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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깊고 푸른 바다,동해.백두대간을 옆에 끼고 동해가 누워 있다.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 동해를 향하여 향나무로 야무지게 깎은 남자의 성기가 열댓개씩 굴비 엮이듯 새끼줄에 엮여 걸린 게 아닌가.일년 내내 출렁이는 물결과 해풍을 따라 끄떡거리고 있을 남근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삼척의 신남리,일명 섶내미마을에 가면 언제나 남근(男根)을 볼 수 있다.아예 ‘해신당 성민속공원’이란 간판까지 내걸어 본격적으로 ‘남근’을 팔고 있다.그래서 웬만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지는 이미 오래이며,텔레비전에도 너무 자주 소개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그래서 삼척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찾아오곤 하는 곳이 됐다.해양수산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남근공원 옆에 들어선 어촌 민속전시관은 절반쯤을 세계성민속관으로 꾸며놓고 손님을 끌고 있어 이래저래 신남리만큼 ‘남근 볼거리’가 풍성한 마을도 없을 것이다. 얼마전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포구마을 산기슭에 ‘큰당’이라 불린 서낭당이 있고,바다로 혀를 내민 곶(串)부리에는 ‘작은당’이라 불리는 해랑당(海娘堂)이 있어 해마다 마을제를 올려왔다. ●처녀 죽은 뒤 풍랑 잇따라 옛날 옛적의 일이다.마을의 젊은 남녀들이 배를 타고서 마을 앞 아름다운 백섬,일명 애바위로 나갔다.섬에서 조개를 줍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었고,젊은이들은 서둘러 귀환했다.그러나 같이 간 처녀 한 명이 미처 배를 타지 못했고,급기야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로부터 얼마 후,마을에서 하나 둘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바다에만 나가면 풍랑이 이는 이유는 뭡니까?” “ 처녀애를 서낭으로 모시고,남근을 바치도록 하시오.” “남근이라뇨?” “해마다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처녀의 혼령을 달래보시오.” 답답하다 못해 찾아간 무당의 입에서 처녀의 원귀를 달래주라는 공수가 내려졌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원귀를 처녀귀신이라 했던가.그로부터 마을의 당은 해랑당이 되었고,예쁜 처녀애를 그림으로 그려서 여서낭으로 봉안했다.해마다 남근을 깎아서 정성을 드리니 그후로는 탈이 없었다. ●남근 깎아 봉안하자 바다 잠잠 남근을 바친 뒤로는 고기도 잘 잡히고 해상 사고도 없다고 한다.해랑당의 남근은 향나무를 적절한 크기로 깎아서 흰색과 붉은 무늬가 조화를 이룬다.주먹에 꽉 찰 정도로 굵고 시원스럽게 깎았기 때문에 자신의 그것이 작은 남자라면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다.남근에는 붉은 황토를 칠해 실물과 비슷한 색깔을 내기도 한다. 이 동네의 웬만한 어른들은 수십년간 남근을 깎아온 터에 자귀 하나만 쥐면 나뭇밥을 일으키며 척척 깎아내는데,수십년간 남근 깎기에 이력이 난 솜씨가 가히 경탄스럽다.남근 깎기에 관한 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이런 전통이 문화관광상품으로까지 확대되어 아예 남근공원이 들어섰고,장승보다 큰 남근들이 전봇대처럼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근년에는 남근을 매단 열쇠고리까지 만들어 팔고 있으니,남근으로 수입을 올리는 유일한 마을이 아닌가 싶다.남근만을 강조하는 남근공원이 여성차별이라는 문제제기도 없지 않아 한동안 뜻있는 여성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니,이래저래 남근공원은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풍요 바라는 염원 담겨있어 그러면 이 해랑당의 남근신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해랑당의 죽은 처녀에게 남근을 바치는 의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인 죽음관에서 비롯된다.귀신 중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처녀귀신이다.속설에 처녀귀신은 손각시(孫閣氏),혹은 왕신이라고 하였다.처녀귀신은 원한이 깊어 혼령이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원귀가 되어 떠돈다고 믿는다.그리하여 ‘망자혼사(亡者婚事)굿’처럼 죽은 처녀 총각을 맺어주는 사후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이러한 의미에서 해랑당의 여서낭은 해마다 여러 개의 남근을 받고 있으니,죽어서나마 남자 복은 많은 셈이다. 해랑당 당신화(堂神化)에는 풍요주술을 희구하는 어민들의 염원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처녀귀신에서 남근을 봉헌함은 당연히 성적인 주술을 의미한다.처녀는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원한을 풀어낸다.단순한 원한풀이를 뛰어넘어 처녀와 남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생산을 가져오며,덕분에 바다는 한결 풍요로워진다. 해랑당의 남근은 더 이상 인간의 남근이 아니며,영적인 힘을 부여받은 주술적인 남근이다.이들 주술은 왜 힘을 지니는가.이미 시대의 고전이 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서 프레이저(Frazer)는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를 분석하면서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는 ‘유사(類似)의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해랑당의 남근신앙도 ‘유사의 법칙’에 비교적 충실하다.처녀와 남근의 결합은 역으로 어업의 풍요와 다산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고성군 백도선 동굴에 남근 봉헌 동해안 남근에 관한 한 해랑당이 유일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른 곳에도 남근신앙이 존재한다.고성군 문암리 앞바다의 백도는 ‘망개’라 불린다.이곳의 해식동굴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바,나무로 깎은 남근을 곳곳에 꽂아 거룩한 신전으로 꾸몄다.지금은 사람들이 빼가거나 제물로 떨어져나가 몇 개만 남아 있으나,한때는 구멍마다 남근이 가득찼다. 매년 정월에 마을 앞산의 남성황신과 바닷가 여성황신에게 제를 올리는데,해랑당처럼 특별히 남근을 깎아 여성황에게 봉헌한다.남근은 제관 가운데 한 사람이 깎는데,자신이 남근을 깎는다고 말해서는 안되며,남근을 타인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아무리 나무 남근이지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금기가 지켜진다. 남근은 길이 한 자,지름 5㎝ 정도의 크기.보기에도 막강하다.반드시 오리나무를 이용해 3개를 깎는데,이 남근을 여성황신이 있는 바위구멍에 꽂아 구멍이 한번에 맞으면 풍어가 온다고 믿는다.‘한번에 맞아야’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데서 속궁합,혹은 성적 결합의 정확성을 엿볼 수 있다. 망개의 남근 봉헌에는 해랑당과 같은 처녀 원귀설화가 없다.여성황과 남성황의 남녀 결합을 제관이 깎은 남근을 바위구멍과 결합시키는 의례를 통해 성취하고 있을 뿐이다.해마다 성적 결합을 올리는 것으로 미뤄 결혼식은 아니고,그렇다고 임시 동거도 아닌,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망개의 해식동굴은 그 자체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기도 한다.폴란드 태생의 말리노프스키(B.K. Malinowski)가 뉴기니 북동쪽 트로브리안드 군도를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에서도 어김없이 동굴이 등장한다.이 경우에는 여성이 동굴에 음탕한 자세로 누워서 종유석의 물방울을 받아 후손을 잉태한다.망개의 해식동굴도 단순하게 동굴을 선택하여 구멍에 남근을 봉헌한다는 것 이상의 세계문화사적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남근봉헌, 해양민족에 넓게 퍼져있는 문화 남근봉헌(phallicism)은 비단 우리만 가진 것이 아니다.이웃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폴리네시아 같은 해양민족 사이에 드넓게 퍼져 있다.한반도에는 육지부에 남근신앙이 대단히 많지만 대개 아들낳기를 희구하는 기자신앙에 속해 보수적인 편이다.남근을 깎는 제의 연출행위가 거의 없으며,남근석을 세워 오로지 아들낳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에 해랑당이나 망개의 남근 봉헌은 제의 자체로도 드라마틱하다.해마다 남근을 깎는 행위 자체가 극적이다.남근 깎는 기술력의 전승이 오랜 세월을 이어져왔으니 문화전승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남녀 결합의 장엄(莊嚴)을 통하여 바다에는 풍요가 찾아들고 해상 안전은 물론 고기잡이까지 만사형통이다. 동해 바다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보다 차라리 남근 봉헌을 통해 신들을 달래기로 작정한 셈이다.여신들 입장에서야 험한 파도로 해코지를 일삼기보다는 해마다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인생을 편하게 살기로 작심했음직하다.험난한 자연과 인간의 대타협점이 신들의 성적 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동해의 해풍을 받으며 끄떡거리는 남근 속에 이와 같은 오묘한 논리가 잠복되어 있는 것이다. 남근공원을 찾아가서 오로지 ‘야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거친 동해에 격이 맞게 내걸린 남근 봉헌의 속깊은 뜻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올 일이다.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6월5일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7162부대 초소.초병의 섬뜩한 경고를 받으며 탐사대는 “사고로 죽어도 내 책임”이라는 골자의 서약서를 작성했다.서울신문 DMZ 탐사 일정의 첫 기점인 대암산 용늪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였다.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지역으로 1997년 3월 람사협약(세계습지보호조약)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그 특이한 생태환경 때문에 ‘생태계의 보고’ ‘자연사 마이크로 필름’ 등 찬사가 잇따랐다.DMZ 일대에 대한 각종 탐사나 생태조사 대상지로 빠짐없이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용늪을 첫 탐사지로 선정한 이유도 어쩌면 절반쯤은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최대 2m깊이 이탄층 5000년 역사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초소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 동안 비포장 군사도로를 덜컹대며 올라갔다.하지만 용늪의 첫인상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물이 조금 고인,작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늪지 주변에 잡풀들이 빽빽이 차 있는 광경이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동행한 주광명 양구생태식물원 박사가 “한창 때인 7월 중순∼8월 중순 무렵에 왔으면 상당히 화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발짝 한 발짝 늪지로 다가서자 그 특별함이 발끝에서부터 전달돼 왔다.용늪에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깔아놓은 목판 길이 묘한 감촉을 주었던 것.시험삼아 발을 굴러보니 스펀지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목판 밑의 이탄층(泥炭層) 때문이다.늪지대 초입부터 보았던 40∼50㎝ 높이의 올록볼록한 갈색 토층.이 이탄층이야말로 ‘고층습원’ 지역을 구성하는 중요요소다. 고층습원의 이탄층은 바늘사초 등 습지식물들이 낮은 온도 등의 이유로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속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1년에 기껏해야 1㎜쯤 쌓이는데,용늪 이탄층의 깊이는 곳에 따라 최대 2m에 달한다고 한다.용늪 이탄층의 나이는 4500∼5000살 정도로 추정된다.이 이탄층으로 인한 산성토양에 연평균 4도 안팎의 낮은 기온,높은 습도 등이 겹쳐져 용늪이라는 특수한 생태환경을 만들어냈다. ●한국 특산종만 10여종 자생 2004년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용늪에는 현재 복숭아순나방붙이 등 234종의 곤충과 비로용담 등 191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한국에서만 자라는 금강초롱 등 한국특산식물도 10여종 발견됐다.용늪은 이런 특수성을 인정받아 1973년 7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 246호),1989년엔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탐사대는 이날 용늪에서만 자생한다는 비로용담을 비롯,이즈음 제철을 맞은 제비동자꽃,끈끈이 주걱,개통발 등 20여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많이 발견됐다.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들이 식물뿌리 등을 찾아 땅을 파헤치는 바람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이곳 백두산부대에서 2년여 근무한 성길제 병장은 “순찰하다 보면 주로 멧돼지,족제비,고라니,산양 등이 발견된다.”면서 “도롱뇽,가재 등 늪지에 사는 양서류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반만년에 걸친 용늪의 역사가 이대로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용늪에 대한 인위적 훼손 탓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위기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2000년대 들어와 늪지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랑을 통한 지하수 및 지표수의 유출속도가 점점 빨라져 용늪의 자연육지화가 진행되고,여기에 주변 관목림들이 늪지대로 침입하면서 늪의 육화(陸化)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주광명 박사는 “도랑 주변 땅이 물길에 의해 무너지면서 도랑 폭이 점차 넓어지고,늪에 침투한 관목류가 물을 빨아들이는 ‘펌핑효과’도 육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용늪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버드나무 등 관목류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정부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원주지방환경청 곽성근 계장은 “이탄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늪 주변을 목책으로 둘러싸기도 하고,물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마대자루를 깔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자연적으로 도랑이 자꾸 생겨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방책으로는 ‘대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5000살 용늪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실상 앞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자연적인 육화 현상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계의 순리를 따르는 것인지,아니면 더 이상의 육화를 막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 중지를 모을 때다. 양구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양구 대암산 용늪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5000년 동안 발달된 이 이탄지 일대에는 희귀종인 끈끈이주걱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금강초롱과 같은 식물은 물론,무당개구리 등 각종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늪의 바늘사초와 식충식물인 통발군락 가운데에서 어린 철쭉이나 신갈나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습지에서 썩어야 할 목본류 종자가 썩지 않고 그곳에서 발아,싹이 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소위 육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늪의 수문학적 과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파주의 장단반도 습지와 동해선 철도와 도로 구간의 습지 등 여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그만큼 인간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생명의 땅도 알게 모르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늪의 유지 관리를 놓고 ‘보전생태학’적 시각과 ‘복원생태학’적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보전생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들의 보전과 복원에 관심을 갖고 이들 개체수의 증진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반면,복원생태학자들은 서식처를 강조한다.직접적인 종의 복원 차원을 넘어서 생물종이 서식하는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복원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물론 보전생태학자나 복원생태학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의 증진을 꾀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접근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접근과 과학적 기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보전과 복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아울러 용늪과 그 주변 지역의 수문학적 순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DMZ를 보전만 하자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람사사이트로 지정된 용늪과 같은 가치있는 습지들이 DMZ에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습지들의 중요성이 파악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으며,지속적인 위협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따라서 보전과 함께 생태적인 복원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귀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학 교수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깊고 푸른 바다,동해.백두대간을 옆에 끼고 동해가 누워 있다.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 동해를 향하여 향나무로 야무지게 깎은 남자의 성기가 열댓개씩 굴비 엮이듯 새끼줄에 엮여 걸린 게 아닌가.일년 내내 출렁이는 물결과 해풍을 따라 끄떡거리고 있을 남근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삼척의 신남리,일명 섶내미마을에 가면 언제나 남근(男根)을 볼 수 있다.아예 ‘해신당 성민속공원’이란 간판까지 내걸어 본격적으로 ‘남근’을 팔고 있다.그래서 웬만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지는 이미 오래이며,텔레비전에도 너무 자주 소개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그래서 삼척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찾아오곤 하는 곳이 됐다.해양수산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남근공원 옆에 들어선 어촌 민속전시관은 절반쯤을 세계성민속관으로 꾸며놓고 손님을 끌고 있어 이래저래 신남리만큼 ‘남근 볼거리’가 풍성한 마을도 없을 것이다. 얼마전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포구마을 산기슭에 ‘큰당’이라 불린 서낭당이 있고,바다로 혀를 내민 곶(串)부리에는 ‘작은당’이라 불리는 해랑당(海娘堂)이 있어 해마다 마을제를 올려왔다. ●처녀 죽은 뒤 풍랑 잇따라 옛날 옛적의 일이다.마을의 젊은 남녀들이 배를 타고서 마을 앞 아름다운 백섬,일명 애바위로 나갔다.섬에서 조개를 줍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었고,젊은이들은 서둘러 귀환했다.그러나 같이 간 처녀 한 명이 미처 배를 타지 못했고,급기야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로부터 얼마 후,마을에서 하나 둘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바다에만 나가면 풍랑이 이는 이유는 뭡니까?” “ 처녀애를 서낭으로 모시고,남근을 바치도록 하시오.” “남근이라뇨?” “해마다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처녀의 혼령을 달래보시오.” 답답하다 못해 찾아간 무당의 입에서 처녀의 원귀를 달래주라는 공수가 내려졌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원귀를 처녀귀신이라 했던가.그로부터 마을의 당은 해랑당이 되었고,예쁜 처녀애를 그림으로 그려서 여서낭으로 봉안했다.해마다 남근을 깎아서 정성을 드리니 그후로는 탈이 없었다. ●남근 깎아 봉안하자 바다 잠잠 남근을 바친 뒤로는 고기도 잘 잡히고 해상 사고도 없다고 한다.해랑당의 남근은 향나무를 적절한 크기로 깎아서 흰색과 붉은 무늬가 조화를 이룬다.주먹에 꽉 찰 정도로 굵고 시원스럽게 깎았기 때문에 자신의 그것이 작은 남자라면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다.남근에는 붉은 황토를 칠해 실물과 비슷한 색깔을 내기도 한다. 이 동네의 웬만한 어른들은 수십년간 남근을 깎아온 터에 자귀 하나만 쥐면 나뭇밥을 일으키며 척척 깎아내는데,수십년간 남근 깎기에 이력이 난 솜씨가 가히 경탄스럽다.남근 깎기에 관한 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이런 전통이 문화관광상품으로까지 확대되어 아예 남근공원이 들어섰고,장승보다 큰 남근들이 전봇대처럼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근년에는 남근을 매단 열쇠고리까지 만들어 팔고 있으니,남근으로 수입을 올리는 유일한 마을이 아닌가 싶다.남근만을 강조하는 남근공원이 여성차별이라는 문제제기도 없지 않아 한동안 뜻있는 여성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니,이래저래 남근공원은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풍요 바라는 염원 담겨있어 그러면 이 해랑당의 남근신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해랑당의 죽은 처녀에게 남근을 바치는 의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인 죽음관에서 비롯된다.귀신 중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처녀귀신이다.속설에 처녀귀신은 손각시(孫閣氏),혹은 왕신이라고 하였다.처녀귀신은 원한이 깊어 혼령이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원귀가 되어 떠돈다고 믿는다.그리하여 ‘망자혼사(亡者婚事)굿’처럼 죽은 처녀 총각을 맺어주는 사후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이러한 의미에서 해랑당의 여서낭은 해마다 여러 개의 남근을 받고 있으니,죽어서나마 남자 복은 많은 셈이다. 해랑당 당신화(堂神化)에는 풍요주술을 희구하는 어민들의 염원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처녀귀신에서 남근을 봉헌함은 당연히 성적인 주술을 의미한다.처녀는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원한을 풀어낸다.단순한 원한풀이를 뛰어넘어 처녀와 남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생산을 가져오며,덕분에 바다는 한결 풍요로워진다. 해랑당의 남근은 더 이상 인간의 남근이 아니며,영적인 힘을 부여받은 주술적인 남근이다.이들 주술은 왜 힘을 지니는가.이미 시대의 고전이 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서 프레이저(Frazer)는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를 분석하면서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는 ‘유사(類似)의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해랑당의 남근신앙도 ‘유사의 법칙’에 비교적 충실하다.처녀와 남근의 결합은 역으로 어업의 풍요와 다산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고성군 백도선 동굴에 남근 봉헌 동해안 남근에 관한 한 해랑당이 유일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른 곳에도 남근신앙이 존재한다.고성군 문암리 앞바다의 백도는 ‘망개’라 불린다.이곳의 해식동굴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바,나무로 깎은 남근을 곳곳에 꽂아 거룩한 신전으로 꾸몄다.지금은 사람들이 빼가거나 제물로 떨어져나가 몇 개만 남아 있으나,한때는 구멍마다 남근이 가득찼다. 매년 정월에 마을 앞산의 남성황신과 바닷가 여성황신에게 제를 올리는데,해랑당처럼 특별히 남근을 깎아 여성황에게 봉헌한다.남근은 제관 가운데 한 사람이 깎는데,자신이 남근을 깎는다고 말해서는 안되며,남근을 타인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아무리 나무 남근이지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금기가 지켜진다. 남근은 길이 한 자,지름 5㎝ 정도의 크기.보기에도 막강하다.반드시 오리나무를 이용해 3개를 깎는데,이 남근을 여성황신이 있는 바위구멍에 꽂아 구멍이 한번에 맞으면 풍어가 온다고 믿는다.‘한번에 맞아야’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데서 속궁합,혹은 성적 결합의 정확성을 엿볼 수 있다. 망개의 남근 봉헌에는 해랑당과 같은 처녀 원귀설화가 없다.여성황과 남성황의 남녀 결합을 제관이 깎은 남근을 바위구멍과 결합시키는 의례를 통해 성취하고 있을 뿐이다.해마다 성적 결합을 올리는 것으로 미뤄 결혼식은 아니고,그렇다고 임시 동거도 아닌,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망개의 해식동굴은 그 자체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기도 한다.폴란드 태생의 말리노프스키(B.K. Malinowski)가 뉴기니 북동쪽 트로브리안드 군도를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에서도 어김없이 동굴이 등장한다.이 경우에는 여성이 동굴에 음탕한 자세로 누워서 종유석의 물방울을 받아 후손을 잉태한다.망개의 해식동굴도 단순하게 동굴을 선택하여 구멍에 남근을 봉헌한다는 것 이상의 세계문화사적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남근봉헌, 해양민족에 넓게 퍼져있는 문화 남근봉헌(phallicism)은 비단 우리만 가진 것이 아니다.이웃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폴리네시아 같은 해양민족 사이에 드넓게 퍼져 있다.한반도에는 육지부에 남근신앙이 대단히 많지만 대개 아들낳기를 희구하는 기자신앙에 속해 보수적인 편이다.남근을 깎는 제의 연출행위가 거의 없으며,남근석을 세워 오로지 아들낳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에 해랑당이나 망개의 남근 봉헌은 제의 자체로도 드라마틱하다.해마다 남근을 깎는 행위 자체가 극적이다.남근 깎는 기술력의 전승이 오랜 세월을 이어져왔으니 문화전승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남녀 결합의 장엄(莊嚴)을 통하여 바다에는 풍요가 찾아들고 해상 안전은 물론 고기잡이까지 만사형통이다. 동해 바다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보다 차라리 남근 봉헌을 통해 신들을 달래기로 작정한 셈이다.여신들 입장에서야 험한 파도로 해코지를 일삼기보다는 해마다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인생을 편하게 살기로 작심했음직하다.험난한 자연과 인간의 대타협점이 신들의 성적 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동해의 해풍을 받으며 끄떡거리는 남근 속에 이와 같은 오묘한 논리가 잠복되어 있는 것이다. 남근공원을 찾아가서 오로지 ‘야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거친 동해에 격이 맞게 내걸린 남근 봉헌의 속깊은 뜻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올 일이다.
  • 국내유일 천적사업 이원규 벤처기업인

    “웰빙시대를 맞아 농산물 해충을 섬멸하는 천적 곤충은 각 가정의 식탁을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준다고 확신합니다.” ㈜세실의 이원규(50) 사장은 얼핏 단순한 벤처기업인으로 보인다.그러나 그에게는 남다른,눈 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그는 우리 농가의 골칫덩어리인 각종 해충을 죽이는 천적 곤충을 대량증식,농가에 보급해 최근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친환경 시대를 맞아 징그러운 벌레만을 키워 팔아 대박을 터뜨려 부러움까지 사니,벌레로 ‘돈벌레’가 된 셈이다.그의 ‘천적 산업’은 국내에서 처음이자 아직껏 유일하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농가에는 진딧물 해충이 가장 많습니다.담배농가만 하더라도 진딧물 때문에 독한 농약을 쓰지요.그러나 무당벌레를 풀어놓으면 며칠 만에 진딧물이 모조리 사라집니다.토마토 밭에는 온실가루이좀벌이나 굴파리좀벌을,딸기밭에는 칠레이리응애를 풀어놓으면 골치 아픈 점박이응애 해충들이 싹 없어집니다.” 또 고추에 큰 피해를 주는 총채벌레를 잡아먹는 남방애꽃 노린재의 대량증식에도 성공,현재 경기도 등 전국 2000여 농가 1000㏊에 보급하고 있다. 원래 목재 수입을 하다 IMF로 치명타를 입은 그는 2000년 9월 남은 재산을 톡톡 털어 충남 논산에 곤충 농장을 차렸다.천적 곤충으로 농사를 짓는 유럽지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그는 4년째 16명의 ‘벌레박사’(응용곤충학·식물병리학)들을 이끌어오면서 그동안 14종의 천적 벌레를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이같은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천적 산업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이어 세계 3위의 수준이다. “천적 곤충을 방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0평에 30만원 정도입니다.농약 구입비용과 인건비,여기에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싼 편이지요.” 1만 5000여평의 곤충농장 안에는 현재 수십억 마리의 곤충이 있다.이곳을 기반으로 하루 1000여만원,올 한해 40억원(추정)의 매출액을 올린다.내년에는 매출 규모가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아울러 내년에는 일본과 캐나다·미국 등지에 수출할 계획이어서 그의 키운 곤충은 앞으로 국제무대를 누빌 것으로 보인다. 경남 거창 출신으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천적 곤충은 농민뿐만 아니라 무공해 농산물을 애용하려는 요즘 추세에 많은 도움을 주지 않겠느냐.”며 자신 있게 웃음 지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밤은 무섭지 않아!/요세프 슈넬레 글

    박쥐 친구 플랍스가 활동하는 ‘밤의 세상’이 너무 궁금한 숲속 친구들.“우리 오늘 진짜 모험을 해보자.네가 항상 말하던 숲 뒤의 오래된 성에 가보는 거야.” 호기심많은 햄스터가 플랍스를 조른다.“나는 너희들에게 그 성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니야.너무 피곤해.너희들이 자고 있는 밤새 나는 돌아다니니까.그래서 지금은 쉬어야 해.” 플랍스의 거들먹거리는 말투를 듣고 있던 고슴도치,무당벌레,생쥐가 외친다.“우리도 밤을 보고 싶어!” 새롭고 낯선 곳으로의 모험은 흥분과 설렘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크게 마련.밤에 본 호수는 새파랗기도 하고,또 먹물처럼 까맣기도 하다. 성안의 탑에서 본 올빼미를 유령으로 착각하고 깜짝 놀라는 친구들.하지만 지붕위에 올라가서 본 밤의 세상은 지금까지의 두려움을 한순간에 잊어버릴 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밤을 무서워하면서도 자신이 모르는 밤 세계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심리를 동물들의 이야기로 쉽게 풀어냈다.동물 친구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도와가며 밤의 세상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간다.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와 친구들간의 협동심,배려심을 기를 수 있는 대목이다.만화 캐릭터를 연상케하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유아용.8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혼제도 어떻게 바뀌나

    지난해 이혼한 부부 16만 7000여쌍 가운데 협의이혼은 86%인 14만 4000여쌍이다.협의이혼의 문제점은 절차가 너무 단순하다는 점이다. 대전지법 유재복 판사는 “협의이혼에서 판사가 할 일이 전혀 없다.부부가 짜면,가장이혼도 가능하다.가끔 가정붕괴의 들러리나 서는 듯한 배반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지나치게 절차가 간단해 대부분 준비없이 이혼한다.”면서 “그래서 이혼한 뒤 양육·재산분할·위자료 등 문제를 상담하러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혼숙려기간·상담제도 도입 이혼숙려제도와 상담제도의 도입이 검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가정법원이 교육프로그램으로 예비 이혼부부에게 자녀양육문제 등 이혼에 따른 제반 문제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이혼 전 상담의무화제도’와 비슷하지만 가정법원은 재판상 이혼까지 확대한다. 반면 재판상 이혼은 재산문제를 이혼과 결부시켜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가정이 이미 붕괴했더라도 잘못을 저지른 쪽은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한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에서는 상대의 치부를 일일이 들춰내야 이길 수 있다.”면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이혼한 부부가 ‘원수’로 남는 것도 이러한 이혼제도 탓”이라고 강조했다. ●이혼과 재산분할·양육권·위자료 분쟁을 분리 일부에서는 이혼과 위자료·재산분할·양육권을 분리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가정이 완전히 해체된 상황이라면 잘못에 상관없이 이혼을 허가하되,피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법률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개혁위원회는 합리적인 재산분할을 위해 한쪽이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는 방안도 검토한다.이혼신청을 할 때 부부가 재산목록·소득내역 등을 신고하고,이를 어기면 과태료·감치 등 법적 제재를 하는 방안이다. 이찬진 변호사는 “이혼은 부부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라면서 “자녀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이혼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자녀가 꾸준히 양육비를 받도록 법원이 공탁을 받거나 세무당국이 달마다 일정금액을 압류하는 등 강제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주 박경호기자 ejung@seoul.co.kr
  • 이혼제도 어떻게 바뀌나

    지난해 이혼한 부부 16만 7000여쌍 가운데 협의이혼은 86%인 14만 4000여쌍이다.협의이혼의 문제점은 절차가 너무 단순하다는 점이다. 대전지법 유재복 판사는 “협의이혼에서 판사가 할 일이 전혀 없다.부부가 짜면,가장이혼도 가능하다.가끔 가정붕괴의 들러리나 서는 듯한 배반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지나치게 절차가 간단해 대부분 준비없이 이혼한다.”면서 “그래서 이혼한 뒤 양육·재산분할·위자료 등 문제를 상담하러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혼숙려기간·상담제도 도입 이혼숙려제도와 상담제도의 도입이 검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가정법원이 교육프로그램으로 예비 이혼부부에게 자녀양육문제 등 이혼에 따른 제반 문제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이혼 전 상담의무화제도’와 비슷하지만 가정법원은 재판상 이혼까지 확대한다. 반면 재판상 이혼은 재산문제를 이혼과 결부시켜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가정이 이미 붕괴했더라도 잘못을 저지른 쪽은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한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에서는 상대의 치부를 일일이 들춰내야 이길 수 있다.”면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이혼한 부부가 ‘원수’로 남는 것도 이러한 이혼제도 탓”이라고 강조했다. ●이혼과 재산분할·양육권·위자료 분쟁을 분리 일부에서는 이혼과 위자료·재산분할·양육권을 분리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가정이 완전히 해체된 상황이라면 잘못에 상관없이 이혼을 허가하되,피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법률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개혁위원회는 합리적인 재산분할을 위해 한쪽이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는 방안도 검토한다.이혼신청을 할 때 부부가 재산목록·소득내역 등을 신고하고,이를 어기면 과태료·감치 등 법적 제재를 하는 방안이다. 이찬진 변호사는 “이혼은 부부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라면서 “자녀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이혼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자녀가 꾸준히 양육비를 받도록 법원이 공탁을 받거나 세무당국이 달마다 일정금액을 압류하는 등 강제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주 박경호기자 ejung@seoul.co.kr˝
  • [스크린+α] 이마무라 쇼헤이 대표작 상영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효인)은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함께 8∼12일 서울 서초구 자료원 시사실에서 일본 거장감독 이마무라 쇼헤이의 대표작들을 상영한다.이마무라 쇼헤이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과 함께 1960년대 일본 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감독.창녀,무당,호스티스,부랑자 등 아웃사이더들을 주요인물로 등장시켜 일본사회의 감춰진 욕망과 은밀한 생활방식을 드러내왔다.감독은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1997년 ‘우나기’로 두 번이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2001년에도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을 내놓아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주었다.이번 상영회에는 ‘나라야마 부시코’를 비롯해 ‘돼지와 군함’ ‘일본곤충기’ ‘붉은 살의’ ‘검은 비’ 등 7편이 나온다.오후 2시30분부터 하루 3회 무료상영.(02)521-3147.홈페이지 www.koreafilm.or.kr˝
  • 한국역사민속학회 주강현 회장

    “우리 민중의 생활사와 풍속사,그리고 문화사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합니다.역사기술이 파워 엘리트 중심으로 편향돼 있기 때문이지요.” 주강현(49) 한국민속문화연구소 소장은 최근 ‘한국역사민속학회’ 회장에 선임됐다.지난 90년 창립된 이 학회 역사상 비(非) 대학교수의 회장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끈다.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서럽도록 외면되다시피 한 민중생활의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연구하는 ‘행동하는 민속학자’로 유명하다.민속학계에서는 그를 가리켜 ‘건강한 진보사관’의 소유자라고 일컫는다.그는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데가 없다.인터뷰 자리에서 불쑥 제주도의 한 촌락을 얘기했더니 무당이름까지 거론하며 민속적 특징을 막힘없이 줄줄 꿴다. 그는 “민초들의 삶과 역사는 대부분 구질구질하다는 이유로 기록되지 못했다.”면서 “위(상층부)에서 아래로가 아닌,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역사기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예를 들어 19∼20세기의 어민의 삶과 역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록도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누가 이 일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위와 아래,내연과 외연으로 오고가는 그런 역사연구가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흔히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저는 ‘인문학자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청계천 사람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연구할 학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지난 97년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2편’을 발간하면서 민속학계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이후 서점에서는 ‘민속학’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그의 ‘우리 문화∼’는 30만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에는 신세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정판을 냈다.그의 장점은 철저한 ‘발품’에 있다.민속사의 현장을 직접 답사해 사진을 찍고 잊혀져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깨알같이 기록한다.직접 촬영한 관련 사진만 해도 20만컷 이상 보관하고 있다.경기도 일산의 그의 집에는 2만여권의 관련 장서가 있어 귀중한 ‘정보창고’(정발학연)가 되고 있다.그는 “진정한 민속사는 깡촌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열심히 만나 구술하는 오럴 히스토리(Oral History)”라고 말했다. 그는 ‘두레연구’로 경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또 최근에는 고려대에서 문화재학 박사까지 취득,왕성한 연구의욕을 보이고 있다.주 전공은 역사민속학으로 해양문화학,민속미술사,성풍속사,무형문화 등이 연구의 중심 축을 이룬다.지금까지 ‘조기에 관한 명상’‘굿의 사회사’‘마을로 간 미륵’‘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 등 3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객반위주(客反爲主),객이 주인행세를 한다는 것이지요.신자유주의의 패권적 확충이 절대화될수록 토종문화는 구닥다리로 내몰리기 마련이지요.그러나 인간 스스로의 삶을 위해서라도 문화적 종 다원성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법인카드 사적 전용 의혹때 사용액 모두 접대비 불안정

    법인 신용카드를 상당부분 사적(私的)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드는 경우라면 카드 사용액을 전액 접대비로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12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7월 부도가 난 코오롱TNS의 명목 회장인 A씨는 회사가 부도나기 전인 같은 해 1∼7월까지 법인카드로 9741만여원을 지출했다.그러나 관할 세무서는 이 돈을 경비로 볼 수 없다며 그 해 10월 근로소득세를 4000만원 가량 매겼다.이에 A씨는 업무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는데 이를 소득으로 봐서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국세심판원은 A씨가 법인카드로 거의 매일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각종 시설을 이용한 사실 등에 비춰볼 때 대부분 사적 용도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가족들이 사용한 것도 분명해 과세가 타당하다고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또 A씨의 카드대금에 접대비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사적 지출로 추정되는데다,접대비와 사적 지출간의 구분도 불분명해 전액을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
  • 서울 도심서 만나는 ‘황해도 굿판’

    우리 전래의 무속이면서도 여간해선 접하기 힘든 굿판을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국립국악원이 ‘한국문화의 원형찾기’ 첫 무대로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국악원 야외무대 별맞이터에서 펼치는 ‘황해도 꽃맞이굿 33거리’가 그 무대.인천지역 황해도굿보존회인 ‘한뜻계’에 속한 8명의 만신들이 황해도 지방의 정통 꽃맞이굿을 3일간 이어서 펼치는 보기 드문 무대다.‘꽃맞이굿’은 봄철에 무당이 자신이 모시는 신을 대접하기 위해 벌이던 굿으로 가을에는 ‘햇곡맞이’‘신곡맞이’,또는 ‘단풍맞이’라고 부른다. 이번 굿판은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일반적인 정통 꽃맞이 굿거리를 기본틀로 하되 박선옥 김매물 등 전국적으로 이름난 황해도 만신들의 고유한 굿거리를 한데 모아 총 33거리로 구성했다.이중에는 학계나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타지방과는 다른 특성을 갖는 굿거리들이 여럿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특히 셋째날 ‘호살량굿’은 박선옥 만신이 유일하게 전승하고 있는 황해도 굿거리.호랑이에게 먹혀 죽은 원귀들을 풀어 먹이는 굿거리이다.강신무 계열 굿의 가장 큰 특징인 ‘작두타기’를 두번 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첫째날에는 돼지를 잡기 전에 타는 ‘소작두’,둘째날에는 돼지를 잡은 뒤 타는 ‘육작두’를 선보인다. 공연 형식으로 재구성하지 않고,보통 굿당이나 무당집에서 펼쳐지는 굿판 그대로 재현하는 것 역시 드문 시도.동이 트기 전 굿을 시작하는 관습대로 첫째날인 15일 오전 7시부터 ‘신청울림’으로 굿판을 시작한 뒤 끝나는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3일간 무박으로 이어진다. 민족음악학 박사인 서마리아(미국 워싱턴주립대)교수가 일반인과 외국인 관객들을 위해 해설 및 통역을 맡는다.서 교수는 “한국 무속신앙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무척 크다.”면서 “우리 관객들도 굿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행사기획에 참여한 박흥주 굿연구소장은 “일반인에게 굿을 원형 그대로,또 각 만신들의 굿거리를 합동으로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설명했다.3일간의 굿판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02)580-3300. 이순녀기자 coral@˝
  • 한국영화계 대부 유현목 감독

    “유현목은 영화다.”“아니다,유현목은 인간이다.” 오발탄(1960년),임꺽정(61년),김약국의 딸들(63년),카인의 후예(68년),나도 인간이 되련다(69년),사람의 아들(80년)….건국 이래 한국영화 최고작으로 인정받은 ‘오발탄’을 비롯,43편의 작품을 통해 한국영화의 미학을 이끌어온 유현목(79) 영화감독.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이자 영화계의 영원한 ‘대부’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삶은 흑백과 컬러필름으로 50년 동안 모질게도 온몸을 친친 감아왔다.까닭에 ‘유현목’하면 덜도 더도 없이 한편의 ‘영화’에 비유된다.평론가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형형한 눈빛으로 한국 영화사를 관통했던 용감한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장 콕토는 ‘영화란 영상으로 쓰는 문장’이라고 했다.유 감독은 더 나아가 ‘영상으로 사고한다.’고 했다.일흔아홉의 성상은 그렇게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으며 질그릇에 켜켜이 담아왔다.이같은 그의 ‘시네마인생’을 흐트러짐없이 끄집어낼 수 있을까. 서울 남대문 옆 명지빌딩 20층에 자리잡은 ‘태평관기영회(太平館耆英會)’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태평관기영회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이사장 유영규)이 지난 2002년 12월 마련한 최고 원로들의 사랑방이다.명지빌딩 자리에 있던 조선시대 외교공관 ‘태평관’과 중국 송나라 때 은퇴한 현사들의 모임이었던 ‘낙양 기영회’에서 이름을 땄다.참여멤버는 유 감독을 비롯,고병익 전 서울대총장,이영덕 전 국무총리,정원식 전 국무총리,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등 내로라 하는 원로 32명이다.유 감독은 “매월 첫째주 수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이곳에 온다.같이 늙어가는 각계 원로들과 만나 서로의 경험담을 주고받는 일 또한 공부가 아니냐.”고 했다. 근황이 궁금해졌다.그는 파주시 교하읍 다율리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야트막한 동산을 뒤로 한 노독일처(老獨一處)인 셈이다.뒷산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30평의 주말농장에서 땅을 일구는 일에도 새록새록 재미를 느낀다.시금치,쑥갓,마늘 등 28가지의 채소를 가꾸며 동네사람들에게도 나눠준다. 나들이할 때는 늘 부인 박근자 여사와 동행한다.부인은 서양화가로 현재 여류화가협회 고문이기도 하다.부인은 지금까지 ‘여보’ 대신 ‘감독님’이라고 부른다.그는 부인 얘기가 나오자 ‘무던한 순둥이’라며 웃는다. 그는 지독한 골초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하루도 술을 거른 적이 없다.저녁 식사후 TV 9시 뉴스를 보고나면 반드시 맥주 3∼4병은 마신다.부인이 술을 못하기 때문에 혼자 식탁에 앉아 맥주를 들이켜며 세월을 음미한다.영화 같은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즐거움에 푹 빠지는 시간이다. 그의 예술가적 역마살은 소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됐다.어느날 지방순회 공연차 온 유랑 신파극에 매료됐다.교회에서 성극대본도 쓰고 연출도 직접 했다.방학때면 동네 창고에 천막을 치고 성냥갑 몇개로 입장시키는 놀이도 했다.그렇게 모인 성냥갑으로 엿을 바꿔먹기도 했다. 1939년 그는 고향을 떠나 서울의 휘문중학에 입학했다.하숙생활이 시작됐다.중학때는 기계조립에 취미가 붙었다.남산의 과학관을 다니며 ‘어린이 과학’이니 ‘학생과학’이니 하는 잡지에 탐닉했다.하루는 ‘에디슨 위인전’을 읽었다.발명왕 에디슨의 학력이 겨우 소학교 4학년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그는 중학2년 때 휴학을 했다.담임 선생한테는 중이염이라고 둘러댔다. 때마침 담임선생 아들이 만성 중이염에 따른 뇌손상으로 사망했던 터여서 휴학계를 선뜻 받아주었다.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고독의 가을을 만나면서 도화지와 수채화 도구를 둘러멨다.이리저리 쏘다녔다.흙을 반죽해 조각품을 만들기도 했다.하루는 바이올린 곡 ‘트로이메라이’를 듣고 폐장을 쥐어짜는 듯한 슬픔의 아름다움에 도취했다.어머니한테 졸라서 ‘스즈키 7호’ 바이올린을 샀다.그걸 끼고 다시 복학의 길을 떠났다. 이 무렵 학교에서 단체로 ‘조택원 무용발표회’를 관람했다.그는 처음 대하는 육체의 선율에 반해 무용가가 되기로 다짐하고 무용연구소를 맴돌았다.그러나 피골이 상접한 모습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태평양전쟁의 막바지인 1944년 겨울이었다.조선인징병 신체 검사에서 불합격되는 바람에 졸업장을 쥐고 고향에 내려가 세무서 임시고용원으로 취직했다.그러나 숫자놀음이 격에 맞지 않아 곧 그만두고 평양을 드나들면서 헌책방에서 건축잡지를 탐독하기 시작했다.건축미술가의 꿈을 꾸었다. “하마터면 목사가 될 뻔도 했지.어머니의 성화로 인해 서울의 감리교 신학교에 원서를 냈는데 영어시험에서 낙방했어.그런데 외가집 소개로 아펜젤러 박사를 만나 연희전문학교 백남준 교장에게 입학시켜달라는 메모까지 받게 됐지.목사가 다 된 기분이었어.그런데 그만 메모쪽지를 잃어버렸지 뭐야.하나님께서 나를 목사자격 없는 놈으로 계시하신 줄 알고 포기했지.” 1946년 소련군이 진주하자 그는 다시 서울로 왔다.거리 곳곳에는 연극포스터들이 쫙 붙어있었다.그는 빼놓지 않고 관람했다.연극 연습장 한구석에서 하루종일 지켜보는 것이 한없이 즐거웠다. 결국 그 이듬해,희곡공부를 위해 동국대 국문과에 입학했다.이 무렵 그는 프랑스의 피에르 슈날 감독의 영화 ‘죄와벌’을 관람했는데 너무 감동을 받아 열 네번이나 미친 듯이 봤다.강의가 끝나면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죄없는 전선’ 촬영현장을 찾아다녔다.덕분에 여러 사람들을 사귈 수 있었다.무성영화였던 임운학 감독의 ‘홍차기의 일생’에 조감독 겸 출연까지 했다.이때 영화감독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빠졌다.미술,음악,무용,문학,건축,연극이 합쳐진 종합예술이라는 답을 얻었다. 1948년 동국대학교 국문과 재학시절,한국대학에선 처음으로 ‘영화예술연구회’를 창설해 ‘해풍’이란 영화를 만들었다.가난한 어촌을 무대로 풍파에 아버지를 잃고 미치광이가 된 젊은 아들의 이야기이다.이는 배우로서 데뷔작이며 마지막인 셈이다. “납북된 시인 김기림 선생이 지도교수였지.당시 신문기사에는 영화과가 없는 대학에서 이같은 유성(토키)대작을 만든 것은 동양에서 처음이라고 하더군.양주동 선생은 ‘배짱 하나 컸군,내 막걸리 한 잔 사지.’라고 거들기도 했어.돌이켜 보면 선무당이 사람잡는 모험이었으나 오늘날의 길을 굳혀준 출발점이기도 하지.” 그는 50년 영화인생을 뒤돌아볼 때 가장 아끼는 작품은 ‘오발탄’이라고 했다.그도 그럴 것이 ‘오발탄’은 1984년 영화진흥공사의 ‘광복40년 베스트 10’에서 1위,98년 ‘건국50년 영화,영화인50선’에서 1위,99년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명작’에 1위로 뽑힐 정도였다.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백발홍안’의 노(老)감독.예나 지금이나 술이 얼큰하면 저절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베마리아’를 부른다.집앞 골목에 이르면 정지용의 시에 채동선이 작곡한 ‘고향’을 부른다.그러면 기다리던 ‘무던한 순둥이’가 마중나와 팔짱을 낀다.이렇게 영화같은 그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 ▲1925년 황해도 사리원 출생.45년 휘문고졸.49년 동국대 문과졸.64년 동국대 강사. ▲73년 한국영화인협회 감독분과위원장.76∼90년 동국대연극영화과 교수.80년 유네스코 문화위원. ▲81년 예술원회원(현).89년 한국영화학회장.90년 동국대예술대학장. ▲97년 부산국제영화제심사위원장,99년 춘사영화제 심사위원장.2000년 영화감독협회 고문(현). ▲주요 수상=서울시문화상,대한민국예술상,예술원상,대종상 등. ▲주요 작품=‘오발탄’‘인생차압’‘잃어버린 청춘’‘막차로 온 손님’‘카인의 후예’‘사람의 아들’‘불꽃’‘장마’ 등 43편. 김문기자 km@seoul.co.kr˝
  • 그들의 시선으로 본 근대/서울대박물관 엮음

    서울대박물관엔 1300여점의 유리건판이 소장돼 있다.대부분 1910년대와 30년대 경성제국대 교수였던 일본인 민속학자 아키바 다카시(秋葉隆)와 다카마쓰 지조(赤松智城)가 조선과 중국의 민속을 촬영한 것들이다. 유리건판은 유리판 위에 사진용 감광유제를 발라 만든 것으로 흔히 유리원판으로 불린다.우리나라에선 주로 일제 강점기에 사용됐다. 최근 출간된 사진집 ‘그들의 시선으로 본 근대’(서울대박물관 엮음,눈빛 펴냄)엔 이 유리건판으로 인화한 사진 90여점이 실려 있다.그중에서도 특히 1930년대 공연된 남사당놀이,경기도 도당굿 등 무속관련 사진들은 자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일본 사람들은 ‘근대적인 양복’을 걸친 채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고,무당이나 놀이꾼 등 조선인들은 단순한 피사체로 전락해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조선의 ‘미개함’을 선전하려 한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어떤 방식으로 식민화하고자 했는가를 한눈에 알 수 있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 [총선 D-13] 납세·부동산투기 쟁점으로

    4·15총선전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후보들의 탈루 및 투기 의혹이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적지 않은 후보자들이 소득에 비해 세금을 낸 게 아예 없거나 턱없이 적게 낸 것으로 나와 탈루의혹이 제기되고,부동산 투기의혹 가능성도 일고 있다.특히 이번에 처음 공개된 체납액 및 종합토지세는 물론 소득세 부분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뜨거워 후보 인물검증의 주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후보 진영에서도 비상이 걸렸다.세금체납과 함께 납부액이 적은 이유를 유권자와 언론에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려는 후보들이 상당수다.이와 관련,세무당국이 고의적인 체납이나 투기의혹 후보들에 대해서는 내사를 해서라도 세원 추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1일 후보등록을 잠정마감한 결과,1175명이 등록한 가운데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 등 3가지 세목(稅目)을 5년간 전혀 내지 않은 ‘0원 후보’가 31명이나 됐다.자민련이 10명,민주노동당·민주당이 각 4명씩이었다.열린우리당은 2명이었다. 같은 기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은 후보는 77명(6.5%)이었고,194명(16.5%)은 재산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종합토지세를 내지 않은 후보는 167명(14.2%)이었다. 서울 서대문을의 모 정당 후보는 자신의 전세권 1억 5000만원,배우자의 미국전세권 2억원 등 3억 5000만원의 재산이 있었으나 납세실적은 없었다.충남에서 출마한 무소속의 한 후보는 임야 등을 합쳐 자신의 재산을 22억 7900만원이라고 신고했으나 5년간 납세액은 1만 4000원에 불과했다. 부동산 투기의혹도 제기된다.서울에 출마한 한 후보는 자신과 배우자 소유의 집을 10채 가까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이천호 세무사는 “소득세를 낸 적이 없다는 것은 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라며 “세무당국이 내사 등 강도높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특히 빚더미에 앉은 일부 후보와 관련,“이런 사람들이 정치하면 또다시 국회가 부정비리의 온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개탄했다.국세청의 한 관계자도 “사업하다가 사업실적이 나쁘면 세금을 안낼 수 있지만 5년간 세금납부 실적이 한푼도 없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 [세상에 이러일이] 내, 猿참

    사람이 원숭이에게 치이는 곳이 있다.이슬람교를 믿는 방글라데시에서도 서쪽에 위치,회교도의 고향으로 알려진 케샤브푸르가 그곳이다.100년전쯤 원숭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원숭이들끼리 입소문이 도는지 한때는 수천마리가 이 곳에 살기도 했다.지금 원숭이수는 350마리 정도라고 영국 BBC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원숭이와 사람의 동거가 쉬울 리는 없다.한번은 무리를 지배하는 수컷을 마취시켜 마을 외곽의 숲에 갖다 뒀다.다른 원숭이들도 따를 것이라 기대했는데 마취에서 깨어난 수컷은 보무당당하게 돌아왔다. 이들이 좋아하는 곳 중 하나는 먹을 게 많은 부엌 지붕.수십마리의 원숭이는 병원 지붕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환자를 보러 온 사람들이 가져오는 바나나 과자 케이크 등이 이들의 목표물이다.빼앗기지 않으려는 사람은 얼굴에 생채기가 나거나 옷이 찢기는 수모도 당한다. 이곳 주민들은 이 긴꼬리 원숭이를 원숭이신인 하누만의 화신으로 여겨 원숭이를 보면 운이 좋은 것이라 여긴다.또 원숭이를 용서할 때마다 원숭이신이 자신들을 용서한다고 생각한다.이들에게 하루 두번씩 바나나와 견과류를 주는 자선단체까지 있으니 원숭이 천국인 셈이다. 전경하기자 lark3@˝
  • 뾰족산의 모험/이와무라 가즈오 글

    길이 5㎝에 불과한 작은 쥐 ‘뾰족이’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선 뾰족산에 올라야 한다.’는 말에 용기를 내 뾰족산 탐험을 시작한다.여기에 초원에서 만난 무당벌레 무당이는 산 꼭대기에서 날아보고 싶다며 길동무로 나선다. 일본 최고의 아동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뾰족산의 모험’은 뾰족이와 무당이가 하늘높이 치솟은 뾰족산에 오르는 기나긴 여정에서 겪는 숲속 모험담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산케이 아동출판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와무라 가즈오가 1년에 한편 꼴로 10년에 걸쳐 집필한 8권의 장편 그림 동화책이다. 가문비나무,흰털발제비,솜다리꽃 등 다양한 자연 생태의 풍경이 신비롭게 그려지고 구름,버섯 등이 의인화돼 주인공과 교감을 나누는 장면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각각의 사연을 지닌 동식물의 입을 통해 인간사를 비유한 대목도 인상적이다.각권 7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총선 D-27]각당 전략통에 듣는다-② 민주당 황태연소장

    ‘열린당 찍으면 나라가 망한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8층 황태연 국가전략연구소장실 벽면에 적힌 글귀다.‘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댓글이자,이번 4·15총선에 임하는 민주당의 컨셉트다. 이혼한 부부가 다 이럴까.당을 깨고 나간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주당의 적개심은 극에 달해 있다.그리고 그 중심에 황태연 소장이 있다. “탄핵 의결후 민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는 지적에 황 소장은 빙긋이 웃었다.“높이 올라갔으니 떨어질 일만 남은 거지….”열린우리당을 이르는 말이다.자신들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는 곧바로 장황하게 그 근거를 댔다.우선 ‘누룽지표’를 입에 올렸다. “민주당은 50년 전통을 가진 정당이에요.습관적으로 ‘2번’만 찍는 누룽지표가 있지요.가장 흔들리지 않는 표 말이에요.”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확고한 지지층을 말한다.황 소장은 “바닥민심은 최근 여론조사와 전혀 다르다.”고 했다.“민주당은 DJ가 만든 당이다.탄핵의결이 잘못이라는 사람도 선거 때는 민주당을 찍겠다고 한다.”는 것이다.황 소장은 “국회의 탄핵의결은 지난해 8월 DJ가 하버드대에서 말한 ‘폭군방벌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지지세 회복의 두 번째 근거로 그는 여론조사 왜곡과 ‘숨은 민심’을 들었다.“안정을 바라는 보수층들은 노사모나 촛불시위 등에 대해 일종의 공포심을 갖고 있어요.살아있는 권력,그리고 추종자들의 테러에 대한 공포심이죠.여론조사에 절대 응하질 않아요.” 황 소장은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노 대통령의 컴백(직무복귀)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탄핵의결에 반대하는 60% 가운데 40%포인트는 ‘노무현 대통령은 싫지만 탄핵의결은 지나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결국 선거 때 다시 돌아올 사람들”이라고 봤다. 정치 안팎의 상황변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특히 강금실 법무장관 등 이른바 ‘코드장관’들의 행보에 주목했다.“강금실 법무장관의 ‘멋대로 발언’이 계속되면 고건 대행체제의 안정성을 해치게 되고,민심이 악화되면서 결국 한순간에 강 장관이 날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는 뒤집어 말해 민주당이 고건 대행의 국정수행을 적극 뒷받침할 것임을 내비친 말이기도 하다. 황 소장은 “탄핵이 의결된 순간 탄핵정국은 끝났다.”고 단언했다.무슨 말인가.“탄핵정국이 아니라 ‘고건 대행 정국’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고,이런 흐름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이어 “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탄핵에 부정적인 40%의 민심이 앞으로 얼마나 합리적으로 판단하느냐에 선거판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또 “이런 논리적 모순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노 대통령 복귀에 대한 두려움,고건 체제의 안정성을 바라는 염원이 얼마나 표로 연결되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황 소장의 시각은 증오에 가까웠다.극단적 표현을 동원,노 대통령의 통치행태를 맹비난했다.“국회의원 10여명 집어넣는 것으로 전체 국회의원들을 비리세력으로 똥칠을 해놓고는 ‘그런 국회가 어떻게 탄핵을 할 수 있느냐.’고 하는 이런 무식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이번 총선은 헌정수호 민주세력 대 포퓰리즘 독재세력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총선 전략을 묻는 질문에 그는 즉답을 피했다.단지 “상황을 예측하고 흐름을 수용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인터뷰 도중 그는 실무당직자들을 몇 차례 불러 탄핵관련 대응책을 지시했다.“독일 것은 있는데,미국쪽 여당의 의회점거 사례 좀 뽑아봐요.”“이거 줄테니 여기서 탄핵반대 여론의 핵심적 이유가 뭔지 꼽아봐요.그리고….” 그는 정치철학,특히 주역(周易)의 전문가다.지난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 대통령의 탄핵안이 의결되는 순간에도 그는 주역을 봤다고 한다.그 결과 즉 탄핵안의 운명도 나왔다고 한다. 진경호기자 jade@˝
  • [시론] 재신임 - 총선 연계 바람직하지 않다/윤성이 경상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총선결과가 대통령 신임문제와 연계된다면 국회의원 선거가 갖는 본래의 목적과 의미가 필연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번 17대 총선부터는 1인2표제가 도입되어 유권자들은 후보와 정당에 대해 각각의 투표를 행사하게 된다.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 도입은 여러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도 선거구당 1명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도 하에서는 민주노동당과 같은 군소정당들의 의회진출이 거의 불가능하였으나 1인2표제가 도입됨으로써 이제는 의석확보의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또한 정당투표의 도입으로 정당의 지지율이 의석수로 직접 반영되어 정당정치가 확립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지지후보와 지지정당을 각각 선택하여야 하는 두 번의 어려운 결정을 요구받게 되었다.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채 무당파층으로 남아있다.정당투표를 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가뜩이나 지지정당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대통령은 17대 총선 결과와 본인의 재신임을 연계시키겠다고 선언하였다.이래저래 우리 유권자들은 몹시 힘든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대통령은 애초 생각하였던 국민투표가 위헌적 요소로 인해 불가능해지자 총선과의 연계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였다.이제 4월의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과연 총선의 결과가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인가.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을 본래의 국회의원 선거로 받아들어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대통령 선거로 생각하여야 할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본래의 국회의원 선거라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우선적인 판단기준이 되어야 마땅하지만,총선결과가 대통령 신임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후보자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투표의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을 선출할 것인지 대통령을 재신임할 것인지가 고민인 것이다.총선결과가 대통령 신임문제와 연계된다면 국회의원 선거가 갖는 본래의 목적과 의미가 필연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정당투표 부분만을 갖고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면 최소한 지역구 의원 선출과 대통령 재신임 문제 사이에 생기는 혼란은 피할 수 있다.그러나 이 역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대통령 재신임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다수이나 재신임 투표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대통령의 발언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대통령이 임기 도중에 그만두었을 경우 예상되는 극심한 정치적,경제적 혼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반영되었다고 본다.정당투표를 재신임과 연계하게 되면,불필요한 혼란을 원치 않는 많은 유권자들은 열린우리당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17대 총선 결과를 재신임과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선거결과나 재신임 여부와 상관없이 총선 후 정국이 안정보다는 더욱 극단적인 대립과 혼란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만약 열린우리당이 승리하여 대통령이 재신임 받는다 하여도 과연 대통령 직까지 건 올인 선거의 결과를 야당이 순순히 승복할 것인가? 결코 기대할 수 없는 대목이다.총선결과가 대통령의 재신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이미 많은 외신들이 대통령 탄핵발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전하고 있다.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정치적,경제적 위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총선결과와 대통령 재신임 연계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윤성이 경상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
  • 선거법 적용 잣대 어떻게?

    노무현 대통령이 거듭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쏟아내자,야당 소속 자치단체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일고 있다.“이왕 대통령이 명백히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이상,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도지사 역시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야당을 중심으로 나온다.특히 노 대통령은 무당적인 반면 자치단체장들은 대부분 당적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25일 일단 “선거법에서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의 위치는 분명히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관련,해서는 안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선거법 86조가,특히 ‘자치단체장’의 금지행위를 조목조목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반면 대통령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규정이 없다.같은 ‘공무원’이라도 대통령보다는 자치단체장에 대한 법적 구속이 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통령의 계속되는 선거 관련 발언에는 대단히 곤혹스러워했다.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야당 단체장들도 작심하고 법조항을 교묘히 피해가며 우회적으로 간접 선거운동을 펼 경우 대책이 없다. 이를 단속한다면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전국적으로 시·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은 야당소속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의 선거 발언이 이들을 자극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고 있다.“이렇게 되면 야당 단체장들의 선거 관련 발언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선거관리는 엉망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한편 야당은 ‘압도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달라.’는 노 대통령의 말은 선거법 9조와 60조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선거운동이라면서 선관위를 압박하고 있다. 선거법 14조2항이 ‘선관위는 선거법위반행위를 발견할 때는 중지·경고 또는 시정명령을 해야 하며,관할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을 할 수 있다.’고 한 만큼 노 대통령에 대한 법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선관위는 야당이 지난 24일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고발해오면 금명간 회의를 열어 유권해석을 내릴 방침이다.이 결정에 따라 정치권은 또한번 공정선거 시비에 휘말릴 전망이다. 이지운기자 jj@˝
  • [사설] 盧대통령 더이상 ‘불씨’ 제공말아야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자금과 총선 관련 발언은 불쑥 나온 말인지,본질에 대한 초점을 흐리려는 의도인지 불분명하다.노 대통령은 취임 1주년 회견에서 대통령후보 경선자금과 관련,“십수억원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총선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경선자금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고발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며,총선 발언은 한나라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하겠다고 반발했다.현직 대통령이 고발 당하는 것도 불행한 일인데,오히려 분란을 부채질하는 듯한 발언은 국민들을 더욱 심란하게 한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대통령직에 대한 책임과 의무,법적 인식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한다.경선자금도 수사중인 사건이다.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불법임이 분명한 사실을 “불쑥 내뱉었지만 본선도 아니고 경선자금이니 덮어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적절치 않다.안 그래도 편파수사 시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을 시인하고 덮어주면 좋겠다는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노 대통령 발언 직후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십수억원이 2년동안 사용한 돈이라고 해명했고,다음날 이병완 홍보수석은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고 성실히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십수억원을 쓴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불법은 불법이다.또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발언이기 때문에 그 파장은 정치권과 검찰에 미칠 수밖에 없다.더이상 오해나 분란을 부추길 발언은 삼가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특정정당을 내놓고 지지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대통령이 무당적이어서도 그렇지만,그보다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정당이 열린우리당밖에 없는가.우리는 대통령이 전체 정당과 국민을 상대로 정치하고,국정을 운영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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