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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여성 아티스트가 펼치는 3色 3音

    세계적 여성 아티스트가 펼치는 3色 3音

    한해의 마지막 달, 클래식 공연계는 물 건너온 여성 아티스트 3인으로 내내 설렐 것 같다. 세계 정상급 지휘자들의 무대에 주역으로 서고 있는 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주디스 하워스, 클래식 기타계의 샛별 안나 비도비치,‘신동’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닌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 이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일 무대들은 감상포인트도 다 제각각이다. 소프라노 주디스 하워스 (1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현악의 전혀 새로운 맛을 발견할 수 있는 이색무대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임헌정)의 연주로 지난 10월부터 예술의전당이 기획해온 심포닉시리즈 ‘톤디히퉁’(Tondichtung·音詩)의 마지막 공연.‘시를 음악화한다.’는 뜻의 독일어인 톤디히퉁 무대는 시를 통해 음악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리스트, 바그너,R 슈트라우스의 음악적 이상향을 재현해줄 프로그램이다. 무대를 장식할 주인공 소프라노 주디스 하워스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수석 가수.‘라 보엠’의 뮤제타,‘박쥐’의 아델레,‘리골레토’의 질다,‘가면무도회’의 오스카 등 주요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약해왔다.1997년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버밍엄 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한 투어콘서트의 일환으로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R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협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독일 후기 낭만파의 거장 R. 슈트라우스의 명곡들을 그의 독창으로 들을 수 있다. 슈트라우스의 대표 가곡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생생한 현장음으로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다.(02)580-1300. 기타리스트 안나 비도비치 (11일 오후 3시 영산아트홀) 크로아티아 출신의 여성 클래식 기타리스트 안나 비도비치가 첫 내한해 편안하고 신비로운 현의 향연을 펼친다.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사단조’, 폰세의 ‘소나티나 메리디오날’, 피아졸라의 ‘5개의 소품’, 월튼의 ‘5개의 바가텔’ 등을 독주할 예정. 5세에 기타를 배워 7세에 데뷔무대를 가진 이후 세계 유수 무대를 돌며 1000회가 넘는 공연이력을 다져온 미모의 신예다.12일 오후 7시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도 공연한다.(02)545-2078.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 (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1세에 주빈 메타에게 발탁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던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1988년 타임지에 세계 5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내한무대에서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윤이상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들려준다. 피아노 협연은 93년 이후 그림자처럼 함께 해온 로버트 맥도널드가 맡는다. 서울 공연에 하루 앞선 28일 오후 7시30분에는 대구시민회관에서 무대를 연다.(02)751-9607.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재계인사이드] 경영철학 책 내는 CEO들

    평소 다독다작(多讀多作)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말을 맞아 잇따라 단행본을 쏟아내고 있다. 사뭇 CEO의 ‘출판의 계절’로 불릴 정도다. 이들 책은 경영 철학이나 직원에게 보냈던 격려편지 내용 등을 간추린 것으로, 회사경영의 전반은 물론 CEO 개인의 인생관도 엿볼 수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독서광들이어서 관심을 더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가인 안철수 사장은 최근 단행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김영사)을 출간했다.9번째 단행본으로,CEO로선 가장 많은 도서를 발간한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홈페이지에 실었던 10여개 칼럼은 물론 직원들과 주고받은 편지, 틈틈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54개 칼럼을 엮어 냈다. 책 갈피에는 건전한 기업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의 태도, 전문가와 리더,IT 강국, 글로벌 시대의 성공,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CEO다 등 사회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들을 다뤘다. 또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빌 게이츠도 성공할 수 없다.’는 내용의 비판적 글도 담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01년 ‘영혼이 있는 승부’를 낸 뒤 3년 만에 선보인 것이다. 이에 앞서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으로 유명한 웅진식품 조운호 사장은 제품개발 노하우와 경험담을 담은 경영에세이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책바치)를 최근 펴냈다. 책은 ‘그래, 어디 보자’로 시작하라,‘정말 그럴까’를 끊임없이 반복하라,‘그러니까 된다’로 밀어붙여라, 명예로운 성공이 아니면 탐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아이디어를 묻지 말라 등을 위기돌파 기법으로 내세웠다. 그는 “충분한 시장 조사와 끊임없는 자문 끝에 얻은 결론이라면 관행이나 주위 반대 때문에 확신을 꺾지 말라.”고 조언했다. 삼성SDS 김인 사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월요일마다 경영 소회를 적어 전 직원에게 발송한 ‘CEO의 월요편지’를 묶어 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96주 연속 전 직원에 보내진 편지는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책 한권 분량인 2000장에 달한다. 편지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비전은 물론 인생철학 및 경험담, 좋은 책 소개 등을 담고 있다. NHN 김범수 대표도 올해 초부터 2개월에 한번 전 직원에게 CEO 편지를 쓰고 있다. 아름다운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 글로벌을 위한 도약 등 앞서가는 인터넷 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언젠가 단행본으로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CEO 중에는 바쁜 일정 속에도 다독다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읽고 쓰는 것은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로서 직원들과도 가까워지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올바른 길을 제시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31일로 4년 활동 마감 의문사委 한상범 위원장 인터뷰

    31일로 4년 활동 마감 의문사委 한상범 위원장 인터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오는 31일 공식활동을 마감한다. 의문사위원회는 2000년 10월 출범한 이후 의문사 30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허원근 일병 타살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비전향장기수의 민주화운동 연관성을 인정함에 따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8일 대국민 보고서 발표를 앞둔 한상범(韓相範·68) 위원장을 만나 의문사위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고,‘역사청산’과 관련한 앞으로의 과제도 들어보았다. 한상범 위원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대화내용을 모두 녹음하겠다고 ‘통보’했다. 언론과 만난 뒤 자신의 뜻이 왜곡되어 보도되는 일이 너무 잦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40년 이상 지상논쟁 등을 무던히도 해왔는데 요즘 같은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중에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증거를 남겨야 하는 현실은 그에게도, 기자에게도 착잡한 일이었다. 한 위원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질문을 받기도 전에 “우리는 ‘7월 소동’에 대한 비망록을 다 만들어 놓았다.”고 털어놓았다.‘7월 소동’이란 지난여름 ‘불법 강제전향에 대한 항거는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는 의문사위 결정에 뒤이은 일련의 논란을 지칭한다. 당시 그는 ‘빨갱이 한상범 체포조’ 수십명이 집으로 몰려오는 바람에 봉변을 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어젯밤 윌리엄 블룸이라는 사람이 쓴 ‘불량 국가’라는 책을 읽었어요. 일본의 우익을 대변하는 오카사키 히사히코가 쓴 ‘요시다 시게루 전기’에 나오는 미·일관계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빨갱이’로 규정해 놀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과 손잡았으니 빨갱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논법은 ‘네오콘’으로 불리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나 우리 보수진영과도 비슷해요. 자기 마음에 안들면 ‘타깃’을 가지고 조이는 것이 결국 빨갱이 논리더라고요.” ‘하지만 간첩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다는 결정은 보수진영뿐 아니라 보통사람에게도 자극적으로 들렸던 것 같다.’고 살짝 끼어들었다. 한 위원장은 “그들의 전력을 두고 간첩이라고 하는데 우선 그 문제는 처벌이 끝났고, 또 빨갱이든 흰둥이든 최소한 생명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들에게는 사상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약하는 제도가 잘못됐다고 목숨을 걸고 주의를 환기시킨 나름의 노력이 있는 것”이라면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와 생명권을 함부로 침해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차분히 할 수 없도록 단순논리로 포장해 ‘빨갱이를 두둔했다.’고 하면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처럼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조직의 수장에 오른 것은 1기 위원회가 활동기간을 5개월 남겨둔 2002년 4월. 양승규(梁承圭) 초대 위원장을 이은 그는 2기까지 연임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1961년 이후 동국대에 재직한 법학자이다.1964년 한·일협정 반대 교수단 서명을 주도한 이후 40년 이상 인권운동가로 사회 참여에 앞장섰다. 이 해에는 또 동국대 농업경제학과 학생이 대한극장 앞에서 한·일협정 반대시위를 벌이다 경찰봉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진상조사단 간사로 경찰에 타살의 불법성을 시인하고 사과·보상을 요구하다 정보기관의 추적과 감시를 당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인생에 있어 ‘의문사 진상규명’의 서막이었던 셈이다. 한 위원장은 취임한 직후 “반민특위처럼 겉핥기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의문사위 활동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그는 “내 가슴에 맺힌 응어리 가운데 첫째가 내 능력의 한계이고, 둘째는 이 기구의 태생적 한계”라면서 “그렇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악조건 아래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 당시 의문사위 조직이 ‘공중분해 일보직전’이었다고 돌아봤다. 국정원·기무사·헌병대·검찰·경찰·국정홍보처·행정자치부·외교통상부 출신에 민간조사관까지 가세한 ‘짬뽕’인력에 3년도 길지 않은 인권문제를 ‘6개월 안에 조사를 끝내야 한다.’는 규정은 속된 말로 ‘죽 쑤다 말라는 얘기’였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의 비협조’에는 더욱 아쉬운 듯했다. 그는 “구 기득권 세력이 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도 국가기관에는 과거 의문사에 책임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어요. 전·현직 불문하고 수백명의 명단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우리 활동은 음양으로 기분나쁠 수밖에 없겠지요. 자기 정치생명이나 공직자로서도 문제가 되니까 방해하는 것입니다.” 의문사위가 다하지 못한 과거사 규명은 ‘진실화해위원회’에 맡긴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복안이다. 그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지켜봐야 하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우리가 하던 일의 범위를 넓혀 도마에 올리는 것이니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의문사위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쯤 되겠느냐.’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블룸의 ‘불량 국가’ 얘기를 다시 꺼냈다. 블룸은 국가가 자체적으로 과거사를 조사해서 화해하고 참회하고 청산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 같은 강대국에는 전혀 없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몇 나라에만 있는 이런 움직임이 ‘인류 문명의 시험대’라고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광복 이후 60년 만에 시도되는 과거 청산은 아주 중요한 ‘터닝포인트’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새로운 위원회에 참여할 사람들에게는 “일제시대 친일파 문제도 현재진행형”이라면서 “기득권이나 권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사람이 없으니 어느 정도 갈등은 각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그는 언젠가 “인간의 죄악을 함부로 용서해주는 것도 죄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이날도 “용서의 주체는 피해자”라면서 “납득할 만한 가해자의 참회가 있어야 용서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이해가 없다면 용서가 아니라 방치가 아니겠느냐.”고 되묻는 것으로 1시간30분에 걸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글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사 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한상범 위원장 주요 약력 ●1960∼1961년 조선대 교수 ●1961∼2002년 동국대 교수 ●1995∼1999년 한국법학교수회장 ●1991년∼ 아시아태평양공법학회장 ●1995∼2003년 참여연대 고문 ●1999년∼ 인권정보센터 회장 ●2001∼2003년 민족문제연구소장 ●2001∼2003년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회 법률가위원회 부위원장 ●2002년 4월∼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 의문사 규명 앞으로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해체되면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앞으로 발생하는 의문사는 어떻게 처리될까. 의문사위의 기능은 ‘진실화해위원회’(가칭)가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4대 법안’의 하나로 입법을 추진하는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이 이 조직의 설립근거가 된다. 법안은 ‘새 위원회가 의문사위에서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승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당 안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새 위원회의 조사 범위와 권한은 크게 확대된다.‘정부수립 이후 권위주의 통치 아래서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으로 넓혀 놓았기 때문이다. 의문사위는 ‘1969년 3선개헌 이후 공권력에 의한 직·간접적 위법 행사에 의해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사건 가운데 민주화와 관련된 사건’으로 조사범위가 한정되어 있었다. 여기에 자료제출요구권, 압수수색영장 청구의뢰권, 청문회실시권, 통신자료요구권, 동행명령권이 부여되는 등 조사권한도 강화된다. 다른 국가기관에는 국가기관 상호간 협조 의무도 부과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조사기구의 성격을 학술원 산하 위원회로, 조사 권한도 출석요구, 자료제출요구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 조사범위나 권한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새 법안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최근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로 일부 넘겨질 가능성도 있다. 인권위 김창국 위원장은 “최근 발생했거나, 앞으로 일어날 군 의문사는 인권위가 직권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인권위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성폭력 증거보전제 ‘유명무실’

    성폭력 증거보전제 ‘유명무실’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똑같은 진술을 되풀이하면서 입는 정신적 충격이나 수치심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증거보전제도가 수사기관의 무관심 속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증거보전제도는 사건에 관련된 사람이 건강 등 이유로 법정에서 증언하기 어려울 때 수사기관으로 판사를 불러 한번만 진술하고 이 진술서를 법원에서도 증거로 사용하는 제도다. 경찰에서 작성된 일반 진술서는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법정 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복진술, 성폭력 만큼이나 상처 입혀 성폭력 피해자들은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진술을 반복하는 것이 성폭력 피해 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적게는 2번, 많게는 10번까지 진술을 해야 한다. 강간을 당한 대학생 A(21)씨는 증언을 하러 법원에 찾았다 잊지 못할 공포를 경험했다. 법정 밖에서 피고인과 마주친 것이다. 그는 “복도에서 어떤 남자가 웃으며 걸어와 ‘누구씨죠.’라며 아는 척을 했다. 그 순간 가해자란 사실을 알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A씨는 증언에 나섰지만, 정신적 충격 탓에 무슨 대답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다른 성폭력 피해자인 대학생 B(20)씨는 경찰, 검찰, 법원에서 자꾸 불러 결국 한 학기를 휴학했다. 그는 “직장 다니는 사람은 어떻게 수사와 재판을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법원에 오느라 학교 수업을 빠질 때마다 교수한테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마음도 혼란스러워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가 나온 군인에게 강간을 당한 고등학생 C(16)양은 가해자가 현역 군인이라는 이유로 헌병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수사관은 ‘성경험은 있느냐.’는 등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몇차례 조사받던 C씨는 성폭력 때 받은 정신적 충격에다 수사과정에 겪은 모멸감으로 부분 기억장애를 얻고 말았다. 이러한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3월 성폭력 특별법을 개정, 증거보전제도를 한층 강화했다.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성폭력 사건에선 경찰, 검찰 뿐 아니라 피해자가 직접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고,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정신장애인일 경우 영상물을 이용한 증거보전을 원칙으로 규정했다. 법원도 지난 9월 성폭력전담 재판부를 만들면서 증거보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담 판사가 증거보전을 맡도록 대법원 규칙을 변경했다. 증거보전 때 피해자의 진술을 지켜본 판사가 나중에 사건을 처리, 피해자의 법정증언이 없어도 유·무죄 판단에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증거보전 방법 아무도 안가르쳐줘” 그러나 강화한 증거보전제도가 활용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13세 이상 성폭력사건에서 증거보전이 신청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증거보전을 설명하지만, 대부분 복잡하다며 신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정을 찾은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증거보전제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성폭력 피해자 D(24)씨는 “경찰관이나 검사 누구도 진술을 한번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얘길 해주지 않았다.”면서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뭐하러 수치심에 몸을 떨며 5∼6차례씩 불려 다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사기관이 증거보전을 기피하는 것은 진술서 작성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증거보전을 위해선 피해자, 가해자, 판사, 수사기관 등이 한 시간에 한 장소에서 만나 진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사건이 많은 경찰, 검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또 판사 앞이라 경찰·검찰이 평소대로 수사하기가 껄끄러운 점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란 고유한 영역에 판사가 개입하는 것도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증거보전제도 활성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단체 등은 13세 미만뿐 아니라 모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증거보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지원 변호사는 “판사의 업무가 너무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피해자의 인권을 고려하면 증거제도 의무화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정유숙 상담인권국장은 “피해 진술을 최소화하도록 모든 성폭력 피해자에게 비디오 진술 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편안한 공간에서 진술하도록 법정 밖에서 진술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섭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 [오늘의 눈] ‘수능부정’ 누가 책임지나/김재천 사회부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는데도 의아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도대체 이번 사태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고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것이다.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담화를 발표하긴 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감들도 병풍처럼 도열해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너무나 무책임한 교육계에 또 한번 실망하고 있다.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들의 ‘사죄’를 사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동안 부정행위의 가능성은 교육부와 각 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제보 형식으로 꾸준히 올라왔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시험감독 지침을 일선 교육청에 내려보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교육청은 관심없이 넘겨 버렸고 교육부도 감독을 소홀히 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교육청에는 (부정행위자가)없다.”며 손사래치던 교육감들이 이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지난달 25일 ‘사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관계자들도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빨리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나부터 책임을 지겠다.”며 진정으로 사죄하는 교육자는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다. 일부 교원·교육 관련 단체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 표명’만 했을 뿐 입을 꾸욱 다물고 있다. 그동안 온갖 사안에 끼어들어 목소리를 높이더니만 이번 일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서는 모양이다. 안 부총리와 교육감들은 이대로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성과도 없는 대책회의만 거듭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죄로 끝낼 일도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재발을 막기 위한 채찍질이고 국민들의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길이다. 김재천 사회부 기자 patrick@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지도자 변신 고민하는 ‘셔틀 퀸’ 나경민

    [스포츠 라운지] 지도자 변신 고민하는 ‘셔틀 퀸’ 나경민

    최근 한국체대 배드민턴체육관에서 ‘셔틀 퀸’ 나경민(28·대교눈높이)을 만났다. 모처럼 환히 웃는 모습이 낯설기조차 했다. 지난 8월 아테네올림픽 혼합복식 8강 탈락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아 아직도 풀죽어 지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올림픽을 마치고 2주간 휴식을 가졌습니다.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 맛보는 꿀맛 같은 휴식이었습니다.” 나경민은 오랜만에 여행 등으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전국체전 등 부담없이 국내 대회에 출전하며 그동안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고 말한다. 요즘 눈높이슈퍼시리즈대회를 앞두고 어린 후배들과 운동에만 열중하고 있다. 잠시 라켓을 내려놓은 그는 아테네올림픽이 생애 가장 아픈 대회로 기억될 것이라며 한많은 올림픽의 악연을 조심스럽게 떠올렸다. ●고1때 최연소 태극마크 초등학교 4학년때 라켓을 처음 쥔 나경민은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내며 ‘제2의 방수현’으로 부상했다. 고교 1학년때 최연소로 태극마크도 달았다.1996년 한체대 2학년의 어린 나이에 당시 교수였던 ‘셔틀콕 황제’ 박주봉(현 일본대표팀 감독)과 애틀랜타올림픽 혼복에 출전하는 행운을 잡았고, 무난한 우승이 점쳐졌다. 하지만 결승에서 ‘태극 형제’인 김동문-길영아조에 뜻밖의 일격을 당해 은메달에 그쳤다. 올림픽과의 그의 악연이 여기서 시작되는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나경민은 애틀랜타올림픽 결승에서 쓰라린 아픔을 줬던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 김동문과 짝을 이뤄 2000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른바 ‘적과의 동침’이었다. 하지만 8강전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던 중국의 장준-가오링조에 어이없이 무너져 또한번 충격에 빠진다. ●올림픽 3회 출전 ‘노 골드’ 악연 그리고 다시 4년 뒤 아테네. 나경민은 ‘올림픽 금’ 한풀이의 마지막이자 최상의 기회를 맞았다. 김동문과 8년째 호흡을 맞춘 데다 2003년부터 아테네대회 전까지 무려 14개 대회 연속 우승과 국제대회 70연승의 신화를 일궈내 김-나조의 금은 ‘기정사실화’됐었다. 나경민은 시드니에서 ‘확실한 금’이라고 부추기는 언론과 주위의 중압감에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오로지 운동에만 몰입했다. 물론 그 어느때보다 우승에 대한 자신감은 넘쳤다. 하지만 8강에서 그동안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덴마크조에 져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올림픽 3차례에 출전해 항상 강력한 금 후보였지만 ‘노 골드’로 올림픽을 마감한 것. 그리고 3개월후 나경민은 또다른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선수 생활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지도자로 변신할 것인지의 중대 갈림길에 섰다. 우선 소속팀인 대교눈높이는 내년부터 ‘큰 언니’인 나경민을 선수 겸 트레이너로 승격시킬 예정이다. 게다가 대표팀에서는 선수든, 코치든 무엇을 선택하든지 내년 대표팀에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나경민은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 하지만 막상 다시 시작하려니 혹독한 훈련과 주위의 기대가 겁이 난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도 “여전히 세계 최강인 나경민을 대표선수로 기용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선뜻 그에게 선수 복귀를 종용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나경민은 “이제는 운동을 즐기고 싶다.”면서 “그러나 일단 선수로 대표팀에 들어가면 목표 의식을 가지고 매진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연말까지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자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내 없나요” 나경민의 또다른 고민은 결혼.20년가까이 선수 생활만 해오다 보니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한숨 돌리면서 내년에 30살 노처녀가 된다는 사실에 자신도 움찔했단다. 무엇보다도 어머니가 옆에서 더 몸달아하시는 게 안타깝단다. 평생 치마 한번 입어보지 못했다는 수줍음 많은 나경민이 뜻밖에 신랑감 자격을 공개했다.“자상하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사내, 어디 없나요.” 글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강소기업 6社 성공비결?

    강소기업 6社 성공비결?

    헤어드라이기 전문업체인 유닉스전자는 설립 27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경쟁사였던 ‘카이저’가 제빵기 등 다른 제품에 손을 댄 이후 쓰러진 것과 달리 77년부터 헤어드라이기라는 ‘한 우물’만 파고든 덕분이다. 사업 초기에는 외국제품을 모방하는 수준이었지만 꾸준한 연구개발로 이제는 음이온 드라이어나 전자파 차단 드라이어 같은 앞선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세계적인 이·미용기 업체인 미 퍼룩시스템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1100만달러(약 115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130억원이나 늘어난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고의 자물쇠 기업인 스웨덴의 아사아블로이, 스와치 시계로 유명한 SMH 같은 세계적인 ‘강소기업’들이 국내에도 적지 않다. ‘옥시크린’으로 유명한 옥시는 다른 기업이 손을 댄 아이템은 하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이미 염소계 표백제인 락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 뛰어든 옥시는 산소계 표백제 ‘옥시크린’을 내놓아 대성공을 거뒀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물 먹는 하마’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김치냉장고 ‘딤채’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딤채를 위니아만도(구 만도기계)가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95년 딤채를 내놓은 만도는 대기업들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납품을 제안받았지만 자체 브랜드로 밀고 나갔다. 99년 자본금 3억원과 직원 7명으로 출발한 레인콤은 2002년 1월 독자 브랜드 ‘아이리버’를 내놓으면서 단기간에 국내 1위, 세계 2위 MP3플레이어 업체로 부상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버티고 있는 타이어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킨 넥센타이어의 성공 비결은 한 발 빠른 제품 출시와 다양한 제품 라인업. 몸집이 작은 대신 가볍고 유연한 후발업체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쿠쿠홈시스는 매년 매출액의 7% 이상을 신제품 개발 및 연구개발에 투자해 대기업들도 고전할 정도로 복잡한 전기압력밥솥의 기술과 품질을 높여왔다. LG경제연구원은 2일 ‘강소기업의 5가지 성공비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강소기업들의 비결은 ▲한 우물 파기 ▲새로운 개념의 제품 ▲자체 브랜드 육성 ▲스피드와 유연성 ▲시장지향적인 독자 기술로 나타났다.”면서 “무엇보다 이들 기업의 성공 이면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시도한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삼성 세계경영 구상 ‘미래전략그룹’

    삼성의 독특한 해외전문가 조직인 ‘미래전략그룹’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전략 컨설팅과 해외진출 등을 지원하는 미래전략그룹은 1997년 7월 해외 핵심인재를 확보하려는 이건희 회장의 ‘특명’으로 설립됐다. 컨설팅, 재무, 전략기획, 연구개발, 법률, 마케팅, 영업 등 각 분야에서 6년 이상의 실무경험을 쌓은 이들이 창립 멤버다. 당시만 해도 삼성의 위상이 요즘같지 않아 하버드,MIT, 스탠퍼드 등 세계 톱10 비즈니스스쿨 출신의 인재 22명을 ‘모셔 오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7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는 하버드 MBA를 마치고 매킨지에서 7년간 근무했던 벨기에 출신의 요한 베프라테레 등 10개국에서 온 25명이 삼성본관 바로 옆 태평로빌딩에서 삼성의 글로벌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직급은 과장이지만 1억원 이상의 연봉과 한남동의 30평형 이상 아파트 등 섭섭지 않은 대우에 해외경험이 풍부한 삼성직원을 ‘코디네이터’로 지원받는다. 미래전략그룹은 출범직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가족 문제 등으로 2년간의 계약이 끝나면 삼성을 떠나는 인재들도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삼성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계약이 끝나도 대부분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정규직원으로 남고 싶어한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넬슨 앨런은 미래전략그룹을 거쳐 지난해 삼성전자 부장으로 정착했다. 지난 2002년 삼성의 외국인 임원 1호가 된 데이비드 스틸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기획담당 상무도 미래전략그룹에서 발탁된 대표적 사례다.22명의 미래전략그룹 출신 인재들이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SDS, 삼성증권 등에서 일하고 있다. 선발과정도 까다로워졌다. 하버드 등 10대 비즈니스스쿨 졸업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1,2,3차에 걸친 면접을 통해 엄선한다. 미래전략그룹 배병률 상무는 “전략그룹이 그동안 수행한 그룹내 프로젝트만 150개가 넘는다.”면서 “삼성이 최근 괄목할 만한 해외비즈니스 성과를 내는 데 이들이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 피가로 29일자는 프랑스 최고의 공학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닉 출신으로 삼성 미래전략그룹에서 근무 중인 데이비드 앙리(32)의 피에르-포르(Pierre-Faurre)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삼성이 앙리와 같은 인재를 고용하는 것은 전세계의 유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미래전략그룹은 삼성그룹 내부 컨설팅을 수행하는 동시에 해외법인의 잠재적 관리자를 육성하는 특별조직”이라고 소개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여의도 IN] 이재오의원, 박대표와 ‘화해’

    “우리는 하나다.” 평소 껄끄러운 관계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1일 ‘화해’했다.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서울 지역구 의원과 총선 출마자들이 송년모임을 가진 자리에서였다. 박 대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이 의원은 몇번씩 농담을 섞어가며 “제가 박 대표와 불편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는데, 오늘은 이렇게 옆에 앉지 않았느냐.”고 말한 뒤 “박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현안에 잘 대처한 것처럼 내년에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고 건배를 제의했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이명박 서울시장도 “제 계열이라고 하는 이 의원을 오늘 ‘방출’했다. 당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으면 좋겠다.”고 덕담해 좌중이 배꼽을 잡기도 했다. 이 의원도 기자들에게 몇번씩이나 “오늘 제가 박 대표 옆에 앉았다. 최측근이다.”고 농을 건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 의원, 김문수 의원과 함께 ‘비주류 3인방’으로 거론됐던 홍준표 의원이 일어나서 “김문수는 예전에 ‘전향’했고, 저는 국가보안법 폐지 때문에 박 대표가 밥을 사줘서 ‘전향’했는데, 오늘은 이재오가 ‘전향’한다.”고 말해 웃음을 유도했다. 자리를 옮겨다니며 총선 낙선자들을 위로하던 박 대표도 “이재오 의원은 당 원내총무도 지냈고, 국회 경험도 많으니 우리가 앞으로 4대 입법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지혜를 주시라.”고 이 의원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 의원 역시 “열심히 하겠다.”고 답해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씨줄날줄] 차우셰스쿠 비디오/이기동 논설위원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부부의 종말은 1989년 겨울 동유럽 변혁의 행진을 결국 비극으로 마감케 했다. 벨벳처럼 부드럽게 진행됐다고 ‘벨벳혁명’이라 불린 체코를 비롯해, 헝가리, 폴란드, 동독은 너무도 평화롭게 역사적인 변혁을 이루어냈다. 그것은 도심 광장들을 밝힌 촛불시위의 위력과 함께, 일반시민들이 만든 기적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유독 동구의 최빈국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만은 예외였다. 35년간 불가리아를 통치한 토도르 지프코프는 그해 11월 반정부 시위에 굴복해 물러난 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몇해 뒤 사망했다.20년 이상 일당독재를 이끈 차우셰스쿠는 반정부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하며 버텼으나 결국 실각, 그해 성탄절 부부가 함께 총살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은 장기독재, 우상화, 부정부패, 공포정치 외에도 김일성가(家)와 특별한 친분을 유지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특히 차우셰스쿠는 생전, 김일성의 통치 스타일을 루마니아에 이식시켜 철혈통치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신앙에 가까운 지도자 숭배, 가부장적 권위주의, 공포심을 접목한 상징조작, 가족 독재, 폐쇄주의 통치술은 차우셰스쿠, 지프코프, 김일성 3인의 공동작품인 셈이다. 김정일이 차우셰스쿠 처형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며 측근들에게 “우리도 인민들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되뇌었다는 뉴스위크 보도는 그가 느꼈을 공포감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측근들과 함께 처형 비디오를 보며, 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김정일은 수차 강조했다고 한다. 보도내용대로라면, 김정일이 차우셰스쿠정권과 북한정권의 유사성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어서 흥미롭다. 하지만 이후 김정일은 차우셰스쿠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동유럽식 변혁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과 미국에 대한 대결과 적대감을 극대화하는 길을 걸었다. 역사의 교훈과는 다른 방법을 택한 것이다. 미국의 보수학자들이 북한정권교체 필요성까지 제기하며 김정일정권의 초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차우셰스쿠식 종말을 초래할지 모를 북한 내부의 움직임일 것이다. 북한 나름대로는 경제분야에서 일부 변화시도도 없지 않지만, 그 노력이 아직은 너무 미미하고 더디다. 북한지도부가 지금부터라도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새겨 개방 개혁의 길을 걷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임일 것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김영희 이혼클리닉] 상처한 형부와 결혼하고 싶은데…

    이혼한 41세 여성입니다.2년 전 언니가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남겨놓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를 잃은 어린 조카들이 불쌍한데다 내과의사인 형부가 너무나 슬퍼해 자주 집에 들러 위로를 했습니다. 언니 대신 집안일을 보살펴주다 형부와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형부와 저는 서로 사랑하게 됐는데 언니에게 죄를 짓는 것 같고, 부모님도 펄쩍 뛸텐데….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한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최민숙- 당신이 올려준 상담 글을 읽으며 처제와 형부 사이에 불륜을 저지르는 일이 적지 않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던 사실이 떠오릅니다만, 당신 경우는 다르다고 봅니다. 남녀의 사랑은 마치 교통사고와 같아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생길지 모르는 일입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는 건강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질타를 면치 못하는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에는 눈이 없는지 나이, 신분, 인간관계를 상관치 않고 찾아와 금기시된 사랑을 하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루 아침에 엄마를 잃은 어린 조카들을 가엾이 여겨 친엄마처럼 돌봐주고 아내를 잃고 방황하는 형부를 곁에서 위로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혈육 같은 그들의 불행을 외면할 수 없는 심정 때문이었겠지요. 남자만 셋인 가정이 엉망이었을 테니까요. 당신 역시도 4년 전 이혼했던 아픈 과거가 있기에 형부의 외로움이 더욱 마음으로 다가왔을 테지요. 어린 조카들과 형부에게는 당신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남녀가 가까이 지내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형부를 사랑하게 되었고 형부도 당신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형부와 처제 사이다 보니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터이고 부모님께서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어서 두 사람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심정 이해가 갑니다. 민숙씨, 많은 사람들은 항상 사랑에 목말라 합니다. 가득 채워져 있는데도 부족한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고…. 아무리 쏟아부어도 만족할 수 없고, 오르고 올라도 정복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어렵고 힘든 사랑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사랑에 매달려 웃고, 울며 때론 지쳐 합니다. 당신의 경우 출발부터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애달픈 사랑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모성애적인 마음에서 출발한 사랑이었기에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당신을 비난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낯선 새엄마를 만나 마음고생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애들을 따뜻한 혈육의 정으로 돌봐주고 있지만 막상 이모를 새엄마로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되면 애들은 충격으로 마음에 심한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민법 809조 2항에 의하면 사촌 이내의 인척은 ‘친족’의 범위에 들어 결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형부와 처제는 2촌이라 친족의 범위에 해당되므로 혼인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설령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무효’가 됩니다.1991년 이전에는 혼인신고가 가능했습니다만 1991년 1월1일 민법이 개정된 후부터 언니와 동생 사이가 2촌이듯 배우자도 동일하다는 규정이 생겨 형부와 처제를 친족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형부와 처제의 결혼은 불가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합해서 같이 살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이겠는데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법적인 결혼을 할 수 없습니다. 사랑만 믿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또한 가야 할 길이 너무도 험난할 것입니다. 지금 두 사람은 당장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랑만 있으면 어떠한 고난도 극복해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만약에 그 사랑이 결실은 맺지 못하고 고통만을 안겨주며 점점 퇴색해져 간다면 자신에게 남는 것이 무엇일까를 심사숙고해 봐야 할 것입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儒林(233)-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儒林(233)-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유일한 희망이었던 소왕이 죽자 공자는 완전히 줄 끊긴 연(鳶)이었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날아갈 수밖에 없었고 제자들의 불만은 극도에 달해 폭발직전이었다. 그래도 공자는 초나라를 버릴 수가 없었다. 초나라에 머물면서 차일피일 허송세월을 하고 있자 미치광이 행세로 떠돌아다니던 접여(接與)가 공자의 곁을 지나면서 노래를 하였다고 논어는 기록하고 있다. 그 노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찌하여 덕은 그토록 쇠하였는가. 지난 일은 탓해도 소용없지만 앞일은 바로잡을 수 있는 것 아서라 아서라 지금 정치를 한다는 것은 위태로운 짓이니라.” 접여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수레에 접근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광인(狂人). 이 미친 사람 역시 공자가 만났던 도가의 사상을 따르는 여러 은둔자 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은둔자들이 때로는 밭을 가는 농부로, 혹은 대바구니를 메고 가던 노인으로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미치광이로 나타나는 것은 공자의 어리석음을 질타하기 위한 죽비(竹)소리처럼 통렬하다. 접여가 노래한 봉황(鳳凰)은 고대중국에서 귀하게 여기던 상상의 새로 머리는 뱀, 턱은 제비, 등은 거북, 꼬리는 물고기 모양이며, 깃에는 오색의 무늬가 있던 상서로운 새였던 것이다. 여기서 봉황이란 공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봉황과 같은 귀한 존재인 그대 공자여, 어찌하여 위태로운 세상에 말려들어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가.‘아서라 아서라(已而已而)’두 번이나 강조하여 이를 경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미치광이 접여의 등장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연상시킨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일부러 미친 것으로 행동하는 햄릿처럼 접여는 어지러운 난세에 숨지 아니하고 위태로운 정치에 뛰어들어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공자를 꾸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공자를 꾸짖는 장면의 클라이맥스인 것이다. 이 클라이맥스의 장면을 장자가 놓칠 리가 있겠는가. 장자의 인간세(人間世)편에 보면 공자를 꾸짖는 접여를 더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자가 초에 갔을 때 미친 체 행세하는 은자 접여가 그 대문 앞에 나타나 이런 노래를 불렀다. ‘봉황새야 봉황새야/너의 덕도 쇠했구나./오는 세상 나 못 보고/가는 세상 나 못 좇네./도 있을 땐 성인나와/천한 정사 도우시나/도 없을 땐 몸을 숨겨/명철보신(明哲保身) 하시는 것/지금이야 형벌이나/면하는 게 고작이니/새 깃보다 가벼운 복(福)/잡는 사람 아무도 없고/땅보다 무거운 복/피하는 이 전혀 없네./그만둬라. 도덕으로/남에게 대하는 일/위태롭게 예의 가져/남을 꽁꽁 묶는 사람 /가시 가시 가시나무/나의 발은 그 못 밟네./돌아 돌아가는 내 발/찔리지를 그 못하네.’” 접여의 노래 중에 나오는 가시나무는 미양(迷陽)을 가리키는 말로 미양이란 초나라에서 나는 풀로 촘촘하고 줄기가 길며, 그 거죽에는 가시가 많은 나무인데, 이 가시나무와 같은 세상에서 돌아 돌아가지 어찌하여 가시밭길을 그대로 가고 있는가 하고 비웃는 노래인 것이다.
  • 지방일괄이양법 ‘없었던 일’로

    정부가 중앙에 집중된 업무를 지방에 넘기기 위해 추진했던 ‘지방일괄이양법’이 유야무야됐다. 각 부처가 개별법으로 처리하겠다고 해 사무도 크게 줄어든데다, 축소된 내용으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마저 개별법 개정으로 슬쩍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처조율, 입법예고, 차관·국무회의 등 1년여의 절차를 거치면서 내세웠던 ‘획기적인 이양을 위해 일괄이양법 제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 역시 내팽개친 꼴이 돼 공신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지방일괄이양법을 개별법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한 관계자는 “일괄이양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사무처에서 개별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해 법안 처리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괄법안은 국회서 지방분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처리할 예정이었다. 관련 업무가 227개에 이르고 관련법도 49가지나 되는 등 성격이 중요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515개 사무(80개 법률)를 지방으로 넘길 예정이었으나 부처의 반대가 심해 이처럼 줄였었다. 행자부는 일괄이양법을 개별법 개정 방식으로 바꾸어도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이미 입법예고, 차관·국무회의를 거치면서 충분히 걸러졌다고 설명한다. 중앙부처의 한 서기관은 “연초부터 일괄이양법으로 하겠다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많은 부처에서 어쩔 수 없이 밀린 측면이 많다.”면서 “일괄이양법이 없던 일로 되면 정부 업무에 공신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외국계 임원 국내기업 속속 ‘입성’

    외국인과 외국계 회사 출신 임원들이 국내기업에 속속 영입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분야 사업 확장에 따른 글로벌 인재풀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유선통신사업자인 KT가 켄트 할러데이(34) 전 에릭슨 한국지사 부사장을 다음 달 1일자로 해외마케팅 담당 상무보급 전문 임원으로 영입했다. KT는 10개국 12개 현지법인 및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영입”이라면서 “향후에도 국적을 불문한 우수 인력의 외부 수혈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후코리아도 다음 달 1일자로 매킨지, 엑센추어 등에서 IT 컨설팅을 담당했던 성낙양(39) 전무를 부사장급인 한국 총괄책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했다. 여성 임원도 눈에 띈다. 삼성SDS는 지난 9월 미국 AT&A와 씨티그룹에서 기술부문장(CTO)을 역임한 MIT 박사 출신의 장연아(43) 상무를 스카우트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하나로텔레콤으로 옮겨와 통신업계 첫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된 제니스 리 전무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CFO 등을 거친 해외파 출신이다. 이밖에 NHN㈜도 각각 지난 5월과 지난 2003년말 전 코카콜라 마케팅 이사인 한승헌 글로벌 마케팅실 담당 이사와 전 한국IBM 법률고문실장을 지낸 이석우 법무담당 이사를 영입한 바 있다. 금융계 출신으로는 SK㈜가 증권사인 JP모건 한국리서치헤드에서 일하던 이승훈(42) 상무를 IR담당 임원으로 지난 3월 영입했다. CJ엔터테인먼트에도 홍콩 메릴린치 출신인 서상원(38) 상무가 2002년부터 근무중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달 초 벨기에 출신인 빅터 반 드 마스트(58) 전 벡텔 중동지역장을 담수사업부문 전무로 임명했다. 관계자는 “마스트 전무는 담수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데다 수십년간 중동에서 근무한 덕분에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며 스카우트 배경을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탤런트로도 활약한 독일 출신 한국인 이참(50)씨를 올 8월1일자로 해외영업본부 고문으로 영입했다. 해외홍보 및 마케팅 자문이 주된 역할이다. 파리 모터쇼·스페인 스포티지 현지 시승회 등 굵직한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현진 김경두기자 jhj@seoul.co.kr
  • [사설] 수능부정 아무도 책임 안지나

    휴대전화기를 이용한 대규모 수능시험 부정행위가 적발된 지 열흘이 됐다. 그 사이 사건은 갈수록 확대돼 연루된 학생 수가 이미 7∼8개 고교에 180여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으니 머잖아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 짝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지역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나 연루된 학교의 교장 등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부정에 가담한 학생 본인들에게 있지만 일선 교육계의 책임 또한 막중함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맡는다는 기본적인 책무는 차치하고라도,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교육 책임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해당 고교들에서는 부정을 계획한 학생에게서 ‘자퇴’각서를 받고 학부모에게도 사전 통보하는 등 조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교육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는 본인 스스로도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수능시험 관리 책임을 맡은 교육청으로서는 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시험 10여일 전부터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제보 10여건을 받고도 확인없이 묵살해버린 데다 시험 당일 경찰의 수사 요청도 거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일선교사가 인터넷에 올린 참회의 글들이 항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교육자는 더욱 구체적인 행동으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사죄’의 행동이 너무 늦게 나오지 않을지 걱정된다.
  • “휴대전화 소지 안했어도 공범”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부정 범행을 모의한 뒤 시험 당일 휴대전화기를 집에다 놓고 갔다고 잡아떼면 사법처리를 면할 수 있을까. 실제로 지난 26일 경찰에 연행된 여고생 6명이 한결같이 “시험 본 날 탄로날까 봐 겁이 나서 휴대전화기를 집에 두고 갔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 가담자들이 이렇게 주장할 만한 까닭이 있다. 시험본 날 고사장에서 사용된 휴대전화기를 ‘누가 사용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기를 시험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면 사용 여부를 떠나 범행 착수로 보고 당연히 처벌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기를 집에다 두고 갔다고 주장하면 증빙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주범들은 비밀유지를 위해 정답 메시지를 받을 휴대전화기를 후배들로부터 무작위로 빌렸다. 이렇게 거둔 휴대전화기는 중계용으로 모두 67대. 시험이 끝난 뒤 되돌려 주려고 회수해 갖고 있던 것을 경찰이 압수했다. 이 전화로 시험시간에 정답 메시지를 누가 받아 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정 행위자들 스스로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안 썼다.”고 연루자가 발뺌할 경우 기소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 조사결과 답을 보낸 도우미들은 이 전화를 이용해 71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중계 도우미들이 발신 번호를 가짜로 조작해 추적할 만한 근거를 지웠다. 수신자들도 발각될 것에 대비해 답을 받아 본대로 즉시 메시지 내용을 지웠다는 게 경찰의 발표다. 경찰이 이동통신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통화내역뿐이다. 통화내용은 모르지만 착·발신 기록만 남아 있는 게 통화내역이다. 그래서 경찰은 엉터리인 발신전화번호 대신 수신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역추적 방법에 의존했다. 경찰 관계자는 “설령 전화기를 집에다 놓고 올 경우라도 공동정범으로 보고 처벌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식품첨가물 많은 과자는 毒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식품첨가물 많은 과자는 毒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길거리에 붕어빵 장수가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붕어빵에는 물론 붕어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재미난 비유를 위해 거론한 말일 뿐 아무도 이를 시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징어 맛’,‘군 옥수수 맛’,‘불고기 맛’,‘피자 맛’ 등 여러 맛의 이름을 붙인 과자에는 정말 오징어나 군 옥수수, 불고기나 피자의 재료가 들어가 있을까? 주변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일부는 그런 재료가 조금이라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먹을거리일수록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자류의 주원료인 소맥분이나 옥수수의 원산지가 어딘가는 봐도 그 이상 자세히 보는 경우는 드물다. 주의력도 문제지만 대부분 모르는 용어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부모가 몇 가지 정도만 알아도 아이들의 건강은 지킬 수 있다. 먼저,‘시즈닝’(seasoning)이라는 용어가 우리를 당황케 한다. 조미료나 양념이라는 쉬운 말을 놔두고 왜 이렇게 소비자가 알아듣기 힘든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불고기 맛’,‘매콤한 맛’ 등이라고 쓰여 있는 과자라면 뒷면 성분표에서 ‘시즈닝’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찾아봐야 한다. 갖가지 맛을 내기 위해서 대부분 화학조미료와 색소를 넣은 것이므로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이 ‘산화방지제’란 용어다. 산화란 기름을 공기 중에 오래 두었을 때 산소와 결합하는 현상인데, 산화방지제는 이를 막는 화학첨가물을 뜻한다. 산화가 일어나면 색깔이 변하고 비타민C가 파괴될 뿐 아니라, 산화된 식품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산화방지제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산화방지제가 사람의 성격을 난폭하게 만든다는 보고도 있어 일부 나라에서는 이를 금지시키고 있다. 산화방지제가 든 과자를 가능한 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황산나트륨, 또는 산성아황산나트륨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것은 표백제다.“우엉, 연근, 토란 껍질을 벗겨놓았을 때 색이 변하지 말라고 이 표백제를 많이 쓴다고는 들었는데, 설마 아이들이 먹는 과자에 이런 표백제를 쓸까.”하는 사람이 적잖은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과자에도 많이 쓰고 있다. 이 표백제는 신경염과 천식·기관지염을 일으키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몇 가지 주의할 점만 얘기한 것인데, 슈퍼에 가보면 이것만으로도 고를 수 있는 과자가 크게 줄어든다. 그만큼 우리 주변의 과자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그러니 항상 과자를 쌓아두고 먹는 집이라면 가족들과 의논해 집에서 과자를 치우는 것이 좋다. 설사 과자를 사더라도 묶음 과자나 대형 과자는 피해야 한다. 또 이것 저것 많이 사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과자 대신에 간식으로 떡, 고구마, 옥수수 등을 먹거나 보다 안전한 과자를 먹는 것이다. 유기농 매장에서는 훨씬 안전한 과자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밀을 쓰고 식품첨가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지, 설탕이나 마가린 등을 아예 안쓰는 게 아니므로 자주, 많이 먹지는 않는 게 좋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느끼려면 식품첨가물을 많이 넣은 과자와 그렇지 않은 과자를 비교하며 먹어 보는 것도 좋다. 무엇이 다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식품첨가물이 많이 든 과자는 워낙 맛이 자극적이어서 계속 입맛이 당기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반면, 안전한 과자는 재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아이들이 이 맛의 차이를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면 좋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오염된 맛’에 익숙해져 있어 진짜 맛을 모르고 자라는 경향이 있다. 아니, 어렸을 때부터 진짜 맛을 볼 기회조차 거의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온갖 식품첨가물에 범벅이 돼 느끼지 못했던 식품 고유의 순수한 맛을 아이들에게 선사해 보자.
  • [녹색공간] 환경비상시국회의/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많은 이들이 또 밥을 먹지 않고 있다. 단식이란 무릇 목숨에게 있어 가장 절체절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삶의 모든 근원이 먹고 사는 일에 있음으로, 그 먹고 사는 일을 포기하여 생명을 담보로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는 가장 삼엄한 항의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는 환경문제에 따른 참으로 많은 이들의 단식이 있었다. 지리산 댐건설을 반대하는 세 분 실상사 스님들의 단식,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지율스님의 수차례 단식, 보길도 댐 증축에 맞선 강제윤 시인의 단식, 원흥이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위한 성직자들의 단식 등등…. 우리는 그때마다 20일,30일,40일, 날짜를 꼽아가며 시나브로 졸아드는 고귀한 생명의 외침을 안타깝게 지켜보곤 했었다. 일이 반드시 그리되어야만 한다고 동지적 애정을 건네는 이들마저도 제발 밥만은 먹으면서 싸우자고 그때마다 애간장을 졸이면서 말이다. 한데, 그래도 밥은 먹으면서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가자던 바로 그 환경운동 일선의 중진 활동가들이 이번에는 스스로 단식을 선언하고 광화문 앞 차디찬 공원 바닥에 나앉아 바투 농성 중이다. 거기에 붙인 이름,‘환경비상시국회의’도 짐짓 심상찮다. 선언문에는,“최근 참여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와 각종 개발 정책의 발표로 말미암아 한국의 환경은 비상 상황에 접어들었으며, 수십 년간 무분별한 개발정책에 대항하여 온몸으로 환경을 지켜온 사람들로서 엄숙한 마음으로 환경비상상황을 선포한다.”고 했다. 관리지역내의 공장설립 면적 제한 폐지, 수도권 안의 공장 신·증설 허용, 전국에 골프장 230개 추가건설 및 대폭적인 규제 완화, 토지수용권과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기업도시 특별법 제정추진, 경유상용차 배출가스 기준 유예조치 등등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각종 개발정책에는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흔적이라고는 아예 눈을 씻고 찾아도 전무하다. 게다가, 부안사태로 불거진 핵 폐기장 문제나 새만금 간척사업, 경부고속철도와 경인운하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구조만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쯤 되고 보면, 가히 환경비상시국이라는 말이 옳을 성싶다. 세계적으로 이제 환경문제는 모든 개발과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추세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 이렇듯 모든 정책에서 유독 환경문제가 후퇴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는 그 이유로 당장의 경기 침체를 내세우는 모양이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몇몇 단기경제 부양책으로 경제가 회복되거나 튼실해질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어려운 경제여건에 떠밀려 환경문제를 포기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안팎으로 닥쳐올 엄청난 재앙이나 손실과 만나게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일찍이 소속과 분야를 초월한 모든 환경운동가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환경비상시국을 선포한 경우는 이전에 없었던 일이다. 본래 활동가란 일선 현장을 부리나케 쫓아다니며 업무에 전념하는 존재들이다. 나라 방방곡곡의 중심 환경활동가들이 모두 활동을 중단한 채 단식농성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이미 매우 촉급한 지경이 틀림없다.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지는 겨울의 들목, 저 차디찬 공원바닥에 모여 밥을 굶으며 전하는 말씀들이 무언지 정부는 진지하게 귀를 곧추세울 때이다. 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
  • [오늘의 눈] ‘說說說’에 무너지는 광주의 자존심/남기창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전대미문의 수능 휴대전화 부정행위와 대리시험이 발각된 요즘 광주에는 눈발처럼 날리는 ‘설설설(說說說)’로 하루 해가 뜨고 진다. ‘설’은 춤추지만 지금껏 진행된 수사에서 속시원하게 확인된 게 거의 없다. 경찰이 발표한 가담자수는 141명이지만 240명설,600명설로 자고나면 눈덩이처럼 불었다. 몇명까지 더 불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대물림설, 폭력집단 배후설, 브로커 개입설, 학부모 사전인지설, 대리시험 전문팀 실체설 등 각종 ‘설’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경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여고생 가담설로까지 옮겨붙었다.26일부터 광주시내 5개 경찰서의 정보·수사과는 물론 여경기동수사대가 추가로 합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황으로 볼 때 ‘학부모 개입설’은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았지만 부모를 궁지로 내몰 자식이 어디 있고 어느 부모가 자식의 잘못을 알고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하겠는가. 어쨌든 각종 ‘설’을 잠재울 묘책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예향 광주’ ‘민주화의 성지’라고 자부했던 광주사람들의 자긍심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외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움츠러들고 있다. 애초 ‘이게 어디 광주만의 일이겠느냐.”며 애써 자위했다가 막판에 터진 대리시험 부정으로 이제는 ‘유구무언’이 돼 버렸다. 75명의 수사인력이 동원된 경찰은 8일째 밤샘조사로 녹초가 됐으나 서둘러 덮으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괴롭다. 스스로 올려 놓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수도 없다. 26일 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수사전담반을 구성, 수사에 나선다고 한다. 광주시민의 명예가 걸린 이번 사건에 얽힌 각종 설과 의혹을 말끔하게 털어내 줄 것을 검찰과 경찰에 촉구한다. 남기창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kcnam@seoul.co.kr
  • 줄리언 무어 주연 ‘포가튼’

    어느날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당신의 소중한 기억을 부정당한다면? 너무도 생생해서 손에 잡힐 듯한데 ‘그건 너의 상상이 만들어낸 거짓’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면? 아마도 끝내 설득당하거나 미치거나 둘중의 하나가 아닐까. 영화 ‘포가튼(Forgotten)’은 이런 기막힌 상황에 주인공 텔리(줄리안 무어)를 밀어넣은 뒤 관객과의 두뇌 게임을 제안한다.1년2개월전 비행기 사고로 아들 샘을 잃은 텔리는 아들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사진첩을 보며 괴로워한다. 슬픔을 위로받기 위해 정신과 의사(게리 시니즈)를 찾은 텔리. 그런데 의사와 남편으로부터 난데없는 얘기를 듣는다.“텔리, 당신에겐 아이가 없었어요. 비행기 사고도 없었고요. 모든 것은 당신의 상상속에 존재할 뿐입니다.” 방금 전까지 들여다봤던 비디오테이프와 사진에서 샘의 흔적은 사라지고, 도서관 신문 스크랩에서도 비행기 사고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말대로 텔리의 기억 자체가 허상인 것일까. 하지만 텔리는 그들에게 설득당하지도, 미치지도 않는다. 그 기억이 다름아닌 아들 샘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처럼 선명한 아들의 체취는 텔리에게 진실을 파헤치도록 부추긴다. 이 영화가 결국 ‘기억’이 아니라 ‘모성’을 주제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법 긴장감있게 관객을 빨아들이던 영화는 아쉽게도 중반 이후부터 실망스러운 수순을 밟는다. 텔리가 자신의 기억을 증명하기 위해 아들의 친구 아버지인 애시(도미니크 웨스트)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예측가능한 것들이어서 이전까지 영화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지적 스릴러물로서의 품격과 재미를 반감시킨다. ‘디 아워스’‘파 프롬 헤븐’에서 눈부신 연기를 선보였던 줄리언 무어의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다.‘적과의 동침’을 연출한 조셉 루벤 감독 작품.12월3일 개봉.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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