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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 충남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 충남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

    깊어가는 가을 한낮, 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의 송림공원은 여느 해와 달리 황량했다. 지난 여름 태풍 곤파스가 오래도록 아물지 못할 깊은 상처를 남긴 까닭이다. 7500그루의 소나무가 쓰러지거나 부러진 안면도 소나무 숲을 비롯해 서산 지방을 할퀸 바람은 참혹했다. 송림공원이라 부르는 애정리 마을 숲의 소나무 70여 그루도 그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무참히 쓰러졌다. “온갖 정나미가 다 떨어지더라고요. 100년을 넘게 버텨온 나무들인데, 한꺼번에 죄다 쓰러진 거예요. 바람 지나고 나와 보니, 하! 참. 바라보기조차 싫어지더군요.” 짬 날 때마다 이곳 솔숲을 찾았다는 마을의 중년 사내는 쓰러진 소나무를 바라보며 얼굴부터 찡그렸다. ●600년의 연륜은 바람의 상처도 비켜가리 말로는 다시 오기 싫어졌다고 했지만, 그날 이후 그는 하루도 이곳에 나오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한다. 정이 떨어졌다는 건 깊은 아쉬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안면도 솔숲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여기 같지는 않았어요. 아무리 더운 날이어도 우리 숲에만 들어오면 서늘한 바람으로 땀을 식힐 수 있었어요. 그것도 이젠 끝이죠,” 치우기 위해 토막낸 소나무들이 누워, 휑뎅그렁해진 숲 한편으로 송곡사 혹은 송곡서원이라 불리는 옛 집 한 채가 내다보인다. 그 앞마당에는 뜸직하게 솟아오른 한 쌍의 향나무가 서 있다. 무려 600살이나 되었다. 큰 나무라고 해서 바람이 피해가지는 않았다. 적잖은 상처를 받았지만, 한 쌍의 늙은 향나무는 바람의 상처를 잊으려는 듯 한낮의 태양 아래 넉넉하게 몸을 풀었다.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햇살 한줌이라도 더 끌어 모으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그래도 오래 산 나무의 힘이 좋은 거죠. 100년 넘은 소나무들이 다 넘어가는 동안 저 큰 나무는 용케 버티더군요. 그나마 저 나무가 살아줘서 다행이죠. 저 나무마저 쓰러졌다면, 아, 생각하기도 끔찍하네요.” 사람이나 나무나 세월의 풍파에 맞서 살아야 하는 생명체에게는 노하우가 있게 마련이다. 100살 넘는 나무들을 무참하게 쓰러뜨린 모진 태풍도, 600살 된 나무는 어쩌지 못했다. 100년 세월의 깜냥으로는 얻을 수 없는 생명의 끈질김이다. 태풍 곤파스가 서산 지역에 매우 큰 피해를 남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걱정된 것은 마을 숲의 소나무들이 아니라, 늙은 향나무 한 쌍이었다. 그 모진 바람에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지, 혹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건 아닐지 궁금했다. 궁금증의 가장자리에 솔숲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늙은 나무가 어찌 바람의 습격을 겪어냈을지가 더 궁금했다. 그러나 긴 세월을 살아온 늙은 나무는 천연덕스럽게 옛 모습 그대로 살아남았다. 적지 않은 나뭇가지가 부러졌지만, 소나무들의 처참한 죽음에 비하면 상처라 하기에 겸연쩍을 정도밖에 안 된다. 한 쌍의 향나무 중 한 그루는 중간 부분의 가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중동무이가 난 채 땅바닥에 곤두박질한 큰 가지는 그날의 처참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예전의 훤칠했던 모습은 조금 상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가 살아온 긴 세월의 무게에 비춰보면 이 정도 상처는 머지않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다른 한 그루는 그야말로 시치미를 떼고 의뭉하게 서 있다. 마을 사람들의 안식처였던 마을 숲에서 100살 된 소나무들이 어이없이 쓰러지는 동안 600살짜리 향나무는 그렇게 바람을 이겨냈다. 6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토록 아름답게 살아온 데에는 분명한 까닭과 노하우가 있었던 것이다. “옛날에는 여기가 서당이었다고 해요. 그 서당에 다니던 어린 학동이 심은 나무예요. 이번 태풍에 많이 부러졌어요.” ●향나무 한쌍 옆을 지키는 송곡서원 서원 앞마당에서 고추를 말리던 아낙네는 나그네를 맞이하며 무덤덤하게 한마디 던진다. 큰 나무의 생명에 대한 믿음을 앞세웠지만, 말 꼬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있다. 그깟 바람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만, 작은 가지들이 부러져 옛 모습의 일부를 잃었다는 게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마을의 상징이자, 자랑인 송곡서원 향나무는 조선 전기에 활동한 서산 출신 선비 유윤(柳潤, ?~1476)이 심은 나무다. 서원으로 고쳐 짓기 전에 이 자리에 있던 서당에서 글공부 하던 시절 손수 심었다고 한다. 유윤이 유난히 나무를 아꼈다는 기록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유윤은 단종 폐위 후 벼슬을 버리고 충북 청주의 무동(지금의 청원군 연제리)에 머물며 후학 양성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의 학문과 경륜을 높이 여기던 세조와 광해군은 여러 차례에 걸쳐 그를 불러내려 했다. 그때마다 유윤은 임금의 부름을 사양하며, 자신을 마을의 모과나무처럼 말 없이 살아가는 무동(楙洞)처사라 했다. 모과나무를 뜻하는 무(楙)자에 빗댄 이름이었다. 그때 그가 가리켰던 모과나무도 아직 살아 있다. 청원군 연제리의 그 모과나무는 우리나라 모과나무 가운데에는 가장 크고 아름답다. 그가 죽고 200년 흐른 뒤인 숙종 때에 서산 지역의 후학들은 유윤이 심은 한 쌍의 향나무 앞에 홍살문을 세우고, 그 안쪽에 서원을 세웠다. 유윤과 함께 서산 출신의 선비 아홉 명의 삶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서원의 이름은 ‘송곡’이라 했다. 소나무가 많은 골짜기인 까닭이었다. 서원 앞마당에서 자연스레 서원목이 된 향나무는 그렇게 긴 세월에 걸쳐 15m나 되는 큰 키로 자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여느 향나무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무릇 모든 생명체에 앞서서 세월의 풍진을 이겨낼 연륜과 생명의 노하우를 갖춘 장한 나무가 됐다. 한가위 명절을 지내고 송곡서원을 다시 찾았다. 처참하게 드러누웠던 소나무들은 토막토막 잘려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서원 앞마당의 향나무에서 부러진 가지도 잘라냈다. 비교적 정돈된 모습이지만, 풍요로웠던 예전의 솔숲 분위기는 찾을 수 없다. 지난 여름의 상처는 당최 아물 기미가 없다. 황량한 공터로 변해버린 마을 숲 건너편에 서 있는 한 쌍의 늙은 향나무만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며 새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글 사진 서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찾아가는 길 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 495. 서해안고속국도의 서산나들목이나 해미나들목으로 나가 국도 32호선을 이용하여 서산 시내를 지나면 전자랜드와 아파트 단지가 훤히 보이는 예천사거리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500m 가면 안면도 방면의 지방도로 649호선이 이어지는 공림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에서 좌회전하여 5.5㎞ 직진하면 오른편으로 송곡서원이 나온다. 바로 옆에 지난 9월1일 개관한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이 있다.
  • 티타임 즐기는 박제 새끼고양이들…가격 ‘수억원’

    스무 마리에 가까운 새끼고양이들이 오붓하게 모여앉아 정오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마치 문명화된 것 같은 이들은 안타깝게도 단발성 특별전시회의 작품으로 박제된 동물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1800년대에 박제된 동물들을 빅토리아시대풍으로 꾸민 엽기 박제사 월터 포터의 작품을 소개했다. 새끼고양이들 작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작품은 이미 7년 전 경매를 통해 수억여 원에 팔려나갔다. 특히, 두꺼비들이 등 짚고 넘기 놀이를 하는 것과, 경찰 쥐가 소굴 같은 술집을 덥치는 장면을 담은 작품은 각각 50만 파운드(한화 약 8억여 원)에 팔리기도 했다. 포터 작품의 열성팬인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최근 런던의 앵초 언덕에 위치한 만물박물관에 작가 피터 블레이크와 포터 전시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크리스마스 전까지 열릴 이번 전시회에는 포터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 중 일부가 특별 전시되며 팬들의 찬조 작품들도 출품된다. 이번 전시회에 가장 커다란 작품인 ‘수탉 로빈의 죽음과 장례’는 눈물을 훔치는 미망인과 무덤 파는 올빼미를 포함해 영국 조류만 98종이 사용됐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경매에서 2만3500파운드(한화 약 4000만원)에 판매됐다. 한편 영국에서 태어난 포터는 1835년 자신의 카나리아가 죽었을 때 처음으로 박제 컬렉션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은 당시 화제를 모았다. 포터의 가족은 1918년 포터가 사망한 이후, 웨스트서식스의 브람벌의 박물관에 전시했고, 브라이튼과 아룬델을 거쳐 콘월로 옮겨져 1970년대까지 전시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佛서 7년 살면서 이런 삼엄한 검문 처음”

    “佛서 7년 살면서 이런 삼엄한 검문 처음”

    5일(현지시간) 오전 파리 중심가 레알 광장에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과 경찰들이 길게 늘어섰다. 곳곳에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프랑스에서 주요 관광지와 번화가 등에는 언제나 무장경찰이 상주하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검문까지 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한 경찰관은 “상부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철저하게 확인하라는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불만의 목소리도 산발적으로 들렸다. 터키계 프랑스인 위미트 아이딘(28)은 “경찰이 무슬림들만 검문하는 것 같다.”면서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일부 관광객들이 불심검문으로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간간이 보였다.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이 서유럽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있다. 무덤덤하게 반응하던 관광객과 시민들도 연일 잇따르는 언론보도와 경찰의 민감한 반응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폭파협박에 몸살을 앓았던 에펠탑은 4일에 이어 이날도 일부 통제가 계속됐다. 전망대행 엘리베이터 앞은 긴 줄이 사라졌고, 관광객 상당수는 멀찌감치 떨어져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국 관광객 구스타프 소콜로스키(35)는 “에펠탑이 주요 공격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큰일이 없을 것으로 믿지만, 혹시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트르담 성당, 퐁피두 센터 등에도 경계가 대폭 강화됐다. 프랑스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 입구에서 실시되는 소지품 검사 역시 강도가 높아졌다. 정기 휴관일을 맞은 루브르 박물관에도 군경의 순찰이 이어졌다. 국립 미테랑 도서관을 찾은 한국인 유학생 김수지(31)씨는 “프랑스에서 7년을 지냈지만 경비원이 가방을 이렇게 꼼꼼히 검사하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보다 테러위협이 훨씬 심각한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밖에 영국 런던 세인트판크라스역을 오가는 초고속열차 유로스타가 출발하는 파리 북역을 비롯해 샤를 드 골과 오를리 등 주요 공항에서도 다수의 대테러부대 요원들이 군견과 함께 배치됐다. “물건을 방치하지 마라.”는 안내방송도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반면 프랑스와 함께 알카에다의 공격대상으로 거론된 독일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베를린 중앙역에는 평소보다 많은 경찰이 배치됐지만 특별한 검문검색은 펼쳐지지 않았다. 한 독일 경찰은 “오가는 사람이 워낙 많고, 다들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면서 “솔직히 여기는 물론이고, 파리에서도 테러가 일어난다면 사전정보 이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유럽 언론들은 주요 뉴스로 테러 위협을 전하고 있다. 프랑스 공영방송 TF2는 스튜디오에 테러전문가를 출연시켜 “과거 알카에다의 전략을 보면 테러 계획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 국민과 관광객들은 뚜렷한 해결책 없이 막연히 불안감만 키우는 정부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회사원 루나 보자르(33)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위험하다면 지하철도 타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으라는 거냐. 정확한 정보를 가진 건지, 아니면 그냥 협박에 놀아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위험이 과대포장됐다고 생각하거나 테러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미국관광객 마크 이블러드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테러의 위협 때문에 일정이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베를린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문화마당] 도라산역 벽화의 철거/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도라산역 벽화의 철거/신동호 시인

    사냥꾼 ‘뱀눈’이 힘을 앞세워 ‘신비의 동굴’의 사제들을 평지로 끌어내자 그때 ‘큰목소리가’ 말했다. “힘 있고 많이 가진 자를 위해 부르는 노래는 진정한 노래가 아니고 그들의 욕망을 표상하거나 주거를 장식해 주는 그림 또한 진정한 그림일 수 없어.” 끝내 권력의 부패를 본 ‘나’는 주거지를 빠져나가 ‘신비의 동굴’에서 자기의 소를 잡는다. 길이 인류사에 남을 선사시대의 소를. 이문열의 중편 ‘들소’의 한 장면이다. 훗날 아버지를 쫓아간 한 소녀가 알타미라 동굴이라 불리는 여기 측면 동실에서 이 소를 만난다. 우리는 벽화 속 들소를 통해 얼마나 많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가. 동굴벽화의 원시성 때문에 이를 철거해야 한단 말을 들어본 일, 당연히 없다. 모래바람이 지나는 중국의 서역, 4세기부터 감숙성의 돈황석굴은 종교가 만나고 문화가 부딪치고 인종이 뒤섞이는 공간이었다. 이 실크로드의 오아시스는 하늘에 손이 닿도록 뜨거웠다. 이를 피해 석굴을 판 상인들이 거처를 만들자 승려들이 명상하고 학자들이 경전을 번역했다. 도자기와 유리가 거래되었고 키 큰 자, 가슴 큰 여인들이 벽화 안에 증인으로 남겨졌다. 상인들은 수많은 화가와 장인들을 고용해 벽화를 그리고 불상을 남겼다. 잠은 벽돌 침대에서 잤다. 대가는 턱없는 액수였지만 희미한 빛만으로도 그들은 그림을 그렸다. 구름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석가의 옷자락 하나에도 화가의 하루는 만족스러웠다. 간혹 성적으로 노골적인 탄트라 벽화도 있었다. 천년 동안 계속된 그들의 작업은 모두 합쳐 52㎞에 이른다. 후대 인류에게 남겨준 얼마나 위대한 선물인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화가 한낙연은 이 벽화를 현대회화로 살려냈다. 실크로드의 여정에 이곳을 방문한 무용가 최승희는 대단한 충격을 받아 벽화의 여인을 부활시켰다. 그의 창작무용 ‘벽화의 무희’가 그것이다. 이 돈황석굴의 벽화도 위기가 있었으니 백러시아의 군벌이 1920년 석굴을 병영으로 사용하면서 벽화를 훼손했던 것. 벽화 위에 쓰인 러시아 병사의 이름은 그러나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문화혁명기의 거센 바람을 무사히 넘긴 건 저우언라이(周恩來)의 개인적 명령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과거 무덤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순장과 부장물들이 권력자의 사후세계를 보장한다고 여겼다. 이 모든 권력의 상징을 버린 유일한 나라가 고구려다. 순장이 사라졌고 부장물들은 장례식에 참가한 이웃들에게 돌아갔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바로 벽화다. 고구려 무용총은 수렵도로 유명하지만 왼쪽 벽에 그려진 춤추는 사람들과 노래하는 이들을 통해 고구려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였는지 우리는 확신할 수 있다. 순장을 대신해 높은 비계 위에서 그림을 그리던 고구려의 무명 화가, 그들이야말로 고구려를 현존시키는 일등공신이다.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그 모든 고구려의 벽화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식을 간혹 듣는다. 남북교류를 상징하는 도라산역. 이곳에 설치된 벽화가 국가권력에 의해 느닷없이 철거됐다. 2년여 동안 숱한 땀방울을 물감에 개어 작업한 작가에게는 한마디의 동의, 아니 통보도 없이 행해진 폭거였다. “소유주의 뜻대로 처분했다.”고 한다. 모든 공공미술은 국가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것 아닌가. “어둡고 칙칙했다.”든지 “에로틱하다.”는 전문가스러운 변명도 늘어놓았다. 어둡고 칙칙하다는 건 실로 개인적 취향의 차이다. 어둠은 곧 빛과 상생하는 것. 예술에서 희망의 메시지는 대부분 그렇게 전해진다. 인도의 간디는 카주라호의 에로틱한 조각상 미투나를 부숴 버리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건 힌두예술의 일부분으로 분명 보존될 가치가 있었다. 훗날 도라산역이 안보와 대결의 상징으로 남을까 걱정이다. 아버지를 따라온 소녀에게 도라산역의 벽화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주어야 한다. 평화의 상상 말이다.
  • ‘물속 무덤’ 들어 봤나요…연못 중앙이 묏자리 된 사연

    ‘물속 무덤’ 들어 봤나요…연못 중앙이 묏자리 된 사연

    오는 30일 방송되는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선 물 속 무덤이라는 불리는 비밀스런 무덤에 대한 사연을 전할 것으로 알려져 누리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송에 등장한 물 속 무덤은 경상북도 경주시의 한 야산에 위치하고 있다. 봉분을 둘러싸고 연못이 있는 풍경. 주변엔 나무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져 있다. 제작진은 무덤까지 갈 수 있는 돌다리와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제단을 통해 버려진 묘는 아니라고 판단, 산소를 관리한다는 후손을 찾아 물속 무덤에 대한 비밀을 취재했다. 관련하여 신기한 물 속 무덤의 비밀은 9월 30일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SBS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제시카 알바 ‘올 누드’ 장면 알고보니 뽀샵 ▶ 거식증 얼짱소녀, 몸짱되려다 결국 사망 ▶ 식빵 먹다보니 생쥐가 통째로…생쥐식빵 경악 ▶ ’얼굴에 미소년이’ 구혜선, 헤어변신 전후비교 ▶ 中 아나운서, 섹스·누드채팅 동영상 유출…전 남친 복수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옥희의 영화’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옥희의 영화’

    올 봄, 홍상수의 영화가 우리를 찾아왔었다. 그가 2010년에 내놓은 첫 번째 영화 ‘하하하’는 여름을 거닐고 있었다. 올 가을, 홍상수의 영화가 우리를 또 찾아왔다. 그가 2010년에 두 번째로 내놓은 영화 ‘옥희의 영화’는 겨울에 벌어진 이야기를 모았다. 두 편의 영화는 다가올 계절과 마주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메커니즘상 미래를 포착할 수 없고 오로지 과거를 주워 담을 뿐이다. 영화의 한계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옥희의 영화’에서 현재와 미래만큼 과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옥희의 영화’는 다가올 계절이 아닌, 지나간 시간에 관한 영화다. ‘옥희의 영화’는 공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임의로 공간을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은 반복되기 마련이다. 학생에겐 학교가 그렇고, 직장인에겐 직장이 그러하며, 심지어 휴식을 취할 때조차 대개 같은 공간을 다시 방문하곤 한다. 하지만 매번 동일한 공간을 차지한다고 해서 존재마저 동질성을 띤다고 볼 수는 없다. 몇 년 전 그곳을 찾았던 나와 오늘 그곳을 찾은 나 사이에는 ‘변화’가 축적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느 날 문득, 한 사람은 한 공간을 차지했던 과거의 그와 오늘의 그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옥희의 영화’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연결된 작품이다. 세 인물이 거듭 나오지만, 그리고 그들이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지만, 한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이 에피소드마다 동일한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눈여겨 볼 점은, 동일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과거의 그와 현재의 그가 다른 인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주인공 중 한 명인 진구(사진 오른쪽·이선균)의 경우, 학창 시절의 그와 영화감독인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확연하지는 않으나) 어딘가 바뀐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건 다른 주인공인 옥희(왼쪽·정유미)와 송 교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간혹 생각한다.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라고. ‘옥희의 영화’도 그런 식이다. 송 교수의 비리 소문을 들은 진구는 진실을 알려고 하는데, 영화는 한 에피소드를 건너 강사 시절의 송 교수 모습을 슬쩍 드러낸다. 송 교수 앞에서 진구를 만나지 않겠다던 옥희와 1년 후 진구와 만나는 옥희를 나란히 보여준다. 홍상수는 일회적이고 반복될 수 없는 시간을 흔들어 재배열한 뒤, 한 공간으로 각각의 존재들을 불러 모은다. 시간의 지속과 변화의 추이를 직관적으로 분석하는 게 비록 힘들더라도, 홍상수는 한 공간의 두 존재가 변화 혹은 차이를 인식하기를 원한다. 슬퍼하고 놀라고 무덤덤한 자신을 발견하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옥희의 영화’의 인물들은 한결 성숙한 모습이다. 욕망에 충실하던, 가지가지 이유 만들기에 급급하던 홍상수의 남자들이 여자를 배려하기 시작한다. 나이 든 남자는 윽박지르는 대신 “공정하고 싶다.”며 하소연하고, 젊은 남자는 몸을 들이미는 대신 추운 겨울밤 내내 문 앞에 앉아 있을 줄 안다. 삶의 비밀을 아는 양 함부로 굴던 여자도 여기엔 없다. ‘옥희의 영화’는 어느 추운 겨울의 조금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그 슬픔은 울음을 요구하는 유의 것이라기보다 통과제의의 알싸함에 가깝다. 홍상수의 영화는 바야흐로 청년기를 지났다. 영화평론가
  • LG TV “이번엔 日시장 잡는다”

    LG TV “이번엔 日시장 잡는다”

    LG전자가 연말쯤 일본 TV시장에 다시 진출한다. 보급형 모델 대신 3차원(3D) 입체영상 TV와 스마트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샤프, 소니 등 현지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산 브랜드가 쉽사리 살아남지 못하는 일본 가전시장에서 휴대전화와 모니터 등도 선전하고 있는 만큼, TV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 높아 두번 실패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 관계자는 “연말 가전판매 시즌에 맞춰 기존 ‘기업 간 거래(B2B)’뿐만 아니라 소매시장에도 TV를 다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LG전자 일본법인은 현지 대형 판매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일본 TV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2년과 2005년에도 소형 모델 위주로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은 글로벌 전자회사들의 ‘무덤’으로 꼽힌다. 미국과 서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프리미엄 시장이지만 자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 덕분에 외국산이 발붙이기 힘든 구조다. 지난해 일본 평판TV 시장은 샤프(35.9%)와 파나소닉(21.1%), 도시바(17.6%), 소니(11.2%) 등 일본 대형 메이커가 90% 가까이 휩쓸었다. TV 1위인 삼성전자와 휴대전화 1위인 노키아가 일본 시장에서 이미 철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LG전자가 다시 나서는 것은 화질이나 성능 등에서 일본 제품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부사장이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박람회에서 일본 기업 부스를 둘러본 뒤 “기술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 업체보다) 앞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취지에서다. LG전자 관계자는 “보더리스 발광다이오드(LED) TV나 3D TV, 스마트 TV 등 프리미엄 제품들은 일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한때 잘 나가던 일본 업체들이 상위 서너곳을 제외하고 세계 시장에서 힘을 못 쓴 채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 공략의 틈새가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누적판매 300만대 넘어 LG전자의 휴대전화는 시장 진출 4년여 만인 지난 9월 초 기준 누적 판매량 3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 한해에만 150만대를 팔아치웠다. 일본 전용 와인폰 ‘L-03A’ 모델은 편의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단일 모델로 100만대가 판매됐다. 2008년 일본 모니터 시장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LG전자는 지난해 6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일본 모니터 시장점유율 5위까지 뛰어올랐다. 21.5인치 이상 부분에서는 매출 1위를 달성,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 LG전자는 2012년까지 일본 모니터 시장에서 1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 시장점유율 1위를 꿈꾸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영화] 액션·코미디… 안방극장 ‘레디고’

    [영화] 액션·코미디… 안방극장 ‘레디고’

    추석 안방 극장이 채비를 끝냈다. 영화관에 같이 갈 애인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특선 영화가 풍성하다. 케이블 채널들이 준비한 특집 영화 잔치를 소개한다. OCN의 추석 특선 영화는 20일 밤 12시40분 감우성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무법자’로 시작한다. 21일 오후 10시에는 앤절리나 졸리의 파워풀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통쾌한 액션영화 ‘원티드’가, 22일 오후 10시에는 세계적인 액션배우 이연걸·양자경이 합세한 스펙터클 액션 어드벤처 ‘미이라3:황제의 무덤’이 TV 최초로 찾아간다. 23일과 24일 오후 10시에는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와 ‘터미네이터4’가, 26일 밤 12시에는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최신개봉작 ‘포스카인드’가 준비돼 있다. 채널CGV는 22일부터 이틀 동안 화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22일 오후 1시 김하늘·강지환 주연의 유쾌한 액션 로맨틱 코미디 영화 ‘7급 공무원’을 시작으로, 숫자로 예고된 재앙에 맞서는 니컬러스 케이지의 SF 미스터리 ‘노잉’, 정우성·이병헌·송강호의 유쾌한 액션 코미디 ‘놈놈놈’이 잇따라 시청자를 찾는다. 23일에는 오후 1시부터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를 비롯, 김정은 주연의 ‘식객 2:김치전쟁’이 공개된다. 중화TV는 성룡의 유쾌한 액션을 만나 볼 수 있는 ‘명절에는 역시 성룡’ 특집을 선보인다. ‘취권’, ‘폴리스 스토리4’, ‘러시아워’ 등 성룡이 주연한 총 3편의 영화가 21일부터 23일까지 매일 밤 12시 시청자를 찾아간다. 수퍼액션은 21일부터 24일까지, 최고의 액션 영화를 매일 3편씩 엄선해 방송하는 ‘논스톱 액션 익스프레스’ 특집 선보인다. 21일 오후 5시30분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오후 8시50분 ‘콘스탄틴’, 22일 오후 6시10분 ‘해바라기’, 오후 10시50분 ‘포비든 킹덤’, 23일 오후 7시50분부터 ‘적벽대전’ 1편과 2편이 차례대로 방송된다. 캐치온은 추석특집으로 ‘추석에 떠나는 캐치온 영화여행:무비 할리데이’를 마련한다. 20일 ‘애니메이션 데이’에는 ‘부그와 엘리엇2’(오전 7시30분), ‘마다가스카2’(오전 10시15분), ‘몬스터 vs 에일리언’(오후 1시40분) 등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이어 ‘블록버스터 데이’인 21일에는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 ‘2012’, ‘뉴문’ 등 할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선보인다. 22일에는 ‘박물관이 살아있다2’, ‘파르나서스박사의 상상극장’, ‘육혈포강도단’, ‘청담보살’ 등을 방영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오지 절경 경북 봉화

    오지 절경 경북 봉화

    봉화라고 합니다. 경북의 대표적인 오지를 일컫는 이른바 ‘BYC’(봉화·영양·청송) 중 한 곳이지요. 그런데 봉화, 참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풍경을 숨겨둔 곳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고을인데도 살피면 살필수록 빼어난 풍경을 내줍니다. 요즘 봉화에서 가장 앞줄에 서는 볼거리는 메밀꽃입니다. 두음리에서 임기리에 이르기까지, ‘꽃멀미’가 날 만큼 메밀꽃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기차 여행자들에겐 ‘로망’과도 같은 승부역이 있고,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로 알려진 산정마을도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지요. 봉화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입니다. 요즘에야 중앙고속도로가 뚫리는 등 예전처럼 궁벽하지 않다고는 하나, 물리적 거리 못지않게 심리적 거리 또한 여전히 먼 게 사실입니다. 들고 나는 게 불편한 만큼 봉화를 여행하기 위해선 느긋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서둘러서는 봉화의 참맛을 알기 어렵지요. ●산 넘어 산 숨겨진 꽃축제 가을이 되면 전국 이곳저곳에서 꽃축제를 연다. 잘 가꿔진 꽃축제장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노릇. 그런데 예쁘긴 하나 어딘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사람 냄새, 날것과 부딪치고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농부들의 냄새가 없기 때문이다. 봉화의 메밀꽃밭은 다르다.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날것 그대로의 메밀꽃밭과 만날 수 있다. 외형을 가꾸는 데 공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빼어난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애면글면 노고를 마다하지 않은 농부의 손길 덕일 터다. ‘억지춘양’이란 말을 낳은 춘양면 소재지를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영양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임기교와 만난다. 다리 초입에서 소천면 임기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들어가면 두음리다. 산자락을 한 굽이 돌면 탄성부터 터져 나온다. 누가 이처럼 어여쁜 마을을 세상의 끝자락에 숨겨 놓았을까. 온 산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메밀꽃이 한창이다. 멀리서 보는 것도 좋지만,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만나는 풍경 또한 더없이 아름답다. 대추나무·감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이며, 다랑논에서 누렇게 익은 벼와 층층이 어깨를 맛댄 자태가 소박하고 서정적이다. 성미 급한 녀석은 어느새 농가 담장 위까지 웃자랐다. 이런 곳에서 사진 한 장 찍는다면 누군들 ‘작가’ 소리 듣지 않을까. 메밀꽃의 향연은 임기리 감전마을에서 절정에 달한다. 산골마을 언덕배기를 잇고 있는 메밀꽃밭이 15리(약 6㎞)에 걸쳐 펼쳐져 있다. 찌르르한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필경 메밀꽃들의 빛나는 아우성에 ‘감전’된 것일 게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 육지 속 섬마을 봉화에는 왜 이런 곳에까지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됐을까 싶을 만큼 오지가 많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석포면 일대. 특히 영동선 승부역(承富驛) 가는 길에서는 오지 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표현처럼 옹색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그러나 풍경만큼은 거대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낙동강 원류길’ 중 백미로 꼽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승부역에서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관광지로 알려지고부터는 오가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 번듯한 펜션도 생겼다. 승부역 가는 길은 석포역에서 시작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줄곧 철길과 나란히 달린다. 강 위로는 백로와 왜가리가 날고, 이따금 화물열차가 거친 숨을 내쉬며 험준한 산자락을 타고 달린다. 그야말로 원시의 풍경이다. 좁은 협곡 사이로 이어지던 길은 승부리에서 처음으로 마을을 만난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채 20가구도 못 되는 한적한 마을. 태백산 자락인 비룡산과 오미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인 자태가 꼭 육지 속 섬마을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 팁 하나.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란 이름의 찻집에 꼭 들러 보시길. 명호면 만리산 자락에 걸개그림처럼 매달려 있는데, 봉화의 자랑인 청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 한 잔 마시며 보기엔 사치스럽다고 느낄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대구에서 귀농한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펜션을 겸하고 있다. 솔순차와 잡초밥 등 메뉴도 독특하다. 청량산도립공원 못 미쳐 오마교를 건넌 뒤 산자락을 에둘러 돌아가야 만날 수 있다. (070)4193-6857. ●워낭소리 울리는 산골마을 상운면 하눌2리 산정마을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독립영화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해 무려 7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영화에 출연했던 최원균(83), 이삼순(80) 노부부의 사생활이 철저하게 파괴된 것은 필연적인 수순. 어쨌거나 그 덕(?)에 노부부의 주변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집앞에 번듯한 공원이 생겼고, 최 할아버지와 암소 ‘누렁이’를 묘사한 조각상도 세워졌다. 집까지 가는 언덕길 또한 말끔하게 포장됐다. 평소 일 나가는 밭에는 그럴싸한 원두막에 냉장고까지 마련됐다. 30년간 할아버지와 동행했던 누렁이도 생전 풀 깨나 뜯어 먹었을 야산 자락에 묻혔다. 비록 활개를 치지는 않았으나 사람의 무덤처럼 봉분도 조성됐고, 그 앞에 큼직한 조형물도 세워졌다. 하지만 노부부의 실제 생활은 그리 바뀌지 않은 듯하다. 누군가 선물했을 등산용 스틱 대신 여전히 나무지팡이를 쓰고, 누렁이가 끌던 수레도 그대로다. 밤에는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새벽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노부부는 수레를 타고 함께 밭일을 나간다. 수십년 전 어느날의 아침이 그랬듯 말이다. 글 사진 봉화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영주 나들목으로 나와 봉화·울진 방면 36번 국도를 따라 내처 달리면 된다. 풍기 나들목으로 나올 경우, 5번 국도→영주→36번 국도→봉화 순으로 간다.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679-6341. ▲맛집 봉성면 봉성리에 봉화 토속음식인 돼지숯불구이단지가 조성돼 있다.1만 4000원(2인분). 용두식당은 송이돌솥밥으로 소문난 집. 1만 5000∼2만원. 능이돌솥밥은 1만원. 동양리에 있다. 673-3144. ▲잘 곳 청옥산자연휴양림 내에 콘도형 산림문화휴양관과 산막형 숲속의 집이 조성돼 있다. 4인실 기준 비수기 3만 2000원, 주말 5만 5000원. 입장료 300∼1000원. 주차료 1500∼3000원. www.huyang.go.kr, 672-1051. 낙원장여관(673-2351) 등 읍내 숙박업소는 3만원. ▲주변 볼거리 닭실마을은 500여년 동안 한과를 만들어 온 안동 권씨 집성촌. 충재 권벌 종택과 청암정 등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다. 마을 뒤편 석천계곡도 둘러볼 것. 유곡리에 있다. 청옥산자연휴양림과 백천계곡, 태백산사고지와 각화사, 춘양면 서벽마을 등도 볼 만하다.
  • 정선옹주 묘역 역사 공원 된다… 구로, 휴식·학습 공간으로 정비

    구로구는 궁동에 있는 정선옹주(貞善翁主) 묘역 일대를 정비해 휴식과 역사공간으로 꾸민다고 8일 밝혔다. 정선옹주는 조선 제14대 임금인 선조의 7녀로, 세도가인 안동권씨 집안의 권대임과 결혼해 지금의 궁동 67 일대에서 살았다. 궁동이라는 이름은 이들이 이곳에서 99칸 궁궐 같은 기와집을 짓고, 정선옹주가 거처하던 곳을 ‘옹주궁’이라 불렀다는 데서 왔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은 언제 불타 사라졌는지 관련 사료가 없고, 세도가의 권세는 안동권씨 문중에 입으로 전해 오기만 한다. ●신도비 복원·안내판 설치 궁동 산 1의66, 22 일대에 있는 정선옹주 묘역에는 남편 권대임의 묘를 비롯, 여러 기의 안동권씨 묘역이 함께 있다. 구는 궁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묘역 일대에 정선옹주와 권대임의 신도비(왕이나 고관대작의 무덤에 죽은 이의 업적을 새겨 놓은 비석)를 복원하고 안내판을 설치했다. 나란히 있는 권대임의 조부 권협의 신도비도 함께 복원됐다. 예조판서를 지낸 권협은 정유재란 때 명나라로 가서 원병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 공신에 책봉됐다. 정선옹주 묘역의 신도비는 권협의 가계만을 따로 만든 것으로, 다른 신도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여서 사료 가치가 높다. 이곳 안동권씨의 묘역은 조선 공신 묘역 조성방식의 귀중한 사례로 연구되고 있기도 하다. 문용식 구 자치행정과장은 “묘역이 궁동생태공원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역사도 배울 수 있는 명소로 육성하겠다.”며 “안동권씨 문중과 협의해 문화재 지정을 위한 활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는 역사·지역 알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곳을 청소년을 위한 학습 공간으로도 꾸밀 예정이다. 조선시대부터 안동권씨가 집성촌을 이룬 정선옹주 묘역 주변은 지금도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권협의 16대손인 권창호씨는 “일반인들도 많이 찾지만 예로부터 명당 중의 명당으로 불린 곳이어서 풍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궁동 생태공원과 연계해 명소로 궁동의 북쪽 끝 와룡산을 주산으로 하여 동쪽으로 뻗어 내린 줄기가 좌청룡을 이루고, 와룡산 서쪽으로는 궁동 서부를 남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가 우백호를 이룬다. 주산에서 좌우로 뻗어 내린 산줄기의 한가운데를 다시 짧은 산줄기가 남쪽으로 뻗었고, 그 끝에 저수지가 있다. 고추처럼 생긴 산줄기가 낮은 언덕을 이룬 곳이 궁동의 한복판이다. 형세가 금계포란형(鷄包卵型·금닭이 알을 품은 형국)으로 불린다. 이 고추 모양 언덕 끝 부분에 안동권씨 문중 묘가 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황남대총 발굴 36년만에 오롯이 만난다

    황남대총 발굴 36년만에 오롯이 만난다

    국내에서 가장 큰 무덤인 경주 황남대총의 유물 특별전이 발굴 36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린다. 봉분 두 개가 남북으로 나란히 붙은 쌍분(雙墳)으로 길이 120m, 높이 23m에 이르는 황남대총은 1973~1975년 대대적인 발굴을 실시해 총 5만 8000여점의 유물을 거뒀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이 용산 이전 5주년 기념으로 7일부터 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하는 ‘황금의 나라, 신라의 왕릉 황남대총’은 이 가운데 황금 장신구와 귀금속 그릇, 서아시아산 유리그릇, 철기 등 1268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황남대총의 금관과 금장식 일부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신라 왕릉 하나만을 주제로 이처럼 대규모 전시를 열기는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황남대총 출토 유물을 재조명하고, 과학적 분석성과를 공개하는 한편 동북아시아에서 황남대총의 학술적 가치를 평가하는 데 역점을 뒀다. 황남대총은 신라 마립간(4세기 신라에서 사용한 왕의 칭호) 시기의 왕릉으로 추정될 뿐 무덤의 주인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눌지 마립간(눌지왕·417~458)설과 내물 마립간(내물왕·356~402)설이 유력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실성 마립간(실성왕·402~417)설이 새롭게 제기됐다. 마립간은 황금을 통해 나라의 위계를 새로 만들었다. 마립간을 중심으로 일정 범위에 속하는 왕족은 황금제 장신구로 꾸민 복식을 착용하는 등 ‘황금의 나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황남대총 출토물은 동북아시아 고고학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고구려 계열의 다양한 문물들은 중국 지안에서 발굴된 고구려 태왕릉의 주인공을 밝히는 데 단서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 고훈 시대의 연대 추정에도 새로운 학설의 근거를 마련해 준다고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황남대총의 구조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전시장에 실물 95% 크기의 무덤 구조물을 재현하는 한편 고분 내부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3D 홀로그램 영상물도 마련했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취업 스펙은 깊이있는 경험 쌓기로”

    스펙 쌓기는 청춘의 무덤이다. 누구든 충분히 동의하는 명제다. 청년 실업의 공포에 시달리는 ‘88만원 세대’들로서는 꿈과 희망, 낭만 등 모든 것을 취업이라는 가치 아래로 저당잡혀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고 체념한다. 하지만 ‘취업의 정답’(하정필 지음, 지형 펴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리고 취업 자체에 애걸복걸하는 스펙 쌓기는 아예 ‘취업의 무덤’이라고 주장한다. 한때 대기업 인사담당 실무자였고 현재 취업컨설팅회사의 임원인 저자가 던진 문제 제기는 도발적이다. 그는 ‘대기업 서류 전형에 통과하는 것이 목표인가, 취업에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목표인가.’라고 물으며, 그것은 이상이고 이론일 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서류전형을 통과해서 면접이라도 보려면 스펙을 먼저 쌓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면접 들러리’라는 무급여 신종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면 책이 강조하는 ‘취업의 정답’은 무엇일까. 바로 ‘진짜배기로 살기’다. 스펙의 포장지에 싸여 있는 자기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기업을 혁신해서 가치있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취업을 위한 진짜 스펙은 독서와 토론, 깊이 있는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이력서에 담아야 할 내용, 면접 때 보여줘야 할 태도 등 취업을 준비하는 이가 갖춰야 할 모든 테크닉을 담은 실용서이면서 또한 삶에서 품어야 할 근본적인 가치를 환기시켜주는 책이다. 회사 사직 뒤 생태철학을 공부하고 환경운동단체에서 일했던 저자의 이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1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깔깔깔]

    ●안도의 한숨 흐느끼는 아내와 네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한 남자의 임종. 아이들 셋은 훤칠한 키에 미남형인데 유독 막내만은 왜소한 체구에 볼품없는 몰골이다. 남자는 아내에게 귓속말을 했다. “여보, 당신한테서 확실한 이야기를 들어야겠어요. 우리 막내가 정말 내 아이인지 말이오. 난 죽기 전에 진실을 알고 싶단 말이오. 난 당신을 용서할 거요. 혹 당신이….” 아내는 얌전히 그의 말을 제지했다. “여보, 어머니 무덤에 대고 맹세하는데, 저 애 아버지는 당신이에요.” 남자는 행복하게 숨을 거뒀다. ‘다른 세 아이에 관해선 묻지 않았으니 천만 다행이네!’라고 여자는 혼자 생각을 했다. ●지옥이 더 좋아 어느 여학교 동창회 파티에서 어쩌다 지옥과 천당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한 여자가 옆의 친구에게 소곤거렸다. “난 지옥이 더 좋아.” “어머, 지옥이 더 좋다니. 끔찍한 소릴 하는구나.” “정말이야, 멋진 사내들은 죄다 지옥에 가 있대.”
  • 고구려 고분에 들어선 듯

    고구려 고분에 들어선 듯

    단아한 자태의 암수 주작, 포효하는 청룡, 신비스러운 백호, 고졸한 멋을 풍기는 현무. 그리고 하늘 연꽃과 봉황, 해와 달이 그려진 천장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강서중묘 사신도’는 고구려인의 섬세한 미의식과 내세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강서중묘는 북한 평안남도 강서군 삼묘리에서 발견된 7세기 고구려 무덤 3기 중 하나다. 1902년 고구려 벽화고분 중 최초로 발견됐다. 10년 뒤인 1912년 일제가 현장 조사를 벌일 때 오바 쓰네키치 도쿄미술대 교수가 꼼꼼하고 철저하게 모사했다. 이들 모사도(模寫圖)는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가 광복 후 국립중앙박물관에 넘겨졌다. 일부 모사도는 전에도 공개됐지만 사신도 모사도가 전부 한자리에서 일반에 전시되는 것은 100년 만에 처음이다. 전시실 4면에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를 배치해 실제 고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다만 천장 그림은 북현무와 나란히 전시했다. 평양과 중국 지안 일대 고구려 무덤벽화에 등장하는 사신도 모습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11월28일까지. (02)2077-90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빅토르 최’ 20주기 러 곳곳 추모행사

    ‘빅토르 최’ 20주기 러 곳곳 추모행사

    옛 소련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록가수 빅토르 최 사망 2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러시아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가 이날 전했다. 빅토르 최가 태어나 활동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추모객 수백 명이 그의 무덤을 찾아 공식 추모행사를 가졌다. 모스크바 중심가에 있는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벽’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그의 사진 앞에 꽃다발을 바치고 촛불을 밝히며 그가 불렀던 노래를 함께 불렀다. 팬들이 꽃을 앞다퉈 사면서 인근 상점의 꽃이 바닥날 정도였다. 1962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는 성적부진을 이유로 예술학교에서 퇴학당한 다음 해인 19세에 소련 최초의 록그룹 가운데 하나인 키노(Kino)를 결성해 보컬과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다. 서구 록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면서도 독특한 러시아 선율을 창조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음악은 특히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가사로 소련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활동 초기엔 소련 정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페레스트로이카가 한창이던 1990년 6월 모스크바 레닌 스타디움에서 개최한 콘서트에는 6만여명이 운집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15일 순회공연차 방문한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27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숨졌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맨해튼 모스크/이춘규 논설위원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 경계의 이슬람성전(모스크·mosque)은 멀리서도 잘 보인다. 주변에는 터키,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식당 등이 많다. 모스크 앞에는 다국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잡화점, 세탁소, 식료품점, 이동통신 가게들이 늘어서 외국거리를 연상시킨다. 이슬람 교도인 무슬림과 타종교 외국인들이 공존한다. 우리나라 상인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우리나라가 다문화 국가임을 잘 보여준다. 주변 한남동, 보광동의 허름한 다세대 주택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산다. 교회, 성당, 절도 많지만 종교적 충돌은 없다. 아랍어 대화를 들을 수 있지만 공용어는 한국어다. 피부색이나 종교, 국적은 별 문제가 아니다. 이슬람은 신의 것과 인간의 삶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슬람 정신의 핵심은 정의, 관용, 그리고 사랑에 있다. 이태원 모스크 주변에서는 이러한 이슬람 정신이 잘 구현되고 있다.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의 아랍어 어원은 마스지드로 ‘이마를 땅에 대고 절하는 곳’을 뜻한다. 어떠한 신상이나 제단도 불허한다. 예배와 소통의 장소이다. 모스크는 병원이나 무덤 역할도 한다. 모스크의 모습과 건축 기술은 7세기 이후 이슬람교 전파와 함께 진화해 왔다. 무슬림이 아라비아 반도를 넘어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다. 중국에는 8세기 시안에 모스크가 세워졌다. 인도네시아에는 15세기, 인도에는 16세기에 이슬람이 전파돼 각각 독특한 모스크가 발달했다. 관용이 핵심 정신인 이슬람교가 2001년 9·11 테러 뒤 인식이 극적으로 바뀐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소행으로 3000여명이 숨졌기 때문에 강경 테러집단이란 인상을 준다. 9·11이 발생한 미국 뉴욕 맨해튼 내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15층 높이의 모스크를 건립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사회가 시끄럽다. 이 모스크는 종교 간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다며 추진됐다. 그리고 뉴욕시가 이달 초 모스크 건립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은 60% 이상 반대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테러 현장에 모스크를 건립하는 것은 희생자들을 욕되게 한다고 주장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모스크 건립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유가족과 공화당 등이 강하게 비판하자 즉각 부인했지만, 이를 계기로 논란은 격렬해지고 있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쟁점으로 끌고 갈 태세다. 종교 간 갈등도 예사롭지 않다. ‘맨해튼 모스크’의 결론이 주목된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천마총 금관 서울온다

    천마총 금관 서울온다

    천마총 금관이 36년 만에 서울 나들이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7일부터 내년 2월13일까지 선·고대관 신라실에서 천마총 금관(국보 188호)과 허리띠(국보 190호)를 전시한다고 밝혔다. 1973년 경북 경주시 천마총에서 출토된 높이 32.5㎝, 지름 20㎝의 이 금관은 출(出)자 모양의 장식을 한 전형적인 신라 금관으로, 화려함과 정교함에서 당대 황금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된 천마총 금관은 발굴 이듬해인 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신라명보’ 특별전에 출품된 이래 두 번째 상경이다. 새달 9일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신라 금관인 황남대총 금관(국보 191호)이 함께 전시돼 신라를 대표하는 두 금관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황남대총 북쪽 무덤에서 1974년 발굴된 이 금관은 높이 27.5㎝, 지름 17㎝로 역시 출(出)자 모양의 장식이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방치되는 독립유적지] 신간회 창립본부 터 기념표석 하나 없이 모텔만…

    [방치되는 독립유적지] 신간회 창립본부 터 기념표석 하나 없이 모텔만…

    조국 독립을 위해 일제에 맞섰던 선열들의 항일 유적지에 대한 방치는 소중한 역사 자산에 대한 국민적 무지를 드러내고 우리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의 파고다공원(변형)·태화관(멸실)·독립문(변형), 충남 천안의 유관순 생가(복원), 충남 홍성의 김좌진 생가(복원), 경남 하동의 무명 의병 공동묘지(훼손) 등 1585곳의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를 3년 넘게 조사해 온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자료를 토대로 유적지 훼손 실상을 살펴본다. ●흔적조차 없는 안타까운 현실 서울 종로구 관수동 143번지. 나이스코리아 빌딩과 S모텔 등이 들어선 이곳은 1920년대 후반 활동했던 대표적인 항일단체인 ‘신간회’ 창립본부 터였다. 지금은 모텔 등이 들어서 신간회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주민 최모(55)씨는 “20년 넘게 이곳에 살았지만, 신간회 창립본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 “신간회가 어떤 단체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관련 자료가 없어 어쩌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좌우익 세력이 조국 독립을 위해 결성한 신간회 창립본부 자리였던 만큼 최소한 기념표석이라도 설치해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희제 선생이 국외 독립운동지도자들과의 연락망이자, 독립운동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부산에 설립했던 ‘백산상회’도 사라진 유적지다. 부산 중구 동광동 3가 12번지의 백산상회 터에는 프라임 원룸이 들어서 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10-2번지에 백산기념관이 마련돼 있지만, 부산지역 독립운동과 관련된 학습장으로 활용하기는 미흡한 실정이다. 또 지리산 기슭인 경남 하동군 화개면 의신마을 인근 ‘항일의병 공동묘지’는 무덤 흔적만 남아 있다. 한·일 강제병합 2년 전 일제에 결사항전하다 최후를 맞이한 의병 30여명이 묻혀 있는 곳이다. 이른바 ‘무명 항일투사 공동무덤’으로 불린다. 과거사정리위워회가 이곳을 복원할 것을 권고했으나, 국가보훈처와 하동군은 계속 내버려 두고 있다. ●“정부·지자체 보전대책 세워야” 1921년 설립돼 경북 영천지역 민족교육의 산실로 불린 ‘백학학원’은 붕괴 직전의 폐가로 방치돼 있다. 백학학원은 이육사, 조재만, 이원대, 이진영 등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잡초가 우거진 텃밭과 방문마저 떨어져 나간 폐가만 옛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이육사 등 독립운동가들이 교육을 받았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일부에서는 이곳을 복원한 뒤 표지석과 안내판 등을 설치해 교육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남 보성군의 교통 중심지인 복내면 복내리 379 일대는 ‘원봉’ 안규홍 의병부대의 손꼽히는 전투지다. 한말 후기 의병을 대표하는 안규홍 부대는 이곳에서 일본군에 맞서 항일투쟁을 벌였다. 당시 일본군 수비대가 주둔했던 건물은 사라지고 현재 민가가 들어서 있다.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안내판이나 표지석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동남쪽에 건립됐던 ‘독립문’(1879년 11월·서대문구 현저동 941)도 1979년 성산대로 고가도로 건설로 원래 위치에서 70m 떨어진 지점으로 옮겨졌다. 반면 3·1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 생가’(충남 천안)와 ‘손병희 선생의 유허지’는 복원돼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충남 홍성의 ‘김좌진 장군 생가’와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겸 군무부장을 역임한 ‘조성환 선생 생가’, 충북 제천의 의병 창의지인 ‘자양영당’ 등도 복원돼 학생과 관광객을 맞고 있다. 이정은 연구위원은 “국내 유적지 가운데 상당수가 후손이나 기념사업 주체가 없어 방치·훼손되고 있다.”면서 “보전 가치가 높은 유적지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단재 신채호의 치열했던 삶 추적

    단재 신채호의 치열했던 삶 추적

    광복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이다. 올해는 한일합병 100년이자, 신채호 탄생 130주년이기도 하다. KBS는 광복절을 맞아 ‘신채호, 시대의 마음’을 13일 밤 12시에 방영한다. 신채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비타협적인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이었다는 것이다. 온몸이 다 젖을지라도 일제 치하에 머리를 숙일 수 없다며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로 세수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이는 신채호의 단면일 뿐이다. 민중에 의한 무장폭동을 주창한 아나키스트, 중국을 샅샅히 훑었던 민족사학자적 면모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반공주의, 그리고 동북아 평화를 내건 탈민족주의 바람 앞에 신채호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인슈타인의 반핵주의 등 정치적 성향을 부담스러워하다 그를 실험실밖에 모르는 천재 과학자로 분칠했듯, 어쩌면 신채호 역시 ‘괴벽스러운 천재’ 정도로만 남기는 게 상책이었을 수 있다. 2009년까지 신채호가 무국적자로, 그의 무덤은 가묘 상태로 남겨져 있었던 것도 이런 정황을 반영한다. 때문에 ‘신채호, 시대의 마음’은 당시의 증언과 공판기록을 중심으로 그를 복원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한국의 사학자 등 전문가와 함께 베이징 등 중국일대를 거쳐간 신채호의 망명루트와 유적을 따라 갔다. 신채호는 1928년 5월8일 타이완 기륭항 부근 우체국에서 체포됐다. 체포 사유는 ‘위체(爲替·환어음) 위조’. 이 혐의는 ‘동방무정부연맹’이란 단체와 관련 있다. 조선, 중국, 타이완의 무정부주의자 120명이 모인 단체다. 즉, 지식인 신채호가 붓 대신 총을 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신채호가 잊힌 배경이다. 공산주의자들보다 아나키스트들을 더 두려워했던 일제 관헌의 습속을 이어받은 극우반공국가 대한민국이 신채호에게 내줄 자리는 없었다. 실제 신채호의 며느리 이덕남 여사는 1970년대 말까지도 신채호 일가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쫓기듯 살았다고 증언했다. 그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신채호가 중국 신문에 글을 실으면 그 글 때문에 신문 발행부수가 4000~5000부가 늘었다.”는 증언이 단서다. 조선족인 최옥산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 교수는 중국 지식인들을 능가했던 신채호를 증언했다. 나중에 중국의 신문화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하는 주요 학계 인사들은 물론, 중국 현대 문학의 대가 루쉰·저우쭤런 형제, 국내에도 소개된 세계적 문학자 바진 등이 신채호와 함께 했던 인물들이다. 분단으로 이젠 희미해져버린 기억이 됐지만, 신채호는 조선, 만주, 중국을 넘나들던 코즈모폴리턴이었던 셈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태성, 김정은과 18시간 키스 고백 “떨림도 오래되니 무덤덤”

    이태성, 김정은과 18시간 키스 고백 “떨림도 오래되니 무덤덤”

    배우 이태성이 6일 방송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을 통해 영화 ‘사랑니’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정은과의 18시간 키스신 촬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태성은 제작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사랑니’ 촬영 당시 김정은과 18시간 동안 키스신을 찍은 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떨렸는데 찍다 보니 그냥 ‘합시다’ 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태성은 김현중, 정소민과 더불어 MBC 새 수목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에 출연이 결정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신민아, 과거사진 공개…“여신미모+자연미인” ▶ 미스홍콩 추녀 논란… 선발 뒷거래 거물 스폰서 의혹 ▶ 스펀지’, 납량특집 ‘걷는시체증후군’ 소개 ‘오싹’ ▶ ‘화성인’ 바비인형녀 vs 타투녀 시선집중… 최고시청률 ▶ 15명째 의문의 투신자살… 중국 ‘팍스콘 괴담’ 전전긍긍 ▶ 신동, 나경은 ‘뽀뽀뽀’ 웃음사건 공개... 유재석 "웃음 많아 헷갈려~" ▶ 쌈디 ‘충격 과거사진’ 공개...삭발, 퍼머 등 헤어 변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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