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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이자 장사’ vs 증권사 ‘증시 위축’…기준금리 인상 전망 갈렸다

    은행 ‘이자 장사’ vs 증권사 ‘증시 위축’…기준금리 인상 전망 갈렸다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실물 경제와 맞닿아 있는 양대 기관인 은행과 증권사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은행은 ‘적극 인상’에, 증권사는 ‘소극 인상’에 방점을 찍으면서 기준금리 인상 폭에서 최대 0.5%의 차이를 나타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의 ‘이자 장사’와 증권사의 ‘증시 위축’이라는 속내가 반영된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신문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장과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투·NH·삼성·KB)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은행장들은 “두세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5~1.75%로 오를 것”으로 내다본 반면 증권사 센터장들은 “한두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25~1.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 최소는 1.25%, 은행 최대는 1.75%로 0.5%나 차이가 났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물가상승과 금융 불균형에 대응한 금리 인상 가속화 시나리오에 가장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세 차례에 걸쳐 최대 1.7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가속화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며 “1월 추가 인상에 이어 하반기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경기 회복세, 물가상승, 주택시장과 연계된 금융 불균형 우려를 감안해 1월 추가 인상하고, 하반기 한 차례 더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상하반기 각각 한 차례 인상,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1분기와 4분기 각각 한 차례 인상을 점쳤다. 반면 오태동 NH투자증권 센터장은 “1월 한 차례 추가 인상 후 연내 동결돼 연말 기준금리는 1.25%가 될 전망”이라며 “2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선 2주 전에 열린다는 점에서 1월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도 “한은 총재가 퇴임하는 3월 전에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1~2회 추가 인상할 것”이라며 “인상 시기는 글로벌 공급망 회복 여부,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반영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창 KB증권 센터장은 1분기와 4분기 2회 인상,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도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2회 인상을 점쳤다. 은행과 증권사의 기준금리 인상 폭 차이는 하반기 경기를 어떻게 보느냐에서 확연히 갈렸다. 은행은 경기회복에, 증권사는 경기둔화에 무게를 뒀다. 이 행장은 “금융 불균형에 대한 경계감으로 1분기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경기 회복세가 안착되면서 4분기 금리 인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권 행장은 “‘위드 코로나’로 내수 회복세가 가속화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기준금리는 2.0%까지 인상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진 행장은 “상하반기 두 차례 인상은 코로나 위기 상황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며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 센터장은 ”하반기에는 국내 경기의 핵심인 수출 증가율 둔화가 분명해지고 물가상승률도 한은 전망치를 역산해 보면 2%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돼 하반기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 센터장도 “3월 전 한 차례 인상 이후에는 경기둔화가 완연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같은 금융권이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데,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은 ‘편한 장사’를 하게 되고, 증권사는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며 “금리 장사를 하는 은행은 금리가 올라야 두둑하게 이익을 챙기기에 금리 인상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돈이 자본시장을 이탈해 증시가 나빠지기 때문에 증권사에선 경제를 생각해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 합참, 월북한 탈북민 김모씨 모습 공개

    합참, 월북한 탈북민 김모씨 모습 공개

    합동참모본부가 5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에 관한 군 당국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모습이 찍힌 김모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김씨는 앞서 2020년 11월 강원 고성의 육군 제22보병사단 관할 경계구역의 철책을 넘어 우리측으로 귀순한 인물로 이달 1일 비슷한 경로를 통해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김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신변보호를 담당하던 경찰과의 연락이 두절됐고, 이후 이달 1일 낮 12시쯤 고성 지역의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CCTV 카메라에 그 모습이 찍혔다.  김씨는 지난해 입국 이후 국가정보원 등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당국은 김씨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 측 요원을 동원해 두 차례 시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몸무게 50㎏가량의 왜소한 체구로 높이 3m가량 철책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CCTV를 확인해 인상착의를 식별한 끝에 2020년 11월 탈북 귀순자와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플라스틱 먹은 거북‧낚싯줄 걸린 돌고래…‘발리’ 해양동물들의 고통

    플라스틱 먹은 거북‧낚싯줄 걸린 돌고래…‘발리’ 해양동물들의 고통

    ‘신들의 섬’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이 밀려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리섬에서 구조된 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의 배설물에서 비닐봉지가 상당수 발견됐다. 5일 발리의 거북이 보호단체 TCE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해군은 지난해 12월 27일 발리 앞바다에서 푸른바다거북을 불법 포획한 어선 3척을 나포했다. 길이 1m 이상, 무게 300㎏ 이상으로 자랄 수 있는 푸른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보호단체 TCEC에 인계된 푸른바다거북은 생후 7년짜리부터 30년이 넘는 경우까지 다양했다. 거북이들은 야생에 돌려보내기 전에 치료·관찰 기간을 가졌는데 배설물에서 상당수의 비닐봉지가 나왔다. TCEC 회장 마데 수칸타는 “최소 5마리의 배설물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 라면 수프 봉지 등 다양한 플라스틱 쓰레기였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배설물 속 플라스틱 양이 점차 줄고 있어 조만간 방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고통 받는 바다의 주인들쓰레기장으로 변한 바다에서 가장 고통받는 것은 바로 해양동물이다. 쓰레기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삼켰다가 죽은 바다 거북 등 발리에서 쓰레기의 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해양동물들의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국제기업 ‘포오션’은 2020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섬 해안에서 주둥이부터 꼬리까지 낚싯줄로 꽁꽁 묶여 겨우 숨만 쉬던 돌고래를 구조하는 영상을 공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당시 돌고래는 오랫동안 줄에 묶여 있어 입 주변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아무것도 먹지 못해 고개를 가누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구조자들이 서둘러 낚싯줄을 제거하고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냈지만, 언제 다시 쓰레기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또 2020년 12월 15일 포오션이 공개한 또 다른 영상에는 발리 해안에서 쓰레기 사이를 유영하는 고래상어의 모습이 담겼다. 멸종위기 취약종인 고래상어는 매일 수천톤의 물을 들이마신 후 크릴과 플라크톤 등을 걸러내 섭취한다. 이 과정에서 해양 쓰레기들을 먹을 수밖에 없다. 포오션 관계자는 “고래상어가 빨아들인 바닷물에 섞인 미세플라스틱이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2위 ‘해양 오염원 배출국’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해양 오염원 배출국으로 꼽힌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오염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한해 20만 톤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발리섬에선 2019년 비닐봉지·스티로폼·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고, 수도 자카르타에선 작년 7월부터 마트 등 상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은 여전하다. 환경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쓰레기 투기가 지속된다면 발리 전체가 쓰레기로 뒤덮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 대량 매각 사과…신원근 “임기 내 주식 매각 없다”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 대량 매각 사과…신원근 “임기 내 주식 매각 없다”

    지난달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로 이른바 ‘먹튀’ 논란을 겪은 카카오페이가 공식 사과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는 임기 내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내정자는 4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상심이 크셨을 주주와 크루(직원) 등 이해관계자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신 내정자는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및 주식 매도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 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취임하고 2년 임기 동안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가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내정자는 현재 카카오페이 전략총괄부사장(CSO)으로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도 “저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매도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가져야 할 무게와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10일 신 내정자와 류 대표 등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9일 20만 8500원이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이날 16만 9000원으로 내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3.4% 떨어졌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 대표가 모회사 이동에 따른 이해 상충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현재 가지고 있는 스톡옵션을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행사해 매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철강을 어쩌나’ 포스코의 고민이 담긴 미래기술연구원

    ‘철강을 어쩌나’ 포스코의 고민이 담긴 미래기술연구원

    ●포스코 시총 14년 만에 42조원 ‘증발’… 위상 추락 증좌포스코의 위상이 옛날같지 않다. 2007년 10월엔 시가총액이 67조원으로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다음의 위상을 과시했다. 하지만 4일 종가 기준으로 시총은 약 25조원으로, 네이버·카카오는 물론 기아차나 셀트리온에도 추월당해 13위로 내려앉았다. 포스코 주식에 14년간 투자를 했다면 이 기간 주당 76만원짜리가 29만원짜리 무려 60%나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시총이 늘어도 시원찮을 판에 42조원이나 증발한 것은 국민이 체감하고, 시장이 현재 받아들이는 포스코 기업 가치다. 포스코의 위상 추락 요인으론 그동안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소홀했던 데다 제철산업이 선진국에서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쇠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도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소명에도 맞지 않은 탓도 있다. 작년 11월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국내 철강산업 탄소중립 대응 동향과 이슈’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서 배출된 총 온실가스 7억 2700만t 가운데 철강산업이 13.1%인 1억 100만t을 차지했다. 철강 산업은 국내 산업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51%를 차지한다. 조강 1t 생산당 1.45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전세계 평균인 1.9t보다는 낮지만 전기로 방식의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유럽의 1.0t~1.3t보다는 높다. ●철강, 온실가스 배출 공장 오명 …철강시장 中에 잠식게다가 철강 수요는 매년 1.1% 증가해 2035년 18억 7000만t으로 추산되지만 현재 전세계의 철강 생산 능력은 이를 훨씬 앞지르는 23억t에 이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세계시장을 무섭게 잠식하면서 포스코의 위상은 추락했고, 위기 의식이 높아졌다. 저탄소·친환경 시대와 중국의 추격에 포스코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이에 포스코는 철강 편중에서 벗어나고자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에도 포스코가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지만 활동이 어정쩡했다. 친환경 철강 사업에도, 신성장 사업에도 집중하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왔다. 이사회를 통과한 물적분할 안건은 오는 28일 임시주총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주주 가치 희석을 이유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소액 투자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미래기술연구원 개원… 신성장동력 발굴 집중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및 수소 사업 성장을 통해 향후 철강과 비철강 매출 비중을 4대 6 정도로 비철강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철강 이후의 성장 동력으로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과 같은 2차전지 소재, 친환경 생산 기술로 리튬과 니켈 제조 등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포스코의 중장기 성장전략에는 ‘무지개빛’ 청사진이 제시됐다. 지난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리튬 분야에 최소 1조 8000억원, 니켈에 6700억원이 소요된다. 리튬에서 2025년도 매출은 1조 7000억원, 니켈에서 1조 2000억원, 수소에서는 2030년부터 2조 3000억원을 예상한다고 밝혔지만 예상되는 이익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같은 신성장 사업의 연구개발(R&D) 콘트롤타워인 미래기술연구원이 이날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에 개관했다. 기존의 포스코기술연구원이 철강 중심이라면 이번에 간판을 내건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이차전지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 분야를 기반으로 그룹 핵심 사업의 종합 연구를 추진한다고 포스코 측이 밝혔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김주민 AI연구소장, 김필호 AI연구센터장, 윤창원 수소·저탄소에너지연구소장 등을 발령냈다.
  • 우주인 된 배두나·공유 “‘고요의 바다’ 이후 환경 문제 다시 생각”

    우주인 된 배두나·공유 “‘고요의 바다’ 이후 환경 문제 다시 생각”

    “겨울엔 추우니까 씻기 전에 공기를 데우려고 뜨거운 물을 미리 틀어놨는데, ‘고요의 바다’를 찍은 뒤엔 습관처럼 물을 틀려다가도 잠가요.” (공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달을 배경으로 하는 SF 드라마다. 지구의 물이 고갈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데, 기후 변화와 부족한 자원으로 인한 경쟁, 계급 문제, 연구 윤리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8회에 걸쳐 담아낸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달에 있는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 중 우주생물학자인 송지안과 탐사대장 한윤재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이다. 이들을 연기한 배우 배두나와 공유는 최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입을 모아 드라마를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기뻤다고 전했다.배두나는 “실제 지구에 물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며 “직접 나서서 ‘환경을 지키자’고 하는 건 잘 못하지만, 작품을 통해 하고싶은 얘기를 하는 건 너무 좋다”고 설명했다. 공유 역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며 물을 잠그는 습관과 관련해 “팬 한분도 저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 ‘작품을 통해 이런 걸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고 쓴 글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작품은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SF 장르라는 점에서 공개 전 큰 주목을 받았다. 여전히 인류에게 낯선 공간인 달, 그리고 가상의 연구기지인 ‘발해 기지’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2700평 규모에 5개 스튜디오를 만들고 각종 시각효과(VFX)와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했다.공유는 “촬영용 우주복의 무게가 아무리 줄여도 최소 10㎏였다. 거기에 와이어까지 달고 액션 연기를 하는 게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면서도 “완성된 작품을 보니 예상했던 장면이 그대로 반영돼, 배우가 아닌 시청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우주복 입을 때가 제일 신났다. 헬멧을 쓰고 산소통을 메는 순간 들뜨는 느낌이 들었다”며 “달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라 유영하는 느낌을 더 살리기 위해 저중력 테스트도 하고, 김설진 안무가의 지도에 따라 지구와 다른 여러 몸짓도 연구했다”고 했다.작품의 완성도는 높지만, 지나치게 극이 늘어지고 메시지가 모호하다는 점 등에서 혹평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호불호가 갈린다는 지적에 대해 배두나는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 소용돌이가 치는 드라마이지 외부에서 파도치는 작품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공유는 “비록 할리우드에 비하면 적은 예산이지만, 현실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SF 장르는 관점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건 예상했다. 다양한 관점도 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확실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결말에 대해서는 두사람 모두 “대원들이 지구로 가지 않고, 국제우주연구소에서 나머지 비밀을 풀어나갔으면 한다”면서도 시즌 2 제작에 대해서는 “제작진과 얘기해본 적이 없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 ‘2명 사상 안산 주택화재‘ 2층 거주자가 방화 정황…경찰, 50대 용의자 추적

    ‘2명 사상 안산 주택화재‘ 2층 거주자가 방화 정황…경찰, 50대 용의자 추적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안산시 다세대주택 화재 관련 경찰이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안산상록경찰서는 화재 이후 종적을 감춘 2층 거주자 50대 A씨를 방화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2층 A씨 집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발화지점 등에 대한 감식 결과 방화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불이 시작된 직후 주택을 빠져나왔고,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화재는 지난 3일 0시8분쯤 안산시 상록구 4층짜리 다세대주택 2층 A씨 집에서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장비 24대와 인력 60여명을 투입해 18분 만에 불을 껐다. 하지만 화재 동안 주택 내 연기가 가득 찼고, 4층 거주 부부는 대피로를 찾지 못했다. 부부는 치솟던 불길과 연기를 피해 뛰어내렸고, 큰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 졌으나 남편은 숨졌다. 다른 주민 5명은 소방대에 의해 구조됐고, 5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라진 점 등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 방화로 추정하고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 [단독] 철책 월북자는 1년 전 ‘점프 귀순’ 탈북민… 경찰 관리도 ‘구멍’

    [단독] 철책 월북자는 1년 전 ‘점프 귀순’ 탈북민… 경찰 관리도 ‘구멍’

    2020년 11월 동일한 루트로 귀순 “경제적 어려움 호소·재입북 암시”경찰, 작년 두 번 보고받고도 놓쳐軍 경계 뚫리고 신변 관리도 실패靑 “文대통령, 참모 질책 없었다”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뛰어넘은 월북자가 1년여 전 같은 부대를 넘어온 탈북민으로 확인되면서 군 경계 실패는 물론 경찰의 허술한 탈북민 보호도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지난 1일 22사단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은 월북자는 앞서 2020년 11월 같은 부대로 월책해 귀순한 남성 A씨로 추정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1992년생 김모씨로, 2020년 입국 이후 국가정보원 등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국은 김씨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 측 요원을 동원해 두 차례 시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몸무게 50㎏가량의 왜소한 체구로 높이 3m가량 철책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인상착의를 식별한 끝에 2020년 11월 탈북 귀순자와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 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한 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해 왔다. 청소 용역일을 한 김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향수병이 도져 주위에 재입북을 여러 차례 암시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탈북에 대한 후회 등을 주변에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런 정황에 대해 서울경찰청을 통해 경찰청에 지난해 6월 두 차례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씨에 대해 현장 보고를 받고 대면·전화 면담 등을 지시했지만, 결과적으로 놓친 것”이라며 보호의 허점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2017년 입국한 뒤 2020년 7월 인천 강화군 북동쪽 해안가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또 다른 김모씨 경우와 비슷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도 신변보호 담당 형사가 본청에 몇 차례 관련 징후에 대해 보고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이 월북 등을 감행할 때는 사전 징후들이 있는데 현장 보고에 대해 ‘예의주시’, ‘추가보고’ 등 경찰청의 추가 지시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을 뜨려는 탈북민에게 임대주택 보증금을 찾고 은행 대출을 받거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공통 징후들이 있는데 김씨의 경우 이런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1년여 전 같은 지역으로 귀순한 인물로 확인되면서 탈북민이 사실상 남북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김씨가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에 대해 “세부적인 것은 관련 기관이 확인 중”이라면서도 “(간첩 혐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김씨가 월북한 후 북한 측에 지난 2일 오전과 오후 군 통신선을 통해 두 차례 대북통지문을 발송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측은 이 통지문을 수신했다고 확인만 해 줬을 뿐 우리 측의 신변보호 요구에 대한 답신은 아직 없다”고 했다. 군 당국은 월북한 김씨가 DMZ에 들어갔을 때 북한군 3명이 그와 접촉해 북쪽으로 데려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계 실패에 대해 참모들을 질책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질책이 있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 [여기는 남미] 임신 5개월에 태어난 신생아, 장례식 직전 ‘회생’ 기적

    [여기는 남미] 임신 5개월에 태어난 신생아, 장례식 직전 ‘회생’ 기적

    임신 5개월 차에 태어난 브라질의 한 조산아가 장례식 직전에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영국 미러 등 해외 언론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브라질 북부 혼도니아주에 살던 18세 여성은 극심한 복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5개월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뒤늦게 임신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복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여성은 결국 의료진의 도움 없이 집에서 아기를 출산했고, 곧바로 병원에 데려갔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아기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몸무게는 1㎏ 정도였다. 현지 의료진은 아기가 사산한 것으로 추측했다. 의료진은 아기 사망증명서의 사인(死因)란에 ‘사산’이라고 기재해 산모와 가족에게 전달했다. 지난달 28일 새벽 3시쯤, 현지 장의사는 병원으로부터 아기 시신을 넘겨받은 뒤 장례를 준비하다 아기에게서 기척을 감지했다. 약하게나마 심장이 뛰고, 호흡을 내뱉는 등 생명 징후가 있었던 것. 장의사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의료진에게 달려갔고, 신생아는 현재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현지에서는 산모가 복통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다, 살아있는 아기에게 사망선고를 한 의료진에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산모의 가족과 아기의 장례식을 준비하던 장례업체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현재 아기의 건강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현지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임신 5개월 미만, 체중이 1㎏ 남짓에 불과하더라도 적절한 의료조치가 있으면 생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6월 싱가포르국립대학병원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인 궈위쑤언은 예정일보다 수개월이나 일찍 조산아로 태어났다. 산모는 임신 25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아기를 출산했고, 당시 아기의 몸무게는 212g에 불과했다. 사과 한 개 정도의 무게에 불과한 작은 몸집으로 세상에 나온 아이를 본 의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저었지만, 결과는 반전이었다. 아기는 작은 몸에 기계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음에도 조금씩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조산아로 태어난 지 1년여가 흐른 지난 7월, 아기는 몸무게 6.3㎏까지 성장했고 퇴원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기네스기록에 올라 있는 ‘세계서 가장 작은 아기’는 2018년 미국에서 태어난 몸무게 245g의 조산아다. 아이오와대학 자체 조사에서는 2016년 독일서 태어난 230g의 아기가 가장 작지만, 세계기네스기록에 오르지는 않았다.
  • 靑 “문 대통령, 월북자 관련 참모 질책 없었다”

    靑 “문 대통령, 월북자 관련 참모 질책 없었다”

    새해 첫날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철책 월북’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을 별도로 질타하지는 않았다고 청와대가 3일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경계 실패에 대해 참모들을 질책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질책이 있지는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합참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언론에도) 합참이 설명할 것”이라며 “전비 태세 검열 결과에 대해서도 조만간 합참이 밝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북한에 어제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고, 북한도 ‘잘 받았다’는 회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회신은 없었다”고 발언을 정정했다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이 관계자는 “‘(통지문) 수신을 잘 했다’는 북측의 반응은 있긴 했지만, (월북자의) 신변을 보장해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한 답변이 없었기 때문에 ‘회신은 없었다’라고 추가 설명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날 “북한 측은 통지문을 수신했다고 확인만 해줬을 뿐 우리 측의 신변보호 요구에 대한 답신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한편 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발생한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은 월북자는 2020년 11월 초 같은 부대로 철책을 넘어 귀순했던 30대 남성 A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당시 정보당국 조사에서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A씨는 몸무게 50여kg에 키도 작은 편으로, 체조 경력으로 다진 민첩한 동작으로 높이 3m가량인 철책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움직임 감지 기능이 있던 철책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는데, 이후 조사 결과 합참은 나사가 풀려 있는 등 장비 결함에 더해 A씨의 왜소한 체구와 민첩한 동작 덕분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군과 정보당국은 월북자의 월북 이후 당장은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월북자가 DMZ에 들어갔을 때 북한군 3명이 월북자와 접촉해 그를 북쪽으로 데려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새해 첫날 월북자, 1년여전 ‘점프귀순’ 체조 경력 탈북민 추정

    새해 첫날 월북자, 1년여전 ‘점프귀순’ 체조 경력 탈북민 추정

    새해 벽두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간 월북자가 1년여 전 같은 부대로 귀순했던 ‘체조 경력’ 탈북민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발생한 22사단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은 월북자가 2020년 11월 같은 부대 철책을 뛰어넘어 귀순했던 남성 A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최종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지역으로 월북했다는 것은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일 수밖에 없어서 과거 그 지역으로 넘어온 사람을 포함해 연락이 잘 닿지 않는 탈북민으로 범위를 좁혀서 살펴보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 누구를 특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11월 3일 오후 강원 고성 지역의 GOP 철책을 넘어 이후 14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 현장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곳에서 기동수색팀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귀순 이후 정보당국 조사에서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진술했으며, 당시 당국은 A씨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 측 요원을 동원해 두 차례 시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6일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A씨 월남 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철책의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인 광망(철조망 감지센서) 구성품 중 하나인 ‘상단 감지유발기’의 나사가 풀려 있어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GOP에 설치된 광망은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을 넘거나 절단할 때 경보음이 울려 경계 병력 투입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광망은 기존 철책 위에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 형태의 철조망을 덧댄 형태로, 성인 신장의 2배가 넘는 높이다. 이 그물망에 끌어당기는 힘이 가해지면 경보음이 울린다. 그물망 중간중간 이를 지탱하기 위한 Y자 형태의 브라켓이 철책 기둥에 설치돼 있고, 이 브라켓 중 일부에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다. 또 Y 브라켓 맨 끝부분마다 작은 직사각형 형태의 ‘상단 감지 유발기’가 달려있다. 만약 사람이 철책을 절단하지 않고 넘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하중이 실릴 수밖에 없어 광망이 정상 작동했다면 경보음이 울렸을 것이다. 그러나 몸무게 50여㎏의 A씨가 높이 3m 철책을 뛰어넘을 당시엔 경보음이 아예 울리지 않았다. 합참은 우선 A씨 월책 지점에는 감지 브라켓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고, 감지 유발기의 경우 내부를 뜯어 분석한 결과 하중을 감지해 광섬유를 누르도록 설계된 나사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사가 풀린 건 비·바람 등 외부 요인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은 A씨가 ‘날렵한 몸’을 이용해 당시 철책을 훼손하거나 절단하지 않고 철책 기둥에 몸을 의지한 채 브라켓을 오른 뒤 철책 남쪽으로 뛰어내리면서 광망 철조망에도 경보음이 울릴 정도의 하중이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월북자와 A씨가 동일인물로 최종 확인 시엔 사실상 한 사람이 남북을 제집 드나들 듯이 오간 데다 심지어 월남 때 경계가 뚫렸던 부대가 다시 1년여 만에 월북을 놓친 셈이어서 군의 경계 태세에 대한 비판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찰 역시 탈북민 신변보호 관리 허술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군과 정보당국은 월북자의 월북 이후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월북자가 DMZ에 들어갔을 때 북한군 3명이 월북자와 접촉해 그를 북쪽으로 데려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년파티 끝난 뉴욕 타임스스퀘어…‘1.5톤 색종이’ 청소 전쟁 남았다

    신년파티 끝난 뉴욕 타임스스퀘어…‘1.5톤 색종이’ 청소 전쟁 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에도 미국 뉴욕시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올해도 성대한 신년맞이 행사가 열렸다. 뉴욕시는 예년의 4분의1 규모인 1만 5000명으로 참가 인원을 제한했으나 행사 규모는 축소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년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볼드롭’ 행사 역시 진행됐다. 1월 1일 0시 직전 ‘원 타임스스퀘어’ 빌딩 꼭대기에서 대형 크리스털 공이 40m 높이의 깃대를 따라 천천히 내려오자 시민들은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신년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타임스스퀘어 주변 건물 옥상에서는 1.5톤의 색종이가 하늘에 뿌려졌다. 시민들은 코로나를 잠시 잊고, 색종이를 맞으며 신년을 축하했다.행사가 끝난후 타임스스퀘어 거리는 색종이로 뒤덮였다.  타임스스퀘어 인근 교통통제가 오전 6시까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은 밤새 청소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가벼운 색종이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하루 만에 청소를 끝내기란 불가능했다. 이날 뉴욕시가 수거한 색종이의 무게는 약 1.3톤으로 전해졌다. 청소 업무를 관장하는 에드워드 그레이슨 뉴욕시 위생국장은 어려운 청소작업에도 긍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더 큰 쓰레기 더미를 치워도 상관 없다”면서 “색종이들은 뉴욕시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 나만의 ‘침묵놀이’서… 작가의 사유 ‘상상’을 시작했다

    나만의 ‘침묵놀이’서… 작가의 사유 ‘상상’을 시작했다

    참으로 더딘 사람에게 당선 소식은 하루를 2배속으로 돌려 주었습니다. 평생의 운을 다 써 버린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감격스럽습니다. 농아 부모님 아래서 자라서인지 제게 침묵의 세계는 낯설지 않습니다. 소리 끄고 TV를 시청하면서 대사를 상상하거나 밖을 응시하면서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은 제게 재미있는 하나의 놀이였던 것 같습니다. 이는 복잡한 대도시의 물건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베냐민이 말하는 ‘도시의 산책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만의 ‘정원’ 정도는 되어 주었습니다. 괴테의 거리나 베토벤의 산책로처럼 우리는 저마다 방해받지 않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어슬렁거릴 수 있는 정원 하나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만의 놀이는 이후 작가의 사유를 상상하는 방식으로, 화자의 숨겨진 목소리를 상상하는 방식으로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뻗어 갔습니다. 작가들이 남겨 준 언어는 부족한 제 호흡에 맞추어 말을 건네주고 더딘 보폭에 맞게 걸어 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느리더라도 기다려 주고 결말을 함께 상상하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크나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평론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면서도 따스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을 읽다가 뭉클해져 가슴에 책을 껴안아 봤던 순간처럼 그런 기억을 잊지 않고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먼저 머리 숙여 큰 인사를 드립니다. 지도교수님과 동국대 국문과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불편한 몸으로 훌륭하게 잘 키워 주신 엄마 김성자 여사와 제 가슴에 늘 살아 계신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큰 짐을 졌던 동생 영주에게도 경아에게도, 하나뿐인 조카 젬마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 김지환과 배우자, 항상 큰 도움과 응원을 보내 준 선생님들께도 특별한 감사를 보냅니다. ■염선옥 ▲1971년 경기 의정부 출생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 과정 수료
  • 인간 존재의 의미 고민, 무심한 듯 엮어낸 대담성에 매료

    인간 존재의 의미 고민, 무심한 듯 엮어낸 대담성에 매료

    올해 응모작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는 동안 우리의 가슴을 강력하게 두드린 것은 ‘꿈과 희망이 부재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라는 외침이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재와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거대 가치와 개인의 이익이 대립되며 생기는 갈등을 논하거나, 가족과의 관계의 붕괴를 목격하며 겪은 괴로움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 외침들은 심사하는 내내 묘한 불편감과 갑갑함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분명 이것이 현실인 것을, 이 목소리들이 그저 어리광 같은 불만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가슴에 안겨진 무게감을 기꺼이 안은 채 당선작을 정했다. 소재의 참신함과 동시대성을 지닌 주제 의식, 우수한 구성력과 무대화의 가능성 등을 심사의 기준으로 삼고 예심을 거쳐서 최종 후보로 올라온 작품은 ‘나의 우주에게’, ‘늑장’, ‘채송화’였다. 이 중 ‘나의 우주에게’는 마치 겉보기에는 사랑을 잃어 가는 두 남녀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나 변화하는 관계성을 드러내는 세심한 대사들과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무심한 듯 담담하게 엮어 내는 작가의 대담성에 매료됐다. 일상의 언어에서 출발하나 유효적절한 표현들만을 선택한 대사와 장면 구성력 또한 우리를 이 이야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우주에게’를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버텨 나가는 사람들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특별 보호 국민으로 분류해 희망을 죽이는 알약을 삼키게 한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 ‘늑장’이나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삶을 되짚어 나가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채송화’ 역시 우수한 작품들이었다. 비록 당선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낸 필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후일을 기대하게 하는 수준작들이었다. 또 다른 시작선에 선 신진 작가들의 날 선 시선이 오래도록 유효할 수 있기를 바란다.
  •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화마는 나흘 만에 잡혔다. 두툼한 잿더미와 무너진 바위들만 남기고서. 녹원은 결심했다. 담배를 끊자. 한 번에 끊어 버리자. 대신 그는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몇 시간 내내 산불 사진만 바라보자니 눈이 따끔거렸다. 사진 속 불길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웠다.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타오르는 가지들이 밤을 붉게 밝히고, 바위를 감싼 불꽃은 날개처럼 솟구쳤다. 녹원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폈다. 어떤 사진 앞에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줄에 묶인 채로 화마의 먹이가 된 개들, 산 위로 녹아내린 짐승들의 잿더미. 지난 나흘간 몇 장의 사진을 보았더라? 수십 장, 어쩌면 수백 장에 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진도 녹원이 찾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녹원은 도시락통을 열면서 말했다. “주말에는 산에 다녀올까 해요.” 노아가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언제나 그랬듯, 탕비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읍내의 백반집에 갔을 터였다.                    어쩌다가 노아와 매일 점심을 먹게 되었더라.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노아는 점심 도시락을 싸 들고 탕비실에 찾아왔다. 언젠가, 센터의 다른 직원들이 노아에게 슬그머니 질문하는 순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었다. 노아씨는 박 주사가 안 무서워요? 노아가 물었다. “전에 일하던 곳 가시는 거예요?” 녹원이 답했다. “네,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네요. 그냥 한 번 직접 보고 올까 싶어요.” 노아가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그를 빤히 지켜보았다. 그날, 노아의 대답을 떠올리면 언제든 웃음이 나왔다. 질문을 받은 뒤, 노아는 양손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가 말했었다. 글쎄요. 녹원 주사님 요리를 엄청 잘하시는데… 맨날 나눠 주세요. 노아가 불쑥 말했다. “주사님,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주말에 가실 때요.” “산에요? 왜요?” “그냥… 마음이 쓰여서요.” 녹원이 웃었다. “아니, 누가 주말에 직장 상사를 만나요.” “아니, 그래두 그거랑 다른 게, 저희는 친하잖아요.” 노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 손짓까지, 그 모든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녹원은 빠르게 백기를 들었다. “아니, 가고 싶으면 같이 가요. 토요일 아침에 출발할 거예요.” 노아가 웃었다. 녹원 역시 웃어 버렸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희뿌연 유리창 너머로 검게 번진 산맥이 펼쳐졌다. 새카맣게 그을린 산은 그림자처럼 보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붉거나 노란빛으로 번득거렸지. 지지 않는 태양처럼 사흘 내내 빛났다. 녹원은 그것을 보면서 내내 손톱을 물어뜯었다. 너덜너덜해진 손끝을 보며 생각했다. 무엇을 생각했냐면, 그러니까. 그것이 거기에 있을까? 그 산에서, 아직도 살고 있을까?            그해,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리산에서 걸려온 전화는 사무소 곳곳을 돌아 우도근 과장의 손에 도착했다. 전화를 끊은 과장은 눈썹을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곰이 왔다구 그러네요. 녹원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곰이요? 직원 중 하나가 물었다. 곰이요. 우도근이 덧붙였다. 아마 또 그 곰이겠죠.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녹원은 몇 분간 말없이 기다렸다. 곰이라는 게 무엇인지, 진짜 동물을 뜻하는지, 혹은 일종의 암호인지. 누구도 그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사무소 사람들 대부분이 녹원을 어려워했다. 그들은 녹원이 신입이라는 것을, 그가 대학을 갓 졸업했으며 이 사무소가 첫 직장이라는 사실을 잊은 양 굴었다.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녹원이 어느 집단에 녹아들기까지는 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대개 녹원을 불편해했다. 처음에는 그의 거대한 몸집에 압도당하고, 이후에는 그의 무표정이 난처하다고들 했다. 어쩔 수 없지. 녹원은 생각했다. 불편한 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녹원이 손을 들자, 사무실의 눈길 모두가 그에게로 쏠렸다. 녹원은 모른 척 말했다. 과장님. 저는 곰이 뭔지 모르는데요. 아 맞네. 박 주임 들어오기 전에 생긴 일이구나. 잠깐 와 볼래요? 과장에게로 가려면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야 했다. 통로 측 직원들이 어깨를 움츠리며 자신의 의자를 당겼다. 녹원은 그들 사이를 느리게 지나갔다. 우도근 과장이 빈 의자를 꺼내어 툭툭 두드렸다. 녹원은 의자에 앉았다. 과장은 사무소 내에서 녹원을 꺼리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위 탓인지, 경력 덕인지, 혹은 한평생 산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우도근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온화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지위나 나이 상관없이 존댓말을 쓰고, 자잘한 실수는 웃으며 넘어갔다. 정말이지 괜찮은 상사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왜 사람이 이토록 불편할까. 아니, 사실은, 불편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우도근은 불편하고… 께름칙한 존재였다. 이 곰이 그 곰이에요. 과장이 컴퓨터를 가리켰다. 화면 중앙에서 어린 곰이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내보인 모습이었다. 과장이 말했다. 우리끼리는 도돌이라구 불러요. 녹원이 물었다. 도도리요? 우도근이 정정했다. 도돌이. 도돌이표 할 때 그 도돌이요. 그가 곰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이 녀석이 말이에요. 매년 돌아오거든요. 아무리 내쫓아도 포기하질 않아요. 그래서 도돌이에요. 멈추지 않고 되돌아와서요.      노아는 반쯤 감긴 눈으로 차에 탔다. 어깨에 멘 가방 입구로 스테인리스 보온병이 비죽 나와 있었다. 그는 차가 출발했을 때부터 꾸벅거리며 졸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할 무렵에는 푹 잠들었다. 녹원은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양쪽 창 너머로 산기슭이 형태를 드러냈다. 새카맣게 탄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녹원이 기사에서 찾아본 대로였다. 산은 파괴되고 소실되었다. 기사들은 특정한 단어들을 되풀이했다. 재앙, 재난, 상실. 평소에도 산불이 자주 나는 지역이었으나, 이번 피해는 유난히 참혹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로부터 불씨가 솟아올랐다. 불씨는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날아올랐다. 마치 누군가 사주한 양, 화마는 적절한 환경 속에서 긴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현장의 직원들은 검은 재로 뒤덮인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까만 코피가 쏟아져요. 그들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매일 목이 아픕니다. 그들의 말은 녹원을 슬쩍 스치고 사라졌을 뿐이다. 녹원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는 곰을 생각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곰에 대한 질문만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괜찮을까? 살아 있을까? 산속에서, 이제는 폐허로 변한 그곳에서? 녹원은 흘끗 조수석을 보았다. 노아는 덜컹거리는 창에 이마를 댄 채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뒷좌석의 목 베개를 찾으려다가 관두었다. 괜한 배려를 해 준답시고 잠을 깨우는 건 아닐까. 상사와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가득 긴장하여 잠들지 못한 건 또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손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녹원은 한숨을 내쉬고서 속력을 올렸다. 여전히 이런 일들이 어려웠다. 어느 정도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조차 무엇을 해 주는 게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노아는 톨게이트를 지날 즈음에 깨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로 좌우를 살피고서 웅얼거렸다. “주사님. 커피 안 드셨죠. 드셔야 해요. 제가 직접 내렸는데. 맛있을 텐데.” 그는 보온병 뚜껑에 커피를 따라 건네고서는, 다시금 까무룩 잠들었다. 녹원은 홀로 웃다가 커피를 마셨다. 노아의 말이 맞았다. 커피는 맛있었다. 알맞게 따뜻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한국의 마지막 야생 반달곰은 설악산에서 죽었다. 천구백팔십삼년, 녹원이 태어난 해였다. 곰은 살해당했다. 웅담을 노린 밀렵꾼의 총알이 곰의 척추를 뚫었다. 곰은 총알이 박힌 몸으로 마등령 계곡까지 달아났다. 바위들 사이에 웅크려서 며칠을 울어댔다. 그의 죽음을 다룬 기사는 울음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으엉, 으엉. 글자로 적힌 울음은 처절하기보다 우스꽝스러웠다. 으엉, 으엉. 짐승은 보름 가까이 앓다가 죽어 버렸다. 우도근은 말했다. 그 후로 이 산에는 곰이라고는 없었거든요. 그러나 사십여 년이 지난 후, 그러니까 녹원이 입사하기 삼 년쯤 전에, 곰 한 마리가 설악산에 나타났다. 아홉 살배기 암곰이었다. 백오십오 센티미터의 신장에 백 킬로그램, 날렵하다고 할 만한 덩치였다. 몇 해 전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중 하나인 양 싶었다. 주말 등산회 사람들이 그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암곰은 폭포를 어슬렁거리며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신고인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곰이 도토리를 먹는다니까요. 곰이 원래 도토리를 먹어요? 사무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리산에 방생한 곰들이 다른 국립공원으로 넘어간 일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설악산이라니. 이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 야생동물은 한 번도 없었다. 곧 남부보전센터에서 인력을 파견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쪽에서도 직원들을 내보냈다. 모두의 목적은 최대한 빠르게 곰을 생포하여 지리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당시 계장이던 우도근을 포함하여, 현장직 몇몇이 포획 조에 가담했다. 그들은 방패와 밧줄을 지고서 산을 올랐다. 암곰은 폭포에 있었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후다닥 참나무에 올라가서 버텼다. 우도근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녹색 그물을 설치했다. 보전센터 직원이 마취총을 쐈다. 십여 분이 지나고, 정신을 잃은 곰이 그물 위로 떨어져 내렸다. 기절한 곰은 꽁꽁 묶인 채 지리산으로 돌아갔다. 그쯤에서 마무리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한 달이 지났을 때 암곰이 새끼를 남기고 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악산에서 낳은 새끼인지, 설악산까지 데리고 온 새끼인지는 모르겠으나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곰에게 어떤 발신기도 붙어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새끼 곰은 폭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홀로 남은 새끼를 잡는 일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당시의 도돌이는 약 육십 센티미터 정도였다. 포획되는 순간에는 나무 뒤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더랬다. 촉촉한 코나 동그란 귀가 어찌나 귀엽던지, 현장에 나온 직원들 모두가 끙 소리를 냈더랬다. 붙잡힌 도돌이는 어미와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를 타고 지리산으로 갔다. 현장에 간 직원들은 은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녀석, 돌아가서 엄마랑 다시 만났겠지? 이것 참, 이산가족 상봉이네…. 그들 중 누구도, 그 곰이 귀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새끼 곰이 무수한 위험을 무릅쓰며 산맥을 넘어오다니. 우도근이 손가락을 튀겼다. 그런데 진짜로, 이 녀석이 돌아온 거예요. 이 년 만이었다. 이번에는 대피소의 직원이 먼저 곰의 흔적을 발견했다. 대피소 부근의 물푸레나무에 커다란 발톱 자국이 남아 있노라고 했다. 족제비나 오소리의 발톱 같지는 않다. 그보다 훨씬 거대하고 깊은 자국이다. 꼭 곰이 남긴 흔적처럼 보인다고. 무인카메라를 추적한 결과, 그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시금 보전센터의 직원들이 오고, 또 한 번 포획 조가 꾸려졌다. 우도근은 지난 포획에 참여한 경력을 인정받아 두 번째로 방패를 들었다. 곰은 나무 위 벌집을 습격하던 중에 붙잡혔다. 마취총에 맞아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보전센터 직원들이 직접 나무에 올라가 몸을 밧줄로 묶어야 했다. 그들은 곰의 왼쪽 귀에서 조그만 기계를 하나 발견했다. 배터리가 닳은 발신기였다. 수의사는 말했다. 배터리를 교체하기 전에 서식지를 탈출한 모양이네요. 곧 그들은 몇 가지 사실을 더 알아냈다. 수의사는 곰이 세 살이 조금 안 된 암컷이며, 또한 두 해 전 이 산에서 퇴출당한 바로 그 새끼 곰이라는 사실까지 밝혀 주었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얘가 그 곰이라고? 우리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그 아기곰 말이야? 수의사가 말했다. 뭐, 이제 아기라고 부르긴 뭐하죠. 그의 말이 맞았다. 철창에 갇힌 짐승은 일 미터하고도 오십팔 센티미터였다. 몸무게는 백사십오 킬로그램, 울부짖는 모양새는 가히 맹수라고 부를 만했다. 곰이 또다시 지리산으로 돌아간 후에도, 다들 찜찜한 느낌을 걷어내지 못했다. 과장이 말했다. 물론, 그 느낌이 맞았죠. 일 년 만에 지리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위치 추적을 했는데, KF-75가 그곳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요. ‘돌아갔다.’ 그쪽에서도 돌아갔다고 표현하더군요. 설악산의 직원들은 혀를 찼다. 독한 곰이다. 지독한 놈이야. 쑥덕거렸다. 곰 방사 계획 같은 거 대체 누가 짠 거냐?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토했다. 심지어 그때는 한겨울이었다. 나뭇가지마다 흰 서리가 열매처럼 맺혀 있었다. 다른 반달곰들은 지리산 곳곳에 웅크려 동면을 취하고 있을 텐데. 단 한 마리의 곰만이 얼어붙은 산맥을 넘어 고향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곰을 도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며칠간 추적이 이루어졌다. 곧 곰이 설악산에서 동면을 취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에는 사무소에서도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어느덧 세 번째로 이곳에 방문한 보전센터의 직원들과 함께 동면포획을 준비했다. 산속의 굴 어딘가에 잠든 곰을 끌어내는 방법이었다. 녹원이 끼어들었다. 잠든 중에 끌어낸다고요? 네, 그래서 동면포획인 거죠. 무서운 방법이네요. 음, 사실은 그게 가장 평화로운 방법인데요. 곰의 입장에서는, 잠든 사이에 세상이 뒤바뀐 거잖아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요. 우도근이 턱을 괴고서 녹원을 바라보았다. 곰의 입장이라. 과장이 중얼거렸다. 곧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그 미소를 해석할 수가 없었다. 우도근이 말했다. 박 주임은 곰이 불쌍한가 봐요. 나는 우리 직원들이 불쌍한데. 매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짐승 하나 때문에. 안 그래요? 녹원은 허리를 꼿꼿이 폈다. 우도근의 앉은키는 그보다 훨씬 작았다. 백육십 센티미터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키에 가느다란 팔다리. 그와 비슷한 외양의 남자들은 대체로 녹원을 불편하게 여겼다. 경계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녹원의 몸을, 그의 크기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듯했다. 과장은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내보인 적 없었다. 외려 그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녹원을 대하곤 했다. 이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박녹원 주임님. 이번 포획 작전에 같이 가 볼래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곧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좋아요. 그럼 좋을 것 같습니다. 우도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좋다. 그럼 정해진 거지요? 이제 자리로 돌아가세요.      사무소는 녹원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늙은 소나무 두 그루가 정문 양쪽에서 가지를 맞대고 있었다. 진입로 안쪽으로 목조 건물이 엿보였다. 여기까지는 화마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녹원은 정문 건너편에 차를 세웠다. 막 깨어난 노아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고 있었다. 녹원은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노아씨.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설명을 먼저 드려야겠는데요.” “아, 네, 네.” “그러니까…. 여기에 곰이 한 마리 있었거든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우스꽝스러운 시작점이었다. 녹원은 가장 건조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개체, 포획, 복원 프로젝트, 서식지, 정부 지침. 그런 단어들이 이 상황을 합리적으로 보이게 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도돌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차 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노아는 찌푸린 얼굴로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내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마침내 고개를 돌린 노아가 활짝 웃었다. 녹원은 물속에서 나온 사람인 양 참던 숨을 토해냈다. 노아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사님. 진짜로 엄청난 사연이네요. 저라도 여기 왔을 거예요. 잘 오셨어요.” 녹원은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양 뺨이 화끈거렸다. 곧 코끝까지 시큰거릴 듯했다. 녹원은 노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에서 내렸다. 문을 열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푸른 기를 머금은 하늘은 투명해 보였다. 녹원은 길을 건넜다. 사무소 정문 기둥에 기대고 서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사무소의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약 사십 분이 남아 있었다. 건너편에서 달칵, 소리가 트였다. 곧 우도근이 소리를 쳤다. - 아니, 뭐야. 박녹원 주임이 건 거예요? “네, 안녕하세요, 과장님. 제가 지금 사무소 앞에 와서요.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어요.” 우도근이 정문으로 나오기까지는 채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녹원은 금세 그를 알아보았다. 깡마른 몸집과 산양처럼 총총거리는 걸음걸이. 과장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그를 비껴간 듯 보였다. 머리가 더 벗어지지도, 주름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우도근은 어설픈 인사치레로 시간을 잡아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질문부터 던졌다. “아니, 진짜로, 뭐 때문에 왔어요?” “도돌이 말이에요. 무사한가요?” “에? 도도리?” “도, 돌, 이. 아시잖아요. 되돌아오는 곰이요.” 우도근이 아아― 길게 소리를 냈다. 탄식 같은 소리였다. 녹원은 지금껏 내내 연습한 얼굴, 가능한 한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버티고 섰다. 과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박 주임, 그거, 곰 때문에 온 거예요? 그거 물어보러?” “네. 맞습니다.” “세상에… 박 주임 대단하네요. 아니지, 지금은 주임이 아니지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렇게나 부르세요, 보통 주사라고들 불러요.” “그래요. 박녹원 주사님.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거기서 여기까지 왔어요. 한 시간은 걸릴 텐데. 굉장하네, 정말로 굉장하네요.” 녹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과장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우도근이 한숨을 내쉬면서 웃었다. 눈에 익은 표정이었다. 그는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요새는 산불 뒤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재난안전과고 자원보전과고 할 거 없이 다들 난리거든요. 곰까지는 신경 쓸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도 몰라요. 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발신기는요? 센터 쪽에서 확인 들어가지 않았어요?” “발신기 그거.” 과장이 수염 자국조차 없는 턱을 어루만졌다. “어디 보자…, 그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잠깐 기다려 봐요. 지금 몇 시죠?” “점심시간 끝나려면 아직 삼십 분 남았어요.” 과장이 허,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침내 우도근 쪽에서 손을 들었다. “좋아요. 알아봐 줄게요.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데.” “감사합니다.” “사무소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래요?” “괜찮습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차 안에 있을게요.” “친구? 박 주임 친구요?” “네. 직장 동료 겸 친구요, 같이 왔어요.” 과장이 눈을 치켜떴다. 입은 헤 벌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이상하리만치 환한 웃음이 그의 얼굴 곳곳으로 번져 나갔다. 녹원은 어찌할 바 모른 채 그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이번에도 과장의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도근은 사뭇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요.” 녹원은 그의 뒷모습이 사무소 안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자신이 과장의 안부에 대해서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삼차 포획은 이른 새벽 중에 진행되었다, 직원들은 사무소 정문 앞에 모였다. 푸르스름한 새벽빛 속으로, 우도근의 이야기에 등장하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수의사는 녹원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젊었다. 그와 함께 온 보전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점잖은 인상으로, 말수가 적고 걸음이 빨랐다. 설악산에서도 꽤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녹원과 우도근을 포함한 공원사무소의 직원들 외에도, 곰이 머무는 구역 근처의 분소 직원들 역시 합류했다. 보전센터 직원들은 여섯 다리가 달린 은색 안테나를 들고 왔다. 그것으로 곰을 찾아냈다고 했다. 곰은 탐방로로부터 머지않은 계곡을 배회하는 중이었다. 도돌이가 홀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바로 그 계곡이었다. 사람들은 장비지원조와 마취조, 추적조로 나뉘었다. 녹원은 장비지원조에 배치되었다. 곰을 붙잡아 데려오는 데 필요한 장비를 운반하는 역할이었다. 우도근은 추적조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우도근의 조가 선두에, 녹원의 조가 후미에 섰다. 행렬은 흔들다리를 건너고 금강문을 거쳐서 산길을 올랐다. 폭포로 가는 방향이었다. 그들은 곧 탐방로를 벗어나 숲 안쪽을 가로질렀다. 나무로 둘러싸인 공터에서 멈춰서 짐을 풀었다. 녹원은 가방을 내려놓고 장비를 하나씩 꺼냈다. 녹색 안전그물과 구조용 밧줄, 헬멧과 방패 등이 손에서 손을 타고 넘어갔다. 이제 마취조와 추적조가 공터 너머의 폭포로 가서, 곰을 데리고 올 것이라고 했다. 녹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수풀 뒤에서 조끼를 걸치는 우도근이 보였다. 녹원은 그에게로 다가갔다. 우도근이 인사를 건넬 듯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녹원은 그 몸짓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물었다. 곰이 여기에서 살 수는 없나요? 예? 뭐라고요? 곰 말이에요. 세 번이나 돌아왔잖아요. 여기가 자기 고향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요. 원하는 곳에 놓아주는 게 불가능한가 해서요. 침묵이 흘렀다. 과장이 천천히 헬멧을 썼다. 턱에 매는 끈을 고정한 뒤 녹원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웃음기조차 없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박녹원 주임님. 네, 우도근 과장님. 저건 맹수예요. 말이 천연기념물이지, 사실은 유해조수라고요. 그리고 여기는 국립공원이에요. 매일 사람들이 오가는 산이요. 이해하겠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올라오는 말을 삼키려 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저도 알아요. 그의 목소리가 나무들 사이로 울려 퍼졌다. 저도 안다고요. 과장님. 매일매일 사람들이 여기에 오잖아요. 자연이 좋다거나, 건강해지고 싶다거나, 취미 생활이라면서 산에 오르내리죠. 그런데 제 말씀은요, 과장님, 그건 그 사람들 선택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 곰의 경우는 다르다고요. 쟤는 이 산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계속 되돌아오는 거겠죠. 여기에서 살아야 하니까. 여기서 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녹원은 입을 다물었다. 턱이 떨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과장은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거의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는 녹원이 건네준 가방 안에서 보호구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는 팔꿈치와 무릎 위로 보호구를 주섬주섬 끼우며 말했다. 우리 박녹원 주임님은 말이야.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었네요. 녹원은 그를 쳐다보았다. 질문들이 입안을 맴돌았다. 여기란 어디이며, 대체 무엇이 안 되는 거냐고,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론, 녹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도근은 낡은 지프를 타고 되돌아왔다. 도돌이가 사라진 지점까지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미리 얘기해 놓았다고도 덧붙였다. 과장은 왜인지 들뜬 듯 보였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과장이 따라나서 준다면, 훨씬 간편히 산을 돌아다닐 수 있을 터였다. 노아와 녹원은 우도근의 지프 뒷좌석에 올라탔다. 과장이 몸을 돌려서 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 반갑습니다. 박녹원씨 직장 동료라면서요.” “네.” 노아가 그와 악수하며 답했다. “네, 동료 겸 친구예요.” 우도근이 빙긋 웃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앉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 녹원은 우도근의 말을 다시금 곱씹었다. 박녹원씨라니. 생경한 호칭이었다. 우도근 과장이 자신을 그렇게 부른 적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전, 저 산속에서. 우도근의 지프는 금세 산중도로로 들어섰다. 오른쪽으로는 까맣게 탄 산맥이, 왼쪽으로는 잿빛 강이 이어졌다. 검은 산에서부터 흩날린 잿가루가 차창에 달라붙었다. 지프는 강의 굽이를 따라서 모퉁이를 돌았다. 국립공원의 시작점을 알리는 아치형 입구와 함께, 강변을 따라 선 갖가지 가게들이 나타났다. 잿빛 먼지에 휩싸인 편의점과 식당, 분사무소와 등산로로 향하는 흔들다리. 우도근은 다리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차창을 내리고 강 건너편을 가리켰다. “저쪽이에요.” 녹원과 노아는 창밖으로 목을 뺐다. 강 건너로 접근금지 테이프를 친 약수터가 보였다. 폭포 방향으로 입산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구간이었다. 몇 해 전 녹원이 삼차 포획 행렬에 낀 채로 지나갔던 지점이기도 했다. 우도근이 약수터 위쪽을 가리켰다. “저쪽 산허리에서 발신기를 발견했어요. 아주 훼손되었다던데. 억지로 뜯어 버렸나 봐요.” “그 외 흔적은 못 찾았고요?” “네, 사체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과장이 룸미러로 녹원의 얼굴을 흘긋 보았다. 그가 시동을 끄면서 말했다. “산에 다녀오고 싶으면, 지금 다녀와요. 나는 여기에서 기다릴 테니까.” 녹원은 머뭇거렸다. 적잖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지금껏 우도근을 오해했던 것일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과장은 친절하고 온화한 남자였다. 녹원의 기억 속에서 보여 주던 적대적인 태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허탈한 웃음이나 경시하던 눈길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군처럼 보였다. 녹원은 차에서 내렸다. 노아가 그를 뒤따라왔다. 그들은 다리를 건너고 약수터를 지났다. 숲은 고요했다. 산으로 향하는 계단의 난간은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바삭하게 타오른 나무들은 식물보다는 불꽃의 잔재처럼 보였다. 보이는 곳마다 회색 재가 휘날렸다. 새들이 지저귀지 않고 잎사귀도 흔들리지 않았다. 도돌이를 처음 만난 날과는 모든 게 달랐다.         추적조와 마취조는 숲 너머로 떠났다. 장비지원조는 공터에서 짐을 가지고 대기하기로 했다. 녹원은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 숲속을 바라보았다. 물푸레나무와 박달나무, 피나무, 소나무, 벚나무. 여름의 샛노란 볕뉘가 나뭇가지 사이를 환히 비췄다. 곧 낯선 소리가 그 풍경을 뒤흔들었다. 쿵. 높은 곳에서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바위에 기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잎사귀들이 흔들렸다. 산 전체가 몸을 털어내는 듯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아득하게 번져 왔다. 얼마 후, 그들이 나무 그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행진이라도 하듯 한 줄로 선 채 숲을 가로질렀다. 수의사와 과장이 선두에 서 있었다. 그 뒤로 들것을 붙든 남자들이 내려왔다. 녹원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들것 안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짐승이 있었다. 포로처럼 눈과 입, 팔다리를 묶인 채. 녹원이 지고 온 밧줄이 곰의 몸을 엑스자로 붙잡고 있었다. 수의사의 목에 둘렀던 파란 천은 곰의 눈을 가리는 데 쓰였다. 벌어진 입 사이로 붉은 혀가 늘어져서 달랑거렸다. 녹원은 행진을 쫓는 아이처럼 곰을 따라서 걸었다. 필사적으로 들것을 쫓아가며 곰을 보았다. 그의 귀에 새로 부착된 발신기를, 어깨와 가슴을 가로지르는 흰 반달을, 마른 땅처럼 갈라진 발바닥을 보았다. 남자들은 공터 정중앙에 들것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보호구를 주섬주섬 벗었다. 녹원은 장비들을 챙기는 일도 잊고, 내내 곰만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 다가온 사람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한번 만져 봐요. 녹원은 놀라서 옆을 돌아보았다. 우도근 과장이었다. 그가 부드러운 얼굴로 곰을 가리켰다. 쓰다듬어 보라니까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어요. 머뭇거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녹원은 곰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검은 털은 까슬까슬하고 서늘했다. 피부는 몹시 단단했다. 녹원과는 전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털과 살, 그 안에서 흐르는 피가 손바닥 아래에서 두근거렸다. 녹원은 눈을 깜빡였다. 곰의 치욕과 자존심, 곰의 마음에 대하여 생각했다. 끊임없이 돌아온다는 뜻의 이름도 곱씹었다. 짐승이 꿈틀거린 순간에도,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나중에 과장과 수의사를 비롯한 몇 사람이 물어보았다. 왜 손을 떼지 않았어요? 왜 달아나지 않았습니까? 녹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느꼈던 소속감을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 그토록 아늑하고 달콤한 마음은 처음이었다. 극복해 낼 수도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곰은 소리를 질렀다. 으엉, 소리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밧줄의 매듭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곰은 순식간에 들것에서 벗어났다. 그는 녹원이 보았던 사진처럼 양팔을 벌리고,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드러낸 채로 일어나 섰다. 도돌이는 잠시 휘청거리다가 녹원을 끌어안았다. 끌어안았다―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표현을 썼다. 끌어안았다. 곰이 그를 끌어안았다고. 녹원은 등 뒤의 바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 녹원의 목숨을 구했다. 곰의 무게는 녹원의 몸을 지나 바위 아래로까지 분산되었다. 만약 선 채로 힘겨루기를 했거나, 땅바닥에 곧바로 쓰러졌다면, 녹원의 뼈는 모조리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다. 녹원은 그 접촉을 기억했다. 그날의 다른 어떤 때보다 더욱 선명히 기억했다. 늑골을 짓누르는 냄새와 촉감. 곰은 녹원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작았다. 그런데도 어찌나 무거운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녹원은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도돌이는 저를 끌어안지 않았어요. 걔는 저한테 기대어 있었죠. 수의사도 그의 말에 증언을 보태 주었다. 곰이 박녹원씨를 고목이나 바위, 혹은 어떤 기둥처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살기 위해서, 박녹원씨에게 매달린 거죠. 파란 천이 흘러내리며 초점을 잃은 눈이 드러났다. 입가에서 흰 거품이 끓었다. 남자들이 곰을 끌어냈다. 녹원은 바위벽에 기댄 채로 주저앉았다. 흐릿한 사람들이 소리쳤다. 괜찮아요? 숨 쉴 수 있어요? 녹원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괜찮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렇지가 않았다. 호흡할 때마다 갈비뼈가 조각나듯 아팠다. 결국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곰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사에서 읽은 기묘한 울음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채우고 있었다. 정말로 으엉, 으엉, 하고 우는구나. 녹원은 생각했다. 정말로 울어버리듯이 우는구나. 바로 앞에서는, 누군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녹원씨. 박녹원씨. 녹원은 고개를 돌렸다. 우도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그는 몇 해는 더 늙어버린 양,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여기에서 일하면 안 돼요.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해. 과장은 몇 번이나 말했다. 박녹원씨. 산에서 내려가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요.              “날이 늦었으니, 우리 집에서 자고들 가요.” 우도근은 주장했다. 녹원과 노아가 연거푸 손사래를 쳤는데도,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그의 집은 산기슭 끝자락에 있었다. 녹원과 노아는 빨간 지프를 따라서 시멘트 언덕 위를 올라갔다. 새하얀 돌벽에 노란 지붕을 올린 집이 나타났다. 옅은 녹색 잔디를 깐 마당에는 흔들 그네와 스프링클러, 평상이 놓여 있었다. 집의 뒤뜰은 산사면과 바로 맞닿았다. 천만다행으로 이쪽 능선까지는 불길이 오지 않아서 피해를 면했노라고 했다. 녹원은 자신의 트럭에서 내려와 주위를 살폈다. 우도근의 집은 언덕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언덕 앞뒤로 보이는 것은 산과 강뿐이었다. 주위에 놓인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녹슨 가로등 하나가 전부였다. 우도근이 노란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란이. 나 왔어.” 녹원은 어깨를 움츠렸다. 우도근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은 들은 적 있었다. 직접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우도근이 부인을 부르는 광경을 보다니. 란이, 라고 부르다니. 그가 누군가를 저토록 친근하게 부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곰을 부를 때만 제외하면. 저녁 시간은 한없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란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아름 꺼내 녹원의 품에 안겨 주었다. 별구경하다가 자세요. 란은 오래전부터 녹원을 알아온 양 친근한 어투로 말했다. 마당 평상이 별구경하기 딱 좋거든요. 맥주 곁들이면 그만 한 휴가도 없어요. 막상 부부는 평상 휴가에 동참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홉 시만 되어도 눈꺼풀이 감겨서, 먼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도근은 평상에 담요를 깔아 주었다. 조카에게나 건넬 법한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재밌게 놀고 푹 자요. 알겠지요?” 마당에는 녹원과 노아만 남았다. 두 사람은 평상에 나란히 앉았다. 다리를 죽 편 채 맥주를 홀짝거렸다. 산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살갗을 서늘하게 적셨다. 부부의 말대로, 마당에서 보는 별은 몹시 선명했다. 허공에 멈춘 불씨처럼 반짝거렸다. 녹원은 언덕 너머에서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두 갈래로 나뉜 물길이 다시 한 길로 합쳐지는 지점까지 살폈다. 강 뒤편의 산은 부드러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녹원이 불쑥 말했다. “천 킬로미터예요.” 노아가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하셨어요?” “곰이 이동한 거리 말이에요. 한 번에 삼백사십사 킬로미터, 세 번 돌아오면 천백삼십이 킬로미터 정도 돼요. 서울에서 도쿄까지가 그 정도 거리래요.” 노아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서 말했다. “지독한 곰이네요.” 녹원은 동의했다. 정말이지 지독한 곰이었다. 세 번째 귀환 이후, 이 독한 곰은 제법 유명해졌다. ‘되돌아오는 곰.’ 그런 유의 머리기사와 함께. 도돌이라는 이름 역시 앙증맞게 실렸다. 설악산 측은 이 사건을 일종의 기회로 삼았다. 설악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시작점을 ‘되돌아오는 곰’으로 삼자. 마침내 도돌이는 설악산으로 방사되었다. 몇 가지 복잡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서, 사무소 내부에도 곰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추적하는 절차가 투입되었다. 반응은 썩 괜찮았다. 이토록 강력한 의지를 가진 곰이 번번이 돌아오던 고향. 한 기자는 도돌이를 천구백팔십삼년에 죽은 곰의 환생인 양 묘사하기도 했다. 수십 년의 한이 이제야 풀렸노라고. 녹원이 말했다. “어릴 때 제 별명이 웅녀였거든요.” 노아가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웃어도 돼요?” 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가 웃는 사이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열세 살쯤 때 이미 키가 백칠십을 넘었어요. 그때 짝꿍이 되게 웃기던 애였거든요. 저를 맨날 웅녀라고 불렀는데, 그게 못내 좋았어요. 그전에는 한 번도 별명을 가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녹원은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 살던 곰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마지막 야생 곰, 그가 태어나던 바로 그해 엉엉 울어버리다가 죽은 짐승. 녹원은 곰이 죽은 날짜도 찾아보았다. 곰은 칠월 말일, 녹원이 태어나기 바로 전날에 죽었다. 그 숫자 간의 관계를 깨달은 순간, 녹원의 머릿속으로 괴상한 생각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누구에게도 이것에 대해 말한 적 없었다. 가뜩이나 자신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가는 어떻게 반응할지 뻔했다. 녹원은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나야말로, 그 곰에게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번에 노아는 웃지 않았다. 녹원은 말을 이었다. 그 생각은 오래도록 그를 옭아맸다고. 누구나 이상한 믿음 하나 정도는 있잖아요, 그런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지나치게 묵직한 믿음이었다. 자신이 그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존재라면, 왜 이토록 사람들이 어려운지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사람에게 죽은 짐승은, 사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역시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바로 그런 경우는 아닐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에서 마음을 떼어낼 수 없었다. 꼭 사랑에 빠진 것처럼. “그래서요. 도돌이와 나 사이에도 무언가 이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녹원은 고개를 들었다. 노아는 끌어안은 무릎에 턱을 괸 채로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평상에 깐 담요를 펼쳐 노아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고개를 드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희고 선명한 달이었다. 두 갈래의 강 위로 두 개의 달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밤 동물의 눈동자처럼 보였다. 녹원은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양팔을 죽 펼친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 그는 빳빳이 굳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눈앞으로는 밤의 어둠을 타고 흐르는 산의 능선만 보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등 뒤 어딘가에서, 아마도 뒤뜰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곧이어 낮게 숨 쉬는 소리가 울렸다. 녹원은 그 숨소리를 알고 있었다. 분명히 귀에 익었다. 다시 한번 비닐이 흔들렸다. 얇은 막이 찢어졌다. 그것이 그르렁거렸다. 나는 알아.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이 소리를 알고 있어. 녹원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발뒤꿈치를 들고 돌아섰다. 주택은 엷은 가로등 불빛에 잠겨 있었다. 소리는 조금 더 뒤에서, 가로등 너머에서 들려왔다. 녹원은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을 지나서 집의 뒤쪽으로 갔다. 뒤뜰에는 지붕을 씌운 분리수거함과 차고가 있었다. 차고의 비상등은 활짝 켜져 있었다. 안쪽의 빨간 지프가 선명히 보였다. 그 옆의 분리수거함을 뒤적거리는 물체 역시도 뚜렷하게 보였다. 녹원은 멈춰 서서 그 물체를 보았다. 검고 큼직한 뒷모습. 몇 해 전보다는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곰은 비닐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검은 발이 노란색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움켜쥐었다. 비닐들이 흔들리고 찢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녹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목이 메었다.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마음은 한 차례 솟구치더니, 도무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녹원은 집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곰의 움직임을 훑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부석거리는 털이라거나 바싹 야윈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얘.” 녹원이 말했다. “도돌아.” 곰은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응답하듯이. 자신이 어떻게 불리는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녹원은 한 발짝 다가섰다. 다음 걸음은 좀더 가볍게 옮겼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계속 걸어갔을 터였다. 손은 녹원을 꽉 쥐고 뒤로 당겼다. 녹원은 뒤돌아보았다. 노아가 거기 있었다. 비상등의 빛에 새하얗게 질린 채, 녹원을 붙들고 속삭였다. “움직이면 안 돼요. 주사님, 움직이지 마세요.” 녹원도 무엇인가 말하려 했다. 괜찮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미 한 번 이 곰을 만난 적 있다. 그때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곰은 놀랍도록 명민한 동물이라 몇 해 동안 사람을 기억한다. 그러나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곰은 구부정하게 서서 멀뚱히 그들을 보고 있었다. 흰자가 슬며시 드러난 눈은 사람의 것보다 둥글고 검었다. 그 눈동자에서는 어떤 생각도 읽어 낼 수 없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결, 그것들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감정 또한 없었다. 곰은 그와 전혀 다른 구역에, 다른 세계에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에 반응했다니. 우스운 생각이었다. 그들 간에는 무엇도 교차하는 것이 없었다. 녹원은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녹원이 속삭였다. “노아씨. 뒤로 가요. 등 돌리지 말고, 뒷걸음질로요.” 노아는 그의 말을 따랐다. 그들은 기묘한 춤을 추듯, 일정한 리듬에 따라 뒷걸음질을 쳤다. 곰은 그들을 빤히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의 트럭 옆으로 다가갔을 무렵, 녹원은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냈다. 그것을 차의 앞문에 대고 몇 차례 내리쳤다. 열쇠와 문이 맞부딪치며, 금속이 깨지는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곰이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팍에 모으고 있던 앞발을 바닥에 내딛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달아났다. 산속으로, 그리하여 어둠 너머로 녹아내렸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곰이 뜯어둔 비닐들을 바라보면서. 창문 안쪽에서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도근 아니면 란이 깨어난 모양이었다. 녹원은 잽싸게 몸을 돌렸다. 노아는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녹원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노아 씨. 여기에서 다른 거 본 거로 해요. 아무거나 좋아요. 고양이나 멧돼지, 살쾡이. 뭐 그런 게 내려왔다고 그래요. 곰을 봤다고는 하지 마요.” “왜요? 주사님. 방금 보셨잖아요. 곰이에요. 맹수라고요. 제대로 말씀드려야 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눈 한 쌍, 그 눈길이 불에 덴 자국처럼 머릿속에 새겨졌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몇 해 동안 그를 옭아매던 감정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곰은 사람과 다르다. 곰은 사람이 아니다. 곰은 사람보다 나은 존재다. 앞뜰에서는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녹원이 낮게 속삭였다. “노아씨. 나는요. 늘 곰에게 산을 주고 싶었어요. 아주 통째로 줘 버리고 싶어요.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다고요. 그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하겠어요?” 노아가 자신의 팔을 붙든 손을 붙잡아 내렸다. 그는 오래전에 과장이 짓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곧 울음을 터뜨릴 듯 일그러진 얼굴, 여전히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 “주사님. 저는 이해가 안 돼요. 우리가 산을 줄 수 있나요? 우린 애초에 산을 가진 적도 없잖아요. 다들 그걸 알아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저 곰을 찾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찾아서 보호하고, 같이 살려고요. 다들 그걸 위해서 애쓰는 거잖아요.” 노아의 등 뒤로 우도근이 보였다. 그가 집의 벽을 따라 돌아와 가로등 아래 섰다. 그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며 물었다. “뭐 깨지는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 있어요?” 노아가 녹원을 올려다보았다. 녹원도 노아를 내려다보았다. 노아씨. 박녹원 주사가 안 무서워? 직원들의 질문이 녹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쩔 수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노아씨, 먼저 들어가세요. 저도 곧 갈게요.” 노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더니, 이내 포기한 듯 몸을 돌렸다. 우도근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노아를 흘끗 보고서, 녹원에게 다가왔다. 녹원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차 안에서 무엇인가 찾다가 열쇠를 떨어트렸고, 차 문에 부딪힌 열쇠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고. “죄송해요, 주무시는 걸 깨웠네요.” 우도근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녹원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도근도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과장의 눈길이 뜯어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가 닿는 순간, 녹원이 입을 열었다. “과장님. 여기 족제비 같은 게 있던데요.” 우도근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족제비요?” 녹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열쇠를 찾다가 뒤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다가가니 족제비인지 오소리인지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중이었다고. 꽤 굶주려 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장은 분리수거함으로 다가가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봉투를 이리저리 비쳐 보더니 혀를 찼다. “아이고, 이걸 하루 늦게 내놨더니…험하게도 물어뜯어 놨네.” “안에 들여놓으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녹원은 너덜너덜한 봉지를 들어 우도근에게 건넸다. 옛 과장이 그것을 받으며 빙그레 웃었다. “시골은 시골이지요?” 박녹원도 마주 웃었다. 지금은 이 정도의 대응이야,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녹원은 방으로 돌아왔다. 벽을 향해 누웠다. 그의 옆에 누운 노아가 뒤척거렸다. 그는 녹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반대로 돌아눕고,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의 망설임이 애틋한 동시에 힘겹게 다가왔다. 녹원은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았다. 노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녹원은 벽에 드리워진 그늘을 물끄러미 지긋이 보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등 뒤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울렸다. 노아가 결국 피로에 항복한 모양이었다. 녹원은 몸을 돌려 정면으로 누웠다. 유리창으로 스민 달빛이 천장을 부드럽게 밝혔다. 녹원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는 불타는 산을 생각했다. 잿빛 산, 폐허처럼 모두 불타버린 산, 잿더미로 뒤덮여 일견 늪처럼 보이기도 하는 산이다. 곰이 그 위를 달리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처럼, 두 발이 아니라 네 발로. 그는 산맥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빠르다. 성체로 자라난 곰들은 사십에서 육십 킬로미터의 속력을 낸다. 그는 타고난 사냥꾼이며 끈기의 화신이다. 바삐 위치를 바꾸는 앞발과 뒷발 너머로 회색 구름이 퍼져 나갈 것이다. 곰은 바위를 뛰어넘고, 나무를 오르고, 강을 건넌다. 어떤 방해도 없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누구도 그를 쏘지 않는다. 잠든 채로 끌려 나오지도 않는다. 그는 어디든지, 원하는 만큼 간다. 산은 모두 곰의 것이다. 그는 자유롭다. 녹원은 가슴에 양손을 올렸다. 마치 포로처럼.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의 얼굴로 번져 나갔다.
  • [세종로의 아침] 상처 입은 긴팔원숭이를 보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상처 입은 긴팔원숭이를 보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우리보다 경제력이 뒤지는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반면교사 같은 장면과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다소 우쭐대는 기분으로 찾았다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상황과 맞닥뜨린 격이어서 더 깊게 각인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얼마 전 태국 푸껫의 긴팔원숭이재활센터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이 재활센터는 이름 그대로 인간과의 서식지 전쟁에 패해 살 곳을 잃었거나, 밀렵꾼에게 잡혀 인간의 노리개 노릇을 하던 긴팔원숭이들을 구해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전 적응 훈련 등을 하는 곳이다. 규모나 시설 등은 보잘것없었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긴팔원숭이들을 구해 보려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열정만큼은 뚜렷해 보였다. 이 재활센터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태국인들의 동물권에 대한 높은 이해였다. 현실적으로 긴팔원숭이는 ‘긴요한 관광 자원’이다. 음식점 등에서 호객 행위를 할 때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한데 관습적으로 이어져 온 이 같은 행태를 과감히 버리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관광지에서 말이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코끼리에서 관찰됐다. 태국의 대표적인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인 코끼리 트레킹을 거부했다는 관광객 이야기, 코끼리에게 물리적 위해를 주는 트레킹 대신 관광객이 직접 코끼리를 돌보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한 보호소 이야기 등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자각, 동물들의 생존 권리에 대한 이해가 태국 사회 전반에서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라 여겨진다. 동물권이 단지 윤리의 문제이거나 감성의 영역에 머물 화두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왜 그런지는 지긋지긋하게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의 창궐 경위를 되짚어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다. 인구 통제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딥스테이트(숨은 권력집단)가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식의 음모론만 낭자할 뿐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야생의 복수’ 쪽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늘며 바이러스 노출도 덩달아 상승했다는 관점이다. 박쥐가 갖고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밝혀지지 않은 경위를 통해 천산갑에게 옮겨 갔고, 천산갑이 중간 숙주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이했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매우 불편하겠지만, 최초 발병지로 알려진 우한시장이 야생동물 불법 밀도살 행위가 잦은 곳이었다는 점이 이 같은 견해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견해가 맞다면 코로나19를 불러온 원인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인간의 욕망이다. 설령 빌 게이츠나 미국 제약회사들이 얽힌 음모론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인간의 욕망이 개입돼 빚어진 참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올해는 범의 해다. 나라 안 여기저기에서 호랑이 예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범은 공식적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진 동물이다. 기본적으로는 서식지 파괴가 주요 원인이겠지만, 가죽은 방한용품이나 장식용으로, 뼈와 살은 약으로, 이빨과 발톱, 수염 등은 벽사를 위한 부작(符作)으로 썼던 우리의 과거 행태도 한 원인이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동물들의 권리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야생동물 수렵 금지 등의 조치를 넘어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된다. 동물들이 갖고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면, 바이러스 창궐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기 위해, 더 진기한 맛을 탐닉하기 위해 동물을 핍박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위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 K문학 이끄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3년 연속 2관왕 배출

    K문학 이끄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3년 연속 2관왕 배출

    세계 속 K문학을 이끄는 작가의 산실인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3년 연속 2관왕이 배출됐다. 바늘구멍을 뚫는 것만큼 어려운 신춘문예에 제각기 다른 작품을 복수의 신문사에 출품해 모두 당선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문단의 실력파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2022년 본지 평론 부문 당선자 염선옥(51)씨가 올해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조선일보 평론 부문에서도 당선했다. 앞서 지난해 본지 단편소설 당선자인 윤치규(35) 작가가 조선일보에서도 동시에 영광을 안았고, 2020년 평론 당선자인 임지훈(34) 문학평론가는 문화일보 평론 부문도 석권했다. 염 당선자는 본지 평론 부문에서 신미나 시인의 시 세계를 정치하게 분석한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 가는 언어’로 영광을 안았고 또 백은선 시에 나타난 난해함의 문법을 들여다본 ‘난파와 해체를 넘어 인간 재건과 복원을 열망하는 언어’로 조선일보 평론에서도 빛났다.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염 당선자는 2일 “아직도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문학평론가의 말 한마디가 작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평론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염 당선자가 문학의 꿈을 키운 계기는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농아 부모 밑에서 자라 어렸을 때부터 읽는 것에 서툴렀고 수줍음도 많이 탔지만, 고교 은사가 시집을 주면서 시를 암송하도록 한 것이 시에 대해 관심 갖는 계기가 됐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영문학 석사까지 수료한 그는 “시를 좀더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국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글 쓰는 이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스며들었다”고 했다. 영어와 국어를 모두 전공한 덕분에 전문대에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의를 하면서도 틈틈이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매일 새벽부터 시집을 한 권씩 읽는다는 염 당선자는 “엄마 아빠가 말씀을 못 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상상력은 풍부했던 것 같다”며 “좋았던 것은 더 좋게 느껴지고, 힘들었던 것은 더 아팠던 기억이 난다”고 돌이켰다. 그는 “평론도 결국 창작이며 창의적이어야 한다”며 “작가들의 작품이 소비되도록 하는 것은 해석의 몫인 만큼 작가들과 상생하며 문학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 바이든·푸틴 ‘우크라 담판’ 평행선… 美, 우크라와 2일 통화

    바이든·푸틴 ‘우크라 담판’ 평행선… 美, 우크라와 2일 통화

    최근 미러 정상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유례 없는 ‘제재 부과’를 경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한다. 올해 첫 소통 상대로 젤렌스키를 택한 바이든은 러시아에 대한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외교적 협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전망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이 2일 젤렌스키와의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접경지역 병력 증강 상황을 논의하고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관여 방안을 점검할 것”이라고 31일 밝혔다.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에 머문 바이든은 기자들에게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우리는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할 것이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과 함께 유럽 주둔군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스마트폰·자동차 등에 대한 수출통제, 글로벌 금융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 차단 등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 등과 잇따라 통화하며 동맹 규합에 나섰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바이든이 엄중한 제재를 분명히 했지만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주둔한 러시아군에 대응할 것이라고까지 말하지는 않았다”며 충돌보다 외교적 협의에 무게를 뒀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자국 언론에 “서방이 공격적인 노선을 지속하면 러시아는 불가피하게 전략적 균형 확보와 우리 안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 제거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 및 공격무기 배치 금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7일 정상 간 화상회담과 전날 통화에 이어 오는 10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실무협상을 한다. 12일에는 나토가,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각각 러시아와 연쇄 협상을 벌인다.
  • 北 신형전차와 ‘K2 흑표’가 맞붙는다면?…성능 비교 [밀리터리 인사이드]

    北 신형전차와 ‘K2 흑표’가 맞붙는다면?…성능 비교 [밀리터리 인사이드]

    신승기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본 北전차장갑 키우고 바퀴 1개 늘려…방어 강화주포 구경 늘리고 전차장 조준경 등 장착디지털 기기 무력화하기 위한 ‘재밍’ 등 필요 북한 신형전차에 대한 전문가 분석 보고서가 나와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과 지난해 10월 무기전시회에서 이 전차의 외관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차의 성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상황이죠. 해외에 신형 주력 전차(MBT)를 개발했다고 자랑하고 싶은데, 일부 성능은 굳이 알리기엔 부끄러운 수준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2일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최신 보고서 ‘북한 신형 재래식 전력 개발의 특징과 함의: 신형 전차 중심으로’를 바탕으로 신형 전차의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신 연구위원 설명에 따르면 우선 북한의 신형 전차는 기존 전차와 비교해 뚜렷한 외형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차 높이는 낮아지고 앞뒤 길이는 크게 늘어났는데요. 이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해외 최신 전차들의 기술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피탄 확률을 낮추기 위해 전차를 납작하게 설계하는 대신 포탑과 차량의 전면부 장갑은 대폭 강화해 차체 앞쪽은 길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기존 주력전차였던 ‘선군915’(선군호)와 비교해 보기륜(궤도 속 바퀴)이 1개 더 늘어난 7개가 됐습니다. ●장갑 키우고 날렵하게…방어력 강화 이런 설계 방식은 육상전력 최강자인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도 모두 채택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우리의 ‘K2 흑표’와 중국의 ‘VT4’, 이란의 ‘카라르’ 등 신형 전차 모습이 모두 비슷해지고 있는 것은 전면부로 포탄이 날아와도 큰 피해 없이 튕겨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북한이 뒤늦게 차용한 겁니다.K2에 있는 3.5세대 전차 핵심 기술 ‘능동방어체계’(APS)도 이 전차에서 확인됐습니다. 러시아 ‘T14 아르마타’에 탑재된 것과 모양이 매우 유사하다고 합니다. APS는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과 포탄을 요격하는 기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대전차 무기를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와 센서를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기술 수준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제 러시아 기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차체 최후방 좌우측에 있는 ‘슬랫아머’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엔진이 장착된 전차 뒷부분은 적 공격에 가장 취약한 부위로 통합니다. 장갑 두께도 전방에 비해 얇습니다. 그런데 이 부위에 창살 모양의 장치가 장착돼 있습니다. 이는 이란의 카라르에서도 확인됩니다. ‘성형작약탄두’가 전차 장갑에 닿기 전 폭발하게 하기 때문에 관통력을 절반 정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뒤떨어진 엔진기술…고속기동 한계 그러나 북한 신형 전차를 3.5세대 전차와 동급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평가일 수 있습니다. 44t인 선군호보다 훨씬 길어진 차체와 각종 추가 장비 때문에 이 전차의 무게는 50t 전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중량을 고속으로 기동시키려면 최소 1200마력의 힘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K2 전차 파워팩은 1500마력입니다. 그러나 800마력 이하의 저출력 엔진을 주로 사용하던 북한이 미국, 독일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한 고출력 엔진 기술을 갖고 있을리 없습니다. 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해도 더 어려운 기술인 ‘변속기’를 개발했을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그래서 선군호보다 높은 방어능력을 확보한 대신 선군호 최고속도인 시속 60㎞보다 더 느릴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아직 추측이긴 하지만, 최대 시속 70㎞에 이르는 K2와 기동성으로 대결하면 완패할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기술력 부족 외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신 연구위원 “전시 초기에 우리 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신형 전차 등 기동 전력의 신속한 기동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북한은 기술력이 제한되는 기동력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방어력을 높여 생존성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신형전차의 또다른 특징은 현대 전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불새3’ 추정 신형 대전차미사일을 포탑 오른쪽에 장착했다는 겁니다. 이는 주포가 K2 전차를 뚫지 못하거나, 포탑 전면 장갑이 약해 주포가 파괴될 위험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고 신 연구위원은 설명했습니다. ●北 전차에 ‘대전차미사일’ 장착한 이유는? 그래서 대전차미사일을 사용하면 주포 사거리 밖에선 강할 수 있지만, 사거리 내에선 K2 전차에 밀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전차장용 조준경’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주포엔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사격통제장치에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동적포구감지기’가 달려있습니다. 주포는 러시아 T72부터 적용한 125㎜ 구경으로 보입니다. K2 전차의 120㎜ 활강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만, T72가 52구경장(포신 길이와 포구 직경의 비율·숫자가 클수록 포신 길이가 길다는 의미)인데 비해 북한 신형전차는 길이가 더 긴 55구경장으로 추정됐습니다. 북한 신형 전차가 활강포로 최대 공격력을 갖췄다고 본다면 최대 사거리는 2500~3000m, 관통력은 500~600㎜로 러시아의 T90에 맞먹는 정도일 수도 있다고 신 연구위원은 추정했습니다. 북한이 각종 디지털 센서와 장치를 갖췄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재밍(전파 방해), 해킹 등 점차 디지털화하고 있는 북한 기동전력의 취약성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방법도 구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 “고양이 아냐…맹수 혈통이야” 화이트 재규어런대 첫 발견

    “고양이 아냐…맹수 혈통이야” 화이트 재규어런대 첫 발견

    남미 콜롬비아에서 위장 능력이 없는 화이트 재규어런디가 사상 처음으로 발견됐다.  화이트 재규어런디를 인수한 동물단체 '생물보전파크'는 “재규어런디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위험하다고 판단, 보호하기로 했다”며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발견된 재규어런디는 온몸이 하얀 귀여운 새끼고양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물학자들이 확인한 결과 동물의 정체는 남미에 서식하는 고양잇과 맹수 재규어런디였다. 현재 몸무게는 440g에 불과해 나이는 1개월가량 된 것으로 추정된다. 온몸이 하얀 화이트 재규어런디가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물보전파크는 “콜롬비아 북서부 안티오키아 지방에 재규어런디가 서식하는 건 맞지만 화이트 재규어런디가 목격된 적은 그간 단 1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이트 재규어런디는 지난달 안티오키아 지방 아말피에서 주민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고양이처럼 보였지만 온몸이 하얀 녀석은 비전문가의 눈에도 귀한 몸 같았다. 주민들이 화이트 재규어런디를 동물단체에 넘긴 이유다. 뒤늦게 지난 23일 녀석을 인수한 생물보전파크는 동물학자들에게 의뢰, 정체부터 확인했다. 관계자는 “언뜻 보면 고양이와 비슷했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며 “정체를 파악하는 게 가장 급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녀석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양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단체의 고민은 이때부터 깊어졌다.  너무 어린 데다 약간의 호흡곤란 증상까지 보이는 등 야생으로 돌려보내기엔 불사해야 할 위험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식욕은 넘쳤지만 배변을 잘 못하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었다. 정밀진단을 해보니 어린 화이트 재규어런디는 폐렴과 폐부종, 빈혈까지 갖고 있었다. 야생으로 돌려보낸다면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시각에도 문제가 있었다. 생물보전파크는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갖고 있어 그림자밖에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목격된 화이트 재규어런디라는 점도 야생으로 녀석을 돌려보내기엔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기적처럼 생존한다고 해도 위장능력이 전무한 셈이라 사냥을 할 수 있을지, 적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물보전파크는 "일단은 사람이 보호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녀석을 돌보고 있지만 어쩌면 일평생 화이트 재규어런디가 보호시설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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