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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무기력 한화

    [프로야구] 무기력 한화

    3경기 41실점 투수 부진 계속 투수코치 고바야시 사의 표명 고바야시 세이지(58) 투수코치가 김성근 감독의 팀 운영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한화가 5연패 늪에서 허우적댔다. 한화는 17일 대전에서 열린 LG와의 KBO리그 경기에서 4-6으로 지며 2승11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선발 등판한 송은범은 3과 3분의1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고전하며 4회 조기 강판됐고, 타선도 7안타 4득점에 그치는 등 투타 모두 난조를 보였다. 지난 14일 두산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던 송창식이 4와 3분의1이닝 동안 9피안타(4홈런) 12실점(10자책)을 기록하도록 투수 교체를 하지 않아 도마 위에 올랐던 김 감독은 이날도 선발을 조기 교체하고 권혁-송창현-장민재-윤규진-박정진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을 가동했지만 7회와 8회 만루를 잔루로 남기는 등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화는 최근 세 경기에서 41실점 수모를 당했다. 그동안 고바야시 코치는 김 감독의 마운드 운영에 이견을 제시하고 일부 코치의 월권에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감독은 지난 13일 고바야시 코치를 2군 코치로 내려보내고, 정민태 투수코치를 1군에 등록했다. 2군행을 통보받은 고바야시 코치는 강도 높은 쓴소리를 남긴 뒤 곧장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꼽혔던 한화는 에스밀 로저스, 안영명 등 선발 투수진의 공백에 이어 고바야시 코치까지 물러나며 총체적 난국에 몰렸다. 잠실에서는 보우덴(두산)이 7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3승을 수확하며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보우덴은 동료 니퍼트에 이어 개막 후 출전한 3경기에서 모두 선발승을 거뒀다. 넥센도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신인 투수 신재영의 활약을 앞세워 광주에서 KIA를 2-1로 누르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신재영은 지난 6일 데뷔전을 치른 이후 20과 3분의2이닝 무볼넷 행진을 이어 갔다. 롯데는 마산에서 NC를 8-5로 꺾었다. 이호준(40)은 현역 최고령 3000루타를 기록했지만 팀의 패배로 기쁨이 바랬다. SK는 연장 11회 혈투 끝에 수원에서 kt를 10-6으로 제쳤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마에다 겐타 ML 데뷔전 6이닝 무실점에 홈런 ´쾅´

    마에다 겐타 ML 데뷔전 6이닝 무실점에 홈런 ´쾅´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투수가 6이닝 무실점 호투에다 홈런까지 뽑아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일본인 투수 마에다 켄타(28·LA 다저스). 모두 84개의 공을 던져 6이닝 동안 5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 요건을 충족시켰고 팀이 7-0으로 이겨 데뷔전 승리투수로 기록됐다. 특히 4회초 솔로포까지 터뜨려 누구보다 강렬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다저스 구단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데뷔전 홈런은 1990년 8월 19일 조세 오퍼맨이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세운 뒤 거의 26년 만의 일이다. 마에다는 일본프로야구 시절 투수도 타석에 서는 센트럴리그에서 뛰어 8년 동안 통산 홈런 2개, 통산 타율 .147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는 시즌 개막 3연전을 모두 영봉패당하는 메이저리그 첫 구단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다저스 상대 세 경기에서 0-25로 무기력했다. 27이닝 무득점은 1943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26이닝 무실점을 경신했다. 다저스는 1963년 세인트루이스 이후 처음으로 개막 3연전을 모두 셧아웃시킨 팀이 됐다.   마에다는 1회초 4점을 뽑은 타선 지원을 등에 업고 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제이를 2루 땅볼, 코리 스팬젠버그를 3루 파울플라이, 켐프에게 큰 타구를 허용했으나 좌익수 플라이가 되면서 삼자범퇴로 막았다.  2회말은 위기였다. 마에다는 마이어스를 삼진으로 잡은 뒤 솔라르테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다가 송구 에러를 범했다. 1사 2루로 몰렸지만 데릭 노리스를 3루 땅볼, 알렉세이 라미레즈를 2루 땅볼로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3회말도 삼자범퇴로 넘긴 마에다는 4회초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앤드루 캐시너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터뜨렸다. 4회말 숀 켐프에게 우전안타, 마이어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3루로 몰렸다. 그는 위기 상황에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도움을 받았다. 마에다는 솔라르테와 노리스를 모두 1루 땅볼로 잡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5회말에는 세 번째 삼자범퇴. 6회말에는 첫 타자 제이의 뜬공이 내야진과 외야진 사이에 떨어지며 중전안타가 됐다. 켐프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1사 1, 3루로 몰렸는데 다시 곤잘레스가 호수비를 펼쳤다. 마에다는 마이어스의 1루 땅볼을 유도했고, 곤잘레스는 홈에 공을 뿌려 3루 주자 제이를 잡아냈다. 이어 마에다는 솔라르테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7회말 다저스는 마에다 대신 가르시아를 마운드에 올렸고 팀은 7-0 완승으로 샌디에이고를 격침시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조들호 박신양, 사슬에 묶여 무기력..‘자포자기 표정’ 대체 무슨 일이?

    조들호 박신양, 사슬에 묶여 무기력..‘자포자기 표정’ 대체 무슨 일이?

    조들호 박신양이 사슬에 묶인 사연은 무엇일까?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극본 이향희/연출 이정섭, 이은진/제작 SM C&C)에서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박신양(조들호 역)의 파란만장 스틸 컷이 공개됐다. 이는 5일 방송될 4회의 한 장면으로 사슬에 묶여 있는 조들호가 음식점 앞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무기력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건물과 하나가 된 듯 사슬에 묶여있는 그의 모습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조들호는 출입이 힘들 정도로 가게의 입구를 원천봉쇄 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그동안 의뢰인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열정으로 안방극장을 긴장케 만들어 왔던 그였기에 오늘 방송에서 보여줄 활약에도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관계자는 “사진 속 감자탕 집은 극 중 조들호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소다. 이번 사건 역시 ’조들호‘스러움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며 “왜 그가 무기력하게 앉아있어야만 했는지 방송을 통해 확인 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작품성과 시청률 모두를 인정받은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탄탄한 내공을 가진 배우들의 열연과 폭풍 전개로 ‘사이다 드라마’라는 호평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박신양의 몸을 감은 사슬의 정체는 5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4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SM C&C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가슴 타는 고통 “엄마, 왜 그렇게 참으셨어요”

    [메디컬 인사이드] 가슴 타는 고통 “엄마, 왜 그렇게 참으셨어요”

    “불이 치밀어 올라 죽겠어요”울분 삭이고 삭이다 생긴 병 보복운전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됐습니다. 처벌이 강화돼 상대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하다 적발되면 최대 징역 1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를 잠시도 참지 못하고 주변에 표출해 버리는 ‘분노조절장애’는 이런 보복운전과 맞닿아 있습니다. 극심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의 삶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면 어떻게 될까요. 한 해 10만~20만명이 화를 스스로 삭이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바로 ‘화병’(火病)입니다. 주변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 쓰린 가슴을 스스로 부여잡고 달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던 어머니들이 주로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참아야지”라며 수십 년 동안 화를 삭이고 또 삭이다 병이 됐는데 과연 치료가 가능할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3일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얼굴 화끈·가슴 답답한 폐경기 증상과 비슷 화병은 뚜렷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폐경기 증상과도 비슷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경험하셨듯이 ‘가슴에서 불이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때 “가슴이 타는 것 같다”고 호소합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며 소화불량이 심해집니다. 화를 억지로 참아내면서 뇌가 과도하게 각성되고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균형이 깨지면서 우울증이 심해집니다. 극도로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증상도 나타납니다. 정영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극심한 체중 감소”라며 “소화 기능이 떨어져 1~2년 사이에 5~10㎏씩 빠지고 바짝 마르며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했습니다. 조철현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신체 증상이 반복되면 ‘나는 안 되는구나’, ‘고통 속에서 살 필요가 없다’고 자포자기해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며 “우울증은 뚜렷하지 않은데 극도로 초조해하는 환자의 경우에도 당장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쁜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염질환만 전염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질환도 전염된다고 합니다. 조 교수는 “우울한 감정과 무기력감은 전염력이 있기 때문에 가족도 지치고 기가 빠지며 고통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50대 女환자가 男환자보다 2배 이상 많아 1996년 미국 정신과학회에서 우리말 화병(Hwa-Byung)을 한국인 특유의 정신질환으로 분류해 ‘문화증후군’으로 규정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화병은 문화증후군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분류된 질병코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 적응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증상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화병 환자가 있는지 참고 자료만 존재할 뿐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추정한 화병 환자 수는 2011년 11만 5000명, 2012년 12만 1000명, 2013년 11만명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진료 환자 수가 100만명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설 연휴 다음인 3월과 추석 연휴 기간인 9~10월에 진료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 교수는 “화병도 대부분의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나 갈등을 적절하게 해소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면서 만성화됐을 때 뇌의 변화가 유발돼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거에는 모두가 그랬기 때문에 여성들이 주관적으로 불합리성을 덜 느꼈을 수 있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여성들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성 역할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교수는 “여성 환자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과거부터 이어진 가부장적 문화의 영향이 클 것”이라며 “남성은 동료와 술을 마시면서 풀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화를 풀 수 있는 통로가 그래도 많은데 중년 여성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담원·판매원 서비스업 종사자도 많이 앓아 중년 여성 환자가 많다고 해서 꼭 주부만 해당되는 병은 아닙니다. 상담원, 판매원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도 많이 나타납니다. ‘고객 갑질’을 참다못해 신체 증상으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정 교수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느끼는 피해의식, 결국 을에 해당하는 사람이 화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표현했습니다. 병원을 찾아 증상을 치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처방받으면 1~2주 안에 서서히 증상이 개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장애를 단기간에 치료하려는 조급증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꾸준히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조 교수는 “정신질환 치료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는 병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약물 치료로 1~2주면 점점 좋아지는 느낌을 받지만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2주 이상의 투약과 전문가 상담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 교수는 “길게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보통 3개월 정도면 종결된다”며 “중요한 것은 본인의 깨달음”이라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는 근본적인 문제, 즉 시어머니와의 갈등, 남편의 외도 같은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은 의사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상담 치료를 계기로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음주는 독… 오히려 우울증 악화시켜 화병에 음주는 독(毒)과 같습니다. 각성 상태를 술로 강제로 이완시킨다고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키고 몸의 피로도만 높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는 숙면을 취할 수 없어 술을 마시고 잠드는 분이 많습니다. 정 교수는 “술을 먹고 억지로 이완시켜도 다음날 다시 증상이 나타나 악순환이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화병 환자에게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닙니다. 화병의 여러 증상으로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전문가와 상담할 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주변에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를 내고 감정을 소모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수십 년을 억누르고 살았던 사람이 단숨에 감정을 내보일 방법도 많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주변의 인간관계를 두텁게 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조 교수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여건상 사회적 관계 형성이 어렵다면 종교를 갖는 것도 좋다”며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과 정신을 위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 교수는 “하루 내내 올라갔던 긴장감과 각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pixabay
  • [문화마당] 구할 수 있었다/최진영 소설가

    [문화마당] 구할 수 있었다/최진영 소설가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월호에 관한 많은 책이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 기록을 담은 책에서부터 세월호를 추모하는 소설과 시,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병폐를 진단하고 분석한 수십 권의 책들…. 최근에는 ‘세월호, 그날의 기록’이 출간되었다. 세월호가 출발할 때부터 침몰하는 순간까지의 일을 세세하게 기록한 책으로, 세월호 관련 문서 15만 장과 3테라바이트의 동영상을 정리했다고 한다.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어째서 그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기록하고 기억하고 나누고 남겨야 한다. 비슷한 참사를 막아야 한다. 2년 전 그날, 우리는 봤다. 태풍 속에서 침몰하는 배가 아니라, 잔잔한 바다에서 조금씩 기울고 뒤집어지다 가라앉는 배를. 실종자 중 단 한 명도 구조자가 되지 못하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사람들은 계속 되물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어째서 그 많은 사람이 물에 빠져 죽어야 했느냐고. ‘세월호, 그날의 기록’의 목차만 보아도 왜 구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예고된 참사’ ‘늦은 출동’ ‘구조 계획 없는 구조 세력’ ‘상황 파악 못하는 상황실’ ‘책임자 없는 현장’ ‘선원이 구할 수 있었다’ ‘해경도 구할 수 있었다’ ‘구할 수 있었다’…. 해경은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펼치지 않았고 배가 50도까지 기운 상황에도 “침몰 위험은 없다”고 보고했으며, 사람을 구하기보다 청와대에 보고할 내용을 만들기 바빴다. 정부 기관은 언론을 통제하고 항적을 조작하며 구하지도 않으면서 구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세월호에 갇힌 사람들이 서로를 구하려고 손을 잡아 끌어올리고 창을 두드리며 소리 지르는 동안, 세월호 밖의 사람들은 윗선의 질책이 두려워 책임을 미루고 진실을 감추고 조작하기 바빴다. 세월호 공개 청문회에서도 그런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내게 세월호는 아직 눈앞의 사건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구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 선박의 무리한 개조와 결박하지 않은 화물, 유병언 회장이 죽었다는 보도, 해경과 언딘의 유착, 청해진 해운과 국정원의 유착, 해수부 마피아…. 유착과 비리, 부정부패와 거짓을 당연하게 여기는 환멸과 무기력의 말들. 매일 세월호를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저 맥락 없이 떠오른다. 밥을 먹다가도, 뉴스를 보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문득문득.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끔찍한 말들 또한 지워질 새 없이 업데이트된다. 가난한 집 애들이 불국사에나 가지 왜 제주도를 가다가 이런 사달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어느 목사의 말, 세월호 유가족에게 ‘시체장사’ 운운하던 어느 약사의 말, 학생들이 생각이 없어서 그런 일을 당했다는 어느 교수의 말…. 윤동주의 시 ‘팔복’(八福)이 떠오른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란 문장이 여덟 번 반복되다가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로 끝나는 시. 이제 겨우 2년이다. 20년도 200년도 아닌 2년.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세월호 얘기는 그만하라고 한다. 왜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가. 왜 분노하지 못하게 하는가. 왜 그조차도 못하게 하는가. 그저 가만히 있거나, 가만히 잊거나, 분노도 질문도 묻어두고 홀로 가만히 슬퍼하란 말인가. 그런 이에게 돌아오는 내일이란 진실도 구원도 없는 영원한 슬픔뿐인데. 4월이 온다. 세월호는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 지난 일이 아니다. 진행 중인 참사다.
  • [열린세상] 정치적 집단 따돌림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적 집단 따돌림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같은 해 행해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는 아픔과 지역을 넘어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화합과 통합이 국정 운영의 핵심 철학이 될 것임을 임기 초반부터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들이 집권 여당에서 벌어지고 있다. 집권 여당의 공천 잡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간에는 공천 학살이니 피의 숙청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떠돌기도 하는데, 아군과 적군에 대한 획일적인 편 나누기와 반대자에 대한 무지막지한 적대의식이 배후에 깔려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 학교나 회사에서만 따돌림이 일어나는 것으로 아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정치집단에서도 따돌림이 발생한다. 그것이 다른 따돌림과 차이가 나는 점은 약자가 아니라 강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따돌림은 상대방의 도전에 강한 위협을 느낄 때 작동된다. 보통의 피해자들이 순응하거나 무기력한 데 반해 정치적 따돌림의 대상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자신에게 충실하며 관습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해자들은 타인에 대해 요구하는 게 많고 존중심이 약하며 보복 성향이 높은 경향이 있다. 겉보기와 달리 가해자들이 자신에 대한 확신이 그리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자신의 정치이념이나 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내적으로 팽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회의감이 부각돼 위협이 감지되면 특정인을 희생양 삼아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행해질 수 있다. 자기 정당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상대방에 대한 공격 행위가 더 가혹해질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정치적 따돌림의 경우 얼마든지 정당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권력이 자기편에 있고 잘잘못을 공정하게 판가름할 제3의 권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따돌림이 정의이자 당위라는 가해자 측의 주장이 쉽사리 반박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국민들이 최종 심판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권 여당의 공천 잡음이 치졸한 정치적 따돌림의 부산물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증거들이 명백해도 눈감아 버리고 싶다. 그들에 대한 일말의 믿음마저 꺾어 버리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한 일간지와 공동으로 실시한 ‘경제심리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에서 경제 회복에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답변이 47.3%로 가장 많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리나라 경제 현주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도 51.2%의 응답자들이 한국 경제의 나이를 50대로 규정했다. 국민들의 반수가량이 우리나라의 경제 활력 수준을 낮게 보아 장기적인 경제 불황을 예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앞서 소개한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국회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44.4%로 가장 많았다.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 국민통합 국민의식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국민 통합을 가로막는 주요인으로 정치권 갈등을 들었다. 경제 회복과 국민 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정치권이 지목된 것이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뜻이라고 한다. 정치권, 특히 집권 여당에서 공천을 주도한 인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올해 설 명절에 각계각층에 전해진 대통령 선물은 대추와 버섯, 멸치였다. 각각 충북 보은, 전남 장흥, 경남 통영의 특산물이다. 화합과 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변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대목으로 이해하고 싶다. 배신 정치의 심판을 거듭 강조한 대통령의 진짜 의중이 정치적 다양성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동료들과 사전에 조율하지 못하고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려 한 후배 정치인에 대한 애정 어린 질책이었기를 바란다.
  • 무관심·차별로 무슬림 끌어안기 실패… ‘극단주의’ 키워

    ‘유럽 민주주의의 수도’ 벨기에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에 이어 이번 브뤼셀 테러 용의자들의 근거지로 밝혀지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벨기에 내 이슬람 사회의 고립화, 정치 불안정, 치안 당국의 무력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벨기에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극단화된 이슬람 이민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리아로 건너가 테러조직에 가입한 벨기에 국적자의 비율은 인구 100만명당 45명으로, 프랑스의 2배, 미국의 3배에 달한다. 2012년 이후 벨기에 출신으로 시리아, 이라크로 넘어가 IS 등 테러조직에 몸담은 사람은 470여명에 이르며 이 중 120여명이 다시 벨기에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이슬람 이민자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극단주의에 쉽게 기우는 배경으로는 벨기에가 이슬람 사회를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살람의 고향인 브뤼셀의 몰렌베이크는 인구의 30%가 이슬람 이민자 출신이다. 인근 지역과 분리된 채 슬럼화된 이곳의 실업률은 40%다. 희망 없는 청소년들이 극단주의에 물들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인 셈이다. 유럽의 잇따른 테러는 벨기에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함이 초래했다는 관측이다. 치안 당국은 몰렌베이크 등이 테러범의 소굴임을 인지했음에도 수수방관해 왔다. 지난해 파리 테러 용의자들이 이곳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당시 샤를 미셸 총리는 “(테러 사건은) 항상 몰렌베이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난 부주의에 대한 값을 치르고 있다. 더 많은 단속이 필요하다”고 뼈아프게 반성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벨기에 정부의 무능을 오랜 부패와 정실 인사에서 찾았으며, 언어에 따른 지역 갈등이 이슬람 사회에 대한 통합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테러범이 활개를 치는데도 이들을 감시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인구 1100만명인 벨기에의 정보기관 인력은 600명으로, 인구 1700만명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규모도 벨기에보다 적은 네덜란드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테러 감시가 소홀한 데다 사통팔달의 교통 환경도 이 나라를 ‘테러의 허브’로 만든 배경이다. 도로 또는 고속철도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과 다 연결돼 있어 벨기에는 유럽에서 테러범들이 이동하거나 몸을 숨기기에 가장 좋은 나라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엄마표’ 학원 광고/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엄마표’ 학원 광고/황수정 논설위원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있는 장면이다. 지난 1월 이준식 교육부 장관과 학원총연합회 관계자들의 만남. 학원 대표들을 장관은 정부서울청사로 초대했다.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학원들이 특강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니 오죽 답답했을까. 간담회 형식을 빌렸다지만 만남의 내용은 교육부의 통사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유학기제를 왜곡하는 과장 광고,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였다. 자유학기제를 안착시켜야 하니까 학원들이 제발 좀 알아서 도와 달라는, 백기 투항. 정책의 무기력을 꼬집는 우스개로 “정책 있으면 대책 있다”는 말이 있다. 그 어떤 정책에도 ‘대책’으로 스스로 진화하는 곳이 대한민국 학원가다. 그들의 발빠른 대응력을 당할 재간이 없는 정책이 몇 수 접어 달라고 매달렸지만 달라진 건 없다. 장관의 초대까지 받고서도 학원가가 성의를 보인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학원들은 여전히 자유학기제 집중 특강 중이다. 장관은 스타일만 구겼다. 학원들의 자신감은 근거가 분명하다. 그들의 ‘빽’은 학부모다. 정책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학원가를 먼저 탐색하는 쪽은 학부모들이다. 새 정책을 마냥 믿고 따라가기 불안해 안절부절못하는 엄마들. 이번에는 학원들의 나쁜 광고가 도마에 올랐다. ‘○○고 2학년 김○○ 강제 퇴원 확정: 규정에 의거에 경고 2회를 받아 퇴원 조치됐음을 공지합니다. 사유: 언제까지 시간이 없다고 할래? 변명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 차려라!’ 경기도 신도시 한 학원의 실제 게시물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한 달간 전국 10개 학원가를 점검한 결과다. 학생의 이름과 소속 학교가 완전 공개된 것은 물론이다. 악담과 조롱 수준의 경고에 신상 정보를 있는 대로 노출하는 것이 예사다. 공포 마케팅도 대세다. ‘마녀 스쿨’이라는 간판에 ‘목숨 건 강의, 공포의 관리’, ‘1분 지각하면 집으로 보내고 세 번 결석하면 퇴원’ 등의 문구를 광고판에 버젓이 새겼다. 교육도 인권도 안중에 없는 비정한 학원 광고들이 뭇매를 맞는다. 요즘 아이들에겐 학교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원이다. 도망칠 데 없는 사면초가의 공간이다. 극도의 성적 줄세우기, 경쟁 제일주의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담가 놓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학생 인권 침해 광고를 처벌하도록 학원법을 고치라는 목소리가 높다. 딱한 것은, 세상의 상식과 대한민국 엄마들의 속마음이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1분만 늦어도 벌칙을 주고, 5분만 늦어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고, 미주알고주알 성적을 까발리는 ‘망신 충격요법’에 먼저 안달 난 쪽은 엄마들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학부모들일까. 아니, 공교육을 믿지 못하게 망쳐 놓은 교육정책 탓일까. 헛바퀴만 돌아가는 답답한 이야기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이 나라’가 첫 대응만 잘 했다면…지카바이러스 확산 책임론

    ‘이 나라’가 첫 대응만 잘 했다면…지카바이러스 확산 책임론

    "브라질 지카바이러스 확산은 경제난과 부패 탓"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환자가 나온 브라질이 바이러스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건 경제난과 부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남미 언론은 "1930년대 이후 가장 혹독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브라질이 예산부족으로 지카 바이러스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여기에 부패사건까지 줄지어 발생하면서 공중보건시스템도 제기능을 하지 못해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환자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해 5월.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 이집트숲모기를 박멸하는 게 기본 대응이었지만 방역을 하지 못한 도시는 부지기수다. 인구 40만의 지방도시 캄피나 그란데는 지난해 말까지 모기 방역을 하지 못했다. 살충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년째 공중보건 분야에서 캄피나 그란데의 방역책임자 로산드라 올리베이라는 "중앙정부의 지카 바이러스 대응에 도대체 질서가 없다"며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전국적인 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해 11월까지도 캄피나 그란데는 살충제를 구하지 못해 방역을 못했다.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에선 특히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전국적인 살충제 대란이 발생했다. 최근 공개된 페르남부코주 질병관리센터의 보고서를 보면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구입할 수 없다면 (보다 저렴한 화학물질인) 염소를 사용하거나 모기를 잡아먹는 물고기를 키워 모기를 방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중보건시스템도 붕괴되기 일보직전이다. 브라질 북동부의 지방도시 몬테이로에 있는 한 공립병원은 지난해 12월 진통제가 떨어져 발을 굴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환자가 밀려들면서 확보했던 진통제를 하루 만에 다 써버린 탓이다. 이 병원은 15개월째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횡령 등 부정부패는 지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브라질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브라질 파라이바주에선 검찰수사가 시작된 보건분야 부패사건만 96건에 달한다. 지난해 브라질에선 소두증 신생아 6500여 명이 태어났다. 이 가운데 40%가 페르남부코와 파라이바주에서 집중적으로 태어난 건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브라질에선 150만여 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초기에 특별예산을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했다면 지카 바이러스 사태는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진=엘파이스 손영식 중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
  •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기업 구조조정사 산증인’ 박상배 전 산업銀 부총재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기업 구조조정사 산증인’ 박상배 전 산업銀 부총재

    “기아차가 그렇게 갑작스레 무너질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을 못 했습니다. 나중에 열어 보니 안 쓰러지는 게 이상할 정도로 곪아 있었죠. 무기력한 경영진, 노조의 극심한 저항,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힘들긴 했지만 그때 기아차를 현대가 아닌 다른 곳에 매각했더라면 지금쯤 우리 자동차산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97년 기아자동차 몰락은 대규모 인력 감축과 금융 부실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 당시 특수관리부장으로 기아차 매각을 이끌었던 박상배(71) 전 산업은행 부총재는 20일 “아쉬운 점이 많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느새 일흔을 넘겼지만 그를 빼놓고 국내 구조조정 역사를 말하기는 어렵다. 기아차, 대우차, 현대상선 등 굵직한 기업 수술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경험·정보 부족… 인수자 놓쳐 후회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는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대우, 삼성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줄줄이 외국계 회사로 넘어가며 현대차의 독점 체제를 굳히는 결과를 낳았다. 박 전 부총재는 “지금 돌이켜보면 삼성이 인수를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국내 자동차산업이 현대와 삼성 양대 축으로 형성돼 국제 경쟁력도 얻고 훨씬 발전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물론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아차 이전엔 그렇게 큰 구조조정이 없었던 데다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제대로 된 격론조차 없이 괜찮은 인수자들을 다 놓쳐 버린 것 같아 후회된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기아차 인수 후보자는 현대차, 대우, 삼성, 포드(미국) 네 곳이었다. 삼성이 가장 유력했으나 삼성이 인수를 하면 대량 해고가 있을 거라고 여긴 노동조합의 반대가 극심했다. 정부도 내심 삼성보다 포드가 들어오면 국내에 미군 부대 1개 사단이 주둔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거라는 계산을 했다. 박 전 부총재는 “이 과정에서 삼성도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인수를 포기했고 그동안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현대가 마지막 입찰에서 적극적으로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채권銀 보신·노사 불화 구조조정의 적 포드도 뛰어난 기술력과 자동차 시험장을 갖고 있던 기아차 인수에 관심이 컸다. 입찰가도 가장 높이 써내 유력했지만 예기치 못한 데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기아차 매각에는 트럭이나 버스 등을 주로 생산하던 아시아차도 동시 매각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박 전 부총재는 “아시아차를 끼워 팔려는 우리 생각과 달리 승합차와 승용차를 구분해서 보던 미국(포드)에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서 “분리 매각도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런 배경 지식이 없었던 데다 아시아차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그렇게 할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후 현대차는 마지막 실사에서 기아차 직원들의 제보로 불량 재고 등 추가 부실을 문제 삼으며 헐값 인수에 성공한다. 200건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맡았던 박 전 부총재는 최근 구조조정이 다시 국가적 화두로 대두된 데 대해 착잡해했다. 그러면서 “예나 지금이나 워크아웃을 진행할 때 협약 외 채권자들의 이기적인 채권 회수, 채권은행의 보신주의, 경영진과 노조 간 협력 부족이 구조조정의 최대 적”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는 “난파된 배를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노동자의 협력과 최고경영자(CEO)의 과감한 결단력”이라면서 “노조의 횡포에 대해 정면 대결하면서도 솔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CEO를 선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채권기관에 대해서도 추후 이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면책 약속과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비즈 in 비즈] ‘기업 떼법’ 부추기는 면세점제도 개선

    [비즈 in 비즈] ‘기업 떼법’ 부추기는 면세점제도 개선

    면세점 특허 ‘3차 대전’이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1·2차 대전 결과 HDC신라, 한화, 두산, 신세계,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이 신규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얻었습니다. 반면 롯데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이 특허를 박탈당했습니다. 정부 용역 보고서 한 권이 ‘3차 대전’을 촉발시켰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6일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5년 시한부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특허 기간 연장을 현행 기업에 대해 소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 ‘현행 기업’에 해당하는 곳이 롯데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입니다. 결국 ‘롯데와 SK를 구하기 위한 특혜 대전’이란 관전평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패자가 부활전의 기회를 얻기까지 딱 넉 달, 124일이 걸렸습니다. 올 하반기에나 면세점 특허제도 개편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보다 빠른 진행입니다. 면세점 폐점과 함께 관광특구 여망이 좌초될까 주민 대상 서명운동에 돌입한 시민단체나 해직 위기에 처했다는 폐점 면세점 근로자들의 항변이 추진력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3차 대전’의 이른 촉발은 역설적으로 면세점 산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당장 SK워커힐점으로부터 두산면세점이 고용과 재고를 한꺼번에 승계하려던 협상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SM면세점의 권희석 대표는 “지난달부터 경력직 판매사원을 뽑을 수 없게 됐고, 럭셔리 브랜드도 국내 면세시장이 포화 상태인지 우려하며 입점 협상에 소극적”이라고 털어놨습니다. 하반기 면세점 구도가 가늠되지 않으니 면세점 간 전문 판매 인력의 이동, 면세점 산업 재편이 올스톱 상태에 놓였습니다. 가장 무참하게 깨진 것은 ‘법의 안정성’입니다. ‘5년 시한부 특허’ 등의 내용을 담아 2년간의 상임위 논의 끝에 2012년 개정된 관세법은 ‘대기업의 면세 특혜 독점 방지’란 입법 취지를 시험해 보지도 못한 채 무기력해지기 직전입니다. 입찰 당시엔 ‘5년 시한부 특허 조건’에 순응해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이 탈락 뒤 입장을 바꿔 떼를 쓰자, 이미 오래전 개정돼 지난해 시행된 법이 흔들리는 형국입니다. 홍희경 기자saloo@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서울의 낮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올랐던 지난 4일, 덕수궁 근처의 식당에서 만난 김도연(64) 포스텍 총장은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전에는 진짜로 190㎝였는데 나이 먹더니 좀 줄어든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는 그에게 척박했던 국내 공학연구의 토양을 개척하고, 교수와 행정가의 길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두뇌집단인 포스텍을 이끌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 봤다. -“헤이, 무슈(미스터) 김. 여기 신문 좀 봐봐. 너네 나라 얘기 맞지?” 얼마 전에도 그러더니 기숙사에 같이 있는 녀석이 또다시 아침부터 자존심을 긁었다. 기사 제목이 대략 ‘한국은 세계에서 아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였다. 버려진 한국 아기들의 해외 입양에 대한 특집기사였다. 그 프랑스인 학생이 아시아 후진국에서 온 유학생을 조롱할 목적으로 기사를 보여준 건지, 단순히 관심을 나타낸 것뿐인데 내 자격지심이 옹졸하게 받아들인 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1976~79년에 걸친 3년 반의 프랑스 유학생활 동안 나는 ‘해외에 나가면 자기 나라 국력만큼 대접받는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절감해야 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결심했다. “열심히 배워 한국으로 돌아가서 너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만들어 다시 돌아오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석사를 마친 1976년 초,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해외 유학은 당초 나의 인생 로드맵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를 마치면 돈을 벌고 싶었다. 어려서 나의 장래희망은 ‘과학자’도 ‘선생님’도 아닌, 오직 ‘부자’였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박사과정에 진학할지, 취업을 할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 졸업생 중 프랑스로 유학하는 학생들에게는 프랑스 정부에서 특별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당시 대한항공이 자국산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해 준 데 대한 프랑스의 정부 차원의 보답이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그때 나와 같은 케이스로 프랑스 유학 길에 올랐다. -“돈을 벌려고 해도 석사보다는 박사 학위를 받고 와야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겠나.” 당시 프랑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우리는 달에 못 가는 게 아니라 가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미국의 달 착륙을 평가절하했던 프랑스였다.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나중에 한국에 수출한 초고속 열차 ‘TGV’,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기술 등이 다 프랑스의 대학과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6개월의 프랑스어 랭귀지 스쿨을 거쳐 그해 가을 미셰린타이어 공장으로 유명한 소도시 클레르몽페랑의 블레즈파스칼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자원했기 때문에 유학 생활의 대부분을 파리에 있는 르노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보냈다. 산학협력 과정을 택했던 건 기술의 현장 응용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현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생존 차원의 절박함 때문이기도 했다. 유학 시작 6개월 만에 한국에서 아내가 건너 왔는데, 프랑스 정부가 주는 장학금으로는 나 혼자 살아가기도 빠듯했다.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하면 르노자동차에서 추가로 연구비와 생활비를 줬다. 자동차 생산공장에 딸린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어떻게 특허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생산라인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실용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평안도의 기독교 집안이었던 우리 가족은 북한 정권의 종교 탄압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나는 1952년 피란지인 부산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왔다. “공부는 반에서 중간 정도만 해라. 대신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라.” 아버지는 중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왜 다른 집들처럼 공부하라고 얘기를 안 하시지?’ 어린 마음에 섭섭함까지 들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말씀만큼은 참 잘 지켰다. 경기고 우리 교실 60명 중에 30등을 왔다 갔다 했다. 동창 중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며 천재 소리를 듣던 친구가 나노 분야 최고 전문가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우리 학교의 임지순(65) 석좌교수다. -197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마치고 카이스트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 당시 카이스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대단했다. 20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병역 의무가 면제됐고, 석사 과정인데도 나라에서 당시 직장인 평균 월급(4만 5000원)의 3분의1이나 되는 1만 5000원을 다달이 생활비로 보조해 줬다. 카이스트 교수들의 월급은 서울대 교수의 3배였고, 아파트도 나왔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면 대통령이 공항까지 관용차를 보내 줬을 정도였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1979년 7월 돌아옴과 동시에 아주대 기계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그때 나이 27세. 아주대는 1971년 우리나라와 프랑스 정부의 한·불 기술초급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 이행을 위해 설립된 학교였는데, 1977년 당시 김우중 대우실업 사장이 인수를 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을 교수로 많이 채용했다. -아주대에서 나는 ‘빡빡이 교수’로 불렸다. 병역은 면제받았지만 3주 군사훈련은 필수였다. 귀국하고 얼마 후 훈련소에 들어갔는데, 지금과 달리 그때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박사님이 그 정도밖에 못하나.” 남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고 들어온 나를 훈련소 조교들이 얼마나 괴롭히던지. 훈련소를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그해 9월 1일 첫수업을 하러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내가 교수라고 하자 처음에는 믿지를 않았다. 군인 머리를 한 멀대 같은 청년이 허여멀건 얼굴로 다니면 먼 발치에서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교수 임용 2개월도 안 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는 ‘10·26사태’가 일어났다. 이듬해 5월까지 대 학이 문을 닫았다. 계엄령 초기에는 교수들까지 완전히 통제했는데, 얼마 후 교수들은 연구실 출입이 허용됐다. 학교 정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연구실로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어느 날 버스에 올라온 계엄군이 출입증을 검사하더니 내 직위에 ‘조교수’로 돼 있는 걸 보고는 “야, 조교는 내려. 교수도 아닌 게 왜 여기에 타고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옆에 있는 다른 동료 교수가 ‘조교’가 아니라 ‘조교수’라고 말해 줘서 들어갈 수 있었다. -1982년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학과 졸업생을 교수로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덕에 1969년 재료공학과 창립 이후 2회 입학생이었던 나는 서울대 교수로 옮길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이외 대학 이공계에서는 인문사회 계열처럼 그냥 강의만 이뤄졌다. 실험실이 갖춰진 대학이 거의 없었다. 절삭공구 하나 변변한 걸 찾기 힘들었다. 아주대에 있을 때도 학교에서 연구를 위한 실험은 거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견기업과 손잡고 기술 실용화 연구를 함께 했었다. 사실 아주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기술회사를 창업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꿈을 버렸다.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좋은 논문을 쓰는 공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비로소 하게 됐다. -당시 연구환경이 얼마나 척박했는지는 상상도 못 한다. 요즘에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국내에서 연간 5만건 넘게 나오지만 서울대에 부임하던 해에는 전체 100건이 안 됐다. 제대로 된 첫 논문은 일본 정부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1984년 일본이 전 세계 청년 학자들을 초청해 일본 문화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졌는데, 나는 2개월 반 동안 일본무기재료연구소에 갔다. 거기서 현지 연구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다. 그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1986년에 처음 SCI급 논문을 낼 수 있었다. -우리 사회 전체에 민주화 바람이 불던 1980년대, 대학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학생과 전투경찰이 아침에 캠퍼스에 같이 등교하던 시절이었다. 1987년 부교수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배 교수가 연구실에 찾아와 종잇장 하나를 꺼내 놓았다. “김 교수, 여기에 사인해. 나만 믿고 그냥 하면 돼.” 그 선배가 시키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흔쾌히 사인을 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서울대 교수 4·13 호헌반대’ 성명이었다. 사인을 한 다음날 모든 신문 1면을 그 기사가 장식했고, 해당 교수들 이름이 모두 실명으로 게재됐다. -아침부터 연구실 전화가 불이 났다. 가족이며 친척, 친구들이 “큰일 난 거 아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걱정은 됐지만 특별히 겁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잘리면 잘리는 거지. 그런데 해직교수가 되고 나면 나는 뭘 먹고살아야 하지? 당초 꿈대로 돈이나 벌까?’ 그러나 6·10항쟁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민주화의 물결 아래 우리 서명 교수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 같은 것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수시로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현실을 한탄하며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교내에 경찰이 들어와 제자들을 폭력적으로 체포해 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던 나는 30대 나약한 젊은 교수일 뿐이었다. 마음이 참담했고 학생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4·13 호헌반대 성명에 서명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의 괴로움은 한층 더 컸을 것이다. -조용히 연구나 하던 사람이 2005년 갑자기 동료 교수들의 추천으로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으로 뽑혔다. 1990년대 초에도 학생 담당 부학장이라는 보직을 맡기는 했는데 공대 학장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과학 행정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2007년까지 공대 학장을 했었는데 졸지에 2008년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합친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됐다. 6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두고 울산대 총장으로 갔다. 그러다 다시 2011년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도 않지만 일이 주어지면 싫다고 거부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학생들에게 ‘과학’과 ‘기술’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당연히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역할도 다르다. 과학자는 ‘새로운 지식과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엔지니어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만들어 돈을 벌게 해주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노벨상은 엔지니어들이 받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의 영역이다. 그런 개념도 없이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이 되면 기술을 전공한 공학자들에게 “왜 노벨상을 받는 연구를 못 하느냐”고 질타하는 사람들이 있다.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얘기다. -충북 감곡에서 주말농장을 하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과학기술은 농사 짓는 것과 비슷하다. 씨를 뿌리고 움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빨리 채소나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씨를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계속 흙을 뒤적이거나 이제 막 싹이 텄는데 키를 키우겠다고 잡아 늘이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노벨상 수상자가 당장 몇 년 안에 나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을 넘어서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우지 못하는 교육을 시키는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과학기술 정책이나 교육시스템을 지금처럼 운영해도 문제 없구나’ 하는 착각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술이 적당히 센 편이다. ‘논어’의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이란 말을 자주 인용한다. 내가 좇는 공자의 주도를 압축한 말이다. 공자의 주량은 거의 무한대였는데, 어지러운 데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 역시 실제로 이른바 ‘필름’이 끊겨 본 기억은 없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클레르몽페랑 제1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는 재료공학 중 무기재료(세라믹) 공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발표한 논문이 200편이 넘는다. 세라믹은 전자재료, 내열재료뿐만 아니라 강철을 절단하는 재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연구자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행정가로서 경험이 풍부하다. 다양한 이력 때문에 고든리서치 콘퍼런스를 포함해 세계적인 학술회의에 40회 이상 초청받아 강연자로 나섰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시절에는 공대 학생들의 결혼식 주례를 도맡다시피 했다. ▲1952년 부산 출생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공과대학 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울산대 총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포스텍 제7대 총장
  • 韓·中-美·中, 북핵 ‘출구 전략’ 논의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30일 미국을 방문한다. 이번 회의에는 미·중·일 등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상 채널에서 북핵 대응 방안을 비롯해 어떤 논의들이 오갈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16일 박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순방 계획을 공개하며 “변화하는 핵테러 위협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핵안보 강화를 위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는 한편 지속적인 국제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올해가 마지막 회의이며, 이번에는 전 세계 52개국 지도자 등이 참석해 정상성명(코뮤니케)을 채택한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한·미 정상 외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 아베 신조 총리도 모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회의 기간 동안 이들 정상 간에 양자 또는 3자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는 이번 회의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정상 간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란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한·미는 대북 제재 이행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 및 양자 제재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에는 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5자 회담까지 포용하는 듯한 입장을 밝혀 이번에 한·중 또는 미·중 정상이 ‘출구 전략’ 차원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지 관심이다. 지난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처음으로 한·일 정상이 재회할지도 주목된다. 일본 언론들은 벌써부터 일본 정부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일 및 한·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이 위안부 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언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각국 정상 앞에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합의’를 무기력하게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이어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멕시코를 공식 방문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전문] ‘컷오프’ 이종훈 의원 아들 “이한구+그 분, 철 없는 일진 놀이…아버지가 이겼다”

    [전문] ‘컷오프’ 이종훈 의원 아들 “이한구+그 분, 철 없는 일진 놀이…아버지가 이겼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측근인 이종훈 의원이 15일 공천에서 배제된 가운데 이 의원의 아들이 SNS를 통해 당의 결정에 대해 “일진들의 왕따 놀이 같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종훈 의원의 아들인 이우진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자랑스러운 새누리당 분당갑 국회의원 아버지께”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방금 회사에서 야근하다 뉴스를 봤다”면서 이 의원의 ‘컷오프’에 대한 심경을 써내려 갔다. 이씨는 “지금까지 아버지께,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항상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열심히 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아버지 뜻 때문에 참았다”면서 “저도 사실은 내심 민주주의 국가의 집권 여당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을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자신들이 싫어한다는 이유 만으로 자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제가 틀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저는 아버지가 항상 자랑스러웠다”면서 “온갖 뉴스에서 ‘쓰레기 국회의원’으로 욕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항상 최고의 악질로 그려지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을 갖고 계셨지만 제 아버지는 그런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지역에서나 여의도에서나 너무나 모범이 되는 아버지였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답답할 정도로 착하시고 정의로우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저는 가끔은 아버지가 좀 더 약삭빠르게 언론 플레이도 하시고 센 언행으로 이슈가 되시면 유명해지시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나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면서 얼마나 아버지가 깨끗하고 열심히 의정활동과 지역 활동을 하셨기에 저렇게 자르기 힘들어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번 존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특히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을 두고 “적어도 제가 아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개개인이 입법 기관이며 대한민국은 3권 분리가 되어 있는 나라”라면서 “그 날부터 제 눈에 ㅇㅎㄱ(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위원장이나 ”그분“이나 친박 실세라는 분이나 모두 철없이 학교에서 일진 놀이 하는 아이들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사회의 모범이 되고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왕따 놀이’를 하는 게 참 어이가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비록 집권 여당의 기호 1번을 받지 못하셨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면서 “제가 주말마다 만난 분당갑 지역 분들은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셨고 이번 컷오프를 통하여 아버지의 억울함을 아셨을 거라 생각한다. 새누리당이라는 거대한 빽 없이 당선되기 아주 힘들겠지만 저는 아버지가 무기력해지지 않고 끝까지 싸우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유승민 의원님과 함께 시작한 아버지의 싸움이 지금은 패배한 것처럼 보일지언정 언젠가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 역사 속에 아버지는 적어도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한 정치인으로 남으실 것이기 때문에 이미 이긴 싸움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비록 지금은 공천에서 잘린 국회의원의 아들로 아무런 힘이 없어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페북을 통한 편지 한 장일지언정, 언젠가 아버지가 계속 싸우시고, 유승민 의원님이 계속 싸우시고 다른 훌륭한 분들도 싸우시고 국민들이 이들을 지켜준다면 대한민국도 정부가 국민을 무서워하는 나라가 될 것이며 아버지 같은 정치인이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이견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며 소신 있고 정치 철학이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며 거듭 이 의원을 향해 응원을 보냈다. 다음은 이씨가 이종훈 의원의 페이스북에 남긴 편지 전문. 자랑스러운 새누리당 분당(갑) 국회의원인 아버지께, 아버지,방금 회사에서 야근하다 뉴스를 봤습니다.지금까지 아버지께,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항상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열심히 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아버지 뜻 때문에 참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걱정될까 봐 하신 말씀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저도 사실은 내심 민주주의 국가의 집권 여당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을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자신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근데 제가 틀렸네요. 경제 연구원으로 시작하여 대학교수로 지금까지 살아오신 아버지께서 처음 국회의원을 나가시겠다고 하셨을 때 저는 아주 기뻤습니다. 그동안 저를 유학 보내시기 위해 돈 버시느라 하고 싶었던 일을, 잘하시는 일을 하지 못하시는 게 안타까웠거든요. 저도 항상 알고 있었어요. 아버지는 공부도 잘하셨고 똑똑하시지만, 책상에서 공부만 하실 분은 아니라는 것은요. 그러나 제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원하시는 마음에 정작 원하시는 일을 하시지 못하셨던 거를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아버지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불편하지만 조심히 살았고, 아버지로 인한 어떠한 혜택도 받지 않으려 했어요. 정치인의 부인으로 사는 게 쉽지 않았을 어머니에게도 힘이 되려고 노력했고요. 사실 국회의원의 아들로 사는 것이 저에게는 항상 짐이고 불편함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이 우리 아버지는 이종훈 의원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저는 아버지가 항상 자랑스러웠습니다. 온갖 뉴스에서 쓰레기 국회의원으로 욕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항상 최고의 악질로 그려지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을 갖고 계셨지만, 제 아버지는 그런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지역에서나 여의도에서나 너무나 모범이 되는 아버지였으니까요. 답답할 정도로 착하시고, 정의로우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저는 가끔은 아버지가 좀 더 약삭빠르게 언론플레이도 하시고 쎈언행으로 이슈가 되시면 유명해지시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면서, 얼마나 아버지가 깨끗하고 열심히 의정활동과 지역 활동을 하셨기에 저렇게 자르기 힘들어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를 다시 한번 존경하게 됐어요. 아버지도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오지 않았기에 이번 일이 얼마나 저에게 상처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나마 가장 힘들었던 거는 이중국적자로 군대 가면 멋있는 줄 알고 자진해서 군대 갔다가 고생했던 거 외에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착하신 아버지에게는 이번 일이 저에게 보다 더 큰 상처가 될까 봐 걱정도 되네요. 비록 지금은 공천에서 잘린 국회의원의 아들로 아무런 힘이 없어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페북을 통한 편지 한 장일지언정, 언젠가 아버지가 계속 싸우시고, 유승민 의원님이 계속 싸우시고, 다른 훌륭한 분들도 싸우시고, 국민들이 이들을 지켜준다면, 대한민국도 정부가 국민을 무서워하는 나라가 될 것이며, 아버지 같은 정치인이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이견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며, 소신 있고 정치 철학이 있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라 믿어요. 얼마 전 무한도전을 보다가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나쁜 기억 지우개라는 주제였는데, 어느 한 분이 과거에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학창시절 심한 왕따를 당하여 지금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백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분은 그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하셨고, 다른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셨고 그 말은 “무기력해지지 말고, 지더라도 맞서 싸웠으면 좋겠다”였어요. 당시 자신이 따돌림은 주도하였던 친구들에게 한 번도 맞서지 못 했던 것이 계속 상처가 된다고 그러면서요. 그 장면을 보는데 저도 눈물이 나면서 왜 착하고 열심히 일한 내 아버지는 법적으로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권력을 탐내는 “그분” & 패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은 당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제가 아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며, 대한민국은 3권 분리가 되어있는 나라인데요. 사실 그날부터 제 눈에 ㅇㅎㄱ 위원장 나, “그분”이나 친박 실세라는 분이나 모두 철없이 학교에서 일진 놀이하는 아이들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사회의 모범이 되고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왕따 놀이를 하는 게 참 어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비록 집권 여당의 기호 1번은 받지 못하셨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진 않았습니다. 제가 주말마다 만난 분당 갑 지역 분들은 항상 저희를 응원해 주셨고, 이번 컷오프를 통하여 아버지의 억울함을 아셨을 것이라 생각해요. 새누리당이라는 거대한 빽없이 당선되기 아주 힘들겠지만, 저는 아버지가 무기력해지지 않고, 끝까지 싸우시길 바랍니다. 저도 이제는 아버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싸울게요. 유승민 의원님과 함께 시작한 아버지의 싸움이 지금은 패배한 것처럼 보일지언정, 언젠가 세상 사람들은 알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 역사 속에 아버지는 적어도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한 정치인으로 남으실 것이기 때문에 이미 이긴 싸움을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초심 잃지 마시고 이미 이긴 싸움이라고 방심하시지도 마시고,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청년들이 행복하고, 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모두가 납득할만한 상식적인 사회를 만드시겠다는 목표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싸우시길 바랍니다! 2016년 3월 15일 아들 이우진 올림.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핫뉴스] ‘생사기로’ 선 유승민… ‘미운 털’ 박힌 과거 발언 어땠길래?[핫뉴스] 김종인 “박근혜 정부, 낙제점 아니지만 잘한 정책 없어”
  • 中 양회방송도 중단 승리 속보로

    中 양회방송도 중단 승리 속보로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바둑 고수 커제(柯潔·19) 9단은 13일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 데 대해 “프로기사들의 자존심을 되찾아 줬다”며 기뻐했다. 커 9단은 이날 현지 스포츠TV 대국 해설 등을 통해 “알파고는 오늘 무기력했다. 이 9단이 직업 바둑 기사로서 존엄을 일부 만회했고 분풀이도 제대로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9단의 승리로 우리가 알파고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 9단이 내일도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컴퓨터에 일부 ‘버그’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계산 능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한계가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커 9단은 “나 역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생겼다. 알파고는 내게 도전할 자격이 아직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이 9단이 잇따라 패한 3국 이후 “경악했다”, “위축됐다”며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이날 이 9단의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중국 언론들도 이 9단의 승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중계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인간의 인공지능에 대한 승리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양회 기간 일부 인터넷을 통제해 누리꾼들이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못 본다며 불만을 터뜨린 가운데 이례적인 보도로 받아들여졌다. 전날 “바둑 고수 1개 부대는 몰라도 한 명의 기사는 알파고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던 구리(古力) 9단도 환구망(環球網)에 “이 9단이 신의 한 수를 둬서 전세를 역전시켰다”고 말했다. 환구망은 “이는 인류의 체면을 지킨 승리”라고 평가했다. 신화통신도 “인간 바둑 챔피언이 3연패 끝에 마침내 인공지능을 이겼다”며 “이 9단은 최소 1승은 거두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언론통제 조치의 하나로 구글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구글의 알파고와 커 9단 대결 추진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치부하면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애니멀 픽!] 반려견 눈에 당신은 이렇게 보인다…8가지

    [애니멀 픽!] 반려견 눈에 당신은 이렇게 보인다…8가지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원을 원한다면 반려견이 최선일 듯싶습니다. 친구도, 배우자도 당신을 배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죠. 당신이 왜 슬픈지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때에도 반려견은 당신과 논쟁을 하거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와 같이 따지듯 묻는 질문을 반복해서 하지 않고 단지 들어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집에 도착했을 때 반려견의 격한 환영 인사는 고민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무언가 잘못하고 심지어 자신을 미워하는 경우에도 반려견의 눈에 만큼은 당신이 잘못된 일을 할리가 없습니다. 최근 해외 예술가 켈리 엔젤은 우리 인간이 자신을 볼 때와 반려견이 우리를 볼 때 느끼는 생각을 간단하게 비교하는 이미지 몇 장을 만들어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상황에 따라 당신 생각과 달리 반려견의 생각을 간단하게 나타낸 것입니다. 당신이 우울한 날에도 반려견은 확실한 당신의 응원군이 될 것입니다. ■ 당신이 자신을 볼 때 VS 반려견이 당신을 볼 때 ① 슬프고 우울한 구름 같아 VS 따뜻한 햇살 같아 ② 궁핍하고 무기력해 VS 독립적이고 능력 있어 ③ 실패했어 VS 항상 성공해 ④ 잡티가 생겼어 VS 뽀뽀하고픈 곳이 생겼어 ⑤ 쓸모 없어 VS 최고의 사람이야 ⑥ 버거운 사람이야 VS 일류 요리사야 ⑦ 못 생겼어 VS 아름다워 ⑧ 평범한 사람이야 VS 슈퍼히어로야 사진=ⓒ포토리아(맨위), 켈리 엔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반려견은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으로 본다?!

    반려견은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으로 본다?!

    친구나 배우자, 가족이 당신을 이해하는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당신이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집에 도착했을 때 반려견의 격한 환영 인사는 고민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왜 슬픈지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때에도 반려견은 당신과 논쟁을 하거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와 같이 따지듯 묻는 질문을 반복해서 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다. 당신이 무언가 잘못하고 심지어 자신을 미워하는 경우에도 반려견의 눈에 만큼은 당신이 잘못된 일을 할리가 없다. 최근 해외 예술가 켈리 엔젤은 우리 인간이 자신을 볼 때와 반려견이 우리를 볼 때 느끼는 생각을 간단하게 비교하는 이미지 몇 장을 만들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음은 상황에 따라 당신 생각과 달리 반려견의 생각을 간단하게 나타낸 것이다. 당신이 우울한 날에도 반려견은 확실한 당신의 응원군이 될 것이다. ■ 당신이 자신을 볼 때 VS 반려견이 당신을 볼 때 ① 슬프고 우울한 구름 같아 VS 따뜻한 햇살 같아 ② 궁핍하고 무기력해 VS 독립적이고 능력 있어 ③ 실패했어 VS 항상 성공해 ④ 잡티가 생겼어 VS 뽀뽀하고픈 곳이 생겼어 ⑤ 쓸모 없어 VS 최고의 사람이야 ⑥ 버거운 사람이야 VS 일류 요리사야 ⑦ 못 생겼어 VS 아름다워 ⑧ 평범한 사람이야 VS 슈퍼히어로야 사진=ⓒ포토리아(맨위), 켈리 엔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영화 多樂房] ‘헝거’, 자유 향한 투쟁, 그 서슬 퍼런 신념

    [영화 多樂房] ‘헝거’, 자유 향한 투쟁, 그 서슬 퍼런 신념

    ‘신념’, 유구한 역사를 추동해온 이 단어는 아마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이자 방패일 것이다. 단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어떤 신념은 때로 타인을 무기력하게 만들 뿐 아니라 공포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신념이라면-비판이나 논쟁은 가능하되-그 누가 더 고결한 잣대로 정죄할 수 있을까. ‘셰임’(2011)과 ‘노예12년’(2013)을 연출한 스티브 매퀸의 강렬한 데뷔작, ‘헝거’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수감 중 감행했던 저항운동을 통해 신념의 본질과 그 논쟁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수감자뿐 아니라 교도관과 신부의 입장까지도 관철시키는 영화의 태도는 이 정치적 사건을 보다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시킨다. 현대에도 빈번히 목격되고 있는 ‘정치적 몸’에 대한 이슈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유령처럼 고스란히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 보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는 영국으로부터 완전독립을 주장하는 IRA의 주요인물로서, 14년형을 선고받아 메이즈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는 IRA 조직원들의 정치범 대우를 요구하며 불결투쟁에 앞장선다. 샤워를 거부하고 배설물을 벽에 발랐다는 역사책의 서술은 스크린에서 즉물적으로 묘사되어 경악할 만큼 큰 충격을 안긴다. 수용실은 그 어떤 짐승도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불결한 환경으로 보이지만, IRA 조직원들에게는 몇 문장으로 그들의 신념을 묵살해버리는 대처 수상의 연설이 더 역겹게 다가오는 듯하다. 수년간의 불결투쟁과 1차 단식투쟁은 실패로 끝나지만 IRA 조직원들의 사기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보비 샌즈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2차 단식투쟁을 시작하기 전, 보비는 도미니크 신부(리엄 커닝햄)와 독대하게 되는데 이들이 마주 앉은 역광의 투샷은 무려 16분간의 롱테이크로 촬영되었다. 보비와 신부 사이의 논쟁, 상반된 정치철학 및 신념이 응축된 이 장면은 두말할 것 없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백미다. 이 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영화는 이전까지 대사를 자제하면서 투쟁과 폭력의 상황을 음향효과 및 분절된 음성들로 처리했다. 저항의 함성, 둔기를 휘두르는 소리, 전술 방패를 두드리는 소리, 무자비한 구타와 비명은 사육제를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는 신부가 읽어주는 성경 말씀조차도 수감자들의 잡담과 소음에 묻혀 사라진다. 이런 무질서한 사운드 끝에 듣게 되는 보비와 신부의 대화는 비록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음에도 비로소 인간답게 들린다. 지난한 논쟁을 끝낸 후, 영화는 마지막 투쟁의 고요함 속으로 다시 침식한다. 얇은 살가죽이 불거져 나온 뼈를 겨우 덮고 있는 몸으로 보비는 신념의 순결함을 입증한다. 그의 바람처럼 이 사건은 아일랜드 독립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목숨과 자유, 신념에 대한 보비의 대사가 알량한 양심을 오랫동안 괴롭히는 작품이다.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똑똑한 개인 모여도 조직이 어리석은 이유

    똑똑한 개인 모여도 조직이 어리석은 이유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군터 뒤크 지음/김희상 옮김/비즈페이퍼/464쪽/2만원 구성원 개인은 충분히 똑똑한데 왜 회사는 바보 같은 선택과 결정을 반복하는 것일까. 개인은 밥 먹을 시간을 아껴 가며 죽어라 하고 노력하는데 집단은 왜 훌륭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거대 집단이나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아니, 매일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아 무기력해지고 자괴감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는 세계가 집단 지성으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집단 어리석음’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수많은 기업이 추구한 경영 혁신기법이 얼마나 많은 논리적 허점을 지녔는지, 그로 인해 조직은 얼마나 많은 물리적·심적 비용을 떠안아야 했는지, 조직은 어떻게 똑똑한 개인을 기회주의자로 만들어 버리는지를 파헤친다. 저자는 독일 빌레펠트대학 수학과 교수와 IBM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역임한 군터 뒤크. 그는 IBM이라는 거대 조직에서 실제 경험한 풍부한 사례와 수학자의 냉철한 분석력으로 효율성과 효용성에 집착하는 기업이 어떻게 어리석어지는지를 보여 준다. 달성 불가능한 목표와 만연한 성과주의, 그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똑똑했던 개인이 도전 의식과 주체성을 잃고 근시안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개인으로 변질되는 현상을 ‘집단 어리석음’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집단 어리석음은 개인 지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통 목표의 부재, 오로지 수치로만 제시되는 과도한 성과 압박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눈앞의 일부터 해치우고 보자는 직원들의 근시안적인 태도, 무조건 인력 활용도를 높이고 봐야 한다는 경영자들의 강박, 통제와 감시, 평가 시스템, 엇갈리는 커뮤니케이션 등이 조직을 어리석음의 포로로 만들어 버린다. 책은 현 실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뒤 어떻게 잃어버린 집단 지성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조직의 분위기, 문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상적인 경영 방식으로 자원봉사단체형 경영법을 제시한다. 집단에 소속된 개인이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주체적으로 일하며 구체적이고 분명한 공동 목표를 향해 전진할 때 집단 지성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저자는 경영자가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내고 ‘집단 어리석음’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중국, 늘어나는 ‘시어머니, 며느리 동반 임신’

    중국, 늘어나는 ‘시어머니, 며느리 동반 임신’

    지난해 중국 정부가 ‘두 자녀 정책’을 전면 허용하자, 둘째를 출산하는 고령의 임산부들이 늘고 있다. 특히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동시에 임신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지난 2일 사해망(四海网) 보도에 따르면, 왕(50)씨는 얼마 전 안휘성(安徽省)에서 손자를 출산한 며느리를 돌보러 병원에 갔다. 최근 들어 무기력감이 들고, 배가 편치 않아 온 김에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는 뜻밖에도 임신 25주였다.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며느리는 이 소식을 듣고, “이제 막 손자를 안아본 어머니가 어떻게 임신을 하느냐?”며 황당해 했다. 게다가 본인의 아이가 시어머니의 아이보다 나이가 많은데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며, 아이들 양육문제는 어찌해야 할 지 눈 앞이 캄캄해졌다.하지만 왕씨는 “손자와 친구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히 출산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농민의 아내’라는 이름의 예비엄마 사연이 인터넷에 소개됐다. 남편과 1984년 생 동갑내기 부부다.올해 46세인 시어머니가 19세에 남편을 낳았다. 아내는 최근 임신을 했고, 설날 시댁을 방문해 임신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무척 기뻐할 줄 알았던 시부모님 반응이 영 퉁명스러웠다. 나중에 신랑이 귀뜸해 주기를 “사실은 어머님도 임신을 하셨다”는 것. 게다가 본인보다 두 달이나 더 빨리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 병원에서는 고령에는 유산이 몸에 안 좋으니 출산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집안 식구들은 시어머니의 임신 소식을 기뻐하고 있지만, 아내는 시어머니와 동시에 임신한 사실이 이상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이처럼 시어미니와 며느리가 동시에 임신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아이들의 상호 호칭과 양육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양육비다. 고령인 부모는 경제능력도 떨어지고, 저축해둔 돈도 많지 않아 아이들의 양육비는 고스란히 자녀들의 몫이다. 중국의 ‘두자녀 정책’이 허용되면서 이에 따르는 양육비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본인의 자녀 양육비도 부담인데, 부모님 아이의 양육비까지 짊어지자니 중국의 ‘두 자녀 정책’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인생 최고의 ‘기쁨’이어야 할 임신이 며느리에게는 인생 최대의 ‘부담’으로 와닿고 있다. 사진=포토리아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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