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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 WHAT] ‘위험천만 美우주왕복선의 비행’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 & WHAT] ‘위험천만 美우주왕복선의 비행’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이달 28일 인류과학의 큰 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를 박차고 올라 마지막 비행을 하고 나면 파란 하늘이 아닌 까만 우주를 날아다녔던 ‘스페이스 셔틀’은 박물관에서 관람객들과 여생을 보내게 된다. 1981년 4월 12일 컬럼비아호가 처음으로 하늘을 난 이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애틀랜티스, 엔데버 등 대항해시대 유명 탐험선들에서 이름을 따온 5형제가 비행한 횟수는 총 135회. 거리는 8억 5000만㎞에 이른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의 탄생이 사기극에 가까웠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69년 대통령에 오른 리처드 닉슨은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우주개발 계획을 탐탁지 않아 하며 항공우주국(나사)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사는 한번 쏘면 재사용할 수 없는 로켓 대신 얼마든 재활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을 제작하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솔깃한 닉슨은 이를 받아들였다. 심지어 나사는 1주일에 1회, 연간 50회씩 비행이 가능하다고 닉슨을 속였다. 우주왕복선은 ‘돈 먹는 괴물’이었다. 한번 사용한 부품은 대부분 교체해야 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투입한 돈은 1500억 달러(약 162조원)가 넘는다. 1986년에는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고, 2003년에는 컬럼비아호가 귀환 중에 역시 폭발하면서 미국과 과학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호 주인공은 퇴역하는 우주왕복선 3대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먼(1918~1988)이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파인먼은 ‘파인먼씨 농담도 잘하시네’ 등 저서를 통해 대중과 호흡하는 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의 조사위원회에 참여, 원인을 규명하기도 했다. 우주왕복선을 만난 파인먼은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비행을 했는지 그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파인먼:이렇게 무사히 만나게 돼 반갑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애틀랜티스를 제외하고는 이제 편히 쉴 일들만 남았네. 엔데버 자네는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만들어졌는데, 나 같은 물리학자가 왜 우주왕복선의 모임에 나타났는지 궁금하지 않나? 엔데버:제가 1992년에 태어났으니까 1988년에 돌아가신 선생님을 뵐 기회가 없었죠. 그래도 그 명성만큼은 익히 들었습니다. 1986년 챌린저 형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조사위원회인 로저스위원회(국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로저스가 당시 위원장을 맡았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위원장의 이름을 따 위원회 이름을 부른다. 부위원장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었다)에 참여하셨죠? 그때 얘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파인먼:사실 나한테도 우주왕복선은 TV로나 보던 존재였지. 그래서 처음에 나사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는 거부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집사람(기네스 파인먼)이 “모두가 몰려다니면서 정치를 할 게 뻔한데, 제대로 조사를 할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고, 난 멍청하게 우쭐해서 그 말을 받아들였지. 디스커버리:그래도 사고 원인을 찾아내셨잖아요. 파인먼:글쎄. 세상에는 내가 챌린저가 발사되던 날의 기온이 크게 낮았고, 그 때문에 연료통의 틈새를 메우는 고무 O링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연료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 하지만 그 문제를 처음 알아낸 것은 국방부의 커티나 장군이었어. 난 단지 그 문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애썼을 뿐이지. 애틀랜티스: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이 회의를 하는 동안 얼음물을 달라고 해서 실제로 O링을 넣어 뒀다가 보여 줬던 그 장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개회의였는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파인먼:아무도 나한테 O링을 주지 않았는데, 회의장의 모형에 O링이 있었고 그걸 실험할 수 있는 곳이 거기뿐이었거든. 사실 조사 과정에서 나사와 관련 회사들이 얼마나 일을 엉망으로 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고, 수많은 부분을 감추려 하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어. 챌린저 폭발의 원인이 단순히 O링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디스커버리:이제 뭐 다 지난 일이고 정권도 여러 차례 바뀌었으니 구체적으로 좀 얘기를 해주시죠. 파인먼:120일이 조금 넘는 조사기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거기에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랑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라는 말이었지. 누군가 자기들을 파헤치고 다니는 게 불편했던 것이지. 무엇보다 우주왕복선은 사람이 만들고 탄 물건 중에 가장 위험했거든. 너희들은 실제로는 폭탄이나 다름없지. 우주왕복선의 설계상 사고 확률은 100~450회 비행당 1건으로 돼 있어. 군용기가 2만 2000회 비행당 1회, 민간 여객기가 100만건당 1회로 계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 되게 높은 위험도지. 그런데 나사는 이걸 민간 여객기와 같은 100만분의1이라고 발표했거든. 엔데버: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왔죠? 파인먼:“우주왕복선에는 사람이 타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 때문이야. 숫자 조작을 한 거지. 실제로 우주공간에서의 임무를 제외하고, 비행과정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착륙할 때 바퀴를 꺼내는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밖에 없거든. 그 밖에도 부품들에 생기는 문제를 규정 변경을 통해 허용치로 바꾸거나 엔진 터빈에 생긴 균열도 ‘파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 가능으로 판정하기도 했어. 조사 과정에서 보니까 엔진, 부품, 연료 등 많은 부분에서 현장 기술자들이 발사를 반대했는데 윗선에서 묵살했더라고. 디스커버리:그런데 왜 무리해서 발사를 한 거죠? 파인먼:챌린저가 폭발한 1986년 1월 28일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 영화배우 출신답게 쇼를 좋아했던 레이건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챌린저호의 우주인과 교신을 하려고 했던 게 무리한 발사의 원인이었다고 봐야지. 특히 챌린저에는 일반인이었던 과학교사 매컬리프 부인이 타고 있었는데 극적 효과로는 최고였겠지. 챌린저가 얼마나 무리한 발사를 하는지 알고도 탔을 만큼 매컬리프 부인이 용감했는지는 별개로 쳐야겠지만 말야. 애틀랜티스:결국 그때 나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안을 하셨고, 실제로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잖아요. 그런데 2003년에 큰형님인 컬럼비아호가 또 불행한 사고를 당했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파인먼:그건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여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주왕복선이 워낙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군. 외부적으로는 발사 단계에 타일이 떨어져 나가면서 돌아올 때 열을 견디지 못해 폭발했다고 하던데. 일각에서는 나사가 1990년대 후반에 구조조정을 심하게 하면서 관리와 정비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하더구먼. 자, 사고 얘기는 이쯤에서 마치고, 이제 30년간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각자의 안식처(디스커버리는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엔데버는 캘리포니아과학센터, 애틀랜티스는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로 옮겨지게 됐는데 마지막으로 각자 일생에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을 되돌아볼까? 디스커버리:전 ‘지구의 눈’으로 불리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1990년 4월에 우주로 올려놨죠. 사람들이 총천연색 우주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 것은 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까지 우주왕복선 5대가 기록한 우주비행 135회 중 39회가 제 차지였습니다. 애틀랜티스:저 역시 허블망원경의 수리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2003년 2월 컬럼비아 형님이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고 돌아오다가 사라진 이후 나사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이외에는 우주왕복선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하지만 미국 과학자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허블망원경을 계속 보게 해 달라는 운동이 벌어졌고, 그 결과 제가 다시 허블망원경으로 향할 수 있었죠. 그리고 전 가장 마지막으로 하늘을 난 우주왕복선으로 역사에 남을 겁니다. 이달 말 비행으로 말이죠. 엔데버:하늘에 떠 있는 가장 큰 인공구조물인 ISS는 제가 주도한 작품입니다. ISS 내 우주인 투입이나 우주인들이 체류하는 데 필요한 물품 공급, 배터리 교체, 로봇 팔 설치 등이 모두 저를 통해 이뤄졌죠. 2007년에는 저를 타고 우주로 간 우주인들이 선생님이 돼 지구의 아이들에게 과학교실을 열기도 했죠. 이젠 모두 지나간 추억이 됐지만 말이에요. 언젠가 제 후배들이 태어난다면 이런 얘기들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희 형제들과 수백명의 우주인들이 만들어낸 도전의 역사는 영원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파인먼:우주를 날아서 비행기처럼 자유롭게 활주로에 착륙한다. 정말 공상과학 소설 같은 얘기를 현실에서 보여준 자네와 나사의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네. 물론 보이저(1977년 발사된 나사의 행성 탐사선. 목성과 토성을 찍었고 현재 태양계 끝에 도달해 있다)처럼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어 태양계 밖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난 여전히 자네들이 여기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네. 위험한 비행을 하며 형님 둘(컬럼비아·챌린저)을 먼저 보내고 자네들은 살아남지 않았는가 말일세. 우주왕복선이 이뤄낸 수많은 업적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의 죽음이, 세상에 홍보용으로 전락한 과학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 줬다는 점이라고 말하겠네.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그런 일이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일세. 오늘 즐거웠어. 각자의 자리에서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교훈을 주기 바라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리처드 파인먼(1918.5.11~1988.2.15)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로 양자전기역학을 재정립한 공로로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 20세기의 거시 물리학이 아인슈타인으로 대표된다면, 미시 물리학은 파인먼의 영역. 금고털이와 드럼 연주,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형식과 권위를 거부했던 것으로 유명. ●도움말 주신 분 이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팀장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이학명 과학칼럼니스트 ●참고문헌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리처드 파인먼·김희봉/ 사이언스북스) 남이야 뭐라 하건!(리처드 파인먼·홍승우/ 사이언스북스) 우리는 이제 우주로 간다(채연석/ 해나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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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 (33) 전북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이팝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 (33) 전북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이팝나무

    축구 골키퍼가 되고 싶은 초등학교 5학년 나윤호. 손수 만든 물폭탄을 들고 이팝나무 꽃이 환하게 피어난 운동장 가장자리의 꼭짓점 부분에 섰다. 반대편 꼭짓점을 향해 날려보낼 채비를 하는 중이다. 바닥을 잘라낸 페트병 두 개를 마주 끼우고 공기가 새지 않도록 접착제와 테이프로 마감한 물폭탄에 물을 절반쯤 채우고 발사대에 세운다. 한쪽 주둥이에는 공기를 주입할 펌프를 연결한다. 같은 반 소녀 빈주영이 펌프질을 거들고 나선다. 물폭탄에 터질 듯 공기를 가득 채운 뒤 운동장 반대편에 서 있는 선생님의 신호에 따라 윤호가 기세 좋게 발사한다. ●흉년 들어 죽은 아기들의 무덤가에 심어 선생님의 머리 위쪽으로 날아가는 물폭탄을 바라보는 윤호와 주영이의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떠오른다. 바로 곁에서 무더기로 하얀 꽃을 피운 이팝나무의 꽃향기가 소년 소녀의 밝은 표정 위에 살랑 얹힌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 군락이 있는 전북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마령초등학교의 늦은 봄날 풍경이다. “꽃이 쌀밥처럼 피어나서 이팝나무라고 하는 거예요. 이팝이 쌀밥이거든요. 저 이팝나무들이 우리 학교의 자랑이에요. 이게 우리 교지인데요. 뒤에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읽어보세요.” 나무 이야기를 물어보자 머뭇대던 주영이가 쪼르르 교실로 뛰어 들어가더니 곧바로 지난가을에 펴낸 교지 ‘마령글동산’을 들고 와 이야기를 풀어낸다. 학교 정문 좌우로 늘어선 이팝나무는 옛날에 아기 무덤 앞에 심었던 나무들이라고 교지 뒤표지에 쓰여 있다. 또 아기 무덤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꺼렸기 때문에 나무들이 잘 지켜졌다고 했다. 아이들은 이 자리에 왜 아기들의 무덤이 있어야 했는지 모른다. 아기들의 무덤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아기들이 많이 죽었다는 것도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의 아이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한 맺힌 이 땅의 가난한 아비들의 꿈 “농사가 잘 안 되는 바람에 아이들이 굶어 죽었다나 봐요. 아이들이 죽으면 어른들은 죽어서라도 쌀밥을 먹으라고 쌀밥나무를 심은 거라고 선생님이 알려 줬어요.” 윤호에게 아기 무덤의 이팝나무 이야기는 믿을 수 없는 그저 ‘전설’일 뿐이다. 또래 아이들이 풍요롭게 살아가는 게 특별하게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배 고플 때나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당연한 일을 놓고 굳이 부모에게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뭐냐고 윤호는 당차게 반문한다. 그러나 300년 전만 해도 굶지 않는 일은 부모와 하늘에 감사해야 하는 일이었다. 흉년이 들면 아기들은 젖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어미의 빈 젖을 물고 죽어갔다. 아비들은 어미의 품 안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아이의 주검을 말 없이 바라보아야 했다. 아비는 아이의 시체를 가마니에 곱게 싸고 눈물의 끈으로 질끈 동여매서 지게에 짊어지고 뒷동산으로 올랐다. 양지 바른 자리를 찾아 구덩이를 파고, 지게 위의 아이 주검을 내려놓아야 했다. 아비는 차마 그냥 돌아서지 못하고 아기 무덤 앞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살아서 입으로 먹지 못한 쌀밥을 죽어서 눈으로라도 실컷 먹으라.’는 생각에 못난 아비는 쌀밥을 닮은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를 심고 겨우 발길을 돌렸다. 햇살 좋은 아기 무덤 앞에서 자라난 이팝나무의 사연을 아는 사람들도 죽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나무를 심었다. 역시 이팝나무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평지리 아기 무덤은 마침내 이팝나무 동산을 이루었다. 봄이면 아기 무덤의 이팝나무들은 마을 사람들의 슬픔을 위로하려는 듯 환장할 만큼 아름답게 무더기로 꽃을 피웠다. 이팝나무 꽃 천지가 된 아기 무덤을 마을 사람들은 ‘아기사리’라는 지방말로 불렀다. 천연기념물 제214호인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 군(群)은 그렇게 봄마다 한 맺힌 이 땅의 슬픔으로 아름다운 꽃 대궐을 이루었다. 이 아름다운 이팝나무들은 결국 이 땅의 아이들을 더 풍요롭게 지키기 위한 뚜렷한 상징으로 남았다. ●이팝나무 꽃처럼 환하게 피어날 아이들을 위해 이팝나무 꽃동산이 아이들의 동산으로 바뀐 건 90년 전인 지난 1920년의 일이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부모들의 한풀이라도 하듯 아기 무덤을 갈아 엎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를 세웠다. 바로 마령초등학교다. 사람들은 그토록 찬란했던 이팝나무들을 하나 둘 베어냈지만, 그 가운데 7그루는 남겼다. 높이 13m쯤 되는 가장 큰 이팝나무와 그에 못 미치는 작은 이팝나무들은 학교 정문 옆 울타리에 줄지어 서 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아이들의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지키는 표상이다. 이팝나무를 바라보며 도담도담 꿈을 키워 가는 학교 아이들이 굳이 이 나무들에 얽힌 슬픈 사연을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또 피 맺힌 과거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애쓸 부모도, 선생님도 없다. 그저 지금의 환경에서 윤호와 주영이처럼 어린 시절을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기를 바랄 뿐이다. 화려하게 꽃 피운 이팝나무를 바라보면,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이팝나무 꽃처럼 풍성하게 피어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 보게 된다. 글 사진 진안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전북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991 마령초등학교 내. 새로 난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의 진안 나들목으로 나가서 남원 임실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말의 귀를 닮아 마이산이라 불리는 진안의 명산을 바라보며 8㎞쯤 가면 나무가 있는 마령초등학교가 나온다. 진안 너른 벌에 펼쳐지는 농촌 풍경을 즐기려면 지방도로 49호선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의 상관 나들목으로 나가서 우회전하여 11㎞ 지점의 관촌면까지 가서 동북쪽으로 풍요로운 평야 지대를 14㎞쯤 가면 학교에 닿는다.
  • 피라미드 잇는 ‘비밀통로’ 1800년만에 발견

    피라미드 잇는 ‘비밀통로’ 1800년만에 발견

    고대 멕시코시티 지하에서 피라미드를 잇던 거대한 터널이 세상에 공개됐다. 180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120m의 터널은 고대 도시의 발달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21세기 최고의 고고학 발견’으로 회자되고 있다. 멕시코 인류역사협회는 최신식 레이더 장비를 이용해서 멕시코의 고대도시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지하에 존재하며, 지배자들의 무덤인 피라미드를 잇던 거대한 통로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땅을 13m나 파내려가야 확인할 수 있는 이 터널은 2003년 발생한 홍수에 흙이 쓸려가면서 외부로 통한 구멍이 발견돼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에는 이 통로가 7m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됐지만, 지난해 11월 연구팀이 최신장비로 관찰한 결과 무려 120m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터널은 A.D 200~300년에 돌을 쌓아 건설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을 이끈 세르지오 고메즈 차베스 박사는 이 터널이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지배자의 무덤을 잇던 비밀 통로”라고 추정하면서 “21세기에 이뤄진 가장 위대한 고고학 발견”이라고 자평했다. 한편 해발 2300m 멕시코 고원에 위치한 테오티우아칸은 기원전 2세기에 건설됐으며 8세기까지 건재했던 것으로 고고학계는 보고 있다. 이 고대 도시는 광범위한 교역으로 경제력을 축적하고, 강력한 군사력으로 중미 전역에 세력을 떨쳤던 것으로 보인다. 전성기였던 4~7세기의 인구는 대략 20만 명으로, 도시 중간에 ‘죽은 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큰 폭의 길이 있었으며 좌우로 석조 구조물, 사원, 광장, 주택 등이 건설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사람의 심장과 피를 바쳤던 달의 피라미드가 우뚝 서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美 207년 전 전사한 유해 찾아온다

    미국이 무려 207년 전 전사한 미군의 유해 송환을 추진한다. 미 하원은 지난 26일 국방부로 하여금 207년 전 리비아에서 숨진 13명의 유해를 송환해 장례를 치르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1일 보도했다. 1804년 9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명령에 따라 리처드 소머스 함장을 비롯한 13명의 해군이 배를 타고 트리폴리로 향한다. 지중해에서 해적질을 일삼는 트리폴리 왕국의 항구를 폭파하는 임무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약소국 군대였던 이들은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트리폴리 군에 발각돼 전원 몰사한다. 트리폴리의 지배자 파샤 카라만리는 해안에서 시신들을 씻긴 뒤 개에게 먹이로 줬다. 유해는 장례식도 없이 공동묘지에 묻혔다. 유해가 묻힌 장소는 2004년쯤 파악됐다. 후손들은 미 정부에 유해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해 줄 것을 요구했고, 주리비아 미 대사관은 묘지 관리권만이라도 확보하는 선까지 리비아 정부와 협의를 진전시켰다. 하지만 지난 2월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으로 지금 무덤 주변은 시위 장소로 변했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우리는 단 한 사람의 미군 유해도 외국에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10년이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국내로 데려오는 것이 군대의 윤리”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WHO&WHAT] 미켈란젤로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미켈란젤로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고교생 야가미 라이토는 어느 날 한 권의 노트를 집어든다. 라이토는 이 노트에 이름과 방법을 적으면 그 사람이 그대로의 운명을 맞게 되고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사신 류크가 인간계로 떨어뜨린 ‘데스노트’였던 것이다. 다양한 규칙을 숙지한 라이토는 노트를 활용해 범죄자가 없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다. 라이토가 활동하기 시작한 뒤 전 세계의 범죄율은 70% 이상 줄고, 인터넷과 사회 구성원들은 그를 ‘키라’라 부르며 신(神)으로 추앙하기 시작한다. 2003년 일본의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되기 시작한 오바타 다케시와 오바 쓰구미의 만화 ‘데스노트’는 인간의 본성에 도전한 공전의 히트작이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된 이 작품의 독자들은 막강한 힘을 가진 데스노트를 한 번쯤 소지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마련이다. 악행을 한 사람이 응징을 당하도록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 토머스 앨바 에디슨(1847~1931), 로버트 스콧(1868~1912).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의 이번 주 주인공들은 능력과 업적 면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천재들이다. 타고난 재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들은 ‘라이벌’로 인해 마음껏 행복을 누리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본인의 노력이 또 다른 사람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고통, 패배자라는 주변의 시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갈등과 콤플렉스. 이들에게 가상의 데스노트를 쥐어주면 어떤 내용을 적을까. 위대한 천재들을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한 라이벌들을 살펴봤다. “흉내쟁이에 촌뜨기 라파엘로” - 미켈란젤로 “라파엘로(1483~1520)가 미술에서 이룬 모든 것은 바로 나한테서 얻은 것이다.”(미켈란젤로의 회고문 중에서) ●주요 내용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다. 라파엘로가 바티칸 교황 집무실 벽에 그린 ‘아테네 학당’에 날 그려 넣었단다. 그것도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같이 더럽게 못생긴 인물로 말이다. 겉만 번드르르하게 아테네 학당이라는 이름을 붙였지, 가죽장화나 옷이나 전부 지금 시대 복장인데 눈 가리고 아웅도 유분수지. 얼굴까지 똑같이 그려 놨으니 아예 대놓고 욕 먹이는 짓이 아닌가. 내가 얼마나 자기를 싫어하는 줄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옆에서 내가 시스티나 천장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이런 일을 벌이다니. 무엇보다 기분 나쁜 건 벽화의 주인공인 플라톤으로 내 필생의 라이벌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그려 놓았다는 거다. 우르비노(이탈리아의 시골) 출신의 촌뜨기가 처음 볼 때부터 기본이 안 됐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예술가라면 무릇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파엘로 저놈은 어릴 때부터 나랑 다빈치 작품 중에서 좋은 것들을 골라 베끼는 데만 혈안이 돼 있더니 이젠 그걸 조금씩 바꿔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건 그냥 모방이자 습작 화가지. 후세 사람들이 저놈 그림이랑 내 그림을 같은 높이에 걸어 놓으면 어떡하나 심히 걱정된다. 라파엘로는 분명히 자기 고향 선배이자 후견인인 브라만테(1444~1514·성베드로 성당 설계자)와 짜고 날 파멸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시스티나 예배당 프로젝트만 해도 그렇다. 나보고는 20m나 되는 높이의 천장에 그림을 그려 넣으라고 하고, 라파엘로한테는 편하게 집무실 벽화를 맡기다니. 난 조각가이지 화가가 아닌데도 말이다. ●해설 괴팍하고 추남이었던 미켈란젤로는 잘생기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진 라파엘로를 평생의 원수로 생각했다. 특히 라파엘로와 브라만테가 서로 짜고 자신을 고난에 빠뜨린다고 믿었다. 자기보다 8세 어렸던 라파엘로가 37세에 요절한 후에도 각종 기록에서 증오심을 나타냈다. “가증스런 교류전기 찾은 테슬라” -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1856~1943)가 만든 가증스러운 교류(交流)의 위험을 알려 주려면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1885년 에디슨이 직원들에게) ●주요 내용 큰일났다. 결국엔 교류가 이기고 마는 것인가. 세르비아 출신 과학자 한 명을 단지 똑똑하다는 소문만 듣고 고용했다가 내 평생의 성과가 날아가게 생겼구나. 난 전기를 싼값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해 주겠다는 테슬라의 말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을 뿐이다. 테슬라가 내 발명인 직류(直流)와는 전혀 다른 교류를 발견한 걸 인정할 수 없어서 돈을 주지 않은 것인데, 그놈이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았다. 난 한 방향으로 흐르는 직류가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은가.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JP 모건이 자신의 대저택에 내 설비를 깔았을 때만 해도 영광은 내 것이라 믿었는데 일개 직원 나부랭이가 이 모든 걸 망쳐 버렸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지난 수십 년간 벌어진 세 차례의 싸움에서 난 모두 졌다. 솔직히 잔머리를 좀 굴렸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지. 교류를 이용해 개와 고양이를 죽이는 공개실험도 해 봤고, 사형을 집행하는 전기의자도 만들었다. 제길. 도끼 살인마 케믈러가 즉사하지 않고 구워지는 바람에 언론의 뭇매를 맞았고, 내 업적의 집대성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만국박람회장의 조명설비 입찰에서 테슬라와 웨스팅하우스에 패하기도 했지. 마지막 승부처로 삼았던 나이아가라폭포 조명 설비에서도 웨스팅하우스가 GE를 눌렀고, 모든 이들은 교류를 전기로 인식하게 되겠지. 남은 건 하나뿐이다. 머리는 좋지만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테슬라가 더 이상 인구에 회자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뭐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날씨를 변화시키는 장비, 순간이동 장치 등이나 만들겠다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으니. 1700만 달러나 되는 교류 로열티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이미 테슬라를 사업적인 부분에서는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곧 잊혀지고 난 영원한 발명왕으로 남을테니까. ●해설 1915년 테슬라와 에디슨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지만, 테슬라는 이를 거부했고 시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테슬라는 무선통신, 유도전동기, 교류발전기, 변압기, 전동기 등을 개발했고 미국 전기전자학회는 테슬라에 대해 “그의 작업 결과를 없앤다면 자동차들이 멈출 것이며, 도시들이 깜깜해지고 공장들이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라고 칭송했다. “소문만 무성한 탕아 모차르트” - 살리에리 “당신도 알고 있죠. 모차르트(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를 내가 독살했다는 얘기.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임종 직전의 살리에리가 피아니스트인 이그나츠 모셰레스에게) ●주요 내용 내가 풋내기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모차르트를 죽여서 내가 그 영광을 가로채기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미 나는 황제의 음악가이자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데, 자기 능력을 주체조차 못하는 애송이를 죽여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건가. 이게 다 모차르트가 천재라고 떠드는 소문이 과장돼 벌어진 일이란 말이다. 솔직히 모차르트가 훌륭한 음악가인 건 맞다. 나처럼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하나 밟아 가는 성장 과정을 순식간에 뛰어넘었으니까. 5세에 작곡을 하고 10세도 안 돼 연주회를 다녔다는 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연주회장에 찾아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은 그에게 능력에 걸맞은 인품을 주지는 않았다. 작곡을 아무리 잘하면 뭘 하나. 궁정생활을 영위할 최소한의 자제심도 없는데. 그 낭비벽과 문란한 사생활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의 아름다운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음악가로서 나 역시 그의 재능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역시 하이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라토리오를 지휘했고, ‘악성’으로 불리는 베토벤이 나를 위해 세 곡의 소나타를 바칠 정도로 인정받은 사람이란 말이다. 천재와 노력파 같은 과장된 소문으로, 내 영광스러운 일생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 ●해설 영화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희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당시 유럽 전역에 이 같은 소문이 퍼졌지만, 역사적으로 독살설은 근거 없는 소문이었고 모차르트는 그 스스로 신장병과 요독증을 앓고 있었다. 소문에 상처받은 살리에리는 죽는 날까지 이를 괴로워했다. “날 속이고 남극점 먼저 간 아문센” - 스콧 “영국인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불운은 이기지 못했다.” (스콧이 자국민에게 보낸 편지) ●주요 내용 로알 아문센(1872~1928·노르웨이), 나쁜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북극을 탐험한다고 나를 속이더니 결국 상대를 안심시켜 놓고 남극점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헛소문을 낸 것이었나. 북극 탐험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주겠다는 내 호의를 거절하고, 전화도 안 받을 때 이미 알아챘어야 하는 건데. 어쩐지 로버트 피어리가 이미 북극점을 정복한 상태인데 왜 또 거길 가겠다고 한 건지 이상하긴 했다. 남극점을 정복하겠다는 내 기자회견과 신문기사를 보며 아문센은 얼마나 코웃음을 쳤을까. 이런 곳에서라도 대영제국을 이겨보겠다는 그 얄팍한 수를 읽지 못하고 신사답게 정정당당히 승부하려던 내가 멍청했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불과 35일이다. 난 아무도 정복하지 못한 그곳에 영국 국기를 꽂는 것을 평생 꿈꿔 왔는데, 그곳에는 노르웨이 국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인류가 남극점을 정복하는 데 수천 년이 걸렸는데 그 최초의 영광은 고작 한 달 남짓에 영원히 북유럽의 바이킹에게 넘어가는구나.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내 실수였다. 말을 끌고 남극에 오다니. 사람의 동반자인 개한테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내 발상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동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와중에 나 역시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인류 최초’라는 이름이 결코 신사다운 행동으로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죽기 전에야 깨달았다는 것이 아쉽다. ●해설 군인이었던 스콧은 1904년 남극에서 660㎞ 지점까지 접근한 기록을 세우며 국가적 영웅이 됐다. 그러나 7년 뒤 첫 남극 도달의 영예를 아문센에게 빼앗기고 죽음을 맞았다. 현재 남극점에는 연인원 1000명 이상이 상주하는 ‘아문센·스콧 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서적] ▲서양미술의 걸작(양정무/네이버 오늘의 미술) ▲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엘리자베스 런데이·최재경/에버리치홀딩스) ▲빛의 제국(질 존스·이충환/양문) ▲모차르트 컨스피러시(스코트 마리아니·이정임/노블마인) ▲발트슈타인 소나타(이재규/21세기북스)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정재승/달) ▲아문센과 스콧(피에르 마르크·배정희/비룡소) ▲남극의 대결 아문센과 스콧(라이너 K 랑너·배진아/생각의 나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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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선비 ‘동경의 땅’에 당도하다

    “내가 그를 따라서 성에 들어서니 곧 상화의 집이었다. 높은 문은 우뚝 솟아 있고, 하얗게 칠한 담이 둘러 있었다. 당에 오르니 침상과 탁자가 많았는데, 붉은색 융단이 덮여 있었다. 마당의 섬돌은 모두 벽돌을 깔아 한 점의 흙도 없었으니 월중(越中)의 갑부인 것을 알게 되었다. 자리에 앉으니 상화가 나에게 집 안팎을 구경하자고 하였다. 담장이 둘러져 있고 이중벽이어서 사람의 마음과 눈을 놀라게 만든다. 정침(正寢)에 이르니 곧 동서에 있는 곁방에 은으로 만든 병을 벌여놓았는데, 몇 백개나 되는지 알 수 없었으며, 금수(錦繡)와 능라(綾羅) 같은 종류가 모두 이와 같았다.”(‘5월 5일 중국 선비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하다’) 조선 후기 때 선비 최두찬이 지은 중국 강남(江南) 표류기 ‘승사록’의 한 대목이다. 최두찬은 1817년 5월 제주 대정현의 현감이 된 장인의 강권에 못 이겨 제주도까지 동행한다. 1년 동안 제주를 둘러 본 뒤 이듬해 귀향길에 오른 그는 도중에 풍랑을 만났고, 16일 동안 바다 위를 표류하다 우연히 중국의 강남 지역에 상륙하게 된다. 최두찬은 1818년 4월 8일~10월 2일, 표류부터 귀환까지의 일들을 매일매일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게 승사록이다.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표류기’(박동욱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는 최두찬의 승사록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중국견문기다. 제주도에 있을 때 지은 시편, 일행 50명과 함께 16일 동안 바다 위를 떠돌던 기억, 중국 닝보(寧波)에 닿은 뒤 보았던 풍속과 명승, 강남의 지식인과 문답한 필담, 가옥·의복·농사·무덤·배와 수레 이야기 등 최두찬의 시선에 포착된 당시 강남의 풍속과 풍경,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겼다. 당시 중국의 강남은 조선 사람들에게 동경과 미지의 땅이었다. 주원장이 금릉을 남경이라 개칭한 뒤 도읍으로 삼고, 이후 영락제가 북경으로 천도한 것이 1421년이었다. 명의 건국부터 북경 천도까지의 50여년 동안만 조선 선비들의 강남기행이 가능했다. 이 시기에 나온 기행물은 정몽주의 ‘강남기행시고’(江南紀行詩藁)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후로는 공식적인 사행이 북경 인근을 벗어나 강남 땅을 밟는 경우가 없었다. 이런 까닭에 강남은 조선의 지식인에게 상상의 공간이었다. 최두찬은 강남에서 한 달 넘게 체류하며, 주로 저장성(浙江省) 지역의 풍물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아울러 한자(漢字)라는 공통 문자를 통해 강남의 선비들과 학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들의 관심을 조선에 대한 호기심으로 확장시켰다. 2만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성주군 ‘생명문화축제’ 개최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 여정을 체험해 보세요.” 경북 성주군은 27~29일 성주 성밖숲 일원에서 생로병사를 주제로 한 ‘2011 성주 생명문화축제’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생·활·사(生·活·死)로 풀어 가는 신비로운 생명 여행’이란 주제로 열릴 이번 축제는 세종대왕자태실(사적 제444호), 한개마을(중요민속자료 제255호), 성산고분군(사적 제86호) 등 성주의 문화 유산에 담긴 문화적 요소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주 전시관인 생·활·사 공간은 23개의 체험 구역과 13개의 전시 구역으로 꾸며졌다. 생의 공간에는 태실 모형과 정자의 여행 영상물 등이 마련됐고, 엄마의 배 속을 느껴볼 수 있는 자궁 모형 체험 등이 가능하다. 활의 공간에서는 의상 체험 놀이 등을 통해 의식주를 경험할 수 있다. 또 사의 공간에서는 무덤을 표현한 돔에 관람객이 입장해 유언을 작성하고 관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이 밖에 참외존에서는 반짝 경매 등 참외 관련 이벤트가 진행되고, 전통 문화존에서는 대장간 및 천연 염색 체험 등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성주군 관계자는 “특히 아이들에게 생생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는 성주군청 문화체육과 (054)930-6065~6. 성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산에 들에 봄이 오고/김남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산에 들에 봄이 오고/김남주

    누가 와서 물었네 지나가는 말로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나는 대답했네 거기에 갔다고 누가 와서 물었네 거기가 어디냐고 나는 대답했네 담 너머 하얀 집을 가리키며 자유가 묶여 발버둥치는 곳이라고 산에 들에 봄이 오고 누가 와서 물었네 지나가는 말로 그는 이번에 나오지 않았느냐고 나는 대답했네 무덤 하나를 가리키며 그는 지금 저기에 있다고
  • 이 사진으로 ‘잃어버린 피라미드’ 17기 찾았다

    이 사진으로 ‘잃어버린 피라미드’ 17기 찾았다

    수천 년 동안 땅속에서 숨 쉬던 ‘잃어버린 피라미드’ 17기가 최근 발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은 앨라배마 대학의 사라 파캑 교수 연구팀이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촬영한 적외선 사진을 분석해 땅속에 묻혀 있는 고대 이집트 유적 상당수를 찾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연구팀은 700km상공 궤도에서 이집트 유적 밀집지역인 사카라와 타니스를 촬영한 인공위성 적외선 사진들을 분석했다. 사진은 지구표면 지름 1m까지 초점을 좁혀 나타냈기 때문에 지표면 아래 구조물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굴이 아닌 자료 분석만으로 파캑 연구팀은 땅속에 묻힌 고대 무덤 1000기, 거주지 유적 3000곳 그리고 피라미드 17기의 존재를 발견했다. 피라미드 17기 가운데 2곳은 발굴 작업을 끝내 그 존재가 사실로 확인됐다. 위성사진 분석을 통한 연구방법론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처럼 고고학자들이 모험을 펼치며 직접 유적을 찾아다닐 필요가 거의 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우주과학기술 발전이 고고학 연구를 진일보하게 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기원전 3000~2000년에 건축된 이집트 피라미드 가운데 현재까지 발견 혹은 발굴된 건 135기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피라미드와 유적 등이 나일강 퇴적물 밑에 수천개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의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15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이라는 시간의 흐름. 찬란했던 르네상스의 중심지 이탈리아 피렌체와 일제 강점기 아시아의 소국(小國) 조선이라는 공간과 위상의 차이. 이 시대를 살았던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위대한 메디치’로 불리며 이탈리아, 아니 중세 유럽을 통틀어 가장 화려했던 가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렌조 메디치(오른쪽·1449~1492)와 자국의 역사책에조차 등장하지 않는 간송(澗松) 전형필(왼쪽·1906~1962). 겉으로 보이는 배경으로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들에겐 엄청난 ‘돈’과 예술을 알아보는 ‘혜안’(慧眼)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점은 각각 피렌체 우피치미술관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형태로 오늘날 우리에게 ‘인류의 유산’을 향유할 기회를 남겼다. 만약 그들이 막대한 재산을 흥청망청 쓰는 데만 골몰했다면, 또는 재산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면 중세미술사와 한국미술사는 다시 쓰여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주의 주인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꼽히는 로렌조 메디치와 전형필이다. 막대한 재산을 문화유산에 아낌없이 쏟아부은 이들의 노력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 결과로 우리는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서양미술사에만 관심을 갖다가 지난주 간송미술관을 다녀온 후 한국미술의 전통과 매력에 흠뻑 빠진 직장인 윤정은(33·여)씨가 궁금한 점을 모아 인터뷰에 나섰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젊은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도대체 어떤 가문이었고 재산 규모는 얼마나 됐나. -메디치 내 증조할아버지인 토스카나 대공(大公) 코지모는 피렌체인들 사이에서 ‘국부’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불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은행업을 통해 그야말로 돈을 긁어모으다시피 했다. 가문의 수장이 됐을 때 내 나이 고작 20세였다. 당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특히 우리 가문은 직물산업의 핵심이었던 ‘백반’(양모 세척제)을 움직였고 메디치 은행의 주요 고객은 유럽 각국의 왕실과 교회였다. 당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피렌체가 메디치였고, 피렌체의 모든 것은 메디치 가문의 재산이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에 와세다대 법대를 다니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다. 서울 일대는 물론 경기도, 황해도, 충청도를 지나면서 우리 집안 땅을 밟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만석꾼 집안이었다. 미곡상을 했는데 내가 24세에 물려받은 논은 4만 마지기(800만평)에 달했다. 1년에 소작농으로부터 쌀 2만 가마니(1만석)를 거둬들였는데, 이를 당시 기와집 값으로 환산하면 150채 정도였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으로 환산하면 매년 450억원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논을 몽땅 판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 정도였는데, 이건 그냥 단순한 수치 환산이고 당시 논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훨씬 더 가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록에 따르면 1년에 나만큼 버는 조선인은 43명에 불과했다. →<윤정은> 역사적으로 많은 재산이나 권력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흥청망청 쓰다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한국의 재벌 집안만 봐도 그런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패하지 않았고, 젊은 나이에도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메디치 할아버지 코지모의 영향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피렌체에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고, 난 그들과 토론하는 법을 배웠다. 10대 때부터 이미 유럽 각국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덕에 외국어에도 능통했다. 로마어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리스어까지 능통하게 구사했을 정도였으니. 내 신분은 공식적으로는 돈이 많은 시민이었지만 피렌체 안팎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됐고, 그렇게 살았다. 물론 금욕적인 삶을 지향하지는 않았다. 난 바람둥이였고, 수많은 애인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권력자에게는 그런 게 큰 흠이 되지 않았다. -전형필 난 원래 경성에서 대학을 다니며 조선어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변호사가 될 것을 강권하셨고, 그 덕분에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만든 법을 연구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가업인 장사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부모의 상을 당한 상황에서 본인이 즐기는 데 그것을 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사랑했는데 특히 수집(蒐集)에 관심이 많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메디치 ‘위대한 로렌조’라는 호칭과 달리 난 콤플렉스가 많았다. 심한 주걱턱이었고,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덮었다. 코도 낮았고 목소리는 거칠었다. 하지만 난 비올라와 류트(당시의 현악기), 승마술, 매사냥까지 섭렵했고 유려한 글솜씨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예술에 대한 조예는 못난 겉모습을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특히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예술가를 지원해 그들의 작품이 자신을 찬양하도록 했는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난 할아버지나 아버지, 다른 귀족들과는 좀 달랐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 이외에 고대 미술품을 수집하고 동양의 예술품에도 관심이 많았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 사회상에서 난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무엇보다 휘문고보 시절 은사였던 고희동(1886~1965·서양화가) 선생과 3·1 만세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위창 오세창(1864~1953·서예가) 선생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두 분은 내가 어릴 때부터 책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내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고 선생은 나에게 “글을 읽으면서 학문을 닦는 선비가 아니라, 조선의 문화를 지키는 선비가 되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 결과 나는 왜놈들 손으로 넘어가는 우리 서화와 전적을 지키는 선비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위창 선생은 나에게 ‘간송’이라는 호를 주셨고, 내 수집활동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떤 작품을 모아야 하는지, 어떤 눈을 갖춰야 진품을 구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말이다. →<윤정은> 돈으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은 사실 취미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재산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는데, 다른 목적은 없었나. -메디치 (웃음) 난 상인이었지만 정치인이기도 했다. 정치인에게 100% 순수한 호의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밀라노에 보내고 1488년 안토니오 다 산갈로를 나폴리에 보냈다. 그 공국들에 내가 후원하던 예술가를 보내는 게 좋은 작품을 선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호의를 베풀면서 실은 정치를 한 거였다. 솔직히 내가 예술가를 후원한 돈은 대부분 내가 피렌체의 공직을 겸하면서 공금으로 썼다. 내 재산은 오로지 내 수집품을 모으는 데 집중적으로 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에 대한 환상이 좀 깨지지는 않았나. -전형필 왜 수집에 나섰느냐고 위창 선생이 물었을 때 난 “서화 전적과 골동은 조선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선이 언젠가 독립될 것이란 믿음이 없었는데도 수집을 계속했을지는 나도 자신이 없지만, 난 반드시 독립될 것으로 믿었다. 1933년 성북동에 터를 구해 미술관을 지은 것도 독립이 됐을 때 후손들에게 우리 문화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팔려 갔던 고려석탑을 다시 사 오면서 난 한번 유출된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해방된 후에는 이전처럼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일제에 더 이상 빼앗길 염려가 없어진 후에는 조선 사람이 모은 것은 모두 조선 것이기에 해방 후에는 문화재를 찾아오는 일에만 전념했다. →<윤정은> 소장품들에 대해 묻겠다. 두 사람의 노력은 우피치와 간송 미술관으로 남았지만 두 사람 모두 박물관의 개관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메디치 우피치는 영어로 하면 ‘오피스’(사무실)를 뜻한다. 그곳은 내 증조부 코지모의 집무실이다. 물론 내가 가장 주목받기는 하지만 우피치 수집품은 우리 가문 전체의 공이다. 14~16세기 르네상스 화가부터 17~18세기 바로크와 로코코에 이르기까지 소장 규모 자체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조토의 ‘성모자’, 다빈치의 ‘수태고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도록으로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피치를 박물관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 이후로 200여년이 지난 후 메디치가 최후의 후손이었던 안나 마리아 루드비카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그녀는 모든 재산을 토스카나 공국에 기증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만을 남겼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의 보물을 볼 수 있도록 어느 것도 피렌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형필 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운학문매병’ 등 12점의 국보와 10점의 보물이 있다. 1937년에는 영국 변호사 개스비에게서 청자 20점을 40만원에 사기도 했다. 당시 서울 기와집 400채 값이었다. 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가치는 후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고, 그것이 원래 내가 수집을 시작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잡스러운 그림을 그린다고 폄하됐던 겸재 정선(1676~1759)을 화성(畫聖)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을 내 최대의 성과로 생각한다. 그럼 내가 묻겠다. 지금 간송미술관에서 당신은 어떤 기분을 느끼나. →윤정은 당대 최고의 좋은 자재로 지었다는 미술관이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930년대의 근대식 2층 건물과 창틀에는 현대미술관처럼 멋진 조명도 없고 첨단 잠금장치도 없다. 화장실 냄새도 코를 찌른다. 아이들이 유리에 온갖 손자국을 내며 코를 박고 보는 모습은 유럽 미술관의 풍경과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전시하지 않아서 좋았고, 온전히 우리 것이라는 것이 더 좋았다. 내가 보고 있는 전시품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생각보다는 조상의 것이라는 사실이 먼저 느껴졌다. 바티칸이나 루브르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친구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 간송미술관에 가면 간송이라는 사람과 그가 남긴 뜻이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참고서적 간송 전형필/이충렬/김영사 조선의 그림수집가들/손영옥/글항아리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최완수·한상남/샘터 조용헌의 명문가/조용헌/랜덤하우스코리아 메디치 머니/팀 팍스·황소연 옮김/청림출판 메디치‘의 음모/피터 왓슨·김미형 옮김/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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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그림 속 예수는 기이하더라

    그 그림 속 예수는 기이하더라

    필리핀 작가인데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강하다. 작품 주제도 성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필리핀이 미국에 앞서 스페인의 지배를 오래 받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북미적이라기보다 남미적이었다.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필리핀 작가 제럴딘 하비엘(41)의 ‘태초에’(In The Beginning…)전이 열린다. 성경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가령 대조적인 두 쌍의 그림이 내걸린 작품 제목은 ‘선과 악’이다. 거칠게 불타오르는 듯 나무를 묘사한 그림 3점은 ‘십자가형’이다. 예수와 두 도둑이 동시에 십자가형을 당하는 고전 작품에서 따왔다. 대신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 자리를 새가 차지하고 있다. 십자가형에 들어간 것도 사람 대신 새를 수놓은 것이고 ‘마지막 만찬’은 칠면조나 닭 같은 것을 수놓아 만들어 뒀다. 여성들의 수놓는 행위가 일종의 기도와 비슷한 것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아포칼립스’는 전체 전시 작품을 관통하는 그로테스크한 맛의 결정체다. 종말을 드러낸 작품인데 탁한 핏빛이 전체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쓰러진 인물이 올려다보는 시점이 기이한 분위기를 풍긴다. 동남아에 불고 있다는 한류를 화두 삼아 농담했더니 마침 좋아하는 한국 영화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란다. 어째 작품 취향과 통한다. 하비엘은 한국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품이 추정가의 4배가 넘는 20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던 작가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는 경매에 무덤덤하다. “좋았다기보다 무서웠다.”고 한다. 광풍에 휩쓸리는 기분이었단다. 필리핀에서는 우리나라 같은 갤러리 시스템이 제대로 없어서 경매가 과열되는 양상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하간 인기 작가이다 보니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도 이미 다 팔린 상태다. 필리핀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신작들을 한국에서 전시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전시를 시작하기도 전에 동남아나 일본 컬렉터들이 몰려들어 이미 ‘찜’했단다. (02)723-619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멕시코에서 ‘마야 유적지’ 무더기 발견

    멕시코에서 ‘마야 유적지’ 무더기 발견

    멕시코에서 마야 유적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발굴된 유물은 B.C 400년에서 A.C 200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된다. 멕시코 남동부 유타칸 주의 북부지역에서 마야 유적지 7곳을 발견했다고 멕시코 국립역사인류학연구소가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유물, 무덤이 대거 발견된 곳은 주도 메리다로부터 약 5km 떨어진 시트파치라는 농촌마을 주변으로 유적지 면적은 7곳을 합쳐 약 1000헥타르에 이른다. 특히 유적지 가운데 옥스물이라고 불리는 곳에선 질그릇 등과 함께 무덤 75개가 줄줄이 발견돼 고고학계를 설레게 하고 있다. 한편 유타칸 북부지역에서 마야문명의 확실한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마야역사는 부분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멕시코 국립역사인류학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마야문명이 200-600년부터 유타칸 북부에 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이번 발견으로 기원전 400년부터 마야문명이 이곳서 생활했다는 게 증명됐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伊연구팀 “모나리자 실제모델 유해 찾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명 작품인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유해가 최근 고고학자들에게 발견돼 세상에 공개됐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플로렌스에 있는 성 우르술라(St Ursula) 수도원 묘지에서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여성 ‘리자 게라르디니’(Lisa Gherardini)의 유해를 찾았다.” 밝혔다.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이자 유골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게라르디니는 리펜체의 부유한 상인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의 부인으로 알려졌다. 1479년에 태어나 1542년 6월에 사망해 이 수도원에 안장된 기록이 있어 연구진은 이곳 묘지를 중심으로 발굴 작업을 펼쳤다. 이번에 발견된 유해는 키 153cm인 여성의 두개골과 늑골, 척추 등이다. 모나리자 실제모델 유해발굴 프로젝트를 주도한 고고학팀의 실바노 빈세티는 “이번 유해가 한명의 것인지는 검사를 해봐야 확인이 되겠지만, 적어도 성 우르술라 지하묘지에 게라르디니의 유골이 묻혀 있다는 가설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 및 게라르디니 후손과의 DNA분석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한 뒤 두개골을 토대로 얼굴을 재현할 계획이다. 이러한 작업은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에 대한 수수께끼도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반면 동시에 명작의 실제모델을 찾으려고 무덤을 파헤치는 건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한편 이제까지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이 누구였는지를 두고 추측이 무성했다. 수년 간에 걸쳐 ‘여러 인물에 영향을 받은 가상의 여인’ 혹은 ‘다 빈치의 자화상’이란 추측이 제기됐으며, 올해 초 이탈리아 문화계는 다 빈치의 남성제자 ‘살라이’(지안 지아코모 카프로티)라는 주장이 나와 거센 논쟁을 야기했다. 하지만 정황상 이번에 유해로 발견된 리자 게라르디니가 ‘모나리자’의 실제 주인공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모나리자’의 ‘모나’가 결혼한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고 ‘리자’가 그녀의 이름과 같기 때문. 또 ‘모나리자’가 종종 ‘라 조콘다’로 불리는 데 조콘다는 게라르디니의 남편의 성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종교유적 관광상품 개발 바람

    종교유적 관광상품 개발 바람

    지방자치단체들이 종교문화 체험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농촌체험 등 생태와 녹색을 테마로 관광상품을 개발하던 지자체들이 종교로까지 눈을 돌린 것이다. ●충북, 종교체험관광지 충북도는 천주교와 손을 잡고 국비 등을 지원받아 진천군 백곡면 ‘배티 성지’와 음성군 감곡면 ‘매괴성당’을 종교체험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배티 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 터와 천주교 순교자 무덤이 있는 도지정 문화재로, 한국 가톨릭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도는 내년부터 5년간 총 250억원을 투입해 이곳에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할 수 있는 피정센터, 순교박해박물관, 둘레길, 각종 편의시설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 문화예술과 조경순씨는 “천주교가 자체적으로 배티 성지 활성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정도로 배티 성지는 종교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순례성지의 국제적인 명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충북도는 또 2014년까지 30억원을 투입해 매괴성당 일원에 체류형 주거시설 12곳, 팔각정 등 휴게시설, 교육관 등을 건립하기로 했다. 매괴성당을 잠깐 보고 가는 곳에서 하루 이상을 묵었다 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매괴성당은 1896년 설립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해마다 2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충남, 템플스테이 플러스 원 충남도는 지난해 시작된 ‘템플스테이 플러스 원’을 대표 관광상품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 상품은 사찰 체험을 하면서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7300여명이 참여했다. 아울러 늘고 있는 전통사찰 체험객들을 잡기 위해 차별화된 템플스테이를 만들고 있다. 충남도는 올해 1억원을 투입, 도내 8개 사찰과 함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보강하고 관광명소와 연계된 상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도는 김대건 신부 탄생지인 솔뫼성지와 조선시대 말 천주교신자 3000여명이 처형된 서산 해미읍성, 1866년 병인박해 때 안토니오 주교 등이 순교한 보령 갈매못성지 등 주요 천주교유적지를 인근 관광지와 묶어 관광 코스로 개발 중이다. 논산시는 강경읍 소재 개신교 유적지 5곳과 천주교 유적지 1곳을 인근 문화유적지와 연계된 1박 2일 코스의 역사문화 탐방코스로 만들고 있다. ●관광자원 활용가치 커 지자체들이 종교자원에 관심을 갖는 것은 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있어서다. 외지인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 종교 유적지에 시설을 확충하고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조금만 투자하면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부 종무2담당관실 안승섭 사무관은 “정부가 특정 종교 유적지의 관광상품화를 지시할 수는 없지만 지자체가 해당 종교와 협의해 수립한 계획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고위험 주식워런트 시장 과열양상 금감원 올 분담금 100억 챙길 듯

    금융감독원이 고위험 파생상품인 주식워런트(ELW) 시장의 급팽창을 막지 못했으면서도 ELW 발행분담금 형태로 올해 100억원을 챙길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ELW는 개별 주식, 주가 지수 등과 연계해 미리 매매 시점과 가격을 정한 뒤 약정한 방법에 따라 사고 파는 상품이다. 투자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개미들의 무덤’으로 악명 높지만 ELW 시장의 과열 양상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ELW 시장이 커질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금감원이 규제보다는 시장 친화적인 감독으로 일관해 일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ELW 발행액은 82조 2187억원으로 2009년 대비 111%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ELW를 발행할 때마다 금감원에 내는 발행분담금은 74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월 ELW 발행액이 26조 48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금감원이 거둬들일 수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감원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피감독기관에서 감독수수료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들이 유가증권 발행신고를 할 때 발행가액 대비 일정 비율의 분담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법규 때문이다. ELW 시장이 단기에 급성장한 데다 주식·채권 발행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금감원이 해마다 챙기는 전체 발행분담금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06년 298억원에 불과했던 전체 분담금은 2007년 373억원, 2008년 475억원, 2009년 723억원 등으로 불어났다. 감독분담금이 2006년 1765억원, 2007년 1771억원, 2008년 1725억원, 2009년 1596억원 등으로 점차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과 협의해 ELW 시장 건전화를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금감원의 예산은 발행분담금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예산보다 분담금 수입이 많으면 납부 비율대로 금융회사에 돌려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WHO & 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 & 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그대의 돈을 책 사는 데 써라. 황금과 지성을 얻을 것이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책처럼 나쁜 평가를 찾아보기 힘든 존재도 없다. TV와 게임이라면 기겁하던 부모들도 책을 읽는 자식의 모습에 흐뭇해하고, 책을 읽는다고(물론 수업시간에 교과서 이외의 책을 보는 것은 예외다) 혼나는 경우도 드물다. 책은 하나의 활자로 똑같이 찍혀 나오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수도 없이 달라지는 독특한 존재다. 책을 통해 성공의 실마리를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뒤적이는 사람이 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책을 사 모으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책에는 ‘베스트셀러’라는 왕관이 씌워진다. 베스트셀러에는 시대와 유행이 반영된다. 1980년대 초반 시(詩)의 시대를 거쳐, 2000년대에는 경영학 책이 각광받았고 최근에는 인문학책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상인터뷰 ‘Who & What’(후 앤드 왓) 이번 회에서는 어느 직장 여성의 서재에 꽂혀 있는 베스트셀러들이 새로운 친구를 맞게 되면서 벌이는 소동을 희곡 형식으로 풀어 봤다. 출간 당시에 주목 받은 책들이 실제로는 어떤 애환을 겪는지, 또 시간이 흘러가며 잊혀지는 책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들어 봤다.   ========================================================================  ●등장인물  -장혜진. 책을 좋아하는 32세 직장 여성. 빌려서 보기보다는 직접 사서 소장하는 스타일    ●등장도서  -정의란 무엇인가(정의)/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아프니까 청춘이다(청춘)/ 김난도/ 쌤앤파커스/ 2010  -셰익스피어 4대 비극(비극)/ 찰스 램/ 성우/ 1984  -곰돌이 푸(푸)/ 앨런 밀른/ 아름드리/ 1995  -시간의 역사(시간)/ 스티븐 호킹/ 청림출판/ 2000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김영사/ 1994  -신의 물방울(물방울)/ 기바야시 신/ 학산문화사/ 2007  -오만과 편견(오만)/ 제인 오스틴/ 민음사/ 2003  -호밀밭의 파수꾼(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문예출판사/ 1998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세계)/ 김우중/ 김영사/ 1989  -수학의 정석(정석)/ 홍성대/ 성지사/ 1992  -성경/ 모세 외/ 성서원/ 2008  -해리포터 시리즈(포터)/ J.K.롤링/ 문학수첩/ 1999  -홀로서기/ 서정윤/ 청하/ 1987  -그 외 책들    ●시간=2011년 5월 15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 1시 무렵    ●장소=책장 여럿과 책상 하나로 가득 찬 좁은 방. 책장은 빼곡히 차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다.    #1  저녁 7시. 외출을 다녀온 혜진이 방으로 들어서며 불을 켠다. 손에 든 종이가방에서 책(정의, 청춘)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어 책장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혜진/ 책을 더 이상 꽂을 공간이 없잖아. 정리해서 될 일이 아니네. 다음 주에 회사에서 바자회를 한다는데 좀 내놔야겠네.    손에 종이가방을 든 채로 불을 끄고 방을 나간다.    #2.  밤 11시. 천천히 불이 켜진다. 책장에서 책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새로 온 책들 쪽으로 다가간다.  ▲포터/ (촐싹대며) 또 왔어. 어떻게 밖에 나가기만 하면 새 책을 사 갖고 오냐. 내일이면 누군가 쫓겨나겠는데.  ▲정의/ (천천히 일어서 주변을 둘러본 후 딱딱한 목소리로) 서점에 나가는 순간 입양될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하루 만에 팔려오다니. 안 그래, 청춘?  ▲청춘/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생각보다는 책이 많네. 주인이 책을 좋아하나 봐. (포터를 쳐다보며) 거기 안경 낀 학생. 이 집 분위기는 어때?  ▲포터/ (순간 멈칫하며) 학생이라니. 이래 봬도 당신보다 열살 이상 위라구. 뭐 아무튼 살을 부대끼며 계속 살게 될 테니 그 정도로 하고. 이 집 주인은 회사원인데,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우. 보아하니 당신들이 정의와 청춘인 모양인데 요새 계속 산다산다 하더니 결국 왔구먼.  ▲정의/ 그런데 서 있을 곳도 없어 보이네.  ▲포터/ (심각한 표정으로) 그래서 당신들을 마음껏 반길 수 없는거유. 새로운 책이 오면 여기 중 누군가는 방을 빼야 한다는 거지.  ▲청춘/ (화들짝 놀라며) 그래요? 미안해서 이걸 어쩌나.    이때 구석에서 초라하고 늙은 모습의 ‘비극’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온화한 모습이다.    ▲비극/ 아무도 자네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네. 마음의 양식이라는 둥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둥 우리를 떠받드는 것 같지만, 책 팔자는 주인 맘이라오. 많이 팔린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오래됐다고 책장에서 밀려나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 이 집에 왔던 재테크 서적은 베스트셀러라고 뻐기더니 이틀 만에 재미 없다고 어디론가 사라져 갔지.  ▲정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으로) 난 좀 다를 거유. 한국에서만 100만권이 넘게 팔렸거든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얘기는 들어보셨나 모르겠네. 소설이나 재테크 책처럼 날 취급하면 안되죠.    여기저기서 키득키득대는 소리가 들린다.    ▲포터/ (한쪽으로 뛰어가더니 ‘시간’을 두드려 깨운다) 형님 등장하실 시간이에요. 강적입니다.    ‘시간’이 천천히 일어난다. ‘정의’ 쪽을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드러누워 잠든다.    ▲정의/ (얼어붙은 목소리로) 저 분이 누구신데요?  ▲비극/ 스티븐 호킹 교수가 쓴 ‘시간의 역사’라네.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린 친구지. 저 친구의 유일한 문제는 어렵다는 거야. ‘역사상 가장 안 읽힌 베스트셀러’라는 칭호까지 얻었지. 주인도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하고는 저 상태로 계속 잠만 자고 있어. 똑같은 과학책이라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화려한 사진 때문인지 열심히들 읽었는데. 쯧쯧.  ▲정의/ 그럼 처음부터 사질 말았어야죠.  ▲비극/ 어허.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파하는 도구가 아니라네. 사는 사람의 허영이나 욕망도 반영하고 있는 존재지. 남들이 읽었다면 읽어보고 싶고, 남들이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원하기도 하지. 내 보기엔 자네의 정의론도 호킹의 물리학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네만.    ‘정의’, 갑자기 시무룩해져 주저앉는다. 이때 ‘청춘’이 나선다.    ▲청춘/ 그럼 여기 계속 있는 책은 공통점이라도 있는 건가요?  ▲비극/ 그거야 주인 따라 다르긴 한데. (‘포터’를 가리키며) 저 친구는 형제 23명이 이 집 책장에 있어. 워낙 유명해진 덕분에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개봉 때마다 주인이 줄거리가 기억이 안 난다며 다시 꺼내지.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오만’을 쳐다보며) 저 숙녀분 역시 형제들이 다 이 집에 있지.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제인 오스틴이거든. (‘청춘’에게 귓속말로) 오스틴이 사실은 글을 정말 못 썼고, 편집자가 엄청나게 고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주인이 상심하기도 했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며) 여기 이 친구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인데. ‘청춘’ 자네의 조상쯤 되지. 물론 이 집 주인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실제로 성공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네. 여기 이 날씬한 친구는 ‘홀로서기’라고 아주 감성이 예민해. 한때 한국에도 시집이 베스트셀러 1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산증인이야.  ▲청춘/ (가장 위쪽을 가리키며) 저기 저분은요? 같은 분들이 여럿인데요?  ▲비극/ (‘청춘’을 손끝을 따라가다가 황급히 눈을 내리깐다) 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기본적으로 몇 개씩 갖게 된다는 ‘성경’이라는 분이야.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책이신데, 최소한 60억권 이상은 팔리셨다더군. 겉표지부터 가죽이신데다 지퍼로 몸을 감싸고 계셔서 대화는 주인하고만 하시지.    ‘비극’이 힘들어하며, ‘포터’를 향해 손끝을 까닥인다.    ▲포터/ 저 옆에 하얀 표지에 두꺼운 분은 ‘정석’인데, 한국 고등학생들의 필수 참고서 같은 거지. 근데 전 세계 100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는 거 아니야. 4000만권쯤 팔렸고, 아직도 매년 100만권 가까이 팔리지. 머리쪽에 때가 많이 탄 것은 사람들이 매번 새로운 마음 어쩌고 하면서 처음 부분만 집중적으로 봐서 그렇대. (‘세계’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며) 아니 저 분도 아직 계셨네. 한국 자서전의 시조쯤 되는 분인데, 대기업 회장님이 쓰신 책이지. 근데 그 기업이 망하고 그러면서 절판됐다던데. 그 옆에 우울한 표정의 친구는 ‘파수꾼’. 그냥 성장소설일 뿐인데, 테러범이나 사이코패스들의 범행현장에 자꾸 발견되는 통에 괜한 오해를 사고 있는 불운한 책이지.  ▲청춘/ 저기 곰돌이 그려진 책은요?  ▲포터/ ‘곰돌이 푸’.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같은 친구들은 다른 집에서는 애들이 크면 다 버리던데, 이 집 주인은 시집올 때 가져왔거든.  ▲청춘/ 저런 동화책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그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뻔한 얘기만 해도 다들 예뻐라 하잖아요.  ▲포터/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고. 쟤 결말이 크리스토퍼 로빈이 크면서 더 이상 푸와 숲속 친구들을 찾지 않게 되는 거더라고. 사실 백설공주도 원래는 왕비를 데려다가 뜨거운 불판에서 맨발로 춤을 추게 했다나 뭐라나.    이 때 ‘정의’가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정의/ 다 좋은데 쟤는 도대체 뭡니까. (정의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물방울’이 있다.) 만화책 나부랭이는 왜 있는거죠?  ▲포터/ (‘물방울’ 쪽으로 뛰어가 앞을 가리고 ‘정의’를 향해 혀를 내민다.) 너도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책의 가치는 주인이 정하는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지금까지 와인에 대한 어떤 책도 얘만큼 많은 정보를 주진 못했다구. 니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팔리는 순간 니 운명은 주인 맘이야. 주인이 외면하면 넌 그냥 종이쪼가리라니까.    이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책들 황급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순식간에 암전된다.    #3.    잠옷 차림의 혜진 들어와 불을 켠다. 책장을 살핀다.    ▲혜진/ 잠이 안 오는데 책이나 읽어야지. (구석에서 ‘시간’을 발견한다.) 이 책이 아직도 있었네. (웃음) 오랜만에 한번 다시 도전해 볼까. 뭐 읽다 보면 잠이라도 오겠지.    혜진 불을 끄고 시간을 들고 퇴장한다. (끝)   ※도움말 주신 분 :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북마스터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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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리에 총질한 남자, 1500유로 벌금 물어

    개구리에 총질한 남자, 1500유로 벌금 물어

    이웃이 기르는 개구리를 공기총으로 쏜 독일 남자가 200만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벌금형이 확정되자 이웃은 냉장고에 보관했던 개구리 시체를 고히 묻어줬다. 개구리저격(?)사건이 벌어진 곳은 독일 서부의 크레펠트. 허구한 날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지겨웠던 듯 한 독일 남자가 모두 잠들어 있는 밤에 이웃 연못에 사는 개구리들을 향해 총을 꺼내들었다. 크노티라는 이름을 지어줬던 개구리 한 마리가 총에 맞아 죽고, 또 다른 한 마리가 뒷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었다. 개구리를 기르던 이웃은 남자를 고발했다. 증거를 보전하기 위해 총을 맞고 죽은 개구리를 묻지 않고 냉장고에 보관했다. 이게 이미 수개월 전 일이다. 크레펠트 지방법원은 압수수색을 실시, 총을 쐈다는 남자의 집에서 공기총 2자루를 발견해 압수했다. 남자는 법정에서 개구리를 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은 총기류를 허가 없이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최근 그에게 벌금 1500유로(약 225만원)을 부과했다. 남자가 처벌을 받게 되자 이웃은 냉장고에 보관했던 개구리 시체를 꺼내 생전에 개구리가 즐겨가던 못 주변에 무덤을 만들고 파묻었다. 이웃은 “생명을 향해 총을 쏘는 게 잘못된 일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남자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WHO & 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 & 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영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대표작 ‘가지 않은 길’에서 갈림길 앞에 선 한 사람의 선택이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노래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갈림길 앞에 선다. 묻기만 하면 수백만개의 답을 늘어놓는 인터넷. 정제된 ‘지식의 바다’였으면 좋겠는데 ‘자료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그 어느 것도 정답이라고 말해 주지 않고, 우리는 어떤 검색결과를 선택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때론 엉뚱한 결과와 지식을 가져다 준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순서에서는 이런 네티즌의 선택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Google)의 검색창에 넌지시 그의 고향인 ‘실리콘밸리’를 치고 엔터키를 눌렀다. 실리콘밸리를 소개하는 무수한 글 중에 등장하는 새로운 궁금증을 재차 구글에 묻고 물었다. 1시간가량 검색과 검색결과에 대한 선택, 검색을 반복하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17세기 유럽 귀족의 유행과 교육법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 와중에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등장했다. ‘아이비리그’(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의 통칭)에 버금가는 서부의 명문대 스탠퍼드는 어떻게 실리콘밸리의 탄생에 기여했으며 19세기 미국 서부를 달궜던 ‘골드러시’(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는 오늘날 ‘옐로 저널리즘’(선정주의 언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들을 가르치기 위한 광산 재벌의 유럽여행은 어떻게 트랜지스터의 발명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을까. 또 경제학의 기본원리로 꼽히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왜 여기에 등장한 것일까. 구글 검색창이 말하는 스스로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방대했다. 다만 검색에 검색을 더한 결과이자 더 이상 묻지 않으면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결과였다. 수많은 검색 결과 중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면 전혀 다른 인물과 사건의 등장으로 이어졌으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구글 검색창은 제자의 대답에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져 결국 ‘진리’에 이르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 인터넷의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검색의 순서에 충실한 덕분에 기사는 역사를 거꾸로 올라간다. ☞실리콘밸리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탠퍼드대 교수 윌리엄 쇼클리. 그는 1956년 당시 스탠퍼드대 공대 학장이던 프레드릭 터먼의 제안을 받는다. 부지와 학생을 제공할 테니 ‘쇼클리 트랜지스터 연구소’를 만들어 보라는 것. 파격적인 조건을 받아들여 설립된 연구소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반도체 연구소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쇼클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나 둘씩 팔로알토 부근에 창업을 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65개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만들어졌다. 당시 연구원 중에는 1968년 인텔(현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을 창업한 로버트 노이스도 있었다. 터먼 학장은 쇼클리 연구소와 함께 이스트만코닥,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유치했고, 과수원 마을에 불과했던 팔로알토는 이후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IT 혁명의 중심지가 되어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프레드릭 터먼 19세기 말 이후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미 서부의 명문으로 떠오른 스탠퍼드대의 고민은 ‘두뇌 유출’이었다. 당시 스탠퍼드대가 자리 잡고 있던 캘리포니아의 주 산업은 광업과 농업이었다. 고급교육을 받은 스탠퍼드대 졸업생은 다들 대기업들의 거점인 동부로 떠났다. 터먼 학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탠퍼드대 교수들과 졸업생들에게 모교 캠퍼스 안에 회사를 창업하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팔로알토는 빠르게 산학연구단지로 변모했다. 오늘날 ‘벤처’의 모태다. 초기 설립된 회사 중에 터먼의 제자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1939년 창업한 ‘휼렛패커드’가 있었다. 터먼은 나중에 휼렛패커드의 이사를 지냈다. ☞스탠퍼드 조지 허스트, 헨리 헌팅턴, 릴런드 스탠퍼드 등은 골드러시에 편승해 대륙횡단 철도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1862년 38세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스탠퍼드는 26세에 결혼했지만 44세(1868년)에야 아들을 낳았다. 아들이 16세가 됐을 때 온 가족이 유럽으로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데, 여행 도중 아들이 갑자기 장티푸스로 죽고 만다. 스탠퍼드 부부는 당대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에 아들을 기리는 건물을 짓기 위해 보스턴을 찾았다. 그러나 총장과 면담을 하다 뜻밖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재산이면 하버드에 버금가는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부부는 1891년 팔로알토에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대학’이라는 이름의 대학을 설립했다. 사람들은 줄여서 ‘스탠퍼드대’라고 불렀다. 아들을 기리기 위한 부부의 유지는 ‘캘리포니아의 모든 어린이는 우리의 아들’이었다. 그런 까닭에 개교 초창기에는 모든 학생의 학비가 면제됐다. 스탠퍼드의 첫 입학생 중에는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당시 17세의 허버트 후버가 있었다.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던 광부가 되기 위해 지질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골드러시 1800년대 중반 미 서부는 금광을 찾기 위한 골드러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선택받은 자들만 영광을 누렸다. 이들은 자신의 뿌리인 영국의 귀족 같은 생활을 누리길 원했으며 저택과 자녀교육 등에 ‘신 귀족문화’를 도입했다. 1820년생인 조지 허스트는 이런 ‘골드러시’의 일원이었고 40세가 넘어 은광을 발견해 벼락부자가 됐다. 이후 그는 릴런드 스탠퍼드 등과 함께 대륙횡단 철도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는 42세에 18세 여성과 결혼, 43세에 아들(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을 낳았다. 허스트는 1880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라는 신문사를 인수했고, 1887년 아들에게 이 회사를 물려줬다. 아버지의 광산사업을 정리한 윌리엄 허스트는 언론사업에 치중했고 1920년대에 30여개의 언론사를 거느린 최초의 언론재벌이 됐다. ‘뉴욕저널’, ‘저널아메리칸’을 운영했다. 그가 조지프 퓰리처의 ‘월드’를 상대로 벌인 치열한 언론전쟁은 부정확한 보도를 양산하면서 ‘옐로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윌리엄 허스트 19세기 미국에서는 영국에서 유행했던 그랜드투어가 급속히 확산됐다. 윌리엄 허스트 역시 그 수혜자였다. 갑부 아버지를 둔 덕에 그는 10세에 어머니와 그랜드투어를 시작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유럽 골동품 수집이었다. 윌리엄 허스트는 도자기나 귀금속 같은 골동품 대신 거대한 유적에 유독 집착했다. 그리스나 로마의 신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위치한 중세의 성 등이 수집대상이었다. 실제로 그는 유적의 벽이나 기둥을 통째로 뜯어오는 데 관심이 많았다. 나이가 들자 허스트는 수집품들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고민에 빠진다. 결국 캘리포니아 샌시메온 일대 25만 에이커(1012㎢·서울 면적의 1.7배)의 땅에 수집품의 일부를 전시했고 이는 미국 최대의 인공공원인 ‘허스트 캐슬’이 됐다. ☞그랜드투어 18세기 영국의 부유층에서는 자제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최고의 지식인을 가정교사로 동행시켜 세계여행을 하게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를 ‘그랜드투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헨리 스콧과 그의 가정교사가 떠난 여행이다. 스콧의 의붓아버지 톤젠드는 1759년 ‘도덕감정론’을 출간해 유명해진 글래스고의 한 교수에게 가정교사 역할을 부탁했다. 톤젠드는 그에게 여행의 모든 경비와 별도로 당시 교수 연봉의 2배에 해당하는 300파운드를 평생 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스콧은 교수와 함께 유럽의 여러 도시를 다녔고 벤저민 프랭클린, 볼테르 등 당대의 철학가들을 만나며 견문을 넓혀갔다. 이 여행은 1766년 스콧의 동생이 프랑스 파리에서 노상강도에게 살해되면서 어이없이 끝을 맺었다. 가정교사를 맡았던 교수는 평생 연금이 보장됐기 때문에 복직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여행에서 배운 식견을 10년 동안 집대성한다. 이 책이 저 유명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이었고 교수의 이름은 바로 애덤 스미스였다. ☞찰스 톤젠드 찰스 톤젠드는 영국의 귀족이자 정치가다. 네덜란드의 대학과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아들 하나를 둔 버클루 공작의 미망인 댈키스 백작부인과 결혼했고, 하원의원을 거친 후 재무장관이 됐다. 그는 북아메리카에 중과세를 부과하는 ‘톤젠드 조례’를 만들어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 또 의붓아들인 헨리 스콧을 ‘그랜드투어’에 보내면서 현대 경제학의 탄생에도 이바지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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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재건축 하락세… 전셋값은 안정

    서울 재건축 하락세… 전셋값은 안정

    지난 1일 정부가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책의 초점이 건설사 지원에 맞춰진 데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도 다음 달 중에 시행될 예정이어서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무덤덤한 편이었다. 분당, 과천, 양천 등 비과세 요건 완화 지역에서는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집주인들이 시행일과 소급 여부를 확인하는 등 상대적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으나 대부분 문의 수준에 그쳤다. 무엇보다 물건이 나오면 거래에 나설 매수자들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부동산 오름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도 많아 거래는 한산했다. 5·1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신도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일제히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금주 매매시장은 서울(-0.03%), 신도시(-0.01%), 수도권(-0.01%)이 모두 소폭 하락했다. 서울은 5주, 신도시는 3주, 수도권은 2주 연속 내림세다. 서울 재건축 시장 역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대비 0.14% 더 내렸다. 송파 가락시영의 경우 종 상향 요구를 재검토하면서 관망세가 더욱 짙어졌고 지난주에 비해 가격이 더 내렸다. 서울 강남(-0.26%), 송파(-0.24%), 강동(-0.18%) 순으로 떨어졌다. 서초는 변동이 없었다. 반면 전세시장은 5월 들어 확연히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서울(-0.01%), 신도시(-0.01%), 수도권(-0.02%) 모두 소폭 내렸다. 수도권은 지난해 7월 이후 40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아파트건설 주민감독제 큰 효과”

    “아파트건설 주민감독제 큰 효과”

    “지방공기업은 공익과 수익을 조화롭게 창출해야 합니다.” 용인도시공사가 용인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대상 고객만족상을 수상했다. 공기업이라고 하면 종종 방만한 경영으로 지방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혁신적인 경영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김길성(45) 사장은 지방공기업 대표들 가운데 젊은 피에 속한다. ‘공직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지방공기업 사장직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한 것이다. 2009년 9월 취임 후 가장 먼저 조직개혁을 단행했다. 방법도 달랐다. 외부용역과 더불어 내부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서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김 사장은 “용인도시공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외부 전문기관 뿐만 아니라 내부직원, 시민들에게까지 알려 공정한 평가를 받고 싶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지역의 시의원과 공무원, 시민들에게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불과 3~4개월만에 조직은 변화했고, 외부에서의 신뢰도 회복됐다. 그러나 만족할 수는 없었다. 김 사장은 구성원들의 마음이 달라진 이후 용인도시공사를 전국 최고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현장에 적용했다. 수익의 다각화도 진행했다. 기존의 경우 용인시 위·수탁 사업이 고작이었지만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업은 역북도시개발 사업. 지역 주민들의 갈등으로 수 년간 중단됐던 사업을 맡아 성공리에 추진했다. 김 사장은 “지금도 역북사업은 처인구에서 첫 번째 제대로 된 택지공급계획으로 평가 받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LH공사가 포기한 덕성산업단지 공사와 구갈역세권 개발사업, 광교신도시와 흥덕지구의 아파트 분양까지 진행했다.”는 김 사장은“주민감독제를 도입해 건설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했으며 이것이 결국 고객만족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용인도시공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80억원 이상으로, 지난 7년 동안의 수익인 70억원을 웃돌았다. 김 사장은 “지방공기업은 공익과 수익의 조화로운 창출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내부와 외부에서 보내는 신뢰가 지방공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활짝 웃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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