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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바람 춤바람 신바람

    가을바람 춤바람 신바람

    제29회 서울무용제가 13일 오후 6시30분 신라호텔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2일까지 20여일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진행된다.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서울무용제는 한국의 창작무용을 한자리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는 경연행사이자 춤 축제. 현대무용부터 발레까지 모든 장르의 무용이 소개되며 특히 각 단체(개인)가 한해 동안 쌓아온 기량을 과시하는 신작들이 대거 출품되는, 국내 최대의 무용 행사이다. 올해 무용제에 참가하는 단체(개인 포함)는 사전행사와 본 행사를 포함해 총 60여개. 이 가운데 본선에 오른 20개 단체가 자유참가·경연대상·경연안무상 부문을 놓고 겨룬다. 우선 14·15일 오후 7시30분 무용제의 막을 여는 ‘OLD & NEW Ⅱ’는 20∼60대에 걸친 신ㆍ구세대 스타급 무용수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공연. 제97호 살풀이춤 전수교육 보조자인 김명자의 ‘살품이춤’부터 최데레사 충남대 교수의 ‘라 벨라(La Bella)’, 국립발레단 이원철ㆍ김리회의 ‘고집쟁이 딸’, 신세대 안무가 차진엽의 ‘飛 나비’ 등을 볼 수 있다. 17·19일 있을 자유참가작부문 공연에서는 내년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 진출권을 노리는 6개작품이 선보인다.SKJ 댄스컴퍼니의 ‘강강’, 주목댄스시어터의 ‘불편한 진실’, 황규자 컨템포러리 발레시어터 ‘Ywan’의 ‘경판 24 장본’, 상명 한오름 무용단의 ‘처용판타지’,LDP 무용단의 ‘더 스트레인저스’, 류화진 무용단의 ‘물의집’ 등이 그 작품들이다. 무용제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21∼31일의 경연대상부문 공연. 김혜림 안무의 ‘고리와 꼬리’, 김성한 안무의 ‘러브 어페어’, 김충한 안무의 ‘무고의 옥’을 비롯해 8개 팀이 대상과 연기상을 두고 경연을 벌인다. 젊은 안무가들의 소규모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경연안무상 공연은 15∼19일 영댄스프로젝트 등 6개 팀이 참가해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한편 13일 개막식은 국립발레단, 국립무용단, 테너 손기동, 소프라노 김은정, 뮤지컬 배우 김선경 등의 축하공연으로 진행될 예정. 이 자리에서는 무용예술 지원자 가운데 선발된 이에게 ‘아름다운 마음상’을 주는 시상식도 있다. 마지막날인 11월2일 있을 시상식은 KBS 1TV를 통해 녹화 중계되며 무용제 기간 중 아르코극장에서는 최고상을 받은 안무자들의 사진들이 전시된다.(02)744-8066.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종교회화 통해 본 인간의 본능·욕망

    ‘성서 미술을 만나다’는 인간의 삶에 관한 나의 질문이다. 인간사회는 성서보다 더 복잡하고 의문투성이다. 성서는 피해자인 예수와 그를 죽인 가해자, 예수를 팔아넘긴 자와 그를 따르며 순교한 사람들로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나뉘어 있지만 인간 세계는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행운과 불운이 세상을 지배한다. 모든 것을 다 가져 향유에 취해 살아가는 것같이 보이는 사람도 있고 두 다리로 설 수조차 없어 고통받는 사람도 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과연 착해서 복을 받은 것이고, 악해서 벌을 받은 것일까. 행과 불행, 다복과 박복함을 누가 좌우하는지 성서를 통해 답을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답을 얻지 못했다. 대신에 성서의 인물들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했다. 배반자 유다, 예수를 죽이라고 소리치는 군중, 비겁하게 은근슬쩍 책임을 회피하려는 빌라도가 바로 나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과연 예수 혼자일까, 죄 없는 사람을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거슬린다고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군중이 과연 성서 속에만 존재할까. 무고한 사람을 제물로 삼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일 수 있는 인간 본능의 잔혹한 폭력성은 지금도 전세계 도처에서 되풀이되고 있다.TV, 신문에서 누가 누구를 죽였다는 사건이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고 그 살해 방법의 잔인함에 온 몸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지구의 저쪽에서는 민족과 종교의 이름으로 선량한 사람을 인질로 삼아 죽이기도 하고, 테러와 전쟁을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십자가 책형은 종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라 하겠다. 살인, 테러, 전쟁이 아니더라도 매일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들은 좌절과 실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십자가에 책형당하는 듯한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성서는 우리들의 삶에서 모함, 음해,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용서, 화해, 사랑, 행복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첫 장에서 근세미술을 다루고 있지만 주요 내용은 현대미술에 관계된 것이다. 과거에는 종교화를 통해 종교를 보았다면 현대인은 종교화를 통해 현실을 보기 때문이다. 성서는 근대사회로 들어오기까지 서양미술에서 가장 중심적인 화두였다. 수백 년 동안 위대한 교회미술은 위대한 서양미술이었다. 그러나 현대 미술가들은 종교의 역할이나 교회의 목적을 위해 종교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주제를 통해 시대와 개인의 구원을 간절히 희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 실존의 문제에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회화에 있어 종교적 역할이나 성서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성서를 주제로 한 회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 본능, 삶의 여러 모습을 고찰하면서 동시에 현대미술의 방향과 개념 그리고 미학적 가치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한길사 펴냄. 김현화 숙명여대 회화과 교수
  • 최진영씨 홈피도 위로글 쇄도 “꿋꿋하게…”

    최진실씨가 숨진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최씨의 동생인 최진영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도 애도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그 무엇에 견줄 수 있겠느냐.내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 네티즌은 “누나가 돌아가셨어도 힘내서 조카들을 지켜달라.”며 고인 자녀들의 안부를 걱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최근 고인이 안재환씨 사망과 관련한 악성 루머 때문에 시달렸던 것을 상기하며 “입방정 떠는 사람들 때문에 무고한 생명이 자살하는 판국에….악플 달아서 사람을 두번 죽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일부 네티즌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더불어 “절대로 나쁜 생각 하지 말고 더욱 힘내라.”는 글로 누나를 잃고 상심이 클 최진영씨를 격려하는 글도 쇄도하고 있다. 이와함께 최진실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메인 사진이 팬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인의 미니홈피 첫 화면에는 그가 아들·딸과 함께 장난스런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올라 있다.지난 2004년 이혼한 야구 선수 조성민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이다. 고인의 미니홈피를 찾은 팬들은 “애들하고 함께 저렇게 웃고 있는 사진이 너무 공허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최진실씨는 2일 오전 6시쯤 15분께(경찰 사망 추정시각) 자택에서 숨진 채 가족에 의해 발견됐으며 현재 경찰이 사망 경위를 조사중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씨줄날줄] ‘경단녀’/함혜리 논설위원

    지난해 외무고시 합격자의 67.7%가 여성이었고 행정고시와 사법 시험의 여성합격자 비율은 각각 49%,35%나 됐다. 중앙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양성평등 사상의 확산과 함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신감과 도전 정신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무늬만 화려한 여풍(女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6년 기준으로 54.8%로 미국 69.3%, 덴마크의 76.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들의 고용률은 5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고용상황은 더 비참하다.2008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여성 임금 노동자는 정규직 233만명(34.5%), 비정규직 416만명(65.5%)이다.3명 중 2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임금에서도 차별은 여전하다. 임금수준은 남성대비 0.6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여성 경제활동 분야에서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 문제이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퇴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여성 근로자들이 결혼과 출산 등으로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청년들도 직장을 갖기 어려운 마당에 한번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이 다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제공되는 일자리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노동시장 재진입에 정부가 최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최근 제정됐고 내년도 예산안에도 사업계획이 반영됐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다시 일하고자 할 때 재취업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시일하기센터’ 운영에 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직업지도, 직업훈련, 취업알선, 고용유지를 위한 사후관리까지 담당하게 된다. 여성 인적자원 개발이 성장 잠재력 확충과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8) 맑은 강에 배를 띄우고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8) 맑은 강에 배를 띄우고

    그림(1)은 신윤복의 ‘뱃놀이’다. 그림을 보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세 명의 젊은 여자다. 얼굴이 모두 약간 통통하고 미인들이다. 남자를 따라 나온 것을 보아 기생들이다. 맨 오른쪽 기생부터 꼼꼼히 살펴보자. 약간 누른 빛깔의 비단 저고리를 입고 있는 여자는 생황 불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생황 부는 것을 거의 볼 수 없다. 필자는 중국 항주의 관광지에서 생황 부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맑은 소리가 꽤나 괜찮았다. 생황 부는 여인 왼쪽에 담뱃대를 물고 서 있는 여자는 삼회장을 제대로 차려 입은 젊은 기생이다. 옆에 도포를 차려 입은 사내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진지한 얼굴로 말을 건네고 있다. 그 옆에 흰 옷을 입고 젓대를 불고 있는 사람은, 상투를 아직 틀지 않고 있는 총각이다. 이 총각이 젓대를 부는 데도 내력이 있다. ●생황 부는 기생에 젓대 부는 악노까지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기 전 소리의 복제는 불가능하였다. 따라서 음악은 생음악이다. 궁정에서 기생과 악공을 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반이나 종실(宗室)로서 음악을 애호하는 사람은 자신의 집에 있는 계집종과 남자종에게 노래와 악기 연주를 배우게 하여 듣고 싶을 때 그들에게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게 하였다. 이처럼 노래를 가르친 계집종을 성비(聲婢)라 하고, 악기 연주를 가르친 남자종을 악노(樂奴)라고 한다. 그림(1)의 젓대를 불고 있는 총각 역시 그림에 등장하는 세 양반 집 중 어느 한 집의 악노일 것이다. 그림의 왼편 아래쪽에는 젊은 기생이 뱃전에 약간 엎드려 강물에 손을 씻고 있고, 그 옆에 잘생긴 젊은이가 오른팔로 턱을 괴고 기생을 바라보고 있다. 강바람 시원하겠다, 어여쁜 아가씨 있겠다, 무엇이 부러울까? 맨 왼쪽의 맨상투 바람의 사내는 사공이다. 이 사람은 배를 부리기 위해 동원된 사람이니, 풍류를 즐기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자, 기생 셋, 양반 셋이다. 차려 입은 것은 모두 색깔 있는 비단이니, 어지간히 사는 집의 양반이다. 그런데 신윤복은 이 그림에 묘한 장난을 쳐 놓았다. 갓을 젖혀 쓰고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사내를 보자. 다른 두 사내는 기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속삭이는가 하면, 또 나란히 앉아 얼굴을 빤히 보고 있는데, 이 사내는 왜 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가. 원래 이 뱃놀이는 기생 셋, 남자 셋이 나온 것이다. 짝을 짓는다면, 이 사내의 짝은 배의 맨 오른쪽에서 생황을 부는 기생이다. 그런데 왜 멍한 표정으로 먼 데를 바라보고 있는가? 사내의 옷을 자세히 보자. 겨드랑이 아래 띠를 띠고 있는데, 흰 띠다. 석주선은 ‘한국복식사’에서 도포에 대해 해설하면서 “상을 입으면 누구나 백색 세조대(細條帶·가느다란 띠)를 띤다.”고 밝히고 있다. 누구의 상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 양반은 상중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기생과 즐기지 못하고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백성들에게 횃불까지 밝히게 한 평양감사 뱃놀이 그림(2)는 김홍도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평양감사 뱃놀이’다. 장소는 당연히 대동강이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강가에 백성들이 줄을 지어 서 있고, 또 모두 횃불을 하나씩 들고 있다. 강물 위에도 무언가에 불을 붙여 띄워 놓았다. 밤인 것이다. 밤에 평양 백성들을 죄다 동원하여 평양감사가 뱃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평양감사(평안감사, 곧 평안도관찰사)는 그림 중앙의 지붕이 있는 배를 타고 있다. 표범 가죽을 깔고서 점잖게 앉았는데, 옆에 인뒤웅이 둘이 있다. 하나는 평안도 관찰사의 것이고, 하나는 평안도 절도사의 것으로 보인다. 평양감사가 탄 배 뒤에는 차일을 친 배가 따르고 있는데, 살펴보면 기생을 잔뜩 싣고 있다. 밤에 평양 백성은 물론 기생과 관속을 총동원하였으니, 어지간히 세력이 있었나 보다. 뱃놀이는 옛사람의 놀이 중 가장 신나고 즐거운 놀이였던 것으로 보인다.19세기 중반에 쓰인 ‘한양가’는 서울의 풍물을 열거하는데, 그 중에는 서울 사람들이 즐겼던 각종 놀이도 있다. 직접 읽어 보자.“남북촌 한량들이 각색 놀음 장할시고, 선비의 시축놀음, 한량의 성청놀음/공물방 선유놀음, 포교의 세찬놀음/각사 서리 수유놀음, 각집 겸종 화류놀음/장안의 편사놀음 장안의 호걸놀음/재상의 분부놀음 백성의 중포놀음/각색 놀음 벌어지니 방방곡곡 놀이철다.” 별별 놀음이 다 나오지만, 여기서는 해설할 겨를이 없다. 생략해 두자. 중요한 것은 ‘공물방 선유놀음’이다. 공물방이란 백성들이 호조에 바치는 공물을 대신 바치고 대가를 백성에게서 받아내던 상인조합이다. 아마도 이 공물방에서 뱃놀이를 주로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뱃놀이가 꼭 공물방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1778년 윤6월13일 정조는 법을 맡은 관청에서 궁녀들의 놀이판을 벌이지 못하도록 엄격히 금하라고 명령한다.‘정조실록’의 해당 부분을 보자. 대저 명색이 궁녀라고 하면서 기생을 끼고 풍악을 잡히고, 액예(掖隸)와 궁노(宮奴)를 많이 데리고서 혹은 꽃놀이라 하고 혹은 뱃놀이라 하면서 조금도 거리낌 없이 놀러 다니는 행차가 길에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재상들의 강가에 있는 정자와 교외의 별장까지 억지로 들어가서 놀기까지 한다. 궁녀들까지 별감(액예)과 궁중의 노비들을 거느리고 꽃놀이 뱃놀이를 즐겼던 것이니, 뱃놀이가 어지간히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기생 환심 사기 위한 뱃놀이에 가산까지 탕진 배를 마련해 강에 배를 띄우고 노는 것이야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 실례를 한번 찾아보자.‘게우사’란 국문소설이 있는데, 주인공의 이름이 무숙이다. 무숙이는 서울 기방에 새로 나타난 예쁜 기생 의양이에게 홀딱 반한 나머지 의양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데, 그 일이란 게 다른 것이 아니고 ‘돈주정’이다. 곧 돈을 물 쓰듯 펑펑 쓰는 것이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환심을 사는 방법으로 가장 유력한 것이 돈 쓰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없는 진리다. 무숙이는 별별 돈주정을 다 하지만, 가장 압권인 것은 선유놀음을 하면서 돈을 쓴 것이다. 의양이에게 “선유놀음 할 터니 귀경을 하소.” 하고는 먼저 뱃놀이용 배를 만든다. 어디 직접 읽어 보자.“미친 광인 무숙이가 선유기계 차릴 적에, 한강 사공 뚝섬 사공 하인 시켜 급히 불러 유선 둘을 무어내되 광(廣)은 잔뜩 삼십 발이고, 장(長)은 오십 발씩 무어내되 물 한 점 들지 않게 민파같이 잘 무으리. 매 일 명씩 천 냥씩 내어 준다. 양 섬 사공 돈을 타서 주야 재촉 배를 무고……” 모르는 말이 있지만 생략하자. 하지만 ‘무어내되’‘무으리’‘무고’ 등의 말은 설명이 필요하다. 곧 배를 만든다는 말인데, 기본형은 ‘뭇다’이다.‘뭇다’는 조각을 모아 잇는다는 뜻이다. 조선(造船)을 토박이말로 하면 ‘배무이’다. 어쨌거나 무숙이는 돈을 엄청나게 쏟아 부어 넓이 30발, 길이 50발짜리 유람선을 두 척이나 만든다. 자, 이제 유람선이 완성되었다. 그저 배에 오르면 그만인가. 아니다. 배에 술과 안주를 잔뜩 싣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의 호사스런 뱃놀이를 자랑할 친구도 불러야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이 남았다. 아무리 술과 친구가 있어도 무언가 모자란다. 즉 흥을 돋울 연예인이 필요한 것이다. 무숙이는 평소 아는 삼남의 제일가는 광대, 산대도감의 포수와 총융청 공인, 각 지방의 거사 명창 사당패를 부른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당시 민중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판소리 광대를 모두 부른다. 판소리에 흥미 있어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우춘대·하은담·김성옥·고수관·권삼득·모흥갑·송흥록·주덕기 등 명창 중의 명창 22명을 불렀다. 이건 물론 과장이지만, 뱃놀이가 얼마나 신나는 놀이였던가를 여기서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이런 뱃놀이가 없다. 한강 유람선이 뱃놀이가 될 것인데, 강바람을 한번 쐬면 시원하기야 하겠지만, 아파트로 둘러싸인 한강이 어디 한강인가. 강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좋을지 모르겠지만, 유유자적 배를 타고 바라보던 옛 강의 풍경은 어디서 보상을 받을 것인가. 서글프구나! 아참, 무숙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재산을 다 날리고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일요영화] 머피의 전쟁

    ●머피의 전쟁(EBS 오후 2시40분) 전쟁이 끝나도 사람들의 발버둥은 계속된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장인, 피터 예이츠가 제2차 세계대전의 끝자락에서 건져올린 복수극 ‘머피의 전쟁’이 그 모습을 포착했다. 남미 영해에서 한 영국 상선이 독일 U보트의 어뢰를 맞고 침몰한다. 보트의 승무원들은 탈출하려는 영국인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상선 승무원 머피는 겨우 목숨만 건진다. 원주민들과 프랑스인 루이즈의 도움으로 살아난 머피. 그러나 주민들은 독일군의 습격을 받았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연일 라디오에서 종전을 선언하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독일군이 올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며칠 뒤 독일군 잠수함이 그 땅에 상륙한다. 바닷가에 떠밀려온 영국군 부상자는 그 자리에서 사살 당하고 이제 총부리는 무고한 원주민들에게 겨누어진다. 분노와 복수만 남은 머피는 U보트에 폭탄을 투하한다. 전쟁은 끝났으되 한 남자의 전쟁에는 좀체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 것이다. 허울뿐인 명분과 복수에 희생당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무거운 긴장과 한숨을 빚어내는 영화다. 고전배우들의 열연에 주목해볼 만하다. 특히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알려진 피터 오툴은 전쟁이 빚어낸 한 남자의 변화와 극단으로 치닫는 광기를 빼어나게 연기해냈다. 이 영화는 1971년 개봉 당시 해안가를 가로지르는 수상항공기의 스릴 넘치는 비행장면이 최고의 시퀀스라는 호평을 얻었다. 또 2차 대전에서 연합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U보트와 고물 수상항공기, 기중기선의 기이하면서도 무모한 전투 장면 등은 고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의 여유와 에너지를 내뿜는다. 영국 출신인 피터 예이츠 감독은 액션 연출로 도드라진 그의 이력을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긴박감 넘치는 추격신으로 유명한 ‘대열차 강도’(1967)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감독은 ‘블리트’(1968)로 윌리엄 프리드킨의 ‘프렌치 커넥션’ 등과 더불어 최고의 자동차 추격장면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원제 ‘Murphy’s War’.102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국가직 女공무원 절반 육박

    여성 공무원이 국가공무원의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공무원은 한때 ‘금녀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검찰·경찰·공안 분야에서 급증했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지난해 말 기준 국가직 여성공무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행정부 내 국가직 공무원(60만 3131명) 가운데 여성이 45.2%인 27만 263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전에 견줘 12.2%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1998년 당시 국가직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33%(전체 54만 2422명 중 17만 8930명)였다. 국가직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2000년 35.7%에서 2002년 36.8%,2004년 40.4%,2006년 43.8%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남성이 주류를 이뤘던 검찰·경찰·공안 등의 분야에서 여성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검사의 경우 1998년 17명(1.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20명(13.6%)으로 무려 8배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여성 경찰은 1.8%(1696명)에서 5.7%(5907명)로 3배 이상 늘었다. 교정·보호관찰 등 공안분야의 여성공무원은 4.7%(825명)에서 9.6%(2080명)로 두 배를 웃돌았다. 이중 검찰사무와 마약수사직은 각각 437명과 7명으로 10년 전보다 6배 증가했다. 외교 분야도 40명(3.3%)에서 170명(11.9%)으로 늘어났다. 행안부는 여성공무원·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등의 영향으로,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여성 합격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일반직 공무원 신규채용 때, 여성 합격률은 1998년 23.4%에서 지난해 45.2%로 늘어났다. 외무고시의 경우 합격자의 3분의2가 여성이었다.1998년 16.7%였던 외시 여성합격자 비율은 지난해 67.7%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여성공무원의 관리직 승진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 정책에도 양성의 가치가 고루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4·3사건 좌익 폭동은 왜곡”

    국방부가 제주 4·3사건을 ‘좌익세력의 무장폭동’으로 규정, 고교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관련 내용을 수정하도록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자 제주 4·3 관련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제주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제주 4·3연구소 등은 19일 성명을 내고 “그 동안 정부기관의 조사, 연구에 의해 4·3사건이 남로당 중앙당 지시와는 무관하게 대다수가 무고한 희생을 당했음이 밝혀졌는 데도 ‘남로당 지시’,‘선동에 속은 양민’ 운운하는 것은 수만 제주도민의 억울한 희생에 이념을 덧칠해 ‘불가피한 희생’으로 몰고 가려는 작태”라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국방부가 4·3사건 왜곡에 앞장서는 등 현 정부가 4·3위원회 폐지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4·3사건을 왜곡하고 제주도민을 좌익반란세력으로 규정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노총제주본부와 진보신당제주추진위원회도 “국방부의 행태는 4·3 영령과 제주도민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역사적 평가와 국가의 결정에 대해 반기를 드는 반란 행위”라며 교과서를 개정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미러’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미러’

    ‘미러’는 한국영화 ‘거울 속으로’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다.‘거울 속으로’에서는 원한에 사로잡혀 백화점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한국 귀신이 등장했지만,‘미러’는 아이디어만을 가져가 할리우드 스타일의 악령 이야기로 바꿔 버린다. 전직 경찰 벤 카슨은 화재로 폐허가 된 백화점에서 야간 경비를 서다가 끔찍한 것을 보게 된다. 거울 안에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한 카슨은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내려 하지만 거울 속의 악령은 카슨의 주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거울에는 뭔가 신비한 구석이 있다. 서양의 뱀파이어는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거울이 귀신을 퇴치하는 도구로 쓰인다. 중고생들에게 떠도는 속설에서는 한밤중에 칼을 물고 거울을 바라보면, 미래의 연인이 보인다고도 한다. 거울은 실재하는 존재를 그대로 비치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미러’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내가 고개를 돌렸는데 여전히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거울 속의 내가, 전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다른 존재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거울 속의 나는, 정말 나인 것일까? ‘미러’의 악령에게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카슨에게도, 이전의 경비원에게도 그들의 목적을 수행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다. 그건 단순한 원한 같은 것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선과 명확하게 대비되는 악의 존재다. 인간을 괴롭히고, 무고한 사람을 살육하는 존재. 카슨이 악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원한을 풀어 주는 게 아니라 악령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미러’는 전형적인 귀신들린 집 이야기처럼 출발해서 현대판 좀비물처럼 일종의 액션 공포영화로까지 나아간다. 그런 급격한 변화가 안정적이진 못하지만 ‘미러’가 꽤 무서운 영화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월애’,‘엽기적인 그녀’ 그리고 ‘미러’까지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역시 아이디어 때문이다.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었다.‘미러’도 마찬가지다. 거울 속의 존재에서 출발해 뒤집혀진 세계의 악몽으로 이끌어 내는 발상은 훌륭했다. 다만 그 탁월한 아이디어를 전혀 흥미진진하게 풀어 내지 못했을 뿐. 그건 ‘거울 속으로’만의 약점이 아니라, 지금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 [시론] 정보보안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한다/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시론] 정보보안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한다/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올해들어 잇따라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는 해킹을 통해서나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내부자에 의해 수많은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련의 사건은 개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조직적 범죄와 연결돼 있다. 갖가지 지능적인 방법으로 대량의 개인 정보를 수집한 이들은 각종 스팸 발송 업체나 보이스 피싱 업자, 대규모 온라인 게임 작업장 등에 판매한다. 정보를 구입한 업자들은 ‘그들만의 비즈니스’를 한다. 무고한 사용자들만 아무것도 모른 채 스팸 홍수에 시달리거나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가 되거나 아이디(ID)를 도용당하는 등의 피해를 당한다. 이런 사건은 우선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필자가 정보보안 산업에 뛰어든 10년 전의 정보기술(IT)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정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인터넷이 이제는 금융 거래, 정부 민원, 통신, 상거래 등 전 분야에서 우리생활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기본 인식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포털을 비롯해 쇼핑몰이나 게임업체, 심지어 금융권에서도 인터넷 회원을 끌어들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 회원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하다. 보이는 성과를 우선시하는 우리나라 IT 현장에서는 정보보안이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어떤 보안 사고가 터지면 실무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만 몰두한다. 정보보안은 자신의 사업을 지탱하는 고객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고객이 맡겨놓은 정보를 보호할 대책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사업을 전개할 자격이 없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지난 4월 열린 해외 콘퍼런스에서 한 외국 참석자는 우리나라의 정보 유출 사고 배상 금액을 보고 “소비자들이 그 정도로 물러서느냐.”고 되물었다. 미국에서 그런 사고가 났다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배상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현실을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 우리가 얼마나 뒤떨어진 체계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보보안의 핵심은 정보보안 정책의 설정과 규정 준수이다. 우리 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정부의 IT 투자 예산 중 10% 정도를 정보보안에 투자한다. 이는 기업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제 정보보안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전사적인 보안의식 강화는 물론 전체 IT 투자에서 최소 5% 이상은 보안에 인적·물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웹사이트에 대한 보안뿐만 아니라 기업 내 보안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안타깝게도 여기에 대응하는 체제가 비전문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IT 강국이 유해 정보와 불법 거래만 득실거리는 세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법고를 치는 뜻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법고를 치는 뜻

    몇 해 전 영남알프스에 있는 운문산을 올랐다가 하산하면서 운문사에 들렀다. 해가 질 무렵 범종각에서 법고를 치는 것을 듣고 퍽 감동한 적이 있다. 법고는 불교의식에서 사용하며 대개 아침 저녁 예불 때 친다. 나는 저녁 예불 때의 법고를 들었다. 법고춤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조석의 예불 때나 기타 영산재 등의 의식에서 추는 것이다. 나는 뒤에 절에 갈 적마다 법고를 보면, 운문사의 법고가 생각났다. 나는 법고는 늘 범종각 안에서만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신윤복의 ‘법고’(그림1)를 보니, 길거리에서도 치고 있지 않은가. 어찌된 사연인지 그림을 좀 더 꼼꼼히 살펴 보자. 그림 중앙에 한 스님이 법고를 두드리고 있고, 그 왼쪽에 패랭이를 쓴 사내는 꽹과리를, 또 그 왼쪽의 감투를 쓴 사내는 목탁을 두드리고 있다. 아마도 제법 요란한 소리가 날 것이다. 오른쪽에는 고깔을 쓴 사내가 무언가 펼쳐들고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다. 자, 이제 여자들을 보자. 부녀자 다섯이 있는데, 세 사람은 장옷을 입고 있고, 한 여자는 장옷을 개켜 머리 위에 얹고 있다. 중앙의 한 여인은 치마를 걷어 올리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있다. 여자들의 신분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 같이 젊은 여성들이며, 복색이 사치스러운 것을 보면, 여염집 여자는 아니다. 특히 그림의 왼쪽 아래에 도포를 입은 선비, 그것도 내외를 하기 위해 차면(遮面)을 손에 든 선비가 바라보고 있는데, 치마를 훌렁 뒤집는다는 것은 양반집 여성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생 패거리가 아닌가 한다. 하기야 이 선비도 우습다. 자기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차면까지 들고 다니는 선비라면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걸음을 멈추고 여자들의 속것은 왜 본단 말인가? ●정조 7년 스님들 도성 출입 금지 각설하고, 도대체 길거리에서 법고를 치는 것은 왜인가? 홍석모(1781∼1850)는 ‘동국세시기’에서 법고의 내력에 대해 간단히 말하고 있다.‘세시기’란 것이 원래 한 해의 정기적인 풍속을 밝힌 것인데, 법고는 1월 1일의 풍속에 해당한다. 스님들이 북을 지고 시가로 들어와서 치는 것을 법고라 한다. 혹은 모연문(募緣文)을 펴놓고 방울을 울리면서 염불을 하면 사람들은 다투어 돈을 던진다. 속담에 중의 떡을 얻어 어린이를 먹이면 마마를 곱게 한다고 한다. 또 스님들은 떡 한 개를 속세의 떡 두 개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후에 조정에서 도성문 출입을 금지했으므로 성 밖에나 이런 풍속이 남아 있다. 여러 스님의 상좌스님이 재 올릴 쌀을 오부 내에서 빌기 위하여 새벽부터 바랑을 메고 돌아다니면서 문 앞에 와 소리를 지르면 인가에서 각기 쌀을 퍼다 준다. 이는 새해의 복을 맞는 뜻이다. 새해 첫날 스님들이 모연문을 가지고 서울 도성 안으로 들어와 법고를 치고 염불을 하면 사람들이 돈을 던진다는 것이다. 모연문이란 불사(佛事)를 일으킬 때 신도에게 재물을 기부하여 좋은 인연을 맺도록 권유하는 글이다. 쉽게 말해 종교 단체에 기부하고 복을 받으라는 내용의 글이다. 한데, 위 기록에 의하면 조정에서 스님들의 서울 도성 출입을 금지했으므로 도성 밖에나 이런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홍석모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김매순(1781∼1850)이 지은 서울의 풍속지인 ‘열양세시기’에는 정조 원년에 스님의 도성 출입을 금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조 원년의 ‘실록’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 정확하게 스님을 축출한 것은 정조 7년이다.‘정조실록’ 7년 1월 2일 조에 “중들이 도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법을 거듭 엄하게 적용하라고 명하였다. 세시(歲時)에 쌀을 구걸하는 중들이 서울 도성 안으로 난입한 사건 때문에 경연관(經筵官)이 엄히 금할 것을 요청하자, 그대로 따랐던 것이다.”라는 기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후로 1월 1일 스님들이 서울 시내에서 법고를 가지고 와서 치는 것이 금지되었을 것이다. 그림1 역시 장소가 도성 안이 아니라 야외인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승복 입지 않은 사내들… 아마도 사당패일 듯 그렇다고 해서 이 그림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법고, 꽹과리, 목탁을 치는 사내는 모두 승복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꽹과리를 치는 사내와 목탁을 치는 사내는 패랭이와 감투를 쓰고 있다. 왜 이들은 승복을 입지 않고 있는 것인가. 참고로 오명현의 ‘모연(募緣)’(그림2)과 김홍도의 ‘모연’(그림 3)을 보자. 모두 모연문을 펼쳐 놓고 요령을 흔들고 목탁을 치고 꽹과리 비슷한 것을 치고 있다. 또 당연히 가사 장삼을 제대로 차려 입고 있다. 그림2와 그림3에 비하면 그림1의 사내들은 무언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의심해 본다면, 그림1에 등장하는 네 사람의 사내는 승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신 있게 말할 단계는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추론이지만, 내게 이들은 사당패로 보인다. 하기야 사당패라면 여자가 주된 구성원이고 춤과 노래, 매음을 하는 연희 집단이기는 하지만, 남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심우성 선생의 ‘남사당패 연구’란 책을 보면, 사당패에는 ‘모갑’이란 우두머리가 있고, 그 아래 ‘거사’란 사내들이 사당 한 명과 각각 짝을 맞추어 패거리를 이룬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사당패는 모갑인 남자가 이끄는 패거리인 것 같지만, 사실상 모갑 이하 모든 거사들은 사당에 붙어서 사는 기생자일 뿐이다. 곧 거사는 사당의 연희(演)에 전혀 관계하지 않고, 다만 사당을 업고 다니는 등 갖가지 잔일과 뒷바라지를 하며 허우채(解衣債, 사당이 매음하여 얻은 돈) 관리를 맡는 것이다. 그런데 심우성 선생의 사당패에 관한 언급 중 그림1과 관련하여 각별히 눈을 끄는 대목이 보인다. “그들은 자기들의 수입으로 불사를 돕는다는 것을 내세운다. 실제로 그들은 반드시 관계를 맺고 있는 일정 사찰에서 내준 부적을 가지고 다니며 파는데 그 수입의 일부를 사찰에 바치는 것이다.” ●사찰에서 내준 부적 가지고 다니며 팔아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 추리하기 곤란하지만, 그림1은 이 설명처럼 사당패가 자신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찰의 부적을 파는 장면이 아닌가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림1에서 고깔을 쓴 사람이 펼쳐 들고 있는 것은 부채처럼 보이지만, 부채가 아니라 부적일 것이다. 19세기의 문인 권용정은 서울의 풍속을 기록한 ‘한양세시기’에서 계절의 구애를 받지 않는 서울의 연희로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꼽았는데, 소년의 씨름, 거사의 뇌고(雷鼓), 산붕(山棚)의 선희(繕戱), 화랑의 타령(打令), 무고(巫)의 새남(賽南)과 송경(誦經)이 그것이다. 권용정은 여기에 친절하게 주석을 달고 있다. 맨 끝의 것부터 소개하자. 무고는 무당과 장님이다. 새남에 대해서는 주석에 ‘강혼영신(降魂迎神)’이라 하였으니, 곧 무당의 굿이다. 송경은 점치는 장님이 경문을 외는 것이다. 화랑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풍속에 우인(優人광대)을 화랑이라 한다.”는 주석을, 타령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풀어서 하되 간간이 노래를 섞는 것”이라는 주석을 달고 있으니, 곧 광대의 판소리 공연을 말하는 것이다. 산붕은 ‘산대(山臺)’로서, 산붕의 선희란 곧 광대가 무대를 가설하고 줄타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거사에 대해서는 원래 불교의 ‘재가(在家) 신자’란 뜻이지만, 사실 이 원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아마 사당패의 거사와 동일한 것일 터이다. 그리고 뇌고는 법고를 의미할 것이다. 곧 사당패 거사들의 법고를 흥미 있는 사철의 구경거리로 여긴 것이 아닌가 한다. 이것이 그림1의 사내들이 모두 승복 아닌 평복을 입고 있는 근거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그림1에서 돈을 내는 사람이 여자인 것이 흥미롭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불교 신자는 여자가 많았다(지금도 그렇다). 현대 한국의 기독교에도 여자 신도가 많은 줄 안다. 여성이 종교적 심성을 더 짙게 타고 태어나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한국 사회의 모종의 특수성이 그렇게 만든 것인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5) 단옷날 씨름판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5) 단옷날 씨름판

    김홍도의 ‘씨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관중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있고, 그 가운데 두 사내가 맞붙어 한창 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요즘 씨름과 달리 두 사내는 모두 샅바를 매지 않고 있다. 자세히 보면 앞쪽의 사내는 오른 손 팔뚝에 바(삼베로 만든다)를 감고 상대의 왼쪽 허벅다리에 감고 있을 뿐, 허리에는 바를 매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는 씨름을 바씨름이라 한다. 이 그림에서 보듯 씨름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오른씨름, 왼씨름, 띠씨름, 바씨름이 그것이다. 요즘 하는 씨름이 왼씨름이다(대한씨름협회에서 모든 씨름을 왼씨름 하나로 통일했다). 오른씨름은 그 반대의 자세를 취하는 씨름이다. 바씨름은 이미 설명했고, 띠씨름은 허리에 띠를 두세 번 두른 뒤 그것을 잡고 하는 씨름이다.‘각희’는 김준근의 그림인데, 오른쪽 어깨를 서로 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왼씨름인데, 문제는 허리샅바가 없다(왼씨름이면 허리샅바가 있어야 한다). 혹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9세기 문헌인 홍석모 ‘동국세시기’의 ‘단오’ 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젊은 장정들은 남산의 왜장(倭場)과 북산의 신무문 뒤에 모여 씨름을 하여 승부를 겨룬다. 그 법은 두 사람이 마주 꿇어앉아 각각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잡고 또 각각 왼손으로 상대방의 오른쪽 다리를 잡고 동시에 일어서서 서로 들어서 팽개친다. 쓰러진 사람이 진다. 배지기·등지기·딴족거리 등의 여러 기술이 있다. 그 중 힘이 세고 손이 빨라 여러 차례 승부에서 이기는 사람을 ‘판막음’이라 부른다. 단옷날 이 놀이가 가장 성행하고 서울이나 지방이나 많이 한다. ●18세기 전설적인 씨름스타 김흑 씨름은 단옷날 가장 성행하고, 또 서울과 지방 구분 없이 널리 유행하던 구경거리였다. 단옷날 씨름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자료가 있다.18세기 말의 문인 이옥의 ‘호상관각력기(湖上觀角力記)’가 그것이다. 이 글에 따르면, 매년 오월 단오 때면 호상인(湖上人)과 반인(泮人)이 마포 북쪽 도화동 앞에서 씨름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호상인’은 호숫가의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옛날 한강을 ‘호(湖)’라고 불렀다. 예컨대 마포 쪽 한강을 ‘서호’(또는 서강)라고 불렀다. 동호대교는 그 다리가 놓인 곳을 동호라고 불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이옥이 말한 ‘호상’은 아마도 마포 쪽 서호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포는 서울로 들어오는 물자를 부리는 것이었기에 수레를 끄는 차부(車夫), 짐을 나르는 짐꾼이 많이 살았다. 그러니 힘깨나 쓰지 않았겠는가? 반인은 성균관에서 일하는 노복들을 말한다. 성균관을 반궁(泮宮)이라 하고, 성균관 부근 동네를 반촌(泮村)이라 하고, 반촌에 대대로 사는 사람들은 반인이라 한다. 이들은 고려 말 안향이 성균관에 기증한 노비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쓰는 말도 서울말씨가 아니라 개성 말씨였다고 한다. 이들은 성균관에서 노복 일을 하고 살면서 동시에 서울 시내 쇠고기 판매업을 독점한다. 육류 판매란 백정이 하는 일이라, 이들은 사회적으로 천시되었고 그 때문에 내부적으로 굉장히 단결력이 강하였고 또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다. 호상인들의 스타는 김흑이란 사내다. 이 사내 때문에 반인은 호인을 이기지 못한다. 단오를 이틀 남겨 놓은 날 김흑이 새벽부터 묘시까지 백스물 네 마리의 말에 짐을 실었다는 말을 듣고, 반인들은 그가 지쳐 떨어졌을 것이라 짐작하고는 그날 당장 씨름 시합을 벌이자고 한다. 김흑은 “소 잡는 놈들이야 수백 명도 넘어뜨릴 수 있다.”고 호언한다. 반인이 시합할 선수 10명을 뽑으라 하자, 김흑은 자기 혼자 감당하겠단다. 결과는 김흑의 10전 10승이었다. 당시 힘이 세기로 유명한 종친 능창군 이난(李欄)이 그것을 보고는 “정말 장사로다.”라고 하며, 자신이 차고 있던 부채와 향주머니를 끌러 주었다 한다. 씨름판에는 스타가 있기 마련이다. 프로 씨름이 처음 생겼을 때 스타는 단연 이만기였다. 김흑도 그런 스타였던 것이다. 그런데 김흑은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사람도 있다. 김덕령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이몽학과 내통해서 역모를 꾸몄다는 무고를 받고 모진 고문 끝에 죽은 분이다. ●씨름 한판으로 벼슬길 오른 김덕령 송시열의 문집 ‘송자대전’을 보면, 김덕령의 용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전하는 김덕령이 씨름으로 출세한 이야기는 이렇다. 이정귀의 아버지 이계는 장성현감으로 있을 때 단옷날 인근 수령들을 불러 예전부터 하던 대로 관아 마당에서 씨름판을 연다. 그날 어떤 장사가 판막음을 한 뒤 큰 소리를 쳤다.“나와 겨룰 사람이 없느냐?” 이때 김덕령은 관아로 막 들어오는 참이었다. 수령들이 술과 안주를 먹이고 싸우라 권했다.“자네가 저 사람을 이긴다면 정말 통쾌할 걸세.”“저는 본디 글 읽는 선비로 몸이 허약한데, 어떻게 저 장사를 이긴단 말입니까?” 사양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이 강권하여 김덕령은 그 장사와 붙게 되었다. 그의 작은 체구를 그 장사가 놀리자, 김덕령은 “그대는 잔말을 말라. 힘만 겨루면 그만 아닌가.”라고 하였다. 장사가 김덕령을 잡아 돌리다 땅에 팽개쳤으나 김덕령은 쓰러지지 않았고, 다시 맞붙어 장사를 휘둘러 쓰러뜨렸다. 장사가 다시 겨루자 하니, 김덕령은 범처럼 눈에 불을 켜고 소리를 질러 장사를 죽이려 하였고, 좌우에서 겨우 말려 떼어놓았다. 김덕령의 이름은 이 일로 세상에 알려졌고, 이계의 추천으로 벼슬길에 나갈 수 있었다. 씨름 한 판으로 출세를 했던 것이다. 씨름판은 늘 시끄러웠고 사건을 일으켰다.‘세종실록’ 12년(1430) 12월26일조를 보면 안음현(지금의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사람 박영봉은 김부개와 씨름을 하다가 김부개를 죽인다. 이처럼 씨름은 때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싸움도 흔하다. 명종 15년 5월 단오에 일어난 사건을 보자. 동궁전 별감 박천환은 세자빈객 원계검의 집에 동궁전의 하사품을 전하고 돌아오던 중 단옷날 씨름판이 벌어진 것을 보고 구경에 넋을 잃는다. 박천환은 돌아와 유생들이 자기에게 억지로 씨름을 시켰고, 거부하자 옷과 갓을 찢고 원계검이 쓴 감사문까지 찢었다고 시강원에 호소했고, 시강원에서는 유생들을 조사해 처벌하라고 명종에게 요청한다. 명종은 엄격한 조사와 이후 씨름, 도박, 답교를 금지하라고 명한다. 같은 달 28일 사간원에서는 박천환을 처벌하라고 요청한다. 박천환이 심부름을 갔다가 지체 없이 돌아오지 않고 길에서 씨름을 구경하다가 유생 윤명과 시비 끝에 그를 구타하고, 자기 옷과 사례문을 찢고는 윤명에게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 사간원의 보고를 들은 명종은 둘 다 똑같이 처벌하라고 판결을 내린다. ●영조때 씨름하면 곤장 100대로 다스려 이처럼 씨름판은 종종 싸움판으로 바뀌고 때로는 사람이 죽기까지 했으므로 조정에서는 자주 씨름을 금했다.‘영조실록’ 47년(1771) 11월18일조를 보면, 영조는 경기관찰사가 보고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이후로 시장에서 씨름을 하거나 아니면 싸움을 하는 것은, 살인 여부에 관계없이 해당 관청에서 곤장 100대를 엄하게 치도록 하라. 서울에서 단오에 벌이는 씨름과 보름에 벌이는 석전을 포도청에서 금지시키도록 하고, 만약 하는 자가 있으면 엄중히 곤장을 치도록 하라.” 씨름을 하면 곤장 100대를 맞는다니 정말 가혹한 처벌이다. 하지만 이 금지 조치는 별 효과가 없었다. 지금도 씨름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 이만기 선수가 나올 때 씨름은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체구가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기술로 제압하는 광경은 정말 볼 만하였다. 요즘은 금강급 태백급이 다 없어져 버리고 너무 큰 선수만 나온다. 이따금 티브이로 씨름을 보지만 기술 아닌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것 같아 서운할 때가 있다. 예전처럼 씨름에 관중이 많이 몰리지도 않는 것 같다. 일본의 스모는 제법 널리 알려져 있고, 관중들이 도시락도 싸 가지고 가서 하루 종일 구경을 하던데, 수천 년 역사의 한국인 유일의 전통 스포츠가 이렇게 밀려나다니 정말 섭섭한 일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公試 연령상한 없앤다

    내년부터 행정고시를 비롯한 공무원 공채시험에서 응시연령 상한규정이 폐지된다. 행정안전부는 27일 이같은 내용의 ‘공무원 임용시험령’ 개정안을 다음달 1일 입법예고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시의 경우 32세, 외무고시 29세,7급 35세,9급 32세 등으로 제한된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연령 상한선이 없어진다. 다만 행시·외시·7급은 20세,9급은 18세인 응시연령 하한선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요건에서 연령·학력·경력 등을 삭제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시·도별로 규정하고 있는 지방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연령 상한선도 시·도별 관련 규칙을 개정, 내년부터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공금횡령 前강남서 경리계장 구속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지난해 공금 1억여원을 횡령한 강남경찰서 전 경리계장 강모(43)씨를 업무상 횡령 및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21일 구속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감사에서 강씨의 공금유용 혐의를 적발하고도 직무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곧바로 사표를 수리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서울신문 8월14일 11면)이 제기되자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는 지난해 11월 강남경찰서 내 회의실 마이크 교체 사업과 관련해 거래업체인 L사에 914만원을 송금하고 600만원을 돌려받는 등 같은 수법으로 13차례에 걸쳐 1억 281만원의 국고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이 가운데 2100만원은 부과세 용도로 업체들에 돌려주고 8900여만원을 착복했다.이경주 김승훈기자 kdlrudwn@seoul.co.kr
  •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지구촌

    알카에다, 이라크, 코소보, 르완다, 세계화, 테러리즘…. 이들 용어 앞에서 사람들의 개념정의 능력은 지극히 단순해진다. 어느 쪽이 ‘착한 편’이고 어느 쪽이 응징돼야 할 ‘나쁜 편’인가? 지구촌 이슈들을 대할 때 왜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꼼짝없이 갇히고 마는가. 한번쯤 회의를 품어볼 일이다.‘세계체제’ 분석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미국과 영국, 나아가 범유럽세계 지도자들과 기성 지식인들의 레토릭이 자기네 정책을 옹호하려는 명분으로 ‘보편주의’를 내세우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갈파한다. 다시 말해, 독선과 오만에 가득찬 그들의 정책이 세계인들에게 먹히는 힘은 그들이 보편적 가치와 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포장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이른바 ‘유럽적 보편주의’가 편파적이고 왜곡된 서구 주도의 세계정책을 뒷받침해 준다는 역설을 저서 ‘유럽적 보편주의:권력의 레토릭’(김재오 옮김, 창비 펴냄)에 담았다.16세기 이후 근대 세계체제의 역사 내내 강자들의 보편적 논리, 즉 ‘레토릭’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는 데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를 무리없이 ‘감화’시켜온 레토릭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인권옹호’‘민주주의 증진’을 앞세우며 ▲보편적 가치와 진리에 기반한 서구문명이 다른 문명보다 우월하다고 전제하며 ▲신자유주의적 경제법칙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세운다는 것이다. 유럽적 보편주의는 16세기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경영제도를 놓고 벌어진 격렬한 논쟁을 통해서도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스페인의 아메리카 원주민 지배를 찬동했던 세풀베다는 그 이유로 “원주민들이 야만스러운 미개인들이어서 우상숭배와 불경한 인신공양 관습에 대한 교정책이 필요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우상에게 제물로 바치는 악행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5세기 전의 쟁점이 오늘날 세계정치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야만’에서 ‘독재정치’로 논리의 쟁점만 옮겨졌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월러스틴의 논지는 명료하다.20세기 밀로셰비치 재판,21세기 사담 후세인 재판 등을 거쳤으나 과연 세계를 상대로 사법권을 휘두르고 개입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성찰한다. 책의 묘미를 거창한 데서 찾을 것도 없다. 세계체제를 뜯어보는 저자의 치열한 안목을 빌리면, 당장 조지 부시의 연설에서 전혀 새롭게 음미할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사임

    탄핵 위기 속에 사퇴 압력을 받아온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8일 CNN 등 TV로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에서 “정적들이 내게 무고한 혐의를 씌우고 있다. 어떤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현 정국을 고려해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파키스탄 집권연정은 헌법규정 위반과 통치기간동안 불법 및 위법 행위를 이유로 무샤라프의 탄핵을 결정했으며,18일까지 사임이나 탄핵 가운데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199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무사랴프는 이로써 9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무샤라프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재선에 성공했으나 지난 2월 총선에서 대패하면서 의회와 내각이 반대파로 넘어갔다. 이후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N(PML-N) 등 4당 연립으로 구성된 집권 연정은 무샤라프의 총체적인 국정운영 실패를 비난하며 사퇴 압박을 가해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단독]횡령혐의 경관에 사표수리 면죄부

    서울지방경찰청이 감사에서 강남경찰서 경리계장의 공금유용 혐의를 적발하고도 고발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곧바로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 감사과는 지난달 21∼25일 실시한 감사에서 강남경찰서의 지난해 예산 가운데 1억 7513만원의 회계 처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사무용품의 구매수량과 사용수량이 일치하지 않고 복사기 등 조달청 구매수량에 대한 입금증과 출금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은 증빙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담당자인 경리계장 강모(43) 경위는 이에 응하지 않고 돌연 지난 8일 사표를 제출했다. 경찰관의 사표 수리는 보통 사흘 이상 걸리지만 강 경위의 사표는 강남경찰서를 거쳐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에서 당일 즉각 수리됐다. 이에 대해 강남서 관계자는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이 11일부터 휴가여서 빨리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교육과장은 “8일에는 휴가였고, 휴가 중 강 경위의 사표가 처리됐다.”고 말했다. 서울청 감사과는 향후 혐의가 입증되면 직무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감사에 적발되자마자 사표를 내고, 이 사표가 곧바로 처리되면 파면 등의 처분을 받아도 효력이 없어 결국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경리계장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 없이 사표를 냈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남경찰서장은 “서장은 재무회계와 관련해 세세한 항목은 모르고 결제도 경리계통에서 알아서 한다.”면서 “문제가 된 미비서류는 향후 처리하면 되는 것으로 들었고, 감사과의 지적은 강 경위의 사표와는 무관한 경리과의 과실이다.”라고 말했다. 강 경위는 2004년 2월부터 강남서 경리계장으로 근무했으며, 본인 소유의 서울 강동구 P교회 담임 목사다.2006년 자비를 들여 교회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강 경위는 감사 지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건강 문제와 목회활동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경위의 최근 병가기록은 없었다.이경주 김승훈기자 kdlrudwn@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3)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임인덕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3)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임인덕 신부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서방 수도(修道) 제도의 입법자’,‘수도생활의 사부(師父)’로 불리는 이탈리아 성 베네딕트(480∼547)가 쓴 수도 규칙서의 대표적 문구이다. 경북 왜관의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엘 가면 곳곳에서 이 문구를 볼 수 있다. 이곳의 모든 사제와 수사들은 실제로 한순간도 잊지 않고 이 문구를 새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독일 출신의 임인덕(73·본명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 신부는 영화와 비디오로 ‘복음’을 전하는 ‘미디어신부’. 성경 대신 영화를 복음의 방편으로 삼아 기도하고 일하며 42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독특한 사제이다. ●한국생활 42년은 한 편의 ‘로드무비´ ‘아시아 최대의 수도원’이라는 왜관수도원은 일반인에겐 좀처럼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은밀한 곳. 그중에서도 임인덕 신부가 매일매일 ‘기도하고 일하는’ 시청각실은 웬만한 수도원 식구들조차 발길을 쉽게 들여놓을 수 없는 이색지대로 통한다. 내년 초 사제서품을 받는다는 젊은 한국인 신학생의 안내로 찾아간 수도원 한쪽, 분도출판사와 닿아 있는 시청각실은 소문대로 임 신부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영화는 딱딱한 성경보다 복음의 가치들을 훨씬 더 잘 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임 신부. 왜관수도원에서 22년간 가톨릭 분도출판사를 이끈 데 이어 베네딕도미디어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국내 영화계에서도 유명 인사가 되어 버린 그의 한국 삶은 한 편의 로드무비나 다름없다. 20여년 전 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쥐어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시청각실에서 기자를 맞은 임 신부는 실타래 같은 고난의 나날들을 덤덤한 웃음으로 하나하나 풀어냈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기억하시나요.” 예정됐던 손님들의 방문 약속을 인터뷰 뒤로 물린 노 사제가 불쑥 던진 물음이 묵직하게 가슴을 죈다. 사제의 뜻을 이리저리 더듬어 보아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 뼘 손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무지막지한 폭력을 도저히 참을 수 없더군요.” 국내 언론들이 ‘시민 폭동으로 네 명의 군인과 한 명의 시민이 희생됐다.’는 왜곡으로 일관했지만 현장을 목격하고 빠져나온 광주의 한 신학생이 전하는 진실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듣던 것과는 사뭇 다르고 놀라운 것이었다. “2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는 광주 현장의 증언을 밤새도록 녹음한 테이프를 서울의 성당들로 올려보내 미사 직후에 나눠 줬지요. 덕분에(?) 신부들이 모두 잡혀 들어갔고 혹독한 매질을 견디지 못한 한 신부가 내 이름을 댔지요. 출국당할 뻔했지만 아직 이곳에 살고 있네요.” ●출판사 이끌며 400여권 신학서적내 분도출판사 책임을 맡고 있던 1977년 ‘해방신학’을 번역출간했을 때의 일화도 내쳐 들려준다. “용공성이 있다며 책을 모두 불태우라는 문화공보부의 위협이 있었어요.3000권을 찍었는데 도저히 책을 버릴 수가 없었지요. 수도원 옥상에 숨겼다가 서울의 책방으로 보냈는데 1년 만에 다 팔리고 12쇄를 찍었습니다.” 1971년부터 1993년까지 분도출판사를 이끌면서 낸 책만도 400여편.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을 비롯해 교부학 시리즈 등 신학서적을 출간했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꽃들에게 희망을’같은 스테디 셀러도 그의 손끝에서 번역되어 세상에 나왔다. 책 선정부터 번역, 편집, 교열, 제작, 표지 디자인까지 모두 혼자 해냈다. 군사정권 시절 사회정의와 관련된 책을 내려니 여간 견제와 통제가 심한게 아니었다. 천주교 교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브라질의 마틴 루터 킹이라는 돔 헬더 카마라 주교의 ‘정의에 목마른 소리’를 내면서부터 교회의 외면을 받았고 어쩔 수 없이 가방에 책을 싸들고 책방들을 전전해야 했다. 뉘른베르크 전기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이 땅에서 그토록 험한 길을 걷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정말 용감한 사람입니다. 나치에 반대하다가 살던 고향에서 쫓겨났지만 단 한번도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서 히틀러의 사진을 가리키며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물음에 “전쟁을 일으킨 범죄자’라고 말했다는 그다. 밤늦게 집으로 찾아온 교사가 “위험한 아이이니 주의를 시키라.”며 아버지, 어머니에게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출판사 일을 하면서도 영화 일을 놓지 않았다. 국내 영화계에서도 그를 예술영화 보급의 산파로 인정한다.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연작이며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같은 예술영화를 국내에선 처음 비디오로 출시했다. 대학가며 공장에 영사기를 들고 찾아가 사회정의와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81년부터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칠 때까지 6년간 안동 가톨릭센터에서 영화포럼을 연 것도 이 지역에선 유명한 일. ●종교 초월한 영화포럼 서울로 이어져 “입소문이 번지면서 포럼엔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불교 신자, 대학생, 개신교 신자들까지 모여들었지요. 막걸리와 김치를 놓고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밤을 꼬박 지새기도 했는데….” 이 영화포럼은 나중에 서울로 이어져 한 지인이 자신의 방을 포럼 장소로 내놓아 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박완서씨도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그가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뮌헨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던 시절. 하나님의 부재와 하나님의 침묵을 담은 영화 잉마르 베리만의 ‘침묵’을 보고였다.“신학이 가르칠 수 없는 메시지를 영화로 전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생각이 불현듯 일었고 한국에서의 삶도 그 연장선이다. 당시는 제3세계에 대한 관심이 컸던 때. 아시아, 아프리카의 선교사로 가기를 원하고 있던 중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부산 출신의 한국 대학생들과 교유하면서 한국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결정적으로 한국에 오게 된 것은 1954년까지 북한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다가 독일로 돌아온 한 신부를 만난 뒤였다. 그 신부로부터 전해들은 한국 문화와 풍속에 끌렸고 사제서품을 받은 이듬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먼 길 떠나는 자식을 뒷발치서 하염없이 쳐다보던 아버지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무렵 동생도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사로 떠났다고 한다. 한국에 42년간 살면서 성주 본당 보좌신부 6개월과 점촌 본당 주임신부 4개월을 합친 10개월이 본당 신부 소임의 전부. 나머지는 모두 출판과 영화에 매달려 산 셈이다. 지금도 주일 인근 안동 공소와 필리핀공동체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강론도 하지만 큰 일은 역시 영화.5년 전부터는 DVD에 주력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심어주는 작품들에 치중하고 있다. “라디오캐나다가 제작한 환경 애니메이션 ‘프레데릭 백의 선물’도 꽤 많이 팔았고 독일 아동문학가 에리히 케스트너 원작의 ‘하늘을 나는 교실’, 이탈리아 작가 레오 리오니의 동물 우화 애니메이션 ‘핑크트헨과 안톤’도 반응이 괜찮은 편”이라며 웃는다. “예수는 복잡한 이론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수가 즐겨 썼던 쉽고 편안한 비유들을 영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한국 교회에서도 영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열려 기쁘다는 임 신부. 영화와 영성에 대한 집착에서 시작된 그의 외길 걷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예수가 지금 시대에 있다면 분명 영화감독이 되어서 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임인덕 신부는 ▲1935년 독일 뉘른베르크 출생 ▲ 베네딕도회 입회 ▲1960년 뷔르츠부르크대 신학과 졸업 ▲1965년 뮌헨대 종교심리학과 졸업, 사제서품 ▲1966년 한국 입국 ▲1969년 왜관수도원 기숙사 사감 ▲1971년 분도출판사 책임 ▲1987년 교통사고 ▲1993년∼ 베네딕도미디어 책임
  • 中 “금메달리스트라도 인권운동 땐 못 들어와”

    中 “금메달리스트라도 인권운동 땐 못 들어와”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인권운동가인 조이 칙(29·미국)이 수단 서부 다르푸르의 종족분쟁 참상과 중국 정부의 방관을 규탄하기 위해 베이징올림픽 개막에 때맞춰 중국 입국을 시도했지만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칙은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포상금 2만 5000달러(약 2500만원)를 다르푸르 난민 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고 난민들의 참상에 아픔을 같이하는 올림픽 참가자 70명으로 ‘팀 다르푸르’란 모임을 만드는 데 앞장선 인물. 국제인권단체들은 2003년부터 수단 반군에 무기를 지원해온 중국 정부가 ‘종족 청소’로 20만명이 목숨을 잃고 250만명이 난민으로 떠돌게 된 데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칙은 2주 동안 베이징에 머무르면서 고대올림픽 기간 휴전한 전통을 좇아 다르푸르 내전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기획했지만 이날 워싱턴 공항에 나가기 몇 시간 전, 중국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밝힐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입국을 허용할 수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올림픽 휴전 사례로는 근대올림픽에서도 1992년 바르셀로나 여름올림픽과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동안 발칸반도에서의 휴전을 꼽을 수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그는 유엔 주최 축하행사에 참여하고 몇몇 자선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을 뿐 ‘팀 다르푸르’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열 계획은 아니었다며 어이없어했다. 칙은 “올림픽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루는 행사인데 참가하지 못하게 돼 슬프다.”며 “입국 거부는 무고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려는 선수들을 위협하려는 짓”이라고 중국 정부를 규탄했다. 칙은 한 걸음 나아가 올림픽 기간 정치적 시위를 금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처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란 미명 아래 어떤 선택권도 주지 않는 IOC의 처사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모로 IOC 대변인은 “IOC로부터 ID카드를 발급받지 않은 인물에 대한 비자 발급 여부는 IOC 권한 밖”이라며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위치가 아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3세미만 장애아 무상교육 받는다

    오는 2010년부터 장애인 중 특수교육 대상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받게 된다. 또 유료 교육을 받아야 했던 만 3세 미만의 장애아도 특수학교나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무상교육을 받게 된다 정부는 6일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한승수 총리 주재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장애인 복지, 교육·문화, 경제활동, 사회참여 등 4개 분야에서 58개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 검토 정부는 우선 만 3세 미만 장애아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일반 유치원이나 일반 학교에 재학하는 장애학생에 대한 특수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만 3세 이상 장애아만 무상으로 특수교육을 받았다. 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초·중학교에서만 의무교육이 실시돼 일부 장애아의 경우 부모의 방치로 교육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는 18세 미만 뇌병변, 언어장애, 자폐 아동에 대해 언어·행동·심리치료 등 재활치료를 지원하고 장애아 가족에게는 양육상담, 일시보호 등의 가족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체계적인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보장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근로능력 저하로 소득활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위해 기초장애연금제도의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시설과 서비스 확충을 위해 대규모 장애인시설을 소규모 시설 또는 복합타운 형태의 시설로 개편한다. 장애인거주시설 표준화 및 전국 공통서비스 최소 기준을 마련, 장애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장애인을 입주 대상으로 하는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매년 7000가구로 늘리고, 전세임대 물량도 올해 8500가구에서 내년 1만 3000가구로 확대한다. 장애인 등록판정 기준도 의학적 기준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근로능력, 복지욕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증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해 사업주가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장애인 2명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증장애인 고용 사업주에게는 더 많은 장애인고용 장려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공기업 의무고용률 2%→3%로 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보조원 등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 채용인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용토록 하고, 내년부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에서 3%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밖에 장애인 문화접근성 제고 대책으로 ▲공공 문화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지원 ▲점자·녹음·수화영상 도서보급 ▲2012년부터 전체 방송시간의 90% 이상 자막방송 편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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