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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긴급조치’ 사과하는 판사가 없다/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긴급조치’ 사과하는 판사가 없다/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1970년대 중후반 학번의 대학 선후배가 모처럼 대폿집에 마주 앉았다. 이제 둘다 50대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긴급조치위반 사건 담당 판사의 명단이 공개된 데까지 이어졌다. 변호사인 선배는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운동권 출신 후배의 반론도 만만찮았다. “아다시피 유신헌법은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할 수 있도록 했고, 사법심사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규정했어. 긴급조치는 위헌여부를 다툴 수도 없게 되어 있었지. 그런데 이제와서 자연법이나 정의에 따라 재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사들을 비판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잘못이지. 판사는 자연법이 아니라 실정법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잖아.” “인혁당 사건 정도는 아니지만 긴급조치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징역을 살았어요. 시위를 모의하고 주도하다 경찰에 쫓겨다니고, 제적을 당했지요. 긴급조치 위반 기소 사건만 589건이었요. 그런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어요. 박정희 전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모두가 나몰라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긴 하지만 악법도 법이란 말이 있잖아. 현재의 시각으로 당시 판사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아. 이를 테면 앞으로 사형제가 폐지된다해서, 이전에 사형 선고를 내린 판사들을 공개하고 비판한다면 옳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사형제의 존폐는 민주적 입법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잖아요. 긴급조치는 유신시대 폭압적인 정치 구조의 산물이에요. 지금 여야가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긴급조치가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무고한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에는 찬성이지. 그런데 선진국 일수록 법원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우리 사회의 최종 ‘해결사’인 법원과 판사를 망쳐놓으면 만인에 대해 만인이 투쟁하는 사회가 될 수 있어. 이건 법조계의 신뢰회복 노력과는 별개의 문제야.” “만약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판사들의 이름을 빼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국민들의 비판이 적지 않았을 거예요. 명예훼손이라거나 인적 청산을 하려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긴급조치 사건 관련자들이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그런 얘기 하기 어렵지요.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도 하던데 과거사 정리는 다음 정권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지요.” “판사가 법정에 들어서면 방청객들이 모두 일어서지 않는가. 검사와 변호사도 법정에 들어서면서 법대(法臺)를 향해 인사를 한다네. 그건 판사 개인이 아니라 판사라는 직위, 법원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네. 거듭 얘기하지만 사법부를 마구 흔들어 대선 안돼.” “사법부는 존중해야 하지요. 그러나 인혁당의 ‘사법살인’이나 긴급조치 사건의 판사들이 무고한 희생자들에게 겸손하게 ‘그때 정의의 이름으로 행동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대법원이 ‘사법시스템이 짊어질 과오’라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반성하는 분들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그래야 진실로 화해가 되고, 반면교사도 되지 않겠어요.” “글쎄, 판사들도 마음의 빚은 느끼고 있겠지…. 어찌됐든 사법부가 무너지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네.” 밤은 깊었고 취기는 올랐다. 두 사람은 어깨를 겯고 대폿집을 빠져나왔다.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사설]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검토해야

    사법부 과거사 정리에서 먼저 할 일은 무고한 희생자를 구제하는 것이다. 또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제도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과거사위의 긴급조치 관련 판사 명단 공개는 성급했다. 피해자 구제보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였지만 실정법에 따라 판결한 법관의 인적 청산을 앞세우려는 처사는 정치적 배경을 의심받는다. 대법원은 긴급조치와 더불어 반공법, 국가보안법, 집회·시위법과 연관된 판결 6000여건의 문제점을 이미 분석했다고 한다.1972년부터 1987년 사이 200건 이상의 시국·공안사건이 판결문에서 고문·불법구금 논란이 있었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재심청구가 없어도 이들 사건에 대해 포괄적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초법적인 발상이다. 재심 확대와 함께 판례 변경으로 피해자를 구제하고, 판결문을 통해 과거 잘못을 사죄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심 사유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국회는 재심청구 범위를 넓히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 재심 확대를 넘어 과거 정권의 시국·공안 재판을 모두 무효화하는 특별법 제정은 법의 안정성을 깬다는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긴급조치에 한해서는 이를 무효화하고 피해자를 보상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긴급조치 위반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 사안을 처벌한 것으로 사실관계의 다툼이 적다. 고문이나 증거조작이 개입된 사실이 없으면 재심이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통한 일괄 무효·일괄 보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여야가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제정을 논의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법에 의해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 보상을 한 뒤 화해로 나아가야 한다. 잘못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에서 사법부 수장의 사과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하) ‘4월의 선택’ 프랑스 대선 관전포인트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하) ‘4월의 선택’ 프랑스 대선 관전포인트

    |파리 이종수특파원|오는 4월22일 치를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투표는 역대 어느 대선보다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집권당 니콜라 사르코지(52) 후보와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54) 후보의 오차범위 내 접전, 인터넷 선거운동 효과 증대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리면서 갈수록 열기를 띠고 있다.3가지 관전 포인트를 중심으로 ‘엘리제 궁으로 가는 길’을 짚어본다. ●우파 분열? 2002년 대선은 ‘분열=패배’라는 ‘선거 진리’를 뼈저리게 각인시켰다. 좌파 후보가 난립하며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후보가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에게 1차투표에서 석패하는 이변을 낳은 것. 그 ‘학습 효과’ 때문인지 좌파는 단결된 모습이다. 반면 집권당의 내홍이 불거졌다. 비록 팽팽하던 긴장감은 가셨지만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아직 3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도 내분을 방증한다. 시라크 대통령은 29일 대표적인 시라크계 인사였다가 최근 사르코지 지지를 선언한 미셀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이 사르코지의 영국 방문에 동행하려 하자 강력 저지한 것도 가시지 않은 앙금을 보여준다. 급기야 사르코지는 30일자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시라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양측의 내분이 봉합되지 않으면 집권당의 승리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시라크가 출마하지 않더라도 ‘현역 프리미엄’을 이용, 사르코지의 승리를 방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좌파 유권자, 사회당에 표를 모아줄까 사회당 루아얄 후보는 지난해 11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면서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게다가 2002년 따로 출마한 좌파 공화국시민연합의 장 피에르 슈벤느망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말 출마를 철회하면서 ‘백만 원군’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 퀘벡 독립문제, 중동·중국 방문에서의 잇단 실언으로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선거 캠페인 방식을 재정비하고 전열 재정비에 나섰지만 더 절실한 것은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물론 공산당·녹색당 등 좌파와 노동자의 투쟁’‘혁명적 공산주의 연맹’ 등 극좌파 정당도 독자 후보를 내세웠다. 그러나 극우파 돌풍을 견제하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실제 투표에서 사회당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2002년 대선에서 극좌파 진영과 공산당·녹색당은 각각 13%대,8.6%대의 지지율을 얻었다. 조스팽 후보가 르펜에 0.68% 차이로 진 것을 감안하면 범좌파 유권자의 표심은 루아얄 후보에게 1차 투표는 물론 결선투표 승리를 좌우할 결정적 요인이다. ●극우파 돌풍 재연될까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5월6일 결선투표에서 격돌할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다. 그러나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당수의 선전 여부는 여전히 큰 변수다. 잇단 여론조사에서 15%대 안팎의 고정 지지율을 보이는데다 최근 지지층이 두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딸 마리아 르펜이 선거본부장을 맡아 창당 이후 처음으로 홍보 포스터의 모델로 유색인종을 등장시키는 등 지지계층 확대 전략이 효과를 거두면서 국민전선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TNS의 조사 결과 르펜의 이념에 동의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26%까지 나왔다. 유럽연합 가입에 따른 노동시장 개방 등으로 생활난이 심해진 노동자계층이 국민전선의 가장 두꺼운 지지층으로 자리잡으면서 르펜의 선전은 사회당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르펜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1차 투표에서 루아얄을 누르고 2차 투표로 직행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선 후보가 되려면 선출직 공무원 5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르펜은 극우파 후보를 공개지지하는 것을 꺼려하는 관행 때문에 고전했다. 그러나 그의 출마가 사회당 루아얄 후보의 표를 잠식할 것이라고 판단한 사르코지 후보가 “서명해도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공표하면서 걸림돌이 사라진 상태다. vielee@seoul.co.kr ■ ‘엘리제’ 향해 뛰는 군소후보들 |파리 이종수특파원| “틈새가 보인다.” “대선 후보가 두명 뿐인가.” 프랑스 대선에 뛰어든 군소 후보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유력 후보에만 집중하는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이미지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입증하듯 29일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45명.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중도파 프랑스민주주의연합의 프랑수아 바이루(54) 당수다. 그는 2002년 대선 1차투표에서 6.84%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다. 안정된 이미지를 내세워 강경 이미지의 사르코지와 돌출 행동의 루아얄의 틈새를 공략해 2차 투표행 티켓을 거머쥐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 2002년 대선에서 13%대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극좌파 후보들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노동자의 투쟁’ 당수 아를레트 라귀에(66)는 7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그녀는 2002년에 득표율 5.72%로 5위에 올랐다. 트로츠키주의자인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의 대변인 올리비에 브장스노(32)도 패기를 내세워 다시 도전장을 냈다. 그는 좌파 진영과 ‘반자유주의 블록’을 결성했지만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좌파 진영도 정당별로 독자 후보가 나섰다. 반세계화 농민운동가의 상징인 조제 보베(53)는 1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1999년 프랑스 미요의 맥도널드 건물을 트랙터로 들이받아 체포되면서 대표적 반세계화 운동가로 부상한 그는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재배지를 습격해 몇차례 수감되기도 했다. 최근 출마를 결심한 뒤 “자유 경제의 세계와 지구의 상업화에 저항하기 위해 나섰다.”고 설명했다. 명망있는 환경운동가 니콜라 윌로의 불출마 선언으로 환경운동 진영에서는 녹색당의 도미니크 부아네(47) 전 환경장관이 나선다. 마리 조제 뷔페(56) 공산당 당수는 ‘참된 좌파’를 모토로 사회당과 차별화 전략을 내걸고 있다. vielee@seoul.co.kr ■ 올해 관심끄는 대선 국가들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선거는 프랑스 대선뿐만이 아니다. 국제선거제도재단(IFES)에 따르면 남미의 아르헨티나, 투르크메니스탄, 세네갈, 나이지리아, 인도 등 24개국에서 올 한해 대선을 치른다. 각국의 대내 정치 발전은 물론, 세계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가운데는 12월19일 대선을 치르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아르헨 집권좌파 대통령 재선 가능성 오는 10월28일 선거를 치르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최근 이어진 중남미 좌파 열풍의 이정표로 주목된다. 좌파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중남미 좌파 열풍은 주춤거림 없이 진행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석유를 무기로 미국에 맞서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영향력도 더 확고해질 전망이다. 키르츠네르에 맞설 후보로 최근까지 경제장관을 역임한 로베르토 라바그나가 유력하다.‘아르헨티나의 힐러리’로 불리는 키르츠네르의 부인 크리스티나가 남편을 대신,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달 선거 앞둔 투르크메니스탄과 세네갈 21년간 독재자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의 ‘엽기’철권 통치 아래 있던 투르크메니스탄이 11일 대선을 치른다. 지난해 말 니야조프 대통령의 급사 이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협의회’결정에 따른 것이다.6명의 후보가 나섰지만 대통령 대행을 하고 있는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부총리가 유력하다. 니야조프가 자신의 사람들로 만들어놓은 국민협의회 인사 2500명이 만장일치로 베르디 무하메도프를 대통령 대행으로 선출했고, 그를 위해 최근 ‘대통령 대행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안까지 수정했다. 니야조프의 21년 그림자가 사후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베르디 무하메도프는 국민들에게 무제한의 인터넷 접근(현재는 국민의 1%만 가능)과 학생들의 해외유학 허용 등 개혁안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어 25일에는 세네갈에서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진다. 압둘라이 와드 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3월 야당인 세네갈 민주당 후보로서 사회당 40년 장기 집권을 깨고 대통령에 올랐다. 최근 신년사를 통해 에너지 자립 정책, 농어촌지원, 사회간접 자본개발 등에 대해 비전을 제시한 와드 대통령의 재선이 주목된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이자,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도 4월21일 대선·총선을 함께 치른다.3선을 시도하던 올루세군 오바산조 현 대통령의 시도는 의회 견제로 무산됐다. 대신 그의 후원을 받는 우마루 무사 야라두아(카치나 주지사)가 집권 PDP당 후보로 나서고, 야당 ANPP에선 2003년 오바산조 대통령에게 패한 전 군부지도자 무하마두 부하리가 나설 전망이다. 지긋지긋한 종교·민족 분쟁으로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나이지리아가 이번 대선·총선을 통해 정국 안정을 조금이나마 이룰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인도, 알바니아가 7월에, 에티오피아 과테말라가 11월 대통령을 뽑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 이란 군사공격 힘실리나

    美, 이란 군사공격 힘실리나

    이라크를 사이에 둔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이란이 미국의 잇단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이라크내 영향력 확대 방침을 밝히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경 대응 의지를 재차 천명하는 등 갈등이 첨예화하는 양상이다.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이란을 무력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라크내 군사행동을 강화해 미군과 무고한 이라크 시민을 위험에 빠트린다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산 카제미 쿠미 이라크 주재 이란 대사가 이날 뉴욕타임스에 이란은 이라크에 군사적 원조와 경제적 협력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이다. 미국은 핵 개발과 이라크 개입 등으로 신경을 자극해온 이란에 대해 최근 강도높은 경고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지난 11일 걸프만에 항공모함 2척을 배치했고,26일에는 이라크 주둔 미군에 ‘위협으로 간주되는’ 이란 요원을 체포·살해하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딕 체니 부통령은 뉴스위크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추가 배치가 이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안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미국의 대표적 네오콘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는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이날 르몽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핵협상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유일한 대응책은 이란을 정치적, 경제적,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며, 정권교체가 유일하고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쿠미 대사는 양국간 국경 수비를 강화하는 ‘합동보안위원회’를 창설하는 방안과 이란 국립은행의 자회사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개설하는 등 이라크 재건사업에 핵심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폭력 사태 배후에 이란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닌 미국의 태도는 냉담하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이라크 폭력 사태에 연관됐다는 증거를 갖고 있는 한 그에 합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라크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미국이 상황 반전을 위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아직까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 곧 이란을 침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사반센터(중동정책)는 이라크에서 내전이 일어나면 이란은 미국의 명백한 적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이란, 시리아 등과 지역 협력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시등 ‘국가공인 영어’ 우선반영 법안 추진 ‘토익열풍’ 잠재울까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와 사법시험 등 국가공인 자격시험에 국가공인을 받은 영어시험 결과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법안이 나온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현재 영어시장을 휩쓸고 있는 토익(TOEIC)시험은 국가공인을 받지 않는 이상 영어시험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어교육진흥특별법안을 마련,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민의 읽기·쓰기·듣기·말하기 등 종합적인 영어능력을 평가할 신뢰성·타당성과 실용성을 갖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개발, 시행해야 한다. 특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단체는 해당 임·직원을 채용할 때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나 국가공인을 받은 민간영어자격시험 결과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종 국가고시나 사시, 공인회계사 등 국가공인 자격시험에는 사실상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영어시험 성적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가공인을 받은 영어시험은 텝스,MATE, 실용영어 등이다. 토익이나 토플은 공인을 받지 않았다. 토익은 연간 180만명이 응시하고 있는 최대 영어시험이다. 특히 2004년부터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 기술고시 등 국가고시에서 영어를 대체하는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추가되면서 국내 영어평가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토플의 경우, 미국 유학생을 중심으로 연간 10만명이 응시하고 있어 이 법이 제정되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토요영화]

    ●블러디 선데이(EBS 오후 11시) 우리나라에 5·18 민주화운동이 있었다면 북아일랜드엔 ‘블러디 선데이(피의 일요일)’란 사건이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은 모두 일요일에 벌어졌다.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에 군사작전이 전개되었고 무고한 시민들이 무장세력이라는 누명을 쓰고 쓰러진 이유 또한 같다. 그리고 여전히 그 날의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도 빼닮았다. 17세기 영국은 청교도 혁명 이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굴복시키면서 개종을 요구했고, 아일랜드는 수백년 동안 토지를 몰수당하고 소작농으로 살게 된다.1차 세계대전을 통해 아일랜드 독립운동이 시작되었으며 1921년 자치령을 획득한다. 하지만 영국은 다수의 신교도들을 북아일랜드에 이주시키며 독립에서 제외시켰다. 영화는 영국정부의 차별에 반대하고 시민권을 주장하기 위해 평화행진을 벌인 북아일랜드 데리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국에 대항해 오랜 투쟁을 벌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던 1972년의 ‘피의 일요일’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역사적 순간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작품을 즐겨 만드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1972년 1월31일, 북아일랜드의 도시 데리에서 벌어진 유혈사태를 세심하게 추적한다. 이 사태에서 평화롭게 시위하던 아일랜드 시위대들은 영국 군대의 총격에 사살되었다.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논쟁은 이 사건으로 전대미문의 잔혹한 복수극으로 이어진다. 그린그래스가 영국-북아일랜드 갈등의 배경은 그다지 문제 삼지 않고, 영국 군대의 진압과정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하루빨리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역사적인 영화가 개봉되길 기대한다.2004년작.110분. ●테이킹 라이브즈(OCN 밤 1시) 자신이 살해한 사람의 신분으로 위장한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미모의 FBI 프로필 분석관 사이의 심리대결을 그린 사이코 범죄 스릴러. 캐나다 몬트리올시 한 건설현장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강력계 형사들은 평범치 않은 연쇄 살인사건임을 직감하고 FBI의 도움을 요청한다.FBI 수사요원 일리아나 스콧(안젤리나 졸리)은 기존의 범죄수사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직관으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1급 프로필 분석관. 그녀의 수사방식은 살인범들의 알 수 없는 심리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때로 유일한 돌파구가 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응시료 조정문제 추후 검토

    응시료 조정문제 추후 검토

    올해부터 7·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의 문제와 정답이 공개된다. 지금까지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돼 비공개 원칙이 고수돼 왔다. 이에 따라 출제비용 상승도 불가피해져 응시료 조정 문제도 검토될 전망이다.<서울신문 1월9일자 9면 참조> 중앙인사위원회는 25일 수험생들의 알권리 보장과 시험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올해 7·9급 시험부터 공개 방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7·9급 응시생들은 행정·외무고시처럼 시험이 끝난 뒤 문제지를 들고 나와 점수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문제와 가정답은 시험 직후 사이버국가고시센터(gosi.csc.go.kr)를 통해 공개된다. 응시생들은 1주일 안에 오답이나 복수정답 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출제방식 변경으로 수험비용이 40% 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응시료 조정 문제도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응시료) 인상은 물론 면제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7·9급 시험을 합쳐 모두 92개에 달하는 시험과목 개편이나 시험일정 조정 문제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일반행정직 4408명 몰려… 법무 82.8대1

    일반행정직 4408명 몰려… 법무 82.8대1

    2007년도 행정고시·외무고시·사법고시의 1차 시험 접수가 지난 12일 일제히 마감됐다. 특히 행시·외시에 이어 올해부터 사시가 전면 인터넷 접수제를 시행함에 따라 수험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풍경도 나타났다. ●사시 2만3438명 응시 행정고시는 303명 모집에 1만 3153명이 지원해 43.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만 5487명이 지원해 46.8대1의 경쟁률을 보였던 것보다 다소 낮아졌다. 직렬별로는 98명을 뽑는 일반행정직에 가장 많은 4408명이 몰려 경쟁률 45대1을 기록했고,4명을 뽑는 법무행정직에 331명이 지원해 82.8대1의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해보다 5명을 늘려 30명을 뽑는 외무고시는 1439명이 지원해 지난해 1274명보다 지원자가 늘긴 했지만 경쟁률은 다소 떨어져 48대1을 기록했다. 한편 올해부터 모집단위가 10명 이상인 직렬에 대해 전형단계별로 지방인재를 20%씩 선발하는 지방인재채용목표제가 적용된다.1차 접수 결과 행정고시 일반행정(전국) 14.2%, 재경직 7.8%, 국제통상직 15.4%가 지방인재로 분류됐고 외무고시의 외교통상직은 14.4%가 지방인재다. 사법고시의 경우 2만 3438명이 1차 시험에 응시해 약 2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합격자 1000명 시대에 들어선 후 지원자 3만명을 넘기도 했지만 영어시험 도입 이후로 주춤했다가 3년째 2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편하지만 실감안나 불안”불상사는 없어 올해부터 사법고시도 전면 인터넷 접수제를 시행함에 따라 3대 고시가 모두 인터넷접수제로 바뀌면서 신풍경도 등장했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직접 시험장에 가지 않아 편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인터넷 접수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수험생들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특히 사법시험의 경우 접수마감은 12일이었지만 접수확인은 13일부터 가능해 접수가 제대로 됐는지 불안해하는 수험생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한 사법시험 준비생은 “인터넷 접수가 시간절약이 되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직접 원서를 접수하고 접수증을 받아왔을 때처럼 실감은 잘 안 난다.”고 말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한 사람당 2000원씩 받고 시험접수를 대행해주던 ‘퀵서비스 아르바이트’풍경도 올해부터 자취를 감췄다. 대신 주변 PC방은 접수 마지막날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시험장 배치가 최고 관심사” 전면 인터넷 접수제로 바뀌면서 시험장 문제가 수험생들의 최고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시의 경우 접수번호대로 시험장을 배치해왔기 때문에 지난해까지 현장 접수자는 어느정도 추측이 가능했다. 때문에 신림동에서 가까운 학교나 친구들과 함께 시험장을 배정받기 위해 접수 날짜를 조정하는 ‘눈치작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조차도 불가능해져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생일 순서대로’‘접수 순서대로’‘무작위 뺑뺑이’등 각종 설만 난무하고 있다. 한 사법고시 준비생은 “수험생에게 시험장이 어디냐는 아주 민감한 문제”라면서 “강남·강북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중앙인사위원회는 2월 초 각각 시험장을 공고할 예정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시험전에 문제지 보면 퇴장 올해부터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시험시작 전에 문제지를 열어봤다가는 시험장에서 퇴장당하고 시험은 무효처리된다. 중앙인사위는 최근 공무원임용시험령을 개정, 임용시험 부정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올 2월10일 실시하는 행시·외시 1차 PSAT시험부터 바로 적용된다. 개정령에 따르면 시험시작 전에 시험문제를 열람하거나 시험시작 전 또는 끝난 후에 답안을 작성하면 시험이 무효처리된다. 휴대전화나 PDA 등 허용되지 않은 통신·전산기기를 소지하고 있어도 시험장에서 퇴장당하고 당해연도 시험은 무효처리된다. 또 다음 6가지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당해 시험을 무효로 하고 향후 5년간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응시자격이 박탈된다. ▲다른 수험생의 답안지를 보거나 보여주는 행위 ▲대리시험을 의뢰하거나 대리로 시험에 응시하는 행위 ▲통신기기 또는 기타 신호 등으로 당해 시험내용에 관하여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행위 ▲부정한 자료를 소지하거나 이용하는 행위 ▲관련 소명서류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거나 위·변조하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중앙인사위에 따르면 지난 한해 행시, 외시, 7·9급 임용시험에서 적발된 부정행위자는 약 100여명에 이른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부정행위에 대한 처분요건이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처분내용도 합리적으로 차등화됐다.”면서 “수험생들이 잘 모르고 행동했다가 응시자격을 박탈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10조시장 지켜라”

    “10조 시장을 놓칠 수 없다.” 조달청에 비상이 걸렸다.‘의무고객’에서 ‘자율고객’으로 바뀌는 지자체를 잡기 위해 열 올리고 있다. 지자체가 가장 큰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매·공사계약 등을 둘러싼 유착·비리 의혹을 차단할 수 있다며 지자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재 조달청이 수주받은 내자구매 규모는 9조 2087억원, 시설공사 계약 규모는 8조 9132억원에 달했다. 특히 구매 규모의 56.5%인 5조 1995억원, 공사 계약의 52.3%인 4조 6641억원어치를 지자체로부터 받았다. 지난해 한 해로 보면 10조원이 넘는다. 이는 반드시 조달청을 이용해야 하는 법 규정 때문이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지자체들은 조달청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자율적으로 물품이나 용품을 구매하고 공사를 맡길 수 있게 된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범위가 넓어져 오는 2010년이면 완전 자율화된다. 조달청은 11일 서울 강남구와 물자·용역·시설 관련 조달서비스 이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3000만원 이상 용역·물품구매와 1억원 이상 시설공사를 위탁받는 내용이다. 강남구의 조달청 이용실적은 2005년 109억원, 지난해 403억원에서 올해는 1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김용민 조달청장은 “중앙행정과 지방행정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강남구가 위탁을 결정하면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衆醉獨醒 중취독성

    이용훈 대법원장의 세금 탈루 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세무사 사무실 직원의 단순 실수일 뿐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찮다. 언론도 ‘유감’표명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는 그의 태도가 부적절한 것임을 명백히 지적하고 있다. “법관은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는 법관윤리강령만 놓고 봐도 그는 응분의 책임을 져 마땅하다. 설령 세금 탈루의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이미 청렴성을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사법부 수장으로서 그가 끝까지 ‘결과적’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옷을 벗겠다.”는 공언대로 그는 ‘옷’을 벗어 스스로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사자성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여러 옛 말들을 떠올리게 한다. 기자는 여기서 중취독성(衆醉獨醒)이란 성어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세상 모든 사람이 불의와 부정을 저질러도 홀로 자신의 덕성을 지키는 고결한 사람.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굴원이 무고를 당해 관직에서 쫓겨나 쓴 ‘어부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오직 맑고, 뭇사람이 술에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 그들이 나를 추방했다(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정치인들은 논외로 하고 대법원장만이라도 중취독성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나라의 오너(owner)’인 국민은 그나마 한가닥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을텐데…. jmkim@seoul.co.kr
  • 긴급체포 김중회 부원장은 누구

    5일 긴급체포된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거치면서 줄곧 은행과 비은행 검사 업무를 담당해온 금융감독전문가다. 2001년 김흥주 전 그레이스 백화점 회장의 G금고 인수 당시 금고 검사를 담당하는 비은행검사1국장을 지내 업무상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이용호 게이트’ 때에는 검사 과정에서 이용호의 이름이 자주 튀어나오자 이씨에게 돈을 빌려준 금고 명단을 가리키는 이른바 ‘이용호 리스트’를 작성, 돈줄을 옥죈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부원장은 이번 사건 이외에도 금감원과 관련된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 때마다 거론돼 ‘곤욕’을 치렀다. 김 부원장은 사석에서 지금까지 받은 검찰 조사만 10여차례는 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검찰과는 ‘악연’이다. 지난해 검찰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 때에는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또 BIS 비율이 축소 보고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또 2003년 카드채 사건때에도 총괄 부원장으로서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통보하면서 김 부원장의 문책을 요구했으나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자주 곤욕을 치르다 보니 김 부원장은 외부 인사와 만날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을 동석시키거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두는 등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김 부원장은 5일도 정상적으로 출근해 근무했으며 체포되기 전까지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무고를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1977년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같은 해 한국은행에 입행, 옛 은행감독원 감독기획국과 검사국 등을 거쳤다.1999년 금감원 출범과 함께 자리를 옮긴 뒤 비은행검사1국장과 총무국장, 부원장보를 거쳐 2003년 은행·비은행 담당 부원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4월 부원장 임기가 만료됐으나 당시 외환은행 헐값매각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임기가 연장돼 올해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간부 대부분들이 퇴근한 시간에 갑작스레 김 부원장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정확한 사태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감원 고위 간부가 검찰에 긴급 체포된 것은 지난 2000년 11월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관련된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김영재 기획·관리 담당 부원장보(전 대변인)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김 전 부원장보는 이후 재판과정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후세인 이후 이라크 어디로] ‘벼랑끝’ 말리키 정권 기사회생할까

    [후세인 이후 이라크 어디로] ‘벼랑끝’ 말리키 정권 기사회생할까

    벼랑 끝의 말리키 정권이 기사회생의 문고리를 잡을 수 있을까. 이라크 내전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누리 알 말리키 총리 정권의 유지 여부가 관심사다. 미국이 수렁 탈출을 위해 ‘말을 갈아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후세인 처형 전까지는 더더욱 그랬다. 미국의 지원 아래 시아파ㆍ수니파·쿠르드족의 연정형태로 정권을 잡았던 말리키를 밀어내고 새 판을 짤 것이란 평가였다. 이라크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도 있었다. 말리키 총리는 3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분위기를 파악한 듯 “임기 만료 전 사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그만둘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미군 주도 군사대응이 너무 느리다고 비판했다. 말리키가 오히려 후세인 처형을 밀어붙이는 강단을 보이고 시아파의 단결을 다지는 발판을 마련하면서 불명예 퇴진의 위기를 모면했다는 분석도 있다. 학살과 탄압의 공동 피해자이자, 지금은 주요 연정 파트너인 쿠르드족의 환영도 얻어냈다. 일단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라크 TV들이 지난달 30일 후세인의 목에 밧줄을 거는 모습을 보여 주거나, 정장 차림으로 사형집행 명령서에 붉은 글씨로 서명하는 말리키 모습을 방영한 것도 과단성있는 지도자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란 분석이 있다. 그는 구심점이 사라진 수니파에 대해서는 회유의 손을 내밀고 있다. 최근 잇달아 “무고한 이들의 피를 묻히지 않은 옛 정권의 추종자들이 입장을 바꾸고 이라크 재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국가통합회의’에서 후세인 정권의 군인들은 새 보안군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며 연금제공 등의 ‘당근’도 제시했다. 후세인 처형에 따른 혼란과 폭력사태를 진정시키고 후세인의 바트당 지지자 일부라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미국도 그에게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후세인 아래서 권력을 쥐었다가 추락한 수니파들의 분노와 반격을 무마시키면서 연립정권을 유지시켜 나갈지가 그의 과제이자, 이라크 미래를 결정할 변수다. 말리키를 둘러싼 미국과 이라크내 정파간의 거래가 후세인 사후 물밑에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후세인 처형’ 이라크 정국 안갯속

    |파리 이종수특파원·서울 김수정기자|지난 30일(현지시간) 새벽 6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전격 단행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처형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5분 가량 걸린 그의 처형은 세계사의 ‘한 점’에 머물지 않고 이라크 정국의 혼미, 미국의 이라크 및 중동 전략 등과 맞물려 ‘입체적 파장’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형 이틀째인 31일 산발적인 테러가 벌어지곤 있으나 ‘아직은 고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라크의 앞날에는 종파 분쟁 등 큰 소용돌이가 몰아닥칠 전망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데이비드 이어프 하사는 “뭔가 큰 일이 곧 일어날 것 같다. 아마 오늘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라며 곧 있을지도 모를 수니파의 보복테러를 우려했다. 현재 후세인의 탄압을 받은 이라크 다수파인 시아파와 북부 쿠르드족은 잔치 분위기이지만,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 지역과 일부 수니파는 격앙된 분위기여서 갈수록 내전을 방불케 하는 혼미상태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세인의 추종세력인 바트당이 이날 자체 인터넷사이트(www.albasrah.net)에 “오늘은 당신에게 위대한 날”이라며 “이라크 내 공동의 적인 미국과 이란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이라크내 저항이 거세질 경우 미국의 대대적 진압으로 인해 유혈 참사가 재연될 수 있다. 다른 시각도 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미국의 전폭적 지원 아래 정국을 잘 수습하리라는 것이다. 당장은 수니파를 중심으로 극렬한 저항 테러가 불가피하겠지만 말리키 총리가 쿠르드 자치족과 연대, 혼란을 진정시키면서 이라크 사회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말리키 총리는 이날 “손에 무고한 이들의 피를 묻히지 않은 옛 정권 추종자들은 입장을 바꾸고 이라크 재건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이런 시나리오를 위해 다양한 경제지원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예측 불허의 상황을 감안한 듯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도의 경계태세에 들어가는 한편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후세인 사형에 개입한 것처럼 보일 경우 이라크 정국 불안이 더 확산되고, 미국 여론도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는 분석이다.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연말 휴가 중인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스콧 스탠즐 백악관 부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후세인 처형이 이라크 폭력사태를 종식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많은 어려운 선택과 더 많은 희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편 집권 기간에 시아파 주민을 학살한 혐의로 지난 26일 사형이 최종 확정된 후세인은 나흘 만에 20여명의 참관인이 보는 가운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NBC뉴스 인터넷판은 사형 집행 장면을 촬영한 알리 알-마세디와의 단독 인터뷰를 인용, 후세인이 “나 없는 이라크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vielee@seoul.co.kr
  • 내년 공무원 채용 20% 줄인다

    내년 공무원 채용 20% 줄인다

    구직·취업난으로 인해 공무원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내년도 공무원 채용인원은 오히려 올해보다 20.2% 줄어든다. 공무원 채용 규모 감소는 3년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내년도에는 지난해와 올해에 비해 대폭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중앙인사위원회가 28일 발표한 2007년도 국가공무원 충원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채용인원은 3만 180명으로 3만 7857명을 선발한 올해보다 20%나 줄었다. 국가직의 경우 내년도 채용 규모는 2만 524명으로 2만 7248명을 뽑은 올해보다 24.7% 감축한다. 지방직도 9656명을 뽑아 1만 609명을 채용한 올해보다 9%가량 적게 채용할 예정이다. 분야별로는 교원분야가 학생수 감소로 인해 올해보다 3112명이 줄어든 1만 1163명을 뽑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경찰 일반직 9급 공채에서도 경찰청의 수요가 없어 선발인원이 소폭 감소해 2212명을 채용한다. 노동부가 최근 몇 년간 230명씩 자체 선발해 온 근로감독 분야와 법무부의 교정분야 채용이 없어지면서 7·9급 선발인원도 대폭 줄었다. 위원회 관계자는 “노동부와 법무부 7·9급에서 1900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중앙인사위원회가 공개채용으로 뽑는 국가직은 올해 4223명보다 8.5% 줄어든 3866명을 선발한다. 직급별로는 5급 333명,7급 645명,9급 2888명이다. 5급 행정고시는 작년보다 3명이 줄어든 303명을, 외무고시는 FTA 및 독도·역사문제 등 외교부의 현안업무 증가에 따라 올해보다 5명을 늘린 30명을 뽑는다. 7급 공채의 경우 올해의 992명보다 34%나 줄어든 645명만 채용한다.9급 공채도 2888명을 뽑아 올해보다 조금 줄었다. 장애인 구분 모집도 174명으로 올해보다 21명 줄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시행계획을 2007년 1월1일 중앙인사위원회 홈페이지(www.csc.go.kr)와 관보를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이라크 ‘하디타 양민학살’ 미군 8명 기소

    이라크 ‘하디타 양민학살’ 미군 8명 기소

    지난해 11월 이라크 안바르주 하디타에서 양민 24명을 살해하는 데 가담한 미군 8명이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하디타 사건’은 이라크전 이후 미군이 저지른 최악의 양민 학살 사건으로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폭로하면서 세계적인 파문을 낳았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하디타 학살 사건에 관련된 미 해병 8명이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주범인 프랭크 우터리치(26) 하사 등 4명에 대해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살인’ 혐의를 적용, 미군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장교 등 관련자 4명에게는 명령 불복종과 허위 보고 등 비교적 가벼운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전쟁 범죄의 구성 요건과 책임, 처벌 수위 등의 논의가 필요하며 미 군법체제가 비난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인들도 분노하고 있다. 하디타 주민인 나지 알 아니는 “당시 미군은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인 자말 알 오바디는 “재판이 미국에서 열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무공훈장 추천까지 받은 우터리치 하사는 지난해 11월19일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6㎞ 떨어진 하디타에서 분대를 지휘했다. 당시 그는 직접 주민 12명을 살해했고 부하들에게 “먼저 사살한 뒤 질문은 나중에 하라.”며 주민 6명을 살해토록 지시했다. 우터리치 하사를 변호하는 닐 퍼킷 변호사는 “그들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행동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 해병대는 당초 하디타 교전으로 무장세력 8명이 숨졌고 주민 15명은 미군의 발포가 아니라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지면서 희생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타임이 하디타 사건을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사건으로 보도했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미군이 사건을 은폐한 정황은 확인됐으나 미 국방부는 사건 전모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성폭행범에게 전자팔찌 채워야

    법무부가 상습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냈다. 한나라당 박세환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전자팔찌제 도입은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성범죄자들로부터 선량한 사람들을 지켜주고, 나아가 성범죄 전력자가 또다시 범죄 유혹에 빠져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전자팔찌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사회는 성범죄에 대해 다소 관대한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해 저지른 실수 정도로 여기고, 나와 우리 가족과는 관계없는 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범죄 피해자에게 그 상처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악몽이다. 수치심을 견디다 못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어린이까지 대상으로 삼는 성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을 청소년위원회 통계 등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같은 회복 불능의 피해를 사전에 막는 데 전자팔찌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범죄 전력자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성범죄의 경우 상습성이 크다. 멀쩡하게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범죄의 충동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자팔찌는 이같은 충동을 미리 막는 효과가 있다. 범죄자가 재범에 빠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팔찌 착용자의 인권침해 운운이 설득력이 없는 대목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최종 입법 과정에서 팔찌 착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진 것은 아닌지, 범죄자 유형별 착용 기간은 적정한지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성범죄 예방이 중요한 만큼, 무고한 사람이 적용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 [코드로 읽는책] 한국 현대시의 거름 릴케

    “내가 밤마다 기도한 것들이 여기 나의 육필로 씌어져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소설 ‘말테의 수기’의 주인공 말테는 밤새 기도한 것이 이렇게 다음 날 아침이면 한 뭉치 글로 남는다고 고백한다. 말테는 기도를 말로 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글로 쓴다. 기도가 곧 글쓰기요, 글쓰기가 곧 기도인 셈이다. 딱히 ‘말테의 수가’에서가 아니더라도 기도에 대한 릴케의 생각은 각별한 데가 있다. 릴케에게 기도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시적 진실의 소리, 그의 표현을 빌리면 “불현듯 불타오르는 본질의 발산”이다. 릴케의 영향을 오롯이 받은 우리의 시인이 있다면 단연 ‘고독의 시인’ 김현승이 첫 손에 꼽힌다.“임금(林檎)나무 수풀의 열매들이 익으면 머언 하늘빛 넥타이를 매고 릴케의 시집을 뒤적거리던 그 시간은 가을이었다.” ‘가을의 사색’이란 그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 김현승의 기도는 주로 가을을 배경으로 이뤄진다.그에게 기도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시인은 스스로 “외로움이 있는 곳엔 가을마다 기도가 있었고, 그 기도에 리듬을 붙이면 시가 되었다.”고 밝힌다. 릴케와 마찬가지로 김현승에게도 기도는 곧 시쓰기와 동류항(同類項)이었던 것이다.‘릴케와 한국의 시인들’(김재혁 지음, 고려대출판부 펴냄)은 독일 시인 릴케가 우리 시인들에게 어떻게 수용됐으며 시의식과 시창작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핀 책이다. 저자(고려대 독문과 교수)는 릴케는 한국 현대시사를 관통하며 우리 시인들에게 끊임없이 시적 자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1930년대 릴케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한 시문학파 시인 박용철은 릴케로부터 시적 변용이라는 창작 방식뿐 아니라 ‘무고향성(無故鄕性)’이라는 테마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가 하면 1941년 도쿄 쇼신사에서 릴케의 시집 ‘기수 크리스토프 릴케의 사랑과 죽음의 노래’를 구입한 윤동주는 같은 해 ‘별 헤는 밤’를 써 별 하나에 그리운 릴케의 “이름을 불러”본다. 일본 고서점에서 릴케의 시집을 사 보고 난 뒤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김춘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릴케가 한국 시인들에게 끼친 영향을 인정하되, 그것을 주체적인 시각에서 살핀다. 저자는 “아무리 훌륭한 외국 시인의 세계도 우리 시인들의 정신의 필터를 거치면 새로운 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며 “릴케가 한국 시인들에게 끼친 영향을 논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 수용’이라는 관점”이라고 말했다.1만 6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광 불갑산~모악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광 불갑산~모악산

    영광군 불갑면과 함평군 해보면 경계에 곧게 누운 불갑산(516m)∼모악산(347.8m)은 ‘사회과부도’식 산맥 개념에 의하면 ‘추풍령 부근에서 남서방향으로 뻗어 나와 전라북도 남동부의 무주·진안을 거쳐 전라남도 함평만까지 뻗었다.’는, 우리나라에서 평균 높이가 가장 낮은 노령산맥에 속한다. 최근에는 호남의 심장부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영산강을 주축으로 내장산에서부터 영광∼함평까지 이어진 이 산줄기를 ‘영산기맥’이라 하여 별도로 종주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불갑산과 모악산은 서해의 가장 끝쪽에 엎드렸지만 그 핏줄을 가만히 짚어보면 결국 영산기맥을 타고 호남정맥에 닿아, 호남정맥에서 백두대간까지 이어지니, 우리나라 내륙 산줄기 중 백두산의 자식이 아닌 산은 극히 드물다 하겠다. 대륙성기후로 한랭건조하고 겨울이면 폭설로 몸살을 앓는 전남 영광. 법성포 구수한 굴비 냄새에 밀려 걸음은 자꾸 산을 떠나 바다로, 혹은 바다를 등에 지고 산으로만 향한다. 불갑산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의 은신처가 될 만큼 작은 체구에 비해 수림이 울창한 산이기도 하다.1949년 여름, 트럭 2대 병력이 불갑산 빨치산 토벌작전을 끝내고 귀대 길에 함평 양림마을 주민 31명을 무고하게 학살, 위령비를 건립했을 정도. 반면 불갑사(www.bulgapsa.org) 옆 동백골은 천연기념물 제112호 참식나무 자생지이자 북방한계선이 된다. 탁 트인 정상은 ‘연꽃의 열매를 닮았다’ 해서 연실봉이라 불리는데, 그 위에 서면 영광과 함평 일대, 가야 할 모악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펼쳐진다. 모악산은 불갑산에서 약 2.5㎞ 떨어진 봉우리로, 연실봉에 비하면 전망도 높이도 보잘 것 없지만 그것은 차라리 자식에게 모든 걸 내어주고 흡족하게 돌아서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후덕하다. 영광의 불갑산이 불갑사 중심으로 다양한 등산로를 선보인다면, 서쪽으로 다소 물러선 모악산은 함평군 용천사와 용문사를 통해 오르는 길이 발달돼 있다. 두 산을 연결하는 산행은 더디 걸어도 5시간쯤 걸리며, 각 산을 하나씩 따로 떼어 하는 산행은 3시간을 넘지 않는다. 불갑사에서 출발해 정상인 연실봉으로 오르는 대중적인 코스는 6개 정도인데, 동백골과 해불암(불갑사 5대 암자 중 하나로 주변 경치가 뛰어나 예부터 호남지역 참선 도량의 4대 성지로 꼽히던 곳)을 거쳐 정상을 오가는 코스가 약 4.5㎞로 1시간30분 걸리고, 수도암에서 도솔봉을 통해 불갑사로 내려서는 코스는 3.5㎞이며 역시 1시간30분 걸린다. 불갑사에서 동백골∼구수재를 찍고 연실봉∼해불암∼불갑사로 내려서는 길은 대략 2시간 잡으면 넉넉하고,4.2㎞의 불갑사∼구수재∼도솔봉∼수도암은 3시간 잡는 것이 여유 있다. 거리를 조금 늘려 불갑사∼구수재∼연실봉∼노루목을 거쳐 불갑사로 돌아오는 길이 6㎞로 3시간 걸리고, 수도암에서 연실봉과 덫고개(덕고개)를 지나 불갑사로 하산하는 길은 6.4㎞로 3시간 걸린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다소 넉넉히 잡아야 하지만 어디를 거치든 불갑사 원점 회귀 산행은 부담이 적다. # 여행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영광읍내를 거쳐 함평 방면으로 8㎞ 진행하면 불갑면에 닿는다. 호남고속도로는 정읍IC로 들어선 다음 고창을 거쳐 영광으로 진입할 수 있고, 광주·목포·전주를 통해서도 영광 이동이 가능하다. 서울 기준 4시간이 조금 덜 걸린다. 대중교통의 경우 출발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겠지만 광주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영광읍내에는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불갑사 경내에선 보물 제830호로 지정된 대웅전 소슬 빗살문의 섬세한 조각과 색감이 제일 도드라진다. 그 외 사천왕상이 지방문화재 제159호로 지정돼 있고,1644년 중건된 만세루는 문화재자료 제166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글 사진 황소영(월간 MOUNTAIN 기자)
  • [씨줄날줄] 트루시니스/함혜리 논설위원

    인지심리학에서 ‘선택적 노출(露出)’과 ‘선택적 주의(注意)’란 개념이 있다. 자기 마음에 드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얻으려 하는 반면 고통을 주거나 위협적인 메시지는 회피하는 경향을 선택적 노출이라 한다. 선택적 주의는 자신의 욕구나 관심사와 관계있는 자극에는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의를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속성을 이렇게 꿰뚫은 학자들의 연구결과나 이론을 보면서 ‘정말 그렇다!’며 무릎을 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가끔은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뜨끔해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2006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뽑힌 ‘트루시니스(truthiness)’의 경우도 그렇다.‘트루시니스’는 정치패러디로 유명한 코미디언 출신 방송사회자 스티븐 콜버트가 지난해 10월 케이블 TV 프로그램 ‘콜버트 리포트’의 첫 방송에서 사용한 신조어(新造語)다. 콜버트는 이 단어의 뜻을 “책에서 유래되지 않고 감정(속내·gut)에서 우러 나온 진실”이라고 규정했다. 사실(fact)에 근거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려는 성향을 일컫는다.‘선택적 수긍’이라고나 할까.“나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트루시니스’가 평범한 개인에게 적용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정자들에게서 이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콜버트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침공 합리화를 비판하며 “트루시니스가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대통령은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전쟁을 정당화했으며 그 결과 수많은 무고한 목숨이 희생됐다. 이 정도면 재앙 수준이지만 부시 대통령은 여전히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굳이 멀리 가서 그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우리 정치판에서도 그런 일은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진실로 받아들이려는 ‘트루시니스’가 미국에서 올 한해를 가장 잘 압축한 단어로 선정된 배경을 우리의 정치지도자들도 의미깊게 받아들여야 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탄현 주상복합 시행사 고문 영장기각 로비의혹 수사 난항 예상

    수원지법 강상덕 영장전담판사는 8일 경기도 고양 일산 탄현동 주상복합아파트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 수원지검이 시행사인 K사 고문 김모(50)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나타난 사실만으로는 김씨의 횡령 및 무고혐의를 입증할 만한 소명자료가 부족하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K사의 전신인 H사가 작년 3월 탄현지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자금이 부족하자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K텔레콤을 인수한 뒤 이 회사 명의로 579억원의 약속어음을 발행,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에 불법 사용한 사건의 공범으로 고문 김씨를 지목했다.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가 수사한 이 사건은 K텔레콤 대표 정모(50)씨와 H사 부회장 김모(44·고소인)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는 데 그쳤고, 고문 김씨는 입건되지 않았다. 검찰에서 청구한 영장 등을 면밀히 검토한 법원은 결국 “K텔레콤 대표 정씨의 범죄사실과 고문 김씨를 연결할 만한 고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문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탄현동 주상복합아파트 로비의혹 사건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로비의혹사건과 관련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용의자 3명 가운데 유일하게 체포된 김씨를 불구속으로 수사해야 하는 데다가 사건의 핵심인물로 수배 중인 시행사 대표 정모(47)씨 등 2명의 신병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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