‘노오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드리고 싶지 않지만, 사람 마음을 얻는 데 있어선 정말이지 ‘노오력’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함께 믿어봅시다. 아멘.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부부싸움 뒤 부인의 반려견 물어 죽인 男

    부부싸움 뒤 부인의 반려견 물어 죽인 男

    부부싸움을 하다가 부인의 반려견을 물어뜯어 머리를 잘라버린 남자가 구속됐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벌어진 극악 엽기사건이다. 가해자 루이스 아로요(40)는 4일 새벽(현지시간) 부인과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평소 손버릇이 좋지 않은 그는 부인에게 주먹까지 휘둘렀다. 남자의 폭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흠씬 얻어맞은 부인을 보면서도 끝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남자는 불쑥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집안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다가 부인의 반려견을 움켜잡았다. 2개월 된 치와와 새끼였다. 남자는 여자 앞에서 보란 듯이 치와와의 머리를 물어 뜯어버렸다. 극악무도한 남편의 행동을 본 여자는 신변안전의 위협을 느껴 그제야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가정폭력과 동물학대 혐의로 남자를 사법부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을 봤지만 이번처럼 소름끼치는 일은 없었다"며 "이빨로 개의 머리를 잘랐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잔인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푸에르토리코에선 여성폭력과 반려동물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행이 반려동물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은 71%에 달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여성이 여성폭력의 피해자인 사건의 경우 100명 중 71명 꼴로 자신의 반려동물도 가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걸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복수 내지만 또는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지 언론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선 반려동물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다"며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문화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치와와의 머리를 물어뜯은 남자는 보석금 40만 달러(약 4억5500만원)을 지불하지 못해 구속됐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시론] 불확실성 시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불확실성 시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과거 한국의 압축 성장을 이끈 부처는 경제기획원(EPB)이었다. 산업화 시대 주요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장기 전략을 짜는 일을 도맡았다. 경제기획원이 정책을 마련하고 재원을 배분하면 재무부(MOF)가 이를 뚝심 있게 밀어붙여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청년 취업이 사회적 화두가 된 지금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도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이를 기회 삼아 대한민국의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부처가 없다. 현 정부 조직이 과거 방식대로 예측 가능한 사안을 다루는 데만 익숙하다 보니 지금처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이끌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역할이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정부 실패’라고 부른다. 우리 국민은 이를 수도 없이 봐 왔다. 이렇듯 국민이 바라는 정부의 모습과 실제 정부 간 차이가 커지면 국가 위기가 찾아오곤 한다. 특히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 등 위기 징후가 뚜렷한데도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에만 매달리고 있어 국가 위기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람과 자산, 데이터를 한데 모은 플랫폼에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겐 전대미문의 현상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알리바바는 재고물품 목록 자체가 없고,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택시회사 우버는 자신이 보유한 자동차가 거의 없다. 우리의 칸막이식 정부 조직으로는 소통과 신뢰, 무경계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산업화 시대에는 경계가 뚜렷한 ‘업(業)의 영역’을 강조한 정부 조직 운영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답이 없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할 전략적 정부 조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부 조직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예측이 힘들고 통제가 불가능한 분야에 대한 선제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이슈처럼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도 개선이 안 되는 문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끈기 있게 대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과 사회의 기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과감한 정책도 내놔야 한다. 둘째, 현 정부 부처를 혁파해 기능 중심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 지금의 정부 조직은 국민경제 전체의 거시적 관점에서 운영되기보다는 단기 현안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되레 4차 산업혁명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부처별로 분산된 일자리 정책과 일거리 정책, 일할 사람을 키우는 정책을 한데 모은 새 부처를 만들면 교육과 직업훈련, 능력 개발을 패키지로 묶을 수 있어 청년 실업 문제를 좀더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단기 현안이 아닌 중장기 과제를 전담하는 전략기획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 정치인과 관료는 코앞에 닥친 선거 등에 묻혀 장기간 숙성이 필요한 정책보다는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한 부처에 중장기 정책과 단기 현안을 모두 맡기면 현업에만 치중하게 돼 장기 과제를 소홀히 하게 된다. 미래전략 전담 부처가 인구절벽과 사회적 양극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의 문제에 대해 당장의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제도적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각종 규제나 진입장벽 등 정책으로 인한 편익이 특정 소수에 집중되는 ‘고객정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쪽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 가격이 아닌 세금으로 운영 재원을 마련한다. 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비용 중복 현상이 나타나고 불특정 다수의 부담으로 일부 집단이 이익을 보기도 한다. 새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 조직은 빠르게 정책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정책 결정에 따른 책임을 두려워해 관성에 의존하는 ‘현상 유지 해저드’에서 탈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 조직으로 정부 부처가 바뀌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 [이은경의 유레카] 과학과 사회 혁신의 새로운 시도, 리빙랩

    [이은경의 유레카] 과학과 사회 혁신의 새로운 시도, 리빙랩

    과학 지식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튼튼하다. 실제 본 적이 없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현상도 과학의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전자를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의 구성성분으로서 전자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 실험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실험 덕분에 과학은 다른 어떤 학문분야보다 객관적이고 믿을 만한 지식이라는 대접을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근대과학 이전에는 실험이 과학 연구 방법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실험의 이름으로 과학자가 자연현상에 개입하는 것이 당시의 인식론에서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 감각의 불완전함 때문에 관찰 사실의 진위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근대과학의 여명기에 과학자들은 ‘실험’을 자연에 대한 지식을 얻거나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론으로서 확립했다. 가장 먼저 망원경이나 현미경 같은 실험 기구가 사람을 현혹시키는 사기의 수단이 아니라 감각의 확장을 위한 도구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과학자가 목적에 맞게 설계한 실험을 통해 관찰되는 비자연적 현상을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절차를 확립했다.그 이후부터 실험은 과학 연구의 중심 활동이 되었다. 과학자는 연구 목적에 맞게 실험을 설계한다. 그리고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거나 가설을 시험하는 등의 연구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기초 연구 성과를 실용화하는 단계에서는 예상 가능한 여러 변수를 적극 도입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잘 설계된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가 실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 실험의 개념을 적극 도입하여 과학기술-사회의 혁신을 이루려는 시도 중 하나가 리빙랩이다. 리빙랩은 생활 현장에서 과학기술 생산자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을 뜻한다. 통상 과학자, 엔지니어 같은 생산자가 먼저 기술혁신을 만들고 사용자는 그 결과물을 평가하고 그 결과가 다음의 기술혁신에 반영된다. 그런데 리빙랩에서는 기술혁신 과정에 처음부터 사용자가 참여함으로써 활용도 높은 기술혁신과 연구를 지향한다. 사용자의 적극적 참여가 이뤄지는 사용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리빙랩은 특히 사회문제를 해결을 위한 기술혁신에서 잠재성을 가진다. 과학기술 활동의 목표는 새로운 지식 발견, 노벨상, 첨단 제품 개발 등 다양하다. 그중에는 교통 안전, 전염병 예방, 고령화 같은 사회현안 문제 해결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회문제는 매우 많은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어 복잡하고 해결의 기본 방향도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다. 따라서 그 요소들 중 어떤 것이 우선 고려될지, 어떤 것이 통제될지, 어떤 기술 요소가 활용될지 등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과학 연구의 실험설계와 비슷하다. 다만 고립된 실험실이 아니라 개방된 생활 현장이 주된 무대라는 점, 기술혁신 생산자 외에 현장의 수요를 잘 아는 사용자가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리빙랩의 기술혁신 실험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사용자의 의사소통을 도와줄 매개자와 생산자의 참여를 촉진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구사업’의 운영방식으로 리빙랩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은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한 주민 생활 불편과 편의시설 부족에 따른 관광객의 불편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북촌 리빙랩은 정보통신 벤처기업과 서울시, 마을주민과 함께 참여해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 리빙랩은 도입 단계이므로 아직 성과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근대과학을 확고한 지식으로 만든 것처럼 리빙랩은 사회문제에 대해 생산자와 사용자가 모두 만족하는 기술혁신 방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대한민국 공무원 리포트] 내 별명은 ‘꽁’… 큰아들 중학생 될 때까지 ‘휘게’는 꿈도 못 꿨다

    [대한민국 공무원 리포트] 내 별명은 ‘꽁’… 큰아들 중학생 될 때까지 ‘휘게’는 꿈도 못 꿨다

    ‘대한민국 평균공무원’ 조현(42·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동네에서는 ‘꽁’으로 불린다. 공무원의 ‘공’을 재미나게 발음한 ‘꽁’이 아이들 친구 엄마 사이에서 불리는 그의 이름이다. 조씨는 매일 8시 50분까지 서울시청 푸른도시국 조경과로 출근한다. 2001년 서울시 9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2003년 발령받은 14년차 7급 공무원이다. 처음 서울신문에서 102만 공무원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시하고 가장 결과와 가까운 평균 공무원 추천을 부탁했을 때 조씨는 바로 ‘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남편은 종로소방서 재난관리과장으로 근무 중인 서영배(46)씨다. 부부 공무원이자 두 아들의 엄마인 평균공무원 조씨의 일상과 생각을 쫓아가 보았다.대한민국 어디에도 공무원의 손이 닿지 않는 것은 없다. 이 가운데 조씨는 서울시의 공원과 숲, 녹지를 맡은 ‘그린썸’(식물 키우는 데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아직 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99년 전남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했다. 학교로 기업 추천서가 한 장도 오지 않던 그 시절 대학생들은 졸업식과 동시에 도서관으로 직행했고, 그도 마찬가지였다. # 14년차 나는 서울시 녹지를 맡은 그린썸 조씨는 국가직, 서울시, 부산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는데 전공을 살려 녹지직 공부를 한 지 3개월 만에 합격했다. 졸업을 앞두고 산림, 토목 관련 자격증 시험공부를 두 번이나 해봤기에 국어, 국사, 생물, 전공 3과목을 치른 9급 공무원 시험을 남들보다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본격적인 공시 열풍이 막 불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고향인 전남, 광주는 아예 공무원을 뽑지 않던 때라 서울시 시험에 합격해서도 발령은 2년 뒤인 2003년에야 겨우 받았다. 대기업도 신입사원 합격을 취소하던 때였고, 서울시는 인사 적체가 심했다. 2년간 집안일을 돕던 조씨는 서울시청으로 발령받자 ‘수많은 남자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상경한다. 그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2003년은 한창 건설 경기가 좋았던 시절이었다. 실용신안 등록이나 특허권이 있는 공무원이 수두룩하던 사무실에서 기술직 공채에 더구나 미혼인 여성 공무원은 혼자였다. 여성 공무원은 타자를 치는 기능직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가장 예쁜 길 가운데 하나로 드라마나 영화의 주행 장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두무개길의 식재가 조씨의 작품이다. 용산에서 강변북로로 합류하는 두무개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해 길 주변 식물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곳의 조경을 맡았다는 자부심이 있다.# 부부 공무원의 난(難) 2005년 8급으로 승진해 서초구청에 발령받아 성동구청과 용산구청을 거쳐 2012년 7급으로 승진했다. 1년 반의 육아휴직을 마친 뒤 2014년 서울시청으로 복귀했다. 첫아이를 낳았을 때는 주변에 여성 직원이 없다 보니 육아휴직 제도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출산휴가 3개월만 쉬었던 그는 7급 승진 이후 큰 결심을 한다. 바로 육아휴직이었다. # 엄마로선 아들에겐 ‘체크리스트 확인자’일뿐 육아휴직 기간에 처음으로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며 학교 가방을 받아 학원 가방을 안겨봤다. 그동안 육아는 큰아이가 생후 4개월 때부터 함께 산 시어머니가 도맡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전화로 학원 가고 숙제했는지 묻기만 하는 ‘체크리스트 확인자’일 뿐이다. 소방직 공무원을 남편으로 둔 조씨는 큰아들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봄꽃놀이, 단풍구경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주말마다 출근하는 남편은 아내보다 더 바쁜 사람이었고 토요일에는 병원과 대형마트, 일요일에는 교회에 갔다 쉬는 것이 일과가 돼버렸다. 육아휴직 기간 사귄 동네 엄마들은 카톡에서 그를 ‘꽁’이라 부르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지원군이 됐다. 보건복지부의 아이 셋을 키우던 여성 사무관의 돌연사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며 걱정을 나눈 이들도 동네 엄마들이었다. 이들은 봄에는 의회 일정, 가을에는 예산심의와 각종 감사로 평균 오후 9시가 빠른 퇴근인 조씨를 보며 철밥통의 고정관념을 깼다. 평일에는 숨 가쁘게 몰려드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헉헉대다 보니 토요일에도 매주 출근해 정책을 구상하고, 업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승진보다는 조직에 기여하는 사람 되고파 “아직도 공무원 하면 ‘철밥통’이란 부정적 시각이 많죠. 사람들이 민원을 하면서 많이 대하는 동주민센터 근무자가 오후 6시에 퇴근해서 그런 것 같아요. 동네 엄마들은 제가 일하는 것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공무원으로서 가장 어려운 것은 민원인을 설득하는 일이다. 용산구 응봉산에 유아숲 체험장을 조성하기 위해 현장방문을 했을 때였다. 서울시에서 유아숲 조성지로 지정한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주민들이 구청에서 물이 모이는 집수장 옆에다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사업지역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조씨는 질문은 구청에 직접 와서 해달라고 했고, 20여명의 주민이 구청으로 몰려들었다. 당시 사람들이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던 그는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좋은 결과를 낳는 것만은 아니란 걸 체감해야 했다. 결국 유아숲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다른 곳에 만들어졌다.# 공무원이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응봉산 집단 항의 사태는 그에게 공무원이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동안은 조경과에서 맡은 녹지를 더 많이 국민에게 공급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녹지를 누리고 가꾸어야 하는 것은 국민이며, 언제까지나 공무원들이 모든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공무원이 모든 걸 할 수는 없잖아요. 국민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해야죠. 갈수록 유지관리 예산은 줄고 사업은 민간에 넘기는 추세입니다. 우리 조경과에서는 국민들이 직접 녹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시민정원사’ 교육을 하고 있어요.” # 공무원, 국민과 함께 실천하는 역할해야 공원을 하나 더 만드는 일보다 목에 핏대를 세우는 민원인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천만배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갑자기 생긴 거대한 숲과 같은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민과 함께 모든 일을 만들어가고, 국민이 주도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 공무원의 역할이란 게 조씨의 생각이다. 공무원을 움직이는 최고의 동력은 승진이다. 민원 처리를 훌륭하게 해냈거나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도 인센티브가 없는 공무원은 결국 승진이 아니면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몇 급까지 승진하겠다는 것보다는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아우르는 조직의 훌륭한 허리가 되는 게 그의 공직생활 목표다. 조씨와 사무실 1층의 카페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이석(離席) 점검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사무실로 올라가 한쪽 책상에 앉아 못다 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잠깐의 자리 이동도 불성실로 간주하는 대한민국 공무원의 성실함과 동시에 잠시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는 꽉 막힌 공무원 사회를 한꺼번에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최준식의 거듭나기] 가정교육 부재국가, 한국

    [최준식의 거듭나기] 가정교육 부재국가, 한국

    조선 말 많은 가정에는 문자도(文子圖) 병풍이 있었다. 문자도란 글자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한다. 글자를 써놓고 그 위에 여러 그림을 그려놓는데 이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자가 ‘효·제·충·신·예·의·염·치’이다. 이 8글자를 써놓고 각 글자와 관련된 고사나 설화의 내용을 글자 위에 그려 그림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이 문자도는 ‘효제도’ 혹은 ‘팔자도’라고도 불리는데, 그 뜻을 풀어 보면 효도·우애·충절·교신·예절·의리·청렴·부끄러움이 된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유교의 가장 근간이 되는 덕목들이다. 이 그림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오는 ‘효’ 자를 보면, 보통 잉어 한 마리가 글자 위에 그려져 있다. 이것은 중국 진나라 때 왕상이라는 효자가 계모에게 효도하기 위해 한겨울에 얼어붙은 강을 깨고 잉어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나타낸다. 이 글자 중에 내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염치’라는 마지막 두 자이다. 이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글자를 보고 성장했던 조선 시대 사람들은 그래도 염치가 있었던 것 같은데 현대 한국인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염치가 없는지 놀랄 지경이다. 우리는 지난 연말부터 계속된 ‘국정농단’이라는 희유의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파렴치한 모습을 너무도 선명하게 보았다. 청문회에 나온 이들이 보인 후안무치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곧 밝혀질 일인데도 그들은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했다. 누구도 ‘이것은 내 책임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다. 더욱더 가증스러웠던 것은 교수들의 뻔뻔함이었다. 정치인들이 뻔뻔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니 그렇다 치지만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사람다움을 가르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두꺼운 얼굴로 거짓말을 해대는데 같은 교수로서 나는 엄청난 자괴감이 들었다. 게다가 그들은 내가 있는 학교 교수였고 또 이 학교는 기독교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대학이다. 이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매주 채플을 듣게 해 정직하고 이웃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이 대학 교수들이 공중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청문회에 나온 이들만 뻔뻔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모두 그렇게 살고 있었다. 일례로 경미한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에도 우리는 자기 잘못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부정하는 게 다반사다. 그리곤 모든 것을 남 탓이라고 둘러대지 않았던가. 한마디로 말해 한국 사회는 염치를 완벽하게 잊은 사회가 된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염치를 아는 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 말에는 앞에서 본 것처럼 인간성을 고양해 주는 8가지 덕목을 글자 그림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교육시켰다. 그래서 조선조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이 8가지 글자를 보면서 ‘사람은 저렇게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뇌리에 입력시켰다. 그러니 그들은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에 부끄러움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이런 높은 덕목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한 그림이나 글씨를 걸어놓은 집안은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아직 보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는 그나마 ‘가화만사성’이라고 씌어 있는 ‘임팩트’ 없는 액자가 걸려 있는 집이 간혹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액자마저 사라진 지 오래다. 각 가정에 남아 있는 것은 그저 ‘옆집 아이보다 공부 더 해라’라는 닦달질밖에 없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성 교육이 없다. 이런 기본적인 인성 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는 2차적인 것뿐이다. 그래도 유교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조선에서는 이런 교육이 가능했지만 유교가 스러져가고 있는 지금은 그 자리를 메워 줄 새로운 가르침이 없다. 이제 다시 그것을 세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나는 요즘에 새로운 가치관이 나오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주장하는데 사람들은 사는 게 힘든지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 [명인·명물을 찾아서] 끈기로 되살린 제주 옹기… 뜨겁게 이어질 제주의 얼

    [명인·명물을 찾아서] 끈기로 되살린 제주 옹기… 뜨겁게 이어질 제주의 얼

    “제주 전통 옹기는 영원히 지켜 나가야 할 문화유산입니다.”맥이 끊어진 제주 전통 옹기를 복원하고 30년 넘게 제주의 문화유산을 답사·연구해 온 제주도예촌 강창언(58) 촌장. 제주 전통 옹기는 우리나라 내륙지방, 중국, 일본의 도자기나 옹기와 달리 유약을 바르지 않은 채 흙가마가 아닌,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돌가마(석요)에서 바로 구워 낸다. 광택을 더하고 물이 스며 나오지 않도록 표면을 코팅하는 역할의 유약을 바르지 않고 오로지 불의 힘만으로 옹기를 구워 내기 때문에 통기성(공기가 통할 수 있는 성질)이 좋아 옹기가 마치 살아 숨쉬듯 자연 상태에 가까워 인체에도 무해하다. 하지만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플라스틱 그릇 등에 밀려 1969년 이후 제주에서 완전히 맥이 끊겨 버렸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강씨는 1970년대부터 나 홀로 제주의 옛 옹기 가마터를 찾아다니며 전통 옹기 복원에 매달렸다. 전통 옹기 돌가마 복원을 위해 옛날 도공장(물레에서 그릇을 만드는 사람과 불대장(굽는 사람), 굴대장(가마 만드는 사람) 등을 찾아다니며 설득해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 제주도예촌을 설립했다. 전통 돌가마를 만들기 위한 첫 돌을 놓는 작업부터 도자기를 빚는 도구인 ‘물레’ 등 모든 재료를 직접 제작하는 등 오랜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2000년 마침내 완벽한 제주 전통 방식의 돌가마를 재현했다. 이어 항아리, 물허벅, 술을 빚을 때 쓰는 고소리, 붓통 등 50여종의 전통 그릇과 생활용품을 구워 내는 데 성공했다. 강씨는 “굴대장 홍태권과 도공장 송창식·신창현 등이 없었다면 제주 옹기 복원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분들이 제주 전통 옹기 복원에 큰 역할을 하셨다”고 말했다. 전통 옹기 복원을 위해 옛 가마터를 찾으러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강씨는 곳곳에 방치돼 있던 문화유적 보전에도 정성을 쏟았다. 가마터 40여곳과 제주 전역에 산재해 있던 도대불(옛 등대), 방사탑(액운을 막기 위한 원통형 돌탑), 환해장성(제주 해안에 축조된 고려 후기 돌로 쌓은 성), 동자석 등을 찾아내 세상에 알렸고, 도시 개발로 영영 사라질 뻔한 제주목(牧) 관아터와 삼양동 선사 유적지도 지켜 냈다. 1980년대 제주시 옛 도심에서 이뤄지던 지하상가 공사 현장을 지켜보다가 중장비로 땅을 팔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유물에 깜짝 놀란 강씨는 당시 공사를 막아섰으나 중단시키지 못하고, 급한 대로 몇몇 대형 유물만이라도 제주대 박물관으로 옮겨 놓기도 했다. 또 인근 옛 제주경찰서 자리에 지하·지상 주차장 공사가 벌어졌을 때 일은 너무나 극적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경찰서 건물과 주변에서 옛 제주 항아리와 표석 등 유물이 방치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강씨는 제주시 등에 정밀 조사를 제안했으나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강씨가 이를 언론사에 알려 공론화한 뒤에야 발굴 조사가 이뤄졌고, 결국 1993년 3월 31일 국가사적 제380호 제주목관아로 지정·고시됐다. 하마터면 주차장으로 변해 버릴 뻔한 지역이 바로 탐라순력도 등 많은 문헌기록 등을 통해 제주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진 제주목관아가 있던 터였다. 강씨는 “유적이 있을지 모를 대형 공사 현장을 막아서면 굴착기가 내 몸 위로 덮칠 듯 위협해 들어온다”며 “문화유산을 지키고 제대로 보전하는 것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중요한 유적을 그대로 방치해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조사·연구해 세상에 알리고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씨는 조선시대 제주의 옛 모습을 그린 탐라순력도(보물 제652-6호)의 존재를 발굴했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18년)에 당시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였던 이형상이 제주도의 각 고을을 순회한 장면을 기록한 채색 화첩이다. 18세기 초 제주도의 관아와 성읍, 군사 등의 시설과 지형 및 풍물에 관한 갖가지 시각적 정보를 담고 있어 제주 지방의 역사적 연구에 더할 수 없이 귀중한 자료다. ‘순력도’라는 이름의 기록화로서는 현존하는 유일한 자료일 뿐 아니라 당시 변방 중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제주에서 제작됐다는 점에서 각별한 가치를 지닌다. 국립제주박물관은 탐라순력도실을 별도로 마련, 300여년 전 제주의 모습을 마주칠 수 있도록 했다. 탐라순력도 영인본 발간 사업에 참여해 일반인도 쉽게 접하고 소장할 수 있는 영인본 발간에 힘을 보탰다. 강씨는 최근 석요와 옹기 복원, 환해장성, 동자석, 도대불 등 30년간 발품을 팔아 가며 제주 문화유산을 답사, 연구한 내용을 한데 모은 ‘제주박물지’라는 책을 발간했다. 논문편에는 동자석, 환해장성, 불교유적, 탑, 석요와 옹기복원, 풍습과 공예에 대해 당시 학술지 등에 최초로 발표한 글들을 묶었다. 유적편에서는 도대불, 우석목과 벅수머리(돌하르방), 향교·서원·학당, 불교유적, 석요, 주거지·마애명, 성·관아·군사·항일, 고분 등을 다뤘다. 강씨가 펴낸 제주박물지는 전문가들로부터 제주 역사문화 유적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씨는 자신의 연구조사 이후 문화재로 지정된 곳도 여러 곳이지만 훼손되거나 멸실된 곳도 많아 더 늦기 전에 제주 전통문화 연구의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강씨는 “한 번 훼손돼 사라진 문화유산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고, 이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라며 “제주에 남아 있는 많은 유적지가 고리타분한 공간이 아니라 후대에 아이들이 뛰어놀며 즐기는 재밌는 놀이·학습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요즘 제주도예촌에서 묵묵히 자신이 복원해 낸 제주 전통 옹기를 구워 낸다. 이곳에는 요즘 일본 등 전통 옹기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도 즐겨 찾아 온다. 강씨는 “제주 전통 옹기가 관심을 끌면서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전통 옹기 제작 등에 관심을 갖고 있어 흐뭇하다”며 “제주만의 독특한 전통 옹기 명맥이 다시는 끊기지 않게 후대에 전수해 나가는 데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고민정 문재인 캠프 합류…남편 조기영 시인 “꽃길만은 아닐 그 길에 건투를”

    고민정 문재인 캠프 합류…남편 조기영 시인 “꽃길만은 아닐 그 길에 건투를”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5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에 합류했다고 공식적으로 알린 가운데 그의 남편인 조기영 시인이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썼다. 2004년 KBS 공채 30기로 입사한 고 전 아나운서는 희귀병(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남편과의 순애보로 유명하다. 조 시인은 “이제 당신은 이기고 지는 것이 너무 선명하여 슬픈 세계로 가는구료. 꽃길만은 아닐 그 길에 당신의 건투를 비오”라면서 고 전 아나운서가 캠프에 합류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문재인은 세상의 평가 그대로 소탈하고, 솔직하고, 친근해서 가식이나 권위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소”라면서 “온갖 낡은 것들을 씻어내면서 정의가 살아 숨쉬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 주는 새시대의 첫째가 당신처럼 나도 문재인이었으면 좋겠소”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로 거짓을 씻고, 촛불과 미소로 우리 스스로 오욕을 씻어낸 새시대의 첫째가, 새시대 첫번째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 기득권의 골칫덩어리 문재인이었으면 좋겠소”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조기영 시인이 부인 고민정 전 아나운서에게 올린 글 전문.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내며 시에는 이기고 짐이 없고당신과 나 사이에도 이기고 짐이 없는데이제 당신은 이기고 지는 것이 너무 선명하여 슬픈 세계로 가는구료. 아나운서 14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오. 당신이 KBS에 입사한 뒤 방송 출연으로 밤 늦게야 나오는 모습을 보며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뜬금없게도 운전면허 따는 거였소. 운전할 일 없으리란 생각으로 살다 당신의 늦은 귀가에 필요하겠다 싶어 잡기 시작했던 운전대... 연습은 큰집 트럭을 빌려 고향 길에 돌로 줄 그어놓고 시작했었지. 이유는 하나,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었다는 것... 몸이 회복중이던 서른여섯 때였소. 다섯 번인가 도전 끝에 딴 운전면허. 잉크도 마르기 전 전주로 발령 받은 당신을 위해 트럭을 몰고 서울로 올라와 당신 짐을 싣고 내려갔었지. 하행길엔 열 시간 넘는 운전으로 졸다 사고가 날 뻔 했었고... 문득 잠에서 깬 당신이 ‘오빠!’하며 운전대를 돌리는 순간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거의 스치듯 지나갔지. 우린 겨우 목숨을 구했고... 그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 신혼 때는 새벽 방송 나가는 당신을 위해 먼저 차 안을 따뜻하게 데워주었었는데... 사람들은 비웃겠지만 나는 그게 참 좋았소. 물론 지금도 그렇고... 그것은 가난했던 나를 보듬어준 데 대한 내 나름의 사랑 표시요, 투병중인 나를 버리지 않았던 것에 대한 평범한 감사 인사였소. 근래 나는 당신이랑 비슷한 느낌을 가진 한 남자를 만났소. 아나운서가 된 뒤에도 사랑을 지킨 당신처럼 고시 합격 뒤에도 사랑을 지킨 사람, 이름 때문에 어렸을 때 별명이 문제아였다지. 저 밑 변방에서 올라와 요즘 한국의 중심을 흔들고 있는 문제아. 기득권의 골칫덩이... 그의 이름은 문재인... 인생사에 잘못이라곤 매매로 산 자기집 처마 끝이 공유지를 침범한 것뿐이어서 ‘처마 게이트’라는 유머를 낳은 사람. 권력의 충견들이 더 털 것이 없어 자기들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것만 같은 시대의 금욕주의자. 우리 앞의 그는 소탈해서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소. 단점이 있다면 발음이 좀 샌다는 거. 하여 전달력이 좀 떨어진다는 거. 그래서 마이크 잡고 준비된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게 일인 당신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소. 그는 골프를 치지 못한다 들었소. 아마 못 치는 게 아니라 안 치고 있는 걸 거요. 소외된 사람, 가진 것 없는 사람, 박해 받는 사람들 변론을 하다 보니 차마 골프채를 잡지 못했을 거라는 게 내 생각... 골프는 기본적으로 기득권의 언어. 기득권에겐 그들만의 문법이 있소. 그들은 돈과, 돈으로 촘촘하게 쌓아올린 권력으로 사회를 지배하려 들지. 탈법, 위법, 편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떡값이라든가, 관행이라든가, 전례가 없다든가 하는 불후의 언어로 불멸의 특권을 누리며 한국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에게도 그들 문법이 통하지 않는 문제아가 하나 있으니 그가 바로 문재인... 어떤 형식으로든 돈의 향기에 취한 인간은 돈으로 유혹되지 않는 인간을 보면 한편으로는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워하는 법... 그런 기득권의 미움, 시기, 질투, 열등감을 하나로 버무려 놓은 단어가 나는 친문 패권이라고 생각해. 저 기득권으로 편입을 번번이 거부하며 적당히 타협해 나눠먹는 구조를 거부하다보니 문재인은 기득권의 표적이 된 것일 테고... 기득권의 몰매를 맞으면서도 그저 아프다, 아프다 한마디로 꾸역꾸역 가시밭길을 헤치고 온 문재인을 사람들은 이제야 조금씩 인정해주는 듯 해. 지리멸렬한 당을 수습해 김대중, 노무현의 꿈이었던 전국 정당을 마침내 일구어냈고, 확장성이 부족하다 공격해댔는데 지지율이 지붕을 뚫고 올라가니 다음은 또 뭐라 공격해댈지 궁금하기도 하오. 공평무사한 사정 원칙, 그 원칙의 기초를 이루는 정의, 정의의 바탕을 이루는 청렴, 그리고 그 원칙에 입각한 인사... 그가 청와대 있을 때 일단을 내비친 그 원칙들이 패권이라면 그런 패권은 한국 사회 건강을 위해 널리 쓰여야 하는 게 아닐까. 정적들도 인정하는 문재인의 깨끗함으로 미루어 부패로 점철된 박근혜의 패권과 청렴이 기본인 문재인의 패권은 그 내용과 방향이 정반대일 텐데도 친문 패권이라 외치는 사람은 제 입으로 자신이 구시대 적폐요 청산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걸 거요. 살아온 날들로 살아갈 날들을 보는 법... 그러고 보니 친문 패권이란 말은 마치 쇼펜하우어가 명강의로 인기가 높던 헤겔에 대한 시기, 질투, 열등감으로 자신의 개 이름을 헤겔이라고 지어 놓고 ‘헤겔!’, ‘헤겔!’하고 불러대는 모습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네... 순수한 이성, 일관된 삶의 원칙, 그에 기반한 따뜻한 실천이 삶 전체를 관통해 온 인생... 복잡한 듯 보이는 일련의 상황들을 정리해 기득권과 문재인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라 하면 나는 이렇게 쓰겠소. ‘기득권은 문재인이 두려운 거요’. 눈 밝은 이들은 알겠지만 그는 나처럼 오다리요. 다리가 휜 오다리... 최근 우리 아이들을 키우며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아이를 많이 업어주었다고 해서 오다리가 되진 않는다는 거요. 내 얘기가 아니라 전문가 얘기였소. 우리는 어렸을 적 많이 업혀 자라 오다리가 많다고 여겼는데 그것만은 아닌 듯 해. 시골 노인들의 구부러진 허리가 오랜 노동의 결과이듯 오다리는 가난에 따른 때 이른 노동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조심스런 결론이오. 굶주림은 기본이었을 테고... 어릴 적 피할 수 없었던 가난으로 피할 수 없었던 노동... 많이 휘었기에 더 강력했을 문재인의 어릴 적 기아와 노동을 생각하면 그의 가난이 살다 갔을, 우리의 가난도 지나갔을, 그의 오다리에 나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해. 군사 독재 시절 대학에서 강제로 끌려나와 특전사로 내동댕이쳐졌을 그는 아마도 부대에서 오다리 때문에 조인트 꽤나 까였을 거요. 줄과 각이라는 헛것을 중시하는 군대에서 그의 휜 다리는 부러뜨려서라도 반듯하게 차려 놓아야 하는 실제였을 테니까. 다리가 신체적 결함으로 추락한 군대에서, 벌어진 다리가 싫었을 그는 그 틈을 실력으로나마 메우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들을 오기에 절여 흘려보냈을까. 아무 쓸모없는 지적 사항을 쏟아내는 아무런 쓸모없는 관심을 뚫고 특전사에서마저 최고 사병에게 주는 상들을 타냈다 하니 그는 홀로 사막에 던져져도 정원을 꾸미고 꽃들을 길러 태연하게 그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초대하고도 남을 사람이오. 그런 그도 내게는 어떤 의미에서 문제아. 멀쩡하게 직장 잘 다니는 사람을 홀연 빼내는 능력이 일품이니 하는 말이오. 처음 내가 캠프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말도 안 돼, 라고 외쳤소. 작년 12월, 당신은 제주행을 계획하고 있었지. 근래 답답함을 호소해오던 당신의 제주행 결심으로 고요했던 집에는 소용돌이가 일었고. 여행마저 꼭 가야 되냐며 일단 기피하는 나는 먼저 방어막을 쳤었지. 말로는 안 돼, 단호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소. 당신을 따라 행랑을 차리고, 이삿짐을 꾸리게 되리라는 것을. 이삼일 버티는 시늉을 했지. 당신의 진심을 확인하고 난 뒤에는 바로 집을 내놓았지... 인터넷으로 제주 집들을 뒤지고, 저 먼 섬나라로의 이사 비용을 알아보고, 제주행이 급속히 진행되는 듯 해 지인을 통해서도 살 만한 집들을 수소문해 보기도 했지... 하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하던 제주총국으로의 비행은 KBS 본사에서 시행하려던 잡포스팅 제도로 급브레이크가 걸렸지. 잡포스팅... 어떻게 보면 순환 배치요, 어떻게 보면 직무 공모인 듯도 한 이 제도를 보며 우리는 먼저 이웃 방송국에서 진행중인, 권력에 고분고분하지 않던 직원들에 대한 무자비한 복수극을 떠올렸지. 블랙리스트가 좀비처럼 되살아나 떠도는 시대에 명칭은 달라도 내용은 비슷하리란 불길한 예감이 우리를 휘감았고... 제주가 유배지가 되어버릴 수도 있었을 터. 그때였지... 캠프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다시 걸려온 게. 처음엔 누구나 농담으로 들었을 얘기.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뛴 나는 당신에게 얘기도 꺼내지 않았었지... 두 번째 전화를 받고 나서야 생각해보니 이것은 당신에게 제안한 일이지 내 일이 아니지 않았겠소. 며칠 고민 끝에 전화온 얘기를 해주었지... 돌아보면 절묘하기도 하지. 제주행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시기, 본인도 아닌 남편한테 전화로 걸어온 운명의 이 시간차 공격 결과를 생각해보면... 교착 상태에 빠진 제주행. 그리고 구체성을 띠며 걸려온 캠프의 전화. 나는 당신 눈빛이 흔들리는 걸 느꼈소. 제주행이 우리의 안락을 위한 현실 도피라면 캠프행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끊어내버릴 수도 있는 현실 참여의 기회. 그게 문재인이라니 훨씬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들렸겠지. 당신은 문재인을 좋아했으니까... 2012년 대선 결과가 나온 날 아침, 당신은 눈물을 쏟으며 출근했었지. 방송국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5년을 참아왔는데 5년을 다시 견뎌야 한다니 막막했겠지... 논의 끝에 우린 캠프 관계자를 만나보기로 했지. 흔들리던 당신 눈빛으로 미루어 우리는 어쩌면 설득하러 간 게 아니라 설득 당하러 간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소. 시위 나갔다 경찰에 붙잡혀 있던 당신 걱정에 밤새 경찰서 밖에서 발을 동동 굴렀던 일이 생각나네. 하루만에 풀려난 훈방이었지... 시끄럽고 불편하고 낯설기까지 한 전투를 각오해야 하는 현실 참여에 당신이 흔들린 걸 보면 당신에겐 세상을 바꿔보고자 했던 학생 때의 열정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나 보오. 우리와 문재인의 만남은 그런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지. 마포의 한 식당에서. 세상의 평가 그대로 그는 소탈하고, 솔직하고, 친근해서 가식이나 권위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소.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묻다가 살아온 얘기들을 하다가 안도현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 얘기를 하다 블라인드 테스트가 화제에 올랐지. KBS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로 입사한 첫 기수인 당신에게 그는 이것저것 물었지. 출신 학교를 지우고 시험을 치르는 블라인드 테스트. 한마디로 학벌이 아니라 지원자의 삶을, 실력을 보자는 입사 시험.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된 블라인드 테스트는 문재인을 통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블라인드 테스트가 공공기관 입사 시험 방식으로 공식화되면 우리는 학벌로부터 조금은 멀어지게 될까, 청춘들에게 이 제도가 조금은 숨 쉴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다 당신이 입버릇처럼 말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문재인표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우회로를 통해서 실현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소. 문재인의 책 <운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오지. ‘금방 동질감 같은 게 느껴졌다. 나와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는 느낌 같은 게 있었다.’ 문재인이 노무현을 처음 만난 느낌에 대해 쓴 구절이오. 당신과 문재인이 비슷한 거 같다는 말은 사실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입으로 한 말이잖소. 그는 우리와 두 시간 가량의 대화를 끝내며 이렇지 말했지. “우리랑 같은 과시구만.” 당신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일 터.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 이걸로 마누라 뺏기는구나, 하였소.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았소. 다만 이제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하겠다, 싶었지. 유신의 유물 같기도 한 블랙리스트가 유령처럼 떠도는 시대. 그런 시대에는 개인이든, 가정이든, 회사든, 사회든 안팎으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답답한 공기가 주위를 맴돌곤 하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더 맑은 공기, 더 온전한 자유, 더 공정한 기회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안에서도 다치고 밖에서도 다칠 바에야, 생각이 안에서도 밖에서도 죽을 바에야, 지옥으로 향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결국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되는 법. 당신도 그런 거겠지... 역사가 대의와 사람과 심장의 동시간적 접속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날 우리는 마포의 한 식당에서 낡고 부패한 권력 교체라는 목표에 각자의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것일 거라 생각했소. 군사독재 시절 우리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서늘한 문구로 현실을 알아가곤 했었지. 아무도 웃지 못했소... 세월이 흘러 그 무섭고도 슬픈 문구로부터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들은 촛불과 미소로 권력이 참담하게 쓰러뜨린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고 있소. 아마도 세계는 최루탄 하나 터지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보도블록 하나 깨지 않고,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 이룬 혁명이 여기 한국에 있다고 소개하겠지. 촛불 혁명으로 명명될 역사적인 순간들을 그려 내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소. 머리를 감은 사람은 갓을 털어 쓰고, 목욕을 한 사람은 옷을 털어 입는다 했듯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며 우리는 우리를 대표할 사람도 새로 선출하겠지... 온갖 낡은 것들을 씻어내면서 정의가 살아 숨쉬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 주는 새시대의 첫째가 당신처럼 나도 문재인이었으면 좋겠소. 촛불로 거짓을 씻고, 촛불과 미소로 우리 스스로 오욕을 씻어낸 새시대의 첫째가, 새시대 첫번째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 기득권의 골칫덩어리 문재인이었으면 좋겠소. 꽃길만은 아닐 그 길에 당신의 건투를 비오.
  •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김문수 “진지한 우국충정에 눈물”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김문수 “진지한 우국충정에 눈물”

    새누리당 대선 후보 출마 의사를 밝힌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5일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나선 소감을 밝혔다. 김 전 지사는 “태극기를 들고 명동-남대문을 한바퀴 돌아오는데 남녀노소 모든 분들 우국충정이 너무 진지하셔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4일 서경석 목사의 요청으로 청계광장 연단에 올라 “대통령이 탄핵됐으면 됐지, 단두대를 끌고 대통령의 목을 효수하고 상여를 매고 다니는 일부 극악무도한 세력이 광화문에 있다”며 “이것도 부족해서 대통령의 속옷까지 다 벗겨 국회에 전시했다, 이런 세력들이 정권을 잡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연설을 했다. 이어 그는 “미국 국방장관이 세계에서 첫번째로 우리나라를 방한했는데 대통령은 탄핵으로 직무정지가 돼있으니 안타깝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는데 야당은 사드 배치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포기하기 전까지는 북한 핵 숫자와 비례해서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하는데 미국이 재배치를 반대하면 대한민국이 자체 핵 무장을 해야 한다”면서 “북한인권법을 국회에서 10년 이상 가로막고 통과를 저지한 세력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었는데 이런 세력들에게 나라를 맡겨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박경리가 살아 돌아와도/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경리가 살아 돌아와도/황수정 논설위원

    북악산 길을 달리다 성북동으로 잠시만 꺾어 내려가면 수연산방이 있다. 길가의 큰 신식 건물에 가려졌지만 한 번 본 사람은 조촐하게 돌아앉은 솟을대문을 잊지 못한다. 월북 작가 상허 이태준(1904~?)의 옛집이다. 그가 월북하기 전 13년을 살며 글을 썼던 고택은 지금 전통찻집이다. 작가의 외손녀가 할아버지의 옛집을 물려받아 길손들에게 대추차며 호박범벅을 내놓고 있다. 상허의 집에서 상허의 수필집 ‘무서록’을 읽는다. 그 맛의 깊이와 향을 나는 말로 다 표현할 재간이 없다. 열두 자도 넘는 파초 아래 의자를 놓고 남국의 정조를 명상했을 누마루 앞 뜨락(‘파초’), 아침마다 이를 닦으며 안마당에서 한참 쳐다봤다는 건너편 산마루의 성곽(‘성’), 가을밤 불벌레 부딪는 소리가 째릉째릉 울렸다는 창호지 발린 미닫이문(‘가을꽃’)…. 칠십 년이 넘은 작품 속 공간들이 도처에 생생해서 눈이 고단할 지경이다. 그런 즐거움에 나는 ‘무서록’을 또 읽는다. 알량한 개인 취미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작가의 정신과 훈기를 쬐는 일이 문학을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 동기인지를 말하고 싶어서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지인들의 딸 둘이 모두 수능시험날 첫 교시 국어 영역에서 울어 버렸다고 했다. 국어 문제가 어쨌기에, 일껏 챙겨 봤다. 보험의 경제학적 원리를 설명한 지문은 시험지 한 면을 꽉 채웠다. 인터넷의 짧은 글에만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숨이 막혔을밖에. 문학 부문에서는 더 했다. 박경리의 1964년 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그보다 더 오래된 김수영의 시 ‘구름의 파수병’을 복병처럼 맞닥뜨리고는 눈물이 쏙 빠졌을 것이다. 박경리와 김수영이 누군가. 모국어의 절정을 구사한 작가들이다. 스무 살 언저리의 우리 청춘들이 가장 순도 높은 모국어 앞에서 좌절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썰렁해진다. 생활기록부에 몇 자 기록할 ‘기획 도서’ 말고는 독서에 담을 쌓게 하는 것이 교육 현실이다. 그러면서 대하소설급의 박경리 장편을 입시에 들이미는 발상부터 따져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읽고 분석하는 능력을 저울질한다지만, 애초에 그런 직관은 평가의 대상일 수 없다. 우리 글에 질려 십리 바깥으로 도망가게 몰아세우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된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원의 도서실 서가를 가끔 얼쩡거린다. 한복판에 박경리의 21권짜리 대하소설 ‘토지’ 전집이 꽂혀 있다. 중고생들이 이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가 “손도 안 댄다”는 대답에 혼자 웃고 만 적이 있다. 다음 순간 들은 말을 그래도 오래 위안 삼는다. “박경리 이름 석 자는 기억하겠지요.” 그날로 나는 ‘토지’를 다시 읽고 있다. 누군가 빌려 보는 흔적을 남겨 줘야 전집이 자리를 지키지 싶어서. 당장 읽지 않아도 책의 훈기를 쐬는 것은 단단하고 소중한 일이다. 문학을 접할 현실적 여유가 없고, 문학과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는 청소년들에게는 더욱이 그렇다. 최근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시집이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로 뜬 이유이기도 하다. 동기와 방법의 오솔길에 등불만 켜 주면 사람들은 읽고 느낄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허송세월은 그래서 자꾸 기가 막히다. ‘최순실 예산’을 집행하는 데나 정신이 뺏겨 그 흔한 책 읽기 캠페인 한번 하지 않고 4년간 도낏자루만 썩였다. 블랙리스트가 아니더라도 할 일은 산처럼 많았다. 산문의 최고봉인 이태준만 놓고 보자. 1992년 상허학회가 결성되고 재작년에야 가까스로 7권짜리 전집이 나왔다. 초쇄로 찍은 700질의 절반 이상이 아직 출판사 창고에 쟁여져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조차 전집을 온전히 다 볼 수 없다. 이러다가는 절판이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올해 문체부의 출판산업 육성 예산은 191억원. 부처 예산의 1%도 안 되는 돈이다. 세종도서 선정 사업비는 그중에서도 얼마일지 민망해서 알고 싶지도 않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오래된 우리 작가들의 처지는 해가 갈수록 초라하다. 기억해 주지 않으면 작가는 박물관의 역사가 된다. 먼지 산을 뒤집어쓰더라도 시중 서가 곳곳에 이태준, 김수영, 박경리, 이문구가 버티게 해야 한다. 정책의 지원이 필수다. 그러지 않으면 박경리가 살아 돌아온들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정말 겁나는 일이다. sjh@seoul.co.kr
  • 손바닥 대고 2초면 정맥인증 OK… 내 몸이 곧 ‘비밀번호’

    손바닥 대고 2초면 정맥인증 OK… 내 몸이 곧 ‘비밀번호’

    “손바닥을 이곳에 4차례 연속 가볍게 올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3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점. 창구 직원이 오랜만에 점포를 찾아온 고객에게 정맥 인증 시스템에 대해 설명한 뒤 정보 등록을 권유했다. 정맥을 스캔한다는 말에 약간 머뭇대던 고객은 컴퓨터 마우스 크기의 작은 기기에 손바닥을 살짝 얹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흔쾌히 동의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손바닥 정맥 인증 서비스를 전면 도입하고 전국 80여개 모든 점포에 인식 기기를 설치했다. 사전에 정맥 정보를 등록한 고객은 신분증이나 카드, 통장 없이 점포를 방문해도 본인임을 인증받고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다. 손바닥만 ‘멀쩡’하면 된다. 등록된 정맥 정보는 암호화 과정을 거쳐 금융결제원과 NH투자증권에 분산 보관된다.●혈관 패턴 이용한 정맥인증… NH, 업계 첫 도입 적외선으로 손바닥을 촬영해 등록된 정보와 비교하는 정맥 인증은 인간의 정맥이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걸 이용한 기술이다. 혈관의 굵기나 크기는 성장에 따라 변하지만 패턴은 평생 바뀌지 않는다. 정맥 인증의 타인 수용률(다른 사람을 본인으로 오인)은 0.00008%. 로또 복권 1장(5게임)을 샀을 때 1등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 정맥 인증은 기기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스캔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거부감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손에 땀이 많은 다한증이나 인종에 따라 다른 멜라닌 색소 등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NH투자증권이 쓰는 일본 후지쓰사의 기기는 대당 40만원으로 시스템 구축 비용까지 합쳐 총 4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양정남 NH투자증권 업무지원부 대리는 “보통 5분 가까이 걸리는 본인 확인 절차가 정맥 인증으로 2초 안팎으로 단축됐다”고 말했다.●지문·목소리·홍채 등 시장 꾸준히 확대 내 몸이 곧 신분증이고 비밀번호인 시대가 왔다. 지문과 목소리, 홍채, 정맥 등을 이용한 생체 인증이 금융을 비롯해 유통, 공공, 통신, 제조,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적외선 카메라 등 기기가 스마트폰에 내장될 정도로 초소형화됐고, 정밀도와 보안성이 대면 인증보다 높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AMI는 세계 생체인증 시장 규모가 2015년 26억 달러(약 3조원)에서 2020년 333억 달러(약 39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도 2012년 18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으로 꾸준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시험 응시생이 제집처럼 드나들며 성적을 조작해 곤욕을 치른 정부청사는 얼굴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이다. 다음달부터는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와 세종·과천·대전 등 4개 청사가 186개 스피드게이트(출입기기) 전체에 얼굴 인식 단말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해상도 480×640 픽셀 이상의 사진을 사전 등록하면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단말기가 본인 여부를 파악한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기업 시스원이 개발한 단말기는 눈·코·입·윤곽 등 인간 얼굴이 가지는 60여가지 특징을 활용한다. 사람이 다가오면 약 2초 동안 40~60장의 사진을 고속으로 촬영해 정밀도가 높은 것만 몇 장 골라낸다. 이 사진들과 사전 등록된 사진을 비교해 인증하는 시간은 0.5초 내외다. 얼굴 인증도 정맥과 마찬가지로 비접촉 방식이라 거부감이 덜하고, 이용자가 어떤 특별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얼굴은 나이, 체중 변경, 성형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시스원은 최근 1년 이내에 찍은 사진을 등록하도록 권하고 있다. 얼굴 인증은 단말기가 이용자의 얼굴을 제대로 찍었다면 99%의 정확도를 보인다. 다만 빛의 조도와 얼굴이 찍히는 각도 등에 따라 인식 불능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 남운성 시스원 이사는 “단말기가 사진을 정확히 찍기 위해 이용자에게 요구하는 자세를 민감도라고 하는데 인식 가능 확률이 90%를 넘으면 이상적인 것으로 본다”며 “데이터가 누적되면 정확도는 높이고 인식 불능 확률은 낮춘 민감도를 설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부 지방공사 등 공공기관은 얼굴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 출입 관리에 쓰고 있으며, 2012년부터 누적 인원 5000만명이 이용했다. 생체 인증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곳은 고객의 신원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금융권이다. 그동안 실명 확인은 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금융실명제에 묶여 활성화되지 못했다가 2015년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인증도 허용하면서 물꼬를 텄다. 금융위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손바닥 정맥만으로 인증받아 결제할 수 있는 ‘바이오 페이’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카드 발급 업무도 가능… 정맥인증 결제 곧 출시 신한은행은 2015년 12월 셀프뱅킹 창구 ‘신한 유어 스마트라운지’를 설치하고 생체 정보를 통해 본인 인증을 거친 뒤 통장이나 체크카드 발급, 송금 등의 업무를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1년 만에 거래 건수가 43만건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홍채 인증 자동화기기(ATM)를 선보였고, 다른 은행들도 지문 등을 활용한 생체 인증에 나섰다. 롯데카드는 손바닥 정맥 인증을 통해 결제하는 ‘핸드페이’를 조만간 시범 출시할 예정이다. BC카드는 모바일 앱을 통한 음성 인증 결제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코스콤은 지난해 모바일 지문 인증만으로 주식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증권사에 배포했다.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다. 호주는 올해부터 세계 최초로 공항에 생체 인증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2020년에는 여행객 세관 업무 90%를 자동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입국신고서가 폐지되고 여권을 제시할 필요도 없어진다. 일본은 137개 금융기관이 정맥 인증 ATM을 도입했다. ●유출 땐 영구적 악용… 보안문제 탓 거부감 커 그러나 생체 인증도 단점이 있다. 생체 정보는 변경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한번 유출되면 영구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 고정된 정보를 거래할 때마다 인증기관에 전송하기 때문에 ‘재전송 공격’(해커가 탈취한 정보를 이용해 정당한 사용자로 가장하는 공격)에 취약하다. 이에 한국은행은 ‘바이오 인증 기술 최신 동향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온라인 금융거래 시 생체 정보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매번 변경되는 정보와 결합해 사용해야 높은 보안성이 유지된다”고 권고했다. 생체 인증에 대한 거부감도 아직 높은 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최근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금융거래 시 생체 정보 이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4%에 달했다. 또 55%는 생체 정보 수집기관의 남용 가능성을 우려했고, 생체 정보의 도용 및 위조를 걱정하는 사람도 51%에 달했다. 응답자 33%는 수집된 생체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것을 염려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생체 정보 보호를 위한 엄격한 제도를 도입하고 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권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정치 뒷담화] 대통령 나온 천하 명당 ‘서여의도’로 헤쳐 모여

    [정치 뒷담화] 대통령 나온 천하 명당 ‘서여의도’로 헤쳐 모여

    대통령을 배출하는 천하의 명당이 있을까. ‘천운’이 따라야 한다는 대통령선거, 그에 앞서 ‘예선’에 해당하는 각 당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어야만 하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준비하다 보니 여야 대선 주자들은 선거캠프의 터를 결정하는 데에도 각별한 공을 들인다. 그렇다면 대선캠프 ‘명당’의 기준은 뭘까. 첫 번째는 역대 대선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빌딩이다. 수차례의 대선을 치렀다는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역대 대통령을 배출했다고 하면 그곳에 둥지를 틀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DJ·박근혜 승리한 대하빌딩… 반기문 계약해지 정치권에서 ‘선거 명당’으로 유명한 곳은 서여의도 대하빌딩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선캠프가 있던 곳이며 1997년에는 김대중 후보의 새정치국민회의 대선 캠프가 차려졌던 곳이다. 조순·고건 전 서울시장도 이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2008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도 이곳을 거쳐 갔다. 명당인 만큼 임대료도 일대에서 가장 비싼 편으로 알려졌다. 평당(3.3㎡) 보증금은 현재 기준 43만원, 평당 임대료는 4만 3000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본래 대하빌딩에서 새 살림을 시작하려 했다. 반 전 총장 측은 660㎡(약 200평) 규모의 사무실 계약까지 완료했었으나 출마를 포기한 후 계약을 해지했다. 반면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각 캠프를 뒀던 금강빌딩과 용산빌딩에는 이번에는 아무도 인연을 맺지 않는다고 한다. 명당의 또 다른 조건은 국회와의 인접성 및 임대료다. 캠프를 돕는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등이 주로 여의도 국회에서 상주하는데다 국회에 상주하는 정치부 기자들과의 접근성이 용이한 서여의도 빌딩촌이 선호되는 까닭이다.야권과 인연 깊은 대산빌딩… 문재인 후보 ‘둥지’ 재수에 나선 ‘대세론’의 주인공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서여의도 대산빌딩에 둥지를 튼다. 4층 일부와 5층 전체를 사무실로 사용하며 브리핑실을 포함해 460㎡(약 139평)가량을 6개월간 임대했다. 2012년 대선 때 문 전 대표의 ‘담쟁이캠프’가 입주했던 동여의도 증권거래소 인근 동화빌딩 660㎡ 크기의 사무실보다는 작다. 입주는 4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건물에 캠프 사무실을 뒀었다. 대산빌딩은 야권과 유독 인연이 깊다. 201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치 혁신의 목적으로 영등포 당사를 폐쇄하고 이곳에 ‘미니 당사’를 뒀다. 천정배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기 전 창당한 신당 ‘국민회의’도 이 건물에 있었다. 2015년에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이 건물에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를 열고서 정치 복귀를 선언했고 지난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며 캠프를 차렸었다. 안희정, 文 캠프와 200m 떨어진 곳에 베이스캠프 문재인 캠프와 200m 떨어진 동우국제빌딩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230㎡(약 70평) 규모의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다. 이 빌딩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이 있는 데다 다수 정치인이 캠프를 꾸렸던 곳이다. 추미애 대표가 지난해 당대표 선거 캠프를 꾸렸고, 문 전 대표가 2015년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캠프를 열었던 곳이다. 또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도 2010년 서울시장 경선 때 이곳에 사무소를 열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 캠프는 정원빌딩 9층에 132㎡(약 40평) 규모로 마련돼 있다. 국민의당 당사로 쓰이는 신축건물에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의 캠프 사무실은 국회도서관과 국회대로를 사이에 둔 신축건물 ‘비앤비타워’ 13층 중 3~4층에 열었다. 이 건물의 5개층은 국민의당 당사로도 활용된다. 성남과 서울의 동선이 길었던 이 시장은 이곳에 집무실도 마련했다. 3층은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기자들이 캠프를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게 한 것은 물론 이 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손가락 혁명군’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풍수지리보다는 여의도 정치와 가깝고 당장 입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그곳에 사무실을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정빌딩 자리 잡은 안철수·유승민 ‘적과의 동침’ 서여의도에 몰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된 주자들도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다. 이들은 산정빌딩에 자리를 잡았다. 안 전 대표는 10층에, 유 의원은 6층에 캠프를 마련했다. 여권의 또 다른 후보인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 지사는 신동해빌딩 7층에 자리잡았다. 이 빌딩은 2012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경선캠프를 차렸던 곳이다. 남 지사는 대산빌딩에 입주하려고 했으나 계약을 미루는 사이 문 전 대표에게 선수를 뺏겼다.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한양빌딩에 자리를 잡았다. 대하빌딩과 마주한 한양빌딩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가 입주했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땐 한나라당이 자리잡았던 곳이다. 같은 당 원유철 의원은 국회 맞은편 진미파라곤 건물에 캠프를 꾸렸다. 대선 일정이 갑작스레 당겨질 가능성이 커지다 보니 주자마다 서둘러 입주할 곳을 찾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대선캠프를 꺼리는 건물주들도 많다. 정치인들과 언론 등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시끄럽고 경비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 건물주로서는 대부분 짧게 임대했다가 철수하기 때문에 이른바 ‘복비’(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그래도 여의도가 단기 임대가 가능한 건물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야권 대선 주자 캠프의 한 관계자는 “대선 주자들은 몇 개월만 쓰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 보증금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을 선호한다”면서 “건물주들이 이런 이유로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권과 거리 둔 손학규 등은 마포구 대선캠프 위치의 상징성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여의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 캠프를 꾸리는 주자들도 있다. 대부분 정당 소속이 아니고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주자들인 경우가 그렇다. 여의도는 ‘정치 1번지’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마포구의 다보빌딩에 개인 사무실을 두고 캠프로도 활용하고 있다. 반 전 총장도 귀국 후 마포구 도화동 트라팰리스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었다. 바로 옆 건물에는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도화동 성우빌딩)이, 400m 거리에는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용강동 광산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마포는 여의도와 다리 하나 사이로 접근성이 좋은데다 세간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라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다. 2012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안 전 대표는 당시 종로구 공평동에 선거캠프를 꾸렸었다. 안 전 대표가 ‘새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만큼 여의도와 떨어진 곳을 물색했었고 ‘공평’(公平)이라는 지명도 마음에 들어 했다는 후문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고영태 겨냥한 朴대통령 대리인단 “헌재가 출석요구서 전달해 달라”

    고영태 겨냥한 朴대통령 대리인단 “헌재가 출석요구서 전달해 달라”

    ‘최순실과 불륜 탓 폭로’ 책임 전가 전략… 헌재, 신청받고 ‘조우송달’ 가능성 타진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잠적 중인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를 직접 만나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오는 6일 열리는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형사재판에 고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데 이때 헌재 직원이 출석요구서를 전달해 달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고씨를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어 고씨가 헌재 증언대에 설 경우 파상공세가 예상된다.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3일 “고씨가 6일 형사법정에 출석할 경우 증인소환장을 법정에서 전달해 달라는 특별송달신청을 헌재에 했다”고 밝혔다. 고씨가 전날 검찰을 통해 6일 오후 2시에 최씨의 형사재판에 출석하겠다고 서울중앙지법에 알려 오자 곧바로 헌재에 송달을 요청한 것이다. 헌재도 신청을 받자마자 법원에 연락해 고씨 출석 여부를 확인하며 송달 가능성 타진에 나섰다. 박 대통령 측이 요청한 조우송달(遭遇送達)은 민사소송법 183조 3항에 근거한다. 송달받을 사람의 주소를 알 수 없을 때 만나는 장소에서 송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고씨가 헌재 직원에게 출석요구서를 받길 거부할 수도 있다. 같은 법 183조 4항에 수령 거부 조항도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조우송달이 고씨를 헌재로 불러들일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17일과 25일로 예정돼 있던 고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위해 헌재가 출석요구서를 수차례 보내고 경찰까지 동원해 탐지에 나섰지만 행방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 측이 고씨의 새로운 주소지를 알아내 헌재가 이날 해당 주소로 송달하려 했지만 또다시 집에 아무도 없어 출석요구서를 건네지 못했다. 박 대통령 측이 고씨에게 집착하는 것은 그를 탄핵 사유의 상당수를 무력화할 인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번 사건의 발단은 최씨가 고씨와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며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일당들이 언론과 정치권에 사건을 왜곡해 제보함으로써 박 대통령이 추구했던 목표와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만약 조우송달이 성사돼 증인신문이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 측은 모든 책임을 고씨 쪽으로 돌리고 박 대통령은 이에 따른 억울한 피해자로 만드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에서의 고씨 증인신문은 오는 9일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