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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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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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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해외주재관 체험기 출간

    “지수야, 불리한 사실이라도 사실대로 답해야 한다. 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거짓말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오늘 너와 나의 대화 내용은 무덤까지 갖고 간다.” 지난 2009년 8월 온두라스에서 살인누명을 썼다가 지난 1월 무죄 판결이 난 ‘한지수 사건’을 맡았던 김정석(경감) 전 과테말라 경찰주재관은 사건 당시 현지에서 한씨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김 경감과 한씨와의 대화다. 김 경감은 2006년부터 3년 동안 과테말라 경찰 주재관을 지내면서 2002년 칠레 경찰대학 유학 당시 쌓았던 중남미 인맥을 총동원해 조작된 부검보고서 등 한씨의 누명을 벗기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밝혔다. 경찰청은 김 경감 등 전·현직 경찰 주재관의 체험기 51건 가운데 13건을 추려 논픽션 체험기 ‘실제 상황’(Real Situation)을 30일 출간했다. 책에는 한지수 사건을 비롯해 ▲베트남에서 카지노 경영권을 둘러싸고 현지 교민 조직폭력배와 국내 ‘양은이파’가 벌였던 대치 상황 ▲중국에서 사기를 당해 아파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하려던 한국인 사업가를 설득했으나 열흘 뒤 결국 자살한 사연 ▲재산을 탐내 어머니를 필리핀으로 여행 보내 청부살인한 딸의 이야기 등 해외 주재관의 체험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인세는 경찰 순직·공상지원단체 ‘참수리사랑’에 전액 기부된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사막서 태어나 사막에 묻힌 카다피

    사막서 태어나 사막에 묻힌 카다피

    사막의 텐트에서 태어나 영욕의 삶을 살다 간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막에 묻혔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압델 마지드 믈레그타 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카다피와 4남 무타심을 오늘 새벽 비공개 장소에 묻었다.”고 말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다른 NTC 관계자는 카다피에 충성하던 이슬람 종교지도자 3명이 “적절한 예의를 갖춰” 카다피를 매장했다고 덧붙였다. NTC는 당초 미스라타에 있는 한 정육점 냉동 창고에 전시했지만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시신이 부패하자 신속하게 매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카다피의 무덤 위치를 밝힐 경우 지지자가 모여들어 성지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다피가 체포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제기된 시민군의 총격 정황과 시신의 모욕적인 처리 등을 둘러싼 논란은 향후 부족 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NTC의 한 관계자는 “(시신 인도를 두고) 카다파 부족과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현재 니제르와 알제리의 국경지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TC 관계자는 사이프 알이슬람이 카다피의 처남 압둘라 알 세누시의 도움을 받아 위조 여권을 이용, 리비아를 빠져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카다피의 자녀 8명 중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사람은 사이프 알이슬람뿐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카다피, 사막에 묻힌다...시신, 심하게 부패해

    카다피, 사막에 묻힌다...시신, 심하게 부패해

    사막의 텐트에서 태어나 영욕의 삶을 살다 간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막에 묻힌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한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카다피와 그의 넷째 아들 무타심의 시신을 리비아 사막의 비공개 묘지에 묻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또 시신 매장에 앞서 일부 이슬람 지도자가 간단한 의식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NTC의 시신 매장 계획은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이 카다피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약속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발표됐다. 앞서 NTC는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로부터 “카다피가 교전 과정에서 숨졌는지 또는 처형당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NTC 측은 미스라타의 한 정육점 냉동 창고에 전시됐던 카다피와 무타심의 시신은 더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부패해 땅에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다피의 무덤 위치를 밝힐 경우 지지자가 모여들어 성지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NTC의 한 관계자는 “(시신 인도를 두고) 카다피 부족과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리비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 니제르와 알제리의 국경지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TC 관계자는 사이프 알이슬람이 카다피의 처남이자 정부기관 수장이었던 압둘라 알 세누시의 도움을 받아 위조 여권을 이용해 리비아를 빠져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카다피의 자녀 8명 중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사람은 사이프 알이슬람뿐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씨줄날줄] 지안(集安)의 가을/이도운 논설위원

    425년 동안 고구려의 도읍이었던 국내성(현 지명 지안)은 동, 서, 북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다. 대국의 수도가 대부분 사방 만리의 평지에 건설됐던 것에 비하면 다소 의외의 지형이었다. 지난 10월 18일 오전 10시. 지안의 가을은 봄처럼 따뜻하고 고향처럼 편안했다. 하루 전 백두산에서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를 겪고 온 탓도 있었을 것이다. 광개토대왕비는 지안 동북부의 얕은 둔덕에 자리잡고 있었다. 장엄한 역사를 온몸에 새기고 1500년의 풍상을 견뎌낸 돌기둥은 이제 초라한 비각 속에 갇혀 있었다. 중국 정부에서 임명하는 별 다섯개짜리 가이드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중국이 해석하는 고구려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었다. 광개토대왕비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대왕의 능이 자리잡고 있다. 오랜 세월 방치돼 허물어져 가는 돌무덤에서 옛날 동북아를 호령하던 영웅의 기상을 짐짓 엿볼 수 있을 뿐이다. 광개토대왕비와 능에서 다시 동북 방향으로 1㎞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장군총까지 관람한 뒤 기념품 센터로 들어갔다. 조선족 여인들이 광개토대왕비의 탁본과 모형품 등을 팔고 있었다. 고구려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자도 10권이 넘었다. 함께 갔던 동북아역사재단의 홍면기 박사는 “저자들이 모두 동북공정의 주인공들”이라고 설명했다. 머지않아 동북공정의 결과가 중국 역사 교과서에 반영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지안의 남쪽으로는 압록강이 흐르고 있다. 그 너머가 바로 북한이다. 모터 보트를 타고 압록강으로 들어갔다. 강은 북한과 중국의 공동관리지역이다. 북한 쪽으로 가까이 가도 문제가 없었다. 압록강과 잇닿은 중국 지역은 평지고, 북한 지역은 곧바로 산이다. 원래 그랬던 것이 아니다. 중국 측에서 댐을 쌓아 물길을 북한 쪽으로 돌렸다고 한다. 북한 쪽 산 중턱에 난 도로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들이 보였다. 손을 흔들었더니 똑같이 손을 흔들며 화답한다. 그들은 우리 일행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도로 아래로는 50~100m마다 국경을 감시하는 북한군의 초소가 보였다. 북한 쪽 산은 예외 없이 민둥산이다. 더 이상 벗겨 먹을 산도 없는 듯하다. 산 하나에 거대한 굴뚝이 솟아 있었다. 구리 제련공장이었다. 중국에서 전기를 끌어와 공장을 가동하고, 생산된 구리는 중국으로 수출한단다. 지안에는 고구려의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동북아 정세의 현재와 미래도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누구는 이달 말이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미 넘었다고도 한다. 누가 맞았는지 정확히 알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 인구 70억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꼼수’가 등장했다. 유엔은 아예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동인권운동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시아주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를 ‘70억번째 아이’로 공인한다고 발표했다. 1초마다 2.5명, 1분에 150명씩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죽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누가 70억번째인지 어차피 알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벤트인 셈이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70억이 사는 지구는 마냥 축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 ‘덕택’에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지며 지구는 이미 완벽히 ‘연동’된 상태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해줄 만한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역사상 가장 ‘비관적’인 책을 쓴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다. 지난 200여년간 그의 저서 ‘인구론’에 비할 만한 논쟁을 낳은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일하다고 평가된다. 인구 10억명 시대에 살았던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 맬서스는 오늘날의 지구를 어떻게 평가할까. 2011년에 부활한 맬서스의 인구론 1, 2강을 들어보자. 제1강 ‘음울한 과학’ 인구론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강연을 기대했는데,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의 표정이 보이는군요. 네. 전 선천성 구개파열, 소위 말하는 언청이죠. 그래도 지금 보시다시피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은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한 이후에 여러 웅변대회를 휩쓸 정도였으니 강연에 대한 실망은 접으셔도 됩니다. 강단에 올라오기 전에 좀 들어보니 다들 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시더군요. 이해합니다. 200년이 지났으니, 제가 한 일만 남고 제 자신은 희미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우선 간단히 제 배경을 얘기하면서 시작하죠. 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목사로 일했고, 나름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1793년에는 지저스 칼리지의 평의원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주요한 관심은 당시의 정치와 경제에 있었습니다. 특히 복지정책이나 식량가격정책에 대해 깊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39살에는 이스트인디아컴퍼니 칼리지의 교수가 되면서 역사, 정치, 상업, 금융을 가르쳤습니다. 담당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처음 만들어진 분야였죠. 흔히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시조라고 여기지만, 스미스는 도덕철학 담당 교수였어요. 결국 제가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가 된 셈이죠.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오늘 여기 선 이유가 된 책. 바로 ‘인구의 원리에 관한 소론:고드윈, 콩도르세 및 기타 저술자의 연구를 논평하면서 장래의 사회개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함’이죠. 너무 기니까 그냥 여러분들이 부르는 대로 ‘인구론’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원래 제 아버지와의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목사였던 제 아버지 대니얼 맬서스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당시 철학가나 정치인들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고 양모 수요가 늘어나면서 귀족과 중간계급이 대규모 목양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빈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부양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전 이 정책이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악수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초판의 서문에 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책은 사라지고 이 문구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구는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죠. 인간은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구는 1, 2, 4, 8, 16, 32…로 증가하죠. 반면 식량은 마음대로 증산할 수 없기 때문에 1, 2, 3, 4, 5, 6, 7, 8…로 늘어납니다. 그럼 지금 인구와 식량이 1:1이라면 200년 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은 259:9, 300년 후에는 4096:13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식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면서 격차는 좁아지겠지만 균등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인류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인구론은 그 해결책 역시 담고 있었습니다. 인구 증가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전쟁, 기아,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와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가 있습니다. 전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습니다. 목사인 제가 어떻게 적극적 억제를 하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혼을 늦게 하거나 빈민에게 청결을 권고하지 말고, 도시의 거리와 집은 더 좁고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면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평균수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잔혹하다고요. 인구증가로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구론은 ‘성경’이 아닙니다. 단지 제 스스로 생각했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 주장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 평생 악평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사회학적으로 해결책을 고찰했던 제 이론들은 빈민구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 근거로 사용되며 기득권만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18세기에 저보다 앞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사람은 많았죠. 단지 제 이론이 산업혁명 급변기의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당시를 대표하는 이론이 되지 않았을까요. 제2강 ‘수정 인구론’ 자, 그럼 현실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11년의 오늘을 보니 제가 예측했던 것과 확실히 다르군요. 200여년이 지났으니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259:9여야 한다는 말인데 전혀 그렇지 않군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전 산업혁명의 초창기의 암울한 분위기에 치중했던 나머지 인류가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할지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와 식량에 대한 제 전제를 다시 써야 하겠죠. 다만 변명을 하자면 저는 생전에 제 의견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겁니다. 인구론은 개정판이 나왔고 그때 내용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초판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2판에서 인구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기도 했죠. 또 빈민구제도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보며 조절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강조했던 예방적 억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인구억제 정책을 썼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이를 적게 낳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결혼연령을 늦추고 피임을 유도하는 등 제 200년 전 주장을 쓰고 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지만 인구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 실질적으로 줄어드느냐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인구증가가 식량과만 연관을 맺는 것뿐 아니라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인구증가는 아직도 막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제 전제는 분명 틀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생산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높아진 경우도 있더군요. 그러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 굶어죽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비교적 충분해진 식량을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분배의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의 강연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사회상황에 치중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전문가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몫입니다. 제 시절에 장 바티스트 세이는 “공급이 수요을 창출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전 공급 과잉 현상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훨씬 적합한 얘기 아닌가요. 이래도 제가 단순히 한물 간 경제학자, 거짓 예언자이기만 할까요.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습니다. 70억이 살아가는 지구라면 더 그렇습니다. 2025년에는 80억의 지구가 됩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박중서/네이버 인물세계사) 교양세계사(동서역사문화연구회/우물이있는집) 경제학콘서트(팀 하포드·이진원/웅진지식하우스) 부의 탄생(윌리엄 번스타인·김현구/시아출판사) 더 이코노미스트 2011년 10월 22일/‘세 섬 이야기’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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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년 전 바이킹 배 무덤, 영국 본토에서 발굴

    거의 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바이킹 배 무덤이 발견됐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북서부 아드나머천이란 곳에서 1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킹 배 무덤이 완벽하게 발굴됐다고 APF 등 외신이 20일 보도했다. 영국 본토에서 훼손되지 않고 원래의 형태를 유지한 바이킹 배 무덤이 발견된 건 처음이다. 6년 작업 끝에 모습을 드러낸 배 무덤의 길이는 약 5m로 배 안에는 지위가 높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전사의 유골이 누워 있었다. 유골 주변에는 도끼, 검, 창, 방패, 브로치 핀 등 사망한 전사의 유물로 보이는 무기들이 놓여 있었다. 노르웨이 숫돌, 바이킹 세라믹, 청동과 뿔로 만든 물잔,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다수의 철제도구 등도 함께 출토됐다. 무덤발굴 프로젝트에서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한나 코브(맨체스터 대학 고고학)는 “유물과 보존 상태를 보면 바이킹 배 무덤으론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번 배 무덤 발굴에는 맨체스터, 레스터, 글래스고, 뉴캐슬 등 4개 대학 고고학팀이 참여했다. 배 무덤은 배를 끌어다 사망한 사람을 누인 뒤 매장하는 독특한 방식의 무덤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3년간 체질 개선·사업다각화… 모그룹 연관분야 특화로 ‘윈윈’

    웅진그룹에 편입된 극동건설이 4년 만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견그룹에 인수된 건설사들이 잇따른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과 달리 오히려 수주고를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을 극복한 뒤 모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브랜드파워를 마케팅에 잘 활용한 사례로 꼽고 있다. ●올 수주 1조 7000억 달성 무난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7년 웅진그룹에 편입된 극동건설은 올해 총 수주액이 이달 중순 현재 1조 4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수주액(1조167억원)을 이미 웃도는 수치다. 올해 목표인 1조 7000억원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중순 대구에서 분양한 웅진스타클래스 남산의 초기 계약률을 82%까지 끌어올렸다. 3년 만에 아파트 신규 분양이 이뤄진 안동에선 414가구 가운데 312가구의 계약을 보름 만에 마무리했다. 대구와 안동은 그동안 건설사의 ‘무덤’으로 불려 왔다. 아울러 올해 각각 10년, 7년 만에 재개발과 재건축 수주를 따냈다. 모두 600억원이 넘는 대형 공사다. 올 9월 이후에는 환경기초설비와 송전선로 공사 등 3000억원의 수주고도 달성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를 업계에선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계열 건설사를 포기하는 그룹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그룹 계열 건설사 가운데 좌초한 곳은 LIG건설(LIG)을 비롯해 진흥기업(효성), 한솔건설(한솔), 남광토건(대한전선), 금호산업(금호) 등이다.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건설업이 호황일 때 앞다퉈 건설사를 사들인 그룹들은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공공공사 물량도 줄자 더 이상 건설사를 지원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웅진그룹의 극동건설 인수도 처음부터 ‘윈-윈 효과’를 불러온 것은 아니었다. 2006년 론스타로부터 6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인수한 뒤 그룹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1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인수 실패론까지 제기됐다. ●웅진 브랜드파워 주부공략 주효 업계 관계자는 “웅진은 사업을 다각화하고 인수 후 3년간 수익창출보다 체질개선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컨소시엄을 이뤄 적극적으로 송전선로, 용수로 공사 등에 뛰어들었고, 모그룹과 연관된 특화분야를 파고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등 웅진이란 이미지가 주부들 공략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로레알 유산 전쟁… ‘치매증상’ 상속녀 딸에 재산권 뺏겨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억만장자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왼쪽·88)가 딸과의 유산다툼에서 지고 말았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쿠르브부아 법원은 “베탕쿠르의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해져 치매증상이 나타난다는 전문의의 보고서를 인정, 후견인 보호권을 요구한 딸 프랑수아즈 메이예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며 딸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판결에 격분한 베탕쿠르는 “무덤 속에서도 딸을 저주하겠다.”고 폭언을 퍼부으며 항소하기로 했다. 베탕쿠르는 전 세계 15번째 부호로 170억 유로(약 27조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판결로 베탕쿠르의 부동산과 자산관리 후견인으로는 소송을 제기한 그의 딸 프랑수아즈와 2명의 손자가, 베탕쿠르의 건강과 생활을 책임질 후견인으로는 베탕쿠르의 장손인 장빅토르 메이예가 지명됐다.‘베탕쿠르 스캔들’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프랑수아즈는 어머니의 친구인 사진작가 프랑수아 마리 바니에가 10억 유로 상당의 현금과 고가의 미술품을 어머니로부터 가로챘다며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뒤이어 2009년 12월에는 “어머니 베탕쿠르가 재산을 관리하는 데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법적 후견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상속권 분쟁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내무장관 시절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정치 스캔들로 비화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WHO&WHAT] 현대 고고학의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존스 박사 ‘깜놀’

    [WHO&WHAT] 현대 고고학의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존스 박사 ‘깜놀’

    “존스 박사. 우리 대학은 당신에게 테뉴어(종신 교수)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니. 나만큼 명성을 떨친 고고학자가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 활약을 지켜봤어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알려진 것도 순전히 내 공인 것 같은데요.” “물론 지금의 고고학이 당신에게 빚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테뉴어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라 어쩔 수가 없어요. 논문도 없고, 강의 일수도 다 못 채워서 교수평가는 바닥이에요. 특히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당신에 대한 비판이 많아요. 더 이상 ‘채찍’의 시대가 아니라고들 하던데요.” “보물지도를 찾고 악당과 싸우는 게 뭐가 나쁩니까.” “그래서 당신은 학자가 아닌 탐험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고고학자들은 더 이상 오지를 무작정 탐험하지도, 피라미드를 부수고 들어가지도 않아요. 훨씬 과학적인 수단들이 많이 있다고요.” “결국 내 시절은 갔다는 얘기인가요?” “아니죠. 당신 같은 유명인을 놓치는 것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손실인걸요. 당신의 모험심과 열정에 현대의 기술을 살짝 얹어보는건 어떨까요. 한 가지 더.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자만심은 버리셔야 할 겁니다. 당신 아들이 등장한 마당에 아버지가 죽고 그 아들이 복수를 하는 시나리오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일단 고고학 연구실을 한번 둘러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습니다.” “흠.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저를 밀어낸 첨단 기술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기는 하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보기나 합시다.” 이번 주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인디애나 존스 박사의 현대 고고학 연구실 탐방을 따라가봤다. 열심히 뛰는 것만이 진실과 역사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 믿고 있던 늙은 고고학자의 앞에 놓인 문화적 충격은 어떤 것일까. 큐레이터 어서오세요, 박사님. 학교 측에서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이 박물관에서 학생들을 안내하는 큐레이터입니다. 박사님께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시니,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죠. 먼저, 이쪽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긴 미라를 연구하는 곳이죠. 존스 오. 이건 고대 이집트의 미라군요. 그런데 겉을 감싼 천이나 관 장식을 봤을 때 왕이나 왕비의 것은 아닌데, 뭘 이런 걸 쌓아놓고 연구를 하는 거죠. 큐레이터 이 이집트 미라의 주인공은 기원전 1580년에서 1550년 사이에 살았습니다. 10대에 죽은 걸로 추정되죠. 그리고 사인은 심장병인 것으로 보입니다. 존스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나요. 혹시 기록이라도 찾은 건가요? 큐레이터 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이용하면 알 수 있습니다. 치아 구조나 뼈 크기 등을 통해 나이를 알 수 있고, 각종 질환의 유무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미라를 훼손하지 않아도 되고요. 이 옆에 있는 시료는 중세 피렌체 귀부인의 묘에서 채취한 DNA입니다. DNA를 분석하면 이 여인이 누구의 조상인지, 어떤 가문인지도 알 수 있죠.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리자 게라르디니를 찾고 있습니다. 존스 그럼 혹시 미라가 아니라 뼈만 있어도 분석이 가능합니까. 큐레이터 박사님은 해골을 들고 뛰거나 무기로 쓰시겠지만, 요즘 고고학자들은 해골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뼈에서 질소나 탄소 함량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당시의 영양상태는 어땠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심지어 어떤 물을 마셨는지도요. 특히 이런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들의 식습관이나 국가 간의 교류 여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페인에 묻혀 있는 유해의 출생지가 이탈리아였다는 점을 밝혀낼 정도까지 데이터베이스가 쌓였습니다. 존스 그럼 혹시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이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 있나요? 큐레이터 물론이죠.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하면 됩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동물은 그 식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모두 탄소가 쌓이게 됩니다. 그중 탄소14는 방사성물질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그 양이 반씩 줄어드는 반감기가 생깁니다. 과거의 동물이나 식물은 모두 현재의 것들과 조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탄소14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측정하면 시간의 경과 정도를 알 수 있는 원리죠. 너무 많은 걸 들어서 얼떨떨하신 것 같은데, 다음 방으로 가시죠. 존스 앗, 여기 이렇게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들은 뭐죠? 큐레이터 박사님. 만약 처음 보는 커다란 무덤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존스 일단 들어가봐야죠. 큐레이터 채찍 하나 들고요? 영화에서처럼 박혀 있는 창칼이 날아올 수도 있고, 뱀이 가득할 수도 있잖아요. 거기에 발을 디뎠다가 물리면 누가 책임지죠? 그래서 만들어진 것들이 이 로봇들입니다. 존스 그럼 얘들이 대신 들어가나요? 고작 이런 조그만 것들이 뭘 할 수 있죠? 큐레이터 조그만 틈만 있으면 기어들어가서 내부가 어떤지를 생생하게 찍어 올 수 있죠. 위험은 없는지 미리 살필 수도 있어요. 그뿐이 아닙니다. 무덤이나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구멍을 넓혀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오랜 기간 갇혀 있던 내부 공기가 사람에게 유해하지는 않은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 거대한 강이 흘러도 얘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거든요. 아직까지는 사람이 조종을 해야 하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도 등장할 겁니다. 존스 위험을 다 제거하고 사람은 그 후에 움직인다는 거네요. 정말 재미없는 일이군요. 앞에 어떤 원시부족이 튀어나올지, 어떤 기관이 작동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목숨 걸고 들어갈 때의 짜릿함을 한번 맛보면 확실히 생각이 달라질 텐데 말이죠. 큐레이터 사실 저도 박사님의 활약상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생각으로 고고학을 대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박사님이 성배도 찾고, 누르하치 유골도 찾았지만 그게 결국 남아 있나요? 좌충우돌하시다가 다 없어지거나 묻어 버렸잖아요. 그리고 자기 조상의 것을 지키려는 원시부족이 타도해야 할 대상인가요? 그럼 잉카문명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피사로와 박사님이 다를 게 없는 것 아닐까요? 존스 (외면하며)그나저나 여기에 보물지도도 있나요? 큐레이터 안 그래도 그 방으로 모시려고 했어요. 이쪽 방은 보물지도를 그리는 곳입니다. 존스 누가 그려 놓은 보물지도를 찾는 게 아니라 지도를 그린다고요? 큐레이터 ‘지구의 끝’ ‘세 개의 바다가 만나는 곳’ 뭐 이런 식의 지도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지구 어디든, 사람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태초의 원시림이나 폭포 속까지도 이젠 들여다볼 수 있고 그려낼 수 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최신 기술인 LIDAR입니다. 레이저 레이더라고도 하죠. 레이저를 대기중에서 발사해 반사돼서 돌아오거나 퍼지는 모습을 보고 지형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 연필을 들고 측량을 하는 것은 옛날 얘기입니다. 하늘을 날면서 이 장치를 쓴다면 거대한 나라도 몇 년 내에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죠. 지난 5년간 잉카와 마야문명이 자리잡았던 중앙 아메리카 지역의 3차원 지도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상태입니다. 존스 그런데, 그런 지도가 실제로 길을 찾거나 유적을 찾는 데 효과가 있나요? 땅 위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일은 알기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큐레이터 그래서 저희는 위성 이미지를 함께 사용합니다. 현재의 위성기술을 이용하면 지상 40㎝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선명도로 전세계 곳곳을 살필 수 있습니다. 극지를 탐험하거나 밀림을 헤치고 지나갈 때, 오늘 무슨 일이 앞서 일어났는지도 다 알 수 있죠. 말 그대로 지구를 ‘스캔’하는 겁니다. 전설속의 아틀란티스 대륙이 최소한 지상에 존재하지는 않고, 얕은 바다에는 없다는 것도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이런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지구 속의 모습까지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을 보니 문화적 충격이 크신 것 같군요. 오랜 시간 고고학계에 몸 담으셨는데, 시대의 흐름에도 좀 민감하셔야죠. 존스 원래 인디애나 존스는 그렇게 생겨먹은 캐릭터라고 해 둡시다. 채찍이 아니라 금속탐지기를 들고 모래밭이나 헤매는 나한테 누가 열광하겠어요. 이미 과거처럼 모험을 떠나기에는 앉은 자리에서 알 수 있게 된 것들이 너무 많긴 하군요. 결국 난 과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이곳을 둘러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큐레이터 그럼 이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존스 그건 스필버그 감독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스필버그가 처음 날 탄생시킬 때 지나치게 강인한 고고학자의 이미지나 원시부족과의 싸움 같은 부분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얘기가 있긴 하죠. 혹시 또 압니까. 나이 들어서 은퇴 후에 첨단 과학기기로 무장한 인디애나 존스 박사의 모험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어차피 전 영화 속에서 사는걸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이노베이션뉴스데일리 2011년 6월 10일 ‘고고학의 10가지 현대식 기술’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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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유로권 17형제 싸움과 불똥/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유로권 17형제 싸움과 불똥/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유로(Euro) 통화권 17개국 형제들이 비실거리는 그리스를 돕는 데 티격태격하고 있다. 그 싸움으로 유럽이 불안하다. 유럽연합(EU)의 기원은 1950년대 다시는 유럽에서 전쟁을 하지 말자는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국경을 뛰어넘어 작은 나라의 의견도 귀 기울이며 합의 형성으로 일을 처리해 가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좋았으나 정신없이 변하는 시장경쟁 속도에 대응하지 못했다. 작금의 유럽위기는 시장경쟁의 발빠른 속도와 형제국 간 이해관계 조정의 느린 속도가 크게 엇갈린 데 그 원인이 있다. 11개국 형제들이 같은 유로(?)를 쓰자며 유로통화권을 탄생시킨 것이 1999년 1월이다. 성격도 많이 다르고 주머니 사정(소득수준)도 퍽이나 달랐지만 그 후로 형제 수가 늘어 2011년 1월에는 17형제로 불어났다. 처음에는 우애가 좋아 서로 도움을 줄 때는 형제 모두가 동의(의회승인)하자고 했다. 그러다 그리스가 돈줄이 막혔다며(나랏빚 갚기가 어렵다며) 도와 달라고 손을 내밀자 형제들 사이가 틀어졌다. 맏형인 독일의 메르켈 대표가 마지못해 도와주겠다 하였지만 그 가솔(국민)들 3분의2(67%)가 반대다. 특히 막내 슬로바키아의 꼬장꼬장함이 대단했다. 이 막내는 맏형 독일 소득(GDP) 규모의 3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나라다. 막내 왈, “그리스 형님은 1년에 2만 7300달러(1인당 GDP)나 벌지만 우리는 그것의 3분의1밖에 벌지 못하는 가난뱅이라오. 가난뱅이가 왜 부자 형님 빚을 갚느라 돈을 내야 하느냐 말이오. 그럴 수 없소.” 하며 거부했다. 전 세계가 앙증맞은 막내에게 으름장을 놓았고, 노려보는 눈이 있어 결국 막내도 도와주는 데 동의했다. 자본시장은 유로권 집안싸움이 잦아들길 기다려 줄 정도로 인자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위험스러운 빚문서(국채)를 사지도 않을뿐더러 갖고 있던 것마저 팔아버리려 했다. 빚문서는 헐값이 되었고 이자율은 치솟았다(그리스 장기 국채 이자율이 22%를 웃돌고 있다). 그 동안 그리스 빚문서를 많이 샀던 은행 데크시아(벨기에 및 프랑스 자본)는 일거에 시장의 신용을 잃어 파산했다. 벨기에는 정부돈 5조원으로 데크시아 은행의 자국 몫을 국유화했다. 2008년 리먼 쇼크로 호되게 당한 미국, 일본 등도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집안싸움을 끝낼 것을 종용했다. 불똥 경로는 그리스 재정파탄→재정적자 의존이 높은 국가(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가격 하락→이들 국가 국채 보유 은행의 경영악화→은행의 대출억제 및 회수→유럽의 기업 도산 및 실업증가→미국, 일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한국 등의 대유럽 수출 감소→세계경제 침체이다. 이 불똥 경로의 차단을 위해 유럽금융안정화기금(EFSF)이라는 공동금고가 빚문서(채권)를 발행하면 미국과 일본 등 유럽 이외의 국가가 그 빚문서를 사기로 했다. 확충될 7800억 유로(1240조원)라는 거대한 공동금고 자금은 그리스 구제만이 아니라, 돈에 쪼들리는 다른 형제들(아일랜드 등)에게도 융자하고, 경영 악화된 은행에도 풀어주게 된다. 그래도 염려되어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쌍두마차도 대기시켰다. 재정불안→금융불안→경기침체의 연쇄 3중고를 막기 위함이나 유럽은 여전히 불안하다. 돈줄이 산업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 못하면 위기는 재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으며, 청년(15~24세) 실업률도 38%에 이른다. 그리스 경제전망도 먹구름이니(2011년 GDP 하락 전망은 -5.3%),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 재정원조가 되면 그 악영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한국에서 서울시장 선거 함성으로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이, 일본은 국내 금융기관(은행·증권·보험의 대형 12개사)을 대상으로 채무불안 5개국(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의 국채 보유 정도를 조사하며 유럽발 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일본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익히 알지만, 한국이 너무 무덤덤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만의 기우이길 바라고 있다.
  • 뒤태에 끌리다…실용성 뛰어난 해치백의 질주

    뒤태에 끌리다…실용성 뛰어난 해치백의 질주

    ‘뒤태가 예뻐야 진짜 미인’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뒷모습이 예쁜 해치백과 박스카, 비대칭 자동차 등 다양한 컨셉트의 자동차들이 출시되고 있다. 그만큼 선택의 즐거움이 커진 셈이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치백 모델인 현대차의 i40와 기아차의 프라이드, 한국지엠의 쉐보레 크루즈5가 잇따라 선을 보였다. 수입차도 포드코리아의 올-뉴 포커스와 도요타 렉서스의 CT200h, 폴크스바겐의 골프 1.6 TDI블루모션 등이 올해 출시된 해치백 차량이다. 또 지난 8월에 출시돼 젊은 층의 인기를 끄는 닛산 큐브와 꾸준히 팔리는 기아차 쏘울은 박스카 형태다. 10월 첫째 주까지 신형 ‘프라이드’ 계약자 중 해치백인 5도어를 선택한 비율이 49%에 이른다. 이는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의 대단한 변화이다. 국내에서 해치백 차량이 인기를 끈 경우는 거의 없었다. ●틈새를 파고드는 해치백·박스카 해치백(hatch back)에서 ‘해치(hatch)’는 선박 등에서 사용되는 위로 젖히는 출입문을 가리킨다. 자동차 트렁크 문을 위로 젖혀 올린다는 의미에서 해치백이라고 불린다. 트렁크가 없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짐을 적재할 수 있어 트렁크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해치백은 지붕이 뒷좌석까지 있고 뒷좌석과 트렁크 구분이 없어 보다 실용적이다. 그동안 해치백 모델은 국내에서 큰 인기가 없었다.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은 주로 세단형 차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간 해치백이나 왜건은 세단과 SUV 차량 사이에 존재하는 어중간한 모델로 인식됐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해치백의 실용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큰 유모차나 자전거 등을 싣고 다니고 싶어하는 젊은 운전자가 늘어났다. 또 캠핑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레저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수납하려면 충분한 트렁크 공간이 필수적이다. 이런 소비자들은 차량을 평소에는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레저용으로 사용하기 좋다는 점에서 해치백과 박스카 등을 선호한다. ●넓은 트렁크 공간이 매력 현대차의 유럽 전략형 중형 왜건 i40는 뒷자리 의자를 접으면 일반 중형 세단의 약 3배에 달하는 1672ℓ의 트렁크 공간이 확보된다. 임시 타이어까지 빼면 최대 1719ℓ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지엠의 크루즈5는 뒷좌석을 6대4로 나눌 수 있는 폴딩(folding) 기능이 있어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왜건형도 뒷좌석 의자를 접으면 최대 1731ℓ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차로는 현대차 벨로스터와 한국지엠의 쉐보레 크루즈5 등을 꼽을 수 있다. 현대차가 지난 3월 선보인 변종 해치백 모델 벨로스터는 운전석에 1개, 조수석에 2개의 문을 비대칭적으로 구성했다. 색깔도 빨간색, 주황색, 연두색 등 톡톡 튀는 9가지 색깔이 있다. 또 한국지엠이 지난 5월 선보인 쉐보레 크루즈5는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좌우 대칭형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준중형급에서 폭과 길이가 가장 넓고 긴 편이라 공간도 넉넉해 실용성도 겸비했다. 또 박스카의 인기도 높아졌다. 일명 ‘효리차’로 불리는 닛산 큐브가 벌써 2000여대에 가까운 계약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기아차 쏘울도 지난해 2만 2000여대가 팔려 나가며 변치 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유럽 등 앞선 자동차 시장에서는 실용성과 경제성, 멋스러움을 겸비한 해치백과 박스카 스타일의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앞으로 우리나라도 세단 일변도의 시장에 판도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美과학자 “전설의 바다괴물 실제 존재했다”

    美과학자 “전설의 바다괴물 실제 존재했다”

    거대한 몸집으로 고대 바다를 호령했다는 전설로 유명한 상상 속 바다괴물이 실제로도 존재했을 수 있다는 미국 고생물학자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마운트 홀리오크 대학의 마크 맥메나민 교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전설의 바다괴물 크라켄(Kraken)의 실제 은신처로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미국지질학회지(Geological Society of America Bulletin)의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크라켄은 신화 속에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해안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바다생물이다. 촉수가 13~15m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과 무시무시한 공격성으로 다양한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선박을 뒤집거나 인간을 공격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종종 묘사된 바 있다. 맥메나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여름 네바다 사막의 화석 발굴 지점에서 이츠사이오사우루스(ichthyosaurs)들의 300m 뼈 무덤이 발견됐다.”고 밝힌 뒤 “이곳이 전설의 크라켄의 은신처이자 먹이를 먹던 장소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츠사이오사우루스는 현대의 돌고래와 비슷했던 고대해양생물로 몸길이가 50m가량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버스 한 대만한 먹잇감을 삼았을 수 있는 포식자가 크라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멕메나민 교수 연구팀은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발견이 크라켄 존재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크라켄 화석이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은 점은 이번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에 멕메나민 교수는 “현대의 오징어나 문어 등 두각류와 비슷했던 크라켄의 몸은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해외 언론매체들은 맥메나민 교수의 발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면서도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신화가 현실이었다는 사실로 밝혀지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그의 주장은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맥메나민 교수의 발표가 과학적 근거가 너무 부족했다며 그의 이름에 빗대 ‘맥미니멀’(McMinimal)이라고 표현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가을단풍처럼 화선지에 물든 선인의 삶

    가을단풍처럼 화선지에 물든 선인의 삶

    가을 단풍만큼이나 화선지를 다채롭게 물들인 조상의 숨결전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초상화의 비밀’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달 27일 전시 시작 이래 9일 현재 1만 706명이 다녀갔다. 간송미술관의 ‘인물풍속대전’, 리움미술관의 ‘조선화원대전’이 그 뒤를 잇는다. 비교하자면 이렇다. 중앙박물관 작품은 선비정신을 중시하다 보니 그림에 서릿발 같은 위엄이 넘친다. 대신 정물화 같아 재미가 덜하다. 반면 간송의 작품들은 일상의 소소한 잔재미를 크로키처럼 잽싸게 잡아챘다.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림 속으로 뛰어들어 한데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리움의 작품들은 그림 속으로 뛰어들기보다 그림을 뒤에 배경으로 두고 운치 있게 즐기고 싶게 만든다. ●간송미술관 ‘인물풍속대전’ 한량들의 놀이 풍경을 담은 ‘연소답청’(年少踏靑)을 보면 과연 혜원 신윤복(1758~?)이다 싶다. 기어이 기생을 자기 말에 태우고 직접 끌고 다닌다. 세도가 자제 같은데 여자에 ‘미치니’ 종 노릇도 마다 않는다. 그래서 왼쪽 뒤편의 말도, 모자도 뺏긴 채 따라가는 종의 표정이 재밌다. 제 주인이 흥에 겨워 난장 놀음을 하는데 맞장구치기도 그렇고, 말리기도 그렇다. 그 난감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백인산 학예연구위원의 설명이 재미있다. “혜원의 아버지가 화원화가였던 신한평(1735~1809)인데, 이분이 일흔 넘게 사시면서 생계를 모두 해결했습니다. 그러니 신윤복은 왈자패들하고 어울려 속 편히 놀았던 것 같아요. 단원(김홍도)의 풍속화를 왕이 보는 그림이라 단정했다면, 신윤복은 자기가 먹고 놀던 모습을 그대로 그렸으니 퇴폐적이고 흥겨운 거지요.” 미인도를 비롯해 널리 알려진 신윤복의 그림들이 지금까지 화사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도 고관대작 자제들과 어울렸던 덕분에 좋은 재료를 쓸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단다. 김후신(1735~?)의 ‘통음대쾌’(痛飮大快)도 유쾌하다. 제목 그대로다. 배경을 빌딩으로 바꾸고 등장인물에게 양복만 입혀 두면 2차, 3차를 외치며 도심 뒷골목을 다니는 현대인과 같다. 겸재 정선(1676~1759)에서 시작된 진경산수화의 참맛을 내세우는 간송미술관답게 ‘어초문답’(漁樵問答)을 비교해보는 맛도 쏠쏠하다. 낚시꾼과 나무꾼의 문답이라는 ‘어초문답’은 성리학의 대의를 밝히는 내용 때문에 조선 유학자들에게 중요한 창작 모티프가 됐다. 해서 이전의 어초문답은 중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데 반해 정선의 어초문답은 인물, 배경, 옷매무새가 모두 조선풍이다. 16~30일. 무료. (02)762-0442. ●리움미술관 ‘조선화원대전’ 1층 전시장에는 왕의 행렬, 궁중 행사, 어진(임금 초상화) 등을 배치했다. 위엄을 갖춘 공식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중앙박물관 전시에 가깝다. 인물화에 있어서는 김홍도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명기(?~?)의 ‘오재순 초상’도 볼 수 있다. 지하 전시장은 간송과 같은 풍속화로 넘어간다. 전시장을 독특하게 분할하는 칸막이들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옥 마을을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관람객에게 주기 위한 설정”이란다. 간송이 민속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리움은 중국적인 냄새가 짙다. 화원화가들이 왕실과 사대부의 주문을 받아 그림을 제작한 만큼 아무래도 작은 화첩보다 규모가 크고 화려해지기는 하지만 진경 그 자체보다 ‘그들의 취향’에 맞춘 듯한 분위기가 강하다.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은 요즘 스마트폰에 쓰이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옛 그림을 자유자재로 확대해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가반차도’(動駕班次圖)는 가로 길이만 10m에 이른다. 김두량(1696~1763)과 김덕하(1722~1772)가 함께 그린 사계산수도(四季山水圖)는 길이가 2m에 가깝지만 폭은 8㎝가 채 안 된다. 이런 그림을 상세히 볼 수 있도록 부분 확대 또는 축소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진시황 무덤의 병마용이 똑같은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찬탄을 불러내듯 확대해서 들여다본 사람과 풍경 역시 모두 달라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3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4000~7000원. (02)2014-6900. ●한국학중앙연구원 ‘영조대왕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영조대왕전’을 여는 이유는 민국의 이념 때문이다. 최근 연구 성과를 모아 보니 영조가 이미 민국의 이념을 내세웠다는 데서 시작했다. 6000점에 이르는 영조 관련 소장 자료 가운데 민국의 면모를 드러내는 300여점을 추려냈다. 영조 어진을 비롯해 숙종의 병이 나은 것을 기념해 열린 잔치 모습을 그린 ‘숭정전 진연도’ 등이 공개된다. 11월 20일까지. 무료. (031)709-811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WHO&WHAT] 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WHO&WHAT] 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등장인물이 칼에 찔리거나 물에 빠진다. 거의 매회 생명의 위기를 맞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장면이 되풀이되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미 그가 역경을 극복하고, 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그가 품은 꿈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때가 되면 누가 원해도 주인공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도 없고, 삼각관계의 결말도 정해져 있다. 드라마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시청자의 요청’이나 ‘여론’도 통하지 않는다. 바로 끝이 정해진 드라마 사극의 운명이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엮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극은 줄타기에 가깝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사실은 사돈이었다는 줄거리로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던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손자와 수양대군의 딸이 연인이었다는 몇 줄의 야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그들 가문의 족보로 보면 엄연한 허구다.  이순신 장군을 한산대첩에서 미리 전사시키거나 명성황후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식의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사극은 무한한 상상력이 보장된다. 특히 주인공을 바꾸거나 조금만 틀어본다면 무궁무진한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이지만, 사극은 그렇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왕의 여자, 왕이 되지 못하고 스러져간 세자는 물론 아무런 공헌도 남기지 못하고 살다갔다는 기록만 남긴 사람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 사극이다. 수백년간 ‘성춘향과 이몽룡’의 시각에서 쓰인 춘향전이 방자의 시각에서 쓰이기만 해도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미 영화 ‘방자전’을 통해 입증되지 않았는가.  이번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미래에 영화나 드라마의 중심이 될 사극의 주인공들을 찾아봤다. 시놉시스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사극에서는 주인공의 주변인, 엑스트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던 그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한번 들여다보자.  드라마나 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는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얘기가 그녀의 시가였던 죽산 안씨 문중 문헌에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의 공으로만 알고 있는 한글 창제에 조선시대의 공주가 관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소재다. 정의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가.  조선왕조 518년간 27명의 왕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왕이 되지 못한 세자 11명이 있었다. 장자 계승을 토대로 한 유교적 사상이 지배했지만, 정작 맏아들이 왕위를 이은 것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등 6명에 불과하다. 순종은 요절한 형이 있는 차남이었다. 왕후 자리는 ‘국모’로 불리며 절대 비워서는 안 되는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9년이나 세자의 자리에 있었던 문종은 세자 시절 두 명의 세자빈을 폐위시켰고, 홀로 왕위에 올라 세자빈을 왕후에 추증한 유일한 홀아비 왕이었다. ‘왜’라는 궁금증을 품으면 스토리가 될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여기 세 가지의 스토리를 꺼내봤다.    [심양의 왕자들] 청나라 볼모 8년… 소현·효종 형제와 그들 부부의 불운했던 삶  ●주요 등장인물  소현세자 이왕/세자빈 강씨/효종/효종비 인선왕후/인조/인조의 후궁 조소용  ●극적 요소  조선의 세자 27명 중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우유부단한 형 소현세자와 강인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동생 효종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남편만큼 불행했던 소현세자빈 강씨와 남편보다 더욱 강건했던 인선왕후의 시각에서 풀어간다.  ●시놉시스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세자로 봉해진 소현세자는 결혼 8년 만에 후사를 보지만 불과 몇 달 뒤 병자호란이 터진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의심 많은 아버지 인조는 전쟁 과정에서 신하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군주의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세자에게도 항상 짜증 섞인 태도로 일관한다. 삼전도의 굴욕과 함께 세자는 아버지와 대신들의 강권에 의해 “자진해서 적국에 볼모로 가겠다.”고 말해버린 후 울음을 터뜨리는 유약한 모습이었다. 세자 부부는 동생 봉림대군(훗날의 효종) 부부와 함께 볼모살이를 떠난다. 가는 길에 청나라 군대가 조선의 여러 고을을 약탈하고, 백성들을 노비로 끌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세자는 무력감을, 봉림대군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정작 청나라에 도착한 후 세자는 돌변한다. 이국에서의 고생으로 몸은 무너져 갔지만 조국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세자로서의 책임감은 점차 커져간다. 반면 세자빈은 오랜 타국생활을 겪으면서 조선에서 건너온 물건을 팔아 재산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인조는 아들과 며느리를 불신하고 점점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볼모살이 8년 만에 돌아온 세자를 인조는 ‘오랑캐 물이 들었다.’며 만나 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급기야 황제의 하사품이라며 세자가 내민 벼루를 세자의 머리를 향해 집어던졌다. 결국 귀국 두 달 만에 세자는 인조와 애첩인 조소용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다. 인조는 예비 국모의 체통을 내팽개친 며느리도 가만두지 않았다. 인조의 수라상에 오른 전복구이에 독이 들었다는 누명을 씌워 세자빈 강씨를 폐위시켜 죽이고 만다.  청나라의 문물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고 했던 형과 달리 봉림대군은 오로지 병자호란의 복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형의 죽음 이후 세자에 책봉되어, 효종이 된 봉림대군은 북벌을 위해 궁중 살림을 극도로 긴축했고, 인선왕후 역시 이에 앞장섰다. 인선왕후는 병자호란 당시 피신한 강화도에서 오랑캐에게 잡힐 처지가 되자 자결하려고 했고, 볼모살이 후 돌아와 왕후가 되자 청나라의 첩자 노릇을 하던 김자점과 조소용의 역모를 밝혀내 처단한 여걸이었다. 하지만 효종은 순치제의 등장으로 청나라가 더욱 강해지면서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고, 인선왕후는 아들 현종이 그 뜻을 이루기를 바랐지만 현종은 그럴 뜻이 없었다. 결국 8년간이나 굴욕의 세월을 보낸 왕가의 형제와 그 부인들은 마지막까지 뜻하는 바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고 만다.    [7일의 행복, 영원한 이별] 7일만에 폐위 단경왕후… 50년 넘도록 중종만을 그리며  ●주요 등장인물  단경왕후 신씨/중종  ●극적 요소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왕후로 단종비 정순왕후와 중종의 첫 번째 부인 단경왕후 신씨를 꼽는 이들이 많다. 왕의 이복동생에서 한순간 왕이 된 남편과, 남편을 왕으로 만든 세력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왕후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비운의 여성. 그리고 그녀를 향한 임금의 순애보가 담긴 치마바위 이야기.  ●시놉시스  성종은 왕비였던 윤씨가 연산군을 낳고 폐위된 후 세 번째 왕후로 정현왕후 윤씨를 맞아 진성대군을 낳았다. 진성대군은 12살 때 13세인 신수근의 딸과 결혼했다. 왕이 되지 못하는 대군의 생활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고, 이들 부부 역시 이를 충실하게 지켰다. 특히 연산군이 폭군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진성대군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진성대군은 더욱 은인자중했다. 어느 날 밤, 여러 장수와 조정 대신들이 진성대군의 집에 들이닥쳤다. 횃불을 켜 든 이들은 “반정을 일으켰으니, 대군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게 된 대군 부부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고, 그 결과 하루아침에 왕좌에 올라 중종이 됐다. 왕비가 됐다는 기쁨을 누리고 있던 다음 날 아침, 단경왕후에게 급작스러운 소식이 날아든다. 아버지 신수근이 전날 밤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신수근의 여동생은 연산군의 비였고, 폐주의 처남인 아버지가 죽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모든 가족들이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노비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단경왕후는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중종이 보위에 오르고 7일이 지나자 반정 공신들은 단경왕후의 폐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종과 단경왕후는 보기 드물게 의좋은 부부였지만 칼로 정권을 잡은 반정 공신들 앞에서 그는 무력했다. 결국 단경왕후는 폐위돼 사가로 나가야 했고, 이때 중종은 19세, 왕후는 20세였다. 중종은 새로운 왕비 간택을 1년 가까이 미뤘지만, 신하들의 압박에 장경왕후 윤씨를 새 왕비로 맞았다. 그러나 중종은 항상 인왕산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단경왕후를 그렸다. 이를 전해들은 신씨는 인왕산 바위에 자신의 분홍치마를 펼쳐놓고 남편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10년 후 장경왕후가 원자를 낳고 죽자 일부 대신들이 다시 단경왕후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정 공신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고, 결국 신씨는 잊혀졌다. 고작 7일간의 왕후 생활을 하고 스무 살에 왕궁에서 쫓겨난 단경왕후는 무려 71세까지 50년 넘게 남편만을 그리며 살았다.    [왕궁의 스캔들] 조선 최초 세자 이방석은 여색에 빠지고 세자빈은 불륜을  ●주요 등장인물  이방석/이성계/태종/정도전/세자빈 유씨/이만  ●극적 요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국정의 기틀을 잡은 강인한 왕 태종과의 관계에서 희생양이 된 조선 최초의 세자 이방석. 어린 나이에 형에게 목숨을 잃기까지 자신의 의지는 아무것도 없었던 불운한 그와, 조선왕실 최초의 스캔들을 일으킨 세자빈 유씨를 통해 왕실의 비틀어진 모습을 들여다본다.  ●시놉시스  북방의 무인 이성계는 두 번째 부인 강씨(신덕왕후)와의 사이에서 48세에 막내아들을 본다. 방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아이는 조선이 개국했을 때 11세였고, 한 달 만에 조선 최초의 세자에 책봉된다. 어머니 신덕왕후와 개국공신들이 장성해 사병을 가진 이방원(태종)과 이방간 등을 경계한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꿨던 방석은 본인의 자리를 탐탁지 않아 했다. 총명하지 않은 방석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어느새 여색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궁궐을 나서 기생집에 가고, 사냥 대신 민간의 가축을 쏘아 죽이는 일도 허다했다. 한편 방석에게는 나이가 한참 많은 세자빈 유씨가 있었다. 어린아이와 결혼해 억지로 궁궐에 끌려온 유씨는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다가 궁궐의 내시 이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철없는 망나니 방석보다는 정감 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이만에게 마음이 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개국 초기, 궁궐 안팎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몰래 불륜을 이어가던 이들의 행동은 결국 태조에게 발각되고, 끝을 맞게 된다. 태조는 이만을 참수하고 세자빈은 폐서인해 사가로 내쫓았다. 조선왕조에 처음으로 기록된 불륜스토리의 결말이었다.  방석을 앞세운 정도전 등 일부 개국공신들은 태조의 장성한 왕자들이 거느린 사병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결국 정도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동 정벌을 기획했고, 왕자들이 사병 차출을 거부하자 관직을 빼앗고 사병까지 몰수했다. 그러나 불과 17일 만에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태조에게 세자 폐위를 요구했다. 경각에 달린 방석의 목숨을 살려 주는 조건으로 태조는 영안군(정종)을 세자로 삼았다. 그러나 방석은 대궐 밖으로 나서는 순간 이방원 일가의 칼을 맞고 스러졌다. 임금의 적자였던 방석이 ‘대군’의 위치를 돌려받은 것은 그로부터 270여년이 흐른 숙종 6년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올라,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철부지 세자는 ‘조선왕조의 첫 세자’이자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만 남았다. 폐서인된 세자빈 유씨가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수광·다산북스)  왕을 낳은 후궁들(최선경·김영사)  왕이 못된 세자들(함규진·김영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들녘)  정의공주(한소진·해냄출판사)  소현세자(박안식·예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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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공습 출구 찾는다

    리비아 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와 바니 왈리드에서 카다피군과 국가과도위원회(NTC) 측의 최후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리비아 공습 중단 시기가 논의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5일(현지시간) AP·AFP 등은 나토 관리의 말을 인용해 나토 연합군이 지난 3월부터 계속된 공습을 언제 중단할지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나토 국방장관들이 5~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을 열어 공습을 끝낼 시기와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카다피군이 일반 주민들 사이에 은신해 있어 민간인 희생의 위험이 크고 폭격 효과도 떨어진다는 점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공습에 소요되는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공습 중단 결정은 리비아 내 질서를 유지하려는 NTC군의 능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전쟁이 지속되는 한 나토의 공습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브뤼셀 회담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달 나토는 90일의 작전 기간을 새로 설정하면서 30일마다 리비아 상황을 점검해 작전 종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NTC군은 이번 주 들어 시르테에서 남쪽으로 16㎞ 거리에 있는 카다피 부족의 근거지 아부 하디를 점령하는 등 지중해를 제외한 3면에서 시르테를 포위한 상태다. NTC 측은 카다피 집권 당시 희생자 900여명이 묻힌 대형 무덤 2개를 트리폴리 부근 비라스타 밀라드와 트리폴리에서 700㎞ 떨어진 가르가레시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스넥 ‘도리토스’ 개발자 장례식에 “과자 뿌려주세요”

    스넥 ‘도리토스’ 개발자 장례식에 “과자 뿌려주세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스넥 ‘도리토스’(Doritos)를 개발한 아치 웨스트가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의 장례식 추모행사가 화제로 떠올랐다. 웨스트는 1966년 나초맛 스넥인 ‘도리토스’를 출시해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으며 이후 이 과자와 함께 승승장구 했다. 그런 그의 작별인사에도 ‘도르토스’는 빠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웨스트의 유가족은 다음달 1일 미국 달라스에서 행해질 그의 장례식에 이 과자를 무덤에 뿌려 함께 매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트의 딸은 달라스 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장례식 때 관을 매장하기 전에 가족들이 무덤에 과자를 뿌리기로 결정했다.” 며 “세상을 떠난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족 뿐 아니라 친척이나 친구들도 과자를 뿌려주며 아버지를 추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멕시코풍의 전통 나초과자인 ‘도리토스’는 1964년 웨스트가 가족들과 휴가 중 노상에서 팔던 튀김에 착안해 만들었으며 ‘작은 황금’(doradito)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를 채용해 이름 지어졌다.     1966년 출시된 이 제품은 이후 미국에서 스넥의 대명사로 ‘국민 브랜드’가 됐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 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 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기계를 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자동차를, 누군가는 컴퓨터를 얘기할 수도 있고, 어떤 주부는 전자레인지나 진공청소기를 먼저 꺼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생각해 낸’ 최고의 기계를 꼽는다면 후보는 좁혀진다. 이미 현실화된 기계는 당연히 제외된다.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더 많은 기대가 걸려 있다. 여기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신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선언할 수 있을 만한 두 개의 기계가 있다. 미래의 일을 먼저 볼 수 있거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타임머신. 그리고 남의 생각이나 꿈을 읽을 수 있는 드림머신(혹은 드림스캐너)이다. 유사 이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온 이 기계들이 2011년 올해, 그것도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과학의 상식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을 깨는 것’에서 어느 새 ‘가설과 상식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현실에 안주해 온 과학계가 뿌리째 흔들릴 만한 일이다. ■ 과학상식 위협하는 ‘타임머신’ ‘과거나 미래로의 여행’이라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법한 호기심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공상과학(SF)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5년 소설 ‘타임머신’을 출간하면서부터다. 웰스는 소설에서 빛보다 빠른 회전운동을 일으키는 ‘타임머신’을 4차원 공간의 시간축 방향으로 밀어 미래로 움직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후 ‘터미네이터’ ‘12몽키즈’ ‘백 투 더 퓨처’ 등 수많은 영화와 소설, 만화에서 타임머신이 등장해 이야기의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그 후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껏 타임머신은 상상 속에 갇혀 있다. 실제 타임머신을 만들려는 시도도, 결과물도 알려진 바 없다. 우선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시간을 거스르는 순간, 곧바로 기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또 과거에 자신의 조상을 만나거나, 인과관계가 있는 물건에 손을 대면 그 후의 모든 일이 바뀌어 현재에 타임머신을 만드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에 생길 일을 알아 과거에 전달하면 그 미래는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와 원인이 뒤엉키는 상황은 철학이나 논리의 영역에서조차 설명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수많은 미래와 과거와 존재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필요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논리가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모순을 피하기 위한 장치다.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 역시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타임머신의 발명이 가능하다면 언젠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시간 여행객들이 주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타임머신이 불가능하다는 증거”라는 것이 호킹의 논리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타임머신에 대한 과학적 상상이 불가능하도록 족쇄를 채워 놓았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 또는 그 이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기본적인 전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이나 장치 중 어떤 것도 빛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고, 결국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빛의 속도에 가깝거나 이보다 빠른 물질이 존재한다면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구체화하면 초속 29만 9900㎞로 날아가는 우주선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지구상의 50분의1에 불과하고, 1년을 우주에서 여행하면 50년 후의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영화 ‘혹성탈출’에서 주인공 일행이 우주선을 타고 여행한 후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미래의 지구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현대 물리학의 진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그 위에 서 있는 타임머신이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뉴트리노)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간단한 발표를 놓고 물리학계에는 흥분과 패닉이 공존하고 있다. 아직까지 성격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번 사태가 ‘실험 오류’로 밝혀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수십만명의 물리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이론 위에서 하나씩 벗겨 온 우주와 자연의 신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들에겐 ‘추구해 온 삶의 의미’를 부인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타인의 생각 읽는 ‘드림머신’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 분)에 비해 남의 꿈을 훔치는 영화 ‘인셉션’의 주인공 돔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는 훨씬 더 현실에 가까이 다가왔다. 의학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게재된 잭 갤런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기계를 통해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그대로 화면에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직접 그 사람의 두뇌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심장의 움직임이나 맥박 등을 통해 사람의 진실을 측정하는 ‘거짓말탐지기’와는 차원이 다른 실험이 성공한 셈이다. 당초 갤런트 박사가 연구를 시작한 목적은 뇌졸중이나 언어장애 등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사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갤런트 박사는 여러 명의 피실험자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기계를 통해 꾸준히 그들의 두뇌를 스캔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상태에서 화면에 집중해야 하는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실제 영화에서 나타난 인물이나 동물 등의 장면이 2시간 후 피실험자들의 두뇌를 스캔한 화면에 나타났다. 이렇게 재구성된 영상은 조잡한 모습으로 형태와 움직임을 흐릿하게 흉내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영화와 비교하면 어느 장면을 피실험자들이 보고 있는지, 또는 생각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재구성한 영상만으로 영화 주인공이 ‘스티브 마틴’이라는 점을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영화인지를 알면 장면을 찾아내는 것은 가능했다. 연구팀은 fMRI의 기능을 개선하면 사람들의 실제 생각을 그대로 읽어 내거나 저장하는 일도 가능하고 꿈 속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실험은 갤런트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의 두뇌활동을 분석한 fMRI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어떤 장면이나 자극에 두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알고 있으면 결국 그 사람의 두뇌 움직임을 통해 장면이나 자극을 거꾸로 추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아직까지 극히 일부만이 알려져 있는 두뇌 활동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정확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행동의 동기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의 역할을 과학이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 [WHO&WHAT] 올 110주년 맞는 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WHO&WHAT] 올 110주년 맞는 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전 세계의 관심이 노르웨이와 스웨덴으로 모이는 ‘북유럽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1901년 제정돼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10월 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발 아래 둔 바로 그 상입니다. 오죽하면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고, 프리츠커상은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겠습니까. 매년 10여명씩, 800명이 넘는 사람과 단체에 수여됐지만 아직도 단 한 개를 받지 못해 속을 태우는 나라가 대다수입니다. 왜 모두들 노벨상에 목을 매고 염원하는 걸까요. 18k 금을 순금으로 도금한 메달과 1인당 평균 5억원씩 돌아가는 상금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노벨상의 영광 뒤에 숨겨진 사연을 보내 주세요. 상금이나 시상식은 없습니다. 대신 마음 속에 꾹꾹 담아 왔던 얘기들을 널리 알려드립니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2011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노벨상 수기 공모전’을 열기로 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노벨상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세계 곳곳에서 답지했다. 눈에 띄는 작품 중에서 1위부터 3위까지와 특별상을 선정했다. 수기 한편, 한편을 읽으면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살아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인류사에 이름을 남기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 위대한 상이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다. [금메달] 이브 퀴리(1904~2007) “부모·남편·언니 모두 노벨상… 종군 기자로 엄친딸 극복했죠” ‘엄친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존경받는 집안에서 홀로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엄친딸 수백명이 주위에 있는 것만큼 이상한, 미운 오리새끼가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제 아버지는 피에르 퀴리(1903년 노벨물리학상), 어머니는 마리 퀴리(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입니다. 제 언니 이렌과 형부 프레데리크 졸리오 퀴리도 1935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저는 제게 없는 과학적 재능 대신 책을 쓰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길을 택했죠. 어머니의 전기를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2차 세계 대전 때는 종군 특파원으로 리비아, 러시아, 미얀마, 중국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국제기구 활동을 하던 중 미국의 외교관 헨리 리처드슨 라부이스 주니어를 만나 결혼했죠. 남편도 1965년 유니세프 대표로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의 진정한 영예는 노벨상이 아닙니다. 방사선에 노출되면서도 인류를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어머니, 막대한 가치를 가진 기술의 특허를 일부러 출원하지 않은 아버지의 인류애가 제 핏속에 흐른다는 것에 무엇보다 행복함을 느낍니다. 6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가문이 인류사에 공헌한 가치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연구에 바빠 노벨상 수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은 마리 퀴리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부와 명예를 초월한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가문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터를 누빈 평화주의자이면서 국제기구 활동에 앞장섰던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 이브 퀴리에게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은메달] 장 폴 사르트르(1905~1980) “수상 거부 진정한 이유?… 질투 아닌 자유”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이라는 노벨상의 대전제는 틀렸다. 왜냐?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내가 그 증거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쓴 책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과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은 읽는 독자 입장에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독자들을 ‘바람직하지 않은’ 압력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노벨상 선정자 발표에서 나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쓰인 ‘자유’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란 ‘최소한 한 켤레 이상의 신을 가지고, 굶주리지 않는 자유’에 불과하다. 노벨상은 문학적인 영예에 거액의 상금을 줌으로써 수상자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있다. 난 내 모든 친구들이 공유하고 있는 원칙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호사가들이 퍼뜨리는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나는 결단코 내 필생의 라이벌인 알베르 카뮈(1957년 노벨 문학상 수상)가 나보다 먼저 상을 받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둔다. ‘작가는 스스로 제도화되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당사자가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사르트르의 노벨상 수상 거부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110년의 노벨상 역사에서 자의로 수상을 거부한 사람은 샤르트로와 1973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레 둑토 북베트남 총리뿐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후일 금전적인 이유로 ‘상금만 받을 수도 있다.’며 입장을 바꿔 웃음거리가 됐다. 은메달에 머문 이유다. [동메달] 로절린드 프랭클린(1920~1958) “도둑맞은 DNA 연구성과… 지하에서 울었죠” 노벨상 최고의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1962년 생리·의학상일 겁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일이죠. 이후 유전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만들어졌고, 인류는 영생을 꿈꾸게 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노력의 대가를 받은 걸까요?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두 개의 대학이 같은 연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X선을 이용해 DNA의 구조를 연구하는 일은 제가 있던 킹스칼리지의 몫이었고, 캐번디시연구소의 왓슨과 크릭은 제 연구에 접근할 수 없었죠. 하지만 1962년 노벨상의 공동수상자인 우리 대학의 모리스 윌킨스가 그들에게 제가 찍어낸 X선 사진들을 넘겨줬습니다. 1952년 5월, 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X선으로 명확하게 찍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부족함을 느꼈던 저는 발표를 미뤘고, 사진은 몰래 두 사람한테 전해졌죠. 결국 왓슨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성과는 그들의 것이 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일까요. 저는 세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1958년에 난소암으로 이미 연구성과 도둑 따위는 없는 세상으로 왔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살아있었다면 윌킨스 대신 제가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왓슨이 저에 대해 그랬다죠. “깐깐하고 욕심많은 여성”이라고요. 진짜 욕심이 많은 건 누구일까요. ‘과학의 전당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낮은 지위의 상징이 돼 버린 다크레이디’ 프랭클린을 이보다 잘 나타내는 수식어는 없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끝까지 연구를 놓지 않았던, 유전공학의 진정한 어머니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특별상] 더글라스 프레이셔(1951~ ) “해파리 연구 헌납하고 셔틀버스 기사로 헌신” 2008년 노벨 화학상 발표가 있던 날, 저는 16년 전을 떠올렸죠. 1992년 당시 미국 우즈홀의 해양생물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해파리에서 발견된 형광단백질(GFP)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GFP를 유전자에 넣으면 신경세포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암세포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해냈습니다. GFP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했고, 해파리의 DNA에서 GFP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연구비 지원이 중단됐고, 저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했지만 금방 해고됐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를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모든 결과물을 컬럼비아대 마틴 찰피 교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로저 치엔 교수에게 넘겼습니다. 2008년 노벨 화학상이 찰피와 치엔, GFP를 처음 발견한 일본의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에게 주어졌을 때 저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었습니다. 도요타 매장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셔틀버스를 모는 일이 제 직업입니다. 만약 우즈홀이나 나사에서 해고되지 않았다면, 그들의 자리에 제가 있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인생이겠죠. 일생일대의 연구를 인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나눈 프레이셔의 숭고한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노벨상 발표 이후에도 본인의 공헌을 전혀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물이고, 진정한 평가는 사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번외로 특별상을 수여한다. ●참고문헌 퀴리가문(데니스 브라이언·전대호/지식의숲)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DNA(브렌다 매독스·나도선/양문)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노벨재단·이광렬/바다출판사) 위대한 여성과학자들(송성수/살림) 과학사의 빛나는 순간(마농 바우크하게·이수영/웅진주니어) ‘노벨상 위의 사르트르’(르 몽드 1964년 10월22일자)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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