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무기력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선박 나포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서울 포럼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전환 사업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참관인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906
  • 꽁꽁 언 손·발, 비비거나 마사지 말고 따뜻한 손 얹어주세요

    꽁꽁 언 손·발, 비비거나 마사지 말고 따뜻한 손 얹어주세요

    온도 변화가 심한 겨울철이다. 며칠 기온이 올랐다가 다시 강추위가 찾아온다. 이럴 때일수록 방심하다가 자칫 한랭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이번 겨울에는 북극발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랭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한랭질환의 예방과 치료, 대처법 등을 알아본다.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람의 몸에 피해를 주는 질환이다. 저체온증과 동상, 동창이 대표적이다. 낯설지 않은 질환들이지만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증상 발생 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인명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의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로 보고된 지난해 한랭질환자는 11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망자도 2명 발생했다. 2019년 같은 기간에는 한랭질환자가 113명이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자칫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한랭질환은 크게 저체온증과 동상, 동창 등으로 나뉜다. 저체온증은 우리 몸의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중심체온은 신체 내부기관의 온도다. 저체온증을 보이는데도 계속 추위에 노출되면 체온은 더 떨어지고 자칫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특히 과음을 조심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인철 교수는 “회식 때는 과음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술에 취해 넘어지거나 시비 등에 의한 외상이나 골절상으로 응급실로 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는 취한 상태로 길에서 잠이 들어 저체온증을 일으키는 사례를 들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동상 환부 높이 올리면 부기·통증 줄여 겨울철 찬 바람 부는 옥외에 우리 몸이 장시간 노출됐을 때, 강이나 바다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등산 때 바깥에서 텐트를 사용할 때도 온도 변화가 심할 수 있어 저체온증에 미리 대비하는 게 좋다. 저체온증의 두드러진 현상은 떨림과 건조한 피부, 무감각증, 혼동, 무기력 등을 들 수 있다. 의식이 흐리고 호흡이 얕아지며 맥박이 느려지다가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생길 수 있다. 저체온증은 나이와 특정 질병, 생활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전문가들은 몸의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약자와 당뇨병·심장 질환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저체온증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일 교수는 “저체온증의 치료 원칙은 체온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젖은 옷을 벗겨 추가적인 열 손실을 방지하고 따뜻한 환경으로 이동하며, 담요를 덮어 체온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체온증 환자는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거나 119로 신고해야 한다. 중등도 이상의 저체온증 환자에게는 따뜻한 수액을 주입하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정주 교수는 “저체온증 환자는 제때 치료하지 않고 계속 추위에 노출되면 의식이 떨어지고 심폐기능이 약화되다가 결국 혼수상태와 심장정지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응급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체온을 잴 때는 우리 몸의 식도나 직장에서 측정하는 중심체온을 기준으로 하지만, 추위에 노출된 사람을 가정에 있는 체온계로 측정해 35도 미만인 경우에도 저체온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상이란 신체의 일부가 영하 2~영하 10도 정도의 심한 추위에 노출돼 힘줄이나 혈관 같은 연한 조직이 얼어서 혈액 공급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온도와 얼어 있던 시간에 따라서는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주로 귀나 코, 볼, 손가락, 발가락 등에 자주 발생한다. 동상은 피부조직이 손상된 정도에 따라 1도에서 4도까지 모두 4단계로 나뉜다. 1도는 피부가 충혈되고 부종이 생긴 상태를 말하고 2도는 충혈과 부종에다 수포까지 생긴 상태, 3도는 부종이 잘 가라앉지 않거나 수포에서 출혈이 생기는 상태, 4도는 동상 부위가 괴사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김정은 교수는 “동상은 혈류 공급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당뇨나 레이노드 증후군,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등과 같은 혈관질환이 있거나 어린이, 노인같이 건강한 성인에 비해 혈관이 추위에 취약한 경우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추위 노출·무리한 신체활동 등 피해야 야외에서 동상 증세를 발견했을 때 응급처치를 하려면 우선 환자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동상이 걸린 부위의 옷이나 신발 등을 벗겨 피부를 노출시킨다. 반지나 시계 등 신체부분을 조일 수 있는 물건은 제거한다. 이어 동상 걸린 부위를 체온으로 따뜻하게 해주되, 해당 부위가 손이면 환자의 겨드랑이에, 발이면 치료자의 겨드랑이에 넣도록 한다. 환부를 비비거나 마사지하면 자칫 피부조직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귀나 코, 안면에 따뜻한 손을 얹어 두는 것은 도움이 된다. 환부를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높이 올려놓으면 부기와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만일 동상 걸린 피부 조직에 수포가 생겼을 때는 이를 터뜨려 연고나 소독약을 서둘러 바르는 것이 좋다. 병원으로 옮길 때는 두꺼운 옷이나 담요로 환부를 감싼다. 동창은 동상과 비슷하지만 더 흔하게 발생한다. 국소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한랭질환이다. 동상은 영하의 날씨에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동창은 영상 5도 안팎의 습하고 차가운 환경에서 발생한다. 동창은 손가락의 등 부분이나 발가락, 뒤꿈치, 코, 귀 등에 잘 생기며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 염증과 함께 해당 부위가 부어오른다. 이때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생기며 심하면 물집이 생기거나 피부 조직이 헐어 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한랭질환자는 65세 이상이 55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발생장소는 실외가 82명, 74.5%로 집계됐다. 실외에서는 길가(33명, 40.2%)와 주거지 주변(22명, 26.8%)이 많았다. 실내에서 발생한 한랭질환자는 28명으로 이 가운데 23명이 집안에서 발생했다. 한랭질환자 가운데 음주상태 였던 사람은 29명(26.4%), 치매를 가진 사람은 10명(9.1%)으로 나타났다. 한랭질환을 극복하려면 실내는 적정 온도(18~20도)와 적정 습도(40~60%)를 유지하고 체감온도와 날씨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추운 날씨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줄이는 게 좋다. 급격한 온도변화에 혈압이 상승하지 않도록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거나 무리하게 신체활동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평소 심뇌혈관질환이나 당뇨,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특파원 칼럼] 스가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스가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김태균 도쿄 특파원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했을 때 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져 보았다. 비민주적인 파벌 옹립의 구태 등 중대한 흠결에도 불구하고 이왕에 자리에 앉게 된 이상 전임자 아베 신조와는 차별화된 지도자상을 보여 주기를 바랐다. 이념과 역사전에 몰두했던 아베 시대의 흐름을 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필요한 일들을 차곡차곡 실천에 옮기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스가 총리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전면에 내걸고 서민정책과 사회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많은 일본 언론과 평론가들은 “전임자와 달리 일본을 어떤 국가로 만들겠다는 큰 틀의 청사진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 칸막이 행정 타파나 휴대전화 요금 인하 정도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 허울뿐인 정치, 경제 슬로건으로 국민들에게 현실 불감과 도피의 환상만 심어 준 아베 정권에 일본인들은 질리지도 않았나라고 생각하곤 했다. 나는 민생과 개혁으로 안정된 정권 기반을 창출하는 데 그가 성공할 수 있을지, 그래서 서민형 자수성가 총리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매우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4개월밖에 안 된 지금 나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해졌다. 스가 정권이 당장 올봄을 넘길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된 탓이다. 스가 정권은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 무능력과 무기력, 무책임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기록적인 지지율 폭락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 일본 정가에는 ‘3월 위기설’, ‘4월 붕괴설’ 등 정권 퇴진 시나리오가 무성하다. 오는 3월 말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이 예정대로 시작되지 않으면 그때를 기해 스가 총리 탄생의 일등공신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자기 손으로 직접 총리 퇴진 작업에 돌입하게 될 것이란 식의 얘기들이다. 그런데 스가 총리는 왜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하루 몇만 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나라에서도 지도자는 건재한데 그 정도까지는 아닌 일본에서 대체 왜 그럴까라는 물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른바 ‘발신력’(소통능력) 부족과 능력 있는 참모의 부재 등을 첫머리에 올리지만, 그런 것들은 결코 문제의 본질이 될 수 없다.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자신의 눈과 귀로 확인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속하게 판단하고, 결과에 대해선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진정성과 결기의 부족. 그것이 스가 총리를 역사에 남을 ‘단명 총리’의 벼랑 끝으로 몰아간 것이다. 스가 총리는 입으로는 늘 ‘눈 많은 니가타(현)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를 강조하며 국민 눈높이 정치를 말해 왔지만, 결국 정치 명문가에서 ‘도련님’으로 나고 자란 전임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본질의 소유자였음을 짧은 기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코로나19가 무차별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국민들에게 소비와 여행을 권하는 행태를 보며 국민들은 그에 대한 기대감의 끈을 놓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스가 총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판사판이라는 각오와 신속한 판단 그리고 과감한 행동이다. 앞으로 얼마를 더 부여안고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권력을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데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야 불명예 퇴진을 할 때 하더라도 최소한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한 총리’란 말이라도 들을 것 아닌가. 이대로 가면 경제에도 방역에도 모두 실패하고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친 ‘최악의 총리’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다 보면 혹시 모르지 않겠나. 불명예 퇴진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도. windsea@seoul.co.kr
  • “신고하면 엄마 못 만난다” 매일 맞고도 입 다문 아이… 아동학대 뒤엔 돌봄 공백

    “신고하면 엄마 못 만난다” 매일 맞고도 입 다문 아이… 아동학대 뒤엔 돌봄 공백

    “학대로 인한 외상 징후가 뚜렷한데도 유독 입을 열지 않는 피해 아동이 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넘어졌다는 말을 반복했던 아이는 병원 검사 결과 복부 둔상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날 신고하면 두 번 다시 네 엄마를 못 본다’는 계부의 협박이 두려웠던 아이는 어머니와 분리되지 않으려고 구타가 반복됐던 날들을 말없이 견뎠습니다.” 세 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에도 양모로부터 분리되지 못해 사망에 이른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이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근본 요인이나 법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다. 2015년부터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 활동을 시작해 약 300건의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해 온 김민선(39) 변호사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동부지부 사무실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동학대의 이면에는 빈곤과 가정불화로 인한 돌봄 공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사건의 특성상 가족이 피해 아동을 위해 법정 다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만 45건에 이르는 아동학대 사건의 주 학대 행위자는 부모(75.6%)였다.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가 피해 아동의 법적 조력자를 넘어 실질적인 ‘가족’이 돼 사건 전면에 나서는 이유다. 이들은 법정 대응 능력이 약하고 2차 피해 우려가 높은 피해자를 위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피해자의 권리 보호, 법적 정보 제공, 심리적 지지 등을 지원하고 있다.●가정폭력 피해자 대부분 자녀 학대 방조 -국선 변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법무법인에서 일한 3년간 가정폭력·이혼 사건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의뢰인 대부분이 장기간 피해로 인해 강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으며 열악한 지위에 있었고, 가정으로 돌아갔다가도 아동학대 사건으로 다시 찾아왔다. 가정폭력이 곧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배우자에게 오랜 기간 폭력을 당해 무기력한 상태가 된 피해자들은 자녀에 대한 학대를 방조했다. 폭력이 학대를 낳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가정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보호자에 의한 학대 사건은 피해 아동을 지속적으로 도와줄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선변호사가 선정된다. 피해 아동이 경찰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할 때 출석할 뿐 아니라 학대 의견이 담긴 의료진의 소견서나 진단서 발급을 위해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직원 등과 함께 병원을 찾는다. -그간 가장 안타까웠던 사건은. “정인이 사건처럼 첫 신고 때 불기소 처분됐다가 1년 만에 학대 사실이 드러나 기소된 사건이다. 부모의 이혼 후 친할머니에게 맡겨진 3남매가 상습적인 학대를 당했지만 수사기관에선 1차 신고 때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친권자는 아버지였으나 생계를 위해 주중엔 집을 비워 주 양육자는 할머니였다.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어렵게 털어놨는데도 ‘훈육을 위한 체벌’이었다며 학대 사실을 부인한 할머니가 처벌받지 않는 걸 목격한 아이들은 어른에 대한 깊은 불신과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1년 뒤 가정 방문을 한 복지 공무원이 아보전에 2차 신고를 했고, 학대 징후 등이 담긴 의사 소견서 제출 등을 통해 보호자와 아동을 분리하는 피해아동보호명령이 이뤄졌다. 할머니는 고령임에도 이례적으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나 아이들이 불안감에 시달렸다. 피해 상황과 처벌에 대한 의사를 재판부에 의견서로 전달했고 결국 할머니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 아동 심리 불안정해 진술 소극적 -‘돌봄 공백’이 결국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나. “크리스마스 무렵 복지 공무원이 방문한 집에 며칠째 기저귀를 갈지 못한 2살 젖먹이를 포함한 5남매가 쓰레기가 가득 찬 집에 방치돼 있었다. 곰팡이 가득한 설거지 더미가 싱크대에 쌓여 있었고, 집 곳곳에 옷가지와 빈 과자 봉지가 널브러져 있었다고 한다. 9살인 첫째 아이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부모님 없이 몇 밤을 지냈느냐’는 질문에 ‘몇 밤’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연락 두절된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한부모 가정이었다. 주변에 돌봄을 도와줄 친인척이 전혀 없어 홀로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이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사건은 가정법원으로 넘겨졌고 보호처분이 이뤄졌다. 어머니와 연령대가 다양한 아동들이 함께 머물 시설이 없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학대 사실이 드러나면 부모와 아동의 분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실제로 현장에는 피해 아동의 상태에 따라 보호시설을 택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친권자가 학대 행위자일 때 더 어려운 점은. “이혼소송, 양육자 변경, 가정폭력, 친족 성폭력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학대 행위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데다 피해 아동 대부분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가 아버지로부터 등부터 다리까지 피멍이 심하게 들 정도로 구타를 당해 어머니가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어머니는 이혼소송 제기 후 아동을 면접교섭하던 중 학대 사실을 확인해 친권 및 양육자 변경을 원했다. 피해아동보호명령 신청 등의 지원을 하던 중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부모가 재결합했고, 아이도 부모와 함께 사는 걸 원해 사건을 더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피해 아동의 구제를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 “아동학대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위험이 높아 지속적 개입이 필요하다. 또 아동의 연령, 피해의 정도, 위험성 등의 기준에 따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권고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방임 학대를 형사사건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현장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기본적인 보호’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둘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보호자가 아동을 방치한 이유가 빈곤 등 취약한 여건 탓이라면 학대 행위자를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처벌 강화하면 가해자에게 경각심 줄 것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아동학대 사건이 신고되면 피해 아동을 가정에 둔 채 보호해야 할지, 아니면 분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분리 여부에 따라 한 가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피해 아동이 분리될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 아동이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장에선 분리 보호를 위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조치를 취하게 된다. 영아라 진술 자체가 어렵거나 아동이 여러 사정으로 진술에 소극적인 경우 수사기관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 과정에서 정인이 사건처럼 피해 아동 보호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보나. “아동학대가 피해 아동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 수위가 약하다. 아동이 사망에 이르지 않으면 대부분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 경미한 학대는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된다. 형사재판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사건이 넘겨져 접근금지, 감호, 사회봉사 등의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처벌이 가볍다 보니 학대 행위자들은 ‘신고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수사기관이나 담당 공무원에게 대놓고 얘기한다. 처벌이 강화된다면 학대 행위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지 않을까. ”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아동학대 관련 국내 법제도의 취약한 측면은. “미국·영국 등처럼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아동학대 대응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도록 지난해 10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됐다. 현장 조사부터 복지 서비스까지 구체적 사안에 맞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거다. 그동안 현장에선 이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 나왔었다. 또 학대 사실을 확인하려면 가정 방문 조사가 필요한데 학대가 일어난 가정에서 조사를 회피하면 과태료 부과 외에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개정법대로 잘 작동되려면 충분한 인력 확보는 물론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의 유기적인 협업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신지현 맹활약 바라본 이훈재 감독 “꾸준하면 더 클 수 있는 선수”

    신지현 맹활약 바라본 이훈재 감독 “꾸준하면 더 클 수 있는 선수”

    “좋은 선수 만들려고 노력해야죠.”(이훈재 감독) 부천 하나원큐가 신지현의 맹활약과 강이슬의 복귀에도 끝내 청주 KB의 벽을 넘지 못하며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하나원큐는 15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KB전에서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를 펼친 끝에 67-69로 패배했다. 이전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했던 하나원큐는 작정한 듯 상대를 압박하며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이날 하나원큐는 강이슬의 복귀로 신지현에게 쏠렸던 공격 비중이 분산되면서 1쿼터부터 좋은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특히 신지현은 1쿼터에만 9점을 넣는 등 이날 팀내 최다인 22득점을 넣었다. 강이슬의 부상 이탈로 상대에게 집중견제 당하며 고전했던 모습과 달랐다. 이 감독은 경기 전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고 신지현의 과제를 짚었다. 잘 되는 날과 안 되는 날의 편차가 큰 탓이다.이날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 감독은 꾸준해야 하는 과제를 다시 상기시켰다. 이 감독은 “오늘 이렇게 게임을 했으면 다음에도 오늘의 근사치 스탯이 나와야 한다”면서 “아직 평균치가 안 나온다”고 고민을 나타냈다. 신지현은 평균 11.05점 4.3어시스트 2.4리바운드 0.65블록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 능력과 패스를 바탕으로 어느덧 리그를 대표할 만한 공격형 가드로 성장했다. 실력이 뒷받침된 덕에 올해 올스타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한 번씩 20점을 넣는 경기를 펼치고도 평균득점이 11.05점인 것은 신지현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이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성장을 주문했다. 이 감독은 “패스를 찔러줄 때 보면 좋은 레벨의 선수라고 생각된다”면서 “오늘 만족한다고 말하긴 조금 아쉽지만 더 클 수 있는 선수기 때문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오늘 내용이) 다음 게임에도 연결돼 에버리지가 있게 되면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부천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김지원 아나운서 KBS 퇴사, 한의대 도전 밝혀

    김지원 아나운서 KBS 퇴사, 한의대 도전 밝혀

    김지원 아나운서가 KBS를 퇴사하고 수능시험을 다시 봐서 한의대 진학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제 저는 KBS 아나운서직을 내려놓고, 한의대 도전이라는 새로운 걸음을 떼려 한다”고 알렸다. 그는 “아역부터 아나운서까지 방송과 함께 평생을 살아오면서 저라는 사람이 단순한 말하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해서 찾은 인사이트를 전달할 때 희열을 느낀단 걸 깨닫게 됐다”라며 “조금 더 나답게, 원하는 모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공부가 꼭 필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동안은 ‘그래서 어떤 전문 영역을 갖고 싶은가?’의 지점에 멈춰 있었는데, 최근 인생 최대 위기였던 번아웃(무기력) 때문에 환자로 시간을 보내다가 너무나도 파고들어 보고 싶은 한의학을 만났다”라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예쁘게 빛나는 것도 좋지만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설령 실패로 끝나더라도, 자본주의가 대체할 수 없는 신개념 톱니바퀴가 되기 위한 마지막 도전을 해보려 한다”라며 “제게는 아직 퇴직금이라는 일말의 여유와 뛰어넘고 싶은 롤모델이 있기”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아나운서는 “일단 저의 15수 도전기는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겠다”라며 “당장 3월 모의고사부터 파이팅”이라고 올해 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한편 대일외고와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를 졸업한 김 아나운서는 2012년 KBS 39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2015~2017년까지 KBS 1TV ‘도전 골든벨’을 진행했고, 2018년 ‘KBS 뉴스 9’ 주말 앵커를 맡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자기반성의 용기/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열린세상] 자기반성의 용기/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른 출근길 라디오에선 나훈아의 ‘테스형’이 흘러나온다. 정작 소크라테스가 한 말도 아니건만 “너 자신을 알라”는 가사에 멈칫해 브레이크에 발이 간다. 지난 한 해 무엇을 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명색이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기억에 남는 강의도 없고, 연구 성과도 변변찮다. “세상이 왜 이래” 하고 따라 부르며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2020년은 돌아보기조차 싫다. 연구실 책상 앞에 앉으니 모니터에 비친 실루엣이 가득하다. 문득 윤동주의 시 ‘자화상’이 떠오른다. 외딴 우물에 비친 모습처럼 꺼진 모니터에 비친 내가 밉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다. 컴퓨터를 켜고 화면이 밝아지니 이내 사라진다. 마음을 다잡고 작업 폴더를 펼쳐 놓고 보니 그 속에 추억처럼 내가 있다. 윤동주의 작품을 읽으면 늘 ‘부끄러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가 무슨 잘못을 그리 했기에 이토록 매 작품 부끄러워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일제강점기에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고자 고민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의 아픔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 속에 자신의 무기력함을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그의 부끄러움은 자기반성의 용기가 있어 건강하다. 여전히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지만 암담했던 일제강점기와 비교할 수 없을진대 내게 부끄러움은 없다.불편했고 무기력했던 2020년의 모든 것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탓으로 돌려 버렸다. 수치심이 없으니 자기반성이 있을 턱이 없고, 반성이 없으니 계획도 없다. 2021년이 보름이나 지났건만 여태껏 새해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근거 없는 기대와 꿈만 가득하다. 얼마 전 북한에서는 제8차 당대회가 열렸다. 국가보다 당이 우선인 북한에서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2016년 제7차 당대회 이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지난 5년간 추진해 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 제재, 코로나,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계획 수립 자체가 잘못됐다며 자신을 탓했다. 성과도 귀중하지만 쓰라린 교훈도 귀중하다며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고까지 언급했다. 그들의 표현대로 ‘있어 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 속에 북한이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북한 연구자인 내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삶이 평화롭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2020년은 코로나 탓이 아니고 내 탓이다. 자신에 대한 자랑과 합리화만으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다. 또 자기 비하나 부끄러움만으로는 희망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자신을 과대평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관계 속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해명이나 변명하려 하지 말고 타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래와 희망은 과거 추억의 내 안에 있다. 처음 순수했던 마음과 약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려울수록 초심을 간직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팍팍하리만큼 엄격할 필요가 있다. 초심을 잃어버림으로써 생기는 오만과 오판, 그리고 자기기만은 결국 스스로를 힘들고 불행하게 한다. 카라바조가 그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이란 작품을 보면 다윗과 잘려 나간 골리앗의 머리가 닮아 있다. 모두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다. 수차례 폭력과 살인까지 저지르고 도망다니던 카라바조가 스스로 목을 자른 그림을 교황에게 바쳐 사면을 받으려고 했지만 교황에게 가는 도중 죽게 된다. 자기반성도 때가 있다. 내가 내 목을 잘라 들고 반성을 해야 할 순간까지 자기 잘못됨을 인정하지 않고 반복해서는 안 된다. 힘든 시대를 살아갈수록 자기 스스로에 대한 솔직하고 냉정한 반성이 필요하다. 자기반성은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다. 계획 역시 용기와 신념 없이 실천할 수 없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부끄럼 없이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오늘은 미루어 두었던 새해 새로운 강의 계획서를 마무리해야겠다. 그래도 책상 위에 놓인 지난 학기 지도한 학생들의 박사 학위 논문은 내게는 지난해 큰 자랑거리다.
  • “그거 알아? 너희들도 모르게 지금 정말 많이 성장했어”

    “그거 알아? 너희들도 모르게 지금 정말 많이 성장했어”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의 성장드라마는 어디까지 왔을까.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혹독한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시즌 초반 신영석(한국전력)으로 대표되는 주축 선수를 내보내고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이룬 최 감독이 아직 이루지 못한 통합우승을 언젠가 달성하기 위해서다. 팀은 비록 꼴찌지만 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은 최 감독의 명언과 함께 성장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부쩍 성장세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최 감독은 지난 10일 안산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 5세트에서 7-9로 뒤지고 있을 때 선수들을 불러 모아 이런 말을 꺼냈다. “너네 그거 알아? 너희들도 모르게 지금 정말 많이 성장했어. 이거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어. 해 봐!” 최 감독이 닭살 돋는 멘트로 독려할 수 있던 원동력은 최근 올라온 경기력에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OK금융그룹을 상대로 4전 전패했다. 이날 경기를 제외하면 1-3 아니면 0-3이었다. 풀세트 승부를 펼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전력상 OK금융그룹의 우세에도 쉽사리 승부가 예측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전 경기였던 대한항공전은 3-2로 승리했고 그 이전 삼성화재전에서는 3-0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전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비 지표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성적 부진은 공격이 문제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를 보면 확실히 공격력이 올라온 분위기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세터 김명관의 성장도 있었다. 최 감독은 10일 경기 후 “김명관이 1~2개 정도를 빼놓고는 경기를 잘 풀었다”면서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더 무서워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에 전승을 거둔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의 생각도 비슷했다. 석 감독은 “세터가 바뀌면서 조직력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 잘 맞아가고 있다”면서 “제대로만 되면 무서운 팀”이라고 평가했다.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던 팀이 서서히 반전을 보이기 시작할 때 리그는 더 흥미로워진다. 트레이드 직후 0-3 아니면 1-3 패배를 밥먹듯이 하던 현대캐피탈은 적장도 인정할 정도로 전력을 갖춰가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성장드라마가 어떻게 끝날지 기대되는 이유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그거 알아? 너희들도 모르게 지금 정말 많이 성장했어”

    “그거 알아? 너희들도 모르게 지금 정말 많이 성장했어”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의 성장드라마는 어디까지 왔을까.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혹독한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시즌 초반 신영석(한국전력)으로 대표되는 주축 선수를 내보내고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이룬 최 감독이 아직 이루지 못한 통합우승을 언젠가 달성하기 위해서다. 팀은 비록 꼴찌지만 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은 최 감독의 명언과 함께 성장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부쩍 성장세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최 감독은 지난 10일 안산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 5세트에서 7-9로 뒤지고 있을 때 선수들을 불러 모아 이런 말을 꺼냈다. “너네 그거 알아? 너희들도 모르게 지금 정말 많이 성장했어. 이거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어. 해 봐!” 최 감독이 닭살 돋는 멘트로 독려할 수 있던 원동력은 최근 올라온 경기력에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OK금융그룹을 상대로 4전 전패했다. 이날 경기를 제외하면 1-3 아니면 0-3이었다. 풀세트 승부를 펼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전력상 OK금융그룹의 우세에도 쉽사리 승부가 예측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전 경기였던 대한항공전은 3-2로 승리했고 그 이전 삼성화재전에서는 3-0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전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비 지표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성적 부진은 공격이 문제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를 보면 확실히 공격력이 올라온 분위기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세터 김명관의 성장도 있었다. 최 감독은 10일 경기 후 “김명관이 1~2개 정도를 빼놓고는 경기를 잘 풀었다”면서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더 무서워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에 전승을 거둔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의 생각도 비슷했다. 석 감독은 “세터가 바뀌면서 조직력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 잘 맞아가고 있다”면서도 “제대로만 되면 무서운 팀”이라고 평가했다.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던 팀이 서서히 반전을 보이기 시작할 때 리그는 더 흥미로워진다. 트레이드 직후 0-3 아니면 1-3 패배를 밥먹듯이 하던 현대캐피탈은 적장도 인정할 정도로 전력을 갖춰가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성장드라마가 어떻게 끝날지 기대되는 이유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스스로 드러내도 함부로 찍으면 수치심”… 무죄라던 ‘레깅스 불법 촬영’ 결국 유죄

    “스스로 드러내도 함부로 찍으면 수치심”… 무죄라던 ‘레깅스 불법 촬영’ 결국 유죄

    레깅스를 입고 버스에 탄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공분을 일으켰던 이른바 ‘레깅스 불법촬영 사건’이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공개된 장소에 자신의 의사로 드러낸 신체 부위라 할지라도 함부로 촬영을 당하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는 불법촬영(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5월 버스에서 운동복 상의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 등을 피해자 몰래 8초 동안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 몰래 촬영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실제 노출된 부위가 적고, 엉덩이 등 특정 부위를 확대·부각하지 않아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레깅스는 일상복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이를 입고 대중교통에 탑승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순 없다”고 밝혔다. 판결이 공개되자 ‘일상복이면 몰래 찍어도 된다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판부가 피해 사진을 판결문에 첨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당시)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진술에 대해 재판부가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자 “성적 수치심에 대한 자의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과 달리 촬영죄의 대상이 되는 신체가 반드시 노출된 부분으로 한정되는 건 아니고, 엉덩이와 허벅지 등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레깅스가 일상복이라거나 피해자가 이를 입고 대중교통에 탔다는 것만으로 무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촬영의 맥락과 결과물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피해자의 진술을 성적 수치심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분노·공포·무기력·모욕감 등 다양한 피해 감정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기존에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로 해석됐던 ‘성적 자유’를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확대하며 불법촬영죄 성립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등장인물 수용 29세/ 벽을 허무는 집주인 이리 30세/벽을 허무는 집주인의 친구옥형(노파) 88세/벽이 허물어지는 집 아랫집 거주자 때2017년 어느 가을 곳수용의 집 무대 벽이 있다. 벽의 좁은 면이 관객을 향하고 있다. 벽을 가운데 두고 하수로 붉은 조명, 상수로는 햇살 같은 밝은 조명. 붉은 조명은 빌라 주민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 만든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의 붉은 천에 빛이 투과된 것이다. 무대 뒤쪽, 현관문이 벽과 같은 방향으로 있고 문과 이어지는 계단은 불투명한 박스와 닿는다. 박스는 사람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옥형의 집이다. 옥형은 수용의 집 아래층에 사는 노파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대이니만큼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용의 집보다 위에 있다고 약속하자. 공업용 마스크를 낀 수용 하수 등장. 낡은 후드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수용은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분무기와 김장비닐을 든 손에는 비장함이 은근하게 뿜어져 나온다. 수용, 비닐을 바닥에 깐다. 아주 꼼꼼히. 그사이 이리, 상수 등장. 붉은 천을 허리와 목에 두르고 양손에 커다란 망치를 하나씩 끌고 온다. 옆이 트인 롱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팔뚝의 타투들과 붉은 천, 망치의 조화는 길거리 행위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이리 (붉은 방을 둘러보며 기운을 한껏 느껴본다) 느껴져. 느껴져, 느껴져! 느낌이 팍! 온다, 와. 수용 … 이리 딱이야, 딱. 아주 먹고 죽기 딱이야. (손을 까딱거리며 허공에서 술잔을 넘긴다) 뭐랄까, 아주 옥보단스러워. 수용 일조권을 침해받는 참혹한 현장이야. 전혀 옥보단스럽지 않아. 이리 하루만 빌려줘라. 네가 우리 집에 가서 자. 수용 얼마 줄 건데. 이리 얘 봐라. 무슨 돈을 달래. 서울 살더니 양아치 다 됐다. 수용 나 원래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이리 서울시장은 뿌듯하겠어. 서울시민이 이렇게 우정보다 돈이 먼저인 양아치라서. 수용 (가만히 생각에 빠져든다) 뿌듯하기보다는 머리 아프지 않을까. 네 말대로 서울에 살면 돈만 밝히는 양아치가 되면, 서울시민은 곧 양아치란 말인데. 이 많은 양아치들을 다 관리하려면 시장은 최고의 양아치가 해야겠네. 이리 하여튼. 또 이상하게 진지해지지. 으, 진지충. 헛소리는 됐고, 하루만 빌려줘. 수용 (마스크를 하나 주며) 네 룸메 코 골아서 싫어. 이리 오랜만에 나비랑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 보자. 수용 나비? 이리 말 안 했나. 애인. 뉴 원. 수용 그새? 울고불고할 땐 언제고. 체력도 좋다. 이리 능력이 좋은 거지. 수용, 비닐을 다 깔고 일어서는데 비틀 이리 (곰곰이) 체력도 좋긴 해야겠다. 하여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하루만 빌려줘. 어? 알겠지? 수용 너 오늘 우리 집에 왜 왔어? 이리 네가 오라며 새끼야. 수용 내가 왜 오라고 했어? 이리 하, 진짜 장난치나. (가만 돌이켜보다 손에 망치를 보고) 아… 벽…! 수용 그래, 오늘이면 옥보단도 안녕인데. 뭘 자꾸 빌려 달래. 수용, 마스크를 끼고 벽 앞에 선다. 이리 진짜 하게? 수용, 이리에게 마스크 하나를 주고 망치 하나를 받는다. 심호흡. 수용, 벽을 내리친다. 엄청난 진동과 소음 그리고 뿌옇게 이는 먼지. 삭막함이 감돈다. 수용, 다시 벽을 내리치려는데 이리 말린다. 이리 야, 잠깐만. 수용 왜? 이리 아니, 아랫집에서 올라오겠어. 진동이 장난 아닌데? 수용 아랫집만 올라 오냐. 엄청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하나에 벽을 댄 게 다인데. 다 쫓아오겠지. 이리 그냥 저번처럼 해. (몸에 두르고 있던 붉은 천을 흔들며) 두 번 했는데 세 번은 쉽지. 수용 세 번짼 수선비를 청구하겠대. 이리 얼만데, 얼마면 되는데. 누나가 해결해 줄게. 멀쩡한 벽을 허무는 것보다는 수선비가 낫지 않냐. 수용 빛 없이 사는 삶을 네가 알아? 숲세권 남향에 사는 네가 빛이 없어서 사람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머리랑 마음이 건조해지다 못해 바스러지는 기분이야. 이리 빛이 많아야 바싹바싹 마르지 없는데 왜 말라. 그냥 문을 열어 놓고 살던가. 수용 문이라는 건, 열고 닫으라고 있는 거야. 그게 문의 역할이지. 한 번 열면 언젠간 닫아야 제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닫히지 않는 문은 문이 아니지. 그럴 바엔 없는 게 나아. 이리 그럼 창문을 만들자. 수용 (벽을 치며) 만들고 있잖아. 엄청 커다란. 창틀도 없고 유리판도 필요 없는 실용적인 창문. 이리 극단적인 놈. 수용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 수용, 다시 벽을 허물기 시작 이리 어떻게 세상이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굴러가. 너 그거 강박이야. 괜히 바짝바짝 마르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더라. (쿵) 수용 이렇게 살다 죽겠지 뭐. 이리 무모한 놈. (쿵) 수용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자살할 것 같아. 이리 또 데드타임!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수용 데드타임? 이리 그래, 너 죽는다는 소리 하는 거. 수용 왜 사람들은 이름 짓길 좋아할까. 이리 언젠 병에 걸려 죽을 것 같다며. 수용 엄밀히 말하면 병이긴 하지. 내 죽음의 원인은 내 안에 우울이니까. 있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대. 말이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세상을 그렇게 살아질 수가 있는 건가. 이리 오늘은 아니지? 수용 뭐가? 이리 데드타임. 수용 오늘은 벽을 허물어야지. 그때, 관리실 방송. 수용과 이리, 방송이 나오는 천장을 가만 본다. 방송 아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2시부터 특수학교 설립 반대 관련 7차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회의 후 시위가 바로 시작되니 참석을 희망하시는 모든 주민들은 2시,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1시 50분까지 늦지 않게 관리실로…. 수용 다 저기 가느라 벽이 무너지는지, 빌라가 무너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오늘 끝내야 돼. 수용,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이리,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려 먼지를 잠재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리, 수용의 얼굴에 물을 뿌린다. 수용 야! 이리 바싹바싹 마른다길래. 그때, 무대에 노파 등장. 노파가 있는 곳은 수용과 이리가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나오는 노파는 명절에 자식이 사준 듯한 빳빳한 꽃무늬 재킷에 펑퍼짐한 배바지를 입고 낡은 크로스백을 맨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를 둘러 계단으로 향한다. 이리 (창밖을 보다) 야, 근데 저기에 아랫집 할머니는 없는 것 같다? 수용 네가 아랫집을 알아? 이리 오다가다 몇 번. 그 할머니가 좀 인상적이잖아.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해야 되나? 직설적이면서 약간 자기 방어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게 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지. 괜히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잖아. 수용 순수는 무슨. 그냥 괴팍한 할머니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만 하는 딱 옛날 사람. 이리 와우. 노인 혐오야? 수용 무슨 내가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야? 이건 정당한 혐오야. 이리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정당한 혐오도 있어? 수용, 상의를 걷어 올리자 시퍼런 멍이 배에 크게 있다. 이리 그래, 언젠가 너 맞을 것 같더라. 수용 야. 이리 누구야, 누가 이랬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왜 맞고 다니냐 너는, 속상하게. 수용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계신 분. 이리 할머니한테? 이게 할머니가 만든 멍이라고? 수용 어. 이리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니까. 아니 그렇잖아. 지팡이에 겨우 의지해서 걷는 할머니가… 또 네가 싹수없게 굴었지. 수용 내 싸가지도 가릴 건 가려. 이리 근데 진짜 왜 그런 건데? 수용 이름 석 자 부탁한 대가야. 이리, 한쪽에 놓인 빈 서명지를 들어 본다. 이리 자가인가? 수용 뭐? 이리 아니, 그 정도로 반대하는 거 보면. 강경한 표현이잖아. 수용 강경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폭력적이지. 이리 너무 텅 비었다. 나라도 서명 해줄까? 학교 설립 찬성해. 수용 너는 우리 구민이 아니라서 소용없어. 빌라 주민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장애학교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이리 서명이라는 게 굉장히 순수한 방식이야. 동시에 직설적이기도 해. 굉장히 너답다. 수용 내가 순수하고 직설적이라고? 이리 나 이사 올까? 그럼 나도 지역구민 되잖아. 수용 됐어. 이리 나도 해본 말이다 뭐. 수용 불편과 불만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해소되는 건 맞지. 그게 옳은 방향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연 옳은 방향인가 의문을 던질 수는 있잖아. 저 사람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떻게 확신하고 있는 거지.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데. 나는 그게 무지라고 생각해. 그사이, 노파 집 앞에 도착해 가방을 뒤지고 깜빡깜빡하는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노트를 찾는다. 이옥형이라 커다랗게 적힌 노트를 꺼내는데 노트 사이에서 날이 시퍼런 과도가 뚝! 떨어진다. 떨어진 건 작은 과도지만 운석이 떨어진 듯한 소리와 진동이 무대를 흔든다. 수용과 이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고 잠시 사이. 노파가 과도를 주워 넣는 그사이, 무대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노파 천천히 과도를 집어넣고 비밀번호를 확인하곤 집으로 들어간다. 밖에 소리가 무대를 환기하고 이리 (창밖을 보곤) 열정적이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너무 비난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해. (수용의 시선을 느끼고) 야, 레이저 나오겠다. 분명히 말하는데 옹호하는 거 아니야. 그냥 공감능력을 지닌 인간으로서 감정이입을 해보자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누가 좋아해,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고. 수용 부동산이 떨어진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은 무지에서 시작된 삐뚤어진 믿음이야. 수용, 망치질을 시작한다. 이리 그래 좋아, 뭐가 됐든. 그 믿음이 아틀라스처럼 세상을 지탱하고 있잖아. 저 자리가 원래 학교 부지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는 뭔데. 학군 빵빵한 동네가 지하철로 네 정거장만 가면 되잖아. 그렇게 멀지도 않아. 공사부지 맞은편은 곱창에 포차, 막걸리 온갖 술집이 줄 서 있더만. 워싱턴 노래방 간판이 애들 하굣길을 밝혀 주겠지. 이 동네보다는 그 동네가 백 번 나아. 안 그래? 수용 …. 이리 기시감 들지 않아? 수용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리 한국전쟁 이후 국가적으로 밀고 있는 꽤 전통적인 방식인데. 그놈의 낙수효과야말로 삐뚤어진 믿음 아니야? 이게 진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믿음. 네 말대로 무지에서 비롯된 거지. 될 놈만 건지고 나머지는 버리겠다는 걸 그럴듯하게 이름 붙여서 포장을 해요. 항상 그럴듯해 보이는 게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들잖아. 난 그놈의 낙수효과가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수용 가부장제의 근본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이리 야 너. 짜식, 평소에 내 말을 아주 허투루 듣는 건 아니었구나. 수용 그럼. 귀는 문이 아니잖아. 닫히질 않아. 이리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용 가끔은 닫혔으면 좋겠지만…. 이리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건 중요해. 근데 이 망할 놈의 세상은 밑 빠진 독이라서 어딘가는 새게 되어 있잖아. 수용 왜 날 봐. 계속해. 이리 성장이 제1의 명분이 되는 시대는 흘러가고 있어. 이젠 희생의 이유도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거지.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수용 애들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이리 뭐가? 수용 아이들이 배울 곳이 필요하다. 이걸로는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으로 부족해? 이리 무엇보다 중요하지 수용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인류애적인 충만함을, 정신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어. 안 그래? 이리 …. 수용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리 것도 능력이야. 한 번에 양쪽을. 수용 양쪽을 뭐. 이리 아냐. (쿵) 이리 하여튼 지금은 어떤 이유도 저 사람들한텐 먹히지 않을 수도 있어. (쿵) 이리 (밖을 보며) 한껏 쫄아 있으니까. 나는 저 사람들의 확신이 무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번에도 버려질 거란 공포에서 나왔다고 봐. (쿵) 수용 시끄럽지? 수용, 음악을 튼다. life is killing - type O negative 수용 소음에는 락이지. 소음은 음악소리에 묻히고 뿌연 먼지 사이로 둘, 망치질. 벽을 타고 온 진동이 노파의 아크릴 박스를 사정없이 흔든다. 노파, 공포에 질린 비명이 락에 묻히고 노파의 사정과는 별개로 망치질을 하는 수용과 이리의 모습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 시위를 하는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어느 삭막한 공사장의 인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일순간 음악이 멈추고 노파가 있는 불투명 박스에 조명 노파 아주 발광을 허네! 수용, 노래를 멈춘다. 이리 왜? 수용 뭐라고 하지 않았어? 이리 아니. 수용 (귀를 파며) 아닌가. 이리 살살해, 스윙에 감정이 실렸다. 누구 생각해? 수용 여럿 (쾅) 생각하지. 이리, 분무기로 먼지를 잠재운다. 수용 사람들이 타격감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잖아. 복싱이나 야구공 치는 것처럼. 아무래도 난 때리고 (쾅) 던지고 (쾅) 치고 박으면서 (쾅) 스트레스 푸는 거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수용, 손목을 턴다. 이리 (덥다. 옷을 펄럭) 너도 참, 손목 아프단 말을 장황하게 한다. 수용 (보곤) 옷 빌려줄까? 이리 아니, 됐어. 수용 먼지 엄청 붙었네. 이리 블랙이 적나라하지. 수용 하나 가져다줄게. 이리 아냐, 됐어. 수용 아냐 가져다줄게. 이리 아니 괜찮아. 수용 불편해 보여. 가져다줄게. 이리 진짜 괜찮다고. 수용 나도 진짜 괜찮아. 이리 아니. 괜찮다니까? 수용 왜 화를 내. 이리 화를 낸 게 아니라. 됐다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니까. 크게 얘기 해준 거지. 수용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이리 남자들 종족 특성이야? 왜 노를 못 알아듣지? 강요하지 마. 수용 내가 언제 강요를 했다고 그래. 이리 방금. 수용 그냥 물어본 거잖아. 불편해 보이니까. 이리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일곱 번째로 말해줄게. 됐어. 필요 없어. 난 이 옷이 좋아. 불편하든 더러워지든 이미 나랑 한몸이라고. 네가 신경 쓸 거 아니란 거지. 알겠어? 수용 그래. 그럼. 이리, 망치질 이리 넌. 매사에 모든 걸 통제해야 속이 시원해? 왜 그래? (쾅) 이리 무지에서 나온 삐뚤어진 믿음? 웃기네. 야, 이름 짓기 좋아하는 건 나보다 네가 더해. 벽을 마구 치며 쏟아낼 대로 쏟아낸 이리, 숨을 고르고 이내 머쓱해진다. 수용 …. 이리 야. 미안하다. 수용 …. 이리 미안하다고. 수용 어. 이리 된 거지? 수용 …. 이리 미안해. 너도 알잖아. 내가 한 번씩 예민해지는 거. 수용 한 번씩이 아니잖아. 항상 예민해. 이리 항상은 아니지. 수용 맞아.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나도 너 못지않게 예민해. 난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어. 잘 때도 먹을 때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싶어. 그게 더 확실하잖아. 어중간하게 미쳐 있는 것보단 명백한 환자가 되는 게 낫지. 이리 무슨 그런 말이 있냐. 수용 나는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닌 경계에 서서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을 네가 알아? 이리 알지. 내가 여자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그랬지. 수용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머니한테 커밍아웃 언제 할 거야? 이리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확실한 건 네 인생만,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수용 말이 나올 만하니까 하는 거야. 성 서방 밥은 잘 먹고 다녀? 불쑥불쑥 연락 올 때마다 무시도 못하고 답장도 못하고 얼마나 난감한 줄 알아? 3년이야. 이사 도와준 대가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죄책감 드는 건 줄 알았음 도와 달라고도 안 했지. 커밍아웃을 하느냐 마느냐는 네 선택이지만 나까지 죄책감 들게 만들지는 말아 주라. 이리 … 말을 하지 그랬냐. 둘 다 입 꾹 다물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수용 나는 그렇다 쳐도 너희 어머니는 아니었을걸. 네가 보기에 내가 무모하고 강박적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넌 무책임하게 도망만 다니는 걸로 보여. 시간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그냥 유예시킬 뿐이지. 편한 선택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 이리 내가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수용 최소한 네 멋대로 사는 걸로는 보여. 이리 진짜 멋대로 사는 게 누군데. 세상이 어떻게 모 아니면 도로 돌아가. 불가능한 걸 바라면서 이게 왜 불가능하지 왜 이렇게 안 되지, 사람들이 왜 서명을 안 해 주지. 하루라도 징징거리는 걸 멈추고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궁금해하긴 해봤어? 아니지. 네가 생각할 때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니까. 안 그래? 그렇게 결론지었잖아. 왜? 그게 쉽고 편하니까. 수용 그래! 맞아! 왜냐고?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으니까! 이리 정신적 보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누가 아니래? 수용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저러지. 수용과 이리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이리 내 말 듣긴 했니? 수용 내 귀는 문이 아니니까. 이리 칸트도 너보단 융통성 있을 거야. 알지 칸트?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던 외톨이. 제발 사람 좀 만나. 글로 배우지 말고. 그러다가 너도 청혼 승낙만 7년 고민하는 수가 있어. 결혼해야 하는 이유 354가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350가지 쓰면서. 수용 … 내내 날 그렇게 생각했어? 이리 언제부터 내 생각이 중요했냐.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은 다 멍청하고 덜떨어졌다고 생각하잖아. 수용 내가 언제. 이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봐. 수용 … 그만 가주라. 이리 왜 도와 달라며. 아, 그래서 불렀니? 옛말에 무식한 놈이 힘세다고 이런 일엔 내가 나서야지. 수용 됐어, 가. 네 도움 필요 없어. 이리 정말? 수용 그래. 이리 후회 안 하지? 수용 그래! 정말 진짜로 필요 없어. 이리 그래 그럼! 이리, 돌아갈 채비 하는데 초인종 소리. 수용, 현관으로 가(계단의 문이 아닌 객석을 향해) 손님을 확인하는데 이리 간다 수용, 이리를 잡고 숨을 죽인다. 이리 왜? 문 두드리는 소리 이리 놔. 수용 (속삭이듯) 아랫집. 이리 이런 게 자승자박이란 거다. 이리, 문으로 향하고 수용 어디 가. 이리 가라며. 수용 할머니 가면 가. 이리 벽은 허물면서 저깟 문은 하나 못 여냐. 수용 그게 아니라. 손에 뭐가 있어. 이리 뭐? 수용 몰라.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쥐고 있어. 송곳이나 드라이버 같아. 이리, 현관(객석을 향해)으로 가 보면 커다란 스크린에 할머니의 모습이 뜬다. 모니터로 보이는 노파는 인터폰 렌즈에 왜곡된 모습이다. 괴이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리 진짜네…. 수용 잘못하다간 오늘 피 보겠어. 이리 피는 무슨. 수용 말했잖아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라고. 이리 나도 난데 너 너무 고정관념으로 뚤뚤 뭉친 거 아니냐. 그냥 할머니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수용 네가 안 맞아 봐서 그래! 이리 쫄았구만. 수용 … 얼마나 아픈데. 이리, 다시 현관으로 가 동태를 살피곤 이리 안 가시네…. 수용 그냥 없는 척하자. 층간소음에 살인도 난다잖아. 이리 그 난리를 쳤는데 없는 척이 돼? 수용 해보고 말해. 왜 안 해보고 그래? 이리 넌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다? 수용 넌 남 일에만 용기를 내잖아. 이리 그래, 알겠어. 집주인 마음대로 해. 말 그대로 집주인이 주인이니까. 이리, 가방을 대충 던지곤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만 보던 수용은 멀찍이 떨어진 바닥에 앉는다. 이리 왜 바닥에 앉아? 수용 왜. 이리 지금 눈치 주냐. 수용 그건 무슨 피해망상이야. 이리 네가 나중에 또 뭐라고 할까 봐 그러지. 불만 있을 땐 말 안 하고 한참 지나서 말하잖아. 수용 내가 쌓아 두는 게 아니라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지. 이리 실수가 실순지 어떻게 알아, 말을 안 하는데. 수용 어떻게 몰라? 이리 넌 아니? 수용 당연하지.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이리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넌 내가 아니잖아. 나도 네가 아니고. 수용 상식에 대한 얘기야. 이리 이젠 내가 상식도 없다? 수용 (난감하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지) 가끔. 이리 너한테 난 대체 뭐냐? 수용 친구. 이리 원래 친구한테 이래? 아님 나한테만 이래? 수용 내가 뭘…. 이리 방금! 수용 조용히 해. 이리 내가 상식이 없다며 아까는 정상 아니라고 하더니 넌 상식도 없고 정상도 아닌 애랑 왜 친구 하냐. 노파 (문 쿵쿵) 안에 없어? 있지? 수용 가끔 그렇다고. 왜 이렇게 발끈해? 나도 가끔은 상식 없이 굴어. 이리 정말 박수를 보낸다. 노파 있네. 문 좀 열어봐, 총각! 이리 저 할머니 말귀 어두운 거 맞아? 별로 크게 말 안 하는데 다 들어. 수용 그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이리 아이고, 엎드려 절 받기다. 수용 그래, 그것도 내가 미안해. 이리 할머니 아니었음 절대 안 했을 말이지.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용, 무릎을 꿇는다. 이리 뭐하냐? 수용 미안. 이리 일어나…! 수용이 일어나지 않자 이리도 같이 무릎 꿇고 이리 뭐 하자는 거야. 수용 네 방식대로 사과하잖아. 이리 이게 무슨 내 방식이야. 수용 날 감정적으로 굴복시키고 싶어 하잖아. 이리 날 그런 쓰레기로 봤어? 수용 내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질 않잖아. 이리 그건 맞는데. 수용 그것 봐. 이리, 노파가 만들어 내는 소음과 수용의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하다. 이리 나중에 하자. 제자리걸음이야. 차라리 저쪽을 선택할래. 수용, 이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리 뭐해…! 수용 가지 마. 이리 왜 이래, 얘가…! 수용 이대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이리 하지 마. 기분 되게 이상해. 두 사람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그 순간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다. 두 사람 문을 가만 바라보고 노파, 집 안 소리를 듣기 위해 문에 귀를 대 본다. 이리 봐, 조용해졌어. 수용 안 갈 거지? 이리 어! 수용, 이리를 놓아 준다. 이리, 문으로 향하니 수용은 움찔거리고 이리 안 가! 이리, 문에 귀를 대 본다. 수용 (조심스레) 갔어? 이리 (속삭이며) 몰라. 노파 이봐! 이리, 화들짝 놀라 되돌아온다. 수용 거 봐. 이리 오늘 무슨 날이냐. 미치겠네.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수용 나 말하는 거야? 이리 총체적으로 다. 노파, 문틈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놓고 돌아간다. 수용 내가 벽이면, 나도 이렇게 부숴버릴 거야? 이리 부수는 건 네 아이디어잖아. 귀찮게 뭐 하러 그래. 나였음 그냥 이사 갔어. 수용 … 지금 절교 선언한 거야? 이리 아니. 뭐래 정말. 지금 벽 얘기하던 거 아니었어? 수용 그래, 벽 얘기하고 있었지. 네가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다며. 이리 아니, 내가 말한 벽은 이 벽이고, 나라면 그냥 이사를 갔을 거라고! 네가 말한 벽은 그러니까 너고 네가 벽이라면 나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내든가 창문을 하나 뚫든가 어? 뭐가 이렇게 어렵지. 울어? 이리,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쯤 노파는 자리를 뜨고) 수용 …. 이리 미안해. 수용 네가 왜 사과하는데? 이리 내가 남자 눈물에 약하잖아.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넌 왜 우는데. 무슨 일 있어? 오늘이 그날은 아니지? 아까 분명히 아니라고 했다? 수용 무슨 날. 이리 데드타임. 수용 아니야. 그냥…. 조기 갱년기 같아. 이리 이제 스물아홉이 웃기네. 수용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요즘 애들 사춘기 일찍 온다며. 아니면 비타민D 부족 우울증이든가. 모르겠어. 세상에 거대한 벽이 느껴져. 이리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고? 수용 너도 그래? 이리 생리 전 증후군이 딱 그래. 너도 정신적 생리하니? 수용 장난치지 마. (사이) 나는 그냥 햇빛을 보며 살고 싶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이리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수용 동구에 특수학교 설립이 2012년에 결정됐어. 근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에 개교를 해야 했거든? 근데 아직 벽돌 한 장 못 얹었어. 여기는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희망이 안 보여…. 이리 희용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수용 희용소? 이리 희망, 용기, 소망. 희용소. 수용 (한숨)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리 장난치는 거 아냐. (잠시 생각을 고른다) 사랑이 눈에 보이니? 느끼는 거지. 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사소해. 아주 작은 떨림이면 충분하거든? 나는 내가 처음 좋아했던 애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끝이 떨려. 심장은 말할 것도 없지. 여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니까. 내가 그 애랑 잘되지 않았다고 해서 걜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걸까? 내 첫사랑은 지독한 이성애자고 나는 더 지독한 레즈비언이라서 영원히 평행선에 설 수밖에 없지만, 걘 여전히 내 첫사랑이야. 결과가 본질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희망도 똑같아. 느끼는 거지. 수용 그러면 더 확실하네. 왜냐면 내가 요 근래 느끼고 있는 건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뿐이거든. 이리 진동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심장인가 보지, 네가 망치인 거야. 아까 망치질해 봐서 알잖아. 망치질하는 놈 손목은 아 나는 거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 힘들고 또 뭐냐,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거야. 누군가는 네가 만든 진동을 느끼고 있어. 수용 … 희망사항이다. 이리 최소한 나는 느껴.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이리, 수용의 곁으로 가 가만 안아 준다. 수용, 이리의 어깨에 머리를 가만 기댄다. 이리의 서툰 위로가 마음에 닿는다. 수용 내가 여자가 되면 날 사랑해 줄래? 이리 무슨 소리야. 수용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이리 난 널 사랑해. 네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삶의 충만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수용 스트레스는 알겠는데 삶의 충만함은 뭐야?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줘? 이리 응. 수용 …. 수용,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느끼며 일어서 문으로 향한다. 이리 왜? 수용 좀 덥지 않아? 난 좀 덥네. 이리 열게? 수용 어. 열어드리게. 이리 이제 안 무서워? 수용 아니. 어. 아니.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러냐. 그냥, 혼란스러웠던 거지…. 가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계시면 나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 테니까…. 이리 갑자기 용감해졌네. 수용 도와주겠지 뭐…. 이리, 그런 수용을 보며 미소 짓고 수용, 머쓱하게 돌아서며 현관문(계단에 있는 문)을 연다. 무대 위 작은 무대, 노파는 종이 한 장을 날려 보낸다. 종이는 수용 앞으로 떨어진다.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서다. 이리 뭐가 적혀 있는데? 수용과 이리, 적힌 글을 보고 내가 배움이 짧아 글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되어 늦게나마 표를 줍니다. 내 이름 석 자가 좋은 일에 쓰여 참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웃사촌 김옥형. 옥형이 있는 아래를 본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옥형의 모습에서 암전.
  • 얼굴 한 번 못 보고 가족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유족’이라 슬픔마저 삼킵니다

    얼굴 한 번 못 보고 가족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유족’이라 슬픔마저 삼킵니다

    ‘104번째 확진자(1957년생 남성, 2월 20일 확진), 청도 대남병원 입원치료 중 2월 19일 사망.’ 코로나19 확진자의 죽음을 이 한 줄로 요약해 빼곡히 기록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코로나19 사망자 명단은 A4용지로 30장에 달한다. 30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879명이 죽음을 맞았다. 매일 날아오는 부고(訃告)에 생경한 죽음은 어느덧 무덤덤한 것이 됐다. 하지만 유족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다. 30장 분량의 명단 이면에는 한 사람의 일생과 죽음, 남은 가족의 고통이 송곳처럼 박혔다. 확진자와 그 가족에 대한 낙인찍기를 멈추고 사회적 애도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망자의 약 95%는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며, 대다수가 기저질환자다.사망자 상당수는 확진 한 달 이내에 세상을 떠났다. 확진부터 사망까지 단 하루가 걸리거나 확진 당일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어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도 모르고 황망한 죽음을 맞은 셈이다. 가족이 원하면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임종을 지켜볼 수 있지만, 감염병의 특성상 정상적인 장례 절차는 밟지 못한다. 백종우(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남은 유족의 고통에 주목했다. “장례 절차라는 게 결국 가족, 친구, 동료가 모여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과정인데 감염병 재난 때는 장례를 제대로 못 치르거나 시신을 보지도 못하고 화장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가족이 더 큰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충격에서 벗어나는 게 일반적인 경우보다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에게 감염돼 사망한 경우라면 유족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 사업부장 심민영 교수에 따르면 통상 코로나19 사망자의 유족들은 회피·고립→애도→분노를 차례로 경험한다. 가족이 코로나19로 숨졌다면 그 유족도 확진 판정을 받거나 격리된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고 장례를 준비하기보다 쉬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피해자를 ‘가해자’로 보는 낙인찍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중에 확진자가 많다면 가족을 잃은 아픔을 호소하는 것조차 시선을 끌 수 있어 꿀꺽꿀꺽 슬픔을 삼킵니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이후 애도의 감정과 원통한 감정이 복받칩니다. 꽤 장기적인 심리상담을 필요로 하는 유족들이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슬픔과 원통한 감정을 표현하면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상처를 숨기고 덮으면 겉으론 아물더라도 속으론 곪아 들어간다. 병상이 없어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가족을 떠나보낸 경우라면 좌절감, 무기력, 불안과 분노를 겪게 된다. 대구 지역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19명은 지난 7월 국가를 상대로 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 권오현 변호사는 “지금 수도권처럼 당시 대구도 병상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2차, 3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병상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원고 유족들과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준비가 안 됐다”며 “이분들의 사망에 국가가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족들에겐 떠난 이를 함께 기억하고 함께 슬퍼하면서 추억을 되새길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감염병 재난 상황에선 국가 차원에서 분향소를 설치하기도 힘들다. 그럼 코로나19 사망자를 위한 ‘비대면’ 추모공간은 어떨까. 백 교수는 “기억되지 못하고 추모 없이 떠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온라인 추모공간에서라도 함께 애도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가져 준다면 유족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죽음이 불명예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다 함께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공포의 지표가 되어버린 비현실적인 숫자에서 이제 상처와 아픔을 봐야 한다”며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고 위로하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위기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위기

    장마가 유난히 길던 지난여름 나는 20세기 말에 본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한 편을 떠올리곤 했다. 영화 속 도시에는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자꾸 몸을 숨긴다. 영화평에는 세기말, 고독, 우울이라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2020년 한국의 여름도 비와 바이러스와 고독과 우울이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무렵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짙은 잿빛으로 드러난 땅의 맨살 위를 들불처럼 달리는 선홍색 불꽃과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가 비현실로 보이는 광경. 영구동토층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이미 녹았다가 얼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는 시베리아의 산불을 찍은 사진이었다. 너무 자주 언급돼 이제는 위기보다 일상이 돼 버린 지구온난화의 얼굴이었다. 과학자가 아니라도 사람들 대부분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해결 방법도 안다. 간단하고 유일한 방법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은 고심한 끝에 북극에서 녹고 있는 얼음 대신 유리 가루(이산화규소)를 뿌려 태양 광선을 반사하자는 응급 처방을 내놓는다. 아직은 공장도 자동차도 비행기도 멈추지 않으며, 당장은 화석연료, 전기, 음식, 어떤 에너지 소비도 줄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지난봄에 타고 다니던 낡은 차를 없앴다. 호기롭게 결단을 내렸으나 허전함과 무기력감에 시달렸다. 마음을 달래려고 신차 모델이며 중고차 가격을 검색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자동차 판매량은 약 40~50% 늘었다. 혹시나 대중교통에서 전파될지도 모를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가용 구입이 늘었으리라고 추측한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위기의 일부’가 돼 버리는 이와 같은 상황을 여전히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산업혁명 이후 문명은 성장, 생산, 소비라는 가치를 고수하며 달려왔다. 역설적인 것은 끊임없이 지구의 위기를 경고해 온 과학기술이 생태 파괴의 문명을 이끌어 온 주역이라는 사실이다. 과학기술은 주로 소비 욕망 창출을 위한 도구적 이성으로 기능한다. 모든 욕망이 원래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건 아니다. 모니터 속 신형 테슬라를 보기 전까지 나에게 빨간 전기 자동차에 대한 욕망은 없었다. 욕망은 대부분 새롭게 태어난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욕망이 새로운 기쁨이 되는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 여기저기서 플라스틱 오염, 여섯 번째 대멸종, 호르몬을 파괴하는 POPs, 핵폐기물 같은 단어들을 만나면 위기가 아니라 이미 엄청난 재난 속에 내가 들어와 있음을 실감한다. 정치, 사회, 생태 문제들이 모두 뒤엉킨 실타래로 단단히 얽혀 있다. 어느 하나를 잡아당겨 매듭을 푼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우울한 얘기 좀 그만해요!” 늘 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식구가 타박한다. “그렇게 종말이 두려우면 뭐든 막을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잖아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게 생활하는 5억명이 배출하는 탄소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나는 다만 이렇게 쓴다. 최근에 번역을 마친 책은 로마제국의 몰락 과정을 다룬 것이었다. 급격한 기후 변동과 팬데믹을 겪으면서 로마인들이 종말론에 사로잡히게 됐다는 내용이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그러나 흔히 상상하듯 파멸이 임박했다는 의식이 사람들을 절망과 불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의식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파멸이 임박했다는 의식일지도 모른다. 모든 역할과 책임을 과학기술에 떠넘긴 채.
  • 불매운동 무풍지대…올 연말 日영화 몰려온다

    불매운동 무풍지대…올 연말 日영화 몰려온다

    지난해 일본 제품 수입 불매 운동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올해 연말 한국 시장의 문을 잇달아 두드리는 일본 영화가 흥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7일 개봉한 액션 영화 ‘퍼스트 러브’에 이어 오는 31일에는 이별을 주제로 일본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굿바이’(2008) 31일 개봉하는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굿바이’(2008)는 첼리스트였던 남자가 갑작스레 장례 지도사 일을 하게 되면서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이 망자와 이별하는 자세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도쿄의 한 악단 첼리스트였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분)는 갑작스럽게 악단이 해체되면서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함께 고향 야마가타로 돌아간다. 연령이나 경험에 상관없이 초보자를 환영하고 정규직을 보장한다는 여행사의 파격적인 구인 광고에 이끌려 면접을 본 다이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합격한다. 하지만 여행사로 알고 왔던 회사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인 죽음을 배웅하는 장례지도회사였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다이고는 두둑한 보수에 마지못해 일을 시작하지만 첫번째 현장에서 고독사로 2주간 방치돼있던 고인의 충격적인 모습과 악취에 헛구역질을 멈추지 못한다. 아내 미카와 고향의 친구들은 다이고를 피할 만큼 그의 선택을 반대한다. 하지만 다이고는 사장인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 분)가 고인과 가족에게 최선의 예우를 다하는 모습을 보며 사명감을 키워 간다. 영화는 묵직한 주제지만 따뜻한 첼로 선율과 함께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담아냈다. 일본 영화 음악계를 대표하는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았다. 일본 아카데미 13관왕, 아시아필름어워드 남우주연상, 홍콩금상장영화제 아시아영화상,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을 받았다. 상영시간 130분. 12세 이상 관람가.●‘가을의 마티네’(2019) 마찬가지로 31일 개봉하는 ‘가을의 마티네’는 도쿄와 파리, 마드리드, 뉴욕을 오가며 엇갈리는 운명 속에서 사랑을 찾아가는 정통 로맨스 영화다.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공연을 찾아온 저널리스트 요코(이시다 유리코 분)에게 첫눈에 반한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지만, 프랑스 RFP 통신에 근무하는 요코는 오래 만난 미국인 약혼자가 있고, 다음 날 프랑스로 돌아간다. 마키노는 요코를 마음에 품은 채 슬럼프에 빠지고, 요코는 테러 사건을 취재하다 동료가 숨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마키노가 공연을 핑계로 파리에 찾아와 재회한 두 사람은 진심을 털어놓으며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요코가 약혼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일본에 도착한 날, 마키노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으며 연락이 두절되고, 누구도 원치 않았던 이별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 ‘마티네의 끝에서’가 원작이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드라마 ‘하얀거탑’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영화화해 성공을 거둔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의 신작이다. 상영시간 123분. 12세 이상 관람가.●‘퍼스트 러브’(2019) 지난 17일 개봉한 ‘퍼스트 러브’는 무기력한 삶을 살던 남녀가 야쿠자의 마약 탈취 사건에 휘말리면서 난생처음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모습을 그린 액션 코미디다. 하지만 개봉 8일차인 지난 24일까지 누적 관객은 3363명, 박스오피스 28위로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영화는 냉철한 도쿄 야쿠자 조직원 가세(소메타니 쇼타 분)와 부패한 경찰 오토모(오오모리 나오 분)의 뒷거래에서 시작한다. 가세는 오토모와 함께 자신이 속한 조직이 거래하던 필로폰을 훔쳐 달아나고 이를 성매매 여성 모니카(고니시 사쿠라코 분)에게 뒤집어씌울 계획을 세운다. 어릴 때 부모에게 버려진 권투 선수 레오(구보타 마사타카 분)는 뇌종양으로 병원에서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았다.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 레오는 거리를 배회하다 오토모에게 쫓기던 모니카를 돕게 되고, 둘은 마약 절도 사건에 휘말린다. 상영시간 108분.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평론가인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은 “일본에 대한 반감이 아직 남아있지만, 정치적인 반감과 문화 교류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일본 영화보다 위상이 높은데다, 일본 영화가 한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거부감을 가지고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임종석 “검찰·법원, 기득권 냄새 풍긴다”…문 대통령은 사과

    임종석 “검찰·법원, 기득권 냄새 풍긴다”…문 대통령은 사과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처분 효력 중지 결정을 내린 이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에서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함께 풍긴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현재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맡고 있는 임종석 전 실장은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단단한 눈뭉치에 정면으로 이마를 맞은 느낌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총장 징계 처분 효력을 중지하는 법원의 결정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전 실장은 “사실과 진실을 좇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을 먼저 하고 사건을 구성한다.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구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금 검찰과 법원이 서슴없이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도구를 쥐어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스스로 만든 권한처럼 행사한다”면서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염치도, 자신들의 행동이 몰고 올 혼란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손 놓고 바라봐야 하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 다시 아픈 후회가 남지 않도록”이라며 글을 맺었다.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의 직무 복귀와 관련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민에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검찰개혁 후속 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페스트에 맞선 소시민들의 헌신…연극 ‘2020 페스트’ 감동후불제 온라인 상영

    페스트에 맞선 소시민들의 헌신…연극 ‘2020 페스트’ 감동후불제 온라인 상영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와 희곡 ‘계엄령’을 각색한 연극을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다. 극단 걸판은 ‘2020 페스트: 온라인 리미티드 런’을 극단 걸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16일부터 오는 31일 자정까지 감동후불제 형식으로 상영한다고 22일 밝혔다. ‘2020 페스트’는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의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갑작스레 창궐한 페스트에 맞서 헌신적으로 싸우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재난과 공포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면당하는 사회적 약자의 생존과 자존을 위한 투쟁을 극중극 ‘계엄령’을 공연하는 배우들을 통해 보여준다. 코로나19로 당연했던 일상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극단 걸판 최현미 대표는 “봄부터 계속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 속에서 목표를 잃고 무기력해지기도 했지만 안전해질 때까지, 모두 끝이 날 때까지 우리의 작업을 포기한 채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6월부터 배우들을 모아 기획하고 8월부터 무작정 연습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8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무관중으로 촬영된 연극 ‘2020 페스트’는 빈 무대 위에서 배우에 집중해 대사와 감정을 더욱 깊이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연계해 75분짜리 연극 영상 콘텐츠로 제작됐다. 세 곡의 넘버를 비롯한 이슬람 선율, 앰비언스 사운드, 일렉트로닉 뮤직 등으로 창작된 음악들을 후반 믹싱 작업을 거쳐 보강하는 등 음악극적 요소도 밀도 있게 담겼다. 앞서 극단 걸판의 ‘페스트’는 2015년 소극장 산울림에서 ‘산울림 고전극장’으로 초연한 뒤 그해 10월 같은 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 것을 비롯해 광주, 부산 등에서 초청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KCC 1위한 날 ‘4위만 5개팀’ 프로농구 대혼돈의 시대

    KCC 1위한 날 ‘4위만 5개팀’ 프로농구 대혼돈의 시대

    자고 일어나면 요동치는 프로농구 순위가 또 대폭 바뀌었다. 전주 KCC는 20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78-52로 승리했다. 2라운드 최우수선수(MVP) 송교창이 23분만 뛰고도 17점을 넣었고 라건아 11점, 이정현 10점 등 동료들이 고르게 득점해 완승했다. 안양 KGC와 공동 1위였던 KCC는 앞서 KGC가 서울 SK에 패배한 덕에 단독 선두에 올랐다. DB는 야투율이 29%에 그쳤고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모든 면에서 완패를 당했다. 두 자릿수 득점을 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52점은 이상범 감독 부임 후 최소 득점이자 이번 시즌 10개 구단을 통틀어 한 경기 최소 득점 기록이다. 사실상 2쿼터에 승부가 끝난 경기였다. KCC가 19-18로 근소하게 앞선 채 맞은 2쿼터에서 DB는 단 8득점에 묶였다. 반면 KCC는 송교창 홀로 2쿼터에만 8점을 기록하는 등 23득점을 몰아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무기력한 DB는 후반에도 이렇다 할 공격을 보이지 못했고, KCC는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할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전날 서울 삼성에 패해 6연승에서 멈춘 KGC는 이날 안양 홈경기마저 SK에 70-90으로 내주고 2연패에 빠졌다. 1쿼터부터 12-20으로 밀리는 등 일찌감치 점수가 벌어졌고, 35개의 3점슛 가운데 9개만 들어간 저조한 외곽슛이 패인이 됐다. 반면 SK는 5연패에서 탈출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이날 삼성이 인천 전자랜드를 63-60으로, 부산 kt가 울산 현대모비스를 87-83으로 각각 물리치면서 프로농구는 5개 팀(SK, 삼성, 전자랜드, kt, 현대모비스)이 공동 4위를 차지하는 기이한 순위표가 완성됐다. 1위와 4위 그룹과의 승차는 3경기로 언제 또 순위가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4위 그룹과 9위 창원 LG의 승차도 1.5경기에 불과하다. DB를 제외하고 9개 팀이 물고 물리는 대혼전을 거듭하면서 프로농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길섶에서] 세월/손성진 논설고문

    뜻도 없고 덧도 없이 흘러버린 시간은 승객도 없이 무작정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야간열차처럼 허망했던 한 해의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휘몰아치는 눈바람도 낭만의 세레나데로 아름답게 받아들일 줄 알았던 여유는 지금 우리에겐 없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반짝임에도, 구세군의 종소리에도 무감해져서 멍하게 지나친다. 선악이 뒤엉켜 살기에 그럴까. 세상은 참으로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게 아닌 것 같다. 악의 종자(種子)는 앞을 보지 못하는 게으른 인간을 일깨우듯이 회초리를 내리쳤다. 첨단의 기술을 만들어 낸 인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찮은 미물에 이토록 무기력할까. 제아무리 혹독하다 한들 그 또한 지나가고 생채기 같은 흔적만을 남길 것이다. 고통의 시간은 영겁(永劫)의 세월에 비하면 한 줌 티끌에 불과할 것이고. 저 하늘의 별은 여전히 찬란하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해는 뜨고 천지를 다사롭게 비춘다. 깊이 내쉬었던 한숨 속에서도 우리가 몰랐던 능력과 인내심을 확인한 것은 소득이었다고 생각하자. 얼어붙은 한겨울 동토의 밑바닥에도 꽃의 시간이 영글고 있다. 서로 믿고, 사랑하고 웃음을 잃지 않을 때 꽃은 언젠가 봉오리를 피워 올릴 것이다. sonsj@seoul.co.kr
  • 피 튀기는 광기, 지옥 같은 세상, 믿을 건 사랑뿐

    피 튀기는 광기, 지옥 같은 세상, 믿을 건 사랑뿐

    17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퍼스트 러브’(2019)는 무기력한 삶을 살던 남녀가 야쿠자의 마약 탈취 사건에 휘말리면서 난생처음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모습을 그린 액션 코미디다. 여기에 광기 넘치는 한밤의 소동 속에서 상처를 극복한다는 흐름은 다소 감상적이다. ● 야쿠자 마약 탈취 사건에 휘말린 남녀 ‘상처와 사랑’ 영화는 냉철한 도쿄 야쿠자 조직원 가세(소메타니 쇼타 분)와 부패한 경찰 오토모(오오모리 나오 분)의 뒷거래에서 시작한다. 가세는 오토모와 함께 자신이 속한 조직이 거래하던 필로폰을 훔쳐 달아나고 이를 성매매 여성 모니카(고니시 사쿠라코 분)에게 뒤집어씌울 계획을 세운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야쿠자에 억류된 모니카는 마약에 중독돼 종종 환영에 시달린다. 모니카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다. 오토모는 하룻밤을 보낼 심산으로 모니카에게 접근하지만, 모니카는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는 놀라 달아난다.어릴 때 부모에게 버려진 권투 선수 레오(구보타 마사타카 분)는 뇌종양으로 병원에서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았다.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 레오는 거리를 배회하다 오토모에게 쫓기던 모니카를 돕게 되고, 둘은 마약 절도 사건에 휘말린다. 레오와 모니카는 서로 의지하며 밤새도록 도망가고, 야쿠자 조직과 이들의 경쟁 조직인 중국계 마피아까지 얽히면서 일이 커진다. ● 기괴한 캐릭터… 현대인의 탐욕·경직된 日사회 풍자 탐욕에 휘말린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은 듯한 각 캐릭터의 얼굴은 기괴하다. 피 튀기는 칼부림이 판치는 활극 속에서 조직원이 공격을 당했는데도 야쿠자 윗선의 지시를 기다려야 하는 모습은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풍자하기도 한다. 가세는 오토모에게 “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믿을 것은 공무원뿐”이라고 말하지만, 부패한 공무원(경찰)인 오토모조차 믿을 수 없는 자다. 중국 신흥 마피아에 밀려 쇠락해 가는 야쿠자 조직의 모습과 더불어 기울어져 가는 일본 사회를 보여 주는 듯하다. 사람의 팔이 잘려 나가는 현장 속에서도 나름의 반전까지 녹이면서 예상 외의 재미도 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미이케 감독 “인생의 의외성 담아”… 내일 개봉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자신도 모르는 곳에 사랑과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인생의 의외성을 담고 싶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피워 낸 사랑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과격하고 기이한 연출로 유명한 미이케 감독이 자신의 방식으로 역설한 것이다. B급 유머와 폭력이 난무해도 결국 제목 ‘퍼스트 러브’에 부합하는 감성적 영화인 셈이다. 상영시간 108분. 청소년 관람 불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실컷 부려먹다 개고기로…中 유명 리조트, 썰매견 학대 논란(영상)

    실컷 부려먹다 개고기로…中 유명 리조트, 썰매견 학대 논란(영상)

    중국 북부에 위치한 한 유명 스키 리조트 관리자들이 썰매견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헤이롱장성에 위치한 이 리조트는 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스키장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쳐 왔으며, 해당 리조트에서는 고객들에게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용되는 다수의 썰매견이 사육되고 있었다. 현지 동물보호단체가 내부자의 제보를 받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리조트 측은 썰매견들에게 폭행을 가해 상처를 입히고도 제때 치료해주지 않았으며, 폭행으로 인해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나이 든 노견마저도 강제로 개썰매 이벤트 등 ‘노동’에 동원했다. 또 문제의 리조트는 고객이 줄어드는 계절이 되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물들을 인근 개고기 식당에 팔아넘길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미 리조트 내의 썰매견들이 모두 마르고 상처를 입어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이 리조트에서 사육하고 있는 썰매견 대부분은 시베리안 허스키 믹스견으로, 일반 시베리안 허스키에 비해 저온을 견디는 능력이 떨어진다. 단체 측은 “저온을 힘들어하는 썰매견들은 추운 지역의 스키 리조트에서 학대에 시달렸으며, 궂은 노동 후에는 개고기로 팔려나갈 위기에 처해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단체가 공개한 영상은 썰매견 6마리가 쇠사슬과 밧줄로 한데 묶여있고, 관리자로 보이는 남성이 삽으로 개들을 치며 눈을 쓸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썰매견들은 하나같이 무기력하고 마른 상태였으나, 영상에 등장하는 리조트 관계자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 측은 해당 영상을 현지 SNS인 웨이보에 공개하면서 “사람들이 이 개들을 구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개썰매를 타지 말고,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논란의 중심이 된 리조트는 하얼빈에서 20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1996년 동계아시안게임과 2009년 동계유니버시아드를 비롯한 여러 주요 경기를 개최한 아시아 최대 스키 리조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안양시, ‘코로나 블루’ 퇴치 ‘마음면역’ 토론회…전문가 참석 온라인 토론

    안양시, ‘코로나 블루’ 퇴치 ‘마음면역’ 토론회…전문가 참석 온라인 토론

    코로나19 위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경기 안양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리안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시는 정신건강 온라인 토론회 ‘코로나19 마음면역’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오는 16일 시청사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우리 마음건강과 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진행되며 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생중계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장,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안양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등 4명의 전문가와 최대호 안양시장이 참석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정신건강 중요성에 대해 대담을 벌일 예정이다. 시민들도 생중계되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댓글로 의견을 제시하거나 질의 후 답변도 받아볼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이 이뤄진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울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지난 9월 실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47.5%가 ‘불안’, 25.3%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벌인 설문조사보다 불안감정은 줄고 분노는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심리적 불안 또한 이어지고 있다”며 “많은 시민이 마음의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안양시자살예방센터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자가격리자와 확진자 심리상담을 비대면으로 돕고, 정신건강치료비 지원 등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심리방역에 나서고 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