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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감독 “상영관 적어도 ‘옥자’는 큰 화면으로 보세요”

    봉준호 감독 “상영관 적어도 ‘옥자’는 큰 화면으로 보세요”

    “국내에서 찍은 네 작품이 운 좋게도 모두 디렉터스 컷이었어요. 데뷔 때도 힘 있는 프로듀서를 만나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어 행운이었죠. 처음 벽에 부딪힌 건 ‘설국열차’ 때였어요. 북미 배급을 맡은 곳 대표님이 ‘가위손’으로 유명했죠. 1년 가까이 밀고 당기다가 다행히 디렉터스 컷, 소규모 개봉으로 결론 났지요. ‘옥자’는 5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라 한국이나 아시아, 유럽에서 감당할 규모는 아니었고, 미국 회사를 노크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부분 몇 장면을 없애거나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 한 줄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넷플릭스가 유일했습니다.”왜 작은 화면, 온라인 스트리밍이 기본인 넷플릭스였을까, 궁금했다. 자신의 구상 그대로 ‘옥자’를 완성하는 외길이었다는, 봉준호(48) 감독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말도 많고 화제도 많았던 ‘옥자’가 개봉박두다. 29일 오전 0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격 공개되고 같은 날 일부 극장에도 걸린다. 개봉을 이틀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봉 감독은 ‘옥자’가 어서 빨리 과거의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칸에 가기 전부터 지금까지 인터뷰만 100여 차례 하고 있어서인지 재개봉 느낌입니다. 배급 방식이나 영화의 본질 등 외적으로 화제가 집중됐고, 내용 노출은 상대적으로 덜 된 점은 좋은 것 같아요. 모든 감독들이 비슷한데 다음 영화 생각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개봉을 앞두고 여전히 심적으로 불안하고 떨리고 그렇습니다.”‘옥자’는 산골 소녀 미자가 식구나 다름없는 슈퍼 돼지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동화 같은 판타지에 담긴 메시지는 다소 무겁다. “인류가 동물이랑 같이 살아온 지 오래됐는데 우리 편의에 의해 가족으로서의 동물과 음식으로서의 동물을 구분 짓고 있죠. ‘옥자’는 이런 것을 불편하게 합쳐 놓은 작품이에요. 그렇다고 육식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동물을 존중하며 자연의 흐름 속에 이뤄지는 육식은 상관없다고 봐요. 대량 생산으로 이윤을 얻으려고 동물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공장식 축산이 문제지요.” 전작들에 견줘 ‘깨알 재미’가 줄었다는 평도 있다. “워낙 무대 스케일이 넓기 때문에 연극으로 치면 소극장이 아닌 대극장용이라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변희봉 선생님의 자질구레한 행동들이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논의하는 미 행정부를 풍자한 장면 등 숨겨진 깨알이 적지는 않아요. 하하하.” 작은 화면으로 볼 때와 큰 화면으로 볼 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봉 감독의 설명. “아빠 엄마 무덤 앞에서 할아버지와 싸운 뒤 집으로 달려가는 미자를 잡은 롱샷 장면이 있어요. 미자가 점처럼 나오는데 스마트폰이나 PC로는 제대로 볼 수 없죠.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런 장면을 많이 찍어야겠다고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콘지와 농담을 나누기도 했어요. 집에서 보실 때 당연히 큰 화면이 좋고요, 극장도 4k(초고화질) 스크린이면 최고죠. 지구상 어디선가 대형 화면으로 꾸준히 상영하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초청하겠다는 영화제가 많거든요.” 한국 대표 감독이라는 소리에 불과 여섯 편만 찍었을 뿐이라며 큰 덩치를 한껏 웅크린다. “뉴욕에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분 나이가 일흔다섯 정도일 거예요. ‘택시 드라이버’ 40주년 모임을 했다고 하니 연세가 얼마나 많으시겠어요. 그런데 다음 작품 이야기를,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로버트) 드 니로의 동작까지 직접 재현하며 열정적으로 해 주는 거예요.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죠. 저도 그 나이 때까지 영화를 찍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옥자’는 전국 83개 극장, 10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빼고는 가장 작은 규모다. 어쩌면 멀티플렉스 등장 이전의 극장가 풍경을 되살릴지도 모른다. ‘서편제’, ‘장군의 아들’을 보려고 인산인해를 이루던 그 모습 말이다. “보조 출연자라도 풀어야 할까 봐요. 하하하. ‘살인의 추억’ 때만 해도 서울극장 2층 커피숍에 모여서 줄을 선 관객들을 내려다보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예를 들어 어느 시골의 한 50대 여성 관객이 버스터미널에서 시간이 남아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옥자’를 보고는 ‘재미있네, 그 동물 귀엽네’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으면 정말 짜릿할 것 같아요. 영화 자체의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그런 분들이 어딘가엔 있겠죠? 하하하.”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웰에이징 시대, 주거 쾌적성 높이는 ‘테라스하우스’ 수요↑

    웰에이징 시대, 주거 쾌적성 높이는 ‘테라스하우스’ 수요↑

    부동산 시장에서 테라스하우스 열풍이 불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트랜드가 웰빙과 힐링을 넘어서 ‘웰에이징(well-aging)’으로 진화하면서 주거 쾌적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테라스하우스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테라스하우스란 위층의 세대가 아래층 세대의 지붕을 정원으로 활용하는 구조의 주택으로, 단독주택의 쾌적성과 아파트의 편리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집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나만의 공간을 보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져 부동산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거공간으로 떠오르게 됐다. 또한 최근에 입주를 시작하거나 공급에 나선 테라스하우스들은 아파트에서 누릴 수 있는 커뮤니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테라스를 바비큐파티장,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등 일반 아파트에서 보기 힘든 여가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분위기 덕에 기입주를 시작한 테라스하우스에는 웃돈이 훌쩍 붙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별내 해링턴코트’는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분양가 대비 5,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리고 최근 분양한 단지들도 흥행열풍이 불고 있다. 분양시장의 비수기였던 올해 초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된 ‘자이더빌리지’는 평균 33대1의 청약률로 계약 나흘만에 완판됐으며,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청주에서는 ‘동남지구 대원칸타빌 더 테라스’가 1순위 당해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부동산 관계자는 “주거여건 중 쾌적한 환경에 대한 니즈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테라스하우스의 인기 또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테라스하우스가 새로운 주거트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대세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일대에 공급된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가 현재 약 70%의 입주율로 순항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는 대림산업이 처음으로 선보인 테라스하우스로, 지하 1층~지상 4층, 35개 동, 총 576세대로 구성된다.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는 분양 시 계획되었던 테라스를 포함해 특화설계가 그대로 반영되면서 설계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신 주거트랜드로 자리잡은 테라스가 전 세대에 도입되면서, 최상층(4층) 세대는 다락방과 연계한 옥상 테라스가 시공됐다. 1층 일부 세대에는 테라스뿐만 아니라 주거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층이 시공됐다. 테라스면적은 전용면적 기준으로 최소 13㎡에서 최대 90㎡에 달하며, 전용률도 79~81% 수준으로 높다. 더불어 전면과 후면이 모두 외창을 면하고 있는 맞통풍 구조(일부세대 제외)로, 채광과 통풍에 유리하며 천장높이를 20cm 가량 높게 설계해 밝고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는 광교웰빙타운에 자리잡고 있으며, 인근에 성죽공원과 솔내공원, 열림공원, 생태하천 등이 단지와 인접해 쾌적한 주거여건을 자랑한다. 단지 인근에는 광교초병설유치원, 광교초·중, 홍재도서관 등 학교 등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어 교육환경도 좋아 기대감이 높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쓰촨성 산사태서 부모 구한 갓난아기 울음

    쓰촨성 산사태서 부모 구한 갓난아기 울음

    사고 당일 새벽 울음소리에 깼다 굉음에 놀란 부부 유일하게 생존젖먹이의 울음소리가 부모를 살렸다. 그러나 더이상의 기적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난 24일 새벽 중국 쓰촨성 아바 티베트족·창(羌)족 자치주의 마오현 뎨시진 신모촌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사태로 옹기종기 모여 살던 62가구가 흙더미와 암석에 깔렸다.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발 1600m에 이르는 협곡 정상이 무너져 내리면서 눈덩이처럼 부푼 토사가 순식간에 마을을 삼킨 것이다. 쓰촨성 정부는 25일 오후까지 사고 현장에서 시신 10구를 수습했고 93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앞서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전까지 시신 24구를 수습했고 109명이 실종상태라고 보도했으나 쓰촨성 정부가 직접 확인에 나서 희생자 현황을 정정했다.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산사태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생후 1개월 된 아기와 그 아기가 구해낸 엄마·아빠뿐이었다. 차오타솨이와 아내 샤오옌춘은 아기가 새벽 5시쯤 갑자기 크게 울자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다시 잠에 들려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렸고 지면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지진이라고 생각한 부부는 아들을 안고 진흙이 들이닥치는 방안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다. 차오는 “아기가 울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할 수 없다”며 몸을 떨었다. 엄마·아빠의 목숨을 구해낸 신생아는 구조 직후 입과 코에 진흙이 차고 대변에서 모래가 나오기도 했지만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나 함께 살던 차오의 노부모와 3살배기 딸은 실종 상태다. 2586명이 투입된 구조 현장에선 또 한 차례의 기적이 일어날 뻔했다. 실종자에게 일일이 휴대전화를 걸던 한 구조대원은 돌무덤에 깔린 한 여성과 통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여성은 희미한 목소리로 “좀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대원은 여성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계속 통화를 시도했고 다른 대원들은 필사적으로 땅을 팠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 흐른 뒤에 여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원들이 흙더미와 암석을 들어냈을 때에는 나란히 누운 남성과 여성의 시신이 있었을 뿐이다. 뎨시진은 예전부터 지진대의 취약한 지질 구조로 인해 잦은 지진과 산사태, 물난리 등 재난에 시달렸다. 1933년 8월 ‘뎨시 지진’이 발생해 2만명이 죽거나 다쳤다. 산사태가 발생한 마오현은 2008년 5월 발생한 규모 8.0의 쓰촨대지진 피해를 직접 겪었던 곳이다. 진원지인 원촨현과는 40㎞ 거리에 불과하다. 당시 지진으로 마오현에서만 3933명이 숨지고 336명이 실종됐다. 창족은 갑골문에도 출현하는 중국 소수민족의 ‘살아 있는 화석’ 같은 존재로, 중국 전설상의 염제(炎帝)와 우(禹) 황제가 선조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산사태로 해당 지역의 수로 2㎞가량이 토사에 가로막히고 도로 1600m가 유실됐다. 흘러내린 흙더미는 1800만㎥에 달하며 산사태의 최대 낙차도 1600m에 달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투탕카멘의 속옷감, 수천년 뒤 지폐로 쓰이다

    투탕카멘의 속옷감, 수천년 뒤 지폐로 쓰이다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그레그 제너 지음/서정아 옮김/와이즈베리/480쪽/1만 6000원 최근 TV에선 ‘아재들의 수다’가 화제다. 나영석 PD가 새로 선보인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그 중심에 있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 등 각자의 분야에서 잡학박사로 이름난 이들은 키워드 하나만 입에 올리면 줄줄이 이어지는 수다로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등 전방위를 아우르는 지식과 입담을 자랑한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보듯 “알아두면 쓸데없다”고 미리 연막을 쳐놨지만 시청자들은 외려 그 ‘쓸데없음’에 빠져든다. ‘장어는 정력에 좋은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지금도 느낄 수 있는가’, ‘한국인은 왜 커피를 많이 마시나’ 등 이들의 수다는 일상과 긴밀히 맞닿아 있는 의문과 탐구이다. 때문에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과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는 그런 측면에서 ‘알쓸신잡 유의 책’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하다. 영국의 대중 역사평론가로 TV 역사 다큐멘터리, 드라마에 역사 지식을 불어넣어 온 저자는 거대한 역사에서 하찮게 여겨 온 개인의 일상에 숨겨진 기상천외한 뒷얘기에 주목한다. 먹고 마시고 일하고 싸고 자는, 인간의 지극히 평범한 일과가 어떻게 지난 100만 년의 역사와 긴밀히 엮여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탐구하는 책의 질문은 이렇게 압축된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지금처럼 살게 됐는가.’이야기는 어느 토요일 아침 눈을 떠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간대별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되풀이하는 행위와 그때마다 사용하는 물건, 먹는 음식들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간다. 왜 인간은 시간을 절대적인 지령으로 받들며 움직이게 됐을까. 밤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기신기신 일어나는 우리의 모습은 250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최초의 자명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아카데미아 학생들이 늦잠을 자느라 오전 강의 시간 지각이 속출하자 자명종의 존재가 절실했을까. 확증은 없지만 고대의 학생들과 요즘 학생들이 꼭 겹쳐 보이는 풍경이다.고대 이집트의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시신을 싸고 있던 수의, 아마포는 청동기 시대였던 당시 ‘모든 이들의 옷감’이었다. 1922년 발견된 투탕카멘의 묘에서는 멋진 황금과 장신구, 석관 등이 발굴됐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또 하나 있었다. 보이스카우트 캠프를 떠나는 소년처럼 무덤에 145벌의 아마포 속옷도 같이 묻혔던 것. 아마포의 ‘위대한 쓰임’은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우리의 침대나 식탁에 깔려 있을 뿐 아니라 지갑 속에서도 지폐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저자 특유의 ‘뼈 있는 익살’은 500쪽에 가까운 벽돌책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중상주의가 싹튼 13세기 유럽 여러 도시에서 종탑 꼭대기에 설치된 대형 기계식 시계를 두고 하는 말이 한 예다. ‘(도시 종탑의 대형 시계는) 쉴 새 없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현재 시각을 알렸다. 현찰을 긁어모을 수 있는 영업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으니 당장 거리로 나가라고 외쳐대는 셈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도널드 트럼프와 하는 짓이 비슷했다. 머리 모양이 우스꽝스럽지 않다는 점만이 달랐다. 시계탑의 감시 아래 봉건주의는 자본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갑자기 시간이 돈이 되었다.’(35쪽) 남녀가 내외도 하지 않고 긴 벤치에 앉아 함께 대변을 봤던 로마의 공중변소 포리카, 자위 행위에 대한 혐오로 탄생했다는 시리얼 등 지금 들으면 아연한 일상의 역사들도 촘촘히 채워져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 전에 살다 간 사람과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닮은꼴로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경이로움이 엄습한다. 큰 간극이 있다고 여긴 선조의 삶과 현대인의 삶 사이에 교집합을 발견하도록 하는 게 저자가 책을 쓴 의도이기도 하다. “석기시대 동굴 거주민과 우리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인류가 태초 이래로 항상 해 오던 것과 매우 비슷한 행위를 날마다 되풀이한다. 근본적으로 이 책은 당신과 나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다 보니 그저 배경이 과거가 되었을 뿐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경산서 1500년 前 고대 왕국 인골 발견

    경산서 1500년 前 고대 왕국 인골 발견

    경북 경산 지역에 1500여년 전 자리했던 고대 왕국 압독국의 최고 지배층 것으로 보이는 무덤과 인골이 발굴됐다. 사진은 순장자의 것으로 보이는 인골. 문화재청 제공
  • 최후의 발악 IS, 성지까지 스스로 폭파

    최후의 발악 IS, 성지까지 스스로 폭파

    존립 위기에 극단적 선택한 듯…“모스크 파괴는 패배 인정한 것”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1일(현지시간) 이라크 모술의 대표적 종교시설이자 세계적 문화유산인 ‘알 누리’ 대(大)모스크를 스스로 폭파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알 누리는 IS의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2014년 ‘칼리파 제국’(신정일치 체제) 수립을 선포하며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으로, IS에 의미가 큰 장소다. 수세에 몰린 IS의 ‘최후의 발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라크군의 압둘아미르 얄랄라흐 중장은 “이라크군이 알 누리 모스크의 50m 앞까지 포위해 가자 수세에 몰린 IS가 사원과 첨탑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알 누리 모스크를 중심으로 저항하던 IS가 이라크군이 포위망을 좁히면서 거세게 압박하자 아예 모스크를 폭파시켜 버린 것이다. 모술 탈환을 눈앞에 둔 이라크군은 IS가 국가를 참칭한 장소인 이 모스크를 수복한 뒤 IS 격퇴전의 승리를 선언할 참이었다. 그러나 IS를 대변하는 아마크통신은 “알 누리 모스크가 미군의 공습에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은 IS의 핵심 근거지로, 유전 지대가 가까워 IS의 돈줄 역할을 한 곳이다. 이곳에서 합법 정부를 참칭한 IS는 각종 선전물을 통해 모술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국가 통치 체계의 성공 사례로 과시해 왔다. 때문에 모술을 잃으면 IS는 조직의 실질적, 상징적 존립에 상당히 큰 타격을 받게 된다. IS가 알 누리 모스크를 이라크군에 뺏기느니 차라리 폭파하는 것을 택한 이유다. 충격적인 것은 IS가 스스로 이슬람 사원을 폭파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IS는 자신들이 우상숭배 및 이단행위라고 비판하는 다른 종교의 유물·유적을 파괴해 왔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IS가 모스크를 파괴한 것은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IS는 지난해 10월 미군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군이 본격적 모술 탈환 작전에 돌입한 이후 세력을 급격히 잃고 있다. 이라크군은 현재 모술에서 IS 최후의 보루인 구시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대부분 탈환한 상태다. 존립 위기에 몰린 IS는 주민 10만여명을 인간방패로 억류하는 등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그러나 IS가 모술을 내주며 구심점을 잃는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IS가 본거지에서의 활동이 위축된 이후 오히려 유럽과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의 ‘외로운 늑대’에 의한 자생적 테러는 더욱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IS 구성원이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만이 아니라 터키, 러시아 체첸 반군 등 주변국 출신도 상당하기 때문에 IS가 해체된 후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IS 세력을 재생산할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적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IS의 ‘반달리즘’ 만행이 계속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에 폭파된 알 누리 모스크도 이라크 화폐에 인쇄될 만큼 중동의 대표적 유적이다. IS는 2014년에도 모술을 장악한 뒤 세계적 기독교 유적인 ‘요나의 무덤’을 파헤치고 교회를 폭파시켰고, 2015년 2월에는 모술 박물관에 난입해 대형 망치와 드릴로 수천년 된 고대 석상과 조각들을 마구 파괴하고, 이를 찍어 인터넷에 자랑스럽게 유포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사막의 진주’ 바알샤민 신전을 폭파해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해 8월에는 팔미라의 신전까지 파괴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경산서 1500여년 전 압독국 최고 지배층 무덤 발굴

    경산서 1500여년 전 압독국 최고 지배층 무덤 발굴

    삼한시대 압독국(押督國)의 최고 지배자 무덤이 경북 경산시에서 발견됐다. 압독국은 신라가 낙동강 주변 지역을 장악하기 전인 4세기까지 경북 경산에 자리 잡았던 작은 나라다.경산시는 22일 2015년부터 한빛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경산시 임당동 1호 고분(국가사적 516호)에서 압독국 지배자 무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빛문화재연구원은 무덤의 축조 시기를 5세기 말 또는 6세기 초로 추정했다. 무덤 안에서는 은제허리띠·순금 귀걸이·금동관모·고리자루칼 등을 발굴됐다.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압독국 최고 지배자로 보이는 성인 남자의 유골 한구와 순장자로 추정되는 어린아이 인골(이빨) 1점도 출토됐다.황종현 경산시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임당동·조영동 고분군 내에서 많은 무덤이 발견됐지만 도굴되지 않고 매장 당시 복식을 그대로 갖춘 압독국 최고 지배자의 무덤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삼국시대 상장례, 순장 풍속 등 고분 문화 연구와 지역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NFL] 성정체성 숨기기에 맞춤? “놀릴까봐 ‘극단’ 계획했다“

    [NFL] 성정체성 숨기기에 맞춤? “놀릴까봐 ‘극단’ 계획했다“

    “게이라고 놀릴까봐 극단적인 선택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까지 짠 일이 있답니다.” 거친 짐승들의 세계로 여겨지는 미국프로풋볼(NFL)은 의외로 성정체성을 숨기기에 맞춤한 곳이라고 여기는 동성애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캔자스시티 칩스의 라인맨이었던 라이언 오캘러헌(33)이 NFL 선수 출신으로는 일곱 번째 커밍아웃을 했다고 영국 BBC가 22일 전했다. 그는 스포츠에서의 성소수자(LGBT) 문제를 주로 다루는 미국 웹사이트 매체 ‘아웃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단과 리그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성정체성을 숨겨왔으며 심지어 캔자스시티 집 근처에 오두막을 짓고 총기들을 구입해 비밀을 무덤으로 가져갈 계획을 짰다고 털어놓았다. 201㎝ 149㎏의 우람한 몸집의 그는 “누구도 커다란 덩치의 풋볼 선수가 게이라고 짐작하지는 않더라”며 “풋볼팀은 성정체성을 숨기는 데 맞춤한 곳”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북쪽의 보수적인 동네에 있는 고교를 다닐 때 성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운동을 하며 진통제 중독에 빠졌는데 “몸의 통증을 줄이는 것뿐만아니라 게이로서 사는 것의 고통마저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며 “비코딘을 먹으면 게이로서 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또 NFL 경력이 시들자 가족을 멀리하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자살을 가족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고 했다. 어느날 스콧 피올리 캔자스시티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해 “전 게이입니다”라고 고백하자 피올리 감독은 “그래서 네가 나한테 얘기하고자 하는 게 뭔데?”라고 되물었다고 덧붙였다. 2011년 은퇴한 오캘러헌은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커다란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게이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많은데 나같은 사람이 얘기를 공유하고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에서는 커밍아웃을 하는 사례가 드물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2013년 제이슨 콜린스가 최초의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 역시 다음 시즌 브루클린 네츠로 이적한 뒤 시즌을 마치고 바로 은퇴했다. 커밍아웃을 한 뒤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가 미국의 메이저 종목에서도 녹록치 않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책의 발견, 도서전의 반전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책의 발견, 도서전의 반전

    전설이라도 듣는 줄 알았다. 출판사들은 70~80% 후려친 가격의 책들을 항아리에 쏟아 놓고 팔았다, 학습지·전집을 쓸어담으려고 관람객들은 카트까지 동원했다는 얘기들…. 도서정가제 시행 전 서울국제도서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서전이 재고떨이의 장으로 전락해 ‘책의 무덤’이 된 격이다. 할인은 그렇게 도서전의 동력이 됐다. 독자와 출판사를 그러모으던 도서전의 동력은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사라졌다. 어디서나 책값은 같으니 굳이 품과 시간을 들여 도서전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할인으로 이득을 보던 출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몇 년간 도서전에 출판사와 독자들의 참여가 뚝 떨어진 이유다. 때문에 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은 “도서전이 대체 뭘 하는 곳인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많았다”며 “할인 혜택이 없는 상태에서 도서전이 어떻게 독자와 만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고 했다. 지난 18일 폐막한 ‘2017 서울국제도서전’은 이런 우려와 변화의 의지를 품고 열렸다. 올해 주제를 ‘변신’으로 잡은 이유다. 15일 찾은 현장에서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평일 오후인데 입구에는 100여명이 몰려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문학 자판기’ 앞에는 자판기 마음대로 뽑아 주는 글귀를 받아 보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특히 전국의 개성 있는 동네 책방 20곳이 추천 도서로 꾸민 ‘서점의 시대’는 비집고 들어서기 난감할 만큼 북적였다. 평소 서점을 찾는 손님 수만 생각해 ‘소심하게’ 책을 들고 온 책방 주인장들은 나흘간 거듭되는 ‘품절 사태’에 기뻐하면서도 당혹했다. 각 출판사 부스에 앉아 있던 작가들은 관람객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책 이야기를 나눴다. 서민, 은유 등 유명 저자들은 독자들과 1대1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며 ‘당신에게 맞는 책’을 처방해 줬다. 이렇게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쓰고 만들고 소개하고 읽는, 책을 매개로 이어진 사람들의 축제가 됐다. “참신한 기획이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지난해보다 2배 많은 2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이유다. 당초 도서전 실무진들은 참여를 꺼리는 출판사, 서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읍소해 전시장으로 이끌어 내느라 진땀을 뺐다. 그런데 개막 하루 만에 “참여할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출판사들의 전화 세례를 받았다. 도서전이 ‘변신’에 성공한 원인은 ‘책의 발견’으로 모아진다. 독자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어서, 서평이 많아서라는 극히 협소한 이유로 책을 고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서전은 풍부한 이야깃거리, 뜻밖의 재밋거리로 ‘나의 취향과 개성에 맞는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줬다. 충북 괴산의 동네책방 숲속작은책방의 백창화 대표는 “결국 사람들이 원했던 건 책을 싸게 사는 게 아니라 원하는 책을 발견하는 것, 기꺼이 가치를 치를 수 있는 책에 관한 스토리텔링이었다”고 했다. 도서전 문학 자판기에서 뽑은 글귀처럼 말이다. ‘다시 이야기 속에서 시작한다. 꿈이 예감을 이끌었다. 웃음이 숲을 흔들었다. (중략)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의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김상혁의 시 ‘나는 이야기 속에서’)
  • 김상조에 ‘백기 투항’한 치킨 업계…다음 차례는 어디?

    김상조에 ‘백기 투항’한 치킨 업계…다음 차례는 어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가운데 프랜차이즈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새 위원장이 취임하자 치킨 가격 인상을 유발한 BBQ치킨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다. 업계는 치킨 프랜차이즈 다음 차례에 주목하고 있다. ◇ 치킨 ‘빅3’ 백기 투항…가격 인상 없던 일 BBQ는 16일 최근 두 차례 올린 30개 치킨 제품값 전체를 원상복구 하겠다고 갑자기 발표했다. 공정위가 BBQ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불과 3∼4시간 만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양계농가 보호와 물가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BBQ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여론 악화와 공정위 조사 등 전방위 압박 탓에 백기를 들었다고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업계 1위 교촌치킨도 같은 날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백지화했다. 업계 2위 BHC치킨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시적이지만 한 달간 가격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업계 빅3’가 모두 손을 들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BBQ 현장조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가 초긴장 모드로 전환됐다”고 전했다. ◇ “올 것이 왔다”…프랜차이즈업계 ‘덜덜’ 공정위가 치킨 가격 인상 움직임을 ‘단칼’에 정리하자, 다음 타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치킨 이외의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폐업률이 높고, 이 과정에서 가맹 본사의 ‘갑질’이 고질화됐다.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에 부과한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구매·마케팅·영업지원 명목으로 받는 가맹금)를 둘러싸고 최근까지도 가맹점주들과 법정 싸움을 벌였다. 이달 초 열린 항소심에서 법원은 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계약서상 근거 없이 물린 어드민피를 돌려줘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어드민피를 내기로 합의서를 작성한 가맹점주들에게는 피자헛이 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며 1심 판단을 일부 뒤집었다. 특히 피자헛은 이 문제와 관련, 이미 올해 초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2천600만원을 부과받았지만,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다른 외식업체들도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아왔다. 9일 공정위는 ‘죠스떡볶이’를 운영하는 죠스푸드가 본사 부담 점포 리뉴얼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겼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00만원을 물렸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소고기 장조림 등 식자재를 특허받았다고 속여 가맹점에 공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위로부터 46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가맹본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제,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협약 미이행, 필수물품 구매 강제를 통한 폭리 행위 등 가맹본사의 ‘횡포’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여론도 좋지 않은데 가격 인상 등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해봤자 역풍을 맞을 수 있어 튀는 행동을 자제하고 가맹점주에게도 현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 유통·패션업계도 덩달아 ‘긴장’ 유통업계도 덩달아 긴장하는 모양새다. 공정위의 칼끝은 일단 프랜차이즈업계를 향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 유통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갑질’ 문제를 지적해왔기 때문에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불공정거래 논란이 불거지면 유통업체들도 공정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복합 쇼핑몰이 임대사업자로 적용돼 대규모 유통업법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수수료율 공개제도를 대형마트·오픈마켓·소셜커머스까지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수료율 공개제도는 납품·입점업체가 백화점, 홈쇼핑 등에 내는 판매수수료를 매년 공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납품업체들이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에 부당한 수수료를 내지 않게 하려고 2012년 도입됐다. 현재 백화점과 홈쇼핑만 적용받고 있다. 정부는 하도급거래 등과 관련해 고의적인 행위로 발생한 피해에는 3배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의무휴업, 출점 제한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갑질’ 주범으로 지목되면 자칫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업계는 이래저래 긴장할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개사는 지난해 5월 부당감액·부당반품·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220억원, 10억원, 8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후 대형마트들은 ‘갑질’을 한 임직원에게 즉시 정직·해고 등 중징계 처벌을 내리는 등의 자율시정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앞으로 납품업체, 협력업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가 불공정 하도급 관행 개선에 대대적으로 나서면 유통뿐만 아니라 소비재 기업 전반이 사정권에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패션·뷰티업계의 ‘갑질’ 여부를 공정위가 들여다볼 것이라고도 관측하고 있다. 양계사업으로 출발해 최근 재계 30위 대기업으로 성장한 하림도 긴장하고 있다. 하림은 회장이 25세 아들에게 편법으로 회사를 물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으로 지목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문제와 관련해 법률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면서 하림을 거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순교자 넋 닮은 진산성당… 조촐해서 더 아름다운 공간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순교자 넋 닮은 진산성당… 조촐해서 더 아름다운 공간

    충남 금산군은 커다란 분지로 봐도 좋을 것이다. 동쪽으로는 태백산에서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버티고 있다. 서쪽은 마이산에서 대둔산, 계룡산을 건너 부소산에서 마무리되는 금남정맥이 가로막고 있다. 대간이나 정맥이 아니더라도 사방팔방 끝없이 이어지는 봉우리에 포위돼 있다. 진산면은 금산군의 서쪽 끝이다.금산과 진산은 백제시대 이후 전라도이기도, 충청도이기도 했다. 고종 32년(1895) 8도(道)의 지방행정구역을 23부(府)로 개편할 때는 공주부에 속했다가 이듬해 전국을 13도로 개편하면서 전라북도에 들어갔다. 하지만 고려 중기부터 조선 후기까지는 줄곧 전라도 땅이었다. 진산군은 1914년 금산군에 병합됐고, 금산군은 1963년 충청남도에 편입됐다. 진산이라는 땅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아무래도 진산사건 때문일 것이다. 역사책은 ‘정조 15년(1791) 전라도 진산에 사는 윤지충과 권상연이라는 선비가 천주교 교리에 따라 부모의 제사를 거부하고 위패를 불태운 사건’이라고 적고 있다. 두 사람은 전주 풍남문 밖에서 참형에 처해졌다. 최초의 가톨릭 순교자가 된 두 사람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복자(福者)의 반열에 올랐다. 이렇듯 전라도 천주교의 발상지와도 같은 고장이니 ‘충청도 진산’은 조금 낯설다. 진산은 아름다운 고장이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대둔산이 진산면과 전북 완주군 운주면, 충남 논산시 벌곡면에 걸쳐 있다. 진산은 해발 878m의 대둔산 동쪽 기슭에 아늑하게 파묻혀 있는 청정지역이다. 게다가 농사지을 땅은 제법 넓어 보이니 얼핏 봐도 살기 좋은 고을이다.지금 진산에서 윤지충과 권상연의 흔적을 찾으려면 진산성지성당으로 가야 한다. 조촐함의 극치여서 더욱 아름다운 진산성당은 프랑스인 파르트네 신부가 1927년 지었다고 한다. 지방리 공소 시절이다. 당시 사진을 보면 종탑의 모습이 지금과는 조금 다르다. 1983년 종탑을 개조하면서 다른 성당들처럼 제단과 마주 보는 정면에 출입문을 새로 냈다고 한다. 처음 지을 당시 성당에는 남동쪽에 남성용 출입문, 북서쪽에 여성용 출입문이 있었을 뿐이다. 쓰이지는 않지만 두 개의 출입문은 지금도 남아 있다. 성당은 한식 목구조의 슬레이트 지붕 건물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가운데 신랑(身廊)의 좌우로 나무 기둥을 세워 측랑(側廊)을 상징하도록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럽 가톨릭 교회의 대표적 양식인 3랑(廊) 구조의 바실리카를 소박하게나마 재현한 것이다. 정면에서 보아 제단 오른쪽에는 윤지충과 권상연의 초상화가 놓여 있다. 순교자를 기리는 교회답다. 진산성당은 최근 국가가 지정하는 등록문화재가 됐다.성당 앞 작은 잔디밭에는 두 순교자를 기리는 기념비가 각각 세워져 있다. 가톨릭 교회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두 사람을 기린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친척들은 처형된 지 9일 만에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둘 수 있었다. 이때 그 시신이 조금도 썩은 흔적이 없고, 형구에 묻은 피가 방금 전 흘린 것처럼 선명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교우들은 여러 장의 손수건을 순교자의 피에 적셨으며, 그중 몇 조각을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당시 죽어 가던 사람들이 이 손수건을 만지고 나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무덤은 아직 찾지 못했다. 정조실록에는 이런 대목이 보인다. “이처럼 지극히 흉악하고 패륜한 일은 인류가 생긴 이래로 들어 보지 못한 일입니다. 이런 자들에게 극률(極律)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인심을 맑게 하고 윤리를 바르게 할 수가 없습니다. 양적(兩賊)은 여러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부대시(不待時)로 참형에 처하고 5일 동안 효수함으로써 하여금 강상(綱常)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사실과 사학은 절대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부대시’란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사형은 추분까지 기다려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중죄인은 예외였다. ‘강상’은 유교의 기본 덕목인 삼강(三綱)과 오상(五常)을 말한다. 형조에서 이렇게 진언하자 정조는 “전라도 진산군은 5년을 기한으로 현으로 강등하여 쉰세 개 고을의 제일 끝에 두도록 하라. 그리고 해당 수령이 그 죄를 짓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감히 관청에 있어서 몰랐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먼저 적발했다는 것을 가지고 용서할 수는 없다.…해당 군수는 먼저 파직하고 이어 잡아다가 법에 따라 무겁게 처벌토록 하라”고 했다. 이런 지경이었으니 ‘죄인’의 시신을 수습했다고는 해도 진산으로 옮겨와 제대로 무덤을 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덤뿐 아니라 두 순교자가 살던 집이 어디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두 사람의 집이 헐린 것은 물론 집터는 연못이 됐다고 한다. 집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두 사람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진산성당의 중요성은 커진다. 윤지충의 6대조는 고산 윤선도이고, 증조부는 ‘자화상’으로 알려진 화가 공재 윤두서다. 윤지충에게 가톨릭 교리를 알려 준 사람은 다산 정약용 형제라고 한다. 다산에게 고산은 외가 쪽으로 6대조가 된다. 그러니 윤지충과 다산도 그리 멀지 않은 친척이다. 권상연은 윤지충보다 여덟 살이 많은 외사촌이다. 모두 천주교로 얽힌 집안이다.한국 천주교회는 이승훈이 정조 8년(1784)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와 최초의 신앙 공동체를 형성한 직후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양반가의 젊은이 사이에 천주학이 유행처럼 번지는 분위기에 걱정스러운 시선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사제 파견을 요청하러 베이징에 갔던 훗날의 순교자 윤유일이 뜻밖의 소식을 전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천주교 신자는 조상에 대한 전통적 제사를 지내서는 안 된다”는 베이징교구장 구베아의 명령을 들고 온 것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양자택일을 강요받았고 많은 사람이 신앙을 버렸다. 윤지충에게 신앙을 전했던 정약전과 정약용도 교회를 떠났다. 전통적 유교 윤리에 포용적이던 예수회 신부들의 저서로 천주교를 배운 초기 신자들이 ‘제사는 이단’이라는 파리외방선교회가 중국 교회의 주도권을 잡은 이후 혼돈에 빠진 것으로 천주교회사 연구자들은 보는 듯하다. 이런 역사적 환경에서 진산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한 전주감영의 남문 밖 형장 터에는 1914년 전동성당이 세워졌다. 진산에서 배티고개를 넘어 전주로 가는 길은 그대로 두 사람이 관군에 붙잡혀 압송된 루트이기도 하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둔산을 비롯한 주변의 풍광은 덤이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7일의 왕비’ 박민영, 연우진 정체 확인 “맞잖아” 애틋 눈물

    ‘7일의 왕비’ 박민영, 연우진 정체 확인 “맞잖아” 애틋 눈물

    ‘7일의 왕비’ 로코와 멜로를 넘나든다. 그야말로 마성의 로맨스사극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연출 이정섭/제작 몬스터 유니온)는 팩션 로맨스 사극이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배경으로 풍성한 상상력이 더해진 것. 그만큼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유려하게 그려낼 수 있다. 여기에 로맨스라는 요소가 더해지니 시청자의 몰입도는 수직 상승할 수밖에 없다. 60분 내내 시청자들이 설레기도, 눈물 짓기도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15일 방송된 ‘7일의 왕비’ 6회에서는 이 같은 팩션 로맨스사극으로서의 강점이 눈부시게 빛났다. 극중 신채경(박민영 분)이 설레면 TV 앞 시청자도 함께 설렜다. 이역(연우진 분)이 애써 마음을 억누르고 신채경을 밀어낼 때면, 시청자도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이융(이동건 분)이 신채경 때문에 노심초사할 때면, 시청자도 함께 마음이 아렸다. 이날 방송은 신채경을 향한 이역의 기습 입맞춤으로 시작됐다. 이역은 모진 말로 신채경을 계속 밀어냈다. 그러나 입맞춤 이후 신채경은 더욱 그가 진성대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됐다. 결국 신채경은 아침부터 이역을 찾아갔고,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기생집까지 찾아가 예뻐지는 비결을 배우기도 했다. 쉴 새 없이 다가오는 신채경을 보며 이역 역시 자꾸만 마음이 흔들렸다.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 돌아오기 위해 쓴 고통을 맛본 5년 동안, 그녀가 이융과 가깝게 지냈다는 것에 화가 났다. 이역은 자꾸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신채경을 끊어내기 위해, 이융과 가까워진 그녀를 괴롭혀주고 싶었다. 급기야 이역은 신채경을 진성대군이 가짜 무덤 앞에까지 데려가, 모진 말을 쏟아 부었다. 신채경은 죄책감과 고통에 휩싸였다. 진성대군의 무덤 앞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신채경을 발견한 이가 이융이었다. 이융은 퍼붓는 빗속에서 이역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만 쏟아낸 신채경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그녀 곁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진성대군이 진짜 죽은 것인지, 진성대군과 닮은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려 했다. 그러던 중 신채경이 위험에 빠졌다. 간신 임사홍(강신일 분)이 신채경을 이용해 진성대군을 잡아 들이고자 한 것. 어두운 밤, 금방이라도 누가 나타날 듯 아슬아슬한 위기 순간 이역이 신채경의 손을 낚아챘다. 이어 왜 숨어야 하는지 묻는 신채경에게 이역은 무심코 “잘못한 게 없어도 죽을 수 있다”고 말해버렸다. 이는 과거 신채경-이역이 나눴던 대화와 똑같다. 이역의 정체를 확인한 채경은 그를 안으며 “맞잖아”라고 눈물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방송은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를 넘나들었다. 신채경이 이역을 만나기 위해 전당포를 찾아 갔을 때, 두 사람이 함께 과거 추억의 장소들을 돌아다닐 때 ‘7일의 왕비’는 로맨틱 코미디와도 같았다. 신채경-이역의 움직임에, 두 사람 얼굴에 얼핏 얼핏 서리는 미소에 시청자 가슴도 설렜다. 이어 깊은 멜로가 그 자리를 채웠다. 신채경을 여전히 오매불망 그리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애써 모진 말을 해야 하는 이역의 마음이 가슴 시렸다. 그 사실을 모른 채 홀로 힘겨워하며 눈물 지은 신채경 역시 애틋했다. 힘겨워하는 신채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함께 힘겨워하는 이융의 감정도 슬펐다. 일련의 감정들이 시청자로 하여금 높은 몰입도와 감정이입도를 유발했다. 설레더니 슬프고, 아프더니 애절했다. 로코와 멜로를 넘나드는 극 전개는 60분 내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신채경은 이역의 정체까지 알아버렸다. ‘7일의 왕비’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시청자는 일주일 동안 애가 탈 것이다. 한편 ‘7일의 왕비’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두 스님의 통찰력, 언어에 녹아들다

    두 스님의 통찰력, 언어에 녹아들다

    한국 불교의 맏형 격인 조계종단에서 큰 소임을 맡고 있는 원철(포교원 포교연구실장)과 현응(교육원장). 두 출가승은 다른 듯하면서도 많이 닮았다고 한다. 어디 한 군데 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강요하지 않는 사고의 유연함 때문이다. 두 스님 책이 나란히 출간돼 화제다. 원철의 여섯 번째 산문집 ‘스스로를 달빛 삼다’(휴)와 영문판으로 발간된 현응의 화제작 ‘깨달음과 역사’(불광출판사). 저자 자체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두 출가승의 역작이 불교계를 달구고 있다.올해로 절집 생활 31년째를 맞은 원철 스님은 소문난 ‘불교계의 글쟁이’다. 첫 산문집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2008)를 비롯해 내는 책마다 2만~3만권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연기’와 ‘중도’라는 불교의 두 축을 수행과 일상에서 끊임없이 녹여내고 실천하려 애쓰는 그 스님은 “종교 틀에 갇히지 않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려 한다”며 알기 쉬운 대중의 언어로 삶의 이치와 관상을 녹여낸다. 이번 산문집도 예외는 아니다. 책 제목은 ‘자신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라’(自燈明 法燈明)는 석가모니의 마지막 가르침으로 닿는다. 등불을 달빛으로 바꿨을 뿐이다. 수도 서울에 사는 중이라 해서 ‘글쓰는 수도승(首都僧)’으로 회자되는 스님의 심중과 철학이 순하디순한 언어로 풀어진다. 자신의 처지인 수행자의 일상이며 경전·선어록의 알기 쉬운 해석, 자연의 이치와 공간을 향한 속 깊은 배려…. 그 예사롭지 않은 사색들이 촌철살인의 위트로 버무려져 편하고 맛깔스런 재미로 다가온다. “남쪽의 귤이 북쪽에 가면 탱자가 되지만, 그럼에도 봄이 되면 꽃은 함께 핀다”는 스님이다. 본질은 고정된 게 아니라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그 철학은 책 갈피갈피에 스며 있다. 세상을 둘러싼 자연과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밴 집이며 수행 공간인 절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여행과 예술, 책, 그리고 커피와 베트남 국수를 향한 기호는 여느 속인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글쓰기에 얹어 전했다는 소회다. “배롱나무꽃도 무덤 옆에선 처연해 보이지만, 부잣집 정원수로 심기면 전혀 느낌이 다른 법이지요.”영문판으로 출간된 현응 스님의 ‘깨달음과 역사’는 한국 불교계를 뜨겁게 달군 이른바 ‘깨달음 논쟁’을 촉발시킨 책.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무렵 “이 시대 불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며 고민했던 현응 스님이 세수 35살 때인 1990년 출간한 명저다. 깨달음의 시각으로 역사를 비춰 보고 실현하는 실천적 삶을 천명한 현응 스님은 “사회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불교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2015년 그 책 발간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학술 세미나를 계기로 불교계가 논쟁 도가니에 빠졌었다. ‘깨달음은 학습해서 이해하는 것인가, 수행해서 깨치는 것인가.’ 이번 영문판은 현응 스님의 책을 읽고 감명받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홍창성 교수 부부가 번역에 나서 출간됐다. 학창 시절 숭산 스님이 미국에 세워 놓은 선원을 다니며 불교에 눈떴다는 홍 교수는 현응 스님의 통찰력과 사회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불교적 실천주의 표방에 울림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놓고는 “현재의 관점에서 서양철학 이론까지 접목해 독창적으로 동아시아 불교를 설명한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평가한다. 18개의 주석에 그쳤던 한국어판과 달리 영문판에는 영어권 독자들을 위해 90개의 역주를 덧붙여 108개로 완성했고 용어 설명 부록도 붙였다. 한편 홍 교수와 공동번역자인 부인 유선경 교수는 번역본 출판을 기념해 21~22일, 28~29일 4회에 걸쳐 서울 종로구 사찰음식 전문점 ‘마지’에서 강연회를 진행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기적의 땅’에서 ‘참사의 땅’으로

    ‘기적의 땅’에서 ‘참사의 땅’으로

    카타르 수도 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약속의 땅’ 혹은 ‘기적의 땅’이라 불렸다.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마다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안겼기 때문이다. 1994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이라크와 일본의 극적인 무승부로 월드컵 본선행 확정 소식을 날린 곳이 바로 도하였다. 1988년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결승까지 올랐고 2002년 10월엔 20세 이하(U20)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지난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도 도하에서 획득한 선물이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해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이제 도하는 ‘참사의 땅’으로 남게 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패배해 본선 무대 진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은 한국축구의 ‘무덤’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특히 최근 1년간 원정에서 무승의 제자리를 걸었다. 한국은 시리아, 이란, 이라크(평가전), 카타르와의 원정경기에서 2무2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원정경기와 지난 7일 훈련캠프였던 아랍에미리트(UAE) 라스 알카이마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는 이기기는 고사하고 골맛도 보지 못하면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2003년 10월 아시안컵 예선에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세계랭킹 100위권이던 오만에 1-0으로 앞서다 세 골을 내주고 1-3으로 대역전패한 뒤 조용히 지휘봉을 내려놨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오만 쇼크’가 카타르에 쓴맛을 단단히 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처지에 어떻게 대입될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대륙의 남자, 나는 가수다

    대륙의 남자, 나는 가수다

    2007년 데뷔 앨범을 냈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생활고와 싸우며 아이돌 가수의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기를 8년, 그리고 기적처럼 찾아온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출연 기회. 그는 그 기회를 꽉 잡았고 지난해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한류스타로 우뚝 섰다. 그리고 꼭 10년 뒤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다시 냈다.●아이돌 보컬 선생님으로 8년 이 같은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가수 황치열(35)이다. 12일 데뷔 10년 만에 새 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를 발표한 황치열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중학교 때부터 경북 구미에서 비보이 댄스팀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2004년 가수의 꿈을 안고 상경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07년 6월 정규 1집 앨범 ‘오감’을 낸 뒤 다음 앨범을 내기까지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는 그 자신도 예상치 못했다. “그때는 이렇게 끝나더라도 기회가 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속사와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오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됐어요. 작곡가 용감한형제, 조영수 형과 인연이 있어서 음악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OST를 부르기는 했는데 큰 반응은 없었죠.” 서른이 넘어서까지 러블리즈, 인피니트 등 아이돌 가수들에게 보컬 레슨을 했던 그는 정작 자신의 앞길은 막막했지만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버텼다. ●중국판 ‘나가수 4’ 최다 1위로 돌풍 “10대 때 춤을 함께 춘 친구들과 (돈이) 없는 게 죄도 아니고 그래도 노력은 할 수 있지 않느냐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버텼어요. 희망이 있어서 견딘 게 아니라 견디다 보니 희망이 생긴 거죠.” 그러던 그에게도 마침내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쳤다. 2015년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인피니트 전 보컬 트레이너로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KBS ‘불후의 명곡’ 등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월 중국 ‘나는 가수다 4’에서 최다 1위를 기록하고 가왕전 최종 3위를 기록해 중국에서 ‘황쯔리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말 그대로 ‘경연의 귀재’라고 불릴 만하다. “경연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어떤 편곡을 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지만 경연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하지만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자기 도전을 하는 순간 발전이 있죠.” 발라드를 주로 부르던 그는 중국 ‘나가수’에서 빅뱅의 ‘뱅뱅뱅’에 맞춰 파워풀한 춤을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관중이 뽑은 가수 1위에 올라 ‘대륙의 남자’가 됐다. 무덤덤한 아버지도 TV 뉴스에 그의 활약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집 앞이나 방송국 녹화장에는 여전히 100여명의 국내외 팬들이 따라붙는다. 잘 됐다고 어깨에 힘 주지 않고 친근하고 성실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그는 요새도 늘 20~30분씩 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사인도 해 준다. ●“팬들에게 친구 같은 가수 되고파” 이런 열성적인 팬들 덕분에 이번 앨범은 선주문만 10만장이 몰렸다. 그의 담담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잘 부각된 타이틀곡 ‘매일 듣는 노래’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는 가사로, 팬들이 매일 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들어 있다. “이번에는 경연 때 주로 지르던 창법이나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벗어나 심플하고 담백하게 불렀어요. 대중이 제 목소리를 듣고 예전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새로운 시작이니까 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드는 친구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뻐꾸기의 발음대로 읽고 적는 초여름 이처럼 초여름 가까이에 뻐꾸기는 떠서 밭둑에도 풀이 계속 자라는 무덤길에도 깊은 계곡에도 뻐꾸기의 솥 같은 발음 뻐꾸기의 돌확 같은 발음 한낮의 소리 없는 눈웃음 위에도 오동나무 넓고 푸른 잎사귀에도 산동백에도 높은 산마루에도 바위에도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 바다를 단번에 만들 수는 없다. 우선 작은 냇물 100개를 만들자. 세상 사람 모두를 선량하게 바꿀 방법은 없다. 우선 교도소 벽이라도 분홍색으로 칠해 보자. 탈세를 하고 부정한 뒷돈 받아 챙기며 쩨쩨하게 살던 자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신선(神仙)이 될 수는 없다. 악인들을 교도소에 보내는 대신 산중에 모아 두고 아무 일 시키지 말고 초여름 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나 한가롭게 경청하게 하자. 한 석 달 밤이나 낮이나 뻐꾸기 소리나 귀 기울이게 하자. 혹시 그의 마음이 미적 황홀경에 들어 작은 물결이 일고, 그가 손꼽만큼씩 착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장석주 시인
  • 문성근, ‘여성비하 논란’ 탁현민 두둔?…“흔들리지마”

    문성근, ‘여성비하 논란’ 탁현민 두둔?…“흔들리지마”

    배우 문성근이 ‘남자사용설명서’라는 저서에서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내정자를 두둔해 논란이다.문성근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탁현민이 수고 만핟. 국가 기념일 행사에 감동하는 이들이 많은 건 물론 문 대통령님의 인품 덕이지만, 한편 ‘공연 기획·연출가’의 말랑말랑한 뇌가 기여한 점도 인정해야한다. 그가 흔들리지 않고 잘 활동하도록 응원해주면 좋겠다”는 글을 적었다. 문성근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은 탁 내정자가 쓴 책 내용으로 인해 여성 비하 논란이 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논란이 된 탁 내정자의 저서 ‘남자마음설명서’는 ‘끌린다, 이 여자’ ‘하고 싶다, 이 여자’ 등 여성을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남자들이 연애를 꿈꾸거나 싫어하는 여자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탁 내정자는 “허리를 숙였을 때 젖무덤이 보이는 여자” “뒤태가 아름다운 여자”가 ‘끌리는 여자’라고 썼다. 콘돔 사용에 대해서는 “한 차원 높은 정서적 교감을 방해하니 안전한 콘돔과 열정적인 분위기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또 피임을 하지 않아 임신한 것을 ‘사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저서가 ‘여혐 논란’에 휩싸이면서 자질 논란이 불거지자 탁 내정자는 지난달 26일 “2007년 제가 썼던 ‘남자마음설명서’의 글로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면서 “과거의 생각을 책으로 남기고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신중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곧 날아갈 듯…9900만 년 전 ‘아기 새’ 화석 발견

    곧 날아갈 듯…9900만 년 전 ‘아기 새’ 화석 발견

    세상 빛을 본 지 단 며칠 만에 '영원한 무덤'에 갇힌 새가 발견됐다. 최근 캐나다 왕립 서스캐처원 박물관 연구팀은 공룡시대에 살았던 완벽한 형태의 새 화석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금으로부터 9900만년 전 살았던 이 새는 부화한 지 며칠 밖에 안된 아기 새다. 놀라운 점은 새의 머리, 목, 날개, 꼬리, 발 등 상태가 거의 완벽할 정도로 보존됐다는 사실. 족보로 보면 에난티오르니스(Enantiornithes)류에 속하는 조류종으로 6500만 년 전 멸종했고, 오늘날 살아남은 '자손'은 없다. 아기 새가 무려 1억년 가까이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이유는 호박 덕이다. 호박(琥珀·amber)은 나무의 송진 등이 땅 속에 파묻혀서 수소, 탄소 등과 결합해 만들어진 광물을 말한다. 호박은 영화 ‘쥐라기 공원’ 덕에 유명해졌으며 영화에서처럼 새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오랜 전 멸종한 새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호박 속에 갇힌 과정을 추론해보면, 당시 아기 새는 지금의 미얀마 지역 침엽수 위에서 떨어져 수액이 줄줄 흐르는 곳에 빠지면서 영원한 무덤에 갇혔다. 연구를 이끈 라이언 맥켈라 박사는 "꼬리의 연조직까지 완벽히 보존돼 역대 가장 생생한 화석"이라면서 "고대 새의 기원과 진화, 생물학적 특징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빚 때문에 생매장 당한 남성, 동생이 꺼내줘

    빚 때문에 생매장 당한 남성, 동생이 꺼내줘

    거액의 빚을 지고 갚지 못한 나머지 생매장 당한 형을 구한 동생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러시아 현지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살라에브(41)라는 남성은 사업 동업자들에게 빌린 돈 3000만 루블, 한화로 약 6억 원 정도를 갚지 못해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그러던 최근 동업자들은 살라에브가 돈을 갚지 않자 납치를 감행했으며, 모스크바의 한 묘지 인근에 그를 생매장하기에 이르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의 얼굴이 위쪽이 아닌 아래쪽을 향해 있었던데다가 주머니에는 동업자들에게 빼앗기지 않은 휴대전화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살라에브는 동업자들이 자리를 떠난 뒤 간신히 몸을 움직여 동생 이스마일(36)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형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동생은 당장이라도 형을 구하러 가고 싶었지만, 문제는 형이 파묻힌 정확한 장소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동생은 형의 동업자에게 빌린 3000만 루블 중 일부인 120만 루블(약 2370만원)과 자신의 BMW 차량을 넘긴 뒤에야 형의 위치를 전해 들었고, 결국 형을 ‘무덤’에서 꺼내는데 성공했다. 당시 살라에브가 얼마나 깊은 땅 속에 생매장 된 상태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라에브가 생매장 당한 뒤 약 4시간 만에 동생에 의해 구출됐으며, 현재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란 정치·종교성지서 자폭 테러… IS ‘시아파 심장’ 노렸다

    이란 정치·종교성지서 자폭 테러… IS ‘시아파 심장’ 노렸다

    IS “시아파는 이교도… 종파 청소” 의회 테러범 4명 중 3명은 여성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7일(현지시간)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에서 의회 의사당과 국부로 여겨지는 이맘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영묘에서 총격,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르면서 이슬람 종파 갈등과 분열상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IS와 연계된 아마크 통신은 테러가 일어난 지 3시간 만에 “IS에서 온 전사가 테헤란의 의회와 호메이니 무덤을 공격했다”면서 “호메이니 무덤에서는 순교(자살폭탄)를 바라는 전사 2명이 폭탄 조끼를 터트렸다”고 전했다. 의회를 공격한 괴한 4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알려졌다. 아마크 통신은 보도 직후 이란 의회 내부의 상황이라며 16초 분량의 동영상을 유포했다. 통신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소총을 든 남성이 총성과 함께 사이렌 소리가 어지럽게 섞인 가운데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모습과 남성 1명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장면이 담겼다. IS는 이번 연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증명하고자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이란은 2010년 39명의 사망자를 낸 수니파 극단주의자의 테러 발생 이후로는 이렇다 할 대형 테러 공격에 노출된 적이 없다. 그렇지만 IS는 올 3월 인터넷을 통해 이란을 정복하겠다는 내용의 이란어로 된 선전물을 유포했다. IS는 시아파를 이교도로 지목하고 ‘종파 청소’를 선동해 왔다. 수니파인 IS는 시아파에 속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자 반군 활동을 하고 있다. 시아파가 정권을 잡은 이라크도 3년 전 전격 침입해 모술 등을 장악했다. 반면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S가 이란이 성지로 여기는 이맘 호메이니의 영묘를 공격해 종파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숙적이자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을 둘러싼 피할 수 없는 패권경쟁은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우디를 중심으로 카타르와의 연쇄 단교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이란 고립 정책과 맞물려 친이란 성향의 카타르에 대한 응징이라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카타르를 고리로 이란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IS의 테러로 사우디와 이란 간의 관계도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사우디가 IS와 알카에다 등 수니파 테러조직의 후원자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편 이란 정보부는 “2개 테러 조직이 두 곳을 공격했으며 1개 조직은 테러를 실행하기 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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