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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개가 아냐” 윤여정 입담에 또 홀딱 반한 영국 언론…“시상식 챔피언, 최고 연설”

    “난 개가 아냐” 윤여정 입담에 또 홀딱 반한 영국 언론…“시상식 챔피언, 최고 연설”

    美매체, 브래드피트에게 무슨 냄새 나냐 묻자윤여정 “냄새 안 맡아, 난 개가 아냐” 응수더타임스 “시상식 챔피언” BBC “최고 멘트”윤여정, 英시상식서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英보그지 “윤여정에 빠져든 사람 또 있나”윤여정, 한국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 쾌거배우 윤여정의 입담이 또 한번 영국 언론을 홀렸다.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이란 말로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휘어잡은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한국 영화사 최초로 미국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자 “올해 영화제 시상식 연설 챔피언”이라며 감탄했다. 무례한 美 외신에 윤여정 우아한 일침 영국 더 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윤여정은 올해 영화제 시상식 시즌에서 우리가 뽑은 공식 연설 챔피언”이라면서 “이 한국 배우는 이번에도 최고의 연설을 했다”고 극찬했다. 더 타임스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과 함께 남·녀 주연상 수상자가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리고 수상소감을 상세히 전했다. BBC는 이날 시상식 후 미국의 엑스트라TV(EXTRATV)라는 방송 매체의 한 흑인 여성 진행자가 ‘브래드 피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났느냐’는 무례한 질문에 윤여정이 “나는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고 응수하자 이번 시상식에서 “최고의 멘트”를 했다고 언급했다. 트위터 등에서는 “역사를 만든 여성에게 이런 질문을?”, “부끄러운 줄 알라”는 미 외신에 대한 비판과 함께 윤여정을 향해 “그의 답변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우리 할머니 건드리지 말라”는 응원이 쏟아졌다. 스카이뉴스는 윤여정이 또 멋진 연설을 했다며 “우리를 ‘고상한 체하는 사람들’이라고 한 뒤에 윤여정의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오스카상 수상을 바랐고, 역시 실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보그지는 “윤여정에게 빠져든 사람 또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수상 소식을 전했다.윤여정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해 특히 영광” 위트 넘치는 소감에 큰 웃음·박수 윤여정은 지난 12일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엔 특히 ‘고상한 체한다’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고 영광이라고 농담을 던져 큰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BBC는 이날 “아마 이번 시상식 시즌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한 순간은 이달 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이 수상소감을 밝혔을 때”라고 전했다. 윤여정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로써 윤여정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됐다.윤여정, 경쟁했던 다섯 후보에도 예의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박수 브래드 피트에 “영화 찍을 때 어디 있었냐?”‘동갑내기’ “글렌 클로스 상 받길 바랐다”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상 소감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뒤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냐?”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면서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에서 왔고,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며 특유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다시 한번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투표해 준 아카데미 관계자와 ‘원더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뒤 “다섯명의 후보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동갑내기’ 배우에게 특별한 예의를 표하며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윤여정은 이날 시상식이 끝난 뒤 주 LA 총영사 관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에서도 다시 한번 여우조연상 후보에 함께 오른 ‘힐빌리의 노래’에서 열연한 “글렌 클로스가 상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는 배우로 오래 일했고, 스타와 배우는 다르다. 글렌 클로스의 연기를 오래 봐 왔고, 영국에서 그의 연극을 직접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상대 배우를 추켜 세웠다.“최고란 말은 싫다, 살던 대로 살겠다…상 탔다고 김여정 되나” 윤여정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 살던 대로 살겠다”면서 “오스카상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입담을 과시했다. 또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영화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여정은 “나는 최고(最高), 경쟁 그런 말 싫다. 1등이고 최고가 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데 모두 다 최중이 되고 같이 동등하게 살면 안 되나”라며 1등이 되기만을 원하는 경쟁을 지양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남에게 피해 주지 말자는 철학으로 절실하게 많이 노력했다. 연습은 무시할 수 없다”고 대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오스카 별’ 윤여정 “최고란 말 싫다…절실히 노력·연습, 김연아 심정” [이슈픽]

    ‘오스카 별’ 윤여정 “최고란 말 싫다…절실히 노력·연습, 김연아 심정” [이슈픽]

    한국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 쾌거솔직하고 재치 있는 소감들 눈길“살던 대로 살 것…상 탔다고 김여정 되나”“최고·경쟁 말 싫어해…1등보다 같이 살자”“너무 많은 성원 힘들어 눈에 실핏줄 터져”“축구선수·김연아 심정 알겠다” 부담 토로영화 ‘미나리’로 한국 영화사 최초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너무 많은 국민 성원을 받아 너무 힘들어서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면서 “축구 선수(국가대표)들의 심정을 알게 됐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수상 기대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음을 털어놓았다. 윤여정은 1등이 되기만을 원하는 경쟁을 지양한다는 철학을 밝히고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연기 생활을 해가고 싶다는 계획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기철학? 열등의식서 시작…대본=성경”“민폐 안 될 때까지 연기하다 죽을 것” 윤여정은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 LA 총영사 관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에 전하는 말을 묻자 “사람들이 성원을 보내는데 내가 상을 못 받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상을 타 (국민 응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여정은 성원 속에 상을 못 받는 것에 대한 불안을 “태어나서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대표한 2002년 월드컵 축구선수들이나 김연아 선수의 심정을 알겠더라고 언급한 뒤 “운동선수가 된 기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나는 최고(最高), 경쟁 그런 말 싫다. 1등이고 최고가 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데 모두 다 최중이 되고 같이 동등하게 살면 안 되나”라며 1등이 되기만을 원하는 경쟁을 지양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남에게 피해 주지 말자는 철학으로 절실하게 많이 노력했다. 연습은 무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미나리’는 우리의 진심으로 만든 영화이고 진심이 통한 것 같다”면서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 살던 대로 살겠다. 오스카상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입담을 과시했다. 윤여정은 “배우는 편안하게 좋아서 한 게 아니었다. 절실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정말 먹고 살려고 연기를 했다”며 반세기에 가까운 연기 인생을 회고했다. 그는 “내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 대본을 열심히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안 주자는 것이 저의 (연기) 시작이었다. 대본은 저에게 성경 같았다”면서 “아무튼 많이 노력했고 그냥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도 “앞으로의 계획은 없다”면서 “남한테 민폐 끼치기 싫으니까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영화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대본이 너무 순수·진심, 늙은 날 건드려”“독립 영화라 내 돈 내고 비행기 탔다”“수상? 배반 많이 당해 그런지 안 바랐다” 그는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이 쓴 ‘미나리’ 대본은 “너무 순수하고 너무 진짜 얘기였다”면서 “대단한 기교가 있어서 쓴 작품이 아니고 정말로 진심으로 하는 얘기였다”고 평가했다. 윤여정은 “그게 늙은 나를 건드렸다. 독립 영화니까 비행기도 내 돈 내고 왔다”면서 “영화 만들 때 이런 거(아카데미 수상) 상상도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감독들도 다 잘났는데, 정 감독은 ‘요새 이런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정은 “아직도 정신이 없다. 수상한다고 생각도 안 했다”며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미나리’ 영화를 같이한 우리 친구들은 제가 상을 받는다고 했지만, 별로 안 믿었다. 인생을 오래 살아서, 배반을 많이 당해서 그런지 바라지도 않았는데 제 이름이 불렸다”고 수상 당시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여우조연상 후보에 함께 오른 ‘힐빌리의 노래’에서 열연한 “글렌 클로스가 상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는 배우로 오래 일했고, 스타와 배우는 다르다. 글렌 클로스의 연기를 오래 봐 왔고, 영국에서 그의 연극을 직접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윤여정, 경쟁했던 다섯 후보에도 예의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박수 ‘동갑내기’ “글렌 클로스 상 받길 바랐다”故 김기영 감독에도 공개 감사 “천재 감독” 윤여정은 아카데미를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할 때마다 좌중을 사로잡은 재치 있는 소감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제가 오래 살았고,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잘 떨다 보니 입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로써 윤여정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됐다.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상 소감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투표해 준 아카데미 관계자와 ‘원더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뒤 “다섯명의 후보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동갑내기 배우에게 특별한 예의를 표하며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윤여정은 고(故) 김기영 감독을 ‘천재 감독’이라고 언급하며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이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특히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냐?”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에서 왔고,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며 특유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다시 한번 웃음을 안겼다.文 “윤여정 축하…연기 인생에 경의”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러한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대해 “끊임없는 열정으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분들에게까지 공감을 준 연기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국민과 함께 수상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낸 윤여정님의 연기가 너무나 빛났다”면서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높여줬고, 무엇보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102년 한국 영화사의 역사를 ‘연기’로 새롭게 썼다는 데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성과 연출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데 이은 영화계의 쾌거”라고 평가했다.다음은 윤여정과의 일문일답 ▶연기를 오래 했으니까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진 철학 있는지. 솔직하고 당당하며 재치 있는 언변도 주목을 받는데 =내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하게 됐다.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게 내 철학이었다. 절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좋아도 해야 겠지만 나는 먹고살려고 했다. 나에게는 대본이 성경 같았다. 많이 노력했다. 브로드웨이 명언도 있다. 누가 길을 물었다고 한다. 브로드웨이로 가려면?(How to get to the Broadway?) 답변은 연습(practice). 연습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입담이 좋은 이유는 내가 오래 살았다는 데 있다.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잘 떤다.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계신다 생각한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최고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나는 최고, 그런 거 싫다. 경쟁 싫어한다. 1등 되는 것 하지 말고 ‘최중’(最中)이 되면 안 되나. 같이 살면 안 되나.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 벽이 너무 높다.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고 ‘최중’만 하고 살자. 그럼 사회주의자가 되려나. ▶작품 선택할 때 대본을 다 안 읽었다는데. 작품 선택 때 동기가 있었나. 실제 경험이 연기에 투영됐나 =경험도 나오겠지. 60세 전에는 (대본을 보고) 성과가 좋을지를 따졌는데 60세가 넘어서 나 혼자 생각한 게 있다. 사람을 본다. 믿는 사람이 하자면 한다. 사치스럽게 살기로 했다. 내가 내 인생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면 사치스러운 것이다. 대본을 갖고 온 사람이 믿는 사람이었다. 대본을 읽은 세월이 너무 오래됐으니까 대본을 딱 보면 안다. 너무 순수하고 너무 진짜 얘기였다. 대단한 기교가 있는 작품이 아니라 정말로 진심으로 얘기를 썼다. 그게 늙은 나를 건드렸다. 감독을 보고 ‘요새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다. 독립영화니까 비행기도 내 돈을 내고 왔다. 대본 전해준 사람의 진심을 믿었다. 감독을 만나서 싫으면 안 했겠지만 이런 사람이 있나 싶어서 했다. 우리는 영화 만들 때 이런 거(아카데미 수상) 상상도 안 했다.▶연기를 50년 넘게 해왔다. 대단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해왔다. 이번에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오늘 이후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윤여정의 계획은 무엇인가 =대본이 좋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인터뷰하다가 알았다. 할머니, 부모가 희생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얘기다. 그것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부모는 희생하고, 할머니는 손자를 무조건 사랑한다. 감독이 진심으로 썼다. 주목받은 이유 같은 건 평론가한테 물어보라. 향후 계획은 없다. 살던 대로 살겠다. 오스카상을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옛날부터 결심한 게 있는데,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다. ▶시상 소감 때 언급한 정이삭 감독과 김기영 감독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는 감독이다. 60세 넘어서 알았다. 감독이 매우 중요하다. 감독의 역할은 정말 많다.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바닥까지 아울러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힘이다. 김기영 감독님은 21세 정도 때 사고로(우연히) 만났다. 정말 죄송한 것은, 그분에게 감사한 게 60세가 넘어서였다. 그분이 돌아가신 뒤에야 고마웠다. 그 전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정이삭 감독은 늙어서 만났는데 나보다 너무 어리고 아들보다 어리지만 어떻게 이렇게 차분한지 모르겠다. 현장에서는 수십명을 통제하려면 미치는데 차분하게 통제하는데 아무도 누구를 업신여기지 않고 존중하더라. 내가 흉 안 보는 감독은 정이삭 감독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43세 먹은 정이삭 감독에게 존경한다고 했다. ▶기사를 쓰면 댓글들이 많다. 좋은 댓글도 나쁜 댓글도 있는데, 미나리는 좋은 댓글들이 많았다. 국민이 성원을 많이 했다. 국민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내가 상을 타서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 축구 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다.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사람들이 너무 응원하니 너무 힘들어서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그 사람들은 성원을 보내는데 내가 상을 못 받으면 어쩌나 싶었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성원을 너무 많이 하니까 힘들었다. 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 2002년 축구 월드컵 때 (선수들의) 발을 보고 온 국민이 난리를 칠 때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태어나서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 그런 것은 즐겁지 않았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文 “윤여정 오스카 여우조연상 축하…연기 인생에 경의, ‘기생충’ 이은 쾌거”

    文 “윤여정 오스카 여우조연상 축하…연기 인생에 경의, ‘기생충’ 이은 쾌거”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 큰 위로…자부심 높여”“윤여정님 연기, 너무나 빛나…새 역사 썼다”“美이민 2세 정이삭 감독 함께 일궈 뜻깊다”윤여정,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데 대해 “끊임없는 열정으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분들에게까지 공감을 준 연기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국민과 함께 수상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높여줬고, 무엇보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낸 윤여정님의 연기가 너무나 빛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102년 한국 영화사의 역사를 ‘연기’로 새롭게 썼다는 데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성과 연출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데 이은 영화계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한 가족의 이민사를 인류 보편의 삶으로 일궈냈고, 사는 곳이 달라도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이민 2세인 정이삭 감독, 배우 스티븐 연과 우리 배우들이 함께 일궈낸 쾌거여서 더욱 뜻깊다”면서 “이번 수상이 우리 동포들께도 자부심과 힘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윤여정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로써 윤여정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됐다.윤여정, 경쟁했던 다섯 후보에도 예의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박수 “글렌 클로스 상 받길 바랐다”“오스카 받았다고 김여정 되는 건 아냐”故 김기영 감독에도 공개 감사 “천재 감독”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상 소감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투표해 준 아카데미 관계자와 ‘원더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뒤 “다섯명의 후보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동갑내기 배우에게 특별한 예의를 표하며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윤여정은 고(故) 김기영 감독을 ‘천재 감독’이라고 언급하며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이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특히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냐?”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에서 왔고,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며 특유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다시 한번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은 시상식 이후 LA총영사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 기자 간담회에서도 다시 한번 “글렌 클로스가 상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는 배우로 오래 일했고, 스타와 배우는 다르다. 글렌 클로스의 연기를 오래 봐 왔고, 영국에서 그의 연극을 직접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과 이후 계획에 대해서도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지는 모르겠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라면서 “내가 오스카를 받았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니 살던 대로 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10년 넘게 한 작품 받쳐온 기둥…존재감 빛나는 보석 같은 조연들

    10년 넘게 한 작품 받쳐온 기둥…존재감 빛나는 보석 같은 조연들

    오랜 시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컬 작품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완성도 높은 극이 주는 재미와 감동, 시대를 아우르며 공감을 주는 메시지 등 꾸준히 객석을 매료시키는 요소들이 있다. 이런 작품들을 매 시즌 누가 새롭게 이끌어 가는지도 늘 관심이지만 한결같이 무대를 받쳐 온 ‘감초’ 조연들의 활약도 매우 크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가운데 이발사를 연기하는 배우 김호는 지난 25일 800회 공연을 달성했다. 2007년 8월 재연 무대부터 지금까지 모두 여덟 시즌째, 돈키호테가 황금 투구라고 우기는 세숫대야를 들고 재치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맨오브라만차’ 무대에 가장 많이 오른 배우가 됐다.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의 남편 에이모스를 연기하는 배우 차정현도 ‘시카고’에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배우다. 2007년 앙상블부터 시작해 2015년 에이모스 배역을 따내 ‘셀로판’처럼 존재감 없는 연기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열두 시즌째 ‘시카고’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오래 한 작품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각각 이메일로 대화를 나눈 두 배우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차 배우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매 시즌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맡았다”면서 “오디션 공고가 뜨면 체중관리부터 시작해 안무와 노래, 대사 연습에 몰두했다”며 모든 시즌을 처음처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했던 작품이라고 대충한다는 이야기를 안 듣기 위해서”였다. 김 배우도 “항상 배우로서 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시즌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늘 처음 느꼈던 마음 그대로 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극 중 ‘짧지만 굵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작은 배역이지만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도록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이라 캐릭터 자체에도, 작품에도 애정이 크다. 김 배우는 “처음으로 이름이 있는 역할이 주어진 작품이라 저에겐 새로운 출발의 의미가 있었다”면서 “이발사는 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고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 충분히 매력 있고 임팩트 강한 역할”이라고 했다. 이발사의 대사는 적지만 지하감옥 곳곳에 등장해 노래를 부른다.차 배우는 “무대효과나 의상 대신 온전히 배우들의 힘으로 탄탄한 무대를 선보이는 멋진 작품”이라면서 “앙상블에도 모두 이름과 스토리가 있어 모든 배우들이 다시 참여하고 싶어 하고, 다행히 저에게 시즌마다 역할을 다르게 바꿔 주셔서 늘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함께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 앙상블로 같이 호흡을 맞춘 배우 최은주와 부부의 연을 맺기도 했다. 오래 지켜 온 무대였지만 올해는 두 사람에게도 더욱 특별하다. 지난해 말 개막이 세 차례나 미뤄진 뒤 겨우 막을 올린 지난 2월 ‘맨오브라만차’ 공연에서 김 배우는 감격스러운 마음에 “울먹이느라 앙코르곡을 한 소절도 못 부르는” 실수도 했다. 여덟 시즌 내내 처음 있던 일이다. “옆에 있던 후배 배우가 ‘형님, 우리가 관객과 만나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연습한 거지요?’라고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오랜만에 관객과 처음 마주한 그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차 배우는 “매 시즌 가득 찼던 객석에 빈자리가 보이고 함성소리가 안 들리지만 극장을 찾아 주시는 관객들이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그에게 언제까지 ‘시카고’ 무대에 서고 싶은지 묻자 “꿈은 꿈이니 시원하게 말씀드리겠다”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시카고’가 공연되는 한 계속 참여하고 싶다. 다행히 에이모스 역할의 적정 연령이 꽤 높은 걸로 알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벨마와 록시도 꼭 해보고 싶다”는 큰 꿈바람도 덧붙였다. ‘맨오브라만차’에는 산초 이훈진, 도지사와 여관주인 서영주, 가정부 역의 김현숙 등 보석 같은 조연들이 김씨와 함께하고 있다. 일곱 시즌을 함께한 이 배우는 지난달 28일 400회를, 2012년부터 세 시즌째 참여하는 서 배우는 지난달 2일 300회를, 2010년부터 합류한 김현숙 배우는 지난달 28일 300회를 각각 기록했다. ‘시카고’에도 차 배우와 함께 2007년부터 무대를 지키는 마마 모튼 역의 김경선과 2000년부터 앙상블로 시작해 마마로 무대에 서고 있는 김영주 등이 매 시즌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우승컵 앞에 두고 눈물 뿌린 손흥민…맨시티 리그컵 4회 연속 우승

    우승컵 앞에 두고 눈물 뿌린 손흥민…맨시티 리그컵 4회 연속 우승

    프로 무대 첫 우승 트로피를 놓친 손흥민(토트넘)이 끝내 눈물을 흘렸다. 토트넘은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리그컵 대회인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0-1로 졌다. 토트넘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3년 만의 정상에 도전했으나 리그컵 통산 5회 준우승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손흥민 또한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한 이후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017~18시즌부터 4회 연속 우승한 맨시티는 통산 8회 우승으로 리버풀과 최다 우승 타이를 기록했다. 토트넘은 이날 발목 부상에서 조기 복귀한 해리 케인을 원톱으로, 손흥민과 루카스 모라를 좌우 날개로 내세웠으나 슈팅 수에서 2-21로 뒤지는 등 강력한 전방 압박을 내세운 맨시티의 일방적인 공세에 휩쓸렸다. 전반 19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의 오른발 중거리슛, 후반 2분 지오반니 로셀소의 오른발 슛이 토트넘이 기록한 슈팅의 전부였다. 토트넘은 후반 21분 가레스 베일을 투입해 ‘KBS 라인’을 가동했으나 후반 37분 케빈 데 브라위너의 프리킥을 헤더로 연결한 아이메릭 라포르테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주저 앉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고, 분데스리가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온 데 브라위너는 손흥민을 위로했다. 최연소 리그컵 결승전 사령탑 기록(만 29세 316일)을 세운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은 경기 뒤 “나도 이 구단에서 뛰었고, 결승에서 진 적이 있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안다”며 “맨시티도 훌륭한 팀이지만, 우리 선수들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 자랑스러워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토트넘 팬 2000명, 맨시티 팬 2000명을 비롯해 경기장이 있는 브렌트구 주민들과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 등을 합쳐 7773명이 입장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신나고 이상한 일”…오스카 레드카펫 밟은 윤여정

    “신나고 이상한 일”…오스카 레드카펫 밟은 윤여정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74)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상 레드카펫을 밟았다. 윤여정은 이날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3시 직전에 시상식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예리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자연스러운 은발의 머리에 짙은 네이비색의 단아한 드레스 차림이었다. 여기에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은 한예리는 윤여정과 대조를 이루면서 레드카펫 무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다. 윤여정과 한예리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사진기자들의 요구에 여러 차례 포즈를 취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윤여정은 미국 연예매체 E뉴스가 진행한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한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당연히 우리는 무척 흥분되지만, 나에게는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미나리’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은 촬영 당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빌려서 같이 지냈다”며 “그것이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다.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나리’의 한국 할머니 ‘순자’ 역할과 실제 삶이 얼마나 비슷하냐는 질문에는 “사실 저는 손자와 살고 있지 않다. 이것이 영화와의 차이점”이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과 한예리뿐만 아니라 ‘미나리’ 가족들도 레드카펫 무대를 빛냈다. ‘미나리’를 쓰고 연출한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은 오후 2시 40분쯤 도착했고, 약 10분 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도 입장했다.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나비넥타이에 검은 정장으로 멋을 냈고, 두 사람 모두 부부 동반으로 입장하며 다정한 모습을 선보였다. 한인 2세인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사돈 집안 사이다. 정 감독 부친의 조카 딸이 스티븐 연의 아내 조아나 박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은 자신의 어머니가 배우 일을 항상 응원했다면서 “엄마 사랑해요”라고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미나리’에서 막내 꼬마 아들 역할을 연기한 앨런 김과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도 함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앨런 김은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는 특유의 귀여운 포즈를 취했고, 크리스티나 오는 고름이 달린 퓨전 스타일의 한복 차림으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올해 오스카 레드카펫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예전과는 달리 간소하게 진행됐다. 마스크를 쓰고 도착한 참석자들은 레드카펫에 올라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오스카 시상식은 2002년 이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메인 무대가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바뀌었다. 평상시와 같았으면 돌비극장에는 대략 후보자와 관객 등 3천명이 모여 시상식을 빛냈으나 올해 시상식장인 유니언 스테이션에 초대받은 사람은 170여명으로 제한됐다. 한편 이번 시상식에서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현지 매체들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윤여정이 한국 영화사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방역수칙 준수했다” 자막으로는 코로나 못 막는다[이슈픽]

    “방역수칙 준수했다” 자막으로는 코로나 못 막는다[이슈픽]

    방송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전 프로골퍼 박세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세리는 앞서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뮤지컬 배우 손준호와 함께 방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8인조 보이그룹 디크런치의 멤버 현욱과 O.V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예계 곳곳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업계 내 감염병 확산에 대한 관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언제라도 확진될 수 있는 방송 환경 지난해 연말 가수 이찬원, 청하, 그룹 업텐션 멤버 비토·고결, 그룹 에버글로우 멤버 이런·시현 등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방송사 사옥이 폐쇄되고 다수의 팀이 일정을 변경하는 등 업계에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디크런치와 같은 날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강다니엘, 윤지성, 온리원오브, NTX 등 가수들은 현재 전원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됐다. 스태프 등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얼굴을 보여야 하는 공연, 방송 출연자들은 ‘노마스크’가 가능하지만 무대에 머물 때와 촬영할 때로 한정된다. 방송국 스태프와 방청객 등 촬영 관계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연예인들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미착용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예능에서는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촬영했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출연진들의 체온측정만 할 뿐 마스크는 쓰지 않고 촬영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능 특성상 여러 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게임 등을 진행하며 거리두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하다.다시 터진 코로나… 방역 다시 보기 지난해 ‘마스크를 안 쓴 연예인을 방송하지 말아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턱스크’를 한 연예인들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네티즌들은 “방송가는 ‘방역수칙을 준수했다’는 말 한 마디면 코로나19가 감염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tvN 드라마 ‘여신강림’ 측은 방역 수칙 위반 논란이 불거진 단체사진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의 주연배우인 차은우를 포함해 출연배우들이 SNS에 올렸던 단체사진에는 100여 명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밀착한 채 기념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코로나 때문에 난리인데 이 시국에 다 같이 모여서 단체사진을 찍다니” “결혼식장에서도 신랑 신부 빼고는 다 마스크 쓰는데 연예계는 예외인가”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현재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미준수 상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감염병예방법 중 연예인들의 방송 촬영 중에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방통위는 각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 등에서 연예인들의 ‘노마스크 수상 소감’ 등이 논란이 되자, 방송 제작 인원의 최소화 및 출연자 사이의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역수칙이 준수되지 않는 영상이 방송될 경우 감염 확산 우려가 있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일상생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송사와 기획사들이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와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쏟아 프로그램 일정 및 활동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때다. 환기를 자주 시키거나 소독을 하더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 촬영 중이라도 ‘노마스크’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은 개선이 필요하며, 방역수칙을 준수했다면 어떻게 준수했는지, 어떤 대처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최고 시청률 경기마다 모두 김연경이 있었다

    최고 시청률 경기마다 모두 김연경이 있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존재감이 시청률로도 확인됐다. 시청률 상위 경기 모두 김연경이 있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지난 시즌 여자부 평균시청률이 1.05%에서 0.24% 상승한 1.29%를 기록하며 남녀부 역대 최고 평균 시청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남자부가 지난 시즌 0.83%에서 0.02% 감소한 0.81%였던 것과 큰 차이다. 지난해 11월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2020시즌 프로야구 평균 시청률 0.782%보다도 높다. 지난 시즌 여자배구의 인기는 김연경을 빼놓을 수 없다. 11년 만에 친정팀 흥국생명을 통해 국내복귀한 김연경은 개막 전부터 팬들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 인기는 시청률로 확인됐다. 이번 시즌 여자부 최고 시청률 경기는 지난달 24일 열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다. 김연경의 지난 시즌 국내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던 이 경기는 시청률 2.46%로 최고기록을 찍었다. 2~5위 역시 모두 김연경의 경기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2.44%)과 2차전(2.32%)이 뒤를 이었고 1월 31일 현대건설과 흥국생명 경기가 2.31%, 지난해 11월 15일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이 2.22%를 찍었다.김연경은 지난 시즌 득점 5위(국내 1위·648점), 공격성공률 1위(45.92%), 오픈 1위(44.48%), 퀵오픈 3위(48.12%), 시간차 2위(55.56%), 서브 1위(0.277개) 등 뛰어난 개인 성적을 남겼다. 팬들은 해외 리그 또는 국제 무대에서만 보던 김연경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했다. 이 밖에도 V리그는 ‘~00’으로 끝나는 최초의 대기록도 쏟아졌다. 박철우(한국전력)는 리그 최초의 6000득점을 돌파했고 한선수(대한항공)는 최초의 15000세트 고지를 밟았다. 4월의 신부 양효진(현대건설)도 여자부 최초로 6000점을 돌파했고 임명옥(한국도로공사)도 리시브 정확 5000개를 최초로 성공했다. 유광우(대한항공)가 역대 3번째 13000세트, 정대영(한국도로공사)과 한송이(KGC인삼공사)가 역대 3·4번째로 5000득점, 황민경(현대건설)이 역대 3번째 300서브를 달성하며 이들 역시 V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바이든과 첫 화상대면 문대통령…“미국 노력에 경의”(종합)

    바이든과 첫 화상대면 문대통령…“미국 노력에 경의”(종합)

    문대통령 “미국 노력에 경의”전통-첨단 결합한 회의장친환경 넥타이·K배터리 홍보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미국 주최로 열린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록 모니터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이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문대통령 “미국 노력에 경의”…한미동맹 강조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동시에 회의에 자신을 초청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님, 각국 정상 여러분”이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뒤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에 한국인들의 응원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주신 바이든 대통령님과 미국 신정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2050 탄소중립 실현 위한 의지” 이날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며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NDC를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이는 기존의 배출전망치 기준을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한 1차 NDC 상향에 해당한다. 여기에 파리협정 이행 첫해이자 한국의 탄소중립 이행 원년인 올해 NDC를 추가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와 함께 NDC 상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전환 로드맵, 산업 경쟁력 등 영향 분석과 함께 사회적 논의·합의를 거쳐 NDC 상향 수준을 결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산업계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 방안 등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전면 중단할 것”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1개 회원국 중 11개국이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을 이미 선언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중단했고,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조기 폐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큰 개발도상국들의 어려움이 감안되고 적절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국내적으로도 관련 산업과 기업, 일자리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내외 재생에너지 설비 등에 투자하도록 하는 녹색금융 확대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와 관련해 “실천 가능한 비전을 만들고 협력을 강화하는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각국 정상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홍보무대 된 상춘재…전통과 첨단의 조화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 한옥 건물인 상춘재에 별도로 회의장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러차례 화상 정상회의를 했지만, 상춘재에 화상회의장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통미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회의장을 꾸몄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회의장에는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T-OLED) 디스플레이가 설치됐고, 이 디스플레이에 담긴 한국의 사계절 모습이 각국 정상들에게 화면으로 전달됐다.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대청마루 등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과 현대 기술이 어우러지는 ‘한국형 서재’ 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 원단으로 제작된 친환경 넥타이,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한 라펠 핀을 착용해 탄소중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자리한 책상 위에 풍력발전기 모형이 놓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또 현장에 LG와 SK의 파우치형 전기 배터리, 삼성의 차량용 배터리 모형도 배치되는 등 회의장이 ‘K배터리’에 대한 홍보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첫사랑 향한 깊은 마음” 피아노 치는 정명훈…건반으로 풀어내는 그의 삶

    “첫사랑 향한 깊은 마음” 피아노 치는 정명훈…건반으로 풀어내는 그의 삶

    “어렸을 때 내가 세상에서 사랑하는 게 두 가지 있었어요. 피아노와 초콜릿. 이제 초콜릿은 없어졌고 우리 가족이 피아노보다 앞서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피아노는 그만큼 깊이 들어 있는 사랑이죠.” 지휘봉을 잠시 내려두고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아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된 정명훈은 피아노를 첫사랑에 비유했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지 않은 지 30년이 넘었어도 한 번도 잃지 않았고 늘 피아노 옆에 있길 원했다”면서다. 정명훈은 22일 오후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을 통해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디지털 앨범을 발매했다. 수록곡들을 들고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시작으로 24일 군포문화예술회관,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7일 경기아트센터에 이어 28일과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도 갖는다.투어를 앞두고 이날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진짜 잘하는 피아니스트들에게 미안하다”면서 ‘피아니스트’로 무대를 갖는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음악의 시작이기도 했던 첫사랑을 향한 깊은 마음이 무대로 이끌었다고 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지만 정작 피아노 앨범과 리사이틀은 각각 2013년, 2014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음반에 자녀들을 위한 마음을 그렸다면 두 번째 피아노에는 거장의 삶을 고스란히 녹였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브람스 ‘네 개의 소품’ 등 세 작곡가가 말년에 쓴 작품들이 담겼다. 하이든은 그가 7세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피아노 협주곡 11번을 연주한 처음의 의미가 있고, 베토벤은 그의 음악 인생에 “제일 큰 거인”, 그리고 브람스는 주로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이끌던 그에게 잔잔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더욱 알게 했다.정명훈은 “나이 먹는 게 좋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1초도 안 든다”고 했다. “젊었을 땐 손가락이 훨씬 잘 돌아갔고 지금은 어떤 때는 원하는 만큼 손가락이 늘어나지 않지만, 옛날에 안 보였던 것들이 많이 보이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어딘가 소화하지 못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 불편함이 해소된 게 비로소 브람스가 그 작품을 쓴 나이가 됐을 때”라는 말로 그가 느낀 시간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2014년 리사이틀 당시엔 뵈젠도르퍼를 직접 공수해 올 만큼 피아노도 까다롭게 골랐지만 이번 공연에선 대부분 공연장에 있는 피아노를 선택할 예정이다. “이제는 좋은 피아노보다 편안한 의자가 더 중요하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전 이제 프로페셔널한 음악가가 아니다”라며 그저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따뜻한 인연을 이어 가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국내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 책임을 맡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한 가지 남은 목표는 조심스레 꺼냈다. “사진 찍는 것과 인터뷰 다음으로 싫어하는 게 음반 녹음”이라면서도 아내를 위한 음반을 꾸미고 싶다며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는 슈만의 환상곡을 즉흥적으로 쳤다. 앨범과 리사이틀에 대한 생각을 두루 밝히고 난 뒤 그는 “첫 음반에 담았던 아들을 향한 마음을 다시 연주해보겠다”며 6분 가까이 슈만의 ‘아라베스크’를 연주하고는 “안녕히 계세요”하고 자리를 떠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맞으니까 청춘이다’ 고졸 슈퍼루키들의 성장통

    ‘맞으니까 청춘이다’ 고졸 슈퍼루키들의 성장통

    ‘맞으니까 청춘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21일 부산 사직구장. 5회초 2사까지 두산 타선을 2실점으로 막은 고졸 루키 김진욱이 조수행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이용훈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 코치는 김진욱에게 전광판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눴고 김진욱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화답했다. 그러나 19살 청년의 해맑던 웃음은 잠시 후 김재환에게 역전 스리런을 맞은 뒤 사라져버렸으니. 슈퍼루키 김진욱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첫승 사냥에 실패했다. 신인 시절부터 코치진의 눈도장을 받으며 선발로 출격하는 김진욱이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에서도 또 호되게 맞았다. 첫 등판인 9일 키움 히어로즈전 5이닝 6실점, 두 번째인 15일 KIA 타이거즈전 3과3분의2이닝 5실점보다 출발은 좋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김진욱의 이야기지만 김진욱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의리(KIA), 장재영(키움)까지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고졸 슈퍼루키 트로이카가 모두 데뷔 첫해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고교 시절 명성을 날리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프로의 세계에 먼저 발들인 형들의 방망이는 가차없다. 그야말로 맞고 또 맞는 청춘이다.이의리는 시범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가장 주목받았지만 이의리 역시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15일 김진욱과의 슈퍼루키 맞대결에서는 4이닝 3실점으로 물러나며 “오늘처럼 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책할 정도로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다. 이의리는 21일까지 6피안타(1피홈런) 5실점을 허용했다.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아들로 고1 때부터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초특급 유망주로 꼽혔던 장재영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장재영은 불안정한 제구가 문제로 꼽힌다. 지난 17일 kt 위즈전에서는 장성우의 머리를 맞춰 헤드샷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고졸 루키가 첫해부터 잘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첫해부터 1군에서 기회를 부여받을 만큼 가능성은 인정받았다. 김광현, 양현종 등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도 성장통이 필요했듯 이들이 맞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잘 성장한다면 한국야구의 미래가 한층 밝아질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깡통·딸랑이·틴케이스… 일상서 스쳐간 ‘두드림’ 무대의 주인공이 되다

    깡통·딸랑이·틴케이스… 일상서 스쳐간 ‘두드림’ 무대의 주인공이 되다

    오케스트라 맨 뒷줄을 지키던 타악기 연주자들이 무대 한가운데로 나온다. 팀파니나 마림바, 북 등 흔히 볼 수 있는 타악기뿐 아니라 깡통, 사이렌, 라디오, 딸랑이 등 모든 물체가 내는 소리가 어우러져 음악이 된다. 24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펼쳐지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타악 앙상블은 다양한 타악의 매력으로 초대한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향 연습실에서는 타악 수석 에드워드 최, 부수석 스콧 버다인과 단원 김문홍씨가 ‘우리 안의 신조’ 리허설에 몰두했다. 현대음악 거장 존 케이지가 거리의 소음마저 음악으로 꾸며낸 재치 있는 작품으로 이번 공연 오프닝곡이다. 최 수석이 현에 이물질을 넣어 둔탁한 소리를 내는 프리페어드 피아노 건반으로 선율을 잡고 버다인 부수석은 스틱으로 크기가 다른 깡통들을 열심히 두드렸다. 문홍씨는 스테인리스 볼을 뒤집은 듯한 틴케이스와 징처럼 원반형으로 생긴 공(gong)을 눕혀 놓고 박자를 맞췄다. 반복되는 두드림 사이에 라디오 소리와 교향곡이 함께 흐르며 마치 분주하게 길을 걸을 때 귀에 스친 소리들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들렸다.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케이지의 말이 타악기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 준다.” 버다인 부수석의 말이다. 선율이 중심이 되는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 주자들은 그야말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얼핏 뒤에서 한참 기다렸다가 겨우 몇 번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음악 전체 구조를 꿰뚫어 본 뒤 딱 알맞게 찰나에 울림을 내는 일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타악기 주자들이 다른 포지션을 맡는다면 지휘를 가장 잘할 것”이라는 문홍씨의 설명은 그만큼 무대 뒤에서 모든 선율과 리듬을 책임지고 있는 타악기 주자들의 무게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아무것이나 악기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악기를 칠 수 있다”는 것도 연주자들이 꼽는 타악기의 매력이다. 문홍씨는 조지 벤저민 작품에서 신문지를 북북 찢었고, 버다인 부수석은 탄둔 무협영화 3부작 공연 때 물에 손바닥을 내리치거나 손에 적신 물방울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무궁무진한 타악기 덕에 연주자들은 무척 바쁘다. 최 수석은 언제나 ‘악기 찾아 삼만리’이고 모든 주자들이 함께 악기를 개발하고 다진다. 고전음악에선 타악기 주자가 30분 가까이 기다리기만 하거나 한 곡에 악기 한 종류만 사용하기도 했다면, 현대음악에선 한 명당 10~15개, 많게는 40개 악기를 한 곡에서 사용할 만큼 타악기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팀파니, 마림바, 스네어 드럼 독주를 비롯해 ‘손으로 하는 발레’로 불리는 맨손 테이블 연주, 8명의 주자들이 30여개 악기를 연주하는 등 두드림이 주는 소리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최 수석은 “타악기가 중심이 되고 있는 현대음악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문홍씨는 “일상적으로 듣는 현악기와 목관 앙상블이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준다면 우리는 다양한 장르와 여러 가지 색깔로 기분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을 기다렸다. 글 사진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종부세 강화한 7·10대책, 시행도 못 하고 ‘실패’ 자인

    종부세 강화한 7·10대책, 시행도 못 하고 ‘실패’ 자인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1일 주재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치권에서) 제기된 (규제 완화) 이슈에 대해 짚어 보고 당정 간 프로세스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종부세 기준 완화 관련 입법이 올해 부과일인 6월 1일 이전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는 한 차례도 부과를 하지 못하고 변화를 맞게 된다. 7·10 대책에서 당정은 2주택자(조정대상지역 제외) 이하 세율을 기존 0.5~2.7%에서 0.6~3.0%, 3주택자 이상은 0.6~3.2%에서 1.2~6.0%로 각각 강화했다.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에 대해서도 세율을 인상한 것이라 증세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엔 “(종부세 부과 대상이) 고가주택을 보유한 극소수”라며 귀를 닫았다. 7·10 대책 발표 9개월 만에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당시 대책이 무리한 규제였음을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홍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대정부 질문에서 “재보선을 치르면서 종부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민심의 일부라고 한다면 정부로선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뿐 아니라 다주택자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병욱 의원은 종부세 대상을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 다주택자는 6억원(합산) 초과에서 7억원 초과로 각각 상향 조정하자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운을 뗀 대출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대출규제 강화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부동산 정책부터 시행됐던 것인데, 4년 만에 되돌리려 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6·19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10%씩 강화한 데 이어 한 달여 뒤 8·2 대책에선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추가로 조였다. 이러면서 서울은 모든 지역이 무주택자(서민 실수요자 제외)여도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집권 초기 집값 상승 원인을 다주택자와 투기세력 탓으로 지목하고 각종 규제를 펼쳤지만 결국 잘못된 것이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김학범호, 도쿄올림픽 8강서 일본과 격돌 가능성

    김학범호, 도쿄올림픽 8강서 일본과 격돌 가능성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노리는 한국 남자 축구가 최상의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대진을 받아들었다. 경우에 따라 일본과 8강에서 격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21일 스위스 취리히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서 진행된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조 추첨식에서 온두라스 뉴질랜드 루마니아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A조에는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프랑스, C조에는 이집트 스페인 아르헨티나 호주, D조에는 브라질 독일 코트디부아르 사우디아라비아가 속해 한국은 결과적으로 전통적으로 축구가 강한 나라들을 모두 피했다. 이에 따라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며 세계 최초로 9회 연속(통산 11회)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른 한국 남자축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 성적의 꿈을 한층 더 부풀리게 됐다.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는 16개국이 참가, 4개 조로 조별리그를 치러 각 조 2위까지 8강에 진출해 메달을 향한 단판 토너먼트를 벌인다. A조와 B조 1, 2위가 8강에서 크로스 매칭이 되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 8강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김학범호로서는 최근 벤투호의 요코하마 참사에 대한 설욕전을 대신 펼치게 되는 셈이다. 만약 한국이 B조 1위, 일본이 A조 2위가 되면 7월 31일 요코하마에서 4강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조별리그는 22일 시작한다. 한국은 이날과 25일 카시마에서 각각 뉴질랜드와 루마니아를 상대로 B조 1, 2차전을 치른 뒤 28일 요코하마로 장소를 옮겨 온두라스와 3차전을 치른다. 뉴질랜드와는 역대 올림픽 대표팀 맞대결에서 3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온두라스와는 2승1무1패로 앞서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8강전에서 0-1로 진 바 있다. 루마니아와는 A매치만 1994년 2월 한 번 치러 1패를 기록했다. 김학범 감독은 방심을 경계했다. 조 추첨 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 최선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첫 경기가 매우 중요한다. 뉴질랜드전은 꼭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꼭 메달을 갖고 와 국민들에게 힘을 주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상희 부의장 “신났네” 발언 사과…“심려끼쳐 죄송하다”

    김상희 부의장 “신났네” 발언 사과…“심려끼쳐 죄송하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2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신났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공개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부의장은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 사회를 보던 중 “이틀 전 본회의 과정에서 있었던 제 혼잣말이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았다”며 “의원님들께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원만한 의사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부의장은 지난 19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선거 중립성 문제를 지적한 뒤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 “아주 신났네. 신났어”라고 말해 국민의힘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허 의원에게 “잘했어”라며 격려하자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혼잣말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김 부의장이 박병석 국회의장을 대신해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자 “잘못한 건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 부의장이 이에 대답하지 않자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뮤지컬 ‘시카고’ 록시로 변신한 티파니 영… “지금 만나서 다행이죠”

    뮤지컬 ‘시카고’ 록시로 변신한 티파니 영… “지금 만나서 다행이죠”

    “처음 연습할 때 한곳에서 자꾸 발음이 꼬였는데 알고 보니 오타였어요. 대본의 오타까지 통째로 외워버린 거예요. 이젠 ‘연습벌레’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티파니 영은 뮤지컬 ‘시카고’ 연습을 하다가 귀여운 실수를 한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올해 한국 공연 21주년을 맞은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 역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0대 1 경쟁률을 뚫고 록시를 만날 수 있던 것은 극 중 배경이 되는 1920년대 미국을 공부하고 눈 밑에 점까지 찍으며 열심히 준비한 덕분이다. 티파니는 “무대에서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 선물 같은 일”이라면서 “장인정신을 갖듯 한 땀 한 땀, 누구나 경의(리스펙트)를 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2007년부터 소녀시대로 활동하며 세계에 케이팝을 알렸고 2011년 ‘페임’으로 뮤지컬 연기도 경험했다. 그래도 뮤지컬 무대는 노래와 춤, 연기가 배우들은 물론 무대 효과와도 딱딱 맞아야 하니 “준비 과정이 소녀시대 연습생 시절보다 어렵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공연 전 연습 스케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7시까지였지만, 이후에도 혼자 남아 연기와 노래를 익혔다. “록시의 퇴근시간은 매일 오후 10시라고 생각했다”며 자신 만의 퇴근시간을 묵묵히 지켰다. 개막 후에도 매일 아침 ‘시카고’ 서곡으로 하루를 시작해 매회 처음인 듯 꼼꼼하게 준비한다. “제가 참여하는 모든 작품의 퀄리티를 좋게 만드는 것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라면서 “그 퀄리티는 결국 정성이기 때문에 음 하나, 대사 한 단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신경 쓰고 싶다”고 설명했다. “티파니가 선택한 음악, 티파니가 선택한 작품, 뭐가 됐든지 ‘참 멋진 메시지를 선택했구나’라며 언제든 기대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지금 ‘시카고’와 록시를 만나 정말 행복하다”면서 그는 특유의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10년 동안 그룹 활동도 해 보고 솔로도 해 보고, 정식 연기 트레이닝도 받으며 경험도 쌓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게 나의 에너지를 지키는 법을 알게 돼 훨씬 단단해졌다”며 그 ‘지금’을 설명했다. 30대가 되어 많은 경험을 가진 뒤에야 록시의 감정을 더욱 매력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티파니는 이 말을 수없이 되뇌이며 선배,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객석을 향해 욕망 가득하지만 사랑스러운 록시로 변신하고 있다고 한다. “아임 유어 록시!”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강화된 종부세 시행 한 번 못해보고 사라지나...

    강화된 종부세 시행 한 번 못해보고 사라지나...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1일 주재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치권에서) 제기된 (규제 완화) 이슈에 대해 짚어 보고 당정 간 프로세스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종부세 기준 완화 관련 입법이 올해 부과일인 6월 1일 이전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는 한 차례도 부과를 하지 못하고 변화를 맞게 된다. 7·10 대책에서 당정은 2주택자(조정대상지역 제외) 이하 세율을 기존 0.5~2.7%에서 0.6~3.0%, 3주택자 이상은 0.6~3.2%에서 1.2~6.0%로 각각 강화했다.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에 대해서도 세율을 인상한 것이라 증세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엔 “(종부세 부과 대상이) 고가주택을 보유한 극소수”라며 귀를 닫았다. 7·10 대책 발표 9개월 만에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당시 대책이 무리한 규제였음을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홍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대정부 질문에서 “재보선을 치르면서 종부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민심의 일부라고 한다면 정부로선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뿐 아니라 다주택자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병욱 의원은 종부세 대상을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 다주택자는 6억원(합산) 초과에서 7억원 초과로 각각 상향 조정하자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운을 뗀 대출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대출규제 강화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부동산 정책부터 시행됐던 것인데, 4년 만에 되돌리려 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6·19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10%씩 강화한 데 이어 한 달여 뒤 8·2 대책에선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추가로 조였다. 이러면서 서울은 모든 지역이 무주택자(서민 실수요자 제외)여도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졌다. 이후 규제지역이 계속 늘면서 지금은 수도권 대부분과 상당수 비수도권도 이런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집권 초기 집값 상승 원인을 다주택자와 투기세력 탓으로 지목하고 각종 규제를 펼쳤지만 결국 잘못된 것이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일상 모든 소리가 음악”… 주인공 된 타악기들이 보여주는 울림의 매력

    “일상 모든 소리가 음악”… 주인공 된 타악기들이 보여주는 울림의 매력

    오케스트라 맨 뒷줄을 지키던 타악기 연주자들이 무대 한가운데로 나온다. 팀파니나 마림바, 북 등 흔히 볼 수 있는 타악기뿐 아니라 깡통, 사이렌, 라디오, 딸랑이 등 모든 물체가 내는 소리가 어우러져 음악이 된다. 24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펼쳐지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타악 앙상블은 다양한 타악의 매력으로 초대한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향 연습실에서는 타악 수석 에드워드 최, 부수석 스콧 버다인과 단원 김문홍씨가 ‘우리 안의 신조’ 리허설에 몰두했다. 현대음악 거장 존 케이지가 거리의 소음마저 음악으로 꾸며낸 재치 있는 작품으로 이번 공연 오프닝곡이다. 최 수석이 현에 이물질을 넣어 둔탁한 소리를 내는 프리페어드 피아노 건반으로 선율을 잡고 버다인 부수석은 스틱으로 크기가 다른 깡통들을 열심히 두드렸다. 문홍씨는 스테인리스 볼을 뒤집은 듯한 틴케이스와 징처럼 원반형으로 생긴 공(gong)을 눕혀 놓고 박자를 맞췄다. 반복되는 두드림 사이에 라디오 소리와 교향곡이 함께 흐르며 마치 분주하게 길을 걸을 때 귀에 스친 소리들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들렸다.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케이지의 말이 타악기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 준다.” 버다인 부수석의 말이다.선율이 중심이 되는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 주자들은 그야말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얼핏 뒤에서 한참 기다렸다가 겨우 몇 번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음악 전체 구조를 꿰뚫어 본 뒤 딱 알맞게 찰나에 울림을 내는 일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타악기 주자들이 다른 포지션을 맡는다면 지휘를 가장 잘할 것”이라는 문홍씨의 설명은 그만큼 무대 뒤에서 모든 선율과 리듬을 책임지고 있는 타악기 주자들의 무게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아무것이나 악기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악기를 칠 수 있다”는 것도 연주자들이 꼽는 타악기의 매력이다. 문홍씨는 조지 벤저민 작품에서 신문지를 북북 찢었고, 버다인 부수석은 탄둔 무협영화 3부작 공연 때 물에 손바닥을 내리치거나 손에 적신 물방울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와인글라스를 던지고 프라이팬 뒷면이나 빨래판처럼 생긴 워시보드, 소 목에 거는 모양의 소 방울(카우벨) 등 그야말로 두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악기다.무궁무진한 타악기 덕에 연주자들은 무척 바쁘다. 최 수석은 언제나 ‘악기 찾아 삼만리’이고 모든 주자들이 함께 악기를 개발하고 다진다. 고전음악에선 타악기 주자가 30분 가까이 기다리기만 하거나 한 곡에 악기 한 종류만 사용하기도 했다면, 현대음악에선 한 명당 10~15개, 많게는 40개 악기를 한 곡에서 사용할 만큼 타악기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팀파니, 마림바, 스네어 드럼 독주를 비롯해 ‘손으로 하는 발레’로 불리는 맨손 테이블 연주, 8명의 주자들이 30여개 악기를 연주하는 등 두드림이 주는 소리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타악기로만 꾸려진 앙상블에서 음색을 표현하기 위해 장난감 피아노, 사이렌, 하모니카 등도 다양하게 쓰인다. 모든 악기가 각 작품의 흐름 속에서 그 순간 빠져선 안 되는 쓰임이 있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최 수석은 “타악기가 중심이 되고 있는 현대음악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문홍씨는 “일상적으로 듣는 현악기와 목관 앙상블이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준다면 우리는 다양한 장르와 여러 가지 색깔로 기분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을 기다렸다. 글·사진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종부세 완화, ‘똘똘한 한 채’ 현상 더 부추길 우려 있다

    정부·여당이 과세 강화를 골자로 한 기존 부동산 정책의 수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주된 원인이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인식에서다. 특히 고가의 아파트에 적용하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 완화 검토를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법 개정에 나섰다. 민주당은 재산세 감면 공시지가 기준을 현행 6억원 이하에서 9억원으로, 종부세 기준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 또는 15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국민의 불만이 쏟아진 부동산 정책을 손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 부동산 정책의 골간을 무분별하게 흔드는 것이어선 안 된다. 자칫 시장에 ‘역시 버티면 정부가 두 손 들게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가까스로 진정되고 있는 집값 상승세가 다시 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종부세 완화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누진 과세라는 조세 원칙에도 어긋날뿐더러 ‘똘똘한 한 채’ 보유 추세가 더 강해지면서 전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강남 등의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인기를 잃은 것은 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무주택자도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주택 보유자는 세금이 늘어 힘들고 세입자는 전세가 폭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은 무조건 서둘러 세금을 내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국민이 아파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세심하게 진단한 뒤 종합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특히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만든 ‘임대차 3법’이 오히려 무주택자를 힘들게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에 나서야 한다. 세금 경감도 종부세보다는 양도소득세 인하로 주택 매매를 활성화해 실질적으로 집값을 끌어내리는 쪽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 발레는 마지막 행운, 연기는 평생의 꿈...날아오른 박인환

    발레는 마지막 행운, 연기는 평생의 꿈...날아오른 박인환

    “이렇게 발끝으로 서서 손을 끝까지 뻗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한 발로 서는 것도 땀나고요. 그런데 또 이 과정을 해야 다른 동작을 할 수 있잖아요.” 배우 박인환은 출연 중인 tvN 월화극 ‘나빌레라’ 속 발레 동작을 일어나서 직접 보여 줬다. 자신이 있는 곳이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카페라는 건 잊은 듯. “익숙하게 만들려고 집에 가서도 동작을 했더니 아내가 층간 소음은 조심하라더라”며 연습에 푹 빠졌던 일도 떠올렸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평생의 꿈인 발레를 배우려 스물셋 휴학생 채록(송강 분)의 제자가 되는 덕출을 맡은 그는 전례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 56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발레를 배우고, 젊은이들에게 ‘입덕했다’는 말도 듣는다. 그동안 보지 않던 댓글도 찾아 읽는다. 드라마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발레는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70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근육도 뼈도 굳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원작 웹툰을 읽으면서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공감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레 스튜디오를 찾은 덕출처럼 ‘시작이라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발레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박인환은 지난해 여름부터 6개월간 교습을 받고, 낯선 발레 용어도 적어 다니며 외웠다. ‘왕룽의 대지’(2000) 이후 오랜만에 맡은 드라마 주연이라 체력관리도 집중했다. “손끝 하나하나에 집중해 연습과 촬영을 반복하니 쥐도 나고 너무 힘들었지만, 정성 들여 찍은 작품이 좋게 나와 뿌듯했다”고 했다. 일흔의 땀방울이 만든 장면들은 시청자 마음에 뜨거운 여운으로 맺혔다. 20~30대의 몸으로만 상상했던 발레에 대한 고정관념과 나이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가장의 ‘일탈’에 “다 늙어서 무슨 발레냐”고 반대하던 아내 해남(나문희 분)과 경력단절을 겪은 며느리가 지지를 보낼 때, 자연스레 응원을 얹게 된다. 청년들은 덕출과 교감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채록처럼 조금씩 용기를 얻는다. 박인환 역시 그런 청춘들과 닮아 있었다. 그에게 깊이 박힌 꿈은 연기였다. 1964년 연극영화과에 지원할 당시 어머니는 “재주도 ‘빽’도 없는데 왜 연기냐”고 만류하셨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볼게요”라고 답한 게 평생의 길이 됐다. 군 복무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경영학과 편입도 고민했지만, 3개월간 전국을 돌며 마당놀이를 한 뒤 연기로 돌아갔다. “연기하고 싶다는 것 하나가 여기까지 오게 했다”는 그는 “덕출의 대사처럼 ‘나도 무대에서 날아오르고 싶다’는 열망이 꾸준히 달려온 힘”이라고 돌이켰다. 이런 경험 덕인지 채록을 보듬는 덕출에게 위로받는 청춘들이 많다. 박인환은 “방관하지 않고 젊은이의 아픔에 한 발짝 다가가 ‘너도 일어날 수 있다’고 손을 내밀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대화하고 소통하니 도덕교과서보다 마음과 머리를 건드린다”고 해석했다. 그는 요즘 윤여정의 활약이 반갑다. 세대가 서로 도우며 성장하고, 청년과 노년 모두에게 응원이 되는 작품이 요즘 시대에 필요하다는 그는 “삶의 흐름과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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