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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굿 구경/함혜리 논설위원

    지난해 이맘때쯤이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 서도소리 명창 박정욱씨의 철물이굿 구경을 갔다가 제대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박 명창은 분명히 “제가 무당은 아니지만 무당 흉내는 제대로 내거든요.”라고 했었는데 무대에서 펼쳐진 것은 굿, 그 이상의 것이었다. 굿거리가 진행되는 동안 박 명창은 구수한 입담과 소리, 춤을 통해 흥과 긴장감을 적절하게 배치해 가면서 굿의 주역이자 굿판의 총감독 역할을 아주 근사하게 해냈다. 대형 걸개그림이 무대를 압도하고 화려한 의상도 볼거리였다. 그로부터 한 해가 흘렀다. 박 명창은 이달 말 남산 국악당으로 무대를 옮겨 올 한해의 복을 비는 철물이굿 판을 벌인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 현대 사회에서 음지로 사라져 가는 굿을 양지로 끌어내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복은 나눌수록 커지고 화는 풀수록 줄어든다고 했다. 모두가 하는 일이 잘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굿 구경이나 가야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中, 삼성 등 10대 외국기업 세무점검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세무당국이 삼성 등 외국계 대기업의 세금탈루 여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4일 경제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최근 각 성·시 세무당국에 공문을 보내 10대 외국계 대기업 스스로 세무점검을 실시, 그 결과를 보고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대상 기업은 삼성, 노키아, 모토롤라, 맥도널드, GE, 월마트, 파나소닉, 지멘스, HSBC, 폭스콘 등이다. 기업들은 6월말까지 2006년부터 3년간의 법인세, 부가가치세, 부동산세, 기업소득세 등 모든 종류의 세금납부 현황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 세금납부 누락 여부 등에 대한 결과를 7월5일 이전에 국가세무총국과 지역 세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국가세무총국은 지난해 일정 규모 이상인 45개 기업을 선정, 이 가운데 11개 국유기업과 10개 외국계 대기업에 대해 세무점검에 나섰다. 11개 국유기업에 대한 점검은 지난해 모두 마쳤고, 이번에 외국계 대기업에 대한 점검이 시작됐다. 중국 세무 당국은 기업들의 자체 점검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stinger@seoul.co.kr
  • 예술깃발 200여점 ‘펄럭’

    예술깃발 200여점 ‘펄럭’

    “생명의 바람으로 천년 희망의 깃발을 휘날리자.” 새만금 지구를 세계 속에 알리는 깃발축제가 개최된다. 전북도는 오는 4월 하순 세계에서 가장 긴 33.9㎞의 새만금 방조제 완공에 맞춰 ‘새만금 깃발축제’(엠블럼)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생태환경 사업을 작품으로 연출 깃발축제는 오는 4월23일부터 열흘 간 새만금 방조제 일원에서 펼쳐진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육성될 약속의 땅 새만금의 미래와 희망을 부각시키기 위해 ‘깃발예술갤러리’와 ‘깃발 퍼포먼스’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다. 깃발예술갤러리는 새만금의 주요 사업을 깃발 예술로 상징화하는 행사다. 관광, 레저, 농업, 과학연구, 신재생에너지, 생태환경 사업을 재해석해 작품으로 연출한다. 새만금의 탄생, 비상, 생명의 보금자리를 의미하는 대지의 문, 바람의 언덕, 물의 정원, 희망나무, 태양의 신전 등 다양한 깃발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바람개비 조형물, 바람터널, 연을 통해 바람의 움직임을 눈과 귀, 손끝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솟대, 장승, 허수아비, 농기구, 무당벌레 조형작품을 통해 대지와 소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표현한다. 깃발로 만들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물도 만들어진다. 깃발축제의 랜드마크가 될 이 구조물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3m로 넓이가 농구장의 2.5배이고 높이는 10층 건물과 맞먹는다. ●6만여장 깃발에 희망 기원 희망나무로 부르는 이 구조물은 2010개의 깃봉과 6만여장의 깃발을 매달아 대한민국의 희망을 기원하게 된다. 또 해외와 국내 유명 작가들의 창작예술깃발 200여점, 태극기와 이색 깃발작품이 참여하는 군집설치 깃발, 축하휘호깃발, 한국의 전통깃발, 세계 각국의 국기, 교기, 군기, 의장기 등도 전시된다. 한편 깃발축제를 알리기 위한 ‘희망 원정대’가 전국 각 도시를 순회한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스위스 비밀계좌 정리할 시간 주나

    내년부터 스위스 비밀계좌에 숨겨놓은 한국인들의 탈루소득을 부분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라는 소식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나왔다. 그동안 계좌 공개에 미온적이던 스위스 정부가 오는 7월 중 만나 금융정보 교환 문제를 조율하자는 뜻을 전해왔고, 이에 따라 7월 중 최종 타결짓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게 그제 재정부 고위관계자가 밝힌 내용이다. 반가운 일이다. 국내 일부 부유층들이 적지 않은 재산을 스위스 같은 조세피난처로 빼돌렸을 것이라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세청이 역외탈세 39건을 적발해 1534억원을 추징했으나 이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실제 역외탈루소득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세무당국의 추정이다. 스위스 비밀계좌의 일부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적지 않은 탈루소득을 적발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역외탈루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효과가 클 것이다. 한데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다. 내부적으로 확정한 사안조차 발표 전까지 함구하는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양국 간에 합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렇듯 친절하고 소상하게 소개하고 나섰느냐는 점이다. 비밀계좌 공개는 사안의 특성상 철저한 기밀 유지가 관건이다. 국세청이 재작년부터 리히텐슈타인 등 조세피난처 국가들과 이에 대한 협의를 벌여오면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일체 함구해 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빨라야 내년에나 가능할 스위스 계좌 열람을 지금부터 광고하듯 언급하고 나선 것은 역외탈루자들에게 서둘러 은닉재산을 정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정부의 해외은닉자금 추적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기왕 공개리에 협의에 나선 이상 정부는 열람 가능한 계좌 대상을 최대한 넓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 탈세혐의가 입증된 계좌를 단지 열람하는 수준이라면 효과 또한 극히 제한적 범위에 그칠 것이다. 밖으로만 도는 자금을 파악하려면 계좌열람 요건을 낮추고 추적 가능한 기간을 넓히는 한편 연결계좌까지도 파악할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단순 은닉뿐 아니라 범죄 관련 자금도 파헤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獨·스위스 비밀계좌 기싸움

    고객의 계좌를 철저히 보호하는 ‘은행 비밀주의’로 유명한 스위스가 독일과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독일 정부가 탈세 혐의가 짙은 독일인 1500명의 스위스 계좌정보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스위스 제네바의 HSBC 프라이빗뱅크(부유층을 위한 자산관리기관)에 근무했던 한 정보기술 전문가가 250만유로(약 40억원)에 팔겠다고 제안한 이 자료에는 독일 세무당국이 약 1억유로에 달하는 탈루 세액을 회수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스위스는 스위스 은행에서 훔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탈세 조사에는 절대로 협조하지 않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급기야 독일이 유출된 계좌정보를 사들인다면 독일 고위공직자의 비밀계좌를 폭로하겠다는 협박(?)까지 나왔다. 스위스 우파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의 알프레트 헤어 의원은 14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정치인, 법관들이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에 조세 회피 목적의 계좌를 갖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정부가 도난당한 은행정보를 구매한다면 SVP는 법률을 개정해 독일 공직자의 스위스 계좌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헤어 의원은 SVP의 취리히주 위원장이자 스위스납세자연맹 회장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007년 독일 비밀정보기관이 리히텐슈타인에서 도난당한 은행 정보를 500만유로에 구입한 예를 들면서 자료 매입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21세기에는 국가가 은행 비밀주의를 통해 탈세를 조장하는 시스템이 더이상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밀계좌 정보를 공개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은행 비밀주의를 고수해온 유럽의 강소국 스위스,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3개국 재무장관은 14일 룩셈부르크에서 사상 처음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으니 합의된 해결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책꽂이]

    ●길 위의 글(임우기 지음, 솔 펴냄) 등단 25년 경력의 문학평론가 임우기의 세 번째 평론집. “작가는 하늘과 땅을 잇는 초월자적 생활인으로서 무당이 돼야 한다.”는 전제로 한국문학 속의 샤먼적 특징들을 찾아낸다. 총 3부에 걸쳐 시인 김사인·김수영·김춘수·소설가 김애란·박민규·이문구 등을 다뤘다. 1만 7000원. ●분홍주의보(에마 마젠타 지음, 김경주 옮김, 씨네스트 펴냄) 벙어리 소녀 ‘발렌타인’이 처음 사랑에 빠지며 겪게 되는 ‘분홍빛’ 마음의 변화와 성장통을 그린 그림 에세이. 봄~겨울 사계절로 나눠 사랑의 마음이 변화하는 모습을 따라갔다. 시인 김경주의 서정적인 문체와, 간략한 선으로 나타낸 따뜻한 감성의 삽화들이 잘 어울린다. 1만원.
  • [15일 TV 하이라이트]

    ●가요무대(KBS1 오후 10시) 트로트 사대천왕(四大天王)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와 트로트 4인방 하춘화, 주현미, 현숙, 장윤정의 무대를 만나 본다. 고향 땅에서 설날을 맞이하는 동포들을 위해서는 이자연의 흥겨운 무대가 이어지고, 민족의 정서를 노래에 담아 전하는 ‘국보 민요 가수’ 김세레나는 권철호, 김인수 콤비와 함께 추억의 극장쇼를 재연한다. ●마당놀이 이춘풍전(KBS2 오전 9시50분) 경제적으로 무능하면서 주색잡기 등 온갖 방탕한 생활만 일삼는 이춘풍이 기생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몽땅 탕진한 뒤 지혜롭고 당찬 부인의 기지로 가정을 되살린다는 내용의 ‘이춘풍전’. ‘마당놀이 인간문화재’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이 명실상부한 마당놀이 스타로서의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들(MBC 오전 7시20분) 지난해 9월 ‘PD수첩’을 통해 방송돼 우리 사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 ‘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들’이 더욱 깊고 다양해진 감수성으로 소개된다. 학교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면서도 공부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 가는 남한산 초등학교 아이들을 통해 바라보는 우리 공교육의 나아갈 길은 어떤 모습일까. ●제중원(SBS 오후 9시55분) 도양은 의생들과 함께 마마에 걸린 환자를 옮기려 하지만 박수무당이 앞길을 가로막자 환자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자들을 치도곤으로 다스리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일본공사로부터 제중원에서 마마치료용으로 쓰고 있는 농포가루를 탈취하라는 명령을 받은 김돈은 농포가루를 옮기던 유희서 일행을 습격한다. ●다큐 10+(EBS 오후 11시10분) 어미 품을 떠나 이제 막 독립한 어린 북극곰. 녀석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홀로 사냥하는 법은 물론,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사체를 찾아 배를 채우는 법도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고 두렵기만 한 어린 북극곰이 과연 혹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당당한 성체로 성장해 북극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하늘에서 본 지구2(OBS 오후 10시) 위기에 처한 세계 각지의 숲들을 찾았다. 자연의 신비 제왕나비들은 겨울잠을 잘 멕시코의 숲을 잃어 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수많은 고유종 동물들을 자랑하는 마다가스카르 역시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 이곳에 사는 여우원숭이들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작가 베르트랑이 사라져 가는 숲을 하늘에서 바라본다.
  • 한강 생태계는 부활중

    한강에 야생 조류와 멸종위기 동물이 집단 서식하는 등 생태계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달 3일부터 한달간 밤섬과 광나루 등 한강 주요 생태공원에서 야생조류 52종 2만 157마리를 관찰했다고 11일 밝혔다. 2007년 조사 때보다 13종 4273마리가 늘어난 수치다. 청둥오리와 재갈매기, 비오리, 댕기흰죽지, 흰뺨검둥오리, 흰죽지 등은 한강 전역에서 관찰됐다. 특히 멸종위기종 1급인 흰꼬리수리, 참수리가 밤섬과 광나루에서 각각 5마리씩 발견됐다. 박원근 한강사업본부 생태과장은 “서식 조류가 늘어난 것은 한강 인공호안을 자연형으로 바꾸고 각종 생태공원을 조성해 휴식 장소와 먹이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라며 “먹이사슬도 제대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포유류 조사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삵의 서식이 확인됐고 족제비와 맹꽁이, 고라니, 너구리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난지습지원에서는 무당개구리가 발견됐고 58과 139종의 곤충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올해 강서습지와 개화산을 연결하는 지하 생태통로를 조성하고 내년에는 고덕 생태경관 보전지역과 고덕산을 잇는 육교형 생태통로를 만들 계획이다. 습지와 산을 동물들이 자유롭게 오가게 하면서 생물종 다양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전두환차남 증여세 77억 내야” 부과취소 소송 항소심도 패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증여세 80억여원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황찬현)는 10일 재용씨가 서울 서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2000년도 귀속분 증여세 80억여원 가운데 3억여원을 제외한 77억여원을 납부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서대문세무서는 재용씨가 2000년 증여받은 액면가 167억원의 국민채권 중 73억 5000만원은 외조부에게서, 나머지 93억 5000만원은 아버지 전 전 대통령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 80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재용씨는 “해당 채권은 1988년 결혼축의금으로 들어온 20억원을 외조부께 관리를 맡겨 놓은 돈으로 외조부가 이 돈을 관리하면서 증식돼 2000년 말 채권형태로 돌려받은 것”이라며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월드 뉴스라인] 英, 스위스 비밀계좌정보 구입 검토

    영국 정부가 탈세 조사를 위해 도난 당한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고객 정보를 사들인 독일로부터 해당 정보를 구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독일 정부는 스위스에 비밀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 1500명의 정보가 담긴 디스크를 구입키로 했다. 이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HSBC 프라이빗뱅크에 근무했던 직원이 훔쳐낸 것으로 독일 세무당국이 1억유로에 달하는 탈루 세액을 회수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책진단] 양도세 감면 어떻게 돼나

    건설업계는 11일로 종료되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줄 것을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정책인 만큼 연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면서도 양도세 감면을 연장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의 신뢰성’ 문제 때문이다. 국토부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일정 기간을 정해놓은 이유는 그 안에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인데 제도 시행을 연장하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조세정책의 일관성을 어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 양도세 감면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무당국에서는 최소한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양도세 연장이 과연 주택시장 활성화와 미분양주택 감소에 효과가 있겠느냐는 점도 연장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금 시장에 나오고 있는 신규 분양 아파트도 미분양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양도세란 양도차익이 확보돼야 하는 것인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한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주택업계에서 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거래 위축으로 미분양이 더 늘어날 것에 대한 우려 탓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신규분양은 투기가 아니라 주택산업의 문제다. 지금 활성화되지 않으면 공급 위축으로 2~3년 후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 정동주 부장은 “양도세 감면은 주택사업자한테 혜택이 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이라면서 “세금감면 혜택이 종료되면 미분양 해소는 정말 어렵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왕실행사 쓰던 ‘비단 꽃’에 바친 한평생

    왕실행사 쓰던 ‘비단 꽃’에 바친 한평생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생명을 소중히 여겨 살아있는 꽃을 함부로 꺾지 않고 주요 행사가 있을 때는 비단으로 만든 꽃인 채화로 장식했다. 왕실이 멸망하면서 명맥이 끊길 뻔한 채화를 재현하는 데 황수로(76) 궁중 채화 연구소장은 50여년의 인생을 바쳤다. 황 소장은 외가가 왕실의 후손이었고 외할아버지가 고종 때 궁내부주사를 지내 궁중문화에 익숙했다. “궁중 문화는 한국 예술의 최고봉인데 의례, 음식, 음악 등은 복원됐지만 꽃은 유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재현되지 못했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세저포로, 가을에는 금은사를 엮은 비단에 쪽·홍화 등 천연 염색재료로 색깔을 내어 밀랍을 바르고 노루털로 꽃의 암술과 수술을 만든 것이 바로 채화다. 황 소장이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2007년 미국 UN 본부에서 채화를 전시했을 때 각국 정상 부인들과 반기문 사무총장은 그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밀랍을 발라 그 향을 맡은 벌과 나비들이 실제 꽃인 줄 알고 날아들기도 했다. 황 소장은 TV 사극에서 아무렇게나 만든 꽃을 머리에 꽂거나 세트장에 장식해 놓은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27일에는 서울 삼청각에서 순조의 지당판(池塘板)을 200년 만에 처음으로 재현했다. 덕분에 국립국악원은 궁중 예술 무대를 완벽하게 꾸밀 수 있었다. 지당판은 꽃으로 만든 무대다. 처용무는 이 지당판을 빙빙 돌며 추게 된다. 비단을 손으로 재단하고 다듬이로 두드려 인두로 일일이 지져서 붙여 만든 채화를 만드느라 50여년간 황 소장의 손은 성할 날이 없었다. 비단으로 만들다 보니 꽃은 스러져 남아 있지 않지만 채화를 만든 기록은 자세하게 남아 있어 황 소장은 최근 이를 복원해 ‘아름다운 한국 채화’라는 책으로 펴냈다. “궁중 채화는 알지 못하고, 종이로 만든 꽃은 무당을 연상시키다 보니 사람들이 꺼립니다. 한국의 꽃 문화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숙연한 마음이 저절로 드는 장엄미를 가진 한국 채화의 아름다움을 일본의 전통 꽃꽂이인 ‘이케바나’처럼 세계에 알리는 것이 황 소장의 남은 소망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문화마당] 점(占) 권하는 사회/ 장유정 극작가

    [문화마당] 점(占) 권하는 사회/ 장유정 극작가

    신년이니 재미 삼아 한번 보자는 말에 따라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까지 몸소 출장 온 신참 보살은 사방이 탁 트인 커피숍에서 오방색 깃발을 흔들다 말고 흠칫 놀랐다. 금년부터 삼재란다. 올해는 집도 고치지 말고 밤 운전도 하지 말고 상갓집도 가지 말라며 굳이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면 삼재맞이 굿부터 치르라고 했다. 그 말이 얼마나 간곡하던지 무시하고 거슬렀다간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서비스로 다른 식구들까지 봐주었는데 좋은 점괘가 한 가지도 없었다. 부모님은 평생 싸우느라 자식들을 돌보지 않을 거고 남동생은 집안을 말아먹을 팔자인 데다가 여동생은 성격이 못 돼먹어 마흔 넘어야 시집을 갈 것이며 나의 인연은 지나갔단다. 그래서 부모님은 35년간 잉꼬부부로 잘 살아왔고 남동생은 타고난 효자인 데다가 여동생은 수녀지망생이었을 만큼 심성이 고우며 나는 이미 결혼했다고 하니 한마디로 일축했다. “몰라! 사주엔 그렇게 나와 있어!”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찜찜했다. 특히 한 집안에 삼재인 사람이 둘이나 돼 될 일도 안 될 거란 말이 귀에 쟁쟁했다. 재미로 본 것인데 재미는커녕 하루 종일 우울해져서 진짜 용하다는 데서 다시 봐야 하나 싶기까지 했다. 싱숭생숭 고민 끝에 남동생에게 들었던 얘기를 전했더니 심각한 분위기를 비웃듯 동생은 웃어 젖혔다. 웃음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삼재란 한 해에 세 띠씩 걸리는 것이니 식구가 여덟이면 그 중 두 명이 삼재에 걸리는 건 확률상 당연하다. 마치 4인용 테이블에 앉으면 그 중 한 명은 삼재인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그 식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불운들, 예를 들어 고추를 깨물었는데 엄청 맵다든지 새 옷에 물을 엎질렀다든지 등과 같은 일들이 모두 삼재 걸린 사람 탓은 아니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면 동창회는 어떻게 열고 부모가 동갑이고 아이들이 네 살 터울인 가족은 어쩌란 말인가! 생각해 보면 인연이라는 것도 그렇다. 정해진 것이 없다. 아무리 멋진 이성이 나타난 대도 그 순간 눈을 감아버리면 기회는 사라진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눈꺼풀의 작은 움직임도 순수한 자기 의지가 없으면 운동하지 않는다. 하물며 상대와의 관계를 진전시킬지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그런데 사람이 큰 일 앞에 서면 주저하게 된다. 그가 정말로 나의 반쪽인지, 아니면 임자는 따로 있는데 착각하는 건지, 다가올 미래가 두렵고 지나간 상처가 아프다. 대학로 노상 점집에서 궁합이라도 봐야 속이 시원해지지 싶다. 세대의 고민을 반영하듯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룬 작품들도 여럿 있다. 얼마 전 개봉해서 1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청담보살’은 청담동의 잘나가는 무당이 어머니가 점지해준 남자와 울며 겨자 먹기로 데이트를 하다 결국 그의 진가를 깨닫는 이야기다. 현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점점’은 점에 죽고 점에 사는 기상캐스터가 점집에서 강력 추천한 비호감 남자와 직장에서 만난 이상형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이다. 선택의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품의 결론은 같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엑스의 신참 보살 말처럼 사주엔 정말로 날 때부터 정해진 운수가 쓰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이리 치이고 저리 쓸리다 보면 운명도 조각품처럼 깎이고 다듬어지지 않을까. 복잡한 심경을 달래기 위해 점집에 가기도 하고 교회에 가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영화의 결론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깨닫게 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긴장되는 신년이다. ‘걱정하지 마, 넌 잘할 수 있어.’ 같은 따뜻한 한마디가 절실한 때이다.
  • 미기록종 무당벌레 독도서 발견

    미기록종 무당벌레 독도서 발견

    국내 미기록종인 무당벌레과 심너스(Scymnus) 종이 독도에서 발견됐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해 독도 생태계 조사를 통해 국내 미기록종인 심너스 종 발견을 계기로 국립농업과학원에 의뢰해 생물의 실체를 규명하는 생물종 동정(identification)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크기가 2~3mm인 심너스 종은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과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대학교 등 3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실시한 독도 생태계 조사에서 식물 53종과 조류 38종, 곤충류 46종, 해안 무척추동물 30종 등 총 167종의 서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중 칡부엉이, 쇠황조롱이, 쇠제비갈매기, 민물가마우지, 왕새매 등 조류 6종과 고들빼기과실파리, 극동알락애바구미, 배검은꼬마개미 등 곤충류 10종 등 총 16종은 기존 문헌조사에서 기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생물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해안 무척추동물의 공통종 출현율을 조사한 결과, 독도-울릉도 간(61%), 독도-영덕 간(48%), 독도-울진·경주 간(42%) 등으로 파악됐다. 특히 50㎞ 떨어진 영덕-울진 간 지역은 공통종 출현율이 57%지만, 84.7㎞ 떨어진 독도-울릉도 간은 61%로 나타나 독도와 울릉도가 생태적으로 가까운 섬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선진화 과제, 맥을 잘못 짚었다/윤성이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정치선진화 과제, 맥을 잘못 짚었다/윤성이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새해 5대 핵심과제의 하나로 정치선진화 개혁을 주창하고, 실천과제로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을 지목했다. 정치선진화가 새해 핵심과제 중 하나로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우리 정치가 가장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이 문제 해결의 핵심은 아닌 듯싶다. 최근 드러난 후진적 정치의 단면을 들여다보자. 지난 2000년 이후 10년간 새해 예산안을 법정기일 안에 처리한 것은 2002년 한 해뿐이다. 이번에도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다가 해를 넘기면서 파행처리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예산안 심의를 늘 여야 의원 간 몸싸움이나 국회의장의 의장석 점거 농성 같은 해프닝으로 처리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안 개정 역시 이러한 막무가내 방식으로 처리하기 일쑤다. 지난 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는 야당의원을 배제한 채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과 한나라당의 합작품이었다. 이번에도 극렬한 몸싸움은 빠지지 않았다. 다행히 ‘분노의 하이킥’과 ‘공중부양’은 등장하지 않아 국제적 망신은 면했다. 서울신문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무려 40.3%에 이른다. 20대와 30대의 경우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절반에 이른다. 이상할 것도 없다. 지금의 국회와 정당의 행태를 보면 지지하는 정당을 가진 응답자가 60%에 이르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정치, 바꿔야 한다. 그럼 무엇을 바꿔야 하나.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선거제도를 바꾸면 우리 정치가 선진화될 수 있을까? 현재 한국 정치 후진성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민주사회에서 의견대립과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를 조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사실 정치권은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집단이다. 국회의원 개개인을 들여다 보면 덕망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덕망 높은 인사들이 모여서 하는 정치는 왜 이 모양일까. 여야간 대립을 넘어 이제 같은 당내에서조차 소통이 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답은 당론 정치, 패거리 정치에 있다. 조직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의지와 신념만으로는 도저히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거대한 조직의 잘못된 문화와 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사람만은 그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 동네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지는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선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당론은 없애야 한다. 당론이라는 미명 하에 국회의원 개인의 의지와 판단을 옭매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 개개인도 입법기관이라 자부하려면, 적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판단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맹목적 충성심만으로 행동대원을 자처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공천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몇몇 실세가 공천권을 좌지우지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후보경선 과정에서 거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특정후보에게 줄서기를 한다. 선거 후 논공행상은 물론이거니와 자신들의 총선 공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개별적 입법기관이 아니라 선거캠프의 운동원이고 계파의 조직원으로 전락하게 된다. 능력이 아니라 충성심이 생존을 보장한다. 대통령이 진정 정치 선진화를 원한다면 자신의 계파부터 버려야 한다. 공천과정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한나라당에도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협상할 정치 파트너로 대접해야 한다. 후진정치의 본질과 원인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정치 선진화의 최우선 과제는 행정구역이나 선거제도가 아닌 당론정치와 잘못된 공천제도의 개혁이다.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할머니가 사라졌다. 노인정과 공판장을 지나 경찰서로 뛰어가던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할머니가, 어디? 엄마, 잘 안 들려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결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칸막이를 닫았다. 어느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전부터 기숙사에 와 잔소리를 해대는 팀장과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오후 두 시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내친김에 변기 위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곧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그건 안 됩니다. 코끼리들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오늘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팀장은 무전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오라고 했지만 당장은 가기 싫었다.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 가셨다는 거지? 몸도 안 좋으시면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삼촌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울고 있던 가족들이 황망히 수골실로 내달렸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촌의 유골은 대리석 탁자 위에 새카맣게 탄 못들과 뒤엉켜 있었다. ‘냉각’을 거쳤다고는 하나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유골이었다. 할머니가 탁자 모서리에 가슴을 짓찧었다. 망연히 서 있던 아버지가 서둘러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작은 뼛조각 하나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탁자 옆에 서 있던 나도 얼른 새카맣게 탄 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못 본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모들은 아예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내 울음을 참던 아버지도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내 몸에 박아두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쥐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나를 데리러 온 사촌 동생의 차를 탈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둘째 고모가 내 몫의 상복을 내밀었다. 장례식장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고 삼촌의 동료와 친구들은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이라도 불러 알아볼 수 없을까? 사촌 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삼촌의 방에 널브러진 술병들, 불에 탄 이부자리, 종류가 다른 담배꽁초들. 어떤 추측은 가능할 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삼촌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죽고 또 죽었다. 효원 장례식장 국화실에 놓인 영정사진 속 삼촌은 너무나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릎에 올려놓은 상복이 자꾸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삼촌의 시신을 보았다는데도. 거의 녹아내린 새카만 못과 유골을 분리하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그만 잠에서 좀 깨어나라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나는 어쩌려고 못을 집어든 것일까. 할머니가 두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 손이 못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빨리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숫자를 거꾸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득달같이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달라는 방송은 계속 되었다. 운영실이 가까워질수록 방송이 더 자주 들려왔고, 느려터진 두 발은 점점 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도착하기만 하면 저 공손한 팀장의 말투는 야수로 변해 나에게 돌진할 것이었다. 그때 가로수 사이로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남색 기지바지와 연두색 스웨터, 복고풍의 파마머리까지. 혹시 할머니인가 싶어 가던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창문 쪽으로 날아갔고, 내 가슴팍에 내리꽂힌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원내 방송 담당 아나운서가 시디 데크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팀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악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악단장의 발치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나비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기어이 팀장과 한바탕 한 것 같았다. 오전에 병원으로 실려 간 러시아 무용수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하혈이 심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악단장과 팀장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그 ‘중요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이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앞으로 바짝 다가온 팀장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설사 따위는 팀장에게 먹혀들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나는 푸앙의 손을 잡아끌고 코끼리 우리로 갔다. 쏘냐는 계속 설사를 했고, 아프리카 산 일 년 생 코끼리 튀라는 쏘냐의 엉덩이 쪽에 대가리를 박고 누워 있었다. 제때 검사를 하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과는 달리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예방 접종, 먹이, 변의 상태 등을 확인하여 제때 사료 혹은 건초 더미를 바꾸어 주는 것들은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팀장은 번번이 동물원의 재정 상태를 운운하며 우리가 올리는 건의사항들을 묵살했다. 이하설, 오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부터 자를 줄 알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팀장님, 직접 오셔서 코끼리들을 살펴보시란 말이에요! 무조건 데리고 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야? 푸앙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코끼리 나가지 마, 나 죽어. 푸앙,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나한테 제발 좀 이러지 마! 그러나 푸앙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삼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는 한 삼촌은 아픈 동물은 절대로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 조련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선에 맞추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못을 만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푸앙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를 나온 동물들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 전부터 신문 및 지역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테마랜드의 혁신을 위해 팀장이 삼 개월 넘게 심혈을 기울인 행사였다.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기 한 달 전이면 삼촌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동네 곳곳에 나붙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는 매일 테마 랜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쇼가 진행 중인지 보도해 주었다. 삼촌은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나도 삼촌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중 한 명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그러다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내내 업무에 허덕이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에만 급급한 나날이었다. 삼촌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를 뛰어넘을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동물 구입 차 태국과 러시아에 출장을 간 사이 삼촌은 직원 기숙사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맸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삼촌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하루가 지난 뒤 실신한 채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린이 날 행사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악단장과 팀장 사이에 생긴 일들을 조율하고 동물원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별 탈 없이 생활을 했다는 진술들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례식 도중, 나는 삼촌이 행사를 진행할 때 입던 붉은색 조련복을 챙겨두었다. 팀장은 동물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구입의 명목으로 예산을 타갔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자애들과 놀아났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느 날에는 실내 경마장에서 누군가와 게임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건의서를 제출하면 가지고 있는 동물 관리나 잘하라며 번번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이 죽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후 사체처리비로 외유를 떠났다. 이사장이 바뀌고 줄을 잘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후 악단의 인원이 대폭 감소되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악단장의 연봉도 삼십 퍼센트나 감봉시켰다. 대부분이 계약직인 연주자들은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었다. 곧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나는 연주자들이 늘자 참다못한 악단장이 팀장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악단장은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소주를 마시고,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다. 테마랜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든 짐승들과 관리되지 않은 채 잡풀이 번다한 식물원, 날만 흐리면 전기가 오르는 범퍼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놀이기구만 모아 놓은 부상 랜드였다. 사육조장에게선 늘 술 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날이 더우면 덥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발정이 나면 수컷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늘 술을 마셨다. 나도 간간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곤 했지만 어쩐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내게 삼촌의 이야기를 하려고 들었다. 삼촌의 성격과 그와의 관계, 동물들을 아끼던 마음, 은밀하게 나누곤 했던 농담들. 하지만 나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반쯤 마신 매실 주스에 소주를 타먹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코끼리 우리를 나오면서 빈 매실 주스 병 두 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없어진 할머니를 이곳에 있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는 없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금 좀 바빠!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장님, 홍학 우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새끼들을 물어뜯고 난동을 부렸어요. 뭐라고? 홍학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알았어, 곧 갈게. 안 그래도 행사 준비 때문에 신경이 무척 곤두서 있는 홍학무리였다.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가다 보니 남색 기지바지가 또 눈에 띄었다. 오늘은 동물원에 남색 기지바지가 유난히 많았다. 그 바지들은 여기서도 나타났고 저기로도 지나갔다. 동물원에 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남색 기지바지 혹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두들 엇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 느릿느릿 걷거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납골당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는 산 중턱의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인 줄 알았던 공원도 지나가며 살펴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다. 그물이 벗겨진 하나밖에 없는 축구 골대, 녹슨 시소, 줄 끊어진 그네. 곳곳에 놓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벤치와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납골당이 나오질 않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삼십여 분쯤 더 걸어가다 보니 자그마한 분지 위에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곧장 유골 안치실로 들어갔다. 삼촌의 위패에 쓰여 있는 이름이 낯설었다. 이선빈이 아닌 고(故) 이선빈은 내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저쪽 세계의 풀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인가. 돌아갔으나, 되돌아 올 수는 없다는 낙인? 오늘만큼은 할머니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귀신같이 아들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준비되어 있는 향을 피웠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대꾼한 두 눈을 슴벅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해도 한사코 일어서서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술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잔을 쥐고 향 위에 세 번을 돌린 후 상에 올렸다. 두 뺨이 경련이 이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옆 칸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제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분향실의 향내에 짓눌려 있던 나는 생담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우리도 한 대 필까, 삼촌? 부검 결과 별다른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악단장과 몇몇의 연주자들, 팀장에 대한 조사가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지 못하던 우울증이 새로 생겨났으며,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 중독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추측성 발언들이었지만 조서에 쓰인 것들은 그대로 사인(死因)이 되었다. 분개한 가족들이 사건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바로 장례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발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발인 전날 신발도 신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납골당 쪽을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저쪽의 삼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듬성듬성하던 머리칼은 그 사이 더 빠졌는지 머릿속이 훤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을 잘 찾았던 할머니가 돌아가는 길을 헷갈렸다. 납골당에 들어서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밖에 없는데도 할머니는 분향실에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내가 앞장서 걸을 수도 있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만 같아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지난 주말에 할머니와 내가 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납골당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할머니를 모시고 간 것을 알면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억에는 할머니가 한 번도 삼촌에게 다녀온 적이 없다는데, 처음이라는 할머니는 삼촌의 자리를 잘도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홍학 우리 안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였다. 고양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홍학은 다행히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이 아니라 두 달 전에 알에서 깬 새끼였다. 놀란 홍학들을 진정시키느라 껍질 깐 호두와 아몬드를 두 자루나 뿌려주었다. 어느샌가 팀장도 홍학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들을 좀 더 밝은 빨간색 형광 안료로 칠하라며 조련사들을 다그쳤다. 나는 홍학들에게 빨간 안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보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물끄러미 팀장과 조련사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촌을 보내고도 꿋꿋하게 나오던 곳이고, 그가 하던 일만은 내 손으로 이어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조련사들이 빨간 형광 안료 통을 들고 사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옷장에서 삼촌의 조련복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것이라 혹시 곰팡이라도 슬었으면 어쩌나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의자 위에 놓아둔 전기 총을 집어 들자 푸앙이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미안해,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얼른 끝내버리자. 나는 입을 앙다문 채 쏘냐의 뒷다리에 총을 쏘았다. 쏘냐가 움찔하며 왼쪽 다리를 들었다. 재빨리 엉덩이에도 총을 갖다 댔다. 한참 만에 쏘냐가 일어섰다. 푸앙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 울부짖으며 내 왼팔에 매달렸다. 쏘냐의 몸에 멋을 내느라 발라놓았던 노란색 형광안료가 설사에 섞여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형광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무전기에서는 팀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무전기 소리를 무시하니 그 뜻 없는 말들은 점차 행진곡 풍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고, 얼른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호두를 쪼아 먹고 있던 홍학들이 코끼리 우리 앞에 나와 있었다. 온몸에 빨간색 형광 안료를 잔뜩 바른 홍학 무리였다. 등에 홍학을 둘씩 태운 코끼리들이 정문으로 출발했다. 붉고 노란 머리들이 공중에다 점을 찍었다. 휴대전화와 무전기에서 팀장과 사육조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차피 코끼리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행렬을 완성할 수 없고 또 사회자인 내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뺐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리허설을 취소해 주세요. 뭐, 뭐야? 이대로 가단 코끼리들이 죽습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데리고 나와! 시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니가 나한테, 대든 거냐?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푸앙이 코끼리 배에 손을 얹고 함께 걸었다. 저렇게라도 가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쏘냐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코끼리, 죽어. 나도 죽어. 푸앙이 울며 말했다.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해! 니가 살려! 푸앙, 죽어가는 것들을 일으키고 이미 죽은 것도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오죽이나 좋겠니. 푸앙이 이를 악물고 우는 소리와 코끼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한 덩이처럼 느껴졌다. 정문 쪽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한 악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지만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심벌즈 연주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탬버린을 담당했던 사람이 심벌즈를 잡고 있었다. 다섯 명이던 작은 북 담당 연주자들은 둘밖에 없었고 심지어 트럼펫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행렬이라도 완성해야 한다는 팀장의 고집 때문에 음악은 녹음해둔 것으로 대체되었다. 연주자들이 항의했지만 오늘은 ‘리허설’ 날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악단장의 말에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처지인데 악단장마저 번번이 자신들 앞에서 팀장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익지도 않은 악기를 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악단장은 연신 나비넥타이만 고쳐 맸다. 동물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직접 코끼리를 만지려고 다가갔다. 놀란 사육사들이 그들을 말리는 사이, 나는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이 마구잡이로 내 가슴속에 맺혔다. 그 사이 ‘시’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온 거지? 팀장은 ‘시’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시’ 사람들은 악단장에게도 다가갔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악단장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팀장에게 이끌린 악단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거주춤하게 그들과 악수를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않은 채 인사를 하는 악단장을 바라보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팀장은 악단장에게 당장 연주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악단장은 시디를 틀기로 되어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빨리 하라니까! 팀장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 소리에 본인이 더 놀라고 있는 사이, 악단장이 뒤돌아섰다. 그러나 내내 굽실거리거나 팀장에게 할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서던 악단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악단장은 맨 앞줄의 연주자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넘겨받았다. 지휘봉을 연미복 허리춤에 찔러 넣은 악단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축배의 노래였다. 멍한 얼굴의 팀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악단장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다른 연주자들의 악기도 조금씩 리듬을 탔다. 때마침 비가 내렸다. 당황한 팀장이 재빨리 ‘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 갔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원숭이와 코알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채 들고 나온 나무늘보들을 적셨다. 문제는 코끼리 등 위에 빨간 형광 안료를 덕지덕지 바르고 올라 앉아 있는 홍학들이었다. 진회색의 코끼리 등에 붉은 물이 들어갔고,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열심히 연주를 하는 악단장과 ‘시’ 사람들을 서둘러 본관으로 끌고 가는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동물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때 푸앙이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홍학의 다리를 잡아챘다. 푸덕, 푸흐드덕! 홍학이 거센 날갯짓을 했지만 푸앙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푸앙이 정문과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마치 홍학 연을 타기라도 한 것처럼 재빠른 속도였다. 홍학 한 마리가 사라지자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다른 홍학 네 마리도 푸앙이 사라진 쪽을 향해 날아갔다. 푸앙은 홍학의 습성도 잘 알았다. 아마도 어미를 데려갔을 거였다. 홍학이 날아가면 코끼리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반쯤 앉거나 선 채 왼발을 들어 쇼의 시작을 알리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내가 말려볼 틈도 없이 정문에서가 아니라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코끼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등에 얹은 코끼리들이 추는 군무가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때까지도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쏘냐와 튀라는 설사를 좍좍 갈기면서도 춤을 추었다. 코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대로 접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며 엉덩이춤을 추었다. 코를 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웠다가 쿵쿵 땅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두 차례씩 긴 코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향해 코를 쏘아 올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쇼를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게 훈련된 코끼리들이었다. 홍학과 함께 한 군무가 오 분, 코끼리만 하는 쇼가 십오 분이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코끼리들 옆에 전기 총을 든 채 무력하게 서 있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다시 축배의 노래가 들려왔다. 악단장은 마치 무한 반복이라도 할 것 같은 완강한 표정이었다. 코끼리들은 덜렁덜렁 코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차례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후 푸앙이 쏘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커다란 횃불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앙이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홍학들은 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본관으로 갔던 팀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지르는 팀장의 뒤쪽으로 익숙한 남색 기지바지가 지나갔다. ……할머니? 축배의 노래에 맞춰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러나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내 등 뒤에서 악단장이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따라 전기 총을 쏘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끼리들이 거세게 날뛰며 질러대는 울음과 구경하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돌아서서 잠시 주춤하던 나는 다시 있는 힘껏 할머니 쪽을 향해 뛰어갔다. 빗물이 자꾸 눈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삼촌의 뼛조각을 손에 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내 손은 자꾸만 할머니의 몸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버지가 못을 골라내자 화장장 직원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삼촌의 뼈를 유골함에 넣어주었다. 고모들은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막힌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촉망받던 조련사였으며, 사람 좋던 막내 삼촌은 그렇게 몇 줌의 유골이 되었다. 옥색 유골함 위에는 삼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삼촌은 옥함 겉면의 금박 이름으로만 남게 될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우시려는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려 유골함 쪽을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수골실의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입 속의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할머니 뒤쪽의 흰 벽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동물원에 가보자. 집으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것은 분명 동물원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세와 할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의 몸을 쓰다듬었다. 여기 어디쯤 삼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할머니의 쇄골 위에 올라 있었다. 할머니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속에서도 삼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가 삼촌은 할머니의 팔목을 그러쥔 채 죽이 담긴 숟가락을 할머니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먹은 음식이 어쩌다 얹히기라도 하면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삼촌이 그렇게라도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삼촌, 좋아? 나는 탄 못과 할머니의 무릎을 번갈아가며 만졌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할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홀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물에 만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삼촌의 베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어쩌다 밥상에 삼촌이 좋아하던 창란젓이라도 올라오면 그걸 바라보며 오래 울었다. 눕거나 앉거나 간신히 일어서거나 벽에 등을 기대거나.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자세로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속으로 울고 있었지만 나는 할머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쩌면 울다 지쳐 손으로 몸을 짚기라도 하면 어디에서건 삼촌이 만져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러는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유골함이 되는 일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식구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는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식물원 입구였다. 할머니를 막 따라잡으려다가 도대체 왜 동물원에 왔고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뒤를 따랐던 참이었다. 할머니의 남색 기지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원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설 조장님,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원 뒤쪽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즐비했다. 희귀한 꽃이나 과실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가거나 누군가가 빼돌린 뒤였다. 테마 랜드를 재정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도 여기였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내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단풍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집에서 동물원까지 걸어왔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천천히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집으로 모셔 갈 작정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을 뻗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새끼손가락만 한 나뭇조각이었다. 주저할 새도 없이 할머니는 그것을 입에 넣은 후 가슴을 쳤다. 그러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크으헉, 으흑. 그것은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다가가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도 얼마간은 큰 소리로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으로 툭툭 땅을 쳤고, 나무 둥치에 등을 짓찧었다. 돌로 만든 조형물에 얼굴을 갖다 박았고 두 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속으로만 쌓였던 울음들을 모조리 뱉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때 식물원 어디선가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푸앙? 그는 나에게 다른 한국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자기를 찾는 거라 여기고 또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푸드덕거리는 새소리와 할머니의 울음이 식물원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은 나무들도 잔잔한 바람을 타며 울음소리와 박자를 맞췄다. 나는 할머니가 울고, 푸앙이 새들과 함께 마음을 삭이고 있는 여기가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눈물을 그친 할머니가 다시 걸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동물원 곳곳을 걷던 할머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사진관의 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 탄 삼촌이 붉은 조련복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테마랜드 3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된 사진들이었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을 뿐, 사진 속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손을 뻗은 채로 창가에 바짝 다가섰다. 삼촌의 사진이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던 걸까. 테마랜드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그곳에 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 그제야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코끼리 등 위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삼촌과 그것을 향해 말 없이 손을 뻗는 여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 속으로도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푸앙이 우는 소리였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여전히 홍학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야, 이하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내 그렇게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사진 속 초로의 여인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여인의 핏발 선 두 눈이 멈춘 곳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단추를 달고 솔기를 여며준 이 옷을 할머니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느새 창틀에서 떼어 낸 삼촌의 사진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다른 한 손으로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코끼리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쏘냐와 튀라는 우리로 돌아갔을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못을 꺼내 쥐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끝> ■ 당선소감 -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타슈켄트 동물원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초원을 훑어야 할 우묵한 눈들이 녹슨 푸슈킨 동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늙고 병든 코끼리의 두툼하고 너덜너덜한 귓불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 코끼리들이 저와 함께 아랄 해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요즘 노인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손녀가 쓴 글을 읽겠다고 약속을 하셨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글을 써나갈 작정이므로 할머니는 기필코 200세 장수하셔야 합니다.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신 ‘동인, 그 섬’의 대장 임철우 선생님(‘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사하던 그 순간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잘 견디고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치열하고 엄중한 소설쓰기가 일상의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신 최수철 선생님(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고, 쓰겠습니다.), 검룡소에서 풀솜대를 뜯어주신 최두석 선생님(돌아가지 못하는 시의 자리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글 쓰는 손가락은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일깨워주신 서영채 선생님(밤새 꺼지지 않던 선생님 연구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술 취한 저는 도서관에서 잠들곤 했지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신 주인석 선생님(아, 이제 오디오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0년 전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정록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행운입니다. 그 운명을 결정지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격려해준 권오영 시인께는 미처 다 갚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소설 쓰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김도연 선배께 맥주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저를 뒤치다꺼리해 주느라 고생한, 제일 먼저 축하해준 이진희 시인.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계셨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같이 힘들어도 조금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뚝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른 ‘리보통(Ly-botong)’으로 달려가 그곳에 계신 분들과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약력 -본명: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 한국어 강사 역임 ■ 심사평 - ‘현대인 삶의 축도’ 동물원… 상징적 압축미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열 편. 이 가운데 다시 세 편의 작품을 어렵게 추려 놓고 생각했다. 신춘문예가 필요로 하는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단편소설은 산문 양식임에도 언어의 경제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 짧은 언어로는 ‘모든 것’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양식은 이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수사학, 즉 기교가 우리를 지상적인 삶에서 초월적 의미의 세계로 순간이동시켜 준다. 그러니 기교가 모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다. 상징적 깊이나 환유적 지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훌륭한 단편소설이란 일종의 형용모순과도 같다. 하이준씨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현대적 일상을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문체가 돋보였다. 강남의 한 미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그만 사건은, 일상의 소소함이 그 한계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만든 장점도 갖추었다. 김명진씨의 ‘뷰티플 원데이’는 베트남에서 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인과 ‘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나’의 내면의 섬세함이 다문화라는 문제를 사회성 이상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의미를 구성하는 사건이 너무 희박하고, ‘뷰티플 원데이’는 사건을 보편적인 의미로 상승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은선씨의 ‘붉은 코끼리’는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떤 상징성을 띤, 현대인의 삶의 축도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과 생각을 겸비한 이은선씨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신년 여론조사(상)] 40~50대 한나라·30대 민주… 지지정당 뚜렷

    정당 지지도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32.5%로 1위였으나 집권당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49.6%)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20.1%였다. 민주노동당(2.3%), 자유선진당(1.7%), 친박연대(1.5%), 진보신당(1.2%), 창조한국당(0.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중장년층에서는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뚜렷한 편이었다. 50대 중에는 47.1%가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민주당 지지자는 18.2%에 그쳤다. 40대 가운데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2.8%로 민주당(20.4%)을 크게 웃돌았다. 30대에서는 민주당 지지율(23.7%)이 한나라당의 지지율(20.2%)을 앞섰다. 20대의 경우는 한나라당 지지율(19.7%)이 민주당 지지율(19.2%)을 근소하게 앞섰다. 지역별로는 한나라당은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30~40%대의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았다.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의 지지율은 41.9%로 가장 높았다.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2.9%에 그쳤다. 민주당은 전통적인 지역기반인 호남에서 77.9%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서울, 인천·경기의 지지율은 10%대였다. TK에서의 지지율은 3.8%에 그쳤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 중에는 55.5%만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데 비해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뽑았던 유권자 중에는 61.2%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진보 성향의 유권자층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24.2%) 지지율이 한나라당(22.2%)을 앞섰다. 중도 성향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25.6%)이 민주당 지지율(20.4%)을 다소 앞섰다. 보수층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51.3%로 압도적이었다. 충청권에서의 지지율이 흥미롭다. 한나라당은 18.8%로 민주당(17.8%)를 근소하게 앞섰다. 자유선진당의 지지율은 8.9%로 만만치 않았다. 세종시 원안 수정 논란이 가열될 올해 상반기 충청 민심의 풍향계가 어느 쪽으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6·2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40.3%나 됐다는 점이다. 20대 중에는 51.3%, 30대 중에는 49.1%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조재목특임교수·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신년 여론조사(상)] 친서민·중도·실용정책 10명중 5명 “긍정적”

    [신년 여론조사(상)] 친서민·중도·실용정책 10명중 5명 “긍정적”

    ■ 국정수행 - 50대이상 69.7% “지지”… 충청권 43.6% 그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이후 줄곧 ‘롤러코스터’를 타 왔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7월에 36.4%까지 떨어졌던 지지도가 10월에 54.3%까지 상승했다. 이후 11월에 45.0%까지 하락했다가 12월 말 50.0%까지 반등하는 등 반복적인 등락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지지도 회복은 친서민 행보, 중도 강화, 실용노선 선택을 통해 지지층의 외연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우파세력이 결집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세대(연령), 지역, 정치 이념, 정당 지지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지도는 우선 연령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국정수행에 대해 69.7%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부정적인 평가는 25.5%에 불과했다. 20대와 30대에서 긍정적인 평가는 각각 34.2%, 38.2%였다. 부정적인 평가는 58.5%와 56.6%였다. 40대는 긍정적 43.0%, 부정적 48.9%로 엇비슷했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컸다. 이 대통령의 출신 지역인 대구·경북의 지지도는 59.0%였다. 부정적 평가는 35.2%였다.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은 56.5%, 인천·경기는 52.3%로 긍정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정적인 평가는 서울과 인천·경기가 각각 40.7%, 39.2%로 나타났다. 야당의 텃밭인 광주·호남에서는 26.0%로 지지도가 가장 낮았다. 세종시 문제가 첨예한 대전·충청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43.6%로 부정적 평가(54.5%)보다 낮았다. 정치이념에 따라서는 보수층의 64.3%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반면 진보층은 39.6%로 낮았다. 중도층은 44.6%로 평균에 근접했다. 응답자의 정치성향에 따른 평가차는 더욱 컸다. 지지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76.9%가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8.1%가 부정적이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42.8%로, 부정적인 평가(48.2%)에 못 미쳤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층에서는 69.1%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지지층이 회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정동영 후보를 선택한 층에서는 67.1%가 부정적 평가를 내려 대조를 이뤘다. 대선에서 기권하거나 투표권이 없었던 계층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68.8%로, 긍정적인 평가(37.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직업별로는 농·임·수산업(91.7%), 전업주부(53.4%), 자영업(50.8%) 등의 순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직장인 계층인 화이트칼라(44.3%)와 블루칼라(43.8%), 학생(36.4%)층에서는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조재목특임교수·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사회통합 - 사회통합위 활동 “기대” 46% 대전·충청 절반 “기대 안한다” 이명박 정부가 중점을 둔 정책의 양축은 경제 살리기와 사회통합이다. 이 가운데 한 축으로 계층과 이념, 지역과 세대 간의 갈등 해소를 목표로 출범한 사회통합위원회의 향후 활동에 대해 기대한다는 응답(46.0%)과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40.3%)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이벤트성 홍보에만 치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에서 기대한다는 응답이 58.0%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30대 연령층에서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3.1%로 높았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53.3%)과 광주·전라(52.9%)에서 높았다. 인천·경기도 51.2%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전·충청에서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0.5%로 우세했다. 정치성향별로는 보수와 진보성향 응답자 모두 기대감을 보인 가운데, 보수성향 응답자(53.2%)가 진보성향 응답자(47.8%)보다 높았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57.1%)이 민주당 지지층(48.5%)보다 더 기대감을 보였다. 직업별로는 농·임·수산업(53.8%)과 학생(50.0%)층에서 기대감이 높았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화이트칼라(48.7%)와 블루칼라(45.7%)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조재목특임교수·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중도·실용 - TK 66.7% “공감”… 블루칼라 42.9%로 낮아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중도·실용주의 정책 추진에 대한 공감도는 52.0%로, 국민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1.0%로 조사됐다. 남녀 모두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중·고령층과 젊은 층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50대 이상에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66.4%로 높게 나타났지만, 20대(49.7%)와 30대(52.6%)에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았다. 40대 연령층에서는 공감한다는 의견(47.2%)과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46.8%)이 거의 비슷했다. 친서민·중도·실용주의 정책에 대한 공감도는 지역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났다. 대구·경북(66.7%)에서 공감도가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경기(58.7%), 서울(52.3%), 부산·울산·경남(49.7%), 강원·제주(48.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주·전라(64.4%)와 대전·충청(50.5%)에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에서는 친서민·중도·실용주의 정책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의견이 79.5%로 높았다. 반면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에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2.3%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별로는 보수성향 응답자의 67.2%가 친서민·중도·실용주의 정책에 공감한다고 답변했고, 진보성향 응답자의 50.5%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표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층에서는 55.4%가 공감했고, 투표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층에서는 공감(44.3%)과 비공감(45.0%) 의견이 비슷했다. 지지 정당에 따라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73.3%로 높게 나타났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4%였다. 직업별로는 블루칼라(42.9%)와 학생(46.4%)층에서 공감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조재목특임교수·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금융·경제 - 절반의 성공? 50.3% “극복 잘하고 있다” 국민 열명 가운데 다섯명은 이명박 정부의 금융 및 경제위기 극복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금융 및 경제위기 극복에 대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3%로,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42.9%)보다 7.4% 포인트 높게 나왔다. 하지만 연령간, 지역간, 정치성향간, 정당지지도 간에는 편차가 컸다. 연령별로 50대 이상에서 잘한다는 평가(66.9%)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40대 연령층에서는 긍정적인 평가(45.5%)와 부정적인 평가(46.8%)가 엇비슷했다.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높았다. 30대에서는 못한다는 평가(57.0%)가 잘한다는 평가(38.2%)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20대에서도 못한다는 평가(54.9%)가 잘한다는 평가(39.9%)보다 높게 나왔다. 지역별로는 인천·경기(59.7%)와 서울(53.2%) 등 수도권과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51.4%)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반면 광주·전라(67.3%)지역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대전·충청에서는 긍정적인 평가(47.5%)와 부정적인 평가(45.5%)가 비슷했다. 또 보수성향의 응답자는 이 대통령의 금융 및 경제위기 극복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63.7%)를 내렸다. 반면 진보성향 응답자는 부정적인 평가(53.2%)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지정당별로는 한나라당 지지층(75.4%)과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층(83.1%)에서 잘한다는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68.1%)과 국정수행 부정층(80.5%)에서는 금융 및 경제위기 극복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조재목특임교수·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74대 피아노 하늘로… 백남준과 영혼 결혼

    74대 피아노 하늘로… 백남준과 영혼 결혼

    “시대를 앞서가는 악동이었던 남준 오빠랑 이날 하루만 그의 신부로 영혼 결혼식을 한다는 의미의 퍼포먼스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의 첫번째 수상작가인 무용가 안은미(47)는 지난 28일 경기 용인시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 앞에서 74대의 피아노를 크레인을 이용해 하늘로 들어올렸다. 고(故) 백남준의 일흔넷 생애를 상징하는 피아노 가운데 한 대는 지상으로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 흰색 넥타이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안씨 역시 공중에 매달려 도끼로 피아노를 부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무용가 안은미와 함께 이승택, 캐나다의 로버트 애드리안 엑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설치작가 시엘 플로이에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의 작품은 내년 2월28일까지 아트센터에서 전시된다. 수상작가에게는 총 5만달러의 상금이 나눠 수여된다. 이영철 백남준아트센터 초대관장은 “백남준의 예술처럼 국제예술상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자 모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택(77) 작가는 1950년대 대지예술을 제작하고 불, 연기, 바람, 머리카락, 돌, 돈 등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만든, 시대를 앞서 간 작가였다.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인 이씨는 “백남준과 작업은 무관하나 새로운 비주얼을 위해 창조하는 정신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해외 작가 부문에서 선정된 로버트 애드리안 엑스는 1979년 전화기를 이용해 백남준이 시도했던 위성쇼 ‘미스터 굿모닝 오웰’처럼 세계를 연결하는 실험을 했다. 시엘 플로이에는 전등 스위치와 같은 일상의 오브제로 유머있는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안은미는 “몸을 써서 예술을 하고 무당같다는 점에서 남준 오빠와 공통점이 많다.”면서 “백남준처럼 장난이 가진 상상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놀래주는 예술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는 퍼포먼스의 마지막을 피아노를 불태우는 의식으로 장식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내이름은 버그파이 5번/백미숙

    [엄마와 읽는 동화] 내이름은 버그파이 5번/백미숙

    내 이름은 버그파이 5번. 벌레로 만든 파이가 아니다. 스파이 벌레라는 뜻이다. 비록 겉모습은 애벌레지만 하찮게 잎사귀나 갉아먹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특수 임무를 띠고 만들어진 위대한 몸이라 이거다. 그래봤자 버그, 벌레 아니냐고? 겉모습은 작은 벌레지만 내 몸 속에는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내가 보고 듣는 것을 본부로 보낼 수 있는 송신장치가 있다. 나를 개발하는 데 몇 명의 박사가 몇 년 몇 달 몇 일을 연구했는지 모른다. 어디 그뿐인가? 내 앞에 수백 마리에 이르는 벌레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다. 버그파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다섯 번째, 나는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시험 단계를 거치기 위해 임무에 나섰다. 버그파이 작전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바로 나에게 달린 것이다. 나는 꽃집 진열장 안에 있는 국화꽃다발 속에 있었다. 몸을 숨기기엔 소국만한 게 없다. 백합이나 장미에는 숨을 곳이 별로 없다. 소국의 잎과 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면 쉽게 들키지 않는다. 어느 아줌마가 꽃집 문 안으로 들어와 꽃들을 들여다본다. “와, 예쁘다. 이건 얼마예요?” “요거는요?” 아줌마는 손가락으로 이 꽃 저 꽃을 가리키며 값을 물었다. 지갑을 꺼내 들여다보며 잠깐 망설이더니 소국 한 다발을 샀다. 꽃집 언니, 아니 사실은 우리 본부 비밀요원이 나를 꽃다발 안에 살짝 넣었다. 눈에 안 띄게 잘 숨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는 잎사귀와 비슷한 색깔에 아주 작아서 숨으면 절대로 들킬 염려가 없다. 버그파이 1번은 파리였는데 사람 집에 들어가자마자 파리채에 맞아 부서졌다고 한다. 그러니 나도 사람 눈에 띄면 큰일이다. 애벌레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까. 집에 도착한 아줌마는 꽃병에 국화를 꽂았다. 그러고는 식탁에 올려놓았다. “와, 예쁘다. 가을분위기 나네.” 하고 중얼거리더니 카메라를 가져다가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꽃병 옆에 찻잔을 놓아보기도 하고, 표지 그림이 멋있는 책을 놓기도 했다. 이 아줌마도 혹시 사람파이는 아닌지 모르겠다. 카메라에 잡힐까봐 나는 국화 줄기 뒤로 꽁꽁 숨었다. 우리 버그파이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또 있다. 그건 바로 살충제다. 버그파이 2번은 바퀴벌레였다고 한다. 날랜 데다가 어디든 잘 다닐 수 있어서 버그파이로 아주 훌륭했는데 어느 날 살충제를 맞고 그만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해충으로 버그파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살충제는 사람 몸에도 해롭다고 하니 내가 식탁 위에 자리 잡은 것은 참 행운이다. 설마 음식을 먹는 식탁 위에 살충제를 뿌리진 못할테니까. 나는 아줌마를 열심히 감시했다. 아줌마는 꽃병이 놓인 식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집 아저씨와 아이들이 나간 뒤에 아줌마가 신문을 보며 밥을 먹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아줌마는 내가 보는 것도 모르고 밥을 씹다가 흘리기도 하고, 방귀를 뀌기도 했다. 아마도 본부에서는 내가 보낸 영상을 보며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아줌마가 내 눈에서 사라져도 소리는 들린다. 아줌마가 친구와 전화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의 소리 탐지 마이크로 들어오니까. 아줌마가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줌마네 집안일 뿐 아니라 아줌마 친구, 친척네 일까지도 다 알 수 있다. 아줌마 동생이 인터넷 홈쇼핑을 통해 무엇을 샀는지, 아줌마네 친구들이 한 달에 한번하는 모임을 어디서 하는지 모두 들린다. 아줌마와 그 주변에 대한 모든 소식을 예민한 나의 소리 탐지 마이크에 다 담아서 본부로 보낸다. 본부에서는 벌써 아줌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가만 보면 아줌마는 좀 웃긴다. 아줌마네 아이가 학교 갈 때면 졸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면서 아줌마는 신문을 보다가 끄덕끄덕 졸기 일쑤다. 저녁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컴퓨터를 켜고 있으면 조금만 하라며 끌 때까지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의 몇 배를 아줌마가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걸 나는 다 알고 있다. 아니 우리 본부에서는 다 알고 있다. 우리 본부가 버그파이를 개발한 목적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므로 나, 버그파이 5번은 이제 성공한 셈이다. 나는 본부에서 시킨 대로 아줌마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데, 살펴본 뒤에는 어떻게 될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원래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만들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만 국화잎의 쌉쌀한 냄새가 옆구리의 숨구멍으로 솔솔 들어온다. ‘하찮은 잎사귀 따위를 먹을 수는 없다. 나는 위대한 버그파이 5번인 것이다.’ 이렇게 외쳐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내 앞에서 뭔가를 자꾸 먹어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다. 나도 모르게 입을 오물대며 잎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잎사귀는 맛도 괜찮다. 나는 잎들을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국화 잎이 점점 없어졌다. 내가 먹어치우기도 했지만 시들어 먹을 수 없는 것도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줄기 위로 올라가 꽃잎을 먹었다. 꽃잎은 잎처럼 쌉싸름한 맛이 나면서 향긋했다. “아니 이게 뭐야?” 가까이서 큰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아줌마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벌레잖아! 준영아, 이리 와 이것 좀 봐.” 아줌마가 큰소리로 아들을 불렀다. 드디어 나는 들켜버린 것이다. “이 벌레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작은 벌레였는데 우리 집에 와서 크게 자란 거 같아. 처음엔 안 보였잖아.” 아줌마와 아들은 나를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은 무척 커져 있었다. 처음 이집에 왔을 때의 네다섯 배는 되는 듯싶었다. 이제 들켰으니 내 임무는 여기서 끝인가? 무사히 본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버그파이 3번은 무당벌레였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귀여운 모습의 벌레로 개발됐다. 들켜도 파리나 바퀴벌레처럼 죽는 일은 없도록. 채소가게에서 열무 단에 묻어 사람 집에 들어가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런데 인정 많은 그 집 아이가 꽃밭에 놓아준다고 바로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임무에 실패했다는 거다. 버그파이 3번에 비하면 나는 꽤 오래 버텼다. 아줌마는 카메라를 가져다가 꽃잎을 갉아먹는 내 모습을 찍었다. 이쪽 꽃에 뒷발을 걸치고 저쪽 꽃으로 건너가는 모습도 찍었다. 이 덩치로는 어디 숨지도 못한다. 내 몸을 가려줄 만큼 큰 잎도 없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나는 놀라서 몸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아주 기분이 나빴다. 누군가가 나를, 내가 하는 행동을 구경하는 건 참 언짢은 일이었다. 아줌마의 행동을 우리 본부 사람들이 다 보았다는 걸 알면 아줌마 마음은 어떨까? “식탁 위에 까만 게 떨어져 있기에 뭔가 했더니 벌레 똥이었나 봐.” “윽! 똥! 더럽게 식탁에…. 엄마, 벌레 얼른 밖에 버려.” 아들의 말에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를 밖에 버리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내가 똥을 쌌다는 사실 때문에. 그럼 나, 버그파이 5번은 먹고 똥도 싸고 몸도 자라는 살아있는 벌레였던 거야? “야, 불쌍하잖아. 밖에 버리면 추워서 얼어 죽을 거야. 곧 나뭇잎도 다 떨어지면 먹을 것도 없을 텐데. 저도 살아 있는 생명이라고 열심히 이만큼이나 자랐는데.” 내게는 더 이상 아줌마와 아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버그파이 4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같이 애벌레였던 버그파이 4번은 분명 시험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본부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다. 꽃집 언니가 나를 데리러 올 리도 없고, 내가 이 집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본부로 가는 길을 모른다. 내가 버려진 것처럼 그 애도 버려졌던 거다. 맛있게 먹던 꽃잎도 더 이상 먹기 싫어졌다. 그냥 아줌마를 엿보고 그것을 본부로 보내는 일이 내 임무라면서 내가 벌레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안 써줬다. 아니 내가 살아 있는 벌레라는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걸 가르쳐준 건 바로 아줌마다. “널 어쩌면 좋니? 곧 겨울인데 언제 번데기 짓고 나비인지 나방인지로 깨어날 거니? 참 딱하다.” 아줌마의 이야기대로라면 나는 지금 이 상태가 아닌 또 다른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아줌마한테 미안해졌다. 내가 얼마나 아줌마를 창피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나를 파리채로 때리지도 않고, 살충제를 뿌리지도 않고, 밖에 내다 버리지도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버그파이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줌마네 집에 불이 꺼져 깜깜한 밤에 나는 조용히 내가 살던 꽃병에서 내려왔다. 식탁을 타고 기어서 또 아래로 내려갔다. 따뜻한 바닥을 기어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는 곳을 향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처음 이 집에 오던 날, 좁은 마당에 잎이 많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가려는 곳이다. 거기 가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게 될 것 같다. 나는 신발들 사이를 지나 찬바람이 불어들어오는 틈으로 빠져나갔다. ●작가의 말 집에 꽂아놓은 국화꽃 화병에서 제법 자란 애벌레를 발견했다. 벌레가 징그러웠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어쩌지 못해, 잎과 꽃을 갉아먹으며 제 몸을 불린 벌레가 가엾어서 그대로 두고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벌레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어딘가로 숨어들어서 번데기를 짓고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 벌레를 보며 상상한 것을 동화로 만들었다. ●약력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꽃은 흙에서 핀다’로 당선했다. 제7차 교육과정 2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에 동화 ‘오른쪽이와 동네 한바퀴’가 실렸다. 저서:오른쪽이와 동네 한바퀴, 감자는 약속을 지켰을까?, 작은 숲이 된 의자, 코끼리 때문이라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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