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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힘엔 큰 책임감”… 카카오·네이버 등 한국 빅테크에 경종

    “큰 힘엔 큰 책임감”… 카카오·네이버 등 한국 빅테크에 경종

    美코미디언 조 로건 팟캐스트 진행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2020년 1억 달러에 팟캐스트 계약 조 로건, 로버트 멀론 박사 인터뷰mRNA 백신 등 거짓 사실 게시해가짜뉴스에 분노한 가수 닐 영 등“스포티파이는 내 음악 전부 내려라” 비난 일자 스포티파이 뒤늦게 사과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커져카카오 사태 등 ‘디지털=책임’시사“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지난달 15일 한국에서도 개봉돼 누적관객 수 736만명을 동원한 영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스파이더맨-노웨이홈’의 명대사다. 이 영화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것은 MCU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연결되고 3대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하는 ‘스파이더버스’가 등장해서만은 아니다. 스파이더맨이 자신만의 결정을 내리고 거기에 따른 책임을 인식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잘 보여 주며 관객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철학은 한국의 설 연휴, 미국에서는 1월 말에 터진 일명 ‘조 로건과 스포티파이’ 사태와 맞물리면서 더 화제가 됐다.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무한 성장 중임에도 사회적 책임은 피하려는 테크 기업들의 태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플랫폼은 중립적이지 않고 이용자(소비자)를 끌어모아 비즈니스를 할 때는 그에 따르는 책임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한국에서도 ‘카카오 사태’와 맞물려 큰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다. ●팟캐스트 유해성 논란 글로벌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24일 원로 포크록 가수 닐 영으로부터 “내 모든 곡을 스포티파이에서 내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은 스포티파이의 대표 팟캐스트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내 음악을 전부 내려 달라. 스포티파이는 나와 조 로건 중 양자택일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에는 자신이 mRNA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로버트 멀론 박사가 출연했다. 멀론 박사는 이 팟캐스트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관련 거짓 정보를 검열 없이 퍼뜨렸다. 그는 mRNA 백신을 혼자 개발한 사람이 아닐뿐더러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로 인해 트위터 계정이 삭제되기도 한 문제의 인물이었다. 이날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도 그는 “mRNA 백신이 위험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과학자들과 의료 전문가들이 멀론 박사의 허위 정보 유포를 문제 삼자 유튜브는 멀론 박사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삭제 조치한 바 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그의 에피소드(1757회)를 현재(2월 2일)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닐 영은 스포티파이의 무대응에 분노하다가 결국 자신의 음악을 빼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논란이 된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는 스포티파이가 2020년 5월 무려 1억 달러(약 1106억원)를 주고 팟캐스트 독점 계약을 맺으며 영입한 콘텐츠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조 로건은 11년간 팟캐스트 시리즈 ‘익스피리언스’를 진행하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앤드루 양 등을 출연시키면서 영향력과 상업성을 과시해 왔다. 머스크가 방송에 나와 대마초를 피워 테슬라 주가를 폭락하게 만든 것도 이 방송이었으며 복서 마이크 타이슨이 11세 때부터 마약에 손을 댔다고 고백한 것도 모두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였다. 스포티파이와 독점 계약하기 전까지 매달 19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연간 수익도 3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팟캐스트’의 대표 인물이었다. 청취자 평균 연령이 24세이기 때문에 ‘젊은층’에 타기팅이 돼 있고 광고료도 최소 100만 달러를 내야 하는 등 광고 수익도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한다. 스포티파이는 2020년 ‘팟캐스트’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이 분야 슈퍼스타 로건을 영입했고 이는 스포티파이를 애플 아이튠스를 제치고 ‘팟캐스트’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스포티파이는 1억 달러에 로건을 영입, 주가도 끌어올렸고 점유율까지 모두 잡았다.●스포티파이의 이중 잣대 스포티파이의 선택은 컨트리 가수 닐 영이 아닌 ‘당연히’ 슈퍼스타 조 로건이었다. 닐 영이 ‘음원 철회’를 요구한 이틀 뒤 스포티파이는 즉각 닐 영의 음악을 내렸다. 하지만 포크 가수의 대모 격인 조니 미첼도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곡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히고 팟캐스터이자 유명 교수인 브레네 브라운도 당분간 스포티파이에 콘텐츠를 업데이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양상이 변했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부부의 콘텐츠 제작사 아르케웰 프로덕션은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한 스포티파이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뮤지션들과 팟캐스터들이 닐 영과 ‘연대’ 의식을 나타낸 것이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데다 스포티파이의 정책에 대한 비난이 일자 지난달 30일 스포티파이는 ‘콘텐츠 권고안’을 만들고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콘텐츠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니얼 에크 스포티파이 CEO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팟캐스트에 콘텐츠 권고안을 붙여 이용자들이 팬데믹과 관련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 관련 팟캐스트에서 콘텐츠 권고를 레벨로 탑재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에크 CEO는 “우리는 전체적인 콘텐츠 운영 정책을 투명하게 운영하지 못했다. 이제는 의학계와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는 사실과 정보에 대한 접근과 균형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하며 한발 물러났다. 로건도 문제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백신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홍보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이 팟캐스트로 단지 사람들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한 발언의 일부를 인용한 기사를 근거로 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며 백신 회의론 관련 논란이 된 에피소드와 출연자들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로건은 “멀론 박사는 매우 공신력 있고 신빙성과 신뢰감 있는 전문가이지만 주류 시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사태는 로건과 스포티파이가 한발 물러서면서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실리콘밸리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플랫폼, 중립성보다 책임 요구 커진다 구글(유튜브), 페이스북(현 메타), 트위터 등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원 서비스, 우버·리프트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서비스 등은 ‘플랫폼’을 지향하며 성장했다. 기술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이용자들이 사용하게 하고 수수료나 광고료 등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수록 수익과 영향력은 커졌다. 이들은 그동안 한결같이 ‘플랫폼 중립성’을 내세웠다.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이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사전 검열하지 않으며 단지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등이 공공연하게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에 퍼지면서 플랫폼의 중립성보다 ‘플랫폼 책임성’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특히 페이스북 등이 알고리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콘텐츠도 ‘클릭’과 ‘광고’를 위해서라면 광범위하게 유포하는 것을 방치했다는 사실이 내부 폭로로 밝혀지면서 실리콘밸리 기업의 중립성도 결국 ‘수익 극대화’를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스포티파이도 음원 서비스로 성장하고 상장할 때는 ‘플랫폼 중립성’이란 것을 페이스북이나 구글(유튜브)에만 해당되는 이슈로 인식했다. 그러나 팟캐스트 사업을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로건이 독점 계약을 한 순간 사실상 스포티파이 직원과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오디오 플랫폼을 이용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급증하고 정치적인 콘텐츠의 경우 편중이나 유해 여부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 스포티파이의 고민이다. 조 로건과 같은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인기 팟캐스트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단순한 유통 업자를 넘어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 스포티파이는 대화 공간의 개방성과 수익성 좋은 특정 팟캐스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모두 추구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중적 잣대를 유지했다. 수익성도 높이고 크리에이터와의 관계도 좋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로건 사태를 앞에 두고 이중적 태도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결국 자극적 정보를 스스로 만들고 유통하며 인기를 끌었던 조 로건이 역설적으로 ‘플랫폼은 중립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담백하게 드러낸 셈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대기업, 스타트업이 ‘플랫폼’을 지향하며 이용자들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길은 더이상 없어 보인다. 이용자들이 잘 읽지 않는 ‘계약서나 약관’을 내세우며 책임을 피해 나가기 힘들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디지털과 책임’은 동의어가 돼 가고 있다. 더 밀크 대표
  •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한 부산 청년, 국민MC로 날다...허참 별세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한 부산 청년, 국민MC로 날다...허참 별세

    허참을 만난 것은 2016년 11월 말 그의 남양주 농장에서였다. 농장을 자신만의 휴식, 휴양 공간으로 활용하다가 외부 손님을 받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리뉴얼해 ‘참스팜스’라는 간판으로 새로 문 연 직후였다. 마당 한켠에서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자기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사들의 삶을 긴 호흡으로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를 담당하고 있던 나는 MC계 거목인 그를 연예담당 기자를 통해 어렵사리 섭외할 수 있었다. 그는 농장 건물 내부를 1층부터 2층까지 안내하고 자신이 아끼는 뒷마당 텃밭도 구경시켜 주었다. 밭에서 채소들을 직접 길러 먹고 손님들에게도 내놓는다고 했다. 2층에는 MC, 가수, 배우로서 다양한 인생 궤적이 담긴 사진과 포스터 등이 전시돼 있었다. 수많은 전시물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25년간 진행했던 KBS ‘가족오락관’의 네온사인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쉴새 없이 풀어내는 인생 이야기는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잠시 쉬어갈 때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건강지식을 풀어놓았다. 당시 그는 종편채널에서 ‘엄지의 제왕’이라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정 제품 홍보가 될 수 있어서 방송에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김 기자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라며 몇가지 ‘건강비책’을 일러주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질 때에는 “언제 가족들과 한번 놀러 오세요. 우리 농장에는 없는 게 없어요. 꼭 오세요 꼭.”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가 1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73세. 그가 5년 전 풀어 놓았던 자신의 인생역정을 약간의 가필을 거쳐 다시 싣는다. 기사의 지면 게재일은 2016년 12월 8일이었다.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허참(67)은 얼마 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자기 농장을 일반에 오픈했다. 음식을 먹고 노래를 듣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꾸미고 ‘참스팜스’라는 간판을 세웠다. 2층은 일종의 기록실로 만들었다. 자신의 예능 40여년 역사가 담긴 사진, 포스터, 앨범들을 한데 모았다. 자신이 직접 그린 회화 작품들도 걸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 여의도 KBS 녹화홀에서 25년 동안 실제로 썼던 ‘가족오락관’ 네온사인이다. “창고에 처박아 두면 그냥 썩는다고, 방송국에서 선물로 주더군요. 그걸 여기 가져와서 전원을 연결하니까 불이 들어오는데, 눈물이 납디다. 그 오랜 시간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내가 널 지켜봐 줄게, 이렇게 다짐했어요.”●1973년 여동생 결혼 밑천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 -기차가 덜컹거리며 부산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아무 대책 없는 ‘무작정 상경’의 주인공이 내가 되다니. 군에서 막 제대한 1973년의 어느 날이었다. 지갑 속엔 3만원이 들어 있었다. “오빠가 나중에 돈 벌면 몇 배로 갚아줄게.” 결혼 밑천 삼는다고 고이 모아 온 여동생의 돈이었다. -서울살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애초부터 내집 같은 것은 없었으니 군대나 고향 친구들 집을 번갈아가며 하루하루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정동 MBC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됐는데, 자전거로 채소나 생선 같은 것들을 배달해 주며 공짜 숙식의 대가를 치렀다. 그러고 있다 보면 코미디언이 됐든, MC가 됐든, DJ가 됐든 뭐라도 하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그해 겨울 군대 친구와 함께 종로에 나갔다가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를 지나치게 됐다. 문앞에 탄산음료 ‘오란씨’ 시음 행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공짜 음료수 한 잔 얻어먹을 요량으로 안에 들어갔다. (입구에 유난히 코가 큰 사람이 서 있었는데, 쉘부르의 주인이자 당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PD 겸 DJ로 활동하던 이종환 선생이었다) 무대에서는 이태원, 전언수씨로 구성된 통기타 듀오 ‘쉐그린’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노래를 마친 그들이 객석 손님들에게 경품을 나눠주는 행운권 추첨을 시작했다. 내가 당첨됐다. -“무대로 잠깐 올라오세요.” 나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 말 몇 마디에 공연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정신없이 웃던 이태원씨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그게…기억이 안 나네요.” “허 참, 자기 이름도 몰라요?” “앗,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나요? 저는 허참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종환 선생이 나를 불렀다. “여기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월급은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준다니 그걸로 감지덕지였다. 청소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틈틈이 손님들 신청곡 받아 노래를 틀어주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러다 잠깐씩 무대에 올라 짤막하게 MC를 볼 일이 생겼는데, 차츰 “쉘부르에 명물이 하나 들어왔다”고 입소문이 났다. 날 보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면서 몇 달 후에는 어니언스, 쉐그린, 김정호, 김세화, 권태수 같은 포크 스타들의 공연을 진행하는 정식 MC로 승격이 됐다. 스탠딩 코미디와 노래를 섞은 ‘허참쇼’라는 코너도 만들어졌다.-MBC의 라디오 PD 겸 DJ였던 박원웅 선생이 어느 날 나를 불렀다. “우리 회사에서 ‘청춘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DJ 한번 해 볼 생각 없나.” 정신이 아득해졌다. ‘자전거에 동태 궤짝이나 채소 꾸러미를 싣고 지날 때 그토록 높게만 보였던 MBC 사옥. 그곳에 내가 입성한다.’ 나는 그때까지도 쉘부르의 객석에서 소파 몇 개 붙여놓고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는 신세였다. 노래 ‘편지’의 성공으로 형편이 나아진 어니언스 임창제가 물려준 슬리핑백이었다. 방송 DJ를 시작하면서 동대문 근처에 방을 얻은 나는 임창제의 슬리핑백을 의기양양하게 다른 친구에게 물려주고 쉘부르 시대를 마감했다. ●남다른 입담…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서 운명의 MC 제안 -우리 집안의 뿌리는 황해도다. 나도 1949년 거기에서 태어났는데, 이듬해 6·25 전쟁이 나자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월남을 했다. 어쩌다가 땅끝인 부산까지 와서 부민동에 터를 잡고, 부산지방 법원에 주사로 취직을 했다. 공무원 아버지를 둔 덕에 생활은 적당히 풍족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소고기 반찬을 싸 주면 나보다 못사는 아이가 배급받아온 옥수수빵과 바꿔 먹기도 했다. -그 당시 법원 주사 정도면 마음 먹기에 따라 엄청난 재산을 모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정한 청탁으로 위에서 압력이 들어오자 신분증 집어던지고 며칠 동안 출근을 안해서 같은 부서 동료들이 와서 겨우 모시고 갔던 기억도 있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대쪽처럼 살면 뭐하냐. 실속 좀 차리지”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었다.-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1956년 부민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가 여러 번 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그려 팔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미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었다면 남다른 끼와 말솜씨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소풍 가서 사회를 보는 일은 늘 내 차지였다. 그래선지 말이나 행동에 남다른 스타 의식이 강했다. 이를테면 아침에 교문에서부터 영화배우처럼 겉멋을 부리며 걸었다. 저 멀리 3층 교실 창문에서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여자애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과장되게 폼 잡으며 사진 찍히는 것도 좋아했다. 그때 사진을 지금 보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주위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만들었던 것은 나의 성우 흉내였다. ‘삼국지’, ‘수호지’,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외워 성대모사를 하면 식구들, 친구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국어 시간에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미망인 모씨는~’으로 시작하는 고전 ‘조침문’을 ‘전설 따라 삼천리’의 성우 유기현씨 목소리로 읽어주면 교실은 난리가 났다. -웅변도 좋아해서 영도섬 등대 앞에 가서 소리 높여 목이 쉴 정도로 연습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한번은 중학교 때 ‘북괴 공산주의’를 타도하자는 주제의 웅변대회에 나가 목청 높여 “이 어린 연사 소리높여 외칩니다”를 말하고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는데, 어떤 아저씨들이 학교 바깥에서 철조망에 개를 매달아 놓고 사정없이 몽둥이질을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때 개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 팔고 멍하니 서 있다가 고배를 마신 적도 있다.-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할머니가 등대 쪽에서 꼼장어 장사를 하셨는데 매일 같이 달려가서 꼼장어 먹고, 딱딱한 알사탕 입에 넣고 책가방 던져 놓고 물놀이를 했다. 앙장구(성게), 해삼, 멍게 이런 게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중학교 입학 이후 가세가 기울었다. 초등학교 때는 아무렇지 않게 싸가지고 다녔던 소고기 구경을 중학교 때부터는 거의 할 수가 없었다. “크면 반드시 정육점을 할 거야. 그래서 소고기를 실컷 먹으리라.” 공부도 못했고 가세도 기울어서 대학 진학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영남상고에 들어갔는데, 막상 졸업을 할 때가 되니 아버지는 “네가 장남인데 대학을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재수를 시작했는데, 길게 하지는 못했다. 안 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크다. -1972년 군 복무 중 ‘10월 유신’이 선포됐다. 박정희 정부는 전군에 ‘문화선전대 경연 행사’를 열어 유신의 필요성을 병사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사단 웅변대회 선수로 뽑힌 나를 대대장이 불렀다. “이상용, 너는 오늘부터 웅변 대신에 유신헌법을 홍보하기 위한 문선대 경연 준비를 해라.” -유신헌법이 뭔지 내가 알 리 없었다. 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우리 몸에는 우리 옷을 입어야 하는데, 유신헌법이야말로 우리 몸에 맞는 옷이다’란 내용을 주제로 코미디를 구성해 연기했고, 그걸로 사단에서 1등을 했다. 그때부터 MC 겸 코미디 담당으로 예하부대를 돌며 유신 홍보 공연을 다녔다. MC와 코미디언으로서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얼마 후에는 사단 내 방송 DJ도 맡게 됐는데, ‘쌀’을 ‘살’로 발음하고 ‘의사’를 ‘어사’라고 말하는 억센 부산 사투리가 문제가 됐다. 문선대 공연에서야 사투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었지만, 방송에선 아니었다. 교정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매일 책과 신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 또한 나중에 사회에 나와 큰 도움이 됐다. ●‘수그려라’가 제 좌우명… 저를 방송인으로 남게 한 건 8할이 ‘노력’ -박원웅 선생의 스카우트로 MBC 라디오 데뷔를 한 이후 몇몇 프로그램이 나를 더 따라왔다. 사람들은 나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말투를 좋아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위기가 찾아왔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요계를 평정할 때였으니 1976년쯤인 듯한데, MBC 라디오의 간부 한 분이 나를 호출했다. “라디오 진행자를 모두 전문 아나운서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 미안하다.” 교통정보 프로그램 ‘푸른 신호등’에서 하차하라는 말이었다. 방 한 칸 신혼살림에 아내는 첫아이를 임신한 상태. 세간이라곤 쌀통 하나뿐이고, 찬장도 없어 사과상자로 대신하고 있던 우리 부부였다. “저, 좀 더 잘하겠습니다. 이거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소용 없었다. 다시 실업자가 됐다. 폭음을 하고 들어가 아내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방송하는 사람은 방송국에서 안 불러 주면 끝이다. ‘푸른 신호등’에서 졸지에 잘린 뒤 나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MBC 근처에 신발가게를 차렸다. 동대문 시장에서 패션구두 같은 것을 떼어다 아내와 같이 팔았다. 조용필이나 이은하 같은 당대의 스타들이 찾아와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망했다. 장사는 말주변만 갖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었다. 묘하게도 신발가게를 폐업하자 연달아 방송 요청이 들어왔다. 잠깐 동안의 실업자 생활과 신발가게 실패를 통해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에 간단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 -라디오로 주가가 오르면서 TBC ‘7대 가수쇼’ MC로 TV 데뷔를 했다. 운현궁 공개홀에서 남진, 나훈아, 이미자 등 당대의 스타들과 인사를 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시 고려진씨와 짝을 이뤘는데 최초의 남녀 공동 MC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150명 정도의 여성 MC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얼마 후에는 MBC ‘토요일 밤에’와 함께 주말 저녁을 양분하고 있던 TBC ‘쇼쇼쇼’의 MC로 위키리(이한필)의 뒤를 이어 발탁됐다. 쇼쇼쇼에서 나와 최고의 콤비를 이뤘던 정소녀씨를 만났다. ‘허참’ 하면 ‘정소녀’, ‘정소녀’ 하면 ‘허참’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와 같이 MC를 보던 정혜경씨는 내 이름에 이어 자기 이름을 말하는 순서에서 돌연 ‘정소녀’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보기 드문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한창 때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방송을 했다. 아침에 ‘푸른 신호등’ 2시간 진행하고, 잠깐 쉬었다가 ‘싱글벙글쇼’ 2시간, 좀 있다가 ‘허참의 가요앙콜’ 2시간. 이런 식이었다.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다. 수십년을 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서 오는 긴장과 피로, 고독감을 술로 달래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무교동 식당들에서 배달시킨 짬뽕, 짜장면에 소주를 마셔가면서 방송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청취자들은 내 옆에 배달음식 빈 그릇과 소주병이 수북이 쌓여있는지를 전혀 몰랐을 것이다. 방송이 끝나면 심신이 헛헛해져 또다시 무교동 낙지골목 등을 훑고 다녔다. 그렇게 일에 술에 파김치가 돼서 집에 갔다가 새벽에 나오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방송국에서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간 적도 있었다. -나를 대표하는 ‘가족오락관’은 1984년 4월 3일 벚꽃이 한창일 때 처음 전파를 탔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공교롭게 마지막 1237회 녹화일이 2009년 4월 2일이었다. 하루도 어긋나지 않는 만 25년. 나의 청춘과 중장년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사반세기와 좀 더 따뜻하게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은 참 아쉽다. 새로운 포맷의 참신한 가족오락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관두게 됐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KBS는 가족오락관 후속으로 ‘가정오락관’이란 프로그램을 편성했지만, 몇 번 내보내고는 시청자 반응이 안 좋다며 폐지해 버렸다. 지금은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수그려라’가 나의 좌우명이다. 남을 존중하고 경청하려고 애쓴다. 남들 앞에 과하게 나서지 않으려 한다. 나는 항상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두고 무대에 오른다. 후배들한테 말한다. 분위기 뜨고 흥겹다고 해서 객석에 마이크 들이대며 반말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방송인으로서 나의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끼’는 타고났을지 몰라도 나머지를 채운 것은 나의 부단한 노력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젊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위해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유머집을 구입해 외우고 또 외웠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을 메모해 암기했다. 교수, 의사, 성악가, 요리사, 언론인 등 자기 분야의 고수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겼다. 그들과의 얘기는 모두가 살아 있는 공부였고, 나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단련될 수 있었다. ■허참은 누구 본명은 이상용. 194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MC’ 중 한 명이다. TBC 동양방송, KBS 한국방송, MBC 문화방송에서 수많은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26년 동안 진행한 KBS ‘가족오락관’은 그의 이름과 동일시된다. 코미디언, 가수,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남상고, 동아대,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TV 프로그램 TBC ‘7대 가수쇼’ ‘쇼쇼쇼’ ‘전국 TOP10 가요쇼’, KBS ‘가족오락관’ ‘도전! 주부가요스타’ ‘왕건오락관’ ‘지구촌 노래자랑’, MBC ‘젊음은 가득히’ ‘지붕뚫고 하이킥’, 대전MBC ‘허참의 토크&조이’, SBS ‘빙글빙글 퀴즈’ ‘잉꼬부부 재치부부’, MBN ‘엄지의 제왕’ ▲라디오 프로그램 MBC ‘싱글벙글쇼’ ‘푸른 신호등’ ‘청춘은 즐거워’, SBS ‘허참의 즐거운 저녁길’ ▲음반 ‘왜 몰라주나’(1976년) ‘추억의 여자·소낙비’(2007년) ▲제29회 한국방송대상(2002년) 제12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2005년) KBS 연예대상(2006년)
  • 10연속 월드컵 본선 벤투호, 남은 2경기도 중요

    10연속 월드컵 본선 벤투호, 남은 2경기도 중요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두고 한국 축구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무대를 밟을 32개국 가운데 15번째 본선행 확정이다. 하지만 남은 2경기도 월드컵 본선 조추첨을 위해 대충 치를 수 없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시리아와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8차전에서 김진수(전북), 권창훈(김천)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개인전술이 좋은 시리아를 상대로 아찔한 위기도 있었지만, 한국의 집중력과 골 결정력이 승부를 갈랐다. 전반전 어이없는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던 측면 수비수 김진수가 후반 8분 과감한 쇄도로 헤더 결승골을 넣었다. 이어 후반 교체 출전한 권창훈이 26분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이재성(마인츠)과 2대 1패스로 상대 수비를 헤집고 난 뒤 날린 왼발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최종예선 6승 2무(승점 20)를 기록한 벤투호는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B조 1, 2위는 본선에 직행하고, 조 3위끼리는 플레이오프(PO)를 치른 뒤 승자가 남미 예선 5위 팀과 다시 PO를 치뤄야 한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카타르까지 10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게 됐는데, 처음 출전했던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하면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10회 연속 진출은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에 이어 세계 6번째다. 위업을 이룬 대표팀은 다음달 24일 이란과의 최종예선 9차전, 29일 UAE와 최종전을 치른다. 비록 두 경기의 승패가 본선 진출과는 상관없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영향이 크다. 현재 33위이지만 나머지 두 경기도 잘 치러 20위권에 진입하고, 본선 진출 32개국 중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8개국이 있다면 3번 시드를 받을 수 있다. 본선에서 ‘죽음의 조’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함께 2차 예선을 무패(5승 1무)로 통과했던 한국은 이란, UAE전 결과에 따라 1990년 이탈리아 대회(9승 2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7승 7무)에 이어 세 번째로 ‘월드컵 아시아 예선 무패’도 기록할 수 있다.
  • 북한 텔레비전 김정은 절뚝이는 모습 방영 “한 몸 깡그리 녹이시며“

    북한 텔레비전 김정은 절뚝이는 모습 방영 “한 몸 깡그리 녹이시며“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뚝이며 걷는 새로운 동영상이 포함된 선전 영화를 방영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허프포스트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위대한 존엄’의 건강을 입에 올리는 일 자체를 금기시하는 북한에서 절뚝거리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는 일은 흔치 않다고 허프포스트는 지적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110분 분량의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이란 선전 영화의 내레이터는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한 동안 사라진 뒤 상당한 체중이 줄어 나타났다며 “최악의 고난“으로 점철된 지난해를 헤쳐오느라 ”자신의 한 몸 깡그리 녹이시며 인민의 모든 꿈 다 이루어주시는 고생 많고 근심 많은 어머니의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화면을 보면 김 위원장은 우산을 받쳐 든 채 어느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임시로 만들어진 계단을 내려오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하지만 편집되지 않은 동영상에는 반대로 층계참을 뛸 듯이 올라가는 모습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K 뉴스의 콜린 즈위코 기자는 무릎이 좋지 않은 김 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화면을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KJU(김정은)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내레이터가 반은 대놓고, 반은 모호하게 그의 건강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2014년 그가 가장 오랫동안, 40일 동안 공석에서 사라진 뒤 절뚝이며 다시 나타난 다큐멘터리의 내레이터가 ‘몸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당시 NK 뉴스와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모두 문제의 다큐멘터리가 건강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힘들게 일하기 때문에 몸이 좋지 않다고 설명하는 것이었다고 이해했다. NPR뉴스의 앤서니 쿤 기자도 “지난해 김 위원장의 급격한 체중 감량에 대해 다이어트나 운동, 질환을 원인으로 들지 않고, 대신 열심히 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인민들의 꿈을 이루는 데 노심초사해’ 그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권력을 장악한 이후 간헐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문에 휩싸였으며 무릎을 절뚝이며 걷는 모습을 걸러내지 않고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일이 아주 예외적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올해 들어 한 달 동안 일곱차례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의 시험 발사로 도발을 연속하는 상황에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고 이 매체는 결론내렸다.이 선전 영화의 첫 장면은 김 위원장이 흰 말을 탄 채 석양을 바라보다 바닷가를 질주하는 모습인데 즈위코 기자는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이른바 ‘최측근 3인방’인 동생 김여정 국무위원 겸 당 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현송월 당 부부장 등 5명이 함께 백마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마지막이라고 소개했다. 체중 감량 덕분인지 그는 전속력으로 흰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도 포함됐다. 연합뉴스는 이런 장면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즈위코 기자는 여름 백두산의 어느 자락을 달리는 모습이라고 추정한 반면, 연합뉴스는 원산에 새로 단장한 개인 별장이 아닌가 추정하며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2020년 4월 상업 위성 사진을 근거로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원산의 한 기차역에 정차해 있다고 전하면서 해당 역 근처의 작은 활주로가 김 위원장의 취미인 승마를 위한 트랙으로 개조됐다고 보도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아무튼민족의 앞날을 활달하게 개척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인민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같은 날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설 명절 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전했다. 리설주 여사도 동행해 지난해 9월 9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145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 총리, 박정천 당 비서와 당 중앙위원회 리일환·정상학·오수용·태형철 비서 등이 함께 관람했으며 김 위원장은 공연이 끝난 뒤 리 여사와 함께 무대에 올라 출연자들을 격려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 덩크 꽂고 춤 추는 ‘말리 특급’, 누가 말릴까요

    덩크 꽂고 춤 추는 ‘말리 특급’, 누가 말릴까요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를 지배하고 있는 KB손해보험 노우모리 케이타(21·말리)의 활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케이타는 지난 26일 여자농구 KB스타즈의 홈인 청주실내체육관에 등장했다. 노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시투에 나선 케이타는 도움닫기를 하더니 시원한 원핸드 덩크를 꽂으며 팬들을 환호를 이끌어냈다. 케이타는 평소 농구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의 팬이다. 배구 경기에서도 농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선다. 남동생도 현재 농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쇼맨십을 펼치는 케이타는 V리그에서 가장 세리모니가 뛰어난 선수다. 득점에 성공할 때마다 손가락을 펴고 얼굴에 흔드는 ‘You can‘t see me’ 세리모니가 대표적이다. 두 팔을 벌리고 코트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서브 에이스가 성공하면 우사인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 동작도 보여준다. 아직은 어린 소년같은 모습도 있다. 지난 23일 열린 V리그 올스타전에서도 케이타의 못 말리는 행동은 계속됐다. 1세트 여자부 경기를 먼저 치른 뒤 2세트에서 혼성 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기다릴 수 없었던 케이타는 1세트 경기 도중 겉옷을 벋더니 코트로 들어가 경기를 즐겼다. 한국 무대 2년차인 케이타는 올 시즌 날개를 달았다. 득점과 서브에서 1위를 달리며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점프력을 가졌다. 높은 점프력으로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맹공을 퍼붓는다.그의 활약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들도 존재한다. 케이타는 지난 시즌 일명 ‘페이더웨이 스파이크’를 보여줬다. 페이더웨이는 농구에서 무게 중심을 뒤로 두고 점프하면서 슛을 쏘는 기술이다. 케이타는 토스가 뒤로 쏠리자 뒤로 점프해 큰 스윙으로 공격을 시도했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또 점프를 한 뒤 몸을 180도 돌려 상대팀 미들블로커를 등지고 공을 때려버리는 ‘노룩스파이크’도 팬들을 경악게 했다. 거리가 한참 먼 곳에서 때리는 후위공격도 강력하다. 케이타는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그는 “매 경기 즐기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굿! 드라마, 왔다! 예능… 해외·토종 OTT ‘설戰’

    굿! 드라마, 왔다! 예능… 해외·토종 OTT ‘설戰’

    설 연휴를 앞두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이 ‘집콕족’을 겨냥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내놓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는 드라마로, 국내 OTT는 특색 있는 예능으로 맞선다. 지난해 11월 상륙한 콘텐츠 공룡 디즈니+는 26일 첫 한국 오리지널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찰대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사랑과 도전을 담은 16부작 드라마다. 가수 강다니엘이 불의를 참지 못하는 경찰대 수석으로 첫 연기에 도전하고 채수빈이 선배의 꾸지람에도 굴하지 않는 신입생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병수 PD는 이날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특수한 대학인 경찰대 학생들의 꿈과 삶이 녹아 있는 풋풋한 작품”이라며 “한국의 사계절도 잘 담겨 있다”고 했다.넷플릭스는 28일 ‘지금 우리 학교는’을 스트리밍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를 그린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총 12부 중 언론 대상으로 선공개된 1~3부에서는 한국 좀비 특유의 빠른 속도와 움직임, 학교 공간을 활용한 액션이 쉼 없이 펼쳐졌다. 다만 폭력 수위가 높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됐다. 이재규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안무가와 전문 배우가 참여해 기존 ‘K좀비’보다 디테일이 더 좋다고 자부한다”며 “친근한 상대가 나를 없애려 한다는 데서 오는 극단적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종 플랫폼 티빙은 김태호 PD와 가수 이효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예능 ‘서울체크인’을 29일 풀어놓는다. 김 PD가 지난 17일 MBC를 퇴사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효리와는 싹쓰리와 환불원정대를 통해 맺은 인연으로 손을 잡았다. 제주살이 9년 차인 이효리가 서울에서 스케줄을 마친 뒤 어디서 자고 누구를 만나 어디를 갈지 등을 담았다. 모자와 슬리퍼, 백팩 차림으로 간편하게 올라온 이효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제작진은 “서울이 낯설어진 그녀의 속마음과 고민, 솔직한 대화가 담겼다”고 전했다.티빙 ‘얼라이브’는 28일부터 매주 1회씩 총 4부를 선보인다. 세상을 떠난 뮤지션 임윤택과 유재하를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하고 확장현실(XR)로 무대도 재현하는 음악 예능이다. 1~2회에는 ‘오디션 스타’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이 멤버들과 8년 만에 무대에 서는 모습이 전파를 탄다. 1년에 걸친 AI 복원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음성 및 페이스 복원과 딥페이크 기법 등 고도의 기술이 활용됐다. 2월 11일 시작하는 유재하 편에서는 그의 옛 목소리를 복원해 신곡을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티빙 측은 “유재하와 인연이 있는 작곡가들이 곡을 만들었다”고 전했다.웨이브가 오는 31일부터 14주간 매주 월요일 공개하는 ‘홀인러브’는 요즘 핫한 연애와 골프를 더한 골프 연애 리얼리티다. 여섯 남녀가 골프 경기에 참여하며 미묘한 러브라인을 그려 간다.
  • 손흥민·황희찬 없이 레바논·시리아 넘는다 [오피셜]

    손흥민·황희찬 없이 레바논·시리아 넘는다 [오피셜]

    한국 축구대표팀이 레바논, 시리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7·8차전을 손흥민(30·토트넘), 황희찬(26·울버햄프턴) 없이 치르기로 확정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터키 이스탄불에 수십년 만에 몰아친 폭설로 공항을 옮겨 가는 고행 끝에 26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이 오늘(26일) 레바논에 입성해 월드컵 최종예선 준비 모드로 전환했다”면서 “선수단은 더 이상 추가나 변동없이 현재 멤버로 두 경기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상 회복 추이를 지켜보며 차출 여부를 보류했던 공격수 손흥민, 황희찬 없이 레바논, 시리아전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손흥민은 지난 6일 첼시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4강 1차전을 치른 뒤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회복 중에 있다. 황희찬도 지난해 12월 16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브라이튼 호브 앤 알비온과의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울버햄프턴의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다.벤투 감독은 K-리거들로 맞선 아이슬란드전(5-1승), 몰도바전(4-0승)에서 보여준 조직력과 유럽 무대 진출 뒤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황의조(30·보르도)의 활약이 이어질 것으로 믿고 이번 최종예선 7·8차전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계획이다.
  • 닉슨·마오쩌둥 악수 뒤엔 패권다툼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닉슨·마오쩌둥 악수 뒤엔 패권다툼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엄혹한 근현대사에서 미국과 중국은 적과 동지의 관계를 넘나드는 묘한 사이다. 1844년 마카오 인근에서 왕샤(望廈) 조약을 통해 첫 공식 관계를 맺은 이후 올해로 178년간 애증의 관계를 이어 왔다. 복잡한 국제질서 속에서 양국 모두 이이제이(以夷制夷)와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을 멋지게 구사했다. 멀리 떨어진 나라와 협력하고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하는 대전략을 통해 국익 극대화를 관철시킨 나라들이다. 미중의 대립과 갈등이 커져만 가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외교 전략을 모색해 본다. 1840년 1차 아편전쟁에서 패한 중국은 굴욕적인 난징조약(1842년) 체결 뒤 최강국 영국 견제를 위해 미국을 끌어들였다. 중국은 영국을 격퇴하고 독립을 쟁취한 미국을 서구 열강의 방패막이로 활용했고 미국 역시 시장 확대를 위해 왕샤조약을 체결했다. 6·25 전쟁 당시엔 전쟁까지 벌여 숙적이 되기도 했던 양국은 20세기 냉전 당시 손을 잡고 소련을 무너뜨렸다. 물고 물리는 양국이 21세기 패권전쟁에 돌입한 것은 냉엄한 국제질서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한국전쟁 이후 20년간 죽의 장막에 갇힌 중국을 극적으로 국제무대로 이끈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제국주의자 미국’이었다.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과 갈등을 빚어 온 중국은 1969년 소련과 무력 충돌 이후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을 수립한다. 1971년 7월 9일 낮 12시 15분, 베이징 난위안(南苑) 비행장에 두꺼운 뿔테 안경의 미국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파키스탄의 칸 대통령과 만찬 도중 복통을 이유로 사라졌던 인물이 돌연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것이다. 바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외교안보 보좌관, 헨리 키신저였다. 마오쩌둥·저우언라이 등 중국 수뇌부와의 극비 회동을 위한 것이다. 1950년 6·25전쟁 이후 철천지원수로 지냈던 미중 양국이 화해의 첫발을 뗀 순간이었다.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부터 닉슨 대통령은 공산진영의 넘버2, 중국을 끌어들이는 구상에 착수했다. 중소 국경 분쟁에 휩싸인 중국과 손을 잡고 당시 주적인 소련 견제에 나서야 한다는 키신저의 ‘세력균형론’을 수용한 것이다. 미국은 700년 전 중국 땅을 밟았던 마르코 폴로의 이름을 딴 ‘폴로 프로젝트’라는 극비 계획을 가동했다. ‘키신저·저우언라이 극비 회동’을 통해 미중 수교의 큰 그림을 그렸고 이듬해인 1972년 2월 21일, 골수 반공론자 닉슨 대통령과 미 제국주의 타도를 외쳤던 마오쩌둥 주석이 역사적인 회담을 가진다. 미국은 중소 분쟁의 틈을 노려 중국과 손을 잡고 일거에 힘의 균형을 역전시켰고 `1979년 국교를 수립한다.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의 종식은 세력균형을 통해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키신저 외교’의 결정판이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라는 기본 틀을 유지했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도우면서 ‘아름다운 동반자’로 불렸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자본주의 분업체제의 틀 속에서 중국은 경제개발에 나섰고, 중국은 그 대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적·군사적 우위를 인정한 것이다. 1979년 미중 수교를 주도했던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힘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전략이 나온 배경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국민당 장제스 정권과 연합해 대일 태평양전쟁(1941년)을 치른 전우의 사이였다. 큰 틀에서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단절하고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 것은 한국전쟁(6·25전쟁) 이후 20년에 불과하다.양국은 2018년 7월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갈등기로 접어들었다. 관세·무역 전쟁의 외피를 둘렀지만 갈등의 본질은 세계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기술 전쟁이란 시각도 강하다. 트럼프·바이든 정권이 3년 넘게 공세를 취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면서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미국으로서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다. 미국이 중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시기는 2010년부터다. 중국은 그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 주요 2개국(G2)으로 발돋움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소홀히 했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권은 2011년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공식선언했다. 대중 포위전략이 본격화되면서 퇴로 없는 패권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중국 역시 세계 강대국으로 우뚝 서려는 대국굴기의 욕망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2년 11월 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 국가주석이 세계 최강국의 꿈, 즉 중국몽(中國夢)을 전면에 내걸었다. 미중 모두 ‘투키디데스 함정’(패권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대결)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 최혜진, 28일 LPGA 데뷔 무대… 6년 만의 한국인 신인왕 출사표

    최혜진, 28일 LPGA 데뷔 무대… 6년 만의 한국인 신인왕 출사표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스타 최혜진(23)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출사표를 던진다. 지난해 퀄리파잉(Q) 시리즈에서 수석으로 LPGA에 입성한 안나린(26)도 데뷔 무대를 치른다. 최혜진과 안나린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의 보카리오 골프클럽(파72·6701야드)에서 열리는 게인브리지 LPGA(총상금 200만 달러)에 나란히 출전한다. 지난주 올랜도에서 열린 LPGA 시즌 개막전(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은 지난 2년간 LPGA 우승 경력이 참가 조건이어서 LPGA 무대에 입성하는 신인들에겐 이번 게인브리지 LPGA가 시즌 첫 대회다. 최혜진은 2017년 초청 선수로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준우승한 뒤, KLPGA에서 2018년부터 3년 연속 대상을 휩쓸며 통산 10승을 거둔 간판스타다. 지난달 Q 시리즈에서는 공동 8위를 기록하며 무난하게 LPGA에 입성했다. 최혜진은 2015년 이후 매년 가져오다가 지난 시즌 6년 만에 놓친 한국인 LPGA 신인왕 타이틀에 도전한다. 안나린은 최혜진에 비해 국내 무대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Q 시리즈에서 수석 합격하며 강력한 LPGA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Q 시리즈에서 경쟁한 폴린 루생부샤르(22·프랑스), 지난해 유럽 여자프로골프투어(LET) 신인왕과 대상을 휩쓴 아타야 티띠꾼(19·태국) 등도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 몸값 일곱배 뛴 황의조 “자신감도 UP”

    몸값 일곱배 뛴 황의조 “자신감도 UP”

    유럽 무대 진출 뒤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을 강등권 밖으로 ‘멱살 캐리’한 황의조(30·보르도)의 몸값(이적료)이 7배 넘게 올랐다. 하지만 거액의 제안이 있더라도 소속팀인 프랑스 프로축구 보르도는 황의조를 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프랑스 매체 수드 웨스(Sud Ouest) 등 여러 현지 언론은 25일(한국시간) “보르도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황의조에 대한 1500만 유로(약 200억원)의 이적 제안이 오더라도 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르도는 지난 2019년 200만 유로(약 27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계약기간 2023년까지를 조건으로 황의조를 영입했다. 보르도는 악화된 재정 문제로 올 시즌을 앞두고 2부 리그로 강등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이적시장에서 황의조를 내놓지 않았다. 황의조의 득점력을 대체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황의조는 보르도의 이런 기대에 부응해 올 시즌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며 팀내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현지 언론들은 또 “보르도는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황의조를 이적시키지 않고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데리고 있을 것”이라면서 “보르도는 황의조를 지키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한편 이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황의조는 “자신감이 올라왔고, 경기력이 더 회복됐다”면서 “대표팀에서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0~11월 발목 부상으로 정규리그 4경기를 못 뛴 황의조는 지난 8일 마르세유전에서 햄스트링 통증까지 느끼는 위기를 맞았다. 황의조는 “당시에 경기에 계속 출전했고, 훈련도 소화했다”면서 “구단에서 많이 배려해줘서 훈련을 조절해 지금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27일 레바논, 2월 1일 시리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7·8차전을 앞두고 있다. 황의조는 “최대한 빨리 본선 진출을 결정지어서 남은 경기(9·10차전)는 마음 편하게 준비하고 싶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준비를 잘했으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또 대표팀에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워낙 중요한 선수들이어서 빈자리가 크겠지만, 모든 선수가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한일전 앞둔 지소연 “우승하러 왔다”

    한일전 앞둔 지소연 “우승하러 왔다”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 지소연(31·첼시)이 일본전을 앞두고 “이번 대회에 일본, 중국, 호주를 꺾고 우승하러 왔다”고 밝혔다.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은 오는 27일 인도 푸네의 시리 시브 차트라파티 종합운동장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일본과 C조 1위를 놓고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1일 베트남과 1차전 3-0, 24일 미얀마와 2차전 2-0으로 승리, 조별리그 2연승을 달리며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8강을 확정했다. 일본 또한 미얀마를 5-0, 베트남을 3-0으로 꺾었다. 두 팀 모두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치르는 이번 대결에서 지는 쪽은 8강에서 또 다른 우승후보인 호주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회에선 12개국이 3개 조로 조별리그를 치러 각 조 1·2위, 그리고 3위 중 성적이 좋은 2개 팀이 8강에 진출한다. C조 1위는 대진상 다른 조 3위 중 한 팀과 8강에서 만나게 되고, C조 2위는 B조의 1위와 맞붙는다. B조 1위는 인도네시아를 18-0, 필리핀을 4-0으로 꺾은 호주가 확정적이다. 8강에서 호주를 만나 지게 될 경우 이번 대회 5위까지 주어지는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출전권 확보도 불투명해진다.운명의 기로에서 만나는 일본도 최근 2대회 연속 모두 결승에서 호주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상대 전적 또한 일본이 17승 10무 4패로 한국에 크게 앞선다. 한국이 일본을 꺾은 건 2013년 7월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경기에서 지소연이 2골을 넣어 2-1로 이긴 게 마지막이었다. 벨 감독은 “일본은 기술이 뛰어나며,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많은 무척 강한 팀”이라면서 “일본과의 경기는 우리에게 큰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일본을 상대로는 수비 전환이 더 빨라야 하고, 공격할 때도 수비 조직이 무너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과 미얀마를 상대로 연속 득점(3골)하며 예열을 끝낸 지소연은 “이번 대회에 월드컵 출전권을 따는 것뿐만 아니라 우승하러 왔다”면서 “일본, 호주, 중국을 상대하며 이기자는 마음으로 왔다. 일본은 우리와 좋은 라이벌이라 동기부여가 된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일본도 에이스인 이와부치 마나(아스널)가 코로나19에서 완쾌, 한국과의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부치는 인도에 도착한 뒤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돼 결장했는데,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음성이 확인돼 25일 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피겨 프린스 4회전… 이번엔 킹!

    피겨 프린스 4회전… 이번엔 킹!

    ‘피겨 프린스’ 차준환(21·고려대)이 김연아 이후 한국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두 번째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우승을 신고하며 다음달 베이징동계올림픽 메달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차준환은 지난 23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끝난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6.48점, 예술점수(PCS) 88.78점, 감점 1점으로 174.26점을 기록해 전날 쇼트프로그램(98.96점)과의 합계 273.22점으로 우승했다. 1999년부터 매년 열린 4대륙대회에서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메달을 신고한 건 물론 우승까지 일궈 낸 것도 차준환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여자 싱글에서만 2009년 김연아(금메달)와 2020년 유영(은메달)이 메달을 따냈고, 이번 대회에서 이해인(은메달)과 김예림(동메달)이 역대 3, 4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은 이 대회 최고 성적인 5위(2020년)를 단박에 갈아 치웠고, 특히 총점 273.22점은 2020년 이 대회에서 세운 자신의 총점 최고점(265.43점)을 7.79점이나 끌어올린 기록이다. 차준환은 한국 남자 싱글의 역사나 다름없다. 처음으로 주니어와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을 수집했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ISU 공인 국제대회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성공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10위의 성적을 내 한국이 역대 처음으로 남자 피겨에서 동계올림픽 출전권 두 장을 확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4세이던 2015년 종합선수권대회 노비스 부문 동메달로 이름 석 자를 알린 차준환은 그해 회장배 랭킹 대회에선 프리에서 무려 149.99점을 받아 총점 220.40점으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릴레함메르 청소년 동계올림픽 출전으로 주니어 무대에 접어든 그는 이듬해 시니어 그랑프리 2, 6차 대회에 초청받으면서 만 16세의 나이에 시니어로 데뷔했다. 만 16세 4개월의 대표팀 최연소 나이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해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역사상 세 번째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뒤 총점 248.59점으로 15위에 올랐다. 이는 정성일이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기록한 18위를 갈아 치운 것이다. 4대륙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또 다른 역사를 쓸 준비를 마친 차준환은 “이번 대회가 베이징올림픽과 남은 시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훈련했다”면서 “메달을 따게 돼 무척 만족스럽다.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 300석 전용 경기장, 세계 첫 무인 중계… 94일간 올탁구나

    300석 전용 경기장, 세계 첫 무인 중계… 94일간 올탁구나

    “당장은 아기 걸음마 같겠지만 탁구인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첫걸음입니다.” 탁구인들의 오랜 염원이던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출범을 나흘 앞둔 24일 안재형(57) 위원장은 경기 경기대 수원캠퍼스 내 전용경기장인 스튜디오T에 모인 취재진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에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란 절박한 심정으로 KTTL 첫 시즌을 준비했고, 이제 그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안 위원장은 “최고의 무대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으로 팬들을 찾아갈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지친 탁구팬들이 실시간으로 전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TL은 전용 경기장부터 공을 들였다. 경기대 수원캠퍼스 내 체육관을 개조해 300석 규모의 아담한 탁구장으로 만들었다. 바닥 중앙에 한국 전통가옥의 단청과 창호문, 기둥 등을 형상화한 ‘가장 한국적인’ 탁구대를 설치하고 주위에 1억원어치의 장비를 동원해 카메라맨, PD가 없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무인 중계 시스템도 갖췄다. 오는 28일 오후 6시 대한항공과 포스코에너지의 맞대결로 출범 원년을 여는 KTTL은 ‘3세트제’가 도입돼 승부에 박진감을 높였다. 5전 3선승제지만 3-0 승부는 없다. 반드시 네 번째 경기인 ‘에이스 매치’를 치르도록 했다.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는 5월 31일까지 94일간의 열전에 돌입하는 KTTL은 기업팀인 코리아 리그(남자 7개·여자 5개 팀)와 내셔널 리그(남자 7개·여자 8개 팀)가 총 222경기를 펼쳐 순위를 가린 뒤, 남녀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원년 챔피언을 가린다.
  • 배구판 대세 된 ‘이진수즈’…이제 진짜 수퍼스타즈

    배구판 대세 된 ‘이진수즈’…이제 진짜 수퍼스타즈

    놀기도 잘 놀지만 화끈한 팬 서비스에 배구까지 잘한다. 코트 안팎에서 종횡무진하는 활약에 팬들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3년 만에 열린 V리그 올스타전에선 현대건설의 2000년대생 두 선수들이 무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으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동갑내기인 이다현과 정지윤은 독특한 생년월일을 가지고 있다. 이다현은 2001년 11월 11일(011111), 정지윤은 2001년 1월 1일(010101)로 생년월일에 0과 1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이진수같은 생년월일 때문에 팬들은 ‘이진수즈’란 애칭을 붙여줬다. 이들은 올스타전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올스타전이 끝난 이후 이다현의 춤은 팬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코트에서 엄청난 끼를 발산한 이다현은 첫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세리모니상을 수상했다. 사실상 이다현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지윤도 세리모니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버금가는 춤 실력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특히 세터 김다인이 사준 검은색 모자를 쓰고 보여준 ‘깡춤’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화끈한 팬 서비스와 함께 뛰어난 배구 실력까지 갖춰 ‘황금세대’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로 3년차로 올 시즌 주전 자리를 굳힌 이다현은 양효진과 함께 현대건설의 최강 센터진을 구축했다. 185㎝의 좋은 신장과 뛰어난 공격력으로 차세대 ‘블로퀸’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다현은 팀 내에서 막내급이지만 가장 배구에 대한 열정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다. 강성형 감독이나 양효진 등도 이다현의 열정을 칭찬한다. 올 시즌 레프트로 자리를 옮긴 정지윤도 파괴력있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주로 교체로 출전하지만, 황민경과 고예림의 공격이 막히면 코트에 투입돼 공격의 활로를 뚫는 역할을 하고 있다. 힘 만큼은 남자 선수 못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점인 리시브도 다른 선수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며 보완하고 있다. 정지윤의 리시브 연습을 도와주는 김다인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루 동안 팬심을 흔들었던 이들은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오는 28일 흥국생명전에서 멋진 플레이로 다시 팬심을 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다현은 “이제 웃음기를 빼야 할 것 같다”며 “다시 진지한 모습으로 리그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 ‘NO관용’...1600만명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밀수범에 ‘사형’

    ‘NO관용’...1600만명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밀수범에 ‘사형’

    중국 전역을 무대로 1600만 명 이상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400kg을 밀수한 중국인 마약판매총책 일당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중국 푸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필로폰 400kg을 대량으로 밀수하다가 적발된 범죄 조직원 12명 중 2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사건과 관련해 밀수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나머지 조직원에 대해서는 무기징역과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각각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12월 29일 중간 판매책 A씨가 SNS 등을 통해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진 필로폰을 대량으로 유통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푸젠성 해경국과 공안국이 합동 마약 전담팀을 구성, 약 6개월에 걸쳐 장기 수사해 일당을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마약 밀수범들은 냄새가 나지 않는 마약의 특성상 두껍게 포장해 항만 검색대를 통과하면 적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기고 대량의 필로폰 밀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첩보를 입수한 특별 수사팀은 현장에서 약 6개월 동안 잠복, 항구 폐쇄회로를 단서로 밀수 일당의 주거지를 급습해 관련 일당을 일망타진 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건 수사를 위해 투입된 특별 수사팀 20명은 필로폰 운반 선박 1척을 압수, 전국으로 이송을 앞두고 있던 필로폰 400kg을 압수하는데 성공했다.관련 공안국은 수사에 앞서 대량의 마약이 해외에서 제조돼 중국으로 운반을 앞두고 있다는 첩보를 수집해 밀매 일당 중 1명을 우선 검거했다. 공안에 검거된 일당을 심문한 결과를 토대로 대량의 밀수가 있을 것이라는 제보를 받은 공안국은 특별 수사팀을 꾸려 조직원 전원을 붙잡는데 성공했던 것. 또, 공안 조사 결과 이들은 SNS 등을 통해 중국 내 총책과 익명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 뒤 국내로 반입된 마약을 중간 판매책에게 전달하는 수법으로 중국 전역을 무대로 판매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밀수조직원들은 일용직 등 신분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신분증을 악용해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관할 공안국은 사건 관련 일당 12명을 포함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고 현금을 세탁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 또 다른 운송책 일당을 추가로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마약 구매자 등 투약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해 검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푸젠성 해경국은 지난 2018년 7월 이후 총 9건의 마약 밀수 조직범을 붙잡았으며, 해당 사건 중 가장 큰 규모의 밀매 사건이라고 분류했다. 2018년 이래 해경국과 관할 공안국은 공동으로 마약 밀수 사건 관련 특별 수사팀을 운영해오고 있다. 특별 수사팀이 밀수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량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12월까지 무려 5.1톤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끝과 시작 공존하는 ‘겨울’처럼… 무대 아쉬움, 초심 담아 풀었죠”

    “끝과 시작 공존하는 ‘겨울’처럼… 무대 아쉬움, 초심 담아 풀었죠”

    “겨울은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계절이에요.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고, 힘든 일이 지나고 나면 희망이 오죠. 아쉬움 뒤에 찾아오는 설렘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지난 12일 미니앨범 ‘다시 겨울이야’를 내놓은 ‘R&B의 여왕’ 박정현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2년여 만의 컴백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차분하고 조용하게 지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팬들과의 무대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9번째 정규 앨범 ‘더 원더’ 이후 내놓은 이번 앨범은 겨울을 메인 테마로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 헤어짐과 만남 등의 이야기를 따스한 음악으로 풀어냈다. 박정현은 “매번 새 음반은 팬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고민스럽다. 오랜만에 인사드리기에 싱글은 부족하고, 정규 앨범은 시간상 어려울 것 같았다”며 “콘서트에서 특정 콘셉트로 꾸미는 것처럼, 앨범을 겨울이라는 이미지에 따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998년 1집 ‘피스’로 데뷔한 박정현은 ‘편지할게요’, ‘꿈에’,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P.S 아이 러브 유’ 등 숱한 히트곡을 냈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2017년 9월부터는 KBS 월드 라디오 ‘박정현의 원 파인 데이’ DJ를 맡고 있는데, 새 앨범엔 이 경험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는 “원래 ‘겨울’, ‘연말’ 하면 신나는 노래가 생각나는데, DJ를 하면서 보니 청취자들이 의외로 위로받을 수 있는 곡을 많이 찾더라”며 “겨울 노래 중엔 그런 게 많이 없는 것 같아 내가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윈터스 하트’, ‘겨울 할 일’은 이런 마음으로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다. 박정현은 “단순한 사랑 얘기가 아닌 말로 겨울 노래를 만들고 싶었는데, 정말 어렵더라”며 “이성 간의 ‘사랑’, ‘그대’ 같은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했다. 대신 고막을 채우는 그의 목소리는 이런 것들이다. “겨울까지 무사히 잘 걸어왔기에, 깨끗한 이 추위도 고요한 긴긴밤도 난 맘껏 누리네 후회 없이.”(겨울 할 일) 앨범에는 015B 정석원과 바버렛츠 안신애, 편곡가 홍소진과 박정현의 콘서트 밴드마스터인 해롭왕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피아노와 스트링, 팀파니, 심벌, 코러스까지, 웅장하지만 포근하게 흐르는 변주에 귀 기울이다 보면 수록곡이 다섯 개밖에 안 된다는 데 새삼 놀라게 된다. 박정현은 최근 JTBC 국악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대중과 만났지만, 여전히 보컬리스트로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내 노래를 듣고 기쁨, 슬픔, 위로, 치유 등 한순간이라도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이야기를 곡에 담고, 팬들 앞에서 노래하는 건 여전히 주기적인 도전이다. 재미있지만 오래할수록 부담감에 힘들 때도 있다”며 “큰 욕심을 내기보단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솔직한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예명에 어울리지 않게 채식 사랑한 록스타 ‘미트 로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예명에 어울리지 않게 채식 사랑한 록스타 ‘미트 로프’

    고기와 채소를 뭉쳐 만든 요리 ‘미트 로프’란 예명과 어울리지 않게 채식주의자였던 미국의 가수 겸 배우 마이클 리 어데이(개명 전 마빈 리 어데이)가 74세로 세상을 등졌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리 어데이 측은 전날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미트 로프가 오늘 밤 아내 레베카와 두 딸 펄, 아만다와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고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마음이 찢어진다”고 알렸다. 100㎏이 넘는 거구인 그는 미국의 유명 작곡가 짐 스타인먼과 손잡고 1977년 발매한 앨범 ‘배트 아웃 오브 헬(Bat Out of Hell)’이 5000만장 팔렸고 미국에서만 1400만장 상당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는 그 뒤로 한동안 히트곡을 내지 못하다 1993년 스타인먼과 다시 뭉쳐 ‘배트 아웃 오브 헬 2: 백 인투 헬’을 발표해 다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앨범은 세계적으로 1500만장 이상 팔렸고, 수록곡 ‘아이드 두 애니씽 포 러브’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기록했다. 199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솔로 록 보컬 상을 받기도 했다. 미트 로프는 그 뒤 몇 차례 더 앨범을 발표하고 세계 투어 공연을 다니면서 총 1억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했다. 1975년 영화 ‘록키 호러 픽처 쇼’와 1992년 ‘웨인스 월드’, 1999년 ‘웨인스 월드’에 출연하면서 배우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2011년 공연 중 무대에서 쓰러지는 등 오랫동안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어난 고인은 태어났을 때 정육점의 고기처럼 붉어 보인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미트란 별명을 붙여줬고, 나중에 고교 풋볼 코치가 로프란 애칭을 덧붙여줬다. 생전 고인과 1981년 발매한 ‘데드 린저 포 러브’로 호흡을 맞춘 팝스타 셰어는 “아주 많이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생전 BBC 인터뷰를 통해 “난 오페라를 공부하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내 길이 아니다 싶었다. 나도 무척 반항적이고 너무 미쳐 있었다”고 돌아봤다. 1989년 고인과 함께 앨범을 녹음했던 보니 타일러는 “목소리와 무대 매너로도 실제 캐릭터보다 훨씬 큰 아우라를 펼쳤으며 각별한 탤런트와 품성을 겸비한 드문 인물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뮤지컬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천국의 자물쇠가 록과 함께 울릴 것이다. RIP 미트로프”라고 애도했다.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도 인스타그램에 “미트는 영원히 젊다”고 애도했다. 애덤 램버트, 방송인 스티븐 프라이, 가수 로레인 크로스비, 방송인 피어스 모건 등이 추모에 함께 했다. 그는 비만 때문인지 많은 질병과 숱한 부상에 시달렸다. 1978년 캐나다 오타와 무대에서 뜀박질하다 다리를 부러뜨려 휠체어에 앉은 채로 공연해야 했다. 2011년 피츠버그 무대에서도 쓰러졌으며 5년 뒤 캐나다 공연 중에도 무대에서 떨어졌다. 2019년 텍사스주 컨벤션 도중 인터뷰를 하다 낙상해 쇄골을 부러뜨렸다. 평생의 친구 스타인먼이 지난해 세상을 떠나자 미트 로프는 글을 올려 “곧 여기 와, 내 친구 지미”라고 추모했다.
  • 쉬다와도 1등, 공부하다 와도 1등…스노보드 1인자에게 이변은 없다

    쉬다와도 1등, 공부하다 와도 1등…스노보드 1인자에게 이변은 없다

    세상은 공평하다고 믿고 싶지만, 특정 분야에선 등장할 때부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2연패가 유력한 재미교포 2세인 ‘보드 천재’ 클로이 김(22·미국)이 그 주인공이다. 네살 때 처음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클로이 김은 여섯살부터 각종 대회에 출전했고, 10대 중반부터 세계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클로이 김은 불과 열여섯살이던 2016년 미국 매머드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성인 무대 데뷔와 동시에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미국 파크시티에서 열린 바로 다음 대회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하프파이프 100점 만점을 기록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클로이 김은 이후 월드컵에 12번 출전해 9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나라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18세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 최연소(17년 9개월) 금메달리스트였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둥근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원통형 슬로프를 좌우로 오가면서 점프와 회전 같은 공중 연기를 펼쳐 심판들로부터 채점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프파이프는 1998 나가노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지금껏 2연패를 달성한 여성 선수는 없었다.천재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클로이 김은 평창 대회 직후 발목 부상으로 휴식을 취했고, 이듬해 명문 프린스턴대학에 진학해 평범한 대학생으로 캠퍼스의 낭만을 즐겼다. 그리고 그는 2년여의 공백 뒤 지난해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진 미국 애스펀 대회에서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클로이 김은 학업과 선수 생활을 병행했고, 2021~22시즌 세 번의 월드컵 중 지난해 12월과 이달 초에 열린 두 번의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경기 감각을 살리기 위해 출전한 지난 16일 스위스 락스 월드컵에서 90.25점으로 당연하다는 듯 1위를 차지했다. 준결승에서는 1년의 공백을 깨고 나선 월드컵 경기라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로 멋진 연기를 펼쳐 2위 그룹과 7점 이상의 큰 차이를 내며 93.80점의 높은 득점으로 결승에 진출하더니, 결승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평창올림픽을 포함해 이번 월드컵까지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 8차례 출전했는데 모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월드컵 우승으로 예열을 마친 클로이 김은 이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이변이 없는 한 베이징에서도 또 한 번의 금메달이 유력하다.
  • 무대 오르는 ‘82년생 김지영’ ‘채식주의자’

    무대 오르는 ‘82년생 김지영’ ‘채식주의자’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사랑을 받은 한국 여성작가 소설들이 올 하반기 연극으로 돌아온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오는 8월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관객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소설은 평범한 주부 김지영의 삶을 통해 여성이 가정과 학교, 직장 등에서 받는 불평등과 한국 사회에 내재된 성차별을 다뤘다. 2016년 발표한 작품의 인기는 여전하다. 국내에서만 130만부 넘게 팔렸고 2016~20년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 작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연극 ‘82년생 김지영’은 스포트라이트가 제작을 맡았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정유란 문화아이콘 대표가 무대화 작업을 담당한다. 연극 ‘스웨트’로 제23회 김상열연극상을 받은 안경모 연출가와 뮤지컬 ‘아랑가’로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을 받은 김가람 작가가 합류했다.한국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오는 9월 2일부터 25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연극으로 만날 수 있다. ‘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로 어릴 적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을 본 뒤 육식을 거부하게 된 주인공 영혜를 중심으로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 역시 30여개국에 판권이 수출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연극 ‘채식주의자’는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공동 제작했다. 국내 초연 이후 12월에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연출은 벨기에의 배우 겸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맡았다. 스페인, 일본 등에 출간돼 큰 사랑을 받았던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대에 오른다. 원작이 지닌 매력을 살리면서도 팝아트와 코믹한 요소를 섞어 호평을 받은 연극은 하반기 중 서울에서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 불 뿜는 흑돼지·불 품은 훠궈… 푸른 밤, 맛천지

    불 뿜는 흑돼지·불 품은 훠궈… 푸른 밤, 맛천지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가요 ‘제주도의 푸른 밤’ 첫 소절이다. 들국화 보컬 겸 베이스 최성원이 1988년 8월에 솔로로 나서면서 발표한 노래다. 한 지역을 노래해 수많은 이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 ‘여행 동기부여’ 곡이다.지금껏 34년간 이 노래를 듣고 무작정 제주행을 결심한 이들이 적어도 1000만명 이상은 될 것이다. 필자도 몇 번 이상 그랬으니까. 물론 그전에도 ‘목포의 눈물’(이난영),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와 ‘영일만 친구’(최백호) 등이 있었지만, 이 노래만큼 여행을 떠나게 하는 동기를 주진 못했을 것이다. 근 30년 후에 나온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라던 ‘여수 밤바다’(버스커 버스커) 정도라면 모를까. 아무튼 제주는 노랫말처럼 퍽 낭만적인 곳으로 통한다. 연중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산과 바다, 낯선 풍광, 그리고 특별한 음식과 특이한 말씨 등 여행객에게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다. 게다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며 세계지질공원이다. 그래서 늘 한반도 최고의 여행지를 꼽을 때면 제주도가 빠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요즘도 그렇다. 예전에도 공항을 가 보면 커플티를 입고 제주행 티켓을 든 앳된 남녀를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요즘은 신혼여행객까지 가세했다. ●제주 인구 70% 거주하는 제주시 제주도는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 여기서 제주도는 섬(島) 자체를 뜻한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제주특별자치도라고 해야 한다. 여기서 도는 행정구역 도(道)를 말한다.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섬 중 가장 큰 섬(1833.2㎢)이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강원 홍천군(1820.14㎢)이 가장 큰데, 이보다 조금 더 넓다. 섬 중에선 압도적으로 거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2위인 거제도(379.5㎢)의 약 5배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도 큰 편(218번째)이다. 아시아에선 단연 상위권에 든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섬나라는 제쳐 놓고 본토에 딸린 부속 섬으로는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중국 하이난과 일본 4개 본섬 정도만 제주도보다 크다. 심지어 홍콩과 마카오를 합쳐도 제주도보다 훨씬 작고 태국 푸껫이나 싱가포르는 상대가 안 된다. 그러니 제주에선 관광객을 제외하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넘나드는 경우가 적다. 서로 세상의 끝으로 본다. 제주시 사람이 서귀포시를 간다고 하면 “자고 온?” 하고 물어본다. 행정적으로도 제주시의 회사원이 서귀포시 표선이나 성산을 간다면 당연히 지방출장으로 여긴다. 본토에선 서울과 지방을 ‘올라간다, 내려간다’ 하지만 제주도에선 ‘넘어간다, 넘어온다’라고 한다. 가운데 산이 있어 그렇다. 남한 최고봉 한라산(1947m)은 늘 중심에 우뚝 서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 짓는다. 그래서 이번 미시여행에선 제주시의 이야기만 모았다. 제주시만 해도 볼 것이 천지다. 제주시는 제주도의 중심이다. 인구 70% 이상이 몰려 산다. 외국인까지 합친 거주인구가 50만명을 넘어 지방 도시 중에는 꽤 큰 축에 속한다. 빵 자르듯 제주도를 반으로 가르면 북쪽이 제주시 권역이다. 서울에서 강남 강북 하듯 제주에선 제주시를 ‘산북’(山北)이라 부른다. 물론 서귀포시 사람들 기준이다. 사실 제주시 토박이 시민들은 ‘산남’(山南) 서귀포를 놀러가기 좋은 휴양 타운쯤으로 여긴다. 제주시에서 났지만 서귀포시를 아직 가보지 않은 이도 꽤 있다고 한다. 제주시 도심은 동쪽 시청 쪽 원도심(일도동, 이도동, 탑동 등)과 서쪽 도청 쪽 신제주(노형동, 연동 등)로 문화권이 나뉘어 있다. 가운데 제주국제공항이 있다.분위기는 완연히 다르다. 나지막한 주택과 골목이 살아 있는 원도심은 육지의 여느 항구 도시를 닮았고 신도심은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으로 채워진 그야말로 신시가지다. 이렇다 보니 뭔가 제주의 대자연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죄다 제주시를 벗어나 남쪽으로 향한다. 제주시는 공항 때문에 들러서 간단히 밥 먹고 가는 곳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주시에만 머물다 가는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귀찮은 렌터카조차 빌리지 않고 걷거나 버스를 이용해 제주의 맨 얼굴을 맛보고 오는 여행 트렌드가 생겨난 것이다. 하와이에 갔을 때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에서만 머물다 와도 좋은 것처럼, 제주시는 여행객의 집합장소가 됐다.아름다운 바다와 청량한 바람이야 제주시에도 있다. 아름다운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몰려 있는 월정리나 평대리 모두 제주시에 속한다. 좋은 숙소와 맛있는 음식점은 도심에도 지천이다. 게다가 공항과도 가까우니 여행 기간 중 최소 3시간을 아낄 수 있다. 주말을 활용한 1박2일 일정이라면 이 3시간은 황금과도 같다. 제주시의 구도심 중심가는 주로 탑동과 건입동, 삼도동 일대 중앙로와 칠성로 인근을 이야기한다. 섬과 육지를 잇는 교통수단이라고는 배밖에 없을 당시 제주국제여객터미널과 멀지 않은 이곳이 먼저 개발돼 원도심의 지위를 얻었다. 각종 상점가니, 흑돼지 거리, 명품횟집거리니 하는 곳들이 이 주변에 몰려 있다. 제주에선 보기 드문 지하상가도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이 외에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고즈넉한 건물들과 근대문화유산들이 산지천 변에 모여 있다. 산지천 변은 산책하기에 좋다. 바다를 향해 내려오는 개천을 복개해 옛 모습을 되찾은 곳이다. 양옆으로 레미콘 폐창고와 옛 제주식 한옥, 기상관측소 건물 등 오랜 건물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갤러리나 도서관, 문화 공간 등으로 이용하는 곳들도 있어 둘러보기 좋다. ●걷거나 버스로 맛보는 제주의 맨 얼굴 붉은색 아라리오 갤러리(호텔)와 산지천 갤러리, 동자복 미륵, 해병혼 탑, 제주사랑방(제주책방) 등이 찾아가볼 만한 명소다. 제주목관아에서 칠성로 쇼핑가, 동문시장 등을 돌아오는 원도심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쇼핑과 군것질이라면 독보적인 제주 동문재래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 오메기떡, 제주에일맥주, 감귤 및 녹차 초콜릿 등 제주 특산품을 전시해 놓은 판매장과 다양하고 특색 있는 주전부리가 가득해 젊은 관광객들로부터 ‘핫스폿’의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은갈치나 옥돔 등 제주특산 수산물을 구입하고 바로 집으로 부쳐도 되니 편리하다.동문시장의 인기 아이템은 수제 유과의 종류인 ‘귤향과즐’을 만들어 파는 ‘청춘이 오란다’부터 오징어에 흑돼지를 채워 넣은 오징어순대, 문어라면, 화덕만두, 전복김밥, 딱새우버터구이 등이 있다. 한라봉 주스나 에이드 등을 곁들여 찬찬히 둘러보면서 즐길 수 있다. 동문재래시장 앞에서 3001번 버스를 타고 제주국제공항(6번 게이트)에서 갈아타면 신도심 번화가인 연동으로 갈 수 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차만 제때 온다면 30분이면 족하다. 연동은 일명 ‘제원아파트 앞’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쇼핑가, 유흥가가 함께 밀집한 지역이다. 한때 외국인 관광객이 미어터져 서울 명동 부럽지 않았다던 바오젠거리도 이 근방에 위치해 있다. 근사한 주점과 카페, 상점가가 즐비하다. 횟집거리도 있고 제주 흑돼지를 맛볼 수 있는 고깃집도 많다. 마라탕, 양꼬치, 중국음식점 등 다양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기에 딱이다.이곳에 랜드마크가 생겼다. 제주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쌍둥이 빌딩 드림타워가 지난 연말 개관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제주가 들어가 있는 복합리조트(IR)다. 제주의 하늘을 그대로 투영하는 통유리 빌딩이 2개나 섰는데 무려 38층으로 제주도 최고(168.99m) 빌딩이다. 전망대 삼아 올라가면 눈이 호강한다. 제주공항 뒤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반대편엔 비탈을 따라 늠름한 한라산이 버티고 섰다. 객실이 전부 스위트룸에다 조식을 5곳에서 즐길 수 있고 8층에 야외 수영장 데크가 있어 ‘호캉스’를 즐기러 온 투숙객이 많다. 도심 한복판이라 주변으로 편히 이동할 수 있어 휴식과 식도락 등 도시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딱이다.도시여행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제주 지역 상품을 전시한 6차산업 전용 판매점과 국내 브랜드 패션 몰, ‘달다구리한’ 디저트를 취급하는 상점 등이 모두 구내에 있다. 정통 중식 훠궈를 선보이기 위해 마카오에서 셰프를 ‘모셔’ 왔고 젊은층의 입맛을 고려해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취급하는 스테이크 하우스도 최상층에 마련했다. 데판야키(철판구이)를 내는 정통 일식당도 있다.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소스류를 제외하고 모두 제주산 식재료만 취급한다. 특히 38층에 위치한 ‘38포차’는 포장마차식 안주와 생맥주를 판매하는 곳인데 여느 제주도 카페 정도의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새로운 ‘핫플’로 떠오른 곳이다. 야경과 함께 한잔의 낭만을 즐기러 찾아온다. 1인에 2만원 정도면 잘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도심에 있다. 연동 바오젠 게스트하우스는 신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어디든 오가기가 좋다. 가운데 널찍한 거실에서 취식을 하거나 쉴 수 있고, 잘 때는 2층 침대 한 칸을 쓰는 도미토리 구조다. 1인실을 선택해도 3만원을 조금 넘는다. 조식(라면)과 커피도 준다. 공항에서도 가깝다.●가게? 미술관? ‘핫플’ 노형수퍼마 노형동을 지나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노형수퍼마’이 있다. 이름은 슈퍼마켓 같지만 사실은 미디어 파사드를 펼치는 미술관이다. 색조를 모두 배제하고 흑백으로 이뤄진 입구를 통해 입장하면 역시 죄다 흑백인 슈퍼마켓 내부로 조성한 대기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내부 무대로 접어들면 온갖 화려한 빛을 활용한 콘텐츠가 연이어 ‘상영’된다. 흑백을 통해 미리 시각을 리셋하고 가장 채도 높은 다양한 영상물을 보여 주려는 의도인데 그래서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여행객에게 신도심은 입이 즐거운 곳이다. 오랜만에 제주시 푸른밤 아래 섰으니 미각적 충격도 필요하다. 연동에는 흑돼지를 잘하는 이서림이 있다. 얇게 켜 낸 제주산 돼지고기에는 선명한 핑크색과 흰색이 교차로 찍혀 있다. 채소와 김치, 버섯 등과 함께 널찍한 불판을 올리면 금세 지글지글 익어 간다. 당연히 멜젓(멸치젓)을 찍어 먹으면 더할 나위 없다.면세점은 안 들러도 제주산 갈치는 실컷 먹고 가야 본전이 빠진다. 동귀리갈칫집은 갈치를 튀겨 내는 집이다. 갈치 옆구리엔 가느다란 가시가 마구 성겨 있는데 이를 튀겨 내니 그냥 씹어 먹을 수 있다. 튀김 갈치를 입술로 슬쩍 물어도 살만 뚝뚝 빠진다. 빗을 닮은 등뼈만 발라내면 된다. 놀랍게도 갈치 튀김은 무한리필(1인 1주문 시)이다. 갓 지은 솥밥과 카프레제 면을 쓴 들기름 파스타, 두툼한 등심 돈가스, 미역국 등도 곁들여 주니 온 가족이 만족한다.●이호테우 등대·비행기와 여행샷 딱!오라동 제주도감은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의 양용진 원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돼지고기와 메밀국수, 고기국수, 접짝뼈국 등 정통 제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돼지갈비와 볼살, 항정살 등 다양한 부위를 한 접시에 수육으로 내는 ‘도감’(제주방언으로 잔칫날 고기를 써는 사람) 세트와 돼지설렁탕, 고기국수, 들기름메밀국수 등을 차려 낸다. 도감은 야들하고 풍미가 가득한 갈빗대부터 차례로 다채로운 부위를 각각의 소스(소금)와 함께 즐길 수 있다. 공항 인근에 인기 있는 찻집도 많고 쉴 곳도 많지만 이호테우 해변만큼은 빠뜨릴 수 없다. 특히 요즘 목마 등대가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이 난 덕에 젊은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우르르 몰려와 바닷가에 우뚝 선 희고 빨간 목마 등대 2곳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찍는데, 사람만 바뀔 뿐 모두 같은 포즈다. 제주도 푸른밤 노래 속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찍기 구경하며’ 가사가 조금 바뀐 셈이다. 공항 뒤편에는 ‘비멍’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하늘로 치솟는 비행기를 멍하니 감상한다는 ‘비멍 명소’에선 다양한 사진 기술을 활용해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준비만 잘하면 비행기를 손으로 잡을 듯 뛰어오르거나, 비행기와 얼굴을 맞대는 샷도 가능하다. 필자도 여러번 시도했지만 아무래도 인상이 인상인 터라 괴기한 사진만 남았다.제주시에서만 즐긴 여행이라 요모조모 1박2일 짧은 여행을 알뜰히 보낼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서울에서 지방 여느 도시보다 가까운 곳이 제주시란 것을 실감했다. 오전에 김포공항을 출발해 실컷 놀다 보니 어느새 제주도의, 아니 제주시의 푸른밤 아래였다. 언제든 다시 떠날 용기와 의지가 생겼다. 스스로에 대한 보상도 필요했다. 그동안 우린 너무 지쳤으니까. 역병에, 방역에, 백신과 마스크에.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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