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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국민 코미디언’ 시무라 겐, 코로나로 사망

    1974년부터 코미디 밴드·배우 등 활약 스페인 공주도 사망… 왕실 인사 최초 이달 중순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아오던 일본의 인기 코미디언 시무라 겐이 지난 29일 발병 10여일 만에 사망했다. 70세. 일본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유명인사가 숨진 것은 처음이다. 최근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도 도쿄의 ‘도시봉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판국에 ‘국민 코미디언’으로 불려 온 원로 연예인까지 희생되자 일본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시무라는 지난 17일 갑자기 극심한 무기력증을 호소했으며 19일부터는 발열과 호흡장애가 나타났다. 20일 도쿄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 뒤 중증폐렴 진단을 받았고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에크모(인공심폐장치) 부착 등 집중치료를 받아 왔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1950년 도쿄에서 태어난 시무라는 1974년부터 인기 코미디 밴드 ‘더 드리프터스’의 멤버로 활약했다. 이후 TV, 영화, 공연무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코미디언, 배우, 쇼프로 사회자 등으로 명성을 떨쳐 왔다. 2011년 TBS ‘비교하는 비교여행’을 진행하던 때에는 KBS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팀을 방송에 초청하기도 했다. 몸개그에 심혈을 기울여 온 그가 김병만 등 달인 팀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이었다. 다음달부터 방영되는 NHK 아침드라마 ‘옐’에 음악가 배역으로 캐스팅된 데 이어 올 연말 개봉 예정인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기네마의 가미사마’에서는 생애 첫 주연 역할을 따내기도 했다. 원래 올 7월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에서는 성화 주자로도 선정돼 있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유감이며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고 시무라의 사망을 애도했다. 또 30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과 먼 사촌지간인 마리아 테레사 드 부르봉 파르마 공주가 지난 26일 코로나19로 프랑스 파리에서 숨졌다. 86세. 유럽에서 영국 찰스 왕세자와 모나코 군주인 알베르 2세 대공이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지만 사망자가 나온 건 전 세계 왕실 인사 가운데 처음이다. 마리아 테레사 공주는 한때 스페인 왕위 계승에 도전했던 프랑수아 자비에르 드 브루봉 파르마 공작의 딸로 현 국왕인 펠리페 6세와는 먼 사촌지간이다. 그는 1933년 파리에서 태어나 이곳 소르본대를 졸업했고, 소르본대와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스 대학에서 모두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공주는 이슬람·아랍문화 및 여권 신장에 관심이 컸고, 콤플루텐스 대학에서 헌법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평소 자신을 기독교 좌파이자 자율적 사회주의자로 규정하고 사회문제와 관련해 소신 발언을 자주 해 스페인 왕가에서 ‘붉은 공주’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베토벤처럼… 고난 헤치고 환희의 합주

    베토벤처럼… 고난 헤치고 환희의 합주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항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초호화 여객선이 빙산과 부딪쳐 침몰하기 시작했다. 깊은 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이 선실에 차오르면서 2000명 넘는 인원이 탑승한 여객선은 구명정에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 상태에 빠졌다. 이때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겁에 질린 사람들을 달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월리스 하틀리와 그가 이끄는 7명의 밴드 단원이었다. 당시 사고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10분 전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고, 이들의 이야기는 1997년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30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202개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병하며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음악인들은 108년 전 타이타닉의 악사들처럼 지독한 감염병에 고통받고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리고도 애써 밝고 담담한 모습으로 일상을 잃은 사람들을 응원하는가 하면, 무대를 잃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각자의 집을 무대 삼아 온라인 합주를 이어 가고 있다.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아네조피 무터(56)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렸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으로 나와 지금 집에서 격리 상태로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팬들을 향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라도 힘을 내길 바란다. 그리고 계속 음악과 함께하길 바란다. 행복함을 유지하고, 음악을 즐기자”라고 말했다. 무터는 이 영상에 이어 약 4시간 뒤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베토벤 현악 4중주 10번을 연주한 영상을 공개했다. 무터는 물론 영국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모든 활동을 중단한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각자의 집에서 악기를 들고 스마트폰 앞에 앉았다. 마스크를 쓴 채 연주를 마친 무터는 “제발 집에 머무르고,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길 바란다”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라고,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라는 베토벤의 좌우명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클래식 연주자들의 ‘재택 합주’는 지난 2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유튜브에 연주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19명의 연주자 소개에 이어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낮고 깊은 울림으로 음악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3명의 첼리스트가 합류하고 비올라와 바순, 오보에 등 저마다의 음색을 쌓아 올린다. 모두 각자의 집에서 모니터 영상과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통해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연주 위로 성악을 덧씌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완성했다. 유럽연합(EU)은 인류애를 찬양하는 내용의 이 노래를 공식 행사 찬가로 부르고 있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우리로부터, 당신을 위해’(From us, for you)라는 제목을 붙인 이 영상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고, 서로를 돕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함께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캐나다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단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각각 코플랜드 ‘애팔래치아의 봄’과 ‘합창’ 교향곡을 연주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뒤셀도르프 심포니는 단원뿐만 아니라 일반인 연주자들의 연주 영상도 함께 편집해 음악으로 하나 되는 독일을 연출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타이타닉의 악사처럼...연주로 코로나 공포 달래는 음악인들

    타이타닉의 악사처럼...연주로 코로나 공포 달래는 음악인들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항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초호화 여객선이 빙산과 부딪쳐 침몰하기 시작했다. 깊은 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이 선실에 차오르면서 2000명 넘는 인원이 탑승한 여객선은 구명정에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 상태에 빠졌다. 이때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겁에 질린 사람들을 달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바이올리니스트 월리스 하틀리와 그가 이끄는 7명의 밴드 단원이었다. 당시 사고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10분 전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고, 이들의 이야기는 1997년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30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202개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병하며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음악인들은 108년 전 타이타닉의 악사들처럼 지독한 감염병에 고통받고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리고도 애써 밝고 담담한 모습으로 일상을 잃은 사람들을 응원하는가 하면, 무대를 잃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각자의 집을 무대 삼아 온라인 합주를 이어 가고 있다.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아네조피 무터(56)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렸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으로 나와 지금 집에서 격리 상태로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팬들을 향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라도 힘을 내길 바란다. 그리고 계속 음악과 함께하길 바란다. 행복함을 유지하고, 음악을 즐기자”라고 말했다.무터는 이 영상에 이어 약 4시간 뒤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베토벤 현악 4중주 10번을 연주한 영상을 공개했다. 무터는 물론 영국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모든 활동을 중단한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각자의 집에서 악기를 들고 스마트폰 앞에 앉았다. 마스크를 쓴 채 연주를 마친 무터는 “제발 집에 머무르고,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길 바란다”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라고,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라는 베토벤의 좌우명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클래식 연주자들의 ‘재택 합주’는 지난 2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유튜브에 연주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19명의 연주자 소개에 이어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낮고 깊은 울림으로 음악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3명의 첼리스트가 합류하고 비올라와 바순, 오보에 등 저마다의 음색을 쌓아 올린다. 모두 각자의 집에서 모니터 영상과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통해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연주 위로 성악을 덧씌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완성했다. 유럽연합(EU)은 인류애를 찬양하는 내용의 이 노래를 공식 행사 찬가로 부르고 있다.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우리로부터, 당신을 위해’(From us, for you)라는 제목을 붙인 이 영상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고, 서로를 돕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함께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캐나다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단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각각 코플랜드 ‘애팔래치아의 봄’과 ‘합창’ 교향곡을 연주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뒤셀도르프 심포니는 단원뿐만 아니라 일반인 연주자들의 연주 영상도 함께 편집해 음악으로 하나 되는 독일을 연출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달인’과도 어울렸던 日 코미디언 시무라 겐 코로나19로 사망

    ‘달인’과도 어울렸던 日 코미디언 시무라 겐 코로나19로 사망

    국내 개그맨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일본 코미디계 원로 시무라 겐 씨가 코로나19에 스러졌다. 향년 70세. 30일 NHK 방송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무라 씨는 지난 17일 몸이 나른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이틀 뒤에는 고열과 기침이 심해져 20일 병원으로 이송돼 중증 폐렴 진단을 받았다.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소속사는 지난 25일 이를 발표했다. 공영 NHK 아침 드라마에 출연하던 상황이라 NHK에 비상이 걸렸다. 그는 계속 입원 치료를 받다 29일 밤 11시 10분쯤 숨을 거두고 말았다. 도쿄 출신인 시무라 씨는 인기 코미디 밴드 ‘더·드리프터스’의 멤버로 TV, 영화, 공연 무대 등에서 최근까지 꾸준히 활약하며 많은 이의 사랑을 얻었다. 민영방송 TBS의 인기 프로그램 ‘비교하는 비교여행’을 진행하기도 했다. 몸개그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그는 2011년 KBS ‘개그콘서트’의 ‘달인’ 팀을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초청하기도 했다. 한편 NHK가 30일 여러 지자체의 발표를 종합한 결과, 전날 전국에서 169명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돼 호화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승선자(712명)를 포함해 2605명으로 늘었다. 하루 169명은 지난 28일 200명보다 적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사망자는 한 명 추가돼 66명이 됐다. 크루즈선 탑승자를 제외한 지역별 확진자를 보면, 도쿄도 430명, 오사카부 208명, 홋카이도 175명, 아이치현 167명, 지바현 158명 순으로 많았다. 특히 도쿄도가 외출 자제를 요청한 주말 이틀 연속 6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세계 최고령 남성 웨이턴, 112세까지 생일날 있었던 일들

    세계 최고령 남성 웨이턴, 112세까지 생일날 있었던 일들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남성 밥 웨이턴이 29일(현지시간) 112세 생일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성대한 파티는 생략한다. 대신 영국 BBC는 햄프셔 알턴에 있는 그의 집에서 혼자 지내는 웨이턴이 태어나 지금까지 생일 날 일어났던 일들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엄청 쓸데없는, 자잘한 지식과 정보들이니 바쁜 분들은 이쯤에서 그만 보시라. 햄프셔 알턴은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이 평생 집필에 몰두한 곳이기도 하다. 먼저 112세 나이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 밀란, 잔다르크가 시복(諡福, beatification)된 것과 같은 나이다. 그가 첫 울음을 세상에 토해낸 1908년 3월 29일은 허버트 애스퀴스가 영국 총리에 취임하기 일주일 전이었으며 에드워드 7세 국왕의 살날이 2년이나 남은 때였다. 그 해 로버트란 이름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5번째로 흔한 사내아이 이름이었다. 윌리엄, 존, 조지가 가장 사랑받는 이름이었는데 다만 로버트는 프랭크와 해롤드보다 윗 순위였다. 딸 이름은 매리, 엘리자베스, 플로렌스, 애니 등이 인기 있었다.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영국 최고령 여성이자 웨이턴과 나란히 영국 최고령인 조앤 호콰드 할머니도 이날 생일이다. 그녀의 이름 조앤은 당시 161위였다. 영국의 남극 탐험가 로버트 팰콘 스코트 선장은 그의 네 번째 생일에 세상을 떴다. 스코트는 그날 일기장에 “창피한 것 같지만 더 이상 일지를 적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적고는 텐트 안에서 굶어 숨졌다. 시신은 8개월 뒤 발견됐는데 다음 식량 보급 지점에서 18㎞ 떨어져 있었다. 그의 열 번째 생일에는 영국군이 오스만제국 군대와 지금의 요르단 암만에서 첫 전투를 벌였다. 악천후까지 겹쳐 영국군은 며칠 뒤 참담하게 패퇴하고 말았다. 열아홉 살이 된 1927년 생일 날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해변에서 육상 및 해상 최고 속도를 경신한 특수제작 차량 선빔 1000hp 소식에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헨리 세그레이브 경(卿)이 두 차례나 차량을 몰아 각각 200.668mph(시간당 마일)과 207.015mph를 기록해 평균 203.792mph 공인을 받았다. 이 차는 90년 뒤, 그가 109세가 되던 해 복원됐는데 지금도 햄프셔 뷸리우의 국립자동차박물관에 전시돼 있다.서른다섯 번째 그의 생일에 존 메이저 전 총리가 태어났다. 마흔셋이 된 1951년에는 게트루드 로런스와 율 브리너가 호흡을 맞춘 연극 ‘왕과 나’가 처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진 날이었다. 로런스는 간암과 복강암에 걸린 줄 몰라 무대 뒤에서 마티니 한잔 홀짝거리다 쓰러져 입원했고, 15개월 뒤 숨을 거뒀다. 1955년 마흔일곱 번째 생일에는 프랑스 철도회사 SNCF 열차가 트랙을 망칠 정도의 시속 331㎞로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61세이던 1969년 생일에는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제각각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모두 끝났다. 네 나라 모두 자기네 우승자가 진정한 우승자라고 우기는 바람에 얼마 뒤 다시 대회를 열어 우승자를 가렸다. 1974년 66세 생일에는 중국 시안에서 진시황 병마용이 농민들 눈에 띄었다. 20세기를 통틀어 최고의 인류학적 발굴로 나중에 평가 받았다. 72번째인 1980년 생일에는 134회 그랜드 내셔널 경마대회에서 네 마리만 완주해 미국인이 소유한 말 벤 네비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 말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40분의 1로 낮았기 때문에 돈을 건 사람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벤 네비스는 1995년에야 죽었고 2009년 경마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82세가 된 1990년 생일에는 사람들이 일어난 줄도 잘 모르는 ‘하이폰 전쟁’이란 것이 터졌다. 전쟁처럼 치열했다는 얘기다. 공산 정권이 붕괴한 뒤 슬로바키아 정치인들은 ‘체코-슬로박 공화국’으로 하이폰 하나만 넣자고 요구했는데 체코 정치인들이 한사코 거부해 옥신각신했고, 결국 두 나라는 1993년 1월 1일 아예 분리를 선포했다. 그가 101세가 된 2009년 생일은 자키 스미스 내무부 장관에게 최악의 날이었다. 여성 장관이 의회 예산으로 포르노 유료영화를 구입해 시청한 것이 언론 보도로 들통 났다. 결국 그녀는 사퇴했고, 이듬해 의원 직도 버렸다. 2011년 그녀는 포르노 영화에 대한 라디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포른 어게인’에 초빙됐다. 106번째 생일이었던 2014년에는 북런던에서 17년을 함께 한 피터 맥그레이스와 데이비드 카브레사가 잉글랜드와 웨일즈 최초로 0시 1분 동성 결혼식이 열렸다. 그리고 대망의 112번째 29일이다. 코로나19 탓에 떠들썩한 축하 파티도 건너뛰지만 다섯 군주, 22명의 총리(임기로는 27번), 미국 대통령 21명과 함께 살아온 그에게 손뼉이라도 마주쳐 줘야 할 것 같다. 그는 세 차례 런던올림픽, 두 차례 세계대전, 악명높은 스페인 독감, 콜레라, 천연두, 코로나19를 모두 겪었다. 새삼스레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명답이 떠오른다. “죽는 일을 피하는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할리우드와 한국이 사랑한 작곡가 펜데레츠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할리우드와 한국이 사랑한 작곡가 펜데레츠키

    스티븐 킹 원작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샤이닝’에 삽입된 기괴한 소음이 난무하는 사운드트랙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잭 니콜슨의 광기 어린 연기, 어린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와 어우러져 공포를 한층 배가시켰던 배경음악을 작곡한 폴란드 출신 작곡자이자 지휘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어릴 적 음악을 배웠던 크라쿠프에서 87세를 일기로 삶을 접었다. 부인 엘즈비에타가 설립한 루드비히 반 베토벤 협회는 펜데레츠키가 오랜 기간 투병하다가 29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펜데레츠키를 “획기적인 종교곡과 교향곡으로 클래식 음악계를 개척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폴란드의 음악 대통령’이라 불리는 펜데레츠키는 1960년 관현악곡 ‘아나클라시스’,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 등으로 독자적인 작곡 기법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전위적이기도 했지만 할리우드가 사랑한 클래식 작곡가이기도 했다. 큐브릭 뿐만 아니라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트윈 픽스’, 그리고 조금 더 최근에는 TV 드라마 ‘블랙 미러’에도 그가 작곡한 음악이 사용됐다. 폴란드 공산당의 통치가 느슨해진 틈을 타 철의 장막을 넘어 금세 국제적 명성을 누렸다. 간주(인터벌)를 극단적으로 쓰고, 글리산디 기법 등 혁신을 마다하지 않고,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에는 대규모 관악기 오케스트라를 편성하는 등 파격을 구사했다. 휘슬, 유리조각들, 톱, 타이프라이터, 자명종 등 많이 쓰이지 않던 효과음을 과감히 채용했다. 말년에는 전위 음악을 버리고 후기 낭만주의로 귀의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아마추어 동호인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누가 수난곡’(1963~66년) ‘Stabat Mater’, 안톤 브루크너와 비교됐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1970년 솔리다리티(연대) 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그단스크 조선소 노동자 투쟁을 기리기 위해 1980년 작곡한 ‘라크리모사’(나중에 ‘폴란드어 레퀴엠’으로 확장)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래미상 클래식 부문 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내 음악은 똑같은 채로 남아 있다. 다만 (표현) 수단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2011년에는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리드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 일렉트로닉 음악 작곡자 아펙스 트윈과 협업해 앨범 녹음과 투어 공연을 함께 했다. 그는 “다른 음악계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렇게 열정적인 젊은 청중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세대 대다수 작곡자들과 달리 그는 종교적 기원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난 늘 외고집 정신으로 행동해 왔다”고 털어놓은 뒤 “내가 학생 때 성스러운 음악은 금지됐다. 그 뒤 세월이 많이 흘러 공산당 정권 아래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동료들마저 탐탁치 않아 했다.” 1933년 11월 23일 데비카란 남부 도시에서 태어난 그는 크라쿠프 음악아카데미에 입학해 철학과 예술사학, 문학을 함께 공부했다. 전위음악을 작곡하면서 세계 유수의 음악 학교들에서 작곡을 가르쳤다. 지휘자로서도 유럽과 미국 유수의 관현악단과 협연했으며 세계 여러 곳의 음악 아카데미 회원이 됐다. 본인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아방가르드에서 얻어진 것들을 18세기, 19세기, 20세기 심포니 음악의 위대한 전통에 뒤섞었다”고 돌아봤다. “전통을 알지 못하거나 과거 작품을 소화하지 않거나 오랜 명작을 깊이있게 공부하지 않고선 예술가가 될 수 없다.” 식물 애호가로도 이름 높았던 고인은 루슬라비체 자택 정원에 미로를 심어놓고 이렇게 여가를 보내는 것이 “손주딸들 다음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개막한 서울국제음악제(SIMF) 무대에 설 예정이었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방한 직전 일정을 취소했다. 1992년에는 한국 정부에서 위촉받아 ‘한국’이라는 부제를 붙인 교향곡 5번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KBS 교향악단과 초연하기도 했다. 이 음악에 우리 민요 ‘새야 새야’ 선율이 들어가 화제가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내 안의 발라드’ 장성규, 첫 무대 앞두고 긴장 “너무 어지러워”

    ‘내 안의 발라드’ 장성규, 첫 무대 앞두고 긴장 “너무 어지러워”

    ‘내 안의 발라드’ 장성규가 첫 무대를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7일 방송되는 Mnet ‘내 안의 발라드’ 6회에서는 발라드 앨범 발매를 위한 초보 발라더 김동현, 문세윤, 유재환, 윤현민, 장성규, 주우재의 두 번째 도전 무대가 그려진다. 지난주 ‘듀엣 무대’ 미션을 받은 초보 발라더들은 이번에 신승훈 마스터가 정한 평균 목표 점수 80점에 도전한다. 첫 도전에서 평균 점수 76점을 획득하며 목표 점수 75점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이들은 지난 도전 때보다 5점이나 상승한 목표 점수에 긴장감과 부담감을 한껏 안고 무대에 오른다.특히 첫 도전에서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장성규는 “너무 어지럽다”며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극도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지켜보던 출연진들마저 그가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걱정했다는 후문. 결국 장성규는 무대를 마친 뒤 “면목이 없다”는 말을 남기며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또한 가수 이석훈과 김재환이 새로운 패널로 등장해 백지영과 함께 섬세하면서도 냉철한 평가에 나선다. 특급 보컬 선생님으로 초보 발라더들의 레슨을 책임지던 이석훈은 한 듀엣팀의 무대를 보고 “조합이 너무 좋았다. 누가 밤이고 누가 별인지 모를 정도로 두 분 모두 빛나 보였다”고 극찬해 그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지 궁금증을 높였다. 김동현과 문세윤으로 구성된 ‘초록 괴물’ 팀과 주우재, 윤현민의 발라드 ‘JYB’ 팀, 발라드에 미친 유재환과 장성규의 ‘미치고 환장’ 팀까지 환상의 듀엣 무대로 연이어 신곡 2곡을 획득할 수 있을지 본 방송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한편, Mnet ‘내 안의 발라드’는 27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험지 출마 노무현·선거 여왕 박근혜, 총선 발판으로 대권 가는 길 다졌다

    험지 출마 노무현·선거 여왕 박근혜, 총선 발판으로 대권 가는 길 다졌다

    26일로 D-20을 맞이한 4·15 총선은 2년 뒤 치러질 차기 대선을 노리는 잠룡들에게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 직전 총선에서 저마다의 전략으로 ‘대권 루트’를 다졌다.●文, 20대 총선서 12년 만에 원내 1당 선물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1년 전인 2016년 총선을 대승으로 이끌며 더불어민주당에 12년 만의 원내 1당의 영광을 안겼다. 그해 1월 대표직에서 사퇴한 뒤 칩거에 들어갔던 문 대통령은 3월 부산 사상에 출마한 배재정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선거판 전면에 나섰다. 직함은 ‘전 대표’였지만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더불어 사실상 투톱 체제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전국 지원유세를 펼쳤고 4월엔 두 차례 광주를 찾아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키려 애쓰는 등 총선에서 대권주자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하며 ‘선거의 여왕’임을 다시 입증했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보수 상징색인 파란색을 버리고 금기시되던 빨간색을 당에 입혔다. 경제민주화 등 진보적 경제공약도 과감히 내세우는 등 보수 개혁·혁신의 메시지로 새누리의 과반 승리를 이뤄내 보수층의 굳건한 지지를 얻어냈다. ●이명박 대선까지 시차 있어 지원 유세 자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과 직전 총선(2004년) 사이엔 3년 8개월 시차가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 전 대통령의 행보도 다소 달랐다. 그는 밀려드는 같은 당 후보자들의 지원 요청도 마다했다. 대선까지 시차가 있는 상황에 무리하게 선거전에 개입하는 대신 자기 업적을 쌓는 데 집중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청계천 복원, 버스 체계 개편 등 굵직한 사업 성공 경험이 대선 승리의 자양분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스스로 ‘험지’인 부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발판을 다진 경우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총선,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2000년 총선을 다시 부산에서 출마한다. 이후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과 함께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으면서 탄탄한 지지층이 만들어졌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대권 잠룡 명운 가를 4·15 총선… 文·朴·李·盧 과거 행보는

    대권 잠룡 명운 가를 4·15 총선… 文·朴·李·盧 과거 행보는

    4·15 총선 D-20… 대권 잠룡에겐 도약 기회 문재인, ‘전 대표’ 직함으로 선거 이끌어 대승‘선거의 여왕’ 박근혜, 새누리당으로 과반 승리이명박, 총선과 거리두기… 시장 업무에 충실험지 부산에 출마한 ‘바보 노무현’ 대권 발판 4·15 총선이 26일로 D-20을 맞이했다. 이번 총선은 2년 뒤 치러질 차기 대선을 노리는 잠룡들에게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대선 직전 총선에서 저마다의 전략으로 ‘대권 루트’를 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1년 전인 2016년 총선을 대승으로 이끌며 더불어민주당에 12년 만의 원내 1당의 영광을 안겼다. 그해 1월 대표직에서 사퇴한 뒤 칩거에 들어갔던 문 대통령은 3월 부산 사상에 출마한 배재정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선거판 전면에 나섰다. 직함은 ‘전 대표’였지만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더불어 사실상 투톱 체제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전국 지원유세를 펼쳤고 4월엔 두 차례 광주를 찾아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키려 애쓰는 등 총선에서 대권주자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선거일 전날 유세가 허가된 마지막 순간까지 서울 도봉구 쌍문역에서 한 표를 호소하며 민주당의 수도권 싹쓸이에 기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하며 ‘선거의 여왕’임을 다시 입증했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보수 상징색인 파란색을 버리고 금기시되던 빨간색을 당에 입혔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 등 개혁적 인사를 비대위원에 임명하고, 이준석과 손수조 등 청년 인재도 영입했다. 경제민주화 등 진보적 경제공약도 과감히 내세우는 등 보수 개혁·혁신의 메시지로 새누리의 과반 승리를 이뤄내 보수층의 굳건한 지지를 얻어냈다.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과 직전 총선(2004년) 사이엔 3년 8개월 시차가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 전 대통령의 행보도 다소 달랐다. 그는 밀려드는 같은 당 후보자들의 지원 요청도 마다했다. 대선까지 시차가 있는 상황에 무리하게 선거전에 개입하는 대신 자기 업적을 쌓는 데 집중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청계천 복원, 버스 체계 개편 등 굵직한 사업 성공 경험이 대선 승리의 자양분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스스로 ‘험지’인 부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발판을 다진 경우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총선,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2000년 총선을 다시 부산에서 출마한다. 이후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과 함께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으면서 탄탄한 지지층이 만들어졌다.이번 총선 레이스에서도 여러 잠룡들이 선거판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맞붙는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선거뿐 아니라 당의 선거 전략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귀국 당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대구 의료봉사와 자가격리 중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당 전체 이미지를 책임지고 있다. 이밖에 여러 대권주자급 후보자들의 운명이 이번 총선 결과 등을 계기로 달라질 전망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올스톱’ 도쿄올림픽 난제 3題

    ‘올스톱’ 도쿄올림픽 난제 3題

    1. 구체적 개최 시기는2. 연령 제한 종목은3. 도핑 징계 연장되나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지 124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미증유의 상황에 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러 난제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4월 NBA·유럽축구 시즌… 7~8월 가능성 커 IOC와 일본 정부는 2020 도쿄올림픽을 2021년에 열기로 24일 밤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로 데드라인만 정했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기는 정확히 1년 뒤인 내년 7~8월이다. 1년 뒤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올림픽 예선을 여유 있게 치를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내년 같은 시기에 세계대회를 열 예정이었던 세계육상연맹(IAAF)과 국제수영연맹(FINA)은 도쿄올림픽에 양보할 뜻을 이미 밝히고 일정 조정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는 조금이라도 빨리 내년 봄에라도 열고 싶은 눈치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축구가 종반으로 치달을 때라 유럽 각국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6월 11일부터는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와 중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가 시작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5일 “다수의 IOC 위원이 4월의 ‘벚꽃 올림픽’ 개막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4월 도쿄의 평균기온이 10도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계절적인 측면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때는 올림픽의 가장 큰손인 미국에서 미국프로농구(NBA)가 진행되는 시기여서 가능성이 희박하다. 텔레그래프도 “4월은 NBA와 유럽축구 시즌이기 때문에 스타 선수를 올림픽에 불러 모으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한편 도쿄올림픽은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휘장이나 엠블럼은 그대로 ‘TOKYO2020’으로 하기로 했다. 5000개의 메달을 비롯해 대회 관련 물품을 새로 제작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출전권 획득한 선수 57%는 그대로 출전 올해 7월 24일 올림픽 개막을 목표로 꿈의 무대를 준비하던 선수들도 혼란에 빠졌다. 25일 현재까지 도쿄행 티켓은 전체 57%가량 주인이 결정됐지만 내년으로 올림픽이 넘어가도 그대로 출전 자격이 유지될지가 문제다. 그렇다고 출전권 경쟁을 원점으로 돌릴 경우 이미 획득한 선수가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25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 19일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대표 회의에서 이미 출전권을 획득한 57%의 선수들은 올림픽이 연기되더라도 그대로 출전한다고 했다”며 “나머지 43%는 기준기록과 세계랭킹에 따라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종목이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과 세계랭킹을 어느 시점으로 새로 잡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 선수의 나이 상한선(1월 1일 기준 23세 이하) 기준을 둔 남자축구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병역 혜택 문제까지 걸려 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선 원칙대로라면 1998년생이 기준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명의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절반 가까운 11명이 1997년생이다. 원칙대로라면 이들은 내년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처음 맞는 특수 상황인 만큼 예외를 둬 1997년생의 출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는 이유다. ●도핑벌칙 연장 여부, 美 MLB 방식 참고할까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래비스 타이거트 미국반도핑기구(USADA) 회장은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자 21개 회원국이 ‘도핑 벌칙’을 연장해야 하는지 물었다”면서 “충분히 생각하고 다뤄야 할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올림픽이 연기됐을 때 제재 기간도 연장한다는 규정이 없는 터라 올해까지 징계 기간을 다 채운 선수들의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막을 경우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정규시즌 중 도핑으로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에게는 그해 포스트시즌에도 뛸 수 없도록 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중소 레이블 코로나 직격탄 “공연 취소로 35억원 손해”

    중소 레이블 코로나 직격탄 “공연 취소로 35억원 손해”

    레이블산업협회 “61개 공연 취소”‘공연-앨범-공연’ 선순환 타격“계약금·수수료 포함땐 더 커져”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음악 공연이 잇달아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규모가 작은 중소 레이블이 받는 타격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44개 중소 레이블과 유통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회원사들이 지난 2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열기로 했던 행사 중 61개가 연기 또는 취소돼 35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24일 밝혔다. 인디 뮤지션이 많이 활동하는 홍대 인근 소규모 공연장들에서 열릴 공연도 2월 1일부터 4월 17일까지 82개가 연기·취소돼 약 8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대중음악 전체에서는 전국적으로 전국적으로 200여개 공연이 연기·취소된 것으로 추산됐다. 협회는 전체 티켓 중 80%가 판매됐다고 가정한 뒤, 관람 인원에 티켓 가격을 곱해 공연이 열렸을 경우 벌어들였을 티켓 수익을 계산했다. 여기에 공연장 대관과 무대 장비 업체 등에 지불한 각종 계약금, 환불 수수료 등을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특히 대형 기획사에 비해 운영 규모가 작은 중소 레이블은 음반 제작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디 뮤지션들은 음원보다 공연 수익 비중이 절대적인 경우가 많고, 공연을 통해 앨범 제작비를 마련한 뒤 다시 그 앨범으로 공연 무대에 오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여파가 길게는 연말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힌다 해도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가 돌아오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협회 측은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대중음악계 피해 규모를 여러 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거미 여인의 키스’ 맥널리 코로나19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거미 여인의 키스’ 맥널리 코로나19로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다룬 연극 ‘마스터 클래스’, 뮤지컬 ‘거미 여인의 키스’, ‘풀 몬티’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브로드웨이 극작가 테렌스 맥널리가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2011년 폐암 진단을 받고 두 차례 수술을 받았던 맥널리는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한 병원에서 82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부음을 언론에 알린 이는 동성 남편 톰 커다히. 2003년 동성 혼인이 허용된 버몬트주에서 혼인 신고를 한 뒤 2010년 워싱턴 DC에서 결혼 예식을 올렸다. 그의 희곡 소재가 동성애, 호모포비아, 사랑, 에이즈 등이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order)을 갖고 있었는데 코로나19에 결국 스러졌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그토록 사랑하던 브로드웨이와 뉴욕 극장가가 일주일 이상 폐업한 상황에 인생의 막을 내렸다. 1938년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태어난 맥날리는 텍사스주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여덟 살 때 브로드웨이에서 본 뮤지컬에 감명 받아 학생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한 그는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 재학 중 소설가 존 스타인벡에게 재능을 인정받은 일로 유명하다. 스물네 살이던 1964년 극작가로 데뷔한 그는 60년 가까이 36편의 연극, 10편의 뮤지컬, 4편의 오페라, 3편의 영화 시나리오, 4편의 TV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다. 2018년 발레 뤼스를 이끈 디아길레프를 다룬 희곡 ‘불과 공기’를 선보이는 등 말년에도 창작욕을 불태웠고, 지난해 7월에도 클레어 드 룬 극장 무대에 오드라 맥도날드 주연의 ‘프랭키와 자니’가 리바이벌 상연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그의 대본은 늘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 받았다. 연극 ‘마스터 클래스’ ‘사랑 용기 연민’, 뮤지컬 ‘거미 여인의 키스’ ‘래그타임’으로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으며 TV 드라마 ‘안드레의 어머니’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3년 LA 스테이지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나보다 재능도 많고 똑똑한 사람들, 내가 뭔가 게으름을 피울 때 전화를 걸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했다. 수많은 이들이 삶에서 배우는 것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의 브로드웨이 초기는 온갖 신랄한 비평에 상처 받은 시기였다. 데뷔작 ‘And Things That Go Bump in the Night’에 대해 일간 뉴스데이는 “추잡하고 변태적이며 역겨운” 작품이라고 짓밟았고, 그 결과 3주도 안돼 막을 내렸다. 1995년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최악을 가려 뽑거나 장난 삼아 내지르는 리뷰 콘테스트가 있다면 내가 당연 일등”이라고 자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버텼고 시대가 바뀌자 시대를 앞서간 작가란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토니상 평생공로상을 거머쥔 뒤 턱시도 차림에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튜브를 달고 나선 그는 되레 상찬의 “순간이 너무 빨리 온 게 아닌가“라고 뼈 있는 농을 한 뒤 “극장도 변심한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살았던 비밀스러운 곳이니까. 세상은 진실과 아름다움, 친절함이란 게 정말 무엇인지를 더 일깨우는 예술가들을 필요로 한다”란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겼다. 그게 거의 유언이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2000자 인터뷰 31] 설대우 “올바른 방향으로 헤쳐온 두 달, 아찔한 순간도”

    [2000자 인터뷰 31] 설대우 “올바른 방향으로 헤쳐온 두 달, 아찔한 순간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2주 가까이 흘렀다.  ‘사회적 거리 두기’나 ‘멈춤’ 운동으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더 바뀌고 세계질서를 재편할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이들이 왜 팬데믹을 선언하지 않느냐고 윽박지를 때 WHO가 시류에 영합해 서둘러 선언하는 바람에 상상하기 어려운 경제사회적 파장을 낳았다고 본 사람이 있었다.  설대우(54)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가 주인공인데 지난 15일 서울신문 3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팬데믹 선언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와야 했는지 톺아보고,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이 흐른 과정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다. 설 교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총점을 매긴다면 75점 정도 줄 수 있겠지만 올바른 방향을 걸어왔고 우리의 소중한 경험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무대에서의 발언권을 높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중간중간 뼈아픈 실책과 결함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Q. 사람들은 팬데믹 선언이 열흘 뒤였건, 앞이었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할 것 같다. A.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난 팬데믹 선언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방역 차원의 문제를 넘어 경제사회적 문제로 확대됐다고 본다. 지난 1월 31일 WHO는 ‘세계적 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는데 많은 이들이 이때 팬데믹을 선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WHO가 중국 눈치를 본 것은 맞는데 팬데믹을 선언할 시점은 분명 아니었다. 거의 중국에서만 발병이 된 국지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WHO는 세계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사람이나 물류의 이동 제한이나 국경 폐쇄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실은 이때 물류의 이동 제한이나 국경 폐쇄를 선언해 각국이 중국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외교적 명분을 줬어야 했다. 그리고 정작 팬데믹을 선언했을 때는 반대로 여러 나라의 국경 폐쇄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선언해야 했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세계적 대유행이 안됐는데도 될 것이란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실물경제가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금 감염자는 15만명, 사망자는 4000명 수준이다. 과거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두 차례 있었는데 1968~69년 홍콩 독감 사망자는 100만명이었다. 2009~10년 신종플루는 전 세계에 퍼져 수억명을 감염시켰고 사망자가 1만 9000명 정도였다. 한국에서만 감염자가 70만~100만명, 사망자가 260여명이었다. 홍콩독감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통제할 수단이 없었다. 신종플루 때는 타미플루도 있었고, 백신도 있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신종플루 때는 팬데믹을 선언하면서도 통제가 가능한 수단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WHO는 팬데믹을 선언하며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데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완전히 이율배반적인 얘기다. 또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 둔화 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뿐인데 WHO의 도움을 받아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명백히 사람간 접촉에 의해 발생하니 웨이브(파도)형 확산 양상을 띄니까 팬데믹 선언을 미루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한국과 같은 확산 차단이 가능한지 따졌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서둘러 팬데믹을 선언하는 바람에 세계 증시 시총이 1경원이나 빠지는 사태를 초래했다. 한국도 시총 300조원이 증발했다. 한국은 오히려 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세계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언을 우리 식대로 ‘경계’라고 보면 팬데믹은 ‘심각’ 단계인데 이 두 단계에서는 대처 방법이 달라야 한다. 그런데 대처하는 데 아무런 달라진 것이 없었다. 도움을 주지 않고 공포만 부추겨, WHO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아졌을 한국의 극복 노력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 앞으로도 WHO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데 팬데믹 선언의 기조 아래 움직여 한국처럼 스스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가로막을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유럽발 경제위기다. 이탈리아는 진정되고 나면 국가부도 사태를 걱정하게 되고, 유럽을 거쳐 세계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입히는 상황을 WHO가 초래했다. Q. WHO는 사령탑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A. 거칠게 얘기하면 WHO 사무총장은 개인적 가십으로 기구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 중국과 같은 강압적 봉쇄 정책은 체제가 다른 나라들에 전범이 될 수가 없다. 한국 모델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니 전파, 확산, 권고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실제로 WHO는 21일에야 한국 모델을 “교과서”라고 치켜세웠다.) 언론에서는 늑장이라고 계속 질타하는데 타이밍이 맞지도 않았고, 내용도 부실했다. 실제로 방역과 관련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헛발질했다고 본다. Q.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인구의 70%는 걸린다고 보고 완화하고 시간을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A. 절대 동의한다. 이미 확산됐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정책의 무게 중심을 희생을 줄이는 쪽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병원이 마비된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하면 완화시킬 수 있느냐를 선제적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병원이 감당이 안 되니 누구는 살리고 누구를 구할지를 결정할 시점에 와있다. 이탈리아는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일격을 맞은 것이다. 독일은 이미 4000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으니 메르켈 총리가 현실적인 접근을 한 것이다. 한국도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었다. 정치가 방역에 발을 들이려는 순간이었다. ‘진단 검사를 너무 많이 해서 감염자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정치권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는 생각의 일단을 보여준 때가 있었다. 확진자란 이름표를 붙여줘 돌아다니면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킨다고 경고하게 만든 것이 우리의 방향이었다. 이 질병은 전파하는 사람 따로 있고, 희생되는 사람 따로 있다. 젊은이들은 무증상, 경증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해 돌아다녀 지역사회에 퍼뜨리고 희생자는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일 것이라고 난 여러 차례 얘기했다. 계속 검사 역량을 높여 확진자란 이름표를 달아주는 일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그렇게 해서 아무튼 그런 얘기 사라졌다. 중국처럼 한 지역을 권위적으로 봉쇄하지 않고, 민주적인 통제를 통해 안정화시킨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을 만든 힘은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로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올바르게 실천한 덕분이었다. 그게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얘기다. 만약 우리가 그때 정치가 개입해 사태 해결을 왜곡시키게 놔뒀으면 지금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순간을 뚫고 나왔고, 권위주의 시절과 달리 매우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성과를 이뤄내 세계에 모범이 될 것이다. 중국의 방법은 다른 민주 국가나 서구에서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모델이다. 설사 사태를 종식시킨 뒤에라도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그런 시스템으로 안정화, 둔화 추세로 넘어갔기 때문에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다. 언제나 세계질서는 굉장한 위기 뒤에 재편됐다. 한국의 위상이 G7에 걸맞은 것이 될 것이라고 본다. 투명한 사회 시스템,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구나, 모두가 돌아보게 될 것이다. 일본의 한국인 대상 입국 제한 조치는 한국인의 건강을 위해 매우 올바른 정책이라고 방송에서 (비꼬아) 얘기한 적이 있다. 일본의 확진 환자 수도 실제의 10분의 1 밖에 안된다고 한다. 일본의 불투명성, 방역에 있어 (도쿄올림픽 성공에 집착한) 정치권의 개입 때문에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고 믿는다. 난 유람선 사태 초기부터 일본은 (7월에) 올림픽 못한다고 했다. 갈수록 감염병 이슈가 글로벌 사회에서 중요해지는데 다른 나라가 발언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영향력을 한국은 갖게 된다. 일본은 한국에 행한 경제 보복, 비자로 인한 외교 분쟁이 뼈아픈 실책이 될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괜찮은 파트너로 부상한다. 일인당 실질 소득은 이미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다. 자연재해는 정치가 할 일이 많다. 하지만 감염병이란 사회적 재해는 전문성이 앞서고 정부는 보조 기능에 머물러야 한다. 정부가 끼어들면 방역이 뒤엉킨다. 전문가 집단이나 방역당국이 일할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옳다. 미국의 예를 봐도 그렇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뭘 하려고 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혼내고 하다가 유럽 사태를 보며 태도가 바뀌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문 영역에 정치가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결국 뒤엉키게 된다는 교훈을 다시 깨닫게 된다. 방역과 관련 잘했는데 마스크 관련 당국이 못해 부총리-총리-대통령 순으로 나섰다. WHO의 전격적인 팬데믹 선언이 있을 수 있으니, 팬데믹을 선언하는 그날 곧바로 미리 준비해 둔 액션 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거듭 얘기했는데 정작 WHO가 선언한 날, 아무도 움직이지 않더라. 대통령이 예전에 없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시하니까 그때야 움직이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도 감염병이 간격을 두고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가 연구소가 감염병 전문지식을 제시하고 치료제와 백신도 개발하고 다른 나라의 감염병 정보를 축적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을 연구할 수 있도록 설치됐으면 하는 것이 이번의 교훈이 됐으면 한다.Q. 적지 않은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풍토병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보는데. A. 당분간 웨이브(파도 치는) 형태로 확산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이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감염증을 옮길 중간 숙주가 없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중동에서는 낙타라는 중간 숙주가 있어 계속 숙주를 통해 메르스가 번식했다. 사스는 2년이 걸려 완전히 없어졌는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중간 숙주(예를 들어 천산갑 같은)가 없어서다. 우리를 감염시키는 네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는데 이들처럼 병원성을 상실하면서 사람을 감염시킨다면 계속 존재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Q. 언제 어떻게 종식을 선언하는가? A. 신규 확진자가 없어야 하고 치료 중인 최후의 환자가 완치된 뒤 잠복기의 두 배, 코로나19 같으면 4주가 지나면 종식을 선언할 수 있다. Q. 당분간 우리 방역의 큰 방향은 치료, 격리, 해외 유입 차단이 되는 것이 맞는지? A. 크게 국내 요인과 해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는 확진 환자를 빨리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해 사망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과 접촉한 이를 신속하게 격리해 더 이상 확산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해외 요인은 우리가 기존에 봉쇄가 아니라 추적을 통해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계속하는 것이 옳겠다. 다만 미국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진단 검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고 불법체류자, 보험이 안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감염 확산이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은 의료 시스템이 이탈리아처럼 감당 안되면 엄청난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강(强)달러가 돼 완전히 경제문제가 된다. 우리가 코로나 종식시킨다, 이런 것도 하등에 문제가 되지 않는 국면이 올 수 있는데, 대통령이 한마디 해야 움직이는 이런 정책당국이 그에 대한 대비를 글로벌 시각으로 준비할 수 있겠느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종식했는데도 미국이 환자가 많아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특별입국 절차를 강화하되 사전에 미국의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Q. 얼마 전 ‘비선 자문’ 논란이 있기도 했다. A. 메르스 때는 대통령이 전문가 집단에 권한을 위임한 것처럼 하면서 비선 자문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결과가 아주 좋지 않았다. 전문가 집단도 집단지성이 필요하고,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자문하는 이들은 의사들이 아무래도 많다. 바이러스를 전공하거나 약학을 공부하고 역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다양하게 포진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중구난방이 되선 안되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사태가 조기 종식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곧바로 (신천지 때문에) 환자가 폭증했던 것이 잘못된 조언 탓이었지 않나 짐작할 따름이다. 비선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조언이 아니었구나 생각할 수 있겠다.
  • [시론] 재난과 비상근무, 그리고 공무원 과로사/김영선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

    [시론] 재난과 비상근무, 그리고 공무원 과로사/김영선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주말도 없이 출근해 비상근무를 하던 경북 성주군청 공무원과 전북 전주시청 공무원이 잇달아 과로로 쓰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과로로 병원까지 이송됐다가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기도 한 경북 포항시 감염관리팀장 사례도 마찬가지다. 일련의 사건들은 비상근무에 따른 과로 위험에 공무원들이 어떻게 노출돼 있는지 명확히 보여 준다. 재난은 길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재난의 영어 단어인 ‘disaster´의 어원은 행성이 궤도에서 벗어난 탓에 발생하는 불길한 사태들을 상징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전례 없는 사태는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한 사회에 잠재돼 있던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드러낸다. 무대 뒤에 감춰졌던 그 사회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다. 그 사회를 지탱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취급받고 있는지 보여 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감염병 보도준칙이나 재난 보도준칙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재난은 ‘초유의 사태’, ‘최전선’, ‘초토화’, ‘쑥대밭’, ‘대란’, ‘대공포’, ‘총동원’, ‘창궐’, ‘전쟁 같은’, ‘군사작전 같은’, ‘포화 속’ 등으로 묘사된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권리의 원칙들이 쉽게 무너지곤 하는데, 공무원의 시간 권리 역시 유예되거나 무력화되기 일쑤다. 재난 발생 시 휴게시간이나 쉴 공간 또는 잠잘 공간 등을 포함한 규칙이나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호복을 착용하는 경우 피로와 스트레스가 평상시보다 더 극심하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한겨울이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기에 반드시 한두 시간 정도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많은 현장 공무원들은 언제 휴게시간을 가져야 할지, 그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주말 근무가 이어지지만 대체휴무 사용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다반사다. 공무원의 복무규정도 이들을 재난 시 과로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긴급 상황에서 공무원을 동원하는 걸 가능하게 하는 복무규정(국가공무원복무규정 및 지방공무원복무규정의 ‘비상근무’와 ‘근무시간의 변경 조항’)에 따라 근무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수시로 변경되기도 한다. 비상근무의 종류나 발령 기준은 구체적으로 명문화된 데 반해 그 사용 제한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공무원에 부여된 헌신, 봉사, 수호, 사명감 등 봉사자 이데올로기도 장시간 비상근무를 강요한다. 휴게시간, 최소한의 휴식시간, 대체휴무, 초과근로 제한 등 공무원의 시간권리를 빼앗는다. 재난 상황의 공무원도 시간권리가 전제돼야 하는 노동자로 다뤄져야 함에도 말이다. 누군가는 공무원의 과로사가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상근무 탓도 있겠지만 이러한 관점은 그간의 과로위험을 봉합하고 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보면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나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 모두 OECD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로 상태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인력의 과소 상태로 과로가 일상화돼 있는 것이다. 현업 공무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데, OECD 평균에 비해서 약 1000시간을 더 일한다. 이런 이유로 사회복지, 경찰, 소방, 우편집배, 교육, 방역 관련 공무원의 과로사가 문제되기도 했다. 공무원의 과로사는 재난 시기의 특수한 문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잠재돼 있던 과로위험의 누적이 재난 시기에 격발돼 나타난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병 재난은 ‘신종’이라 이름을 갈아가며 꽤 반복해서 발생한다. 빈도도 높고 주기도 짧아지고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재난의 반복만큼 공무원의 과로사도 반복된다.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원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람 중심의 시간권리 원칙. 비상근무 시 연속 근무는 어느 정도까지 할지, 최소 휴식시간은 얼마로 할지, 상한시간은 얼마까지 할지, 대체휴무는 어떻게 보장할지 등 시간권리를 명문화하는 것을 포함한 원칙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장시간 노동의 형태로 공무원을 갈아 넣는 재난 대응, 봉사자 이데올로기를 앞세우는 방식은 또 다른 사회적 피해와 갈등을 낳는다. 재난 상황일수록 시간권리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게 모두의 안전을 만들어 나가는 길이다.
  • [시론] 재난과 비상근무, 그리고 공무원 과로사/김영선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

    [시론] 재난과 비상근무, 그리고 공무원 과로사/김영선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주말도 없이 출근해 비상근무를 하던 경북 성주군청 공무원과 전북 전주시청 공무원이 잇달아 과로로 쓰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과로로 병원까지 이송됐다가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기도 한 경북 포항시 감염관리팀장 사례도 마찬가지다. 일련의 사건들은 비상근무에 따른 과로 위험에 공무원들이 어떻게 노출돼 있는지 명확히 보여 준다. 재난은 길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재난의 영어 단어인 ‘disaster´의 어원은 행성이 궤도에서 벗어난 탓에 발생하는 불길한 사태들을 상징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전례 없는 사태는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한 사회에 잠재돼 있던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드러낸다. 무대 뒤에 감춰졌던 그 사회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다. 그 사회를 지탱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취급받고 있는지 보여 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감염병 보도준칙이나 재난 보도준칙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재난은 ‘초유의 사태’, ‘최전선’, ‘초토화’, ‘쑥대밭’, ‘대란’, ‘대공포’, ‘총동원’, ‘창궐’, ‘전쟁 같은’, ‘군사작전 같은’, ‘포화 속’ 등으로 묘사된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권리의 원칙들이 쉽게 무너지곤 하는데, 공무원의 시간 권리 역시 유예되거나 무력화되기 일쑤다. 재난 발생 시 휴게시간이나 쉴 공간 또는 잠잘 공간 등을 포함한 규칙이나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호복을 착용하는 경우 피로와 스트레스가 평상시보다 더 극심하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한겨울이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기에 반드시 한두 시간 정도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많은 현장 공무원들은 언제 휴게시간을 가져야 할지, 그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주말 근무가 이어지지만 대체휴무 사용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다반사다. 공무원의 복무규정도 이들을 재난 시 과로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긴급 상황에서 공무원을 동원하는 걸 가능하게 하는 복무규정(국가공무원복무규정 및 지방공무원복무규정의 ‘비상근무’와 ‘근무시간의 변경 조항’)에 따라 근무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수시로 변경되기도 한다. 비상근무의 종류나 발령 기준은 구체적으로 명문화된 데 반해 그 사용 제한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공무원에 부여된 헌신, 봉사, 수호, 사명감 등 봉사자 이데올로기도 장시간 비상근무를 강요한다. 휴게시간, 최소한의 휴식시간, 대체휴무, 초과근로 제한 등 공무원의 시간권리를 빼앗는다. 재난 상황의 공무원도 시간권리가 전제돼야 하는 노동자로 다뤄져야 함에도 말이다. 누군가는 공무원의 과로사가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상근무 탓도 있겠지만 이러한 관점은 그간의 과로위험을 봉합하고 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보면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나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 모두 OECD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로 상태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인력의 과소 상태로 과로가 일상화돼 있는 것이다. 현업 공무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데, OECD 평균에 비해서 약 1000시간을 더 일한다. 이런 이유로 사회복지, 경찰, 소방, 우편집배, 교육, 방역 관련 공무원의 과로사가 문제되기도 했다. 공무원의 과로사는 재난 시기의 특수한 문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잠재돼 있던 과로위험의 누적이 재난 시기에 격발돼 나타난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병 재난은 ‘신종’이라 이름을 갈아가며 꽤 반복해서 발생한다. 빈도도 높고 주기도 짧아지고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재난의 반복만큼 공무원의 과로사도 반복된다.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원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람 중심의 시간권리 원칙. 비상근무 시 연속 근무는 어느 정도까지 할지, 최소 휴식시간은 얼마로 할지, 상한시간은 얼마까지 할지, 대체휴무는 어떻게 보장할지 등 시간권리를 명문화하는 것을 포함한 원칙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장시간 노동의 형태로 공무원을 갈아 넣는 재난 대응, 봉사자 이데올로기를 앞세우는 방식은 또 다른 사회적 피해와 갈등을 낳는다. 재난 상황일수록 시간권리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게 모두의 안전을 만들어 나가는 길이다.
  •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가 독주회 중 오열한 이유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가 독주회 중 오열한 이유

    코로나19로 올해 예정된 내한공연 대부분이 취소된 가운데 한국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47)가 연주 중 큰 울음을 터트려 공연이 잠시 중단됐다. 23일 내한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오푸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펼친 리시차는 준비한 연주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연주 중 마지막 4악장을 남겨 두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연주를 멈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착용한 흰색 마스크는 이미 그의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결국 리시차는 마지막 4악장을 연주하지 못한 채 대기실로 퇴장했다. 약 3분 뒤 객석에서 쏟아지는 박수를 받으며 밝은 얼굴로 나와 앙코르 연주를 시작했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14번 ‘월광’, 쇼팽 녹턴 20번,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2번, 라벨 밤의 가스파르 등 50분가량 추가 연주를 이어 갔다. 리시차는 독주회를 마친 후 오푸스를 통해 “연주 중 갑자기 우크라이나에 계신 86세 어머니가 떠올랐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여기 와 주신 관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낀 채로 있는 것이 제 마음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곡도 공감을 일으키는 곡이라 감정이 복받쳐 연주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앙코르 연주 첫 곡으로 ‘월광’을 선택한 배경으로는 “달빛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감싸 주는 것처럼, 사람들을 감싸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리시차는 “한국의 투명한 방역 시스템을 신뢰하고, 한국인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콘서트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한국 공연 강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자동차극장 아닙니다… 새마을금고의 ‘드라이브 스루 총회’

    자동차극장 아닙니다… 새마을금고의 ‘드라이브 스루 총회’

    “정기총회도 코로나19 때문에 차에서 안 내리고 했어요.”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 새마을금고는 지난 22일 사내 주차장에서 회원들이 각자의 차량에 탄 채로 정기총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명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정기총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회원은 자동차에 탑승한 상태로 대형 트럭에 마련된 무대를 바라보며 정기총회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봤다. 마치 ‘자동차극장’에서 자동차에 탄 채로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주최 측은 회원들이 차 안에서 행사 내용을 듣고 파악할 수 있도록 행사용 이어폰과 총회 자료를 나눠 줬다. 참석한 회원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서명을 했다. 정기총회가 끝난 뒤에는 행사장 주변 방역을 했고 마스크도 나눠 줬다. 김대창 한국지엠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정부 및 한국지엠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동참하는 새로운 방식의 정기총회를 무사히 마침으로써 회원들에게 신속히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코로나 뚫고 한국무대 오른 리시차, 연주 중 오열…“마스크 낀 관객과 어머니 생각에”

    코로나 뚫고 한국무대 오른 리시차, 연주 중 오열…“마스크 낀 관객과 어머니 생각에”

    코로나19로 올해 예정된 내한공연 대부분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47)가 연주 중 큰 울음을 터트려 공연이 잠시 중단되는 일이 일어났다.23일 리시차 내한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오푸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펼친 리시차는 준비한 연주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연주 중 마지막 4악장을 남겨두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연주를 멈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착용한 흰색 마스크는 이미 그의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결국 리시차는 마지막 4악장을 연주하지 못한 채 대기실로 퇴장했고, 약 3분 뒤 객석에서 쏟아지는 박수를 받으며 밝은 얼굴로 나와 앙코르 연주를 시작했다. 과거 내한공연 때에도 긴 앙코르 연주를 선보인 리시차는 이날도 베토벤 소나타 14번 ‘월광’, 쇼팽 녹턴 20번,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2번, 라벨 밤의 가스파르 등 50분가량 추가 연주를 이어갔다. 리시차는 독주회를 마친 후 오푸스를 통해 “연주 중 갑자기 우크라이나에 계신 86세 어머니가 떠올랐다”라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여기 와주신 관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낀 채로 있는 것이 제 마음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곡도 공감을 일으키는 곡이라 감정이 복받쳐 연주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그는 앙코르 연주 첫 곡으로 ‘월광’을 선택한 배경으로는 “달빛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감싸주는 것처럼, 사람들을 감싸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리시차는 “한국의 투명한 방역 시스템을 신뢰하고, 한국인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콘서트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한국 공연 강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의 공연을 진행한 오푸스와 예술의전당 측은 관객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고, 리시차 역시 연주자로는 이례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무대에 올랐다.한편, 서울 공연에 이어 예정됐던 미국 공연이 취소된 리시차는 23일 거주지인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할 계획이었으나, 항공편이 모두 취소돼 서울에 머무르며 새로운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BTS 한국어교육 콘텐츠 제작 나선다 “방탄과 함께 배워요”

    BTS 한국어교육 콘텐츠 제작 나선다 “방탄과 함께 배워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콘텐츠 ‘런 코리안 위드 BTS(Learn Korean with BTS)’를 24일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공개한다. ‘런 코리안 위드 BTS’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관련 콘텐츠를 즐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글로벌 팬들이, 쉽고 재미있게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기획 된 숏폼(short form) 콘텐츠다. 방탄소년단의 자체 제작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달려라 방탄(Run BTS!)’, 무대 뒤 일상과 공개되지 않은 촬영장 비하인드를 보여주는 ‘방탄밤(BANGTAN BOMB)’, ‘BTS 에피소드(BTS Episode)’ 등 기존의 팬 콘텐츠를 재구성해 멤버들이 실제 자주 쓰는 표현을 듣고 따라하며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각 영상은 간단한 한국어 문법, 표현과 함께 다양한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한 회당 3분 내외로 총 30회 방영 예정이다. 24일 오후 2시에 공개되는 세 편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9시 한 편씩 위버스에 공개된다. 빅히트는 “최근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인기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케이팝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다”며 “한국어 학습을 통해 글로벌 팬들이 아티스트의 음악에 더 깊이 공감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박성국의 인터미션]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어야 하죠?

    [박성국의 인터미션]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어야 하죠?

    “이 사태가 끝나고 나면 또 바짝 말라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에 물만 조금 채우겠죠.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거나.”사실 ‘이 시국’에 공연계 소식을 전하고, 예술인들의 삶을 조명한다는 일 자체도 조심스럽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일시 정지’ 상태에 빠지면서 어려운 공연계와 예술인들의 사정을 다루면 “사람이 죽고 사는 시국에 태평하게 예술 걱정을 하느냐”는 식의 댓글이 주를 이룬다. 해외 음악인들은 한국의 투명하고 안전한 방역 시스템에 신뢰를 표하면서 코로나19로 집단 우울에 빠진 사람들을 응원하고자 내한공연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반응 중에서는 “제발 오지 마라. 코로나만 더 퍼진다”라는 게 적지 않았다. 모든 공연장이 입구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관객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은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연계 노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과 ‘예술’이란 먹고사는 일 너머에 존재하는, 등 따뜻하고 배부른 사람들의 호사 정도로 치부된다.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이라는 이율배반적 시각도 상존한다. 그래서일까. 공연계에서는 경영 사정을 묻는 말에 늘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만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등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말들을 먼저 한 뒤 ‘폐업’과 ‘도산’과 같은 현실성 짙은 말이 이어진다. 이미 많은 공연이 코로나19로 개막 자체가 무산됐고, 무대에 오른 공연들은 대부분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조기 폐막을 이어 가고 있다. 일부 뮤지컬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조기 폐막 이유로 밝혔지만, 애초 제작사들은 부실 경영에 작품 흥행 부진으로 출연 배우와 제작진 임금도 지불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더욱 열악한 소규모 극단 사이에서는 경영난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만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다.실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2월 공연 매출은 206억 4049만원으로 1월 매출 규모(402억 7727만원)의 48.7%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공연 취소가 본격화한 3월 매출이다. 3월 상반기(1~15일) 공연 매출액은 49억 4869만원으로 전월 상반기(124억 8381만원) 대비 60.3%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공연·예술인 체감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 개인과 단체에 대한 피해 보전 방안으로 소극장 한 곳당 최대 6000만원씩 200곳을 지원하고, 예술단체 160곳을 대상으로 규모에 따라 2000만~2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뮤지컬 제작자는 “지금 큰 산불이 났는데 물이 부족하다고 분무기 들고 와서 물 뿌리는 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신청을 받은 ‘코로나19 특별융자’에는 394명이 몰렸다. 당초 긴급 편성한 예산은 30억원이었지만, 이대로라면 이를 훌쩍 초과한 36억원 규모가 되는 터라 심사를 통해 개별 융자 금액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인당 융자 한도 1000만원 이내로 규모는 적은 반면 예술 활동과 피해 증명 과정이 까다로워 승인 신청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재단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지원자 스스로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예술활동증명’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를 ‘예술’로 볼 것인가라는 해묵은 논쟁 속에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중증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 애인은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을 통해 성과를 단순히 증명하기 어려운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을 증명해야 예술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풍자하기도 했다. 현 공연·예술계를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 비유한 한 예술단체 대표의 푸념이 떠오른다. “‘BTS(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와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찬양하고 제2의 BTS, 제2의 봉준호를 육성하겠다는 나라에서 왜 ‘예술은 원래 배고픈 것’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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